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소봉전기(4)-古龙

핸디맨남자 | 2021.10.29 09:02:03 댓글: 1 조회: 454 추천: 0
분류무협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18660

2. 단봉공주(丹鳳公主)의 비밀

술잔은 여전히 육소봉의 손에 있었다. 그리고 술잔 안의 술은 거의 다 쏟아져 있었다. 그가 급히 곽노인의 집으로 들어갔을 때, 곽노인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곳은 산허리에 대추나무로 지어진 초라한 작은 오두막이었다.

방안은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 있고, 잘 정리되어 있었다. 곽노인은 이 오두막 같은 사람이었다. 작고, 외롭고, 깨끗하고, 정정했다. 겉보기에는 바람에 바짝 말라 껍질이 단단해진 과일 같기도 했다.

그는 작고 깨끗한 의자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술은 매우 향기롭고, 방 안에는 크고 작은 술병들이 널려져 있었다. 모두가 좋은 술같이 보였다.

그는 육소봉의 손에 들린 술잔을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네가 술을 마시러 왔는지, 술잔으로 나를 깨우려고 왔는지 나는 알 수가 없구나."

육소봉도 따라 웃었다.

"급하게 오느라 바지도 제대로 입지 못했어요. 여기에 술잔을 내려놓아도 괜찮겠어요? 아직 술이 남아 있는데, 길거리에서 흘려버리기가 매우 애석합니다."

곽노인은 이상하게 느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무슨 일이 너를 이렇게 급하게 만들었지?"

그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육소봉이 한숨을 쉬곤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사실은 아무 일도 없어요. 단지 어떤 여자가 내 방에 찾아왔을 뿐이죠!"

"내가 알기로는 네 방에는 매일 여자가 찾아오는데 이렇게 놀라 달아나기는 처음이 아니냐?"

"이번 여자는 달라요!"

"뭐가 다르지!"

"모든 게 다 달라요!"

곽노인은 실눈을 뜨고 물었다.

"그 여자가 아주 못생겼어?"

육소봉은 힘껏 머리를 흔들었다.

"못생긴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고, 공주처럼 고귀해요!"

"왜 그 여자를 두려워하지? 그 여자가 널 괴롭히려고 했어?"

"그녀가 정말로 저를 괴롭히려고 했으면 도망 오지 않고 내가 쫓아버리지요."

"그 여자가 도대체 무슨 일을 했기에, 네가 이렇게 놀라 도망을 온거냐?"

"그녀가 저를 향해 무릎을 꿇었어요!"

곽노인은 눈을 크게 뜨고는 육소봉을 바라보았다.

육소봉은 그가 말뜻을 이해 못한 줄 알고 다시 설명을 해주었다.

"그녀가 내 방에 들어오더니, 갑자기 나를 향해 무릎을 꿇었어요. 두 다리 모두 다 꿇었단 말이에요!"

곽노인은 긴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나는 네가 어떤 병도 없는 정상적인 녀석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지금 보니까 그게 아닌 것 같구나."

육소봉은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지금 내가 병이 있는 것 같아요?"

"선녀같이 아름다운 여자가 네 방에 와서 너를 향해 무릎을 꿇었는데 왜 그리 놀라서 도망을 온 거냐?"

육소봉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급히 도망 왔을 뿐만 아니라, 지붕을 뚫고 도망 온 겁니다!"

"보아하니 머리에 병이 있는데, 아주 중병이야."

"내 머리가 맑았기 때문에 도망을 칠 수 있었어요!"

"뭐라구?"

"말했듯이, 그녀는 매우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기세가 등등했어요!"

"기세가 등등해?"

"공주보다 더요!"

"네가 공주를 본 것이냐?"

"아뇨, 그녀가 세 사람의 경호원을 데리고 나타났기 때문에 알 수가 있어요. 정말 공주라면 그렇지 않지요!"

"경호하는 그 세 사람이 누군데?"

"유여한, 소추우, 독고방!"

곽노인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정말로 싸우기 시작하면 목숨을 아끼지 않는다는 유연한이었어?"

"!"

"정말 보기엔 우아하지만, 그 힘이 소보다 훨씬 센 소추우였고?"

"!"

"정말 바람처럼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독고방이었어?"

"!"

"그 세 사람이 모두 그녀를 경호하고 있었다고?"

"!"

"그 여자는 그런 세 사람의 경호를 받으면서도 너에게 무릎을 꿇었다고?"

"!"

곽노인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단숨에 술잔을 비워 버렸다.

육소봉도 술잔에 남아 있던 술을 마시고는 말했다.

"이제 이해가 되세요?"

"그래!"

"그녀가 왜 나에게 무릎을 꿇었다고 생각하세요?"

"도움을 청할 일이 있겠지."

"그녀가 그런 사람인데도, 나에게 도움을 청할 일이라면 무슨 일일까요?"

"아주 힘든 일일 거야."

"나는 이제껏 그녀를 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데, 그녀 때문에 고생을 해야 하죠?"

"바보나 그런 고생을 하는 거지."

"내가 바보라구요?"

"넌 아냐."

"만약 당신이라면, 이런 일을 당했을 때 어떻게 하실 건가요?"

"나도 너처럼 도망쳤을 거야. 너보다 더 빨리는 못 왔겠지만!"

육소봉은 길게 한숨을 쉬고는 미소를 지었다.

"당신도 이젠 늙었나 봐요. 그렇지 않으면 노망이 들었거나."

"너도 멍청이이긴 마찬가지야!"

"?"

"그녀 같은 사람이 너를 일부러 찾아온 것을 보면, 그 일은 다른 사람이 해결하지 못하는 일임에 틀림없어!"

육소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너를 찾아왔는데, 너는 헛되이 도망칠 생각이나 하다니!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으냐?"

"나는 다른 능력은 없어도, 도망치는 건 빨라요."

"아무도 쫓아오지 않았느냐?"

"나를 쫓아올 수 있는 사람은 아주 드물지요."

곽노인은 비웃었다.

"왜 웃어요?"

"그냥 비웃는 거야."

"당신 뜻을 잘 모르겠어요."

"네가 이해 못하는 건 참 많지."

육소봉은 다시 웃었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 있는 저 술이 가장 좋다는 건 알 수 있어요."

그는 손을 내밀어 과연 가장 좋은 술 항아리를 골랐다. 이때 쿵, , 쿵 하는 소리가 앞쪽, 왼쪽, 오른쪽 세 방향의 벽 쪽에서 나더니 순식간에 벽이 부서져 구멍을 만들었다.

세 사람은 느릿하게 구멍으로 걸어 들어왔다. 유여한, 소추우, 독고방이었다.

세 사람은 모두 침착했고, 마음이 편안해 보였다. 마치 밖에서 배불리 밥을 먹고 난 세 사람이 문을 열고 자기 집으로 들어오는 것 같은 표정들이었다.

소추우가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우리들은 창문으로 들어온 건 아니에요!"

독고방이 말했다.

"그거니까 우리들은 짐승이 아닙니다."

두 사람은 말을 하면서 의자를 들었는데, 손으로 잡자 뚜둑, 소리를 내며부러졌다. 두 개의 조각이 되더니 마침내는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유여한도 천천히 침대에 앉았는데 다 앉기도 전에 또 뚜둑거리며 침대가 부서졌다.

소추우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여기 가구들은 모두가 부실하군."

독고방이 말했다.

"그 가구점에서 사면 안 된다는 걸 꼭 기억해야겠군."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아서, 대여섯 가지의 물건이 또 부서졌다. 육소봉과 곽노인은 못 본 듯이 가만히 있었다.

곽노인은 여전히 천천히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이 사람들이 부순 물건들이 원래부터 그의 것이 아닌 것처럼 조금도 속상해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잠시 동안에 방안의 물건들이 모두 이 세 사람에 의해 부서져 버렸고, 열일곱 여덟 개의 좋은 술이 담겨져 있는 항아리도 부서졌다.

소추우가 사방을 훑어보면서 말했다.

"이 방은 그리 튼튼하지 못해서, 다시 짓는 게 더 낫겠어!"

독고방과 소추우는 육소봉과 곽노인이 의자에 앉아 있고, 그들 앞에 술항아리들이 널려있는 탁자가 있는 것을 보았다. 소추우가 말했다.

"()은 뼈와 칼을 상하게 하고, 술은 장()에 독을 주는 것이라, 모두가 사람에게 이로울 게 없는 것이다!"

독고방이 말했다.

"맞소, 한 항아리라도 남겨서는 안 되오!"

그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걸어가 탁자 위의 마지막 항아리를 번쩍 들어 내던져버렸다. 그런데 술항아리가 산산조각이 나기는커녕, 탁자 위로 고스란히 되돌아왔다. 독고방은 얼굴을 찌푸리며 또다시 던졌다. 이번에는 술항아리가 땅에 닿기 전에 육소봉이 재빨리 손을 내밀어 잡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독고방이 다시 던지면, 육소봉이 다시 잡았다. 잠깐 동안에 독고방은 이 술항아리를 예닐곱 번이나 땅에 던졌지만, 술 항아리는 탁자 위에 그대로 놓여있었다. 독고방은 이 술항아리를 보고 있자니 화가 났다.

그가 고개를 돌려 소추우를 보고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 술항아리에는 귀신이 있어서, 던져도 깨지지 않는군!"

"무슨 귀신?"

"당연히 술귀신이지."

"내가 한 번 시험해 보지."

소추우가 걸어와서 탁자 옆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을 못 본 것처럼, 갑자기 술항아리를 잡아서는 힘껏 휘둘러 던졌다.

이 술항아리는 휙, 소리를 내며 멀리 날아갔다. 그러나 깨지지는 않았다.

술항아리가 날아갈 때 육소봉도 같이 날아갔기 때문이다.

육소봉이 의자에 와서 앉을 때 술항아리도 탁자 위로 되돌아왔다. 소추우는 다시 술항아리를 잡고 힘껏 던졌는데, 이번에는 더 빨리 더 멀리 날아갔다. 그는 워낙 힘이 세어서 이렇게 힘을 쓰면, 수백 근 무게의 철근도 날려버릴 수가 있었다.

그러나 이 술항아리는 육소봉이 돌아올 때 또 돌아왔다.

소추우도 화가 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어 중얼거리며 말했다.

"이 술항아리에는 정말로 귀신이 있어, 날개가 달린 술 귀신이 있나봐."

유여한이 갑자기 차갑게 웃더니 탁자 앞으로 가서는 양손으로 술항아리를 꽉움켜쥐었다. 그리고 재빠르게 자신의 머리로 박치기를 해서 깨뜨리려고 하였다.

이번에도 술항아리가 깨지지 않는다면 유여한의 머리가 오히려 상처를 입을 것 같아 소추우는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유여한의 머리가 부서지지도 않았고, 술항아리도 깨지지 않았다.

육소봉의 손이 그의 머리로 뻗어 이 술항아리를 떠받쳤다.

유여한은 또 한 번 웃고는 갑자기 날아서 육소봉의 아랫배를 차려고 하였지만 차지를 못했다. 육소봉이 벌써 몸을 피하여 그의 머리를 넘어 그의 등 뒤에 가 있었기 때문이다. 손에는 여전히 술항아리를 떠받치고 있었다.

유여한이 돌아서서 차려고 하자, 육소봉이 또 몸을 날려 앞쪽으로 와서는 휴우, 하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 술항아리는 우리들의 마지막 술항아리이고, 이 머리도 당신의 마지막 머리일 텐데, 당신은 왜 이것들을 부수려고 하는 건가요?"

유여한은 그를 노려보았다. 멀지 않은 나머지 한쪽 눈도 멀어버린 것처럼 검고 깊숙한 동굴처럼 변하였다.

소추우가 웃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이 사람이 정말로 육소봉이다!"

"그래, 육소봉을 제외하고 또 누가 술항아리 때문에 이렇게 힘을 많이 쓰는 사람이 있을까?"

독고방이 웃으며 말했다.

"맞아, 이런 바보는 세상에 그리 많지 않지!"

소추우가 미소를 지으며 유여한의 손에서 술항아리를 받아 살며시 탁자위에 내려놓았다.

갑자기 퍽,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이 술항아리가 부서져 버렸다. 항아리의 술이 모두 흘러내렸다.

조금 전 유여한의 두 손과 육소봉의 한 손이 힘을 썼을 때 흙으로 만들어진 항아리가 압력을 받아 깨져버린 것이다.

소추우가 멍하니 있다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세상의 일이 다 이런 것이다. 네가 이것을 부수려고 할 때는 부수지 못했지만, 네가 부수지 않으려고 할 때는 오히려 이렇게 부서져 버리는 것이다."

육소봉이 조용히 말했다.

"세상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이 정말로 많은데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유여한이 하나밖에 없는 눈에 처량하고 슬픈 기색을 나타내더니, 말없이 몸을 돌려 걸어 나가버렸다.

육소봉의 이 말이 그의 마음 깊은 곳의 상처를 건드린 것 같았다.

이때 아름답고 맑은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대금붕왕(大金鵬王) 폐하의 단봉공주(丹鳳公主)께옵서 특별히 육소봉 공자(公子)님을 만나려고 오셨습니다."

말을 한 사람은 매우 얌전하게 생기고 눈이 크고,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어린 소녀였다.

그녀는 빽빽한 대추나무 속에서 걸어 나왔는데, 하늘 가득 빛나는 별빛과 달빛이 모두 그녀의 눈에 담겨진 듯하였다.

육소봉이 말했다.

"단봉공주?"

소녀는 반짝거리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는 입가에 가벼운 웃음을 지었다.

", 단봉공주입니다."

육소봉은 곽노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녀가 정말로 공주였구나."

소녀가 말했다.

"조금도 거짓이 아닙니다."

육소봉이 물었다.

"그녀가 사람입니까?"

소녀는 아주 상냥하게 웃었다.

"단봉공주께서 육공자가 또 도망가 버릴까 봐,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소녀의 웃음은 상냥했지만, 말하는 것은 똑 부러졌다.

육소봉은 쓴웃음을 지었다.

소녀는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지금 밖에선 단봉공주께서 육 공자가 만나줄 것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어요." 곽노인이 큰소리로 말했다.

"만나야 해!"

생각이 깊고, 신비한 노인이 웃으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만약 단봉공주를 만나지 않는다면, 그의 친구의 집은 완전히 박살이 나버릴지도 모르지."

별들이 반짝거리고, 상현달이 하늘에 새겨져 있다. 대추나무 속에서 향기가 나고 있었다. 대추나무 향이 아니라 꽃향기가.

꽃향기는 한 마리의 아주 씩씩하고 귀가 크고 다리가 긴 개에게서 나고 있었다.

개의 몸은 오색찬란하고 신선한 꽃으로 덮여 있었고, 주둥이에는 꽃바구니 하나를 물고 있었다.

꽃이 가득한 바구니 속에서 금빛이 찬란하게 나는데, 그것은 네 덩어리의, 적어도 오십 냥은 되는 금덩이였다.

소녀가 꽃바구니를 받아들고 말했다.

"이것은 우리 공주님이 이 노인 분께 보상으로 드리는 것입니다. 육 공자께서 그를 대신해서 받아주세요!"

육소봉은 눈을 크게 뜨고는 말했다.

"왜 보상을 받아야 하지? 당신들이 그의 방을 박살내 버렸기 때문인가?"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육소봉이 말했다.

"네 덩이의 이 보물은 적어도 백 냥은 될 것 같은데, 결코 적은 편은 아니군요."

백 냥의 금이면 집을 몇 채 짓고도 남는 거금이다.

"작은 정성이니 노인께서 웃으며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육소봉이 말했다.

"그는 웃으며 받지 않을 텐데요."

"왜죠?"

"백 냥의 금을 당신들이 그냥 주는 것이라면 그에게 필요가 없는 것이고, 만약 이 방의 보상으로 주는 것이라면 아마 충분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백 냥의 금덩이인데요!"

"나도 알아요."

"이것이 오두막의 보상으로 충분하지 않다구요?"

"약간은 모자랄 거예요!"

"얼마나 모자라나요?"

"얼마일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아마 삼사만 냥은 되어야 할 겁니다!"

"은 삼사만 냥이요?"

"금으로 삼사만 냥이지요."

소녀는 웃었다.

"내 말이 우스운가요?"

소녀는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남의 약점을 이용해서 바가지를 씌우거나 재물을 뜯어내는 사람을 만난 것 같았다.

그녀가 웃는 것 외에 어떤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정말로 그에게 삼사만 냥의 금을 보상할 것인가? 육소봉은 갑자기 그가 방금 앉아 있던 꽃이 조각된 의자를 들고는 물었다.

"당신은 이 의자가 어떤 의자인지 알아요?"

"보아하니 사람들이 앉는 의자 같은 데요!"

"이 의자는 사백 년 전 노명장(魯名匠)이 황제를 위하여 직접 만든 것입니다. 세상에 겨우 열두 개만이 남아 있어요. 황실에 여섯 개가 있고, 여기에 여섯 개가 있었는데 조금 전 당신들이 네 개를 산산조각 내 버렸어요."

소녀는 눈을 크게 뜨고는 그의 손에 있는 의자를 바라보고 천천히 웃음을 멈추었다.

"당신은 이 오두막에 누가 살았었는지 알아요?"

소녀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곳은 대시인 육방옹(陸放翁)이 여름에 시를 읊던 곳으로, 벽에 그가 직접 쓴 시가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망가져버렸습니다." 소녀의 눈은 더 커졌고 얼굴에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육소봉이 조용히 말했다.

"오두막에 있는 나무 한 토막도 모두가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의 가치가있는 것들입니다. 사오만 냥의 금덩이로도 배상하기에 부족할지 모릅니다."

그는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다행히 이 노인께서는 한 푼의 돈도 당신들에게 요구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에게 사오만 냥의 금은 결코 많은 것이 아니니까요."

소녀는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고는 놀라운 눈으로 이 신비한 노인을 바라보았다.

곽 노인은 여전히 유유자적하게 거기에 앉아 천천히 그의 술잔에 남아 있는 술을 마셨다. 마치 세상에서 이 술을 마시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육소봉이 갑자기 머리를 독고방 쪽으로 돌려 웃으며 말했다.

"나는 당신의 견문이 넓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돈이 많은 사람이 누구인지 들으셨겠지요?"

독고방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땅이 가장 많은 사람은 강남(江南)의 화()씨이고, 보석이 가장 많은 사람은 관중(關中)의 염()씨이지만, 가장 큰 부자는 아마 곽휴(藿休)일 것입니다."

육소봉이 말했다.

"당신은 곽휴라는 분을 아십니까?"

"그 사람은 천하의 갑부이지만 은둔자처럼 사는 것을 좋아해서, 소수의 사람들만이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듣기로는 아주 괴팍하고, 이상한 노인이라고 하던데. 그러나....."

그는 갑자기 입을 다물고 곽 노인을 바라보았다. 이 신비한 노인이 바로 세상에서 가장 부자인 곽휴라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된 것이다.

곽노인은 갑자기 한숨을 쉬고는 천천히 일어서면서 말했다.

"지금 이렇게 사람들이 내가 있는 곳을 알아버려서 이곳도 더 이상 머무를 수가 없으니, 너에게 주는 것만 못하겠구나."

육소봉이 바닥의 부서진 나무더미를 보며 말했다.

"내가 전에 부탁했을 때, 며칠 동안 빌려주는 것도 안 된다고 한 걸 기억하고 있어요."

곽노인이 말했다.

"제가 방금 말했듯이 이곳에 있는 물건들은 모두가 보물들이야. 보물을 어떻게 남에게 빌려줄 수가 있겠나."

"보물이 나무토막들로 변해버렸으니, 이젠 다른 사람에게 빌려줄 수 있다는 건가요?"

"그렇지."

육소봉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당신이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이제야 명백히 알겠어요!"

곽노인은 얼굴색도 변하지 않고 조용히 말했다.

"네가 명백히 아는 일이 또 있어."

"무슨 일이요?"

"너는 도망 올 때 세상의 누구도 쫓아올 수 없다고 했지만 세상에는 사람 말고 많은 물건들이 있지. 예를 들면....."

"예를 들어 코가 예민한 사냥개요."

"너는 그리 바보는 아니니, 앞으로 언젠가는 재산을 모을 수가 있을 거야."

까만 마차, 까만 말이 까맣게 빛나고 있었다. 빛나는 마차 위에는 아름다운 꽃이 가득 있었다.

소녀가 말했다.

"우리 공주님은 마차 안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오르시지요."

"마차에 오르라고요?"

"!"

"그런 다음에는요?"

"그런 다음에 이 마차는 곧 당신이 가보지 못한 곳으로 갈 것입니다. 그곳에 도착하시면 절대로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약속합니다!"

"가지 않을 거니까 당연히 후회하지 않죠."

소녀는 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듯이 말했다.

"당신은 왜 가지 않는다는 거죠?"

"내가 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을 따라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을 가야 하죠?"

"왜냐하면....., 왜냐하면 우리들이 당신에게 아주 많은 금덩이를 주었기 때문이지요."

육소봉이 씨익 웃었다.

"당신은 금덩이를 좋아하지 않나요?"

"나는 금덩이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금을 위해 목숨을 바치지는 않아요."

소녀는 눈동자를 굴리더니 조용히 말했다.

"마차 안은 조용하고, 우리 공주님은 매우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이 여행은 매우 길어서 가는 길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릅니다."

육소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말이 내 마음을 약간 움직인 것 같군요."

소녀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간다고 대답하신 거죠?"

"대답하지 않았소."

소녀는 임을 삐죽이고는 말했다.

"왜 아직 대답을 안 하시는 거예요?"

"아름다운 여인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아름다운 여인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은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럼, 당신은 무엇을 위해 목숨을 바치나요?"

"나 자신을 위해서."

"당신 자신을 제외하면, 당신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대상은 세상에 누구도 없다는 말인가요?"

"없소."

소녀는 눈동자를 또 굴리더니 말했다.

"화만루를 위해서도 당신은 안 그럴 건가요?"

"화만루?"

소녀는 여유있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당신이 화만루를 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가 지금 그곳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당신이 만약 안 가신다면 그는 분명히 크게 실망할 거예요!"

"그가 내가 오기를 원한다면, 그 자신이 나를 찾을 거요."

"그러나 그는 올 수가 없어요."

"왜지?"

"그는 지금 한 걸음도 걸을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당신의 말은 그가 당신들에게 잡혀 있다는 거요?"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육소봉이 갑자기 세상에서 가장 우스운 얘기를 들은 것처럼 배를 움켜쥐고는 큰소리로 웃었다.

"왜 웃는 거죠?"

"나는 너를 보고 웃는 거야. 너는 분명히 어린아이인데 이렇게 거짓말하면 안 되지."

"?"

"너희들이 만약에 화만루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천하에서 못할 일이 없을 텐데 왜 나를 찾아온 거지?"

소녀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바보는 아니지만, 그리 똑똑하지도 못하군요."

"뭐라고?"

"첫 번째는, 나는 어린아이가 아니라 단봉공주의 사촌 언니예요. 그녀는 올해 열아홉 살이고 나는 이미 스무 살입니다."

육소봉은 깜짝 놀라며 이 소녀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아무리 봐도 스무 살이나 되는 소녀로는 보이지 않았다. 기껏해야 열두 살도 안 되어 보였다.

소녀는 나직이 웃으며 계속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크게 자라지 않고··· 육칠십 세의 노인이 나보다 훨씬 작을 수도 있다는 것을 당신은 알아야 해요. 보시다시피."

육소봉은 믿기가 어려웠지만, 세상에 정말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로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은, 화만루는 당신과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는 나보다 똑똑해."

"그리고 그는 좋은 사람이지요."

"그럼 나는 아닌가?"

"당신은 좋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속이려면 쉽지 않아요. 만약 화만루처럼 다른 모든 사람을 믿는다면 속이기가 쉬워지지요."

육소봉은 그녀를 여러 번 아래위로 살펴보고는 물었다.

"정말 스무 살이오?"

"지난달에 만 스무 살이 되었어요."

"스무 살이 분명하면, 나같이 나쁜 사람은 절대로 친구를 위해 목숨을 버리지 않는다는 걸 잘 알겠군요. 무모하게 친구를 위해 죽지는 않지."

소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그를 보며 물었다.

"정말요?"

"그럼 정말이지."

육소봉이 마차에 앉자 마차가 출발했다.

마차 안에도 아름다운 꽃들이 가득했다. 단봉공주는 꽃밭에 앉아 있는 가장 귀하고 가장 아름다운 흑장미 같았다. 그녀는 검고 빛나는 눈동자로 육소봉을 바라보았다.

육소봉은 그녀를 바라보지 않고 마차 안에서 잠을 잘 준비를 하려는 듯이 눈을 감고 있었다.

단봉공주가 웃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나는 당신이 마차에 올라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요."

"왜요?"

"조금 전에 당신이 하는 말을 들어 보니, 당신은 어떤 친구를 위해서도 목숨을 버리지 않겠다고 한 것 같은데요."

"나는 원래 친구를 위해 목숨을 버리지는 않아요. 그런데 친구를 위하는 것과 마차에 앉아 있는 것은 아무 상관이 없어요."

단봉공주는 또 웃었다. 그녀가 웃으면, 마치 봄꽃이 눈앞에 가득 피어나는 것 같았다.

육소봉은 눈을 뜨다가는 얼른 감아버렸다.

단봉공주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나를 보지 않으려는 것 같은데, 왜 그러는 거죠?"

"이 마차가 너무 좁고..... 나는 유혹을 참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당신을 유혹할까봐 그러는 건가요?"

"나는 당신을 위해서 목숨을 버리고 싶지는 않아요!"

"당신은 내가 당신에게 목숨을 바쳐 달라고 그럴 것을 어떻게 알았죠?"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단봉공주는 꽃 한 송이를 잡고는 오랫동안 말없이 바라보다가 살짝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당신 말이 맞아요. 우리들이 이렇게 당신을 찾아온 것은, 정확히 말해 당신이 우리들을 대신해서 한 가지 일을 해 달라는 것이에요. 그렇지만 당신을 유혹할 생각은 조금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어요."

"왜 그렇지요?"

"나는 어떤 사람들은 친구를 위해서는 무슨 일이라도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어떤 종류의 사람이요?"

"바로 당신 같은 사람이지요."

육소봉은 웃으며 말했다.

"나 자신조차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는데, 당신은 아는군요!"

"나는 전에 한 번도 당신을 본 적이 없지만, 당신에 대한 소문은 많이 들었어요."

육소봉은 자기 자신에 대한 소문을 한 번도 들어 보지를 못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나쁜 놈이라고 하는 것을 들었어요. 하지만 당신이 나쁜 놈 중에서 가장 사랑스럽다는 것을 그들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거예요."

육소봉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이것이 칭찬하지, 비꼬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들이 말하기를 당신은 겉으로 보기에는 뒷간의 돌처럼 고약하고 냉정하지만, 실제로 그 마음은 부드럽기 짝이 없다고 했어요."

육소봉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단봉공주도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소문이라는 것이 믿을 만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거짓말이 아니군요."

육소봉이 궁금해서 물었다.

"어떤 것인가요?"

"나는 그들이 왜 당신을 네 조각의 눈썹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했는지 알 수가 없었는데, 이제야 잘 알겠어요."

육소봉이 갑자기 얼굴을 찌푸렸는데, 그때 수염도 찌푸려지는 것 같았다.

"누가 이런 이야기들을 나에게 해주었는지 아시겠어요?"

육소봉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화만루가 정말로 당신들 있는 곳에 있는 건가요?"

"내가 왜 당신을 속이겠어요? 못 믿겠으면 당신이 빨리 가서 직접 보면 되잖아요."

"그는 비록 눈이 보이지는 않지만, 십리 밖의 위험도 모두 느낄 수가 있어요. 나는 정말 그가 어떻게 당신들에게 있는지 알 수가 없군요."

"그가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지요. 또 남자이기도 하구요. 한 사람의 착한 남자가 나쁜 여자를 만났는데 어찌 속지 않겠어요?"

"그가 당신을 만났어요?"

"나는 때로 사람들을 속이려고 해도, 상관비연(上官飛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상관비연?"

"상관비연은 설아(雪兒)의 언니예요."

"설아는 또 누구지요?"

"설아는 나의 사촌 동생이에요. 바로 조금 전에 당신을 데리러 갔었던 그 작은 아이지요."

"그녀는 당신의 사촌 언니가 아니었나요?"

단봉공주가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이제 겨우 열두 살인데, 어떻게 나의 사촌 언니가 될 수 있겠어요?"

육소봉은 멍해져서는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를 모르고 가만히 있었다. 그는 자기가 겨우 열두 살짜리 꼬마에게 속았다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 동생을 가진 언니라면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았다.

단봉공주는 그의 얼굴에 나타난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을 보고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을 했다.

"그 앙큼한 것이 또 거짓말을 했군요. 당신은 그 애에게 속은 거지요?"

육소봉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제야 화만루가 어떻게 속았는지 알 수가 있겠어요."

"그는 우리들이 있는 곳에 있기는 하지만, 우리들은 그를 아주 잘 모시고 있어요. 그가 당신의 좋은 친구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정말로 대단한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그는 정말로 대단한 사람이에요."

당신과 화만루, 거기다가 주정은 어릴 때부터 서로 알고 지냈나요?“

"당신은 나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계시는군요."

"솔직히 말하면, 우리들은 당신을 찾기 위해 적어도 일곱 달 전부터 준비를 했어요."

"누구라도 만약 일곱 달에 걸려 찾는다면 그 사람은 정말 운수가 사납겠군요."

단봉공주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우리들은 당신을 해칠 생각은 조금도 없어요!"

육소봉은 단지 웃기만 할 뿐이었다.

"우리들이 당신에게 부탁하는 일은 위험하기는 하지만, 나는 당신이 반드시 응할 것을 알아요."

그녀는 존경과 믿음이 가득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당신들이 나를 찾아온 까닭은 도대체 어떤 일 때문입니까?"

단봉공주는 고개를 떨구고 망설이며 말했다.

"지금 제가 당신에게 말할 수는 없지만, 곧 알게 될 거예요."

"유여한, 소추우, 독고방도 이 일을 위해서 온 것이군요."

단봉공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을 찾는 일도 쉽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당신을 찾는 것보다는 훨씬 쉬웠어요!"

"당신들이 이 세 사람을 찾는 데는 어떤 방법을 사용했습니까?"

"모든 사람들은 약점을 가지고 있어요. 그들도 내가 어떤 방법으로 당신을 초대하게 되었는지는 생각해 내지 못할 거예요!"

그녀는 손에 쥐고 있던 한 송이의 꽃을 육소봉 앞에다 던지면서 천천히 말을 이었다.

"유여한, 소추우, 독고방, 화만루, 게다가 당신까지 있는데, 세상에 그래도 못 할 일이 있다면 그건 정말 이상한 일일 거예요."

창 밖에는 우유 빛 안개가 피어나기 시작해서 마차 안의 불빛이 더욱 부드러워졌다.

육소봉은 그녀의 손에 있는 꽃을 보았다. 꽃도 아름답기는 했지만, 그녀의 손이 더욱 아름다웠다.

그녀는 이 아름다운 손으로 가만히 육소봉의 옷에다 꽃을 꽂으며 말했다.

"당신은 그만 자는 것이 좋겠어요."

"왜 그렇지요?"

단봉공주는 고개를 떨어뜨리고 한층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왜냐하면 내가 당신을 유혹하고 싶어지니까요."

마차는 짙은 안개를 헤치며 앞으로 가고 있었다. 안개는 짙었다. 새벽안개라서 서서히 긴 밤이 끝나고 있었다.

육소봉은 마차 안에 비스듬히 누워 잠든 것 같았다.

"당신이 한숨 자고 나면, 그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육소봉이 참지 못하고 눈을 뜨고 물었다.

"그가 누구인데요?"

"대금붕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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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이다 (♡.50.♡.207) - 2021/11/02 18:40:23

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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