圆月弯刀 7

3학년2반 | 2022.02.10 07:21:54 댓글: 0 조회: 386 추천: 0
분류무협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47813
34. 1칼에 6명을 2쪽 내다.

정붕(丁鵬)은 질문을 던졌다.

“당신들이 연운(連雲)14살(十四煞)?”

다른 1사람이 대답했다.

“그렇소.”

“나는 정붕(丁鵬)인데, 당신들이 내 처를 잡아 왔는가?”

“그렇소.”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정붕(丁鵬)의 칼이 이미 칼집에서 뽑혀졌기 때문이었다. 정붕(丁鵬)은 사람을 죽이려고 결심하면 말하기를 싫어했다. 그가 참을성 있게 사람과 대화하는 것은 그가 마음속으로 사람을 죽일 뜻이 없음을 표시하는 것이었다.

그가 사람을 죽이려고 결심했을 때 1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다. 더군다나 그가 손에 1자루의 만도(彎刀)를 쥐게 되면 더욱 그러했다. 칼빛이 번쩍했을 때 그 누구도 그가 손을 쓰는 것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칼빛이 휩쓸고 지나간 것을 느꼈을 뿐이었고, 그의 칼이 칼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을 뿐이었다. 6사람은 12조각으로 변해서 쓰러졌다.

정수리에서 사타구니까지 정제(淨濟)하게 2쪽으로 갈라져 있었다. 3번째 패거리를 죽일 때는 비교적 시간이 걸렸다. 왜냐하면 정붕(丁鵬)이 2번째 사람들을 죽일 때 그들은 이 1자루의 마도(魔刀)를 보게 되었고 간담이 찢어지도록 놀랐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번에 자기들이 말벌의 벌집을 건드린 것을 알게 되었다. 절대적으로 항거할 수 없을 때 사람들은 겨우 2가지의 반응을 보일 뿐이다.

순순히 죽음을 당하든지 도망치는 것이었다. 3번째 패거리의 8명 가운데 3사람은 놀라 멍청해졌고 5사람은 놀라 도망을 쳤다. 정붕(丁鵬)은 손을 쓰지 않았다. 그는 다만 1마디했을 뿐이었다.

“1놈도 살려두지 말라.”

그 1마디로 충분했다. 아고(阿古)의 그 거대한 몸뚱이가 날으기 시작했다. 마치 1마리의 독수리가 병아리 떼를 쫓으며 죽이는 꼴이었다.

1사람이 흩어져서 도망치는 5명의 무림 고수들을 잡아 죽이는 것은 수월한 노릇이 아니었으나, 아고(阿古)는 정붕(丁鵬)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1명을 장원 밖까지 쫓아나가 쳐 죽였다. 그는 아직도 3사람이 놀라서 멍청해져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재빨리 돌아와 죽이려고 했으나 3사람은 이미 시체로 변해 있었다. 소향(小香)이 3구의 시체 옆에 서 있었고, 정붕(丁鵬)은 보이지 않았다. 이 때 정붕(丁鵬)이 청청(青青)과 소운(小雲)을 데리고 2층에서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정붕(丁鵬)은 청청(青青)에게 사건이 진행된 경과를 듣고 껄껄 웃었다. 청청(青青)은 물었다.

“낭군은 뭐가 그렇게 우습나요?”

정붕(丁鵬)은 웃었다.

“나는 당신들이 멍청해서 웃은 것이오. 그 옥무하(玉無瑕)는 다만 당신들의 옷을 벗겼을 뿐인데 당신들이 스스로 갇혀 지냈으니 말이오.”

청청(青青)은 그 말을 얼른 받았다.

“그래요. 나보고 그런 모습으로 다른 사내들 앞에 나타나라고 한다면, 차리리 죽는 편을 택하겠어요.”

정붕(丁鵬)은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은 임시변통이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소?”

청청(青青)은 그 말을 가볍게 반박했다.

“그럴 수는 없어요. 이것은 여인의 정조가 달린 문제예요.”

“그와 같은 상황 하에서 당신이 도망친다고 해서 내가 당신을 부정하다고 탓할 리가 없지 않소? 당신도 내 마음을 잘 알고 있지 않소?”

“알고 있어요. 그러나 나는 내 스스로 부정하다는 느낌을 갖게 될 거예요.”

“그와 같은 느낌이 그토록 중요한 것이오?”

“그래요. 무척 중요해요.”

“당신의 그와 같은 느낌을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것은 없는 것이오?”

“있어요. 어떤 상황에서 나는 모든 것을 돌보지 않을 거예요.”

“어떤 상황이오?”

“당신이 위험에 처하고, 내가 그렇게 함으로써 당신이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내 몸을 다른 남자에게 바쳐야 한다면 나는 그렇게 할 거예요.”

정붕(丁鵬)은 무척 감동해서 청청(青青)을 꼭 껴안았다.

“청청(青青), 당신이 그런 짓을 하기보다 내가 죽는 것이 낫겠소.”

청청(青青)은 행복하게 웃으며 손으로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다행히 내가 그렇게 할 기회는 너무나도 적어요.”

“내가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오?”

“아니에요. 당신의 무공이 고강하면 고강할수록 위험은 더 많아져요.”

무공이 고강하면 고강할수록 위험이 더욱 많아진다. 이 말은 모순되는 것 같지만 무척 사리에 맞는 말이었다. 무공이 고강한 사람일수록 명성을 떨치게 되고 질시를 받게 되고, 그를 모함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고 그를 함정에 빠뜨리려는 사람이 많아지는 법이었다. 청청(青青)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 당신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틀림없이 무척 무서운 함정일 거예요. 그들의 목적이 당신을 죽이는 것이고 나를 죽이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 자신을 희생해서 당신을 구하고 싶어도 불가능한 일이에요. 그래서 나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씀을 드린 거예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오. 청청(青青), 당신은 틀렸소.”

“내가 틀렸다고요?”

“그렇소. 크게 틀렸소. 나는 내 자신의 처지를 잘 이해하고 있소. 함정은 나를 위험한 처지에 놓이게 할는지 모르지만 절대로 나를 죽일 수 없소. 하지만 당신이 내가 위험에 빠졌다고 인정하고 자기를 희생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내 목숨을 빼앗는 것이오. 당신이 자기 자신을 희생한다면 나는 살고 싶지 않을 것이오.”

청청(青青)은 웃었다.

“아니에요. 낭군, 당신도 틀렸어요.”

“나도 틀렸다니?”

“그래요. 내가 당신을 위해서 다른 남자에게 정조를 잃었다고 해도 나는 결코 부정하다는 느낌이 없을 것이에요. 또한 그로인해서 삶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의의 있고 더욱 재미있게 살 거예요.”

“더욱 재미있게 살겠다고?”

“그래요. 내 자신이 당신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에 내 스스로 더욱 신이 나서 살아갈 거예요.”

정붕(丁鵬)은 껄껄 웃었다.

“하하하, 말 1번 잘했소. 당신이 1번 틀렸고 나 역시 1번 틀렸으니 우리는 무승부로군.”

“그래요. 낭군, 무승부예요. 우리는 서로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관념적으로 커다란 차이가 있었군요.”

모든 것은 환난 속에서 커가는 것이고 애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이전에는 미처 주의하지 못했던 잘못을 때 늦지 않게 발견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무척 흐뭇했다. 그들은 얼싸안고 웃으며 즐거워했다. 소향(小香)은 웃고 있었고 소운(小雲)도 웃고 있었다. 아고(阿古) 역시 웃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흐뭇해서 웃고 있었다. 그러나 단 1사람은 어둠속에 숨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슬픔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니고 상심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울화가 치밀어서 울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는 입술을 피가 나도록 꼭 깨물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갑자기 소운(小雲)은 물었다.

“나으리, 옥무하(玉無瑕)는 어떻게 되었어요? 그 고약한 계집애는 어떻게 되었지요? 그녀를 죽이지 않았나요?”

시체들은 모두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어서 소운(小雲)은 일일이 살펴볼 수 있었다. 그런데 옥무하(玉無瑕)가 없었다. 옥무하(玉無瑕)는 이번 일을 만들어낸 장본인이었다. 그녀가 청청(青青)을 사로잡은 목적은 정붕(丁鵬)을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정붕(丁鵬)이 정말 들이닥치게 되었을 때 그녀는 숨어버린 것이었다.

그녀는 무엇 때문에 그런 짓을 한 것일까? 정붕(丁鵬)의 원월만도(圓月彎刀)의 무서움을 자기의 패거리들이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아니면 청청(青青)을 인질로 삼으면 정붕(丁鵬)을 장악할 수 있고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살인도구로 삼을 수 있다고 여긴 것일까? 연운(連雲)14살(十四煞) 가운데 다른 사람은 정붕(丁鵬)의 위력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할 수 있지만 그녀만큼은 무척 분명히 잘 알고 있었다.

이 때 그녀는 1칸의 지하 밀실에서 미약한 등불빛 아래 두루말이 종이 위에 정붕(丁鵬)에 관해 기술하고 있었다. 이 두루말이 앞쪽에는 무척 많은 기록이 있었다. 항주(杭州) 반한당(半閒堂) 홍매각(紅梅閣)에서부터 기록된 것이었다.

- 정붕(丁鵬)이 1칼로 철연(鐵燕)쌍비(雙飛) 부부를 격퇴시키는 것을 보았다. 1칼이 떨어지게 되었을 때의 위력은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었다.

- 정붕(丁鵬)의 칼이 임약평(林若萍)을 패배시키는 것을 보았다. 표일하면서도 공령(空靈)한 것이, 마치 영양(羚羊)의 뿔처럼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야말로 칼의 진수를 이미 모조리 터득했으며 전무후무한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 정붕(丁鵬)은 1칼로 6살(煞)을 쪼개버렸다. 칼이 1번 떨어지자 사람은 2쪽이 났으며 1명도 요행을 바랄 수 없었다. 1식(一式)에 그와 같은 위력이 있다는 것을 직접 목격했지만은 믿기 힘들 지경이었다.

정붕(丁鵬)이 몇 차례 중요한 결투하고 사람을 죽이는 것을 그녀는 목격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정붕(丁鵬)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그녀의 패거리들이 어떤 능력을 지녔는지 그녀는 더욱 잘 알고 있었다. 모든 사람의 힘을 모아도 철연(鐵燕)쌍비(雙飛) 부부를 이길 수 없었는데, 하물며 정붕(丁鵬)에게 도전한다는 것은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어째서 그 동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을까? 이것은 대답하기 어려운 수수께끼였다. 하지만 곧 그녀는 행동으로 대답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1권의 책자였다.

2호(號) 향화강(向華強). 기동인도(冀東人屠)라고도 하는데 병오(丙午)년 6월에 가입.

병오(丙午)년 9월. 여남(汝南) 쌍의장(雙義莊) 막(莫)4호(四豪)의 청부를 받아 유중걸(劉中杰)을 척살하고 10만 냥의 은자를 얻음. 은자 5천 냥을 나누어 가짐.

정미(丁未)년 2월. 매화(梅花)산장(山莊)을 야습해서 금은보배 등 패물을 약탈했는데 은자로 바꾸면 8만 냥. 공동의 적금을 제외하고도 3만 냥이 남았으니 은자 6만 냥을 얻는 셈…

무신(戊申)년 6월…(下略).

그것은 연운(連雲)14살(十四煞)의 장부였다.

기록된 것은 모든 사람이 매 회에 거두어들인 수익, 사람을 죽이고 약탈한 수입이었다. 다른 1장에는 지불한 은자가 적혀 있었다. 2호 향화강(向華強)의 이름 아래에는 4년간의 수입이 24만 6천 냥이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지출은 3만 8천 냥이었다. 4년 동안에 3만 8천 냥을 쓴다면 이 녀석은 비교적 절약을 1셈이었다. 그녀는 그 책자를 들고 조그만 대나무로 된 서랍장 앞으로 갔다.

그 가운데 하나의 조그만 서랍을 열어젖히고 남아 있는 은표(銀票)의 수를 세어 보았는데 결과는 맞아떨어졌다. 그녀는 빙그레 웃고 은표를 다시 주머니에 갈무리했다. 그리고 다시 2번째 장을 펼친 후에는 2번째의 서랍을 열고 2번째의 은표 묶음을 가져갔다. 15번째의 서랍에서 그녀는 몇 번이고 은표의 액수를 헤아려 보더니 투덜거렸다.

“이 후레자식은 지난번에 감히 나를 속이고 몰래 5천 냥을 더 가져갔군. 틀림없이 그 2명의 갈보에게 썼겠구나. 안되지. 이 액수는 반드시 그 2명의 갈보에게서 받아내야 되겠군.”

마지막 서랍에는 옥무하(玉無瑕)의 이름이 쓰여진 쪽지가 붙어 있었는데 그녀는 그 서랍을 열고 1움큼의 은표를 집어들었다. 그 은표를 헤아려보지 않았으나 그 10여 명의 총액보다 훨씬 많은 것은 분명했다.

이것만 보아도 그녀가 가장 많은 몫을 차지하고 가장 적게 쓰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물론 우두머리였다. 우두머리는 언제나 2배 몫이 되었다. 그녀의 동료들은 그녀를 원망하지 않았지만 우두머리인 그녀가 불만스럽게 여겨온 것 같았다. 그녀는 모든 은표를 손에 쥐게 되었을 때 얼굴에 만족의 웃음을 떠올렸다. 이제 은표는 모조리 그녀의 차지가 된 것이었다.

그녀는 2배 몫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기 때문에 동료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동료들의 돈을 모조리 먹은 것이었다. 은표를 싸서 어깨에 둘러매고 그녀는 그 장부를 불태웠다. 무척 꼼꼼하게 태웠으며 남은 재도 모조리 날려버렸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횃불로 기름에 젖은 실타래에 불을 붙였다. 이 실타래는 동백기름에 담갔고 송진을 먹인 종이봉지로 쌌기 때문에 무척 빨리 타 들어갔다.

실타래는 방안의 메마른 나무에 붙어 재빠르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불길은 다른 실타래에 옮겨 붙였다. 이 연운(連雲)산장의 모든 집들은 실타래로 연결되어 있었고 타오르기 쉽게 지어져 있었다. 얼마 되지 않아 전체 연운(連雲)산장은 불바다에 잠겨들고 살아 있는 사람은 1명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괴멸. 일종의 철저한 괴멸이었다. 불은 가장 좋은 죄악의 세척제였다. 이 죄악의 장원은 불의 세례를 받아 그 죄악을 모조리 씻어내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옥무하(玉無瑕) 그녀도 자기가 지은 죄를 씻기 위해 대가를 지불했을까? 화염이 벽을 불태워 무너뜨리고 지하도 입구를 막았을 때 막 그 지하도 안에서 걸어나온 여인은 등뒤의 화염을 바라보며 웃었다.

“연운(連雲)산장 안녕. 연운(連雲)14살(十四煞) 안녕. 옥무하(玉無瑕) 안녕.”

때로는 안녕이란 말이 영원히 다시 만나지 않겠다는 뜻도 되는 것이었다. 그 모든 것은 이번 불길에 타 없어질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그녀는 안녕 옥무하(玉無瑕)라는 말을 했을까. 옥무하(玉無瑕)는 결코 죽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멀쩡하게 이 세상에 살아 있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어떤 사람은 죽지 않고 이 세상에서 사라질 수 있었다. 물론 어떤 위대한 사람들은 죽었다 해도 이 세상에서 사라질 수 없었다. 전대의 영웅 호걸들이나 대협들, 예를 들면 소리탐화(小李探花) 이심환(李尋歡)을 들 수 있었다.

또 유명한 도수(盜帥) 초류향(楚留香), 화호접(花蝴蝶) 호철화(胡鐵花)도 있었다. 그리고 엽개(葉開)와 부홍설(傅紅雪) 등을 들 수 있으리라. 강호의 세월은 이미 수100년이나 흘러갔지만 그들의 자취는 여전히 사람의 마음속에 살아 있고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옥무하(玉無瑕)는 아마도 그와 같은 사람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 것 같았다. 자기 자신을 기척도 없이 사라지도록 만들려는 것 같았다.

연운(連雲)14살(十四煞)과 더불어 연운(連雲)산장을 따라서 모두 그 1조각의 불바다 속에 영원히 사라지고 있었다. 지하도에서 걸어나온 그 여인은 보기에 조금도 옥무하(玉無瑕) 같지 않았다. 이전에 그녀를 본 사람이라도 그녀가 옥무하(玉無瑕)라고 인정하지 않을 것 같았다. 옥무하(玉無瑕)는 연운(連雲)14살(十四煞)을 대표하는 두목이었다. 옥무하(玉無瑕)가 없었다면 연운(連雲)14살(十四煞)은 생겨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연운(連雲)14살(十四煞)이 없어졌으니 다시는 옥무하(玉無瑕)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그 1무더기의 불을 바라보며 손에 안고 있는 은표를 힘주어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1마디의 심상치 않은 말을 던졌다.

“고마워요. 정붕(丁鵬).”

어째서 그녀는 정붕(丁鵬)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것일까? 정붕(丁鵬)은 그녀의 동료를 죽였고 그녀의 사업을 망가뜨렸는데 어째서 그녀는 정붕(丁鵬)에게 사의를 표하는 것일까? 설마하니 이것이 바로 그녀가 청청(青青)을 건드려 정붕(丁鵬)을 유인한 참된 목적일까?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으로 미루어 틀림없이 그럴 것 같았다.

이것은 무척 잔인한 계획이지만 무척 훌륭한 계획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만약 혐오감을 일으키는 호사가(好事家)가 도래하지 않았더라면 이 비밀은 영원히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그 사람은 공교롭게도 바로 그때 나타났다. 그녀는 갑자기 뒤에서 발자국소리가 들려오자 재빨리 고개를 돌리고 바라보았다.

그 녀석은 이미 싱글벙글 웃으면서 그녀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

“유약송(柳若松), 당신인가요?”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유약송(柳若松)이외다.”

유약송(柳若松)은 대답했다. 옥무하(玉無瑕)는 놀랍게도 무척 냉정했다.

“어떻게 이곳까지 왔나요?”

유약송(柳若松)은 무척 기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마치 황금덩어리를 주운 거지처럼 좋아 어쩔 줄 모르는 것 같았다.

“당신이 내 머리통을 달라고 하는데 내가 어찌 오지 않을 수 있겠소?”

그녀는 차분하게 대꾸했다.

“그것은 장난에 불과해요. 당신도 정붕(丁鵬)이 당신을 죽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아요?”

유약송(柳若松)은 웃었다.

“내가 그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비중은 당신이 생각했던 것만큼 무겁지는 않았소.”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유약송(柳若松), 당신은 너무나 자기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것 같군요. 그는 당신이 중요해서 당신을 죽이지 않는 것이 아니에요. 당신은 언급할 가치조차 없기 때문에 죽이지 않는 거예요. 그것은 바로 1마리의 죽은 개가 땅바닥에 널브러져 썩어가고 있을 때, 당신이 길을 가고 있는 어떤 사람을 붙잡고 그 개를 차라고 해보세오. 개를 차는 사람을 좀처럼 발견하기 어려울 거예요. 왜냐하면 자기의 발이 더러워질까봐 피하는 것이지요.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잖아요?”

유약송(柳若松)의 웃음이 걷혔다. 그 역시 그녀의 말이 옳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이었다.

“당신이 감히 그런 말을 내게 하다니.”

그녀는 방그레 웃었다.

“어째서 감히 말할 수 없다는 거예요? 그것은 원래 사실이에요.”

유약송(柳若松)은 화가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

“매우 불행하게도, 당신은 땅바닥에 널브러져 썩어가고 있는 죽은 개의 입에 물린 쥐새끼 꼴이 되었소.”

그녀는 소리내어 웃었다. 그 소리는 무척 방자했으며 전혀 유약송(柳若松)의 위협을 안중에 두지 않는 것 같았다.

“호호호, 당신은 나의 약점을 잡았다고 생각하나요?”

유약송(柳若松)은 껄껄 웃었다.

“하하하, 당신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지.”

그녀는 방그레 웃었다.

“나는 물론 인정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지금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당신의 무게를 당신 자신이 잘 알고 있겠지만, 다른 사람이 방귀 냄새가 당신의 말보다 더 구수하지요. 그 누가 당신의 말을 믿겠어요?”

유약송(柳若松)은 껄껄 웃었다.

“하하하, 그렇다면 시험해 보시구려. 이 유(柳)모의 말이 방귀보다 더 구린내가 날지 모르지만, 유(柳)모가 이 소문을 내게 되면 당신에게 유리하지 않을 것이오.”

갑자기 그녀의 손이 움직였다. 1점의 싸늘한 광채를 빛내는 물건이 유약송(柳若松)의 목줄기를 향해 날아갔다. 그것은 1자루의 검이었다. 1자루의 소맷자락 손에 숨겨진 검이었다. 무척 빠르고 매서운 동작이었다.

일이 일어나기 전에 조금도 조짐을 보이지 않았고 상대방이 말을 하느라고 정신이 엇갈렸을 때 방출했으니 틀림없이 적중되어야 했다. 그러나 유약송(柳若松)은 이미 주의하고 있었다. 그는 피하지도 않았고 뒤로 물러서지도 않았다. 다만 2손가락을 내밀어 가볍게 검날을 끼워 잡았다. 검날은 그의 목줄기와 겨우 반 치 정도의 간격을 남겨두고 있었는데 바로 그 반 치의 간격을 남겨두고 더 찔러 들어가지 못한 것이었다.

그녀는 힘주어 앞으로 디밀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것은 1자루의 연검(軟劍)이었고, 내공을 주입해야 검신이 딱딱해지면서 쭉 뻗어나갈 수 있었다. 그녀의 내공은 결코 약한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유약송(柳若松) 역시 약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검신은 좌우로 구부러지면서 연신 소리를 내었고 반 치도 앞으로 디밀어질 수 없었다. 유약송(柳若松)은 넉살 좋게 입을 열었다.

“유약송(柳若松)은 좋은 사람이 아니고, 군자도 아니오. 더군다나 무척 의심이 많은 소인이오. 그렇기 때문에 유(柳)모는 좀처럼 남의 암산에 걸려들지 않소.”

군자는 쉽게 속일 수 있었다. 그러나 소인배를 암산하는 것은 그렇게 수월한 노릇이 아니었다. 소인배가 온종일 다른 사람을 도모하는 것만큼 자기 자신을 지키는데 무척 조심을 기하기 때문이었다.

소인배는 다른 사람이 자기를 도모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법이었다. 유약송(柳若松)은 웃었다.

“유(柳)모의 무공은 정붕(丁鵬)의 칼 아래에서는 1푼의 가치도 없지만, 강호에서는 고수라고 할 수 있소. 당신이 나를 죽이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닐 것이오.”

그녀는 잠시 멈칫하다가 갑자기 검을 거두었다.

“내가 굳이 당신을 죽일 필요가 어디 있겠어요? 또 당신을 죽이고 싶다고 해서 반드시 내가 손을 써야 할 필요가 어디 있겠어요.”

유약송(柳若松)은 웃었다.

“당신 치마 아래 굴복하는 자들을 부려서 나를 상대할 수 있겠지만 그들이 무슨 실력이 있겠소?”

그녀는 방긋이 웃었다.

“유약송(柳若松), 당신은 자기를 과대평가하는 것 같군. 내가 아무나 손짓으로 불러서 내세운다면 당신은 꽤 고달프게 될 거예요.”

유약송(柳若松)은 웃었다.

“하하하, 이 유(柳)모는 허수아비가 아니오. 당금 강호에서 정붕(丁鵬)을 제외하고 이 유(柳)모는 그 누구도 안중에 두지 않고 있소.”

그녀는 환하게 웃었다.

“나는 당신에게 겁을 주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나는 당신을 속이고 싶지도 않아요. 이제부터 내가 앞으로 7걸음을 옮겨 놓겠는데, 그때까지 당신은 이곳에서 나를 본 일을 깡그리 잊어버리는 것이 가장 좋을 거예요. 그렇지 않을 때 당신은 후회하게 될 거예요.”

말이 끝나자 그녀는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겨 놓았다. 유약송(柳若松)은 자기 자신의 경신법에 대해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설사 그녀가 80걸음을 내딛는다 해도 그녀를 따라잡을 자신이 있었다. 이곳은 매우 널따란 벌판이니 700걸음이라 해도 1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웠다. 그녀는 7걸음을 떼어 놓았다. 무척 아름다운 걸음걸이었다. 유약송(柳若松)은 자기의 처를 죽인 후에 여인에 대해서 흥미를 상실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자 자기도 모르게 야릇한 충동이 끓어올랐다.

하지만 유약송(柳若松)은 마음이 흔들리지는 않았다. 유약송(柳若松)은 예전에 1마리의 여색에 미친 늑대였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유약송(柳若松)은 예전에 색에 홀렸으나 이제는 그렇지 않았다. 고난과 좌절, 그리고 굴욕은 그를 굳건하게 만든 것이었다. 그러나 유약송(柳若松)은 그녀가 7걸음을 걸어나간 후에 일어난 일에 때문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었다.

실로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유약송(柳若松)은 2줄기의 사람을 핍박하는 살기, 2가닥의 사람을 질식하게 하는 살기를 느꼈다. 1줄기는 왼쪽에서 뻗쳐왔고 1줄기는 오른쪽에서 뻗쳐왔다. 이어 2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2명의 노인이었다. 노인은 결코 두려운 존재가 되지 못했지만 이 2늙은이는 유약송(柳若松)을 목석처럼 멍청해지도록 만들었다. 그는 자기의 운명이 너무나 고달픈 것을 한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째서 매번 자기가 우쭐해져서 이제 성공했구나 하고 생각하는 순간에 이렇게 재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었다. 유약송(柳若松)이 새로 강호에 출도한 젊은이였다면 결코 두려움을 느끼지 못했으리라.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나타난 2사람은 늙은이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유약송(柳若松)은 불행히도 견문이 무척 넓은 사람이었다. 강호의 고수들 가운데 그가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는 물론 그들 2노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35. 금사(金獅)와 은룡(銀龍)

그 여자와 그 2명의 늙은이는 놀랍게도 무척 깊은 교분을 지니고 있었다. 2늙은이는 그녀에게 아주 공손했다. 그녀가 허리를 구부려 절하자 2노인은 답례했다.

“2분 백부님, 안녕하셨어요. 오랫동안 뵙지 못했군요.”

왼쪽의 금의(金衣)를 입고 누런 머리카락을 어깨까지 드리운 노인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소저, 안녕하셨소? 신향(信香)으로 우리를 부르셨는데 우리들이 할 일은 무엇인지요?”

그 여인은 차분히 대답했다.

“백부님께서는 너무나 겸손하시군요. 질녀에게 조그만 번거로운 일이 생겨서 신향(信香)을 피워 아무나 사람을 청해 도와달라고 하려던 참인데 뜻밖에도 2분 백부님을 놀라게 했으니 질녀는 무척 미안하네요.”

오른쪽의 은의(銀衣)를 입은 노인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들은 마침 이 부근에 있다가 신향(信香)을 접하고 소저께서 어떤 커다란 난관을 만난 것이 아닌가 해서 이렇게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달려왔소.”

그 여인은 다소곳이 말했다.

“기실 별일도 아니에요. 다만 저 유(柳)가라는 녀석이 갑자기 이곳을 더듬어서 찾아왔군요. 더군다나 그는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1수 높은 것 같아요.”

금의의 노인이 웃었다.

“그거야 수월한 노릇이지요. 우리들에게 맡기십시오. 소저는 그를 어떻게 할 작정인지요?”

이 때 유약송(柳若松)은 목숨을 건지기 위해서는 그녀에게 무릎을 꿇고 엄마라고 부르라고 해도 거절하지 않을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기가 무릎을 꿇고 할머니라고 불러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정붕(丁鵬)이 아니었다. 그녀가 사람을 죽이려고 할 때는 목숨을 구걸한다고 해서 살려줄 이유가 없었다. 다행히 그 할머니께서는 지금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은지 그저 방긋이 웃으며 말했다.

“저 녀석은 비록 혐오감을 일으키지만 남겨두는 것이 죽이는 것보다 나을 것 같군요. 그런데 그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잘 모르고 있으니 2분께서 1번 깨우쳐주도록 하십시오.”

은의의 노인은 웃었다.

“소저는 안심하시오. 이 늙은이들이 알아서 하겠소.”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2분 백부님들께서 나섰으니 질녀는 걱정할 것이 조금도 없지요. 질녀는 빨리 돌아가야 하니 이만 작별을 고하겠어요.”

2늙은이는 일제히 허리를 굽혔다.

“소저, 어서 가보십시오.”

그녀는 아름답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또 1가지 일을 백부님들에게 부탁드려야 하겠네요. 지난번에 나는 모르고 철연(鐵燕)쌍비(雙飛) 2늙은이의 비위를 거슬렸어요.”

금의의 노인은 그 말을 받았다.

“소저는 안심하시오. 그때는 이 늙은 것들이 너무 소홀하게 생각한 나머지 소저로 하여금 놀라움을 겪게 했소. 다행히 소저께서 무사하시니 후에 그들은 감히 다시 찾아와 번거롭게 하지 못할 것이외다.”

그녀는 다시 웃으며 말했다.

“그들에게 내가 무척 미안해하더라고 전해주세요.”

은의의 노인은 웃었다.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손목이 잘려진 사람에 대해서 우리들은 잔소리하기도 귀찮고, 가슴 속에 원한을 품고 있는 사람은 쉽게 일을 망치기 때문에 우리들은 이미 그들을 어느 곳으로 보내서 영원히 쉬도록 했소이다.”

영원히 쉬도록 했다는 말은 뜻이 분명했다.

그들은 이미 인간 세상에서 사라진 것이었다. 유약송(柳若松)은 그들이 주고받는 말을 듣고 있는 동안 2다리를 벌벌 떨고 있었다. 그는 이미 2노인의 신분을 알아볼 수 있었고 그들이 철연(鐵燕)쌍비(雙飛)와 어떤 관계인지도 알 수 있었다. 금사(金獅), 은룡(銀龍), 동타(銅駝), 철연(鐵燕). 옛날 마교(魔教)에 적은 두었던 4명의 장로(長老)였다. 마교(魔教)의 기세가 마치 중천에 든 해처럼 되었을 때 모든 사람들은 마교(魔教)의 교주를 볼 수 없었고 오직 이 4명의 장로(長老)들만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나타내곤 했었다.

일찍이 마교(魔教)는 중원에서 무척 많은 사람을 죽였다. 왜냐하면 그들은 외지에서 온 조직인데 세력을 중원까지 뻗치려고 했기 때문에 자연히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 그들을 내쫓으려고 반격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마교(魔教)의 종지(宗旨)와 일을 행하는 수법은 모두 중원의 전통 도의와 배치되었다. 유약송(柳若松)은 그때 아직 젊었고 강호에 출도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와 같이 큰 일들은 그의 차례가 되지 않았다.

차례가 되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유약송(柳若松)이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교(魔教)가 동쪽으로 세력을 확장하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서 무척 많은 고수들이 죽어갔다. 그러나 마교(魔教)의 세력은 너무나 강해서 살상을 입은 사람이 엄청났으나 여전히 그들을 저지할 수 없었다. 다행히 무예가 천하에 으뜸간다는 신검산장(神劍山莊) 역시 그 일에 놀라게 되었다. 신검산장(神劍山莊)의 사효봉(謝曉峰)은 5대(五大)문파(門派)의 간청을 받아들여 탕마(蕩魔)의 행렬에 참여하게 되었다.

오직 그의 신검(神劍)만이 마교(魔教) 고수들을 막을 수 있었다. 5대(五大)문파(門派)의 장문인(掌門人)들은 사효봉(謝曉峰)과 회동하고 마교(魔教)와 기련산(祁連山) 봉우리에서 결투하기로 약속했다. 그 경천동지(驚天動地)의 1전(一戰)을 유약송(柳若松)은 보지 못했고 그저 남에게 들었을 뿐인데 말하는 사람도 무척 많았지만은 그 내용도 가지가지였다. 모든 문파(門派)의 제자들은 자기네 장문인(掌門人)들이 그 1전(一戰)에서 얼마나 용감했는지를 자랑했는데, 다행히 그들은 1마디를 덧붙이기를 잊지 않았다.

마교(魔教) 교주(敎主)의 마도(魔刀)가 너무나 무서웠고, 만약 사효봉(謝曉峰)이 때마침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반드시 죽게 되었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이 사건의 내막을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었다. 그때 싸움의 승부를 결정한 사람은 어느 문파(門派)의 용감한 장문인(掌門人)이 아니라 신검(神劍) 사효봉(謝曉峰)이라는 사실이었다. 마교(魔教)의 교주(敎主)는 그 1전(一戰)에서 핍박을 받은 나머지 기련산(祁連山)의 천 장(丈)이나 되는 높은 봉우리에서 아래로 떨어졌던 것이었다.

그와 같은 높은 곳에서 아래로 떨어졌으니 그 누구도 그가 살아 있다고 믿지 않았다. 이 때부터 마교(魔教)는 중원에서 기세가 사그러들고 종적을 감추었다. 하지만 5대(五大)문파(門派)에서는 결코 마음을 놓지 못했다. 왜냐하면 마교(魔教) 교주(敎主)의 부인이 그녀의 아들과 딸을 데리고 숨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마궁(魔宮)을 소탕할 때 그들을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마궁(魔宮)을 소탕하는 과정에서 4대(四大)장로(長老) 가운데 금사(金獅)와 은룡(銀龍), 철연(鐵燕)이 마교(魔教)를 배반했다.

마궁(魔宮)의 소주(少主)는 피투성이가 되고 몸에 중상을 입은 끝에 다른 1명의 충성스러운 장로(長老) 동타(銅駝)에게 업혀 도망쳐버린 것이었다. 모두들 산 위에서 사흘 낮 사흘 밤을 두고 색출했으나 기련산(祁連山)이 너무나 넓고 동타(銅駝)의 경신술이 뛰어났기 때문에 끝내 동타(銅駝)의 종적을 찾지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모두들 그렇게 긴장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동타(銅駝)의 등에 업혀 도망친 마궁(魔宮)의 소주(少主)가 숨이 끊어진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오랜 세월에 걸쳐 모두들 마궁(魔宮)의 존재를 잊다시피 했었다. 그러나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마궁(魔宮)을 배반한 3명의 장로(長老)는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걱정하는 일은 2가지였다.

1째는 마교(魔教)의 교주(敎主)가 벼랑 아래로 떨어졌으나 죽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의 무공이 이미 선경(仙境)에 도달하였고, 마교(魔教)에는 현묘하고 기이한 무공(武功)심법(心法)이 있는데 그 무공(武功)심법(心法)에는 기사회생의 방법까지 들어있다는 것이었다. 과거 강호에는 마교(魔教)의 사람을 상대할 때는 그자의 머리통을 잘라내기 전에는 그자가 죽었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경고의 말이 유행했었다. 그들이 걱정하는 것은 마교(魔教) 교주(敎主)가 죽지 않고 다시 권토중래(捲土重來)하는 것이었다.

2번째 걱정은 교주(敎主) 부인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과 1떼의 충성스러운 마교(魔教)의 제자들이 덩달아 실종되었는데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이 몇 년 동안 5대(五大)문파(門派)와 마교(魔教)의 3장로(長老)들은 줄곧 마궁(魔宮)의 잔당들을 찾고 있었다. 그것은 이미 20년 전의 일이었다.

유약송(柳若松)은 그 당시 탕마(蕩魔)의 성대한 거사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이 2노인이 바로 금사(金獅)와 은룡(銀龍)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물론 지난번에 원월산장(圓月山莊)에서 그는 철연(鐵燕)쌍비(雙飛) 부부를 보았으며 그들의 매서운 도법을 목격했었다. 철연(鐵燕)쌍비(雙飛) 부부는 매(梅), 죽(竹) 2사람을 2쪽으로 갈라놓아 세한(歲寒)3우(三友) 가운데 유약송(柳若松)이라는 1그루의 푸른 소나무 청송(靑松)만을 남겨 놓은 셈이었다.

하지만 유약송(柳若松)이라는 이 1그루의 시들지 않는 상록수는 이미 1포기의 잡초보다도 못한 인생이 되고 말았다. 방금 주고받은 이야기를 통해서 유약송(柳若松)은 철연(鐵燕)쌍비(雙飛)의 운명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이 원월산장(圓月山莊)에서 호언장담하며 맹세했던 말을 그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들 부부는 각자 한쪽 팔을 잘린 후에 거기에 손님으로 와 있는 사람들을 모조리 죽이겠다고 장담했던 것이다.

이제 그들은 1사람도 죽일 수 없게 되었다. 철연(鐵燕)쌍비(雙飛)는 그들의 동료였고 그들과 동시에 마교(魔教)에서 벗어난 전우였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한쪽 손이 잘려진 신세가 되고 말았다. 손이 잘려졌지만 병신이 된 것이 아니었고 그들에게는 한쪽 손이 여전히 남아 있어서 당금 무림(武林)에서 10명의 고수 가운데 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처결을 받은 것이었다. 처결의 원인은 옥무하(玉無瑕)와 사이가 나빠졌기 때문이었다. 금사(金獅)와 은룡(銀龍)의 지위는 결코 1문파(門派)의 장문인(掌門人)에 못지않았다.

그런 그들이 어째서 옥무하(玉無瑕)를 그토록 공경하는 것일까? 그들 사이에는 아무래도 일종의 기묘한 관계가 있는 것 같았고,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서 그들은 철연(鐵燕)부부를 처결한 것 같았다. 그들이 자기편 사람에게도 그러할진대 논할 가치조차 없는 외부의 사람이야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금사(金獅)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유약송(柳若松), 소문에 들으니 당신은 매우 총명한 사람이라고 하더군.”

유약송(柳若松)은 최근에 비굴해지는 것을 배웠다.

그는 더욱 겸손하고 비굴하게 허리를 깊이 굽히고 인사했다.

“아닙니다. 이 후배는 무척 우둔한 사람이며 우둔한 일만 저지르고 있답니다.”

은룡(銀龍)은 빙그레 웃었다.

“스스로 자기가 우둔한 것을 아는 사람은 포기할 정도로 형편없는 사람은 아니지. 자네는 우리들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가?”

유약송(柳若松)은 공손히 대답했다.

“이 후배는 모르옵니다.”

은룡(銀龍)은 웃었다.

“자네는 물론 저 소저도 모르겠지?”

유약송(柳若松)은 말했다.

“어떤 소저 말인가요? 이 후배는 본 적도 없습니다.”

은룡(銀龍)은 만족스러운듯 말했다.

“좋아. 우둔한 사람의 기억력은 좋지 않고, 보았던 일을 즉시 잊어버릴 수 있지. 그러나 노부가 자네에게 알려주는 말을 반드시 명심하게.”

유약송(柳若松)은 재빨리 대답했다.

“네. 이 후배가 반드시 명심하도록 하겠습니다.”

은룡(銀龍)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노부의 말은 간단하네. 그리고 무척 기억하기 좋지. 1째, 자네는 이곳에 온 적이 없으며 2째, 자네는 어떤 사람도 보지 못했으며, 3째 빨리 꺼지게.”

유약송(柳若松)은 아무 소리도 하지 못하고 몸을 돌려 그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몇 걸음을 옮겨 놓다가 다시 우레와 같은 호통소리에 걸음을 멈추었다. 그것은 금사(金獅)의 호통소리였다.

“게 서게. 돌아오게.”

유약송(柳若松)은 순순히 돌아갔다.

“선배님, 어떤 분부가 계신지요?”

금사(金獅)는 물었다.

“자네는 어떻게 이곳에 찾아왔지?”

유약송(柳若松)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이 후배에게는 몇 명의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연운(連雲)14살(十四煞)에 대해서 어느 정도 들어본 바가 있지요. 그래서 이 후배는 이곳으로 찾아올 수 있었습니다.”

금사(金獅)는 냉소했다.

“자네의 운이 무척 좋은 편이군. 이제부터 강호에는 연운(連雲)14살(十四煞)이 없네. 그렇기 때문에 자네는 여전히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네. 앞으로는 쓸데없는 친구들을 사귀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네. 때로는 친구가 많다는 것은 재수없는 일이 될 수도 있다네.”

유약송(柳若松)은 공손히 대답했다.

“네, 명심하오리다.”

금사(金獅)는 다시 당부했다.

“하지만 2명의 친구만큼은 자네가 반드시 포기해서는 아니되며, 반드시 그녀들과 함께 있어야 하는데 자네는 2사람이 누구인지 알겠지?”

유약송(柳若松)은 시치미를 떼고 싶었다. 그러나 그래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순순히 대답했다.

“이 후배는 알고 있습니다.”

“어떤 2사람이지?”

상대방은 여전히 마음을 놓지 못하는 것 같았다.

“사모님이 이 후배에게 내려주신 2명의 여자 친구가 있지요.”

금사(金獅)는 껄껄 웃었다.

“하하, 자네는 정말 총명하군. 소저가 자네의 목숨을 살려놓으라고 당부한 것도 무리는 아니군. 그래 맞았네. 바로 그 2친구일세. 하지만 유약송(柳若松), 이번에 나오면서 자네는 그녀들을 팽개쳤네. 그녀들은 틀림없이 무척 못마땅하게 생각할 것이니 돌아가면 아마 자네는 상당히 시달리게 될 것이네.”

유약송(柳若松)의 얼굴에 즉시 고통스런 빛이 떠올랐다. 금사(金獅)는 빙그레 웃었다.

“자네가 그 2명의 친구와 무척 잘 지내게 되리라 믿네.”

유약송(柳若松)은 무척 공손하게 대답했다.

“2분 선배님께서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이 후배는 폐부에 새기고 잊지 않겠습니다.”

금사(金獅)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 2명의 친구들은 자네가 말도 없이 떠나온 일에 대해 따지지 않을 것이네. 하지만 후 자네가 또 다시 이런 일을 저지른다면 그녀들은 자네는 용서하지 않을 것이네. 자네가 훌륭한 태도를 보여준다면 그녀들은 자네의 말을 잘 들을 것이네. 자네는 이 말을 이해하겠는가?”

유약송(柳若松)은 공손히 대답했다.

“선배님, 고맙습니다.”

그는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있었다. 유약송(柳若松)은 왜 이토록 고마워하는 것일까? 그 2명의 친구는 바로 춘화(春花)와 추월(秋月)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유약송(柳若松)이 집으로 돌아오자 그녀들은 득달같이 달려들어 다정하고 열정적으로 그를 얼싸안았으며 1사람은 손을 뻗쳐 그의 옷을 벗겼고 다른 1사람은 그의 귀에 입을 대고 속삭였다.

“애물 단지, 이 며칠 동안 당신은 어디로 갔었어요? 우리들이 얼마나 당신을 그리워했다고요.”

유약송(柳若松)은 말했다.

“번거롭게 하지 마오. 나는 하루 종일 꼬박 길을 걸었소. 물통에 물을 데워 목욕을 하도록 해주오. 그런 후에 당신들은 좀 멀찌감치 떨어져서 나를 번거롭게 하지 말고 내가 한숨 푹 자도록 해주시오.”

2여자 애들은 어리둥절해졌다. 4개의 손이 동시에 뻗쳐 와서 어느덧 유약송(柳若松)의 관절 요혈을 움켜잡은 것이었다. 유약송(柳若松)은 이미 방비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움켜잡히고 말았다. 그는 이 여인들이 남자를 제압하는 실로 솜씨가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재빨리 소리쳤다.

“내 품속에 당신들에게 줄 물건이 들어 있소.”

춘화(春花)는 웃었다.

“당신은 양심이 있군요. 우리 2사람을 기억하고 있었으니 말이에요.”

그녀는 손을 뻗쳐서 그의 가슴팍을 더듬더니 1알의 금으로 만들어진 사자를 꺼냈다. 그 사자는 입에 1알의 하얀 실뭉치를 물고 있었다. 실뭉치는 콩알만한 크기였다. 그녀는 그것을 꺼내더니 놀랍게도 손가락으로 눌러 깨뜨렸다. 그 안에는 1장의 종이 쪽지가 들어 있었다.

그녀는 1번 본 후에 냉소했다.

“당신은 이번에 운이 좋은 편이군요. 뜻밖에도 그 어르신의 돌보심을 받았으니 말이에요.”

말을 할 때 이미 손을 놓았다. 유약송(柳若松)은 우쭐해져서 가슴을 펴며 말했다.

“그 분은 당신들이 앞으로 내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했소.”

추월(秋月)은 방긋이 웃었다.

“이 집에서는 당신이 주인이고 소부인께서는 이미 우리들을 당신에게 내렸어요. 따라서 우리들은 줄곧 당신의 분부를 들어왔지 않아요?”

유약송(柳若松)은 얼른 입을 열었다.

“그러나 또 다른 1분의 어르신께서는 그 정도가 아니라 당신들이 전적으로 내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뜻을 비추었소.”

춘화(春花)는 웃었다.

“그 분이 당신에게 그렇게 말씀하시던가요?”

유약송(柳若松)은 우쭐대며 말했다.

“물론이오. 믿을 수 없다면 그 분에게 물어보시오.”

춘화(春花)는 얼른 말했다.

“물어볼 필요도 없어요. 어르신은 쪽지에 무척 분명하게 써 놓고 있어요. 결코 당신이 말한 것과 같지 않군요.”

유약송(柳若松)은 물었다.

“수령(手令)에는 무슨 말이 적혀져 있소?”

춘화(春花)는 웃었다.

“다만 우리가 당신의 1마디만 들으라고 했어요. 그 어느 누구와 당신이 침대 위로 올라가기 싫어할 때 우리들이 당신에게 강요할 수 없다고 했어요.”

유약송(柳若松)은 약간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그 1마디 뿐이오?”

춘화(春花)는 얼굴을 붉혔다.

“바로 그 1마디 뿐이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다면 오늘 우리는 산 채로 당신의 뼈를 뜯어내고 말았을 거예요. 명심하세요. 당신에게 그 1가지의 권리밖에 없다는 것을 말이에요. 하지만 당신 자신도 명심해야 해요. 다른 일에 있어서 당신은 여전히 우리들의 말을 들어야 해요. 만약 이를 어긴다면 당신에 대한 보답은 더욱 비참할 거예요.”

유약송(柳若松)은 믿을 수 없었다.

“나에게는 겨우 그 1가지 권리밖에 없소?”

추월(秋月)은 냉랭히 말했다.

“물론이에요. 그 늙은이의 지위가 우리보다 높지 않은데 그가 어떻게 감히 우리들에게 명령을 할 수 있겠어요? 그 자신 역시 겨우 그 1가지 권리밖에 없는 거예요.”

유약송(柳若松)은 금사(金獅)와 은룡(銀龍)과 이 2여인과의 사이에 어떤 신비한 관계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유약송(柳若松)은 이 신비한 관계를 알아내고 말겠다고 결심했다. 그것은 틀림없이 천하를 진동시킬 수 있는 비밀일 것이다. 이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서 춘화(春花)와 추월(秋月)은 가장 좋은 단서가 될 수 있었다. 그녀들의 지위가 금사(金獅)나 은룡(銀龍)과 대등하다면 틀림없이 무척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춘화(春花), 추월(秋月)은 그를 위해서 물을 데웠고 그가 기분 좋게 목욕을 하도록 해주었다.

그리고 옷까지 입혀주었다. 그는 모질게 마음을 먹고 자기가 몰래 숨겨 놓았던 용호대보환(龍虎大補丸) 2알을 삼켰다. 그것은 그가 하오문(下五門)의 채화음적(採花淫賊)으로부터 얻은 비약(秘藥)이었다. 몸에 해로웠지만 무척 효과가 좋았다. 과거의 경험으로 그는 여인의 성욕을 만족시켜줄 때만 그녀들에게서부터 비밀을 캐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그 비밀을 캐내기 위해서 그는 이것저것 돌볼 수 없었다. 약기운이 퍼지게 되었을 때 그는 불렀다.

“춘화(春花), 추월(秋月), 당신들은 이리 들어오시오.”

2여인은 함께 들어왔다. 유약송(柳若松)은 침대 위에 앉아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어서 올라오지 않고 뭣들 하시오? 당신들이 어째서 점잔을 빼는 것이오?”

평소였다면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우르르 달려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무척 이상했다. 2여자 애는 마치 사람이 바뀐듯 전혀 무관심한 표정들이었다. 추월(秋月)은 냉랭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미안하지만 유(柳)나으리, 우리들은 시중을 들 수 없어요.”

유약송(柳若松)은 자기의 귀를 의심할 지경이었다. 춘화(春花) 역시 냉소를 띠었다.

“당신에게 우리의 요구를 거절할 권리가 있지만, 우리 역시 당신의 요구를 거절할 권리가 있는 거예요.”

추월(秋月)의 말은 더욱 냉혹했다.

“예전에 우리들은 당신을 어여삐 보고 당신이 좋은 맛을 좀 볼 수 있도록 해주었어요. 그런데 당신은 오히려 빼는군요. 우리가 뭐 정말로 당신을 맛보고 싶어하는 줄 알아요?”

춘화(春花)는 손가락으로 그의 코를 가리키며 말했다.

“유약송(柳若松), 당신의 꼬락서니를 알아야죠. 이 작은 마님들이 당신을 예쁘게 봐준 것만 해도 감지덕지할 일이에요. 그런데도 당신은 감히 이것저것 가렸단 말이에요. 이 작은 마님들이 남자가 없어서 걱정하는 줄 알아요? 좋아요. 오늘부터 우리는 사사로운 정을 논하지 않기로 하고, 그 누구도 그 누구를 건드리지 않기로 해요.”

유약송(柳若松)은 그녀들이 이토록 안면을 싹 바꾸자 그만 얼떨떨해지고 말았다. 2여인은 1차례 코웃음을 친 후에 몸을 돌려 그 자리를 뜨려고 했다. 유약송(柳若松)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침대 위에서 몸을 날려 2여인의 뒤를 덮쳤다.

그는 잇따라 좌절을 당하고 모든 사람들로부터 능멸을 당한데 대해 그렇지 않아도 울화가 잔뜩 쌓여 있었다. 정붕(丁鵬)이나 청청(青青)의 면전에서 농락을 당한 것은 그렇다고 치자. 금사(金獅)나 은룡(銀龍)의 면전에서도 그는 참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2명의 시녀 앞에서 그가 또 당해야 한다면 그야말로 살맛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유(柳)나으리께서는 결코 남의 능멸을 받고 살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동작은 달려가는 토끼처럼 재빨랐고 손을 쓰는 것도 빠르고 매서웠다. 그런데 그 2여인은 놀랍게도 그의 몸뚱이가 덮쳐들기를 기다려 그의 몸뚱이를 잡고 가볍게 1바퀴 돌았다. 별로 힘을 쓰지 않았으나 유약송(柳若松) 자신이 달려드는 세찬 힘을 이용해서 그가 달려가는 방향만 살짝 바꾸어 놓았기 때문에 허공에서 사정없이 바닥에 나가떨어지도록 만들었다. 2여인은 엎어져 있는 그의 볼기짝을 발바닥으로 힘껏 짓밟았다.

유약송(柳若松)의 몸뚱이는 새우처럼 구부러졌으며 고통의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때 그는 그에게 약을 준 녀석을 난도질해 죽이지 못한 것을 한탄했다. 그 빌어먹을 놈의 약은 어째서 그토록 약효가 좋은지 이와 같이 엎어져 있는 상태에서 딱딱하게 발기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얼마나 딱딱하고 견고하게 발기되었는지 방바닥에 구멍이 뚫리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그리고 딱딱한 것만큼이나 고통이 느껴졌다. 이 미친 계집애들이 볼기짝을 콱콱 밟을 때마다 딱딱하게 일어선 고깃덩어리에 극렬한 고통이 밀려왔다.

유약송(柳若松)은 2손으로 힘주어 땅바닥을 버티고 이리저리 반 나절동안 나뒹굴어서야 가까스로 2계집애의 발밑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그만 탈진되어 다 죽어가는 수캐처럼 땅바닥에 엎드려 숨을 할딱거려야 했다. 그의 얼굴은 눈물과 콧물로 얼룩져 있었으나 그는 그 눈물과 콧물을 닦을 힘조차 없었다. 그러나 가장 참혹한 것은 약기운이 아직도 가시지 않아 여전히 그것이 바지를 찢고 튀어 나오려고 한다는 사실이었다.

더욱 못된 것은 2여인이 그를 1번 쳐다보지도 않고 자기네 방으로 돌아가 버린 것이었다. 방은 바로 옆에 있었기 때문에 그녀들이 방안으로 들어간 후에 문을 닫지 않아 유약송(柳若松)은 여전히 그녀들을 볼 수 있었다. 그녀들은 옷을 벗고 서로 얼싸안으며 음탕한 웃음을 흘렸다.

“호호호, 지까짓 게 뭐가 대단하다고? 사내가 없어도 이 작은 마님들은 똑같이 즐길 수 있어.”

유약송(柳若松)은 1가닥 일찍이 느끼지 못했던 충동이 솟구쳐 오르는 것을 느끼고 힘을 돋구고 매섭게 1대의 주먹을 내질렀다.

1대의 주먹은 물론 자기의 하체를 향해 내려친 것이었다. 이 1대의 주먹은 너무나 강력했다. 아픔에 그는 헛구역질을 하다가 밥통 속에 들어있는 찌꺼기들을 모조리 토해내었다. 이 1대의 주먹은 무척 악독했다. 살갗이 터지면서 피까지 흘렀다. 유약송(柳若松)은 눈앞에 불똥이 뛰는 것을 느끼고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침대 위에 눕혀져 있었고 몸뚱이는 깨끗하게 씻겨져 있었다. 터진 곳은 잘 싸매 놓았는데 욱신욱신 통증이 느껴졌다. 춘화(春花)와 추월(秋月)은 침대 앞에 서 있었다.

춘화(春花)는 조그만 잔을 쟁반에 받쳐 들고 있었고 추월(秋月)은 그를 가볍게 부축해서 몸을 일으키도록 했다.

“유(柳)나으리께서 깨어나셨군요. 우리가 1잔의 은이탕(銀耳湯 흰목이버섯탕)을 끓였으니 따끈따끈할 때 잡수세요.”

유약송(柳若松)은 냉랭히 말했다.

“감히 폐를 끼칠 수 없구려. 나는 2분이 이토록 시중드는 것을 감당할 수 없소.”

춘화(春花)는 숟가락으로 은이탕(銀耳湯)을 떠서 맛을 보고나서 1숟가락을 떠서 그의 입안에 떠 넣으면서 웃었다.

“뜨겁지 않으니 염려말고 드세요. 유(柳)나으리, 미안해요. 우리들은 그저 당신과 장난을 친 거예요. 당신이 나은 후에 모든 점에 있어서 당신의 명령만을 받들도록 하겠어요. 당신이 하고 싶은대로 하세요.”

“그렇게 하라고 누가 명령을 내린 것이오?”

“그 누구도 아니에요. 우리들이 기꺼이 원하는 바예요. 우리는 당신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내가 대단해?”

“자기 자신에게 그와 같이 모질게 마음을 먹는 사람은 대단한 사람인 거예요.”

유약송(柳若松)은 하마터면 다시 눈물을 흘릴 뻔 했다. 그와 같이 대단해지기 위해서 얼마나 커다란 고통을 겪었던가?


36. 1칼에 은룡(銀龍)을 2쪽 내다

“옥무하(玉無瑕)는 도대체 어떤 여인이오?”

이 1마디는 정붕(丁鵬)이 물어본 것이었다. 지금 그들은 마차 위에 올라와 있었다. 청청(青青)은 나른한 듯이 그의 몸에 기대고 소향(小香)은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청청(青青)은 말했다.

“그녀는 매우 아름다운 여인이에요. 나는 여자인데도 그녀의 몸매를 잊지 못할 거예요.”

소운(小雲)이 입을 열었다.

“그래요. 옥무하(玉無瑕)는 너무나 아름다워요. 그녀의 아랫배에는 검은 점이 1개 있는데, 눈같이 흰 피부에 흑진주 1알이 박혀 있는 것처럼 매혹적이라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정붕(丁鵬)은 흠칫 놀라며 물었다.

“검은색의 점이라… 혹시 크기는 콩알만 하고 배꼽에서 왼쪽 아랫쪽으로 2치 떨어진 곳에 있지 않았느냐?”

“맞아요. 나으리는 그 여자를 본 적이 있나요?”

정붕(丁鵬)은 웃으며 대답했다.

“옥무하(玉無瑕)를 본 적은 없다. 그러나 점이 왼쪽 아랫배에 나 있는 여자를 본 적은 있었지.”

청청(青青)은 급히 물었다.

“그 여자는 누구였나요?”

“아름다운 여자였소. 그러나 나는 당신보다 아름다운 여자를 본 적이 없소.”

청청(青青)은 말했다.

“그 여자는 옥무하(玉無瑕)가 아닌 것이 분명해요. 그렇지 않았다면 당신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거예요.”

정붕(丁鵬)은 웃었다.

“그건 왜?”

청청(青青)은 대답했다.

“옥무하(玉無瑕)는 나보다 10배나 더 아름다웠어요.”

정붕(丁鵬)은 웃었다.

“내가 본 그 여자는 비록 아름다웠으나 당신에 비하면 10배는 못생겼지.”

“그 여자는 옥무하(玉無瑕)가 아닌데, 공교롭게도 점이 그곳에 나 있었군요.”

정붕(丁鵬)은 말했다.

“그러나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는 힘들겠는데…”

“당신은 그 여자가 옥무하(玉無瑕)라고 의심하는 것인가요?”

“그 여자가 옥무하(玉無瑕)일 가능성도 배제하진 못하지.”

“절대 가능하지 않아요.”

“그건 어째서지?”

“왜냐하면 옥무하(玉無瑕)는 나보다 훨씬 아름답기 때문이에요.”

정붕(丁鵬)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청청(青青), 당신은 지극히 착하고 지극히 아름답소. 내 눈에 당신은 미의 화신(化身)이오. 그 어떤 여자도 당신보다 아름다울 수는 없소.”

청청(青青)은 얼굴을 붉혔다.

“낭군님, 내 기분이 좋아지라고 하시는 말씀이죠?”

정붕(丁鵬)은 그녀를 꼭 껴안고 속삭였다.

“청청(青青), 내 눈에는 당신이 천하 제일의 미녀야.”

청청(青青)은 웃으며 대꾸했다.

“당신의 눈이 잘못된 게 아닐까요?”

“천만에. 당신의 눈이 삐었는지 모르지. 사람의 아름다움은 외모에만 있지 않소. 마음이 고와야 미녀가 될 수 있는 법이오.”

정붕(丁鵬)은 그녀의 입술에 자기의 입술을 가져갔다. 소운(小雲)과 소향(小香)은 고개를 돌리고 그 광경을 못 본 체 했다. 뜨거운 입맞춤이 오고간 후에 청청(青青)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랫배에 검은점이 있는 그 여자는 누구예요?”

“응, 잘 아는 여자야.”

청청(青青)은 묘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 곳까지 보았다면 당신과 정을 통한 관계였겠네요?”

정붕(丁鵬)은 웃으며 대꾸했다.

“그럼 당신 역시 옥무하(玉無瑕)와 정을 통했겠군?”

“그건 다르죠. 나는 여자예요.”

“나 역시 결백하오. 그 여자 스스로 옷을 벗었을 뿐이오.”

“그 여자는 이름이 뭐죠?”

“나는 그 여자의 이름을 말하고 싶지 않아. 그러나 그대도 알고 있는 여자지. 그러나 당신도 알다시피 내가 알고 있는 여자는 몇 명 되지 않아.”

청청(青青)은 말했다.

“맞아요. 당신이 아는 여자를 나도 알고 있지요. 그렇다면 누굴까…?”

그녀는 갑자기 얼굴이 창백하게 변하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럴 리가… 그녀일 리가 없어요. 그녀들의 얼굴은 조금도 닮지 않았어요.”

정붕(丁鵬)은 조용히 말했다.

“변장을 잘 하는 여자는 얼마든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이야.”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 수 있어요?”

“당신이 그녀를 깊이 이해한다면 내 말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것이오.”

청청(青青)은 잠시 침묵하다나 말했다.

“당신은 그녀를 찾아갈 생각인가요?”

정붕(丁鵬)은 웃으며 말했다.

“청청(青青), 당신이 귀여운 점이 바로 그것이야. 내가 말하기도 전에 내 마음을 읽으니까 말이야. 맞아. 나는 가서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해 보아야 하겠어.”

청청(青青)은 고개를 끄덕였다.

“낭군님, 사실로 확인된다고 해도 그녀를 죽이지 마세요.”

“그녀가 당신을 납치한 일 때문에 그녀를 죽이지는 않겠소. 당신을 그녀가 건드리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만약 또 다른 악독한 짓을 저질렀다면 나는 아마도 그녀를 용서하지 못하게 될 것이오.”

“어찌 되었든 간에 그녀는 아직 나이가 어리니 크게 나쁜 짓을 저지르진 않았을 거예요.”

“그녀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를 보고나서 결정할 문제지.”

“그녀의 부친을 생각해서라도 웬만하면 용서해주세요.”

“그녀의 부친을 생각해서라도 나는 더욱 엄격하게 벌을 줄 생각이오.”

마차가 갈래길에서 정지하자 청청(青青)은 소운(小雲)을 데리고 마차에서 내렸다.

소향(小香)은 여전히 마차 위에 남았다. 정붕(丁鵬)은 청청(青青)에게 입을 열었다.

“청청(青青), 여기서부터 당신들은 집으로 곧장 돌아가도록 하오. 아마도 별 다른 위험은 없을 것이오.”

청청(青青)은 말했다.

“부디 몸 조심 하세요.”

청청(青青)이 소운(小雲)을 데리고 자취를 감춘 후에 정붕(丁鵬)은 나직하게 1마디를 했다.

“아고(阿古), 신검산장(神劍山莊)으로 가게.”

아고(阿古)는 아무 말 없이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향(小香)은 깜짝 놀라 물었다.

“공자님, 원래 옥무하(玉無瑕)가 바로 신검산장(神劍山莊)의 사소옥(謝小玉)이었나요?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정붕(丁鵬)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향(小香) 역시 더 묻지 않았다. 이윽고 정붕(丁鵬)을 태운 호화스러운 그 마차는 신검산장(神劍山莊)의 호숫가에 다다랐다. 예고 없이 출현한 까닭에 신검산장(神劍山莊)에서는 맞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손님을 실어 나르는 나룻배도 건너오지 않았다. 정붕(丁鵬)은 급할 것이 없었다. 그는 호숫가에서 신검산장(神劍山莊)의 반응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정붕(丁鵬)은 인내심이 많았으나 사소옥(謝小玉)은 그렇지 못했다.

그녀가 안절부절못하고 있는데 사(謝)선생이 다가와 귓속말로 몇 마디 속삭였다. 그제서야 사소옥(謝小玉)은 안도의 표정을 지으며 1칸의 밀실로 들어갔다. 그 밀실 안에는 2명의 노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1명의 노인은 금의를 입었고 다른 1명의 노인은 은의를 입고 있었다. 사소옥(謝小玉)은 반가운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금(金)백부님과 은(銀)백부님이 마침 와주셨군요. 오는 동안 정붕(丁鵬)의 마차를 보셨겠지요?”

금사(金獅) 장로(長老)가 고개를 끄덕였다.

“보았소이다.”

“혹시 정붕(丁鵬)은 옥무하(玉無瑕)의 일 때문에 나를 찾아온 게 아닐까요?”

은룡(銀龍)이 입을 열었다.

“그럴지도 모르지요.”

사소옥(謝小玉)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 죽여 마땅한 유약송(柳若松) 때문에… 살려두지 말았어야 했는데.”

금사(金獅)가 대꾸했다.

“유약송(柳若松)을 탓하지 마십시오. 그는 절대로 그 비밀을 누설하지 않았소. 우리가 주도면밀하게 감시한 결과 그에게는 혐의가 없소이다.”

사소옥(謝小玉)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렇다면 비밀을 누설한 사람은 과연 누굴까요?”

은룡(銀龍)이 대답했다.

“유약송(柳若松)은 아니오. 유약송(柳若松)은 정붕(丁鵬)에게 가장 큰 원한을 품고 있소.”

금사(金獅) 장로(長老)가 입을 열었다.

“어쩌면 옥무하(玉無瑕)의 일과 상관없는 일로 왔는지도 모르오.”

사소옥(謝小玉)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다…. 그 일이 아니라면 그는 도대체 무슨 일로 왔단 말인가?”

은룡(銀龍)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먼저 가서 그를 만나보겠소. 무슨 일로 왔는지 1번 넌지시 떠보고 오겠소.”

사소옥(謝小玉)은 깜짝 놀랐다.

“은(銀)백부님, 그를 만나러 가시려고요?”

은룡(銀龍)은 말했다.

“그렇소. 그가 온 목적을 알아내고 또 그의 도법을 1번 시험해 보고 오겠소. 과연 그의 도법이 천하무적인지 살펴보아야 하겠소.”

금사(金獅)가 입을 열었다.

“2째, 그건 너무 위험하군. 정붕(丁鵬)이 철연(鐵燕)쌍비(雙飛)의 2팔을 1칼에 잘랐다는 것을 잊었는가?”

“나 역시 1칼에 철연(鐵燕)의 팔을 자를 수 있소.”

사소옥(謝小玉)이 말했다.

“정붕(丁鵬)은 지금 이곳에 와 있어요. 하필이면 이곳에서 그와 싸울 것은 없잖아요?”

은룡(銀龍)은 코웃음을 쳤다.

“지금 이 늙은이가 지금 나서지 않으면 언제 나서겠소?”

금사(金獅)가 입을 열었다.

“2째, 자네가 한사코 나서겠다면 나는 더 반대하지 않겠네. 그러나 조심하게.”

은룡(銀龍)은 고래를 끄덕였다.

“알겠소. 우리가 가장 관심을 가진 것은 정붕(丁鵬)이 아니라 그 노귀(老鬼)의 소식이오. 정붕(丁鵬)은 노귀(老鬼)와 우리의 관계에 대해서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 같소.”

사소옥(謝小玉)은 입을 열었다.

“그는 줄곧 자기가 여우[狐]와 결혼을 1것으로 알고 있어요.”

은룡(銀龍)은 웃었다.

“그가 계속 그렇게 생각하라고 하지 뭐. 나도 그 사실을 그에게 알려줄 필요를 느끼지 않소.”

금사(金獅)는 신신당부를 했다.

“2째, 자네는 조심하게. 불리하다고 생각되면 잘난 체 하지 말고 재빨리 도망치게.”

은룡(銀龍)은 고개를 끄덕이고 떠나갔다. 금사(金獅)는 나직히 입을 열었다.

“나도 뒤따라가서 지켜보겠소. 정붕(丁鵬)의 마도(魔刀)가 얼마나 대단한지 살펴보아야 하겠소.”

사소옥(謝小玉)은 말했다.

“그대는 은(銀)백부님에게 무척 관심이 많은 것 같네요.?”

금사(金獅)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오랫동안 형제처럼 지냈소.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지요.”

사소옥(謝小玉)은 그 말을 듣고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고 싶었다.

[당신은 철연(鐵燕) 부부와도 오랜 친구처럼 지내 왔는데 어째서 악랄하게 그들을 죽였나요?]

그러나 그 말을 입 밖으로 뱉어내지는 않았다. 그녀는 과거의 인물들의 은원 관계가 아주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소옥(謝小玉)

그녀는 아주 신비한 존재였다. 그녀는 천하제일의 신검(神劍) 사효봉(謝曉峰)의 딸이었으나 1떼의 살수들을 조직하였으며, 옥무하(玉無瑕)라는 여자로 변장하여 나타났고, 게다가 마교(魔教)의 장로(長老) 금사(金獅)와 은룡(銀龍)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녀의 배후에는 도대체 누가 있으며 어떤 커다란 비밀이 있을까? 이 문제는 비밀에 가려져 있었다. 그러나 세상에 비밀이란 없는 법이다. 다만 비밀이 유지되는 시간이 길거나 짧을 뿐이었다.

비밀이란 언젠가 파헤쳐지기 마련이었다.


정붕(丁鵬)은 여전히 마차 안에 앉아 있었고 소향(小香)은 그의 발치에 앉아 있었다. 마치 가련한 고양이 같았다. 이 여자 애가 주는 느낌은 가냘프고 귀엽다는 것이었다. 어떤 남자든지 이 여자를 곁에 두면 온세상을 가진 것처럼 뿌듯함을 느낄 것이다. 그 여자는 아내도 아니고 연인도 아니었지만 그녀가 곁에 있으면 남자들은 아내를 잊고 연인도 마다했다. 왜냐하면 그녀가 사람에게 주는 것은 속세를 초월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남자들에게 주는 것은 승화된 정욕이었고 정신적인 만족감이었다. 오직 2가지 부류의 남자들만이 그녀에게서 정욕을 느낄 것이다. 1부류는 가장 조잡하고 속된 사내들로서 근본적으로 그녀의 영성(靈性)을 느끼지 못하는 사내들이고, 다른 1부류는 속세를 초월하여 그녀의 영성(靈性)을 받아들인 후에도 여전히 그녀에게서 여성적인 매력을 느끼는 남자들이다. 정붕(丁鵬)은 물론 조잡하고 속된 사내는 아니었다.

그러나 정붕(丁鵬)이 소향(小香)을 품에 안았을 때 1가닥 야릇한 흥분을 느끼곤 했다. 그것은 정욕의 충동이 아니었다. 그는 그저 이 온몸에서 향기가 나는 여자 애를 발가벗기고 품속에 안고 그 간드러지고 보드라운 살갗에 코를 가져가 냄새를 맡고 싶었다. 그러면 어떤 기분이 느껴질까? 문득 그는 호기심을 느꼈다. 정붕(丁鵬)은 생각을 떠올리면 즉시 실천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이곳이 소향(小香)을 발가벗기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는 즉시 명령을 내렸다.

“아고(阿古), 마차를 몰고 적당한 쉴 곳을 찾도록 하게. 우리는 내일 다시 오세.”

지금은 정오였다. 해가 지려면 아직도 한참 있어야 하는데 어째서 더 기다리지 않고 내일 다시 온다는 말인가?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시진(市鎭)도 1시간을 달려가야 했다. 아고(阿古)는 속으로 이상한 생각이 들었으나 결코 입을 열어 묻지 않았다. 아고(阿古)는 마차를 몰아 왔던 길을 냅다 달려가기 시작했다.

4필의 준마가 내달리는 기세는 대단히 무서웠다. 이 4필의 말은 하루에 천 리를 달릴 수 있는 명마(名馬)들이었다. 마차는 나는 듯이 앞으로 달리고 있었다. 갑자기 그 마차를 멈춰 세우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 될 것 같았다. 그러나 그 4필의 말은 100여 장(丈)을 달려가다가 갑자기 앞발을 치켜들고 멈추려고 했다. 뒷발로 10여 걸음을 내디디며 마차의 앞으로 질주하는 무게를 버티었다. 마차는 곧 정지했다.

아고(阿古)가 그 말들을 조정한 것이 아니었다. 말들은 아고(阿古)의 명을 듣지 않고 스스로 걸음을 멈춘 것이었다. 아고(阿古)에게 있어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아고(阿古)는 1번은 마차를 쏜살같이 몰던 중에 어떤 늙은이가 말을 듣지 않는 당나귀의 등에 올라탄 채 길을 비키지 않는 경우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 아고(阿古)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길다란 채찍을 휘둘렀다. 당나귀와 그 노인을 1번에 채찍으로 휘감아 길 옆에 사뿐히 내려놓았고, 마차는 여전히 속도를 늦추지 않고 앞으로 달려갈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4필의 천리마들이 그의 허락도 없이 갑자기 달리기를 멈춘 것이었다. 마차의 앞에는 1명의 은백색 옷을 입은 노인이 땅에서 솟았는지 하늘에서 떨어졌는지 홀연히 나타나 있었다. 그 노인은 길 한복판에 조용히 서 있었다. 그의 몸에서는 감히 범할 수 없는 위엄이 무럭무럭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고(阿古)는 그 사람을 발견한 순간 고양이 앞의 쥐처럼 몸이 굳어져서 1마디 말도 하지 못했다.

정붕(丁鵬)은 소향(小香)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있었다. 마차가 정지하는 순간 소향(小香)은 앞을 내다보고는 놀라 외쳤다.

“앗, 은룡(銀龍) 장로(長老)!”

정붕(丁鵬)은 여전히 소향(小香)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며 밖을 내다보지도 않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물었다.

“옛날 마교(魔教)의 은룡(銀龍) 장로(長老) 말인가?”

소향(小香)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붕(丁鵬)은 다시 물었다.

“은룡(銀龍)은 철연(鐵燕)쌍비(雙飛)와 1패거리였지?”

소향(小香)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교(魔教)의 4대(四大)장로(長老) 중에서 은룡(銀龍)은 서열이 2째예요. 철연(鐵燕)쌍비(雙飛)보다 훨씬 무공이 강해요.”

정붕(丁鵬)은 빙그레 웃었다.

“그렇다고 해서 호들갑을 떨 필요가 있겠느냐? 그들은 모두 마교(魔教)를 배반했다며?”

소향(小香)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금사(金獅) 장로(長老)를 따라서 5대(五大)문파(門派)와 내통하고 마교(魔教)를 배반하고 마교(魔教)를 멸망시키려고 했지요. 그들이 배반하지 않았다면 마교(魔教)가 이토록 빨리 멸망하지 않았을 거예요.”

“옛날 마교(魔教)의 악행은 천인공노(天人共怒)할 정도였다고 하더군?”

소향(小香)은 말을 더듬거렸다.

“그건… 쇤네가 뭐라고 평할 수가 없네요.”

정붕(丁鵬)은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네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면 된다. 무슨 말을 해도 나는 뭐라고 하지 않겠으니, 너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보거라.”

“제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 마교(魔教)는 이미 멸망한 상태였기 때문에 저는 잘 몰라요. 그러나 마교(魔教)의 악행은 정말 천인공노할 지경이었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마교(魔教)의 장로(長老)들이 마교(魔教)를 배반한 것은 착한 일을 한 것이겠군?”

소향(小香)은 세차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에요. 실상은 그렇지 않았어요. 마교(魔教)의 악행은 모두 배반한 장로(長老)들이 저지른 것이에요. 마교(魔教)의 원래 규율에 의하면 함부로 살인을 하고 악행을 저지르지 못하게 되어 있었어요.”

“음, 그런 일이 있었던가? 계속 말해보아라.”

“네, 나으리. 그 당시 마교(魔教)의 교주(敎主)는 새로운 무공을 연마하기 위해서 폐관(閉關) 수련을 하고 있었지요. 교주(敎主)가 무공을 익히느라고 간섭하지 않는 틈을 타서 마교(魔教)의 장로(長老)들은 갖은 악행을 다 저질렀대요. 그러다 교주(敎主)가 폐관을 마치고 나와서 자기들의 죄를 물을까봐 두려워서 5대(五大)문파(門派)와 결탁하고 교주(敎主)를 배반한 것이래요.”

“음, 그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로구나. 5대(五大)문파(門派)에서 마교(魔教) 내부의 사정을 잘 몰랐었나 보구나?”

“그렇지요.”

“그렇다면 교(敎)를 배반한 장로(長老)들이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지른 악인들이로군?”

“그런 줄로 알고 있어요.”

“마교(魔教)의 교주(敎主)는 기련산(祁連山)의 최후 결전에서 왜 그와 같은 일을 사효봉(謝曉峰)과 5대(五大)문파(門派) 장문인(掌門人)들에게 해명하지 않았을까?”

“그것은 교주(敎主)가 자존심이 강해서 남에게 구질구질하게 변명을 하면서 굽히기 싫었겠지요.”

“음, 그럴 수도 있지.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책임감 역시 강한 법이지.”

정붕(丁鵬)은 중얼거리듯 그 말을 남기고 원월만도(圓月彎刀)를 품에 안고 천천히 마차에서 내려섰다. 마부석의 아고(阿古)는 이미 은룡(銀龍)에게 주눅이 들어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정붕(丁鵬)은 은의 노인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방금 내가 마차 안에서 주고받은 말을 당신은 들었겠군?”

은룡(銀龍)은 대답했다.

“노부는 귀가 먹지 않았네.”

정붕(丁鵬)은 다시 물었다.

“소향(小香)의 이야기에 틀린 점이라도 있었소?”

“무림의 일을 공정하게 평가한다는 것은 무척 어렵지. 노부 역시 많은 이유를 내세워 변명을 할 수 있지만, 말다툼이란 가장 따분한 일이고 가치가 없는 일이네.”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였다.

“멋진 말이오. 귀하는 역시 1명의 효웅(梟雄)이 되기에 부끄럽지 않구려.”

은룡(銀龍)은 웃으며 말했다.

“나는 자네의 칼을 가르침 받으러 온 것이네. 1가지만 묻겠네. 자네에게 도법을 가르쳐준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정붕(丁鵬)은 말했다.

“철연(鐵燕)쌍비(雙飛) 역시 그 질문을 했었소. 그들은 팔이 잘려지자 기꺼이 자기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얻기를 원했었소.”

은룡(銀龍)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

“흥, 그들과 노부는 다르네. 나는 아직 팔이 잘라지지 않았지.”

정붕(丁鵬)은 조용한 음성으로 말했다.

“당신이 어떤 무기를 사용하는지 1번 꺼내 보시오.”

은룡(銀龍)은 대답했다.

“노부 역시 원래는 도를 사용했네. 노부의 칼은 자네의 그 칼보다 못하니까 뽑지 않겠네. 노부는 다만 맨손으로 가르침을 받아 보도록 하겠네.”

오늘 정붕(丁鵬)은 청청(青青)의 조부가 준 원월만도(圓月彎刀)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무쇠로 만든 칼과 청청(青青)의 조부가 준 칼을 번갈아 가며 사용하고 있었다. 정붕(丁鵬)은 빙긋 웃었다.

“원월만도(圓月彎刀)를 감히 맨손으로 받겠다는 것이오?”

은룡(銀龍)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네. 어차피 칼을 가지고 겨루어 봤자 나는 자네의 적수가 안되네. 차라리 나의 특기 장법(掌法)으로 자네와 겨루어 보려고 한다네.”

정붕(丁鵬)은 눈에서 싸늘한 광채를 내쏘앗다.

“은룡(銀龍) 장로(長老), 뭔가 착각하신 모양인데, 나는 결코 자비로운 사람이 아니오.”

은룡(銀龍)은 엄숙하게 입을 열었다.

“잔소리는 집어 치우고 어서 손을 쓰게. 내가 여기까지 올 때는 그만한 준비가 있었기 때문일세.”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좋소. 나는 도기(刀氣)만으로 당신을 상대하겠소. 칼날이 당신의 몸에 직접 닿지 않고 당신을 물리칠 것이오.”

은룡(銀龍)은 갑자기 파안대소를 터트렸다.

“뭐? 도기(刀氣)라고? 으하하, 그것은 무림 역사상 그 누구도 연마하지 못한 전설적인 경지가 아니더냐? 단순히 칼의 기운만으로 감히 나를 물리친다고? 정붕(丁鵬), 너는 나를 너무나 우습게 보는구나.”

정붕(丁鵬)은 짧막하게 외쳤다.

“자, 받으시오.”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칼이 뽑혀져 은룡(銀龍)을 향해 가볍게 허공에 대고 긋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는 칼을 칼집에 집어넣었다. 은룡(銀龍)의 얼굴이 갑자기 공포에 질렸다.

그는 두려운 표정으로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정붕(丁鵬)은 다시 마차 위로 천천히 올라갔다. 은룡(銀龍)은 뒤로 수10보나 뒷걸음질 치더니 비로소 입을 열었다.

“정말 빠른 칼이었다.”

그 말이 끝나는 것과 함께 그의 몸이 머리끝에서 항문까지 2쪽으로 갈라졌다. 피가 분수처럼 뿜어지고 내장이 꾸물거리며 흘러나오는 가운데 은룡(銀龍)의 몸은 좌우 양쪽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과연 빠른 칼이었다. 무서운 도기(刀氣)였다.

칼에서 뿜어지는 기운만으로 은룡(銀龍)과 같은 고수를 단번에 일도양단(一刀兩斷)한 것이었다. 마차는 은룡(銀龍)의 시체를 뒤로 하고 천천히 그 자리를 떠났다. 금사(金獅)는 숨어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직접 목격한 광경인데도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사소옥(謝小玉) 역시 그의 옆에서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할 말을 잃고 있었다. 만약 정붕(丁鵬)의 그 칼이 자기에게로 날아든다면 어떻게 막아야 할까? 금사(金獅)와 사소옥(謝小玉)은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금사(金獅) 장로(長老)는 정신을 차리고 떨리는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정말 빠른 칼이었소. 정말 요사스런 칼이었소.”

정말 요사스러운 칼이었다고 사소옥(謝小玉)은 생각했다. 사소옥(謝小玉)은 분명 직접 목격했지만 정붕(丁鵬)의 칼이 어떻게 은룡(銀龍)을 2쪽으로 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유일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은룡(銀龍)이었다. 그는 칼을 얻어맞은 후에도 수10걸음이나 뒤로 물러섰을 뿐 아니라 그 칼에 대한 느낌을 말한 바 있었다.

그런 후에 그의 몸뚱이가 2쪽으로 갈라진 것이었다. 그 칼은 정말 너무나 빨랐다. 마차는 이미 떠났으니 적어도 오늘은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았다.


37. 미녀의 아랫배에 난 사마귀

사소옥(謝小玉)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 이번에 4번째로 그가 칼을 쓰는 것을 본 것이에요. 그런데 이상하네요. 그의 내공은 갈수록 정진(精進)되는 것 같아요. 처음에 칼로 철연(鐵燕)쌍비(雙飛)의 손목을 자를 때 나는 똑똑히 보았었는데 저 정도의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었어요. 오늘 그는 이미 형체와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도기(刀氣)의 경지를 넘어섰군요. 어쩌면 이 세상에 정붕(丁鵬)의 적수는 없을지도 몰라요.”

금사(金獅) 역시 한숨을 내쉬었다.

“소저, 정붕(丁鵬)에 대해서 우리는 힘으로 맞서겠다는 생각은 그만두어야 하오. 반드시 다른 방법으로 그를 상대해야 할 것이오.”

사소옥(謝小玉)은 말 없이 쓴 웃음으로 대답했다. 다른 방법은 말은 쉬워도 실행하기는 어려웠다. 그녀는 벌써 10여 가지의 방법을 이미 써 보았으나 어느 1가지도 정붕(丁鵬)을 제압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반드시 생각해 내야 했다. 그것도 빨리 생각해 내야 했다.

정붕(丁鵬)은 내일이면 그녀를 찾아올 것이다. 내일은 나룻배를 건너편으로 보내지 않는다고 해도 그를 막지 못하게 되리라. 다행히 정붕(丁鵬)은 아무리 빨라도 내일에나 오기 때문에 하룻밤의 여유가 있었다. 하룻밤 동안 많은 일을 바꾸어 놓을 수 있었다. 하룻밤 사이에 그녀는 어쩌면 정붕(丁鵬)을 상대할 방법을 생각해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시간은 종종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사소옥(謝小玉)은 배에 푸짐한 술자리를 마련해 놓고 있었다. 몇 명의 여자 애들이 천천히 그 배를 저어 가도록 했다. 술과 음식에 독은 없었다. 여자애들도 1, 2수의 재간을 지니고 있었으나 그렇게 고명한 편은 못되었다. 심지어 사소옥(謝小玉)은 무기도 지니고 있지 않았다. 신검산장(神劍山莊)에는 200가지의 독약이 있었고 1천 가지의 사람을 죽이는 방법이 있었고, 살인에 필요한 예리한 무기들이 있었으며, 20명의 당금 무림에서 명성을 떨치는 살수들이 있었다.

사소옥(謝小玉)은 그것들을 채용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사소옥(謝小玉)은 그 가운데 1가지도 정붕(丁鵬)을 죽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정붕(丁鵬)은 배에 올랐다. 사소옥(謝小玉)은 그 배를 신검산장(神劍山莊) 쪽으로 저어가지 않고 그저 장원 앞의 그 냇물 안에서 천천히 흔들리도록 만들어 놓았을 뿐이었다. 그 냇물은 그렇게 넓지 않았다. 반 시진이면 1바퀴를 돌 수 있었다. 이것 역시 천천히 저어서 갈 때의 이야기이고 빨리 젓는다면 반 시진 안에 4바퀴는 돌 수 있었다.

사소옥(謝小玉)은 정붕(丁鵬)이 화가 치밀었을 때 칼을 뽑아 그녀 1사람을 죽이면 그만이고 그녀가 고생해서 세운 신검산장(神劍山莊)을 망가뜨리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신검산장(神劍山莊)은 옛날부터 있어 왔다. 무림에서 혁혁한 명성을 누리고 있었지만 결코 지금처럼 휘황찬란하지 않았다. 배는 냇물 위에서 4바퀴나 돌았다. 이미 2시진이 흐른 것이었다. 정붕(丁鵬)은 몇 잔의 술을 들이켰으나 여전히 칼을 뽑지 않았다. 사소옥(謝小玉)은 자기의 목숨을 건졌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녀 자신도 정붕(丁鵬)이 어째서 그녀를 죽이지 않았는지 모르고 있었다. 정붕(丁鵬)은 아고(阿古)와 소향(小香)을 데리고 함께 배에 오른 것이었다. 배는 2층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위층의 선실에 술자리는 마련되어 있었고 아고(阿古)는 아래쪽의 선실에 앉아 있었다. 아래 위의 선실은 별다른 차이는 없었고 가꾸고 꾸민 것도 같은 모양이었다. 다만 위층이 조금 높을 뿐이었다. 따지고 보면 아래층의 선실이 위층의 선실보다 더 고급스럽다고 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1가지의 음식이 올려지게 되었을 때, 아고(阿古)는 반드시 먼저 맛을 본 후에야 위층으로 가져가도록 허락했다. 소향(小香)은 계단 입구 쪽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올려지는 음식을 받았다. 1가지의 음식을 2사람이 검사하고 감시하니, 그 어떠한 수작도 쓸 수 없게 되었다. 다행히 사소옥(謝小玉)은 술과 음식에 수작을 부리지 않았다. 그녀는 다만 맛좋은 술과 맛있는 음식으로 정붕(丁鵬)의 노여움을 조금이라도 풀 수 있게 되기를 바랬다.

그렇게 된다면 그녀는 어쩌면 1목숨을 보존할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이제 그녀의 목숨은 보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가 자기의 행운을 다행스럽게 여기고 있을 때 정붕(丁鵬)이 입을 열었다.

“어제 내가 당신을 찾아왔을 적에는 당신을 죽이려고 했지.”

사소옥(謝小玉)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어요.”

그녀는 간단히 대답했다. 그녀는 수100마디의 대답의 생각해낼 수 있으며 그러한 대답들은 모두 그 간단한 1마디보다 훨씬 듣기 좋았지만 그녀는 그 1마디로 대답했다.

그녀는 어떤 교묘한 언사와 변명이라 해도 그녀를 보호하기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차라리 솔직한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정붕(丁鵬)은 다시 물었다.

“당신은 어째서 내가 당신을 죽이려고 했는지 아는가?”

사소옥(謝小玉)은 생각해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어요.”

이 1마디는 자기가 옥무하(玉無瑕)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정붕(丁鵬)은 말이 많은 것을 싫어했다. 그는 그와 같이 간결한 대답을 좋아했다.

그는 그 대답에 무척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빙그레 웃었다.

“나는 오늘 여전히 당신을 죽이러 왔다네.”

사소옥(謝小玉)은 여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어요.”

정붕(丁鵬)은 웃었다.

“그러나 나는 당신을 죽이지 않기로 했네.”

사소옥(謝小玉)은 방긋이 웃었다.

“고마워요. 정(丁)오라버니.”

정붕(丁鵬)은 빙그레 웃으면서 물었다.

“당신은 어째서 내가 당신을 죽이지 않기로 했는지 아는가?”

사소옥(謝小玉)은 잠시 생각을 해본 후에 대답했다.

“알고 있어요.”

이번에 정붕(丁鵬)은 약간 놀라 질문을 던졌다.

“정말 알고 있는가?”

“그래요. 정말 알고 있어요.”

“말을 해보시지.”

“왜냐하면 나는 오라버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으며 오라버니의 아내를 죽이지 않았어요. 나는 오라버니에게 수작을 부리지 않았고, 나는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으며 저항할 생각을 포기했어요. 그리고 내가 오라버니에게 말한 모든 것은 참말이며 거짓말이나 변명으로 얼버무리려고…”

사소옥(謝小玉)은 4가지 이유를 말했는데 지극히 타당했다. 그러나 정붕(丁鵬)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신은 잘못 알고 있군.”

사소옥(謝小玉)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내가 잘못 알고 있다고요?”

정붕(丁鵬)은 빙그레 웃었다.

“그렇지. 내가 당신을 죽이려고 한 것은 다만 1가지 이유 때문이었고, 내가 당신을 죽이지 않는 것도 또한 1가지 이유 때문이지. 결코 당신이 말하는 그러한 이유 때문이 아니라네.”

사소옥(謝小玉)은 물었다.

“어떤 이유인가요?”

정붕(丁鵬)은 덤덤히 대답했다.

“당신이 사효봉(謝曉峰)의 딸이기 때문이지.”

사소옥(謝小玉)은 잠자코 있다가 입을 열었다.

“내가 사효봉(謝曉峰)의 딸이기 때문에 죽어 마땅하다는 것이군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1번 가볍게 끄덕였다.

“사효봉(謝曉峰)의 딸은 죽지 말아야 하지만, 사효봉(謝曉峰)의 딸이 그런 짓을 했으면 죽어 마땅하지.”

사효봉(謝曉峰)은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는 협객이었다. 그런데 그의 딸이 살수들의 우두머리 노릇을 했으니 이와 같은 행위는 죽어 마땅했다.

그러나 사소옥(謝小玉)은 승복할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정(丁)오라버니, 내가 그런 이유 때문에 죽어 마땅하다면 저는 너무 억울하군요.”

정붕(丁鵬)은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어째서?”

사소옥(謝小玉)은 힘있는 어조로 입을 열었다.

“우리 아버님이 그토록 유명하게 된 것은 그 1자루의 검을 잘 썼기 때문이에요.”

“그렇겠지.”

사소옥(謝小玉)의 말은 계속되었다.

“우리 아버님이 명성을 떨치게 된 것은 그의 검이 명성을 떨친 검객들을 무척 많이 죽였기 때문이에요. 그는 사람을 죽여서 명성을 떨치게 되었지요. 그의 검 아래 죽은 사람들이 반드시 죽어 마땅한 악인일까요?”

정붕(丁鵬)은 그녀의 말을 반박하지 않았다. 사소옥(謝小玉)은 다시 말을 이었다.

“오라버니가 저와 원수지간이고, 원수를 갚기 위해서 저를 죽인다면 그 이유는 성립될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오라버니가 결코 원수를 갚으려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어요. 다만 내가 옥무하(玉無瑕)였기 때문에 나를 죽이려는 거지요. 옥무하(玉無瑕)가 몇 사람을 죽인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아버님이 사람을 죽인 것보다 많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째서 우리 아버님이 사람을 죽인 것은 타당하고, 그 어르신의 딸이 사람을 죽이는 것은 죽어 마땅하지요?”

정붕(丁鵬)은 덤덤히 입을 열었다.

“그건 다르지. 왜냐하면 당신 아버님은 1번도 돈을 벌기 위해서 사람을 죽인 적이 없지.”

사소옥(謝小玉)은 물었다.

“그렇다면 그 분은 어째서 사람을 죽였지요?”

정붕(丁鵬)은 대답이 궁해졌다.

사효봉(謝曉峰)은 명성을 떨치고 있는 사람들을 적지 않게 죽였다. 무엇 때문일까? 그의 명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사소옥(謝小玉)은 설명했다.

“우리 아버님은 이름을 위해서 사람을 죽였고 저는 재물을 위해서 사람을 죽였어요. 나는 이 2가지가 결코 차이가 있다고 느끼지 않아요. 더군다나 저는 아버님보다 더 용서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이익을 위해서 사람을 죽였지만 때로는 남의 부탁을 받고 약간의 악인들을 죽였는데, 이것은 자기 자신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이로운 일이에요. 그러나 우리 아버님이 사람을 죽인 것은 다른 사람에게 손상을 입히고 자기 자신에게도 이롭지 못한 짓을 한 거예요.”

정붕(丁鵬)은 한숨을 쉬는 수밖에 없었다. 사소옥(謝小玉)은 다시 설명했다.

“제가 억지를 쓴다고 생각하실 거예요. 궤변에 불과하다고 속으로 생각하실 거예요. 그러나 저에게는 또 1가지, 저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타당한 이유가 있어요. 그것은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사람도 저에게 어떻게 사효봉(謝曉峰)의 딸 노릇을 해야 하는지 가르쳐준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저의 아버님도 저에게 가르친 바가 없어요. 그리고 저의 신세를 알고 신검산장(神劍山莊)에 오기 전에, 저는 이미 옥무하(玉無瑕)로 활동하고 있었으며 그것은 내 본업이었어요.”

“당신은 예전에 사효봉(謝曉峰)의 딸이라는 사실을 몰랐는가?”

“그래요. 그렇지 않았다면 옥무하(玉無瑕)가 되지 않았을 거예요. 저는 비록 지혜스럽지 못하지만 옥무하(玉無瑕)와 사효봉(謝曉峰)의 딸이라는 2신분이 서로 충돌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그리고 사효봉(謝曉峰)의 딸이 된다는 것이 옥무하(玉無瑕)보다 훨씬 편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요. 하지만 저는 불행히도 먼저 옥무하(玉無瑕)가 되었던 거예요. 1사람의 깨끗한 여주인이 되기 위해서 저는 반드시 연운(連雲)14살(十四煞)을 제거해야 했어요.”

“그래서 당신은 나를 찾았는가?”

사소옥(謝小玉)은 방긋이 웃었다.

“연운(連雲)14살(十四煞)은 결코 선남선녀들이 아니었어요. 그들을 떨쳐 버린다는 것은 수월한 노릇이 아니에요. 저의 아버님의 검을 제외하고는 오직 오라버니의 칼이 있었을 뿐이에요. 저의 아버님은 저를 위해서 그런 일을 할 리가 없기 때문에 별 수 없이 오라버니를 찾았던 거예요.”

정붕(丁鵬)은 한숨을 쉬었다. 사소옥(謝小玉)은 말을 이었다.

“저는 비밀스럽게 일을 처리했는데 뜻밖에도 오라버니에게 발각이 되었군요. 오라버니가 찾아왔을 때 오라버니가 저를 용서하지 않을 것임을 알았고, 오라버니에게 저항할 능력이 없어서 순순히 죽음을 당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나 오라버니가 의협심으로 저를 죽인다면 이 말을 하고 싶군요. 의협이라는 이름을 걸고 나쁜 일을 한 사람은 무척 많으며 저보다 순위가 빠른 사람이 아주 많다는 거예요.”

정붕(丁鵬)은 덤덤히 입을 열었다.

“그만두지. 당신은 이미 그들을 떨쳐버렸고 나를 제외하고 아마 당신이 옥무하(玉無瑕)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야. 후에 아무쪼록 사효봉(謝曉峰)의 딸 노릇을 잘하기 바라네.”

사소옥(謝小玉)은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아니에요. 또 1사람이 알고 있어요.”

“그게 누구지?”

“유약송(柳若松)이에요. 제가 연운(連雲)산장을 떠나게 되었을 때 그에게 발각되고 말았어요.”

정붕(丁鵬)은 빙그레 웃었다.

“그 녀석의 신통력은 역시 과소평가할 수 없군. 그곳을 찾아가다니 놀랍군.”

사소옥(謝小玉)은 말했다.

“그는 무척 위험한 사람이에요. 내가 정(丁)부인을 볼모로 사로잡고 오라버니에게 그를 죽이라고 1것은 달리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오라버니의 곁에 있는 것이 결코 좋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저는 오라버니가 어째서 그를 죽이지 않는지 모르겠군요.”

정붕(丁鵬)은 빙그레 웃었다.

“그가 당신의 비밀을 알고 당신을 협박했었나?”

“하지만 내가 그 협박을 받을 사람이 아니지요. 나의 검법은 오라버니보다 못하지만 결코 그보다 못하지 않아요.”

“그런데 당신은 어째서 그를 죽이지 않았지?”

사소옥(謝小玉)은 대답했다.

“내가 그곳에서 그를 죽이면 내가 옥무하(玉無瑕)라는 사실을 알리는 결과가 되지 않겠어요? 그래서 저는 그에게 경고했을 뿐이며 그가 다시는 그 일을 들먹이지 않도록 했어요. 그런데 그는 오라버니에게 알려주었군요.”

“당신은 오해하고 있군. 그는 나를 만나지도 않았으며 나에게 알려주지도 않았네.”

“그가 말한 것이 아니라면 누가 당신에게 말한 것이죠?”

“당신 자신이지.”

“내 자신이라고요? 내 자신이 그런 일을 오라버니에게 이야기했단 말이에요?”

“당신 자신은 물론 말하지 않았지만 당신의 옷을 벗기 좋아하는 버릇이 많은 일을 설명해주었지. 더군다나 아랫배의 그 사마귀는 무척 이상한 곳에 나 있었지. 그런 곳에 사마귀가 생기는 일은 무척 드물며 2사람에게 똑같이 그와 같은 사마귀가 생겨나는 일은 좀처럼 없지.”

사소옥(謝小玉)은 빙그레 웃었다.

“정(丁)오라버니는 알고 보니 그렇게 해서 알아내셨군요. 이로 미루어 볼 때 오라버니는 저의 몸뚱이에 대해서 무척 관심이 많았군요?”

정붕(丁鵬)은 웃었다.

“나는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인상이 남았던 것일세. 그리고 청청(青青)과 소운(小雲)이 그 사마귀를 잘 기억하고 있었고 무척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네.”

사소옥(謝小玉)은 미소를 지었다.

“정(丁)오라버니, 그 사마귀 때문이라면 너무 억울하군요.”

이 때 마침 2시녀가 1쟁반의 구운 돼지새끼를 가져왔다. 원래 그것은 1마리의 통돼지였으나 이미 아고(阿古)에 의해 3분지 1이나 잘려져 나갔다. 소향(小香)은 그녀들의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그녀들이 은쟁반을 탁자 위에 올려놓은 후에 조그만 조각으로 나누어 정붕(丁鵬)의 앞에 놓았다.

2명의 여자 애가 막 물러날 때 사소옥(謝小玉)은 그녀들을 불렀다.

“잠깐만.”

2명의 시녀는 17살 정도의 나이였으며 생긴 것도 퍽이나 예뻤다. 그녀들은 동시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소저, 무슨 분부가 있으신지요?”

사소옥(謝小玉)은 웃음을 띠우고 입을 열었다.

“너희들의 치마를 들춰 보아라.”

2명의 시녀는 약간 망설였다. 사소옥(謝小玉)은 재촉했다.

“너희들은 안심해라. 정(丁)공자께서는 정중지성(情中之聖)으로 유명하신 분이다. 결코 너희들의 육체에 흥미를 느끼실 분이 아니다. 이 분은 다만 1가지 일을 증명하고자 할 뿐이니라.”

2명의 여자 애는 고개를 숙이고 부끄러운 듯이 치맛자락을 들췄다. 정붕(丁鵬)이 깜짝 놀란 것은 그녀들이 그 치마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활짝 벌려라. 공자께서 잘 볼 수 있도록 해드려라.”

그녀들은 2다리를 쫙 벌려 그 은밀한 동굴이 숨김없이 정붕(丁鵬)의 눈앞에 드러나도록 했다. 사소옥(謝小玉)은 빙그레 웃었다.

“정(丁)오라버니, 나는 오라버니의 그 시종이 무척 꼼꼼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우리가 정(丁)오라버니에게 어떤 불리한 행동을 할까 염려하더군요. 그래서 나는 그녀들에게 필요한 옷만 입어 그가 검사하기 편하게 하라고 했어요.”

정붕(丁鵬) 역시 빙그레 웃었다.

“당신은 정말 꼼꼼하군.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와 같은 심혈이 헛되고 말았군. 아고(阿古)는 목석 같은 사람이니 마음이 움직이지 않지.”

사소옥(謝小玉)은 담담히 웃었다.

“알고 있어요. 오라버니는 여인에 대해서 무척 연구가 깊기 때문에 그녀들이 순결한 숫처녀라는 사실을 알아볼 수 있을 거예요. 좋아. 너희들은 물러가거라.”

2명의 시녀들은 치맛자락을 내려놓았다. 얼굴은 부끄러움에 도화꽃처럼 붉어져서 고개를 숙인 채 아래로 내려갔다. 정붕(丁鵬)은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나는 보았네. 부위와 크기가 당신 몸에 있는 그 사마귀와 똑같았으며 빛깔마저도 똑같더군.”

사소옥(謝小玉)은 웃었다.

“그건 검은 사마귀가 모든 것을 증명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을 실증하는 거지요.”

정붕(丁鵬)은 담담히 그 말을 받았다.

“나는 그 사마귀만 근거해서 판단한 것이 아니야. 그녀들은 옥무하(玉無瑕)의 몸매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매력적이라고 인정하더군. 나는 2사마귀가 같을지 모르지만 몸매만큼은 당신만큼 아름다운 사람이 또 있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네.”

사소옥(謝小玉)은 웃으며 물었다.

“오라버니도 저의 몸매가 무척 아름답다는 것을 인정하세요?”

정붕(丁鵬)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그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지. 그러나 내 눈에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여자는 내 아내일세.”

사소옥(謝小玉)은 빤히 그를 바라보았다.

“정말인가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그 언니와 한동안 같이 지냈는데 나의 생각이지만 그녀의 알몸은 저보다 못생긴 것 같았어요.”

정붕(丁鵬)은 방긋이 웃었다.

“사실이지. 그녀 역시 자기가 당신보다 못하다고 인정하고 있었지. 그러나 몸매가 아름답다고 해서 최고의 미녀가 되는 건 아니지. 마음이 고와야 아름답게 느껴질 수 있지.”

사소옥(謝小玉)은 방긋이 웃었다.

“아무래도 정(丁)오라버니는 제 몸을 자세하게 살펴보지 않은 것 같아요.”

그녀는 다시 자기의 옷을 풀어 헤치려고 했다. 정붕(丁鵬)은 재빨리 입을 열었다.

“소옥(小玉), 그런 수작은 그만두게. 나는 당신이 옷을 벗는데 대해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네.”

사소옥(謝小玉)은 자신있게 웃었다.

“이번만은 틀려요. 오라버니도 흥미를 느낄 거예요.”

그녀는 그녀의 옷을 벗었다. 그것은 무척 헐렁한 겉옷이었는데 옷자락은 너무나 넓어서 그녀의 몸을 2번이나 감고도 남을 정도였다. 그리고 옷의 기장도 무척 길어 그녀의 발등을 뒤덮은 후에 땅바닥에 반 자 정도 끌리고 있었다. 옷감은 무척 두껍고 무거웠으며 무척 어두운 빛깔이었다. 그것이 그녀의 몸에 걸쳐져 있을 때 그녀는 무척 단정하고 무척 성결(聖潔)해 보였다. 성결하고 단정한 것은 어쩌면 정붕(丁鵬)이 칼을 뽑지 못한 원인이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 여자에게 그 누구도 칼을 휘두를 수 없을 것이었다. 정붕(丁鵬)이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 누구도 이 모든 단정함과 신성함이 바로 하나의 허리띠에 있다는 것을 생각 못할 것이었다. 그녀는 그저 허리띠를 풀었을 뿐인데 옷자락이 자연스럽게 양쪽으로 나누어지면서 그녀의 어깻죽지에 걸렸다. 옷은 검은 빛이었고 검은 털실로 짜여진 것이라 부드럽고 매끄러우면서도 무거워 속박이 풀어지자 자연스럽게 양쪽으로 드리워진 것이었다.

그 순간 그녀의 몸뚱이가 불쑥 튀어나오듯 드러나게 되었다. 옥과 같이 깨끗하고 흰 몸매는 그토록 아름다웠고 검은 빛의 옷에서 솟아 나왔기 때문에 유난히 시선을 자극하고 있었다. 정붕(丁鵬)의 눈길은 못박혀서 움직일 줄 몰랐다. 그 매력적인 아름다움이란…! 그의 눈동자는 그녀의 아랫배에 멈추어 오랫동안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바로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정붕(丁鵬)은 깜짝 놀란 것이었다.

그 사마귀. 그 옥무하(玉無瑕)의 몸에 있었고 매력적이던 사마귀가 지금은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녀의 아랫배는 매끄럽고 윤기가 흐르고 백옥같이 희고 고았다. 그러나 그 사마귀는 보이지 않았다. 사소옥(謝小玉)은 무척 아름답고 묘한 자태를 지으며 앞으로 2걸음을 옮기더니 방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정(丁)오라버니, 똑똑히 보셨어요? 만약 그 사마귀가 내가 바로 옥무하(玉無瑕)라는 것을 증명한다면 저는 너무나 억울하군요.”

그녀는 정붕(丁鵬)의 곁으로 와서 앉았다. 그리고 다시는 앞섶 자락을 여미었고 그녀의 매력적인 몸뚱이를 감추었다. 그러나 그녀는 허리띠를 다시 매지 않았다. 다만 손으로 앞자락을 움켜잡고 있을 뿐이었다. 이와 같은 동작은 어떤 때엔 더욱 사람을 유혹하는 위력을 지니는 법이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미 사람을 유혹하는 비밀스러운 곳을 드러낸 바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짧은 순간에 지나지 않았지만 여전히 무척 선명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그런 후에 그녀는 몸을 다시 감추었다. 그녀가 손을 놓기만 하면 알몸이 다시 드러나게 되어 있었다. 그녀는 이미 정붕(丁鵬)에 대해 상당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런 방식을 택한 것이었다. 과연 정붕(丁鵬)의 눈길은 그녀의 손에 머물러 있었으며 그녀가 손을 1번쯤 놓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비단 정붕(丁鵬)만 그런 것이 아니고 소향(小香) 역시 그러했다. 사소옥(謝小玉)은 실로 요염하고 이상한 천부적인 매력을 갖추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충분히 그녀의 매력을 운용할 줄 알고 있었다. 정붕(丁鵬)은 깊이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내가 지난번 당신을 볼 때 당신에게 사마귀가 있었네.”

사소옥(謝小玉)은 빙그레 웃었다.

“맞아요. 나는 사마귀가 있었어요. 그러나 오늘은 없어요. 그리고 저의 2시녀의 몸에는 사마귀가 있어요. 만약 그녀들에게 흥미가 있다면 나는 또 다른 2명의 시녀를 불러오겠어요. 그녀들의 몸에도 사마귀가 있지요. 왜냐하면 그것은 가짜이고 붙일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나는 붙여 놓은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지.”

도법을 정붕(丁鵬)의 그와 같은 경지에 이를 정도로 연마한 사람이라면 그 안목은 터럭이라도 살필 수 있었다.


38. 사소옥(謝小玉)과 운우의 정을 나누다

사소옥(謝小玉)은 빙그레 웃었다.

“만약 그대가 알아볼 수 있었다면 내가 굳이 그 사마귀를 붙일 필요가 어디 있겠어요?”

“당신은 어째서 그 사마귀를 붙였지?”

사소옥(謝小玉)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곳에 사마귀를 붙인 것은 남의 주의를 끌기 위함이에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의 크고 검은 사마귀가 아랫배에 자라나 있고, 더군다나 아름다운 여인의 눈처럼 희고 펑퍼짐한 아랫배에 생겨난 것이라면 사람의 주의를 끄는 작용이 무척 강했다.

예가 아니면 보지 않는다는 도덕심이 강한 군자라 해도 눈길을 던지지 않고는 배길 수 없으리라. 왜냐하면 그 사마귀는 결코 예가 아니면 보지 말라는 가장 은밀한 계곡에 생겨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아랫배 전체가 처음에 시선에 들어왔다가 즉시 그 사마귀에게 집중되고, 그 다음에는 더욱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곳으로 시선을 움직이도록 유인하는 것이었다.

남자를 사로잡는 방법을 사소옥(謝小玉)은 정말 많이 연구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코먹은 목소리로 응석을 부리면서 입을 열었다.

“그러나 나는 그와 같은 수작이 정(丁)오라버니에게 아무 작용도 일으키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정붕(丁鵬)은 빙그레 웃었다.

“당신은 나의 흥미를 일으키기를 간절히 바란 것 같군.”

사소옥(謝小玉)은 무척 솔직하게 시인했다.

“그래요. 정(丁)오라버니, 나는 오라버니의 앞에서 점잔을 뺄 필요가 없었어요. 저는 규범을 지키는 애가 아니에요. 그건 나의 출신과 관계가 있지요.”

“당신은 어떤 출신인가?”

사소옥(謝小玉)은 빙그레 웃었다.

“정(丁)오라버니, 그대는 우리 아버님을 보았어요. 그리고 그 분에게 묻기까지 했었지요. 제가 그 분의 딸이라는 사실을 그 분이 부인하던가요?”

“그는 부인하지 않았지.”

“그러나 그 분은 우리 어머니가 어떤 사람이라는 사실을 그대에게 이야기하지 않았지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말하지 않았지.”

사소옥(謝小玉)은 빙그레 웃었다.

“만약 우리 어머니가 무척 존경받는 사람이고 그 분들이 광명정대하게 결합했다면 그 분은 그대에게 말해주었을 거예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소옥(謝小玉)은 다시 말을 이었다.

“그 분이 우리 어머님을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오라버니에게 말할 가치를 느끼지 않았다면, 그대가 나에게 묻는 것이 마땅한 일일까요?”

이 1마디의 말에 정붕(丁鵬)은 무척 난처해졌다. 그가 마치 남의 은밀한 사사로운 일을 캐고 있는 것처럼 되었기 때문에 그는 얼굴을 붉혔다. 사소옥(謝小玉)은 방그레 웃었다.

“저는 어쩌면 예의를 지킨다고 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제가 함부로 남과 사귀는 것은 아니에요. 적어도 저는 남자들을 골라왔지만 남자들이 저를 고르도록 하지는 않았어요. 저는 그들을 고르고 싶었고, 그래서 그대를 고른 거예요. 이것은 무슨 창피한 일도 아니에요. 저는 지금 강호에서 그대에게 몸을 바치고자 하는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잘 알고 있어요. 그대가 고개를 끄덕이기만 한다면 거의 모든 여인들이 기꺼이 그대에게 몸을 바칠 거예요.”

어떠한 사내라도 그 말을 들으면 무척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정붕(丁鵬) 역시 그 말이 싫지는 않았다. 2사람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에 사소옥(謝小玉)은 빙그레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시험해 보았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았어요. 그래서 그대를 더 연구했지요. 그대가 결코 미녀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의 처에 대한 애정이 너무 깊다는 점을 알아차린 거예요. 그래서 저는 그대의 처가 도대체 어떤 매력을 지니고 있는지 보고 싶었던 거예요.”

“그래서 당신은 청청(青青)을 사로잡았소?”

“그래요. 그대를 끌어내려는 목적도 있었고, 연운(連雲)14살(十四煞)을 떨쳐버리려는 계획도 있었지요.”

정붕(丁鵬)은 물었다.

“청청(青青)에게서 당신은 무엇을 발견했지?”

사소옥(謝小玉)은 웃었다.

“저는 그대의 처가 정말로 사랑스러운 여인이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그 점에 있어서 저는 절대로 따라 잡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그대를 그녀에게서 빼앗겠다는 생각을 포기한 거예요.”

정붕(丁鵬)은 빙그레 웃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사소옥(謝小玉)은 그를 쳐다보았다.

“그대는 내 말을 믿으시겠지요?”

정붕(丁鵬)은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 이제 당신은 모든 것을 설명했군. 나 역시 당신을 죽이겠다는 뜻을 포기하도록 하지. 그러면 우리들 사이에 은원 관계가 없어지겠지.”

사소옥(謝小玉)은 웃었다.

“없었던 것으로 할 수 없어요. 나는 그대의 도움이 필요해요. 지금 저의 처지는 무척 위험해요. 어제 그대가 찾아왔을 때 내가 감히 그대를 만나지 못한 것은 엄중한 경고를 받았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마교(魔教)의 은룡(銀龍) 장로(長老)가 나를 찾아오겠다는 것이었어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를 만나보았소.”

사소옥(謝小玉)은 웃었다.

“저도 알고 있어요. 그는 철연(鐵燕)쌍비(雙飛) 부부를 위해서 나에게 따지러 온 것인데, 그대를 만나 그대의 칼 아래 죽었어요. 정(丁)오라버니, 은룡(銀龍) 장로(長老)를 죽였으니 그대는 더욱 유명해지게 되었네요.”

정붕(丁鵬)은 담담히 웃었다.

“그러나 나는 조금도 기뿐 줄 모르겠군. 왜냐하면 나는 영존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일세.”

사소옥(謝小玉)은 그 말을 받았다.

“저의 아버님은 세상 일에 상관하지 않아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바로 영존께서 나보다 강한 점일세. 그는 명예를 얻으시고 산천을 한가롭게 유람할 수 있게 되었고 강호에서 벗어나게 된 셈이지만, 나는 이제부터 도전자에게 시달리면서 귀찮은 일들을 겪어야 하겠지.”

사소옥(謝小玉)은 빙그레 웃었다.

“그것도 별것 아니에요. 그대의 무공은 이미 저의 아버님에 비해서 뒤떨어지지 않아요. 다시 몇 사람만 죽이게 된다면 귀찮은 일은 생기지 않을 거예요.”

정붕(丁鵬)은 담담히 웃었다.

“문제는 죽일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는 사실이네. 마교(魔教) 4대(四大)장로(長老)들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하지만 철연(鐵燕), 은룡(銀龍)은 나의 칼 아래 단 1초(一招)에 패했지. 그러니 나 역시 그 누구를 죽여야 할지 모르게 되었네. 소옥(小玉), 당신은 나를 위해서 몇 사람을 떠올릴 수 없을까?”

사소옥(謝小玉)은 웃었다.

“정(丁)오라버니, 그대는 또 저에게 농담을 하시는군요. 내가 어떻게 그대를 대신해서 죽어 마땅한 사람들을 찾아낼 수 있겠어요.”

정붕(丁鵬)은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당신은 다시 몇 사람을 죽이면 귀찮은 일이 없어질 것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사소옥(謝小玉)은 생각을 해보았다.

“철연(鐵燕)과 은룡(銀龍)이 모두 그대의 1칼을 감당하지 못하니, 강호를 둘러볼 때 정말 칼을 사용할 대상을 찾아내기란 무척 어렵게 되었네요. 하지만 저는 그대를 위해서 3사람을 찾아낼 수 있어요. 하지만 그 3사람은 좀처럼 죽이기가 힘들 거예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말해보게. 내가 시험을 해보지.”

사소옥(謝小玉)은 웃으며 말했다.

“1번째는 우리 아버님이에요. 만약 그대가 그 분을 죽이게 된다면 이 세상에서는 오직 그대의 1칼만이 독존(獨尊)하게 될 것이니 그 누구도 감히 다시 그대를 귀찮게 못할 거예요.”

정붕(丁鵬)은 무척 뜻밖이었다.

“소옥(小玉), 당신은 농담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당신의 부친을 내 칼로 죽이라는 말인가?”

사소옥(謝小玉)은 무덤덤했다.

“그 분은 우리 아버님이기는 하지만 나를 길러준 적도 없고 가르쳐준 적도 없으며 하는 수 없어서 나를 인정했을 뿐이지 나를 사랑해준 적도 없어요. 우리들 사이에는 피붙이의 정이 없어요. 만약 그대들 2사람이 반드시 결투를 한다면 나는 차라리 그대가 이기기를 바라겠어요.”

정붕(丁鵬)은 물었다.

“그건 어째서?”

사소옥(謝小玉)은 대답했다.

“왜냐하면 그 분보다 당신이 나에게 더 가까운 사람이니까요.”

그녀의 말에 정붕(丁鵬)은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사소옥(謝小玉)은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그대들 2사람이 싸우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대들 2사람은 친구가 아니지만 서로 존경하는 사람들이에요. 마주친다고 해도 그대는 그 분을 죽이지 않을 것이고 그 분 역시 그대를 죽이지 않을 거예요.”

정붕(丁鵬)은 그녀를 부드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당신은 우리들에 대해서 무척 깊은 이해하고 있는 것 같군.”

사소옥(謝小玉)은 웃었다.

“나는 역시 사효봉(謝曉峰)의 딸이에요. 그 분의 신검(神劍)을 배울 수는 없었지만 자기의 애비가 어떤 사람인지는 똑똑히 알 수 있어요.”

정붕(丁鵬)은 그녀의 말을 부인할 수 없었다. 사소옥(謝小玉)은 다시 말을 이었다.

“그 분에 대한 이해가 다른 사람들보다는 약간 깊은 편이에요. 그대는 저의 아버님과 똑같은 사람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나는 2분의 대결에 관해서 말했지만 2분의 대결이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자기의 아버지를 시해하도록 부탁한 죄인밖에 더 되겠어요?”

정붕(丁鵬)은 빙그레 웃었다.

“그럼 2번째 사람을 말해보실까?”

사소옥(謝小玉)은 서슴치 않고 대답했다.

“2번째 사람은 바로 그대의 부인이에요.”

정붕(丁鵬)은 물었다.

“소옥(小玉), 설마 당신이 실성한 것은 아니겠지?”

사소옥(謝小玉)은 웃었다.

“나는 실성하지 않았어요. 부인은 이 세상에서 가장 선량하고 가장 아름다우며 가장 정숙한 여인이에요. 그대가 만약 그녀를 죽인다면 바로 그대가 미쳤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에요. 미친 사람에게 도전할 사람은 없을 거예요.”

정붕(丁鵬)은 빙그레 웃었다.

“당신은 정말 잘도 고르는군. 그러면 3번째 사람을 이야기해 보게. 나는 앞의 2사람을 죽일 수 없군.”

사소옥(謝小玉)은 그 말을 냉큼 받았다.

“3번째 사람은 바로 당신 자신이에요.”

그러면서 그녀는 손가락으로 정붕(丁鵬)을 가리켰다. 그렇기 때문에 앞자락이 벌어지고 기다렸다는 듯이 2개의 젖무덤이 앞으로 툭 튀어 나왔다. 사소옥(謝小玉)은 애교있게 웃었다.

“그대가 자기 자신을 죽이게 된다면 다시는 다른 사람이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으며, 어떤 번거로운 일도 없을 거예요.”

정붕(丁鵬)은 웃었다.

“그것은 정말 옳은 말이군. 그러나 애석하게도 나는 아직 죽고 싶지 않네.”

사소옥(謝小玉)은 웃었다.

“저 역시도 그대가 죽기를 원하지는 않아요.”

그러면서 그녀는 손을 올려 자기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러자 젖가슴이 출렁거리며 정붕(丁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녀의 젖가슴을 바라보는 정붕(丁鵬)의 눈동자에서는 불길이라도 뿜어져 나올 것만 같았다.

소향(小香)은 자기가 물러날 때가 되었음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살그머니 계단을 내려갔다. 그녀가 계단 아래로 내려가자마자 사소옥(謝小玉)은 젖가슴을 정붕(丁鵬)의 얼굴 앞으로 디밀었다. 그리고 유혹하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정(丁)오라버니, 부탁이에요. 저를 1번만 사랑해주실 수 없나요?”

정붕(丁鵬)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사소옥(謝小玉)의 희고 터질 것처럼 풍만하고 보드라우며 탄력이 있는 젖가슴이 그의 입술을 틀어 막았기 때문이었다.

정붕(丁鵬)은 마치 간난아기가 본능적으로 엄마의 젖을 빠는 것처럼 그녀의 젖꼭지를 입에 물고 게걸스럽게 빨아대기 시작했다.

“아아…!”

사소옥(謝小玉)은 희열에 찬 신음소리를 흘려대며 몸을 비비 꼬았다. 그 바람에 그녀의 어깨에 걸쳐져 있던 옷이 흐르르 미끄러지고, 그녀는 실오라기 1올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되었다. 그녀는 대담한 여자인 것은 틀림없었다. 자기의 옷이 벗겨지자 2손으로 정붕(丁鵬)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고,

옷을 다 벗기고는 대담하게 정붕(丁鵬)의 하체를 애무하는 것이었다.

“으음…!”

정붕(丁鵬)은 신음하며 그녀를 쓰러뜨렸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한몸이 되었다. 모든 것은 폭풍처럼 갑작스럽게 일어났고 도저히 막을 겨를도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정붕(丁鵬)은 한참 동안 사소옥(謝小玉)의 배 위에서 헐떡거렸다. 사소옥(謝小玉) 역시 참지 못하고 끊임없이 교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2사람은 마치 짐승과 같았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정붕(丁鵬)은 동작을 멈추고 사소옥(謝小玉)의 배 위에 엎드려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2사람의 온몸은 흥건하게 땀에 젖어 있었다. 사소옥(謝小玉)은 진정으로 만족했다. 그녀는 소원을 이룬 셈이었다. 그녀는 정붕(丁鵬)의 어깻죽지를 쓰다듬었다.

“정(丁)오라버니, 나는 이제서야 부인이 어째서 그대를 그처럼 사랑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겠네요.”

정붕(丁鵬)은 물었다.

“이유?”

사소옥(謝小玉)은 대답했다.

“그대는 정말 크고 강해요. 그야말로 남자 중의 남자예요.”

정붕(丁鵬)은 웃었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여인 중의 여인이 아니지. 그래서 나는 반드시 외도를 해야 하는데 그것은 그녀에게 휴식이 필요하기 때문이지. 우리들이 매번 사랑을 나눈 후에 그녀는 언제나 며칠 동안 아파서 자리에 누워 있어야 했지.”

사소옥(謝小玉)은 웃었다.

“정말 실감이 나는군요. 오라버니는 나 역시 감당하기 벅찬 상대예요. 그래서 부인은 그 소운(小雲)이라고 불리는 여인을 데리고 다니는군요? 바로 당신이 필요할 때 급한 불을 끄도록 하려는 것이군요?”

정붕(丁鵬)은 빙그레 웃었다.

“그녀는 마음이 넓은 편이지.”

사소옥(謝小玉)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행복한 여인이에요. 왜냐하면 마음이 넓기 때문이지요. 나는 그렇지 않아요. 나도 분명히 알고 있어요. 그대가 지금 다시 나를 사랑해준다면 나는 아마 너무 시달려서 죽게 될 거예요. 그러나 나는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다른 여자가 그대를 나누어 가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정붕(丁鵬)은 눈살을 찌푸렸다.

“소옥(小玉), 그대는 내게 아내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돼.”

사소옥(謝小玉)은 웃었다.

“알고 있어요. 정(丁)오라버니, 안심해요. 나는 결코 그대에게 시집을 가겠다는 것이 아니고 밤낮 없이 매달려 있겠다는 것도 아니에요. 나는 다만 내가 지금 느낀 소감을 털어 놓고 있는 것이에요. 저는 그대가 내 곁에 있는 동안에는 다른 여자가 그대를 소유하게 할 수 없어요. 우리들이 함께 있지 않을 때 나는 눈으로 보지 않으면 그만이에요. 그리고 그대가 어떤 여인과 살을 섞든지 나는 마음에 둘 필요가 없겠지요.”

정붕(丁鵬)은 사소옥(謝小玉)의 귓볼을 깨물며 나직히 속삭였다.

“정말 마음에 두지 않을 수 있을까?”

사소옥(謝小玉)은 킥킥 웃었다.

“거짓말이에요. 물론 저는 생각할 거예요. 저는 점유욕이 무척 강한 여자예요. 그대와 사이 좋게 지내는데 질투하지 않는 여자가 있긴 해요. 그 사람은 바로 그대의 아내예요. 왜냐하면 나는 그녀를 질투할 자격이 없기 때문이지요.”

정붕(丁鵬)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밖의 사람들은?”

사소옥(謝小玉)은 즉시 대답했다.

“저는 결코 다른 여인이 그대를 차지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어요. 하지만 저 역시 1사내가 밖에서 몰래 즐기는 것을 막는 것이 불가능한 일임을 알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나는 다만 그대가 내가 보는 앞에서 다른 여인을 건드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에요. 그렇지 않을 때…”

말끝을 흐리자 정붕(丁鵬)은 그녀의 젖꼭지를 슬쩍 꼬집으며 물었다.

“그렇기 않을 때 당신은 어떻게 할 거지?”

사소옥(謝小玉)은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지 않을 때 나는 그 사람을 죽이게 될 거예요. 만약 그대가 다른 사내라면 나는 2남녀를 함께 쳐 죽일 거예요. 그러나 그대가 정붕(丁鵬)이기 때문이기 때문에 나는 당신을 죽일 수는 없으니까 별 수 없이 그대의 곁에 있는 그 여인만 쳐 죽일 뿐이에요.”

정붕(丁鵬)은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단지 그대가 나를 죽일 수 없기 때문에?”

사소옥(謝小玉)의 눈에 눈물이 맺히고 나직한 한숨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아… 정(丁)오라버니, 그대의 그 1마디는 저를 슬프게 하는군요. 저는 물론 좋은 여자는 아니에요. 하지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말은 모두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에요. 설사 제가 그대를 죽일 수 있다 해도, 저는 아까워서 그대를 차마 죽이지 못할 거예요.”

정붕(丁鵬)은 차분한 어조로 그 말을 받았다.

“그와 같은 말을 나는 옛날에 들은 적이 있지. 그녀는 나의 1번째 여인이었지. 그녀는 그와 같은 말을 하고서도 나를 죽음의 함정에 빠뜨렸지.”

사소옥(謝小玉)은 웃었다.

“유약송(柳若松)의 마누라 진가정(秦可情)이라는 여인?”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하기도 싫은 여자지. 그녀는 가소(可笑)라고 했지. 그녀는 나를 이용해서 1토막의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를 만들었지.”

사소옥(謝小玉)은 빙그레 웃었다.

“그녀가 이름을 잘못 지었군요. 가소(可笑)라고 부르지 말고 가비(可悲)이라고 불러야 옳았어요. 그대와 같은 사내를 포기한 것은 실로 그녀에게 있어서 가장 슬픈 운명의 장난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거예요…”

그녀는 훗, 하고 웃으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녀를 탓할 수도 없지요. 그 당시 그대는 틀림없이 지금처럼 사랑스럽지 않았을 것이고 유약송(柳若松)보다 초라해 보였을 거예요…”

그러면서 그녀는 손으로 정붕(丁鵬)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때 그대는 지금처럼 이렇게 성숙하지도 않았고 지금과 같은 지위도 없었어요.”

정붕(丁鵬)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소옥(小玉), 그대는 그러한 것들을 무척 중시하는가?”

사소옥(謝小玉)은 웃었다.

“그래요. 진정으로 사내를 이해하는 여인은 무척 그러한 것들을 중시하지요.”

정붕(丁鵬)은 넌지시 물었다.

“만약 당신이 옛날의 나를 알게 되었다면?”

사소옥(謝小玉)은 대답했다.

“저는 그대가 무척 바보스럽다고 느꼈을 거예요. 저는 결코 그대를 사랑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정붕(丁鵬)은 말했다.

“하지만 청청(青青)은 내가 가장 비참하게 되고 가장 재수없게 되었을 때 나를 사랑해주었지.”

사소옥(謝小玉)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나보다 행복하다고 말한 거예요. 왜냐하면 그녀는 평범한 사람들의 진지하고 참된 애정을 견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저는…”

정붕(丁鵬)은 그 말을 받았다.

“당신에게는 참된 애정이 없다는 것인가?”

사소옥(謝小玉)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나는 참된 애정을 터득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라났어요. 나는 다만 평범하지 않은 사람의 몸에서만 참된 애정을 찾을 수 있을 뿐이에요.”

정붕(丁鵬)은 한숨을 내쉬었다.

“소옥(小玉), 그대는 틀렸어.”

사소옥(謝小玉)은 빤히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틀렸다고요? 내가 어떤 면에서 틀렸나요? 정(丁)오라버니, 만약 그대가 저의 과거를 이해하게 된다면…”

정붕(丁鵬)은 그 말이 끝나기 전에 입을 열었다.

“나는 그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어. 참된 애정은 평범하든 말든 오직 하나밖에 없는 것이야. 당신이 애정을 얻지 못한 이유는 당신이 접촉한 그 사람들이 참된 정을 갖지 않고 있어서가 아니라, 당신 자신이 참된 정을 느끼지 못한 까닭이야.”

사소옥(謝小玉)은 물었다.

“어째서인가요? 설마하니 나의 조건이 부족하다는 말씀이세요?”

정붕(丁鵬)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당신의 조건은 충분해. 당신은 아름답고 총명하며 부유할 뿐만 아니라 혁혁한 가문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 아닌가? 문제는 그러한 것들로는 다만 거짓의 정만을 얻을 수 있으며 참된 정을 얻을 수 없다는데 있지.”

사소옥(謝小玉)은 다시 질문을 던졌다.

“어떠한 조건을 갖추어야 참된 정을 얻을 수 있나요?”

정붕(丁鵬)은 설명하듯 대답했다.

“참된 정이라는 것은 조건이 없는 것이야. 당신이 그와 같은 조건을 떨쳐버리지 않는다면 한평생 참된 정을 얻을 수 없게 되지. 그리고 참된 정이라는 것은 참된 정과 바꾸어야 하는 것인데 당신은 스스로 참된 정을 주지 않으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이 참된 정으로 당신을 대하기를 바라는가?”

사소옥(謝小玉)은 그만 멍청해지고 말았다. 그와 같은 말은 들어보지도 상상해보지도 못했던 것이었다. 정붕(丁鵬)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당신의 아버님은 결코 정에 좌우되는 사람이 아니지. 그 분은 가는 곳마다 정을 남겼기 때문에 그 여인들 가운데 어떤 사람은 그 분을 뼈에 사무치도록 미워하고 어떤 사람은 기꺼이 그 분을 위해서 온갖 고통과 괴로움을 당하면서도 원망의 말을 하지 않지. 미움도 좋고 사랑도 좋아. 그 분이 얻은 것은 모두 참된 정이지. 왜냐하면 그 자신이 지불한 것도 역시 참된 정이었으니까. 이것이야말로 그의 위대한 점이겠지.”

사소옥(謝小玉)은 불만스러운듯 말했다.

“그대는 참된 정이란 하나 뿐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째서 그 분은 그토록 많은 여자들을 사랑하게 되었지요?”

정붕(丁鵬)은 차근차근 말했다.

“참된 정이라는 것은 하나뿐이지만 1사람에게만 바쳐지는 것이 아니지. 어떤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위대한 정신을 타고나는데 그는 모든 여인에 대해 그와 같은 참된 정을 지불하게 되지. 상대방이 하늘의 선녀이든 누추한 골목 안의 가난한 여인이든 그는 똑같이 대하고 차이를 두지 않으며 1몫의 똑같은 사랑을 주면서 평범하거나 평범하지 않은 구분을 갖지 않았던 것이지.”

“그렇게 하는 것이 위대한 것인가요?”

“그렇지. 그대 아버님을 논할 때 그 분은 태어날 때부터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었지. 하지만 그는 결코 스스로 비범한 척하지 않았지. 그 분은 그 분의 참된 정을 무척 평범한 여인에게도 부여했지.”

사소옥(謝小玉)은 잠시 할 말이 없어진 듯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가 질문을 던졌다.

“정(丁)오라버니, 그대는 어떤 사람인가요?”

정붕(丁鵬)은 한숨을 쉬었다.

“나는 그대의 아버님처럼 그렇게 위대한 사람이 되지 못하지. 왜냐하면 나의 아내는 평범하지 않은 사람인데 그녀는 나에게 너무나 많은 사랑을 주어 나로 하여금 평범한 사람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게 만들었지.”

사소옥(謝小玉)은 그를 바라보았다.

“우리 아버님이 그렇게 한 것은 혹시 여인들이 그 분에게 준 사랑이 많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정붕(丁鵬)은 즉시 부인했다.

“아니지. 너무나 많아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지경이고 그가 보답할 길이 없을 정도로 많았던 것이지. 따라서 그 분은 그 분이 보답할 수 있는 몇 명의 사랑만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지.”

사소옥(謝小玉)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그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어요. 정(丁)오라버니.”

정붕(丁鵬)은 말했다.

“나는 그대가 이해하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지. 왜냐하면 그대는 아직도 그와 같은 1몫의 참된 정을 누구에게 부여할 것인지 찾아내지 못했거든.”

사소옥(謝小玉)은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만약 내가 그대에게 1조각의 참된 정을 품고 있다고 하면 그대는 믿을 수 있나요?”

정붕(丁鵬)은 얼른 그 말을 받았다.

“나는 물론 믿을 수 없지. 참된 정이란 입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며 마음속에서 우러나야 하는 것이지.”

그는 옷을 입기 시작했다. 사소옥(謝小玉)은 그를 붙잡지 않았다. 지금 무슨 말을 해도 그를 붙잡아 둘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이 사내의 육체를 소유해 보았으나 피차의 간격이 더욱 멀어진 것을 발견했다.


정붕(丁鵬)은 다시 마차 안에 앉아 있었다.

소향(小香)은 여전히 발치에 웅크리고 있었고, 아고(阿古)는 마차를 정처 없이 몰고 있었다. 왜냐하면 정붕(丁鵬)이 마차에 오르게 되었을 때 아고(阿古)에게 1마디만 했던 것이었다.

“아무데나 가게.”

그 말은 마음대로 어디로든 마차를 몰고 가도 되지만 결코 집으로는 돌아가지 말라는 뜻이었다. 물론 마음대로 움직인다면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정붕(丁鵬)이 만약 집으로 돌아가고자 했더라면 집으로 가자고 말했으리라.

아고(阿古)는 아무렇게 마차를 몰고 있었으며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었다. 아고(阿古)는 말을 할 줄 몰랐으나 다른 사람의 말을 알아들었다. 그가 말을 할 줄 몰랐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입 밖으로 내지 않는 말까지 알아들었다. 그래서 아고(阿古)는 마차를 몰고 그 언저리를 맴돌고 있었다.


39. 소향(小香)과의 정사

정붕(丁鵬)의 손은 소향(小香)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의 손은 머리 위에서 점차 미끄러져 그녀의 목으로 내려갔다. 그녀의 목은 무척 가늘고 부드러웠으며 매끄러웠다. 그 어떤 사람의 손이 그곳을 어루만지게 되었을 때는 차마 힘을 줄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정붕(丁鵬)은 마치 넋을 빠뜨리고 있는듯 손에다가 무척 힘을 주고 있었다. 소향(小香)은 처음에는 참고 견디었으나 더 참을 수 없어지자 나직히 말했다.

“공자, 좀 더 부드럽게 할 수 없나요?”

그 목소리는 가련할 정도로 측은했다. 정붕(丁鵬)은 웃었다.

“하하하.”

소향(小香)은 의아하여 물었다.

“공자께서는 무엇이 우스우신가요?”

정붕(丁鵬)은 여전히 웃으면서 그 말을 받았다.

“하하하, 나는 너에게 감각이 없는 줄 알았지. 그런데 알고 보니 너 역시 아픈 줄 알고 있구나.”

소향(小香)은 대답했다.

“쇤네는 줄곧 정상적이었어요. 오히려 공자께서 약간 넋을 빠뜨리고…”

정붕(丁鵬)은 웃으면서 그 말을 받았다.

“자네는 내가 자네의 목을 아프게 한 것이 정신을 빠뜨리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소향(小香)은 되물었다.

“그럼 아닌가요?”

정붕(丁鵬)은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절대 아니지.”

“그렇다면 공자께서는 일부러 그러신 건가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렇지.”

소향(小香)은 당혹해서는 입을 열었다.

“쇤네가 공자에게 못마땅한 짓을 저질렀나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1번 더 찾아가 볼 생각이다.”

소향(小香)은 신중하게 대답했다.

“그 사(謝)소저는 정말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인이에요. 내가 남자라고 해도 그녀의 곁을 떠나기 싫을 거예요.”

정붕(丁鵬)은 웃었다.

“그 말은 사실이야.”

소향(小香)은 다시 말했다.

“공자님, 이런 말씀을 드리기 쑥스럽지만 1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무슨 말이더냐?”

소향(小香)은 얼굴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

“부인께서 저를 공자님 곁에 붙여 두신 것은 공자님께서 여자를 필요로 하실 때 저를 취하라는 뜻이옵니다.”

“그렇겠지.”

“그러나 공자님께서는 저의 몸을 만지기만 했지 살을 섞지는 않았사옵니다. 저에게도 공자님을 모시는 기쁨을 나누어주실 수 없사온지요?”

정붕(丁鵬)은 눈을 크게 떴다.

“오호… 너 역시 속세의 욕망을 느끼었더냐?”

“저라고 해서 어찌 여자가 아니겠사옵니까? 여자의 몸으로 부끄러워 말하지는 못하지만, 저는 진심으로 공자님에게 저의 모든 것을 다 드리고 싶사옵니다. 통촉하여주시기 바라옵니다.”

“오냐, 오냐, 내 어찌 너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겠느냐?”

정붕(丁鵬)의 손은 소향(小香)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보드랍고 몽실몽실한 젖가슴의 살덩이가 손바닥에 가득 들어왔다.

“공자님…”

소향(小香)은 희열과 부끄러움에 몸을 떨며 가만히 몸을 맡겼다.

소향(小香)은 향기가 나는 여자였다. 1몸이 되어 숨을 헐떡이는 동안에도 향기를 불어내고 있어 정붕(丁鵬)을 흠뻑 취하게 만들었다. 이윽고 정붕(丁鵬)의 동작이 멈추었다. 정붕(丁鵬)의 이마에 맺힌 땀을 소향(小香)은 자기의 손으로 닦아주며 입을 열었다.

“공자님은 정말 남자 중의 남자이옵니다. 저는 하마터면 정신을 잃는 줄 알았사와요. 첫경험이라 그런지 너무 아팠고요.”

“소향(小香), 너 역시 너만의 향기와 독특한 맛을 지니고 있구나. 앞으로 자주 운우의 정을 나누도록 하자꾸나.”

“황공하옵니다. 공자님. 이제는 그만 집으로 돌아가심이 어떠하오리까?”

“신검산장(山莊)에는 가지 말자 그 말이냐?”

소향(小香)은 고개를 끄덕였다.

“공자께서는 그곳에 갈 이유가 없는 듯하옵니다.”

정붕(丁鵬)은 빙그레 웃었다.

“소향(小香), 너는 총명한 여자라고는 할 수 없구나. 청청(青青)이 너를 내 곁에 두는 것은 네가 몸으로 나를 모시도록 하려는 뜻도 있지만, 나에게 강호의 험악함을 깨우쳐주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려는 뜻도 있는데…”

소향(小香)은 그 말을 가로챘다.

“저의 책임이 실로 중대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공자께서 신검산장(神劍山莊)으로 다시 가는 것을 바라지 않는 거예요.”

정붕(丁鵬)은 웃었다.

“신검산장(山莊)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느냐?”

소향(小香)은 지체 없이 대답했다.

“가장 우둔한 사람이라 해도 알아볼 수 있을 거예요. 신검산장(山莊)은 사악함으로 가득 차 있고 그 사소옥(謝小玉)은 문제가 있어요. 나는 그녀가 사(謝)대협의 딸이라는 사실이 의심스러워요.”

정붕(丁鵬)은 잘라 말했다.

“그녀에게는 문제가 없다.”

소향(小香)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그만두었다.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정붕(丁鵬)은 그녀가 말이 없자 다시 입을 열었다.

“그녀의 행동은 사실 사(謝)씨 집안의 사람같지 않지. 하지만 그녀가 사효봉(謝曉峰)의 딸이라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소향(小香)은 넌지시 그 말을 받았다.

“사(謝)대협의 딸이라고 해서 반드시 좋은 사람이라고는 볼 수 없어요.”

정붕(丁鵬)은 웃었다.

“사효봉(謝曉峰) 역시 성인(聖人)이라고 할 수 없지. 그의 딸은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없고.”

소향(小香)은 입을 삐쭉했다.

“그러나 공자께서는 그녀에게 문제가 없다고 하셨지 않아요?”

정붕(丁鵬)은 시인했다.

“그녀는 물론 문제가 없지. 왜냐하면 그녀는 사효봉(謝曉峰)의 딸이기 때문이지. 만약 그녀에게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사효봉(謝曉峰)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고, 적어도 우리가 가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지.”

소향(小香)은 그를 쳐다보았다.

“그렇다면 사(謝)대협이 해결해야 하는가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소향(小香)은 그 말이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어째서 빨리 해결하지 않죠?”

정붕(丁鵬)은 빙그레 웃었다.

“사소옥(謝小玉)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느냐?”

소향(小香)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에요. 그녀는 옥무하(玉無瑕)이며 연운(連雲)14살(十四煞)의 우두머리예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문제는 이미 해결 되었다. 연운(連雲)14살(十四煞)은 모조리 죽었으며 옥무하(玉無瑕)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소향(小香)은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신검산장(神劍山莊)에 문제가 있어요.”

정붕(丁鵬)은 웃었다.

“반 나절 동안 말을 했지만 그 1마디 말만이 옳다고 할 수 있겠군.”

소향(小香)은 2눈을 커다랗게 떴다.

“공자께서도 신검산장(神劍山莊)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보셨나요?”

정붕(丁鵬)은 웃었다.

“나는 우둔한 사람이 아니다.”

소향(小香)도 방긋 웃었다.

“저는 공자께서 사소옥(謝小玉)에게 홀린 줄 알았어요.”

정붕(丁鵬)은 미소를 띠었다.

“내 과거를 너는 알고 있느냐?”

소향(小香)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알고 있어요.”

정붕(丁鵬)은 갑자기 얼굴 표정이 엄숙해졌다.

“나는 1여인에게 속은 적이 있었다.”

소향(小香)은 그 말을 얼른 받았다.

“그것은 사실에 있어서 공자를 탓할 수 없는 거예요. 유약송(柳若松)의 안배가 너무 치밀했기 때문이고 공자께서 이 세상 인심을 몰라서…”

정붕(丁鵬)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열었다.

“이유는 필요 없다. 나는 결국 그에게 당한 것이다. 1번 기만을 당한 것도 창피한 일인데, 2번 속임수에 넘어간다면 나는 바보가 되는 것이다. 나는 바보가 되기 싫구나.”

소향(小香)은 넌지시 물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신검산장(神劍山莊)으로 또 다시 가려고 하시는 거지요?”

정붕(丁鵬)은 미소를 지었다.

“사소옥(謝小玉)이 신검산장(神劍山莊)을 무척 으리으리하게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소향(小香)은 그 말에 찬동했다.

“그건 그래요. 신검산장(神劍山莊)은 일찍이 찾아볼 수 없는 대단한 기세로 가득차 있어요.”

정붕(丁鵬)은 덤덤한 어조로 말했다.

“신검산장(山莊)에서 가장 이름이 알려진 사람은 사효봉(謝曉峰)이지만 사효봉(謝曉峰)이 주인 노릇을 할 때는 장원이 그렇게 으리으리한 적이 없었지.”

소향(小香)은 맞장구를 쳤다.

“그것은 그가 요란한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정붕(丁鵬)은 말했다.

“그는 돈이 많은 사람도 아니었지.”

소향(小香)은 칭찬하듯 말했다.

“물론 아니었지요.”

정붕(丁鵬)은 말했다.

“따라서 신검산장(神劍山莊)에 지금 있는 돈은 결코 사(謝)씨 집안 자체의 수입이 아니지.”

소향(小香)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한 것은 강호에서 그 누구도 그 일에 대해서 의문을 품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에요. 모두들 사(謝)대협을 너무나 존경하고 있고 신검산장(神劍山莊)을 성지로 보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그와 같은 모양이야말로 참된 신검산장(神劍山莊)이라고 생각하는 거지요. 만약 그들이 예전에 신검산장(神劍山莊)에 와 보았다면 오히려 그러한 사실들을 이상하게 여겼을 거예요.”

정붕(丁鵬)은 웃으면서 물었다.

“네가 그토록 소문에 밝으니 혹시 신검산장(神劍山莊)이 어디에서 돈이 나서 그토록 호화스럽게 변했는지 아느냐?”

소향(小香)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몰라요. 하지만 사(謝)소저가 신검산장(神劍山莊)으로 온 후에 신검산장(神劍山莊)은 옛날과 달리 으리으리해졌어요. 하지만 사(謝)소저도 돈을 가지고 온 것은 아니에요.”

정붕(丁鵬)은 다시 물었다.

“그럼 신검산장(神劍山莊)의 돈은 어디에서 나온 것이냐?”

소향(小香)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문제는 묻는 사람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아마 해답할 사람도 없을 거예요.”

정붕(丁鵬)은 소향(小香)을 바라보았다.

“내가 사소옥(謝小玉)을 찾아가서 묻는다면 그녀가 대답을 해줄 수 있을까?”

소향(小香)은 웃었다.

“십중팔구 대답해줄 거예요. 하지만 그녀의 대답이 참되다고는 할 수 없을 거예요.”

정붕(丁鵬)은 다시 질문을 던졌다.

“참된 해답을 알고 싶다면?”

소향(小香)은 대답했다.

“스스로 찾아내는 수밖에 없겠지요.”

정붕(丁鵬)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디로 가서 찾아내야 할까?”

소향(小香)은 대답했다.

“물론 신검산장(神劍山莊)이지요.”

“너는 아직도 내가 신검산장(神劍山莊)에 가는 것을 반대하느냐?”

소향(小香)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쇤네는 이제 마음을 놓았어요.”

그녀는 고개를 내밀고 아고(阿古)를 향해 손짓을 했다. 마차는 다시 말머리를 돌려 신검산장(神劍山莊) 쪽을 향해 달려갔다. 소향(小香)의 얼굴에는 무척 달콤하고 화사한 웃음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마차는 다시 신검산장(神劍山莊) 앞에 있는 나루터에 이르러 나룻배를 기다리게 되었다.

나룻배는 한참 지나서야 건너왔는데 배에서 내린 사람은 사(謝)선생이었다. 그는 배에서 내린 후에 마차를 향해 읍을 했다.

“무척 죄송합니다. 정(丁)대협, 저의 장원에서는 대협이 다시 왕림하리라고 짐작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만 늦게 배를 대령하게 되었습니다.”

소향(小香)은 고개를 내밀고 웃으면서 말했다.

“상관없어요. 우리들이 너무 갑작스럽게 찾아왔을 뿐이지요. 사(謝)선생께서는 너무 깍듯하시군요.”

아고(阿古)는 마차를 배 위로 몰았다. 배는 나루터를 떠나 냇물의 한복판으로 나아갔다. 소향(小香)은 줄곧 마차 옆에 서 있었으며 마차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사(謝)선생은 다시 그녀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정(丁)대협께서 이번에 무슨 볼 일이 계시는지 모르겠군요?”

소향(小香)은 대답했다.

“사(謝)선생께서는 저에게 묻는 거예요, 아니면 저의 공자에게 묻는 거예요?”

사(謝)선생은 마차 안을 힐끔 바라보았다.

“양쪽 다 마찬가지가 아니겠소? 무슨 차이가 있겠소?”

소향(小香)은 그를 바라보았다.

“차이가 무척 크지요. 만약 나에게 묻는 것이라면 저는 즉시 선생에게 대답해드릴 수 있어요. 만약 선생이 저의 공자에게 묻는 것이라면 저는 대신 대답할 수 없어요. 공자께서는 주인과 하인의 구별을 무척 중시하는 편이에요.”

사(謝)선생은 그녀에게 핀잔을 받자 안색이 약간 변했다.

그러나 그는 장원 문 앞에서 정붕(丁鵬)에게 받은 창피를 떠올리고는 감히 화를 내지 못하고 슬쩍 받아 넘겼다.

“그렇다면 불초가 소저에게 묻는 걸로 합시다.”

소향(小香)은 웃었다.

“저는 몰라요.”

사(謝)선생은 울화가 치밀었다. 자기의 신분을 낮추고 하녀 소향(小香)에게 말을 걸었는데 여전히 대답을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소향(小香)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사(謝)선생, 화내지 마세요. 나는 정말 모르는 거예요. 저의 공자께서는 무슨 일을 하든지 1번도 우리 하인들과 상의한 적이 없어요.”

그녀는 사(謝)선생이 입을 열고 무슨 말을 하려는 눈치를 보이자 재빨리 입을 열었다.

“만약 사(謝)선생께서 저의 공자에게 여쭈어 보고자 한다면 저는 사(謝)선생에게 경고하고 싶군요. 저의 공자께서는 1번도 하인들과 말한 적이 없답니다.”

사(謝)선생의 안색은 더욱 일그러졌다.

“이 몸은 신검산장(神劍山莊)의 총관(總管)이지 하인이 아니오.”

소향(小香)은 웃었다.

“우리 집의 총관(總管)은 유약송(柳若松)이에요. 그는 예전에 무척 유명한 강호인이었지만 우리 집에서는 일개 하인에 불과하지요.”

사(謝)선생은 노해서 입을 열었다.

“이곳은 당신들 집이 아니고 신검산장(神劍山莊)이오. 그리고 신검산장(神劍山莊)의 총관(總管)은 댁의 총관(總管)과 비교할 수 없소. 이 사(謝)모의 강호에서의 지위 역시 유약송(柳若松)과 비교할 수 없소이다.”

소향(小香)은 방긋 웃었다.

“설마하니 신검산장(神劍山莊)의 총관(總管)은 조금 특별하다는 말씀인가요? 선생의 지위가 설마하니 사효봉(謝曉峰) 대협과 같단 말인가요?”

사(謝)선생은 약간 누그러졌다.

“그렇지는 않소.”

소향(小香)은 따지듯 물었다.

“그렇다면 사소옥(謝小玉) 소저와 신분이 같은가요?”

사(謝)선생은 얼굴이 약간 변했다.

“그렇지도 않소.”

소향(小香)은 냉소를 머금었다.

“우리 공자께서는 신검산장(神劍山莊)에 2사람의 주인이 있는데, 1분은 사(謝)대협이고 1분은 사소옥(謝小玉) 소저라고 했어요. 선생은 주인이 아니니 역시 1명의 하인이 불과한 것이 아니겠어요?”

사(謝)선생은 냉소하더니 입을 열었다.

“당신의 주인 정(丁)공자는 유약송(柳若松)의 집에서 나를 보고는 스스로 후배라고 칭한 바 있소.”

소향(小香)은 웃었다.

“사(謝)선생, 사(謝)선생께서 그 일을 들먹이는 것을 보니 우리 공자가 어째서 당신을 하인으로 보는지 그 이유를 알겠군요. 그 분은 당신이야말로 선배 자격이 없다고 했어요. 그 분은 성심성의로 당신을 선배님으로 모셨으나 당신이 공평하게 판가름해주지를 못했고, 당신은 그저 세력에 아부했을 뿐만 아니라 손을 합쳐서 그 분을 억눌렀으며…”

사(謝)선생은 그 말을 가로막았다.

“그것은 나를 탓할 수 없는 것이오. 유약송(柳若松)의 속임수가 너무나 고명했기 때문이오. 그 사람이 자기의 마누라를 내세워 그런 짓을 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소?”

소향(小香)은 웃었다.

“당신의 주인 사(謝)대협께서는 한평생 얼마나 많은 위험한 일을 당했는지 몰라요. 그러나 1번도 남에게 속아 넘어간 적이 없어요. 선생은 신검산장(神劍山莊)의 총관(總管)이에요. 자연히 귀가 밝고 눈이 맑아야 할 터인데도 유약송(柳若松)의 여편네가 어떠한 사람인지 몰랐고 유약송(柳若松)이 어떠한 사람인지 모르고 있었으니…”

사(謝)선생은 그 말을 가로막았다.

“신검산장(山莊)에 할일이 너무나 많은데 그 누가 정신을 써서 그들의 그와 같은 야비한 짓을 조사한단 말이오?”

소향(小香)은 웃었다.

“선생의 말씀도 옳아요. 선생은 그런 사람들과 상대하기 싫어하시는데 어째서 달려가 그 일에 뛰어들어 공증인이 되었던가요?”

사(謝)선생은 말문이 막혀 눈알을 굴릴 뿐 한참 동안 대답을 하지 못했다. 소향(小香)은 빙그레 웃었다.

“사(謝)선생, 그날 사(謝)대협이 그곳에 있었더라면 결코 유약송(柳若松)의 술수에 넘어가진 않았을 거예요.”

사(謝)선생은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글쎄요.”

소향(小香)은 그 말을 받았다.

“사(謝)대협 역시 훨씬 총명한 분은 아니에요. 그러나 당신과 비교하면 뛰어난 사람이지요. 뛰어난 사람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과 깊이 사귀지 않고, 이해하지 못하는 일에 끼어들지 않아요. 이것이 그가 어째서 대협이 되었고 당신은 총관(總管)으로 남아 있는지, 그는 장주(莊主)인데 당신은 어째서 비천한 종이 되었는지를 설명해주고 있지요.”

이 때 배가 맞은편 언덕에 도달했다. 사(謝)선생은 성질을 누르고 사공들이 건널판을 놓는 것을 살펴보았다. 아고(阿古)는 마차를 몰아 대문 쪽으로 다가갔다. 소향(小香)은 마차 위에 오르기 시작했다. 사(謝)선생은 말했다.

“잠깐!”

소향(小香)은 그 말을 듣고 다시 땅 위로 내려오며 사(謝)선생에게 물었다.

“총관(總管), 무슨 볼일이 계시는가요?”

사(謝)선생은 냉소를 띠었다.

“소저가 조금 전에 불초를 한바탕 훈계한데 대해 불초는 아직도 사의를 표하지 못했구려.”

소향(小香)은 웃었다.

“너무 겸손할 것 없어요. 마음에 두지도 마세요. 우리 모두 하인이니 서로 조금씩 도와주어야 할 것이 아니겠어요?”

사(謝)선생은 냉소했다.

“소저의 말솜씨가 무척 뛰어나시군. 그와 같은 말은 아가씨가 정(丁)대협을 대신해서 말을 한 것이오, 아니면 자기 자신의 뜻이오?”

소향(小香)은 웃었다.

“선생은 정말 건망증이 심하시군요. 우리 공자께서는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언제나 직접 하시지 결코 우리 하인들이 대신 전달하도록 하시지 않는답니다. 물론 내 스스로 말한 것이지요.”

사(謝)선생은 냉소했다.

“좋소. 좋아. 아가씨가 어린 나이에 그와 같이 그럴싸한 이치들을 따진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오. 1번쯤 손을 봐주지 않을 수 없겠어.”

소향(小香)은 웃었다.

“호호호, 과찬의 말씀이에요. 당신이라는 사람은 정말 속이 좁군요. 당신이 불만을 느끼고 있다면 얼마든지 손을 쓰세요.”

사(謝)선생은 입을 열었다.

“그럼 실례하겠소.”

사(謝)선생은 갑자기 휙, 하니 1장(一掌)을 휘둘러 소향(小香)의 어깻죽지를 내리치려고 했다. 그는 이미 손을 쓰고 있었으나 마차 안의 정붕(丁鵬)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눈동자는 줄곧 마차의 휘장에서 떼어지지 않고 있었으며 손에도 잔뜩 기운을 돋구지 못했다. 손바닥의 가장자리가 어느덧 소향(小香)의 어깻죽지에 도달하게 되었으나 마차의 휘장 안쪽에서는 아무런 동정이 보이지 않았다.

사(謝)선생은 정붕(丁鵬)이 아무리 빠르다 해도 이제는 저지할 겨를이 없을 것이라 헤아리고 그제서야 장경(掌勁)을 왈칵 쏟아내었다. 그의 손바닥이 어느덧 반 치의 차이로 소향(小香)의 어깻죽지를 후려치게 되었을 때, 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어른거리더니 그의 손바닥을 움켜잡고 그 자신을 번쩍 들어올리는 것이 아닌가? 손바닥은 새빨갛게 달구어진 쇠망치에 부딪친듯 즉시 부어올랐고 그의 몸뚱이가 땅 위에 내려서게 되었을 때 그는 오장육부가 끊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껴야 했다.

그 검은 그림자는 아고(阿古)의 채찍이었다. 그의 채찍은 털끝만한 오차도 없이 가장 필요할 때 뻗쳐나가 그의 한쪽 손바닥을 끌어당겼던 것인데, 사(謝)선생은 몸뚱이마저 쳐들리게 된 것이었다. 주위는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장원 대문 앞에서 일을 하던 장정들과 배 위에서 뭍으로 올라가 밧줄을 정리하고 있던 사공들, 그리고 구경하러 다가왔던 사람들은 모두 조용해졌다.

사(謝)선생은 신검산장(神劍山莊)의 주인이 아니었다. 주인은 사효봉(謝曉峰)과 그의 딸 사소옥(謝小玉)이었다. 그러나 사(謝)선생은 상당히 권위있는 사람이었다. 이 산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하나같이 사(謝)선생을 무척 공손하게 받들어 모시고 있었다. 물론 사(謝)선생이 손을 쓰는 것을 본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무공이 화경(化境)에 도달했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었다.


40. 소리(小李)비도(飛刀)의 출현

사(謝)선생은 아고(阿古)에게 손짓했다.

“내려오시지.”

아고(阿古)는 무척 말을 잘 들었다. 즉시 뛰어내려 그의 앞에 섰는데 마치 하나의 천신(天神) 같았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셈이었다. 사(謝)선생은 물론 그의 체격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옛날 그는 아고(阿古)와 겨루어서 우세를 차지한 적도 있었다.

“조금 전에 당신이 나에게 채찍질을 가했나?”

아고(阿古)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고(阿古)는 혓바닥이 없어서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아고(阿古)는 자기 나름대로 의사를 전달하는 방법이 있었다. 그는 소향(小香)에게 손짓했다. 마치 개가 기는 듯한 모양이었다. 사(謝)선생은 껄껄 웃으며 아고(阿古)를 비웃었다. 그러나 소향(小香)의 말은 그의 웃음을 하마터면 울음으로 바뀔 뻔했다. 소향(小香)은 말했다.

“그는 당신을 때리지 않고 1마리의 개를 때렸다고 하네요. 다 큰 남자가 맨손의 여자에게 암습을 가하는 것은 오직 개만이 할 수 있는 것이래요.”

사(謝)선생은 최대의 노력을 기울여 자기 자신에게 냉정해야 한다고 타일렀다. 사(謝)선생은 마차 안을 살펴보았으나 안에서는 여전히 동정이 없었다. 그는 결심하고 아고(阿古)를 향해 입을 열었다.

“당신이 나에게 채찍질을 1것을 보면 당신의 재간이 꽤 훌륭한가 보군? 당신을 상대로 검을 뽑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구려. 그 채찍이 당신의 무기인가?”

아고(阿古)는 채찍을 슬쩍 던졌다.

채찍의 자루가 마차 위의 채찍 구멍에 꽂히는데 겨냥이 정확하고 빈틈이 없었다. 아고(阿古)가 채찍을 던진 것은 맨손으로 결투하겠다는 뜻을 표시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술수에 넘어가지 않았다.

“원래 당신은 채찍을 쓰는 사람이었군. 그것도 좋지. 당신 마음대로 어떤 무기를 사용해도 좋소. 필요한 무기가 무엇인지 말만 하면 다 가져다 드리겠소. 물론 나 역시 내 맘대로 무기를 선택하겠소.”

그러나 총명한 사(謝)선생은 이번에는 가장 총명하지 못한 일을 했다. 그는 지금의 신검산장(神劍山莊) 안에서 어떠한 무기라도 골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안에 있는 비밀창고에는 많은 무기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옛날 백효생(百曉生)은 <병기보(兵器譜)>를 만들어 천하에 이름난 무기들을 나열한 바 있었는데, 무기의 서열을 배열한 것은 사람이었다. <병기보(兵器譜)>의 1번째 서열은 천궤(天机)노인의 천궤봉(天机棒)이었다.

2번째는 상관금홍(上官金紅)의 용봉환(龍鳳環)이었다. 그리고 3번째는 소리탐화(小李探花) 이심환(李尋歡)의 비도(飛刀)… 그가 나열한 무기 서열은 모두 공평하다는 평을 들었다. 비록 천궤(天机)노인과 상관금홍(上官金虹)이 모두 소리(小李)비도(飛刀) 아래에 죽었지만 말이다. 이심환(李尋歡)이라는 사람은 선불(仙佛)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었다. 일단 칼이 손에서 떠나게 되면 사람을 살려두는 법이 없지만 가슴 속에 1번도 살기를 품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의 칼은 천궤봉(天机棒)이나 용봉환(龍鳳環)에 미칠 바가 못 되지만 그 2사람은 그의 칼 아래 죽은 것이었다. 이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었다. 많은 일들은 전설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사(謝)선생은 그와 같은 이야기를 전설로만 여기지 않았다. 그는 사소옥(謝小玉)과 공통된 취미를 지니고 있었는데 그 취미는 바로 바로 전설적인 이름난 무기를 수집하는 것이었다. 특별히 집착한 것은 <병기보(兵器譜)>에 실려 있는 이상야릇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병기들이었다.

사효봉(謝曉峰)은 젊었을 때 병기를 수집하는 취미에 홀딱 빠진 적이 있었으며 수확이 꽤 많았다. 사(謝)선생이 그 뒤를 이은 것인데 불어나기만 하고 줄어들지 않는 수집은 사소옥(謝小玉)이 들어온 후에 큰 성취를 이루었다. 그녀는 천궤봉(天机棒), 풍우쌍류성(風雨雙流星), 철극(鐵戟), 철수(鐵手)를 가져왔다. 여봉선(呂奉先)은 곽숭양(郭嵩陽)의 철검(鐵劍) 뒤에 자기 이름이 나열된 것에 화를 내며 명성을 떨치던 철극(鐵戟)을 버리고 한쪽 손을 연마했다.

그는 이 살과 뼈로 만들어진 손을 금석보다 더욱 딱딱하게 연마하는데 성공한 것이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백효생(百曉生)은 이미 죽어버렸기 때문에 그의 그 손에게 서열을 매길 수 없었다. 그러나 의문의 여지가 없는 것은 그의 철극(鐵戟)에 비해 낮지 않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이 1손으로 4번째로 이름이 나열된 곽숭양(郭嵩陽)을 이겼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신검산장(神劍山莊)에서는 <병기보(兵器譜)>에 실려 있는 병기들의 대부분을 수집한 셈이었다.

천궤봉(天机棒)과 용봉환(龍鳳環)마저 수집하였으니 얼마나 대단한가? 유일하게 유감스러운 것은 소리(小李)의 비도(飛刀)와 곽숭양(郭嵩陽)의 철검(鐵劍)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소리탐화(小李探花)는 강호에서 자취를 감추었다가 신룡(神龍)처럼 나타나 많은 경천동지의 큰일을 해내곤 했지만 그가 나중에 어떻게 되었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의 칼 역시 그의 종적처럼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이야기만을 남겼을 뿐 남아 있지 않았다.

곽숭양(郭嵩陽)의 철검(鐵劍)은 줄곧 곽(郭)씨 집안에 보존되어 있었다. 그 누구도 감히 그들에게 시비를 걸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들의 선조는 소리탐화(小李探花)와 생사를 같이하는 친구였고 이심환(李尋歡)를 위해서 목숨까지 바쳤기 때문이었다. 이심환(李尋歡)은 그에 대해서 미안한 감을 느끼고 그의 후손을 특별히 돌보았고 책임을 져 왔었다. 이심환(李尋歡)이 사라진 후에 그의 제자 엽개(葉開)는 곽(郭)씨 집안을 도와주었다.

곽숭양(郭嵩陽)의 철검(鐵劍)은 곽(郭)씨 집안의 후손들에게 성스러운 물건으로 취급되어 사당에 모셔졌다. 이 1자루의 검은 이심환(李尋歡)이 곽숭양(郭嵩陽)의 유체와 함께 가져온 것이었다. 소리탐화(小李探花)는 한때 그곳에 초막을 짓고 무덤을 3달 동안이나 지켰었다. 신검산장(神劍山莊)은 감히 그 검을 수집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사효봉(謝曉峰)이 그 일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謝)선생의 말이 떨어졌으나 아고(阿古)는 입을 열지 않았고 소향(小香)이 그를 대신해서 입을 열었다.

“아고(阿古) 아저씨는 무슨 물건이든지 다 사용해요. 그러나 과거 이심환(李尋歡) 대협의 소리(小李)비도(飛刀)를 1번 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지요.”

이것은 일부러 골탕을 먹이겠다는 수작이었다. 사(謝)선생은 태연히 그 말을 받았다.

“그것은 본장(本莊)에서 내놓을 수 없소. 비단 본장(本莊)에서 내놓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통틀어 그 물건은 내놓을 사람은 없다고 확신하오.”

소향(小香)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허리춤을 만지더니 놀랍게도 1자루의 조그마한 칼을 꺼내 높이 쳐들어 보였다. 그리고 매우 재빠르게 갈무리하고 입을 열었다.

“소리(小李)비도(飛刀)의 수법은 이미 끊어졌지만 소리(小李)비도(飛刀)는 여전히 이 세상에 남아 있어요. 그것 역시 크게 대단한 물건은 아니에요.”

사(謝)선생은 눈을 빛내더니 급히 물었다.

“소저의 손에 들린 것이 소리탐화(小李探花)가 사용하던 비도(飛刀)인가?”

소향(小香)은 대답했다.

“가짜라면 바꾸어 드리지요.”

사(謝)선생은 소향(小香)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건 정말로 믿기 어렵군.”

소향(小香)은 덤덤히 말했다.

“소리(小李)비도(飛刀)는 싸움이 끝난 후에 태반이 거두어지지만 어떤 경우에는 거두기가 거북할 때도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 세상에는 여러 자루가 돌아다니지만 그 비도(飛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무척 귀하게 여기고 사람들에게 구경을 시켜주지 않지요.”

사(謝)선생은 무척 놀라서 질문을 던졌다.

“소저, 당신의 그 칼은 어디에서 난 것인가? 틀림없이 조상들이 전해준 것이겠지? 소리탐화(小李探花)는 이미 돌아가신지 오래 되니 결코 그 물건을 당신에게 직접 주었을 리는 없을 테니까. 아가씨, 소리탐화(小李探花)는 한평생 광명정대하게 행동해 왔지. 당신의 그 칼을 다른 사람에게서 훔쳐온 것이 아니라면 어디서 난 것인지 말하는 것을 어려워할 필요는 없네.”

소향(小香)은 대답했다.

“나는 결코 훔쳐온 것이 아니에요. 이것은 소리탐화(小李探花)가 몸소 우리 조부님에게 선물한 거예요. 그는 그의 비도(飛刀)의 재간을 우리 조부님에게 전수했어요.”

모든 사람들은 그 말에 흠칫했다. 사(謝)선생은 궁금하다는듯 물었다.

“그렇다면 당신도 비도(飛刀)를 날릴 줄 알겠군?”

소향(小香)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몰라요. 소리탐화(小李探花)는 그의 비도(飛刀) 절기를 우리 조부님에게 전수했는데 그 사실을 우리 증조부께서 아시고 크게 화를 내면서 즉시 우리 조부님의 2손의 힘줄을 끊어 조부님께서 한평생 그 재간을 발휘할 수 없도록 만들었어요.”

모든 사람들이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사(謝)선생은 물었다.

“그건 무엇 때문인가? 설마하니 당신네 집안과 소리탐화(小李探花) 사이에 무슨 알력이라도 있단 말인가?”

소향(小香)은 말했다.

“내 성은 용(龍)씨이며, 내 본명은 용천향(龍天香)이라고 해요.”

사(謝)선생은 급히 물었다.

“당신의 증조부는 혹시 틀림없이 용소운(龍嘯雲)이 아닌가?”

소향(小香)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아! 우리의 증조부님은 이심환(李尋歡)과 한평생 맞섰어요. 그러나 그분 자신도 한평생 괴로워했지요. 우리 증조부님은 이심환(李尋歡)에 의해 무공이 사라졌기 때문에 이심환(李尋歡)을 뼈에 사무치도록 증오했지요.”

사(謝)선생은 말했다.

“모두들 용소운(龍嘯雲)이 이심환(李尋歡)과 갈등이 많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있었지.”

소향(小香)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래요. 소리탐화(小李探花)가 우리 조부님에게 비도(飛刀)를 가르치게 되었을 적에, 그는 자기가 잘못했다고 말했어요. 우리 증조 할머니를 우리 증조 할아버지에게 양보한 것은 그의 큰 잘못이며 그 일로 인해서 그들 3사람이 한평생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연루되었다고 했어요…”

소향(小香)의 어조는 갑자기 격해졌다.

“더군다나 우리 집은 나중에 그 피해를 입었지요. 다른 사람들은 우리 집안이 용소운(龍嘯雲)의 후손들이라는 것을 알고 우리를 우습게 여겼지요. 그래서 이심환(李尋歡)은 그의 비도(飛刀) 절기를 모조리 우리 조부님에게 전수하여 우리 조부님을 뛰어난 고수로 만들려고 했으나 우리 증조부님이 그 사실을 알고 저지했으니…”

사(謝)선생은 얼른 그 말을 받았다.

“당신의 증조부도 너무 지나쳤지. 그는 소리탐화(小李探花)와 무슨 철천지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그럴 필요가 어디 있었는가?”

소향(小香)은 말했다.

“우리 조부님의 2손을 못쓰게 만든 사람은 우리 증조 할머님이에요.”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謝)선생이 음성을 높였다.

“당신의 증조 할머니는 한때 무림 제일 미녀라 불리웠던 임시음(林詩音)?”

소향(小香)은 자랑스럽다는듯 말했다.

“그래요. 아직까지 강호에 남들이 잊지 못하는 그런 여인이 나타났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요.”

사(謝)선생은 그 일을 가지고 언쟁을 벌이고 싶지 않아 슬쩍 물었다.

“그녀는 이심환(李尋歡)이 뼈에 사무치도록 그리워하는 애인인데 어째서 이심환(李尋歡)을 그토록 미워했단 말인가?”

소향(小香)은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녀는 이심환(李尋歡)을 증오한 것이 아니에요. 그녀는 다만 그녀의 입장을 표시한 거예요. 그녀는 용소운(龍嘯雲)의 처이며 용소운(龍小雲)의 어머님이기 때문이에요. 온 세상 사람들이 우리 증조부님을 우습게 여겼지만 그녀만큼은 자기의 남편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으며 용(龍)씨 집안들의 자손들을 소리탐화(小李探花)가 돌보아주는 것이 필요 없다고 본 거예요.”

사(謝)선생은 물었다.

“이심환(李尋歡)이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소향(小香)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알고 있었지요. 왜냐하면 소리탐화(小李探花) 역시 그곳에 있었으니까 말이에요. 그는 우리 조부님을 위해서 사정을 하려고 했지만 우리 증조 할머님의 말을 듣고 떠나가고 말았지요. 소문에 의하면 그때부터 그는 강호에서 모습을 감추었다고 하더군요.”

사(謝)선생은 나직히 한숨을 내쉬었다.

“아! 이상한 사람들이지만 모두 다정다감한 사람들이군.”

소향(小香)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사(謝)선생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사(謝)선생이 눈을 빛내며 자기의 소맷자락을 주시하는 것을 보고 방그레 웃더니 갑자기 불쑥 입을 열었다.

“당신은 이 칼을 손에 넣고 싶나요?”

사(謝)선생은 겸연쩍게 웃었다.

“우리 장원에서는 여러 종류의 이름난 병기를 수집하는 것을 좋아하니 당연히…”

소향(小香)은 빙그레 웃었다.

“내가 만약 이 칼을 당신들에게 양보한다면 당신은 결코 거절하지 않겠군요?”

사(謝)선생은 재빨리 그 말을 받았다.

“물론일세. 소저가 만약 할애(割愛)한다면 어떠한 조건도 본장(本莊)에서는 받아들일 수 있지.”

그는 노련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흥분하자 그만 유치하게 변했다. 말을 다한 후에야 상대방이 쉽게 물건을 내놓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리(小李)의 비도(飛刀)는 수집하기가 가장 어려웠다. 왜냐하면 모두들 이심환(李尋歡)을 신명(神明)처럼 받들기 때문에 소리탐화(小李探花)의 물건을 얻으면 신주처럼 모시며 남에게 양보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소향(小香)은 다시 소맷자락 안에서 칼을 꺼냈다.

“이 칼은 다른 사람의 수중에 들어가면 보물처럼 모셔지겠지만, 우리 용(龍)씨 집안의 후손들에게는 대수로울 것도 없어요. 나는 당신에게 그냥 줄 수 있어요.”

이 순간 사(謝)선생은 자기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웠다. 그는 믿기 어렵다는 듯이 물었다.

“정말 나에게 선물을 하겠단 말인가?”

소향(小香)은 웃었다.

“그래요. 나는 이것을 아고(阿古) 아저씨에게 주겠어요. 그리고 아고(阿古) 아저씨가 던지도록 하지요. 당신이 받아내기만 한다면 이 1자루의 칼은 바로 당신의 것이 되는 거예요.”

사(謝)선생의 안색이 변했다.

- 소리(小李)비도(飛刀)는 1번도 빗나간 적이 없다.

이 1마디는 100년 동안 유행되어 왔으며 그 어느 누구도 그 진실성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 1자루 천하무쌍의 예리한 무기를 사(謝)선생은 정말 받아낼 용기가 없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 스스로 먼저 검을 뽑아 상대방에게 도전한 것이 아닌가? 애석하게도 그는 신검산장(神劍山莊)의 총관(總管)이었고 지금은 신검산장(神劍山莊)의 많은 그의 아랫 사람들이 바로 그의 앞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이었다. 사(謝)선생은 죽도록 두려움을 느낀다 해도 거절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소향(小香)은 이미 칼을 아고(阿古)에게 넘겨주었다. 아고(阿古)가 커다란 손바닥으로 1번 쥐자 칼은 자루째 모조리 그의 손바닥 안으로 사라져서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아고(阿古)는 손에 골무와 같이 손가락을 모조리 덮어씌우는 지투(指套)를 끼고 있었고 그 지투(指套) 끝에는 뾰족한 가시가 달려 있었다. 사(謝)선생은 손에 든 장검을 1번 휘두르며 거침없이 앞으로 찔러내었다. 조금도 기교를 부리지 않는 검초(劍招)였다. 그러나 이 1검(一劍)에는 땅을 움직이고 산을 흔드는 기세가 실려 있었다. 주위에서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 1초(一招)에 깜짝 놀랐다.

그들은 멀리 서 있었지만 밀려오는 검기에 살갗에 소름이 돋았고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직접 몸으로 당하고 있는 아고(阿古)는 다른 사람들보다 그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주먹으로 검날을 내질렀다. 그의 초식(招式)이 펼쳐지자 사(謝)선생은 안색이 변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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