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밤

달빛조각사 31

3학년2반 | 2022.01.25 07:28:29 댓글: 0 조회: 395 추천: 0
분류인터넷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44973
※차례※

■ 새로운 조각술의 비기

■ 철혈의 바하모르그

■ 서윤의 웃음

■ 시슬레 성의 전투

■ 다크 게이머의 숙명

■ 벌새의 여행

■ 벌새의 삶

■ 세 번의 대재앙

■ 엠비뉴 교단의 고난

■ 영웅들의 이야기

■ 바다거북





<새로운 조각술의 비기>

위드는 직업 마스터 퀘스트의 열여섯 번째를 마치고 있었다.
의뢰에서의 마지막 모험이었으니 이제는 조각술 스킬을 완전히 마스터하고 인정받는 것만 남게 되리라.
"그동안 정말 많은 일을 했군."
대부분의 퀘스트들이 그랬듯이 고생했던 기억밖에는 남아 있지 않았다.
"조각술을 올리는 것만큼이나 직업 마스터 퀘스트도 힘들었어."
무수한 고난을 둟고 대륙 최초의 직업 마스터에 성큼 다가서고 있었지만 기쁘지가 않았다.
위드가 노력으로 퀘스트를 하나씩 쌓아 나가는 사이에 바드레이는 큰 성공을 거두었던 것이다.
헤르메스 길드는 라살 왕국을 점력하고, 그 여세를 몰아 브리튼 연합 왕국까지 침공했다.
브리튼 연합 왕국에는 위드가 모험을 하면서 자주 방문했던 여러 도시들이 있었다. 상업과 모험이 발달한 자유도시들은 대륙에서 유명한 곳들이 많았다.
"헤르메스 길드가 브리튼 연합 왕국까지 침략하다니, 영토 확장은 물론이고 세금 수입이 엄청나게 늘어나겠어."
브리튼 연합 왕국마저 점령당하게 된다면 대륙의 상당부가 헤르메스 길드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가 없게 되는 셈이었다.
위드는 직업 퀘스트에서 게이하르 폰 아르펜 황제의 직속부하이며 제국의 수호신이었던 용사 바하모르그에게 생명을 부여하게 되었지만, 그 행복함이 조금은 줄어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식당에 가서 설렁탕을 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꽃등심을 시켜 먹는걸 보게 되면 무언가 허전한 기분.
"어쨌든 바하모르그나 철저하게 부려 먹어 주는 수밖에는 없지."
위드는 아쉬움을 달래며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하여 에르리얀을 만났다.
"여기 너희가 궁금하던 바바리안 용사를 직접 데리고 왔다."
바하모르그와 수명이 긴 요정족 에르리얀들은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한눈에 서로를 알아보았다.
- 바하모르그!
"잘 지내고 있었느냐."
- 응. 걱정했는데... 무사했구나.
"아르펜 황제의 조각술을 이어 가고 있는 이 사람에게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 그랬구나. 이렇게 살아서 만나게 되다니 반가워.

띠링!

==================================================

용사 바하모르그 완료.

아르펜 제국의 용사 바하모르그는 새로운 생명을 얻어서 다시 태어났다.
에르리얀은 이 믿기지 않는 일을 해 준 조각사 위드에게 영원히충성
을 바치게 되리라.

==================================================

==================================================

- 명성이 1,380 올랐습니다.

==================================================

==================================================

- 조각 생명체 용사 바하모르그가 부하가 됩니다.

==================================================

==================================================

-조각술 스킬의 숙련도가 높아졌습니다.

==================================================

==================================================

-통솔력이 5 상승했습니다.

==================================================

"후후후."
위드는 에르리얀과 바하모르그의 만남을 훈훈하게 지켜봤다.
맹목적인 충성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영원히 알게 해 줄날이 오게 될 것이다.
"직업 퀘스트에서 조각품에 생명 부여를 택한 것이 정말 현명하고 올바른 판단이었군."
그 덕에 에르리얀과 아르닌 종족을 영원히 부려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용사 바하모르그까지 얻게 되지 않았던가.
만약 생명을 부여하지 않고 퀘스트만 완료한 채로 돌아왔다면 바하모르그는 되살아 나지 못했을 수도 있겠지만, 위드는 당연히 그런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나 이후에 조각술 마스터 퀘스트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다른 생명체와 종족을 또 얻게 되겠지.'
대륙에는 많은 조각 생명체 종족들이 흔적을 감추거나 과거를 드러내지 않은 채로 살아가고 있다. 게이하르 황제가 남긴 알려지지 않은 유산이라고 봐도 될 것 같았다.
아르펜 제국이 대륙을 통일하고 나서 조각 생명체들은 각 지역으로 흩어져서 많이 살아가고 있으리라.
그런 점을 감안하면 일찍 조각술 마스터 퀘스트를 할수록 좋은 조각 생명체를 얻을 수 있으니 이득이었다.
물론 노가다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조각술의 마스터가 앞으로도 그리 많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정말 앞으로 실컷 부려 먹어야지. 하루 24시간 온종일. 광산과 논밭에서 영원히. 바하모르그, 넌 앞으로 나와 만날 던전에서 살아야 될 거야.'
"어디 갇혀 잇거나 혹은 행적을 알 수 있는 조각 생명체 또 없어?"
위드는 에르리얀들을 향해 은근슬쩍 물었다. 직업 마스터 퀘스트와 관련 없이 부하에 대한 미련이 남았기 때문이다.
알려만 준다면 당장 납치해서 데려와 부려 먹을 듯한 태도!
- 우리가 알고 있는 이들은 없어. 안타깝게도 다들 너무 멀리까지 흩어졌기 때문에......
"그렇군."
아쉽기는 하지만 이제는 포기하고 조각술 마스터 퀘스트의 마지막 과정을 수행해야 할 차례였다.
"정의와 자유 그리고 예술을 위하여 내가 할 일이 더 없을까?"
물론 궁극적인 목적은 당연히 돈.
- 교단으로 가봐. 어느 교단이든 간다면 다음의 길을 알려 줄 거야.
"알았다. 놀지 말고 부지런히 일하고 있어."
위드는 프레야 교단을 택해 걸음을 옮겼다.
그동안 많은 친분을 쌓았으니 다른 교단보다는 마음이 편했다.
모라타에 프레야 교단의 북부 대성당도 있어서 찾아가기도 가까웠다.
위드는 북부 대성당의 계단을 올라갔다.
성기사와 사제 들이 올라가는 계단의 양옆으로 조각상들이 서 있었다.
48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대성당의 입구가 나온다. 출입구는 백금으로 단장되어 있었다.
계단에는 한가로이 햇살을 받으며 대화를 나누는 커플들과 유저들이 있었다.
"이렇게 잘 지었으니 건축비가 예산보다 훨씬 많이 초과 되었지."
위대한 건축물인 대성당은 좋합적인 예술 작품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이다.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도 있어서, 아르펜 왕국의 문화를 널리 퍼트리는 역활을 했다.
"대신관님을 만나고 싶습니다."
"국왕 폐하꼐서 오셨군요. 알겠습니다. 바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위드는 경비병들과 사제의 안내를 받아서 대신관의 방으로 향했다. 북부 대성당에도 대신관이 배치되어 있었다.
"대륙의 정의를 위해 애쓰시고 프레야 교단을 위해서도 많은 어려운 일을 해 준 폐하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과찬의 말씀입니다. 저는 그저 프레야 교단의 뜻을 조금이나마 펼치려고 노력했을 뿐입니다."
위드는 대신관과 덕담을 조금 나누었다.
어쨌든 영향력이 큰NPC와는 친해질수록 좋지 않던가.
위드도 국왕이 되었기 때문에 대신관의 태도는 매우 정중하였다. 초보 모험가일 때 헤레인의 잔을 들고 소므렌 자유 도시의 프레야 교단 대신관을 만났을 때와는 대우가 달랐다.
어렵게 아부를 할 필요도 없었고, 무릎을 꿇으며 인사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것이 명성과 지위의 힘!
위드가 각 교단에 쌓아 놓은 공적치의 양이 무시무시하기에, 프레야 교단이 아닌 다른 곳을 가더라도 어디서나 이런 정도의 대우는 받을 수 있었다.
"프레야 교단에서는 국왕 폐하의 방문을 항상 기다려 왔습니다. 아직 대륙에는 밝혀지지 않은 곳이 많으며, 이북북에도 몬스터들로 인하여 괴로움을 겪고 있는 마을들이 많이 있습니다. 어떤 일들은 폐하만이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대신관은 위드가 원한다면 받을 수 있는 의뢰들을 많이 갖고 있었다.
보물을 얻거나 아르펜 왕국의 영토 확장에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들어 보고 퀘스트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다른 목적을 가지고 온 상태였다.
"제가 프레야 교단에 온 이유는 조각사로서의 길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그러셨군요. 얼마 전에 신을 모시는 사제인 저에게 신탁이 내려왔습니다. 여신께서는 대륙에 다시 조각술이 꽃피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하셨지요. 그것을 해낼 수 있는 분은 폐하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크흠."
주로 아부를 하다가 듣는 입장이 되니 위드는 조금은 불편했다. 어려운 부탁을 들어주거나 돈이라도 내놓아야 될 것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폐하께서 우리 프레야 교단을 위하여 해 주신 일은 정말 많습니다. 예술의 길을 걸어간다는 게 얼마나 어려울지 알고 있습니다. 이제 폐하에게 교단에서 보관하고 있던 이 물건을 드리겠습니다."
대신관은 방으로 가더니 나무 상자를 가지고 나왔다.
위드는 생명력이 바닥까지 떨어졌을 때나 보스급 몬스터가 포효를 하는 순간보다도, 항상 이럴 때가 떨렸다.
'과연 무엇이 있을지.'
태연하게 앉아서 맛도 없는 차르 마시면서도 관심은 온통 나무 상자에 쏠려 있었다.
항상 먼저 생각하는 것은 값이 많이 나가는 보물.
나무 상자를 열자마자 번쩍번쩍 빛나는 보물이 가득 차 있는 걸 보게 된다면 그보다 더 기쁠 수는 없으리라.

- 프레야 교단에 보관되어 있던 상자를 획득하셨습니다.

위드가 상자를 열어 보니 그곳에는 평범한 엘프목이 들어있었다.
무늬가 선명하게 살아 있으며 막 자른 것처럼 생기가 흘렀다. 조각 재료로 따진다면 흔히 보기 어려운 최고의 상품이 었다.
신비로운 것은, 나무에서 희미하지만 신성력을 의미하는 따뜻하고 포근한 기운이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이게 무엇입니까?"
"위드 님은 이미 대륙에 많은 예술품을 남겼습니다. 작품들에서 보여 주신 실력과 가능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감탄할 정도있니다. 프레야 여신께서 위드 님에게 축복을 내리니, 조각사로서 가야 할 길을 스스로 찾아야 될 것입니다."
띠링!

==================================================

조각술의 새로운 기적

조각사 위드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위드는
무수히 많은 영웅적인 모험들을 성공시켰고, 조각술을 통해 이루어
낸 것은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도 훨씬 더 크다.
기적을 이루어 내는 조각술.
프레야 여신의 힘이 깃든 모조판을 깎으며 새로운 조각술의 비기를
창조해 내라. 이미 습득하고 있는 조각품의 생명 부여처럼 자신만의
조각술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이다. 그이후에 조각술 마스터 퀘스트의 마지막 단계로 이어지게 됨.
난이도 : 조각술 마스터 퀘스트
퀘스트 제한 : 고급 9레벨 이상의 조각술.

- 조각술의 비기를 창조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술을 탄생시키는 것으로, 만들어 낸 조각품에
따라 달라집니다.

==================================================

형식상 퀘스트이기는 했지만 이번 것은 지금까지 해 온 여정의 보상 성격이 짙었다. 직업 마스터의 과정에서 자신만의 조각술의 비기를 직접 탄생시키는 것이었다.
'약간 예상은 했지만......'
자하브, 게이하르 폰 아르펜, 데이크람, 벨소스, 다론.
다른 조각술 마스터들은 비기를 한 가지씩 가지고 있었다.
위드도 스스로 한 가지를 낼 수 있을 정도의 경지에 오르게 된 것이다.
진정한 마스터에 한 발자국 정도만을 남겨 놓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위드는 대신관과 이별을 하고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복도의 구석으로 갔다. 로열 로드를 시작하고 나서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감회가 스쳐 지나갔다.
"그동안 참 힘들었지. 다시 태어난다면 굳이 조각사를 하지는 않을 것 같아. 감정!"
==================================================
나무토막 : 내구력 1/1
조금의 흠집도 없는 엘프목이다.
프레야 여신의 신성력으로, 조각사에게 특별한 기술을 만들 수 있도
록 해 줄 것이다.

==================================================
"만들고 싶은 기술이 너무 많군. 대륙을 파멸시키는 조각술을 만들까? 아니다. 지금 아르펜 왕국에 투자된 것이 얼마인데, 내 돈이 아까워서 그럴 수는 없지. 땅값을 폭등시키는 조각술? 나무를 금으로 바꾸거나, 돌맹이를 보석으로 바꾸는 조각술이 있다면 좋을 텐데."
위드는 진지한 고민에 휩싸였다.





재봉사 드라고어
직업 마스터 스킬에 도전하여 인형 눈 10만 개를 기어이 붙이고야 말았다.
"크허어억!"
눈이 핑글핑글 돌면서 뭔가 제정신이 아닌 듯한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집념으로 포기하지 않고 끝내 성공하고야 만 것이다.
"이 인형들은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어야 되겠군."
드라고어는 모라타의 거리로 나가서 아이들에게 인형을 주었다.
"고맙습니다. 아저씨."

==================================================

- 명성이 1 올랐습니다.

==================================================

직접 눈을 붙인 인형을 나누어 줄 때마다 복잡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럼에도 아이들에게 주다 보니 정신적인 피로도 조금은 잊을 수 있었다.
"우리 아이에게 이런 걸 선물해 줘서 감사해요, 재봉사님."

=================================================
호칭, 인형을 선물하는 재봉사를 얻으셨습니다.

모라타의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들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믿음을 얻게
됩니다. 선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의뢰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의심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

=================================================
인형 눈 10만 개 완료

아이들은 인형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그들은 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구슬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

"후후, 겨우 끝냈군"
다음의 퀘스트를 위하여 재봉사 길들의 교관을 만났다.
"맡긴 일을 잘 해내셨군요. 고맙습니다. 다음으로는......"
드라고어는 마른침을 삼켰다.
방송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직업 마스터 퀘스트에 대해서 가끔 보다 보면 다들 정말 멋진 모험을 하고 있었다. 자신도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너무 어려운 의뢰는 아니기를 바랄 뿐이었다.
"다음으로 부탁드릴 것은 단추 꿰기입니다."
"케헥!"
"오래되어 헤어진 옷의 단추 10만 개를 꿰어서 빈민가에 나누어 준다면 그들은 정말 감사해할 것입니다."
드라고어는 절망에 빠지고 말았다.
세상이 왜 이런 시련을 그에게 주는지 원망스러울 따름.
하지만 비슷한 처지로 직업 마스터 퀘스트에 도전한 사람이 또 있었다.
앳된 기색이 아직 사라지지 않은 얼굴의 남자.
과거 위드가 다리우스가 이끄는 바란 마을 토벌대에 참여 하러 갈 때 음식 재료점에서 만난 적이 있는 소년이 성장한 것이다.
그는 대륙을 떠돌면서 맛있는 요리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각 지역의 요리법들도 습득했다. 그가 만든 요리는 국왕들조차도 먹고 싶어 할 정도라서 궁중 요리사로 취직이 가능했지만, 대륙을 떠돌아다녔다.
"한곳에서만 만드는 요리는 발전에 한계가 있어."
몬스터와 만나면 요리를 바치고 도망치는 방법으로 지금까지 여행을 했다.
요리사 엘크군은 대륙에서 인기가 자자했다.
그가 만든 요리에 대해 소문이 나면 가짜 원조집들이 우후 죽순 차려질 정도.
사람들의 입맛을 가지고 논다고 할 정도의 요리사였는데, 중앙 대륙의 전쟁을 피해서 모라타로 왔다.
"평화롭고 예술이 있는 곳에서 맛있는 음식도 잘 넘어갈 거야. 정말 모든 사람이 반하지 않을 수 없는 최상의 요리를 만들어야지."
엘크군도 요리사 마스터 퀘스트에 도전!
그리고 지금 3주째 눈물을 흘리며 마늘을 까고 있었던 것이다.
전투 계열 직업들은 싸워서 승리를 거두거나 아니면 패배할 뿐이다. 생산, 예술 계열의 직업들은 싸워서 승리를 거두거나 아니면 패배할 뿐이다. 생산, 예술 계열의 직업들은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분검술, 광휘의 검술을 익혔음에도 불구하고 기본 검술도 지금까지 놓지 않앗던 검치.
"위드가 말했지. 조각품을 깎으면서도 결을 따른다면 휠씬 수월한 편이라고......"
일점 공격술이나 순간적으로 내보이는 허점을 이용한 치명타로도 사냥은 충분히 가능했다. 그렇지만 검치는 검을 사용한 새로운 전투법도 끊이지 않고 개발하고 있었다.
본드래곤이나 바르칸처럼 진정 위협적이고 강한 몬스터와 싸우는 순간을 항상 두근거리면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범들과 수련생들을 데리고 범접하지 못할 정도의 몬스터에게 도전을 하는 설렘이 정말 좋았다.
바르고 성채 인근의 던전들이 이제는 만만해졌지만, 검의 한계를 계속 보고 싶었다.
"결을 벤다라... 몬스터나 사람처럼 살아 있는 생명에는 해당되지 않겠지. 그렇지만 바위나 나무라면 휠씬 수월할 거야."
검치는 어렵게 고민하지 않았다. 사범들과 수련생들을 시키면 되니까.
"사물의 결을 베는 것에 대해 어렵게 생각하는냐."
검둘치와 검삼치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위드를 통해서 인생은 강한 것만이 아니라 눈치를 잘 봐야 하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깨달았다. 아부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대방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일찍 깨달아야 몸이 편해진다.
"저희의 수련이 부족했습니다, 스승님!"
"결에 대해서 몸으로 익혀 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스승님!"
사범들과 수련생들은 그날부터 바위를 때리면서 결을 찾기 시작했다.
모든 사물은 굳은 부분과 무른 면이 뒤섞여 있는데 이것을 따라서 잘라 내면 상대적으로 훨씬 적은 힘을 들여도 되었다. 힘으로만 벤 것과 결을 따라서 벤 것은, 그 잘린 매끄러운 단면을 보면 확실히 드러나게 된다.
검도의 고수들은 나무를 가지고 연습하면서 그런 부분을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로열 로드에는 스킬과 스탯이 있기 때문에 현실에서 발휘 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거대한 힘을 낼 수 있었다. 어지간한 검사라면 나무는 단칼에 밸 수 있고, 바위도 산산조각 내어 부술 수 있다.
이것도 레벨을 올리며 얻게 되는 재미 중의 한 가지!
캐릭터가 성장할수록 자신이 초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얻기도 하는 것이다.
검사와 워리어는 힘이 세어질수록 무거운 물건도 많이 들 수 있으며 두꺼운 갑옷을 걸치고도 아무렇지 안게 움직일 수 있다. 민첩성이 높아지면 달리는 속도가 말과 비슷해지는 정도!
실패율이 높은 광역 마법을 몬스터 떼에 성공시켰을 떄 마법사들이 느끼는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한다.
하늘을 나는 마법 스킬 북이나 아이템들이 고가에 팔리는 것도 비슷한 이유였다.
수련생들의 육체적인 능력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기 때문에 바위는 그냥 힘으로 부숴 버릴 정도였고, 나무는 대충 잘라도 가볍게 베인다.
로열로드에서는 검으로 나무도 못 자르면 초보자였다.
레벨이 200대만 되어도 간단히 해치울 수 있는 일을 결을 찾아 가며 해 보려고 하니 오히려 안 되었다.
콰과과과!
"이거 생각처럼 안 되네."
검삼백이십칙치 앞에 있던 바윗던어리가, 힘 조절이 안 되어서 부서졌다.
꽈아아앙!
검오백일치는 집채만 한 바위를 검으로 도끼질하듯이 두들겨 치고 잇었다.
"검의 내구도만 자꾸 떨어지네. 어휴."
몸으로 느끼면서 해답을 찾아 갔다.
강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위문이 든 것을 해결해야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던 어느 순간, 사범들과 수련생들은 바위가 약한 힘으로도 쉽게 부서지는 것을 경험했다.
"아, 된다!"
검둘치가 먼저 성공을 해냈다.
"사형, 어떻게 하셨습니까?"
"무게가 이어지는 중심, 다른 전체와 연결되어 잇는 핵심을 적당한 빠르기와 지나치지 않은 힘으로 공격을 하면 된다. 한 지점을 정확히 파괴한다면 이어져 있는 전체가 붕괴 한다고 해야 할까? 말로 다 알려 주기는 어렵고, 어느 순간이 오면 너희도 찾아낼 수 있을 거다."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사형."
검삼치, 검사치에 이어서 바위 파괴에 성공하는 수련생들도 하나 둘 나왔다.
드디어 무수한 시도와 고행 끝에 바위를 잘 부수는 법을 알아낸 것!
"캬하하, 이거 재미있는데."
"스트레스 해소에는 그만입니다, 사형!"
수련생들은 눈앞에 바위만 있으면 몽땅 박살 내고 다녔다.
검사백칠십칠치 앞에서 연속으로 작렬하며 부서지는 바윗덩어리들!
검을 휘두르면서 전진하는데 주변의 바위들이 차례대로 박살 나는 것은 일종의 환희와 즐거움을 불러왔다.
상대적으로 적은 힘을 가해도 정확한 결을 찾아서 공략하면 10배쯤 큰 바위도 부술수가 있었다.
띠링!

==================================================

- 암석 파괴술을 습득하셨습니다.
단단한 물체를 부술 떄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

==================================================

- 무기술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

==================================================

- 무예인의 능력을 개발하여 전투와 관련된 스텟이 2 오릅니다.

==================================================

하루 종일 바위만 부수고 놀다가 드는 생각
'근데 이게 별로 쓸모는 없겠다. 방패나 갑옷에는 이런 결이 없을 테니까.'
'설혹 결이 있더라도 아주 작을 테고 구분하기도 어려워서 전투 중에 찾아서 써먹지는 못하겠구나.'
'아, 재밌긴 한다......'
인생무상!
애써서 터득한 비법이 쓸모는 없는 것이라니.
집채만 한 바위를 부수면서 힘자랑을 하는 것 외에 전투중에는 써먹지 못하리라는 생각에 수련생들은 아쉬워했다.
검사치는 남들보다 암석 파괴술에 많이 매달린 편이었다.
'흠, 그렇더라도 어딘가에서 활용할 방법은 있지 않을까. 인간형의 몬스터나 그보다 조금 큰 녀석들에게는 쓰지를 못하겠지. 그렇게만 본 드래곤처럼 큰 놈이라면......!'
본 드래곤의 단단하기 짝이 없는 방어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공격법이라면 매우 쓸모가 있을터.
워낙 위험하고 접근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을 테지만 강해 지기 위해서는 계속 시도를 해 보아야 한다.
검사치는 몬스터와 싸우면서도 암석 파귀술을 바탕으로 연습을 해 봤다.
크르르르릉!
"이건 너무 약하고......"
캐앵!
"이번에는 너무 강했군."
몬스터와의 전투에서는 정말 쓸모를 찾기가 어려웠다.
익히 알려진 급소를 노려서 치명타를 연속으로 발동시켜 혼돌이나 마비에 빠트리는 것이 최고의 사냥법으로 알려져 있었다.
사실 레벨이 높아질수록 대부북의 유저들이 스킬에 의존 하게 된다. 검술 스킬이 제아무리 높더라도 기본 공격만 가지고는 쓸모가 적고, 공격 스킬을 활용하는 편이 마나의 소모가 있더라도 휠씬 효과적이기 때문이었다.
스킬의 단점으로는 위력을 조절할 수가 없다는 것.
물론 여러 가지 스킬들을 상황에 따라 맞춰서 쓰거나, 강하고 약한 스킬들을 조합하여 운요 하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도 검사치처럼 일부러 기존에 알려져 있지 않은 급소가 아닌 부위를, 그것도 힘 조적을 해 가면서 살피지는 않았다. 공격이 가능하다면 당연히 전력을 다해서 강하게 때리는 것이 일방적이었으므로.
그러나 검사치는 무수히 많은 집념의 시도를 한 끝에 결국 해달을 얻어 냈다.
같은 종류의 몬스터라고 해도 현재의 생명력과 레벨, 맷집, 입고 있는 장비의 방어력 등이 완전히 다르다.
그것은 수치화되어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마법으로 몬스터를 확인하더라도 세부적인 상황들까지는 나오지 않는다. 직접 싸우면서 감각으로 알아내는 수밖에는 없었다.
몬스터에 맞춰서 정확한 힘과 마나 부여, 매우 빠른 속도로 공격하면 검을 가로막는 일체의 저항이 사라졌다.

==================================================

-몬스터의 방어력을 벗어난 공격을 성공시켰습니다.

==================================================

몬스터의 방어력은 갑옷이나 단단한 피부에 달려 있었다.
고위 몬스터일수록 강철보다도 단단한 피부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기본 방어 능력까지 무시하는 공격에 성공!

띠링!

==================================================

- 연속 공격에 성공하였습니다.
몬스터를 베었습니다!

==================================================

==================================================

-무기술 스킬의 숙련도가 빠르게 늘어납니다.

==================================================

"캬하!"
절로 탄성이 나올 수밖에 없는 공격력.
그리고 모든 스포츠와 격투기에서 기본이 된다는 손맛.
"짜릿한데."
검사치는 신 나서 몬스터들과 싸웠다.
급소를 공격하더라도 몬스터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방어력은 무시할 수 없는데, 완전한 결을 찾아서 공격한다면 그런 것까지 없다.
자신이 가진 온전한 힘과 공격력을 작렬시키는 것이다.
위드의 조각 검술도 순수한 빛으로 상대방의 물리적인 방어 능력을 무시하는 힘을 가지기는 했다. 그렇지만 마나의 손실이 매우 심하고, 스킬 자체의 직접적인 타격력은 약했다.
조각 검술로 두세 번을 공격하더라도 빛으로 베는 것이라서 공격력 자체가 약하고 검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날카로운 기운도 적용되지 못한다.
"코오오오오!"
검사치의 공격이 무시무시한 점은, 공격당한 몬스터가 자신이 가진 최대의 약점이 노출되어 주춤거리며 물러서며 공포 상태에 빠진다는 것이다.
연속 공격에 성공한다면 방금 전까지 힘겹게 싸우던 몬스터라도 압도적으로 이겨 낼 수가 있었다.
무기술 스킬이 고급의 경지에 올라서 공격을 할 때마다 마나를 자유자재로 조적하지 못한다면 절대 쓸 수 없는 공격법이었다.
"이거 신기하네. 한동안 일부러 찾으려고 애쓰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정도야. 그냥 빈틈이 보이면 빠르고 강하게 바로 공격을 하지, 누가 몬스터에 맞춰서 힘과 마나를 조절하면서 싸우겠어."
검사치는 사형들과 수련생들에게 자신이 터득한 공격법을 알려 주었다.
"음, 그렇단 말이지."
"그런데 정말 어려운 검술입니다, 사형. 몸과 머리로 할고 있더라도 연속으로 성곡시키기는 까다로운데요."
백 번을 시도해 한 번을 결에 따라 베기가 어려웠다.
몬스터의 능력을 일단 몸으로 확실히 파악을 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정확한 위치를 미리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가 완변하게 성공시켜야 하는 것이다.
몬스터가 얌전히 앉아서 그냥 맞아 주지도 않았다.
높은 레벨의 몬스터일수록 능력을 파악하는 것도 어려웠고 각종 스킬까지 시전하면서 저항을 했으니 더욱 힘든 기술 이었다.
몸으로는 알지만 실제 써먹기는 힘든 것.
"스승님, 검사치가 결에 대해서 찾아냈습니다."
검둘치가 검치에게 보고를 하기 위해서 왔다.
그때 검치는 정령술사 여성과 다정하게 귓속말을 나누고 있었다.
유로키나 산맥에서 만난 인연이었다. 평생을 노총각으로 살다가 무덤까지 혼자 들어갈 줄 알았는데 마지막에 찾아온 희망 같은 여인이라서 애지중지 아꼈다.
- 어제쯤 오세요? 오시기로 약속한 날이 많이 지났어요.
- 미안하오. 이곳의 일이 늦어져서...... 금방 돌아가겠소.
- 지금 어디신데요. 말씀해 주실 수 없어요?
검치는 대답을 하기가 곤란했다. 북부의 바르고 성채까지 와서 사냥을 하고 있다 하면 상당히 미움을 받을 일이 아닌가.
아무리 단아하고 차분한 여자라고 해도 만나다 보면 잔소리를 퍼붓고 바가지를 긁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였다.
'유로키나 산맥에서 사냥을 같이 하면서 따 놓은 점수를 다 깎아먹게 생겼군.'
하지만 정직하게 대답하기로 했다.
겪어 본 기간은 짧았지만 여자들의 눈치란 보통이 아니었으므로
제피도 여자가 이렇게 캐묻는 경우에는 사실대로 대답하는 편이 좋다고 조언을 했다. 아니면 들키지 않고 무덤까지 가져 가든가.
- 지금 이곳은 북부의 바로고 성채라는 장소인데, 아마 말해도 잘 모를......
- 아르펜 왕국이에요?
- 그렇다오. 유로키나 산맥으로 내일 중으로 출발하겠소.
정령술사 여인은 화가 난 목소리는 아니었다. 도리어 잔쯕 호기심에 차 있었다.
- 그곳까지는 무슨 일로 가셨어요?
- 모라타라는 곳에 내가 가르치는 애들이 많이 있어서 왔다오. 그리고 제자 중의 1명이 이곳에서 국왕이 되긴 했는데........
- 전쟁의 신 위드 님요?
- 그렇소
- 꺄아앗! 정말 위드 님을 아세요? 위드 님이 어떻게... 정말 위드 님이 제자였어요?
30대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있는 위드!
검치는 질투가 나기도 했지만 지금은 위드의 유명세를 팔아먹는 것이 현명했다.
- 말하자면 내가 키운 거나 마찬가지지. 검 쥐는 법부터 내가 일일이 가르쳐 줬으니.
- 모라타에 가면 위드 님 만나 볼 수 있어요
- 만날 나를 따라다니는 녀석이라오.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고나 할까.
- 그러면 제가 동생이랑 조카랑 데리고 모라타로 갈게요. 고마워요. 그리고 사랑...해요.
- 나도 그렇소.
그녀들은 여행도 할 겸 여객선을 타고 북부로 오기로 했다.
이렇게 유로키나 산맥으로 오랫돌안 돌아가지 않은 큰 위기를 간신히 넘긴 검치는 다시 남자다운 눈빛을 하고 무겁고 낮게 깔린 목소리로 검둘치를 향해 말했다.
"크흠, 어디 말해 보거라."
"몬스터마다 전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몬스터의 능력이나 틍징에 맞춰서, 특히 각 부위별로 생명력과 방어력에 따라서 공격을 해야 합니다. 정확한 힘과 마나 조적, 매우 빠른 속도가 필요하고요."
보통 대부분의 유저들은 적당히 때리는 건 잘 몰랐다. 세게 때릴 수 있으면 당연히 큰 공격을 하는 것이 상식이었다.
공격 스킬까지 시전한다면 정교한 공격은 더욱 물 건너가는 셈.
검둘치의 말은 몬스터의 생명력과 방어력에 따라서 약한 부위를 정확하게 맞춰서 공격하면 결을 따라서 벨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 재미있구나. 마침 그냥 싸우는 것은 심심하던 차에 잘되었어."
검치는 바로 몬스터를 상대하면서 적용해 보았다.
몬스터의 능력과 방어력의 한계를 머릿속에서 저울질하면 속도와 힘을 다르게 하여 때렸다. 일곱 번째 몬스터를 사냥할 때에는 처음으로 결에 따른 공격을 했다.
크웨엑!
힘을 빼고 가볍게 베었음에도 더욱 괴로워하는 몬스터.
공격력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치명타를 연속으로 입혔을 때처럼 혼란 상태에 빠져들었다.
상대의 방어력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기본!
"의외로 간단한 것 같구나."
검치는 감을 찾은 후에는 몬스터를 상대로 계속 결을 시험 해 봤다.
몬스터의 특성을 몸으로 이해한다.
계산기로 했다면 오히려 더욱 해맸을 것들을, 검치는 싸우는 도중에 본능적으로 받아들였다.
크와왁!
강한 몬스터를 상대로도 써 보고.
꽤액!
약한 몬스터를 상대로도 결을 찾아냈다.
"이것이 결을 베는 것이로군."
약한 몬스터가 덤벼들 떄에는 가볍게 비켜 가면서 검을 휘둘렀다.
슥삭!
단번에 힘을 들인 것 같지 않았는데도 효과는 탁월하기 짝이 없었다.
수만 번의 찌르기와 베기를 그냥 무심코 연습해서는 할 수 없는 것이 결 검술이었다.
힘과 속도, 정확도가 그야말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검술.
공격력의 강화 부분에서는 기존의 싸움법보다 2배 이상 좋다고 할 수는 없다. 난전에서는 쓰기가 곤란하고, 오직 일대일의 전투에서 사용할 수 있는 비법.
기본적인 검술로만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었다.
결을 발견하고 난 이후로는 상대하는 몬스터가 바뀌더라도 검치는 금방 적용할 수 있었다.
일단 몇번 패다 보면 견적이 몸으로 떨어지는 경지!
검치는 가볍게 다섯 번 연속으로 결의 공격을 성공시켰다.
꽤 맷집이 좋아서 상당히 오래 패야 했던 몬스터가 비틀거리더니 쓰러지고 말았다.
"이게 그래도 꽤 어려운 검술이었군. 급박한 전투 죽에서 이렇게 까다로운 공격을 한다는 자체가 쉬운 건 아니로구나."

띠링!

==================================================

- 새로운 검술을 창안하셨습니다.
검술의 이름을 직접 지으실 수 있습니다.
최초로 검술을 만들어 냈고 높은 성취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스킬 숙련도가 중급 2레벨 부터 시작됩니다.

==================================================

==================================================

- 무기술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

==================================================

- 매우 훌륭한 검술의 창안으로 명성이 3,196 증가합니다.

==================================================

검사치가 발견은 했지만 아직 이렇게 연속으로 결의 검술로 몬스터를 사냥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결 검술이라고 하자."
그 제자에 그 스승 아니랄까 봐, 검치도 위드처럼 이름을 정하는 데에는 그리 관심이 없었다.
"검술이 만들어졌으니 제자들에게도 가르쳐 줘야겠군."
어렵고 까다롭지만 검술의 비기 못지않은 스킬을 직접 만들어 낸 것이다.





<철혈의 바하모르그>

"아, 예술은 무슨 예술. 그냥 돈이나 실컷 벌었으면 좋겠는데."
조각술의 비기를 생각해 내는 건 정말이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돈도 엄청 벌고 사냥도 하기 쉽고, 퀘스트에도 도움이 많이 되어야 해."
이유는 바로 끝없이 솟아나는 욕심!
"조각술의 비기는 한번 만들어 내면 다시 되돌릴 수도 없을 텐데......."
자장면과 짬뽕 중에서 평생 어떤 음식만 먹을 거냐고 묻는 것처럼 잔인 하기 짝이 없었다.
물론 순수하게 예술과 관련이 깊은 스킬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조각품의 작품성을 높이는 부분이라면 지금까지 아쉽게 생각했던 것도 제법 되었다.
조각품에는 주제의 구성이나 표현물의 확장에 있어서 제약이 잇다. 그림은 하늘을 그리고, 바다를 그리고, 그다음에 육지도 그릴 수 있는데 조각품은 그러지 못하는 것이다.
그림은 말 그대로 우아하게 그리고 색칠만 하면 되는데 조각사는 일일이 다 만들어야 된다.
같은 예술인이라고 하더라도 철저한 육체노동의 직업!
조각사의 부족한 표현력을 일깨울 수 있는 스킬을 만들어 낸다면 조각술의 발전을 위하여 도움이 되고 후배 조각사 들에게 길을 터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 영원히 후회하겠지. 늙으서 죽을 때에도 아쉬워할 거야. 스트레스로 인해서 수명이 단축될지도 몰라."
깊게 생각할수록 정말 중요한 결정이라 고르기가 어려웠다.
"차라리 조각술 스킬을 올리면서 생각을 더 해 봐야 되겠군. 어차피 직업 퀘스트를 완전히 끝내려면 스킬을 마스터 해야 되니까."
선택은 단분간 보류!
위드는 페일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 어디에 계세요?
- 와이번 광장에서 놀고 있습니다. 수르카가 오면 알록달록한 무늬의 뱀 가죽을 모아 오라는 퀘스트를 진행하려고요.
모라타에서 고레벨 유저들에게 인기 있는 퀘스트.
매우 강력한 독을 내뿜는 뱀을 잡아서 그 가죽을 가져오면 비싼 가격에 구매해 주는퀘스트였다. 믿음직한 사람에게만 의뢰를 주기 때문에 선물을 주면서 친밀도 작업을 해서 받아내려 할 정도로 가치가 있었다.
- 그러면 저는 빛의 광장 부근이니까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위드는 페일 일행과 만나서 사냥도 하고 간단한 퀘스트도 진행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물론 머릿속에는 조각술의 비기를 만들어서 부귀영화를 누릴 생각이 가득했다.
"이 부근에 날뛰는 도적들이 숨어 잇는 동굴이 있어. 놈들이 약간의 재물을 모아 놓았다더군. 토벌을 빨리 해야 될 텐데... 술 한 병만 주면 내가 위치를 알려 주지."
"너에게 줄 술은 없다. 어딘지 말해라."
"국왕 폐하!"
반강제적으로 모라타의 주민들에게 보상이 좋은 퀘스트들도 뱉어 내게 했다.
"여기 부탁한 물건을 찾아왔다."
"큰 은혜를 입엇사옵니다, 폐하. 저처럼 미천한 것까지 자비롭게 돌보아 주시다니..."
"말이 길다. 어서 약속했던 돈이나 내놔."
"폐하의 은총을 입은 것을 대대로 고맙게 여기겠사옵니다. 여기, 부족하지만 제가 드릴 수 있는 금액입니다."
위드가 국왕이다 보니 의뢰를 맡기는 쪽에서 더욱 황송해 하면서 평균적으로 50% 이상이나 더 많이 보상을 해 준다. 주민이 의뢰비를 간당간당하게 가지고 있었던 경우에는 모자와 망토까지 벗어 줄 정도였다.
"과연 사람들이 권력에 빠지면 정신 못 차리는 이유가 있었어."
마을에서 다른 구경꾼들이 있는 곳에서 위드가 퀘스트를 받으면 다들 신기해하며 부러워했다.
"저거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닌 이상 진짜 잘 안 내주는 의뢰였는데. 국왕이니까 그냥 받아 버리는구나."
"위드님이라면 국왕의 신분이 아니더라도 퀘스트를 받기는 쉬웠을걸. 쌓아 놓은 명성과 신뢰도가 잇잖아."
"캬하. 난 언제 저렇게 성장을 해 보나."
권력과 명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았다.
수르카가 신기하다는 듯이 물었다.
"위드 님한테 이런 간단한 사냥 퀘스트는 시시하지 않아요? 뻔히 알고 있는 곳으로 가서 정해진 몬스터만 잡아서 돌아오면 되잖아요."
큰 모험들 위주로만 하다 보니 같이 다니는 일행조차 오해를 하고 있었다.
위드는 단순하면서도 짭짤한 의뢰들을 제일 좋아했다. 사냥도 지나치게 위험한 곳보다는 적당히 알려진 곳에서 빠르게 잡는 편이 효율이 좋았다,
게다가 이제는 굳이 웬만한 퀘스트는 가릴 필요가 없는 처지.
"그 던정의 마지막까지 가서 살아 나온 사람이 아직 아무도 없는데, 숙련된 모험가라고 할지라도 철저히 준비를 해야......"
"됐으니까 의뢰나 내놔."
"예, 폐하!"
아르펜 왕국의 주민들에게 던전 소탕의 의뢰를 받았다.
이제는 북부에도 고레벨 유저들이 상당히 많이 있었다.
한때 중앙 대륙에서 꽤나 세력을 떨치던 길드들도 쫄딱 망한 후에 넘어오고, 일반 유저들도 친구들, 동료들을 데리고 이주를 해 오고 있었다.
광장에서 사람들을 모집하는 수죽은 보면 레벨300대, 드물게는 400대를 원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직 중앙 대륙에서도 400대 레벨의 유저를 자주 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북부에서는 최상의 실력을 가진 유저들이 아르펜 왕국의 수도인 모라타로 모이고 있기에 간간이 볼 수 있었다.
초보자들의 어마어마한 부러움을 받으면서 활동하는 고레벨 유저들.
그들은 남들이 판잣집, 흙집에 살 떄 강가에 별장을 지을 정도의 부유함을 과시했다.
물론 이런 빈부 격차야 위드에게 그다지 크게 문제 될 소지는 없었다.
오히려 세금 수입이 늘어나기에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입장.
모험가, 탐험가 들도 북부를 누비고 있었지만 아직도 마지막까지 모두 깨지 못한 던전이 즐비했다. 파티원들이 사망하고 실패로 돌아간 경우나, 혹은 너무 위험해 보여서 중간에 빠져나와야 했던 장소들.
위드는 그런 곳에 대한 퀘스트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바하모르그."
"왜 부르는가."
"아르펜 제국의 수호신이며 게이하르 황제의 검과 방패였던 너는 정말 엄청나겠구나."
"조금 싸울 줄 알 뿐이다."
"하지만 네가 죽어 있다가 나의 거룩한 희생으로 되살아난 사이에 대륙에는 강한 몬스터들이 많아졌지. 이제는 아무리 너라고 해도... 흠!"
"크오오, 그곳이 어디인가!"
위드의 믿는 구석은 레벨이 548에 달하는 극강의 바바리안 워리어.
바하모르그는 던전에 들어가면 당연하다는 듯이 앞에서 성큼성큼 걸어갔다.
메이런이 걱정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저대로 놔둬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괜찮을 겁니다. 아르펜 제국의 수호신이었으니까요."
꽈과과광!
콰광, 쾅, 콰아앙!
"침입자를 주여라."
"보물을 빼았겨서는 안 돼 함정을 발동시켜라!"
던전의 함정과 마법 공격이 바하모르그의 몸에 작렬!
"크레하아!"
바하모르그는 함성을 내지르면서 싸웠다.
동료들의 생명력과 방어력, 사기를 일시적으로 끌어올리는 워리어의 함성.
수르카는 자신의 상태를 확인해 보고 기쁨에 차서 소리를 질렀다.
"꺅! 완전 대단해요! 생명력이 거의 2배로 늘어난 것 같아요."
"마법사인 나는 3배 반이나 늘어났어."
마법사인 로뮤나의 생명력이 큰 폭으로 올랐을 정도이니 페일, 메이런, 제피 같은 궁수나 낚시꾼의 경우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사실 직접 전투를 하면서도 생명력이 매우 낮은 편에 속하는 위드도 무려 7만 이상이 증가했을 정도다.
'워리어와 다니면 죽을 일은 없어진다더니......'
파티 사냥을 할때 괜히 워리어가 필수가 아니었다.
손발이 맞지 않거나 능력이 부족한데도 무리해서 던전 사냥에 나서면 정말 위험할 수 있다.
기상의 방어력이 대단하다고는 해도 갑옷의 내구도가 떨어지게 되면 약해지고, 자칫 방패로 공격을 제대로 막지 못하는 일이 생기면 크게 위험할 수 있다. 게다가 기사는 체력이 빨리 감소하고 전투 중에는 그다지 빠르게 움직이지 못한다는 단점을 가졌다.
수많은 장점을 자진 직업이 기사지만 이 단점들이 매우 불편해서 외면하는 유저들도 많았다.
말을 타고 있으면 기사의 각종 돌격 스킬을 사용하고 이동 속도까지 올릴 수 있지만 숲이난 산, 던전에서는 사용이 제한되는 스킬도 꽤 된다.
기사들은 이처럼 여러 성가신 면들을 가지고 잇는 반면에 워리어들은 전투에서 철벽처럼 믿을 만했다. 든든한 방어력으로 듬직하게 몬스터들을 맡아서 싸우면서, 다룰 수 있는 무기의 종류도 많고 민첩하기까지 했다.
바하모르그가 앞에서 몬스터들을 압도하고 있었기에 전투는 어린아이 사탕 뻇고, 껌뺏고, 학원비 뺏고, 우유 뺏어 먹고, 신발 뻇고, 꿀밤 때리고, 장난감 가져가기 수준이 었다.
"광휘의 검술!"
위드는 메이런, 페일과 같이 원거리 공격 위주로 싸웠다.
검에서 나오던 참새들은, 스킬의 레벨이 오르면서 종류가 바뀌어 있었다.
날개를 활짝 펼치며 습격을 하는 독수리!
화살처럼 빠른 데다가 장애물이 있으면 공중에서 절묘한 곡예를 펼치면서 습격했다.
공격의 유효 거리 자체가 늘어나서, 광휘의 검술은 사냥에 서 더운 효과적이 됐다.
여신의 기사 갑옷, 바하란의 팔찌, 슬로어의 결혼 반지 그리고 마나 회복 옵션 때문에 줄기차게 착용하고 있는 페로트의 링까지 있으니 마나를 신경 쓰며 스킬을 아껴 쓸 필요가 없었다.
"전기나 도시가스를 이렇게 펑펑 쓸 수 있으면 정말 행복할 텐데!"
달빛 조각 검술은 상대의 마법 공격이나 화살 공격을 막고 반격을 가할 때에도 활용되었다.
오로지 원거리 공격 스킬인 광휘의 검술과는 달리 달빛조각 검술은 빛을 이용한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기술
그 덕에 위드가 전투를 할 떄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화려해졌다.
그렇게 바하모르그를 앞장세우면서 충직한 부하인 반 호크, 능력이 탁월한 토리도도 활용했다.
동료들까지 있었기에 다른 조각 생명체들까지는 써먹을 필요가 없었다.
"음머어어. 행복하다."
"인생에 여유가 생긴 것 같다, 골골골!"
금인이와 누렁이는 처음에는 그 점을 좋아했지만, 곧 위드가 보고 싶어졌다.
"일을 조금 시켜도 된다. 음머어어어어."
"주인, 같이 다니고 싶다. 골골골!"
와이번들과 빙룡, 불사조야 애초에 밖에서 주로 싸우던 부하들이었다. 그러나 금인이와 누렁이는 어느 곳이든 같이 자주 다녔기에 더 붙어 있으려고 하는 성격.
"나도 너희와 같이 다니고는 싶지만... 밥값이 아까워서 나중에 필요해지면 부르도록 할게."
과거에 잘 써먹었던 부하들을 매정하게 내팽개치는 위드!
"정 할 일 없으면 밭이나 갈아."
중앙 대륙에서는 헤르메스 길드의 점령 소식이 들려오고 있었지만 위드는 동료들과 더불어 퀘스트와 사냥을 할 뿐이었다.
던전마다 몬스터의 씨를 말리는 대청소!
바르고 성채 외에도, 아르펜 왕국의 영토가 확장되며 사냥할 만한 던전은 정말 많아져 있었다.





"몬스터의 잡템은 거짓말을 하지 않지!"
위드는 레벨 3개를 더 올려서 418을 만들었고 조각품 숙련도 역시 3.2%를 올렸다.
아침저녁으로 사냥과 조각품 깎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성과가 제법 축적되고 있었다.
던전을 휩쓸면서 얻은 전리품들 중에서 쓸 수 있는 것들은 대장장이 스킬, 재봉 스킬, 조각술 스킬로 재가공 했다. 허름한 물건도 위드의 손을 거치면 새것처럼 바뀌어서 비싸게 팔렸으니 고물상이 따로 없을 정도!
"사제가 필요합니다."
"루의 교단에서는 위드 님의 요청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제들도 기꺼이 따라갈 것입니다."
위드는 페일 일행이 사냥하지 않는 시간에는 서윤과 사냥을 하고, 사제들도 고용해서 도움을 받았다.
공헌도를 많이 쌓아 놓은 프레야의 교단에는 사제를 바라지 않고 나중에 큰 것을 요구하기 위해서 아껴 놓았다.
신들의 정원을 조성하고 나서 많은 교단과 우호적인 관계가 성립되고 공적치가 쌓였다.
그곳에는 잘 알려진 프레야 교단과 루의 교단 외에도, 다른 조각품들의 신도 많다. 현재까지 종교가 이어지지 않던 신들의 교단이 가장 가까운 모라타에 세워지고 있었다.
모라타에 교단이 생겨나게 되면 이곳을 다스리는 위드는 매달 정기적으로 공적치가 높아지게 된다.
그 때문에, 정투에 꾸준히 사제 1~2명을 동원하기 위한 공적치를 아껴야 되는 상황도 아니었다.
거기에 프레야의 북부 대성당과 신들의 정원에서 기부받는 유저들의 헌금도 엄청난 거액!
위드가 손을 댈 수는 없는 금액이지만, 이 돈으로 인하여 교단들의 성세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었다.
성당들이 생겨나고, 성당 기사단 모집도 이루어 졌다.
모라타의 치안은, 따로 군대가 동원되지 않더라도 성기사들만으로도 몬스터가 도시 근처에도 오지 못할 지경이었다. 초보자들이 사냥하는 동물들 외에 위험한 몬스터는 찾아보기가 어려워서 멀리까지 나가야 할 정도였다.
바르고 성채의 몬스터 역시 갈수록 토벌되면서 주민들의 살아가는 영역이 넓어졌다.
위대한 건축물들과 신들의 정원 건축 이후 거두어들인 세금이 다시 차곡차곡 쌓여 아르펜 왕국의 재정이 여유로워지면서, 군대에도 투자가 이루어 지고 있었다.
모라타와 바르고 성채만 지키려는 목적이라면 현상 유지만 하더라도 충분하지만 도시로부터 떨어져 있는 곡창 지역과 광산을 수비해야 하는 것이다.
군대의 규모가 현재보다 3배는 확대되어야 늘어난 영토들을 몬스터의 침입으로부터 완벽하게 방어하고, 광산과 공창 지역 들을 지킬 수 있다.
"결 검술이라. 스승님도 대단한 생각을 하셨구나."
검치로부터 전수받은 검술도 전투 중에 적절히 써먹었다.
검치는 특정 몬스터를 상대하는 비법, 몬스터들의 버릇이나 스킬의 운용에 따른 허점들을 알려 주었다. 위드는 하루에 걸쳐서 결 검술을 사용하는 방법을 배워 스킬을 형성했던 것이다.
정말 까다로운 검술이라서 실패할 확률이 너무 높았지만 제대로 작렬해 주었을 때의 환상적인 손맛!

==================================================

- 뛰어난 검술 스킬의 숙련도가 증가합니다. 결 검술에 약간
익숙해졌습니다.

==================================================

검술의 비기 두 가지에, 여신의 기사 갑옷 그리고 어떤 몬스터에게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은 워리어와 믿음직한 사제가 있었다. 파티 사냥에 필요한 자원이 완벽하게 갖춰진 것이다.
이제 위드가 이끄는 사냥의 효율은 놀랄 수밖에 없을 수준.
"아, 이번 던전은 무려 3시간 40분 만에 돌파했어요."
"어제보다도 7분이나 더 빠른데요."
"다른 파티들의 기록은 5시간57분이 최고 였는데 도대체 우리는......"
"사냥의 달인이라고 해도 될 겁니다."
페일 일햊조차도 믿지 못할 사냥 속도였는데, 아마 동영상이 나오기 전에는 게시판에 올리더라도 사람들로부터 불심나 초래할 것이다.
위드는 서윤과 바하모르고, 남자 사제 1명을 데리고 있을 때에도 잠깐도 쉬지 않고 휩쓸어 버렸다.
페일, 메이런, 로뮤나, 이리엔, 수르카, 화령, 벨로트처럼 다양한 직업의 조합은 없다. 하지만 꼭 필요한 능력을 가진 직업들이 있었고, 무엇보다 서윤의 전투 능력이 워낙에 훌륭했다.
그녀가 광전사로서 본연의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면 위드는 그에 뒤지지 않기 위하여 사냥의 속도를 더 끌어올렸다.
미친 듯한 사냥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동료들의 능력 파악과 남아 있는 체력, 생명력을 항상 확인하고 있어야 된다. 위드는 그러한 모든 것들을 장악하고 있을 정도로 전장에서의 상황 파악력이 뛰어났다.
동료들의 협력이 워낙 좋다 보니 무리하게 속도를 올리더라도 다들 잘 따라와 주었다.
"사냥 후의 고독이 좋군."
위드는 성장의 기쁨을 제대로 만낌하고 있었다.
"역시 사람에게는 이렇게 여유가 있어야 돼."
그러면서도 쉬는 시간에는 조각품을 깎았다.
그동안 모험을 하면서 스탯과 스킬 위주로만 성장시켰기에 비슷한 레벨의 다른 유저들보다는 휠씬 빠르게 성장을 하고 있었다.
보통 레벨이 400대가 되면 어느 순간부터인가 심한 정체 상태가 되고 말았다 어지간한 몬스터를 잡아서는 경험치가 잘 쌓이지 않아서 성장이 느려지게 되는 것이다.
위드는 초보 시절 때부터 지금을 대비하여 온갖 고생을 해왔기에 조각 생명체에 검술의 비기가 있는 한 레벨을 올리는 것이 전혀 어렵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벌써부터 어려워지면 안 되지."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바드레이만 하더라도 아들할 정도로 한참 앞에서 달려가고 있었고, 서윤도 마찬가지.
그녀를 겁내면서 혼자서 비굴하게 살아온 시간이 얼마나 길었던가.
위드는 서윤의 눈치를 보며 몬스터를 1마리라도 더 잡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싸웠다.
축적되는 경험치와 넘쳐 나는 전리품들.
상인 마판의 출렁거리는 뱃살에 도움이 될 게 분명햇다.
"여기서 사냥에 도움이 많이 되는 조각술의 비기 한 가지만 정하면 완벽할 텐데."
위드는 조각술의 비기에 대해서 만큼은 여전히 결정을 미루고 있었다.
이미 습득한 다른 조각술의 비기들을 보고 있자면 저마다 한계가 있다.
조각품에 생명 부여는 예술 스탯과 레벨이 하락해서 자주 쓸 수가 없었으며, 조각 검술은 무적이 아니다.
상대방의 방어력을 무시하는 엄청난 효과를 가졌지만 기본 공격력 자체는 다른 공격 스킬에 비하여 높지 않아, 바드레이와 싸울 때에는 그 한계가 확실히 드러났었다.
빛을 이용하여 공격과 수비가 자유로운 달빛 조각 검술은 마나 소모가 지나치게 심각한 수준이었다. 마나 소모량이 조각 검술보다 3배나 높아서, 여신의 기사 갑옷이 없던 그때는 실컷 써먹지도 못했다.
지금도 무난한 사냥이 아니라 적들에게 둘러싸여서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면 마구 쓰기에는 부담스러운 정도다.
조각 변신술은 다른 종족의 특징을 이용할 수 있지만 원래의 능력을 바탕으로 한 것이고,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은 자칫 자신마저도 죽을 수 있었다.
정령 창조 조각술은 대성한 경우 벨소스 왕을 봤을 떄 정령왕까지 될 수 있다지만 위드는 개똥밭에 구르더라도 지금 이대로가 좋았다. 정령계에서의 사냥 수입은 얼마일지 모르고, 또 아이템을 습득하더라도 팔아먹기가 애매해질 테니까!
"스킬들이 하나같이 다 불량품이야."
검술의 비기처럼 그냥 아무 때나 필요하면 쓰면서 사냥에 활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어떤 조각술의 비기를 탄생시키느냐에 따라서 활용할 수 있는 횟수가 좌우된다.
위드는 정말 후회하지 않을 스킬을 탄생시키고 싶었다.





오동만은 일요일에 오랜만에 늦잠을 자고 빈둥거렸다.
"으하함! 집에 아이스크림도 떨어졌네. 어디 재미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안 하나?"
로열 로드에서는 페일로 백발백중의 화살 솜씨를 뽐내는
그였지만 현실에서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사실 위드의 모험으로 방송에 같이 나오면서 그도 은근히
유명 인사가 되었다. 학교 친구들은 물론 얼굴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 초등학교 동창이나 연락이 끊긴 지 오래된 친구들에게도 전화가 오는 소동을 겪었지만, 지금은 평소 생활로 돌아온 상태.
"오늘은 어디 안 나가고 집에서 쉬어야지. 읽다 만 책, <돼지곱창과 에스프레소>도 보면서 느긋하게 보내 봐야지."
최근 들어 사냥을 많이 했더니 하루 정도는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오동만이 책을 읽다가 소파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그의 엄마가 배와 사과를 깎아서 가져왔다.
"우리 아들 자니?"
"아... 잠깐 졸았어요."
"저녁에 뭘 해 줄까. 먹고 싶은 거 있어?"
"엄마 잘하는 감자탕요."
"그럼 이따가 마트 다녀올게. 참, 아들 오늘은 접속 안 해?"
"집에서 쉬려고요."
"그러면 엄마가 사 달라고 부탁했던 상인 전용 앞치마는?"
"다음에 사 드릴게요."
오동만은 그날 저녁 식사로 삶은 감자 2개를 먹어야 했다.





"많이 다치셨네요. 조심하세요."
이리엔은 모라타의 남쪽 성문 근처에서 자선 활동을 했다.
사슴과 늑대를 사냥하다가 다친 초보자들에게 치료의 손길 걸어 주기!
"우와아, 생명력이 200도 안 남았었는데 한번에 치료가 됐어! 사제님, 고맙습니다."
"아니에요. 뭘요. 다치면 또 오세요."
천사 같은 그녀의 자선 활동에 초보자들 사이에는 칭찬이 자자했다.
'남쪽 성문의 여사제'
'착한 성격의 그녀.'
'다치면 녹색 모자의 여자에게 가면 된다.'
이리엔은 전사들에게는 축복도 써 주었다.
원래는 스킬 숙련도도 올리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한 행동이었는데, 이제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져서 도시에 오면 으레 치료 봉사 활동을 해 주게 되었다.
"천사표네."
"저런 여자한테 장가를 가야 하는데......"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는 남자들도 많았다. 착한 여자는 대대로 인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리엔은 남자들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다.
"죄송해요."
"혹시 남자 친구가 있으신 건......"
"그건 아닌데요, 지금은 남자를 만나고 싶지 않아요."
"그러시군요. 나중에라도 생각이 바뀌시면 저 로모모를 꼭 찾아 주세요."
"넵. 그렇게 할게요."
이리엔은 평생 신중하게 한 남자만 만날 생각이었다.
한남자와만 사귀고, 데이트도 하고, 결혼까지!
그런 이리엔도 가끔 스트레스가 쌓여 갈 떄가 있었다.
보통 사제라는 직업은 전투 중에 심심해서 꾸벅꾸벅 졸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도 많은 사제들이 밤에 사냥을 할 때는 편안히 쉬다가 딴짓을 하거나 잠깐씩 토막 잠을 자기도 한다.
사제로서 치료만 해 주면 되기 때문에 오래 있을수록 지루한 직업인 것이다.
심지어 개,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을 데리고 다니는 경우도 있다.
사제들이 없으면 사냥 자체가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 모든 직업을 통틀어서 가장 우대를 받는 편이지만 그만큼 심심한 감도 없지 않았다.
느긋하고 편안하고 조용한 성격을 가진 사람에게 딱인 직업!
그렇지만 이리엔은 전투가 벌어지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위드가 워낙 거칠게 사냥을 했기에 몬스터들의 공격력이 높은 곳들을 위주로 다녔다. 그게 버릇이 되어 버려 페일과 다른 일행끼리만 사냥을 할 때에도 무난히 전투가 될 정도면 더 어려운 곳으로 옮겼다.
전투 계열 직업들이 앞에서 빠르게 사냥을 하는 동안에 이리엔은 마음을 졸이면서 그들을 지원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아, 답답하다."
이리엔은 성문에서 치료의 손길을 펼치면서 천사 같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녀는 화령과 벨로트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트레스 해소에는 역시 쇼핑만 한 것이 없지 않던가.
저녁 할인 시간이 되면 모라타의 가죽 상점들을 돌아다니는 맛!
새벽에는 야시장을 훑으면서 예쁜 액세서리들을 찾아보는 취미를 갖게 된 것이다.
"요즘 사제 전용 가방이 나왔다던데......."





브리튼 연합 왕국을 9할 이상 장악하고 있던 클라우드 길드.
한 왕국을 제패하기 직전으로, 길드에 대한 자존심이 매우컸다.
하지만 헤르메스 길드의 침공 이후에 전투가 벌어지기만 하면 커다란 격차를 드러내며 패배했다.
"사망자는 4만 8천. 요새 랭봇이 함락되었습니다."
"야볼리스 군사 요새는요?"
"적들에게 포위를 당했습니다."
"하지만 그곳의 수비력은 보통이 아니기에 족히 3달 이상은 버틸 수 있을 겁니다."
"문제는 보급품인데, 식량은 충분합니다. 요새 내에서 우물로 식사를 보급받을 수 있고요."
"그러면 된 거 아닙니까?"
"화살과 갑옷, 무기류 등 여분의 소모품들이 부족합니다. 전투가 몇번만 벌어지면 다 떨어지고 말 것입니다."
클라우드 길드의 회의실에는 침통함이 가득했다.
지금까지 그들은 전력상으로 헤르메스 길드에 크게 뒤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헤르메스 길드가 유명세나 병력 규모에 있어서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는 있지만, 전체적인 저력은 비슷하다고 여겼다. 브리튼 연합 왕국은 경제력이 부강한 공국과 자유도시가 많기 때문에 전력 격차는 만회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싸울 때마다 승리하며 왕국을 확실히 장악해 나가고 있었던 중이라서 약간의 자만심이 있었던 것도 사실.
그렇지만 헤르메스 길드의 군대는 사람들이 추측하고 있던 이상으로 강했다. 기사들의 수준도 대단히 높았고 병사들의 장비도 좋았다.
하벤 왕국을 통합한 이후로 칼라모르 왕국과도 전쟁을 치르면서, 지휘관들이 평원에서 10만 이상이 맞붙어 싸우는 전투를 경험한 적이 있다는 것도 강점!
클라우드 길드에서는 5만 이상의 전투만 벌어져도 지휘관들이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다. 적군이 쳐들어오면 싸워야 될지 말아야 할지조차 신속하게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당황하여 시간을 흘려보냈다.
실제 전투에서는 그 격차가 더욱 커져서, 조금만 불리하더라도 그릇된 판단을 내리거나 하는 경우 때문에 황당한 패배를 경험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지휘관과 기사의 질에서 너무나도 밀리는 클라우드 길드였다.
"단기전으로 나가서 싸울 필요가 없습니다."
"조금만 버티면 반격할 군대를 모을 수 있습니다. 전쟁에 나가서 싸울 병사들의 훈련도 역시 지금보다 더 올려야 됩니다."
공성전으로 시간을 끌고 용병들을 충원하여 전세를 뒤집으려고 했지만, 브리튼 연합 왕국의 성과 도시 들은 수성에 취약했다.
자유도시들은 성벽도 높지 않았으며 방어 시설도 취약했다. 설상가상으로 군사 요새들은 보급 물자도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클라우드 길드가 필요할 때마다 빼서 소모해 놓고 보충을 하지 않은 것이다.
클라우드 길드는 브리튼 연합 왕국에서 자라난 길드였다. 그렇기 때문에 내전은 겪어 봤어도 국가 간의 공성전은 경험해 보지 못했다.
영주들끼리의 공성전에서는 성벽만 버텨 주면 궁수들과 마법사들을 배치하여 얻는이득이 굉장히 크다. 하지만 하벤 왕국의 군대는 약한 성벽 따위에 의지해서 버틸 수가 없었다.
"바드레이라도 막으면 무언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용병 지원 상황은 어떻습니까? 전쟁에 참여하면 지급하는 돈을 늘렸을 텐데요."
"유저들이 거의 나서지 않습니다. 거듭된 패배에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패배한 쪽을 살려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브리튼 연합 왕국의 유저들이 용병 계약을 하고 클라우드 길드와 같이 싸울 수 있었다.
물론 클라우드 길드 역시 대외적인 이미지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전쟁 용병은 돈을 보고 하는 것이라서 많은 유저들이 참여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불리한 상황을 대변하기라도 하듯이, 이번에는 용병 고용 비용을 3배나 늘렸는데도 모집이 잘되지 않았다.
헤르메스 길드의 작악성 때문에, 패배하고 죽임을 당하면 잃는 것이 더 크기 때문이었다.
"바싸더라도 다크 게이머라도 고용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다크 게이머들은 연락 사무소도 폐쇄하고, 전쟁에는 참여하지 않는다고 선언을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계속 필패입니다. 모든 면에서 우리가 갈수록 불리해지고 있습니다."
"아직 우리가 내보내지 않은 군대도 많이 있습니다. 훗날 전쟁을 일으킬 때를 대비해서 훈련시키고 있는 군대도 있고요."
"지금 당장 시간과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이 제일 큰 문제죠. 적의 파상 공세가 너무도 대단합니다. 오데인 요새와 시슬레 성에서 장기전을 꾀할 수는 있지만, 이곳들마저도 무너지게 되면 수도 함락도 시간문제일 것입니다. 어떻게 하든 이곳들은 지켜야 됩니다. 그리고 전력을 모아서 강력한 반격을 가해야 합니다."
하벤 왕국과 브리튼 연합 왕국.
그렇지만 그 배후에는 헤르메스 길드와 클라우드 길드간의 전쟁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왕국 간의 격차도 있었고, 평원에서의 대전이 벌어지고 있었기에 유저들은 걱정하면서도 오랜만에 시원한 큰 전투들을 구경했다.
겉으로 보이기에는 클라우드 길드의 연전연패. 하지만 대륙 최대 명문 길드 중의 한 곳이기에 숨은 저력도 만만치는 않았다.
클라우드 길드에서는 여러 번의 피해를 입었지만 아직 엄청난 군대가 남아 있었고 브리튼 연합 왕국의 빼앗긴 땅은 10% 정도밖에 되지 않앗다.
국경 부근이 무너졌다고 해도 전쟁은 이제부터였다.



<서윤의 웃음>

위드는 3개의 레벨을 더 올릴 때까지 사냥만 했다.
던전에 있다 보면 중앙 대륙의 전쟁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린 채로 사냥에 집중할 수 있다. 그렇지만 조미료, 숫돌같은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서, 아르펜 왕국의 영토 확장으로 얻게 된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서, 아르펜 왕국의 영토 확장으로 얻게 된 유셀린 마을에 가끔 가야 되었다.
"헤르메스 길드가......."
"클라우드 길드도 보통이 아니야. 그런 대군을 어쩜 그리 빠르게 조직했는지 모르겠어."
광장에서 유저들과 주민들은 전쟁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위드는 아르펜 왕국의 국왕으로서 전쟁과 무관한 관계가 아니었다.
"안 돼. 신경 쓰지 말아야 해. 이러다가 두통약을 먹어야 할지도 몰라."
자칫 만성 변비까지 걸리게 될지도 모를 노릇!
현대에 살다 보면 만날 혼란의 연속인 정치판, 도무지 일 자리가 안 생기는 경제, 범죄와 부패가 판을 치는 사회를 보게 된다. 차가운 도시 남자 이전에 스트레스에 찌들어서 술과 커피, 두통약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냥 잘 먹고 잘 사는 거만 생각해야지. 그리고 텔레비전을 보며 욕을 하고 싹 잊어버려야 돼. 세상은 어차피 도둑놈들로 가득하니까."
중앙 대륙의 전쟁은 머지 않아 정말 큰 위기가 될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벤 왕국이든 브리튼 연합 왕국이든, 그들 중 승자는 거대한 제국을 이루게 된다.
북부의 경제가 발전하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는 정말 달갑지 않은 소식이었다.
그렇지만 애만 태운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위드는 사냥에 충실하면서 조각품을 깎았다.
던전 사냥을 계속하다 보니 슬슬 지겨워졌는지, 페일 일행은 모라타에 가서 놀고 있었다.
"고작 하루에 18시간밖에 사냥을 하지 않았는데... 쯧쯧!"
현실 기준으로 24시간 중에서 18시간씩 사냥.
로열 로드에서의 시간은 그 4배였다.
며칠 정도는 기꺼이 같이할 수 있었지만, 이 주일이 넘어 가면서부터는 몬스터만 보면 경기를 일으키는 현상까지 벌어졌던 것이다.
적당히 전투를 하는 것도 아니고 빠른 이동과 쾌속 사냥이 이루어지다 보니, 결국에는 동료들마저 모라타로 피난을 갔다.
바하모르그와 서윤이 있어서 그나마 원하는 대로 사냥을 할 수 있었다.
사냥을 다녀오면 사제들은 지쳐서 쓰러지기 때문에 도시로 가서 항상 다른 이로 교체를 했다.
위드가 틈틈이 만드는 조각품은 환상적이라고 해도 될 만큼 성공적이었다.
많은 조각품을 깎다 보면 나중에는 무엇을 깎아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벌어지고 만다.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얻는 것은 필수였다.
대륙의 금역을 다니면서 절박한 마음에 악착같이 작품들을 만든 적도 있었다.
"이것저것 많이도 만들었지. 그리고 지금 조각해야 할 것은......."
가까운 곳에 최상의 모델이 있었다.
태양과 해, 바람, 구름. 장엄한 자연을 바탕으로 조각하기도 했지만 구태여 그럴 필요가 있겠는가.
위드가 조각품을 깎고 있으면 서윤은 곱게 자리에 앉아서 구경을 했다.
위드는 무심코 말했다.
"저기, 조각품 좀 깎아도 돼?"
"네?"
"너를 대상으로 말이야."
"......"
서윤이 당연히 거절하리라고 여겼다.
다른 사람에게는 가면을 쓰고 얼굴조차 보여 주지 않는 그녀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억지로 말을 걸거나 달라붙는 사람은 가차 없이 죽이는 버릇까지!
그런데 예상외로, 서윤은 창피하지만 허락하겠다는 뜻으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흠흠, 예쁘게 깎아 줄게."
위드는 그녀를 모델로 해서 조각품을 깎으면 되었다.
정면에서 얼굴을 쳐다보면서 조각품을 깎으려니 괜히 마음이 떨렸다.
서윤의 얼굴은 같이 다니면서 날마다 보면서도 그때마다 정말 예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자세히 보면 더욱 빛이 나는 외모였다.
그 모습을 조각하고 있으니 저절로 조각품에 진지해지게 되었다.
위드가 정성껏 조각을 하는 광경을 보면서 서윤은 부끄러워도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저기, 검을 들고 있어 볼래?"
"이렇게요?"
자세도 바꾸어 가면서 다양하게 그녀의 조각품을 만들었다.
"다른 옷 없어? 갑옷이 아니라 평상복도 입어 보면 좋을 것 같아."
던전에서 그녀를 조각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생명력과 마나, 체력이 다 찬 것도 모르고 조각품에 빠져 있을 때도 있었다.
그렇게 조각품을 깎다 보면 미녀의 조각상이 간단히 나온다.
신이 내린 여성의 아름다움.
프레야 여신이 질투할 정도의 미모.
황금 비율의 조각상.
걸작에 명작들이 나왔다.
그동안 서윤의 조각상을 많이 만들어 봤지만 미칠 듯한 미모에는 유통기한이 없었다. 평생을 봐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얼굴이란 이런 걸 두고 말하는 것이리라.
"음... 그래도 조각상마다 표정에 변화가 없어서 단조로운 느낌인데."
위드는 서윤의 조각품을 깎으면서 조금 아쉬웠다.
사람은 표정이나 몸짓에 따라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보다 여러 가지의 다른 모습들도 조각하고 싶었던 것이다.
조각사로서, 어쩌면 한 남자로서의 욕심!
"이 포도주를 조금 마시면서 감미로운 것 같은 표정을 지어 봐."
서윤은 포도주를 마시고 어색해했다.
얼굴 표정을 일부러 지으려고 하니 잘되지 않는 편이었다.
위드는 원하는 모습을 얻으려면 좀 더 능숙하게 전달을 해야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감미로운 건 조금 어려울 것 같고, 편안한 표정부터 시작하자. 그러니까... 사냥을 마치고 푹 쉬고 잇어. 그럴 때의 표정을 지어 봐."
"......?"
서윤은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사냥을 끝내고 나면 지쳐서 휴식을 취할 뿐이었다.
"광장의 분수대 옆에서 쉬고 있는 거야."
"......"
"아니, 그냥 와삼이 등에 누웠어."
"아!"
그때야 정확히 나오는 서윤의 한결 편안해하는 얼굴!
와삼이를 타고 구름층을 뚫고 올라가서 바람과 햇볕을 맞는 순간처럼 편안한 적이 없다.
위드는 그녀의 표정을 조각품으로 남겼다.
"이번에는 은새랑 황금새랑 장난을 치고 있는 거야."
"어떤 장난요?"
"은새의 깃털을 뽑으면서......"
"그건 괴롭히는 거잖아요?"
말로 설명이 완벽하게 되지 않을 때는 은새와 황금새를 소환해서 놔두었다.
조금의 시간만 주어도 2마리의 새들은 툭탁거리며 싸운다가도 친밀하게 부리와 날개를 서로 비비면서 놀앗다.
서윤은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음, 더 예뻐졌군.'
위드는 그 장면도 조각품으로 남겼다.
서윤은 무표정하게 있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 순간은 정말 빨리 지나가 버린다. 정확하고 세밀한 관찰력이 잇어야 조각 할 수 있었다.
둘만 있으면서 조각품을 만들고, 완성되면 서윤에게 보여 주었다.
"어때, 괜찮지?"
"......."
서윤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조각품을 깎아 줄 수 있는 사람은 위드밖에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녀의 기분도 좋아졌다.
"이거 널 표현한 거지만... 내가 가져도 될까?"
서윤에게 위드의 말은 드라마 남자 주인공의 대사보다도 더욱 달콤하게 들렸다.
"그래...요"
부끄러우면서도 이렇게 행복한 순간이 있었나 싶엇다.
그녀가 생각하기에도 위드가 조금 둔했지만 이제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준 것 같았다.
위드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잘됐군.'
모라타에서 서윤의 얼음 미녀상이 발굴되었다.
예전만 하더라도 서윤을 무척이나 무서워해서 빙룡에게만 생명을 부여하고, 아깝지만 방치해 두었던 것이다.
그 얼음 미녀상이 발굴되고 나서 모라타의 유저들은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으아... 보고 잇으니까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예쁘다."
"이런 얼굴이 진짜 존재한 수는 없잖아. 이런 상상을 할수 있다니, 위드의 조각술 실력은 정말 하늘에 닿았네."
"크흐흑, 29년간 여자 친구를 못 사귀어 본 나에게 주어진 선물이구나."
"모라타를 떠날 수 없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생겼습니다, 여러분!"
유저들은 얼음 미녀상을 지극히 아꼈다.
풀죽신교에서 모라타의 보물 조각품 1호로 지정할 정도.
위드가 모험을 하고 전투를 하는 것도 물론 좋아하지만, 일부 유저들은 조각품에 더 기대를 했다.
- 얼음 미녀상과 관련되 조각품을 더 보고 싶습니다.
- 조각술이 제 마음을 완전히 홀려 버렸네요. 이제는 얼음 미녀상의 꿈도 꿨어요.
- 저는 말을 타고 다른 지역으로 모험을 갔거든요. 그리고 다음날 다시 돌아왔어요. 얼음 미녀상을 보고 싶어서요.
유저들의 반을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환상적인 옵션이나 예술성을 가진 다른 대작들을 물리치고 대중적인 인기에서는 최고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여기에 위드가 서윤이 행복해하는 조각품들을 예술 회관에 전시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매일 사람들로 붐비게 되겠지. 그러면 입장료가.......'
관람객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면 집도 팔고 논도 팔고 자동차도 팔고 회사에 사표를 쓴 다음에 퇴직금까지 바치고 패가 망신할 수준!
위드는 과거 서윤의 차가운 표정에 아쉬움을 느끼며 조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의 눈빛은 간호 아침 햇살처럼 따뜻해 보일 때도 있었다.
서윤의 경직되어 있지 않은 다양한 얼굴 표정은 당연히 위드이기에 보여 주는 것이었다.
다른 조각사가 실력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불가능한, 위드 만이 만들 수 있는 소중한 조각품.
'예술 회관 전시 부분을 잘 생각해 봐야 되겠군. 아무래도 좋은 생각은 아니야.'
위드는 짧은 생각을 바탕으로 서윤의 조각품을 진열하여 함부로 돈을 벌려고 하지 않기로 했다.
'나중에 제값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낫겟지.'
양심의 가책이 아니라 조금 미루어 둘 뿐.
위드와 서윤이 사냥을 하는 순간에는 바하모르그와 반 호크, 토리도가 거의 같이 다녔다.
거의 가족처럼 다니면서 던전을 쓸어버리는 무리!
"나처럼 고귀한 혈통을 가진 밤의 귀족이 땀 냄새가 물씬 풍기는 바바리안과 어울려야 하다니, 불쾌하기 짝이 없군."
반호크야 충성스러운 어둠의 기사였지만, 토리도는 다소 말을 안 듣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다가 날 잡아서 바하모르그에게 제대로 두들겨 맞고 얌전해진 토리도였다.
바하모르그는 전투를 정말 좋아했다. 성격 자체가 강해지기 위해서 살아간다고 해도 될 정도다.
위드가 새로 생명을 부여하면서 과거보다는 다소 약해졌기 때문에 더욱 전투에 열을 올렸다.
서윤과 위드가 바하모르그를 따라가면서 전투를 해야 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는 아직 위드를 경계하며 완전히 믿지 않았다.
"내가 모셔야 할 유일한 황제가 있다면 그는 게이하르 폰 아르펜이다."
바하모르는 워리어로서 자신보다 약한 위드에게 충성심을 보이지 않았다.
되살아나게 해 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같이 다닌다는 것이 맞을 정도.
싸우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었다.
"약하면 천천히 와라."
위드와 서윤도 기다리지 않고 던전의 보스 몬스터를 혼자서 잡으러 갈 정도로 타고난 전사였다.
그러나 위드가 서윤의 조각품을 깎으면서부터는 바하모르그도 진지한 얼굴을 하고 옆에서 구경을 했다.
게이하르 폰 아르펜.
조각사로서 황제가 된 사람의 모습을 위드를 보며 떠올리는 것이리라





위드는 다시 4개의 레벨을 올리도록 사냥과 퀘스트, 조각품의 완성을 반복했다.
그야말로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사냥에의 완벽한 집중!
아르펜 왕국의 영토에서 주민들의 의뢰를 받으면서 새로운 던전과 마굴을 발굴하고 다닌 것이다.
그렇게 열심히 퀘스트와 사냥을 하니 주민들이 떠들었다.
"아르펜 왕국의 미래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겠어. 국왕 폐하가 우리를 몬스터로부터 지켜 주니 말이야."
"홀덴 던전을 최초로 깨끗하게 정리한 전사들이 나타낫다는군. 놀라지 말게. 그들 중에는 우리의 국왕 폐하가 있어! 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
"마을 입구에서 오래전에 잃어버린 물건을 찾던 노인을 본 적이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나서 주었지만 모두 실패했지. 그 노인이 그 물건을 드디어 찾았다고 해. 국왕 폐하이신 위드 님께서 해내셨다는군!"
위드의 사냥과 퀘스트가 주민들로 하여금 소문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은 던전들은 상당히 많은 보물을 간직하고 있었다. 최초 탐험가만이 누릴 수 있는 해택으로, 과거 니플하임 제국 시절의 그 부유하던 재물들을 몬스터들이 약탈한 것을 다시 빼앗는 것이다.
위드의 조각술 숙련도도 고급 9레벨이라서 느리지만 착실히 쌓여 가고 있었다.
서윤과 있을 때는 그녀의 조각품을 깎다가 페일 일행과 있으면 화령, 벨로트, 이리엔, 로뮤나를 대상으로 삼았다.
"여자들의 질투란 끝도 없지. 여자들의 조각품을 만들 때에는 작고 사소한 부분도 예쁘고 매력적이라고 무조건 칭찬을 해 줘야 돼."
살면서 자연히 깨닫게 되는 인생철학.
바하모르그가 있으니 전투에서의 돌파력이 보통이 아니었다. 독을 뿌리거나 이동력을 깎는 등의 번거로운 기술을 가진 보스급 몬스터라고 하더라도 바하모르그에게 싸우라고 지시하고 측면이나 뒤를 공격한다면 쉬워졌다.
바바리안 워리어 바하모르그!
그는 특별한 존재감으로 몬스터의 시선을 잡아끄는 재주가 있었다. 몬스터들은 그를 보면 무언가 위협을 느껴서 무작정 공격을 하는 것이다.
"맷집이나 인내력이 잘 오르지 않는 건 문제로군."
레벨이 잘 올라도 문제.
모든 스킬과 스탯이 골고루 자라야 나중에도 벽에 부딪치지 않고 계속 강해질 수 있다.
"바하모르그, 이곳에서는 내가 앞으로 나서겠다. 나를 공격하는 녀석들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말도록 해."
"원하는 대로 해라."
위드는 몬스터의 공격을 몸으로 받았다.
"역시 맞아야 사냥하는 맛이 나지."
그동안 조금 미진했던 부분까지 채워지는 기분!
위드는 몬스터와 싸우면서 공격보다는 수비에 대한 계산을 많이 했다.
전에는 주로 사제 없이 다녔으며 전투 중에 다른 몬스터가 난입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확실한 곳이 아니면 생명력을 바닥까지 낮추기는 어려웠다. 그렇지만 이제는 배 째라는 식으로 실컷 맞으면서 더욱 치열하게 공격했다.
바하모르그는 자신의 전투에만 관심이 있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위드가 위험하면 고함을 지르면서 몬스터들을 유인해 갔다.
이리에이나 사제도 데리고 다니고 있었기에 우사시에는 치료를 받을 수가 있다.
그리고 슬로어의 결혼반지!
목숨이 경각에 달하면 배우자로 부터 생명력을 가져올 수 있는 기능.
물론 정말 강한 몬스터에게 결혼반지만 믿고 덤빌 수는 없지만, 조금 더 위험하게 사냥을 하는 데에는 든든한 밑천이 었다.
위드는 광전사의 스킬까지 쓰면서 활약할 수 있었다.
과거의 전투보다도 더 맹렬하게 싸우며 바하모르그와 비슷하게 거칠어졌다.
위드는 원래 이런 전투를 좋아했다.
강렬하게 몬스터와 죽기 살기로 싸우자는 식!
스탯과, 현재 습득하고 있는 다양한 스킬의 숙련도를 차곡차곡 높이는 것이다.
"국왕이 좋긴 좋아."
퀘스트의 보상도 크고, 친밀도가 없더라도 의뢰를 원하는 대로 고를 수 있는게 장점.
그간 정상적인 사람이 없는 지골라스, 불사의 군단이 지배하던 바르고 성채 등을 많이 다녔다. 하지만 지금은 아르펜 왕국의 영역 내에서 모험을 하면서, 초보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평원에서 잔뜩 긴장한 채 걸어오는 초보자들의 파티.
위드는 그들에게 경고를 해 주었다.
"앞쪽으로 가면 굶주린 하이에나 떼가 있습니다. 32마리 정도 되더군요."
정확한 숫자까지 파악하고 있는 것은, 위드의 분류 기준은 짐승이 아니라 가죽이었기 때문!
하이에나의 가죽은 싼값에 팔리고, 정말 빨리 잡지 않으면 대다수는 도망쳐 버린다.그렇기 때문에 입맛만 다시면서 지나쳤던 것이다.
"감사합니다. 저희로는 조금 버겁겠지요?"
"레벨이 65를 넘으면 가셔도 되는데... 대략 6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군요."
"헉, 그렇게 정확히......"
"장비하고 있는 아이템을 보고 알았습니다. 한 분이 사슬 갑옷을 입고 있고, 다른 한분은 가죽 갑옷이군요. 그 가죽 갑옷에는 몬스터의 이빨 공격에 대한 방어력을 높여 주는 옵션이 있죠?"
5명으로 이루어진 파티는 깜짝 놀랐다. 상대방이 너무나도 훤히 그들의 사정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조심해서 간다면 사냥이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화상을 잘 겨누시고, 뭉쳐서 덤벼드는 건 주의하시면 됩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친절하게 알려 주셔서요."
"뭘요. 다 서로 돕고 도우면서 사는 것이지요."
위드는 넉넉한 여유까지 생겼다.
저들이 다 세금 줄이기 때문에 가능한 살아남는 편이 좋다.
그렇게 사냥을 하면서 조각품을 만들다 보니 조각술 숙련도는61.5%가 되었다.
손재주 역시 고급 9레벨에 63.7의 경지. 요리는 중급 9레벨 99%, 대장장이도 고급 1레벨에, 재봉도 중급 7레벨.
가히 노가다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생산 스킬들에, 전투 스킬까지 마구 올리고 있었다.
"조각술의 비기를 정해야 되는데......"
위드는 사냥을 하면서도 여전히 결정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욕심이 많다 보니 벌어지는 일.
서윤의 조각품을 깎으면서 조각술이 늘어나고 있기에 빨리 선택을 해야 되는데. 그러면 사냥도 월활해지고, 어쩌면 조각술을 마스터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테니까.
고민하던 중, 위드는 불현듯 서윤이 그가 원할 때는 같이 다니며 부탁을 거절한 적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혼반지로 생명력을 분배받은 적도 몇 번 있는데 전혀 아까워하지 않았지.'
광전사인 그녀는 위드보다 더 많은 몬스터를 잡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바하모르그처럼 먼저 앞서 가지 않았다.
위드의 곁에 있으면서, 조각품을 깎는 그 길고 긴 시간 동안 지켜봐 주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서윤을 떠올리면 눈을 빛내면서 그의 행동을 지켜보는 모습이 떠올랐다.
위드는 혹시나 싶어서 그녀에게 물어봤다.
"만약인데 말이야."
"......?"
"내가 대출 보증 서 달라고 하면 서 줄 거야?"
"......"
이보다 더 확실히 마음을 알아볼 수 있는 질문은 없으리라. 요즘 세상에 친구는 물론이고 형제끼리도 보증을 서 달라고 하면 싸움이 나는 건 예사였으니까.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지.'
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보증을 설 수 있다고?"
"그래요. 제가 할 수만 있다면요."
"음... 그러면 이것도 만약인데 말이야, 내가 사냥을 하다가 위험에 빠졌어. 대신 죽어 줄 수도 있어?"
서윤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빛은 당연한 걸 왜 물어보냐는 식이었다.
'하기야 지골라스에서 쿠비챠와 싸우다가 죽어 주기도 했지.'
위드는 그보다도 큰 희생이 필요한 것을 머릿속에서 찾아냈다.
"매가 다단계에 빠지면?"
"물건 사 줄게요."
"도박한 돈이 필요하다고 하면?"
"계좌 이체해 줄게요."
현대사회에서 보여 줄 수 있는 지고한 애정!
위드는 더욱 심각한 상황을 떠올렸다.
'이것만큼은 절대 받아들이기 어려울걸.'
그녀의 입에서 과연 어떤 대답이 나올지 기대가 되었다.
"내가 많이 아파. 그래서 간을 이식해야 되는데... 그것도 해 줄 수 있겠어?"
"......"
간 이식은 작은 수술이 아니었다.
이식을 해 주고 나서 회복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멀쩡한 배를 갈라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있어요."
"골수이식은?"
"해 줄게요."
위드는 이제야 서윤이 한 말들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하긴 나도 집에 금누렁이 있지, 금빙룡도 있고, 금와삼이도 있거든."
"......"






<시슬레 성의 전투>

위드가 사냥에 집중하는 사이에 시간은 흘러 헤르메스 길드와 클라우드 길드 간의 전쟁도 확대되고 있었다.
거대한 길드의 역량을 총동원한 정쟁!
헤르메스 길드는 대륙에서 가장 많은 유저를 보유 하고 있었으며, 고레벨 유저도 클라우드 길드보다 풍부했다.
하벤 왕국의 병사들도 훈련도와 무장 상태에서 브리튼 연합 왕국보다 뛰어나서, 초반에 거세게 공격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점령 지역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많은 병사를 필요로 한다.
클라우드 길드에서도 지금의 번영이 그냥 운 좋게 된 것은 아니라는 걸 저력으로 보여 주었다.
막강한 정예부대를 구성하고, 다른 용병단과 길드 들을 동맹으로 끌어들여서 반격!
헤르메스 길드도 처음으로 패전을 기록하게 되면서, 전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었다.
곡물이 익어 가는 곡창지대가 기병들에 의해 짓밟히고, 마을들은 잿더미가 되었다.
헤르메스 길드와 클라우드 길드는 매일 크고 작은 규모의 전투를 치르면서 땅을 빼앗기 위해 싸웠다. 그러면서 양측의 대군이 브리튼 연합 왕국의 군사와 교통의 요충지라고 할 수 있는 시슬레 성으로 모이게 되었다.
이곳을 헤르메스 길드가 함락시키게 되면 자유도시 3개가 그들의 소유가 된다.
클라우드 길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켜야 하는 입장이라서 물러서지 않고 대군을 투입햇다. 헤르메스 길드 역시 이곳에서 승부수를 띄우기 위하여 많은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었다.
전쟁의 승패가 시슬레 성에서 사실상 결정 날 것으로 보이기에 방송국들은 생중계를 결정했다.
두 왕국이 결판을 벌이는 것이었으니 로열 로드의 유저들도 이곳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위드도 페일 일행과 같이 있으면서 그 정보를 듣게 되었다.
베르사 대륙의 역사와 힘의 균형이 바뀔 수 있는 날이 었다.
"우린 모라타의 선술집에서 맥주나 마시면서 볼 계획인데 위드 님은요?"
페일이 그날 뭘 할 것인지에 대해서 물었다.
"같이 놀아요, 네?"
수르카가 옆에서 졸랐지만, 지금까지 위드는 헤르메스 길드가 전쟁을 벌이는 내내 던전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었다. 그날도 던전에서 보내더라도 조금도 이상할 게 없으리라.
위드는 페일에게 물었다.
"시슬레 성에서의 승자가 전체적인 전쟁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다는 게 사실입니까?"
"예. 메이런이 그러는데 이번 전투의 규모가 너무 커서 여기서 밀린 쪽은 회생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군요. 클라우드 길드가 이기면 잃었던 영토를 되찾고 라살 왕국에 대한 영향력도 높일 수 있겠죠."
"헤르메스 길드가 이긴다면요?"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높은데요, 헤르메스 길드가 이긴다면 브리튼 연합 왕국을 잡아먹는 것도 시간문제이고요. 클라우드 길드에서는 남아 있는 병력을 다 동원하더라도 지금처럼 많은 군대를 끌어모으지는 못할 테니까요. 다만 어느정도로 크게 이길수 있느냐가 관건이겠지만요."
유저들이야 죽더라도 하루가 지나면 다시 살아나게 된다. 그렇지만 높은 레벨로 올라갈수록 잃어버리는 게 많아지니 죽음에 대한 공포심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었다.
길드의 역량을 총집결한 전쟁에서 패하게 된다면 심리적으로 어지간해서는 다시 싸우기가 부담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유저들은 그나마 살아난 이후를 노릴 수 있는 기회라도 있지만 NPC들로 이루어진 부대가 전멸을 하게 되면 그걸로 끝.
징집을 해서 훈련을 시키고 전쟁에 투입하려면 시간과 돈이 많이 필요했다.
시슬레 성에서의 전투에서 패배하여 병사와 기사 들이 죽는다면 그 피해를 단기간에 복원하기는 불가능하리라.
화령이 살짝 애교를 부렸다.
"위드 님임, 선술집에서 갑이 봐요. 통닭도 시켜 드릴게요."
선술집에서 대형 수정 구슬을 보면서 맥주와 통닭을 먹는 기분이 최고이지 않은가.
전쟁이 벌어지거나 혹은 로열 로드의 중요한 방송이 있는날이면 사람들은 항상 선술집으로 모였다.
위드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선술집은 안 되겠습니다."
"휴......"
화령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좋은 시간을 자길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
대도시가 된 모라타에서 사람들과 시끌벅적하게 떠들면서 전쟁을 구경하는 것도 로열 로드의 즐거움 중 하나였다.
특히 북부에는 헤르메스 길드 욕을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그들과 함께 욕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 해소도 되고 좋았다.
위드에게는 다른 계획이 잇었다.
"시슬레 성 부근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게 될 테니... 그곳에 가서 통닭과 오징어를 팔아야 되겠군요."
"정말요!"
화령의 눈이 번쩍 뜨이게 만드는 이야기.
페일과 수르카, 제피, 로뮤나, 벨로트의 얼굴 표정도 바뀌어 있었다.
수정구슬로 보는 것보다는 가까운 장소에서 전투 구경을 하는 것이 휠씬 좋다.
이동 수단이야 와이번을 타고 가도 되지만, 간단히 가는 것이라면 유린의 그림 이동술을 활용하면 편했다.





아름다운 루가 강의 옆, 시슬레 성에서 벌어지는 전투.
헤르메스 길드는 무려 31만이나 되는 대병력으로 진군하였다.
시슬레 성은 브리튼 연합 왕국에서도 핵심적인 군사 요충지라서 전쟁 준비가 상당 부분 이루어져 있었다.
성 앞에는 대군이 싸우기에 좋은 넓은 평원이 있었지만, 클라우드 길드는 성문을 닫아 걸고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들은 수성을 준비하면서 베르메르에서 출발한 구원군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공성전이 벌어지는 도중에 구원군이 도착하면 헤르메스 길드의 병력을 협공할 수도 있었다.
"땅콩 팝니다."
"오징어 있어요. 양에서만큼은 절대 속이지 않는 상인 얀송이 팝니다."
"시원한 음료수, 와인과 맥주도 판매합니다! 양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어서 서두르세요."
시슬레 성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은 구경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전쟁이 벌어져도 갑자기 휩쓸리지 않을 만한 안전한 곳에서 구경을 하기 위해서, 브리튼 연합 왕국은 물론이고 인근 왕국에서도 모였다.
불난 집과 싸움 구경만큼 사람들을 몰리게 하는 사건도 없는 것.
위드의 경쟁자들도 장사를 하기 위하여 많이 와 있었다.
"그래도 장사에는 무리가 없겠군."
위드는 장사용 마차에 오징어와 땅콩, 팝콘, 통닭, 맥주와 각종 주류를 충분히 준비했다.
마판의 상회를 통하여 브리튼 연합 왕국의 영토 내에서 직접 납품받은 것이었다.
재료만 마차 세 대 분량!
구경을 하는 동안 놀 수는 없으니 돈도 벌면서 요리 스킬의 숙련도도 올리기 위해서였다.
"자, 닭 다리 뜯어 보세요. 긴말하지 않겠습니다. 9골드!"
주변 사람들과 차별화되는 고가 전략!
장사란 남들보다 조금 맛있게 그리고 엄청 비싸게 팔아야 이득이 많이 남는다. 가격이 높을 수록 사람들의 기대치도 더 올라가고, 급기야는 호기심 때문에라도 사 먹게 된다.
"죽이네. 이거 어디서 나는 냄새지?"
"저기에서 파는 건가 봐. 사 먹어 볼까?"
위드는 장사를 하면서 전쟁이 벌어지기만을 기다렸다.
시슬레 성의 성벽을 사이에 두고 일촉즉발의 분위기였다.
화살 하나라도 날리면 금세 터질 듯한 분위기!
"위드 님."
"저희 이제 왔어요!"
화령과 벨로트, 수르카도 도착했다. 그림 이동술로 미리 근처까지 와 있다가 시간을 맞춰 접속한 것이다.
"꺄... 재밌겠다."
"이런 전투를 구경한 일도 거의 드물 텐데요."
"응. 앞으로 언제 또 볼지 몰라."
그녀들은 전쟁 구경을 하려고 했지만, 위드의 요리를 돕는 일에 동원되어야 했다.
"뭐, 도와주신다면 고맙기는 하죠. 자, 여기 앞치마요."
위드는 미리 그들의 숫자에 맞춰서 앞치마까지 갖춰 놓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전쟁터 앞에서 요리 장사를 하는 경험도 흔히 하기는 어려운 것.
"진짜 맛있네."
"아저씨, 닭 날개는 언제쯤 돼요?"
위드의 수레 앞에는 손님들이 계속 줄을 섰다.
"닭 날개가 지금부터 11골드로 올랐습니다."
"왜 가격을 올려요!"
"잘 팔리니까요. 싫으시면 다른 곳에 가서 드세요!"
"완전 야비하다."
"칭찬 감사드립니다."
이것이야말로 악덕 상인으로서의 면모!
전쟁이 벌어지거나 말거나 바가지 영업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왕국 간의 전쟁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 중에는 레벨이 높은 사람들이 많았기에 음식물의 가격 정도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위드는 통닭을 튀기면서 그 기름을 버리지 않고 계속 재활용했다.
손님들이 보는 시선이 있기에 약간의 처러 과정은 필요했다. 기름을 통에 부어 놓은 후에 다른 기름을 꺼내서 쓰다가 슬쩍 다시 예전의 기름을 사용하는 전략!
위드의 요리 스킬이 높기 때문에 다들 먹는 데 정신이 팔려서 한 번도 걸리지 않은 비법 중의 비법이었다.
'작년에 만든 기름인데 오래도 쓰는군.'
순수 동물성 돼지기름.
재활용을 거듭하고 있었지만 아직까지 요리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물론 통닭 등을 만들 때는 아무리 잘해도 스킬 숙련도가 잘 오르지 않아서였다.
위드도 직접 요리를 먹을 때에는 나쁜 기름은 쓰지 않았다. 최소한 자신과 가족들에게는 좋은 음식만을 먹인다는, 음식 장사로서의 물러설 수 없는 곧은 양심!
"자, 자! 담백하고 건강에도 좋은 통닭입니다. 곧 재료가 떨어지면 영업을 그만둘 테니 어서 주문해 주세요!"
위드가 장사를 하는 사이에 시슬레 성을 볼 수 있는 어지간한 장소들은 구경꾼들로 넘쳐 났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다른 부분은 억압적이었지만 전투 구경에 대해서만큼은 관대했다. 그들의 군대를 지켜보고 공포에 질리게 하여 복종을 유도하는 전략이었다.
"완전 멋있지 않냐."
"헤르메스 길드의 전투는 아무리 봐도 질리지가 않아. 정말 엄청난 군대란 말이지."
"앗, 저기 거인 기사 보에몽이다."
헤르메스 길드의 무력을 상징하는 기사 보에몽.
바르레이 친위대 소속이며 레벨은 440을 넘었을 거라는 평가였다.
그는 바바리안 기사로서 남들보다 우월한 덩치를 가졌다.
그의 말도 다른 기사들의 것보다 휠씬 커서, 정장에서 쉽게 눈에 띄었다.
위드는 손님에게 팔 브렌디에 물을 타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강해 보이기는 하는군. 장비들도 최상품이고. 어디 뒷골목 같은 곳에서라도 만나면 조용히 해치워 버릴 수 있을 텐데."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전력을 나누어서 시슬레 성으로 두갈래로 진격을 했다.
바드레이가 지휘하는 군단은 우회하여 루가 강을 건너고 있었으며 이들의 목표는 클라우드 길드에서 나온 구원군의 요격.
보에몽은 어마어마한 숫자의 공성 무기와 같이 시슬레 성을 함락시키는 임무를 맡았다.
그는 인내심이 약하고 기다릴 줄을 모르는 기사였다.
"공격하라, 기사들이여! 하벤 왕국의 대륙 통일을 위하여 저항하는 적들을 없애라!"
헤르메스 길드의 전면적인 공격 개시!
"와, 이제 전쟁이 벌어진다."
"벌써?"
"화끈하기도 하네."
바퀴가 달린 공성 병기들이 전진하자 수비 측에서 마법 공격이 날아왔다.
시커먼 연기를 꼬리에 물고 날아오는 불덩어리, 얼음의 창, 괴물의 형상을 하고 있는 흙더미 등.
이를 당연히 예상하고 있던 헤르메스 길드의 마법사들은 공성병기를 지키기 위해 일제히 보호 마법을 펼쳤다.
바람의 막, 물과 공기의 장벽 등이 공성 병기 앞을 가로막았다.
공격 마법과 방어 마법의 정면충돌!
하늘에서 불꽃놀이가 굉음과 같이 펼쳐지며 땅이 뒤흔들리면서 울렸다.
몇몇 공성 무기들은 보호벽을 뚫고 공격을 당하여 완전히 박살 나고 말았다.
마법 전투의 웅장함!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이런 피해를 감안하여 공성 무기를 220기 이상 동원했다. 라살 왕국을 공격할 때에는 쓰지도 않았던 공성 무기를 이곳의 전투를 위하여 몽땅 가져온 것이다.
마법 공격을 중단시키기 위해서는 성벽을 빨리 부숴 버리는 것이 필수였다.
"성을 완전히 부숴라. 발사하라!"
"계속 쏴라!"
공성 무기들이 커다란 강철 화살과 바윗덩어리를 시슬레 성을 향하여 쏘아 냈다.
상황이 바뀌어서 시슬레 성에서는 이를 요격하기 위한 마법 방어에 나섰지만 감시탑과 성벽 등이 셀 수 없이 타격당하고 있었다.
루가 강과 잘 어울리는 건축물이었던 시슬레 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공성 무기들로 인하여 부서지고 처참하게 변해 갔다.
위드의 장사도 이때부터는 잘되지 않았는데, 구경꾼들이 먹기보다는 전투에 정신이 팔려 있었기 때문이다.
공성전이 벌어지게 되면 30분, 1시간이 언제 지나 버렸는 지도 모를 만큼, 시간 흐르는 것마저 잊어버릴 정도였다.
그런데 파괴력이 강한 공성 무기일수록 내구도에서만큼은 약하다. 몇 차례 사용하다 보니 고장 나는 공성 무기들이 속출했다.
"진군하라!"
길게 울려 퍼지는 뿔피리 소리.
하벤 왕국의 군대가 전진했다.
원거리 공성 무기에 얻어맞고만 있던 시슬레 성에서도 화살이 하늘을 뒤덮을 기세로 쏘아지고 있었다.
헤르메스 길드에서 내보낸, 몬스터들이 끄는 성문 파괴용 마차도 진격하였다.
"우와아아아!"
"가자! 몽땅 죽여 버려라!"
"하벤 왕국의 영광을 위하여!"
"바드레이 국왕 폐하를 위하여 적과 싸우자!"
하벤 왕국의 군대는 화살의 피해를 받으면서도 성벽으로 달려갔다. 사다리와 밧줄을 성벽에 걸고 타고 올라가려고 했다.
공성전에서 높고 단단한 성벽을 끼고 있는 수비 측에서는 매우 유리한 입장에서 싸울 수 있었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큰 피해를 감수하고 압도적인 병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도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마법이 작렬하고 정령이 돌아다니면서 볼거리들이 끊임없이 만들어 졌다.
레벨 300대, 400대의 유저들도 있기 때문에 전장에서는 대량 학살이나 그들끼리의 결투도 벌어지고 있었다.
"많이들 죽어 나가고 있군."
위드는 손님이 조금 뜸해지자 흡족하게 전투 구경을 했다.
어디 시골 마을이라도 가면 사람들의 우상이 될 정도의 유저들이 성벽을 넘다가 죽어 나가고, 재수 없게 공성 병기에 정통으로 맞아 사망하기도 했다.
과거 발전이 막 이루어지던 모라타 시절, 지금 이곳에서 싸우고 있는 유저들이 왔다면 사람들 사이에 정말 큰 인기를 끌었으리라.
물론 지금 이 전장에서 활약하는 유저들은 베르사 대륙 어디를 가더라도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강자들이었다. 그런 강자들이 전쟁을 벌이면서 죽어 나가고 있으니 위드는 싸움 구경을 할 맛이 났다.
"바람직한 일이야."
전쟁은 서로 간에 피를 흘리게 된다.
이기는 쪽이라면 그런대로 건지는 것이 있지만, 지는 쪽에 속한다면 쫄딱 망하기 쉬웠다.
"꺄아! 지금 마법 시전된 거 봤어?"
"응. 불의 회오리가 수백 명은 집어삼킨 것 같아."
"진짜 대박이다."
"저쪽에서 먼지가 크게 일어나고 있는데......"
"저기에서도 뭔가 벌어지는 거 같아."
언덕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은 전장의 흥분과 열기가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것처럼 느낄 수 있었다.
전쟁이란 일반 유저들의 입장에서 가능한 벌어지지 않는편이 좋았지만, 시선을 잡아끌고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아직 정식으로 출진하지 않은 하벤 왕국의 군대가 평원에서 진형을 짜고 있었으며, 양픅 간에 화살과 마법 공격 역시 격렬하다.
성벽을 기어오르는 병사들로 인해서 시슬레 성에서는 온통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불부터 꺼!"
"적들과 맞서서 싸워라. 물러서는 자는 용서하지 않겠다."
마법과 정령으로 인하여 화염도 일어나고 있었지만, 하벤 왕국의 군대가 워낙 거세게 공격을 하고 있어서 성에서 번져가고 있는 불을 끌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몽땅 다 죽으면 좋을 텐데......."
위드가 실컷 싸움 구경을 하고 있는데 하벤 왕국 쪽에서 뿔피리를 길게 불었다. 그러자 성벽을 향해 추가로 몰려가던 병력이 그 자리에 멈췄다.
성벽을 함락시키기 위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지만 갑자기 지원군의 투입을 멈춘 것이다.
"어라."
"기껏 고생해서 성벽을 공략해 놓고 왜 저러지?"
구경꾼들조차도 이상하게 여길 수밖에 없는 조치였다.
군사 요새 시슬레 성의 성벽이 높고 두꺼워서 쉽게 함락시키기란 불가능하지만, 하벤 왕국의 군대도 막강하여 포기하기에는 아까울 정도였다.
"무언가 있겠군."
위드는 심상치 않은 낌새를 눈치챘다.
그때 헤르메스 길드에서 시커먼 로브를 입고 있는 사람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로비듄!"
멜버른 광산에서 바드레이를 보좌하던 네크로맨서!
현제 그로비듄은 가장 어렵다는 둠 나이트까지도 소환할 수 있었다. 헤르메스 길드가 구해 준 진귀한 아이템과 사냥터 제고 덕분이었다.
얼마 전까지는 쟌이 네크로맨서 중에 최고로 손꼽혔지만, 현재는 그로비듄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네크로맨서로 전직하기 전부터 마법사로서의 경지가 높았고, 그 자신의 노력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로비듄의 으스스한 목소리가 전장에서 퍼져 나갔다.
"일어나라. 너희가 살아서 움직이던 땅으로 돌아오라. 이곳은 어두운 곳. 검고 부패한 땅. 영영 사라지지 않을 암흑의 율법을 모든 이들에게 새길 수 있도록 하라. 언데드 라이즈!"
시슬레 성 앞에서 벌어졌던 전투.
죽어 간 고레벨 유저들의 시체가 언데드가 되어서 되살아 났다.
스켈레톤 검사들이 머릿수를 채우기 위하여 많이 일어 났다.
시체들의 질이 워낙 좋다 보니 갓 일어난 좀비조차도 파리떼를 듬뿍 몰고 다녔다.
"모조리 죽여라!"
언데드들이 시슬레 성으로 진격했다.
잠시 정비를 받았던 헤르메스 길드의 공성 무기들이 다시 철 조각과 바윗덩어리, 쇠뇌를 쏘아 대기 시작하였다.
언데드들은 잘못 날아간 공성 무기에 적중을 당하기도 하고 시슬레 성의 수비군 측 화살 공격에도 당했지만, 계속 전진했다.
말 그대로 죽지 않기 때문에 어떤 공격을 받아도 굴하지 않고 무너진 성벽을 타고 넘어가면서 보여 주는 언데드의 위력!
위드의 피가 끓어오르려 하고 있었다.
"내가 저곳에 있었다면... 아쉽기는 하군."
헤르메스와 클라우드 길드!
대륙 최강을 다투는 명문 길드들이고,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엄청난 유저들이 양측에 몰려 있었다.
화제의 주인공이거나, 다수의 모험으로 알려져 있는 사람들이 저곳에 섞여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위드는 스스로의 능력에 대해서도 냉정히 파악하고 있는 편이었다.
"만약 내가 저기에서 싸운다면......"
조각 변신술은 필수였다. 혼돈의 대전사도 강한 테지만, 지금은 역시 네크로맨서가 좋으리라.
바르칸의 풀 세트를 착용하고 암흑의 율법 선포로 주변의 시체들을 무제한으로 일으키는 다크 룰을 사용!
언데드를 강화하는 다크 오라. 전쟁에서는 절대적인 위력이었다.
언데드를 특수 강화하는 안식의 동판도 내구력 1을 남겨 놓은 상태에서 보관하고 있었다.
네크로맨서로서 전투 경험도 많았고, 불사의 군단에서 바르칸이 시키는 일을 하며 퀘스트도 해 보았다.
조각 변신술을 사용했을 때나 죽음을 거부할 수 있는 힘에 의하여 되살아나게 되면, 아직까지 위드보다 강한 네크로맨서는 대륙에 존재하지 않았다.
"정말 신 나게 휘저어 줄 수 잇을 텐데."
리치는 일반 병사들이 아무리 많더라도 해칠 수가 없는 존재였다.
신성력을 쓸 줄 아는 사제나 미스릴 계열의 무기들이 곤란한데, 바하모르그에게 지켜 달라고 하고 넓은 전장을 마음껏 누비고 다닌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거야말로 네크로맨서다운 진정한 전투가 벌어진 거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위드가 지금 강렬하게 모습을 드러낸다면, 시슬레 성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는 유저들은 열광하게 될 것이다.
"닭 다리나 팔아야지."
아쉬웠지만, 어차피 그가 나설 수 없는 전장이었다.
싸움 구경을 하다 보니 손발이 근질근질했을 뿐.
그로비듄의 마나가 허락하는 한 끝없이 일어나는 언데드, 그리고 정비를 하면서 계속 쏘아 대는 공성무기!
시슬레 성의 수비군은 공성전에 중요한 자원인 화살을 계속 낭비하며 쓸 수밖에 없었고, 마법사와 사제의 마나도 소모되었다.
그로비듄은 레벨이 449에 달하는 대마법사였다.
"마나 드레인."
"숭고한 희생!"
부상병들의 생명력을 흡수하여 마나로 바꾸고, 일부 부상병은 제물로 바쳐서 몸 상태를 회복시켰다.
그의 언데는 얕잡아 볼 수준은 아니었지만 수비군의 공격에 의해 정화되거나 타 버렸다. 하지만 일으킬 수 있는 시체는 잔뜩 깔려 있었다.
수비군이 지치면 하벤 왕국 군대의 대공세가 벌어지게 될 것은 의심한 필요 없는 사실.
공성 무기들이 계속 시슬레 성을 목표로 공격하고 있었기에 이것 역시 클라우드 길드 입장에서는 큰 문제였다.
군대와 결탁한 네크로맨서가 얼마나 가공할 위력을 발휘하는지 그로비듄은 명백히 보여 주고 있었다.
"예전에 위드 님이 본 드래곤과 싸우면서 언데드 일으키던 게 생각나네."
"그러게. 그때도 끝내줬는데."
관중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네크로맨서로서 전투에서 가장 활약을 했던 것은 위드가 대표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성문이 열리고 수비 측의 군대가 나왔다 성에 갇혀 저항도 하지 못하고 죽을 바에는 공성 병기를 부수기 위한 돌격이라도 해 보려는 셈이었다.
기사단은 후방에 배치되고 보병들을 먼저 앞세웠다.
"가자. 브리튼 연합 왕국은 우리가 지킬 것이다."
"하벤 왕국의 야욕을 이곳에서 꺾자. 단 한 뼘의 땅도 저들에게 내줄 수 없다!"
보병들이 일제히 진군하였지만 이미 패배를 직감하였는지 사기는 다소 떨어져 있었다. 지금까지 하벤 왕국에 제대로 된 피해를 입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갖은 전투에 단련된 헤르메스 길드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쉬운 먹잇감.
그들은 기사단조차 움직이지 않았다.
"목표를 바꾸어서 두들겨라!"
공성 무기들이 쏘아 낸 돌덩어리와 쇠뇌가 돌격하는 시슬레 성의 수비군을 마구 두들겼다.
"지금 공성 무기를 부숴라!"
기사단은 보병들의 희생을 밑거름 삼아서 돌격하였지만,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그들의 전술을 뻔히 들여다 보고 있었다.
시슬레 성을 공격하기 위한 준비 작업과 사전 회의가 많이 이루어졌다. 지금 적들의 대응도 헤르메스 길드의 예상 범위를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다리고 있던 헤르메스 길드의 마법과 화살 공격에 의하여 기사단도 피해가 컸다.
억지로 방어선을 돌파하며 공성 무기를 절반가량 파괴하는 공을 세우기는 했어도, 어느새 퇴로가 차단당하고 뒤늦게 움직인 보에몽의 기사단에 의하여 격파!
병력의 상당 부분, 그리고 성벽까지 무너지고 있던 시슬레 성에 백기가 내걸렸다.
불과 하루 사이에 대륙의 유명한 방어 요새가 점령당하고 만 것이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저항한 성에 대해서는 잔인한 통치 방식을 사용했다.
성문이 격파되고 군대가 진입할 때까지도 항복하지 않은 주민들과 수비군은 몽땅 다 죽였다.
일반 유저들이라고 하더라도 그 성안에 있었으면 모조리 척살!
그 잔혹함에 대한 소문이 흘러서, 헤르메스 길드가 쳐들어 온다고 하면 주민들의 사기와 충성심이 극도로 낮아질 정도였다.
악명이 높은 탓에 헤르메스 길드 입장에서도 차후 점령지 통치나 내정에 있어서 불리한 점이 많다. 하지만 전쟁 과정에서만큼은 유리한 방식이었다.
"저녁도 되기 전에 시슬레 성이 넘어가 버렸네."
"하벤 왕국 군대가 전부 들어가는 데만 해도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겠다."
"저기 무너지고 박살 난 성벽이나, 근처에 파여 있는 땅 좀 봐. 정말 무지막지한 공격력이다."
"부자는 다르긴 달라. 엄청 비싼 공성 무기를 저렇게 많이 끌고 오다니......"
구경꾼들은 전투를 지켜보고 나서 감탄과 동시에 기가 질린 모습이었다.
헤르메스 길드의 저력에 대하여 다시금 인식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바드레이가 지휘하는 군단이 클라우드 길드의 구원군도 격파했다는 소식이야."
"뭐, 벌써?"
"클라우드 길드가 초반에 피해를 많이 입었다고 해도, 진짜 놀랍네."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시슬레 성을 점령하고 이틀 만에 자유도시 3개를 접수했다.
자유도시는 무역과 생산의 거점이며 방대한 인구를 가지고 있다. 브리튼 연합 왕국에서 클라우드 길드의 세력권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었고, 헤르메스 길드가 그 자리를 차지 했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며칠 후 선포를 했다.
하벤 왕국, 칼라모르 왕국, 라살 왕국, 브리튼 연합 왕국의 일부를 합쳐서 하벤 제국의 시대가 시작될 성이다.

영토의 면적이나 인구, 기술력과 경제력, 대외적인 영향력, 그 어느 것으로도 제국이라고 부르기에 충분했다.
하벤 왕국이 헤르메스 길드의 주도 아래 중앙 대륙에서도 독보적인 국가가 된 것이다.
"아, 진짜 싫다."
"재수가 뚝뚝 떨어지네."
"씹던 고기 맛도 별로야."
헤르메스 길드원 외에는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 소식.
대륙 전체가 하벤 제국으로 인하여 들끓었다. 시샘을 하기도 하였지만, 어쨌거나 대륙 최초의 대제국이 나온 것이다.
아울러 길드의 수장인 라페이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시점에 전쟁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평화를 사랑하는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엠비뉴 교단으로 인하여 위태로워졌던 라살 왕국을 그냥 두고 볼수만은 없었다.
끊임없는 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서 퇴보하고 있는 라살 왕국을 안정화시키기 위하여 우리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덧없는 몇분이나 따지고 있었다면 라살 왕국의 유저들은 더 큰 고통을 겪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클라우드 길드가 브리튼 연합 왕국에서 저지른 수 많은 악행들에 대해서도, 이를 바로잡기 위하여 검을 들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불안감과 불편함이 더해 가고 있는 지금,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오로지 정의를 위한 마음으로 전쟁을 전면 중단한다.
앞으로도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영토를 확보하기 위한 침략 전쟁은 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한다.
그리고 하벤 제국은 라살 왕국에 더 이상의 혼란이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그들을 보호할 것이다. 지금 점령하고 있는 브리튼 연합 왕국의 자유도시와 성 들도 더욱 융성할 수 있도록 관리할 것이다.

전혀 뜻밖의 종전 선언!
클라우드 길드에서조차도 무슨 영문인지를 몰라 어리둥절 할 정도였다.
벌써 원수라고도 표현할 수 있는 관계였다.
이미 전쟁에서 이기고 있는 헤르메스 길드가 브리튼 연합 왕국의 삼분의 일 정도만 점령한 채로 멈춰 서다니.
어째든 당장 평화가 찾아와서, 브리튼 연합 왕국에서는 환영하는 유저들이 많았다.





유병준은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면서 헤르메스 길드의 발표를 모니터를 통해 지켜 보았다. 그리고 나서 라페이에 대해 적지 않게 감탄을 했다.
"라살 왕국과 브리튼 연합 왕국은 몽땅 집어먹기에는 너무 큰 먹잇감이었지. 과식을 하면 체하기 마련이니까. 그렇더라도 승리를 거두고 있으면서 자제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브리튼 연합 왕국은 맛있으니까 잘 씹어 먹겠다는 계략!
한꺼번에 전부 점령하고 나면 헤르메스 길드의 점령지가 너무나도 넓어진다. 반란군과 저항군이 날뛰게 될 텐데, 그러면 치안 확보와 내정이 어려워진다.
다른 세력도 위기를 느끼고 민감하게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었는데, 뜻밖의 종전 선언과 침략 전쟁을 그만두겠다고 하면서 그들을 머뭇거리게 할 수 있다.
물론 헤르메스 길드의 발표를 그대로 믿는 순박한 사람도 있겠지만, 의심하는 이들은 더욱 많을 것이다.
침략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야 엠비뉴 교단이나 혹은 그 외의 어떤 핑계를 대더라도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던가.
경쟁자들의 경우에는 더운 헤르메스 길드의 역량에 대해 경계를 할 것 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일단은 효과적이었다.
다른 거대 명문 길드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지려고 하다가 허무하게 저절로 꺼진 격이다.
그들은 자연히 헤르메스 길드를 막기 위하여 자신들이 희생하며 뭉쳐서 나서기보다는, 그들도 대제국의 반열에 오르기 위한 전쟁을 더욱 열심히 벌일 것이다.
그사이에 시간을 번 헤르메스 길드는 라살 왕국과 자유도시들을 다스리고 이번에 또 큰 승전을 경험한 군대를 훈련으로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지금도 톨렌 왕국에서 쉬지 않고 은밀하게 베덴 길드를 통해서 정복 전쟁을 펼치고 있었다.
브리튼 연합 왕국도 이미 한 발을 담그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상권을 시작으로 하여 얼마든지 영향력을 야금야금 빼앗을 수 있었다.
꼭 전쟁을 해서 영토를 가져가야 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왕국에서 활동하는 높은 레벨의 유저들을 포섭하는 쪽이 훨씬 유리하니까.
클라우드 길드는 영토를 대거 잃어버리는 패배로 어쨌든 과거의 대륙 5대 길드로 계속 남진 못할 것이다. 그들이 약화되는 만큼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빠져나오는 유저들을 적극적으로 흡수하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큰 욕심을 낼 수 있을 때 약간 물러섬으로써 정말 많은 것을 챙겨 가겠다는 것이었다.
"상당히 머리가 좋은 녀석이군. 물러서는게 좋다는 걸 알더라도 실행하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 욕심이 많은 만큼 그 것을 가질 자격도 있어."
기존의 하벤 왕국, 칼라모르 왕국의 영토에서는 또 다른 군대가 계속 훈련을 하고 있었다.
현재의 준비 상황이나 전력으로 본다면 다음에는 중앙 대륙 전체를 도모할 수도 있을 것이다.
허울뿐인 종전 선언을 파기할 때가 되면 과연 헤르메스 길드의 전력을 어느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유병준은 코코아를 마실 때마다 위드 생각이 났다.
전쟁의 신.
로열 로드에서도 전설을 써 내려가면서 사람들의 인기를 얻고 있는 주인공.
하지만 위드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대륙 전체를 장악해 가는 헤르메스 길드의 고레벨 유저들과 잘 훈련된 막강한 군대는 부담스럽기만 하다.
전 대륙을 최초로 통일한 황제에게는 천문학적인 금액과 권력이 주어지게 된다. 유니콘 사에서 약속한 내용이기 때문에, 바드레이와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당연히 전 대륙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대륙이 전쟁으로 더욱 피폐해지는 데에는 유병준의 역활도 상당히 큰 셈이었다.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곧 절벽까지 몰리게 될 텐데 발버둥이나 칠 수 있을까. 헤르메스 길드나 엠비뉴 교단이나 갈수록 커져 가고 있는데... 그들 중에 누가 이기느냐에 따라서 대륙의 역사가 달라지게 되겠지."






<다크 게이머의 숙명>

하벤 제국의 수도 아렌 성.
이곳에서는 방대한 부지에 황제의 궁전 건축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평탄한 곡창지대를 밀어 버리고 바드레이의 통치력을 널리 떨치기 위한 호화스러운 궁전을 짓기로 하였다.
"예술가들과 건축가들을 모아라."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그동안 예술에 대하여 인색하기 짝이 없었다.
위드가 조각술을 알리고 난 이후에, 길드 차원에서 몇 명의 조각사를 전략적으로 키우기는 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만들어 내는 조각품들은 어쩌다 발굴되는 고대의 예술 품보다 못했다.
화가와 조각사 등에 대한 지원은 어느 순간 사라졌고, 예술가들은 하벤 왕국에서 점점 떠나갔다.
그렇지만 황제의 궁전을 짓기 위해서는 필요한 존재들이 라서 부르고 있었다.
"황궁을 지어서 주민들의 충성도를 강제로 올리고, 세금은 2% 정도를 추가로 더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전쟁에서 투항한 병사들을 광산으로 보내도록 하지요."
라페이가 진행하는 수뇌부 회의에서는 제국의 주민들을 쥐어짜 내기 위한 각종 아이디어들이 속출했다.
전쟁 승리 기념 세금.
황궁 건설 세금.
아렌 성 시설 정비를 위한 임시 세금.
군대의 시가지 행진을 위한 세금.
영토 확장에 따른 임시 세금.
위드가 들었다면 무릎을 치며 감탄하였을 참신한 의견들이 나왔다.
"라살 왕국에는 드워프들이 제법 많이 살고 있습니다. 그들을 강제로 잡아서 노예로 부려도 될 것 같습니다."
"일부 점령 지역에서 폭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진압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치안이 낮아져서 엠비뉴 교단이 퍼지고 있는 중입니다."
하벤 제국 역시 들불처럼 퍼지고 있는 엠비뉴 교단에 피해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헤르메스 길드의 최상층 수뇌부는 그에 대해서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엠비뉴 교단이 대륙을 피폐하게 만들수록 그들은 사람들의 경계를 정복하고 그 후에 엠비뉴 교단과의 전쟁을 선언하여 민심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엠비뉴 교단과의 전쟁에 새로운 명목의 세금은 당연히 필요할 것이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대륙을 완전히 전복하고 난 이후에도 강성한 군대를 유지하며 유저들을 착취해 갈 작정이었다.
"나쁜 놈들."
헤르메스 길드가 전쟁을 중단하기로 했다는 소실을 듣자 마자 위드의 입에서는 본능적으로 욕부터 나왔다.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바로 눈치챈 것이다.
"뭔가 아주 안 좋은 꿍꿍이가 있어. 아무튼 나쁜 놈들은 믿을 수가 없다니까."
철학자들의 성선설, 성악설을 뛰어넘는 나쁜 놈 꿍꿍이설!
위드는 바하모르그를 앞세워서 서윤과 전투를 하면서 꼬박꼬박 성장을 하고 있었다.
던전 사냥을 하며 각족 재료들을 입수하여, 요리 스킬도 드디어 고급에 올랐다.

==================================================

- 중급 요리 스킬의 레벨이 10이 되어 고급 요리 스킬로 변화됩니다.
다루기 까다로운 식재료들, 절임 요리, 발효 요리, 독을 가진 요리들을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만들 수 있습니다.
음식의 보존 기간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전문 요리를 제조할 수 있습니다.
전 스탯이 20포인트씩 늘어납니다.

==================================================

요리에서도 대가라고 불릴 수 있게 됐다.
어느 도시로 가서 간단한 빵만 굽더라도 먹고살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노가다의 성과란 초창기보다는 후반에 더욱 크게 부각되는 법.
그렇지만 위드는 누구나 그렇듯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갖고 있었다.
"내가 꼬박꼬박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4대 보험도 적용이 안 되지. 일을 그만둘 때 퇴직금도 나오지 않아."
지금은 짭짤하게 벌어들이고 있지만 미래는 알 수 없는 것.
직업 자체가 다른 프리랜서들처럼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얼마 전에 다크 게이머 연합에 공지 글 이후로 최고의 조회 수회 수와 반향을 기록한 게시물이 있었다.

제목 : 제가 결혼을 하려고 합니다.
3년간 사귀어온 사랑하는 여자가 있습니다.
어제 장인어른을 만나 뵙고 인사를 드렸죠.
그리고 저는 지금 울고 있습니다.
여자친구는 괜찮다고 위로를 해 주지만 저 스스로가 견딜 수가 없네요. 장인어른과 제가 나누었던 이야기를 짧게 적어 보겠습니다.
"그래, 자네 지금 하는 일은 뭔가."
"예, 장인어른. 혹시 로열 로드라고 아십니까?"
"알다마다!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도 매일 나오고, 최근에 가장 잘나가는 기업이 유니콘이라고 했지. 매년 벌어들이는 수익이 엄청 나다면서? 직원들의 복지 혜택도 상상이 안 될 정도라던데, 그래, 유니콘 사에 다니고 있었는가. 우리 효선이가 남자 하나는 제대로 만났구만."
"아니요. 직원이 아니라 로열 로드를 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의뢰를 받거나 사냥을 해서 얻은 아이템을 팔아 돈을 벌고 있습니다."
"...그래, 모아 놓은 돈은 좀 있는가?"
"약간 있습니다."
"얼마나 되는가?"
"지금 제가 착용하고 잇는 장비들을 시세대로 처분하면 아마 집 보증금은 구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최근에 독 계열 아이템들 경매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서요."
"......"
"......"
"효선이 데려가면 고생은 안 시킬 수 있고?"
"예. 매일 18시간씩 캡슐에 들어가서 열심히 로열 로드를 하겠습니다."
"......"
고등학교 때 다녔던 독서실을 넘어서는 정적. 이 슬픔을 아십니까?

다크 게이머들이라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일종의 서비스업이지만 세상에 드러내 놓고 소개하기에는 개운하지가 않았다. 직업의 안정성, 일정한 소득, 복지 혜택이 전무하였으니까.
더군다나 헤르메스 길드의 확장은 워낙에 거대한 위협이었다.
다른 유저들도 헤르메스 길드를 부담스러워할 테지만 아르펜 왕국의 국왕 신분인 위드가 느끼는 압박감은 더욱 컸다.
조각사 직업 마스터를 최초로 하더라도 그때쯤 바드레이와 헤르메스 길드가 중앙 대륙을 통일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벤 제국의 대군이 북부로 와서 아르펜 왕국을 짓밟게 되리라.
위드가 거액의 돈을 투자해서 세운 건물들이 부서지거나, 헤르메스 길드에서 차지하고 써먹게 될 것이다.
위드는 그런 쪽에 있어서는 마음이 여린 편이었다.
"속도 쓰리고 화병이 나서 병원비가 계속 나올지도 몰라."
방송으로 최초의 직업 마스터라면서 화려한 조명을 받은후의 급격한 추락!
위드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처지였다.
"아르펜 왕국은 내 밥그릇이야."
위드의 밥그릇에 대한 애착은 남달랐다.
동네 강아지들조차도 넘볼 수 없는 그의 밥그릇!
"밥그릇을 지킬 방법을 마련해야 되겠군."
그 어떤 위협에서도 아르펜 왕국을 지킬 수 있는 방법.
"스승님과 사형들에게 부탁을 해야 되겠지."
원래 어려운 일일수록 친한 사람들에게 떠넘겨야 된다. 지금까지 구워 준 고기와 바쳐온 술병들을 생각한다면 얼마든지 나서 줄 것이다.
하지만 검치와 수련생들이 강하다고 해도, 그게 전쟁 규모로 단위가 커진다면 집중적인 마법 공격 등으로 인하여 한계가 있었다.
그들만으로는 많이 부족했다.
"어디 놀고먹는 조각 생명체들을 데려와서 부려 먹을 수 없을까."
착취로 상황을 극복할 생각도 해 봤다.
위드 또한 매우 원하는 바이기는 했지만, 이것으로도 헤르메스 길드를 상대할 수는 없었다. 조각 생명체들을 만나서 친밀도와 공적치를 쌓아서 데려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전투와 관련이 있는 종족이 아니라면 그다지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아르펜 왕국이 장기적으로 커 나가는 데에는 도움이 될 테지만, 얼마 후면 다가올지도 모를 위협이 문제였다.
"왕국을 지키기 위한 군대를 더 많이 양성해야 되겠지. 하지만 지금은 고작해야 몬스터들과 싸우는 수준밖에 안 되는데... 시간이 주어지고 돈을 투자한다고 해도 하벤 제국을 막아 낼 정도까지는 안 될 거야."
여러 가능성을 떠올려 보더라도 도무지 하벤 제국과 상대 할 수가 없었다. 발전으로 차근차근 이루어 나가는 것보다는 중앙 대륙의 발전된 도시를 점령하고 약탈하는 편이 더 빠르기 때문이었다.
"냉정히 봐서 내가 그들보다 나은 점은 없어. 왕국의 규모나 인구, 발전도, 그 어떤 것도 비교할 수가 없고, 보유하고 있는 병력은 말할 것도 없지. 전쟁이 벌어진다면 못이겨."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아르펜 왕국을 포기하는게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헤르메스 길드가 아닌 중앙 대륙의 다른 세력이 오더라도 지킬 힘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인구와 군사력도 상당히 커졌기에 중앙 대륙의 평범한 길드쯤이야 무서울 것이 없었지만, 대적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진 5대 길드가 문제다.
"무언가 승부를 걸 만한 것이 필요한데......"
위드는 자신이 갖고 있는 것들을 돌아보았다.
누걸이의 밭 가는 능력, 빙룡의 브레스, 불사조의 화염 깃털, 지골라스의 생명체들.
2~3년쯤 더 사냥터에서 굴리면서 키우면 굉장한 전력이 될 테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쟁을 이기지는 못한다.
금인이를 뇌물로 바치더라도 해결되지 않을 문제이리라.
"그래도 조각술에 무언가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 아직 나만의 기술을 만들어 내지도 않았지. 그리고 조각사의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최후의 비기도 있어."
생명부여와 조각 변신술, 조각 검술, 대재앙의 조각술, 정령 창조 조각술을 모두 익히고 나서 도전할 수 있다는 최후의 비기
위드는 조각술 최후의 비기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밤에 잠을 자며 그 스킬을 얻어서 떼돈을 벌며 자사는 꿈을 몇 번이나 꾸었을 정도다.
"설마 최후의 비기가 단순하게 대상의 조각품을 만들어서 저주를 부여한다거나... 진짜 예쁜 조각품을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운 조각술이라거나... 조각 생명체들을 끌어들인다거나, 혹은 자기 자신의 조각품을 깎아서 능력을 올린다거나 하는 단순한 건 아니겠지."
여러가지 우려에, 기대도 되고 불안감도 있었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돌이켜 본다면 어떤 조각술이 나올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노릇.
조각술 최후의 비기가 어쩌면 전투 능력을 상승시켜 주는 것은 아닐 수도 있지 않은가.
어쨌든 대륙의 상황이 불안정한 이상 위드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직업 마스터 퀘스트는 이제 남은 숙련도만 채우면 끝이야. 최초가 될지 아닐지는 모르지만, 조각품을 만들면서 스킬을 마스터하면 완료하게 되겠지. 그렇다면 최후의 비기에 도전을 한다면......"
조각술 최후의 비기
누구도 갖지 못한, 위드만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 기술.
"더 늦기 전에 최후의 비기를 구한다면 어떤 기회라도 생길지 모르겠어."
조각술에 마지막 기대와 희망을 걸어 보기로 했다.
어떤 기술이 나오느냐에 따라서 미래가 달라질 수 있지 않겠는가.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그런 스킬이 나온다면 헤르메스 길드와 맞서 싸워야지. 그들과 싸우겠다고 하면 나서주는 다른 사람들이 있을지도 몰라. 그리고 그 정도의 스킬이 아니라면......"
조각술 최후의 비기가 한마디로 별로라면.
"바로 무릎 꿇고 항복해서 살려 달라고 빌어야 되겠군."
위드는 조각술의 비기도 일단은 만들지 않고 미루어 두기로 했다. 당장 쓸 만한 스킬을 결정하면 사냥이나 조각술 숙련도를 올리는 데는 더 편해지겠지만 지금으로써는 최후의 비기를 획득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어떤 난관이 있을지 모르니 상황에 맞춰서 행동해야 되겠어."
최후의 비기는 잘못하면 영영 얻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승부였다.
대륙의 불안한 정세로 인하여 위드는 도전을 하기로 했다.
"왠지 오늘 일을 앞으로 두고두고 후회할지도 모르겠어."
가늘고 길게 살고 싶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더 큰 모험을 하게 만드는 운명이었다.






위드가 대륙에 만들었던 수많은 조각품들.
사람들에게 팔리거나, 혹은 벽이나 바위에 조각을 하여 그 장소에 나겨진 것들이 있다.
"이것은... 작품이군."
꽁지의 털이 두 갈래로 갈라지 존인족 바라보!
그는 여행을 하는 도중에 위드가 남겨 놓은 조각품을 발견하였다.
"좋은 조각품이군. 이런 실력이라면 충분히 뛰어난 조각사라고 할 만하다."
바라보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언젠가 만날 날이 있겠지."
조인족뿐만이 아니었다.
위드가 그동안 깎은 조각품의 수량은 엄청날 정도였다.
노가다를 했으니 그만큼 흔적이 대륙으로 퍼져 나가게 된 셈.
바위나 땅, 나무에 새겨 놓고 가져가지 못한 것들뿐 아니라 판매로 처분한 양도 상당했다.
바가지를 듬뿍 씌워서 팔았던 조각품들은 유저들 사이에 지속적으로 거래되며 시간이 지낙수록 더욱 넓은 곳으로 흩어지게 되었다.
특별한 옵션이 걸려 있지 않은 경우에는 버리거나 친밀도를 높이기 위하여 다른 주민에게 선물을 했다. 던전 사냥에 가지고 가서 죽음으로써 잃어버리거나 하여 조각품이 그곳에 계속 남게 된 경우도 있었다.
그런 조각품들은 위드에 대하여 알리는 흔적이 됐다.
"실력이 아직 부족하군."
"위드라는 조각사의 작품이 또 우리의 손에 들어왔다."
깊고 먼 곳에서 살아가는 조각 생명체들도 위드의 작품을 가끔 발견하기는 했다.
아르펜 제국이 무너지고 나서 조각 생명체들은 은둔을 결정하였다. 인간들과 더불어서 살아 봐야 오히려 서로에게 해만 된다는 것을 알아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까지 내려오면서 상당히 많은 조각 생명체들이 멸종했다. 나머지 조각 생명체들은 몬스터화가 진행되거나 아니면 숨어서 지냈다.
그들은 예술을 바라볼 줄 아는 조각사가 직접 가서 깨우지 않는 한 자신들의 전체를 밝히지도 않았다.
위드가 대륙의 많은 곳들을 헤집고 다녔다고는 해도, 조각 생명체들은 더욱 깊고 은밀한 곳에 숨어서 살아가고 있었다.
지골라스에도 조각 생명체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화산의 깊은 연기 속에서만 지냈기에 발견되지 않았다.
"얼마 전에 이곳에도 조각사가 왔었다."
"무슨 소리인가. 조각사를 만나 보았는가."
"나에게 생명도 주었다."
조각사 길드의 8대 수장 젠버린과 그의 동료들이 만든 대작 조각품.
지골라스의 불가사의, 영웅을 기다리는 고요한 탑은 생명을 부여 받을 이후로도 떠나지 않고 쭉 그곳에서 지내오고 있었다.
다른 조각 생명체들과도 조우하고 나서 위드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위드가 뿌려 놓은 조각품들, 그리고 수많은 인연이 대륙 전체로 많이 퍼져 있었다.
"그 조각사는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가."
"오래 만나 보지는 않았지만, 쪼잔한 것 같았다."





바드레이는 전쟁이 벌어질 때에도 시간을 내서 가까운 던전에서 사냥을 했다.
그는 길드의 지원을 받으며 누구보다 효율적으로 사냥을 하고 있었는데, 하벤 제국의 황제로서 침략 전쟁의 축하 연회에도 참석하지 않고 사냥터로 왔다.
"일점 공격술이 상당히 쓸 만하군."
현재 바드레이가 있는 장소에는 대형 몬스터들이 많았다.
두더지처럼 생겨서는 몸에 가시가 돋아나 있는 대형 몬스터들이 지하 던전 안을 돌아다녔다.
레벨이 500대에 이르는 몬스터들!
놈들의 생명력이 워낙 크고 피부가 강철을 두른 듯이 단단하고 가시까지 돋아나 있어서, 공격할 때마다 역으로 피해를 입었다.
바드레이는 위드가 보여 주었던 일점 공격술을 활용하며 친위대와 함께 마울러들을 사냥했다.
"갈수록 강해지십니다."
"역시 이번 마울러도 마지막은 바드레이 님이 장식하셨군요."
대형 몬스터에, 방어력이 높을수록 일점 공격술은 시원하게 먹혀들었다.
바드레이는 새로 익힌 공격법을 매우 잘 써먹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경악스러운 파괴력이, 일점 공격술에 의해서 더욱 높아졌다.
바드레이는 남들보다 사냥터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고 심지어는 몬스터를 기다리며 휴식을 취하는 순간도 의미 없이 보내지 않았다.
위드라면 생명력과 체력도 회복할 겸, 몬스터가 나타나길 기다리며 조각품을 깎았으리라.
그러나 바드레이는 조각술 같은 예술 스킬은 알지 못했고, 철저히 전투로 성장할 뿐이었다.
대신 그는 사냥의 중간마다 잠을 잤다.
수면을 취하면 생명력과 체력의 회복 속도가 평소보다 훨씬 빨라지게 된다. 전투를 하더라도 더 오래 지치지 않을 수 있었으며, 사냥 중간마다 수면을 취하면서 실제로 잠을 자야 하는 시간마저도 줄일 수가 있었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말았군."
바드레이는 어느 산기슭에 혼자 서 있었다.
대륙을 공포로 몰아넣으며 통일 제국이 되려고 하던 하벤 제국은 산산이 붕괴되었다.
바드레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신으로 떠받들렸지만 그 영광마저도 위드가 가져가고 난 후였다.
위드의 지휘력과, 도저히 흉내도 낼 수 없는 전투 방식에 져 버렸기 때문이다.
"후후, 후련하기도 하구나. 계속 무언가에 떠밀려 가듯이 살아왔으니."
바드레이는 홀가분한 기분을 느꼈다.
모든 것을 손아귀에 쥐기 위해서 살았던 시절, 헤르메스 길드를 내세우며 탐욕에 충실하였다.
그게 후회가 되는 건 아니었다.
남자로서 한번쯤은 도전해 볼 만한 목표였다.
그리고 그 꿈이 깨어진 지금은 무거워진 어깨가 가뿐해진 기분이었다.
이제 기초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으리라.
"모험도 하고, 의뢰라는 것도 해 보아야지."
바드레이는 조용히 살아가면서 대륙을 여행하며 즐기고 싶었다.
헤르메스 길드도 해산하고 난 이후이니, 진정한 베르사 대륙의 재미를 이제 여유롭게 맛볼 수 있으리라.
바드레이가 천천히 걸어가는데 그에게로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전쟁의 신 위드.
현재 엄청난 권력을 가지고 베르사 대륙의 새로운 지배자로 떠오른 그였다.
위드의 주변에는 자주 봐서 익숙한 뱀파이어 로드 토리도와 데스 나이트 반 호크가 수행하고 있었다.
"어디를 가지?"
위드의 낮게 깔린 목소리에는 위압감이 가득했다.
절대 넘볼 수 없는 그런 존재처럼 느껴지는 분위기가 흘렀다.
"이제 조용히 살려고 한다. 나의 패배를 인정하겠다."
바드레이는 진 마당에 깨끗이 승복하는 마음이 컸다.
아무리 노력해도 도저히 위드를 따라잡지 못했다. 헤르메스 길드라는 든든한 울타리까지 부서진 지금으로써는 더욱 상대가 안 되리라.
위드가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보내 줄 수는 없다."
"그렇다면......"
바드레이는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가졌다.
대륙을 장악하려고 했던 자신의 능력을 높이 사는 것인가.
위드의 동료나 부하가 된다면 그것도 새로운 길로서 나쁘진 않을 것만 같다.
'다시 기회가 생기는 것이야. 그리고 힘을 더 키워서는 나중에는 배반을......'
활활 타오르려고 하는 야망.
그러나 위드의 말은 그의 상상을 산산이 짓밟는 것이었다.
"내가 착용하고 있는 장비들이 꽤 좋은 것이더군."
"그러면......"
"몽땅 뺏을 때까지 죽여 주마."
스르릉.
위드가 검을 뽑았다.





"허억."
바드레이는 눈을 번쩍 떴다.
친위대에 속해 있는 유저들이 던전에서 흩어져서 쉬고 있었고, 저 앞에는 마울러의 사체가 보였다.
'꿈이었나.'
바드레이는 심호흡을 하면서 정신을 가다듬었다.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은 친위대라 할지라도 악몽을 꾸었던 걸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항상 강한 모습으로 만 있어야 했기에.
오늘만이 아니라 벌써 몇 번째 비슷한 꿈이었다.
'마법의 대륙 시절에 그에게 패배했던 사건 때문에 그런 꿈을 꾸었을까?'
심리적으로 일리가 있는 이야기였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고, 심지어는 위드조차도 그에 대해서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단지 오래된 과거가 지금 선명하게 떠올랐다고 볼 수는 없으리라.
'로열 로드에서 나의 경쟁자......'
아직 맞붙지 않은 사자성, 로암 길드, 블랙소드 용병단.
각 지역을 제패하고 있기는 해도 헤르메스 길드보다는 약했다.
개인적으로도 바드레이는 그들의 수장들과 싸워서도 가뿐히 이길 수 있다고 여겼다.
바드레이가 레벨과 전투 능력을 속인 상태에서도 그들보다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을 정도 이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으니 대륙 점령 계획에 따라서 행동 하다 보면 만나게 될 것이다.
사실 그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다만 이해할 수 없는 건 위드......'
위드에 대해서는 언제나 신비롭다.
로열 로드의 초창기에는 틀림없이 그의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언제부터인가 뒤늦게 두각을 내더니 무서운 속도로 뒤쫓아 오고 있다.
다른 어떤 세력의 지원도 받지 않고, 불가능하다고 평가받던 퀘스트를 완료했다.
대단한 모험가의 자질을 갖고 있지만 헤르메스 길드를 지배하는 바드레이가 신경을 써야 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대륙의 웬만한 성이나 도시에는 영주가 있었고 위드의 자리는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남들이 가지 않는 북부를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땅으로 만들고 나서 왕국까지 세웠다.
부시할 수 없는 부분은 전투 능력.
방송에 출연하던 초창기만 하더라도 레벨은 분명 낮은 것 같았는데 멜버른 광산에서 싸워 본 바로는 어느덧 만만하지 가 않았다.
위드가 확실히 남들과는 뭔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언제라도 잡초처럼 살아나서 무시무시하게 커 나갈 것 같았다.
존중과는 다른 의미로 반드시 이겨야 하는 대상!
'분명히 놈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바드레이는 어쩌면 그 순간이 기다려졌다.
위드가 활용했던 일점 공격술을 사용하고 그가 전투에서 보여 주었던 습관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서 약점을 보완 하는 과정에 있었다.
'그래서 이런 꿈을 꾸는 것인지도......'
바드레이는 그런 사소한 두려움조차도 기분 좋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베르사 대륙을 정복하는데 탄탄대로인 것도 재미가 없지 않은가. 지금까지 너무 훌륭할 정도로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다음번에 만나게 된다면 더욱 철저히 짓밝아 주지. 다시는 날뛰지 못할 정도로......'





<벌새의 여행>

위드는 그동안 바하모르그와 사냥하면서 귀찮아하던 조각 생명체들을 만났다.
금인이는 땅에 낙서를 하고 놀고 있었으며, 누렁이는 쟁기를 끌면서 밭을 갈았다.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컸으면 평소에 절대 하지 않던 행동을 하겠는가.
와이번들과 은새, 황금새, 빙룡은 멀찌감치 뒤에서 구경 하고 있었다.
"크흠, 내가 고생하는 너희를 볼 때마다 안쓰러워서 이번에 휴가를 주었는데, 그동안 많이 쉬었지?"
"골골골. 말하고 싶지 않다."
"음머어어어."
누렁이는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그동안 위드에게 받았던 상처와 설움.
바하모르그에 비해서 싸움도 할 줄도 모른다거나, 심심하면 밭이나 갈라는 모욕적인 언사까지 들었다.
무엇보다도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도 주인과 같이 있지 못하고 버려졌다는 사실이 조각 생명체들의 마음을 슬프게 했다.
그러다가 이제 부려 먹고 싶으니 찾아오는 비열한 행동이라니!
위드는 다 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먹을 거 줄게."
"골골골, 음식에 넘어가진 않는다."
"음머어어. 어림도 없다."
와이번과 빙룡, 불사조는 끼어들지 않고 멀리에서 쳐다보기만 했다.
비교적 말을 잘하고 고집도 있는 금인이와 누렁이가 위드를 상대하기로 사전에 이야기를 다 해 놓앗던 것이다.
지골라스에서 생명을 부여햇던 놈들은 아직 위드가 없다고 심심해할 정도까지는 아니라서 불만도 적었다.
위드는 상처받은 듯이 슬프게 말했다.
"어떻게 내가 너희를 버렸다고 생각할 수가 있니. 금인아, 내가 너에게 두 번이나 생명을 주었던 것이 어떤 마음이었는지 몰라? 너와 헤어져 있던 순간에도 항상 생각이 났어."
"골골골......"
"누렁아, 너는 새끼들 외양간 고쳐 줄게."
"음머어어어어!"
추억의 되새김질과 주택으로 간단히 관계 회복.
비룡과 와이번들도 결국 먹을 것 등을 푸짐하게 받았다.
"가족적인 분위기로군."
그리고 위드는 그 결말을 바하모르그에게 보여 줌으로써 침밀도를 얻을 수가 있었다.




"찬란한 아름다움의 표현법. 조각술 최후의 비기를 얻기 위한 퀘스트를 하려면 예술가들의 도시 로디움으로 가야 되겠군."
위드도 방문한 적이 있는 거지들의 도시!
달빛 조각술을 배운 적이 있었으며, 예술가와 건축가 등 생산식들에게는 천국인 장소였다.
조각술 영광의 대지는 로디움의 역사와도 관련이 있었다.
그곳은 과거 작은 마을이었는데, 석양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조각사와 화가 들이 모여 살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 낸 작품들이 전 대륙으로 팔리면서 예술을 알리게 되었다.
로디움의 초창기에 만들어졌던 석조 조각품이 있는 자리가 바로 조각술 영광의 대지!
조각사 길드가 있는 바로 뒤쪽이다.
"실패하면 안 되는데......"
위드는 불안한 마음에 서윤과 바하모르그를 데려가기로 했다. 다른 조각 생명체들도 말하면 최대한 빨리 올 수 있도록 명령을 내려 놓았다.
"그럼 로디움의 광장을 도착 지점으로 그릴게."
유린이 와서 그림 이동술의 스케치를 했다.
다행히 로디움은 중앙 대륙의 전쟁에도 아무 피해가 없이 무사하다고 한다.
명문 길드들과 영주들이 예술을 아끼는 마음은 당연히 티끌만큼도 없었다. 세금 수입도 적고, 치안을 유지하는 데 돈만 많이 들어간다. 점령해 봐야 건질 것이 없는 도시이기 때문에 군대까지 일부러 멀리 우회해서 갔다고 한다.





"아이고... 어서 오십쇼."
"여기 한 푼만 좀......"
"에이, 우리랑 비슷한 처지잖아!"
로디움의 광장에서 가장 먼저 반겨 주는 건 역시 구걸하는 유저들!
위드는 이때를 대비해서 복장을 때 묻은 초보 옷으로 바꿔 입었다. 서윤과 바하모르그는 흔하디흔한 사슴 가죽옷을 입고 있어서 간단히 그들 사이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곳도 사람이 많이 줄어든 것 같군."
위드는 처음 왔을 때보다는 유저들이 감소했다고 느꼈다.
그 시기는 조각술이 한창 인기를 끌 때였다.
피라미드도 건설되면서, 조각술에 대해 새로운 희망이 보이던 황금기!
그러나 전형적인 돈 안 되고, 힘들고, 어렵고, 짜증 나고, 지루하고, 마음고생 심하고, 사람들에게 무시를 받는 직업이라서 조각사를 택하는 유저들이 많이 줄었다.
로디움이 아니라 북부의 모라타에서 예술의 꿈을 키우는 사람이 더 많아져서 일어나는 현상이기도 했다.
원래 로디움에서 그 당시 구걸하던 유저들도 기본적인 재료비 등을 마련하여 대륙을 떠돌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었기에, 광장은 예전보다 조금 더 한가했다.
"그럼 바로 조각사 길드로 갈게."
위드는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최후의 비기가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이 형편없는 건 아닐 것이다.
'조각 변신술이나 생명 부여나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이나... 다 좋았어.'
정령 창조도, 벨소스 왕의 경우를 봐서는 발전 가능성이 크다.
조각 검술이 있었기에 약한 조각사의 직업으로도 초반에잘 성장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최후의 비기는 오히려 순수하게 예술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닐지 자꾸 걱정이 되었다.
로디움으로 올 때부터 마음이 편하지 못했던 이유였다.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지. 도시가스 요금이 올라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어.'
위드는 조각사 길드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나무 깎을 때의 소리가 너무 좋아, 벌레 먹은 나무라도 아까우니까 써먹어야지."
"무늬가 좋은 나무를 구하려면 바닷가 근처로 가야 하는게 아닐까."
풋내기들이 진을 치고 있는 조각사 길드.
그들은 조각 재료를 구하는 방법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쯧쯧, 그냥 주변에서 막 주워서 쓰면 되는데......'
조각사로서 작품을 만들 재료에 대해서는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일. 그래도 너무 재료를 따지다 보면 조각품을 만들지 못하기도 한다.
마구 만들어서 바가지를 듬뿍 씌워서 판매했던 것이 초보 조각사 시적 위드의 비결!
위드는 다른 조각사들의 사이를 지나쳐서 길드를 가로질렀다. 서윤과 바하모르그도 함께 따라왔다.
교관을 만나서 배울 수 있는 스킬도 없었고 조각술 마스터에 마지막 반걸음 정도를 남겨 놓은 지금은 길드를 둘러볼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조각사 길드의 뒤쪽 문!
로디움의 역사적인 의미가 깃든 장소로 통하는 문이라서 경비병들이 막고 있었다.
"무슨 용건이십니까?"
"저곳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충분한 자격을 갖추셨습니다. 들어가 보시지요."
경비병들이 비켜서 주었다.
조각술 영광의 대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고급 조각술 스킬을 터득하고 있거나 혹은 귀족, 인정할 수 있을 만한 예술가여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예술가 조합에 입장료를 내면 되었는데, 무려 200골드!
위드는 어느 쪽으로 보나 해당이 되었기 때문에 무료 통과가 허락되었다.
문이 열리고, 햇빛이 환히 비추고 있는 석조 조각품들이 보였다.

==================================================
로디움의 조각품, 별의 눈물을 감상하였습니다.
조각사들이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작품.
예술 스탯이 13 상승합니다.
뛰어난 안목의 작품 감상으로 조각술 스킬의 숙련도가 약간 올랐습니다.

==================================================

소문을 들은 적은 있지만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다.
유성이 이곳 로디움에 떨어졌고, 그것을 조각사들이 꾸며서 조각품으로 만들어 놓았다.
밤이 되면 수천 개 이상의 조각품들이 빛을 내기 시작하는데, 밤하늘의 별들을 형상화해 놓은 것이었다.
위드는 보통의 조각사가 아니기에 낮임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위대함을 금세 알아봤다.
"왠만큼 노가다를 했겠군!"
남들은 순수하게 예술을 볼 때에, 그 안에 깃든 노가다 정신을 발견할 수 있는 경지.
수천 개 이상의 별들을 조각하여 놔두기란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이 작품은 밤에 봐야 제대로 였는데 낮이라서 그저 돌무더기로 보일 뿐이었다.
근처에는 건축가들이 세운 탑도 13개나 있었는데, 안에 들어가면 하늘의 별자리들을 보다 선명히 구경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로열 로드의 바퀴벌레 커플들이 꼭 방문하고 싶어 하는 명소!
지금도 수십 명의 유저들이 이곳에서 도시락을 먹거나 하면서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밤이 되면 풀벌레가 울고 별을 볼 수 잇는 여기에 사람들이 잔뜩 모여서 담소를 나눈다고 한다.
위드는 별의 눈물의 중심으로 걸어갔다.
아직 밤이 되지 않았는데도 별의 조각품들이 신비러운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위드를 환영하기라도 하듯이 그가 걸어갈 때마다 주변에서부터 빛을 내면서 전체로 확산되어 가는 것이다.
"술집이 모여 있는 동네 같아."
지극히 현식적인 감수성!
별의 눈물이 있는 중심에는 나이를 추측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얼굴에 주름이 많은 노인이 있었다.
"어서 오시게. 별의 눈물이 반기는 것을 보니 빛의 조각술을 깨달은 분이 오셨군."
"찬란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왔습니다."
"로디움이 존재하고 나서 수백 년, 드디어 찬란한 아름다움에 대하여 말하는 사람이 나타났구려."
노인은 진물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위드를 바라보았다.
노인과의 만남으로 최후의 비기를 얻기 위한 행보가 시작된 것이다.
두 사람이 있는 주변의 별의 눈물은 은은하게 빛을 발산하고 있었기에 더없이 아름다웠다.
커플들은 갑자기 일어난 사건에 대해 조금 혼란스러워하면서도 반가워하며 오봇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조각술 최후의 비기가 시작되는 순간이란 것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리라.
이곳의 노인은 간단한 의뢰들을 내주는 것으로만 알려져있었다.
농인은 말은 정확하고 알아듣기 쉬웠지만, 이야기는 하품이 나올 정도로 아주 느렸다.
"찬란한 아름다움에 대해서 정말로 듣기 싶으시오?"
"물론입니다."
"찬란한 아름다움에 대해서 듣고 나면 그것에 빠져서 예전으로 되돌아가지 못할 것이라오. 그래도 좋겠소?"

띠링!

==================================================

- 조각술 최후의 비기, '찬란한 아름다움의 표현법'과 이어지는 연계 퀘
스트는 중간에 취소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어느 한 과정에서라도 실패하게 되면 영구히 다시 기회를 얻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하시겠습니까?

==================================================

"찬란한 아름다움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

- 조각술 최후의 비기 퀘스트가 진행됩니다.
찬란한 아름다움의 표현법과 관련된 의뢰들은 기존의 퀘스트와 별도
로 분류됩니다.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퀘스트의 개수 제한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

==================================================

-명성이 3,500 올라갑니다.

==================================================

"이것은 단지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이야기일 뿐.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전해졌으니 설화라든가 조각술의 전설이라고 해도 좋을 테지.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오. 믿는 사람도 거의 없는 이야기지."
위드는 시작부터 불안해졌다.
"그래도 듣고 싶습니다."
"먼 옛날, 대륙의 조각사들은 많은 토론을 하였다오. 그때 토론에서 나왔던 주제를 알려 드리겠소. 진정으로 아름다운 조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 것인가."
"......"
설마하니 정말 최후의 비기는 순수하게 예술과 관련이 있었던 것인가.
위드에게는 끔찍하기 짝이 없는 일.
베르사 대륙을 순수한 예술 작품으로 뒤덮으면 무엇하겠는가. 헤르메스 길드에서 몽땅 부숴 버리고 말 것인데.
"조각사들은 모든 부가능에 대하여 그리고 추가할 수 있는 아름다움의 가능성에 대해서 수백 년에 이어 고민을 하고 있었소. 그리하여 나온 첫 번째 결론으로는, 가장 아름다운 조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륙에 대해 잘 알아야 된다고 생각을 했다는 구려. 많은 곳을 다녀 봐야 제대로 된 안목을 가질 수 있을 거라는 의견이었소."
"그야 그렇겠지요."
여행은 관착력과 시야를 넓혀 주는 역활을 한다.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여행을 해 보는 것도 괜찮은 경험이었다.
"대륙에는 인간의 발이 미치지 못하는 곳도 있다오. 너무도 위험하여 바람밖에는 가지 못하는 곳, 그리고 그 바람마저도 갇혀서 되돌아 나오지 못하는 장소."

띠링!

==================================================

- 끝없이 이어진 동굴 니젤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셨습니다.
이곳에는 어떤 큰 비밀이 있을 거라고 여겨지고 있지만 누구도 알아내
지 못하셨습니다. 바람마저 되돌아오지 못한다는 말처럼, 호기심 많은
요정들조차도 들어가고 난 이후에 되돌아 나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

"바람마저 갇혀 버리는 곳에는 절대 가면 안 되지. 아무리 호기심이 생기더라도 그곳만큼은 가면 안 되오. 아무튼 이 대륙의 많은 곳을 다녀 보기 위해서는 빠른 발이 필요하겠지. 그리고 위험한 몬스터들로부터 안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각사들은 말했소. 그리고 대륙을 여행하는 데에는 벌새가 가장 좋다는 결론을 내렸지."
다행히 끝없이 이어진 동굴 니젤은 퀘스트와는 괄련 없이 그냥 정보를 획득한 것으로 나왔다.
위드는 계속 귀를 기울였다.
"말을 타고 수십 일을 달려도 가지 못하는 곳까지 날아갈 수 있는 벌새가 되어서 대륙을 돌아다닌다면 참 좋지 않겠소. 언덕도 구름도 장애물이 되지 못하겠지. 물론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다면 조각품을 깎는 데에도 도움이 될 텐데... 만약 그런 사람이 나타난다면 찬란한 아름다움을 얻기 위한 다음의 이야기를 해 주겠소."
벌새는 새들 중에서도 가장 작다. 그런데 알수록 신비로운 새였다.
새이면서도 날개짓을 아주 빠르게 하면서 공중에 멈춘 채로 있을 수도 있다.
뾰족한 부리로는 나비처럼 꽃에서 꿀을 빨아 먹으며, 남들 보다 반짝이는 깃털도 가졌다.
상상을 초월하는 빠른 속도로 엄청나게 긴 거리를 여행하는 벌새는 여행자이며 행운의 전령사이기도 했다.
띠링!

==================================================

벌새의 여행
조각사들이 추구했던 최고의 아름다움을 위하여 벌새가 되어 대륙을
여행하라
기간 12일.
벌새들의 영역보다 넓은 장소를 탐험하고 돌아와야 함.
최대한 많은 곳을 다니며 꽃가루를 채취하여 옮길수록 경험치와 숙련
도 획득.
벌새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다음 퀘스트로 이어지게 됨.
난이도 : 조각술 최후의 비기 퀘스트
퀘스트 제한 : 조각 변신술을 습득하고 있어야 함.
퀘스트 도중에 조각 변신술을 해제할 수 없음.
사망했을 시에는 퀘스트 실패.

==================================================

벌새라면 아주 작고 날렵해서 안전할 것 같지만 잡아먹힌다면 한입거리도 되지 않았다.
위드는 조각 변신술을 쓰더라도 오크나 트롤, 리치를 선호했지만 이번엔 전혀 다른 종족이었다.
"벌새라... 정말 좋은 경험이 될 것 같군요."

==================================================

-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





"벌새로 여행을 하라니......"
이번 퀘스트는 서윤과 바하모르그, 다른 조각 생명체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벌새의 지치지 않는 빠른 속도는 와이번조차도 쫓아오기가 불가능했다.
"여기서 시간을 끌 수도 없어. 어서 해야지."
위드는 조각사 길드를 나오자마자 로디움의 뒷골목으로 들어갔다. 어딘가, 광장보다는 뒷골목이 사람들이 보는 눈도 적고 친숙한 편이었다.
급한 만큼 서윤과 바하모르그가 보는 앞에서 바로 조각을 시작!
그의 조각술이야 워낙 뛰어난 것이지만 작은 벌새를 나무로 깎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거의 보석 세공에 가까운 난이도라고 봐야 했다.
'12일 동안 상아야 될 몸이니......'
위드는 벌새의 형상을 따라서 정확하게 조각을 했다.
조각사로서 지내면서 평소에 다른 동물들에 대해서 잘 알아 두지 못했더라면 벌새의 생김새를 찾는 데만도 아까운 시간이 지나갔으리라.
띠링!

==================================================

벌새를 완성하셨습니다.
행운을 물고 온다는 벌새이다.
사실적인 표현력이 뛰어난 작품으로, 특이한 부분은 없다.
거장 조각사 위드의 작품.
예술적 가치 : 760
특수 옵션 : 이동속도 10% 증가.
행운 +4
다른 조각품과 중복 적용되지 않음

==================================================

너무 서두르다 보니 예술품보다는 벌새의 원래 모습에 충실한 작품!
오크 카리취처럼 위협적인 외모도 미처 만들어 내지를 못했다.
"조각 변신술!"

==================================================

- 조각 변신술을 사용합니다.
조각술에 대한 무한한 애정은, 그 조각품과 조각사를 서로 닮게 만든다!

==================================================

위드의 몸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피부에서는 깃털이 나오고 입은 길쭉하게 튀어나와서 부리로 변했다.

==================================================

- 몸의 형태가 바뀌면서 현재 착용하고 있는 장비들을 모두 쓸 수 없게
되었습니다.
종족이나 형태에 따라 필요한 장비를 새로 구하십시오.

==================================================

==================================================

- 조각 변신술의 영향으로 민첩과 지구력, 인내력이 증가합니다.
힘과 지혜, 지식, 투지, 카리스마, 신앙, 기품, 명예가 최저 수준으로
하락합니다.
체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종족 필수 스킬 '날렵한 비행'을 획득합니다.
다른 종족보다 비행을 하면서 체력 소모가 적습니다.
움직임이 많기 때문에 허기가 매우 빨리 지게 됩니다.
조각 변신술이 풀릴 때까지 유효합니다.

==================================================

위드는 성공적으로 변신을 마쳤다.
가볍게 날게짓을 하면서 바뀐 몸으로 비행 연습을 하는데 서윤이 걸어서 다가왔다.
'이크......'
자신의 몸이 워낙에 작아지다 보니 위드는 서윤이 손을 내미는 것조차도 무서웠다.
서윤은 벌새가 된 위드의 몸을 가볍게 들어 올리더니 날개와 부리를 쓰다듬었다.
귀엽고 예뻐서 어쩔 줄을 모르는 표정!
설마 이렇게 깜찍한 벌새로 변하게 될 줄은 누구도 몰랐으리라.
위드는 그녀의 손안에서 잠시 머무르다가 날개를 펼치면서 힘차게 날아올랐다.





<벌새의 삶>

하늘에서 위드는 가야 할 방향부터 정해야 되었다.
벌새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넓은 곳을 돌아니기 때문에 부지런히 다닐 필요가 있었다.
'목적지가 정해진 것도 아니니 바람이 부는 대로 가야 되겠군.'
위드는 날개짓을 하면서 바람을 등지고 날았다.
'와삼이를 탈 때가 편했는데......'
새의 자유로운 비행과 낭만보다는 효율과 성과 지상주의!
'진짜 아주 멀리까지 날아 봐야 되겠다.'
얼굴에 바람이 세차게 부딪칠 정도로 맹렬한 속도로 비행했다.
벌새는 시속 100킬로미터 이상으로 빠르게 날았고, 날개짓은 초당 100회 가까이나 되었다.

==================================================

- 포만감이 24%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

날기 시작할 때 위드는 포만감이 70%대인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날개짓을 빨리하다 보니 얼마 지나지 않은 짧은 시간에 포만감이 이렇게 많이 줄어들어 버리고 만 것이다.
'잠시 후에 적당한 곳에 내려서 식사를 해야 되겠군. 꽃가루도 채취를 해야 되고.'
바람을 타고 고속도로를 질주하듯이 날고 있었기 때문에 일단 멈추지 않고 계속 가려고 했다.

==================================================

- 포만감이 10% 이하로 감소했습니다.
심한 굶주림을 느끼게 되며, 힘과 체력의 최대치가 82%까지 감소합니다.

==================================================

포만감이 떨어지는 속도가 무시무시할 정도였다.
위드는 급하게 지상으로 내려가서 먹을 것을 찾아다녔다. 숲과 들에서 꽃을 찾아, 주삿바늘처럼 긴 부리를 이용하여 꿀을 빨아 먹었다.
벌새는 워낙에 작기 때문에 꿀로도 배를 채울 수가 있었다.
'역시 자연산 꿀은 신선해.'

==================================================

- 포만감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체력이 회복됩니다.
생명력이 15% 상승합니다.
영양가가 높은 달콤한 꿀을 마시며 포만감을 가득 채웠습니다.

==================================================

위드는 몸에 꽃가루도 묻히고 나서 다시 힘차게 날아올랐다.
일단 목표로는 로디움 근처에 있는 다른 도시를 가 보기로 했다. 강을 발견하면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도 재미가 있으리라.
'조각술 최후의 비기를 획득하는 퀘스트라고 해서 무작정 어려울 거라고 여겼는데, 그래도 낭만이 있어.'
==================================================

- 포만감이 60% 이하로 감소했습니다.
조금 배가 고파 옵니다.

==================================================

벌새의 여행!
이건 굶어 죽느냐 마느냐의 싸움이었다.
실제로도 벌새는 3시간만 먹지 않더라도 굶어 죽었다.
남들이 무심코 볼 때에는 벌새가 신비하고 예쁘다고 구경을 할 뿐이지만, 생존이라는 게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은 것.
엄청난 운동량으로 인하여 끊임없이 먹어야만 살 수 있는 새였다.
위드는 배가 고프면 지상으로 내려가서 꿀을 먹거나 곤충을 잡어삼켰다.
처음에는 곤충에 대하여 다소의 거부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도 어떻게 곤충을 혐오스럽게......'
그런데 급한 마음에 먹기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그 감칠맛에 혹해 일부러 찾아다녔다.
뚜르르르르.
풀벌레들이 우는 소리가 평화로웠다.
그러나 벌새가 지나가고 나면 그 후로는 바람에 수풀이 드리우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하늘을 나는, 배가 빵빵한 벌새!





아르펜 왕국은 일찍부터 자유로운 시민 문화가 꽃을 피웠다. 예술가들과 건축가들은 그중에서도 활발하게 움직이는 직종이었다.
"후후. 이곳에도 내 작품들을 만들어 놓아야지."
"정말 이런 곳을 원했어."
예술가들은 모라타에서 실력을 갈고닦았다. 아직 대륙에 이름을 떨칠 만한 정도는 아니더라도, 시작했을 때보다는 훨씬 실력이 늘어나 있었다.
화가들은 물감을 배합하여 자신만의 색으로 풍경화를 그릴 수 있었으며, 조각사들은 아무리 큰 바위더라도 달라붙어서 작품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경험했는데, 예술에서는 그것이 소중한 자산이었다.
성공만 하는 예술이란 있을 수가 없다. 좌절조차도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하여 필요한 과정이 되는 것이 인생과 닮아 있었다.
모라타의 예술가들은 아르펜 왕국의 확장된 마을에 가서 그곳의 문화를 더욱 확장시키는 역활을 했다.
건축가들은 모라타에서 쌓은 경험을 통해, 머리를 들고 다니는 듀라한들처럼 간이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이곳에 위대한 건축물이 있으면 좋겠군. 최소한 3백만 골드는 들어갈 것 같은데......"
건축가 파보는 모라타의 동쪽 성문에 벽보를 붙였다.

아르망 마을에 파보가 위대한 건축물을 짓습니다.
이곳의 주변에는 넓은 곡창 지역이 있고, 포도밭과 광산 등이 자리를 잡고 있어서 모라타처럼 대도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므로 도시의 확장을 대비하여 예술적이고 고통스러운 광산을 지으려고 하는데, 참여하실 분 구합니다.
에상 건축비는 450만 골드입니다.


유저들의 기부금을 받아서 짓는 위대한 건축물!
다른 도시나 왕국에서는 미친 짓이라고 여길 만한 행동이었다. 감히 이런 일을 벌이는 건축가가 없었으며, 기부금을 납부할 사람도 없다.
"여기 1골드씩도 기부할 수 있나요?"
"된다던데요. 저는 어제 54실버 냈어요."
"가진 돈 털어서 3골드라도 내야 되겠네."
"사냥하러 가실 분 구합니다. 위대한 건축물 기부금 벌기 위해 던전 가실 분!"
위대한 건축물을 짓는 데 돈을 기부하면 그만큼의 공적치나 도시에서의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아르펜 왕국의 유저들은 나중에 아르망 마을이 아주 크게 커질 것으로 믿고 있었으므로 아낌없이 돈을 냈다.
파보는 이틀도 되지 않아서 기부금으로 450만 골드를 모을 수 있었다.

건축가 조합 돌망치에서 유셀린 마을에 위대한 건축물을 짓습니다.
알카사르의 다리!
페실 강을 연결하는 큰 다리로, 완공되면 강을 오가면서 사냥이나 모험, 재배 등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상 건축비는 5백만 골드 이상.
어려운 작업이라서 추가적으로 건축비가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기부금은 아르펜 왕국의 모라타와 유셀린 마을의 관청에서 납부하실 수 있습니다.
뭐, 솔직히 말해서, 돈은 좀 펑펑 쓰더라도 제대로 된 다리를 지어 보겠습니다.

바다 근처에는 사람들이 살 수 있는 탑도 지어졌다.
최상의 조망권을 갖춘 탑!
아르펜 왕국의 영역에서 지어지는 위대한 건축물만 자그마치 6개나 되었다.
다른 그 어떤 도시나 왕국에서도 일어나지 않는 일이 아르펜 왕국에서 벌어지는 이유가 분명히 있었다.
건축가들은 위대한 건축물을 지어 본 경험을 가졌고, 다른 유저들은 건축물이 지어지고 나서 편리해진 생활을 누려 보았다. 대륙의 다른 곳에서 아르펜 왕국으로 이주하는 사람은 있어도 떠나려는 사람은 없었다.
"나 브렌트 왕국 갈게."
"야, 거긴 뭐하러 가?"
"가족들도 데리고 오려고, 엄마 모시러 다녀와야 돼."
아르펜 왕국에서 장사가 잘된다기에 교역을 하러 왔던 상인들도 그대로 눌러앉았고, 생산직 직업들에게는 이곳이 그냥 천국이었다.
주문량이 뒤로 계속 밀려 있고, 원하는 재료들을 구하기도 쉬웠던 것이다.
모라타 시절에는 철과 구리, 금은, 보석류의 광물이 부족하였지만 아르펜 왕국이 되고 나서부터는 의뢰와 채광을 통하여 각종 재료들이 모이고 있었다.

불곰 길드!
북부로 이주하여 정착한 길드로, 타렌 마을을 지배하고 개발하고 있었다.
그들은 중앙 대륙에서도 성을 다스렸던 경험이 있을 정도로 작은 길드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아무것도 없는 타렌 마을을 개발하기란 쉽지도 않아서 성과는 크게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길드장 불곰은 약 1달 만에 로열 로드를 접속했다.
"흐윽, 드디어 여기에 돌아왔구나."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인하여 장기 입원을 했던 것이다.
그가 접속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길드원들이 마을로 달려왔다.
길드원들은 그동안 햇볕에 얼굴이 많이 그을려 있었다.
"어서 아르펜 왕국에 충성을 바치죠."
"뭐?"
"아르펜 왕국에 소속됩시다. 우리끼리 계속 이야기해 봤는데, 불곰 형 계속 안 오면 반란이라도 일으켜서 아르펜 왕국으로 넘어가려고 했어요."
타렌 마을의 병사는 미미한 수준이었기에 길드원 몇 명만 뭉치더라도 반란은 가능했다.
불곰은 친동생처럼 믿었던 길드원들의 말에 당황스러웠다.
"그러니까 왜?"
"텔레비전도 안 봤어요?"
"응. 그러면 더 접속하고 싶을 것 같아서......"
"말할 것도 없어요. 아르펜 왕국 한번 다녀와 보세요."
불곰은 말을 타고 모라타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중간의 유셀린 마을만 보더라도, 그가 접속하지 못하던 사이에 완전히 뒤바뀌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저긴 감자밭이었는데......"
감자밭이 있던 자리에 각종 전직이 이루어지는 길드들이 지어지고 있었다.
유저들이 어느새 많이 늘었다는 증거였고, 유셀린 마을에서 시작한 초보자들까지도 많이 보였다. 언덕 근처에 빼곡하게 지어진 판잣집은 번영의 상징이 된 지 오래였다.
불곰은 두 곳의 마을을 더 가 보고 나서 결정했다.
"아르펜 왕국에 들어가야 되겠다!"
왁국의 휘하로 들어가고 나서도 영주의 자리는 유지할 수 있었다. 물론 세금의 일부를 납부해야 하고 왕국의 중요한 결정에는 적극적으로 따라야 하는 귀족으로서의 의무가 생긴다. 하지만 그 모든 부담을 감사하더라도, 아르펜 왕국에 속하게 되면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으리라.
그렇지 않아도 벌써 북부를 개발하던 많은 길드들은 아르펜 왕국에 복속 신청을 했다. 위드가 돌아와서 허락만 한다면 왕국의 영토는 대대적으로 넓어질 수 있게 되었다.




배가 빵빵하고 그새 살도 조금 오른 벌새는 하벤 제국의 상공을 날고 있었다.
딱히 이곳을 둘러봐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가까우니 지나가는 길에 들른 것일 뿐.
꿀을 먹고 꽃가루를 뿌리는 일을 하느라 가끔 땅으로 내려왔다.
'음. 농경지가 잘 정돈되어 있군.'
사람들은 헤르메스 길드에 대해서 호전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하지만 그들은 확보한 영토를 비교적 잘 관리하며 내정에도 상당한 힘을 쏟고 있었다.
강에서부터 끌어온 물을 농지로 유입시키는 수로도 체계적으로 잘되어 있었고, 잘 여문 벼 이삭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
하벤 제국의 곡창지대에 펼쳐진 황금물결이란 언제 보아도 평화롭고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위드는 땅으로 내려가서 누렇게 익은 벼 이삭을 실컷 쪼아 먹었다.
'음, 맛있군. 헤르메스 길드의 쌀이라 그런지 더 맛있는 것 같아.'
작뜩 배를 채우는 벌새!
사실 위드가 먹는다고 해도 별로 티도 안 날 정도였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바로는 하벤 제국의 도시와 마을에는 주민들이 상당히 많이 살았다. 일찍부터 발전한 국가였고 경제력도 대단하였기에 중산층이 많고 기술자, 귀족 들도 보였다.
벽돌로 지어진 집들로, 도시들은 주변의 풍경과 잘 어우러 졌다.
단지 성문 근처에서 사냥을 하는 초보자들은 많지 않았는데, 최근에 북부로 많이 몰리고 있는 까닭이었다.
주민들에게 막중한 세금을 물리고 있기에 충성도가 높진 않았어도 강력한 군대로 치안을 확고하게 다지고 있었다.
"루소폰 던전에 사냥하러 갑니다. 지하 2층까지 허가증 나왔습니다. 납부해야 하는 세금은 22%. 참여하실 분 구합니다."
"최고의 사냥 파티, 스트로번에서 새로운 인원 구합니다. 가장 빠른 레벨 업을 보장합니다. 잡템 외에 획득한 아이템에 대해서는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 조건입니다."
위드는 무언가 말하기 어려운 답답함을 느꼈다.
사냥을 하면서도 내야 할 돈이 있고, 교역이나 생산을 하면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하벤 제국에서 터를 닦아 놓은 안정적인 사냥터가 많이 있긴 해서 여전히 사람들이 몰리고는 있었지만 따분했다.
사람들은 모험을 하지 않고 그저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남들보다 레벨만 빨리 올리려는 경쟁을 하고, 실제 싸우는 모습을 보니 전투력이 레벨에 비해 많이 약했다.
'허수아비 같군.'
위드는 광장을 한 바퀴 돌면서 구경한 뒤에 다른 곳으로 향했다.
"어, 작은 새다!"
벌새를 발견한 주민들도 몇 명 있었지만 대부분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에잇!"
가끔 돌을 던지는 어린아이들이 있었을 뿐!
위드가 워낙에 빠르게 날아다니기에 돌을 맞을 걱정은 없었지만 맞으면 그냥 비명횡사할 수도 있다.
이것도 벌새로서의 고충이라면 고충이 되리라.
도시 밖에 있는 냇가에서 목을 축이고 작은 곤충도 몇 마리 잡아먹은 후에 위드는 하벤 제국을 떠났다.
다른 벌새의 영역보다도 넓은 지역을 다녀야 되었기에 바쁜 몸이었다.





엠비뉴 교단의 점령 지역.
성이 검게 그을려서 타 버리고, 마을도 부서져 있었다.
위드는 지상 근처로 내려가지도 않았다.
사과나무도 불타 있었으며 평원에는 주워 먹을 곡식의 날알도 떨어져 있지 않았던 것이다.
비명이 하늘까지 사무치는 이곳은 가히 지옥 같은 분위기!
'정말... 상당히 심각한 곳이군.'
중앙 대륙에서 꽤나 많은 지역들이 엠비뉴의 아래에 넘어가 있었다.
명문 길드들이 분쟁을 벌이고 있는 왕국도, 군대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는 지방에서는 엠비뉴 교단에 의하여 초토화 되는 곳들이 나왔다.
유저들은 엠비뉴의 군대가 점령하면 위험하고 불편한 점이 많아서 그 지역을 벗어나 버렸기에 직접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엠비뉴에 의한 파괴는 번성하던 대륙을 약화시킬 수도 있으리라. 몬스터들이 더 날뛰고, 이룩했던 문명들이 파괴되어 가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위드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강과 산을 따라 이동하며 중앙 대륙의 관광지들도 방문했다.
띠링!
==================================================

- 미트릿 폭포를 감상하셨습니다.
예술 스탯이 1 오릅니다.

==================================================

어지간한 관광지마다 사람이 몰려 있었다.
생명력이 높으면 폭포에서 물과 함께 떨어지는 경험도 할수 있다.
위드는 물가에서 몸단장을 하고 다시 날아올랐다.
다시 멀리 가기 위하여 하늘에서 부는 바람을 따라서 이동하려다가 지상으로 급강화!
==================================================

- 1실버를 획득하셨습니다.

==================================================

땅에 떨어져 있는 은화를 주워서 다시 날갯짓을 하며 하늘로 올라왔다.
'이제 가야 할 곳은......'
중앙 대륙만 보더라도 충분히 컸지만 기왕이면 더 넓은 장소를 여행하고 돌아와야 했다.
'남쪽은 안 되겠고.'
남쪽은 사막지대로, 벌새가 살기에 적합한 환경은 아니다. 꿀과 곤충을 구하기 쉬운 곳을 다녀야 된다.
'익숙한 동쪽으로 가자.'
위드는 로자임 왕국을 지나서 유로키나 산맥 그리고 그 너머의 오크 랜드 부르시리아까지 갔다.
밤낮으로 먹고 나는 여행의 반복!
중간에 지나친 로자임 왕국은 엠비뉴 교단에 멍하고 나서 세라보그 성도 파괴되어 있어서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이곳에서 친해진 주민들이 많았는데......'
피라미드는 여전히 건재하였지만 그 주변은 강물의 범람으로 인하여 지형이 늪지로 변하는 등 엉망이 되어 버린 흔적이 있었다.
위드가 일으킨 대홍수의 효과.
이 주변에서는 먹을 것을 구하기 힘들어서 위드도 고생을 했다.
'역시 자연보호를 해야 돼.'
말로만 떠드는 자연보호!
마지막에 생명을 부여했던 스핑크스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발견은 되지 않았다.
당시에 위드가 와이번을 타고 떠날 때까지는 살아 있었지만 추후 방송을 통해 결과를 알게 되었는데, 엠비뉴 교단의 전방위적인 공격에 의하여 파괴되었다고 한다.
부서진 파편은 강물에 휩쓸려 버렸거나 혹은 산산조각이나 지상으로 뿌려져서 찾기가 불가능하게 되었을지도 모를 것이다.
로자임 왕국은 세라보그 성 주변으로 수도를 재건하고는 있었지만, 지방은 엠비뉴 교단의 손아귀로 들어가서 엉망이 되어 가고 있었다.
다행히 위드가 지나간 유로키나 산맥과 오크 랜드에는 엠비뉴 교단에 의한 영향이 없었다. 오크와 다크 엘프는 이간들이 내세우는 신을 믿지 않기 때문이었다.
"취익, 믿을 건 글레이브밖에 없다."
지극히 단순하기 짝이 없는 오크들.
부르시리아는 과거보다 더 큰 성세를 떨치고 있었으며, 오크 유저들도 활발하게 개척과 부하 늘리기에 열중이었다.
위드가 오크들 사이에 조각술을 터트려서, 몇몇 마을들에는 조악한 수준의 조각품이 세워져 있기도 했다.
조각품의 어깨에 앉아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깃털을 골랐다.
눈썰미 좋은 오크 새끼들이 위드를 발견하기도 했다.
"취취췻, 저기 음식이다."
"저런 거 먹으면 배만 고파진다, 췻!"
"다른 곳으로 가야 되겠군."
나흘 만에 부르시리아 까지 도착했으니 상당히 먼 거리를 날아온 셈이었다. 그렇지만 퀘스트의 완벽한 성공을 위해서는 더 멀리 날아갈 필요가 있다.
'동쪽의 끝까지 가 볼까?'
동쪽의 끝.
몬스터들로 막혀 있는 그 너머의 완전한 끝까지는 개척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미리 알아 두면 훗날에 퀘스트나 사냥을 하러 왔을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벌새의 몸이라면 장거리 여행에는 최적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음식을 끝없이 먹어 줘야 하고 전투 능력이 없다는 것이 약점.
동쪽으로 갈수록 자연환경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짐승들이 아주 많이 살았다.
곤충으로 배를 채우고 있는 위드를 발견하고 몰래 다가와서 잡아먹으려는 뱀이나 다른 비행 몬스터들도 있어서 안전하지는 않았다.
위드에게는 레벨 400을 넘는 몬스터보다 수풀 사이에 숨어 있는 개구리가 더 두려웠다.
'다른 곳으로 가자. 아쉽지만 위험한 모험보다는 지금은 퀘스트가 우선이니.'
비행 거리로만 놓고 계산하자면 방향을 바꾸어도 될 것 같았다.
'북쪽 해변을 따라서 브렌트 왕국으로 가고, 섬들이 모여있는 군도를 지나서 모라타까지 도착해야 되겠군. 그리고 다시 로디움으로 가면 되겠어.'
벌새의 관점에서 사람들을 보고, 몬스터들도 관찰하고, 새들과도 어울릴 수 있었다.
낭만적이고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벌새의 여행이 12일간의 대륙 일주로 변해 있었다.





끼룩끼룩
브렌트 왕국의 해변가.
위드는 갈매기들을 따라서 여행을 했다.
덩치가 작은 벌새라고 새들 사이에서도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까악!
특히 몸이 새까만 까마귀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위드.
까마귀들은 벌새만 보면 쫓아와서 부리로 쪼려고 했기에 위드는 그들을 피해서 날아야 되었다.
물론 더 빠른 벌새의 입장에서 위험한 것은 아니었지만, 떼를 지어 횡포를 부리는 그들을 따돌리느라 상당히 번거로웠다.
해변가에 피어 있는 꽃들의 꿀도 먹고, 꽃가루도 전파!

==================================================

- 만드라고라의 씨앗을 바람의 언덕에 뿌렸습니다.
이곳은 땅이 메마르고 거칠어서 유채꽃과 코스모스도 자라지 못하는
장소입니다. 그러나 생존력이 강한 만드라고라는 훗날 크게 군락을 이
루며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연과의 친화력을 4 얻었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일깨움으로 예술 스탯이 7 상승합니다.
식물이 자라게 되면 조각술 스킬의 숙련도가 높아지게 됩니다.

==================================================
위드가 뿌려 놓은 꽃가루들은 벌새의 영역만큼이나 퍼트려져서 자라게 될 것이다.
자연과의 친화력이란, 대재앙을 일으키기 위하여 필수!
'협곡 붕괴보다도 더 규모가 큰 재앙을 일으키기에 좋겠군.'
기왕 대재앙을 일으킬 것이라면 화끈할수록 좋은 것.
식물이 퍼져서 자라고 나면 그 모습에 따라서 나중에 조각술 숙련도도 획득할 수 있었다.
벌새의 일과라고 해 봐야 먹고 나는 것밖에는 없었지만, 자연에 중요한 역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위드는 바다에서 섭으로도 건너갔다.
벌새가 되고 난 이후로 시력이 아주 좋아져서, 하늘에 떠있는 갈매기들이 길 안내를 해 주는 좋은 역활을 했다.
다른 철새들의 무리를 발견하고 그들이 가는 곳으로 따라 가다 보면 꽃과 나무 열매가 풍성하게 열려 있는 섬에 도착하게 된다.
새들과 어울려서 여행을 하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는 있었다.
수천 마리의 새들 사이에 섞여 있다 보면 한없이 평화롭다.
벌새는 다른 새들보다 이동속도도 빠르고 먼 거리를 지치지 않고 날 수도 있었지만 배고픔이 언제나 큰 문제였다. 그래도 미리 배가 터질 것처럼 빵빵하게 먹어 두고 나면 섬까지도 무사히 갈 수가 있었다.
==================================================

- 희귀한 씨앗, 스노우드롭의 꽃가루를 입수했습니다.
눈이 내리는 겨울에 피어나는 하얀 꽃입니다.

==================================================

==================================================

- 희귀한 씨앗, 따기구아바의 씨앗을 입수했습니다.
맛이 좋은 열매가 열리며, 벌과 나비를 모으게 될 것입니다.

==================================================
귀한 씨앗을 입수하여 퍼트리면 위드는 더 많은 스탯과 조각술 숙련도를 얻을 수 있었다.
나무나 돌을 조각하여 작품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대륙 전체를 아름답게 만드는 일.
"메인 돛을 펼쳐라!"
바다에는 모험가들과 상인의 배도 떠다녔다.
"키는 오른쪽으로 반 바퀴, 그리고 해류를 따라 전속 항해!"
위드는 그런 배들이 있으면 근처에서 어슬렁거려 줬다.
==================================================

- 행운이 끌어오는 벌새의 출현.
바다에서 만나기 어려운 벌새가 나타났습니다.
자연재해로부터 피해를 입을 확률이 감소하며, 항해 중에 뜻밖의 행운
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바다에서는 폭풍, 소나기, 심한 돌풍 등이 불어오기는 하지만 육지에서처럼 몬스터들이 자주 돌아다니는 건 아니었다. 위험 해상 몬스터들의 서식 지역이 아니라면 가끔 상어떼나 구경하는 수준이라 심심한 때가 많았다.
낚시 스킬은 그야말로 필수!
바람에 따라 돛을 조정하고 항해사를 고용하여 배의 방향을 정한다. 그리고 나서는 낚시에 열을 올리기 마련이었는데, 위드는 그럴 때면 날아가서 어깨에 가볍게 내려앉았다.
"예쁜 새야, 어디서 왔니?"
행운을 가져오는 벌새는 어디를 가나 환영을 받았다.
"벌새구나. 바다에서 벌새는 처음 보는데."
"오늘 완전 운이 좋네. 배고프니?"
여성들의 경우에는 특히 호응도가 좋아서, 맛있는 정어리를 마음껏 얻어먹을 수가 있었다.
벌새는 바다에서 생선을 잡기가 어려운데 배를 푸짐하게 채우고 떠날 기회였다.
"요거 잡아다가 팔아먹어야겠다."
"된장 바르자!"
물론 목숨을 노리는 유저들도 있었다.
그들의 레벨은 썩 높은 편은 아니라서, 200대 이하였다.
대체로 바다에서는 전투가 자주 일어나거나 하지는 않아서 스킬에 비하여 레벨을 낮다.
위드는 그들의 위협적인 대화를 듣거나 그럴 낌새를 눈치채면 미련 없이 날아올랐다.
코코코코콧!
그냥은 떠나지 않고 돛을 사정없이 쪼아 버리는 잔악함.
벌새로서의 여행을 나흘 남기고 북부 대륙에 도착했다.
섬들을 해매면서 희귀한 씨앗들을 찾아내고, 또 많이 뿌려 놓기도 했다.
벌새로서 먹고사는 부분이 큰 문제였지만, 어찌나 잘 먹고 다녔는지 배도 빵빵(스캔본에는 빠방이라고 쓰여있음)하게 불러 있는 상태!
모라타에 들러서 희귀한 씨앗들을 내려놓고 나서, 야생화들을 품고 로디움까지 완주하는 계획이었다.
물론 해가 떠 있을 때만으로는 시간이 되지 않아서 어두운 밤에도 날아야 했다.
부엉이도 아니었지만 밤하늘의 별들을 따라서 비행하는 것에도 많이 익숙해졌다. 벌새가 12일 동안 날 수 있는 영역을 진작 완전히 넘어서 버린 후였다.
과로의 직전에 있을 때에만 다른 새들과 어울리거나 배에 있는 돛대의 꼭대기에 얻어 타거나 했다.





<세 번의 대재앙>

위드가 도착한 아르펜 왕국의 해안가.
그동안 이곳에는 놀라운 변화가 벌어지고 있었다.
모라타의 문화적 영향력이 높아져서 영토로 편입된 백사장에는 교역 상인들이 가끔 배를 타고 왔다.
상인들은 육지로 다니는 것보다 더욱 많은 물자를 실어 올 수있어서 바다를 많이 이용하는 편이었다. 다른 곳은 암초가 있거나 수심이 얕아 큰 배를 가까이 댈 수가 없어서, 이곳 해안가 바르나에 사람들이 모이게 되었다.
베키닌의 3마리 미친 상어도 오크들을 상륙시켰던, 기념이 될 만한 장소!
모라타의 건축가와 기술자 들이 이곳에 왔다.
"배가 접안하기 좋도록 선착장을 만듭시다."
"파도를 막을 수 있는 방파제 공사도 해야지요."
아르펜 왕국의 막대한 사회 간접 시설 투자!
세금으로 거두어들인 돈은 도로나 마을 확장, 건물 건설 등에 투입되고, 항구 건설에도 투자되고 있는 것이었다.
건축가들은 기술자들과 함께 1달에 걸쳐서 이용하기 편리한 항구를 만들어 냈다.
그 후로부터는 모라타에서 시작한 초보자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바다라... 사나이의 낭만이라고 할 수 있지."
"위드 님처럼 나도 바다에서 모험을 해 볼 거야."
"캬아! 저 수면 위로 뛰어다니는 청새치의 비늘이 햇빛에 반짝거리는 것 좀 봐."
초보자들은 육지에서의 모험만 해야 한다는 편견은 갖고 있지 않았다.
엠비뉴 교단이 중앙 대륙에서 혼란을 일으킬수록 바다가 적극적으로 개발되고 있었다.
엠비뉴 교단이 중앙 대륙에서 혼란을 일으킬수록 바다가 적극적으로 개발되고 있었다.
대륙의 다른 유명 항구들은 초호화 요트와 대형 범선이 돛을 10개 이상씩 펼치고 다닌다. 그러한 우아함은 이곳에는 없었고, 뗏목에 못 쓰는 천 쪼가리 하나 걸쳐 놓으면 그것도 훌륭한 자랑거리였다.
뗏목을 타고 노를 저으면서 가까운 바다를 돌아다녔다.
"근데 지금 가진 게 한 푼도 없는데. 바다에서 모험을 하려면 돈은 어떻게 벌어야 돼요?"
"뗏목은 먼바다로 나가지 못하잖아요. 폭풍우라도 불면 어떻게 해야 되나요?"
항구로서 조선소, 선박 거래소, 선박용품 상점 같은 기반 시설이 없었기에 유저들은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아르펜 왕국의 항해 기술은 아예 전무한 상태이기에 관련 건물들을 세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 어려운 해답도 모라타의 유저들은 스스로 찾아냈다.
건축가와 대장장이가 배를 만드는 일에 참여했다. 중앙 대륙에서 조선 스킬을 배워 오지 못하였기 때문에 직접 배를 제작하면서 관련 스킬을 터득했다.
간혹 중앙 대륙에 가서 조선 스킬을 배워 오는 사람도 생겨서, 배를 제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파도가 칠 때 물 새는 배 팝니다. 저는 이걸로 브렌트 왕국에도 다녀왔습니다. 바다에서 졸음을 쫓을 수 있는 배입니다."
"돛이 부러진 배 있어요. 돛만 다시 세우고 배 밑바닥에 구멍 몇 개만 때우면 쓸 만합니다. 상어는 조심하셔야 될걸요."
배를 제작하는 사람들의 경험이 많아지고 주문량도 늘어나자 조선소도 세워지게 되었다.
배 제작자들도 경험이 늘어서, 갈수록 속도도 빠르고 큰 배들을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선박 건조를 위한 돈 문제는 잡화점에서 낚시대를 사서 낚시로 돈을 벌어서 해결합시다."
"그거 괜찮겠네요."
배를 처음 장만하는 초보자들은 저렴한 대나무 낚싯대를 구입해서 바닷가에 줄줄이 앉았다.
1,000명이 넘는 낚시꾼들!
발을 조금만 잘못 디디면 위험한 갯바위에도 낚시꾼들이 가득 앉아 있었다.
"월척이다!"
"전갱이예요. 아싸! 사냥 3시간 해도 전갱이 1마리 사기 힘든데!"
바다에서 모험을 하기 위하여 낚시부터 배운 이들이었다.
그저 바다를 보는 것이 좋고, 파도 소리를 들으면서 소금 냄새를 맡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곳 낚시터가 괜찮네요."
"새벽이랑 아침이 잘 잡히는 거 같아요. 미끼를 더 좋은걸 끼워 봐야 되겠다."
북부 최대의 세력, 풀죽신교에서도 항구 바르나에 상당히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생선들이 있으면......"
"어죽을 만들어 먹을 수 있겠죠."
"꼬막죽이나 미역죽, 파래죽에도 도전을 해 보아야 합니다."
풀죽신교의 인터넷 커뮤니티는 하루 방문자만 백만 명을 거뜬히 넘었다. 누군가가 올려놓은, 바다에서 요리 가능한 죽 목록 글을 보고 나서 낚시꾼들은 계속 늘어났다.
에메랄드빛 바다에 뗏목을 띄워 놓고 낚시를 하다가 어느새 먼바다로 떠내려가는 초보자들을 얼마든지 볼 수 있었다.
"살려 주세요!"
"제발 구해 주세요. 저 지난번에 엿새나 표류하다가 겨우 돌아왔어요. 상어한테 잡아먹히기도 지겨워요!"
항구 바르나에서는 익숙한 풍경이었다.
겁 없는 초보자들은 그렇게 다양한 생선들을 낚으면서 돈을 벌고 바다와도 친해졌다.
항구에는 주민들이 사는 마을도 생겨나고, 이곳의 특산품으로 소금에 절인 생선과 고래기름이 탄생했다.
교역소도 생겨나면서 이곳에 상인들도 대거 방문하게 되었다.
북부 대륙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해산물의 중요 생산지로, 아르펜 왕국의 새로운 항구 마을로 커 가고 있었다.
아르펜 왕국의 탄탄한 경제력은 기술과 요구치만 충족되면 연관된 건물을 금방 세웠다. 해양 모험가 길드도 건립되면서, 바다와 관련된 모험 퀘스트도 대거 발생하였다.
"해류를 따라서 쭉 이동하면 가레아타스 군도에 도착하게 되는데, 거기에서는 꽁치가 정말 많이 잡힌다고 합니다. 갑시다!"
"오른 곶에서 석상을 확인하고 돌아오는 퀘스트 받으신 분, 저도 데려가 주세요!"
"침몰선의 유물 가져오는 퀘스트 발견! 동쪽으로 사흘간 항해를 해야 됩니다. 당연히 실패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같이 가실 분 있으세요?"
항해하는 배를 발견하기 어렵던 북부 바다가 변하고 있었다.
초보자들의 작은 배들이 누비면서 세세한 항로를 개척했다. 지도에도 없는 섬의 마을을 찾아내면 새로운 퀘스트와 교역을 할 수 있었다.
아르펜 왕국의 상인들이 발견되 섬으로 상선을 끌고 가면 교역 확대로 이어지면서 왕국의 생산량과 부가 커진다.
항구 바르나에서는 뗏목에 구멍 뚫린 넓은 천을 달고 먼바다로 나가는 유저들을 언제든지 볼 수 있었다.





위드는 모라타에 들러서 가지고 있던 씨앗을 몽땅 뿌려놓고, 그곳에 있는 야생화들의 꽃가루를 가지고 로디움으로 왔다.

==================================================

- 북부의 야생화 브리피아 씨앗을 옮겨 왔습니다.
로디움에서는 자라지 않는 꽃!
대륙의 희귀한 꽃의 씨앗을 가져왔습니다.
설새의 이 놀라운 여행은, 벌과 나비 들을 기쁘게 할 것입니다.
자연과의 친화력을 21 얻었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일깨움으로 예술 스탯이 9 상승합니다.
식물이 자라게 되면 조각술 스킬의 숙련도가 높아지게 됩니다.
==================================================

위드는 북부의 야생화들을 아끼지 않고 가져왔다.
모라타에서는 꽃 축제가 가끔 벌어지면서 사람들을 기쁘게 해 주었다. 로디움에도 꽃 축제가 벌어져서 사람들이 행복해지게 된다면 나쁜 일은 아니리라.
퀘스트의 성공으로 인하여 로디움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발생하는 것이다.
위드는 조각 변신술을 해제하고 조각술 영광의 대지를 지키는 노인에게로 갔다.
"벌새란 정말 신비한 새더군요. 평생을 여행하면서 살더라도 지루할 틈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

벌새의 여행 완료
벌새는 여행의 대기록을 세우고 돌아왔다.
여행을 하는 동안 다양한 종류의 희귀종 꽃가루를 멀리까지 퍼트리게
되었다.

==================================================

==================================================

- 명성이 3400 올랐습니다.

==================================================

==================================================

-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

==================================================

- 여정을 통해 조각술 숙련도를 3.4% 획득합니다.

==================================================

==================================================

- 모험의 성공으로 전 스탯이 3씩 늘어납니다.

==================================================

==================================================

- 모험의 성공으로 전 스탯이 3씩 늘어납니다.

==================================================

==================================================

- 벌새의 여행을 무사히 마침으로 자연과의 친화력이 41 높아집니다.

==================================================

위드는 벌새로 여행을 하며 찾아낸 자연의 발견물을 보고 하는 등으로 추가적인 보상을 얻어 낼 수도 있었다. 아르펜 왕국의 국왕 신분이지만 보상을 받으려면 다른 영주나 귀족에게 보고를 해야 하는 것이다.
노인은 기운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벌새란 오랫동안 보고 싶은 새이지요. 앞으로 내가 죽기 전에 벌새를 다시 볼 수 있을지...... 그러면 조각술에 대한 다음 이야기를 해 주어야 되겠구려. 조각사들은 때때로 지상에서 일어나는 크나큰 재앙에 대하여도 관심을 가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오. 마땅히 인간으로서는 두려운 것이지만 극렬한 파괴와 공포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아름다운 것도 없다는 것이겠지."
위드는 맞장구를 쳐 주었다.
"대재앙이란 때때로 정말 멋지기도 하지요."
자신이 아닌 적들을 향할 때에는 최고의 쾌감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렇다오. 자연이 휩쓸고 간 후에는 새로운 생명이 움트리기도 하지. 이 혼란스러운 대륙에 대재앙이 일어난다면...... 무조건 파괴를 일삼는 엠비뉴 교단이 있어서 얼마나 두려운지 모른다오. 그들에게 재앙이 일어난 다음에는 조각사들이 이야기하던 찬란한 아름다움의 조각술에 대해서 조금 더 말할 수 있을 텐데 말이오."

==================================================
대륙의 혼란을 정화하는 대재앙
엠비뉴 교단은 대륙을 도탄에 빠뜨리고 있다.
그들은 아름다움을 알지 못하며, 예술품을 파괴하는 만행을 서슴없이
저지르며 대륙을 악으로 물들이고 있다.
조각술의 기적 같은 힘으로 엠비뉴 교단의 군대에 피해를 입혀라!
대륙의 질서를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 최고의 영광을 얻을 수 있으리라.
퀘스트를 진행하는 동안 일시적으로 자연의 기원을 받아서 친화력이
35% 높아집니다.
대재앙을 3회 이상 일으키고 나서 무사히 돌아온다면 다음 퀘스트로
이어짐.
난이도 : 조각술 최후의 비기 퀘스트.
퀘스트 제한 :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을 습득하고 있어야 함.
퀘스트 도중에 무사히 살아남아야 한다.
사망했을 시에는 퀘스트 실패.
==================================================

조각술의 비기인 대재앙을 사용하는 퀘스트!
"으음!"
위드는 이번에는 정말 쉽지 않다고 생각을 했다.
엠비뉴 교단이야 과거에도 싸웠던 적이 있고, 헤르메스 길드 못지않은 앙숙!
예전에는 그래도 엠비뉴 교단이 대륙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전이라서 많이 약했다. 그런데 현재의 엠비뉴 교단은 헤르메스 길드 다음으로 넓은 영토를 장악하고 있고, 그들의 군사력은 대단하여 끊임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어려운 점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자연과의 친화력이 너무 높은 것도 탈이 나는군."
대재앙의 파괴력에 큰 영향을 주는 자연과의 치화력도 지금까지 꾸준하게 올려놓았다.
인내력이나 맷집 스탯을 올리듯이 노가다를 바탕으로 평소에 키워 놓았기 때문에 이제는 정말 위드도 감당하기가 버거울 정도의 재앙이 일어날 수가 있었다.
"세 번을 일으키고 무사히 돌아오라니... 그것도 엠비뉴 교단을 상대로라."
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 의뢰였지만, 대재앙의 종류와 장소, 대상으로 할 만한 엠비뉴 교단을 고를 수가 있다. 그 점에 기대 보는 수밖에는 없으리라.
"기왕 일으키는 것, 시원하게 일으켜 봐야겠군."
어쩌면 대륙의 파괴자로 유명해질지도 모를 노릇이었다.





브리튼 연합 왕국의 오데인 요새!
최근 헤르메스 길드가 넓은 땅을 점령하였지만 끝까지 넘어가지 않은 군사 요새였다.
클라우드 길드에서 사활을 걸고 지키던 장소였는데, 이 곳으로 엠비뉴의 종교재판관이 많은 군대를 이끌고 침공해왔다.
"이단에게 죽음을."
"엠비뉴 신의 명령에 따라 저곳을 부수자!"
마물과 광신도, 암흑 기사로 구성된 엠비뉴의 무리는 무려 6만!
규모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광신도들이야 그리 강하지는 않은 편이라서 성벽을 끼고 수비를 하면 되었다. 그렇지만 엠비뉴의 대신관 이그발바가 이끌고 있는 중앙군 26만도 다가오고 있었다.
오데인 요새가 세워지고 난 이후로 최대의 적을 맞이하는 것이었다.
"브리튼 연합 왕국을 지킵시다."
"이곳은 자유도시를 지킬 수 있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맞써 싸웁시다!"
클라우드 길드에서는 자유도시 유저들의 지원을 받으려고 했지만 계획처럼 원활하게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유저들은 엠비뉴의 군대와 싸우는 것을 상당히 기피하는 편.
대규모 전쟁에 참여하여 공적을 올리는 것은 좋지만, 엠비뉴의 사제들의 저주들로 인하여 전투 중에 괴로운 면이 많았다. 차라리 엠비뉴에 선전포고를 한 대륙 각 교단의 원정대에 참여하는 쪽을 택하지, 그냥 공성전에는 잘 끼어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클라우드 길드의 남은 전력도 아직 막강하였고, 브리튼 연합 왕국의 유저들은 대륙에서 손꼽힐 정도로 많았다.
퀘스트로 참여한 사람들과 보상금 때문에 나선 용병들의 가세까지 이어지면서 오데인 요새는 철옹성이 됐다.
"이쪽에 끓는 기름이 떨어졌어요!"
"화살도 지원 바랍니다."
엠비뉴 교단과 싸우고 있는 오데인 요새는 시장을 연상시킬 정도로 바쁘게 돌아갔다.
클라우드 길드는 더 이상 빼앗기면 위험하기에 반드시 오데인 요새를 지켜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상당히 많은 수비군을 편성하였지만, 엠비뉴 교단의 초반 공세가 만만치가 않았다.
겁이라고는 모르는 광신도들의 돌격에 마물들의 엄습은, 일반적인 공성전과는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
"전쟁! 오데인 요새에 엠비뉴 교단이 쳐들어왔습니다."
"저들로 난공불락인 오데인 요새를 점령할 수 있을까요?"
"지금 보이는 군대는 엠비뉴 교단의 선발대라고 합니다."
방송국들에서도 세 곳이나 생중계를 할 정도로 시청률도 높게 나왔다.
선발대와의 전투가 4시간 넘게 흘러갈 무렵, 이그 발바가 이끄는 엠비뉴의 중앙군이 평원을 새까맣게 메우고 진군을 했다. 성벽을 부술 수 있는 매머드들도 동원되어 있었다.
"젠장. 쉬운 게 없네."
"진짜 검이 부러질 때까지 싸워 보겠구나!"
오데인 요새를 수비하기 위해 나선 유저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흘렀다.
성벽을 끼고 싸우는 공성전이라서 수비하는 쪽의 마음이 편할 것 같지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까마득한 대군의 진군을 정면으로 보며 요새 안에 갇혀 있는 신세라서. 몰살을 당하고 말 것 같다는 두려움이 들었다.
"이렇게 된 거 마지막까지 싸워야지."
"오데인 요새 방어하기로 나설 때부터 죽음이야 각오했어."
클라우드 길드에서는 다수의 전력을 투입했지만 연이은 패배로 사기가 높지는 않았다.
그러던 어느 순간,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베르사 대륙에서도 지진 같은 자연재해가 드물게 일어나기는 한다. 그렇지만 오데인 요새는 한 번도 지진이 발생한 적이 없는 곳이었다.
역사서에도 지진이 일어났다는 말은 없었다.
그런데 가만히 서 있기가 어려울 정도로 땅이 거세게 흔들렸다.
초보자나 평범한 유저들의 입장에서는 지진이 일어나니 이것저것 볼 것도 없이 두려울 뿐.
쿠그그그그긍.
엠비뉴 교단의 중앙군이 있는 자리에서 산이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마물들과 광신도들의 마구 굴러떨어지면서 아비규환이 되는 것이 오데인 요새의 성벽에서 적나라하게 보였다. 조금 구른다고 해서 마물들이 죽지야 않겟지만 환호성이 절로 나올 정도로 시원한 광경이었다.
불과 수십 초 만에 400미터짜리 바위산이 솟아났다.
이것만으로도 마법처럼 신기한 일!
바위산의 높이가 400미터라고 해도 갑자기 평지에 생겨난 것이라서 절대 낮은 것이 아니었다. 산 정상에는 자연 호수까지 있었다.
"이거 도대체 뭘까?"
"어쨌든 엠비뉴 교단의 중심부에 저런 산이 생겨나서 수비에는 조금 편해지겠는데?"
"진짜 다행이기 하다."
쿠르르르르르르릉!
다시 바위산을 중심으로 하여 땅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이번의 진동은 훨씬 심해서, 오데인 요새의 유저들과 병사들도 바닥에 주저앉아야 되었다.
웬지 뭔가가 당장이라도 터질 것만 같은 분위기.
"뭐, 뭐지?"
"이거 그냥 지진 같지는 않은데."
"저 산에서 지금 연기 나잖아. 진동도 저기서 생겨나는 거 아냐?"
"헉! 그렇다면 이거 설마 화산......"
그리고 잠시 후에 정말 거짓말처럼 산이 폭발했다.
시커먼 연기를 내뿜더니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불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는 것이다.
화산 폭발.
바위의 파편과 용암이 사방으로 튀었다.
지골라스에서나 자주 일어나던 화산 폭발이 멀쩡한 브리튼 연합 왕국 내에서 벌어지다니!
"꺄아아악!"
"엎드려!"
비명과 함께 본능에 충실한 자들.
"일단 무조건 튀자!"
그리고 상황 판단이 남들보다 앞서 나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부분의 유저들은 두렵고 황당하여 넋을 놓고 그저 지켜보고 있었다.
사실 이런 광경은 돈을 아무리 많이 줘도 쉽게 보기 어려운 것 아닌가.
엠비뉴 교단의 군대 중심부에서 일어난 화산 폭발. 돌 조각이 튀고 용암이 흘러 내려오면서 마물의 군대를 덮쳤다.
그 뜨거운 열기가 오데인 요새에까지 느껴질 정도였으며, 하늘은 화산재로 인하여 검게 변해 버린 후였다.
바위산은 다른 산들을 기준으로 하면 작은 편이었지만, 그곳을 중심부로 하여 무지막지한 용암이 펑펑 터져 나오고 있었다. 화산 근처의 땅도 갈라지면서 용암과 뜨거운 가스가 나왔다.
마물들은 이리저리 도망을 치려다가 통구이가 되어서 회색빛으로 변하였다.
전투력이 굉장한 대신관 이그발바라고 할지라도 이런 재앙에는 어쩔 수가 없는지, 그와 그를 수호하는 성기사단도 말을 타고 피하는 모습이었다.
느닷없이 일어난 일로 인하여 방송국 스튜디오 아나운서들의 말이 빨라졌다.
"아앗, 오데인 요새를 휩쓸어 버릴 것 같던 엠비뉴의 대군이 크게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갑자기 화산 폭발이 일어나다니, 이게 무슨 일일까요?"
"전혀 조금도 추측할 수 없었습니다. 클라우드 길드에서 이런 준비를 해 왔던 것일 수도 있으리라고 봅니다."
"할 수 있었다면 헤르메스 길드와 싸우면서 진작 쓰지 않았을까요? 최근에 입수한 유물이나 마법일지도 모르지만 정말 이 위력이... 너무나도 어마어마합니다."
"경천동지! 하늘을 놀라게 하고 땅을 뒤흔든다는 그 말이 딱 어울리겠네요."
"클라우드 길드의 내부 소식통을 조금 알고 있는데 이런 준비는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다른 유저들을 상대로 하는 것도 아닌 이상 굳이 비밀로 할 필요도 없지 않았겠습니까?"
"지금 방송 화면에도 나오고 있습니다만, 클라우드 길드의 핵심 유저들조차도 어안이 벙벙하여 화산 폭발을 보고 있군요."
"그러면 화산까지 폭발시킬 수 있는 사람은 누가 있을까요?"
화산재로 뒤덮어서 어두운 하늘. 높은 곳까지 튀어 오르는 용암.
그 사이에서 날개를 활짝 펼치고 나타나는 와이번과 한 사람이 있었다.
로열 로드를 하는 유저들 중에 가장 많은 이들이 만나 보고 싶어 하고 좋아하는 전쟁의 신 위드.
위드가 데몬 소드를 뽑아 들고 와삼이를 타고 출현한 것이다.
"위드! 위드일 줄 알았습니다."
스튜디오는 난리법석이 났다.
닿기만 하면 웨만한 것은 다 녹여 버리는 용암 사이를 날아다니다니, 이보다도 멋진 출현은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전쟁의 신이 우리를 돕는다!"
때를 맞춰서 오데인 요새에서 튀어나오는 승리의 함성도 분위기를 더욱 극적으로 만들었다.
물론 위드와 와삼이의 사정이 멀리서 보는 것만큼 좋은 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야! 왼쪽이야, 왼쪽! 바로 앞에 용암 줄기 터져 나온다."
"크에에에엣!"
"이번엔 나개 접고 두 바퀘 돌아. 용암의 틈 사이를 헤치고 지나가야 돼. 거기 옆에 조심해!"
화산재로 인하여 어둡기 짝이 없는 와중에 솟구치는 용암 줄기들을 간발의 차로 피하고 있었다.
와삼이는 묘지에 가까운 절박한 움직임을 선보이며 공포에 질린 괴성을 계속 내질렀다.
주인 잘못 만난 죄가 왜 이리도 크단 말인가.
"진짜 와이번 짱이다."
"너무 멋져."
"울음 소리도 정말 소름 끼치게 무시무시하네."






유린은 그림 이동술로 여행을 하면서도 위드에 대한 소문은 항상 듣고 있었다.
마을이나 도시로 가면 의도하지 않더라도 위드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도시 전체가 시끄러울 때면, 명문 길드 간에 큰 전투가 벌어진 경우도 있지만 위드의 모험이 그들을 열광시키면 분위기부터 달랐다.
선술집 앞에는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으며, 성문 밖으로 사냥이나 모험을 하러 나가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레벨이 높은 많은 유저들이 힘을 자랑하지만 대중을 빠져들게 만드는 영웅으로는 위드가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는 설문 조사도 있었다.
'오늘도 오빠가 뭘 하나 보네.'
유린은 도시의 중심을 관통하며 흐르는 강가로 가서 낚싯대를 꺼냈다. 제피에게 심심할 때마다 배운 낚시 스킬을 즐기려는 참이었다.
챙이 넓은 노란색 모자를 쓰고 여러 색의 물감이 묻어 있는 화가 복장을 하고 낚시를 하는 여행의 맛!
'오빠는 잘 해낼 거야.'
유린은 위드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았다. 무인도에 고립되더라도, 물가가 비싸지 않고 전부 공짜라고 좋아할 사람!
무인도에 있는 동식물의 생태계가 오히려 불쌍해질 정도였다.
그보다는 위드가 어떤 여자를 만나는지에 대해서 훨씬 호기심이 갔다.
어쩌면 언니로 평생 봐야 될지도 모르니까/
'화령 언니도 괜찮을 것 같아.'
가능성이 있는 첫 번째 후보는 일행 중에서 자주 같이 다니는 화령이었다. 그녀는 아주 매력적인 데다 위드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도 않았다.
유린은 왜 오빠를 좋아하는지 화령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위드 님은 가정적이잖아. 빨래도 해 주고, 청소도 해 주고, 밥도 맛있게 해 줄 것 같아. 저번에 대게찜 완전 맛있었어!"
집안일이 좋아하는 이유의 전부는 당연히 아니겠지만, 바쁘게 공연을 하며 외로움을 타는 화령에게는 큰 부분이었다.
유린은 여자의 직감으로 서윤과도 만만치 않은 관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대학에서도 이미 크게 소문이 돌았으며, 서윤이 옆집으로 이사까지 왔으니 확실했다.
유린도 어디 가서 외모로 부족하다 느낀 적은 없지만, 서윤을 볼 때면 신이 내린 미모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정말 저 얼굴이면... 외국의 배우나 왕족이라도 그냥 만나자고 하면 다 만날 수 있겠다.'
도대체 왜 서윤이 자신의 오빠를 따라다니고 도시락까지 싸 오는 것인지 궁금했다.
'정말 소문대로 공갈 협박이라도 당하고 있는 걸까.'
친동생까지 의심하게 만드는 둘의 관계.
모라타에서 만났을 때 그녀는 서윤과 어울리기에는 오빠의 외모가 너무 평범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서윤이 정색하고 맑은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었다.
"남자 외모 뜯어먹으면서 살 거 아니라고 했어."
그렇지만 유린은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외모만이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열학한 것이 사실. 하다못해 로열 로드에서의 레벨도 서윤이 더 높았다.
도무지 서윤이 뒤떨어지는 부분이 없었다.
"나중에 결혼했는데 오빠가 취직을 못 하고 집에서 놀면 어떻게 해요?"
"돈? 내가 벌면 되잖니."
"내가 할 거야."
"힘을 써야 하는 일도 있잖아요."
"여자도 안 해서 그렇지 할 수는 있어."
"애라도 낳으면요?"
"내가 잘 키워야지."
"......"
유린은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도 많은데, 한마디도 나오지가 않았다. 서윤이 너무나도 불쌍하고 아깝게 느껴질 뿐이었다.





"여기 약속했던 금액입니다."
"후후, 틀림없군요."
위드는 길드의 전령을 만나서 계약금을 제외한 잔금을 받았다.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로 엠비뉴 교단에 타격을 입혀야 하는 마당에 공짜로 하기는 아깝지 않은가.
엠비뉴 교단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여러 길드에 연락을 취했고, 상황이 아주 급하던 클라우드 길드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제의가 오자마자 수락을 했던 것이다.
오데인 요새의 수성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엠비뉴 교단의 군대는 화산 폭발로 엄청난 피해를 입고 나서 전의가 많이 꺾였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성문 밖으로 나온 클라우드 길드에 의해 엠비뉴 교단의 대군이 격파!
위드도 추가 서비스로 와삼이를 타고 암흑 기사들을 100명 넘게 베었다. 와이번을 타고 전장을 돌아다닐 때마다 싸우고 있는 병사들의 사기가 대단히 크게 올랐다.
엠비뉴의 패잔병들은 지리멸렬하여 흩어졌으니 당분간 브리튼 연합 왕국은 그들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리라.
대승을 거두는 장면이 방송을 통해서 나오면서 클라우드 길드에서는 위축되었던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
위드는 마지막에 망토를 휘날리며 멋진 모습으로 와삼이의 등에 탔다.
"후후후, 그럼 이만......"
"저기, 잠시만요."
"네?"
"오데인 요새 앞에 있는 산은 어떻게 하실 건지요. 가시기 전에 없애 주시면 좋겠는데요."
높이가 400미터였던 산은 폭발을 거치면서 무리 890미터 정도까지 높아진 상태였다. 지금도 용암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으며 검은 연기도 내뿜어서, 보통 위험해 보이는 게 아니었다.
"산은 건강에 참 좋습니다. 사람은 산을 가까이하면서 살아야 되죠."
"지금 무슨 말씀이신지......"
"와삼아, 가자. 이럇!"
"......"





<엠비뉴 교단의 고난>

이현은 다음으로 대재앙을 일으킬 만한 적당한 장소를 물색했다.
"엠비뉴 교단이 크게 활약하고 있는 장소가......"
이럴 때는 게시판을 확인하는 게 편했다.
엠비뉴 교단과 관련되 게시물에는 그들이 거대한 군대를 이루고 침략하는 곳들이 안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방송사들의 홈페이지에서도 엠비뉴 교단에 대한 주의와 함께 위험한 지역들을 안내하고 있다.
"엠비뉴 교단이 장악하고 있는 곳들은 별로 시원치 않아."
와삼이를 타고 적진으로 침투하면서 싸우고 싶진 않았다.
이미 몇몇 정의로운 자들이 자신의 레벨을 믿고 그런 행동을 했다가 개죽음을 당했다. 이현의 경우에는 무모하게 그런식으로 당하진 않을 테지만, 어쨌든 부담이 없지는 않은 일.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에 휩쓸리고 난 후에 엠비뉴 교단에 포위된다면 생명이 위태로울 것이기 때문이다.
"싸우고 있을 때 뒤통수를 쳐야 가장 안전해."
이현은 그런 곳을 찾기 위해 검색을 했다.
그곳의 지형이나 자연환경이 일으킬 만한 대재앙과도 맞아야 해서 적당한 조건들이 갖춰져야 했다.
아이데른 왕국의 베르네르트 성!
이곳을 향해 엠비뉴의 주력 군대가 다가오고 있으며 공성전도 벌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가까운 곳에 바다를 끼고 있으며 심한 바람이 들이치는 장소였다.
"적당하겠군. 그런데 여기는 완전한 평원 지역이 아니라서 대재앙에 유저들도 휩쓸릴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이현 자신도 마음대로 조종하지 못하는 대재앙이 어떻게 덮쳐 버릴지 장담할 수 없는 처지였다.
화산 폭발이야 파괴력을 감안하여 멀리서 터트리긴 했지만 다른 재앙들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경우도 많다.
"일단 글을 올려야 되겠군."
이현은 자신의 계정으로 로열 로드의 홈페이지에 로그인을 했다.
쪽지와 메일이 수십만 통씩이나 도착해 있었다.
물론 내용은 읽지 않았지만 제목들은 대충 훑어보았다. 혹시라도 광고 출연 계약이나 상품 협찬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팬들이 보내는 메일은 읽지 않아도 제목에 공짜 당첨이라고 적혀 있는 스팸 메일은 필수적으로 읽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이현은 게시판으로 갔다.
"간단히 적어 놔야지."


제목 : 위드입니다. 부탁이 있습니다.
아이데른 왕국의 베르네르트 성에서 엠비뉴 교단에 맞서 싸울 예정입니다.
오데인 요새에서처럼 대재앙이 일어날 예정이니 그곳에 계신 유저들은 각별히 주의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내일 전쟁이 벌어졌을 때에만 안전한 성안에서 밖으로 나오지 말고 조심해 주시면 됩니다.

이현의 글을 적어 올리자마자 조회 수는 순식간에 2,000이 넘었다.
- 일단 1등.
- 탑승.
- 저도 얻어 탑니다.
- 내용 안 보고 댓글부터.
- 정말 위드?
- 나도 순위권.
- 어, 장난인 줄 알았는데 아이디 보니 정말 전쟁의 신이다.
- 위드 님이 여기에 글 쓸 리가 없잖아, 바보들.
- 내 이름도 위드인데. 캬캬캭.
- 어? 진짜 위드다.
- 윗분, 이 글 쓴 사람 진짜 전쟁의 신 위드예요.
- 누가 바보인지 모르겠네. 근데 대박이다.
이현의 글은 잠깐 사이에도 수백 건씩 조회 수가 증가!
다른 게시판과 커뮤니티에도 글이 옮겨지면서 단번에 화제로 떠올랐다. 방송사에서도 속보로 전할 정도의 파급력을 가지고 있었다.
- 지금 톨렌 왕국입니다. 말 타고 밤새워서 달리면 내일까지 베르네르트 성에 도착할 수 있을까요?
- 에버딘 왕국에 있습니다. 모여서 베르네르트 성으로 같이 가실 분 찾습니다. 기마술 초급 6레벨 이상이나 마차 이동 스킬 중급 이상만.
- 위드 님과 같이 싸우고 싶습니다. 갑시다.
- 저도 가겠습니다. 대재앙을 볼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요.
- 아싸, 난 아이데른 왕국 초보인데. 잃을 것도 없다. 대재앙을 맞아 봐야지!
이현이 쓴 글을 보고 유저들이 베르네르트 성으로 모이고 있었다.





베르네르트 성.
엠비뉴 교단의 공격이 예정되면서 활동하던 유저들도 다들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갔다.
그러나 위드가 온다는 말에 아이데른 왕국의 유저들은 물론이고 다른 왕국에서도 텔레포트 게이트를 통해 유저들이 왔다.
평소 축제가 벌어졌을 때보다도 훨씬 많은 유저들로 베르네르트 성은 포화 상태가 되어 버렸다.
성으로 뚫려 있는 큰길 가에도 여행객들이 계속 들어왔다.
"빨리 들어오세요. 엠비뉴 교단이 가까이까지 왔습니다."
"대재앙은요?"
"아직입니다."
"딱 맞춰서 도착했구나!"
멀리서부터 걷거나 말을 타고 온 유저들은 피로를 풀 틈도 없이 성벽으로 올라갔다.
모여든 유저들의 전력을 합치면 베르네르트 성의 방어 병력이 10배는 더 늘어나게 된 상황이었다.
"엠비뉴 교단이다!"
"남쪽에서 대군이 접근 중!"
유저들은 평소 등줄기를 서늘하게 했던 엠비뉴 교단의 마물과 광신도 등으로 이루어진 군대를 보면서도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위드 님이 어떤 식으로 박살을 낼까? 완전 멋질 것 같아."
"캬아, 진짜 싹 쓸어버렸으면 좋겠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두 번째,
지금처럼 짜릿한 순간은 로열 로드를 하면서도 경험하기가 어려웠다.
엠비뉴 교단이 꾸역꾸역 베르네르트 성을 향하여 진군해왔다.
그들특유의 이상한 괴성과 주문을 외우는 소리, 엠비뉴 신을 향한 찬송가들이 울려 퍼졌다.


엠비뉴 신이 우리를 죽이니
기꺼이 이 한 몸을 희생하리
엠비뉴 신이 타락한 세계를 파괴하니
완전한 정화가 이루어지리라

마물들이 앞서 있었으며, 노예들이 비대하게 큰 공성 병기들도 끌고 오고 있었다.
"위드 님은 언제 오시는 걸까? 이제 놈들이 여기까지 30분도 안 걸려서 도착을 하겠는데."
"딱 절묘하게 맞춰서 오지 않을까? 방송을 봐도 그랬잖아."
"조금 늦는 것 같아도 완전히 다 끝나고 온 이후에 온 적은 없었지."
"우리 사이에 있을지도 모르지 않겠어? 깜짝 등장을 자주 하셨으니까."
유저들은 병사들과 함께 수성전을 위한 준비를 했다. 베르네르트 성에 온 만큼 어쨌든 살아남기 위하여 엠비뉴 교단과 싸울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엠비뉴 교단의 군대가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은 장거리 행군을 했지만 대사제 이브렌챠의 권능으로 사기나 피로가 떨어지지는 않았다.
"오긴 오는 거야? 만약 안 오면 우리는 전부 개죽음을당하고 말 거야."
"오겠지. 안 오면 평생 악플 달아야지."
조마조마한 기분이 갈수록 커져 갔다.
그리고 그때, 먼바다에서 무언가가 나타났다. 그것은 급속도로 해안가로 다가오고 있었다.
"저게 뭐지?"
"어, 엄청나다!"
성벽에 있던 유저들은 자리에 서 있기가 힘들었다.
그 이유는, 바다에서부터 하늘까지 맞닿을 듯한 12개의 회오리바람이 육지로 접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라보는 순간 이렇게 죽는구나 하는 생가밖에 들지 않는 회오리바람!
회오리바람의 선두에는 위드가 포효하는 빙룡을 타고 오고 있었다.
빙룡이 억울한 듯 포효했다.
"주인, 이번에는 왜 나인가!"
"와삼이가 도망갔어!"
와삼이가 약속된 장소로 나타나지 않고 튀는 바람에 위드가 예정했던 시간보다 늦어지게 된 것이다.
빙룡은 죽을힘을 다해서 날고 있었고, 모든 것을 찢어발길듯이 거세게 부는 회오리바람이 뒤를 따라왔다.
12개의 회오리바람은 움직이며 엇갈리기도 하고 때로는 일시적으로 합쳐져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게 커지기도 했다. 바다의 맨바닥까지 파해쳐 놓을 정도였다.
회오리바람의 빨려 드는 힘에 이끌리면 빙룡이라고 하여도 갈가리 찢겨 나가게 될 것이다.
"주인, 그동안 함께 있어서 행복했다. 내가 죽는다면 장례는 거창하게 치러 주지 않아도 된다."
빙룡은 겁에 질린 채 힘껏 날면서 유언을 남기려고 했다. 회오리바람이 너무나도 무서웠던 것이다.
역시 같이 보낸 시간이 길다 보니 위드의 호주머니 사정까지 고려해 주는 빙룡이었다.
"걱정 마. 팥 준비해 왔어."
"팥은 왜 가져왔나."
"어떻게 널 그냥 보낼 수 있겠니. 쓸모 있는 부분은 떼어다 팔아야지."
시원한 팥빙수로 장사를 하려는 위드!
"쿠오워어어어어!"
위드와 빙룡을 따라서 회오리바람이 마침내 상륙했다.
"꺄악, 최고다!"
"위드 님, 기다렸어요!"
"아자! 여기까지 온 보람이 있구나."
해안가 근처의 돌무더기에는 유저들이 100여 명가량 서있었다.
그들은 엠비뉴의 군대가 가까이 다가오더라도 성으로 물러나지 않고 위드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레벨도 비교적 높지 않고, 중요한 물품들은 따로 보관을 해 놓았다.
대재앙에 휘말려서 죽는 폼 나는 경험을 다음에 언제 또 해 보겠는가.
"몸이 뜬다!"
"꺄아아, 시원해!"
"풀죽. 풀죽!"
무시무시한 회오리 바람이 유저들을 순식간에 날려 버리고, 이윽고 엠비뉴 교단의 군대까지 덮쳤다.
크웨에에엑!
마물들이 괴성을 지르며 땅에서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회오리바람은 땅을 뒤집어엎고, 커다란 나무를 뿌리째 뽑았다. 몸무개가 묵직한 마물들이 버텨 보려고 해도 네발이 한꺼번에 천천히 떠오르더니 금방 바람에 의하여 빨려 들어가고 만다.
12개의 회오리바람이 한복판을 휘저으면서, 뭉쳐서 진군하던 엠비뉴의 군대는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뿌으우우우!
하늘 높은 곳까지 올라간 거대 코뿔소 칼라크롭스.
그들이 지상으로 추락하며 광신도와 암흑 기사, 사제 들을 깔아뭉겠다.
회오리바람들이 엇갈리면서 교차하고 합쳐지면서 나타나는 파괴력은 진정 재앙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수준.
공성 병기들이 종잇조각처럼 찢겨서 박살 나고, 어떤 것은 끌어 올려져서 바다까지 날아가서 떨어졌다.
강철 방패도 바람을 막는 데 아무 효과가 없었으며, 광신도들은 마물들과 같이 그냥 회오리바람으로 빨려 들었다.
좋은 구경거리를 위하여 베르네르트 성에 온 유저들조차도 소름이 돋았다.
"장난 아니다."
"아, 이거 진짜 무섭다."
"이런 거 꿈에 나올 것 같아."
위드를 태운 빙룡이 엠비뉴의 군대 위를 지나가면 그 뒤를 거센 회오리바람이 초토화시키는 전율적인 광경!
제법 높은 레벨을 가지고 있던 유저들조차도 겸손해지게 만드는 대재앙의 카리스마였다.
"진짜 로열 로드 최고 수준의 유저는 이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구나."
"완전히 전설 아니야? 나 이런 비슷한 모습도 본 적이 없어."
"스킬 레벨 올리기 진짜 어려운 마법사가 거의 바람 마법 마스터의 단계나 되어야 이런 능력을 보일 수 있을지 모르겠네."
구경하는 유저들은 그야말로 위드의 파괴적인 면모에 더 환호하고 있었다.
"빙룡아, 이대로라면 죽겠다. 더 빨리 날아!"
"최선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빙룡은 큰 몸짓 탓에 회오리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모든 힘을 다 쥐어짜 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회오리바람은 떨쳐 낼 정도로 압도적으로 빠르지는 않았다.
땅에서부터 하늘까지 이어진 회오리바람의 위력은 베르네르트 성에까지 미쳐, 유저들도 심한 바람으로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였다.
위드는 고개를 뒤로 돌려서 회오리 바람을 쳐다봤다.
"빙룡아."
"말해라, 주인."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하나씩 있어. 뭐부터 말해 줄까."
"좋은 것부터."
"회오리바람이 8개로 줄었다."
"다행이다."
"그리고 나쁜 소식은, 합쳐져서 더 강해졌어."
"그러면 결국 안 좋은거 아님가."
"그래도 좋은 소식이 있다고 하니까 잠깐은 기분 좋았잖아."
"......"
회오리바람 4개는 다른 것들과 합쳐져서 위력이 배가되었다.
4개의 큰 회오리바람과, 그나마 작은 4개의 회오리바람.
엠비뉴의 군대는 바람에 이리저리 날리느라 진형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전투가 불가능할 정도로 심한 바람이었다. 기산단이 엠비뉴 교단을 향해 돌격한다면 순식간에 회오리바람에 바쳐지는 제물이 되리라.
회오리바람과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마물들과 광신도, 암흑 기사들이 공중에서 빙룡에게 날아오기도 하였다. 지상에서 회오리바람에 끌어 올려진 녀석들이 높은 곳에서 사방으로 내던져지는 것이다.
생명력이 높은 마물들이라고 해도 무시무시한 속도로 땅에 곤두박질치면 거의 죽었다.
그보다 무서운 것은, 중간에 다른 회오리바람에 휘말려서 다시 높은 곳으로 올라가게 되는 것.
회오리바람 사이의 거리가 넓지 않다 보니 온갖 일이 다 벌어지고 있었다.
회오리바람은 순수한 바람이라고 할 수가 없었고, 나무와 돌, 마물, 광신도, 암흑 기사 등 온갖 것들이 날아다녔다.
"이대로면 잡히겠다. 더 빨리 갈 수 없어?"
"낼 수 있는 최대 속도다."
"안 되겠군."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의 위력은 종잡을 수가 없다. 절벽 붕괴나 산사태 같은 재앙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였지만, 회오리바람의 흡입력은 일어나기 전에는 알지 못한다.
성처럼 단단한 건물이 아닌 이상 목조건물 같은 것은 아예 흔적도 없이 날려 버릴 정도다. 누렁이보다 큰 바위가 공중으로 들어 올려져 바람의 압력에 자갈처럼 부서지기도 하였다.
"대재앙의 시간이 얼마 남지는 않았을 텐데. 빙룡아, 브레인스를 준비해서 뒤로 돌아서!"
빙룡이 위드의 말을 따른다면 도망치는 속도가 느려져서 회오리에 먹힐 수도 있다.
본능은 계속 앞으로 날아가라고 했지만, 빙룡은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비행 속도를 늦추며 뒤로 돌아섰다.
위드와 그동안 형성한 관계 때문에 믿게 된 것이다.
빙룡은 멈추자마자 몸이 가까이 다가온 회오리바람에 빨려 들 것 같은 흡입력을 느꼈다.
"잠깐 기다려. 그리고... 지금이야. 날려!"
빙룡의 주둥이에서 쏘아져 나간 아이스 브레스가 회오리바람의 중심을 강타했다.
회오리바람은 강렬한 브레스에 일시적으로 조금 약화되었지만, 그 시간은 불과 10여 초. 곧이어 얼음덩어리들이 회오리바람을 타고 돌면서 더없이 화려한 광경이 연출되었다.
빙설의 폭풍처럼 오히려 더욱 위력을 떨쳐 내는 회오리!
그리고 잠깐 이동이 멈춘 사이에 뒤따라오던 다른 회오리까지 합쳐지게 되었다.
빙룡의 눈가에 원망이 어리려고 하는데 회오리바람이 더 이상 따라오지 않았다. 다른 회오리바람들과의 간격이 가까워지면서 그들끼리 뒤엉키기 시작한 것이다.
"빙룡아, 튀자!"
이런 명령이라면 빙룡은 언제든지 기꺼이 들어줄 수 있었다.
위드와 빙룡이 빠져나간 이후로도 회오리바람은 꼬이고뭉치면서 엠비뉴의 군대가 있는 지역을 무섭게 휩쓸었다.
나중에는 정말 거대한 3개의 회오리바람이 그 위력을 떨쳤는데, 땅에서 끌어 올린 파편들과 마물들의 사체가 베르네르트 성 바로 앞까지 날아올 정도였다.
그리고 어느 한순간, 거짓말처럼 회오리바람은 사라졌다.
그 후에 하늘에서 우수수 떨어져 내리는 엠비뉴의 군대.
크워어어어!
"엠...비뉴... 신을 찬양하라......"
마물과 광신도 들이 대지에 널브러졌다.
엠비뉴의 군대는 적어도 2할 이상의 병력 손실을 입었다.
암흑 기사와 사제라도 소용돌이에 휩싸이면 거의 대부분이 죽었다. 마물과 광신도 들은 말할 것도 없었지만, 무엇보다 큰 손실은 대재앙으로 그들의 사기가 최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엠비뉴의 대사제 이브렌챠는 대재앙이 다가오자마자 암흑 기사 친위대와 같이 신속하게 바로 물러났다. 엠비뉴 교단에서는 왕실 기사들처럼 희생정신이 투철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 덕에 최고위층은 무사하기는 하였지만, 군대로 본다면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의 피해를 입고 지휘 체계가 붕괴 되었다.
사기가 낮아진 상태에서 지휘관 없이 싸우게 되면 약간만 불리해져도 항복을 하거나 아니면 전장을 이탈하며 도망을 가 버리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
위드는 빙룡을 타고 베르네르트 성 위로 돌아왔다. 그리고 터트리는 사자후!
"나가자! 우리는 싸워서 이길 것이다!"
베르네르트 성은 NPC 영주에 의하여 소유되고 있었다.
위드가 중앙 대륙의 왕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권위를 인정하였고, 또한 이미 충분한 힘과 통솔 능력을 보여 주었기에 반발은 없었다.
"성문을 열어라!"
영주의 명령이 떨어지고, 성문이 열렸다. 그리고 유저들은 밖으로 나와서 엠비뉴 교단과 전투를 시작.
성벽을 지키면서 싸울 수도 있었지만, 적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지금은 공격을 나가는 편이 훨씬 유리했다.
대사제 이브렌챠와 암흑 기사 친위대가 있었지만, 위드를 따라서 불사조와 황금새, 은새 , 바하모르그 등의 조각 생명체들까지 나타났기에 전투는 일방적이었다.
"끄아아악."
뒤늦게 바다 쪽에서 날개를 활짝 펼치면서 와삼이까지 등장했다.





엠비뉴 교단의 군대는 상당히 큰 피해를 입었지만, 대사제 이브렌챠와 암흑 기사들은 중요한 전력은 보전할 채로 무사히 퇴각을 했다.
위드와 조각 생명체, 유저들과 베르네르트 성의 병력이 나서서 싸웠지만 사기가 떨어진 광신도와 마물을 없앴을 뿐.
주력은 상황이 안 좋은 것을 보자마자 퇴각을 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큰 전투라서 참여한 사람들은 명성과 전리품, 공적으로 인한 스탯을 얻을 수 있었다.
"위드 님, 고맙습니다."
"정말 감사해요."
위드는 빙룡을 타고 그들의 머리 위를 배회한 후 먼 곳으로 사라졌다. 빙룡의 웅장한 날개가 활짝 펼쳐진 것은 유저들이 오래도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세 번째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은 로자임 왕국에서 사용되었다.
로자임 왕국의 지방은 많은 곳들이 엠비뉴 교단의 지배에 속해 있었다.
적당한 곳을 물색하던 도중에 엠비뉴 교단에서 짓고 있는 요새를 발견!
어마어마한 식량과 병장기가 모여들고 있었다.
"병력도 최소한 7만 이상. 그리고 공성 병기도 제작되고 있군."
엠비뉴 교단이 로자임 왕국을 장악하기 위한 중요한 교두보라고 할 수 있었다.
위드는 이곳을 망가뜨리기로 결정햇다.
그리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와삼이!
"나쁜 짓도 많이 하니까 이제는 뭐, 그럭저럭 웬만해서는 안 위험할 것 같군"
대재앙도 일으킬 만큼 일으켜 봤다.
그래도 이번에는 안전제일주의로, 위드는 적당한 것을 준비해 왔다.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
붉은 왕개미의 조각품을 파괴!
잠시 후에 엠비뉴의 요새 알렉사는 붉은 왕개미 뗴로 뒤덮이게 되었다.
"역시 아름다운 모습이야."
위드는 와삼이를 타고 요새 주변을 빙글빙글 날았다.
KMC미디어와 CTS미디어를 통해 생중계가 되고 있었기에 적당한 분위기 조성도 반드시 필요했다.
"이놈의 인기가 죄지."
방송국에서는 노래도 불러 주기를 원했다.
시청자들의 호응이 높다는 이유였는데, 위드는 이것만큼은 거절했다. 제대로 된 큰 전투가 벌어지지 않는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귀한 노래를 함부로 부르면 안 돼."
나무는 물론이고 돌과 철까지 먹어 치우는 왕개미들의 습격.
요새에서는 마물들과 광신도들이 저항하면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몇몇 곳은 건물이 무너지고 화염이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땅의 모래에서부터, 문틈에서, 천장에서 기어 나오는 붉은 왕개미 떼는 공포스러울 정도였다. 제대로 역활은 못하지만 날개도 있어서 4~5미터 정도씩은 날 수도 있었다.
넓은 평원이었다면 광역 화염 마법 등으로 어찌어찌 막는데 도움이 될 테지만 요새라는 갇힌 환경에서는 오히려 붉은 왕개미 떼가 유리한 면이 훨씬 많았다.
틈새와 구멍마다 나와서 건물과 몬스터들을 그대로 덮어버린다.
붉은 왕개미들은 그동안 모아 놓은 식량을 깨끗하게 먹어버리고, 병장기들도 쓸 수 없도록 만들었다.
건물의 파손도 심각하였고, 광신도와 마물 중에서 죽은 이들도 많이 있었다.
이것보다 더 잔인한 것은, 이 대재앙이 한 번으로 끝나지가 않는다는 점이다.
위드가 지금까지 일으킨 대재앙은 자연환경과 관련된 것 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생물과 관련되 재앙.
붉은 왕개미 떼는 천장과 벽에 구멍을 뚫고 그 안에 알을 가득 낳아 놓았다.
알에서 새끼 개미들이 께어나는 순간 대재앙이 되풀이될것이다.
"예전에 살던 집에서도 개미 때문에 참 고생이었는데."
위드는 과거 중학교 시절에 월세로 살았던 반지하 집 생각이 어렴풋이 났다.
음료수 한 방울만 떨어뜨려도 온통 개미들이 들끓었다. 콜라를 마시고 조금 남겨 놓으면 병안에 개미가 절반 가까이 찰 정도!
그 등살에 오죽하면 바퀴벌레와 쥐도 살지 못했겠는가.
개미가 제대로 번식을 하고 나면 그 후로는 놈들을 쫓아내기가 정말 어려워진다. 장판 밑에서 기어 다니는 건 애교 수준이었고, 책 속에도 개미가 있었다.
"개미만큼 독한 놈들이 없어. 집에 먹을 것을 아예 놔두지 않으니 밤에 내 살까지 뜯어 먹으려고 했지."
위드는 과거의 기억을 살려서 대재앙을 정했던 것이다.
이런 것이 바로 경험의 힘!
요새 알레사는 영구히 사용할 수 없게 되리라.

띠링!

==================================================

엠비뉴 교단에 연속으로 중대한 타격을 입혔습니다.
대륙을 악으로 물들이는 엠비뉴 교단!
그들은 예측하지 못할 공격으로 쉽게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었습
니다.
정의를 수호하는 대륙의 교단들과 왕국들은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성공시킨 조각사의 영웅적인 행동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

==================================================

- 명성이 4,160 올랐습니다.

==================================================

==================================================

- 카리스마가 3 상승하셨습니다.

==================================================

==================================================

- 투지가 4 상승하셨습니다.

==================================================

==================================================

- 예술 스탯이 11 상승하셨습니다.

==================================================

==================================================

- 엠비뉴 교단과 전쟁을 선포한 모든 왕국과 교단에 대한 공적치가
2,190 상승했습니다.

==================================================

==================================================

호칭! 대륙을 구하는 영웅을 획득하셨습니다.
베르사 대륙에서 가장 큰 업적을 쌓은 이에게 주어지는 호칭.
엠비뉴 교단과 싸우기 위하여 부하들을 모집할 수 있습니다. 자유 기
사는 물론이고 성기사와 왕실 기사도 의로운 부름에 답할 것입니다.
최초로 부여된 대륙을 구하는 영웅 호칭입니다.
다른 이가 대륙을 위하여 더 큰 업적을 세우게 되면 호칭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호칭이 유지되는 동안에는 모든 주민들이 당신의 존재를 주목하게 됩
니다. 주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습니다.
통솔력과 카리스마, 투지의 효과가 27%씩 늘어나게 됩니다.
최상의 명예 부여.
행운이 45 늘어납니다.
==================================================

대재앙과 관련된 퀘스트를 했을 뿐인데도 위드는 막대한 이득을 얻었다.
"퀘스트를 보고하러 가야 되겠군, 와삼아, 가자."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황궁을 건설하면서 기존의 점령 지역에 대한 내정 작업을 진행하였다.
영주들을 임명하고 제국 차원의 도로망 개설과 농경지 확대, 거점 도시 개발, 광산 채광을 이루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군사력 확대였다. 기사단을 보다 정예화시키고, 지휘관들은 병사들을 이끌고 몬스터 토벌에 나섰다.
소수의 수뇌부만이 헤르메스 길드의 전쟁 계획을 미리 알았다.
"대륙 정복 전쟁을 위하여 서둘러야 된다. 앞으로는 휴전이 없을 거야."
"훈련도가 빠른 궁병들은 준비를 마쳤습니다. 마법병단이 문제인데......"
"그쪽은 그로비듄이 준비하기로 하지 않았나?"
"주민들의 학문 능력을 올리는 데 아직도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지금의 마법병단도 대단합니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전략적으로 특정 도시에 마법사 관련 시설들과 학문 시설들을 지었다. 돈이 많이 드는 사업이었지만 길드의 역량을 집중시켜서 최고의 마법 길드들을 세우고 관련 연구 개발에도 투자를 했다.
주민들을 똑똑하게 가르쳐서 특성화된 마법병단을 수성하기 위함이었다.
최초의 제국으로 성장한 헤르메스 길드가 다음에 전쟁을 일으켜서 왕국들을 정복하면 모든 세력이 적대적으로 나올 것이다.
이젠 멈추지 않고 대륙 정복 전쟁을 벌일 예정이었으며, 전쟁 준비도 그 어떤 세력보다 체계적으로 일찍 끝낼 작정이었다.
"그보다도 요즘 위드가 두각을 많이 드러내고 있는데요."
하벤 제국의 주민들도 매일 위드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교역소의 상인이나 술집의 점원이나, 위드의 모험과 엠비뉴 교단을 상대하며 보내 준 재앙에 대해 떠들었다. 대륙 최고의 영웅이라면서 위드에 대해 말하고 있었으니 헤르메스 길드원들은 썩 유쾌하지 못했다.
"조각사 직업 마스터 퀘스트를 하는 것 같은데, 바드레이 님은 별말씀이 없으셨습니까?"
"아무 말도. 황재가 되셨으니 이제는 직접 상대한 필요도 없지."
"그래도 번번이 우리 길드의 발목을 잡았던 전례가 있는데. 그냥 놔두기도 보기 안 좋습니다."
수뇌부에서는 위드에 대한 강경책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헤르메스 길드의 높은 자존심이 위드에 의해 몇 번이나 꺾였다. 하벤 왕국이 제국으로 성장한 지금 돌아보면 명예가 실추된 몇 안 되는 경우였다.
라페이는 이미 지난번 멜버른 광산에서 위드에 대해서는 설욕을 했고 다른 길드들이 주목하고 있는 이때 대륙 전체에 비하면 사소한 일을 벌이는 것이 마땅치 않았다.
"그만. 지금의 헤르메스 길드는 위드나 상대하고 있을 수가 없다. 직업 마스터 퀘스트? 떠들썩하게 하거나 말거나 관심 가질 필요 없다. 위드라면 충분히 첫 번째로 성공시킬 수도 있을 테고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을 분산시켜서 좋은 점도 있지. 우리의 목표는 완전한 대륙 정복이며, 그것에만 집중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라페이는 대륙 전체를 도모하고 있었으며 거창하게 전쟁 준비를 진해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위드를 무시하기고 결정하였다.





위드는 로디움의 별의 눈물이 있는 곳으로 와서 퀘스트를 보고했다.
"무사히 돌아오셨구려."
"예. 대륙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하여 조각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어렵고 위험하였을 텐데 수고가 많았소이다."
"아닙니다. 평소와 같이 제 마음이 시키는 대로 따랐을 뿐이고 보람도 느꼈습니다. 엠비뉴 교단에 의해 박해받는 이들을 돕는 것이 저의 사명이라고 할 수 있지요."

띠링!

==================================================

대륙의 혼란을 정화하는 대재앙 완료
엠비뉴 교단은 오데인 요새와 베르네르트 성. 건설 중인 알레가 요새
에서 세 번의 재앙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조각사 위드의 정의로움에 대해서는 대륙의 주민들이 알고 있다. 거
짓말과 공포로 주민들을 포섭해 나가던 엠비뉴 교단에는 큰 방해가
될 것이다.

==================================================

==================================================

-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

==================================================

- 조각술의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

==================================================

- 명성의 1,618 올랐습니다.

==================================================

==================================================

- 엠비뉴 교단의 포교 활동의 성공륙이 3,2% 감소합니다.

==================================================

"그러면 찬란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서 더 들려주겠소이다."
"경청하겠습니다."
"조각사들은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그치지 않았는데, 그들끼리의 의견도 자주 충돌이 일어났고, 특히 술을 마시면서는 많이 싸웠지."
"......"
그리고 한참을 잡다한 이야기를 떠들었다.
어떤 조각사가 성격이 안 좋았으며, 예술가라고 해서 술버릇이 좋은 것도 아니라는 등.
위드는 그런 내용들도 빠짐없이 기억은 해 두었다. 퀘스트를 하다 막혔을 떄 언제 실마리가 될지 모른다.
'술 먹고 싸우고 여자들에게 인기도 많고, 조각품 팔면 몽땅 빚 갚는 데 쓰고...... 찬란한 아름다움을 조각하려고 했던 조각사들도 난봉꾼이나 다름이 없었군.'
위드가 해야 할 일은 나중에야 알려 주었다.
"진정 찬란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굴복해서는 안 되지. 대륙이 혼란스러운 지금으로써는 그 어떤 것도 견디면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오. 파도와 바람을 벤다면 그 길을 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오. 그리고 세월을......"
"네?"
"깎고 잘라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정말 긴 세월을 들여서 조각할 수 있는 것이 세상에 있다오. 조각사들의 땀 방울로도 표현할 수 없는 그런 긴 세월 동안 만들어지는 작품들이지."
오랜 시간을 자라서 그 자리를 지켜 온 고목은 보이지는 않지만 깊게 박힌 뿌리와 울창한 나뭇가지, 거친 나뭇결까지도 그 자체를 아름다웠다.
빗물이 모이고 흘러가면서 긴 시간이 지나 폭포와 계곡을 이루기도 한다.
그런 자연의 장대한 아름다움이야말로 조각사라고 하여도 도전하지 못하는 부분이었다.
"긴 시간에 걸쳐서 무언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기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충분한 만큼의 고난을 경험해야 아름다워진다고 조각사들은 생각을 했지. 자유 분방한 요정인 페어리들과 친하시오?"
"약간...... 나쁜 관계는 아닙니다."
위든는 페어리의 여왕 테네이돈의 날개를 치유해 주어야 하는데 드래곤과 관련이 있어서 떼먹고 있었다.
그렇더라도 급한 퀘스트는 아니거나 혹은 난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연계 퀘스트라는 추측이 사실인지 재촉은 하지 않고 있었다.
바르칸을 물리쳐서 테네이돈을 구해 주었기 때문에 페어리들은 아직도 여전히 위드에게 고마워하고 있다. 던전에서 가끔 나타나서 귀를 잡아당기며 길을 알려 주거나, 요리를 하면 먹을 것을 내놓으라고 떼를 쓰기도 한다.
위드가 맛있는 요리를 해 주면 만족하면서 먹었지만, 보리빵을 약간 찢어 주면 당장 떠나 버렸다.
"자연의 기적을 깨닫고 있는 사람이라면 긴 세월이 필요한 조각술에도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오. 페어리들이 나타나서 도와줄 수 있겠지."
띠링!

==================================================

무엇이든 가르는 빛의 검
조각술 마스터이며 다재다능한 천재 자하브는 조각 검술을 남겼다.
달빛을 조각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사악함에 빠져 있는 적들을 물리치
는 검술!
그대는 조각 검술을 발전시켜서 완성한 광휘의 검술을 익히고 있다.
바람과 파도를 베면서 광휘의 검술의 숙련도를 올려라.
심하게 바람이 불고 파도가 거셀수록 숙련도가 빨리 높아지리라.
현재의 레벨은 초급 6레벨.
110일 안에 고급 2레벨을 달성해야 함.
난이도 : 조각술 최후의 비기 퀘스트.
퀘스트 제한 : 조각 검술이나 광휘의 검술을 습득하고 있어야 함.
물에 빠져서 사망했을 시에는 퀘스트 실패.

==================================================

상당히 엉뚱한 퀘스트였지만 위드는 검치와 수련생들 덕분에 이런 종류의 무모한 수련에 익숙했다.
그리고 한 가지 퀘스트가 더해졌다.

==================================================

긴 세월로 다듬어지는 조각술
세상에는 짧은 시간에 완성되지 않는 아름다움이 많다.
자연의 조각품 중에서 작품을 완성하라.
훌륭하게 완성되면 페어리들이 모여서 지내며 선물을 베풀어 줄 것
이다.
자연 조각술과 페어리들로 인하여 일대와 지형이 완전히 바뀔 수 없
습니다.
난이도 : 조각술 최후의 비기 퀘스트.
퀘스트 제한 : 자연 조각술을 습득하고 있어야 함.
페어리들과의 친한 관계.
사망했을 시에는 퀘스트 실패.

==================================================

기존에 받아 두었던 조각술 마스터 퀘스트, 그리고 페어리 여왕 테네이돈과 관련된 의로가 이미 있었음에도 퀘스트의 개수 제한에 걸리지는 않았나. 그러나 결국 해결하지 못하면 조각술 최후의 비기를 얻지는 못한다.
"먼저 급한게... 110일 내로 고급 2레벨이라니 상당히 촉박한 시간이로군."
공격 스킬은 기본적인 검술 스킬보다는 레벨이 빨리 오른다. 그렇지만 갑자기 스킬을 올란다는 것도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광휘의 검술 스킬 레벨이 이미 높았다면 더 많이 올려야 했을지도 모르지. 어쨌든 스킬 레벨을 올려놓으면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겠군."
위드의 마음은 벌써 바닷가로 향해 있었다.
그것도 보통 바다가 아니다. 바람이 심하게 불고 파도가 거세게 치는, 북부 대륙의 북북동쪽에 있는 바닷가였다.





상인 유저들이 벤트 성과 북부의 마을들을 자주 방문하면서 아르펜 왕국에 대해서는 더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것이 아르펜 왕국의 특산품! 과연 좋은 제품이군. 찾는 사람이 많으니 앞으로 더 가져와 주면 좋겠어."
"과거 니플하임 제국 시절에는 몬스터에 대해서 지금처럼 불안해할 필요가 없었지."
"북부의 추위를 극복해 낸 것이 아르펜 왕국의 국왕이었다니 고마운 일이야. 하지만 우리 기사단은 죽는 날까지 오로지 니플하임 제국에만 충성을 다할 뿐이다."
"모라타에서 나오는 식료품들은 싱싱하고 맛이 참 좋아. 과거에 그곳은 재봉 기술로 유명한 곳이었는데 언제 그렇게 커졌지? 대단한 영주가 있었던 모양이군."
주민들이나 사냥꾼들은 아르펜 왕국의 유저들과 교역을 하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상인 유저들은 그럴 때마다 뿌듯함을 느끼며, 자신만의 교역로를 만들기 위하여 더욱 열심히 북부를 돌아다녔다.


상인이라면 교역 마차를 타고 새로운 마을을 찾기 위하여 떠납시다.
북부의 교역로는 우리가 만들어 갑시다.

모라타 상인 조합!
상인들이 북부의 마을을 발견하여 거래했던 기록들을 올리면 경험치와 수고비를 받을 수도 있었다. 아르펜 왕국이 의뢰에 투자하는 자금이 막대하여 상당한 액수이기는
하지만, 보통 상인들은 독점 거래의 이득을 좋아했다.
그렇지만 가몽이 먼저 벤트 성을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다른 사람들에게 열어 주고 나서 변화가 생겼다.
'나 혼자 해 먹으려다가는 얼마 먹지도 못하고, 다른 상인들이 들어오면 독점도 끝인데.'
'마을을 발전시키면 그게 또 괜찮네.'
'북부는 그동안 폐쇄되어 있던 곳들이 많아서 발전이 정체되어 있었어. 상인들이 마구 가서 개발이 되면 거래 규모가 금방 커져.'
마을의 크기나 주민들의 숫자에 따라서 교역의 규모가 달라졌다.
"여기 식량을 좀 가져왔는데 거래를 할 수 있을까요?"
"물론이오. 이렇게 귀한 식량을 가져오다니...... 그런데 보시다시피 우리 마을은 다른 곳과 교류가 끊긴 지 오래되어 내놓을 만한 것이 없습니다. 몬스터의 송곳니나 짐승 가죽으로도 대금을 치를 수 있겠습니까?"
"그럼요!"

띠링!

==================================================

달룬 마을에 축제가 벌어졌습니다!
상인과의 교역을 통해 식료품이 수입되었습니다. 텅 빈 곡물 창고에
식량이 채워지면서 주민들은 안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의 생산력이 향후 1달간 300% 증대됩니다.
마을의 문화와 기술력이 일정 시간 동안 빠르게 진보합니다.
안정된 식료품 공급이 이루어지면 마을의 출생률이 대대적으로 늘어
나게 될 것입니다.
주민들의 성향이 적극적으로 변화합니다.
축제에 참여하고 즐기실 수 있습니다.

==================================================

아르펜 왕국의 특산품인 밀과 쌀, 치즈 등을 판매하면 그 마을에 축제가 벌어졌다. 그 기간 동안 생산력과 기술력이 발전하고 출생률도 대폭 올랐다.
북부의 산골 마을이나 니플하임 제국 시점부터 존재했던 도시들.
그곳의 인구가 늘어나게 되면 상인들은 그다음에 대량 거래를 할 수 있었다.
마을과 성, 도시가 성장하게 되면 고급 품목과 사치품을 찾기도 하면서 원하는 물품들이 많아졌다.
북부 대륙에 고립되어 있던 산속 마을, 몬스터 서식지에 속해서 활동을 제대로 못 하던 성들이 상인들에 의하여 개발되었다.
위드는 모라타와 아르펜 왕국에 대한 사정은 항상 파악하고 있었지만 북부에 있는 변방 마을이나 벤트 성의 변화까지는 알지 못했다.
북부의 대부분의 성들은 몬스터들에 의하여 파괴되고 나서 소수의 사람들만이 살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곳들은 유저들이 관심을 갖는 동네는 아니다. 고작해야 인구가 300명도 넘지 못하는 곳들이었기 때문이다.
대륙 탐험을 하다가 잠시 들러서 쉴 수 있는 휴식처 정도였을 뿐.
그런데 상인 유저들이 방문을 하면서 성장도 이루어지고, 아르펜 왕국의 지역 영향력도 갈수록 높아져 갔다.
그리고 벌어진 일.

==================================================

리실 성의 주민들은 아르펜 왕국에서 다스려 주기를 원합니다,
아르펜 왕국의 식량 생산과 기술 개발, 문화적 번성은 리실 성의 주
민들을 탄복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들은 마을 회의를 거쳐서 아르펜 왕국에 속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특산품 : 없음
인구 : 1,491
메달 세금 수입 : 732골드.

==================================================

아르펜 왕국에 속하려는 성과 마을이 꾸준히 나타났다.
"주민들을 위하여 쓰는 돈을 아까워하지 않고, 농업과 기술, 예술의 발전을 이루어 내고 있다는 그 국왕 위드? 여행자들의 말을 통해 알고 있지. 북부의 역사에 몇 명 안 되는 현왕의 탄새이라는 이야기가 있어."
"사람들이 그러는데 아르펜 왕국은 정말 살 만한 곳이래. 그런 곳을 다스리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대단한 영웅이겠지."
"국왕 위드는 명예를 중요시한다고 하니 믿음이 가.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아르펜 왕국으로 가야 되겠군."
위드는 모라타의 모험가와 조각사로서 대륙에 알려지기는 했지만, 왕국이 건국되면서 북부의 주민들에게 중요한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당장은 인구도 적고 쓸모가 없는 땅들이 대부분이지만 몬스터만 퇴치하더라도 바로 광산 개발 등을 이룰 수 있다. 과거 니플하임 제국 시절의 지역 특산품도, 투자를 한다면 다시 나타날 여지는 충분했다.
상인들은 아르펜 왕국의 영토가 넓어지고 거래할 수 있는 마을들이 많아지면서 여러 이득을 보고 있었다.
왕국 소속의 상인으로서 자국 내에서의 거래는 쉽고 편하게 이루어졌다. 폐쇄된 마을에서는 소수의 믿을 만한 상인만 들여보내는데, 아르펜 왕국의 마을들은 그러한 제한이 없었다.
게다가 왕국의 공헌도와 명성을 올릴 수가 있었으며, 특산품 거래까지도 이루어지면 교역 물품의 증가로 이득이 더욱 커지게 되리라.
상인들은 괜찮은 마을이 있으면 벌어들인 수익금으로 일찌감치 농경지를 구입하거나 폐광산들을 사 놓았다.
한 발자국 앞서 나간 투자를 한 것인데, 인부와 몬스터를 퇴치할 용병들을 투입하여 생산이 이루어지면 꾸준한 수익을 얻을 수가 있었다.
상점과 대장간 등을 세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마을에 대한 영향력이 높아야 더 많은 교역품을 구입할 수가 있는 것이다.
베르사 대륙에서 기존에 상인들에 대한 인식은 썩 좋지가 않았다.
- 한 푼이라도 더 남겨 먹으려고 하는 수전노들.
- 광장에서 수다나 떨며 시간을 보내는 시시한 무리.
- 전투력이 떨어져서 모험이나 탐험도 하지 못하고 돈 버는 것밖에는 아무 목표도 없는 직업.
상인들은 남들보다 돈을 많이 버는 것 외에 장점이 없다고 했다.
대부분의 상인들이 치안이 안정되어 있고 경제력이 발달한 중앙 대륙에서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상인들은 그들만의 재미를 느끼고 있었지만, 다른 직업의 유저들에게 인정은 받지 못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북부에서는 달랏다.
교역 마차를 타고 다니는 상인들의 활동에 따라서 개발이 진행되고 발전의 속도도 빨라졌다.
초보자들을 몽땅 흡수했던 아르펜 왕국의 어마어마한 인력이 북부로 퍼져 나가는 시기.
유저들의 입장에서는 북부에 큰 마을들이 많아질수록 활동하는 영역이 넓어질 수 있고, 기술이 발전하여 판매하는 물품들의 품질이 개선될수록 좋았다.
북부의 대상인 마판과 가몽!
다른 전투 계열 직업들이 하지 못하는 도시의 성장까지 이끌어 낸다면서 존경을 받았다.
- 상인이 왕국을 키운다.
- 교역이야말로 상인의 꽃.
상인에 대한 재평가가 확실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일부 학자 주민들이 말했다.
"아르펜 왕국의 국왕이 니플하임 제국의 정통성을 잇게 될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니플하임 제국의 뒤를 이을 수 있는 유일한 분이니까."
위드가 지골라스까지 다녀오면서 성공시켰던 난이도 S급 퀘스트.
니플하임 제국의 건국!
퀘스트의 효과가 사라지지 않고 조건이 갖춰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위드는 니플하임 제국의 계승자라는 호칭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것은 아르펜 왕국의 문화가 전달되면 효과를 크게 키우는 역활을 해 주었다.
유저들이 영주로 있는 곳 중에서도 아르펜 왕국과 거리가 떨어져 있거나 통치를 잘하고 있는 경우에는 동요가 약간 덜하였다. 그러나 벤트성을 비롯하여 주민들이 살아가는 마을들은 위드에 대한 존경심을 표시하며, 아르펜 왕국에 관심을 쏟는 이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중이었다.





<영웅들의 이야기>

"광휘의 검술!"
위드는 파도를 향하여 스킬을 시전했다.
검에서 쏘아진 독수리들이 파도를 부수고 바다를 가르며 나아가다가 소멸했다.

==================================================

- 광휘의 검술 스킬 숙련도가 올랐습니다.

==================================================

모든 아이템은 마나 회복 속도를 올려 주는 것으로 맞추고 사제까지 동반하여 매일 폭풍이 부는 바다에서 수련을 했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리며 날카롭고 거친 바람이 부는 곳.
항구 바르나에서도 한참 북쪽의 바다로, 어떤 항해자도 배를 몰고 오지 않는 바닷가였다.
"이런 곳이야말로 스킬 숙련도를 올리기에 적당하지."
위드에게 가장 큰 자산은 노가다에 대한 집중력.
갯바위에서 낚시를 하는 게 아니라 검을 휘둘렀다.
이곳의 파도는 바위를 뒤덮어 버릴 정도라서 한눈을 팔면 위험했다.
파도가 칠 때마다 이를 정확히 베어 버려야만 했고, 아주 큰 폭풍우가 밀려올 때면 본능적인 두려움과도 싸워야 했다.
낮과 밤이 따로 없을 정도로 어두운 곳이지만, 밤에는 해양 몬스터들까지 출현했다.
"간식거리들이군."
위드는 광휘의 검술을 사용하여 바다에서 헤엄쳐 다니는 몬스터들까지 사냥했다.
경험치야 던전보다 잘 오른다고 할 수는 없어도 꾸준히 오르기는 했다.
해양 몬스터들이 무리를 지어서 공격을 시도하기도 하였지만, 기다리고 있는 서윤과 바하모르그 그리고 하이 엠프 엘틴이 있었다.
"이건 조금 위험하기는 해도 근본적으로는 노가다로 극복해야 하는 퀘스트야."
위드는 광휘의 검술을 사용할 수 있는 마나와 체력이 있으면 잠깐의 휴식 시간도 갖지 않았다.
"몬스터가 너무 강하거나 퀘스트에 필요한 물품을 구하지 못해서 포기하는 경우는 있어도 이 퀘스트를 실패할 수는 없지!"
노가다에 대한 자긍심!
그렇게 스킬 레벨을 올리면서 십여 일 정도가 지난 후에는 위드의 검에서 독수리가 5마리씩 날아다녔다
파도를 부수고 폭풍으로 무섭게 들이치는 바다를 물러나게 할 정도의 위력.
마나 소비도 조금 더 늘었지만 공격 범위와 파괴력이 놀랍게 늘었다.
광휘의 검술이 중급 1레벨이 된 것이다.
"검술의 위력이 조금 늘었으니 더 위험한 곳에 가도 되겠군."
위드는 뗏목을 바다에 띄웠다.
심한 폭풍이 부는 바다에서는 범선이라도 항해가 불가능 했는데 고작해야 통나무들을 엮어서 건조한 뗏목을 타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바다로 나갔다. 항해 스킬이 어느 정도 있기는 했지만 좌초까지도 각오한 것이었다.
폭풍이 심한 곳으로 갈수록 물길이 거세지고 바람도 심하게 불었다.
위드는 뗏목에서 균형을 잡으면서 검을 휘둘렀다.
과거에 조각하여 생명을 부여했던 빛의 날개가 있어서, 뗏목이 부서져서 바다에 빠지려고 할 때는 잽싸게 자리를 벗어나게 해 주었다.
오히려 던전 사냥이 훨씬 편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파도와 빗물이 계속 몰아치는 곳에서 악전고투를 벌였다.





서윤은 이현이 캡슐에 들어간 사이에 그의 집으로 왔다.
바로 옆집에 이사를 온 이후로는 아침저녁으로 찾아오는 편이었다.
왈왈!
이현에게보다 더 친근하게 짖으면서 꼬리를 흔드는 몸보신.
"기다렸니? 많이 먹어야 해."
서윤은 몸보신의 비어 있는 밥그릇에 고급 사료를 부어 주고 간식도 넉넉하게 챙겨 주었다.
개로 태어나서 간식이라고는 국물까지 몽땅 우려낸 사골을 가끔 얻어먹은 것이 전부였는데, 서윤은 틈틈이 챙겨 주고 털도 벗겨 주었다.
꼬꼬댁!
닭들도 서윤을 보면 반겼다.
노란 병아리들까지 아장아장 끌고 나와서 근처를 빙글빙글 돌았다.
토끼들도 우리 안의 풀 더미에서 고개를 내밀더니 눈을 크게 떴다.
오리들은 그녀가 오고 나서 가장 팔자가 핀 경우에 속했다.
"오리를 활발하게 키우려면 물웅덩이도 있어야 하는데......"
닭과 같이 갇혀서 지내는 오리들이 불쌍해 보였다.
서윤은 그래서 자신의 집을 지을 때 오리들이 지낼 수 있도록 큰 연못을 만들었다.
"오리 좀 데려갈게요."
"왜?"
"냄새도 나고 시끄럽지 않아요?"
"그렇기는 하지."
"우리집에 풀어 놓고 기를게요. 밥도 제가 줄 수 있어요."
"알아서 해."
사람이 들어가서 수영을 해도 될 정도로 넓은 연못에 오리 가족이 풍덩거리며 헤업을 치면서 놀았다.
서윤이 이미 이 집안 동물들의 마음을 모조리 장악한 것이다.





위드의 목숨을 건 노가다!
성과가 있어서, 광휘의 검술 스킬이 계속 오르고 있었다.
갑자기 바다에 벼락이 떨어지기라도 할 때면 위드는 간이 쪼그라드는 기분이었다.
행운을 올려 주는 아이템, 전격 계열의 저항력을 높여서 벼락을 피할 수 있는 장신구들을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면 폭풍에서 계속 버티지는 못하였으리라.
위드가 수련을 하는 모습도 화제가 되어서 방송국의 뉴스 프로그램에 나오기도 했다.
"조각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정말로 다시 생각해 봐야 될 것 같습니다. 퀘스트 과정에서 이미 몇 번의 큰 전투를 치렀는데 저런 곳에 1달이 넘도록 있을 정도이니 얼마나 힘들까요?"
"직업 마스터 퀘스트 중에서도 조각사 쪽이 별나게 어려운 과정을 수행해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몇 단계의 퀘스트를 진행 중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위드가 하는 행동을 보고 조각술 마스터 퀘스트라고 잘못 판단하고 있었다. 조각술 최후의 비기를 찾는 것 이라면 다들 정말 놀라겠지만, 그것은 절대 미리 공개해서는 안 될 일.
스킬을 확실히 습득하고 나서 알려도 늦지는 않다.
덕분에 아직 초보 조각사들 중에서는 지금이라도 다른 직업으로 전직, 화가 쪽으로 전향하는 사람이 특히 많았다.
다른 직업 마스터 퀘스트를 하는 사람들도 이렇게 어렵다면 일찌감치 포기하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며 갈들을 할 정도로였다.





무예인의 직업 퀘스트를 먼저 진행하기로 한 검오치.
"그곳의 몬스터를 소탕하였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새로이 위협이 되는 도적 떼가 있는데......"
"다 죽일까?"
"그들이 사용하는 무술이 평범한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놈들을 해치우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무술에 대하여 알아 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검오치는 퀘스트가 이끄는 대로 싸우며 스킬들을 습득하였다.
무예인의 직업 퀘스트는 검오치의 성향에 딱 맞았다.
강한 적과 싸우면서 스킬들을 얻는다.
검을 원하는 대로 휘두르는 것도 좋았지만, 스킬의 효과에도 흠뻑 빠져 버린 검오치였다.
특별한 상황에서 스킬을 쓰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었으며, 구경하는 사람이 보기에도 화려했다.
싸움에서도 겉멋이 상당히 중요하지 않던가.
"요즘 병사들은 너무 약합니다. 이래서야 치안이나 지킬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병사들에게 무예를 전수하는 제 몫을 해낼 수 있도록 해 주시면......"
"죽도록 굴리면 되겠군."
이렇게 검오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난하게 퀘스트를 진행해 가고 있었다.
싸움이야말로 체질이라서 어려운 것이 없었다.
그런데 그를 난관에 부딪치게 한 퀘스트의 발생!
"어려운 사람을 도와준다고 들었습니다. 제발 저희 딸아이를 구해 주세요."
어느 농사꾼 남자가 와서 그에게 매달린 것이다.
"놈들은 제 딸 아이를 루이담 마굴로 끌고 갔습니다. 불쌍한 아이를 놈들이 어떻게 할지...... 제가 가진 것은 나쁜 놈들에게 털려서 아무것도 없습니다."
검오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의뢰라면 들어 드려야지요."
무예인의 퀘스트 중에는 보상이 없는 의뢰도 있었는데, 대신 명성이나 주민들과의 친밀도가 높아졌다.
"예전에 저희 집에 잠깐 들렀던 화가가 그려 준 제 딸의 그림입니다."

띠링!

==================================================

- 농사꾼 처자 란티아의 그림을 입수하셨습니다.

==================================================

"이걸 보면 도움이 되겠군요."
검오치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그림을 펼쳐 보았다.
"허억!"
긴 생머리에 박꽃처럼 환하게 웃음을 지으며 요리를 하고 있는 아리따운 소녀!
"장인어른, 루이담 마굴이라고 하셨습니까? 바로 구하러 가겠습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자마자 루이담 마굴로 들어갔다.
한차례 죽임을 당하고 다시 구하러 가서 그녀를 만나는데에는 성공하였지만 이미 늦어서, 죽어 가고 있었다.
직업 마스터 퀘스트였기에 실패하더라도 며칠이 지난 후에 다시 기회는 왔다. 이번에는 상인이 자신의 딸을 구해 달라는 의뢰였다.

==================================================

- 베스트로 거리의 아가씨 라스에의 그림을 입수하셨습니다.

==================================================

"장인어른!"
이번에는 다른 마굴로 구하러 갔지만 그녀를 무사히 데리고 나오는 데에는 실패했다.
무기술 스킬이나 전투에서의 판단력은 뛰어났지만 근본적인 레벨의 한계였다.
"나는 너무도 약하구나."
무예인 퀘스트는 전투가 자주 일어나다 보니 레벨이 필수적!
검오치는 무력함을 느끼고 사냥에 필사적으로 노력을 하고 다시 시도를 하여 성공했다.
"딸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게 해 주어서 고맙습니다."
"별거 아닙니다, 어르신. 남자가 이 정도도 못하겠습니까."
"약소하지만 집에 내려오던 오래된 지도입니다. 무엇을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닙니다. 이런 걸 바라고 한 일이 아니니 받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딸이 돌아왔으니 드디어 약혼자와 결혼식을 올릴 수 있게 되었군요."
"크흐흑."





==================================================

- 항해 스킬의 중급 1이 되었습니다.
선박의 가속도를 2% 더하고, 험한 상황에서도 배가 뒤집힐 확률을
6% 줄어 줍니다.
돌풍, 폭풍 같은 재해 발생 시에 선체의 피해를 줄입니다.
해상전에서 대포를 쓸 때 배의 진동을 감소시킵니다.
바다와 연관되 스킬의 효과가 높입니다.

==================================================

==================================================

- 인내력 스탯이 15 증가했습니다.

==================================================
==================================================

- 생명력이 500 증가하였습니다.

==================================================

==================================================

- 숙련되 항해자가 되어 전 스탯이 3씩 늘어납니다.

==================================================

뗏목을 몰면서 올라가는 항해 스킬!
요트에 탄 채로 바람이 끄는 대로 나아가는 여유로운 항해가 아니었다.
위드는 매일 뗏목을 타고 폭풍과 싸웠다.
저 먼 곳의 하늘에서부터 먹구름이 비를 잔뜩 몰고 온다.
쿠르르르릉!
바다로 내리꽂히는 무시무시한 천둥 번개!
파도가 출렁거리고 시야도 좁은 가운데 뗏목이 전복되지 않도록 사투를 벌였다.

==================================================

- 비를 오랫동안 맞아서 체력이 21% 줄어듭니다.

==================================================

"오늘도 고비로군."
위드는 솔직히 재미가 있었다.
거친 풍랑과 싸우면서 검을 휘두르는 것이 어려우니 더욱 도전 욕구가 불타올랐다. 까딱하면 깊은 바닷속으로 빠져 죽을 수가 있어서 집중도 더 잘되었다.
바다에 있으면서 몰아치는 파도를 가르다 보면 자신의 야성적인 면을 발견하게 된다.
도덕이나 규율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인으로서의 삶.
바다가 있기에 이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위드는 체력이 심하게 떨어졌을 때에는 육지로 와서 해안가의 바위를 깎았다.
검사와 바다!
뗏목을 타고 항해를 나간 검사가 부상을 입고 상어 떼와 싸우는 박력 넘치는 조각품이었다.
"이걸로는 허전한데."
조각품에는 청새치도 표현하고, 틈틈이 발견한 해양 몬스터들의 모습도 남겼다.
폭풍이 치는 바닷속에는 해양 몬스터들도 거대하고 강한 녀석들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조차도 물살이 빠르게 흐르는 수면 가까운 곳으로는 올라오지 않았다.
위드가 뗏목을 타고 수련을 하면 바닷속 깊은 곳에서 입을 쩌억 벌리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해양 몬스터들로 인해 물 색깔이 조금 더 어두웠다.
"퀘스트를 하면서 벌써 1달이 조금 넘는 시간이 지나갔군."
무모하고 위험한 수련 덕분에 광휘의 검술은 중급 4레벨.
"이 정도면 무난히 퀘스트를 달성할 수 있겠어."
37일째 날이 되었다.
평소보다 더 심한 폭풍이 불어오고 있었다.
위드가 타고 있는 뗏목에 묶여 있던 밧줄들이 파도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하나 둘 풀려나가더니 한꺼번에 끊어졌다.
풍덩!
위드는 광휘의 검술에 전념하느라 잠깐 반응하는 것이 늦었다. 결국에는 바다로 빠지는 사고가 발생.
'먹이가 왔구나.'
'지금까지 기다려 온 보람이 있었다.'
해양 몬스터들이 지느러미를 흔들면서 슬금슬금 다가왔다.
몸길이가 수십 미터도 넘는 것들에, 바다의 공포인 크라켄까지도 있었다.
해양 몬스터들은 위드를 맛있게 먹으려고 모였다.
'보기 드문 영양식이다.'
'강한 인간은 보약이다.'
몬스터들도 강한 적을 좋아한다.
싸움에서 이기면서 그들도 성장을 하거나 스킬을 학습할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베르사 대륙에서는 유저들이 모르는 종족끼리의 전투도 많이 벌어지고, 그들 중에서 이기는 쪽의 세력이 더욱 강대해지는 경우가 흔했다.
해양 몬스터들은 인간이나 지상에서 활동하는 몬스터가 물에 빠지면 약해진다는 것을 잘 알았다. 해녀가 아닌 이상에야 평소 전투력의 반의반도 발휘하지 못한다.
더구나 이렇게 심한 폭풍우가 치는 곳에서는 저항 능력이 더욱 떨어지기 마련.
"꾸르륵!"
위드는 허우적거리면서 빠져나가려고 하였지만 해류의 급격한 흐름으로 인하여 몸을 가누지 못하고 떠다녔다.
8~9미터를 거뜬히 넘는 파도의 높이.
순식간에 40~50미터를 쓸려 나갈 정도로 물살이 심했다.

==================================================

- 호흡이 곤란합니다.
바닷물이 입에 들어갔습니다.
신체 능력이 저하되고 있습니다.

==================================================

와그작!
크라켄의 촉수가 다가와서 위드가 금방까지 있던 곳을 후려쳤다. 뗏목에 조금 남아 있던 통나무들이 박살 나고 말았다.
다른 해양 몬스터들은 입을 벌리고 삼키려고 하였지만 성난 물살 때문에 허탕만 쳤다. 해류는 한곳으로만 흐르는게 아니라 여러 방향에서 복잡하게 밀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위드는 파도에 구르면서 정신없이 떠내려 다니고 있었다.

==================================================

- 피로도가 85%를 넘습니다.
체력의 최대치가 저하되며, 스킬을 활용하는 데 지장이 발생할 수 있
습니다.

==================================================

피로도가 높을수록 정신력 스탯이 잘 오르고 스킬 숙련도 역시 빨리 숙달되는 효과가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당장 죽는 것이 걱정될 정도로 매우 안좋은 상황.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위드는 오히려 물속으로 들어가서 발목에 묶여 있는 밧줄을 잡아당겼다.
속이 텅 빈 나무통과 연결되어 있는 밧줄!
간신히 파도에 떠다니는 나무통을 잡고 숨을 돌렸다.
파도 때문에 몸을 가누지를 못하고 물속으로 잠겨 들고 바닷물을 마셔야 되었다. 숨을 쉬지 않고 바닷물을 마시다 보면 금방 의식을 잃어버리게 된다.
나무통을 잡고 나서는 파도에 휩쓸리더라도 균형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러다가 정말 죽겠어. 적금 만기일도 아직 많이 남았는데......"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바닷속에서는 해양 몬스터들이 그를 먹기 위하여 다가오고 있으리라.
뗏목 위에 있을 때만 하더라도 빛의 날개를 펼치고 잘 도망 다녀서 해양 몬스터들이 기회만 노리고 접근하지 않았다. 그런데 바다로 빠지고 나니 온통 득실거렸다.
바다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서 몬스터에게 언제 뜯어 먹힐지 모른다는 공포!
"빛의 날개!"
위드의 등에서 빛으로 된 찬란한 날개가 펼쳐지면서 공중으로 떠올랐다.
퍼서석!
그 순간 나무통이 해양 몬스터의 큰 입으로 빨려 들어가서 부서지는 것이 보였다.
뗏목은 산산조각이 나서 찾을 수도 없었으며, 그사이에 어디로 떠내려왔는지 조그맣게 보이던 육지도 눈에 띄지 않았다.
높은 파도와 빗줄기, 하늘의 짙은 먹구름으로 인하여 방향을 잡기도 어려웠다.
"여길 빨리 나가야 되겠다. 그런데 어느 쪽으로 가야 하지?"
심한 바람을 몰고 오는 폭풍과 비정상적인 해류로 인하여 파도가 밀려가는 곳으로 간다면 망망대해로 가게 될 수도 있다.
사나운 바닷바람과 굵은 빗줄기를 헤치고 나아가다가 체력과 마나까지 떨어지면 끝장.
바다에 빠지게 되면 갑옷이나 검의 무게로 인하여 오래 헤엄을 칠 수도 없었다. 게다가 바닷물 속에는 해양 몬스터들이 주둥이를 벌리고 기다리고 있으리라.
"다른 몇 가지 방법이 있긴 하지만......"
이판사판으로 이곳에 대재앙을 일으켜 버리는 수도 있었다. 어차피 망할 것, 폭풍 치는 곳에 시원하게 대재앙을 일으키고 끝장을 보는 것이다.
"바다가 갈라지면 살아날 방법이 있을지도."
그런 극단적인 방법을 쓰기 전에 조각 변신술을 사용하여 해양 몬스터가 되는 것도 가능했다.
대형 낚지나 오징어 괴물로의 재탄생!
어떤 대비책도 없이 무모하게 폭풍에서의 수련을 하고 있지는 않았던 것이다.
"아무튼 어디로든 가 보자, 빛날아."
위드는 빛의 날개를 활짝 펼치고 수면에서 높지 않게 날았다.
하늘로 높게 올라갈수록 바람이 심해지고 천둥이 자주쳤다.
"이 방향은 아닌가 보군. 육지가 나올 기색이 보이지를 않는데. 오른쪽으로 가 보자."
폭풍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다.
"여기도 아닌가. 그럼 다시 오른쪽으로......"
빗줄기가 어찌나 굵은지, 그리고 넘실거리는 파도는 얼마나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지 무서울 지경이다.
"이쪽도 아닌 거 같군. 어째 갈수록 퐁풍의 중심지로 들어가는 것 같아."
위드는 생명의 위협을 심각하게 느꼈다.
폭풍이 심해서 배가 있더라도 감당할 수 없는 바다까지 온것이다.
그때 바다 위로 올라오는 새하얀 등껍질!
"이거 설마......"
지골라스에서 생명을 부여했던 조각품들 중에는 지상이 아니라 바다에 적합한 종들이 있었다.
바다에 살아야 하는 종족의 특성으로 인해 위드의 구속을 받지 않고 떠나갔던 생명체들.
그들 중에서도 말레인스 에우노토 터틀!
심해에 사는 초거대 거북이로, 수르카와 자주 놀았던 녀석이 다가온 것이다.
"거북. 거북."
거북이는 위드를 향해 등에 타라는 듯이 울고 있었다.
위드는 인생의 중대한 깨달음을 얻었다.
"역시 착하게 사니 이렇게 복을 받게 되는 것이로군. 동화책의 내용들이 헛된 것이 아니었어."
전래 동화의 창작자들이 본다면 비통해할 발언.
"거북. 거북."
"가자, 거북아!"
위드는 거북이의 등껍질에 착지했다.
말레인스 에우노토 터틀은 원래 멸종했던 생명체지만 조각품에 생명 부여를 통하여 새롭게 종족을 늘려 가고 있었다.
성장하며 평평한 등껍질에는 희귀한 무늬도 새겨졌고, 바다의 우유라는 굴도 많이 붙어 있었다.
"나머지 수련은 이 등껍질 위에서 할 수 있겠군."
호의로 다가온 거북이를 퀘스트가 끝날 때까지 부려 먹을 작정이었다.





위드가 폭풍의 바다에서 수련에 전념하고 있는 사이에도 시간은 잘 흘렀다.
100일이 넘는 기간은 결코 짧은 것이 아니었다.
"으하하하하, 드디어 보물을 찾아냈다!"
모험가 체이스는 직업 퀘스트를 하면서 왕실의 보물을 발견!
"체이스라는 모험가에 대해서는 당연히 들어 보았겠지? 아주 어마어마한 부자가 되었다더군."
"브렌트 왕국에서 백작의 작위를 받고, 땅을 있는 대로 구입을 했다는군. 지금 건축하고 있는 저택은 궁전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야."
체이스에 대한 이야기가 로열 로드를 휩쓸고 지나갔다.
그가 던전을 발굴하는 장면은 방송국에서도 명장면으로 꼽고 심야 시간에는 계속 재방송을 틀어 줄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전사 파이톤은 대검을 휘두르면서 대륙 10대 금역 중의 한곳인 아베리안의 숲에서 계속 싸웠다.
직업 마스터 퀘스트를 하면서 그곳의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이 목표다. 충분히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거나 용병을 구할 수도 있었지만 우직하게 홀로 싸워 갔다.
파이톤의 거친 늑대같은 매력에 환호하는 유저들도 꽤 되었다.
농부 미레타스는 새로운 작물을 개발하여 대풍년을 맞이 하였다.
곡물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면 도시의 출생률이 급증하게 된다.
미레타스가 직업 마스터 퀘스트를 하면서 아르펜 왕국에 정착한 것도 작지 않은 화젯거리였다.
"풍요로움의 축복을 내려 주는 프레야 교단, 넓고 비옥한 땅, 농사를 짓기 좋은 기후, 물을 끌어다 쓸 수 있는 강과 호수 들이 있으니까 아르펜 왕국이 농사를 짓기에는 정말 좋습니다."
미레타스는 평화를 사랑하는 농부였다.
데일 왕국에 그의 땅이 있었지만, 작물을 재배하게 되면 곡식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바쳐야 되었다. 아르펜 왕국은 세금이 그보다 훨씬 적었고, 특수 곡물 창고의 보관비도 저렴하다.
농부만이 아니라 각 직업별로 알아볼수록 혜택이 많이 있었는데, 이 점에 대해서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애초에 국왕인 위드 본인이 잡캐이기 때문에 직업마다 세심한 배려, 즉 마음 놓고 정착하여 성공하라는 지원책들이 마련되어 있었던 것이다.
"대륙에 한 벌밖에 없는 옷입니다."
드라고어는 재봉사의 퀘스트를 여덟 번째까지 진행하고 있었다.
그는 아르펜 왕국의 변방 마을에 가서 그곳의 아이들을 위한 옷을 지어 주었다.
관장에서 원단을 자르고 단추를 붙이며 옷을 만들다 보면 그가 지어 준 옷을 입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게 된다. 비록 NPC지만 아들이나 딸에게 옷을 지어 주는 부모와도 같은 느낌.
이런 것이 옷을 만드는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기분이 아니던가.
"무조건 짧고 잘 달라붙고 화려하면 다 되는 건 줄로만 알았는데...... 옷에도 많은 감정이 있었구나."
마음에 드는 옷을 입은 주민들은 행복해했다.
특정한 일을 하기 위한 작업복을 지어 주면 주민들의 성과도 훨씬 좋아졌다.
요리사 직업 마스터 퀘스트를 하는 유저는 대륙에서 전쟁으로 고통받거나 전염병, 재해로 고통받는 곳으로 갔다.
"여기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는... 뭐든 허기를 채울 수 있는 걸 요리해야 되겠어."
요리사로서 굶주리고 약해진 사람들을 위하여 음실을 차려 준다.
요리사가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인근의 주민들이 모여들었는데, 그들을 배불리 먹이면서 명성을 얻고 평판도 좋아졌다.
직업 마스터를 진행하면서 영웅들이 탄생하고 있었다.
물론 흑마법사나 네크로맨서, 도둑, 암살자, 도굴꾼 등의 직업은 퀘스트에도 나쁜 것들이 많다. 영웅이 나닌 악당을 탄생시키게 만드는 직업 마스터 퀘스트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무심코 빠른 사냥을 위해 암살자 직업을 택한 사람은 마스터 퀘스트를 하며 선택을 해야 되었다.
띠링!

==================================================

그림자의 선택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소중한 생명을 빼앗으면 남들이 가진 것들도 가로챌 수 있다.
부귀영화를 누리고 싶다면 도시에서 부유한 상인 10명을 암살하라.
그리고 어둠 속에서 내세우지 못하는 자신만의 명예와 긍지를 지키고
싶다면 대륙을 파탄으로 몰고 가는 악인 30명을 암살하라.
악인들은 자신보다 레벨이 높아야 함.
난이도 : 암살자 마스터 퀘스트.
퀘스트 제한 : 고급 7레벨 이상의 암살 기술.
의뢰 도중에 발각되지 않아야 함.

==================================================

"악인 암살이라......"
대륙 최고의 암살자.
이름도 밝혀지지 않은 사내는 혼자서 선술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는 베르사 대륙에서 많은 활약을 하고, 사냥터를 몰래 섭렵하기도 하였다.
암살자는 파티 플레이에 익숙하지 않고 잘 받아들여지지도 않는 직업이다.
그럼에도 공격력이 절대적인 전투 계열 직업!
함정을 파서 아주 강한 몬스터나 목표물을 혼란에 빠트리고 기습을 하여 경험치와 스킬 레벨을 훨씬 빨리 올릴 수 있었다.
물론 그만큼 더 위험한 것은 각오를 해야 한다.
"어려운 쪽이 더 재미가 있겠군."
선술집을 나온 암살자는 망토를 펄럭이면서 거리의 인파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날 이후부터 악덕 영주들이 죽어 나가고 순회하던 엠비뉴 교단의 종교재판관이 갑자기 목숨을 잃었다.
베르사 대륙의 주민들은 환호하였지만, 그것이 암살자의 행동이라고 밝혀지지는 않았다. 매번 움직임이 너무도 은밀하고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아서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조차 없었다.
대륙은 춘추전국시대나 다를 바가 없었다.
로열 로드의 초창기에 세워져 있던 왕국 간의 경계는 바뀌어 버린 지 오래였고, 정복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칼라모르 왕국, 라살 왕국처럼 사라진 왕국도 있는 지금에 와서 영웅들의 활약에 대한 소문은 더욱 빨리 퍼졌다.
치안이 악화된 곳의 주민들이 왕국에 대한 기대심을 버리고 영웅들을 의지하게 된 것이다.
"자, 오늘부터 닷새간 성대한 대관식을 열자."
그라디안 왕국의 블랙소드 용병단은 내전을 승리로 이끌고 국왕의 자리를 이어받았다. 건국식을 통하여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서였다.
그라디안 왕국은 앞으로 블랙소드 용병단의 장악 아래에 정복 전쟁을 벌이게 될 것이다.
"기사들의 준비 상태는?"
"매우 좋습니다."
"그럼 다음에 점령할 지역으로는......"
사자성과 로암 길드는 왕국의 대부분을 일찍 장악하고 국경을 넘어서 다른 성과 마을 들을 침략하고 있었다.
패권 동맹이 깨지고 나서 그들도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많은 성과 마을 들을 얻기 위해서는 약한 놈들을 잡아먹어야 돼."
"우리가 어떤 짓을 저지르든 헤르메스 길드의 전례가 있으니 괜찮은 거지."
그들도 어차피 영원한 동맹 같은 것은 믿지도 않았다. 결국 대륙의 패권을 놓고 싸워야 하는 마당에 더 큰 힘을 축적하기 위한 전쟁을 계속했다.
세력이 큰 명문 길드 중에서는 클라우드 길드와 헤르메스 길드만이 잠잠하였는데, 그 둘의 사정은 완전히 달랐다.
클라우드 길드는 브리튼 연합 왕국의 영토를 빼앗기고 약화되어 가고 있는 세력을 추스르느라 여념이 없었다. 한동안 빛을 발하고 저물어 가는 태양 같은 느낌이었다.
헤르메스 길드와의 전쟁에서 큰 패배를 몇 번 경험한 이후로 왕국을 도모하던 길드가 서서히 무너져 가고 있다. 유저들이 이탈하고, 소속 길드들도 떠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계속 헤르메스 길드와 전쟁을 하였다면 단결력을 내세울 수 있었으리라.
모든 것이 불리한 상황에서도 브리튼 연합 왕국의 인구와 경제력을 바탕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두세 번이라도 일구어 냈더라면 단단히 뭉쳐서 몰락은 느리게 일어났을 것이다.
그러나 큰 패배를 경험하고 전쟁이 끝난 이후, 헤르메스 길드의 은근한 협박과 회유에 의하여 클라우드 길드를 지탱하던 핵심 유저들이 떠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뒤늦게 클라우드 길드에서도 이를 알아차렸지만 이미 뒤집어진 판세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내정과 대대적인 군사력 확충을 하면서 웅크린 사자처럼 세력을 더욱 급속도로 키워 나가고 있었다. 이제 와 전쟁을 선포하기에는, 클라우드 길드에 그만한 능력이 없었다.
헤르메스 길드가 지금은 나서지 않고 있지만 진군을 개시한다면 가장 무서울 것이란 점은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
하벤 제국!
대륙에 유일한 제국으로서 그에 걸맞은 경제력과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또한 무자비한 힘을 휘두르기 때문에, 다른 길드들도 눈치를 보며 건드리지 못했다.
그러나 엠비뉴 교단까지 세력을 잠식해 들어가면서 중앙 대륙의 사정도 많이 피폐해졌다.
고레벨 유저들은 전쟁에 빠져 죽고 죽이면서 약화되고 있었고, 주민들도 목숨을 잃으면서 상점이 문을 닫고 논과 밭에서 일할 사람도 없어졌다.
번성하던 도시들 중에는 잿더미로 변해 버린 곳들도 많았다.
베르사 대륙에서 압도적인 군사력과 경제력 그리고 다수의 유저들까지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으로 그동안 축적해 놓은 자산을 조금씩 잃어 가고 있는 것이다.
대륙의 동부, 서부, 남부의 상황은 조금 달랐다.
상대적으로 왕국의 규모는 작더라도 치안이 높아서 엠비뉴 교단이 쉽게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동부에서는 로자임 왕국과 브렌트 왕국이 오랜 앙숙 관계를 청산하고 동맹을 맺어 엠비뉴 교단과 싸우기로 했다.
부족국가들이나 바바리안 종족은 엠비뉴 교단과 적극적으로 다투면서 저항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북부의 변화는 눈이 부실 정도였다.





<바다거북>
"인생이 뭔지... 이 나이가 되어 조금 알 것도 같아."
바트는 딸인 서윤을 포함해서 사람들이 왜 로열 로드에 열광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현실은 동화처럼 따뜻하지 않았으며, 사람들의 관계도 차갑다. 기계적으로 학교와 직장을 다니며 스스로의 행복에 대해서 눈뜨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수록 외로워진다.
술을 마시고, 취미 활동을 하고, 여행을 다니면서 위로를 받으려고 하지만 혼자라는 사실도 자주 깨닫게 된다.
그러나 로열 로드에서는 혼자가 아니었다.
"요리사 제이렌이 풀죽의 색다른 맛을 개발했답니다. 해뜨기 전까지 공짜이니 가서 먹어 치웁시다."
"잿빛 늑대 던전을 정벌하러 가실 분! 지금 아홉 번 가서 계속 전멸했거든요. 이번에는 왠지 성공할 거 같습니다. 긴장감 넘치는 모험을 하게 레벨60 이하만 오세요."
"강철 벨트 팔아요. 솔직히 말해서 무지 무겁긴 하고요, 녹도 슬어서 방어력도 낮아졌어요. 그러니까 싸게 팔게요. 급매! 저 이거 팔고 엄마한테 모자 사 줘야 돼요."
광장에만 가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현실의 백화점이나 지하철, 공원에도 사람들이야 당연히 많다. 그러나 그들과는 어떤 감정도 이어지지 않는 삭막한 관계였다.
로열 로드에서는 누구나 쉽게 말을 붙이고 같이 사냥을 하고, 물건을 사고팔며 친구가 될 수 있었다.
모르는 사이더라도 친근해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헤르메스 길드 진짜 나쁘지 않냐."
"그놈들이야기는 꺼낼 필요도 없어."
어려운 일은 돕고, 비난은 같이한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같이 지내면서 흥미진진한 모험을 할 수 있는 로열 로드야말로 인기가 있는 건 너무나도 당연했다.
'차은희 박사가 서윤에게 로열 로드를 하도록 했던 이유를 알 것도 같군.'
다른 세계를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그 세계에서 친구들을 만난다는 것은 소중한 기회이고,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일이었다.
현실에서는 익숙한 일상이 매일 반복되지만 베르사 대륙에서는 극적인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면서 사람들을 가깝게 만들어 줬다.
위험한 만큼 더욱 즐거운 세상!
그리고 위드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매일 들을 수 있었다.
"위드 님의 이번 모험 봤지?"
"야, 완전 떨리더라. 어떻게 뗏목을 타고 폭풍으로 들어갈 생을 하냐."
"그 뒤로 주민들이 막 떠들었잖아."
"응. 나도 들었어."
위드가 바다로 가고 나서 한동안 주민들이 말했다.
"아르펜 왕국의 국왕이 미쳤다는 이야기가 있어."
"위드? 요즘에 본 사람은 없지만 바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선원이 말하기를 아마 상어 밥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더군."
"앞으로 우리 왕국은 어떻게 되는 걸까?"
"국왕 폐하야말로 보기 드물게 기사보다도 더 명예를 중요하게 여기는 분이지. 어느 누구보다도 정의로운 분이야. 폭풍을 경험하고 있다면 다 이유가 있는 것이겠지. 그분에 대해서 헐뜯기라도 할 생각이라면, 우리 상점에서 썩 나가게."
아르펜 왕국의 주민들은 물론이고 유저들조차도 위드를 추앙했다.
"내가 사람을 잘못 봤던 것 같군."
바트는 과거 서윤과 가까이 지내는 위드를 안 좋게 여겼다. 딸을 넘보지 말라는 의미로 돈 봉투를 건네기도 하였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이런 왕국까지 통치할 정도면 갖고 있는 능력이 상당하겠지. 돈에 대해서도 초개같이 여기는 걸 보면, 생각보다 단단한 청년이었던 모양이야."
아르펜 왕국에서 지내면서 위드에 대한 바트의 평가는 긍정적으로 많이 바뀌었다.
"위드는 진짜 멍청한 거 같더라. 그러니까 바드레이에게 밟히기나 하지."
"대륙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모험하는 것이 다 잘난 척하려고 하는 거잖아. 재수 없다니까."
"풀죽신교는 또 뭐야. 무슨 돈가스신교도 있고 피자신교도 있나. 껄껄껄!"
선술집에서 일부 남성 유저들이 위드를 비난하며 맥주를 마시는 경우를 보였다.
술에 취하다 보면 호기를 부리면서 벌어질 수도 있는 실수.
댕강!
그들은 선술집을 나가고 나서 3분도 되지 않아 죽임을 당했다.
조용히 혼자 구석에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던 유저가 따라나가서 해치워 버린 것이다.
유저들도 북부가 개척되어 그들이 즐겁고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이유가 위드 덕분이란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바트는 로열 로드에서만큼은 위드가 하늘처럼 까마득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저씨, 여기예요!"
"벌써 20분이나 기다렸잖아요. 왜 이렇게 늦으셨어요?"
바트는 회사를 경영하는 입장이라서 시간이 잘 나지 않앗다.
전투에서의 판단력도 남들보다 떨어져서 해매는 일이 많은 편이었다. 레벨도 32로 올랐지만 여전히 코볼트가 무서웠다.
솔직히 그가 보기에도 파티에 민폐를 끼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런데도 버리지 않고 동료로서 같이 사냥을 해 주는 것이 고마운 적이 많았다.
이것도 풀죽신교에 가입하고 나서 소개받게 된 사냥 파티였다.
"미안하네. 잠깐 한눈을 팔아서......"
"준비는 다 되셨어요?"
"예술품 감상은요?"
"아, 깜박하고......"
모라타에서 사냥을 떠나기 전에 예술품을 감상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
"괜찮아요. 오늘은 조금 먼 곳에 갈 거라서 신들의 정원 들렀다가 가면 되니까요."
그 어떤 파티라도, 위드의 장엄한 조각품을 감상해야만 사냥을 떠날 수 있었다.





퀘스트의 기한이 이레 남았을 때, 위드의 광휘의 검술이 고급 2레벨이 되었다.

띠링!

==================================================

- 광휘의 검술 스킬의 레벨이 고급 2레벨이 되었습니다.
특별한 종류의 새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공격력의 범위가 넓어집니다.

==================================================

==================================================

- 퀘스트에 필요한 스킬 레벨을 달성하셨습니다.

==================================================

목표 완수.
검술 스킬도 그 동안 두 단계가 올라서 고급 4레벨이었다.
거북이의 등에 탄 채로 수련을 한 것이 확실히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광휘의 검술은 마나 소모가 낮아지면서 오히려 공격력은 훨씬 커졌다.
지금까지 헤라임 검술이나 달빛 조각 검술 등 여러 공격 스킬을 활용해 왔지만, 거의 모든 부분에서 광휘의 검술이 압도할 정도가 되었다.
공격 범위도 넓었으며, 다른 보통 유저들이 특히 민감해하는 소위 뽀대 부분에서도 압도적이라고 할 수가 있다.
마나를 조금만 과하게 사용하면 독수리 떼가 나타나서 적들을 공격한다. 10마리가 넘는 빛의 독수리 떼는 황홀할 정도로 예쁘지만, 두껍고 높은 파도를 부숴 버릴 정도로 무서운 위력을 가졌다.
게다가 광휘의 검술이 고급의 단계가 되고 난 이후로는 천둥새를 부를 수도 있었다.
천둥새는 몬스터들을 극도로 떨게 하는 능력을 가졌으며, 주변에 벼락을 떨어뜨리면서 전진한다.
"이게 괜히 검술의 비기가 아니로군."
위드는 아주 흡족했다.
천둥새는 마나가 15,000 가까이 들었지만 범위형 공격이었다.
천둥새가 지나가면서 주변 일대의 적들에게 벼락을 떨어뜨리니 몬스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남는 장사!
보통 이런 광역 공격 스킬이 1~2개쯤은 있어야 레벨 업이 빠르다.
"괜히 슬퍼지는군."
위드는 지금까지 거의 대부분의 전투를 직접 검으로 상대를 맞히면서 싸웠다.
조각 검술은 약간의 원거리 공격이 가능하기도 하였지만 마나 소모에 비해 공격력이 그렇게 높은 스킬은 아니다. 상대가 멀리 있을수록 위력이 약해져서, 일일이 무기로 두들겨 패면서 레벨을 올렸던 것이다.
"이렇게 편한 기술이 있다니......"
위드는 손빨래를 하다가 세탁기를 샀을 때의 감동을 느낄 수가 있었다.
"걸레질을 하다가 진공청소기를 샀을 때 느낌도 이랫지. 잔먼지까지 몽땅 빨아들여 주니 빗질이나 걸레질이 정말 편했어."
위드는 생활용품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편이었다.
어째서 노벨 가전제품상이 없는지 알 수 없는 노릇.
그렇지만 모든 일들이 그렇듯이, 직접 검을 휘두르면서 싸웠기에 조각사임에도 불구하고 검술 스킬이 고급이 될 수 있었으리라.
"이번에는 다른 곳으로 가자."
거북이는 위드의 명령에 순종적으로 잘 따랐다.
넓은 등껍질을 수면 위로 내놓고 네발로 헤엄을 치며 이동했다.
폭풍이 심하게 불면서 바다가 요동을 치더라도 거북이는 위드를 위하여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버텼다.
"나에게 생명을 부여해 주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해야 돼."
은혜를 아는 거북이는 똑바로 헤엄을 치기 위하여 온 힘을 다했다.
얼마 후면 위드가 다시 육지로 돌아갈 테니 이쯤이야 기꺼이 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음 말도 잘 듣고 기특하군. 더 부려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위드는 거북이의 도움으로 폭풍 속에서 여러 지역을 돌아 다니고 있었다.

띠링!

==================================================

조개가 달라붙어 있는 암초를 발견하셨습니다.
해업 조개가 자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 않은 암초.
해양 길드에 알리면 발견자로서 명성을 얻을 수 있습니다.

==================================================

==================================================

- 놀라운 발견으로 인해 명성이 190 올랐습니다.

==================================================

==================================================

- 예술 스탯이 2 상승하셨습니다.

==================================================

==================================================

- 자연과의 친화력이 9 늘어납니다.

==================================================

폭풍에서 가까이 가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암초들을 찾아내기도 하였다.
배를 끌고 왔더라면 해류에 휘말려서 암초에 부서질 수도 있었으리라.
위드는 그런 암초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이런 게 다 자연산이라니까!"
==================================================

- 헤엽 조개를 채취하셨습니다.

==================================================

신선해서 고추장만 발라 먹어도 꿀맛.
요리 스킬로 끓이거나 다른 음식을 만드는 데 넣어도 되었다.
가끔 식재료를 구하다 보면 위험한 것들이 나오기도 했다.
약초학 스킬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경우들은 대부분 예방이 되었지만, 그래도 구분하기 어려우면 검치나 수련생들에게 술 한 별과 같이 주면 된다.

==================================================

절경! 고래의 묘지를 발견하였습니다.
돌로 이루어진 작은 섬.
수명이 다한 고래들이 와서 죽음을 맞이하는 장소입니다.

==================================================

==================================================

- 대단한 발견으로 인해 명성이 760 올랐습니다.

==================================================
==================================================
- 예술 스탯이 3 상승하셨습니다.

==================================================
==================================================
- 생명력이 750 증가하였습니다.

==================================================
- 자연과의 친화력이 11 늘어납니다.

==================================================
섬에서 고래의 뼈가 가득했다.
"혹시 어디 남은 가죽이라도......"
위드는 바쁜 와중에도 수색을 하여 밍크고래와 향유고래의 가죽을 습득했다.
"감정!"

==================================================
밍크고래의 가죽 : 내구력 43/45
생산 스킬 재봉과 관련되 아이템.

==================================================

==================================================
궁극의 재복 재료.
깊은 바다에서 지낼 수 있는 고래의 가죽이다.
매우 질겨서 찢어지는 일이 드물며, 가죽 중에서 가장 단단하다.
물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가볍지는 않다.
밍크 고래의 가죽을 재단하기 위해서는 중급의 재봉 스킬을 필요로 함.
1등급 재봉 아이템.
옵션 : 물의 특성이 부여됨.

==================================================

낚시꾼이 고래를 낚으면 고기를 얻을 뿐만 아니라 가죽을 판매할 수 있었는데, 재봉사들에게는 없어서 못 살 정도였다.
가벼운 옷을 위한 가죽은 아니라서 권사들을 위한 갑옷을 만들기도 하지만, 소환술사나 마법사 계열들도 원했다. 물의 마법이나 물의 소환물의 능력을 올려 주기 때문에 무게에 대한 부분은 참고 입는 것이다.
"이런 데서 또 수입을 얻게 되는군."
거북이는 폭풍 속에서 자신이 아는 장소들로 위드를 인도해 갔다.
위드는 그럴 때마다 채취하거나 주워 갈 것이 없나를 살피며 산호와 진주 들을 얻을 수가 있었다.
"드디어 육지가 보이는구나!"
위드는 퀘스트의 기한을 사흘 남기고 해안가 근처에 도착했다.
바다에서 살아가는 거북이는 시야가 거의 보이지 않더라도 길을 잃지 않는 최고의 항해사였다.
맑은 우윳빛 피부에는 위엄이 흐를 정도로 매력적인 바다의 초대형 생명체 말레인스 에우노토 터틀!
부서지지 않는 단단한 등껍질을 가지고 있어 심해나 험한 바다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강인한 생명체였다.
그의 생명을 위협할 만한 해양 몬스터도 거의 없을 정도로, 처음 나타났을 때는 위풍당당했다.
"끄윽끄으윽."
그런데 지금은 짧은 목에서 숨넘어가는 소리까지 냈다.
여유롭고 품위 있던 바다 헤엄도, 지쳐서 네발을 허우적거리는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위드가 검술을 수련하는 동안 파도에 떠밀려 가지 않기 위하여 계속 버텨야 되었고, 그를 안내하면서 온갖 위태로운 곳들을 다녀야 했던 후유증이었다.
"저긴 참 좋은 곳인데. 소용돌이가 심하여 가기가 어려운 곳이다."
"가자."
"이 바다 밑으로 잠수하면 해초들을 볼 수 있다. 물의 흐름이 바뀌면 해초들이 춤추는 것을 구경하 수가 있는데, 물고기 떼가 이동하는 시기와 맞물리면 정말 멋지다."
"뭐 해, 잠수 안 하고?"
위드는 거북이의 등껍질에 숨어서 자연이 만든 바다의 절결을 몽땅 감상할 수가 있었다.
검술 수련을 하는 동안에는 먹을 만한 물고기를 잡아 줘야 되었고, 입맛에 따라 해삼, 전복, 멍게, 굴까지 바쳐야만 되었다.
"뭐 이런 것까지... 아무튼 잘 먹을게."
그나마 같이 있던 초반에는 위드가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었지만 나중에는 이를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였다.
"오늘은 삼치구이 먹고 싶다고 말했어, 안 했어?"
"신선도가 떨어지잖아!"
"야, 배고파! 이렇게 해서 날 굶겨 죽이려고? 넌 거북이가 되어서 왜 이렇게 느려 터진 거냐."
"조금만 참자. 얼마 후면 육지로 돌아간다고 하니......"
착한 거북이는 어디에 하소연도 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식모살이를 해 왔던 것이다. 그사이 영양 섭취를 제대로 못 하고 과로를 해서 피부도 폭삭 늙었고, 체력도 예전만 하지 않았다.
그에 반해 위드는 폭풍에서 수련을 해 온 사람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얼굴이 뽀송뽀송했다.
바다에서 얼마나 잘 먹었는지를 보여 주는 외모.
비가 내리는 곳을 지나며 옷가지도 빨아 거북이의 등에서 말리기도 했다.
위드가 드디어 육지로 발을 디뎠다.
띠링!
==================================================
장시간의 항해를 마쳤습니다.
멸종했던 말레인스 에우노토 터틀을 타고 육지로 돌아왔습니다.
먼 거리를 이동한 것은 아니지만 폭풍이 부는 지역을 탐험한 것만드
로도 뱃사람으로서는 작지 않은 모험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

- 항해 스킬의 숙련도가 높아집니다.

==================================================

==================================================

- 명성이 610 올랐습니다.

==================================================

==================================================

- 인내력이 7 상승하셨습니다.

==================================================

"거의 60일 만에 밟아 보는 대륙이로군."
암초나 작은 섬에 잠깐 올라가긴 했어도 제대로 된 유지는 오랜만이었다.
거북이는 위드가 내리자마자 서둘러 몸을 돌려서 바다로 향했다. 묵은 때가 씻겨 나가는 것처럼 시원한 이 기분은, 겪어 본 조각 생명체들만이 알 수 있으리라.
"거북아, 이것도 인연인데...... 그냥 육지에서 같이 살래?"
"......"
거북이는 대꾸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위드가 생명을 부여해 준 덕에 살아났지만 그동안 순전히 혼자서 고생을 하며 그 친밀도는 이미 다 깎여 나간 후였다.
위드는 바닷속으로 사라져 가는 거북이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줍음을 많이 타는군. 저렇게 착한 녀석도 없는데... 나중에 베르사 대륙에 여름이 찾아오면 바다로 놀러 와야 되겠어."





주식회사 유니콘에서 개최하는 로열 로드 박람회!
매년 컨벤션 센터에서 닷새간 개최하고 있었는데, 이곳에 몰리는 전 세계의 관심은 대단했다.
벌써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의 유저들이 어마어마했다. 완벽한 통역 시스템으로 인하여 티가 나지 않고 있을 뿐, 외국인들도 로열 로드에 푹 빠져 있었던 것이다.
전 세계의 축제라고 할 수 있는 로열 로드 박람회에는 어딜 가든 사람들로 가득했다.
"3시부터 직업관에서 행사 시작한대."
"그럼 저곳부터 가 보자. 오크 부채 나눠 준다더라."
"줄이 너무 길어서 우리 차례 되려면 1시간은 기다려야 되겠네."
매일 방문자들만 수십만 명씩 되었다.
로열 오드가 세계적인 히트를 하고 난 이후에 경제계 인사들의 방문도 잦았다.
유니콘 사에서는 천문학적이라고 할 만큼의 순익을 내고 있었다. 현재의 수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6개월 간격의 성장세가 2배에 이를 정도였다.
로열 로드가 시작되고 난 이후로 벌어들인 어마어마한 현금은 새로운 사업에도 투자되었다.
신소재, 화학, 로봇 개발, 친환경 등의 사업에 진출하여 탁월한 기술력으로 성공하고 있었다.
경기 침체로 일시적인 자금난에 빠진 은행들도 인수하여 빠른 정상화를 이룩하면서 수익을 창출해 냈다.
초기에는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세간의 비판도 받았지만 손을 대는 사업분야마다 대성공을 거두면서 유니콘 사의 자산 규모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일반인들은 단순히 최초로 가상현실을 탄생시킨 기업으로 알고 있었지만, 경제계나 정치계에서는 유니콘 사에 대하여 알수록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올해도 보내왔군."
이현은 아침에 우편함에서 박람회의 초대장을 꺼냈다.
눈에도 잘 띄는 금색 봉투에 담겨 있는 VIP 초대장!

꿈을 또 다른 현실로
향상된 가치와 비전을 보여 드리기 위하여
이현 님을 초대합니다.


봉투 안에는 약도와 함께 센서 인식이 되는, 옷에 붙일 수 있는 이름표도 들어 있었다.
VIP를 상징하는 금색 이름표!
"무슨 기념품이나 공짜 밥을 준다는 내용도 없네."
유니콘 사의 홍보 팀에서 몇 날 며칠을 고민하며 만든 초대장은 곧바로 종이류 분리수거 박스로 들어갔다.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이 한정되어 있는 박람회라서 초대장을 구하려고 사방에서 아우성이었지만 이현에게는 그저 남의 일이었다. 철저한 신원 확인으로 인하여 초대장이 판매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병준은 연구실의 화면을 통해서 박람회의 장명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올해도 사람들이 많이 왔군. 작년보다도 더 늘어난 것 같아."
- 자리가 없어서 돌아간 사람들을 포함하면 2백만 명을 훨씬 초과합니다.
한국에서는 모터쇼나 게임 박람회를 열어도 관람객이 백만 명은 거뜬히 넘었다.
새로운 것들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리라.
유니콘 사의 박람회가 특별한 것은, 초대장을 받은 사람들을 위주로 입장을 시켰고 전 세계에서 방문객들이 대거 왔다는 점이다. 공황에서 경찰들이 따로 배치되어 외국의 정치인들과 경제 인사들을 맞이하는 모습들이 뉴스에 연일 보도될 정도였다.
"이현도 왔겠지?"
-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었으니 초대장을 받고도 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헤르메스 길드를 포함하여 다른 명문 길드의 유저들은 초대장을 받고 모두 왔다. 바드레이도 와서 언론들의 인터뷰를 하고 박람회장을 구경하고 돌아갔다.
"한 번을 오질 않는군."
유병준은 그가 창조한 세계 로열 로드가 화제에 오르고 사람들이 즐기는 것을 볼 때마다 묘한 감상에 휩싸이곤 했다.
'저런게들 재미있고, 행복할까?'
현실과 다른 가상현실.
잠깐 놀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깨닫지 못하는 다양한 감정들을 배우고 살아가는 또 다른 세계가 되었다.
로열 로드가 발표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난 이후로 철학계에서는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삶의 범위를 어디까지 두어야 하는지, 그리고 현실과 가상현실에서의 인간의 선택에 대한 부분들이었다.
논문과 책이 출시되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것도 사회에서 익숙해진 광격이다.
종교적인, 철학적인 부분에서의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지만, 확실한 것은 로열 로드의 유저들이 이미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점.
인간의 욕심은 대단히 크다고 할 수 있다.
한 가지가 충족되면 다른 한 가지를 바라게 된다.
유명한 명언.
배고프면 먹고 싶고, 배부르면 눕고 싶다고 하지 않던가.
현대사회가 인간에게 많은 편리함을 제공하였지만 채워지지 않는 파괴적인 욕구 같은 본성도 있었다. 그리고 도시 생화르 직장에서 받게 되는 스트레스와 불명증.
로열 로드는 기술이 발달하여 낳은 낙원 같은 곳이었다.
누구나 한번쯤은 겸험해 보고 싶은 그런 공간을 만들어 주었기에 세계적인 인기를 끌 수박에 없었다.
'내 생각과는 많이 다른 반응들이야.'
유병준은 그러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기쁨을 느끼지 못했다.
가상현실의 공간을 만들어서 현실의 괴로움을 더 보여 주고 싶었다.
'여기 너희가 사는 이 세상이 얼마나 부조리한지 봐라. 이 현실은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만들어 낸 가상의 공간만도 못하지 않느냐.'
유병준의 유니콘 사의 주식을 포함하여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의 막대한 유산은 누구나 탐을 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로열 로드의 정복자에게 모든 유산을 주겠다는 겸심도 세상을 비웃어 주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
그런데 사람들은 로열 로드를 정말 좋아하면서 행복감을 누렸다. 그러고 나서 오히려 현실에서의 삶을 더욱 열심히 살았다.
이것은 정말 유병준이 조금도 의도하지 않은 것이었다.
즐겁고 행복한 곳이 있으니 사람들의 마음이 편안해졌다.
사람들은 매사에 유병준의 생각처럼 부정적이지는 않았다. 로열 로드라는 세상이 매혹적인 만큼, 현실에서 보내는 시간 역시 역으로 충실해진다.
자신의 주변인들에게 더 잘하게 되고, 직장이나 미래에 대한 부담감도 더 잘 떨쳐 냈다.
인간의 의지란 단순하게 판단하고 이용할 만큼 나약하지 않았다. 때론 힘든 일이 있더라도 시간의 힘을 빌려서 이겨 낼 수 있다.
압박감을 해소할 수 있는 장소를 사람들은 바라 왔을지도 모른다.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빠지는군."
유병준은 모니터를 통해 박람회의 모습들을 살폈다.
정말 축제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흥겨운 분위기.
아이를 안고 구경하는 가족의 기쁨에 찬 밝은 모습도 보였다.
유병준은 인공지능에게 물었다.
"박람회장의 전력 공급을 끊어 버릴 수 있나?"
- 가능합니다. 비상 발전 시스템으로 곧 전환되겠지만, 그것 역시 강제로 파괴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베르사는 많은 부분을 관장하고 있었다.
친환경 에너지로 가동되는 빌딩과 박람회 건물을 암픅으로 바꾸어 버리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
유병준은 실행은 하지 않고 핏발 선 눈으로 모니터에 나오는 사람들을 지켜보았다.
아이를 안고 있는 여자의 모습.
평생을 기계와 실험을 하며 혼자서 산 그로서는 저들의 감정을 알기가 어려웠다.
'왜 저렇게 웃는 걸까. 살다 보면 어려운 일도 많을 텐데.'
유니콘 사의 소유자.
로열 로드의 창조자.
세계 최대의 부자이며, 정치. 경제계에 막후 영향력을 가진 사람.
모니터로 로열 로드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낱낱이 지켜볼 수 있었다.
남보다 많이 가지고, 이루어 냈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은 허점함으로 가득했다.
출산, 가정을 꾸리는 일로 사람들은 바쁘고 힘겹게 살아간다.
유병준은 그런 이들이 눈에 들어올 때마다 자신은 관찰자라는 사실을 뼈아프게 느낄 뿐이었다.
"베르사."
- 네, 명령하십시오.
"이건 지시 사항이 아니라 그냥 너의 판단에 따라 대답하면 된다. 내가 좀 정상적인 사람은 아니지?"
인공지능은 머뭇거림 없이 대답했다.
- 그렇습니다.
유병준은 사람들을 쭉 지켜보며 스스로도 깨달아 가고 있었다.
'내가 좀 잘못 살긴 한 것 같군.'





TO BE CONTINUED

추천 (0) 선물 (0명)
IP: ♡.35.♡.162
23,498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나단비
2024-02-01
2
125
나단비
2024-02-01
2
126
나단비
2024-02-01
2
136
나단비
2024-02-01
2
88
나단비
2024-01-31
2
112
나단비
2024-01-31
2
112
나단비
2024-01-31
2
101
나단비
2024-01-31
1
103
나단비
2024-01-30
1
124
나단비
2024-01-30
1
193
나단비
2024-01-30
1
117
나단비
2024-01-30
1
102
나단비
2024-01-30
1
107
나단비
2024-01-29
1
119
나단비
2024-01-29
1
84
나단비
2024-01-29
1
102
나단비
2024-01-29
1
93
나단비
2024-01-29
0
86
나단비
2024-01-28
0
116
나단비
2024-01-28
0
106
나단비
2024-01-28
0
121
나단비
2024-01-28
0
125
나단비
2024-01-28
0
98
나단비
2024-01-27
0
133
나단비
2024-01-27
0
75
나단비
2024-01-27
0
89
나단비
2024-01-27
0
96
나단비
2024-01-27
0
99
나단비
2024-01-26
0
106
나단비
2024-01-26
0
94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