허덕간과 횡도재 - 허성운

나나 | 2022.01.14 10:34:07 댓글: 0 조회: 4801 추천: 2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crcncolumn/4342237
연길시 조양천진 횡도재 마을이름은 만주어 hetu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만주어 hetu는 가로 길게 뻗은 지형 혹은 행랑채를 의미한다.

만주족의 전통민가는 일반적으로 본채와 이에 딸린 두개의 행랑채로 이루어져있다. 본채와 행랑채의 공간배치는 ‘ㄷ’자 모양을 지니고 있는데 행랑채는 본채의 동서 량쪽에 서로 마주보고 있는 건물을 뜻한다.

최초의 횡도재 마을은 구수하와 도로가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었을 뿐만 아니라 장거리 토성촌이 남북으로 길쭉하게 들어앉은 취락구조를 이루고 있었기에 그 지명이 불리여진 것이다. 지난 세기 30년대, 40년대, 50년대를 거쳐 띄염띄염 논을 풀면서 골안(함경도 방언 산골)에 살던 조선족들이 버덕(함경도 방언 벌판)으로 내려와 오늘날 같은 마을구조로 바뀌였다.

함경도 방언에는 허덕간이란 말이 있다. 한국사전에서는 헛간의 함경도 방언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사실 허덕간과 헛간은 엄밀히 따지고 보면 별개의 단어이다. 함경도 방언 허덕간은 한국에서 말하는 행랑채를 말하고 한국의 헛간은 함경도에서의 가작이간을 의미한다. 추운 연변과 함경도지역 과거 거주구조를 살펴보면 ‘ㄱ’자형으로 이루어진 팔간집이 의외로 많이 분포되여있었다. 이런 집 주택들은 측면에 가로 배치된 건물을 허덕간이라고 불러왔고 부자집에서는 흔히 머슴들의 주거공간으로 활용하여왔다.

만주어 hetu와 함경도 방언 허덕간은 뜻과 소리가 일맥상통한 것으로서 얼기설기 엉킨 언어문화를 되짚어보게 되며 횡도재 땅이름을 보다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횡도재 마을 동쪽 숫둘고래를 올라서면 부시돌밭이라는 지명이 있는데 토박이 로인들은 비시돌밭이라고도 부른다. 오늘날 와서 방언학자들은 성냥을 뜻하는 함경도 방언 비시깨를 로씨야어에서 들어온 외래어로만 못 박아놓고 있지만 불(火)의 고어가 블로 문헌에 새겨진 점을 감안하여 보면 부스깨(함경도 방언 부엌) 부시돌, 부시깃과 함께 하나의 맥락을 이룬 어휘 그물망에 놓여있는 것으로 풀이해야 옳바른 해석이다.

연변과 함경도에서 쓰는 정지간은 부스깨, 바당, 조앙간을 아우르는 과거 우리 생활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스며든 생활핵심공간이다. 국어학자들은 한자 정지(鼎地), 정주(鼎廚)라는 단어에서 기원된 말로 해석하고 있으나 이런 어휘는 중국 고어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처럼 사전들에는 우리 말에다가 당치도 않은 일본한자와 중국한자를 억지로 붙여놓고 풀이하는 것이 많다. 몽골어에서 zuuha는 화로 활리동(함경도 방언 화덕)을 말하고 만주어에서 junga는 가마솥 걸고 불을 지핀 곳을 뜻한다. 함경도,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에서 정지와 관련한 방언이 정기, 정제, 정게와 같이 다양하게 불리여진 까닭도 이런 음의 변이로 보는 것이 보다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이다.

서울말 드러내기와 촌스럽고 창피한 연변과 함경도 말 감추기 그리고 엄밀한 검토가 제기되는 연변과 함경도 방언을 단순히 류사한 표준어로 대충 풀이하고 있는 언론, 북방민족언어와 심상치 않는 관계가 있음에도 이를 회피하고 있는 학계가 뒤받침되여 현존하는 연변과 함경도 방언 80%는 이미 빈사상태에 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 현대주택 환경에서 정지라는 말을 멀리 몰아내고 주방(廚房)이란 중국과 일본에서 쓰는 한자단어가 버젓이 표준어의 자리를 차지한 지도 이미 오래다.

타지역 문화가 물밀 듯 들어오는 오늘날에 와서 년장자들만이 사용하는 함경도 방언 현실을 본다면 운명은 이미 정해져있음이나 다름없다. 우리 방송, 신문들에서 독창적으로 연변과 함경도 방언을 활용해야만 이런 현실에 어느 정도 미리 손을 쓸 수가 있다. 무엇보다 주요한 것은 원시 방언 대화 기록을 보관하여 우리 방언을 지속적이고 의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나아가야 한다.

저자: 칼럼리스트 허성운

#연변말 #함경도 방언 #사투리 #허덕간 #정지간 #비시깨 #골안 #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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