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조각사 28

3학년2반 | 2022.01.24 07:51:14 댓글: 0 조회: 302 추천: 0
분류인터넷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44746

차례


1) 멜버른 광산

2) 바드레이와 친위대

3) 움바 벨카인

4) 다가오는 위험

5) 발굴된 얼음 미녀상

6) 특별한 재회

7) 열악한 결투

8) 뺏겨 버린 갑옷

9) 두 번째 검술의 비기

10) 헬리움의 재탄생

11) 30골드의 행사



1) 멜버른 광산

위드는 텔레포트 게이트를 이용하여 하이네프 산악 지역에 있는 요새 트레이피크에 도착했다.

"이놈의 팔자는 안 다니는 곳이 없군."

베르사 대륙이 좁게 느껴질 정도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여행의 즐거움은 뒷전이고, 금역이나 위험한 장소에 가서 죽을 고생이나 하며 다녔다.

"철광석이 필요하신 분 구경이나 해 보고 가세요."

"할인 판매! 철광석 마지막 떨이 있어요!"

트레이피크에는 장사를 하는 유저들이 많이 보였다.

상인이 아니더라도 멜버른 광산에서 사냥을 해서 얻은 광물들을 유저들에게 판매했다.

멜버른 광산 출입료

지하 1층 300골드
2층 850골드

3층 1,800골드

4층 길드원 외에 출입 금지


흑사자 길드에서 내건 사냥터의 출입료를 납부하기 위하여 유저들은 전리품을 얻는 족족 판매해야 했따.

가끔 귀한 아이템을 얻더라도 흑사자 길드의 지분을 따로 떼어 주어야 했기에 사냥에서 수익이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하지만 돈보다는 레벨을 올리는 걸 우선으로 여기는 유저들로 인하여 멜버른 광산의 인기는 항상 높았따.

철광석을 캘 수 있는 광부들은 시간에 따른 이용 요금까지 따로 납부해야 될 정도로 착취가 일상화된 장소였다.

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배울 점이 많은 훌륭한 통치로군. 여기서 독재까지 이루어진다면 완벽할 텐데."

얼마 후면 자신도 아르펜 왕국의 국왕이 된다.

영토로는 모라타와 바르고 성채의 작은 왕국에 불과하였지만 선진 통치 기법들을 배워 두면 나중에 악덕 국왕이 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2층으로 사냥 가실 분요. 밤늦게까지 사냥만 하실 분요!"

"흑사자 길드원이 파티 구합니다. 아이템은 저 혼자 다 가질 거고, 대신에 입장료는 무료로 해 줍니다. 직업 제한, 레벨 제한 있습니다."

위드는 사람들 사이에 끼지 않고 트레이피크 요새의 성벽에 서서 구름이 떠다니는 걸 지켜보며 잠시 시간을 보냈다.

입장료를 내기 아까워 흑사자 길드에 속해 있는 헤겔에게 귓속말을 보냈더니 기꺼이 와 주겠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트레이피크에서 장사하는 유저들은 산 능선을 따라 길게 지어진 성벽에 모여 있었다.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쭉 걸어 가면서 모두 구경할 수 있는 편한 구조였다.

"요즘에 직업 마스터 퀘스트는 누가 제일 앞서 나가지?"

"바드레이 아니겠어? 헤르메스 길드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 주잖아."

"에휴, 길드의 지원은 진짜 전쟁의 신 위드라도 당해 낼 수가 없나."

"흑기사 마스터 퀘스트는 무슨 보상을 주는지 알아?"

유저들 사이에는 직업 마스터 퀘스트가 화제였다.

최초로 스킬의 마스터를 한다는 의미를 갖기도 했고, 퀘스트의 규모가 워낙 대단했다.

유니콘 사에서 밝힌 정보에 따름련 보상으로 직업 스킬의 비기와 마스터로서의 영향력 그리고 특별한 무언가를 더 얻을 수도 있다고 했기 때문에, 갈수록 화제가 되었다.

스킬 레벨에 대해 무관심했던 랭커들이 현재 도처에서 숙련도를 위한 노가다를 하고 있을 정도였다.

"게시판에서 봤는데 흑기사 직업 퀘스트를 완료하면 기사단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도 있더라."

"CTS미디어에서는 전설의 창과 갑옷을 얻을 수도 있다던데."

"그건 바드레이가 열한 번째 퀘스트를 하면서 얻었잖아."

"언제 열한 번째 퀘스트를 했어?"

"몰랐구나 어제 성공시켰어 방송으로 밤새도록 중계해줬는데."

"우와 그거 꼭 재방송으로 봐야겠다."

"CTS미디어가 방송 잘했다더라 거기에서 봐 헤르메스 길드에서 CTS미디어와 협력하고 있어서인지 화면 편성 정말 괜찮더라."

위드의 눈가가 질투로 실룩였다.

조각술 마스터 퀘스트에서는 각 종족의 우호도 증가나 고대 유적 발견의 이벤트를 제외하면 아직까지 특별한 보상은 받지 못했다.

그에 비하면 퀘스트의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바드레이는 장비를 구했고, 체이스는 중앙 대륙의 최고 모험가의 증표까지 받았다고 한다.

소화제로도 해결이 안 되는 남이 잘되었을 때의 배 아픔!

위드가 속이 쓰려하고 있을 때 텔레포트 게이트를 통해 헤겔이 도착했다.

위드는 손을 흔들었다.

"아, 여기야!"

"위드 형?"

"그래, 나야."

헤겔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라, 형 드워프 아니었어요?"

지난번에 봤을 때에는 위드가 드워프의 몸을 하고 있었던 기억이 났다.

위드는 대충 둘러댔다.

"그때는 사정이 있어서 드워프 왕국에 다녀오느라 퀘스트 때문에 몸이 잠깐 바뀌어 있었던 거야. 근데 왜 늦었어?"

"길드 사무소에 들렀다 오느라 늦었어요. 참, 여기는 제 동료들요 학교에서 봐서 알고 있죠?"

헤겔을 따라서 온 2명의 여자애들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디네와 알리스 그녀들은 최상준을 따라다니던 학교 여후배들이었다.

로열 로드에서도 헤겔과 같이 다니고 있는 모양이었다.

"여기서 또 뵙네요."

위드는 대충 인사를 받아 줬다.

"응, 그래 반갑다."

"형, 형이 멜버른 광산에 들어가 보고 싶다고 해서... 어차피 형 데리고 가야 되니까 애들도 같이 불렀어요. 괜찮죠?"

"나야 뭐 상관없지."

위드야 멜버른 광산에 공짜로 들어가는 입장에 가릴 만한 처지는 아니었다.

"멜버른 광산은 그냥 갈 만한 던전은 아닌데 간단하게 준비 좀 할게요. 저만 따라오세요."

헤겔은 갑옷에 흑사자 길드의 정식 회원 인장이 찍혀 있기 때문에 트레이피크에서도 혜택이 막대했다.

방문하는 상점마다 세금이 포함되지 않은 낮은 가격으로 물건을 구입했다.

시샘이 일어날 정도로 싼 가격이었고, 몇 가지를 구입하면 한 등급 높은 물품들도 서비스로 챙겨 주었다.

"방문하신 것을 환ㅇ녕합니다, 기사 헤겔 님."

병사들이 창을 들어 올리면서 정중하게 인사도 했다.

"흑사자 정식 길드원이다."

"장비 멋있는 것 좀 봐."

눈에 띄는 주위의 반응에, 헤겔의 거만함까지도 자연스럽게 보일 정도였다.

"헤겔 기사님, 건투를 빕니다. 광산 안에 몬스터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곳까지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헤겔 기사님. 어서 안으로 들어가시죠."

멜버른 광산에 들어갈 때에도 입구를 경비하는 기사들이 먼저 말을 걸며 인사까지 건넬 정도였다.

위드는 그런 면에 있어서는 현실적이었다.

어릴 때부터 부잣집 아이를 질투하고 시샘하지 않았다.

그런 편협한 마음으로는 이 험한 세상에서 성공하기가 어렵다.

적극적으로 옆에서 아부를 하며 빌붙는 성향!

"헤겔아 너 참 대단하구나."

"헤헤 뭐 그냥 기본이죠."

"못 본 사이에 레벨도 많이 올린 것 같은데 장비도 좋아지고."

"이번에 길드에서 장비를 좀 받았죠 동급의 몬스터 정도는 위험하지 않게 잡을 수 있어요."

"흑사자 길드가 정말 대단하긴 하구나!"

"형은 길드 없어요?"

"나도 가입되어 있긴 하지."

황야의여행자 길드는 소속 인원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았다.

길드 채팅을 열어 놓으면 주로 들리는 말들은 보물 탐색이나 보스 몬스터 사냥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일반 중소 길드라면 보스 몬스터 사냥에 수십 명, 백 명 이상이 달려들기도 하였다.

많은 피해를 입더라도 널리 알려진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게 되면 길드의 명성이 그만큼 높아지고 길드에 가입하려는 사람도 늘어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라도 보스 몬스터를 사냥했다.

황야의여행자에서는 지금까지 그러한 이유로 길드원 소집을 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진 않았다.

전형적인 은둔자들의 길드였지만 필요에 따라서 보스 몬스터 사냥 등을 하더라도 정말 필요한 몇 명이 모여서 가볍게 슥삭 해치우는 식이었다.

"어려운 일 있으면 언제든 말해요, 형. 흑사자 길드라면 어디서든 이 정도 대우는 받으니까요."

"그래, 고맙다."



★★★★★★★★★★★★★★★★★★★★★


트레이피크의 텔레포트 게이트로 사람들이 속속 도착했다.

"공기 참 시원하네."

"이곳이 톨렌 왕국이구나 비싼 텔레포트 이용료를 내고 왔으니 사냥이나 열심히 해야지."

도착한 유저들은 준비된 ㅁ날을 하면서도 연방 눈동자를 굴리며 주변을 정찰했다.


트록 : 흑사자 길드가 그렇게 많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아크힘 : 텔레포트 게이트 주변은 안전한가?

트록 : 그렇습니다. 친위대가 오셔도 될 것 같습니다.


10여 명의 유저들이 흩어져서 요새의 이곳저곳을 살피고 보고했다.

그들은 헤르메스 길드 소속의 비밀 정찰대였다.

텔레포트 게이트에서 연속으로 환한 빛이 일어났다.

파파팟!

바드레이와 친위대와 암살단이 텔레포트 게이트를 타고 이동해 왔다.

유저들 사이에는 무신이라고 불리며, 헤르메스 길드의 암중 지배자, 하벤 왕국의 국왕인 바드레이가 트레이피크에 도착했다.

그와 친위대는 평송에 사용하던 장비를 훨씬 수준이 뒤떨어지는 것으로 바꾸고 간단한 분장도 했다.

바드레이는 물론이고 친위대의 병력 중에서도 얼굴이 알려진 이들은 투구로 가리거나 샤먼들이 하는 칠을 해서 알아볼 수 없도록 했다.

뒤를 이어 따라온 암살단은 마을에서는 항상 평범한 복장을 착용했고, 외모에서도 댄서처럼 간단한 화장으로 특이한 점을 감출 수 있었다.


카심 : 멜버른 광산으로는 시간을 두고 흩어져서 가겠습니다. 아직까진 흑사자 길드 측에 발각되면 곤란하니 다들 주의하시기를.


바드레이와 친위대, 암살단은 상점에도 들르고 상인들로부터 쓸모없는 물건도 사면서 시간을 보냈다.

트레이피크로 이동해 오면서 평소보다 텔레포트 게이트를 이용하는 사람이 500명이나 많아졌다.

의심을 피하기 위하여 친위대도 2시간에 걸쳐 나눠서 도착했다.

정찰대는 주요 길목에 배치되어 흑사자 길드의 인원이나 트레이피크의 요새의 군대를 관찰했다.


그레이든 : 이곳은 확인된 바로 보병 6만, 궁수 2만, 기사 3천이 머무르는 군사 요새입니다. 흑사자 길드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새지만 베덴 길드와의 싸움이 먼 곳에서 벌어지면서 군대를 지휘할 유저는 거의 전방으로 배치되었습니다.

트록 : 그렇다고 해도 전투가 벌어지면 지원군은 금방 올 수 있습니다.

카심 : 놈들이 전력을 정비해서 오더라도 멜버른 광산까지는 바로 오지 못하도록 시간을 끌 수 있을 겁니다.


바드레이의 이번 퀘스트는 흑사자 길드의 영역에 있는 멜버른 광산에서 이루어진다.

직업 마스터 퀘스트로서 어마어마한 관심을 받고 있었으며, 광산에 숨어 있는 진짜 보스 몬스터를 퇴치하고 검술의 비기까지 얻을 수 있는 중요한 퀘스트였다.

헤르메스 길드에서 멜버른 광산으로 병력을 파견하는 것을 흑사자 길드에서 허용해 줄리가 만무했다.

협력을 요청하는 대신에 힘을 바탕으로 모조리 쓸어버리고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레이키나 : 광산에 정찰대가 도착했습니다. 입구를 살펴봤지만 아직 특별한 동향은 보이지 않습니다. 통행료를 내고 안으로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


위드는 헤겔을 따라서 멜버른 광산의 지하 1층으로 들어갔다.

깡깡깡!

유저들이 곡갱이를 들고 채광을 하는 모습들이 흔하게 보였다.

멜버른 광산에서는 질 좋은 철광석이 나오지는 않지만 곡갱이질을 조금만 하더라도 많은 양을 얻을 수 있었다.

철광석은 쉽게 돈과 바꿀 수 있었으며 운이 좋으면 은, 금도 획득 할 수 있기 때문에 캐내려는 사람이 몰리는 장소였다.

'여긴 사람이 많군.'

위드는 보통 혼자이거나 소수의 동료들과의 사냥을 선호했다.

인기 있는 사냥터인 멜버른 광산에는 유저들이 집단으로 몰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매몰된 광부, 길을 잃어버린 병사들이 몬스터로 출몰하기도 해서 파티 사냥도 원할하게 많이 이루어졌다.

알리스가 애교 섞인 귀여운 목소리로 물었다.

"선배님, 여긴 어떤 곳이에요?"

"레빌이 낮은 150대부터 사냥을 하기에 좋지 난 다른 곳에서 주로 성장을 했는데 여긴 전리품도 잘 나오는 편이라서 레벨 250까지 쭉 머무르는 사람도 있어 여기서 사냥하다 보면 대장장이들과도 친해질 수 있다더라."

헤겔은 여자 후배들에게 상냥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괜찮은 길목마다 먼저 온 파티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흑사자 길드원이 오면 비켜 주어야 했기에 시선을 상당히 많이 받았다.

"참, 너희 레벨이 몇이지?"

"둘 다 220 조금 넘어요."

"그러면 여기는 넘어가고 바로 지하 2층으로 가도 되겠다."

"정말요? 고마워요, 선배님."

헤겔은 후배들을 데리고 한 층 더 내려가기로 했다.

"형, 형도 괜찮죠?"

"뭐 나야 상관 없지. 여기 멜버른 광산은 네가 더 잘 알 테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해."

지하 3층에서부터 사파이어를 캘 수 있기 때문에 위드도 불만 없이 따라갔다.

사실 지하 3층부터는 입장료도 문제였지만 신분 확인이 명확하게 되지 않으면 내려가지 못한다.

그 때문에라도 헤겔에게 얌전히 빌붙을 작정이었다.


지하 2층으로 내려가서부터는 흑사자 길드의 예비 회원 인장이 찍혀 있는 유저들이 보였다.

사냥을 하는 사람이 많아서 붐볐지만, 텅텅 비어 있는 구역도 있었다.

헤겔은 비어 있는 곳으로 사람들을 데려갔다.

"여기는 흑사자의 정식 길드원만 사냥할 수 있는 자리야. 내가 있으니까 너희도 사냥해도 돼."

디네가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고마워요, 선배님. 그런데 안 돌아다니고 여기에서만 사냥을 해요?"

"응. 통로에서 지키고 있다 보면 몬스터들이 뛰쳐나오잖아. 이동하지 않아도 되고 뛰어나오는 몬스터들만 해치우면 되니까 사냥이 편해."

"아하, 그렇구나."

흑사자 길드에서는 던전에서도 좋은 자리는 모조리 장악하고 있었다.

사냥터의 혜택을 많이 보는 거대 길드 소속일수록 쉽게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레벨이 높더라도 임기응변에는 약하고 장거리 모험도 선뜻 떠나지 못하고 주저하는 편이라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제 시작해 보자. 몬스터가 좀 많이 나올지도 모르지만, 침착하게만 대응하면 될 거야."

"우리가 여기서 사냥해도 되겠어요?"

"걱정 마 위험하면 내가 지켜 줄 테니까."

헤겔은 통로의 앞쪽을 막아섰다.

갑옷을 모두 착용한 기사의 높은 방어력은 전투에서 막강한 능력을 발휘한다.

어지간한 공격은 몸에 맞더라도 갑옷이 대부분 파괴력을 흡수해 버린다.

몸 전체를 감쌀 수 있는 카이트 쉴드까지 들고 있었기 때문에 실수로 몬스터의 공격에 많이 맞더라도 안전한 편이었다.

기사들의 높은 방어 능력은 몬스터와 최전선에서 싸울 수 있는 용기와 연결된다.

헤겔은 이렇게 전투 의지를 다지면서 방패를 들고 서 있을때가 참 좋았다.

'이 맛에 기사를 하지'

심장이 두근거리는 느낌.

주변의 시선을 받으면서 사냥을 개시하는 이 흥분이야말로 기사를 택하고 나서 조금의 후회도 남지 않게 만들었다.

"선배님, 멋있어요!"

"사냥하는 모습 좀 보여 주세요. 먼저 싸우시는 거 보면 정말 도움 많이 될 것 같아요."

여자들의 응원은 헤겔의 기분을 붕 뜨게 만들었다.

'그리 어렵지 않겠군.'

위드는 주변 파티들이 몬스터들과 싸우는 모습들을 관찰했다.

지하 2층에는 멘추라라는 광산 몬스터가 주로 출몰했다.

레벨이 210 정도로, 지금의 위드에게라면 대충 휘두른 주먹에도 꼼짝 못하고 죽어 버릴 수준!

수백 마리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난전이 벌어진다고 해도, 급소도 조준하지 않고 정면으로 뛰쳐나가면서 무기를 마구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전멸시킬 수 있을 정도였다.

가끔 등장하는 파이어 멘추라는 준보스급으로, 불을 지르면서 돌아다닌다.

광산의 길에 불이 붙으면 주변 광물들이 반짝거려서 아름답게 보인다고 한다.

"이제 온다!"

긴 더듬이를 가지고 바퀴벌레처럼 생긴 몬스터 멘추라가 3마리 나타났다.

헤겔을 향하여 한꺼번에 덤벼들었지만, 기사의 높은 방어력에 의하여 크게 피해를 주지 못했다.

헤겔은 몇 대를 맞아주면서도 차분히 검으로 베어서 3마리를 해치웠다.

"선배님, 어쩌면 그렇게 강하세요!"

"이 정도야 기본이라고 할 수 있지 내가 막아 줄테니까 걱정 말고 공격해."

"넵!"

다음에 나타나는 멘추라는 헤겔과 디네, 알리스가 협력해서 잡았다.

위드는 적당히 어정쩡한 입장이었다.

멘추라를 사냥해서는 경험치가 거의 먼지만큼도 쌓이지를 않았다.

아무리 노가다의 달인이라고 하더라도, 구슬 꿰기도 되지 못할 상황!

"3등급 철광석이네. 이거 내가 필요하던 건데 잘됐다. 너희도 필요한 아이템 있으면 말해."

전리품은 헤겔이 가지거나, 다른 두 여자애에게 선심 쓰듯이 나눠 줬다.

"선배님, 방금 마법 맞으셨는데도 멀쩡하시네요. 저항력이 얼마예요?"

"대체로 39% 정도 되지. 불에는 피해를 안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헤겔의 장비는 훌륭한 편이라 디네와 알리스에게 몬스터를 몰아주기가 편했다.

흑사자 길드에서 몬스터 몰이를 많이 해 주어서 성장한 덕분에 그런 쪽에 대해서는 잘 알았다.

이렇게 셋은 화기애애한 사냥을 하고 있었지만, 위드는 심심했다.

레벨이 400이 넘는 상태에서 안전하고 편안한 던전에 왔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멜버른 광산은 인기 있는 사냥터였고 그나마 나타나는 몬스터들을 여러 파티들이 나눠 먹다 보니 위드의 눈에 차지도 않았다.

'더 위험해져야 하는데. 마구 움직이면서 몬스터의 집단을 찾아다녀야 되는데 이런 방식은 고기 뷔페에 가서 공기밥에 물 말아 먹는 것처럼 비효율적이군."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지하 3층으로 내려가자고 하기도 어렵다.

위드는 사냥에 끼어서 한몫 얻어 내려고 몸부림치느니 그냥 자리에 앉아서 조각품을 만들기로 했다.

그쪽이 차라리 시간 낭비도 하지 않고 이익이었다.



★★★★★★★★★★★★★★★★★★★★★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이 멜버른 광산에 배치되었다.


트록 : 정찰대 광산 주변에 배치 완료.

레이키나 : 지하 1층과, 광산의 입구 주변에 특이한 동향은 없습니다.

카심 : 흑사자 길드의 병력은?

트록 : 던전의 수준이 높지 않다 보니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미리 파견되어 사흘간 잠복하고 있던 정보원의 보고에 따르면 어제부터 레벨 300 이상의 유저는 광산으로 총 160명 정도가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중에 흑사자 길드 소속은 75명이었습니다.


지하 3층에서부터는 몬스터의 레벨이 300대를 넘었다.

그 때문에 고레벨 유저들도 상당히 많이 방문하는 편이었다.

물론 그래 봐야 침입한 헤르메스 길드의 세력에는 비교도 되지 않을 수준에 불과했다.


카심 : 고작 그 정도라면 금방 쓸어버릴 수 있겠습니다.

아크힘 : 시간을 오래 끌면 그리 좋진 않습니다. 어디서든 저들이 눈치를 챌 수 있으니 바드레이 님과 친위대가 광산에 도착하고 나면 바로 시작하지요.

카심 : 마지막 확인을 위해 묻겠습니다. 흑사자 길드만을 상대로 싸웁니까?


현재의 길드 채팅 채널은, 헤르메스 길드에서도 특수한 임무가 부여된 이들에게만 따로 입장이 허락되었다.

다른 길드의 영역에서의 전투 임무인 만큼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신경을 쓴 것이다.


아크힘 : 우리의 목표는 바드레이 님의 퀘스트 성공이며, 그를 위하여 이곳 멜버른 광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죽어야 합니다.


흑사자 길드도 대단한 명문 길드 중의 하나였다.

패도를 걷는 헤르메스 길드이기 때문에 가능한 과감한 결단을 내린 셈이다.


아크힘 : 계획에 대해서 간단히 알려 드리겠습니다. 이곳 멜버른 광산 외에도 흑사자 길드의 영역에 속해 있는 열한 곳에서 동시에 전투가 벌어지게 됩니다. 흑사자 길드와 적대하고 있는 베덴 길드도 움직이게 될 테니 구원 병력이 이곳으로 도착하려면 상ㅇ당한 시간을 필요로 할 거라고 봅니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여러 곳에 공격대를 보내서 동시에 교란작전을 펼치기로 했다.

베덴 길드와도 협약을 맺어서 시기를 맞춰서 공성전을 벌이도록 했다.

흑사자 길드를 완전히 뒤흔들어 놓겠다는 계산을 끝마친 상태였다.



★★★★★★★★★★★★★★★★★★★★★


헤겔은 지하 2층에서부터 후배들과 멘추라 사냥을 하며 실컷 힘자랑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몬스터는 연속 공격에 약해. 강하게 때려서 혼란 상태를 일으키거나 놈들이 물러서면, 그 틈을 타서 따라가며 계속 때리면 되거든."

"어려워요, 선배님."

"내가 시범을 보여 줄게."

헤겔의 의도대로 후배들과의 오붓한 시간이 흘렀다.

위드는 그사이에 하품을 하며 간단한 조각품들을 만들었다.

대충 만드는 것 같지만 순식간에 완성되는 조각품의 가치는 상당했다.

조각품을 만들어서 바가지를 듬뿍 씌워서 판매하면 그게 전부 돈!

"형도 사냥하세요."

"아냐, 난 괜찮아. 나중에 할게."

위드는 조각품을 만들며 가끔 고개를 들어서 사냥을 구경 정도만 했다.

지하 3층으로 가려면 어차피 헤겔과 동행해야 된다.

야비하고 치사한 것이 던전 인심이라고, 무단으로 아래층으로 가서 채광을 하다가는 흑사자 길드에 의하여 공격을 받게 될 테니까.

빌붙으려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되는데 헤겔은 양호한 성격을 갖고 있었다.

"헤겔, 너 전투 참 시원하게 잘한다."

"아니, 뭘요."

"이야! 싸우는 모습을 보니 레벨 많이 올렸나 보네."

"아! 형, 저 이번에 레벨 330 찍었어요."

가끔씩 칭찬의 말만 한마디씩 던져 주면 될 뿐!



★★★★★★★★★★★★★★★★★★★★★


멜버른 광산의 지하 4층!

이곳에는 흑사자 길드에서도 정예라고 할 수 있는 레벨 360이상의 유저들이 파티를 구성하여 사냥을 하고 있었다.

지하 4층은 일곱 갈래로 이어지는 갱도의 형태를 가졌다.

흑사자 길드에서는 모든 영역을 밝혀내고 나서 지도까지 제작한 후였다.

몬스터들이 많이 나와서, 유저들은 사냥을 즐겼다.

"오늘도 그럭저럭 사냥 많이 했ㄴㅔ."

"으하암 피곤한데 요새로 돌아가서 바람이나 좀 쐬고 올까?"

"그것도 괜찮지."

사냥을 하던 흑사자 길드의 파티 하나가 요새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러던 그때, 광산이 크게 흔들렸다.

쿠르르르릉!

"땅이 흔들린다!"

"이거 무너지는 거 아냐?"

"설마 이렇게 큰 광산이 무너지기야 하려고."

"하지만 이렇게 땅이 들썩이는데... 천장에서 돌 떨어진다 조심해!"

그들만이 아니라, 멜버른 광산에서 사냥을 하는 흑사자 길드의 채팅을 통해서도 아우성들이 일어났다.

멜버른 광산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꿈틀거렸다.


땅을 흔드는 구슬로 인하여 숨겨진 던전, 벨카인의 은신처가 드러납니다.

멜버른 광산과 연결되어 있는 던전으로, 현재 광산에 들어와 있는 모

든 유저들에게 일주일간 경험치, 아이템 드랍률 2배의 혜택이 부여됩

니다.

첫 번째 사냥에서 해당 몬스터에게 나올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좋은

물건 아이템이 떨어집니다.


"이게 뭐지? 갑자기 던전의 입구가 나타나다니 신기하네."

"우리 여기로 들어가 봐야 하는 거 아니야?"

"멜버른 지하 4층에서 연결된 던전이면 난이도가 보통이 아닐 텐데. 길드로 연락을 취해 보는 게 우선 아닐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벽이었던 장소에 큰 동굴이 뚫리게 되었다.

흑사자 길드의 유저들은 모여서 같이 탐험을 할지 길드에 보고할지 상의를 했다.

그리고 그때 길드의 전체 채팅으로 급보가 날아들었다.


카마라스 : 오이홀 던전입니다. 정체불명의 세력이 들어와서 유저들을 마구 학살 중! 우리 흑사자 길드원 1명이 나서서 말리려고 했지만 공격을 받아 죽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나서 봤지만 모두 사망했습니다. 우리로는 무리이니 지원이 필요합니다.


1분도 지나지 않아서 다른 유저도 보고했다.

제크트 : 포크리드 던전 이곳에도 정체불명의 자들이 대거 진입, 모든 유저를 죽이고 있습니다. 우리 길드원에 대해서도 가차 없는 공격을 퍼부으면서 전투가 발생했습니다. 적들의 전력이 상상 이상이라서 밀리고 있습니다.

폼 : 푸인 산악 지대에서도 전투가 시작되었습니다. 공격받은 초소가 함락당했으며 성채에도 불이 붙었습니다. 지원군을 급히 요청!


흑사자 길드의 세력권에 있는 사냥터, 던전이 갑자기 공격을 받았다.

사태는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았다.

미르나케 : 쿠른 성으로 베덴 길드의 대규모 전투 병력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마법사 부대와 공성차들로 볼 때 공성전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던전과 사냥터의 평화는, 회복이 크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그곳의 몬스터들이 뛰쳐나가 주민들을 살육하지 않는 한 경제력과 치안에 실질적인 피해까지 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공성전이 벌어져 패배하게 되면 소유하고 있는 성과 주변 지역의 지배권이 모조리 베덴 길드로 넘어가게 된다.

흑사자 길드에서 투자해서 쌓아 올린 발전도가 날아가고, 되찾는다고 해도 치안이 극도로 불안정해진다.

주민들이 줄어들게 되면, 그것도 복구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상당히 많이 걸린다.

베르사 데륙의 대부분의 부는 중앙으로 집중되고 있었는데, 전쟁으로 많이 피폐해진 이유도 농업 지역의 파괴와 기술을 가진 주민들의 감소에 있었다.

적 병사들에 의해 죽지 않더라도 성이 함락되거나 치안이 떨어지면 도주를 해 버렸기에 많은 손실을 입는다.


네차크 : 저도 지금 쿠른 성에 있습니다. 관찰된 바로는 베덴 길드의 병력이 만만치 않습니다. 흑사자 길드의 병력에 긴급 소집령을 내려야 합니다.

꼬까 : 길드의 전투부장으로서 알림 각 지역에서 사냥이나 퀘스트, 장사를 하고 있는 유저들은 전투준비를 하고 명령을 대기하라.


흑사자 길드가 비상 체제로 들어갔다.

길드의 수뇌부에서는 갑자기 여러 곳에서 터진 사태의 파악을 위하여 힘을 쏟으며, 쿠른 성으로는 급히 지원군을 보냈다.

다른 일에 우선해서 성을 빼앗기는 것만큼은 막아야 됐다.

흑사자 길드의 유저들이 정신이 번쩍 든 사이에, 멜버른 광산에서도 헤르메스 길드에 의하여 학살이 시작됐다.



2) 바드레이와 친위대


사카인 : 지하 1층을 최대한 빨리 정리하라. 바드레이 님이 갈 수 있도록 지하 2층으로 내려가는 길부터 뚫는다.


멜버른 광산에는 친위대와 전투단 그리고 헤르메스 길드 소속의 암살단 밤의칼날 2개 조가 동원됐다.

밤의칼날에는 길드에서 성장시킨 어쌔신들이 300명이나 되었다.

2개 조라고 해도 80명의 최정예 어쌔신으로, 굉장한 전력이었다.

군소 길드는 밤의칼날 2개 조만 파견하더라도 처참히 짓밟을 수가 있을 정도였다.

어쌔신들은 무기를 꺼내 들고 쇄도했다.

"꺄아아아악!"

"그냥 던전 나갈 테니 살려 주세요."

"무차별로 다 죽인다. 도망쳐!"

멜버른 광산에서 사냥하던 유저들은 떼죽음을 당했다.

욕도 하고, 봐 달라고 빌어도 봤지만 헤르메스 길드의 어쌔신들은 자비가 없었다.

그들에게는 괜찮은 수입원이기도 했으니 철저히 살육을 벌였다.

바드레이는 죽은 자들이 널린 길을 걸으며 친위대와 함께 지하 2층으로 향했다.


★★★★★★★★★★★★★★★★★★★★★


"형, 이거 어쩌죠? 갑자기 공격을 받아서 우리 다 죽게 생겼어요."

"무슨 일인데? 차근차근히 말해 봐."

"그게요........"

헤겔은 길드 채팅을 통해서 들은 내용을 설명해 줬다.

"아, 진짜 나쁜 놈들이네."

"완전 재수 없어."

알리스와 디네에게는 짜증이 나는 정도였지만, 위드에게는 한 방울도 안 남기고 다 마셔 버린 우유가 우통기한이 2달이나 지난 것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된 것만큼 심각한 문제였다.

"흑사자 길드의 병력으로는 못 막아?"

"여러 곳에서 동시에 사건이 벌어졌어요. 하필 전쟁도 일어나서요, 이곳부터 와서 도와줄지 장담할 수 없겠는데요."

흑사자 길드도 많은 전쟁을 경험하였다.

헤겔도 형을 따라 공성전에 가담한 적이 많았지만, 이런 식으로 갑자기 뒤통수를 맞는 것처럼 공격을 당하는 것은 드문 상황!

보통 사냥터와 던전은 그 지역의 성, 마을을 뺏으면 자연스럽게 들어온다.

이런 식으로 공격조를 파견하여 방해하는 공작은 그들이 무사히 살아서 돌아간다는 보장이 전혀 없는 위험한 전술이었다.

물론 이번처럼 정신없이 한꺼번에 벌어지는 경우에는 오히려 흑사자 길드에서 수습하기가 더 바쁠 수 있었지만

사정을 알게 된 위드도 한숨을 쉬었다.

"그렇군 이번에도 뒤로 넘어져서 병원비가 나오게 생겼어."

"예?"

"그런 게 있어."

이번에는 어째 헤겔의 덕을 보며 쉽게 가나 했더니 하필이면 이런 사고가 또 벌어졌다.

"전혀 추측도 하지 못하고 있어요. 다른 던전에서 사건을 벌이는 쪽과 같은 편이라면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세력이 많진 않을 텐데 베덴 길드가 공격을 해 온 시기도 미묘하고요."

이런 종류의 일은 막 닥쳤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도, 적들의 정체에 대해서도 모른다.

다 끝나고 난 후에야 알게 되겠지만 그때는 너무 늦은 일.

위드는 조각품 만들기를 중단하고 일어섰다.

"이 광산에 있는 흑사자 길드원들은 어떻게 하기로 했는데?"

"싸워 보려고 했는데, 보고를 듣자니 지하 1층의 적들이 장난이 아니라고 해서요. 일단은 지하 4층에 모여서 대응하기로 했어요."

"그래? 그럼 우리도 그쪽으로 갈 수 있을까?"

"저랑 같은 편이니까 데리고 가더라도 상관은 없겠죠."

"고맙다. 가자."

위드는 배낭을 뒤적이며 살펴보았다.

이곳에서 쓸 일이 없을 것 같은 장비들은 미리미리 영주성에 보관을 해 두었다.

하지만 콜드림의 데몬 소드와 탈로크의 믿음 갑옷, 고대의 방패, 성자의 지팡이, 바르칸의 풀 세트, 바하란의 팔찌, 슬로어의 결혼반지도 현재도 갖고 있었다.

하나라도 잃어버리면 정신적인 충격이 엄청날 것 같은 아이템들이었다.

'흑사자 길드에서도 큰 소동이 벌어질 정도라면 쳐들어온 놈들의 세력이 정말 보통은 아니라는 이야기인데.'

위드도 설마 헤르메스 길드와 바드레이 본인이 멜버른 광산에 왔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래도, 웬만한 고레벨 유저 정도라면 흑사자 길드에서 가뿐히 밟아 주고 끝냈을 것이다.

헤겔의 사색이 된 얼굴로 봐서는 침입자들의 세력이 대단하고, 정말 큰 위기라는 뜻.

멜버른 광산 전체가 전투 지역으로 설정되어서 로그아웃도 불가능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가야 되겠군."

위드도 광산의 지도는 봐 두었기에 대략의 길을 알았다.

"형, 일단 제가 길을 열게요."

헤겔이 검과 방패를 들고 나서려고 했다.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어."

위드는 데몬 소드를 뽑아 들었다.

그러자 느껴지는 으스스한 한기!

막 뛰어다니면서 공격할 틈을 노리던 멘추라들이 위드의 투지와 카리스마에 의하여 위축되었다.

위드를 향하여 공격도 하지 못하고 불쌍하게 벌벌 떨기만 하였다.

서걱!

-멘추라가 사망에 이를 정도로 파괴적인 공격을 가했습니다.

급소를 노리지도 않았고 그저 데몬 소드가 스쳐 지나가기만 했을 뿐인데도 급사망!

위드가 툭툭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길을 막고 있던 멘추라가 죽어 나갔다.

"어어?"

헤겔은 어이가 없었다.

길드 사냥을 부지런히 쫓아다닌 덕분에 그의 레벨도 330이 되었다.

이 레벨만 되어도 어디 가더라도 대우받을 수 있는 수준이었고, 멘추라가 무섭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장난처럼 가볍게 검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멘추라가 죽어 나가다니, 이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흑사자 길드의 창립 멤버 중 1명인 우리 형도 이 정도는 아니었어.'

헤겔은 자기 자신의 부족한 판단력과 감각 때문에 육체가 가진 전투 능력을 온전히 다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헤겔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유저들이 레벨에 비해서는 원래 약했다.

위드가 레벨이 330이었을 무렵에는 본 드래곤과도 싸웠고, 토둠에서 실컷 활약을 하면서 돌아다녔다.

남들보다 스탯을 늘리고, 여러 스킬들을 악착같이 조합한 결과였다.

그에 비해 다른 유저들은 좋은 장비에 동료들 그리고 적당히 나오는 몬스터에 길들여졌다.

위드가 보리 빵을 먹으면서 성장했다면, 다른 유저들은 미디엄 웰던으로 잘 익힌 소고기 스테이크를 먹으면서 살아온 것과 마찬가지였다.

위드가 멘추라들을 처치하며 물었다.

"흑사자 길드의 지원군은 언제 와?"

"그게요, 아직 잘 몰라요. 지금 구성을 하고 있는데 다른 급한 곳이 많아서요. 시간을 알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위드는 싸우면서도 주변을 살폈다.

소식이 아직 전해지지 않은 탓인지 여전히 사냥에 열중하고 있는 파티가 있는가 하면, 갑자기 놀라서 큰 목소리를 내는 유저들도 보인다.

"쳐들어온 적들에 대한 정보는?"

"몰라요."

"그래도 몇 명인지 알 거 아니야?"

"지금 멜버른 광산에 대해서는 좀 더 정보가 왔어요. 자그마치 300명이 넘어요."

"추정 레벨은?"

"그게 어이가 없어요. 지하 4층으로 사냥을 오려던 우리 길드의 유저가 1층에서 싸웠는데 적들 중 1명에게 죽었어요. 레벨이 367이 넘는데도 불구하고요."

이 정도라면 그냥 병원비가 나가는 게 아니라 보험 처리도 안 된다고 봐야 한다.

'정말 위험하겠군.'

위드는 걸음을 더욱 빨리했다.

어릴 때에는 바른생활을 통해 세상을 올바르게 사는 법을 배운다.

나이를 먹으면서 사회에서 배우는 것들은 그와는 달랐다.

불의에 대해서 참는 법.

내 일이 안이라면 나서지 않는 법.

자기 자신을 위해서 상대방을 깔아뭉개고, 공을 빼앗는 법.

"정직하게 먹고살기가 왜 이리도 힘든지...... 나처럼 착한 사람은 언제나 고생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 원망스럽군."

"예?"

"아무 말도 아니야."

지하 3층으로 내려가는 입구에는 멘추라가 잔뜩 모여 있었다.

멜버른 광산에서는 특별히 몬스터의 번식이 아주 빠르기에 벌어지는 일이었다.

평소에는 좋은 사냥터의 조건이기도 했지만, 지금처럼 급한 마당에는 장애물밖에 안 됐다.

"길을 뚫어야 되겠군."

위드가 가지고 있는 검술 스킬도 제법 여러 개였다.

온갖 스킬들을 잡식성으로 다 배우는 검사들도 있지만, 몇 가지 뛰어난 스킬들만 중점적으로 사용해 왔다.

황제무상검법!

사냥을 위해서 적절하게 활용했지만 상대가 가진 무기를 부숴 버리는 파워 브레이크는 쓰지 않았다.

전투에서 이기고 나서 획득할지도 모를 전리품을 부수는 것만큼 무모한 건 없는 일.

조각 검술, 헤라임 검술 그리고 광휘의 검술까지, 위드의 스킬도 전투의 특성에 맞춰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해졌다.

원거리 공격 스킬인 광휘의 검술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빛의 정화였다.

"야식으로 통닭 먹으면 되는데 꽃등심을 구워 먹을 수야 없지."

닭 잡는 일에 소 잡는 칼을 쓸 수는 없는 노릇.

위드의 레벨이나 공격력을 감안한다면 멘추라에게 광휘의 검술을 쓰는 건 몬스터 학대였따.

"네?"

헤겔, 알리스, 디네는 자꾸 중얼거리는 위드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는 잘 알지 못했다.

"형, 여기서는 같이 싸워요."

"아니야. 혼자 먹을 것도 없어."

위드는 지하 3층으로 내려가는 길에 몰려 있는 멘추라에게 그대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캬하오오!

크야앙!

멘추라들이 덤벼들지 않고 위협을 했다.

하지만 눈동자 깊은 곳에는 오히려 두려움만 가득했다.

전투를 시작하면서 위드의 투지가 더욱 크게 발산되었다.

전쟁의 신.

베르사 대륙에서 강한 몬스터들과 숱한 전투를 거치면서 멘추라 정도는 덤비기도 어려울 정도의 투지를 갖게 되었다.

멘추라들이 스스로의 의지로 꽁무니를 빼면서 물러나려고 했다.

단 1명이 다가가는 것으로, 레벨이 낮지도 않은 17마리의 멘추라들이 저마다 도망치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위드가 뻔히 보이는 경험치와 전리품을 남겨 놓고 지하 3층으로 내려갈 리는 없었다.

"조각 검술!"

위드가 검을 휘두르며 멘추라의 사이로 뛰어들었다.

검의 반경에 접해 있는 몬스터의 대량 사망!

일제히 회색빛으로 변해서 사라지는 멘추라는 구경하는 사람에게 정신적인 충격을 안겨 줄 정도였다.

일부 멘추라는 이판사판이라는 생각에 투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결사적으로 반격을 가해 왔다.

위드는 관대하게 그러한 공격을 몸으로 맞아 줬다.

갑옷도 제대로 챙겨 입지 않은 상태였다.

-멘추라의 공격이 스쳤습니다.
생명력이 46 떨어집니다.

-멘추라의 공격이 급소에 정통으로 맞았습니다.
극한에 달한 인내력으로 고통으로 이겨 냅니다.
강철 같은 맷집으로 피해를 견뎌 냅니다.
생명력이 159 감소합니다.

위드에게는 간지러울 뿐!

"대충 정리가 되었군."

지하 3층으로 향하는 입구 주변의 몬스터가 금방 깨끗하게 사라졌다.

위드는 멜버른 광산에서뿐만 아니라 직업 마스터 퀘스트를 하면서 전투를 원하는 만큼 많이 하지 못했다.

그 한을 풀기라도 하듯이 1마리도 남기지 않고 쓸어버렸다.

"와! 선배님, 최고예요."

"어쩌면 그렇게 강하세요! 방금 쓰신 공격 스킬은 이름이 뭐예요?"

디네와 알리스의 말투에는 호감이 듬뿍 묻어 나왔다.

헤겔에게는 그동안 공을 들인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악몽의 반복이 되는 셈이었다.

'아... 예전에도 그랬지.'

드워프 조각사 위드!

크라마도 던전에서 위드가 놀라울 정도의 활약을 펼치던 과거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지하 3층으로 내려가고 나서 보니 그곳에 있는 유저들은 습격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대비하고 있었다.

"어디의 놈들이야?"

"몰라 보이는 대로 마구 죽인다니까 싸울 준비부터 해야지."

안내하는 흑사자 길드원들을 따라서 유저들은 지하 4층으로 내려갈 채비를 갖췄다.

멜버른 광산의 지하 4층은 갱도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고, 입구는 좁고 장애물ㄹ들이 있어서 수비를 하며 싸움을 하기에 용이한 지형이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흑사자 길드에서 지원군을 보내 줄 거라는 믿음을 가졌기에 지하 3층의 유저들은 아래층으로 내려가려 했다.

"형, 우리도 빨리 가죠."

헤겔은 같은 길드원들 사이에 있으면 안심이 될 것 같아서 재촉했다.

하지만 위드는 지하 3층에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사람들도 많이 빠지고 있고... 좋은 기회로군."

"무슨 기회요?"

"나는 상관하지 말고 먼저 내려가도록 해."

위드는 배낭에서 곡괭이를 꺼내 들고 탄광 지역으로 향했다.

광산의 깊은 곳일수록 좋은 철이 나온다. 물론 캐내려고 하는 사파이어도 있는 것.

깡! 깡! 깡!

사파이어가 많이 나온다는 구역에서 숙련된 곡괭이질을 했다.

곡괭이의 무게에서 맞춰서 내리칠 때 힘을 주고 정확한 타점을 노리는 기술.

전투에서 가끔 큰 적과 싸울 때 사용하는 일점 공격술과 비슷한 면도 있다.

- 쿠헤헤헤헷.

- 우리의 원한을 해소해야 해. 우리를 이곳에 그냥 가둬 놓고 굶어 죽게 한 나쁜 놈들.

- 너도 톨렌 국왕이 보낸 하수인이 틀림없을 것이다아.

멜버른 광산의 지하 3층에서는 곡괭이질을 할 때마다 성난 정령들이 나타난다.

죽은 기사들이 정령이 된 것으로, 침입자에 대한 증오심을 가진 것이 특징.

그들이 나타나면 전투가 벌어지기 때문에 광부들이 일을 하려면 전사들이 지켜 줘야 했다.

물론 광부들을 앞세워서 파티 사냥도 많이 벌어졌다.

사제가 있다면 정화 마법을 통하여 사냥하기가 좋은 장소인 것이다.

"조금 기다려 봐."

- 무슨 소리냐. 우리의 원한으을.......

"이거나 받아먹어."

위드는 에르리얀이 알려 줬던 대로 정령들에게 사과를 던져 줬다.

- 사과다.

- 맛있게 잘 익었다.

정령들은 사과에 달라붙었다.

탐스러운 사과는 순식간에 물기가 사라진 채로 말라붙었다.

- 더 다오.

- 몇 개만 더 내놓아라.

- 그럼련 죽이지 않을 것이다.

"에휴."

위드는 한숨을 쉬면서 곡괭이질을 하며 과일을 집히는 대로 하나씩 던져 줬다.


-정령들과의 우호도가 증가합니다.
멜버른 정령들과 신뢰 관계가 생성됩니다.


시간만 있더라도 멜버른의 정령들 정도는 어렵지 않게 다 잡았을 것이다.

조각 검술이나 광휘의 검술은 정령들도 가리지 않고 잡을 수 있는 기술이다.

하지만 지금은 위험한 세력이 광산에 들어와서 쫓기는 입장이었으니 바라는 대로 줄 수밖에 없는 노릇.

"살다 살다 정령들에게 과일까지 바치게 되다니, 이놈의 팔자는......"

위드는 곡괭이질에 집중했다.

- 우걱우걱 그쪽을 더 파 봐라.

- 반짝이는 파란색 보석을 찾나? 오른쪽에도 뭉쳐 있ㅎ다.

중급 채광 스킬에 정령들이 알려 주는 위치를 파다 보니 사파이어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왔다.

정령들이 과일을 좋아하고 채광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건 사실 대단한 가치를 가진 정보였다.

-중형 사파이어 원석을 발굴하셨습니다.
행운이 1만큼 증가합니다.

-대형 사파이어 원석을 발굴하셨습니다.
행운이 2만큼 증가합니다.
채광 스킬의 숙련도가 높아집니다.


"조각술 마스터 퀘스트에 채광 스킬까지 쓰게 되다니......"

캐릭터만 잡캐가 아니라 직업 퀘스트까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었다.

에르리얀과 관련된 퀘스트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파이어가 많을수록 좋았다.

어떤 조각품을 만드느냐에 따라서 필요한 사파이어의 수량도 다르다.

지금은 원석들로 어느 정도 수량을 채웠음에도 불구하고 위드는 계속 파 내려갔다.

"언제 또 이런 퀘스트를 받을지 몰라."

채광 스킬도 올려놓고 사파이어도 듬뿍 캐기 위하여 계속 곡괭이질을 했다.

사파이어는 보석으로 가공하더라도 예쁜 아이템이지만, 고위 마법사나 인챈터에게 주면 검과 갑옷에 빙계 계열의 속성을 걸어 줄 수 있다.

공격 데미지도 올려 주다 보니 비싸게 팔리는 보석류였다.

"형, 이제 그만 가요."

차마 위드를 그냥 놔두지 못하고 뒤따라온 헤겔과 두 후배는 안절부절못했다.

위드가 정령들에 둘러싸여 계속 곡괭이질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 거기예요, 바로 거기.

- 그쪽으로 파 내려가면 엄청 큰 원석이....... 조금 새콤 하면서 신 것을 먹고 싶은데 혹시 석류는 안 가지고 왔나?


★★★★★★★★★★★★★★★★★★★★★


헤르메스 길드가 멜버른 광산의 지하 1층을 완전히 쓸어버리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밤의칼날 소속 어쌔신들만으로도, 사냥을 하던 파티들은 암습을 당하여 차례차례 전멸했다.

어쌔신들의 이름이 붉에 떠올랐다.

하지만 그들은 전투 중이거나 마을에 들어갈 때에 악명이 드러나지 않게 숨길 수 있는 스킬도 가졌다.

물론 상대방의 관찰이나 감시 스킬이 뛰어난다면 적발되어 곤란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헤르메스 길드에서 지배하는 영토에서는 그들에 대해 사면령을 내려 놓았기에 악명에 대해서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가자."

바드레이와 친위대는 거칠 것 없이 지하 2층으로 내려갔다.

그곳의 유저들은 친위대의 일부만이 나서서 압도적인 무력으로 학살했다.

일부 유저들은 갱도로 도망을 치기도 하였지만 밤의칼날 소속의 어쌔신들이 따라붙어서 확실히 목숨을 끊어 놓았다.


★★★★★★★★★★★★★★★★★★★★★


유병준 박사는 아침마다 스스로 나이가 든 것을 많이 느꼈다.

"돌이켜 보면 젊음이란 정말 빨리도 지나가는구나."

어릴 때는 시간의 귀중함을 알지 못했다.

로열 로드를 발명하느라 보내 온 많은 시간들.

이제 육체는 늙어서 예전 같지 않았다.

인류사에 한 획을 그은 가상현실.

차후로도 발전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했지만, 유병준 박사는 아마 그 이후까지는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모든 것을 물려주고 난 이후에는 사람들이 모르는 곳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싶어."

야망을 불태웠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무거운 짐을 더 하면서 열심히 살아온 것 같다.

유병준은 후계자를 찾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만든 결과물인 로열 로드에서 벌어지는 일을 매일 지켜봤다.

"쯧쯧, 욕심이 끝도 없군. 그만하면 되었으련만......"

거대 길드들의 탐욕.

욕심 많은 인간들이 더 많이 가지려고 무리를 이루었으니 분쟁이 끊이지 않고 일어났다.

이것도 인간의 본성일 수 있기에, 유병준은 어디까지나 그저 지켜보는 입장이었다.

"모라타라... 이제 아르펜 왕국으로 커지게 되겠군. 상당히 놀라울 정도로 빠른 성장이야."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던 북부 대륙은 제일 보잘것없는 지역이었다.

위드의 모험은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전설의 달빛 조각사가 된 이후로, 여러 모험을 통해 직업이 가진 역사적인 숙원을 풀어 나가며 왕국까지 일으켰다.

몬스터와 검, 마법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이 경이로웠다.

"나도 로열 로드를 한다면 아마 모라타에서 시작했을 것 같군."

사람들이 모여서 만드는 힘이 얼마나 거대할지는 시간이 자연히 알려 주게 되리라.

유병준은 모라타에서 매일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을 봤다.

모험가들이 새로운 발견물을 들고 의기양양하여 돌아온다.

전사들은 점점 멀리까지 나가서 사냥물을 잔뜩 가져오고, 던전을 격파했다는 소식을 들고 왔다.

바드들은 말도 안 되는 멋진 공연을 성공시켰다.

재봉사들은 꼼꼼히 짜인 옷감을 개발하며 기술을 발달시키고 있고, 대장장이도 마찬가지다.

조각사와 화가 들이 만들어 내는 각종 예술품들은 거리를 아름듭게 만든다.

정원사들은 위드가 라체부르그에서 구해 온 꽃과 나무 들을 소중히 관히하면서 키워 갔다.

모라타의 변화란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모든 분야에 걸쳐서 매일 점점 더 좋은 곳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평범한 기적이 결국은 왕국까지 이어지게 만들었다.

유병준은 그 때문이라도 위드를 자주 지켜봤다.

대륙의 다른 성과 도시 들이 전쟁으로 피폐해지는 동안에 초보자의 작은 힘들을 모아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어 가는게 놀라웠다.

게다가 위드를 비롯하여 각 분야에서 앞서 가던 이들이 직업 마스터 퀘스트를 경쟁적으로 진행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멜버른 광산에서 위드와 바드레이가 만나다니."

둘이 같은 던전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직 없다.

평소라면 바드레이와 위드의 모험을 수천만 명 이상이 지켜보고 있었겠지만, 사건의 특성상 생방송으로 중계되고 있지도 않았다.

벌써 전후 사정을 보고 있는 사람은 유병준 한 사람뿐이었다.

"과연 이게 어떻게 될지......."

유병준은 흥미롭게 모니터를 지켜봤다.

사파이어를 파낸답시고 태평하게 곡괭이질을 하는 위드를 보고 있자니 오히려 그가 더 초조해지는 느낌이었다.


★★★★★★★★★★★★★★★★★★★★★


"이 정도라면 되려나?"

위드는 반짝반짝 빛나는 사파이어를 바구니에 담았다.

부수입으로 얻은 2등급, 3등급 철광석도 상당수였다.

광물이라서 무게가 상당히 나갔지만 무거운 줄도 모를 정도였다.

"땅만 파도 돈을 벌다니... 역시 채광 스킬이란 쓸 만하군."

로열 로드에서 돈이 되는 스킬은 몽땅 탐이 났다.

"조금 더 파고 가야지."

"형, 이제는 진짜 빨리 가요. 더 이상 여기서 낭비할 시간이 없어요."

헤겔이 옆에서 잡아끌었다.

그는 멜버른 광산이 습격당했을 때부터 당황해서 정신이 없었다.

지하 4층에는 흑사자 길드와, 사냥을 위해 온 유저들이 계속 모이고 있다고 한다.

헤겔은 불안해서 빨리 그곳에 합류 하고 싶었지만, 그가 보기에 위드가 엉뚱한 일을 하면서 시간만 끌었다.

'아무래도 이 형의 레벨은 상당해. 지난번의 던전에서도 그렇고 조금 전의 전투 능력만 보더라도, 보통이 아니야. 오늘의 싸움에도 도움이 되겠지. 그런데도 정말 사파이어가 탐이 나서 캐고 있는 건 아닐 테고.......'

위드는 사파이어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정령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파내다 보면 보석과 광물을 듬뿍 채취할 수 있었다.

향후 이것들을 가공하게 되면 얻을 조각술 숙련도며 대장장이 스킬, 아울러 돈까지 저절로 연상되어 너무너무 만족스러웠다.

"선배님, 빨리 가셔야 돼요."

"여기서 이렇게 계시면 안 된다니까요!"

디네와 알리스도 참다못해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위드가 멘추라를 상대로 보이던 멋진 모습과 철혈의 카리스마를 뿜어내던 분위기는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

바쁠 때 딴짓하는 위드가 정말 짜증이 났다.

"케케케켓. 사파이어다. 흠집도 없이 맑은 것이, 정말 최상품이로구나."

채광도 그냥 하는 것이 아니었다.

사파이어 원석이 발견이 되면 그 주변을 조심스럽게 파내야 했다.

원석에 아무 손상도 입히지 않고 파내면 채광 스킬도 잘 오르고 가치도 높게 책정된다.


★★★★★★★★★★★★★★★★★★★★★


유린은 자유롭게 대륙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만났다.

"이렇게 아름다운 아가씨가 화가라니, 그림을 한 점 부탁 드려도 되겠습니까?"

로브를 입고 있는 남자 마법사의 접근.

"색감이 좋군요. 저도 그림을 좋아하는데...... 술을 살 테니 이야기라도 하시죠."

기사도 다가왔다.

"제가 발굴한 그림이 있는데 혹시 감정이 되신다면 유린 님에게 맡겨도 되겠습니까?"

모험가는 오래전 그려진 그림까지 가져왔다.

도시나 경치 좋은 곳에서 그림을 그리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일을 그녀는 좋아했다.

유저나 주민 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들은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숨겨진 골짜기나 꽃이 활짝 피어 있는 오솔길을 알려 줬다.

"이런 장소가 또 숨겨져 있었구나. 빨리 그려 봐야지."

보리 빵에 우유를 마시면서 붓으로 작품을 그리다 보면, 그 그림은 캔버스만이 아니라 마음에도 남았다.

멋진 풍경의 그림을 그리며 사색에 잠기고, 완성해 나가는 성취감을 느끼고, 자유로운 창조의 시간을 누린다.

초상화를 그림련서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친해지는 것도 좋았다.

그녀의 친구 등록이나 인맥도 무시 못할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유린은 모라타와 바르고 성채에 있을 때 가장 즐거웠다.

초보자들과 같이 사냥도 나가고, 또 적은 금액을 받고 그림도 그려 줬다.

그녀의 그림 그리기 실력도 일취월장했다.

"같이 밥 먹을래? 괜찮은 요리사를 알아 놨거든. 마음에 쏙 들 거야."

화령은 검치를 따라서 사냥하다가 어렵게 시간을 내서 유린을 만났다.

"좋아요, 언니."

둘은 식사를 하고 공연도 봤다.

모라타는 예술과 공연이 많이 벌어지는 도시이다 보니 다른 지역에 비해서 여성 유저들의 비율이 높은 편.

둘은 고소한 풀 차도 마시면서 대화의 꽃을 피웠다.

"위드 님은 어릴 때도 참 멋있었지?"

"그야... 집에서는 두꺼운 내복을 2개 겹쳐 입고 다녔어도 괜찮았어요."

두 여자의 화젯거리로는 위드가 자주 올라왔다.

화령은 위드가 유린이 정말 사이좋은 오누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궁금했다.

"근데 이건 정말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둘이 싸운적은 없어?"

"어릴 때는 오빠에 대해서 오해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정말 세상에서 가장 좋아해요."

"그렇구나. 싸울 일도 없겠네. 내가 괜한 걸 물어봤구나."

화령은 역시 위드와 잘 지내기 위해서는 유린을 확실히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에요, 언니. 오빠에 대해서 짜증 날 때도... 얼마 전에도 있긴 있었죠."

"그랬어?"

"지난겨울이었어요."

유린의 눈가가 벌써부터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어그 부츠가 정말 꼭 사고 싶었는데......"

여자들이 겨울철에 좋아하는 어그 부츠 멋이나 귀여움 때문만이 아니라도 정말 따뜻하고 편해서 신고 다니는 이유도 컸다.

유린도 도서관을 오가면서 공부를 하기 위해 어그 부츠를 신고 싶었다.

"오빠한테 어그 부츠를 사 달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신발 이야기가 나오니 눈이 번쩍 뜨이는 화령이었다.

"예쁜 어그 부츠로 사 줬어?"

보통 남자들은 여자들이 신발이나 가방 이갸기를 하면 반응이 썩 좋진 않다.

특히 어그 부츠를 싫어하는 남자들도 많기 때문에 민감할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안 사 줬어요. 발이 춥다고 하니까 버선 신고 다니라고......"

"케엑!"

"하지만 버선을 신으면 발이 신발에 잘 안들어가잖아요. 사정을 설명했더니 장화까지 신으면 어그 부츠랑 똑같다면서... 으흐흑."

화령은 유린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그녀가 최근에 들은 것 중에 가장 슬픈 이야기였다.


3) 움바 벨카인


바드레이는 친위대와 전투단을 이끌고 멜버른 광산의 지하 3층에 도착했다.

"우리가 온 것이 알려진 모양이군."

"그런 것 같습니다."

지하 3층의 유저들은 모두 떠난 듯, 비워져 있다.

정찰을 위하여 따라온 도둑 몇 명이 주변을 수색해 봤지만 근처에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지체할 시간이 없으니 내려가시지요. 여기에 숨어 있는 놈들은 암ㅁ살단에 맡기시면 될 겁니다."

"가자."

헤르메스 길드의 병력은 지하 1층과 2층의 유저를 처리한 이후에 두 갈래로 나뉘었다.

암살단은 마법사, 도둑 들을 데리고 멜버른 광산에 함정을 설치하여 흑사자 길드의 구원군이 도착하면 막기로 했다.

지하 1, 2, 3층을 완전한 함정 밭으로 만들어 요새화하여 시간을 끌 계획이었다.

친위대와 전투단은 바드레이를 따라서 아래로 내려가기로 했다.

"조금 흥미진진하군."

"과연 얼마나 강할지... 짜릿한 싸움이 되겠어."

전투단이 무기를 꺼냈다.

광산에 있는 남아 있을 유저들을 해치우고 퀘스트를 완료해야 했다.

바드레이의 퀘스트라면 헤르메스 길드의 정보 역량이 총동원되는 것은 당연했다.

그들의 숨은 활약으로 멜버른 광산에는 벨카인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벨카인은 중대형 몬스터로 분류된다.

원래의 레벨은 620 이상으로 추정!

대륙의 역사서에 따름련 지옥의 밑바닥에서 스스로 기어나온 마수라고 한다.

100여 년 전에 톨렌 왕국에 끔찍한 피해를 입히다가 결국 하이 엘프들이 나서서 물리친 것으로 기록되었다.

죽지는 않고 상처를 입고 도주했다는데, 하이네프 산악 지대로 숨어든 이후로 나타나지 않았닫고 한다.

"정보대의 보고에 의하면 이 광산에서 누가 벨카인의 꼬리털을 조금 발견한 적이 있다고 하니... 우리가 이제 싸워야 할 적일 가능성이 높겠지."

"울음소리도 한두 번 들린 적이 있었다고 하던데 위치가 알려지지 않았지. 간단히 해치우고 떠나도록 하지."

역사서에 나온 표현대로라면 벨카인은 매우 파괴적인 마수로 땅의 힘을 이용할 줄 알아 위험했다.

"전투준비 차례대로 내려간다."

그들은 지하 4층에 도달하면 입구 주변에서 흑사자 길드와 유저들의 거센 저항이 있으리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방어력이 높은 전투단의 기사들부터 몸을 방패로 가린 채로 계단을 내려갔다.

하지만 뜻밖에도 광산에서 사냥을 하는 유저나 흑사자 길드 유저들의 공격은 없었다.


켄트리오 : 적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어서 내려와 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원래대로라면 흑사자 길드에서는 입구에서부터 방어선을 칠 계획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무모하게 맞서느니 지진이 일어난 이후 드러난 던전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벨카인의 은신처!

그곳에서 돌아다니면서 시간도 끌 수 있고, 운이 좋다면 반대쪽 출구도 발견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졌다.

암사자들이 입구 주변의 흔적을 조사했다.

"주변에도 없습니다. 그리고 발자국들이 던전으로 이어졌습니다."

"이거 어이가 없군. 알아서 죽을 자리로 들어간 건가?"

그로비듄이 말했다.

친위대에 속해 있는 그의 직업은 네크로맨서

원래는 레벨이 446에 달하는 고위 마법사였다.

바르칸과 불사의 군단이 건재할 때까지만 해도 네크로맨서로 전직을 하지 않았다.

위드에 의하여 불사의 군단이 사라지고 난 이후로, 방송을 보며 네크로맨서의 잠재력에 대해 생각해 보고 전직했다.

초보 마법사가 아닌 만큼 기본 실력이 갖춰져 있었으며 길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네크로맨서로 능력을 키웠다.

큰 규모의 전투에서 활약할 수 있는 네크로맨서로서, 이번에 따라온 것이다.

"여기에도 병력을 일부 남겨 놓고 벨카인의 은신처로 간다."

바드레이가 앞장서기 시작했다.

그가 나서야 하는 전투를 앞두고 검과 갑옷을 원래의 무장으로 바꾸었다.

직업 퀘스트를 하면서 켈튼 왕국 왕실 기사의 검도 입수했지만, 그가 쓰기에는 수준이 떨어진다고 판단하여 보관만 했다.

흑기사 페도르텐의 풀 세트!

베르사 대륙에서 현재까지 나온 것 중에 최상품을 입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친위대와 전투단도 보스급 몬스터를 사냥하기 위한 장비를 장착했다.

중대형의 마수를 퇴치하기 위하여 긴 창과 철퇴, 도끼로 파괴력을 키웠다.

"어떤 놈이든 박살을 내 줘야지."

"도끼 전투대 전진."

바드레이는 평소보다 빨리 걸었다.

흑사자 길드의 구원군이 올 수 있다는 부담감보다는 전투에서 강인한 모습을 보이며 싸울 때가 좋았다.

베르사 대륙의 최강자로서 무력을 세상에 과시한다.

어느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막강함을 가진 바드레이

"크크큿, 어서들 따라오너라."

그로비듄은 언데드 소환으로 시체를 일으켰다.

네크로맨서의 언데드 군단을 만들어서 전투 병력으로 썼다.

멜버른 광산에서 사냥하던 유저들이 시체를 일으켰기에 최소가 듀라한, 데스 나이트급이었다.

둠 나이트도 몇 명이 끼어 있는 전력.

흑사자 길드의 유저들을 비롯하여, 4층에서도 전투가 벌어지게 되면 언데드는 더 많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


- 어떻게 하죠? 이쪽으로 오는 것 같아요.

- 쉿 조용히.

- 형, 그대로 지나가길 기다릴까?

- 아마 우리를 모르고 지나갈 리가 없겠지 너희는 지켜보기만 해.

위드는 다른 3명을 데리고 지하 3층의 광산에 그대로 숨어 있었다.

헤겔은 지하 4층으로 계속 내려가고 싶어 했지만, 냉정히 볼 때 그건 별로 의미가 없다.

침입자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흑사자 길드의 전력을 충분히 감안하고 쳐들어왔으리라. 헤겔이 알려 준 1층과 2층의 상황을 들어도, 4층에 모이고 있는 유저들이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급할수록 냉정함을 잃은 판단을 내릴 수 있었지만, 위드의 생존 본능은 그럴 때일수록 빛을 발했다.

오히려 대부분의 유저들이 빠져나간 지하 3층에 남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는 남은 사람이 얼마 없을 테니, 침입자들 전체가 돌아다니면서 찾으려고 하지 않을 거야.'

악덕 사장들 밑에서 일하던 눈치와 돈 계산을 할 때처럼 빨라진 머리 회전이 내린 결론이었다.

하지만 그런 훌륭한 판단을 한 위드를 보는 다른 세 사람의 표정은 썩 좋진 않았다.

'사파이어 캐느라 늦었으면서.......'

보석 욕심도 있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었다.

"크아아아악!"

"왜 아무 죄도 없는 우리를......."

"배니쉬!"

다른 곳에 숨어 있던 유저들이 발각되며 고함 소리와 전투를 벌이는 소음이 들렸다.

상대가 어쌔신들이기에, 직업이 도둑이거나 같은 어쌔신이 아니고서야 완전히 숨기지 못했다.

위드는 길게 이어진 갱도의 끝에서 움푹 들어간 부분, 사파이어를 파내던 장소에 셋을 데리고 숨었다.

어쌔신이 가까이 오지 않기만을 바랐는데 그곳으로도 걸어오고 있었다.

직업적으로 어쌔신은 어둠을 꿰뚫어 보며, 숨을 쉬는 작은 소리도 크게 듣고, 미세한 온도 차이도 느낀다.

던전의 함정을 해체하는 특기는 도둑보다 많이 떨어졌다.

하지만 함정을 설치하거나 남을 습격할 때는 월등한 능력을 보이는 직업이 어쌔신이다.

매우 뛰어난 살상 능력을 가졌음에도 낮은 체력으로 인해 전쟁터에서 오래 싸우지는 못했다.

'더 가까이 오면 우릴 발견할 거야.'

어쌔신은 은신술을 펼치면 살금살금 걸어서밖에 이동하지 못한다.

조금만 이동속도가 빨라지더라도 은신술이 풀려 버린다.

수색에 나선 어쌔신들은 약한 적들을 상대로 구태여 숨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둘씩 짝을 이루어 돌아다녔따.

위드가 숨어 있는 곳으로도 두 어쌔신이 정찰을 위해 오는 중이었따.

'하나가 아닌 둘 짧게 끝내야 할 필요가 있어.'

위드는 어쌔신들이 다가올 때 헤겔을 앞으로 밀었다.

"어, 어라! 형!"

먹이를 발견한 어쌔신 둘이 땅을 박차고 뛰어왔다.

둘의 이마에는 살인자의 표식이 선명했다.

그들이 보기에 헤겔 정도의 장비라면 딱 해치우기 적당한 수준.

소탕 작전이 도처에서 벌어졌기 때문에 다른 어쌔든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뛰어왔다.

"수호의 벽!"

헤겔은 방패를 앞세우며 완전한 수비 자세를 취했다.

몸이 얼어서, 반격을 가하거나 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어쌔신들이 뛰어오던 속도 그대로 공격 기술을 발휘하려는 순간이었다.

황홀한 빛의 새가 그들을 덮쳤다.

정확하게 머리 부분을 가격!

"크으으윽!"

"이, 이건......"

어쌔신들의 눈앞이 갑자기 확 밝아지며 생명력이 쭉 감소했다.

그런 급한 와중에도 단검을 교차하며 연속 공격에 대한 수비를 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빛의 새들은 이리저리 궤적을 바꾸며 날아들어서 어쌔신들의 급소만을 가격했다.

연속 일곱 번의 치명타!

어쌔신 둘이 회색빛으로 변해서 사라졌다.

어쌔신은 은밀함과 공격 능력의 장점을 가졌지만 레벨에 비해서는 체력과 생명력이 현저히 낮았다.

갑옷도 무거운 것은 입지 못해 방어력도 많이 취약하다.

그런 면 때문에 정면 승부에서는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위드는 먹이로 헤겔을 던져 주고 완벽한 기회를 만들었다.

어쌔신들을 방심까지 하게 만들고, 전력을 다한 공격으로 단숨에 해치운 것이다.

누군가 더 숨어 있는 것까지 예상할 수 있더라도, 그 사람이 위드이고 검술의 비기까지 활용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을리라.

"형, 이건 무슨 스킬이에요?"

헤겔은 원망스러워하는 대신에 광휘의 검술에 관심을 가졌다.

검술의 비기답게 더없이 화려하고 위력적이었다.

"별거 아니야. 그보다도 둘을 잡았으니 시간을 벌 수는 있겠군."

"이제 우린 안전할 걸까요?"

"아니 정찰을 나온 어쌔신들이 돌아갈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으면 여기로 몰려 오겠지."

위드는 어쌔신들이 죽은 자리로 가서 전리품을 주우며 말했다.

살인자 둘을 해치웠기에 금화, 보석, 독을 바른 단검, 치명타 확률을 높여 주는 반지를 얻을 수 있었다.

"아쉽군. 이런 건 안 비싼데."

어쌔신은 택하는 사람이 많이 않았다.

아이템을 팔더라도 별로 가치가 높지 않다는 점이 불만이었다.

'그보다도 이놈들의 정체가 무엇일까 정말 베덴 길드는 아니야.'

베덴 길드에 이런 일을 한꺼번에 벌일 전력이 있다면 흑사자 길드에 연거푸 패배하지도 않았으리라.

멜버른 광산만이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일을 저지를 수 있다면 대단한 세력이었따.

'현재로써는 정체불명의 무리로 봐야지. 흑사자 길드에 피해를 입히고 싶었다면 차라리 베덴 길드와 힘을 합쳐서 공성전을 벌이는 편이 나았을 텐데?'

물론 적지 않은 손실을 입힐 수 있는 습격 작전이기는 했지만, 과연 수백 명의 고렐벨 유저들이 투입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위문이었다.

흑사자 길드의 구원군이 오면 갇혀서 역으로 피해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반 유저들까지 무차별로 학살을 한다는 것은, 흑사자 길드만을 적대하는 단체라고 보기에도 이상했다.

이유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휘말리게 되었다.

"이제 싸우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겠군."

전쟁의 신.

위드의 전투 본능이 꿈틀거렸다.

"일단 사파이어 2개만 더 캐고....."

"형, 제발!"


★★★★★★★★★★★★★★★★★★★★★


어쌔신들은 빠르게 움직였다.

함정들을 마구 깔아 놓고, 유저들을 수색해서 목숨을 끊어 놓았다.

지하 3층에서는 25명의 어쌔신들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모일 시간이 지났는데 43호와 44호가 오지 않는다."

"늦어지는 것인가?"

광산의 길이 복잡하다 보니 다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조금씩 달랐다.

어느 정도의 오차를 감안하더라도, 다른 어쌔신들이 전부 모이고 나서도 유독 그 둘만 도착하지 않았다.

"아까부터 말도 없다."

"길드 채팅으로 불러 봐라."

어쌔신들은 나타나지 않는 동료들을 불렀다. 대답은 없었다.

"귓속말도 되지 않는다."

"설마......."

접속을 종료했거나 사망!

멜버른 광산 지역은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지역으로, 로그아웃이 되지 않았다.

"죽었군. 어딘가 제법 강한 적이 숨어 있는 모양이다."

"43호와 44호의 수색 방향은?"

"탄광 지역이다."

"그쪽으로 간다."

어쌔신 6명이 동료들이 수색하던 지역으로 이동했다.

살금살금.

걷는 동안 보이지 않는 은신 스킬!

어쌔신 전용의 위장봅ㄱ까지 입고 있었기에 주변의 풍경에 동화되었다.

부츠도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을 착용하여 자갈이나 낙엽을 밟지 않는 이상 어지간해서 소리가 나지 않았다.

투명한 잔산이 움직이고 있는 사실을 알려 줄 정도였다.

- 이 부근이 아닐까.

- 경계를 소홀히 하지 말고 맡은 방향을 확실히 살펴봐라.

어쌔신들이 느릿느릿 전진하는데 발치에서 소리가 났다.

덜커덩!

"함정이다."

"튀엇!"

어쌔신들은 땅에 설치되어 있는 함정을 건드렸다는 생각에 셋은 뒤쪽으로, 나머지 셋은 앞쪽으로 뛰쳐나갔다.

어쌔신들은 본인들이 함정을 설치하는 만큼 발견도 잘하는 편이다.

보통의 함정들은 최소한의 크기와 작동되는 연결 고리가 있기 마련이었다.

'우리가 알아차리지도 못할 정도로 작은 함정을 설치하다니.......'

'설마 발굴가이거나 동종 업계의 유저인가? 그렇다면 어지간해서는 43호와 44호가 당하지 않았을 텐데.'

어쌔신들은 짧은 순간 오만 가지 생각을 다 했다.

스킬이 높을 수록 작고 강렬한 위력의 함정을 설치할 수 있다.

'터진다.'

어쌔신들은 앞뒤로 흩어져서 몸을 날리며 웅크렸다.

폭발이나, 화살이 쏘아지고, 독이 뿌려지는 것에 대한 최대한의 수비 반응!

"반 호크, 쳐라!"

"알았다, 주인."

기다렸던 함정의 작동 대신에 암흑 투기에 휩싸인 데스 나이트가 그들을 습격했다.

반 호크의 레벨이나 공격력은 대응도 하지 못한 어쌔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연속 공격에 의하여 어쌔신 둘이 사망!

그사이에 위드도 어쌔신 하나를 잡았다.

"가짜 함정이었구나!"

뒤쪽으로 도망친 어쌔신 셋은 비로소 실수를 깨달았다.

어쌔신들이라서 함정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예민하게 반응했다.

먼저 앞서 갔던 둘이 소리 없이 사라졌기 때문에 더욱 긴장한 탓도 있었다.

싸움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벌써 셋이 죽었다.

"복수보단, 일단 물러서자."

어쌔신 셋은 동료들이 죽었는데도 미련 없이 퇴각하려 했다.

길드 채팅으로는 습격을 당했다는 사실을 벌써 알렸다.

어차피 독 안에 든 쥐였으므로 스스로의 안전부터 챙기는 쪽이 어쌔신들의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향긋한 냄새가 나는군. 목이 마르던 참이었어."

어쌔신들의 등 뒤에서 토리도가 나타났따.

뱀파이어의 밤의 귀족의 이동 스킬을 시전하여 갑자기 나타난 그는 어쌔신의 목덜미를 물었다.

"냠냠냠!"

토리도의 흡혈에 1명의 몸이 마비가 되었다.

주변에서 구해 주어야 풀려날 수가 있지만, 나머지 두 어쌔신은 눈을 마주치고 동시에 끄덕였다.

"미안하다."

"다음에 보자."

어쌔신들은 토리도가 나타났을 때부터 상대하기 어려운 몬스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뱀파이어 로드의 반지를 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료를 구하려다가 자신들까지 죽느니 미련 없이 살길을 찾았다.

하지만 진혈의 뱀파이어족들이 새록새록 나타나서 퇴로를 완전히 막았다.

"데스 블레이드!"

반 호크의 시커먼 검의 기운이 날아왔다.

어쌔신들이 양쪽으로 갈라져서 피하는 순간.

"소드 카이저!"

위드의 데몬 소드가 엄청나게 커지더니 그대로 어쌔신을 갈라 버렸다.

일격에 모든 마나를 불태워서 공격하는 스킬.

어쌔신 1명에게 사용하기에는 지나치게 과분할 정도였으나, 도주 속도가 빠르다 보니 확실히 없애는 쪽을 택했다.

반 호크도 달려와서 마지막 남은 어쌔신을 처지했다.

"이번에는 괜찮은 아이템이 떨어졌군."

위드는 민첩과 이동속도를 올려 주는 신속의 부츠를 획득했다.

레벨 제한은 320.

베르사 대륙이 넓다 보니 부츠야말로 쓰임새가 많았다.

전투 중에도 도움이 되었으니, 누구나 원하는 아이템이었다.

"아... 형!"

헤겔은 은신처에서 나오면서 차마 말도 잇지 못했다.

위드의 전투 능력이야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고레벨 유저들 중에서는 대단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도 있으니까.

그런데 데스 나이트를 소환하고, 뱀파이어 로드까지 불러들였다.

너무나도 유명한 반 호크와 토리도.

이러고도 위드에 대해서 알아채지 못한다면 로열 로드에 푹 빠져 있는 팬이라 할 수 없다.

헤겔은 평소 전쟁의 신 위드를 영웅처럼 생각하였다.

본인은 흑사자 길드의 소속이더라도, 개인적으로 존경하고 부러워했다.

"어머, 선배님!"

알리스와 디네의 눈빛도 바뀌어 있었다.

완전히 샛별처럼 초롱초롱 빛나면서 어쩔 줄 몰랐다.

선망하던 전쟁의 신이 가까이 있었으며, 그들과도 아는 사이였다니!


★★★★★★★★★★★★★★★★★★★★★


바드레이는 친위대와 전투단을 데리고 벨카인의 은신처에 도착했다.

"경계 강화."

220명의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이 긴장의 단계를 높였다.

친위대에서 도둑, 정찰병의 직업을 가진 유저들이 앞에서 상황을 보고 돌아왔다.

"전투 흔적이 있습니다. 유저 7명과 새끼 벨카인의 시체도 찾아냈습니다."

"벌써 들어와서 싸움도 한 모양이군."

멜버른 광산에서 사냥하는 유저들은 레벨이 380을 넘진 않는다.

그 정도 단계가 되면 여기에는 잡을 만한 몬스터가 없어서 다른 장소로 사냥터를 옮기는 편이 이득이기 때문이다.

벨카인의 은신처는 기본적으로 몬스터의 레벨이 440은 되어서, 유저들끼리 힘을 합쳤다고 하더라도 사상자가 생겼다.

따로 파티 사냥을 하던 유저들이 합쳤기에 직업 구성이 좋더라도 싸우기에 무리였다.

그로비듄이 시체들을 일으켜서 둠 나이트를 만들었다.

네크로맨서 스킬을 빨리 올리기 위하여 그는 헤르메스 길드에서 보스급 몬스터를 사냥할 때에는 모두 참가했다.

네크로맨서 직업 전용 아이템을 화려하게 착용하고 적군과 아군의 최고의 생명체들을 바탕으로 언데드 소환을 했다.

벨카인의 은신처로 깊으 들어갈수록 몬스터와 유저 들의 시체는 더 많이 발견됐다.

그로비듄은 지금까지 만든 언데드의 숫자를 세어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이러다가는 우리가 해치우기 전에 알아서 먼저 전멸을 하고 말겠군."

유저들은 침입자에 의해 죽느니 차라리 던전의 끝까지 가볼 작정인 것 같았다.

얼굴이 알려진 흑사자 길드원의 시체도 조금씩 발견됐다.

"뭐, 우리가 신경 쓸 바는 아니지요. 그들이 죽는 것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던 거니."

아크힘이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베르사 대륙에서는 강한 무력과 세력이 모든 것을 지배했다.

약한 자들이 죽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친위대의 대표였따.

"계속 갑시다."

그로비듄은 둠 나이트를 위주로 언데드를 계속 소환했다.

정령사들이 스킬을 사용하여 자신들이 가진 마나를 전해 주었기에 언데드 군단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바드레이와 친위대, 전투단은 계속 벨카인의 은신처로 깊이 들어갔다.

"이제는 슬슬 적들이 나올 때도 된 것 같은데......"

"죽을 줄 알면서도 무모하게 들어가다니, 이유를 알 수가 없군요."

벨카인의 은신처는 길게 이어진 던전은 아니었다
.
걸어서 보스 몬스터가 있는 마지막 장소까지 도착했다.

- 쿠우와아아!

거대한 포효 소리!

- 어리석구나 조용히 살고 있는 내게 찾아오다니... 다시금 나를 세상에 나가게 만드는구나!

움바 벨카인이 날뛰면서 흑사자 길드와 사냥을 일반 유저들이 죽어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럴 수가......."

전투단의 카심은 그 광경을 목격하며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했다.

움바 벨카인은 건장한 팔과 다리가 있으며 머리에는 커다랗고 위협적인 뿔을 가졌다.

그의 주변에서는 돌덩어리들이 마구 회전하면서 유저들에게 부딪치고 있었다.

과연 톨렌 왕국의 역사서에 나올 정도의 위용을 발휘하며, 은신처로 들어온 유저들을 대량 학살!

- 인간들아, 너희는 밟으면 밟혀야 하는 미개한 존재들에 불과하다. 주제도 모르고 이곳까지 찾아왔따면 죽여 줄 것이다.

잔혹한 움바 벨카인이 앞발과 꼬리를 휘두르면 유저들이 5~6명씩 맥없이 죽었따.

친위대와 전투단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 건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멜버른 광산에서 사냥하던 유저들이 큰 소리를 내며 몬스터를 끌어들였다.

이곳 던전으로 들어올 때까지만 하더라도 어떻게든 살아 보려고 했다.

하지만 몬스터들의 레벨이 너무 높았고, 길이 보스급 몬스터인 움바 벨카인이 있는 곳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뒤에서는 싸워서 이길 수 없는 침입자들이 오고 앞은 몬스터인데 어찌해야 되겠습니까?"

"항복해도 안 살려 준다니 다 죽은 목숨이지요."

"이렇게 된 이상 깨끗하게 죽읍시다."

"그래도 그냥은 죽을 수 없죠."

유저들은 이렇게 된 이상 싸우다가 죽는 쪽을 택했다.

침입자가 아니라, 보스급 몬스터와의 전투!

헤르메스 길드에 의해 죽기보다는 움바 벨카인을 건드려 보는 쪽을 택했다.

내친김에 주변의 새끼 벨카인과, 던전에 돌아다니는 몬스터인 지옥의 들개도 끌어들였다.

보스급 몬스터인 움바 벨카인이 있는 장소.

헤르메스 길드를 환영하기라도 하듯이 갖가지 몬스터와 부하들까지 다 모아 놔서 살 떨리는 위험지역, 아비규환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4) 다가오는 위험


"선배님, 정말 뵙고 싶었어요. 제 가죽옷에 사인 좀 부탁 드려도 될까요?"

"저도요. 꼭 만나 보고 싶었어요. 카리취의 콧소리를 꿈에서도 들을 정도로 많이 봤어요!"

위드의 모험은 지금까지 텔레비전에서 재방송으로도 자주 나왔다.

알리스와 디네는 모든 모험 영상을 생방송으로 볼 정도의 팬이었다.


위드의 모험 기록

전쟁의 신이 펼치는 이야기


위드의 팬 카페에까지 가입해서 활동했다.

그녀들은 매일 접속해서 글을 쓸 정도로 위드를 좋아했다.

위드는 물론 그런 인기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었지만.

"뭐, 지금은 바쁘니까......."

"꺄앗! 선배님 목소리 너무 분위기 있으세요."

"제 생각만 한 것 같아요. 죄송해요. 나중에... 아니, 언제라도 편하게 시간 내주세요."

위드의 귀찮아하는 목소리까지도 멋지다고 받아들였다.

그의 정체에 대해 알게 되는 순간, 두 눈에 콩깍지가 푸대자루째 들어간 것이다.

"우왓! 형, 나도 나중에 사인 좀 해 주면 안 될까? 전쟁의 신과 친구 등록이 되어 있다니 이런 영광이......"

헤겔ㅈ로차도 기뻐서 방방 뛸 정도였다.

멜버른 광산에서 침입자들에 의해 위기에 처해 있다.

하지만 한 번쯤 죽는 게 문제가 아니라 위드와 만나서 잠깐이라도 같이한다면, 그것이 훨씬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위드는 당연히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었지만.

"이번에도 온 녀석들을 빨리 죽이기는 했지만, 나머지 어쌔신들이 바로 또 움직이겠지."

어쌔신들은 동료들과 소식이 끊어지자마자 벌 떼처럼 덤벼 올 것이다.

한차례의 함정이 어설프나마 잘 통하긴 했지만, 계속 그런 요행을 바랄 순 없다.

위드는 한숨을 쉬었다.

"이놈의 팔자가 항상 그랬지. 그래도 한동안 뜸했는데......"

반 호크가 용맹하게 검을 닦으며 말했다.

"걱정 마라, 주인. 내가 놈들과 싸우겠다."

토리도 역시 지려고 하지 않았다.

"목이 많이 마른 날이로군. 놈들의 피에 송곳니를 흠뻑 적셔 보겠다."

위드는 부하들을 잘 키운 보람을 느꼈다.

"저놈들을 대신 던져 주고 나만 살 수 있으면 좋을 텐데......."

"......."


★★★★★★★★★★★★★★★★★★★★★


어쌔신들은 탐색을 나간 동료들로부터 기습을 당했다는 말을 들었다.


- 적은 몇 명인가?

- 특별히 경계해야 할 정도로 강한가?


보통 때라면 보고가 금방 들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무런 소식도 오지 않았다.

그들이 전투에 나섰던 수많은 전장에서도 일찍이 없었던 신속한 사망.

"방심한 것인가?"

"그렇진 않은 것 같다. 21호는 조심성이 많은 편이다."

"만만치 않은 적이 숨어 있는 것 같다."

어쌔신들은 강적과 싸울 때는 온갖 수단을 다 끌어들였다.

독침, 독 연기 살포, 저주 마법이 걸린 아이템은 기본! 끊임없는 암습과, 체력과 생명력이 낮은 대신 살상력이 뛰어난 스킬들을 이용하여 기습을 한다.

방어력이 높은 기사라고 하여도 어쌔신에 의하여 약한 부위를 깊이 찔리면 오래 버티지 못했다.

어쌔신의 치명타 공격 확률과 공격 데미지는 다른 직업보다 훨씬 뛰어나며 혼란과 마비도 잘 일으키는 편이었다.

나머지 17명이나 되는 어쌔신들은 방법을 정해서 조직적으로 싸우려 했다.

"적도 여럿일지 모른다."

"흑사자 길드가 들어오면 쓰려고 했던 무기들을 꺼내자."

어쌔신들은 팔에 석궁을 장착했다.

일반 활보다 장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도, 마법이 걸린 화살은 앚우 빠르게 날아가고 데미지도 높았다.

대인 전투를 위한 어쌔신의 장비였다.

한바탕 전투를 준비를 신속하게 했다.

함정을 설치하려고 나가 있던 어쌔신들도 불러들였다.

어쌔신 17명이 뛰쳐나가려고 할 때, 길드 채팅이 들어왔다.

멜버른 광산에서 활동하는 길드원만이 아니라, 헤르메스 길드의 전체 채팅이었다.


스티어 : 지금 멜버른 광산에 전쟁의 신 위드가 나타났습니다.

레이키나 : 뭐라고요?

스티어 : 흑사자 길드에 잠입한 첩자로부터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위드가 멜버른 광산에서 우리 쪽 어쌔신을 죽인 것 같습니다.


어쌔신들은 당황했다.

광산에 진입하고 나서 헤르메스 길드의 피해는 아직까지 경미한 수준.

1층과 2층에서는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다.

전후 사정으로 보아 이번에 사라진 어쌔신들은 위드에 의해 죽음을 당했다고 봐야 했다.

스티어는 길드의 정보대를 총괄하는 특급 암살자로서, 그의 말이라면 틀림없다고 봐도 됐다.

헤겔이 위드를 만난 기쁨에 흑사자 길드의 길드 채팅을 통하여 그 사실을 떠 벌렸던 것이다.


스티어 : 현재 첩자로부터 계:속 소식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여기 광산의 지하 3층에 전쟁의 신 위드가 정체를 숨긴 채로 있다고 합니다.

트록 : 그렇다면 위드를 죽일 절호의 기회입니다.

크레든 : 우리 길드를 번번이 골탕 먹인 위드를 이번 기회에 없앱시다.


헤르메스 길드의 채팅 창이 소란스러워졌다.

멜버른 광산에는 무신 바드레이를 비롯하여 친위대, 전투단, 정보대까지 와 있다.

길드의 명예에 거치적거리는 위드를 마침내 죽일 수 있는 날이란 생각이 들었다.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에게는 흥분되는 순간이었다.


★★★★★★★★★★★★★★★★★★★★★


흑사자 길드의 본성에서는 텔레포트 게이트를 통해 전사들이 속속 모였다.

"쿠른 성으로 오는 베덴 길드의 전력은?"

"7만이 넘습니다."

"평소보다 많이도 끌어모았군."

"이번에 사활을 건 것 같습니다."

흑사자 길드의 수장 칼리스는 서서 보고를 받았다. 결정이 내려지는 쪽으로 가서 적을 물리쳐야 했다.

"쿠른 성에서는 공성 무기의 설치 등으로 저녁 이후에나 전투가 벌어질 것 같습니다."

"조금의 시간은 있군. 이번 기회에 베덴 길드가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타격을 입힌다면 톨렌 왕국의 점령은 훨씬 더 가까워 질것이다."

흑사자 길드에서도 쿠른 성에 임시 지원군을 보냈다.

베덴 길드보다 약간 부족한 병력이었다.

저녁까지 성벽에 의존하면서 수비를 펼치면 하루를 버틸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시간이 빠듯하겠지만 던전이나 광산에 침입한 자들을 물리치고 나서, 쿠른 성에 가서 공성전에서 대대적인 승리를 거머쥐자는 것이 흑사자 길드의 수뇌부가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멜버른 광산에 전쟁의 신 위드가 나타났다니... 거기에 왜 있었던 거지?"

"놈들과 한패일까요?"

"위드가 우리를 공격했다는 보고는 없습니다. 오히려 습격을 해 온 어쌔신과 싸우고 있다는데요."

"어쩌면 그도 자신의 퀘스트를 하기 위해서 온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멜버른 광산은 최고의 투명도를 자랑하는 사파이어와 좋은 철광석이 나오는 장소이다 보니 조각사 퀘스트에 필요했을 수도 있지요."

보통 때라면 흑사자 길드에서는 자신들의 영역에 들어온 위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였을 것이다.

전쟁의 신 위드가 가진 명성이 대단하기에 적대하거나, 협력을 위하여 직접 만나 봤으리라.

지금은 여러 곳에서 한꺼번에 일이 터져서 일단은 수습하는 것이 우선이라 깊이 신경을 쓰지 못하였다.

테페스트라는 마법사 유저가 갑자기 수정 구슬을 꺼냈다.

"길드장! 이걸 좀 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지금 KMC미디어에서 멜버른 광산에 대한 이야기를 생방송으로 하고 있습니다."

"습격을 받은 게 방송에 나오다니 그다지 반가운 일은 아니로군."

흑사자 길드의 입장에서는 공성전과 더불어 여러 주요 사냥터가 타격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게 유쾌하지 않았다.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방송을 보세요."


★★★★★★★★★★★★★★★★★★★★★


KMC미디어에서는 갑자기 편성된 생방송이 진행되었다.

오주완과 유아링은 흥분한 소식을 전했다.

"지금 멜버린 광산에서 대단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자막을 통하여 흑사자 길드가 습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드렸었는데요, 원래대로라면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 되면 공성전의 영상과 같이 시청자 여러분께 보내 드리려고 했습니다."

"오주완 씨, 그런데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는 사건이라고요?"

"예. 우선 침입자들의 정체가 밝혀졌습니다. 놀랍게도 그들 중에서는 무신 바드레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영상부터 보시죠."


- 크우오오오오!

움바 벨카인이 발로 땅을 찼다.

그러자 흙이 파도처럼 일어나며 유저들을 습격했다.

흙으로 파묻어 버리는 공격!

움바 벨카인이 커다란 앞발을 연속으로 휘두르면서 유저들을 강타했다.

몬스터에 의한 시원한 사망 행렬!

바드레이와 전투단, 친위대도 움바 벨카인과의 싸움에 가담했다.

시간을 오래 끌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고, 몬스터들이 계속 모여드는 것을 봤던 것이다.

원래 그들은 멜버른 광산의 유저들부터 전부 해치우고 나서 움바 벨카인과 싸움을 개시하려고 했다.

하지만 먼저 유저들이 전투를 벌이는 중이었고, 은신처의 몬스터들도 모여들고 있었다.

"더 지체할수록 어려워진다. 가자!"

전투단과 친위대는 완전무장을 한 채로 새끼 벨카인, 지옥의 들개와 싸웠다.

그로비듄의 언데드들은 움바 벨카인을 향하여 달려들었다.

언데드로서 아주 큰 기대는 하지 않더라도, 조금이라도 봉쇄할수 있다면 다행이다.

바드레이는 전투를 벌이기 위한 스킬들을 시전했다.

"검의 각성, 강인한 의지, 탄생의 힘, 흑기사의 일격, 다른 하나의 검 소환!"

네 가지의 강화 스킬. 그리고 검술의 비기!

바드레이가 출렁이는 땅을 딛고 움바 벨카인을 향하여 달렸다.


영상은 멜버른 광산에서 사냥하다가 벨카인의 은신처까지 간 유저로부터 전송되고 있었다.

KMC미디어와 연관이 있던 유저는 자신의 영상을 방송국으로 보냈다.

방송국에서는 여러 영상을 분석하고 있던 도중에 이것을 봤다.

그리고 따로 회의를 벌일 틈도 없이 국장이 결단을 내렸다.

"지금 방송하세요."

멜버른 광산의 유저가 죽기 전까지 보내온 영상은 대략 7분여 정도!

원래 직업이 도둑이라서 잘 피해 다니며 버티기는 했지만 친위대에 의하여 죽음을 맞았다.

흑사자 길드 소속 유저들은 난전에서의 경험이 부족하고 요령도 적어서 더 빨리 죽었다.

그들이 만들어 낸 난장판이었지만 움바 벨카인에 각종 몬스터로 경황이 없었다.


"정말 놀라운 일이네요. 바드레이와 헤르메스 길듣가 멜버른 광산에 나타나다니요. 흑사자 길드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요?"

"지금까지 몰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각 사냥터에 대한 공격도 어쩌면 헤르메스 길드에서 벌인 일일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아요."

"현재로써는 추측밖에 할 수 없는 상태이기는 합니다. 보다 확실한 정보가 들어오는 대로 알려 드려야겠지만, 지금 상황으로 보아서는 유력한 용의자란 생각이 듭니다."

유아링과 오주완은 영상을 보면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바드레이가 직접 헤르메스 길드원을 데리고 보스급 몬스터 사냥에 나선 건 대다한 일이다.

그것도 흑사자 길드의 세력권에서 모조리 쓸어버리고 있다니, 엄청난 충격을 안겨 줄 만한 사건이었다.

짧은 영상이었지만 날뛰고 있는 움바 벨카인도, 유저들을 학살하는 모습으로 보아서 보통의 몬스터가 아니었다.

"지금 또 속보가 들어왔는데요, 이 영상에 나온 몬스터는 움바 벨카인! 톨렌 왕국을 휩쓸었던 전설적인 마수라고 합니다."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아직 이곳에 살아 있는 유저가 있다고 합니다. 지금 그쪽에서 영상을 보내오고 있는데, 준비가 되는 대로 연결하겠습니다."

KMC미디어만이 아니라 기술력에서 뒤지지 않는 CTS미디어, LK게임 방송에서도 멜버른 광산에 대한 방송을 진행했다.

움바 벨카인이 있는 장소까지 가서 싸우다가 죽은 유저들로부터 방송 영상을 받고, 아직까지 생존해 있는 유저들을 찾이 위하여 PD들이 바빠졌다.

움바 벨카인의 전투 지역은 아비규환이라서, 그 덕에 아직 까지도 구석에 잘 피해서 살아 있는 사람이 있었다.

몬스터와 헤르메스 길드, 양쪽 모두가 적이라 언제까지 살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전혀 없는 상태였지만.

유아링이 갑자기 탄성을 ㄹ질렀따.

"아아앗!"

"유아링 씨가 바드레이의 전투력에 대해 정말 놀라셨군요."

"그게 아니라... 멜버른 광산에 있는 사람이 또 있어요."

"누군데 그렇게 놀라시죠?"

"위드! 전쟁의 신 위드도 멜버른 광산에 있다는 정보가 믿을 만한 소식통을 통해서 들어왔어요!"

각 방송사들을 더욱 빠르게 만드는 소식이 추가됐다.


★★★★★★★★★★★★★★★★★★★★★


흑사자 길드에서는 방송을 보고 화가 솟구쳤다.

"헤르메스 길드라니... 놈들이 감히, 아직 패권 동맹도 해산하지 않았는데! 협정 위반입니다."

"우리의 영역으로 넘어온 것도 모자라서 길드원들을 학살 하다니, 도저히 용서할 수 없습니다."

멜버른 광산만이 아니었다. 오늘 일의 배후에 헤르메스 길드가 있다면 모든 상황이 설명이 된다.

칼리스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맺혔다.

"설마 다른 곳의 공격은 주력이 멜버른 광산으로 들어온 것을 위장하기 위해서였던 건가."

여러 사냥터에서 입은 흑사자 길드의 피해는 상당했따.

하지만 보고된 전력상으로 보면 단연 멜버른 광산의 침입자들이 압도적이다.

"놈들이 들어올 때쯤에 멜버른 광산에서 지진이 발생하고 저 던전의 입구가 드러났다는 보고를 받았었습니다."

"목표가 멜버른 광산이라면, 무엇을 얻으려고 했을까요?"

"저 몬스터에게 흑사자 길드와의 관계를 악화시킬 정도의 가치가 있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거기에 전쟁으이 신 위드까지 끼었습니다. 알렌의 동생과 같이 있었다고 하니 상황으로 봐서 유연일 수도 있지만 그에 대해서도 고려를 해야 합니다."

흑사자 길드의 의견이 분분하게 나뉘었다
.
칼리스는 거대한 길드를 이끌면서 베르사 대륙을 그의 발 아래에 두고 싶었다.

넘치는 투쟁심으로 주변에 싸움을 걸었고, 군사력을 키워 영토를 확장했다.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길드를 키워 왔다.

이제 중대한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였다.

"다른 사냥터에 보내려던 지원군은 모두 취소하도록 한다."

"멜버른 광산은 어떻게 합니까?"

"이곳의 전사들과 같이 내가 직접 간다."

흑사자 길드의 구원군은 헤르메스 길드의 예상보다 더 전격적으로 움직였다.

그들이 원래 세운 계획대로라면 방해꾼이 될 수 있는 멜버른 광산의 유저들을 남김없이 먼저 처리했어야 했다.

유저들이 모무하게도 움바 벨카인의 던전까지 들어가 버리는 바람에 일찍 들통 나 버린 것이다.


★★★★★★★★★★★★★★★★★★★★★


위드는 주섬주섬 갑옷을 입었다.


-탈로크의 갑옷을 착용하셨습니다.
방어력이 102 증가합니다.
경건한 마음에 신앙심이 100 오릅니다.
고귀한 명성이 300만큼 올랐습니다.
힘이 40 증가합니다.
민첩이 30 늘었습니다.
매력 25 오릅니다.
어떤 적과도 싸울 수 있도록 투지가 40만큼 늘어납니다.
마나의 최대치가 15% 늘어납니다.
마법의 피해가 10% 감소합니다.
혼란과 두려움으로부터 면역이 생겼습니다.
대단한 갑옷을 착용함으로써 드워프들이 좋아할 것입니다.


프레야 교단에서 받은 갑옷이었다.

전투 능력을 많이 올려 주고, 마법 방어 능력의 효과도 있기 때문에 귀한 장비.

지상에서는 새하얀 갑옷이었는데 지하라서 라호만 미스릴의 속성상 흑색 갑옷으로 변했다.

'한바탕해야겠군.'

위드는 이제 검 갈기, 방어구 닦기의 스킬도 다 썼다. 탈출을 위해서는 몸 상태를 최적으로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갑옷이 멋있어요."

"이런 갑옷은 어디서 구하셨어요?"

위드는 수다를 떠는 대신에 앞으로 걸어 나갔다
.
상대가 어쌔신이라면 움직이지 않고 숨어 있을 경우 발견하기가 극히 까다롭다.

'어디서든 튀어나올 수 있다.'

위드는 빠른 대응을 위하여 검을 가볍게 쥐었다.

반 호크와 토리도는 좌우에서 지키도록 했고, 헤겔과 알리스, 미네는 뒤에서 따라오거나 말거나 알아서 하도록 했다.

전투에 가담하더라도 그렇게 도움은 안 될 것 같았다.

'이 주변에 1명, 3명까지도 숨어 있을 수가 있겠군.'

위드는 돌무더기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장소에서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갑자기 자리에 멈춰 서면 경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성큼성큼 크게 걸으면서 몸의 빈틈은 많이 열어 두었는데, 어쌔신이 공격하기를 의도한 것이었다.

'그대로 지나치고 나서 뒤에서 따라오다가 기습하면 더 많이 신경 쓰여.'

지금이 좋은 기회라고 여기고 바로 덤벼야 한다.

어쌔신들은 정면 승부보다는 기습을 중심으로 싸운다. 눈치를 많이 보다가 찰나의 순간에 결판을 낸다.

- 위드 님, 지금 멜버른 광산에 계시죠?

페일로부터 귓속말이 왔다.

위드는 그에게도 멜버른 광산에 간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믿지 못해서라기보다는, 다른 동료들은 검치를 따라 사냥을 많이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드는 입술을 오물거리며 귓속말에 답장을 보냈다.


- 멜버른 광산에 있는 것 맞습니다.

- 지금 방송으로 보고 있는데요, 위드 님이 멜버른 광산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어요.


위드는 가능한 빨리 이곳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알려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헤겔이 흑사자 길드 채팅으로 말했을 수도 있고, 디네, 알리스를 통하여 퍼졌을 수도 있다.

반 호크, 토리도까지 소환한 이상 죽은 어쌔신들이 알아보고 동료들에게 말할 수도 있었으니 어느 쪽이든 시간문제 였다.

- 그리고 그곳에서 무차별로 사람들을 학살하는 무리는 헤르메스 길드라고 합니다.

여전히 어쌔신들을 경계하며 걸어가면서, 위드는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역시... 흑사자 길드가 지배하는 광산에서 이런 짓을 할만한 단체가 별로 없긴 하지.'

페일의 귓속말이 더 이어졌다.

- 그리고 그곳에는 바드레이와 헤르메스 길드의 최정예 병력까지 있답니다.

위드는 발걸음을 멈췄다.

'역시 이놈의 팔자는 꼬여도 단단히 꼬였어.'

꽈배기와 스크류 바의 개발자가 와서 울고 갈 정도!

그렇지 않아도 어쌔신들의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고 의심했는데 헤르메스 길드에 바드레이까지 있다니.

'정말 살아남기가 만만치가 않겠군.'

이렇게 된 이상은 정ㅁ날 죽느샤 사느냐의 심각한 문제였다.

위드가 여기에 있단 사실까지 알려졌다면 저들과의 큰 전투는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지금의 상황으로 봐서는 명작 조각품이라도 파괴해야 했다.

"아깝긴 하지만......"

위드는 보통 때에는 명작을 들고 다니지 않아 걸작 조각품, 최후의 전사를 꺼냈다.

킹 히드라에게 맞선 전사의 용기를 표현한 조각품이었다.

"결국 또 이렇게 되는군. 조각 파괴술! 이 모든 것들이 민첩이 되어라."

조각상이 모래처럼 흩어져서 부서졌다.

어쌔신들과 싸워야 했기 때문에 힘보다는 민첩을 우선으로 했다
.
그 순간.

위드의 몸에 빛이 어렸다.


-조각 파괴술을 사용하셨습니다.
걸작 조각상이 파괴된 고통! 슬픔!
예술 스탯이 5 영구적으로 사라집니다. 명성 100 줄어듭니다.
예술 스탯이 일 대 사의 비율로 하루 동안 민첩으로 전환됩니다.
예술 스탯이 너무 높고 원래 가지고 있던 민첩 스탯이 낮기 때문에, 한
꺼번에 전환이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민첩 980이 고급 스킬 9레벨의 '바람의 질주' 로 바뀝니다. 마나를 사
용하여 바람을 타고 달릴 수 있습니다. 실내보다는 실외에서 먼 거리
를 이동할 때 유용합니다.
민첩 650이 고급 스킬 8레벨의 '회피술' 로 바뀝니다. 적의 공격을 정
확하게 맞지 않게 해 줍니다. 가죽 갑옷의 성능을 더 이끌어 냅니다.
민첩 430이 고급 스킬 5레벨의 '행운의 도움'으로 바뀝니다. 치명적인
일격의 확률을 높여 주며 공격력을 증가시킵니다.
민첩 1,040이 고급 스킬 2레벨의 '탁월한 경험자'로 바뀝니다. 공격
스킬의 발동 시간을 줄입니다. 상대가 사용하는 스킬의 허점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민첩 760이 중급 스킬 6레벨의 '거리 단축' 으로 바뀝니다. 극도로 빠
른 움직임으로, 체력과 마나를 소모하며 상대와의 거리를 무시한 공격
을 할 수 있습니다.

-조각술의 숙련도가 증가했습니다.


위드는 몸이 한결 가벼워진 것을 느꼈다.

"역시 이 맛이군."

와삼이를 타고 날아다닐 때처럼 자유로운 기분이었다.

땅에서 두 발을 떼더라도 넘어지지 않고 공기의 흐름에 따라서 밀려 나갈 정도로 몸이 가뿐해졌다.

마나는 당연히 소모되었지만.

위드는 이제 어쌔신을 개의치도 않고 빠르게 걸었다.

시간을 끌 필요가 없을 정도로 상황이 바뀌었다.

'놈이 갑자기 빨리 걸어온다.'

'기회다.'

매복하고 있던 어쌔신들은 뛰쳐나가기 위한 준비를 했다.

한순간에 생과 사를 가르는 일격!

정확히 적중하기만 하면 아주 잠깐 동안 마비시킬 수 있다.

기습만 성공한다면 자신보다 레벨이 높고 강한 사람이라도 잡아낼 수 있는 어쌔신이었다.

그 상대가 전쟁의 신 위드라면 커다란 영광이 되리라.

'지금!'

어쌔신 4명이 그림자에서 뛰쳐나왔다.

둘은 땅에서 다가오고, 둘은 던전의 천장까지 뛰어올라서 내려오며 덮쳤다.

"죽어라, 위드!"

"너의 최후다."

어쌔신들은 많은 싸움을 했지만 지금처럼 흥분된 적이 없었다ㅣ.

전쟁의 신 위드에게 석궁을 겨누다니.

토리도와 반 호크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눈에 보이는건 오직 위드 뿐이었다.

"발사!"

슈슈슈슉!

석궁에 장전되어 있던 화살이 섬광처럼 직선으로 쏘아졌다.

위드의 몸을 그대로 뚫고 나갈 것처럼 보이는 화살!

순간, 위드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정면으로 튀어 나갔다.

높은 민첩과 회피술이 적용된 덕분에 화살은 양어깨와 왼쪽 허리, 오른쪽 다리를 스치면서 지나갔다.


-중독! 중독! 중독되셨습니다.
생명력이 줄어듭니다.
해독이 빨리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정신과 신체에 이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전투에 관련된 부위에 부상을 입었습니다.
체력이 빨리 떨어지게 됩니다.
생명력이 2,180 감소합니다.

-탈로크의 갑옷이 주는 신앙심으로 인하여 피해를 감소시킵니다.


왼쪽 허리를 스치고 지나간 화살이 제법 피해를 입혔다.

하지만 위드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 최고의 속도를 내는 것처럼 어마어마한 빠르기로 어쌔신들에게 쇄도했다.

"우왓!"

"이렇게 빠른....."

어쌔신들이 석궁에서 단검으로 무기를 바꾸기도 전에 접근이 끝나 있었다.

"헤라임 검술!"

위드는 어쌔신을 강타했다.


-1차 연속 공격이 성공하였습니다.
민첩이 20% 늘어납니다.

-2차 연속 공격이 성공하였습니다.
힘이 40% 늘어납니다.


조각 파괴술로 높아진 민첩의 효과로 정확도와 파괴력이 늘어났다.

원거리 공격 스킬인 광휘의 검술, 달빛 조각 검술은 어쌔신들이 피할 수 있다.

위력은 좋아도 마나 소비에 손맛까지 떨어진다.

그래서 택한, 잔상이 보일 정도로 빠른 접근에 바로 이어진 헤라임 검술은 방어력이 낮은 어쌔신을 금세 죽음 근처로 몰아넣을 정도였다.

다소 아쉬운 점은 연속 공격이 성공해도 조각 파괴술로 인해서 늘어난 스탯이 아니라 기본 민첩만 증가한다는 것이었다.


-어쌔신이 막중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생명력이 31,760 감소합니다.
완전한 회복이나 치유가 이루어질 때까지 최대 생명력이 2,110 줄어듭니다.
2초 동안 스턴 상태에 빠집니다.
은신술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조금 흐릿하던 어쌔신의 모습이 더 선명해졌다.


-3차 연속 공격이 성공하였습니다.
민첩이 추가로 40% 늘어납니다.

-4차 연속 공격이 성공하였습니다.
힘이 추가로 40% 늘어납니다.

-톨렌 왕국에서 지명수배된 어쌔신 데런이터를 사망시켰습니다.
명성 15 증가!
톨렌 왕국으로 가면 현상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경험치를 습득하셨습니다.


연속 공격에 의한 어쌔신의 사망!

위드의 헤라임 검술은 잠시도 멈추지 않으며 최대한의 힘을 유지한 채로 상대방을 난타한다.

그러면서 방어가 취약한 부분만을 골라서 더 아프게 때렸다.

멘추라와 싸울 때와는 다른, 정교함 속에 파괴력이 살아 있는 모습이었다.

헤라임 검술의 장점이라면 연속 공격이 전부 성공할수록 공격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다른 어쌔신들은 동료가 미처 빠져나가지도 못하고 순식간에 죽는 것을 봤다.

그들의 무기는 짧은 단검에, 한 손에는 석궁을 장착해 놓았다.

방패조차 없고 갑옷도 변변치 않았으니 실컷 패 주면 될 일.


-5차 연속 공격이 성공하였습니다.
적을 혼란에 빠뜨립니다.
적의 투지를 저하시킵니다.
민첩이 추가로 40% 늘어납니다.

-6차 연속 공격이 성공하였습니다.
힘이 추가로 50% 늘어납니다.
충격파에 의한 2차 범위 타격이 15%의 공격력으로 이루어집니다.

-7차 연속 공격이 성공하였습니다.
민첩이 추가로 30% 늘어납니다.
힘이 추가로 20% 늘어납니다.
마나 1,500을 사용하여 원거리 공격이 이루어집니다.


위드가 어쌔신 둘을 더 잡았다.

전리품으로는 망토와 단검, 석궁까지 다채롭게 획득했다.

왕국에서 지명수배될 정도의 살인자 상태였기 때문에 경험치와 아이템의 소득이 컸다.

토리도도 그사이에 1명의 피를 빨아먹었다.

"과연 타락한 인간의 피는 먹을 만하군."

"가자!"

위드는 붕대를 꺼내서 간단한 응급조치를 한 뒤 부하 둘을 데리고 당당하게 진군했다.

어쌔신 따위는 걱정거리가 아닌 듯했다.

헤겔은 부럽고 멋있어서 길드 채팅으로 계속 위드에 대해 자랑을 했다.

디네와 알리스의 가슴은 이미 두근거렸다.

위드의 속마음은 전혀 모르고서!

'이래도 싸우고 저래도 싸우는 거, 당당하게 걸어야지 뭔가 있어 보여야 하는 세상이야.'

경차를 타고 호텔에 가는 것과 대형 외제 차를 타고 갔을때 대우가 다르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게 사실인지 모르지만 그만큼 겉보기가 중요하단 이야기.

'어쌔신들을 망설이게 만들어야 돼. 조직적으로 덤비면서도 긴장하도록.'

집단과의 전투에서는 움츠러드는 쪽이 훨씬 더 불리해진다.

위드는 케이크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회사원처럼 입가에 환한 미소까지 띄웠다.

할머니와 아침 드라마를 보며 갈고닦은 썩은 연기력이었다.

출렁!

위드의 발밑에서 무언가 작동하더니 좌우에서 화살이 쏟아졌다.

"이런....."

위드는 고대의 방패를 꺼내려다가 말았다.

그간 너무 많이 사용해서 내구도가 31밖에 남지 않았다.

정말 급하고 중요한 용도 외에는 쓰면 안 된다.

"토리도, 반 호크! 뭉치자!"

"알았다, 주인."

셋은 실컷 화살을 몸으로 견뎠다.

반 호크는 데스 나이트이기 때문에 생명력이 높았다.

토리도 역시 뱀파이어 로드로서 끈질긴 생명력을 가졌다.

위드의 맷집이야 말할 필요도 없는 ㄷ일.

높은 민첩과 회피술로 인하여, 날아온 화살이 몸 앞에서 어긋나는 것도 장관이었다.

"주인의 명령이니 기꺼이 충성한다."

"빨리 인간을 하나 잡아서 마셔 줘야 되겠군. 그쪽의 아름다운 아가씨, 당신을 위하여 꽃 한송이를 준비했는데 잠깐만 가까이......"

반 호크와 토리도는 고통을 감수하는 방법이조금 다르기는 했다.

위드는 몸에 붕대를 좀 더 감았다.

전투 중이 아닐 때 생명력 회복을 위해서는 역시 붕대만한 게 없다.

재봉 스킬과 약초학으로 직접 만든 고급 붕대였기에 자잘한 부상쯤은 금방 치료가 됐다.

딸깍!

"얘들아, 이쪽으로!"

콰아아아앙!

"다들 괜찮지?"

위드를 따라서 함정에 빠지면서 반 호크와 토리도의 몸도 넝마가 됐다.

하지만 쉽게 위험할 정도로 악화되지는 않았다.

정령술사인 디네가, 크게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치유술을 익히고 있었던 덕분에 조금이라도 생명력 회복을 시켜 주었던 것이다.

어쌔신들은 함정을 설치해 놓고 나서도 설마 했다.

"이렇게 허술한 게 과연 위드를 잡을 수 있을까?"

"잠깐 시간 벌기 용도지."

"우리끼리는 상대하기 어렵다. 밤의칼날의 후속 부대나, 전투단에서 사람이 올 때까지 버텨야 해."

위드가 연속으로 함정에 걸려들자, 어쌔신들은 즉각 근처에 매복했다.


5) 발굴된 얼음 미녀상


바드레이와 친위대, 전투단은 위드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말 좋은 기회야. 사사건건 우리의 발목을 잡은 놈을 드디어 처형할 수 있겠다.'

'하늘이 우리 헤르메스 길드를 돕는구나. 오늘 놈만 해치운다면.....'

멜버른 광산의 지하 1, 2, 3층은 어쌔신들로 장악되었다.

헤르메스 길드의 힘이 이곳 광산에 모였으니, 바드레이의 직업 퀘스트부터 마치고 나면 바로 위드의 차례였다.

'재미있게 되었군.'

바드레이도 위드를 보게 되리라는 생각에 가볍게 흥분이됐다.

로열 로드에서 복수를 하기 위해 얼마나 다시 만나고 싶었던가.

지금은 매우 아쉽게도 움바 벨카인의 은신처에서 놈과, 얼마 안 되는 흑사자 길드부터 없애는 것이 먼저였다.

그 후에는 어마어마한 전력을 끌고 가서 힘의 격차를 보여 주며 위드를 없애면 된다.

흑사자 길드가 이곳으로 오겠지만, 헤르메스 길드의 모든 ㅂ녕력이 던전 내로 들어온 것도 아니고 다른 대비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몬스터가 계속 모이고 있습니다!"

"뒤쪽의 통로 세 군데를 봉쇄해. 추가적인 몬스터들은 통로에서 막알,"

움바 벨카인의 은신처 뒤에 뚫려 있는 큰 동굴들, 그곳에서부터 새끼 벨카인ㄷ을이 계속 달려왔다.

- 끼엑!

- 우리 엄마를 건드리는 인간들을 먹어 버리자.

멜버른 광산의 유저들은 도망을 치려고 하다가, 나중에는 이판사판으로 침입자들을 곤란하게 하기 위하여 보스 몬스터가 있는 장소까지 뚫고 갔다.

기왕 죽는 것 몬스터들을 끌어모았는데, 그게 전투단과 친위대의 입장에서는 정말 곤란한 결과가 되어 있었다.

"자리를 지킨다. 생명력이 없더라도 물러서지 말고 버텨라."

친위대와 전투단 소속의 사제들은 바빠졌다.

움바 벨카인의 발에 걷어차이거나 뿔에 찔리면 기사라고 해도 사망 직전에 이르렀다.

새끼 벨ㅋ라인, 지옥의 들개도 만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레벨이 최소 400을 넘겼을뿐더러 피부가 강철처럼 단단하여 공격하더라도 피해를 적게 입었다.

"운디드 힐!"

절대적인 회복력을 발휘하는 4단계 치료 마법이 마구 쓰였다.

사제들의 레벨도 보통이 아니었기에 즉사할 정도만 아니라면 생명력을 절반 가까이 채웠다.

바드레이는 날뛰고 있는 움바 벨카인의 측면으로 걸어갔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땅속으로 다리가 푹푹 잠겼다.

땅이 늪처럼 변하게 만들어서 힘과 체력을 빼앗아 가는 기술이 시전되고 있었다.

"쇼크 웨이브!"

"선더 애로우."

마법사와 궁수 들이 움바 벨카인을 향하여 무차별 공격을 가했다.

외관상으로는 변화가 없더라도 생명력을 꾸준히 줄였다.

그만큼 움바 벨카인도 뿔과 앞발로 유저들을 공격했다.

몸 주변에서는 돌들이 치솟아서 사람들을 향하여 날아갔기 때문에 부수적인 피해도 상당했다.

"회심의 맹타!"

바드레이는 움바 벨카인의 측면으로 가서 옆구리를 연속으로 공격했다.

방어력이 취약한 부위를 연거푸 때리게 되면 기절이나 마비 증상이 오게 된다.

움바 벨카인은 그런 정도로 약한 모스터가 아니었지만, 생명력에 상당한 피해가 발생하는 것만큼은 막지 못했다.

검술의 비기, 다른 하나의 검도 알아서 움바 벨카인을 마구 찔렀다.

중형 이상의 몸집을 가진 몬스터가 옆으로 밀려날 정도로 강렬하기 짝이 없는 공격이었다.

- 네가 이곳에서 가장 강한 인간이구나.

움바 벨카인은 바드레이를 향하여 맹렬한 적의를 뿜어냈다.

육체에 큰 타격을 당하고 난 이후로 다른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에 비하여 더 경계하고, 적대감을 가지게 된 것이다.

-움바 벨카인이 투지를 뿜어냅니다.
높은 명예로 인하여 극복합니다.

바드레이는 놈을 마주 보면서 섰다.

근처에는 돌덩어리들이 회오리치며 날아다니고 있고, 마법과 화살, 도끼에 창, 철퇴까지도 난무했다.

- 쿠에에에에엑

움바 벨카인은 사방에서 당하는 고통으로 비틀거렸다.

그러나 보스급 몬스터답게 쓰러지지 않고 달려들 수 있도록 자세를 바짝 낮췄따.

"이겄가지 쓰게 되는군. 용사의 검!"

바드레이가 가진 검이 파르스름한 빛을 발산했다.

또 하나의 검술의 비기!

용사의 검은 명성이 높고 전설적인 몬스터를 산야할 때 유용하다.

대신 스킬이 사용된 검이 복구 불가능할 정도로 부서지게 된다.

헤르메스 길드에서 구한 최고의 마법검이 여러 개 있었으므로 바드레이는 무기를 아깝게 여기지 않았다.

- 크아아!

움바 벨카인이 뛰어오르며 앞발을 휘둘렀다.

바드레이는 그 앞발을 향하여 검을 휘둘렀다.

꽈아아아아아앙!

무지막지한 소음, 마나로 인한 폭발이 일어났다.

힘 대 힘.

바드레이가 정면에서 움바 벨카인과 맞서고, 친위대에서는 옆에서 마법과 화살, 도끼질을 하면서 생명력을 감소하게 만들었다.

움바 벨카인의 뿔과 앞발에 희생된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만 14명이 넘었다.

그들의 죽음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 맞서는 게 아니라, 바드레이가 가진 지휘 스킬 때문이었다.

흑기사는 적의 대장과 싸우고 있을 때에 부하들의 전투력을 올려 주는 '용감한 지휘' 스킬을 가졌다.

헤르메스 길드원은 모두 하벤 왕국의 소속이었기에 바드레이가 직접 움바 벨카인과 싸울 필요가 있었다.


★★★★★★★★★★★★★★★★★★★★★


위드가 함정에 걸려들자 화염이 강하게 일어났다.

화살과 창도 사방에서 날아왔다.

"지금이다."

어쌔신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습격을 가했다.

헤겔, 알리스, 디네가 뒤에 있었지만 그들에 대해서는 거들떠도 안 봤다.

'나중에 죽이면 돼.'

'상대할 가치도 없는 녀석들이군.'

어쌔신들의 목표는 위드!

최대한의 공격을 집중시켜서 위드를 죽이려고 했다.

실제로 높은 맷집과 회피술에도 불구하고 함정에 빠져듦으로 인하여 위드의 생명력도 30% 이상이 한꺼번에 감소했따.

그 전에 당했던 부상은 붕대를 감아서 대충 치유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체력윽 약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위드는 눈을 감았다.

방어력을 높여 주는 눈 질끈 감기 스킬!

"반 호크, 앞으로."

"알았다, 주인!"

데스 나이트 반 호크가 위드의 앞으로 암흑 투기를 뿌렸다.

위드는 반 호크를 믿고 눈을 감은 채로 정면으로 달렸따.

향상된 민첩을 가지고 펼치는 바람의 질주 스킬!

함정에서 발동된 화살과 창을 절묘하게 피해 냈다.

몇 개는 맞기도 했지만 맷집과 인내력으로 견뎌 냈다.

정면의 어쌔신들은 반 호크의 암흑 투기를 수비하고 있었다.

놀라운 속도로 뛰어온 위드가 그들의 앞에서 눈을 떴다.

"헤라임 검술!"

완벽히 모습을 드러낸 어쌔신은 약하다. 어둠에 몸을 가린채로 은밀한 기습이 성공했을 때가 최대의 피해를 입히는 순간이었다.

함정에 기꺼이 빠져 줍으로써 어쌔신들의 공격 시간을 결정했다.

어쌔신들이 나타나게 한 이상 정면 대결은 승산이 높았다.

물론 둘러싸인 채로 취약한 부분을 공격당하게 되면 그건 더 위험하게 될 수도 있다.

어쌔신들과 싸울 때는 장소와 시간을 결정해 놓고 속도전으로 펼쳐야 했다.

정면의 두 어쌔신들은 수비를 하려고 했지만, 위드의 공격은 그들의 몸통에 작렬했다.

적중할수록 강해지는 헤라임 검술 6연타!

"기회는 계속 있따."

"놈도 약해졌으니 죽여라."

함정에서 덮치려다가 허탕을 친 어쌔신들이 위드를 쫓아왔다.

위드는 돌아서면서 더욱 강해진 헤라임 검술을 시전했다.


-7차 연속 공격이 성공하였습니다.
민첩이 추가로 30% 늘어납니다.
힘이 추가로 20% 늘어납니다.
치명적인 일격을 가해서 파괴력을 증가시킵니다.

-8차 연속 공격이 성공하였습니다.
민첩기 추가로 15% 늘어납니다.
적을 멀리 밀쳐 냅니다.

-9차 연속 공격이 성공하였습니다.
힘이 추가로 25% 늘어납니다.
적을 기절시킵니다.
치명적인 일격이 적중했습니다.


총 열여섯 번까지의 연속 공격!

검이 멈추지 않은 채로 적을 정확히 공격해야 하는 고난이도의 검술이었다.

위드는 기회를 틈타 다급하게 몰려드는 어쌔신들을 헤라임 검술로 차례대로 무너뜨렸다.

민첩이 높아지고 스킬의 발동 시간까지 짧아져서, 헤라임 검술은 시작과 끝이 이어진것처럼 진행됐다.

위드의 발과 허리, 어깨, 손이 미리 예정된 동작들을 그림처럼 완벽한 자세로 수행하면서 스킬을 완상시켰다.

-헤라임 검술의 숙련도가 0.1% 늘어납니다.

-검술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격렬한 움직임으로 데몬 소드의 내구도가 감소합니다.

반 호크, 토리도도 뒤에서 어쌔신들을 공격했다.

함정에 걸려들었을 때부터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속도로 진행되는 전투였다.

"크으으......."

"이렇게 강하다니."

헤라임 검술에 당한 어쌔신들은 죽거나 생명력에 큰 피해를 입었다.

걸작 조각품을 파괴하면서 민첩ㄴ을 많이 늘린 상태이기는 했다.

그러나 그보다는 방어력과 속도로 은밀한 어쌔신의 습격을 제압한 것이다.

"위드, 우리 헤르메스 길드를 건드렸으니 너도 반드시 오늘 이곳에서 죽을 것이다."

부상을 당한 어쌔신이 이를 갈며 말했다.

위드는 가볍게 그를 죽이고 아이템을 취했다.

연막탄의 습득!

"전쟁의 신 위드와 싸워서 영광이었다. 다음에는 더 멋진 전투를......."

"위드 너를 죽이기 위하여 이곳으로 더 많은 병력이 올 것이다. 얼마나 버티는지 구경을 하고 싶은데 아쉽군."

위드는 다른 어쌔신들에게도 미련 없이 검을 휘둘렀다.

완전히 종적을 드러낸 어쌔신들은 위드보다는 느리기에 빠져나가지 못한다.

토리도와 반 호크에 막혀서 도망도 갈 수 없는 처지였다.

마지막 남은 어쌔신은 애원했다.

"한 번만 살려 주세요. 초보 사냥터에서 노는 아내와, 보리 빵을 사 달라고 우는 자식들이......"

위드는 마찬가지로 검을 휘둘렀다.

목숨을 내건 싸움을 벌인 이상 용서해 달라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경험치와 전리품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

"이 주변은 대충 정리가 된 것 같군."

위드는 헤르메스 길드의 지하 3층에 있는 어쌔신들을 전멸시켰다.

조각 파괴술까지 쓴 데다 반 호크와 토리도가 있었기에 시간을 두고 싸웠더라도 승리를 거두었으리라. 하지만 함정에 빠져들면서까지 어쌔신들을 단번에 해치우느라 위드의 몸도 만신창이였다.

헤라임 검술을 쓸 때의 커다란 단점이, 적의 공격을 피하려고만 하다 보면 검의 움직임이 멈추게 된다.

맞아야 하는 공격은 몸으로 버티면서 적을 찾아 달려야 되는 기술이었기에 생명력도 57%나 감소해 있었다.

"잠깐 시간을 벌기는 했는데, 이제 이곳으로 벌 떼처럼 몰려들겠지."

위드는 빠져나가는 것만 생각하면 아득해졌다.

헤겔을 통해 흑사자 길드에서 수집한 정보를, 페일에게서는 방송국에서 알려 주는 상황을 전달 받았다.

헤르메스 길드에서 이곳으로 들어온 인원만 300명에 이르렀다.

그 대단한 전력을 감안할 필요도 없이, 지하 1층과 2층은 어쌔신들과 함정으로 도배가 되어 있다고 한다.

위드에게는 함정 해제 스킬이 없었기에, 그 많은 함정들과 수십 명이 넘는 어쌔신들을 뚫고 달아나기란 정말 아득한 일이었다.

게다가 헤르메스 길드의 일반 전사들도 기다리고 있었다.

"어쌔신들이 더 제대로 된 함정을 파 놓고 습격을 준비하고 있다면 거기로 빠져나갈 수는 없어. 월급도 제대로 안 주는 악덕 사정에게 휴가비를 달라고 부탁하는 것만큼이나 무모한 일이지."

생명력이 많이 감소하면 서윤의 광전사 스킬도 쓸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연속으로 큰 함정에 걸려들ㄷ라 보면 육체에도 장애가 발생하기 때문에 살아날 가능성은 많이 희박해진다.

"여기에 있으면 위층의 어쌔신들이 더 몰려올 텐데. 다시 숨더라도, 놈들이 수색에 나서면 금방 발각되겠지."

위드는 전리품으로 얻은 아이템들을 살펴봤따.

어쌔신들의 위장복, 단검, 석궁, 부츠, 장갑, 허리띠, 마스크까지, 어지간한 것들을 다 1개씩은 습득했다.

어쌔신들이 살인자 상태였기 때문에 평소보다도 많은 아이템을 떨어뜨린 탓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위드는 탈로크의 갑옷과 데몬 소드, 기타 장비들을 무장해제했다.

"옷을 바꿔 입어야 되겠군."

어쌔신들의 장비를 착용!

대장장이 스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직업의 옷도 입을 수 있었다.

위드 본인의 레벨도 409나 되었기 때문에 대장장이 스킬의 효과까지 감안하면 유저들이 착용하는 웬만한 장비는 다 입었다.

"뭐, 이정도면 감쪽같군."

어쌔신들의 장비는 특색이 따로 드러나지 않는 헤르메스 길드의 지급품이었고, 얼굴까지 완벽히 가려 줬다.


★★★★★★★★★★★★★★★★★★★★★


단테는 모라타에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 유저였다.

풀죽, 풀떡, 풀 차를 마시며 성장해 온 모범적인 초보자.

그는 직업을 결정해야 되었다.

"위드 님을 따라서 조각사를 하고 싶지만... 그래도 절대 그분을 넘을 수는 없을 거야."

예술 회관에 있는 위드의 조각품을 보면 감탄이 먼저 나왔다.

절대 쓸모없이 재료를 낭비하는 법이 없다.

단순하고 간결하면서도 형태를 뚜렷하게 표현해 냈다.

실패작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위드는 여러 가능성들을 시험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 도전 정신이 있었기에 모두가 우러르는 조각사가 되었겠지."

실상 위드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있으면 만들어 보는 것이었다.

최악의 경우에도 만만한 사람에게 바가지를 씌울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단테는 재료를 다루어야 하는 조각사는 하지 않기로 했다.

최고가 될 수 없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나한테 어울리는 다른 직업을 구해야지."

그는 광장에서 장사도 하고, 기초적인 얼음 마법도 배웠다.

한때 북부는 얼음이 뒤덮고 있던 시기가 있었다. 그 때문에 빙계 마법사들의 비율도 높은 편이었고, 관련 마법도 많이 개발되었다.

단테는 모라타의 대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면서 지식과 지혜 스탯을 높이고 예술 회간에서 작품도 감상했기에, 어설프나마 기초 마법을 배울 수는 있는 수준이었다.

모라타의 유저들은 예술의 지식, 종교적인 부분에서 다른 지역보다 유리했다.

"또 돈이 모자라네. 먹을 것도 공짜로 얻는데 돈이 금방 다 떨어져 버리니 원."

단테는 호주머니에 돈이 떨어지면 공사장으로 향했다.

모라타에서는 별장과 주택, 상업 시설의 공사가 많이 이루어진다.

지금은 위대한 건축물인 헤스티아의 대장간과 탐구자의 탑이 건설되고 있었다.

초보자들은 그곳에서 돌과 모래를 운반하는 일을 해 주고 돈을 벌었다.

조각사, 화가, 건축가, 마법사, 대장장이 들도 참여하여, 위대한 건축물의 대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직업을 구해야 하는데........"

단테는 마을 근처에서 사냥을 하고 돌아오면 모험과 관련된 책을 읽었다.

그의 레벨도 이제 47을 넘어서, 일반적인 전직을 할 시기는 훨씬 지났다.

초보 시절의 동료들이 좋은 직업을 얻고 레벨이 60대가 넘은 것을 보면 부러웠다.

그에게 모라타의 마을 주민 캐런이 다가왔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단테는 먼저 반갑게 인사를 했다.

"궁금한 게 있어서 찾아왔네. 자네가 책을 많이 읽어서 아는 것이 많다지?"

"별거 아닙니다. 그래도 궁금한 게 있으시면 알려 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니 질문을 해 보세요."

캐런은 뱀파이어가 지배하던 시절부터 석상이 되어 있던 모라타의 주민이었다.

현재로써는 유저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

토박이보다는 북부 전역에서 이주해 온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보상이 짭짤하고 규모가 큰 퀘스트를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단테는 평소에 유저나 주민이나 가리지 않고 대화 하는 걸 좋아했다.

"예전에 우리 모라타에는 말이야, 이제 상당히 오래된 일인데... 북부에는 겨울밖에 없었을 때지. 춥고 황량하고 배고프던 시절에 사냥꾼들이 얼음으로 만든 조각품을 봤다는 이야기가 있어."

"아, 그런 일이 있었어요?"

단테는 웃으면서 말을 들었다.

이곳은 위드가 세운 것이나 다름없는 도시다.

조각품을 봤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당연했다.

주민들은 종종 쓸데없는 이야기도 대단한 것처럼 폼을 잡고 늘어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저들은 시간 낭비를 하는 경우도 흔했다.

"지쳐서 도착한 조각품이 있는 주변에서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고 한다네. 놀랍게도 추위도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다더군. 사냥꾼들은 그 조각품을 귀중하게 여겼지."

"조각품은 정날 특별한 힘을 주는 것 같아요."

"내가 생각해도 그래. 조각품이야말로 우리 모라타 주민들의 자긍심이지. 그곳에는 거대한 얼음의 드래곤과......"

단테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번뜩였다.

'가만! 이거 빙룡 이야기 안인가?'

위드를 따라다니는 생명체인 빙룡은 이미 북부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 인사였다.

모라타와 바르고 성채를 오가면서 사냥을 하기도 했는데, 아이스 브레스에 얼어붙는 몬스터들을 구경하기 위해 쫓아다니는 유저들까지도 있을 정도였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유난히 빙룡을 좋아했다.

"얼음의 드래곤과 마찬가지로 얼음으로 만ㅁ든 신비한 미녀의 조각상이 있었지."

"미녀라니요?"

"조각품을 본 사냥꾼들이나 여행자들이 열병을 앓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네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조각품에 대해서 좀 알아봐 주겠는가?"


띠링!

모라타에 만들어졌다는 얼음 미녀상!

거장 조각사 위드는 모라타를 위하여 여러 조각품을 남겼다. 그 조각

품의 하나로서, 아름다움을 찬양한 작품을 찾아라!

난이도 : D
퀘스트 제한 : 모라타 주민들과의 친분, 잡다한 지식, 주변 지역을 많이 걸어 본 경험, 얼음 마법의 습득자.


"제가 찾아볼게요."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단테는 기꺼이 퀘스트를 받았다.

발견되지 않은 위드의 조각품이라니, 흥분되지 않을 수 없었다.

"퀘스트 제한이 조금 복잡한데. 설마 이거 나만 할 수 있는 퀘스트는 아니었겠지? 에이, 아닐 거야."

단테는 희미한 희망을 안고 남은 돈 14실버를 털어서 인근 지역의 지도를 샀다.

초보 화가들이 많았기에 그들이 스킬 숙력도를 쌓기 위하여 그린 지도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단테는 전 재산을 들여서 산 지도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게 어디에 있을까? 위드가 빙룡을 만들기 위한 얼음은 빙설의 폭풍을 통해서 얻었다던데."

위드가 조각품을 만들었던 역사를 살펴보면 그저 감탄할뿐이었다.

혀를 내두를 정도의 원가절감의 철학이 있었다.

조각사들은 작품 욕심으로 인해서 돈을 물 쓰듯이 하면서 항상 적자에 허덕인다.

위드는 지금까지 엄격한 절제로 돈을 벌면서 조각품을 만들었으니, 그 점이 가장 뛰어났다.

단테는 지도를 보며 계속 중얼거렸다.

"마녀 세르비안의 저주가 북부를 뒤덮고 있을 때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은데."

그 시절만 해도 환경적인 영향으로 이곳까지 와서 모험을 하는 유저가 드물었다.

자칫하면 지도값만 날리고 퀘스트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았다.

조금 전에 지도를 팔았던 화가 아이엘스가 물었다.

"어디 찾으시는 장소라도 있으세요?"

"그게요, 위드 님이 빙룡을 조각했던 장소를 알고 싶어서요."

"그거 아는 사람은 없을 텐데. 혹시 모르니 화가의 언덕 위쪽으로 가 보세요. 빙룡 그림을 전문적으로 그리는 화가가 있어요."

모라타에는 화가의 언덕이라 불리는 장소가 따로 있었다.

판자촌의 한쪽에 화가들이 1명, 2명 모여 살기 시작하더니 집단촌을 이루었다.

그림을 구매하고 싶은 사람들도 모이면서, 화가의 언덕이라는 이름의 붙었다.

"원하시는 그림 그려 드려요. 던전 사냥하고 그냥 끝내지 않으셨습니까. 여기 말씀해 주시면 그 영광의 순간을 그림으로 남겨 드려요."

"초상화 전문! 몬스터를 사냥하시는 그림도 그려 드립니다. 레벨 1이라도 본 드래곤 사냥하는 그림을 가질 수 있는 기회예요!"

"물감 팝니다. 색이 약간 변하기는 하는데 그럭저럭 그릴만한 물감요."

단테는 언덕을 올라가며 빙룡의 그림을 많이 구경했다.

빙룡, 와이번, 불사조, 은새, 황금새, 누렁이.

조각 생명체들은 그림의 주제로 인기가 높아서 화가의 언덕에 완성품도 많이 있었다.

위드의 모험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조각 생명체들을 모을 뿐만 아니라 카리취와 근원의 스켈레톤, 애꾸눈 수정 해골의 그림도 다 모았다.

토리도, 반 호크, 리치 샤이어, 리치 바르칸도 인기 있는 그림이었다.

모라타에 관광을 온 유저들이 필히 구입해 가는 기념품으로도 팔렸다.

"진찌ㅏ 위드 님이 모험을 한 내용이 많구나. 별별 곳을 다다녔네."

화산이 새빨간 용암을 토해 내는 지골라스에서의 장면들도 그림으로 다 그러져 있었다.


모험 전문 화방

위드의 발길이 닿은 곳

모라타의 사계절. 베르사 대륙의 여러 장소의 그림들도 있습니다.


단테는 모라타의 사계절 화방에 들어갔다.

그림 중에는 과거 눈 덮인 모라타의 모습이 그려진 것도 있었다.

눈과 얼음이 근처 산과 언덕 들을 뒤덮고 있을 때의 모습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추운 느낌이 절로 나는 그림들을 보면서 빙룡을 조각할 만한 장소들을 관찰했다.


며칠 후

단테는 친구인 광부 셋과 같이 고산지대로 올라갔다.

"정말 여기라고? 모라타와 너무 가깝잖아."

"그렇다니까. 빙설의 폭풍이 그 시절의 마을로 불어오는 것을 막아 주는 장소로 얼음이 정말 많이 떨어졌던 곳이야 일단 파 보자."

"뭐, 믿을 수는 없지만... 네 말이니 시도는 해 봐야지."

광부들은 요즘 일감이 많았다.

모라타 근처의 광산에서 철광석이나 구리 광석, 보석류를 주로 캐던 그들은 현재 위대한 건축물의 기초공사에도 참여하고 있었다.

중요한 시간을 뺏는 셈이었지만, 예전에 같이 풀죽을 먹으면서 친해진 덕분에 무리한 부탁을 할 수 있었다.

"말도 안 되기는 해. 이런 곳을 파면 영주 위드의 조각품이 나온다니."

"이제 곧ㄱ 영주가 아니라 국왕이 되잖아."

"영주나 국왕이나 뭘 어차피 왕국이라고 하기에는 좁은 땅은 다스리는데."

모라타와 바르고 성채 사이에는 마차 4대가 한꺼번에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넓은 도로가 연결되고 있었다.

도로 건설은 많은 비용이 따르기에 모라타에서 투자했다.

도로가 완성되고 나면 상인들의 마차와 말이 길을 통해 빠르게 이동할 수 있으며, 체력의 감소도 비약적으로 줄어든다.

몬스터들이 나타나더라도 마차를 몰고 도망치기가 편해져서 상인들에게는 큰 혜택이었다.

신선한 제품도 거래할 수 있고, 교역량의 확대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특정 물품 조달 퀘스트를 일찍 완수함으로써 명성과 돈을 얻는 것도 가능했다.

북부에서는 최로로 장거리 도시들 간의 도로 연결.

이것도 어느 순간부터 조용히 시작되었지만 한두 푼이 드는 공사가 아니라서 모라타가 아니고서야 할 수 없는 정책이었다.

"어서 계속 파기나 하자고."

광부들은 조심스럽게 땅을 파헤쳤다.

한참을 살펴봐도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휴, 역시 허탕이구나. 여기서 못 찾아내면 퀘스트는 포기해야 될 것 같은데."

단테는 씁쓸해하며 광부들에게 그만둘 것을 권하려고 했다.

모라타도 도시 자체로만 보면 제법 넓어서, 한창 성장해야 할 때에 여기저기 땅만 보며 돌아다닐 수는 없었다.

그때 광부 한 사람이 갑자기 소리쳤다.

"잠깐만 여기 뭔가가 있다!"

돌과 흙을 치우고 나니 튀어나온 얼음 조각의 일부분이 보였다.

현재는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녹아 있었다.

단테는 빙계 마법을 시전했다.

"콜드 스프레이!"

간단한 한기를 몰고 오는 마법으로, 몬스터와 싸울 때는 적합하지 않다.

그래도 단테는 마법을 배우는 자체가 좋아서 이것저것 다 익혔다.

"계속 꺼내 봐."

"알았어. 진짜 조각품일지도 모르니까 장비 쓰지 말고 손으로 파 보자고."

광부들은 손으로 흙을 쓺련서 얼음덩어리를 발굴했다.

조각상의 손과 다리 일부분은 그동안의 방치 ㄸ래문에 아쉽게도 녹아 있었다.

"뭐, 이거 녹아 버려서 제대로 가치나 있을지 모르겠네."

"찾아내기는 했찌만 이 정도로도 퀘스트 완수되겠어?"

광부들은 파내면서 조각상의 얼굴을 슬쩍 쳐다보았다.

"어, 어떻게 이렇게 예쁜 여자의 조각품을......."

"크으윽! 평생 솔로로 살아온 보람이 있어. 이 조각상의 얼굴만 봐도 위로를 받는 기분이야."

위드의 외면을 받은 얼음 미녀상은 진작 사라졌어야 마땅했다.

칼날 같은 한기를 품ㄱ모 있는 얼음으로 조각을 했지만 따스한 기운에 오래 접하다 보면 사라지기 마련.

그러나 이곳 고산지대는 마녀 세르비안의 저주가 풀리면서 땅의 일부가 한꺼번에 허물어졌다.

눈과 얼음이 함께 땅속에 묻히게 됨으로써 얼음 미녀상이 보존될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

빙룡도 과거에 같이 탄생했던 얼음 미녀상을 잊지 않고 찾아와서 닭이 알을 품듯이 보듬어 주었다.

얼굴과 몸의 형체가 남아 있었던 건 그 덕분이었다.

위드가 바란 마을에 만들었던 프레야의 여신사엥 이어, 제대로 만든 두 번째 조각품이었다.

"이 조각품을 우리만이 아니라... 이제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될 거야."

단테는 직업을 결정했다.

특ㅂ결하고 아주 고귀한 직업의 인연을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지금의 감동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직업.

"모험가로 전직을 해야겠다. 베르사 대륙에는 신비와 전설이 많으니 평생 그것을 파헤치고 살아야겠어."

전사나 마법사, 혹은 상인 계열이 좋은 것은 휴양지에 가서 편히 즐길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에 반해 모험가는 퀘스트를 주로 해야 하기 때문에 할 일이 많고 경쟁이 치열한 분야였다.

발견, 발굴, 탐색, 지형 보고가 한정되어 있어서 다른 직업보바도 열심히 살아야 했다.


6) 특별한 재회


위드는 슬그머니 멜버른 광산의 지하 4층으로 내려갔다.

어쌔신의 복장을 완전히 갖춰 입었기에 쉽게 의심받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역시 지금은 아무도 없군."

지하 4층의 입구 주변에는 지키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벨카인의 은신처로 모두 이동을 하였을 것이다.

위층의 어쌔신들이 실패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테니까!

"역시 내 잔머리는....."

위드는 잠깐 동안 우쭐해졌다.

다른 어쌔신들은 지하 3층을 정밀하게 수색하게 될 것이다.

결국에는 아래로 내려왔다는 것이 탄로 날 테지만, 조금이나마 시간은 벌었다.

"지하 4층도 위험해. 이곳은 숨을 곳도 별로 없으니 이동해야 되겠군."

내친김에 아예 벨카인의 은신처를 향해서 천천히 걸어갔다.

일이 이쯤 되면 앞이 어떻게 될ㅈ리 전망하는 건 무의미했다.

위층에서는 어쌔신과 전사 들이 수색을 하고 있을 테고, 가까운 곳에는 바드레이와 헤르메스 길드의 주력이 몬스터 사냥을 하고 있다.

어느 쪽이든 적들에 포위를 당하고 있는 셈이라서 즉흥적으로 눈치에 따라서 행동하는 수밖에 없었다.

- 이제 내려와도 돼.

위드는 헤겔ㅔ게 귓속말을 보내 줬다.

- 고마워요, 형.

헤겔과 알리스, 디네는 지하 4층으로 내려와서는 위드와는 다른 길을 택했다.

그들은 흑사자 길드의 구원군이 올 때까지 갱도에 숨어 있기로 했다.

헤르메스 길드와 전투가 벌어지더라도 도움이 될 수 없는 신세이다 보니 발견되지 않는 행운을 바라는 수밖에는 없었다.

"모두 나만 믿어."

헤겔은 얼굴을 펴고 당당하게 말했다.

지하 4층의 몬스터들은 그에게도 벅찬 상대. 두 여자를 지켜 주기 위하여 호기를 부렸지만, 디네와 알리스의 마음은 위드에게로 향해 있었다.

"선배님, 아니 오빠, 조심하세요!"

"오빠, 마음속으로라도 응원할게요."

바드레리와 헤르메스 길드가 있는 벨카인의 은신처로 간다니 얼마나 두근거리는 일이 벌어지겠는가.


★★★★★★★★★★★★★★★★★★★★★


"아, 더 이상 영상이 나오지 않아서 아쉽게 되었네요. 조금만 더 오래 살아 주었으면 많은 시청자들이 기뻐했을 텐데요."

방송사들에 영상을 전달해 주던 유저가 사망하면서 벨카인의 은신처의 방송이 중단되고 화면은 스튜디오로 넘어왔다.

"바드레이의 전투 능력이 정말 무섭습니다. 대륙에 이토록 강한 유저가 또 있을까요?"

"벨카인마저도 폭풍처럼 몰아치는 그 힘과 기술은 발군이라고밖에 할 수 없겠죠. 검의 모든 잠재력을 끌어서 사용하는 용사의 검! 검술의 비기를 하나 더 공개하면서 싸우는 그의 영상은 화려하기 짝이 없습니다."

진행자들이 멘트를 이어 가는 사이, 물밑에서는 섭외 전쟁이 벌어졌다.

방송사들에서는 각종 인맥을 동원하여 벨카인의 은신처의 영상을 확보하려고 했다.

바드레이의 퀘스트만이 중요한 의미가 아니었다.

"흑사자 길드의 주력이 오게 되면 그들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게 될 거야. 길드장 칼리스가 벌써 출발했다는 보고가 왔으니... 이건 방송하기만 하면 시청률 대박이잖아."

"광고주들의 연락이 계속 이어주고 있습니다. 저녁 심야 시간의 재방송이라도 빈 시간대에 광고를 넣어 달라는데요."

광고주들이 웃돈을 얹어 주겠다면서 줄을 서서 기다릴 직여.

멜버른 광산에는 위드까지 있었다.

헤르메스 길드와는 이미 앙숙 관계이니 어떤 일이 벌어질지 방송 관계자들은 예측조차도 하기 어려웠다.

방송 관계자들이 그토록 바라던 상황이 멜버른에서 갑자기 형성된 것이다.

직업 마스터 퀘스트 경쟁 이상으로, 헤르메스 길드와 위드라면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소재였다.

"지금의 시청률은 얼마지?"

"12%에서 계속 오르고 있었습니다. 낮 시간으로서는 최근 한 달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게시판은?"

"마비될 정도입니다. 페이지가 너무 빨리 넘어가서 제목도 제대로 읽지도 못합니다."

방송국 게시판은 어서 빨리 영상을 전송해 달라는 요청들로 가득했다.

하필 이런 순간에 영상이 뚝 끊어지다니!

CTS미디어, KMC미디어, 온 방송국, 디지털미디어, LK게임의 진행자들은 곤혹스러웠다.

아직도 살아남은 일반 유저들에게 연락을 해 보는 사이에, 계속 접촉을 했던 헤르메스 길드에서 공식적인 대답이 왔다.

방송 영상 제공 수락!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영상을 제공하는 대가로 최고의 시청률이 나오는 지금 광고 수익금의 일부를 받겠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방송국으로서는 다소 무리일 정도의 비율이었지만, 거절하지는 못했다.

다른 방송국들이 특종을 잡아내는 사이에 정규 프로그램을 틀 수는 없으니까.

각 방송국에서는 로열 로드와 관련된 정규 프로그램을 일주일 내내 편성해 놓는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방송국의 오르 내리는 시청률이나 인지도는, 정규 프로그램이 보류되거나 취소되고 진행되는 특집 생방송에 달려 있었다.

로열 로드에서는 가슴을 들끓게 만드는 모험이 시도 때도 없이 이루어지고 있기에 생방송으로 중계한다는 것이 대단히 흥미를 자극했다.

"오늘도 밤까지 야근해야 될 모양이다. 박 대리, 토스트는 주문했어?"

"예! 전화하니까 아주머니가 벌써 만들고 계시던데요."

"김밥집에도 연락해 놔."

"도시락집에도 전화해 놨습니다.


★★★★★★★★★★★★★★★★★★★★★


위드는 벨카인의 은신처에 슬그머니 발을 들였다.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은 정신없이 싸우고 있었다. 각종 마법의 효과가 휘몰아치고, 무기들이 격렬한 소리를 냈다.

'정말 장관이군.'

대륙 최강이라는 헤르메스 길드의 전투력에 대해서는 듣던 대로였다.

새끼 벨카인이라고 하더라도 레벨이 최소한 450은 되었다.

마수의 종족이기에 보통 강한 것이 아니었다.

탁월한 육체적인 능력은 물론이고, 흑마술까지도 사용했다.

마법과 화살, 정령술ㅇ레 대한 높은 저항력까지 갖춘 것은 물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대단한 새끼 벨카인에, 방향 전환을 자주 하며 은신처에서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지옥의 들개들을 헤르메스 길드는 가차 없이 죽여 나갔다.

가끔 희생이 발생하기도 하였지만, 갑자기 몬스터에 의해 둘러싸여서 죽거나 하는 재수 없는 경우였다.

아주 훌륭한 방어구에, 최고 수준의 사제들이 치료 마법을 펼쳐 주면서 장대한 싸움을 한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도 최정예들이 모인 만큼 어느 1명도 허술한 유저가 없었다.

레벨과 스킬, 장비, 전투 방식에 있어서도 허점이 많지 않았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 중 누구라도 대도시에 간다면 소란을 일으킬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역시 헤르메스 길드는 훌륭하군.'

위드는 눈에 덜 띄는 구석으로 가서 전투를 구경했다.

중학교, 고등학교, 공사판과 대학교에서 갈고닦은 조용한 구석 찾기!

이곳에는 어쌔신들도 몇 명 있었다.

정식으로 싸우는 대단위 전투에서는 어쌔신들이 몬스터의 등 뒤를 노리는 암습도, 위험하긴 하지만 어쨌든 가능했다.

지금은 굳이 그럴 정도의 위기 상황은 아니라서 구경만ㅁ 하는 모습.

어쌔신들은 위드를 보면서도 복ㅈ강이 비슷하다 보니 관심을 갖지 않았다.

'19호로군.'

'지하 3층에서 위드를 막기로 해 놓고 여기로 도망 온 모양이군.'

'길드에서 문책을 당할 텐데...... 지금의 이곳의 전투가 우선이니 내버려 두자.'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어쌔신의 복장에 간단한 표식도 달아 놓았다.

상의와 바지에 계급이나 식별할 수 있는 숫자를 적어 놨다.

위드는 재봉 스킬을 이용하여 간단히 수선하여 한 ㅂ널의 옷을 만들어서 위장을 했다.

지금은 완벽한 어쌔신 동료라고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잘 싸우는구나.'

위드는 주로 바드레이의 전투를 관찰했다.

움바 벨카인과 호각, 혹은 그 이상의 유리하게 유도하면서 싸웠다.

훨씬 덩치 크고 빠르고 위협적인 몬스터를, 힘과 기교를 발휘하며 차분히 압도해 나간다.

물론 샤먼과 사제 들의 축복 마법이 있었고, 다른 공격 지원도 받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흑기사답게 가장 위험한 정면에서 맞붙는 모습이 일품이라고 여겨졌다.

'마음껏 싸울 수 있는 게 부럽군.'

위드는 조용히 전투가 마무리되기만을 기다렸다.

별다른 사고 없이 이렇게 시간이 조금만 흐른다면 바드레이의 승리가 될 것 같았다.

움바 벨카인의 몸에는 화살과 도끼, 창까지도 박혀 있었다.

만신창이의 몸이 되어 생명력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었다.

- 크으으. 너희도 무사하지 못하리라!

땅을 구르면서 지진을 일으키고 돌덩어리들을 날리는 방식으로 최후의 발악을 했지만. 보스급 몬스터를 상대한 경험이 많은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사제들이 보호막을 형성해서 막아 냈다.

그 뒤에는 전사들이 뒤로 물러서서 원거리 공격을 가하며 움바 벨카인이 쓰러지도록 유도했다.

친위대와 전투단에 의해 새끼 벨카인들이 죽고, 지옥의 들개는 전멸당했다.

기사와 워리어 들에 의해 몰이가 이루어진 후에 마법사들의 살상 마법이 발휘되어 단체로 피해를 입으면서 죽어 나갔다.

네크로맨서 그로비듄이 언데드까지 일으키며 조직적으로 전력을 높였다.

'언데드라........'

위드에게 언데느는 혐오스럽지 않고 친근한 정도였다.

사실 좀비도 오래 보면 은근히 귀여운 맛이 있지 않던가!

벌써 둠 나이트까지 소환하는 헤르메스 길드 소속의 네크로맨서를 보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많은 언데드를 소환하려면 소모되는 마나의 양이 엄청나겠어. 장비들도 하나같이 뛰어나고 말이지.'

위드는 자신보다 레벨도 높은 유저들을 보면서 배도 아프고 질투심도 생겼다.

헤르메스 길드라는 이유로 적개심이 생기기보다는 순수한 감탄이 먼저 일어났다.

오랫동안 같이 몬스터를 잡았던 것처럼 자신들의 역할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위드가 머릿속으로만 그려 오던 집단 전투가 이곳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구현되었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모든 부분에 대해 최적화가 이루어져 있었고, 전력도 충실했다.

'내가 지휘할 수 있다면 보스급 몬스터를 싹쓸이하면서 던전 사냥을 다녔을 텐데.'

베르사 대륙에는 알면서도 못 잡는 보스급 몬스터들이 널려 있다.

한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몬스터는 물론이고, 전설적인 몬스터, 역사적으로 패악을 부린 몬스터. 엘프, 요정, 정령계에도 몬스터가 있었으며, 그들의 난이도는 훨씬 높았다.

지골라스나 바르고 성채 너머처럼 몬스터들끼리 다투면서 살아온 장소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보스급 몬스터도 있다.

혼돈의 대전사 쿠비챠처럼 대단한 야망을 가지고 부족을 다스리기도 한다.

그런 몬스터들을 사냥한다면 온갖 진귀한 아이템을 모으며 레벨을 올리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위드는 다른 유저들과 비교하여 누가 조금 더 강한지는 관심이 없었다.

스스로 어떤 몬스터든 도전하고 사냥하고 싶은 뿐이었다.

현실은 비록 조각사였지만!

"거의 쓰러지려고 한다!"

"마지막 힘을 내자. 궁수 부대, 미스를 화살을 아끼지 말고 쏴라. 마법사들은 최후의 일격을 준비하도록."

바드레이와 친위대는 손발이 척척 맞았다.

전투단은 평성 자체가 공선전도 치룰 수 있도록 되어 있었고, 무기 체계는 이런 보스급 몬스터 사냥에도 적합했다.

전쟁을 치르듯이 움바 벨카인을 조직적으로 사냥했다.

'나도 몸이 근질거리는군.'

위드는 전투에 끼어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

그래도 얌전히 구경이나 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조용히 더 좋은 구석을 찾아서 숨어들거나 밖으로 빠져나가자는 계획을 위해서, 이목을 끌지 않기 위하여 나서지 못했다.

- 끄어어어어어!

움바 벨카인이 이제 괴성을 질러 가며 죽어 가고 있었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도 친위대, 전투단의 희생이 35명 정도 되었다.

보스급 몬스터의 최후가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더 크게 저항했다.

바드레이에게 공격이 집중되거나 하면 다른 검사와 워리어 들이 몸을 던졌다.

"크와와왁!"

워리어들은 움바 벨카인의 이목을 끄는 고함을 질렀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바드레이의 안위를 철저히 지킨다.

그들을 다스리는 총수이기도 하며, 헤르메스 길드를 지탱하는 기둥이었기 때문이다.

움바 벨카인이 바드레이에 의해 큰 상처를 입고 울부짖었다.

-멜버른 광산의 움바 벨카인이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습니다.

"성공이다!"

"헤르메스 길드에서 또 해냈다.!"

"움바 벨카인. 이걸로 또 하나의 신화를 이룩해 냈다. 우리가 대륙 최강이다!"

친위대와 전투단의 유저들이 무기를 들어 올림련서 우렁차게 외쳤다.

위드는 부러운 눈으로 헤르메스 길드원들을 봤다.

그들에게는 또 하나의 전설을 세운 셈이었으니 얼마나 기쁘겠는가.

'한몫도 단단히 챙기겠군.'

보스급 몬스터의 사냥은 쉽게 구하기 어려운 아이템 외에도 명성이나 스탯들을 늘려 줬다.

이를 위하여 각 길드에서는 던전에 있는 몬스터 사냥을 주기적으로 한다.

보스급 몬스터의 숫자는 상당히 제한이 되어 있고, 그만큼 위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승리를 거두었을 때의 달콤한 열매를 생각한다면, 그 짜릿함을 경험한다면 언제든 검을 쥐고 나설 수밖에 없었다.

바드레이가 움바 벨카인이 나온 장비를 주웠따.

이 모습도 아마 생중계를 통하여 많은 시청자들이 보고 있을 터!

'중계료까지 챙길 수 있겠군.'

위드는 헤르메스 길드의 살아 있는 유저들의 숫자를 셌다.

친위대와 전투단이 건재하다 보니 160명 정도나 되었다.

그들은 숫돌을 꺼내 무기를 정비하고 앉으며 휴식을 취했다.

'역시 얌전히 구경이나 하자. 나중에 흑사자 길드가 위쪽을 뚫고 오면 싸움이 벌어지는 틈을 타서 빠져나가기나 해야지.'

움바 벨카인이 나왔던 동굴, 그리고 새끼 벨카인들이 나온 장소는 아직 탐험이 안 되었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어쩌면 그곳에서 보물까지 획득할 수 있으리라.

위드에게도 쓸모 있는 물건이 있을 수도 있었지만, 기대는 않았다.

세상은 있는 놈들이 더하다는 말처럼, 콩고물 하나 남겨 둘 리가 없었다.

저들 중에 모험가, 발굴가의 직업을 가진 이들에 의하여 깨끗하게 털리고 말 테니까.

위드가 아랫배가 아픈 것을 참으며 지켜보고 있을 때에, 헤르메스 길드의 움직임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휴식을 취하던 유저들이 하나 둘 일어나더니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그냥 넘겨 버릴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위드는 민감하게 신경이 쓰였다.

헤르메스 길드에서 입구를 봉쇄하고 나서 그에게로 점점 다가온다.

'역시 들켰나? 하기야... 지금쯤이면 지하 3층의 수색이 끝나고도 남았을 시간이고, 더 열심히 찾아보거나 아래층으로 내려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그렇다고 해서 꼭 그가 들켰다고 할 수는 없다.

어쌔신의 복작은 완벽했고, 전투 중에 슬그머니 들어왔기 때문에 지하 3층에 은신했다거나 4층에서 숨었는데 못 찾았다고 여길 수도 있지 않겠는가.

위드는 태연하게 서 있는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눈동자만 굴리면서 포위망과 도주로에 대한 계산만 했다.

막 움바 벨카인을 잡고 난 이후로, 휴식과 기쁨을 만끽해야 할 바드레이까지 그에게로 걸어왔다.

바드레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잘 지냈나?"

"......"

위드는 정말 입을 열기가 미묘했다.

이건 대답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해서 전혀 모른 척하기에도 어색했다.

위장하고 있는 어쌔신이 바드레이와 아는 사이일 수는 있다.

하지만 헤르메스 길드의 움직임으로 봐서는 정체가 들켰다고 보는 게 옳은 것 같았다.

"추격대를 보내서 찾으려고 애썼는데 이런 곳에서 만날줄은 몰랐군."

"......"

위드는 확실히 걸렸다고 생각했다. 오리발도 거둘 때를 알아야 하는 법.

"어떻게 알았지?"

"위층을 수색한 어쌔신들로부터 위드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리고 넌 살인자가 아니더군."

어쌔신들은 멜버른 광산에 들어와서 유저들을 학살했다.

대부분의 유저들이 살인자가 되어서 이름이 공개되었다.

위드도 그 부분에 대해서 약간 꺼림칙하기는 했지만, 살인자 상태까지 위장할 방법은 없었다.

'하필이면... 눈치도 빠르군.'

위드는 곤란한 상황이었다.

보통 바드레이나 헤르메스 길드처럼 대단한 세력이라면 눈치라도 나빠야 하지 않던가.

'거기에다가 난 운도 없어.'

위드가 상대할 수 없는 전력으로 이렇게 가까운 장소에서 맞딱뜨리다니!

궁수와 마법사 들이 전투준비를 하고 있었으며, 번쩍번쩍 빛나는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거리를 좁혀 오고 있었다.

움바 벨카인이 집중 공격을 당했던 장면이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바드레이도 검을 아직 검집에 넣지 않은 상태였다.

'사냥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사제들의 치료가 있어서 거의 멀쩡한 상태일 거야.'

바드레이는 오만하게 말했다.

"헤르메스 길드에 거역한다면 누구든 죽는다. 위드, 오늘은 네가 짓밟히는 날이 되겠구나."

베르사 대륙의 최강자인 그에게는 그런 자격이 있을지도 모른다.

위드는 상대가 싸우겠다고 해도 평화롭게 화해하거나 도망칠 용의가 있었다.

하지만 빠져나갈 수 없는 길까지 몰렸다면 드래곤의 앞발이라도 깨물어 줄 수 있었다.

죽어야 한다면 후련하게 싸우는 쪽을 택하리라.

"재미있는 하루가 되겠군."

위드는 어쌔신의 복장을 천천히 벗었다.

레벨도 낮을 텐데 장비까지 잘 맞지 않으면 싸움 자체가 안 될 수 있다.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탈로크의 갑옷과, 가지고 있는 다른 장비들을 착용했다.

'이렇게 된 이상 붙어 보는 수밖에.'

바드레이와 유저들은 갑옷을 바꿔 입는 정도나 검을 바꾸는 것 정도는 기다려 줬다.

어차피 이곳에 있는 헤르메스 길드의 전력에 비한다면 어림도 없는 차이였다.

궁수, 마법사 등의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유저들은 위드를 잡고 싶어서 손이 다 간지러울 정도였다.

이 자리에 있는 베르사 대륙의 최상위 랭커들도 부지기수!

바드레이가 명예를 얻기 위해 혼자서 상대하겠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대륙 최고의 사제와 샤먼 들의 축복을 받은 상태에서 생명력과 마나는 벌써 다 회복됐다.

축복의 효과는 레벨이 낮을 때에도 절대적이라서, 절대 공평한 상황이 아니다.

바드레이나 최상의 몸 상태로 위드와 싸운다면 패배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남은 것은 위드의 죽음, 그리고 바드레이가 커다란 명예를 얻으며 직업 마스터의 퀘스트의 경쟁에서도 앞서 나가는 것!

위드는 데몬 소드를 쥐고 짧게 심호흡을 했다.

'적들 사이로 파고들어서 혼란을 일으키고도 흩뜨려 놓는다.'

헤르메스 길드의 전력을 상대로 이기지 못하더라도, 그냥 죽어 줄 생각은 없었다.

위드가 바람의 질주로 막 뛰어들려고 할 때, 벨카인의 은신처가 크게 뒤흔들렸다.

콰르르르르르르르릉!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땅에 발을 딛고 있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리고 나타난 몬스터!

- 내 아내가 이곳에 죽어 있다니......! 인간들 주제에 감히 너희는 무모한 짓을 저질렀구나.

움바 벨카인에 비하여 몸집이 절반은 더 컸다.

뿔은 위압감이 넘쳐 날 정도였으며, 몸은 흑적색의 털로 뒤덮여 있었다.

게다가 눈매와 입은 포악한 성격을 드러내듯이 옆으로 쭉 찢어져 있었다

움바 벨카인의 남편, 레드 벨카인!

"뭐, 뭐야. 1마리가 남아 있었잖아."

"이거 더 심상치 않은 놈이야."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기민하게 움직였다.

위드를 포위하고 있는 병력을 제외하고는 레드 벨카인과의 전투에 대비했다.

네크로맨서 그로비듄은 몬스터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마법을 시전했다.

"움트고 있는 생명력, 그 전부를 보여 다오. 뷰 라이프 포스!"

띠링!


레드 벨카인
지옥에서 스스로 기어 나온 마수.
하이네프 산악 지역을 지배하는 몬스터로, 움바 벨카인의 남편이다.
강철 무기로부터 피해를 받지 않는다.
매우 높은 마법 저항력.
흑마법의 효과를 받지 않는다.
중급 이하의 정령 소환을 겅제로 봉쇄함.
생명력 : 100%
마나 : 100%


"이, 이런......."

그로비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바드레이의 퀘스트는 결국 하이네프 산악 지역 보스 몬스터 사냥이었다.

그런데 몬스터의 상세 설명으로 봐서는 이번이 진짜였다.

레벨은 최소한 620을 넘을 테고, 얼굴과 덩치부터 먹고 들어간다는 말처럼 외모상으로 봐서는 움바 벨카인보다 강했다.

강철 무기로 피해를 받지 않는다니 이것도 상대하기 지극히 까다로운 부분이었다.


★★★★★★★★★★★★★★★★★★★★★


트레이피크의 텔레포트 게이트에 칼리스를 시작으로 흑사자 길드의 전사들이 도착했다.

"최대한 빠른 속도로 가자."

요새에 준비된 말을 타고 멜버른 광산으로 달렸다.

수백 마리의 말이 산악 지역에 먼지를 일으키며 전력 질주로 이동했다.

산악 지역에 관찰하기 좋은 위치마다 배치되어 있던 헤르메스 길드 정보원들에 의해 이 상황은 실시간으로 보고되었다.


- 현재 트레이피크, 흑사자 길드가 예상보다 빨리 도착.

- 길드장 칼리스를 비롯해서 주력 상당수.

- 3지점 통과 거침없이 달리고 있음 마법사는 20명 정도로 보임.


헤르메스 길드에서 레인저와 궁수 들이 숲에 매복을 하며 시간을 끌었다.

"멀티플 샷!"

이동하는 흑사자 길드의 무리에 화살이 장대비처럼 쏟아졌다.

"기습이다. 신경 쓰지 말고 가자!"

전사들은 검으로 화살을 쳐 냈다.

레인저들이 숨어 있는 위치로 마법 공격을 퍼부어 주면서 결과도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통과!

멜버른 광산이 있는 입구까지 매우 신속하게 도착을 하였다.

헤르메스 길드에서 지속적으로 견제를 하려고 했으나 전부 무시한 결과였다.

흑사자 길드의 병력이 트레이피크로 계속 모이고 있었기 때문에 뒤처리는 후방 부대에 맡겼다.

"정말 싸울 거야? 멜버른 광산으로 들어가면 돌이킬 수 없어."

칼리스를 향해서 마법사 론달이 물었다.

론달은 흑사자 길드의 창립 공신이었다.

던전에서 파티 사냥을 하면서 방송도 타고 톨렌 왕국에서도 유명해진 이후에, 칼리스와 다른 몇 명의 유저들과 같이 흑사자 길드를 창설했다.

"패권 동맹을 먼저 깨드린 건 헤르메스 쪽이야. 그들에게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 주지 않으면 안 되겠지."

칼리스는 전투를 하기로 결정했다.

바드레이와 헤르메스 길드에서 톨렌 왕국의 영역을 침입한 이상, 무사히 보내 준다는 것은 자존심 때문에라도 말도 안 된다.

트레이피크의 군대도 이 근처로 이동해 오고 있었다.

광산 부근의 치안을 회복하고 헤르메스 길드의 잔당을 해치우기 위해서였다.

"들어가자."

흑사자 길드에서는 방어력이 높은 워리어와 성기사들을 앞세워서 멜버른 광산으로 진입했다.


7) 열악한 결투


레드 벨카인이 전투단을 공격할 때, 위드도 동시에 움직였다.

'이대로 있으면 너무나도 불리해.'

은신처 밖으로 나가는 입구는 헤르메스 길드에 의해서 막혀 있었다.

'그렇다면.'

위드는 몬스터의 지능을 믿기로 했다.

"저놈들이야. 저놈들이 네 아내를 공격했다!"

바로 레드 벨카인의 옆으로 뛰어가서 헤르메스 길드의 기사를 향해 공격 스킬을 시전했다.

절정의 아부술을 평소에 가슴에 담고 살지 않는 한 선택하기 힘든 어려운 전술!

"헤라임 검술!"

"이게 무슨........"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어이가 없어했다.

보스급 몬스터가 나타났다고 해도, 그 몬스터의 편을 들면서 같이 싸우려고 하다니!

그 말도 안 되는 행동이 통하고 있었다.

- 베리얼 그라운드!

레드 벨카인이 광역 스킬을 사용하면서 무릎과 허리까지 땅에 푹푹 잠겼다.

갑옷을 두껍게 착용하는 직업은 민첩이 대폭 감소하고, 땅에 묻혀서 벗어나지를 못했다.

하지만 위드는 레드 벨카인에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보스 몬스터답게 놀라운 지능!

'이놈은 나와 같이 싸워 주는군 조금 있다가 죽여야지.'

위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만약 내가 여기서 살아남는다면 이놈을 죽여서 아이템을 챙길 수 있을까?'

둘이 죽이 척척 맞았다.

레드 벨카인이 달리면서, 밝히거나 어깨에 부딪쳐서 워리어들이 튕겨 나갔다.

방패와 갑옷의 방어력으로 버텨 내며 죽지는 않았지만 위드가 재차 공격했다.

바람의 질주를 사용함현서 레드 벨카인과 가까운 곳에서 시선이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워리어들을 습격했다.

"굳건한 방패!"

워리어들은 무조건 버텨 내기로 했다.

위드의 공격력이 대단할 테지만, 사제들이 치료를 해 주었기 때문에 방어 전문 직업인 워리어를 간단히 죽일 수는 없었다.

레드 벨카인은 마음대로 대지의 공격 스킬을 사용하면서 돌진하며 유저들을 들이받았다.

보스급 몬스터 답게 광역 스킬을 마구 사용하기까지 했다.


-벨카인의 울부짖음을 들으셨습니다.
투지가 감소합니다.
사기가 줄어듭니다.
스킬의 성공 가능성이 낮아지게 되며, 마나 소비가 빨라집니다.
레드 벨카인의 환영이 나타납니다. 환영에게 공격을 받아도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레드 벨카인에게 마법과 화살 공격이 마구 쏟아졌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도 적극적인 공세로 전환을 했다.

움바 벨카인과 레드 벨카인이 동시에 나왔더라면 좀 더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하지만 1마리씩 따로 사냥하게 되자 전투는 훨씬 편해졌다.

대규모 사냥의 장점으로 각 직업들이 역할을 해 주면서 보스급 몬스터를 억제하는 게 가능했다.

'레드 벨카인이 더 힘을 써야 해. 지금은 이 녀석이 내 동료야.'

위드는 바람의 질주를 사용하기에 근접전 직업들도 쫓아오지 못했다.

'시간이 무난히 흐른다면 레드 벨카인도 사냥을 당한다.'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 수십 명이 죽더라도, 피해가 누적되면 레드 벨카인이 당한다.

그로비듄이 소환한 둠 나이트들이 벌써 레드 벨카인의 등에 올라타기도 했다.

살아 있는 유저라면 위험성 때문에 위드 정도가 아니고서야 하기 어려운 판단이었지만, 언데드에게 겁이 없었다.

엄청난 폭발과, 공격 스킬들이 난무하는 던전!

정신없는 와중에도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레드 벨카인을 향하여 공격을 정확히 집중시키고 있었다.

보스급 몬스터 사냥의 경험이 많았기에 자잘한 공격이라 하더라도 레드 벨키안의 가죽을 두들기며 약간씩의 생명력을 감소시킨다.

그런 피해가 누적되다 보면 결국 쓰러지게 되는 것.

레드 벨카인이 최대의 힘을 발휘하고 있었지만, 근접전 유저들은 사제들의 도움을 받아서 집요하게 버티고 있었다.

워리어와, 전투의 최전선에서 활약한다는 방패병 들이 공격을 분담해서 감당했다.

이 팽팽한 힘의 균형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건 위드밖에 없었다.

"광휘의 검술!"

위드의 검에서 빛의 새들이 나와서 워리어의 후방으로 돌아와서 타격했다.

마나 소모가 심한 검술이지만 이것저것 가리고 있을 처지가 아니었다.

레드 벨카인ㅇ늬 엄청난 공격을 감당하면서, 사체의 치료를 받고 있던 차! 생명력이 많이 떨어진 워리어들이 광휘의 검술의 목표가 됐다.


-워리어 와불라가 사망했습니다.

-경험치를 습득하셨습니다.

-명성이 169 올랐습니다.

-창 기사 브루클러가 사망했습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명성이 369 올랐습니다.

-전투 중에 뒤를 노리는 비겁한 행동으로 인해 명예 스탯이 1 감소합니다.


뒤치기의 달인!

위드의 레벨도 410이 되었다.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은 레벨이 기본적으로 400대 초반에서, 430을 넘는 유저도 꽤 된다.

그런 유저들을 해치운 만큼 얻는 경험치는 짭짤했다.

보통 때는 만나기도 어려운 고레벨 유저들이 이 던전에는 흔했다.

"놈부터 죽여라! 놈 때문에 피해가 크다!"

위드는 궁수들이 있는 원거리 공격 부대 쪽에서 고함 소리가 들리자마자 앞으로 뛰었다

막 빠져나온 뒤쪽으로 화살과 마법이 폭발을 일으키며 터져 뜨거운 바람이 불었다.

그대로 몸으로 맞는다면 거의 죽거나 전투 불능에 처할 정도의 강맹한 위력!

궁수와 마법사 들이 레드 벨카인을 향해 쏘려던 공격을 위드에게 돌렸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화력이었다.

위드는 땅을 박차면서 좌우로 방향 전환을 하며 달렸다.

쾅! 꽈과광!

푸슈슈슈슈슈슛!

그가 지나가는 장소마다 아슬아슬하게 박히는 화살들에, 좌우의 땅에서는 얼음덩어리가 터지며 비산하고 화염이 솟구쳤다.

끝까지 쫓아오는 추적 화살들이 뒤를 따라왔다.

헤르메스 길드의 엄청난 원거리 화력이 위드를 노려 오고 있었다.

화살이 스쳐 지나가면서 위드의 생명력도 뚝뚝 하락!

급격하게 움직이면서 방향을 틀었기에 화살이 제대로 맞는게 거의 없었고, 회피술 덕분에 피해도 줄였다.

그렇다고 해도 위드의 생명력이 20% 정도는 순식간에 날아가고 말았다.

"이 정도는 되어야 할 만하지!"

위드는 레드 벨카인의 앞으로 갔따.

그러자 워리어와 기사, 검사 들을 걱정해서인지 원거리 공격이 뚝 끓어졌다.

잠시 동안 약간의 피해를 입힌 것 같아도, 이곳에 있는 헤르메스 길드의 전력에 비하면 티도 나지 않을 정도였다.

어차피 이 던전에서 도망칠 곳은 없었고, 레드 벨카인이 싸울 수 있는 동안만 날뛸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광휘의 검술!"

위드가 이제 어렵게 광휘의 검술을 쓰더라도 사제들이 대비하여 방어막을 씌워 주거나 생명력 회복을 먼저 시켜 준다.

헤르메스 길드의 철벽과도 같은 전력에 절망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이것은 전투던과 친위대의 입장에서 마찬가지였다.

보통 그들은 몬스터 사냥에 나서도 피해를 입지 않거나 경미한 수준에 그친다.

최고의 장비와 인력 구성, 준비를 해가기 때문이다.

움바 벨카인에 이어서 레드 벨카인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정도였는데, 위드가 옆에서 끼어들면서 전투가 훨씬 어려워졌다.

어쩌면 저렇게 정신없는 전투 중에도 얍삽하게 깐족거릴 수 있는 건지!

목숨이 위험한 지경에 처할 정도로 체력이 하락한 워리어 들은 가까스로 레드 벨카인의 공격을 막아 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겨우 살았군."

"빈사 상태에 빠질 뻔했네. 어서 치료해 줘!"

사제들의 마나도 무한이 아니었고, 치료 마법도 계속 연속으로 쓸 수는 없다.

그 잠깐의 방심 사이에 위드의 광휘의 검술이 작렬!

위드는 강력한 원길 공격 스킬이 생긴 덕분에 넓은 시야를 이용하여 평소에 거의 죽을 일이 없던 유저들에게 죽음을 선물했다.

"콜 데스 나이트 반 호크, 콜 뱀파이어 로드 토리도!"

"불렀는가, 주인."

레드 벨카인이 피부에서 뾰족한 침 같은 것을 발사하는 동안 부하들도 소환했다.

반 호크는 나타나자마자 검을 쥐고 레드 벨카인을 향하여 돌격하려고 했다.

"이놈과 싸우면 되는군."

"그놈이 아니야."

"주인, 그러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인간들과 씨ㅏ워라. 바바리안 같은 종족도 있지만....... 그리고 저 덩치 큰 괴물 녀석은 우리 편이다."

헤르메스 길드와의 악연 등에 대해서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부하들은 금방 이해했다.

"역시 우리 주인은......"

"이럴 줄 알았다."

반 호크와 토리도는 위드의 인간성에 대해 쉽게 납득하더니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 사이를 파고들며 전투를 개시했다.

착한 사람이 나쁜 명령을 내리면 의심을 해도, 위드라면 불순한 의도의 지시를 하더라도 그저 믿고 따르면 될 뿐.

그럼에도 위드의 얼굴색은 밝아지지 않았다.

반 호크와 토리도의 소환에도 불구하고 헤르메스 길드의 사망자가 갑자기 많아지지는 않았다.

워리어들의 장비와 사제의 전력, 원거리 공격 부대. 모든면에 있어서 충실하였기 때문에 이 정도로 전황을 바꾸기는 무리였다.

레드 벨카인을 상대하는 근접전 유저들만 해도, 진형 변화나 전술 운용에 있어서는 아쉬웠다.

위드라면 좀 더 적극적이고 다채로운 공격 전술을 시도했으리라.

하지만 강한 몬스터를 안정되게 봉쇄하는 것만큼은 칭찬받아 마땅할 정도로 능숙했다.

궁수, 마법사, 샤먼으로 대표되는 원거리 공격 계열 직업들은 정해진 한 지점에 화력을 퍼붓는 것이 일품이었다.

원거리 공격으로 몬스터가 난타를 당할 때의 효과는 놀갑기만 했다.

위드도 과거 원정대에 속해서 본 드래곤을 잡은 적도 있고, 다른 길드의 사냥 방송을 보기도 했다.

헤르메스 길드는 개개인이 높은 전력을 갖추었고 기본기에도 충실했다.

이렇게 안정적인 대규모 사냥은 처음이었다.

무엇보다 친위대에 속한 30명가량의 유저들은 나서지 않을 정도로 여유가 보였다.

보스급 몬스터까지 연속으로 출현한 이 난장판에 궁수와 마법사 들을 지키면서 멀리 떨어져서 구경을 할 정도였다.

'과연 헤르메스 길드는 대륙 최강의 전력이라고 불릴 만해. 이런 몬스터를 사냥하면서도 체계가 흐트러지지 않고 효과적으로 싸울 수 있다니.'

위드에게로 바드레이가 기사들을 데리고 걸어왔다.

그는 이번의 레드 벨카인 사냥에는 나서지 않았다.

몬스터는 전투단ㄱ놔 친위대에서 다소의 피해가 생기더라도 상대가 가능했다.

네크로맨서 크로비듄도 있었으니 언데드를 늘리는 방식으로 결국 사냥이 가능하다.

바드레이는 전장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기로 했다.

"쓸데없는 저항은 그만둬라 적이지만 최소한의 예우로, 나와 단독으로 싸울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

위드는 바드레이와 싸우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움바 벨카인과 싸우던 장면 그 파괴력과 검술의 비기들까지 한꺼번에 운용하는 모습들을 봤다.

방송에 밝혀진 것보다 레벨 차이가 훨씬 많이 나서 상대하기가 곤란한 면이 많았다.

힘이 부족해서 죽는 거야 어쩔 수 없다지만, 가장 꺼려지는 것은 스킬의 상성!

위드가 가지고 있는 헤라임 검술도 강자와 싸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빈틈을 노려서 정확히 적중시켜야만 연속 공격이 작렬! 방어 스킬에 의하여 봉쇄되거나 한다면 스킬이 중단되며 허점을 드러내게 된다.

달빛 조각 검술도 화려하고 아름답기는 해도 일대일의 승부에서 못막을 정도로 현란하진 않다.

황제무상검법의 트리플, 백 어택, 파워 브레이크, 소드 댄스, 소드 카이저도 있긴 하다.

그러나 트리플이나 백 어택, 소드 댄스가 한두 번 성공한다고 해도 기사를 상대로 피해는 얼마 못 줄 것이다.

소드 카이저가 통하면 막강하겠지만, 레벨 차이에다 상대의 장비가 워낙 좋아서 한번에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을지는 의문.

게다가 마나를 거의 다 써 버리기에 도박에 가까운 수단이었다.

위드가 가진 유일한 검술의 비기인 광휘의 검술이 있기는 했다.

현재로써는 전투 중에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었다.

하지만 습득한 지가 얼마 안 되어서 마나 소모에 비해 스킬 숙련도가 낮아 크게 쓸모가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웬만한 유저를 상대로 한다면 얼마든지 잘 써 볼 수 있겠지만 바드레이라면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차라리 아주 넓ㅇ느 지형이라면 공간을 활용하기라도 하겠는데 이곳은 벨카인의 은신처!

바드레이에게는 지원군도 붙어 있으니 모든 면에서 위드가 열악했다.


★★★★★★★★★★★★★★★★★★★★★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한다면 싸워야 되겠지."

위드는 데몬 소드를 눈으로 확인했다.

전투를 계속해서인지 검신에 이가 많이 나가 있었다.

내구력이 감소하면 공격력도 최대로 발휘되지 않고, 정확도도 떨어진다.

'검 갈기나 수리, 방어구 닦기 스킬이라도 좀 쓸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런 정도의 시간을 줄 것 같진 않았다.

레드 벨카인이 살아 있는 동안에 싸우는 편이 위드에게도 그나마 좋았따.

"시작해 봐야겠군. 나와 싸우고 싶다면 따라와라."

위드는 레드 벨카인의 옆으로 달려갔다.

"놈이 움직인다. 사격 준비!"

궁수와 마법사 들이 대응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친위대를 관할하는 아크힘이 만류했다.

"위드는 바드레이 님의 몫이다. 건드리지 말고 몬스터에 집중하라!"

"알겠습니다."

원거리 공격 부대에서는 위드를 공격하지 않았다.

위드의 이동속도가 워낙에 빠르기 때문에 바드레이를 혼란시킬 가능성도 컸다.

"과연 번거롭게 하는군."

바드레이는 고개를 저으면서 말을 탔다.

마법사가 소환해 준 명마, 린들린!

하벤 왕국의 왕실에서 내려오던 최고의 혈통을 가진 말이었다.

명검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우아한 흰색 털은 보석처럼 아름다웠다.

현명한 지능과 행운을 가진 명마!

무기로는 흑기사 퀘스트를 하면서 얻은 전설급 아이템 라이트닝 스피어를 들었다.

"가자!"

바드레이는 말을 타고 추격을 해 왔다.

위드는 반 호크, 토리도 그리고 레드 벨카인까지 있는 혼란스러운 전장을 선택했다.

그리고 바드레이는 청까지 꺼내 들며 기꺼이 따랐다.


★★★★★★★★★★★★★★★★★★★★★


"구하러 가죠!"

"우리가 죽는 건 문제가 아니에요. 어쨌든 친구가 위험에 빠져 있다면 당연히 구하러 가야 해요."

페일과 이리엔이 유린까지 있는 자리에서 강력하게 주장했다.

헤르메스 길드에 의해서 최악의 위험에 빠져 있는 위드를 두고 볼 수만은 없어서 싸우기로 했다.

바위에 계란 치기라고 할지라도, 멜버른 광산에 가기로 했다.

"유린아, 나부터 보내 줘. 내가 목숨을 걸고 구출해 올게."

제피는 이 순간에도 유린의 마음을 얻기 위한 멘트를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얼마 전에 유린의 집으로 놀러 간 적이 있었다.


가전제품을 고치면서 방문했던 집이지만 친구로서 처음으로 점심 식사에 정식으로 초대를 받았다.

매번 얻어먹기만 해서 미안하다면서 이혜연이 그에게 밥을 차려 주겠다고 한것이다.

'이런 데이트 기회가 오다니........'

최지훈은 그녀와 친밀해진 수 있는 시간이 되리라 여겼다.

옷차림에도 평소보다 더 많이 신경을 쓰고 향수도 뿌렸다.

'해 주는 밥을 먹으면서 다정하게 대화라도 한다면 좋겠지. 단둘이 있으면 대화의 집중도도 높아질 테고. 그때 멋진 말을 해 주면서 사귀자고 한다면 성공 가능성은......'

선물을 위한 반지까지도 맞추고 이혜연의 집으로 갔다.

경험 많은 늑대의 방문이었다.

그것도 이현이 없는 시간에!

"보신이 집 천장이 부실해졌어. 오빠가 요즘 바빠서... 대신 해 줄 수 있어?"

"얼마든지 맡겨 봐."

명품 셔츠에 구두를 차려입은 채 개집을 고쳐 줘야 했다.

그 대신에 이혜연이 해 주는 구수한 청국장을 먹을 수 있었다.

그가 기대했던 음식의 분위기와는 전혀 딴판이었지만

보통 초대를 한다면 스테이크까지는 아니더라도, 깔끔한 요리를 해 주는 게 일반적이지 않던가.

'음식을 먹고 나서 기회를 노리는 거야.'

연애에서 기회란 언제든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이다.

청국장으로 끊어지기에는 최지훈의 승부사로서의 근성이 너무 질겼다. 그는 잠자코 잠시 후를 노렸다.

"뭐 다른 마실 거리 없을까?"

최지훈은 냄새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무언가를 마셔 줘야했다.

"계피차 놀게."

"그건......."

"마시기 싫어?"

"잘 마실게."

청국장에 이어서 계피차를 마시며 텔레비전을 봤다.

'이러면 분위기 조성은 어렵겠군. 그렇다면 달콤한 멘트로.......'

최지훈이 여자들에게 써먹어서 효과를 봤던 자랑이나, 취미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많았다.

어떤 것부터 꺼내야 할지 생각하고 있는데 이혜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간식거리 가져올게."

"아, 고마워."

간식이 있다면 텔레비전만 보는 것보다 대화의 흐름은 더욱 좋을 수 있다.

유린이 가져온 간신은 칡뿌리!

"이건 뭐야?"

"간식이야. 오빠가 많이 캐 왔어."

칡뿌리를 씹어 먹으며 텔레비전을 시청했다.

"집에 커피는 없어?"

"헛개나무 즙 있는데 마실래?"

"아, 아니야. 괜찮아."


★★★★★★★★★★★★★★★★★★★★★


위드는 등줄기가 서늘했다.

'왼쪽이다.'

방향을 바꾸어서 오른쪽으로 뛰어들었다.

그가 있던 자리에 다른 하나의 검! 검ㅁ술의 비기로서 공격과 방어를 자유자재로 하는 검이 휩쓸고 지나갔다.

-검의 공격 반경에 들었습니다.
회피술이 적용됩니다.
큰 부상은 없지만 생명력이 4,324만큼 줄어듭니다.

스킬의 반경이 넓어서, 근처에만 있어도 생명력에 큰 타격을 입었다.

물론 그 자리에서 레드 벨카인과 싸우고 있던 검사들은 막대한 부상을 입어야 했다.

"치료의 손길!"

사제들이 급하게 치료를 해 주었다.

바드레이는 린들린을 타고 계속 추격해 왔따.

명마는 혼란스러운 전장에서도 한번 잡은 목표물을 놓치지 않았다.

꽈르릉!

스킬을 시전하며 라이트닝 스피어로 찌를 때마다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위드도 전투단의 바바리안 유저 사이를 파고들고 레드 벨카인의 다리밑으로도 빠져나가며, 눈앞에 보이는 대상은 모조리 이용하면서 헤르메스 길드에 피해를 줬다.

레드 벨카인으 그를 돕고 있는 위드가 마음껏 활약할 수 있도록 협조도 해 줬다.

바드레이라고 해도 레드 벨카인을 무시하며 옆을 지나갈 정도는 아니었다.

"바람의 질주!"

위드는 최대한의 속력을 내며 벽과 천장을 타고 네발로 뛰었다.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은 보면서 눈이 다 휘둥그레질 정도였다.

"굉장한 속도군. 어떻게 저렇게 빨리 달릴 수 있는 거지?"

"들판에서 웬만큼 달리는 말도 따라가지 못할 것 같아."

바드레이에게 린들린이 없었다면 쫓아가지도 못할 정도였다.

복잡한 장애물이나 유저, 몬스터까지 이용하며 뛰어다녔다.

"광휘의 검술!"

위드는 바드레이와 거리가 멀어지면 빛의 검을 뿌려서 검사와 워리어를 공격했다.

바드레이는 길드원들의 피해에 대해서는 무감각했다.

거대하기 짝이 없는 헤르메스 길드에서 몇 명이 죽어 나가는 정도야 그가 관심을 쏟을 사건도 되지 못한다.

레드 벨카인이 뒷발로 강하게 땅을 밟았다.

- 대지의 분노!

엄청난 충격파가 한꺼번에 사방으로 퍼졌따.

위드는 높은 민첩과 탁월한 경험자 스킬 덕분에 미리 영향을 안 받는 장소로 피해 냈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레드 벨카인이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근접전 유저들이 견제를 계속해 주었다.

이번에는 위드에 의해 잠깐 방해를 받아 허용한 것이었는데, 그 여파가 어마어마한 정도였다.

엄청난 대스킬에, 벨카인의 은신처가 무너질 듯이 흔들렸다.

"워리어들이 쓰러졌습니다. 몬스터가 밟고 나오면서 방어선이 뚫렸습니다!"

"기사들을 투입, 대기 중인 다른 워리어들이 도착할 때까지 막아! 궁수 부대는 강력한 화살을 날려가 레드 벨카인이 포위망을 벗어나는 데 힘을 쓰지 못하도록 해라."

쉽게 보기 힘든 보스급 몬스터의 사냥은 진형과 역할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위드가 바드레이가 맡기로 한 몫만 아니었다면 전투단의 공격을 집중해서 진작 없애 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위드와 바드레이의 술래잡기!

보통은 말을 탄 기사 쪽이 훨씬 유리하지만, 민첩이 높은 위드는 말이 오기 힘든 지형지물을 적극 활용했다.

-라이트닝 스피어의 전격 소환에 스쳤습니다.
감전으로 인해 생명력이 2,892 줄어듭니다.
일시적인 마비 현상으로 9초간 이동속도가 줄어듭니다.

'이대로는 승산이 조금도 없겠다.'

위드로서도 지금의 상황을 지속한다는 건 무리가 있었따.

바드레이의 스킬 공격 범위가 넓었고, 한정된 공간에서는 완벽하게 피할 수도 없었다.

생명력이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바람의 질주와 광휘의 검술을 사용함현서 체력과 마나도 한계를 보였다.

린들린을 타고 빠르게 추격해 오는 바드레이가 갈수록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용사의 검!"

검술의 비기가 하나 더 사용되면서 바드레이의 공격은 더욱 매서워졌다.

'이렇게 되면 역시 빠져나갈 수는 없겠군. 흑사자 길드가 더 일찍 도착했으면 방법이 있었을 텐데.......'

흑사자 길드는 지금 멜버른 광산의 지하 2층에서 함정과 어쌔신들에 의해 막혀 지체되고 있었다.

위드는 레드 벨카인을 이용하여 살길을 찾는 것은 포기하기로 했다.

이쪽으로는 도저히 방법이 보이지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이다.'

"반 호크, 토리도! 덮쳐라."

위드가 지나간 곳으로 바드레이가 그대로 달려왔다.

주변에서 레드 벨카인을 지켜 주며 전투를 벌이던 반 호크와 토리도는 명령을 따라 바로 습격을 했다.

둘의 레벨은 상당히 높은 보스급의 수준!

반 호크는 유령마를 타고 바드레이를 향해 덤벼들었으며, 토리도는 칼날 폭풍을 불렀다.

위드는 광휘의 검술을 사용하여 그다음 공격을 날렸다.

셋의 합공으로, 바드레이에게 상당한 위기의 순간이 갑자기 찾아왔다.

그때 전투단의 구석에서는 사제들이 모여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전투의 신 티르의 찬송가가 전장에 적용합니다.

바드레이는 일시적인 무적의 상태!

짧은 순간이었지만 생명력의 손실도 없으며, 어떤 부작용 없이 힘을 2배까지 끌어낸다.

"흑기사의 항거할 수 없는 돌격!"

린들린의 속도와 바드레이의 힘과 기술이 합쳐졌다.

"타하아앗!"

반 호크와 마상에서 검을 겨루었다.

쨍강!

검이 부러져 나가고, 반 호크는 곧 유령마에서 추락했다.

"주인, 미안하다."

데스 나이트 반 호크는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회색빛 연기로 변해서 역소환됐다.

가뜩이나 화살과 마법 공격으로 입은 피해가 누적되어 있는데 바드레이의 너무 걱대한 공격을 정통으로 당한 것이다.

위드는 그 모습을 보면서도 안타까웠다.

'검만 부러지지 않았어도......'

쓰다가 버려야 하는 장비들을 반 호크에게 넘겨줬다.

당연히 레벨에 비해서 수준이 떨어지는 장비들을 주로 착용해야 했는데, 결국 바드레이와의 싸움에서 부러지고 말았다.

바드레이는 토리도가 만든 블레이드 토네이도 역시 그대로 돌파했다.

티르의 찬송가가 적용되어서 그냥 무시해 버린것이다.

"회심의 맹타!"

광휘의 검술로 만들어진 작은 새가 그대로 소멸되었다.

바드레이는 린들린을 타고 그대로 달려오며 검을 위에서 아래로 쭉 내렸다.

"석양의 검!"

검에서 시퍼런 마나가 흘러나와서 쏘아졌다.

'이건 위험하다.'

위드는 광휘의 검ㅅ물을 사용하느라 한자리에 멈춰 있었다.

명마 린들린의 가속력에, 바드레이의 힘을 모아서 뿌린 것이기에 감당하기 어려운 파괴력이 담겨 있다.

위드의 전면으로 덮쳐 오는 반월형의 마나 범위는 마땅히 피할 곳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넓었다.

지금 한 사람만ㅇ늘 상대로 사용된 스킬이지만, 원래는 대량 학살이나 성벽 파괴에도 쓰이던 파괴적인 공격 스킬.

"눈 질끈 감기!"

위드는 눈을 감고 나서 급히 고대의 방패를 꺼내 들고 몸을 왼쪽으로 날렸다.

데몬 소드도 적의 스킬을 막을 수 있는 방어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따.

하지만 지금보다 내구도가 더 낮아지면 공격력까지 감소하기에 방패에 의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벗어나기도 전에 바드레이의 스킬이 엄습해 왔다.

-기절할 정도의 거대한 충격을 당하셨습니다.
생명력의 급격한 하락!
높은 정신력으로 기절을 극복합니다.
신체에 마비 증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22초 동안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마나의 일부를 적에게 흡수당합니다.
흡수된 마나 2,795
일시적으로 상대를 향한 투지가 29% 감소합니다.
검의 신성력이 부여되어 있습니다.
몬스터나 악인이 아니기에 추가적인 피해를 입지는 않습니다.

-큰 부상을 당했습니다.
빠른 치유를 하지 않고 계속 유지한다면 맷집이 영구적으로 2 감소할 수 있습니다.

-고대의 방패 내구도가 떨어집니다.
탈로크의 믿음 갑옷의 내구도가 떨어집니다.
가슴 부위의 연결이 취약해졌습니다.
다시 착용할 때까지 방어력 17% 감소합니다.



턱봉이[POIK66] 타이핑!!
8) 뺏겨 버린 갑옷



위드의 생명력은 고작 4만을 넘는 수준에 불과했다.

레벨에 비해서는 심각하게 낮은 생명력이었지만 인내력과 맷집, 방어구의 도움으로 극복 해 왔다.

바드레이의 공격은 단번에 17,000의 생명력을 떨어뜨릴 정도로 막강하기 짝이 없다.

각종 축복에 높은 레벨과 장비, 흑기사였기 때문에 린들린을 타고 항거할 수 없는 돌격을 해서 제대로 정면 공격에 성공한 덕분이었다.

"크으으윽."

위드는 튕겨져 나가서 땅을 구르다가 일어났다.

"주인!"

토리도가 그를 구하겠다고 와서 바드레이와 맞붙었다.

다른 하나의 검이 둥둥 떠다니면서 공격과 수비를 보조하기 때문에 토리도는 일대일로 싸우면서도 수없이 상처를 입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토리도는 반 호크처럼 약해진 게 아니라 몇 명 흡혈을 해서 멀쩡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는 안 되겠다.'

위드는 구겨진 갑옷의 가슴 부위를 만져 봤다.

바드레이의 레벨이 자신에 비해서 확실히 더 높다.

공격 스킬의 숙련도도 훨씬 뛰어나다.

광휘의 검술은 아쉽게도 누구와 싸우는 데 쓸 만한 숙련도가 아니었다.

위드가 다른 유저들과 차별화가 되는 점은 높은 스탯이었다.

조각품으로 쌓은 스탯에, 대장장이 스킬, 재봉 스킬은 막강한 도움이 되어 주었다.

바드레이는 헤르메스 길드에서 조사를 마친 던전에서 보스급 몬스터를 사냥하고 어려운 퀘스트를 완료함으로써 스탯을 올렸다.

스탯상으로도 거의 뒤지지 않는 수준.

위드에게는 이제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

'화산 폭발이나 용암 분출, 지진, 산사태, 광산 붕괴, 물이 안에 가득 차는 것도 좋겠지.'

하지만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만들어 놓은 조각품이 필요했다.

위드는 화산 폭발의 조각품은 가지고 있는데, 그게 발동 될 때까지는 시간도 오래 걸릴뿐더러 자기 자신도 죽을 가능성이 정말 높았다.

너무 큰 재앙이라서 오히려 자기 밥그릇까지 깨질 염려가 높은 것!

지금은 화산 폭발을 일으켜 놓고 동굴 밖으로 피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조각 소환술도 있기는 하지만, 쓰고 싶지는 않아.'

조각 생명체들을 소환하여 지원군으로 쓸 수도 있었다.

하지만 불사조, 빙룡이 활약하기에는 장소가 협소했다.

와이번들은 약해서 데려올 수가 없었다.

금인이, 누렁이는 지골라스에서 고생을 했는데 다시 목숨이 걸린 위기에 빠뜨리기 미안하다.

킹 히드라가 적당할 것 같았지만 레드 벨카인까지 당하고 있는 마당에 조각 생명체 1마리 정도 소환한다고 하여 전투 상황이 바뀌진 않으리라.

"몸으로 때워야 되겠군."

위드는 차라리 홀가분하게 혼자서 싸우기로 했다.

최악의 경우라고 해도 잃은 것은 경험치와 스킬 숙련도 그리고 장비 조금이지 않겠는가!

"다시 모으고 올리면 돼. 바드레이, 과연 베르사 대륙의 최강자라고 불리는 사람이 얼마나 강한지 몸으로 느껴 봐야겠다."

위드는 그동안 마땅히 적수를 만나지 못했다.

사람들과 교류를 적게 하고, 거대 명문 길드에 들지 않고, 퀘스트를 하면서 지내 왔기에 다른 강자와 맞부딪칠 일도 레벨에 비해서는 적었따.

바드레이라면 충분히 싸워 보고 싶은 대상!

패배하면 목숨이 날아가겠지만 그 정도 용기는 있었다.

콩나물에 간장 한 방울 묻혀 먹을 각오라면 베르사 대륙에서 두려울 것은 없다.

위드는 빠른 속도로 몸에 붕대를 감았다.

토리도의 생명력은 바드레이와 결투를 벌이면서 급속도로 떨어졌다.

사제들의 은근한 지원으로 인하여 신성 데미지를 받았던 때문이다.

"목, 목이 마르다."

생명력이 많이 떨어지면서 싸움을 힘들어했다.

위드는 속으로만 '토리도, 이제부터는 내가 나서겠다.' 는 생각을 하고 바드레이를 바로 기습했따.

말로써 한다면 그거야말로 기습의 효과가 반감되는 일.

"어헉!"

"바드레이 님, 위험합니다!"

하지만 전투를 구경하던 헤르메스 길드의 사제들이 먼저 초를 다 쳐 놓았다.

레드 벨카인과의 싸움이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들면서 바드레이 쪽으로 시선을 많이 분산시켜 두었기 때문이다.

무섭게 살육을 벌이던 레드 벨카인이었지만, 생명력과 체력을 잃어 가고 있었다.

위드는 바드레이의 측면에서 달려갔다.

"칠성보!"

발걸음마다 달리는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기술!

바람의 질주가 적용되어, 잔상이 보일 정도로 현ㄴ란하기 그지없었따.

"네가 오기를 기다렸다."

바드레이는 알고 있었다는 듯이 검을 들어 막아 냈다.

위드도 이런 유의 공격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알았따.

'방어구들의 성능이 정말 훌륭해. 피해를 주려면 한두 대로는 어림도 없어.'

무리하게 강한 공격을 준비하다 보면 바드레이에게 스킬을 활용할 시간을 주게 된다.

위드는 바로 물러서더니 옆으로 돌면서 검으로 계속 공격했다.

"소드 댄스!"

휘두르고, 찌르고, 베고!

대응조차 하기 어렵게 만드는 연속적인 검술.

바드레이의 허점을 노리고 있어서 매섭기 짝이 없었다.

"이 정도로 당하지 않는다."

바드레이는 검을 들어 막고, 튕겨 냈다.

그가 놓친 몇몇 공격들은 또 하나의 검이 훌륭하게 막아 주었다.

위드는 옆으로 돌며 정신없는 공격을 그치지 않았따.

바드레이가 힘을 모아 반격이라도 가하려고 하면 순간적으로 한두 걸음 물러서고, 다시 앞으로 나오면서 더욱 거세게 공격했다.

'레벨과 장비의 차이는 근접전에서는 그나마 효과가 많이 줄어든다. 한두 대 때려서 안 된다면, 백 대나 천 대를 때림면 되지!'

위드의 속도는 바드레이가 전부 막을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검이 방어에 막혔습니다.

-검이 상대의 어깨 방어구에 적중!
정확한 공격에 성공했습니다.
무게가 별로 실리지 않은 검의 파괴력을 갑옷이 많이 흡수합니다.
생명력을 149 감소시켰습니다.

-검이 다른 하나의 검과 충돌했습니다.

-검이 정확히 상대의 가슴을 찔렀습니다.
정확한 공격에 성공했습니다.
치명적인 일격!
상대가 혼란ㄴ과 마비에 면역이 되는 아이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생명력을 617 감소시켰습니다.


위드의 검은 정말 빨랐다.

도저히 다 생각함현서 공격한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을 정도의 속도였다.

바드레이는 반격을 노리다가도 위협적인 각도로 날아오는 검에 다시 수비하기에 급급해야 했다.

"제법이구나."

그러나 어느 순간, 바드레이는 위드의 검이 보기보다는 공격력이 약하다는 사실을 간파해 냈따.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빨랐지만 막지 않아도 될 정도였따.

바드레이도 반격을 하면서, 둘 사이의 공방은 더욱 치열해졌다.

위치는 검치가 대련을 시킬 때 꼭 했던 말을 떠올렸다.


- 상대를 봐라. 상대를 똑바로 본다면 지더라도 진 게 아니다.


바드레이의 표정, 눈빛, 어깨와 갑옷에 감춰진 근육의 꿈틀거림까지 머릿속으로 그렸다.

벨카인의 은신처에서는 검들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악기를 연주하는 것처럼 들렸다.

위드는 그를 노리는 다른 하나의 검까지도 신경을 쓰면서 전투를 해야 되었다.

둘이 들고 있는 검에서 불꽃이 세차게 튀었다.

노도처럼 몰아붙이는 거센 화염!

바드레이는 메시지 창을 보지도 않았다.

'과연 나를 신경 쓰이게 만들 정도였구나.'

분명히 레벨도 낮고, 많은 면에서 자신이 압도한다. 검에 담겨 있는 힘과 스킬의 위력에서도 차이가 컸따.

하지만 노리는 방향이나 연속 공격의 운용이, 본능적으로 공격의 주도권을 뺏기고 수비를 하게 만든다.

'지금 만나기를 잘했어. 나중에는 약간 위험했을 수도 있겠군.'

위드는 모험을 계속하면서 대단히 빨리 성장을 했다.

후환ㄴ을 잘라 놓기 위해서라도 차라리 지금 만난 것을 바드레이는 다행스럽게 여겼다.

'철저한 패배. 다시는 나를 넘볼 수가 없게 될 것이다.'

레벨이 깡패라는 말이 사실이었따.

흑기사로서 최강자로 군림하는 게 괜한 것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이, 바드레이는 수많은 검에 적중되면서도 아직 큰 피해가 없었다.

정면에서 자잘한 공격이 쌓이고 쌓이더라도, 갑옷의 방어력으로 대부분을 흡수했다.

약한 부분만 방어하면서 위드에게 역습을 가하면 되었던 것이다.

물론 애초에 이렇게 파고들기를 허용하지 않거나 더 물러나면서 광역 스킬 위주로 싸웠더라면 더욱 쉽게 끝낼 수도 있었겠지만.

"이 정도가 실력의 전부라면 죽을 때가 됐다."

바드레이가 검을 강하게 휘둘렀다.

"공간 파괴!"

좌, 우, 앞 전체를 반경으로 두는 기술!

검에서 일어난 어마어마한 바람이 전방을 휩쓸었다.

"크으윽."

"어서 치료를 해 줘!"

레드 벨카인과 전투하는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도 피해를 입었다.

사제들은 서둘러서 치료 마법을 펼쳤다.

보통 이 정도의 보스급 몬스터와 싸우면 뜨거운 관심을 받기 마련인데 위드와 바드레이의 격전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치료하는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나고 말았다.

위드는 바드레이의 등 뒤로 넘어갔다
.
민첩으로 얻은 '탁월한 경험자' 덕분에 상대가 스킬을 사용하자마자 공격 방향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미리 알고 더 빨리 움직이는 것이야말로 조각 파괴술로 민첩을 늘려 놓은 전투 방식!

지금까지 공격하는 것도 긴장의 연속이었다.

어려움에서 재미를 느끼고 있었지만, 그만큼 아쉬움이 크기도 했다.

'체력이 버텨 주지를 못해......'

위드의 체력은 직업과 조각품을 만들고 얻은 스탯을 합하면 423을 넘어갔다.

그럼에도 바람의 질주에 소드 댄스, 칠성보로 방향까지 멋대로 바꾸는 전투 방식은 몸에 급격하게 무리를 가져왔따.

체력이 떨어져서 속도가 더 느려질 수밖에 없는 아쉬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바드레이는 아직 건재한데 위드는 생명력과 체력이 전투를 계속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때 헤르메스 길드의 마법사 몇 명이 몰래 연합해서 주문을 외웠다.

"이곳에 붙들린 몸은 어디로도 움직이지 못하게 될 것이다. 땅거미의 압박!"

움직임을 제약하는 마법!

위드의 마법 저항력이 괜찮은 편이었어도, 고위 마법사들의 연합에는 막아 내지 못했다.

속박을 깨드리기 위해서는 마법 아이템이나 힘으로 상당한 시간ㄴ을 투자해야 했는데, 바드레이가 그사이에 돌아섰다.

"이제 죽을 시간이 왔다."

바드레이의 검이 새하얀 화염에 뒤덮였다.

"숭고한 검. 세인트 플레임."

위드는 피하려고 했지만 발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이런! 다리가......"

같이 공격을 하는 건 의미가 없고, 일단은 막아야 했다.

토리도를 불러 보려고 했지만, 그 역시 박쥐로 변해 궁수들의 화살을 피하느라 바빠 도와주러 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눈 질끈 감기!"

위드는 고대의 방패로 몸을 가리고 데몬 소드로도 공격을 막는 자세를 취했다.

바드레이의 검이 휘둘렸따.

검의 잠재력을 뽑아 쓰는 용사의 검에, 또 하나의 검이 위드를 강타했다.

이번에 그를 다시 놓친다면 쉽게 잡을 수 없었기에 바드레이도 전력을 다한 공격을 퍼부은 것이었다.


-힘과 체력이 감소하여 제대로 수비할 수 없습니다.
치명적인 일격!

-죽음에 이를 정도의 막대한 공격을 당하셨습니다.
화염으로 인하여 추가적인 데미지를 입습니다.
고위 마법이나 치료 마법, 물의 정령의 도움이 없다면 1초에 475씩의
생명력이 감소합니다.
방어할 수 있는 한계 이상의 타격을 입어서 허리 보호대가 파괴됩니다.

-생명력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슬로어의 결혼반지의 효과가 발생되지
못합니다.

-생명력의 저하로 사망하셨씁니다.
'죽음을 거부할 수 있는 힘' 의 스킬 레벨이 낮습니다. 육체에 스며든
신성력으로 인해 스킬이 발동되지 않습니다.
24시간 동안 로그인이 불가능합니다. 죽음으로 인해 레벨과 스킬의 숙
련도가 하락합니다.


★★★★★★★★★★★★★★★★★★★★★


바드레이의 공격이 끝난 후에 위드가 회색빛으로 변해서 사라졌다.

"바드레이 님 만세!"

"이겼다! 바드레이 님이 대륙 최강이다!"

역사적인 승리의 순간에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의 환호 소리가 들렸다.

길드 채팅을 통해서도 축하한다는 말이 쏟아졌다.

바드레이는 많은 전투에서 경쟁자들을 무릎 꿇렸다.

하지만 지금의 이 순간을, 각 방송국들을 통해 수천만 명 이상이 시청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조금은 떨렸다.

"이것은 갑옷이로군."

바드레이는 위드가 떨어뜨린 탈로크의 믿음 갑옷을 주웠다.

갑옷이 워낙 크기 때문에 다른 물건은 멜버른 광산의 몬스터에게 나오는 잡템 몇 개밖에는 떨어져 있지 않았다.

'생각보다 안 좋은 갑옷이군. 고작 이런 걸 착용하고 싸웠단 말인가?'

바드레이의 눈에는 탈로크의 믿음 갑옷조차도 차지 않았다.

발굴된 최고의 아이템, 이름난 전설적인 장비들만 착용하던 그에게는 실망스러운 갑옷이었다.


★★★★★★★★★★★★★★★★★★★★★


흑사자 길드에서는 함정을 해체하면서 지하 4층까지 왔다.

"놈들은 던전에 있겠군. 가자."

칼리스를 따라서 흑사자 길드의 정예들이 이동했따.

헤겔과 알리스, 미네는 어쌔신들에 의해 발각되어 벌써 사망!

그들이 은신처에 도착을 했을 때에는 레드 벨카인이 거의 죽어 갈 무렵이었다.

전투단과 친위대의 지속적인 공격에, 바드레이까지 가세하면서 사냥에 탄력이 붙었따.

한 방 공격력이 좋은 어쌔신들까지도 레드 벨카인의 등 뒤에서 보조 공격을 했다.

지옥의 마수로서 나타난 레드 벨카인이 울부짖으면서 죽어 가고 있었다.

생명이 경각에 달할수록 여러 광격 공격 스킬들을 발휘하려고 했지만, 아크힘은 보스급 몬스터 사냥에 노련했다.

"사격!"

궁수들의 화살과 마법 공격을 준비해서 터트렸다.

레드 벨카인이 스킬에 집중할 수 없도록 하면서 막았다.

전투단에는 전문 저주술사들도 있어서 현재 몬스터의 공격력과 방어력, 체력, 힘, 정신력 등을 많이 떨어뜨려 놓은게 시간이 갈수록 사냥에 큰 도움이 됐다.

-멜버른 광산의 레드 벨카인이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습니다.

사냥 성공!

바드레이는 최후의 일격을 날렸고, 전리품도 독차지했다.

검술의 비기가 적혀 있는 흑기사의 검도 입수했다.

"흑기사 퀘스트의 열두 번째를 완수했군."

"축하드립니다, 총수님."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군요."

칼리스는 750명이나 되는 믿음직한 흑사자 길드원을 데리고 왔다.

자신들의 영토인 멜버른 광산에서 헤르메스 길드가 날뛰고 돌아가게 해 줄 수 없었다.

"쳐라!"

흑사자 길드에서는 공격 마법부터 사용했다.

양대 거대 길드의 핵심 전력들의 전투는 가공한 마법 충돌부터 시작되었따.


★★★★★★★★★★★★★★★★★★★★★


KMC미디어에서는 오주완과 유아령이 진행하던 특집 방송 프로그램!

"아, 흑사자 길드에서 벼르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오늘은 정날 저도 잊을 수 없는 날이 되겠어요. 마법사 플로얀이 지금 대단위 마법 아이스 필드와 아이스 스톰을 연속으로 시전했습니다."

"공격 수단도 되지만, 땅을 얼려서 헤르메스 길드의 기사들을 곤란하게 만들려는 것이죠."

"아직 섣부른 판단이기는 하지만, 오주완 씨가 보기에는 어느 쪽이 이길까요?"

"그건 정말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알기 힘들겠는데요. 일반적으로 헤르메스 길드가 다른 길드에 비하여 훨씬 전력이 높다는 점, 바드레이가 있다는 부분까지 감안한다면 개인적으로는......."

"헤르메스 길드가 이길 것 같다는 말씀이시죠?"

"그렇습니다. 헤르메스 길드의 손을 들어 주고 싶습니다."

대부분의 방송사에서는 양대 길드 사이의 전투를 중계하면서 헤르메스 길드의 우세를 점쳤다.

전투단에는 뛰어난 랭커들도 뒤섞여 있었고, 친위대에는 알려지지 않은 고레벨 유저들이 즐비할 정도다.

레드 벨카인을 사냥하느라 지치거나 피해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바드레이와 친위대가 나선 전투에서는 진적이 없었다.

"앗! 지금 어쌔신들이 흑사자 길드의 후방에 나타나서 공격을 하고 있습니다. 소규모 매복으로 사제들을 먼저 암살하고 있네요."

진행자의 말이 없더라도 보이는 영상은 대단히 격렬했다.

헤르메스 길드에서 영상을 보내 주고, 흑사자 길드 쪽에서도 협조를 얻어서 영상을 받아 왔다.

위치를 바꾸어 가면서 전투를 살펴보았는데 어느 곳을 보더라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

레벨이 높은 길드의 최정예들끼리 맞붙었기에 그만한 빛이 폭발과 소음, 정령에 언데드, 소환물 들까지 나왔다.

영상을 실시간으로 편집하고 각종 효과를 덧씌우는 작업 팀에서는 화장실에 갈 시간도 없었다.

그렇게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연출진들은 바드레이와 위드의 싸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위드가 죽다니......"

"아, 전쟁의 신 위드도 바드레이에게는 안 되는구나."

로열 로드와 관련된 각종 게시판에도 바드레이가 승리를 거뒀다는 사실이 올라오고 있었다.

여러 계열의 축복에, 부하들까지 데리고 지친 위드와 싸웠기 때문에 비겁한 승리라면서 깎아내리는 사람도 많았다.

위드는 레드 벨카인을 이용하여 전투의 불리함을 극복하려고 했고, 바드레이는 개인적인 목적을 달성하려고 한 부분에서 차이를 두는 사람도 나왔다.

벌써 시청률은 관심의 대상도 아니었다.

오늘은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방송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마냥 행복한 일이었지만, 위드의 모험을 많이 중계했던 kMC미디어에서는 아쉬운 결과였다.

CTS미디어, LK게임의 진행자들도 지금의 헤르메스 길드와 흑사자 길드의 싸움보다는 위드와 바드레이의 전투에 대해서 더 많이 이야기했다.


★★★★★★★★★★★★★★★★★★★★★


서윤은 미용실에 가서 메이크업을 받고 머리도 했다. 백화점에 가서 옷도 사 입었다.

'요리를 만들어 줘야지.'

그녀는 침울하게 있을 이현을 위해 마트에서 장도 봤다.

바드레이와 헤르메스 길드는 흑사자 길드를 격파했다.

헤르메스 길드의 최정예인 친위대와 전투단은 갑자기 모여서 허겁지겁 달려온 흑사자 길드보다는 전술적으로 월등했다.

레드 벨카인과의 전투를 마치면서 사제와 마법사, 전사 들의 협력도 잘 이루어졌다.

부대별로 손발도 맞추지 못한 흑사자 길드는 급하게 몰려 오느라 숫자만 많았을 뿐, 자신들의 능력도 다 발휘하지 못하였다.

바드레이와 칼리스.

길드의 수장끼리의 대결에서도 바드레이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으니 그 후의 싸움은 해보나 마나였다.

완벽하게 함정을 파고, 헤르메스 길드의 지원군 200명이 추가로 지하 4층에 나타나기까지 했다.

뒤늦게 페일과 이리엔, 수르카, 화령, 로뮤나, 제피, 세에취, 서윤이 도착해서 멜버른 광산을 나오는 헤르메스 길드와 마주쳤다.

바드레이나 친위대가 나설 필요도 없이 궁수들의 일제사격과 마법사의 광범위 공격에 의하여 일제 사망!

서윤은 수많은 공격을 뚫고 기사 7명을 죽였지만, 집중 공격에는 광전사라도 해도 어쩔 수 없었다.

헤르메스 길드는 그 후에 임시 텔레포트 게이트를 완성하고 유유히 사라졌다고 한다.

서윤은 로열 로드에서 자신의 캐릭터가 죽은 것보다도 이현이 훨씬 걱정됐다ㅣ.

전쟁의 신으로 높은 자존심을 가진 그가 패배하고 죽었다.

매번 승리만을 거두기도 어려운 건 사실이다. 그녀가 아는 바로도 퀘스트나 몬스터 사냥을 하다가 실패한 적이 꽤 많았다.

하지맘ㄴ 다른 사람에게 죽으면서 갑옷까지 잃어버렸으니 상심이 너무나도 크리라.

'예쁘게 하고 위로해 줘야지.'

서윤은 장바구니를 들고 이현의 집으로 향했다.

동네로 막 들어서는데 허름한 옷을 입고 있는 할머니가 재활용품이 든 수레를 밀고 있었다.

"저도 도와 드릴게요."

서윤은 할머니 대신에 수레 손잡이를 잡았다.

이현이 너무나 보고 싶었지만 수레에 쌓여 있는 물건들이 무거워 보였다.

"아가씨, 이런 일을 할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데..... 이거 꽤 무거워서 밀기가 쉽지 않다우."

슈슈슈슈슈슉!

거침없이 나아가는 수레!

서윤은 수레를 밀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디로 가는 길이세요?"

"이제 일 다 끝내고 집에 간다오."

"그럼 집이 어딘지 알려 주세요. 제가 모셔다 드릴게요."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인걸요."

"여기서 꽤 멀어요, 아가씨."

"괜찮아요. 제가 모셔다 드릴 수 있어요."

서윤은 자신이 조금이라도 착한 일을 하면 이현에게 슬픈일이 덜 일어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런 행운에라도 기대고 싶을 만큼, 이현이 슬픈 표정을 짓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

빨리 가서 달래 줘야 한다는 기분과, 너무 슬퍼하고 있을것 같아서 차마 볼 수가 없다는 괴로움이 교차했다.

그냥 죽기만 했다면 그나마 안심인데 탈로크의 갑옷까지 잃어버린 게 역시 컸다.

서윤은 할머니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서 언덕길로 올라갔다.

'사는 곳과 그리 멀지 않네......'

이현이 사는 동네에서 비탈길을 올라가면 나오는, 좁고 허름한 주택들이 모여 있는 장소에 할머니의 집이 있었다.

"그런데 아가씨 말이우."

"네, 할머니."

"저기 아래에 석류랑 무화과나무가 있는 마당 딸린 집에 가는 길이지?"

이현의 집에는 몇몇 과일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사과, 배, 복숭아, 밤은 기본이고 가능하다면 귤까지 키우려고 했다.

"어떻게 아셨어요?"

"몇 번 가는 걸 봤어."

비탈길을 오르면서는 할머니도 서윤 옆에 붙어서 같이 수레를 밀었다.

"그 집 청년이랑 사귀는 사이인가?"

"아니에요."

"집에도 찾아가는 사이면서?"

할머니의 관점에서는, 집에 찾아와서 같이 있을 정도면 이미 더 이야기할 필요도 사이!

서윤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 청년이 좋은 여자를 만난 것 같아서 다행이야. 마음이 좀 놓이는구먼."

"......."

"그 청년, 이 동네 우리 노인네들 사이에서는 아주 유명해."

"네?"

이현이 로열 로드가 아닌 동네에서도 유명 인사였다니, 서윤에게는 새로운 사실이었다.

혹시라도 어떤 행패를 부리거나 갈취라도 하지 않았을지 걱정이 됐다.

"예전에 그 청년이 어릴 때인데, 참 악착같이도 살았어. 동생 하나 번듯하게 키워 보겠다고....."

"네."

"동네 우유, 신문은 다 그 청년이 배달했지. 시장 과일 가게에서 짐도 나르고, 돈만 주면 안 하는 게 없었어. 나도 그때는 시장에서 장사를 했는데, 나한테도 찾아와서 맡길 일 없냐고 물었거든. 나는 혹시 도둑질이라도 할까 봐서 없다고 쫓아냈는데 나중에 사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미안했던지........."

"아....."

서윤은 이현이 살았을 과거의 생활이 떠오르는 듯했다. 그렇게 열심히 살았으니 지금도 부지런한 것이다.

"나중에 그 청년이 집도 사고... 정말 잘되었지. 그런데 그 다음에 1년 반 정도 지나서부터였을까? 누군들 이렇게 살고 싶었겠나. 어느 순간 몸이 아프다 보니 장사도 못 하고 속아서 가게도 날리고 이렇게 되어 버렸지. 그래도 살아 보겠다고 폐품이나 모으고 사는데, 그 청년이 지나가면서 시큰둥하게 말하더군."

서윤은 뭐라고 대꾸하는 대신에 조용히 할머니의 말을 들었다.

할머니는 감정이 북받쳐서 목이 메는 것 같았다.


이현은 딱히 좋은 정보를 주는 것도 아니고 돕는 것도 아니라 그냥 혼자 중얼거리는 것처럼 말했다.

"힘든데 뭐하러 이 주변에서만 돌아다니시지? 저 아래에 있는 공원에 가면 빈 병, 빈 캔 엄청 많은데."

막 이 생활을 시작한 할머니에게는 그런 말 한마디가 귀중한 정보였다.

이현은 다시 먼 산을 쳐다보며 이야기했다.

"동사무소에 가서 신고하면 복지사도 와서 봐주고 각종 수당도 받을 수 있는데, 자식이 있더라도 돌봐 주지 않는다고 증명하면 될 텐데 말이야."


할머니는 그때 정말 어려운 처지에 놓였었따. 복지 수당을 신청하게 될 날이 올 줄은 몰랐지만, 조언 덕분에 지원을 받아서 한숨 돌리고 겨울을 맞이했다.

"지난겨울에는 새벽에 우리 집에 쌀이나 김치 통, 전기장판이 놓여 있었지. 나만 받은 게 아니라 동네에서 어려운 노인들은 죄다 받았어. 돈이 꽤 많이 나갔을 텐데...... 어느 노인이, 그 청년이 한밤중에 집 앞에다 놓고 가는 뒷모습을 봤다고 하더구먼."

"그랬군요."

"얼마 전에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일도 못 다녔어. 그런데 그 청년이 낮에 도시락과 김밥을 싸서 집 앞에 내놓고서는 말하더라고."


"안 먹을 건데 괜히 만들어서 먹을 사람이 없네. 드시고 싶으시면 가져가세요. 방금 만든 거니까요."

"고맙네. 이 은혜를 어떻게 갚나."

"저도 음식물 쓰레기봉투값 안 쓰고 좋은데요, 뭐."


그렇게 여동생과 같이 음식을 많이 만든 날이 한 달에 절반 정도는 되었다.

"그리고 먹고 가는 우리한테 약이랑 파스를 주더라고. 눈길에 넘어져서 다치기라도 하면 놔두지 말고 꼭 치료하라고... 요즘 병원비도 비싼데 조심하라고 하더라고 그 말이 어찌나 따듯하게 들리던지."

서윤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알 것 같았다. 이현은 과거에 많은 아픔을 경험해 봐서, 다른 아픈 사람들의 힘겨움을 이해할 수 있었으리라.

"나랑 같이 다니는 할망구 하나는 아파서 병원에도 갔는데, 나중에 걱정했더니 병원비도 대신 지불을 해 줬어. 이 동네에는 그 청년 도움 안 받는 노인들이 없어. 부모 없이 사는 아이들 공부할 책도 사 줬다는 말도 들었고, 잘사는 사람들은 몰라. 누가 착한 일을 하고 있는지......"

서윤은 할머니를 집에까지 데려다 주고 나서 이현이 사는 집에 왔따.

왈왈왈!

개가 크게 짖고 있는 집인데도 이상하게 생기가 없이 적막한 느낌이었다.

'설마......'

서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을 느끼며 대문을 열었다.

무려 7개나 되는 잠금장치들의 열쇠를, 자주 온다는 이유로 미리 다 얻어 놓은 덕이었다.

그녀는 떨리는 다리로 마당을 걸어서 현관문 앞에 섰다.

어렴풋이 비친 거실에 누군가가 쓰러져 있는 게 보였다.

'안 돼!'

서윤은 현관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갔따.

이현이 거실 바닥에 모로 쓰러져 있었다.

"흐흐흐흐흑."

심장이 미친 듯이 뛰면서, 가슴에서부터 뜨거운 것들이 솟구쳐서 눈물로 나왔다.

미용실에서 해 온 화장이 눈물에 엉망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서윤은 그런 것들은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마음이 아팠다.

간신히 열게 된 마음의 문이 이렇게 처참히 부서지려고 했다.

'어릴 때와... 똑같아.'

서윤이 아주 어린 꼬마였을 때, 그녀는 정말 보고 싶지 않은 무언가를 보게 되었다.

큰 상처를 입었던 마음이 긴 시간과 이현으로 인해 치유되었고, 조심스레 예쁜 희망도 품고 있었는데.......

서윤이 고머워하고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저곳에 쓰러져 있다.

"나,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을 듯 비틀거렸다.

이현에게 다가가는 것조차 무서웠다.

수레를 밀었던 것 때문이 아니라, 몸 전체에서 소중한 것들이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왜, 왜 그랬어요. 왜......."

서윤은 흐느꼈다. 앞으로 다시는 웃지 못할 것만 같은 슬픔이 밀려왔다.

그때 이현이 꿈틀 움직였따.

아직까지 살아 있으니 빨리 앰뷸런스부터 불러야 되겠다는 생각이 스쳐 가려는데......

"꺼어어어억!"

트림이 길게도 나왔다.

그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문득 거실 저편에, 아직 치우지 않은 밥상에 김치볶음밥과 짜파게티를 해 먹은 흔적이 보였다.

이현이 배를 만지면서 일어났다.

"깜박 잠이 든 모양이군 너무 많이 먹었나 화장실부터 가야지."

그러다가 인기척을 느끼고 현관을 보니 서윤이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반가움과 격렬한 미움이 뒤섞인 눈으로 노려보고 있는 게 아닌가.


9) 두 번째 검술의 비기


한국 대학교에 가는 길. 이현은 불만으로 구시렁거렸따.

"도대체 여자들의 마음은 종잡을 수가 없다니까. 세계적인 학술지에 여자들의 마음이 변하는 공식이라도 싣는다면 최고의 발견이 될 텐데."

어제 서윤은 그렇게 슬퍼하더니 말도 하지 않고 부엌으로 갔다.

그리고 재료들을 다듬고 요리를 만들면서 살짝살짝 미소를 짓는 게 아닌가.

배불러 죽겠다는 이현에게 억지로 카레를 먹이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서윤이 아무리 예쁘더라도, 눈물로 뒤섞인 이상한 화장을 하고 신탁 옆에 앉아 있는 그 잔혹함!

그것만으로도 이현은 과거 그녀와의 악연들이 마구 떠오르려고 했다.

서윤이 돌아가고 나서, 저녁에는 정효린이 찾아왔다.

취소할 수 없는 스케줄 때문에 늦었다면서 나이트에 가서 기분 전환을 하자고 꼬드겼다.

술이 무엇이던가 그거야말로 배도 안 부르고 건강에도 안 좋은 방식으로 돈을 쓰는 최악의 선택이지 않던가.

그래도 이혜연이 꼭 한번 가 보고 싶었다고 해서 셋이서 나이트를 찾아갔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전력난을 잊은 것 같은 조명들.

그나마 조용한 편인 룸을 잡고 나서 술을 마셨다.

이현도 남자라서 나이트에 오면 부킹을 해 보고 싶었다.

모르는 여자들과 짤막한 대화를 하며 호감을 찾아내고 연락처를 받는 거야말로 나이트의 즐거움이라고 최지훈이 말했기 때문이다.

"실례했어요."

웨이터를 따라온 여자들은 이혜연과 정효린의 얼굴을 보고는 앉지도 않고 나가 버렸다.

이 방은 대체 어떤 곳인지 궁금증도 일었지만, 그런 수모까지 감수하면서 버티기에는 이현이 그냥 평범했던 탓이다.

결국 셋이서 술이나 마시면서 이야기나 했다.

이혜연과 정효린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 신 나게 노래까지 부르고 쓰러졌다.

그렇게 허망하게 사라져 버린 어제저녁!

이현은 아침 일찍 학교에 가고 있었다.

봄의 신입생 환영회도, MT도, 축제도 다 지나가고 이제 시험만 치르면 여름방학이 된다.

"정말 등록금이 빨리도 날아가는군. 대학교수가 좋은 직업으로 손꼽히는 이유를 알겠어."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독하게 공부를 한 학생들이야말로 정말 선견지명이 있었다.

"그렇게 배워야 남한테 사기도 치고, 편한 직업을 택해서 놀고먹을 수도 있는 거지."

이현은 버스에 앉아서 창가를 내다봤다. 꾸벅꾸벅 졸면서 가다 보면 학교에 도착하게 되리라.

그런 이현을 보면서 주변의 학생들이 속삭였다.

"그거 아니야?"

"누구?"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온... 가상현실학과에 있었잖아."

"그 사람이란 말이야?"

"우리 학교 학생 같고 MT 사진이랑도 비슷하게 생겼잖아."

이현이 졸고 있는 동안 집중적인 관심을 보이는 대학생들 이었다.

목적지가 다른 아주머니나 다른 어른들도, 위드란 말에 힐끗힐끗 쳐다봤다.

"으하암! 벌써 도착했군."

이현은 한국 대학교의 정문에서 내렸다.

강의실이 있는 장소로 걸어가는 내내 학생들은 계속 그를 보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가상현실학과의 그......"

"맞네."

"사인이라도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

이쯤 되자 이현도 주변에서 뭐라 떠들면서 그에게 관심을 갖는 것을 느꼈다.

평소에도 손가락질을 많이 당하면서 살았다 보니 그렇게까지 거슬리지는 않았지만.

이현이 강의실에 도착하자마자,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어제의 전투 정말 멋있었어요. 불패의 신화가 깨진 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요."

"전쟁의 신 위드가 이렇게 가까운 장소에 있었을 줄은..... 선배님, 로열 로드 하면서 참고가 될 만한 조언 같은 거 해 주시면 안 되나요?"

"레벨 234 레인저인데, 사냥터 한 곳만 추천해 주세요."

학교 게시판에도 전쟁의 신 위드가 정체가 밝혀졌다.

최상준과 2명의 후배들이 친구들에게 떠들었던 것들이 빠르게 퍼져 나가서 게시판에도 오르고 학교 전체가 알게 된 것이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로열 로드의 유명 인사 위드가 같은 학교의 학생이라니!

"선배님, 존경해요."

"전투 이야기 조금만 해 주시면 안 돼요?"

"데스 나이트는 어떻게 얻은 거예요?"

평소에 친하지도 않던 학생들이 이현의 자리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어떻게 안 것인지 다른 학과의 학생들도 더 많이 와서 이현에게 질문 공세를 펼쳤다.

연예인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인기였다.

'이래서는 잠도 못 자겠군.'

이현은 팬들에게 친절한 편이 아니었다.

"로열 로드에서 싸움을 잘하는 비결은......."

"뭔데요?"

"꿀꺽!"

"없어. 그냥 사냥이나 해."

이현은 무시하고 자리에 엎드렸다.

여전히 책상 주변으로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있어 기분이 불편했다.

'바드레이라.......'

텔레비전으로 보거나 한 사람들은 잘 모를 수 있었다.

이현의 캐릭터와 바드레이는 박빙으로 느껴졌을 테고, 어떻게 보면 이현이 더 매섭게 공격을 퍼붓기도 했다.

'내가 이길 수가 없었어.'

하지만 이현은 지금으로써는 바드레이와 현격한 격차가 있다는 것을 그야말로 처절하게 느꼈다.

가공할 방어력과 공격력을 가지고 있는 바드레이였다.

전투 스킬들을 놓고 따졌을 때에도 전투에서 바드레이를 앞설 만한 것들이 딱히 없다.

유일하게 압도하는 점이 속도, 하지만 그것도 조각 파괴술로 인하여 일시적으로 향상시킨 이점이었다.

'바드레이가... 근접전에서는 어느 정도 나와 싸우는 방식을 맞춰 준 거야. 물러서면서 스킬들만 사용했더라면 절대 이길 수가 없었어.'

평소 실력만을 놓고 보면 넓은 지형이었더라도 도망도 못가고 사망했을 것이다.

마법사의 속박에 걸려들지 않았더라도, 바드레이와 조금 더 오래 싸웠다면 이길 방법이 없었다.

'만약 죽음을 거부할 수 있는 힘에 의해서 부활했더라면......'

로열 로드와 관련이 있는 게시판에는 그러한 논쟁도 활발히 벌어졌다.

전쟁의 신 위드는 죽음 후에 더 강력한 모습으로 부활한다.

언데드의 한 종류로 태어나서, 다른 부하들을 이끌고 기적 같은 전투를 보여 줬다.

위드가 살아났다면 상황을 많이 바꾸었을 거란 기대 어린 전망이 다수의 지지를 얻는 중이었다.

바르칸의 풀 세트. 해골, 로브, 망토, 부츠, 목걸이, 반지에, 마법 책까지 가졌다.

바르칸의 풀 세트가 한자리에 모이면 쓸 수 있는 3대 마법등을 운용한다면 헤르메스 길드의 전력과도 어느 정도 비등한 싸움을 했을지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다.

'그래도 상황을 완전히 바꾸진 못했을 거야.'

이현의 캐릭터가 가장 큰 힘을 발휘할 때가 네크로맨서 계열인 상황이었다.

최고의 군단 전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리치로 재탄생을 했더라도, 언데드 군단을 만들어 내서 훈련시키지 못하는 초기에는 약하다.

전투단과 친위대의 집중적인 방해와 공격을 극복하며 언데드 소환도 못했을 테고, 바드레이가 바로 가까이에서 덤벼들더라도 당해 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지고 싶지 않다.'

이현은 스킬 숙련도와 경험치가 떨어지고 아이템을 잃어 버리지 않는 것보다는, 패배하고 싶지 않았다.

전쟁의 신 위드로 여전히 우러르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바드레이에게는 졌다고 하더라도, 로열 로드가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이상 랭커 정도만 하더라도 대단했다.

전쟁의 신 위드라면 모두가 아직 좋아할 만했다.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아.'

이현은 어설프게 강한 정도로는 만족이 안 되었다.

마법의 대륙 시절에는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더러운 성미를 가지고 있었다.

기어오르면 밟고, 비난하면 죽이고, 시끄럽게 떠들면 쓸어버리고.

전쟁의 신 위드라는 이름이 현재의 로열 로드와는 다른 무게로 자리 잡았다.

그때의 본성이란 어디로 가지 않고 그대로 간직되어 있었다.


★★★★★★★★★★★★★★★★★★★★★


"질리도록 싸우는군. 남이 가진 것을 조금이라도 더 빼앗겠다고....."

유병준은 유저들의 싸움이 즐거웠다.

발전도가 높은 중앙 대륙의 이야기였지만, 전쟁이 끊임없이 터졌다.

세력 확장을 위한 공성전ㅇ니야 원래 많은 편이었다고 볼 수 있었다.

여기에 헤르메스 길드가 칼라모르 왕국까지 점령하면서, 힘이 있는 다른 길드들도 본거지에서 얌전히 있을 수가 없게 되었다.

주변의 성, 도시, 요새를 잡아먹으면서 몸집을 불렸다.

약자들의 연합도 활발하게 이루어지며 저항했다.

하벤 왕국처럼 국왕이 물러나고 길드가 권력을 차지할 날이 머지않은 곳도 몇 군데 되었다.

엠비뉴 교단은 세뇌와 공포를 타고 들불처럼 번지면서 신도들을 모으고 있따.

거대 길드들의 입장에서는 적당한 혼란을 일으켜 기회도 제공하고 사냥터도 확보할 수 있어서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엠비뉴 교단에 점령당하면 쌓아 놓은 도시 발전도가 날아가 버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약탈한 재물을 다시 빼앗으며 공헌도와 민심을 확보할 수 있었다.

거대 길드들이 대부분 내정을 통한 발전보다는 침략을 기반으로 성장하였기에 벌어지는 현상이었다.

"이렇게 흘러가 버린다면 난세가 되어 걷잡을 수 없게 된 중앙 대륙은 암흑기를 거치겠지."

유병준은 로열 로드에서 진행되는 일이라면 정보가 빠른 단체와 방송국이 잡지 못한 부분까지도 알았다.

엠비뉴 교단의 저력은 민심을 얻는 데에 있다.

불안에 떨고 있는 이들을 통해서 급속도로 번져 나가며, 그 숨은 위력은 상상을 초월!

각 지파의 수장들이 힘을 얻어서 나온다면 중앙 대륙의 강력하고 쉽게 허물어뜨리기 어려운 세력이 될 것이다.

엠비뉴에 점령되지 않은 왕국, 영토로 사람들이 몰리고, 나머지 땅에는 암흑시대가 벌어지는 것도 가능성이 높은 일이었다.

"약자가 잡아먹히는 일이야 역사적으로 비일비재하게 일어났지. 로열 로드에서 그러한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놀랄것은 없다."

유병준은 로열 로드를 관장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에게 물었다.

"헤르메스 길드와 흑사자 길드는 어떻게 되었지?"

- 흑사자 길드가 패배한 이후 헤르메스 길드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패권 동맹은 아직 유효하며, 전쟁은 신중히 벌어지게 될 것 같습니다. 흑사자 길드는 다른 명문 길드로 이탈하는 유저들이 발생하여 세력이 많이 위축될 것으로 보입니다.

"흑사자 길드의 톨렌 왕국 점령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정도일까?"

- 내부 수습을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일을 소모할 것입니다. 대표 칼리스는 인망과 높은 수준의 무력을 갖추었지만 바드레이에 의하여 처참하게 패배하는 모습이 방송으로 나오면서 예전의 명성을 회복하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헤르메스 길드의 꾀가 상당하군."

- 큰 틀에서 보자면 전략적인 부분에서, 추진력과 과감한 전술에서 뛰어납니다.

헤르메스 길드는 멜버른 광산에서 흑사자 길드를 회생이 쉽지 않을 정도로 짓밟았다.

유저들이야 사냥을 통해서 잃어버린 경험치와 숙련도를 복구할 수 있을 테지만, 패배한 이후로 자신감은 많이 사라졌으리라.

처음부터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흑사자 길드를 끌어들이는 전술을 펼쳤다.

바드레이가 방송으로 드러나고 나서도 철수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보스급 몬스터 사냥을 진행했다.

당연한 듯이 칼리스와 흑사자 길드에서 분노하여 달려오니 전투단과 친위대의 전력으로 상대를 완벽히 격파를 해 버렸다.

흑사자 길드에서 멜버른 광산으로 들어오지 않고 입구만 봉쇄하고 기다렸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으리라.

유병준은 인공지능을 조절하여 모든 화면을 볼 수 있었다.

멜버른 광산 주변으로 헤르메스 길드의 전투단 200명이 숨어서 배치되어 때만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진행 상황에서든 철수하지 않고, 향후 경쟁자가 될 흑사자 길드를 무너뜨리려는 계략을 성공시켰다.

이번 전투의 최대 수혜자는 헤르메스 길드였다.


"결단력이 좋은 녀석이 있겠군."

- 명분상으로 길드장인 라페이로 추정됩니다.

"나름대로 능력이 있으니 헤르메스 길드의 외부적인 수장 노릇을 하고 있겠지. 하벤 왕국을 먹어 삼킬 때에도 계략이 괜찮았던 것 같군."

유병준은 로열 로드의 여러 장소들을 살폈다.

이름 있는 관광지는 여전히 흥청망청하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절벽, 산, 화산, 호수, 늪지, 강, 바다.

여핼할 곳이 많고, 입이 떡 벌어지는 절경들이 워낙에 많다 보니 많은 유저들이 즐겁게 살아갔다.

농사를 지어도 풍성한 곡식의 이삭과 탐스러운 열매를 보며 기쁨을 누릴 수 있을 정도이다.

현실에서 얻기 어려운 다양한 분야의 경험과 즐거움들이 만들어져 있었다.

유저들은 그곳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역할을 하면서 살아간다.

거친 몬스터들을 이겨 내기 위한 성장, 남을 돕는 의뢰도 중요한 요소였다.

유저들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며 부대끼리 살아갈 것도 같지만, 대륙의 면적이 워낙에 넓다.

위험을 무릅쓰고 멀리 떠나기만 한다면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했다.

다만 모험과 사냥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할 수 없거나 안전을 생각한다면 유명한 성들 주변의 사냥터에 있는 수밖에 없다.

"농부 미레타스의 직업 마스터 퀘스트는 얼마나 진행되었지?"

- 지금 9단계를 완료하고, 열 번째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농부는 씨앗을 뿌리고 가꾸어야 했기에 직업 퀘스트의 진전 속도가 조금 느렸다.

"모험가 체이스는?"

- 필요한 자주색 소검을 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필요한 모험의 단서들도 아직 2개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열한 번째 퀘스트에 오랫동안 막혀 있군. 수수께끼를 해결하는 능력, 던전에서 길 찾기 능력에 비해서 아쉽게도 사교성이 조금 모자라."

유병준은 직업 마스터에 도전하는 유저들을 1명씩 관찰했다.

각자의 직업과 연관되어 있는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하여 접속 시간들이 부쩍 늘었다.

방송국들은 직업 마스터에 도전하는 유저들을 파악하고, 그들과의 인터뷰, 혹은 퀘스트 영상이라도 따내기 위하여 안달이었다.

유병준이 보고 있는 화면을 방송사에 제공한다면 큰 인기를 끌 수 있겠지만 그런 것쯤은 안중에도 없었다.

직업 마스터 퀘스트가 진행되면서 유저들의 생활에도 변화가 생겼다.

전에는 본 적이 없는 견과류가 새로운 상품으로 등록된다거나, 커다란 던전이 새로 열린다거나, 국가 간의 우호도에도 영향이 발생했다.

"위드는?"

- 접속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접속할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았습니다.

목숨을 잃었을 경우 현실 시간으로 24시간 동안 접속할 수 없다.

"타격이 크겠군. 바드레이에게 공개적으로 패배하고, 레벨보다는 스킬의 숙련도가 많이 하락했겠어. 지금이 중요한 시기인데."

조각사는 스킬 숙련도를 얻기가 남보다 많이 어려운 직업군에 속한다.

"접속하면 알려 주도록 해. 그리고 모니터의 하단ㄴ에 위드의 영상을 띄워 놓도록."

- 명령을 수행합니다. 유저 위드가 접속함현 8, 9번 모니터에 그의 영상이 올라오게 하겠습니다.

유병준이 보고 있는 거대한 모니터가 위드를 위한 공간으로 준비되었따.

"접속해서 절망에 빠져 발버둥 치는 걸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겠지. 클클클."


★★★★★★★★★★★★★★★★★★★★★


이현은 학교에서 몰려드는 학생들로 인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우려했던 대로 후배들 사이에도 알려졌다.

"모라타에서 풀죽 사 주시면 안 돼요?"

"선배님이랑 풀죽 같이 먹어 보고 싶어요."

언제부터 선배님 소리를 들으며 후배들한테 인사를 받았는지 모를 일.

MT와 축제, 학과 행사에도 끼지 않았는데 이현을 모르는 신입생 후배가 없을 정도였다.

가상현실학과인 만큼 모두 로열 로드를 했고, 이현이 그곳에서 이룬 업적이 대단하다는 걸 알았다.

3학년 선배 중 1명도 도시를 가진 영주이기는 하지만, 모라타의 인기도와 영향력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모라타는, 방송사에서 투표를 해 본 결과 가장 살고 싶은 도시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저 모라타에 있는데요, 선배님 만나 뵐 수 있을까요?"

수줍어하는 여대생의 고백도 들었다.

장점으로는, 대학교수들도 이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 점이었다.

'학점을 따는 데 도움이 되겠군.'

이현은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 동안 접속을 하지 못해서 어제는 서윤과 함께 집 청소를 실컷 해 두었다.

미루었던 집안일을 끝내 놔서 상쾌한 기분!

"전장으로 다시 들어갈 시간이군."

이현은 캡슐로 걸어갔다.


★★★★★★★★★★★★★★★★★★★★★


위드가 다시 접속한 장소는 트레이피크의 성벽 아래였다.

"가죽 갑옷 착용."

레벨 130대의 초급자용 복장을 재빠르게 입었다.

"외모가 평범해서 이럴 때 조금 도움이 되는군."

흔한 복장으로 바꿔 입기만ㅁ 해도 알아보는 사람이 많진 않다.

트레이피크는 여전히 흑사자 길드의 영역이었다.

헤르메스 길드의 습격을 받아서 혼란스러운 상황에, 위드가 이곳의 유저들에게 그렇게 중요한 존재는 아니리라.

"일단 확인해 봐야 할 것은... 잃어버린 경험치로군!"

위드는 나쁜 소식 세 가지를 살펴야 되었다.

경험치, 숙련도, 장비!

"스탯 창!"


캐릭터 이름 : 위드 성향 : 역사적인 영웅의 기질
레벨 : 409 직업 : 전설의 달빛 조각사!
칭호 : 세상을 바꾸는 조각사
명성 : 92.007
생명력 : 41,230 마나 : 19,405
힘 : 1,443 민첩 : 1,097
체력 : 209
지혜 : 293 지력 : 314
투지 : 525 지구력 : 265
인내력 : 892
예술 : 2,430 카리스마 : 530
통솔력 : 787 행운 : 143
신앙 : 207+435 매력 : 451+30
맷집 : 471 기품 : 153
정신력 : 92 용기 : 200
명예 : 43
자연과의 친화력 : 1,043
공격력 : 7,103 방어력 : 1,941
마법 저항 불 : 33% 물 : 39%
대지 : 39% 흑마법 : 41%


+모든 스탯에 20개의 포인트가 추가됩니다.

+예술에 추가로 80개의 포인트가 부여됩니다.

+달이 뜨는 밤에는 30%의 능력치의 향상이 있습니다.

+아이템과 특화됨

+모든 생산 스킬을 마스터의 경지까지 배울 수 있게 됩니다. 모든 아
이템 제조와 제련의 스킬에 우대 적용. 최고급 스킬들을 배울 수 있
습니다.

+특이하거나 예술적 가치가 높은 조각품을 만들면 명성이 상승합니다.

+조각품과 생산 스킬, 전투 경험, 퀘스트로 인하여 전 스탯이 178 증가합니다.

+착용하고 있는 바하란의 팔찌로 인하여 전 스탯이 15 증가합니다.


레벨인 다시 409로 감소했다.

경험치를 쌓기 어렵다고는 해도, 다른 것들에 비해서는 쉬운 편이었다.

숙련도는 조각술이 11.4%가 감소하여 고급 8레벨 49.7%가 되었다.

손재주, 대장일, 재봉, 요리, 낚시 그리고 공격 스킬들까지 숙련도가 전부 조금씩 하락했다.

"역시... 행운의 도움을 받지 못했군."

모험가들은 특별히 행운을 올려 주는 아이템이 있따면 죽음의 충격도 약소한 피해로 넘긴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직업들은 그런 행운의 작용이 잘 적용되지 않았다.

위드는 특별히 행운이 죽음의 페널티로 막아 줄 정도로 높은 편도 아니었다.

"그다음으로는 아이템인데......."

소지품들을 일일이 하나씩 확인했다.

붕대와 약초, 화살, 낚싯밥, 숫돌, 조각 재료, 광물, 퀘스트 아이템인 사파이어까지 꼼꼼하게 확인!

"타, 탈로크의 믿음 갑옷이 사라졌군."

몬스터의 공격으로부터 오랫동안 지켜 주었던 훌륭한 갑옷을 잃어버렸따.

"이 피해는......."

위드는 잠시 눈을 감았다.

가슴에서 솟구치는 분노를 참아 내야 했다.

마음 같아서는 헤르메스 길드 영역인 하벤 왕국으로 가서 실컷 복수를 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다시 죽는 것 외에 다른 결과는 없다.

"반드시 갚아 줘야지."

위드는 분노를 삭이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을 하면서 움직이기로 했다.

"직업 퀘스트는 조금 뒤에 보고하기로 하고, 검술의 비기를 얻어야 되겠군."

더 강해지기 위한 첫걸음!

망망대해에 있는 검술 마스터 애쉬를 만나 스킬을 전수 받는 것이다.

위드의 검ㅅ물 스킬은 이미 고급에 올라 있었기 때문에 자격이 되었다.

단지 광휘의 검술 하나라도 제대로 먼저 익혀 놓기 위하여 분검술은 배우지 않았을 뿐이었다.

"어차피 광휘의 검술도 숙련도가 낮으니 이것저것 다 같이 배워 두는 편이 낫겠지."

잡캐다운 다짐을 하는 위드!

수련생들도 우연히 도착했던 그 장소를 배를 타고 다시 찾아가기란 매우 어려웠다.

항로에 대한 기록을 조금도 해 두지 않았기 때문에, 바람과 해류가 바뀐 지금은 시간을 몇 달은 투자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하지만 유린이 있었기 때문에 설명해 주는 것만으로도 그림을 그려서 그곳으로 가는 게 가능했다.


★★★★★★★★★★★★★★★★★★★★★


철썩... 철썩......

갈매기들이 놀고 파도가 치는 섬!

위드는 검치와 검둘치와 같이 애쉬가 사는 이름 모를 섬에 도착했다.

"위드야, 이곳이 검술을 배울 수 있는 장소냐."

"예. 맞습니다, 스승님."

"그다지 쓸모는 없겠지만 참고삼아서 배워 두는 것도 좋겠구나."

유린의 그림 이동술로 어제 검치와 검둘치 그리고 다른 사범들도 늦게나마 멜버른 광산에 갔었다.

막 텔레포트로 빠져 나가려던 헤르메스 길드를 공격하다가 장렬하게 사망!

검치와 검둘치의 강함에 대한 자부심은 남다른 편이라 검술을 배우려고 하지 않았지만 위드의 부추김에는 당해 내지 못하고 검술의 비기를 익힐 수 있는 섬으로 찾아오게 된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다 익히고 있는데......"

"........"

"물론 스승님과 대사형에게 꼭 필요하진 않겠지만 검술의 비기를 알고 있다면 필요할 때 적당히 써 주면서 엄청 멋지게 싸울 수도 있을 텐데요."

"......."

"뭐, 여자들한테 인기도......."

"........!"

위드와 검치, 걸둘치가 도착하고 나서 조금 있으니 애쉬가 나무 사이에서 걸어 나왔다.

"검술을 배우러 나를 찾아온 자들인가. 그렇다면 자격을 갖추어야 될 것이다."

애쉬는 나타나자마자 검을 뽑고 대결을 하려고 했다.

"말이 짧아서 편하군."

검치는 검 한 자루 뽑아 들고 나서더니 간단히 자격을 증명했다.

30개의 분신들 사이에서 잠깐 싸워 주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무기술 스킬이 올라가면서 검에 부여되는 마나를 조절하여 공격력을 배가시키거나 상대를 밀쳐 낼 수 있게 되었다.

어설픈 분신들은 오히려 장애였다.

검치는 느긋하게 분검술을 즐기면서 애쉬가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패싸움이야말로 검치의 최대 장기!

검둘치도 비슷하게 관록 있는 검으로 분신들 사이에서도 활약을 했다.

"위드입니다. 저는 조각사이지만 평소에 뛰어난 검사를 존경했습니다. 대륙의 평화를 지키기 위하여 약간의 검술을 익히고도 있기에 이렇게 가르침을 청합니다.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위드는 좀 달랐다. 상대가 검술의 마스터이고 레벨도 높아 보이니 그의 입에서는 자연스럽게 아부가 나왔다.

"조각사는 직업으로 이만한 검의 성취를 이루었다면 그 노력이 대단하군. 좋은 승부를 기대하겠다."

위드는 애쉬의 똑같이 생긴 분신들을 보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분신 중에서 진짜를 찾아서 격파하면 전체가 약해진다.

위드는 가장 단순한 방식을 택했다.

죽기 직전까지 무작정 싸워 보는 법!

"시작하겠다."

위드를 가운데 두고, 애쉬와 분신들이 주변을 겹겹이 포위한 채로 공격을 퍼부었다.

위드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여만 했다.

'더 빨리 생각하고, 더 빨리 움직인다. 생각과 몸의 반응 속도를 최대로 해서... 길거리에 만 원짜리가 떨어진 걸 발견했을 때처럼 뛴다.'

정면의 적들과 싸우면서 좌우측도 신경을 써야 하고, 뒤쪽에서의 공격까지도 고려해야 되었다.

-애쉬의 분신으로부터 다리를 부상당했습니다.
부상 부위가 회복될 때까지 이동력 7% 감소합니다.
높은 맷집으로 생명력이 983 감소합니다.

분신은 진짜에 비해 그렇게까지 강하지 않다.

위험도가 덜한 공격은 맷집과 인내력으로 버티면서 격렬하게 검을 휘둘렀다.

"헤라임 검술!"

분신을 하나씩 격파할 때마다 위드는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위험한 경로의 공격은 철저히 막으면서도 나머지는 몸으로 막아 내는 것이, 전투에 미친 광전사처럼 보일 정도였다.

지독하게 무식한 방법을 택한 것이 다른 검치 들을 능가할 정도였다.

위드를 중앙에 두고 분신들이 뛰어다녔다.

검이 부딪칠 때마다 격렬한 불똥이 튀었다.

왕국이 멸망하고 나서 남은 마지막 기사처럼 싸우는 위드!

거친 숨을 헐떡이면서도 애쉬의 분신들과 검을 겨루었다.

바드레이에게 패배한 이후로, 더는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고작 이 정도에서 패배한다면... 나는 평생 부잣집 아들을 부러워하며 살 수밖에 없어.'

위드의 생명력은 삼분의 일도 남지 않았다.

분신은 고작 10개박에 없애지 못했기에, 애쉬가 제안을 했다.

"이 정도에서 물러나는 것이 어떤가. 너는 아직 내 기술을 소화하기에 모자랄 것 같다."

위드는 고개를 저었다.

"계속 싸우겠습니다."

"그렇다면 죽더라도 후회하지 않겠는가."

"후회는 하겠지만 그래도 싸울 겁니다."

분신이 줄어든 만큼 위드도 전투가 처음보다는 쉬워졌다.

그러나 생명력이 감소하고, 무엇보다 자잘한 부상이 많아졌다.

상처들로 인해 움직임이 느려져서 오히려 어려워진 감도 있었다.

'믿을 건 몸밖에 없다. 맞으면서 이기자!'

검치와 수련생들의 전투력은, 무기술 스킬이 높은 경지에 있기 때문에 뛰어났따.

순간적인 공격력 강화가 가능했기 때문에 전투를 하면서 숨어 있는 진짜 애쉬를 잡을 수 있었다.

위드의 검술 스킬은 고급 2레벨이었다.

공격력이나 마나 운용에서 차이가 심해서, 분신들 사이에서 진짜 애쉬가 공격을 하더라도 역습을 가해서 제압하기가 어렵다.

그사이에 애쉬는 분신들 사이로 몸을 숨겨 버리기 때문에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전부 다 부숴 버린다.'

위드는 몸을 내던지면서 분신들을 줄였따.

-과격한 전투로 인하여 투지가 솟구칩니다.
투지 스탯으로 인해 공격력과 방어력이 높아집니다.

"커헉!"

위드의 생명력은 4%도 안 남았다. 그렇지만 분신도 모두 사라졌다.

남은건 애쉬 혼자였다.

몸을 던지면서 분신을 2개, 3개씩 줄일 기회를 만들어 낸 덕분이었다.

"검에 대한 이해나 기술적인 면은 많이 모자라지만 검사로서 포기하지 않는 자질이 엿보이는군. 나와 싸우면서 충분히 분검술에 대해서 깨달았을 것이다."

띠링!

-애쉬보다 많이 낮은 레벨과 무기, 방어구를 가지고 싸웠기 때문에 모
든 스탯이 3씩 오릅니다.

-전투를 통해 검술 스킬, 분검술을 획득하셨습니다.

분검술의 습득!

검치와 검둘치는, 다른 사범들과 수련생들과 같이 모라타에 방문하기로 했다.

영주성에 보관된 조각상의 광휘의 검술을 익히기 위해서였다.

위드는 조각술 마스터 퀘스트를 에르리얀에게 보고하기 위하여 우고트로 이동했다.


10) 헬리움의 재탄생


에르리얀을 만족시켜 주려면 대작의 사파이어 조각품을 만들어야 했다.

"조각사란 좋은 직업이 아닌 거 같기도 하군."

무언가를 만들면서 즐거워한다면 그걸 직업으로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다 보면 주변 사람들을 비롯하여 자신의 욕심이 커진다.

보다 좋은 작품을 만들려고 하는 욕망!

그 시점부터는 창작의 고통이 밀려오게 되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요정들을 위해서 사파이어를 희생시켜야 하다니... 퀘스트만 아니었더라면......"

위드는 재료에 대한 아까움까지도 감수해야 됐다.

직업이 조각사인 만큼 능력이 오를수록 좋은 재료를 자주 사용하게 된다.

이 재료들을 가공하여 돈을 받고 팔아먹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기가 힘들었다.

"멜버른의 사파이어는 최고지. 조각품을 만들기에는 충분해."

위드는 에르리얀의 출몰 지역에서 작품을 만들기로 했다.

보석 세공은 정밀한 작업을 필요로 했다.

모라타의 영주성에서는 창가로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와, 위대한 건축물의 공사를 하는 소음이 들렸다.

에르리얀의 입맛에 맞춰야 하니 조각품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 주면서, 혹시나 반응이 뭔가 아닌 거 같으면 바로 수정을 하기 위한 맞춤형 제작 방식!

"대작의 조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투자를 해야 되겠지."

멜버른에서 다시 사파이어를 캐 오기는 어렵게 되었다.

흑사자 길드에 의하여 광산은 거의 폐쇄나 다름없게 막혀 버렸다.

길드원들만 들어가서 사냥을 할 수 있었으며, 광부들은 철저히 검사를 받았다.

흑사자 길드의 입장에서는 굴욕과도 같은 장소를 외부인에게 허용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조각품이 실패하면 타격이 컸기 때문에 위드는 루비들을 꺼냈다.

샤스펜의 루비 광산.

드워프 장인들이 모여 있는 크루소에서도 양질의 루비가 나오는 광산이었다.

채광량이 많지는 않아서, 루비를 다 캐고 난 지금은 몬스터들이 들끓는 던전이 되고 말았다.

위드는 자신의 몫의 루비를 이번에 챙겨 왔다.

"푸른 사파이어와 붉은 루비의 조화라......"

사파이어는 지혜를, 루비는 힘을 의미한다.

힘과 지혜를 겸비한 조각품!

"조각은 형태적인 아름다움 외에도 역사적인 가치가 있으면 더 좋겠지. 에르리얀들이 그리워할 수 있는 조감품은......"

위드는 이미 결정해 놓았다.

게이하르 폰 아르펜 황ㅈ에!

대륙을 통일하고, 조각술을 위대한 경지로 이끈 황제의 조각.

스킬 숙련도를 위해서는 일찍 만들고 싶었는데도 참았다.

좋은 조각품을 만들어야 할 때를 위하여 아껴 놓았던 주제다.

"영상을 몇 번 보면서 조각사로서 친숙하기도 하니까. 과거의 그 위풍당당한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낼 수 있겠지."

위드는 큼지막한 바위를 깎았다.

조각칼과 망치를 들고 있는 게이하르 황제의 몸매를 세밀하게 표현했다.

황제는 잘 먹어서 배가 두툼하게 나오고 다리는 짧고 굵었다.

팔도 역시 마찬가지로 짧았는데, 조각품을 만드는 손가락만은 굳은살과 상처로 인하여 엉망이었다.

턱은 살에 묻혀서 조각술로 미묘하게 표현하기가 정말 어려운 부분이었다.

"과연 역시 쉽지 않군."

다행히(?) 머리는 시원하게 벗겨져서, 머리카락을 따로 표현하지 않아도 되었다.

평범한 아저씨 같은 외모였지만 위대한 게이하르 황제라서 조각품으로 만들기가 더 만만치 않다.

매사에 자신감과 확신이 있는 표정, 그리고 조각품들을 향한 부드러운 눈빛!

솔직히 위드가 만든 조각품 중에서 잘생긴 편은 아니었다.

외모적인 특성에도 불구하고 게이하르 황제의 느낌을 정확히 살리기가 그만큼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황금과 루비, 사파이어로 장식을 해 주면 되겠지. 황제의 위대함을 나타내는 최고의 옷과 장신구들이 있어야 해."

조각상에 전체적으로 루비를 사용하여 화려함을 빛내기로 했다.

그리고 중요한 표현은 조각상의 넓은 어깨를 이용하기로 했다.

오른쪽 어깨에는 황금을 녹여서 황금새를 조각하여 올려 놓았다.

실물을 자주 보고 또 데리고 다녔기에 거의 똑같이 조각을 할 수 있었다.

다른 어깨에는 사파이어로 에르리얀을 매우 정교하게 조각해서 올려놓았다.

장난기가 많은 에르리얀은 게이하르 황제의 옷소매와 단추를 잡고 놀기도 한다.

위드에게는 이 과정이 조각품을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

게이하르 황제를 표현하면서 돌을 깎고, 황금을 녹이고, 루비와 사파이어까지 정밀하게 세공한다.

여러 과정들이 모두 합쳐져서 베르사 대륙의 역사에서 가장 큰일을 해낸 게이하르 폰 아르펜 황제를 만들었다.

띠링!

-만드신 조각품의 이름을 정해 주십시오.

"이 조각품의 이름은 게이하르 폰 아르펜 황제로 하겠다."

-게이하르 폰 아르펜 황제가 맞습니까?

-그래."

띠링!


역사적인 조각품, 대작! 게이하르 폰 아르펜 황제를 완성하셨습니다.

까마득한 과거이지만 베르사 대륙이 하나의 깃발 아래에 뭉쳤던 시절
이 있다.
왕국 간의 국경이 사라지고, 모든 종족들이 무릎을 꿇던 대제국의
황제!
루비와 사파이어, 황금으로 치장된 더없이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조각
품이지만, 그조차도 대륙 정복의 위업을 달성한 황제의 업적에 비한
다면 결코 과하지 않으리라.
예술적이고 매력적이며 창조성이 뛰어나서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는
거장 조각사의 작품!
현재 남아 있는 게이하르 폰 아르펜 황제의 조각품이 없기에 이 조각
상은 역사적으로 높은 가치를 가진다.
예술적 가치 : 24,789.
특수 옵션 : 게이하르 폰 아르펜 황제의 조각상을 본 이들은 생명력
과 마나 회복 속도가 하루 동안 34% 증가한다.
아르펜 제국에 대한 역사적인 지식을 획득할 수 있음.
조각술의 평판을 높여 줌ㅈ.
조각술로 증가한 스탯들을 하루 동안 30% 많아지게 함.
왕과 황제의 존엄도 향상.
왕궁, 영주성에서 소유할 경우 지역 정치력을 확대한다.
영토 내 이종족들 간의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음.
전 스탯 30 상승.

다른 조각품과 중복 적용되지 않음.
지금까지 완성한 대작의 숫자 : 12


-조각술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손재주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명성이 2,670 올랐습니다.

-예술 스탯이 37 상승하셨습니다.

-매력이 8 상승하셨습니다.

-카리스마가 9 상승하셨습니다.

-대작 조각품을 만든 대가로 전 스탯이 3씩 추가로 상승합니다.

-퀘스트에 필요한 조각품을 완성하셨습니다.


위드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맺혔다.

'역시 게이하르 황제는 훌륭한 사람이었어.'

에르리얀을 만족시켜야 하는 조각술 퀘스트에 절묘하게 친분을 팔아먹어서 성공시킨 조각품!

조각술 숙련도도 5.4%나 늘었다.

지난번에 죽은 것을 복구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서 여전히 피해가 컸다.

하지만, 대작 조각품의 경험을 많이 쌓아 두는 것도 이득이었다.

띠링!


에르리얀이 원하는 사파이어 완료

대륙에는 예술과 문화 속에서 탄생한 종족들이 살아가고 있따.
에르리얀은 다시 인간을 믿기 위해서 좋은 조각사가 나타나기만을 기
다렸다. 이제 그들의 믿음을 배신하지 않고, 작품으로 조각술 능력을
증명하였다.
에르리얀들은 이제 지금까지 살아온 터전을 버리고 당신을 따라나설
것이다. 그곳이 비록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사막이더라도.......

-명성 1,600이 올랐습니다.

-종족 에르리얀과의 우호도가 최대가 되었습니다. 매우 중대한 잘못으
로 실망을 주지 않는 한 우호도는 잘 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열세 번째 단계의 조각술 마스터 퀘스트를 완료하는 순간이었다.

에르리얀들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 우리를 잘 이끌어 주겠어?

장난기가 많고 작은 종족들이었다.

위드는 그들이 겁내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너희의 앞으로 훌륭한 주인, 아니 동반자를 만나게 되었으니 조금도 걱정할 필요가 없단다."

멜버른 광산에서 사파이어를 구하다가 한 번 죽었고, 탈로크의 갑옷도 빼앗겼따.

그런 어려운 퀘스트의 보상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죽을 때까지 부려 먹어야 하리라!

'농사도 잘 짓고, 광물 채취, 호수와 연못도 관리한더니... 쓸모가 많은 요정이로군.'

모라타의 넓은 곡창지대에 광산촌, 호수에서 일할 일꾼으로 알차게 써먹을 작정이었따.

요정들이 일을 도와준다면 수확량잉나 채굴량도 커지게 되리라.

에르리얀들은 계속 말했다.

- 그런데 우리의 친구들을 데려가도 돼? 가엾게도 많이 배고파하고 있을 거야.

"친구들?"

에르리얀도 아직 제대로 밥값을 못하고 있는 입장에 군식구까지 늘리겠다니!

위드는 조각 생명체들이 많이 늘어나면서 짜증과 잔소리보다는 설득을, 폭력보다는 존경을 얻는 방식으로 취했다.

조각 생명체들은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가지고 있어서 조금만 달래 주어도 일을 잘했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냉정하고 과감하게 패야 한다. 조금이라도 망설이면서 패는 모습을 보인다면 약해 보일 수 있어. 정확한 힘 조절로 생명력이 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두들겨 패줘야......'

"에르리얀이 대답했다.

- 아르펜 제국에서 같이 일했던 친구들이야. 그들은 동물 기르는 데 탁월한 재주를 가지고 있어.

위드의 목소리가 나긋나긋해졌다.

"네 친구에게 그런 재주가 있었구나?"

양, 토끼, 소, 말, 돼지 등은 대규모로 사육한다면 이득이 많다.

모라타에서 필요한 가죽을 구할 수 있었으며, 고기들은 식료품의 가격을 안정시키고 음식 업계도 발전시킨다.

사실 위드야 어지간한 재료로 다 맛있게 만드는 편이었지만, 음식이란 생활과 민감해서 떼려야 뗄 수가 없는 부분이었다.

음식이 맛있으면 유저들이 마음 놓고 도시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고 돈을 많이 쓴다.

누렁이로 인하여 소들이 잘 번식해서 운송 업계와 상인들이 혜택을 입은 것처럼 동물들을 잘 키우면 여러 가지 이득이 생긴다.

- 응. 그런데 지금은 슬레이언 부족에 의해서 감금당했어.

"감금이라니. 저런!"

위드의 목소리가 가식적으로 들리는 것이 착각만은 아니리라.

- 슬레이언 부족을 물리치고 내 친구들을 구해 주겠어? 위험한 일이지만 조각술의 재기를 이끌고 있는 당신이라면 할 수 있을지도 몰라.


띠링!


에르리얀의 친ㄴ구

아르닌은 동물과 어울리면서 사는 요정이다. 그들은 전투 부족인 슬
레이언에 의하여 강제 노역을 하고 있다.
하르셀 산악 지역의 지배자인 슬레이언 부족을 물리치고 그들을 구출
하라!
큰 전쟁을 치르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
조각사에게는 대단히 위험천만한 일이 될 것이다.

난이도 : 조각술 마스터 퀘스트
퀘스트 제한 : 고급 8레벨 이상의 조각술
조각품에 생명 부여 스킬이 필요.


"으음."

다행히 이번에는 북부에서 의뢰가 벌어졌다.

슬레이언은 번뜩이는 노란 눈에, 파충류처럼 피부가 두꺼운 각질로 덮여 있는 전사 부족이다.

방대한 하르셀 산악 지역에서 세력을 떨치고 있는 부족으로서, 강대한 무력과 지형의 험난함으로 인하여 주변에는 도시와 마을, 정착촌도 형성되지 못했다.

"슬레이언이라니... 정말 쉽지 않은 상대인데.'

큰 부락의 전사들만 몇천 명 이상이었다.

하르셀 전체에 퍼져서 살고 있으니 전체적인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여기서 포기할 수도 없고... 조각품에 생명 부여를 선택 해서인지 대규모 전투 의뢰가 나오는 모양이로군.'

조각 생명체들을 양성하여 그들의 힘으로 전쟁을 치러야 하는 퀘스트 발생!

성공하게 되면 조각 생명체 종족을 하나 통째로 얻게 된다.

위드는 의뢰를 받기로 결정했다. 이럴 때 써먹으려고 조각 생명체들을 키워 온 것이었으니까.

"퀘스트를 받아들이겠다."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위험한 의뢰를 승낙하여 용기 스탯이 2 증가합니다.


★★★★★★★★★★★★★★★★★★★★★


각 방송국들의 정보 프로그램에서는 직업 마스터 퀘스트 경쟁에 대한 부분이 가장 인기였다.

"현재 헤르메스 길드에 따르면 흑기사 바드레이는 열두 번째 퀘스트를 마쳤다고 하는데요, 모험가 체이스는 대한 정보도 입수되었다면서요?"

"필요한 재료를 모으고 이제 열한 번째 퀘스트를 완료에 도전한다는 소식이 방금 전에 들어왔습니다."

"전사 파이톤도 직업 마스터 퀘스트에서 아홉 번째를 진행하며 어제 목표로 했던 몬스터를 사냥했습니다. 상세한 영상이 준비되어 있으니 잠시 후에 전해 드리겠습니다."

"다른 직업 마스터 퀘스트를 하고 있는 분들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CTS미디어에서는 모든 정보망을 동원하여 가장 빠르게 시청자분들에게 확실한 사실들을 알려 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수희 씨, 이들끼리의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더욱 많은 분들이 직업 마스터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시는 것 같아요."

"누구나 다 자신과 같은 직업이 먼저 마스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겠죠?"

직업 마스터를 시도하는 유저들 가운데에서 현재까지 이름이 드러난 사람은 9명이었다.

방송국에서는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싶어 했다.

최초의 직업 마스터가 갖는 영예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며, 다시 세울 수도 없는 대기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각사 위드에 대한 말은 거의 흘러나오지 않았다.

위드는 진행 상황을 몇몇 사람들에게만 알렸고, 도시에 가서 떠벌리지도 않았다.

최근에 바드레이에게 죽기까지 했으니 퀘스트 경쟁에서 방송국들은 조금 소홀해졌다.

최종적으로 퀘스트를 끝마치기 위해서는 직업 스킬을 마스터해야 되었다.

조각술이 단기간에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죽기까지 했으니 경쟁에서 많이 뒤처지게 되었다고 본것이다.


★★★★★★★★★★★★★★★★★★★★★


"쯧쯧, 틀려먹었군. 이번에도 너무 어려운 퀘스트를 받았어."

유병준 박사는 모니터를 보면서 혀를 찼다.

위드가 접속하자마자 쭉 그의 영상을 지켜보고 있었다.

에르리얀의 퀘스트를 완료한 정도야 당연히 예상되던 범위 내에 있었다.

그러나 다음에 받은 퀘스트는 난이도가 너무 높았다.

위드에게 말을 잘 듣는 부하들이 있더라도, 슬레이언 부족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하르셀 산에 동굴들을 뚫어 놓고 교묘하게 이용하는 데다가 전사들의 능력도 대단하다.

군대를 대규모로 끌고 가더라도 토벌하기가 어려운 존재들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로군. 이번의 퀘스트에서도 실패한다거나 목숨을 잃거나 하면 안 될 텐데."

유병준은 위드만 접속하면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최선을 다해서 성공할 것 같다는 기대가 되었다.

"바드레이가 최근에 좋은 스킬과 명검의 혜택을 많이 입음여 검술을 올리고 있지. 퀘스트는 둘째 치더라도 조각술을 올리기란 쉽지가 않을 텐데."

높은 산에 오르는 것에 비유하자면, 지금은 절벽 밑에 있었다.

절벽을 마저 올라야 완전한 정상, 조각술 마스터가 된다.

언젠간 위드가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리란 건 확실하지만, 직업 스킬의 특성상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서 심하게 불리했다.

"그보다도... 조각술 최후의 비기는 과연 얻을 수가 있을지 모르겠군. 이 정도까지 모은 것도 대단하기는 한데."

직업 스킬의 비기를 모두 모은 건 현재까지 위드가 유일했다.

유병준은 인공지능 시스템을 향해 질문했다.

"현재 위드와 바드레이가 전투했을 때의 승률은?"

- 위드의 전투 성향상 지형적인 요소에 따라 스킬 활용도가 달라집니다. 바드레이는 휘하에 많은 사람들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단둘이 만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가정하였을 경우에, 위드의 현재 승률은 7.2%가량입니다.

바드레이에게 부여된 축복이나 전투적인 유리한 요소들을 제외한다면 위드에게도 약간의 승산은 있었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절벽에서의 싸움, 공중에서 와이번ㄴ을 타고 겨루는 등의 경우에는 위드의 승률이 19% 이상으로 늘어났따.

다만 불리한 대부분의 경우에도 바드레이는 패배하더라도 죽지 않고 도망은 칠 수 있는 정도였다.

극한의 전투 감각에서 나오는 일점 공격술이 연속으로 성공한다거나 한다면 물론 바드레이도 위태로워지거나 사망할 수 있지만 말이다.

바드레이의 레벨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위드도 사냥한 몬스터의 숫자만 놓고 본다면 그리 적지 않았따.

반 호크를 키우고, 조각 생명체를 만드느라 피해가 컸을 뿐.

"조각술 최후의 비기를 얻는다면 위드에게도 승산이 있을까?"

- 조각술 최후의 비기는 스킬의 위력이 절대적잉지만 운용하는 사람에 따라 효과가 수십 배 이상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과거의 경력으로 볼 때 위드가 조각술 최후의 비기를 획득한다면 그 특성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위드의 순간 공격력, 반응속도를 감안하면 승산은 매우 높아집니다.


★★★★★★★★★★★★★★★★★★★★★


"오, 14레벨이다."

바트는 성문 근처에서 녹슨 장검을 들고 늑대를 잡았다.

"축하드려요, 아저씨."'

"고맙네."

같이 파티를 맺은 사람들이 축하의 말을 건넸다.

바트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전부 초보자들이었다.

"이제 튼튼한 철검 정도는 사용하실 수 있겠어요. 공격력 더 늘어나시겠는데요."

바트는 파티 사냥을 하면서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그가 와 있는 도시는 북부의 모라타!

초보자라고 특별히, 상인의 운송 마차를 거저나 다름없이 얻어 타고 왔다.

이곳에서는 여행을 온 느낌으로 둘러볼 곳도 많았고, 사냥도 재미가 있었다.

도와주는 친절한 사람도 있어서 적응하기도 훨씬 쉬웠따.

'로열 로드가 인기가 있는 이유를 알겠군. 여긴 완전히 하나의 사회야.'

모라타를 보며 여실히 그 점을 느낄 수가 있다.

멋진 탐험을 완료하고 나서, 광장에서 주민들에게 보고하는 모험가!

박수를 받으면서 인사하는 모습이 그렇게 멋질 수가 없다.

땀을 흘리며 위대한 건축물을 세우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가.

헤스티아의 대장간, 탐구자의 탑이 지어지면서 드러나는 멋진 모습에 사람들은 감탄했다.

"이번에도 예산을 초과했다지?"

"엄청 많이. 그런데도 취소하지 않고 위대한 건축물을 계속 짓고 있다더라고."

"저거 완성되면 마법사랑 대장장이 들은 엄청 좋겠다."

모라타는 지역 명성을 많이 쌓아서 중앙 대륙에도 알려졌다.

이곳의 특산품은 다른 도시에서는 훨씬 비싸게 판매되었다.

얼마 후면 이 모라타는 북부에서 최초로 왕국의 자리에까지 이르게 된다.

중앙 광장에는 새로운 명물도 탄생했다.

"우왓! 얼음 미녀상이다! 역시 보러 온 보람이 있어."

"완전 예쁘다. 여신이네."

얼음 미녀상이 복원되어서 광장에 세워졌다.

햇볕에 녹아 버릴 수가 있기에 빙계 마법을 배운 마법사들이 와서 온도를 낮추는 주문을 외웠다.

모라타는 대도시라서 마법사쯤은 어디서나 흔하게 만날수 있는 존재였따.

빙계 마법사들은 얼음 미녀상의 기온을 낮추는 일을 영광으로 여겼다.

"내 딸이 저곳에 있다니....... 얼음으로 만들어서 느낌은 조금 다르지만 정말 예쁘구나. 그래, 어릴 때도 참 예뻤지."

바트는 딸이라고 자랑하고 싶었지만 나서지 못했다.

지난번에 위드와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가 당한 무시를 떠올리면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따.

전쟁의 신 위드, 그리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얼음 미녀상은 그에게는 까마득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바트 아저씨, 늑대 가죽 다 모으셨으면 저랑 같이 잡화점에 다녀와요."

"그럴까. 튼튼한 철검도 사 와야겠어."

바트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렇게 믿음직한 파티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는 회사 일 때문에 로열 로드를 할 시간도 들쑥날쑥해서 상장도 더딘 편.

초보자답게, 뒤처지지 않도록 빨리 움직이는 건 기본이었다.


★★★★★★★★★★★★★★★★★★★★★


노른 산맥에 있는 토르 왕국의 수도, 아이언해머!

위드는 관청으로 가서 장로 드워프 에인핸드를 만났다.

"우고트의 몬스터를 정리하고 돌아왔습니다."

"힘든 일을 도와주어서 고맙네. 우고트의 드워프들로부터 훨씬 안전해졌다는 소식을 들었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별생각이 없었는데 자네 덕분에 최근에 조각사들에 대한 인식이 아주 긍정적으로 바뀐 것 같아."

위드는 이럴 때가 제일 행복했다.

지금은 퀘스트 완료하고 푸짐한 보상을 받으러 온 시간이다.

고된 모험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드워프들이 연속으로 어려운 일을 도와준 자네에게 선물을 마련했다네."

"뭐 그런 것까지 다... 저는 생각지도 않고 있었는데요."

예의상 하는 말일 뿐, 안 내놓겠다고 하면 칼부림이 일어났을지도 모를 노릇.

"우리 드워프는 물건을 잘 만들지. 무엇이든 원하는 장비를 만들어 주려고 했지만....."

토르 왕국 최고의 드워프 대장장이들이 만들어 주는 장비라면 명품 중의 명품이다.

에인핸드가 수염을 쓸어내리며 말을 이었다.

"어떤 재료로든 궁극의 아름다움을 이끌어 내는 조각사에게는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그만두었네. 그래서 여기 이걸 자네에게 주려고 챙겨 놓고 방문하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에인핸드는 배낭 하나를 넘겨주었다.

위드는 바로 배낭을 열어서 물품들을 확인해 봤다.

미스릴 스물두 덩이, 극상의 아다만티움 다섯 덩이, 최고의 철광석 20개.

위드가 지난번에 악룡 케이베른의 퀘스트를 마치고 받은 물품들까지 합친다면 갑옷 세 벌 정도는 만들 수 있는 분량이 됐다.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쭉 그래 왔던 저의 삶처럼, 대륙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잘 사용하겠습니다."

"자네의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짐이 참으로 크군. 앞으로도 대륙을 위하여 예술의 길을 걸어가 주기를 바라겠네."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이... 예술이 보다 널리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제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


위대한 건축물, 헤스티아의 대장간이 완공되었습니다.

총 건축 기간 4개월 26일.
소모된 건축 비용 221만 1,002골드 35실버.
참여한 건축 인원 42만 8,883명
건축물의 가치 : 142,329.
계획된 인원ㅂ노다 훨씬 많은 이들의 참여로 인하여 이레 빨리 완공되
었습니다.
대장장이들이 철광석에서 철을 빨리 추출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대장장이 스킬에 따라 물건을 만들 때 3%에서 11%까지 공격력과 방
어력에 추가적인 효과를 부여합니다.
헤스티아의 특별한 힘이 깃든 물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드워프의 정착률을 향상시킵니다.
모라타에 거주하는 드워프의 만족도를 올려 줄 것입니다.


위대한 헤스티아의 대장간이 완공되었다.

모라타 유저들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 며칠 일찍 만들어졌다.

탐구자의 탑ㅇ느 아직 건설 중이지만 97% 이상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었다.

도시는 다시 축제에 휩싸였다.

떠들썩하게 먹고 마시고 노는 와중에 위드는 헤스티아의 대장간으로 들어갔다.

헤스티아의 신전에 제물을 바치고 끝없이 타오르는 불꽃을 가져와서 만든, 최고의 시설을 갖춘 대장간!

오늘은 완공 기념일이고, 정식으로 대장장이들에게 개방하는 건 내일부터였다.

"편하게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겠군."

위드는 영주로서의 권력을 이용하여 하루 동안 헤스티아의 대장간을 독점하기로 했다.

드워프 퀘스트들을 하며 얻은 미스릴, 아다만티움, 철광석 들을 녹여서 장비를 만들기로 결심한 것이다.

"탈로크의 믿음 갑옷을 잃어버렸으니 그보다 더 좋은 걸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봐야지."

위드의 대장장이 스킬은 아쉽게도 중급 9레벨이었다.

고급 대장장이 스킬까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당장 전투에 입기 위해서는 갑옷을 만들어야 했다.

"직접 만드는 갑옷에도 장점은 있어."

무게를 조절하여 필요한 힘과 민첩을 분배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무거운 갑옷을 착용하게 되면 활동하기가 불편해서 전투에도 지장을 주었따.

방어력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희생시켜야 하는 부분도 크다.

위드가 직접 만든다면 자신의 전투 방식에 맞는 갑옷을 제작하는 게 가능했다.

"그럼 녹여 볼까."

미스릴 35개, 아다만티움 12개, 높은 등급의 철광석 55개를 녹이기 위해 헤스티아의 화로에 집어넣었다.

갑옷은 획득하기 어렵지만, 직접 제작하려고 해도 많은 재료가 들어간다.

"가볍고 마법 저항력이 높은 미스릴로 갑옷을 만들어야지. 그리고 이건 아깝지만......"

위드는 신의 금속인 헬리움으로 만든 횃불을 꺼냈다.

대작의 조각품으로, 큰 자랑거리이고 훌륭한 옵션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전투 중에 횃불을 들고 있으면 생명력, 마나 회복 속도를 절반 이상 늘려 준다.

전투 스킬의 위력도 높여주고, 암흑 계열의 몬스터를 위축시키는 효과도 가졌다.

바드레이처럼 강한 인간을 상대로 할 때에는 쓸모가 적더라도, 몬스터 사냥에는 상당히 유용하게 쓰였다.

"이것도 지금 갑옷에 넣는 편이 낫겠지."

위드는 헬리움으로 만든 조각품도 녹이기 위하여 화로에 던졌다.

띠링!

-대작의 조각품이 파괴될 수 있습니다.
조각품이 파괴되면 명성과 평판을 크게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화로에서 불에 휩싸여서 녹기 시작하는 헬리움의 조각품.

위드는 꺼내지 않고 지켜만 보았다.

-대작의 조각품의 형체가 훼손되었습니다.
조각사의 자질이 의심되고 있습니다.
명성이 4,250 감소합니다.
조각사로서의 평판이 다소 나빠집니다.
예술 스탯이 31, 영구적으로 줄어듭니다.


헬리움은 귀한 재료이고, 예술만을 바라보고 살기에는 베르사 대륙은 너무 위험했다.

"언젠ㄴ가 더 좋은 재료로 조각품을 만들어 보는 그런 날도 오겠지!"

아다만티움은 그 무엇으로도 깨뜨리기 어려울 정도로 단단하여 방어력이 높은 편이다.

대신 묵직한 무게가 있으니 워리어에게 더욱 적합했다.

"아다만티움으로는 오크 카리취가 되었을 때 쓸 수 있는 것을 만들어 놔야겠군. 지금 오크들이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으니 사용하다가 나중에 팔 수도 있겠지."

강철 갑옷도 솜씨가 뛰어난 대장장이가 만들면 더없이 훌륭한 작품이 된다.

미스릴이나 아다만티움은 구하기 어려운 재료라서 착용하는 사람이 흔하지 않았다.

미스릴이 헤스티아의 대장간에서 끝없이 타오르는 불꽃에 녹아서 물처럼 변했다.

은색으로 흐르는, 황금보다 비싸고 귀한 미스릴이었다.

하지만 그조차도 오묘한 하늘색 광채의 헬리움에 비하면 헐값이다.

"이런 수준이라면 불순물도 하나 없겠군."

위드는 순수한 미스릴을 떠서 헬리움과 잘 섞어 제작한 형틀에 부었다.

재료들은 성분에 따라 잘 섞이지 않고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훌륭한 대장장이일수록 재료를 잘 다루고, 융합했을 때의 상승효과를 극대화한다.

헬리움을 미스릴에 섞어 버리는 것은 아주 큰 모험이었다.

"안 되면 다시 녹여야지."

아다만티움은 철과 섞어서 오크용 갑옷의 형틀에 채웠다.

잠시 자연스럽게 굳을 때까지 기다린 후에 헤스티아의 화로를 보았다.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어지간한 대장장이로서는 쉽게 만들어 내지 못할 거대한 불꽃이었다.

대장간의 시설이 지하에도 있어서, 땅속에서부터 올라오는 것처럼 보였다.

모라타의 대장장이들이 미치도록 기뻐할 일터이며 놀이터가 될 이곳.

"이제 되었겠군."

위드는 형틀을 뜯어냈다.

헬리움과 미스릴, 아다만티움으로 만들어진 갑옷들이 어렴풋이 세상에 그 형태를 드러냈따.

제대로 닦아 주더라도 아름다움을 발산할 헬리움과 합성한 미스릴 갑옷, 늠름하고 무시무시한 두께와 크기를 가진 아다만티움 갑옷.

여기서 작업이 끝난 게 아니라서 위드는 망치를 들었다.

땅! 땅! 땅!

갑옷을 두들기면서 단련의 과정을 거친다.

방어력과 내구도를 올리기 위하여 달구고, 두들기고, 식히는 반복적인 과정이었다.

치이이이익!

헬리움, 아다만티움 갑옷을 식히는 물은 성수를 사용했다.

프레야의 교단과 루의 교단의 공헌도를 이용하여 입수한 성수였다.

다음 날, 헤스티아의 대장간이 문을 열기 전까지 갑옷을 두들기면서 보냈다.

인내가 필요한 작업이지만, 앞으로 많은 시간을 같이하면서 목숨을 지켜 줄 갑옷을 직접 만드는 숭고한 시간.

힘과 체력, 집중력을 요구하는 반복 작업이라서 힘들 때마다 눈에 힘을 주며 이를 갈듯 중얼거렸다.

"바드레이 나쁜 놈! 헤르메스 길드, 나중에 두고 보자!"

속 쓰린 감정을 듬뿍 담아서 밤새도록 갑옷을 두들겨서 완성시켰다.

띠링!

-대장장이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하셨습니다.

-헤스티아의 불꽃으로 인해 완성된 갑옷이 더 단단해지는 효과를 갖습니다.

"감정!"

위드는 주로 자주 입게 될, 헬리움에 미스릴을 많이 넣은 갑옷부터 살폈다.


여신의 기사 갑옷 : 내구력 170/170. 방어력 197.

신의 금속으로 탄생한 갑옷.
헬리움과 토르 왕국의 미스릴이 뒤섞여 있다.
조각사이며 대장장이, 재봉사로서 다방면에 천재성을 드러내고 있는
위드가 탄생시킨 걸출한 역작!
여신 프레야의 사랑과 헤스티아의 배려로 인하여 신성력이 깃들었따.
여신의 축복은 몬스터를 물리치기 위한 전투를 벌일 때에 절대적인
도움이 되리라.

제한 : 레벨 530
여신이 인정한 기사 전용.
힘 900, 기품 200, 신앙 300

옵션 : 신앙 +120, 명성 +6,100.
모든 스탯 31 상승.
화살이 정확하게 적중되지 않게 함.
마나의 회복 속도를 39% 늘려 줌.
적의 행운을 많이 빼앗아 옴.
행운으로 골드와 아이템을 습득할 가능성을 높임.
어두움을 물리친다.
상태 이상을 방어.
성기사, 교단의 병사들에게의 통솔력 강화.
흑마법과 저주 마법에 대한 내성.

프레야의 축복이 깃듦.
-적의 공격력이 강할 때 갑옷의 방어력이 최대 42%까지 높아진다.
-숲과 산, 들판에서 곡물이나 약초, 나무 열매를 구하기가 쉬워진다.
헤스티아의 축복이 깃듦.
-철로 만들어진 무기로부터 피해를 적게 받음.
-매우 가벼움.
-매우 단단함.
-절대 부서지지 않음.


"커허헉!"

아무리 재료가 좋고 제작 환경이 탁월했다지만 이런 갑옷이 나오다니!

"역시 착하게 살아온 보람이 조금은 있었어."

여신들의 축복으로 인하여 더 좋은 갑옷이 만들어졌다.

위드는 그냥은 착용 제한에 걸렸다. 하지만 대장장이 스킬로 요구치를 낮출 수 있어서 입을 수가 있었다.

"잘 만들어진 것을 축하해야 될지, 아니면 조각사로서 슬퍼해야 될지 모르겠군."

헬리움으로 만든 횃불은 전투를 보조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갑옷의 경우에는 어서 빨리 강한 몬스터에게 맞아 보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해지는 수준이었다.

위드가 맷집과 인내력을 열심히 올리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검술의 비기까지 가지고 있는 공격력에 비해서 방어력이 모자란 편이다.

좋은 갑옷만 착용하고 있다면 지금까지 잡기 어려웠던 몬스터를 쓸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11) 30골드의 행사


몽벨트룰리아에서 얻은 나무와 꽃씨 들이 모라타에 뿌리를 내리고 자랐다.

프레야의 신도들이 아낌없이 축복을 내려 주어서 열매들이 주렁주렁 열렸다.

유저들도 마음 놓고 과실을 따 먹었으며, 요리사들은 가져가서 새로운 요리법을 연구했다.

위대한 건축물인 탐구자의 탑, 헤스티아의 대장간도 완공되었다.

바르고 성채도, 유저들과 군대가 활약하면서 몬스터를 토벌하며 치안을 높였다.

그리고 마침내 기다리던 위드의 즉위식 날이 되었다.

"도시에 못 보던 병사들이 많은데, 오늘이 무슨 날이야?"

"몰라. 사람들도 평소보다 훨씬 많은데."

사냥을 나갔다가 모라타로 돌아온 유저들은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에 이상해했다.

거리마다 병사들이 깔려 있었으며, 성문에도 기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부탁할 만한 일요? 오늘은 영주님의 즉위식이 있는 날이라는 걸 모르세요?"

"이 북부에 큰일이 벌어지는 행사예요. 존경하는 영주님이 국왕이 되시는 날이니까요."

유저들은 주민들을 통해 영주의 즉위식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위드가 왕이 될 거란 점에 대해 놀라거나 불만은 없었다.

모라타라 급속하게 성장하다 보니 언제가 되더라도 당연히 벌어질 일이었다고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근데 즉위식은 어디서 하는 거야?"

"빙룡 광장인가, 와이번 광장?"

"중앙 광장에서 하지 않을까?"

"거기는 아무것도 없던데?"

"그러면 여신상 앞일까?"

모라타의 유저들은 즉위식에 참석하고 싶었다.

보통 이런 국가적인 행사들은 일찍부터 준비가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도시 개발이 잘되어 있는 모라라에는 대규모 행사를 진행할 광장이나 공원이 여러 곳이다.

"즉위식이 어딘지 알아봤어?"

"몰라."

풀죽신교에서도 나서서 즉위식이 벌어지는 현장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하지만 그들도 행사장을 찾아내지 못했다.

모라타 유저 전체가 당황하고 있었다.

위드가 왕이 되는데 즉위식이 어디서 벌어지는지를 모르다니!

해가 중천에 떴을 무렵에, 중앙 광장으로 병사들과 기사들이 배치되었다.

"즉위식이 중앙 광장에서 벌어지나 보다."

"빨리 가 보자!"

유저들과 주민들도 중앙 광장으로 몰리면서, 그곳은 수만 명 이상의 인원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위드의 즉위식이라니 페일과 다른 동료들도 다른 바쁜 일들을 모두 제쳐 놓고 참석했다.

중앙 광장에는 나무로 만든 탁자에 금으로 만든 얇은 왕관 그리고 맑은 물이 한 잔 놓여 있었다.

"설마......."

"제발 저것만큼은....."

"지금 상상하고 있는 그건 아니겠죠?"

잠시 후에 위드가 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나타났따.

새로 만든 여신의 기사 갑옷에, 평소에 보기 힘든 화려한 망토까지 걸쳤다.

즉위식을 기념하기 위하여 각종 특산품들이 영주성으로 진상되었다.

모라타의 최고 재봉사들이 만들어서 상납한 망토였다.

멋진 백마를 타고 나타난 위드와, 30인의 호위 기사들!

위드는 분수대 앞에 섰다.

흥분 때문인지 그의 얼굴은 조금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예산 30골드로 즉위식을 치르라고 했지만, 막상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실행하려고 하니 조금은 창피했던 것이다.

'40골드 정도는 쓸걸 그랬나?'

위드는 묵묵히 걸어가서 탁자 앞에 섰다.

그곳에는 프레야 교단의 교황 후보인 알베론이 와 있었다.

알베론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시간이 흐른 탓인지 곱상한 어린 소년이던 알베론도 성장을 했다.

키도 훌쩍 커지고, 영화배우 부럽지 않을 정도로 미남이 되었다.

곱고 매끈한 피부에는 흠잡을 곳조차 없어 대단한 인기라고 한다.

과거에는 위드가 이리저리 데리고 다니기도 하였지만, 지금 알베론은 프레야 교단에서 대단한 지위를 차지하였다.

북부 대성당과 인근 지역의 포교 활동을 총관장하는 자리!

위드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반갑군. 그래, 어려운 일은 많이 없었지?"

"위드 님께서 대륙의 평화를 위하여 애써 주신 덕분에......"

"내가 고생을 하기는 했지. 근데 알베론, 네 레벨이 몇이지?"

과거 알베론의 어마어마한 레벨에 기죽은 적이 있다.

뱀파이어들을 같이 잡기도 하였지만, 그때의 질투와 시기심을 지금까지 쌓아 둔 옹졸함!

"신에 대한 부족한 봉사가 항상 부끄럽습ㅂ니다. 제 레벨은 고작 553밖에 되지 않습니다."

"커헉!"

사제 계열이 레벨을 올리기란 정말 어려웠다.

파티에 끼어서 사냥을 해야 되었고, 항상 다른 사람을 보살펴 주어야 되었다.

하지만 그만큼 치로 능력과 축복 계열에 대해서는 다른 직업이 따라오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알베론 정도의 레벨이라면 하루에 한차례씩 '기적' 을 발휘하여 모든 상태 이상을 치료하는 절ㄷ래적인 치료, 축복 능력을 발휘하거나, 몬스터에게 경외감을 심어서 제 발로 떠나게 할 수도 있다.

위드는 알베론을 향한 시기심과 질투를 다시 깊숙이 감추었다.

"알베론, 같이 사냥했던 시간이 나에게는 항상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저도 그렇습니다."

"앞으로도 친하게 지내자꾸나."

"알겠습니다."

알베론이 즉위식을 진행했다.

병사들과 기사들의 행진이나, 왕을 찬양하는 연주단의 공연은 과감하게 생략됐다.

위드는 그럴 시간도 아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병사들과 기사들은 그런 쓸데없는 일을 하기보다는 주변의 몬스터를 자주 토벌해야 값비싼 군대 운용 비용을 조금이나마 낮출 수가 있었다.

"프레야 교단과 루의 교단 그리고 베르사 대륙의 네 곳 이상의 교단에서 위드 님이 아르펜 왕국 왕위에 오르시는 것을 축복합니다."

-각 교단의 인정을 받으셨습니다.
신앙심이 25 증가합니다.
명예가 17 증가합니다.
행운이 10 증가합니다.
통솔력이 15 증가합니다.

-호칭, 신의 인정을 받은 왕을 얻으셨습니다.
왕국 내에 종교 활동이 활발해집니다.
신앙심이 높은 주민들의 충성도가 하락하지 않습니다.
왕국에 있는 교단들이 퀘스트와 군대의 활동에 작은 지원을 해 줍니다.


알베론은 위드의 머리에 금색 관을 씌워 주었다.

딱 매력 7 올려 주는 효과밖에 없는 저렴한 관이었다.

왕관이야 어차피 착용하고 전투를 나설 수도 없었으므로, 바로 벗어서 영주성에 보관할 작정이었다.

"그러면 다음의 차례로 국왕 폐하의 말씀이 있겠습니다."

알베론은 즉위식의 마지막 순서를 진행했다.

국왕의 연설!

위드가 정식 국왕으로 취임하고 처음으로 주민들과 유저들에게 말하는 자리였다.

"흠흠."

위드는 제단에 올라서 사람들을 보았다.

중앙 광장에 모여든 많은 유저들이 보였다.

광장에는 빈곳을 찾을 수가 없을 정도였고, 거리도 인파로 빼곡했다.

"국왕으로서 말합니다."

-스킬 : 사자후를 사용하셨습니다.

"오오오오!"

"위드 님의 말이다!"

군중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왕.

위드가 연설을 시작하니 시끌벅적하던 광장이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거창한 즉위식을 기대하고 모여들었다가 순식간에 끝나 버려서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왕이 된 위드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림려 잠자코 지켜봐 왔다.

"아르펜 왕국은 앞으로 여러분과 함께 커 나갈 것입니다. 더 많은 상업 건물들이 세워질 것이며, 교역은 확대될 것이고, 퀘스트들이 탄생할 것입니다. 사람들이 살기 좋은 땅이 될 것입니다."

지도자는 확신에 찬 말로 희망을 주는 것이 중요했다.

위드의 속마음은 당연히 따로 있었다.

'여러분이 아르펜 왕국에 내는 세금을 거두어서 몽땅 내가 착취할 것입니다!'

"성문만 나가더라도 위험이 널려 있지만, 우리는 그 위험마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용기가 있다면 해낼 수 있습니다."

'성안에서 놀지 말고 죽더라도 나가서 죽어야 됩니다.'

"넓은 땅으로 나가서 전투도 하고, 모험도 하고, 발굴도 하고, 채광도 하고, 농작물도 기를 수 있습니다. 아르펜 왕국은 여러분의 고향처럼 기다릴 것입니다."

'세금을 납부하러 오는 사람들을 환영합니다.'

위드는 모라타 유저들에게 존경받는 영주였다.

중앙 대륙, 동부, 서부 남부의 유저들도 위드의 통치에 대해서 찬사를 보냈다.

위드의 진심이 담겨 있을 거라 생각하는 말을 들으면서 유저들은 기쁨의 환호성을 올렸다.

"이제 전부 눈을 감아 주십시오."

위드의 말에 유저들은 대부분 눈을 감았다. 혹시라도 어떤 깜짝 놀랄 만한 이벤트라도 준비했을까 싶어서였다.

즉위식이 너무나도 소박하다 보니까 더욱 기대가 되었다.

위드는 당연히 따로 준비한 건 없었다.

그냥 돈이 안 드는 말로 해치울 작정이었다.

"눈을 감으면 보일 것입니다. 저 넓고 활량한 대지에 돌아다니는 몬스터 떼가......"

아무것도 안 보였지만, 유저들은 상상을 했다.

그 대상은 레벨이나 경험에 따라서 많이 달랐다.

완전히 초보자들에게는 고블린에 코볼트 정도만 되어도 위협적인 몬스터 집단이다.

중수 정도의 대우를 받는 이들은 언데드나 식인 부족, 리자드맨, 트롤, 라미아 등도 다양하게 떠올렸다.

고레벨 유저들이야 정말 위험하기 짝이 없는 몬스터들도 많이 경험해 보았다.

자신의 레벨이 어떻든 간에 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해서 본, 몬스터의 무리가 움직이는 멋진 모습들은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었다.

위드의 모험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가 영웅의 탑에서 스켈레톤 나이트로 싸웠을 때나, 죽음의 계곡에서 본 드래곤을 해치울 때도 생각했다.

오크 카리취로서 다크 엘프와 오크들을 지휘하며 불사의 군단과 싸우던 것은 이미 전설!

'만약 내가 그 주인공이 된다면.....'

몬스터들은 두렵기도 했지만, 그만큼 흥분도 되었다.

심장이 쿵쾅대고 손발이 떨릴 정도의 모험을 할 때의 쾌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귀를 막아도 들릴 것입니다. 몬스터들의 거친 호흡 소리와 울부짖는 소리들이...... 자, 이제 눈을 떠도 좋습니다.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습니까?"

"예!"

"가고 싶습니다!"

위드의 입가에 자신만만한 썩은 미소가 맺혔따.

표정이야말로 대사보다도 더 훌륭한 감정의 전달 수단이 된다는 사실을, 피라미드를 제작하며 사기를 칠 때 깨달은 바가 있었다.

"아르펜 왕국의 미래는 밝지만은 않습니다. 북부에는 몬스터들이 무섭게 번식하면서 영역을 넓혀 가고 있고, 알려지지 않은 위험도 많습니다."

실제로 최근 북부에는 몬스터들이 무섭게 많아지고 있었다.

북부의 날씨가 따뜻해지고 작물들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몬스터들도 더욱 늘어나게 된 것이다.

"남들이 밟아 보지 못한 거친 땅으로 갈 것이고, 몬스터들과도 싸우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승리를 거두고 전리품을 가지고 아르펜 왕국으로 돌아와서 영웅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이 아르펜 왕국에서 여러분의 심장은 계속 뛰게 될 것입니다!"

위드가 단호하게 사자후를 터드렸다.

"믿습니까?"

"믿습니다!"

"아르펜 왕국의 주민이 되겠습니까?"

"되겠습니다!"

군중은 한마음으로 대답했다.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말 몇 마디로 즉위식을 해치웠다.

사이비 교주를 능가하는 연설 능력을 보여 주는 위드!

베르사 대륙의 모든 유저들에게 메시지 창이 떴다.


아르펜 왕국이 탄생했습니다.

국왕인 위드를 따라서 모라타와 바르고 성채를 거점으로 탄생한 작은
왕국.
북부 교역의 중심지이며, 예술과 문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상당한 양의 무기 생산력과 놀라운 품질의 옷감, 여러 종류의 특산품
을 보유한 왕국입니다.
주민들의 숫자는 방대하며,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풍요로운 땅에서 나오는 곡물로 인해 출생률이 매우 높습니다.
정령 에르리얀이 이주해 오면서, 아르펜 왕국이 그들의 새로운 놀이
터가 될 것입니다. 영양분이 풍부한 과일과 곡물 들이 앞으로도 더욱
풍성하게 열리게 될 것입니다.
에르리얀의 이주로 인하여 엘프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국왕에게 바치는 지지는 절대적이며, 어떤 힘겨운 일이 있
더라도 똘똘 뭉쳐 이겨 낼 수 있을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눈부신 도약을 이루어 낸 주민들이기 때문에 낙천적
인 성향을 가졌습니다.
주민들이 같이 건설한 위대한 건축물들은 아르펜 왕국의 시작을 밝혀
주는 등불과도 같습니다.

-모라타와 바르고 성채의 지역 명성이 증가합니다.

-아직 왕국에 속해 있지 않은 주변 지역에 대한 정치적인 영향력이 커
집니다.

-벤트 성에서 작은 소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


바트는 사냥을 하다가 뒤늦게 파티원들과 모라타로 들어왔다.

모라타의 거리는 넓어서, 평소라면 마차와 말 들이 속도를 내고 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위드의 즉위식이 벌어지면서 실로 엄청난 인파가 모여서, 중앙 광장 쪽으로는 갈 수도 없을 정도였다.

바트가 속해 있는 파티원들이 말했다.

"우와, 역시 전쟁의 신 위드 님이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 좀 봐요."

"왕국이 탄생하는 건 대륙에서 최초라면서요?"

"위드 님이니까 왕국까지 만드는 거죠. 혼자의 힘으로 마을을 회복시켜서 다스릴면서 사람을 모아 왕국까지 이룩해 내다니 진짜....."

바트는 파티원들의 말을 들으면서 새삼 위드의 대단함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위드가 인기인이고 사람들이 다들 그의 모험을 좋아한다는 사실이야 경험을 통해서 알았다.

하지만 이런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을 줄이야.

"근데 우리도 풀죽신교 들어야 하지 않겠어요?"

"레벨이 25인데도 받아 줄까요?"

"모라타의 주민이라면 얼마든지 받아 준대요. 바트 아저씨도 풀죽신교 가입하실래요?"

바트도 당연히 풀죽신교에 가입을 하고 싶었다.

단일 세력으로는 최대의 단체!

북부에서 모험을 하면서 풀죽신교에 들어가 있는 것만으로도 심심하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


그사이에 베르사 대륙에서는 직업 마스터를 위한 경쟁이 한창이었다.

직업 마스터를 시도하는 유저들끼리 위치와 이름이 밝혀지면 암살이나 방해 공작도 쉽게 벌어질 정도라고 한다.

방송국들이 열을 올릴면서 싸움을 부추길수록 더욱 격렬해지는 경쟁!

검치와 수련생들은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얘네들도 이제는 싱겁구나."

"그렇습니다, 스승님!"

분검술에 광휘의 검술까지 배웠으니, 바르고 성채 주변에서 사냥을 하기도 훨씬 쉬웠다.

"무기술 스킬의 숙련도도 예전보다 훨씬 잘 늘어나는 것 같다."

"저도 그렇습니다, 스승님!"

과거에는 무작정 검을 찌르고 휘두르면서 싸웠다.

무예인으로서 마나를 사용하는 스킬도 직접 만들 수 있었지만, 대부분은 단순한 힘을 쓰는 스킬들밖에는 안 만들어졌다.

왜냐하면 스킬을 발휘할 만한 마나 자체가 없었으니까!

이제는 모라타의 예술 회관에서 작품도 감상하고, 바르고 성채에서 엘프의 퀘스트도 하면서 레벨이 오를 때마다 지혜와 지식에도 스탯을 분배했다.

그 결과 스킬을 만들어 낼 만한 마나도 생겨났고, 검술의 비기도 한두 번씩 사용이 가능했다.

평생 나무를 비벼서 불을 만들다가 라이터를 손에 쥔 듯한 기쁨!

"너위 쉬워서 싸우는 거 같지가 않아."

"예, 스승님."

검치와 검둘치, 검삼치가 있는 장소로 50여 마리의 몬스터가 올라오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120마리를 잡고 나서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붕대를 감으면서 잠깐 쉬어 준 게 전부였지만 그 정도라면 얼마든지 충분했다.

광전사는 아니더라도 싸우면서 체력도 관리하고 생ㅁ녕력도 늘릴 수가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고기를 먹고 있을 때 전투가 벌어지면, 갈비를 뜯으면서도 싸우는 그들!

"애들보고 스킬 빨리 올리라고 해라. 다들 8레벨이나 0레벨 정도 되면 우리도 퀘스트 시작하게."

"옛. 검오치가 먼저 하고 있으니까 금방 따라갈 수 있을 겁니다."

검오치는 고급 8레벨의 무기술 스킬을 달성했다.

그것으로 무예인의 퀘스트를 먼저 경험해 보기로 하였다.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였다.


★★★★★★★★★★★★★★★★★★★★★


검오치는 바바리안 핸슨을 만나서 대화했다. 무예인 퀘스트를 하면서 만나게 된 바바리안이었다.

"10여 년 쯤이야. 아주 강한 무사를 만난 적이 있지."

"그놈을 죽이면 되나?"

"그는 어떤 무기든 아주 잘 다루었어."

"죽여? 아니면 끌고 올까?"

"베리탄의 둥지로 떠났다는데... 그 후에 마을 사람이 베리탄의 둥지에 가 보니 몬스터의 시체들만 가득 남겨져 있었다더군. 지금 그 베리탄의 둥지에 몬스터들이 모여 있다고 하네."

"가서 다 죽이면 되겠군."

"몬스터들을 해치우고 잘 살펴본다면 그 강한 무사가 남겼던 흔적을 조금이라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

검오치에게는 생각보다 재미있는 직업 퀘스트였다.

어느 한 대단한 무예인이 있었다. 그의 행적을 뒤쫓으면서 관련된 의뢰와 전투를 하는 방식이었다.

"결국 마지막에 그놈을 죽이면 될 것 같군!"


★★★★★★★★★★★★★★★★★★★★★


아르펜 왕국의 국왕에 오르면서 위드에게는 자신만 볼 수 있는 메시지 창이 떴다.


-왕의 행동에 대해 권위가 부여되어 주민들에게 어떤 요구라도 할 수
있습니다. 주민들은 죽고 싶지 않다면 왕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을 것
입니다. 다만, 무리한 요구는 충성도를 하락시키며 저항군을 탄생시키
기도 합니다.
귀족을 임명할 수 있습니다. 귀족들은 세금과 영토에서 혜택을 받습니다.
왕실 기사의 임명이 가능합니다.
국교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프레야 여신을 믿고
있습니다. 국교가 정해지면 해당 종교의 포교 활동이 원활해지고 여신
의 행운이 따릅니다. 하지만 다른 종교들의 강한 반발을 사게 됩니다.

-더 많은 내정과 통치를 위하여 왕궁 건설이 필요합니다.


국왕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막강했다.

주민들을 상대로 명성과 기품, 매력이 최고가 된다.

어떤 퀘스트라도 부여받을 수 있었으며, 재산을 강제로 빼앗는 것도 가능했다.

"역시 권력을 얻기 위하여 노력하는 이유가 있어."

즉위식의 정해진 행사가 끝나고 나서도 주민들과 유저들은 다른 장소로 흩어지지 않았다.

그들의 반짝이는 눈에는 기대감이 어려 있었다.

왕국이 탄생한 것은 이 베르사 대륙에서도 최초로 있는 일이었다.

흑생 거성의 창고라도 풀어서 거하게 베풀리라고 생각했다.

모라타는 어느덧 재정적으로 부유한 도시에 속했기 때문에 기대하는 것도 더욱 많았다.

극단적인 위기에 처하게 된 위드!

중앙 광장과 거리로 사람들이 계속 몰려왔다.

위드는 사자후를 터트렸다.

"위대한 건축물이 모라타에는 4개나 만들어져 있습니다!"

"꺄아아아!"

"우와아아아아!"

환호 소리가 도시를 가득 채웠다.

"아르펜 왕국은 매일 살기 좋은 곳이 되어 갈 것입니다!"

"국왕 위드 만세!"

모라타에서 시작한 초보자들까지 큰 소리로 호응했다.

멋모르고 같이 좋아하는 유저들이 모라타의 성벽 밖에까지 흘러넘칠 정도였다.

즉위식을 구경하기 위하여 유저들은 평소보다 훨씬 많이 접속했다.

50만이 넘는 유저들을 들뜨게 만들어 버린 국왕 위드!


이리엔은 지금의 상황이 많이 걱정됐다.

"분위기를 계속 고조시키는 것 같네요. 이거 어쩌려고 저러시는 거죠?"

페일도 비슷한 우려를 안고 있었다.

즉위식마저도 간소하게 진행한 위드가 천문학적인 자금을 풀어서 베풀 리가 없다.

"이러면 뒷감당이 어려울 텐데......."

조용히 빠져나가는 편이 나았을 텐데 자꾸 군중을 부추기는 것으로 보아서 뭔가 심상치 않은 기분!

수르카와 마판조차도 분위기가 무거웠다.

"정말 많이 걱정돼요. 어떻게 하죠?"

"위드 님의 성격으로 봐서 이러다가는 정말 대형 사고가 터질 텐데요."

그들이 걱정하는 대상은 위드가 아니었다.

모라타에 모여 있는 군중!

위드는 모여든 사람들을 잘 활용할 줄 알았다.

그의 달콤한 말에 속아서 휩쓸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 테니까!


★★★★★★★★★★★★★★★★★★★★★


"여러분을 위해 아르펜 왕국은 상업을 발전시키고 군대를 확충하여 더 넓은 지역의 치안을 안정시키겠습니다."

"국왕 폐하 만세!"

"대장장이와 재봉사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여 그들이 일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국왕, 국왕, 국왕!"

"예술가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정책들은 왕국이 되고 난 이후로도 계속될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아르펜 왕국을 믿습니다!"

군중의 기쁨은 최고조에 달했다.

위드조차도 국왕의 자리에 오르면 태도가 뒤바뀌리라고 의심했던 사람도 솔직히 많았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군중이 있는 자리에서 저렇게 당당하고 큰 배포로 약속할 수 있다니!

과연 위드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문화와 예술이 있었기에 모라타가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모라타는 앞으로 아르펜 왕국의 수도가 될 것입니다!"

"와아아아!"

이제는 환호성과 국왕 만세, 아르펜 왕국이 영원하라는 축복의 말이 쉬지 않고 나왔다.

군중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 주는 듯한 화술이 누렁이를 협박할 때처럼 술술 발휘되었다.

군중심리를 유도할 줄 아는 천부적인 사기꾼 기질!

"아르펜 왕국이 번영하기 위해서는 문화와 예술이 멈춰있지 않고 발전해야 합니다. 예술품들이 늘어나고, 공연들이 새롭게 개최되어야 합니다!"

위드의 말은 유저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모라타의 유저라면 조각품과 미술품을 보면서 스탯을 올린 경험이 다들 있었다.

전투와 관련이 적은 용기나 매력이라고 하더라도, 스탯이 영구적으로 올라간다면 모두 좋아하기 마련이었다.

문화와 예술이 발전하면 명성을 올리기 쉬워지고, 그와 관련된 모험, 상인 계열의 의뢰들도 많이 생긴다.

"이제 저는 아르펜 왕국의 건국을 기념하기 위한 조각품을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주겠습니다!"

국왕 위드, 동시에 대륙의 최고의 조각사가 만드는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

"저도 시켜 주세요!"

"어서 만들고 싶어요."

대륙의 그 어느 곳보다 모라타의 유저들은 노가다에 익숙했다.

위대한 건축물을 4개나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여신상, 예술 회관 제작에도 참여했다.

로자임 왕국에서부터 건너온 유저들은 피라미드를 제작한 경험도 있다.

위드가 초대형 조각품을 만든다는 소문이 퍼진다면 더 많은 군중이 따르게 되리라.

풀죽신도만 370만 명이라는 무시무시한 지원군!

'지금부터도 늦지 않아.'

조각술 스킬은 다른 직업 스킬에 비해서 성장 속도가 확실히 느리다.

재료도 구해야 하고, 일일이 혼자서 손을 보는 데에는 작업 시간이 오래 걸렸다.

고급 8레벨이 넘고 난 이후부터는, 많은 조각품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킬 숙련도의 성장이 더욱 더뎌진 편이었다.

위드가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짜낸 방법은 혼자가 아니라 군중과 같이 조각품들을 만드는 것이었다.

'직업 마스터 퀘스트는 몇 단계 남지 않았어. 나머지 의뢰들이 조각 생명체들을 이용하여 싸우는 거라면 생각보다 금방 끝날 수도 있겠지.'

어려운 전투를 미뤄 두면 조각 생명체들도 그동안 성장을 해서 강해져서 승산이 높아지게 된다.

지금처럼 띄엄띄엄 어중간한 조각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킬을 올려놓고 나서 순식간에 나머지 의뢰도 끝내 버리려는 계획.

직업 마스터 퀘스트!

위드는 막판 대반전을 노리면서 포기하지 않았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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