圆月弯刀 9

3학년2반 | 2022.02.10 07:24:41 댓글: 1 조회: 476 추천: 0
분류무협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47815
48. 간악한 유약송(柳若松)

춘화(春花)는 방그레 웃었다.

“나으리, 농담이 심하시군요. 우리들이 본교(本教)에 투신해서 무슨 일을 하든지 어르신께서 정해주신 것이 아니었나요?”

노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나 나는 나중에 너희들에게 말하지 않았느냐? 사악함을 버리고 올바름을 취하라고 말이다.”

추월(秋月)은 웃었다.

“그래요. 그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지요. 하지만 어르신께서는 우리들에게 어떤 것이 올바른 길인지 알려주지 않았어요.”

춘화(春花)가 옆에서 말했다.

“어르신께서는 우리들에게 어떻게 하면 올바른 길로 들어설 수 있는지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노인은 성이 났다.

“무슨 소리냐? 나는 본교(本教)의 옛날의 모든 것은 사악한 것이니 너희들이 과거의 모든 것을 버리고 자기 자신을 단정히 하라고 명령하지 않았느냐?”

추월(秋月)은 웃었다.

“나으리, 우리들은 10년이란 세월에 걸쳐서 본교(本教)의 여러 가지 마공(魔功)을 익혀 왔는데, 어르신께서는 겨우 1마디 말로 우리들을 바꾸어 놓으려고 했으니 그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요?”

노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그게 무척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결코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마교(魔教)의 사악한 영향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단지 하나밖에 없다.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에 제약을 가하고 장악하는 것이다. 모든 면에서 자기에게 의지해야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있어서 도와줄 수 없다. 본교(本教)에는 스스로 노력해서 옳게 변한 사람들이 많다.”

춘화(春花)는 방그레 웃었다.

“저도 알고 있어요. 그 사람들은 줄곧 나으리의 곁에서 시중을 들었으며 나으리에게 충성을 다했지요.”

노인은 말했다.

“맞았다. 이로써 마교(魔教)가 반드시 사악한 것이 아님이 증명된 셈이었다. 우리들은 자기 자신을 아끼고 깨끗이 해서 세상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추월(秋月)은 웃었다.

“어쩌면 그럴 가능성이 있는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우리 자매 2사람에겐 그런 기회가 없답니다.”

노인은 어리둥절해졌다.

“그런 기회가 없다니? 너희들의 기회는 더욱 많다. 나는 너희들을 청청(青青)의 곁에 두고 청청(青青)으로 하여금 너희들을 독촉해서…”

추월(秋月)은 웃으며 그 말을 가로챘다.

“소저는 본교(本教)의 유일한 성녀(聖女)가 아니겠어요.”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그 애는 본교(本教)의 사악함을 접촉하지 않았다. 너희들을 그 애를 따르게 된다면 훌륭해질 기회가 더욱 많아지는 것이 아니겠느냐?”

춘화(春花)는 빙그레 웃었다.

“소저 자신은 성녀(聖女)이지만 우리들에게 어떻게 해야 성녀가 될 수 있는지 알려주지 않았어요. 그녀는 우리들에게 사악한 일들을 시키기만 했지요. 예를 든다면 우리들보고 이 유(柳)나으리를 시중들도록 한 것이지요.”

노인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 애가 너희들보고 이 쥐새끼 같은 작자를 시중들라고 명령했더란 말이냐?”

춘화(春花)는 말했다.

“그건 그렇지 않아요. 그녀는 그저 우리보고 유(柳)나으리를 감시하라고 했어요. 하지만 나으리께서도 알다시피 이 유(柳)나으리는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사람이에요.”

추월(秋月)은 웃었다.

“그렇고 말고요. 그는 본교(本教)의 제자가 아니지만 본교(本教)에서 가장 사악한 사람보다도 더욱 사악한 편이지요. 우리들로 하여금 이와 같은 사람을 상대하도록 1것은, 2마리의 배고픈 고양이에게 1마리의 생선을 지키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어찌 비린 것을 훔치지 않고 견디겠어요.”

노인은 침통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 그만두자. 노부는 너희 2사람에 대해서 더 할 말이 없구나.”

추월(秋月)은 여전히 웃었다.

“나으리께서 가르치실 일이 있다면 저희들은 기꺼이 듣겠어요. 왜냐하면 후에 나으리의 교훈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지요.”

노인은 그녀들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입을 열었다.

“금사(金獅)가 너희를 이곳에 보낸 목적이 무엇이냐?”

2여자는 주저하며 대답하지 못했다. 노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 물어볼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들이 공개적으로 나를 배반한 후에 그는 줄곧 나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

추월(秋月)은 그 말을 받았다.

“나으리의 말씀이 옳아요. 어르신께서 살아 있다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가시방석을 깔고 앉은 꼴이지요.”

노인은 앙천대소했다.

“하하하, 그에게 너희처럼 내응(內應)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아마도 쉽게 나의 행방을 찾았으리라. 그런데 그들은 어째서 이곳에 나타나 나를 죽이려고 하지 않았느냐?”

추월(秋月)은 웃었다.

“그들은 감히 그러지 못하지요. 어르신의 벽력과 같이 쪼개내는 1칼을 검신 사효봉(謝曉峰) 외에 그 누가 감당할 수 있겠어요? 더군다나 사(謝)대협은 그때 그 1전(一戰)을 치룬 후에는 강호의 일에 상관하지 않는답니다. 그들은 어르신과 맞서서 대항할 수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없으니 자연히 감히 어르신을 찾아와 번거롭게 할 수 없었던 거지요.”

춘화(春花)는 웃으면서 그 말을 이었다.

“더군다나 어르신 이외에 어르신에게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들은 대단히 어르신에 대해서 우려했지만 감히 찾아와 어르신을 대할 수 없었던 거지요.”

노인은 웃었다.

“그렇다면 오늘은 어떻게 감히 올 수 있었느냐?”

춘화(春花)는 미소를 지었다.

“오늘도 그는 오지 않았어요. 그는 천미(天美) 공주 쪽으로 갔어요. 작은 주인을 모시고 함께 간 것이지요.”

노인은 약간 어리둥절해졌다.

“작은 주인이라니? 작은 주인은 또 누구냐?”

춘화(春花)는 대답을 했다.

“바로 천미(天美) 공주의 딸이지요.”

노인은 더욱 눈을 둥그렇게 떴다.

“천미(天美)에게 딸이 있다는 것이냐? 그녀가 시집가서 딸을 낳았다는 것이냐?”

이번에는 추월(秋月)이 말했다.

“천미(天美) 공주는 시집을 간 것은 아니에요. 그러나 정말 딸을 낳았어요. 그녀는 모든 것을 그 딸에게 넘겼어요.”

노인은 코웃음쳤다.

“흥, 그거야 쉽지 않겠느냐? 그녀가 자기의 신분을 돌보지 않고 남자와 상관하여 사생아를 낳았다니, 그 남자는 틀림없이 훌륭하겠군.”

추월(秋月)은 냉큼 그 말을 받았다.

“그래요. 그 사람은 바로 사효봉(謝曉峰) 사(謝)대협이랍니다.”

노인은 2눈이 휘둥그레졌다.

“뭐라고? 사효봉(謝曉峰)이?”

추월(秋月)은 대답을 했다.

“맞았어요. 사효봉(謝曉峰) 외에 그 누가 천미(天美) 공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겠어요?”

노인의 얼굴은 분노의 빛으로 가득찼다. 어조도 매서워졌다.

“사효봉(謝曉峰)이 그때 나를 찾아온 것도 무리는 아니었군. 하하하… 사효봉(謝曉峰)아, 사효봉(謝曉峰)아, 너는 헛되이 협명(俠名)을 지니고 있을 뿐 시비를 분간할 줄 모르는 호색한에 불과하구나.”

추월(秋月)은 고개를 저었다.

“나으리, 어르신께서는 천미(天美) 공주의 능력을 아셔야 합니다. 그녀가 미술(媚術)을 펼치게 되었을 때, 그 어느 남자도 도망치지 못한답니다.”

노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 맞았다. 그녀가 정색을 하고 얌전을 떨 때는 그 누구도 그녀의 사악함이 없는 모습에 감탄하게 되지. 노부가 과거에 그녀를 가볍게 믿지 않았더라면 어찌 본교(本教)를 이토록 풍지박산으로 만들었겠느냐?”

추월(秋月)은 방그레 웃었다.

“하지만 나으리께서 그녀의 매력에서 벗어나신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노인은 쓴 웃음을 지었다. 춘화(春花)는 여전히 웃으며 말을 이었다.

“사(謝)대협도 나중에는 그녀가 자기를 이용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았지요. 그래서 화를 내고 그녀의 곁을 떠났습니다. 세상에는 오직 당신네 2분만이 주동적으로 그녀의 곁을 떠난 것이지요.”

노인은 그제서야 약간 위로를 받은 듯이 약간 고개를 끄덕였다.

“사효봉(謝曉峰)도 나중에는 그녀의 곁을 떠났구나. 세상에 미색에 움직이지 않는 남자가 있는 것을 증명한 셈이니 괜찮구나.

사효봉(謝曉峰)이 검신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구나.”

조금 전에 그는 사효봉(謝曉峰)에 대해서 비야낭거리는 말을 사정을 두지 않고 해대었는데 지금은 다시 사효봉(謝曉峰)을 칭찬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추월(秋月)은 노인을 바라보았다.

“천미(天美) 공주는 2번 실패를 겪게 되자 다시 없는 치욕이라 여기고 스스로의 용모를 망가뜨리고 산골짜기에 자기 자신을 가두고 오로지 무공만 익혀 왔지요. 그녀는 참된 무공으로 2분을 이기고 천하를 정복하겠다고 결심한 거지요.”

노인은 껄껄 웃었다.

“하하하, 그 웅심이 가상하구나. 하지만 그녀가 어떤 자질인지는 내가 똑똑히 잘 알고 있다. 무공에서 나와 사효봉(謝曉峰)을 이기는 것은 아마 살아 생전에는 절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추월(秋月)은 아무렇지 않게 그 말을 받았다.

“그건 잘 모르겠어요. 천미(天美) 공주는 심산유곡에서 살게 된 후에 바깥 세상과는 인연을 끊었으니까요. 오직 지금은 2분의 장로(長老)가 간혹 가다가 찾아뵙곤 했지요. 그들은 여전히 그녀에 대해서 충성심이 강하답니다.”

노인은 그녀들을 빤히 바라보았다.

“천미(天美)가 나름대로의 수완이 있는 것은 내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군. 그녀는 금사(金獅)와 은룡(銀龍)을 내 곁에서 끌어갔는데 나는 좀처럼 믿을 수 없었지. 나는 가장 나를 배반하기 쉬운 사람이 철연(鐵燕) 부부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들 부부는 가장 분수를 지키지 않았었지. 그리고 그 다음은 동타(銅駝)라고 보았다. 왜냐하면 그는 가장 건방지고 고집이 세어서…”

춘화(春花)는 웃었다.

“소문을 들으니까 천미(天美) 공주는 동타(銅駝) 장로(長老)에게 무척 많은 정성을 기울였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동타(銅駝) 장로(長老)는 나으리를 너무나 존경했기 때문에 나으리를 배반하지 않더랍니다. 그래서 천미(天美) 공주는 그를 종놈의 씨라고 욕했다나요.”

노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동타(銅駝)의 충성심은 나를 무척 감동시키는군. 그러나 그는 너무나 고지식해서 천미(天美)가 몰래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을 내가 상심할까봐 알려주지 않았지. 내가 진작 천미(天美)가 나를 도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결과가 어찌 이 모양이 되었겠느냐?”

춘화(春花)는 웃었다.

“천미(天美) 공주는 모든 희망을 사소옥(謝小玉)에게 걸고 있어요.”

노인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사소옥(謝小玉)은 사효봉(謝曉峰)의 딸이라며?”

춘화(春花)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謝)대협과 천미(天美) 공주의 일은 강호에서 알고 있는 사람이 아주 적답니다. 그러나 그는 자기 딸임을 부인하지는 않았지요. 그래서 사소옥(謝小玉)은 천미(天美) 공주의 밑천을 이어 받았을 뿐 아니라 거기다가 신검산장(神劍山莊)의 명성과 덕망을 등에 업고 있어, 1차례 멋진 일을 해볼 수 있을 겁니다.”

노인은 약간 호기심을 느낀 듯했다.

“그 여자 아이는 어떠냐?”

여전히 춘화(春花)가 대답했다.

“무척 훌륭한 편이지요. 그녀는 사효봉(謝曉峰)의 총명함을 지니고 있고 천미(天美) 공주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갖추고 있지요. 그리하여 신검산장(神劍山莊)에서 적지 않은 공자들의 넋을 빼앗았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림을 정복하는 것은 그렇게 큰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보아요.”

노인은 웃었다.

“그 애가 아무리 천하를 정복한다 해도 정붕(丁鵬)은 정복하지 못할 것이다.”

춘화(春花)는 웃으면서 맞장구를 쳤다.

“그것은 그래요. 사소옥(謝小玉)은 정(丁)공자의 손에서 몇 번이나 불이익을 당했고 하마터면 신검산장(神劍山莊)이 박살이 날 뻔했지요. 그래서 금사(金獅) 장로(長老)가 그녀를 모시고 천미(天美) 공주에게 구원을 청하러 간 거예요.”

노인은 웃었다.

“하하하, 천미(天美)가 다시 나타난다 해도 정붕(丁鵬)을 어떻게 할 수 있을 줄 아느냐?”

춘화(春花)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쇤네가 잘 모르는 일이지요. 하지만 소문에 들으니까 천미(天美) 공주는 몇 년 동안 마교(魔教)의 비급을 연구하여 퍽이나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더군요.”

노인은 코웃음을 쳤다.

“흥! 그 재간들은 모두 나에게서 사취해 간 것이다. 어찌 노부가 똑똑히 모르겠느냐? 그녀의 하찮은 재간으로 하늘에 통하는 절예를 연마해낼 수 있을 줄 아느냐? 기껏해야 노부와 비슷하겠지. 정붕(丁鵬)의 경지를 쫓아가려면 그녀가 탈태환골을 하지 않는 한 있을 수 없을 거다.”

춘화(春花)는 갑자기 무척 흥미로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나으리 정(丁)공자의 조예가 어르신의 수10년 간 쌓은 실력을 능가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데요.”

노인은 웃었다.

“정붕(丁鵬)의 무공 조예는 천성적으로 얻은 것이다.”

춘화(春花)는 슬쩍 노인을 바라보았다.

“정(丁)공자는 예전에 기예가 평범하였어요. 그의 천부적인 재질에 어떤 점이 뛰어난지 알아볼 수 없더구만요.”

노인은 웃었다.

“그는 검을 배우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그는 검초(劍招)에 있어서는 조그만 성취밖에 얻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나의 도법을 배우는데 있어서는 가장 적합한 인재였다. 거기다가 그는 어떤 기연을 얻어서 금상첨화가 되었다. 천성은 그로 하여금 그의 성취가 그 누구도 바라볼 수 없는 높은 경지에 도달하도록 만든 것이다.”

갑자기 유약송(柳若松)이 싸늘히 코웃음을 쳤다.

“흥!”

이 녀석의 간이 어째서 이토록 커지게 되었을까? 지금 이곳이 어디인데 감히 코웃음을 치는 것일까? 그가 믿는 것은 무엇일까? 노인은 그가 코웃음치는 것을 보자 유약송(柳若松)을 노려보았다.

“이 놈, 어디서 감히 코웃음을 치느냐? 지금 이곳이 어디인지 아느냐? 네 놈이 나설 자격이 있느냐?”

유약송(柳若松)은 빙그레 웃었다.

“선배님께서는 이 후배를 우습게 여길지 모르지만 이 후배는 선배님이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못난 놈은 아니오.”

노인은 여전히 냉랭했다.

“금사(金獅)가 너희들보고 노부를 죽이라고 시키더냐?”

춘화(春花)가 웃으면서 그 말을 받았다.

“쇤네들이 어떻게 감히 나으리께 그와 같은 행동을 할 수 있겠어요? 더군다나 쇤네들은 이번에 금사(金獅) 장로(長老)의 명을 받고 온 것이 아니에요.”

노인은 물었다.

“아니라고?”

춘화(春花)는 수월하게 대답했다.

“아니에요.”

노인은 그 말을 받았다.

“금사(金獅)는 분명히 천미(天美) 쪽으로 달려갔다. 노부의 정보는 절대 틀림이 없을 것이다.”

춘화(春花)는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맞았어요. 금사(金獅) 장로(長老)만 천미(天美) 공주 쪽으로 간 것이 아니고 노부인과 동타(銅駝) 장로(長老)도 많은 고수들을 이끌고 그 쪽으로 총공격을 하러 갔지요. 이번에 서로 만나게 된다면 틀림없이 한바탕 격렬하고도 화끈하게 충돌할 것이고, 패한 사람은 전부 몰살당하겠지만 이긴 사람도 별로 좋은 꼴은 보지 못할 거예요.”

노인은 놀라서 물었다.

“너희들이 어떻게 알았느냐?”

춘화(春花)는 빙그레 웃었다.

“쇤네가 어떻게 그토록 커다란 재간이 있겠어요? 이 모든 것은 유(柳)나으리께서 알아낸 것이죠. 그는 다른 장점은 없어도 수소문을 하는 재간은 정말 엄청난 것이지요.”

유약송(柳若松)은 빙그레 웃었다.

“골짜기의 정예가 모조리 떠나갔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감히 경솔하게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오. 마교(魔教)는 이미 몰락했지만 선배님 곁의 그 힘센 사람들을 상대로 그 누구도 가볍게 시험하려고 하지 않았지요.”

노인은 냉랭히 물었다.

“너희들이 찾아온 의도는 무엇이냐?”

유약송(柳若松)은 대답했다.

“1째는 선배님의 풍채를 1번 우러러 보기 위해서지요.”

노인은 꾸짖었다.

“달콤한 말만 씨부리는구나. 노부가 가장 싫어하는 놈들이 바로 입에 발린 소리나 늘어놓고 아첨을 일삼는 것들이다.”

유약송(柳若松)은 여전히 태연했다.

“2째는 선배님과 조그만 일을 상의해볼까 해서 왔지요.”

노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 사이에는 상의할 여지가 없다.”

유약송(柳若松)은 뻔뻔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선배님은 잘라 말씀하지 마십시오. 말은 상의라고 했지만 실상은 이 후배의 요구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노인은 빤히 그를 바라보았다.

“네가 감히 노부에게 요구를 한단 말이냐?”

유약송(柳若松)은 고개를 끄덕였다.

“후배가 요구하는 것은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지요. 기실은 선배님을 도와드리려고 하는 거죠.”

노인은 되물었다.

“노부가 네 놈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말이냐”

유약송(柳若松)은 웃었다.

“설사 도움이 안 된다고 해도 선배님에게는 이득이 됩니다. 후배는 선배님에게 신도(神刀)의 비결을 전수해주십사 하고 청을 들이러 왔나이다.”

노인은 정말 놀라고 말았다.

“뭐라고? 이… 이 놈, 뭐라고 했느냐?”

비열하고 몰염치한 쥐새끼같은 작자가 감히 찾아와서 신도(神刀)의 비결을 가르쳐 달라니… 유약송(柳若松)은 조용히 대답했다.

“저는 마도(魔刀)의 비결을 배우고자 하는 바입니다.”

노인은 되물었다.

“이… 이 놈아, 무엇이 마도(魔刀)의 비법인지 알고나 있느냐?”

유약송(柳若松)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지요. 그것은 마교(魔教)에서 가장 고강한 무학으로, 마도(魔刀)가 1번 휘둘러지면 앞에 있는 자는 반드시 죽게 되지요. 검신(劍神) 사(謝)대협을 제외하고 세상에는 그 1칼의 위력을 감당해낼 사람이 없는 형편이지요.”

노인은 껄껄 웃었다.

“하하하, 그 1칼이 정붕(丁鵬)의 손에서 펼쳐지면 사효봉(謝曉峰)이라고 해도 감당하지 못할걸.”

유약송(柳若松)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점에 있어서 사(謝)대협 자신도 인정한 바 있지요. 그래서 정(丁)공자는 신검산장(神劍山莊)으로 가서 검신(劍神)에게 도전을 했답니다. 2사람은 비록 시합을 하는 데는 실패했으나 사(謝)대협은 그 자신이 그 1칼을 받아낼 수 있다는 말을 하지 않았지요.”

노인은 유약송(柳若松)을 바라보았다.

“네 놈이 그 1칼의 위력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감히 노부에게 신도(神刀)의 비결을 알려달라고 하는 것이냐?”

유약송(柳若松)은 조금도 굽힐 줄 몰랐다.

“이 후배의 안목은 언제나 높았지요. 만약 그 1칼이 세상을 통틀어 천하무적이 아니었다면 이 후배는 구차하게 이런 부탁을 드리지도 않았을 것이오.”

노인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유약송(柳若松), 너의 머리는 이상이 없느냐?”

유약송(柳若松)은 웃었다.

“그건 이 2분 소저에게 물어보십시오. 이 후배는 어떤 점에 있어서는 힘이 마음을 따르지 않는 점이 있을지 모르지만 머리만큼은 잘 돌아가며 조금도 문제가 없답니다.”

노인은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너는 어째서 나에게 와서 마도(魔刀)의 비결을 부탁할 생각을 하게 되었느냐?”

유약송(柳若松)은 가슴을 펴며 대답했다.

“왜냐하면 선배님은 유일하게 마도(魔刀)의 비결을 아는 사람입니다. 비록 몇 사람이 그 1식(一式)의 도법을 배워 익히긴 했지만 그들은 그저 어떻게 사용하는가를 알고 있을 뿐이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그 1식(一式)을 연성할 수 있는지 가르쳐줄 수 없기 때문이지요.”

노인은 빈정거리는 투로 말했다.

“너는 정말 아는 것이 적지 않구나.”

유약송(柳若松)은 여전히 뻔뻔스럽게 나왔다.

“이 후배는 줄곧 그 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요. 당금 무림의 동정이나 대세에 관해서는 이 후배보다 더 똑똑히 아는 사람은 다시 찾아보기 힘들 거외다.”

추월(秋月)은 웃으면서 옆에서 거들었다.

“그 점에 대해서 그는 결코 흰소리만 하는 것이 아니에요. 나으리, 5대(五大) 문파(門派)를 포함해서 각 가문이나 각자의 동정, 혹은 허실에 관해서 그 어느 누구도 이 분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니까요.”

유약송(柳若松)은 웃었다.

“이 후배는 명망이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지만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적지 않게 천하 각처에 흩어져 있지요. 그들은 이 후배에 대해서 무척 열심이며 이 후배가 알고자 하는 소식이 어떠한 것이든 아까워 않고 알려준답니다.”

노인은 천천히 물었다.

“우리 문중에도 너의 사람이 있느냐?”

유약송(柳若松)은 서슴지 않고 대답했다.

“그렇지 않다면 이 후배가 아주 적절한 시기에 이곳에 나타날 수 있었겠소?”

노인은 한숨을 쉬었다.

“나는 네가 예전에 야심이 굉장했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유약송(柳若松)은 목에 힘을 주었다.

“이 후배는 그 웅심을 포기한 적이 없습니다.”

노인은 물었다.

“너는 아직도 옛날처럼 웅풍(雄風)을 다시 떨칠 날이 오기를 바라는 것이냐?”

유약송(柳若松)은 빙그레 웃었다.

“저는 한때 정(丁)공자와 청청(青青) 소저의 손에 패해서 크게 망신을 당했던 것을 부인하지 않소. 그러나 그 일은 나에게 대해서 좋은 점만 있었소.”

“뭐?”

“내가 실패한 후에, 조금이라도 명성이 있고 뼈대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나를 쳐다보는 것조차 수치스럽게 여겼소. 그렇기 때문에 다시는 나를 주의하는 사람이 없게 되었지요. 그리고 예전에 내가 지니고 있던 만송산장(萬松山莊)은 너무나 이름이 알려졌고 유명했었지요.”

노인은 혀를 찼다.

“그와 같은 자극과 타격을 네가 견디어 내었다니 제법 가상하구나.”

유약송(柳若松)은 여유를 보였다.

“매우 비범한 일을 성사시킬 수 있는 사람은 반드시 매우 비범한 참을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요.”

노인은 갑자기 등줄기에 1마리의 뱀이 기어가고 있는 듯한 역겨움을 느꼈다. 유약송(柳若松)은 나직히 한숨을 쉬더니 말을 이었다.

“일단 패배를 당하자 나는 만송산장(萬松山莊)마저도 보존할 수 없었지요. 그러나…”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잃지 않았더란 말이냐?”

유약송(柳若松)은 씩 웃었다.

“1몫의 노력을 기울이면 1몫의 수확을 얻는다고 했소. 제가 만송산장(萬松山莊)을 건설하기 위해 온갖 심혈을 다 바쳤는데 어찌 그토록 쉽게 잃을 수 있겠소.”

노인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너는 정말 총명한 사람이구나.”

유약송(柳若松)은 빙그레 웃었다.

“총명하다는 말은 감당할 수 없지만, 솔직히 말해서 바보 멍청이는 아니지요. 하지만 정붕(丁鵬)이 나에게 보복할 때는 돼지처럼 우둔하게 당하고 말았지요. 솔직히 이 유약송(柳若松)이 어떻게 해서 그와 같은 속임수에 넘어갔는지 알 수 없을 지경이었지요.”

노인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랬겠지.”

유약송(柳若松)은 다시 말을 이었다.

“만송산장(萬松山莊)이 유명했을 때, 많은 유명한 사람들이 찾아와 교분을 트려고 했었는데, 나는 그것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요.”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너는 그 기회에 너의 실력을 감추었구나?”

유약송(柳若松)은 환히 웃었다.

“저의 실력은 1번도 밖으로 드러난 적이 없었지요. 저는 언제나 무척 조심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정붕(丁鵬)이 선배님의 손녀딸을 아내로 맞아들였고 선배님의 마도(魔刀)를 익혔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내 자신이 절대로 그의 적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헤아리게 된 것이지요. 그리하여 싸워서 이길 수 없을 때는 결점을 시인하는 수밖에 없다고 여긴 거지요.”

노인은 비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네가 정붕(丁鵬)의 제자가 된 것은 너무나 창피한 짓이었다.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남겨진 네 인상이 어떠했다고 생각하느냐?”

유약송(柳若松)은 조금도 부끄러운 빛이 없었다.

“청송검객(青松劍客)의 이름은 원래 1자루 검에 힘입어 세워진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일어설 수 있다면 여전히 그들로 하여금 다시 나를 존경하게 할 수 있는 거지요.”

노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너를 존경하게 되지는 않을 게다.”

유약송(柳若松)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떤 사람들은 1번도 나를 안중에 둔 적이 없지요. 나는 그들이 나를 높이 평가하기를 바라지 않소.”

노인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너는 그런 짓을 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느냐?”

유약송(柳若松)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는 몰랐지요.”

노인은 다시 물었다.

“만약 정붕(丁鵬)이 1칼로 너를 2쪽을 내었다면?”

유약송(柳若松)은 여유있는 태도를 보였다.

“그거야 반드시 치뤄야 할 모험이지요. 싸워서 이길 수 없으니 도박을 하는 수밖에 없었지요.”

노인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너의 운수는 정말 괜찮은 편이군.”

유약송(柳若松)은 웃었다.

“그렇지요. 그는 저를 제자로 거두었지요. 저는 마음속으로 만송산장(萬松山莊)를 포기하였으나 만송산장(萬松山莊)을 보존하게 되었으니 이것이야말로 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지요.”

노인은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너는 만송산장(萬松山莊)이 여전히 너의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49. 마교(魔教) 교주(敎主)의 죽음

유약송(柳若松)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요. 나는 원래 만송산장(萬松山莊)의 장주(莊主)였지요. 나중에는 총관(總管)이 되었지만, 다만 호칭을 바꾸었을 뿐입니다. 사람이나 집, 그리고 화원은 모두 변동이 없었소.”

“총관(總管)과 장주(莊主)는 결코 같지 않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속에서 제가 여전히 그들의 장주(莊主)였지요.”

노인은 끝내 한숨을 내쉬었다.

“아, 유약송(柳若松), 너는 본래 그런 사람이었구나.”

유약송(柳若松)은 어깨를 으쓱했다.

“세상에는 나와 같은 사람이 나타난 적이 없었고, 이후에도 아마 많지 않을 거외다.”

노인은 입을 열었다.

“너는 나의 도법을 원하느냐?”

유약송(柳若松)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렇소. 아무쪼록 선배님께서는 하사해주시기를 바라오.”

노인은 정색을 했다.

“네가 아무리 노력해도 결코 정붕(丁鵬)을 능가하기 못할 것이다.”

유약송(柳若松)은 싱긋이 웃었다.

“그건 나도 알고 있소. 그렇지 않았다면 제가 이곳에 와서 부탁을 드리지 않았을 것이오. 제가 정붕(丁鵬)을 이길 수 있다면 선배님께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저에게 전수하지 않을 것이 아니겠소?”

노인은 넌지시 물었다.

“내가 도법을 너에게 전수한다면 나에게 무슨 이득이 있지?”

유약송(柳若松)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있지요. 제가 선배님의 원수를 갚아 드리지요.”

노인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의 원수를 갚아주겠다고?”

유약송(柳若松)은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선배님의 부인은 동타(銅駝) 장로(長老)와 문중의 정예를 데리고 천미(天美) 공주를 공격하러 갔지만, 난 그들이 살아서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소.”

노인의 안색이 변했다. 유약송(柳若松)은 노인의 표정을 읽어보지도 않고 말을 이어갔다.

“어쩌면 1, 2사람 도망쳐 올지도 모르지만, 마교(魔教) 1파(一派)는 그로 인해서 대가 끊기게 될 것이고…”

노인은 불쑥 물었다.

“너는 어떻게 해서 그들이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유약송(柳若松)은 웃었다.

“내가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금사(金獅) 등도 알고 있지요. 그들은 일부러 행적을 누설하여 선배님의 사람들이 낚시에 걸리도록…”

노인은 그 말을 가로챘다.

“나의 사람들을 소멸한다는 것은 결코 수월한 노릇은 아닐걸.”

유약송(柳若松)은 여전히 자신이 만만했다.

“선배님, 각대 문파(門派)에서는 선배님을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있소. 이와 같은 기회는 선배님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그들이 어찌 포기하겠소?”

노인의 안색이 그제서야 약간 변했다. 그러나 곧이어 태연자약하게 웃었다.

“그렇다면 죽이라고 하지. 노부는 원래 그들 모두를 죽게 만들 참이었어.”

유약송(柳若松)은 빙그레 웃었다.

“저는 선배님이 정붕(丁鵬)을 인재로 만드느라고 적지 않은 심혈을 기울인 것을 알고 있소. 그러나 선배님이 암암리에 그를 받쳐주지 않는다면 정(丁)공자는 외롭게 된다는 점을 고려해 보셔야 할 겁니다.”

노인은 큰 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혼자의 힘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다.”

유약송(柳若松)은 말했다.

“정(丁)공자는 결코 사람을 무차별하게 죽이는 것을 좋아할 사람이 아닙니다. 그에게 그토록 많은 적이 있다는 것은 별로 좋은 일이 아니지요.”

노인은 코웃음을 칠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유약송(柳若松)은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저는 그 사람들을 무척 싫어합니다. 저는 선배님을 위해서 화풀이를 해드리고 그 사람들을 제거할 수 있지요. 다만 저의 힘이 너무나 부족한 것이 탈이지요.”

노인은 작정한 것 같았다.

“아무래도 마도(魔刀)를 자네에게 전수해주어야 하겠군.”

유약송(柳若松)은 웃었다.

“이 후배는 결코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선배님께서는 안심하셔도 됩니다. 제가 이미 여러 사람들 앞에서 정(丁)공자를 스승으로 모셨습니다. 저는 결코 사부를 시해한 반역도가 되어 천하의 냉소를 받지는 않겠소.”

노인은 생각해 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유약송(柳若松), 만약 어제 신도(神刀)의 비결을 전수해달라고 말했다면 노부는 웃느라고 이빨이 다 빠졌겠지만, 오늘 노부는 놀랍게도 황당무계하기 이를 데 없는 일을 하게 되는구나.”

그는 몸을 돌려 방 안으로 들어가더니 재빨리 걸어 나왔다.

그는 1권의 조그만 책자를 꺼내 유약송(柳若松)에게 넘겨주었다.

“가져가라. 성취를 이루는 것은 너에게 달렸다. 네가 이와 같은 도법을 연마하는 것뿐이지 우리 마교(魔教)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감사합니다.”

유약송(柳若松)은 책자를 받아 들고 1번 바라보더니 기뻐하며 허리를 굽혀 사의를 표했다. 그러나 그 순간, 그의 검이 신속하게 소맷자락에서 뻗쳐나가 노인의 목줄기를 끊어 놓았다. 노인은 피하지 않고 그 검을 받으며 웃었다.

“조… 좋다. 유… 유약송(柳若松), 만… 만약에 이 1검(一劍)이 없었더라면 유약송(柳若松)은 유약송(柳若松)이 아… 아니었을 것이다.”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는 투였다.


동타(銅駝)는 온몸에 피를 흘리며 큰 칼을 들고 미친 듯이 산골짜기에서 달려 나오고 있었다. 그의 구리로 된 갑옷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는데 대부분은 적의 피였다. 그러나 일부분은 그 자신의 것이었다. 각(各)대(大)문파(門派)의 포위를 뚫고 달려 나오는 것은 본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동타(銅駝)는 해낸 것이었다. 1가닥의 힘이 그를 격발시키고 있어서 마치 천신처럼 용맹하게 겹겹이 에워싼 포위망을 뚫고 달려 나올 수 있었다. 물론 그는 갑옷으로 적의 검을 받아내며 칼로 적을 2쪽으로 쪼개곤 했다. 그의 몸에 걸쳐져 있는 구리 갑옷은 칼과 검을 막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적은 모두 고수들이었다. 그들이 사용하는 무기들은 모두 100번 달군 정강(精剛)으로 만든 예리한 무기였다.

그 무기들은 구리 갑옷을 꿰뚫을 수 있었고 그의 몸뚱이를 파고들었다. 그 순간 동타(銅駝)는 적을 머리 위에서 항문까지 2조각으로 쪼개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포위를 뚫고 달려 나오게 되었을 때 상대방에서는 더 이상 뒤쫓아 오지 못했다. 동타(銅駝)의 몸뚱이는 다른 사람보다 머리 2개가 더 있었고 그 폭도 다른 사람들보다 더 넓었다. 아무리 강한 고수라 해도 그를 막으면 여지없이 쓰러져 갔다. 그의 칼은 무적이었다.

그의 칼이 쪼개내는 위력은 더욱 무적이었다. 더군다나 그 노부인이 옆에 있었으니… 이 사람들은 모두 이 노부인을 본 적이 없었고 그녀가 누구인지도 몰랐다. 그녀는 손에 칼을 쥐고 있지 않았다. 다만 1자루의 용두괴(龍頭拐)를 쥐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 1자루의 무쇠로 된 용두괴(龍頭拐)는 그녀의 손에서 휘둘러지자 칼과 다를 바 없었다. 마도(魔刀)는 사람을 위에서부터 2쪽으로 쪼개고, 이 마장(魔杖)은 사람을 허리께로부터 싹둑 잘라 내었다.

그것도 칼로 자른 것처럼 가지런하게 잘랐으며 막아섰던 사람 가운데 허리가 잘리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2사람은 포위망 밖으로 달려 나간 후에 몸을 돌려 산골짜기를 1번 돌아보았다. 이 산골짜기는 그들이 원래 은거했던 곳에서 그렇게 멀지 않았다. 겨우 30여 리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매복에 걸렸다. 여러 문파(門派)의 고수들과 옛날 마교(魔教)에서 떠나 간 반역도들은 놀랍게도 그들의 행정(行程)을 정확하게 계산하고 벌써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무수하게 쏟아지는 화살과 뢰석(擂石)은 반이나 되는 사람들을 죽였다. 그리고는 1차례 미친 듯한 도살이 행해진 것이었다. 끝내 그들이 데려간 제자들은 모조리 쓰러졌다. 그러나 포위 공격하던 적들은 몇 배나 많이 쓰러졌다. 적들의 수는 그들보다도 7배가 많았다. 겨우 노부인과 동타(銅駝) 2사람만 탈출할 수 있었다. 노부인은 골짜기가 시뻘건 선혈로 물든 것을 보고 처연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동타(銅駝), 자네의 상태는 어떤가?”

동타(銅駝)는 무릎을 꿇었다.

“속하(屬下)가 무능합니다. 속하(屬下)는 그곳에서 당장에 싸우다 죽지 못한 것이 한스럽습니다.”

노부인은 나직히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는 더욱 중요한 일을 위해서 살아남아야 하네. 아! 이번에 우리들은 정말 참패를 당했네. 지난번보다 더욱 참담하군. 가련하게도 그 제자들은 오랫 동안 충성을 바쳐서 우리들을 따라 왔건만 이제 모두 끝장이 나고 말았네.”

동타(銅駝)는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주모(主母), 우리가 골짜기에서 벗어나자마자 습격을 당한 것을 보면 상대방은 이미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노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았네. 상대방이 내세운 사람들을 보면 모두 자기 문중의 고수들이었네. 진용(陣容)의 굳건함은 20년 전의 그 1전(一戰)보다 더했었네. 그들은 작심하고 우리들을 소멸하려고 했던 것일세.”

동타(銅駝)는 이를 갈았다.

“상대방은 이미 우리들의 행적을 미리 알고 있었으니 우리 가운데 틀림없이 반도가 있어서 소식을 누설한 것으로 보입니다.”

노부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동타(銅駝), 그런 생각을 하지 말게. 오늘 1전(一戰)에서 우리가 데리고 간 사람들 중에 아직까지 살아 있는 사람은 없네.”

동타(銅駝)는 멈칫거렸다.

“그건… 속하(屬下)가 직접 보지를 못해서…”

노부인은 말했다.

“모든 사람들이 장렬히 전사했고 허리가 잘라지거나 배가 갈라져서 우리 눈 앞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었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들이 모두 충성심이 강한 제자라고 믿네…”

동타(銅駝)는 그 말을 받았다.

“그것은 상대방이 그들을 죽여서 입을 봉하려고 한 까닭이겠지요.”

노부인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들은 본교(本教)를 위해서 죽은 것일세.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충성심을 의심할 수는 없네.”

동타(銅駝)는 잠시 후에 입을 열었다.

“주모(主母)님, 우리들은 무슨 얼굴로 어떻게 돌아가서 주군을 뵈옵지요?”

노부인은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우리들은 돌아가지 않네.”

동타(銅駝)는 의아한 얼굴이 되었다.

“돌아가지 않다니요?”

노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네. 우리들은 이미 돌아갈 집이 없네. 적이 문 입구에 매복해서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면, 역시 우리들의 소굴을 찾아내었을 것이 아니겠는가?”

동타(銅駝)는 울상이 되었다.

“그렇다면 주공(主公)은요?”

노부인의 얼굴이 침울해졌다.

“만약에 주공(主公)께서 내공을 정붕(丁鵬)에게 주입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물론 무사할 수 있었겠지. 지금은 말하기 힘들어졌네.”

동타(銅駝)는 서둘렀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빨리 가서 살펴보아야 할 것이 아니겠소?”

노부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갈 수 없네. 만약 골짜기에서 일이 벌어졌다면 우리가 돌아간다 해도 때는 늦은 것이고, 다시 함정에 빠지게 된다면 벗어나기 어렵게 되네. 우리들이 각파 고수들의 공격을 받았으나 그들의 장문인(掌門人)과 몇 명의 장로(長老)들은 오지 않았네. 그렇지 않았다면 자네나 나는 빠져나오기가 더 어려웠을 것이네.”

동타(銅駝)는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그러니까 주모(主母)님의 뜻은 우리들이 주공(主公)을 상관할 수 없다는 것인가요?”

노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네. 우리에겐 우리들의 일이 있네.”

동타(銅駝)는 그 말을 받았다.

“만약 주공(主公)께서 해를 입었다면 우리들이 원수를 갚는 것 이외에 더 중요한 일이 있겠소?”

노부인은 못마땅한 듯이 말했다.

“동타(銅駝),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 자네는 아직도 주공(主公)의 위인과 심성을 이해하지 못하는가? 그가 어찌 사사로운 원한이나 조그만 원한을 따지는 사람이었던가?”

동타(銅駝)는 말문이 막혀 말을 하지 못했다. 노부인은 단호하게 다시 입을 열었다.

“가장 유감스러운 것은 바로 본교(本教)의 도통(道統)이 그의 손에서 끝나게 된 것일세…”

동타(銅駝)는 그 말을 얼른 받았다.

“그건 주공(主公)을 탓할 수 없소.”

노부인은 침중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나 주공(主公)께서는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네. 본교(本教)의 수100년이나 거친 도통(道統)을 이렇게 끝낼 수 없는 것일세. 반드시 계속되어야 하네. 이제 그 책임은 바로 자네와 나에게 떨어진 셈일세.”

동타(銅駝)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노부인은 다시 말을 이었다.

“주공(主公)께서는 우리가 이번에 출정할 때, 이미 가장 나쁜 경우를 생각해 두셨을 것이네. 우리가 대부분의 사람들을 보존하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돌아올 필요가 없다고 하셨네.”

동타(銅駝)는 물었다.

“그럼 어디로 가지요?”

노부인은 대답했다.

“다른 곳으로 가네. 그곳에는 2분의 본교(本教) 장로(長老)가 10여 명의 젊은 제자들을 거느리고 있다네.”

동타(銅駝)는 그 말을 받았다.

“속하(屬下)가 어째서 그 사실을 모르고…”

노부인은 찬찬히 입을 열었다.

“나 역시 어젯밤에서야 알았다네. 주공(主公)께서는 어젯밤 마지막 결정을 내린 후에 나에게 그 장소를 말씀해주셨네. 그 2분의 장로(長老)들은 배분이 무척 높아서 따지고 보면 주공(主公)의 사숙(師叔)이 되네.”

동타(銅駝)는 아쉽다는 듯 그 말을 받았다.

“그들에게는 겨우 10여 명의 사람밖에 없답니까?”

노부인은 힘주어 말했다.

“10여 명이면 충분하네. 사람이 많게 되면 몸을 숨기기가 어려워질 것이네. 10여 명이나 되는 젊은 사람들이 각자 1가지 방면의 절기를 갈고 닦는다면 본교(本教)가 훗날 다시 일어나는 싹이 될 것이네. 그러니 우리들은 반드시 그들을 돌보아주어야 한다네.”

동타(銅駝)는 의문을 제기했다.

“2분의 장로(長老)가 있다고 하지 않았소?”

노부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동타(銅駝), 그들은 주공(主公)의 사숙(師叔)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생각을 해보게. 그 분들의 연세가 얼마나 많은가? 언제든지 세상을 등질 수 있는 것일세. 그러나 우리의 일은 결코 멈추어서는 아니 되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은 반드시 가서 보살펴주어야 하는 것일세.”

동타(銅駝)는 생각을 해보았다.

“주모(主母)님, 속하(屬下)가 고집을 피우는 것을 용서하십시오. 속하(屬下)는 반드시 1번 돌아가 보아야 하겠습니다.”

노부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좋네. 나는 자네가 주공(主公)에 대한 충성심이 강해서 확실한 소식을 알기 전에는 안심하지 않을 줄을 알고 있었네. 그렇다면 자네는 돌아가 보게…”

그녀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입을 열었다.

“명심하게. 골짜기가 편안무사하다면 자네는 주공(主公)에게 내가 이미 떠났다고만 이야기하게. 물론 이것은 가장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것이지만, 가능성은 많지 않네.”

동타(銅駝)는 좀처럼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럴 리가 없소. 주공(主公)께서는 길상(吉相)이라…”

노부인은 침울히 그 말을 가로챘다.

“동타(銅駝), 주공(主公)은 나의 주인일 뿐 아니라 나의 남편일세. 설마하니 내가 자네보다 더 관심을 적게 가지겠나? 다만 우리들은 반드시 냉정해야 한다는 것일세. 주공(主公)께서는 우리들이 계속 책임을 다해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일세.”

동타(銅駝)는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렸다.

“주모(主母)님, 속하(屬下)는 주모(主母)님과 같은 수양을 쌓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속하(屬下)가 본교(本教)에 가입한 것은 바로 주공(主公)을 따르기 위해서입니다. 속하(屬下)의 한평생은 주공(主公)을 위해 존재했던 것입니다.”

노부인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알고 있네. 그래서 나는 자네에게 나를 따라가자고 명령하지 않은 것일세. 하지만 자네가 반드시 기억할 것은, 골짜기로 들어서게 되었을 때 어떤 일이 있다 해도 반드시 목숨은 남겨 두도록 하게.”

동타(銅駝)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속하(屬下)는 명심하겠습니다. 그런데 속하(屬下)가 어떻게 주모(主母)님을 찾지요.”

노부인은 천천히 대답했다.

“만약 자네가 주공(主公)을 만나게 된다면 그 분이 자연히 자네를 시켜 나를 찾을 것일세. 그리고 만약 그 분을 만나지 못하게 된다면 자네는 곧바로 소저를 찾아가게. 그리고 정붕(丁鵬)을 따르도록 하게. 내가 가야 할 곳은 자네에게 말할 수 없으며, 또한 자네를 그곳으로 오도록 할 수도 없다네.”

동타(銅駝)는 섭섭한 듯이 말했다.

“그렇다면 속하(屬下)는 다시는 주모(主母)님을 만나지 못하게 되겠군요.”

노부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닐세. 본교(本教)가 장래에 다시 웅풍을 떨치게 되는 날, 나는 자연히 돌아와 자네를 부르겠네. 그때 우리들은 다시는 사람들을 피할 필요가 없을 것일세.”

동타(銅駝)는 다시 큰절을 올렸다.

그리고 그가 다시 고개를 쳐들게 되었을 때, 노부인은 이미 몸을 돌려 떠나가고 있었다. 그녀의 뒷모습은 보기에 매우 수척하고 연약해 보였으나 발걸음은 매우 힘찼다. 동타(銅駝)는 마음속으로 다시 존경심이 솟아올랐다. 그것은 일종의 위대한 사람에 대한 경의였다. 상대방이 남자이든 여자이든 간에 말이다. 동타(銅駝)는 골짜기 쪽으로 걸어갔다. 갑자기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이 엄습해 왔다. 골짜기 양쪽에서 지키던 제자들 가운데 1사람도 살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무척 평온하게 죽어 있었다. 조금도 놀라거나 두려워했던 흔적은 없었다. 치명상은 바로 목줄기에 있었다. 1검(一劍)이 숨통을 꿰뚫은 것이었다. 이것은 치명적인 부위이긴 하지만 1검(一劍)을 얻어맞은 이상 적어도 고통스러운 모습은 보였어야 했다. 더군다나 골짜기에는 적지 않은 기관장치가 있었는데 미처 움직일 겨를이 없었던 것 같았다. 이것은 1가지 사실을 증명했다. 흉수들은 수가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때 골짜기의 제자들은 틀림없이 놀래서 기관을 발동시켜 저지했을 것이었다. 그리고 틀림없이 흉수는 골짜기의 기관장치에 익숙한 사람이리라. 적어도 자기편 사람에 속하기 때문에 골짜기의 기관장치가 설치된 상황을 알고 피해 나갔을 것이다. 흉수가 살그머니 들어온 것을 보면 무공 또한 틀림없이 높을 것 같았다. 그는 먼저 혈도를 제압하고 그런 후에 다시 목줄기를 찌른 것으로 보였다.

이미 저항할 힘이 없는 사람에게 이와 같은 독수를 쓴 것을 보면 그 사람은 틀림없이 무척 악랄한 사람이리라. 모든 사람들은 목줄기에 1검(一劍)을 찔렸는데 모두 다 정확하게 겨냥한 것이었다. 검이 찌른 상처의 크고 작음과 깊고 얕음은 똑같았다. 그 사람의 검법이 틀림없이 기이할 정도로 고명한 것 같았다. 이 제자들의 무공은 결코 높은 편이 못 되었고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 사실상 반드시 그들을 죽여야 할 필요는 없었다.

물론 흉수가 그들에게 얼굴 모습이 알려질 것을 두려워했다면 몰라도 말이다. 동타(銅駝)는 49번째의 시체를 검사해본 후에 이와 같은 결론을 얻은 것이었다. 그의 체구는 우람하고 건장했지만 머리만큼은 무척 잘 돌아가는 편이었다. 49라는 숫자는 골짜기에 남아 있던 제자들의 숫자였는데 깡그리 살해당한 것이었다. 그것도 1사람의 손에 의해서 죽음을 당한 것이었다. 동타(銅駝)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주모(主母)의 결단성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시 돌아와 보지 않은 것은 이미 소굴 또한 요행을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골짜기의 제자들은 모조리 죽고 없어졌으니 주공(主公)의 존망 역시 낙관할 수 없는 것이었다. 동타(銅駝)는 가슴속에 슬픔과 울분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는 맹세코 이 흉폭하고 악독한 흉수를 찾아내리라 결심했다. 5대(五大)문파(門派)의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들은 이미 공개적으로 마교(魔教)와 맞서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고 사람을 죽여서 입을 봉할 필요도 없었다. 또한 금사(金獅) 등도 아니었다. 그들은 이미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으니 거리낌이 있을 리 없었다. 이 사람은 아무래도 곁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서 찾아내야 했다. 하지만 물론 주변 인물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마교(魔教)의 사람들은 이미 살아남은 사람이 없었다.

상대방은 그렇기 때문에 신분을 숨길 필요가 없었다. 따라서 이 사람은 틀림없이 정붕(丁鵬)이나 청청(青青)의 곁에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일까? 동타(銅駝)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떠올렸다. 그를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이 있을 수 없었다.

(언젠가 너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겠다. 그리고 이 사람들의 원수를 갚아주겠다. 설사 이 늙은 목숨을 버리는 한이 있어도 마다하지 않겠고 아까워하지도 않겠다.)

그는 걸어 들어가는 한편으로 골짜기의 기관매복을 발동시켰다.

왜냐하면 골짜기 안은 그렇게 튼튼한 편은 못 되었고 그 적들도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제자들은 이미 마교(魔教)를 위해 그들의 목숨을 바쳤는데 다시 그들의 유체가 상해를 입도록 할 수는 없었다. 그는 오늘 이후에 그들과 5대(五大)문파(門派)의 원한은 더욱 깊어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5대(五大)문파(門派)의 사람들이 들어오게 된다면 아마도 시체마저 그냥 두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점차 깊숙이 들어갔다.

그의 마음도 더욱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는 주공(主公)의 시체를 보지 못했으나 땅바닥에 1무더기의 피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피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곳은 제자들이 들어오지 못하는 금지구역이었다. 틀림없는 주공(主公)의 피 같았다. 다른 사람의 것일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피는 앞쪽으로 이어졌고 줄곧 담벼락 앞까지 방울져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상처 입은 사람이 그곳까지 왔었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었다.

그런 후에 그 담벼락 뒷쪽으로 사라진 것이었다. 동타(銅駝)는 참을 수 없어 무릎을 꿇었다. 오직 그만이 이 담벼락 뒤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노인은 한때 그를 단독으로 이곳에 데려와서 하나의 단추 같은 것을 가리키며 말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동타(銅駝), 만약 어느 날 네가 나를 찾지 못하게 된다면 바로 이곳으로 와서 나를 찾도록 해라. 만약 내 시체가 여러 가지 원인으로 다른 곳에 있다면 너는 반드시 나를 이곳으로 옮겨오도록 해라.]

동타(銅駝)는 그 당시에 무엇 때문이냐고 묻지 않았다. 그는 이곳이 이미 무슨 곳인지를 알았다. 왜냐하면 매번 마교(魔教)의 총단을 옮길 때마다 주공(主公)은 언제나 그에게 하나의 상자를 짊어지도록 했다. 그것은 하나의 커다랗고 무거운 상자였다. 그리고 1곳에 이르게 되면 반드시 1칸의 밀실을 마련하고 꾸몄다. 그리고 그 상자를 소중하게 그 밀실에 숨겨 들여 놓는 것이었다. 상자 안에 들어있는 것이 무엇인지 오직 동타(銅駝)만이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한때 주공(主公)을 도와 밀실을 꾸민 적이 있었고 상자 안의 물건을 하나 하나 모셔 내다가 일정한 곳에 모셨기 때문이었다. 그 물건들은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볼 때는 1푼의 가치조차 없었다. 그것은 해골바가지에 불과했다. 모두 다 12개나 되었는데 하나 하나의 해골바가지 위에는 모두 다 이상한 문자가 쓰여 있었다. 그것은 천축문(天竺文)이었다. 이해하는 사람이 무척 적었으나 동타(銅駝)는 무척 적은 사람 가운데 하나였다.

그는 원래 천축(天竺) 사람이었다. 그는 그 문자들을 알고 있었다. 그 문자는 이름이었다. 이와 같이 정중하게 가지고 온 두개골에는 마교(魔教)의 역대 교주(敎主)의 이름이 쓰여져 있었다. 이 1칸의 밀실은 성지(聖地)로 간주되었다. 왜냐하면 이곳은 역대 마교(魔教) 조사(祖師)들의 전당(殿堂)이었다. 그러나 오직 죽은 사람만이 그 가운데에 낄 수 있었다. 그 누구도 이 밀실을 몰랐다. 주공(主公) 외에는 오직 그 혼자만이 알고 있었다.

핏방울이 이곳에서 끝난 것을 보면, 그 누가 밀실에 들어간 것이 증명되었다. 물론 다른 사람일 수 없었다. 동타(銅駝)는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공손하게 3번 큰절을 1후에야 2조각의 석간 가운데에 감추어져 있는 1알의 조그만 돌을 눌렀다. 이윽고 그가 무릎을 꿇고 있는 곳이 움직이면서 앞으로 돌아 나아갔다. 그리고 담벼락가로 돌아 나아가게 되었을 때 담벼락에는 자동적으로 동굴이 생겨나 그가 돌아 들어가도록 했고, 사람이 들어간 후에는 다시 닫혀지고 말았다.

그 안은 무척 어둡고 답답했다. 동타(銅駝)는 한참 후에야 그 안의 어둠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 그는 더듬거리며 1쪽 모서리로 가서 거기에 놓여 있는 화석(火石)으로 기름 등잔에 불을 붙였다. 이 등잔은 그들이 천축(天竺)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등불의 기름 역시 마찬가지였다. 켜게 되면 등불이 파란 새파란 빛을 띠우는 것이었다. 그 불빛은 격자 안에서 이빨을 드러내고 입을 벌리고 있는 흉칙한 두개골들을 비추어주었다.

동타(銅駝)는 천천히 더듬어 마지막 1칸으로 찾아갔다. 그곳은 원래부터 비어 있는 곳이었다. 교주(敎主)에 일단 임명되면 가장 먼저 할 일이 바로 이 전당에 그 자신의 뼈를 저장할 곳을 만드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두개골을 놓을 장소를 만드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전당에는 오직 두개골만 모시기 때문이었다. 전당에는 2번째의 빈칸이 있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것은 마교(魔教)의 교주(敎主)가 반드시 죽어야 2번째의 사람에게 기회가 생기는 것이었다.

전당에는 어떤 빈자리가 생기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하룻 동안 교주(敎主)가 되었다 해도 반드시 그 위치가 있었다. 그래서 마교(魔教)의 역대 조사들 가운데 몇 분은 반역도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시해된 적이 있었는데, 그래도 여전히 두개골은 이 전당에 놓여지게 되었다. 이것은 반드시 지켜야 할 규정이었다. 바로 마교(魔教) 경전의 제1편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절대 위반하는 것이 용납되지 않았다. 동타(銅駝)는 끝내 노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그 빈칸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온몸에서 파란 빛이 반사되고 있었다. 장엄하고 평온한 모습이었다. 동타(銅駝)는 무릎을 꿇었다. 그는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경건한 마음으로 노인을 우러러 보았다. 눈물을 흘리지도 않았고 흐느껴 울지도 않았다. 마교(魔教)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다. 그들은 한평생 오직 1번만 눈물을 흘리는 것을 허락했는데 그것은 남자든 여자든 모두 마찬가지였다.

그 1번의 눈물도 죽음 앞에서 흘리는 것도 아니었다. 마교(魔教)에서의 죽음은 슬픔이 아니고 일종의 환락이었다. 지극히 큰 환락으로 간주하고 있었다. 바로 그들이 죽음을 환락으로 여기기 때문에 마교(魔教)의 제자들은 하나같이 그토록 용감할 수 있었고 싸움을 하게 되었을 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래서 모든 교도들은 웃으며 사신(死神)을 얼싸안았다.

“동타(銅駝), 네가 이렇게 달려올 줄이야… 나는 무척 기쁘구나.”

목소리는 무척 차분했다. 동타(銅駝)는 기뻐서 펄쩍 뛰며 외쳤다.

“주공(主公)께서는 아직 돌아가시지 않았군요?”

노인은 빈칸 안에서 빙그레 웃었다.

“나는 이미 1검(一劍)에 목줄기가 관통되었다. 반드시 죽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잠깐 동안 죽음을 참고 약간의 일을 정리해야 했는데, 네가 마침 달려 왔으니 아주 기쁘구나. 내 임종을 지켜주다니…”

동타(銅駝)는 급히 물었다.

“주공(主公), 누구입니까? 그게 누굽니까.”

노인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누구도 아니다. 내 스스로 원한 것이다. 생각해 보아라. 그 누가 1검(一劍)으로 내 목줄기를 관통시킬 수 있겠느냐.”

동타(銅駝)는 나직히 물었다.

“설마 주공(主公)께서 스스로…”


50. 말하는 수급

노인은 그 말을 가로챘다.

“물론 자살이 아니다. 나는 아직 죽고 싶지 않다. 그러나 그와 같은 상황에서 내가 그 1검(一劍)을 받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살아 있을 수 없었고, 내 수급도 보존할 수 없었고, 장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동타(銅駝)는 급히 물었다.

“상대방은 누구지요?”

노인은 정색한 어조로 말했다.

“동타(銅駝), 너는 모름지기 누군지 알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너는 본교(本教)의 장로(長老)가 될 자격이 없다.”

동타(銅駝)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입을 열었다.

“그 필부(匹夫)군요? 그가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노인은 나직히 한숨을 내쉬었다.

“아! 우리들은 모두 그가 그럴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실로 그를 과소평가한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저지른 커다란 잘못이다. 인생에 있어서 1번만 커다란 잘못을 범해야 하는데… 나는 30년 전에 이미 커다란 잘못을 저질렀는데 그것은 천미(天美)를 알아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리고 20년 전에 다시 1번 큰 잘못을 저질렀는데 그것은 금사(金獅) 등을 알아보지 못한 것이었다. 내가 이미 2번이나 커다란 잘못을 저질렀으니 진작 죽어야 마땅했다. 더군다나 이제 다시 3번째로 커다란 잘못을 저질렀으니 어찌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

동타(銅駝)는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다. 노인은 동타(銅駝)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실패했구나.”

동타(銅駝)는 고개를 조아렸다.

“그렇습니다. 우리들은 산을 나서기도 전에 5대(五大)문파(門派) 고수들의 매복에 걸려 암습을 받은 나머지 겨우 주모(主母)님과 속하(屬下) 2사람만이 도망칠 수 있었지요.”

노인은 다시 물었다.

“주모(主母)는?”

동타(銅駝)는 대답했다.

“주모(主母)님은 주공(主公)께서 알려주신 곳으로 갔습니다.”

노인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잘 했다. 그녀는 정말 냉정하고 매우 부지런하며 무척 위대한 여인이다. 그녀는 한평생을 모두 나에게 바치고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었는지 모른다. 나는 한평생 비록 3차례 사람을 잘못 보았으나 다행히 3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았다. 그 1사람은 그녀이고, 다른 1사람은 정붕(丁鵬)이며, 또 다른 1사람은 자네였지. 자네들 3사람으로 인해서 나는 아무 유감없이 이 전당(殿堂)에서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네.”

동타(銅駝)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지극히 큰 감동에 사로잡혀 있었다. 노인은 그의 마음속에서는 신명(神明)과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그 자신이 그 신명(神明)에게 그토록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동타(銅駝)는 자기가 노인에게 한평생을 바친 것에 대해 보람을 느꼈다. 노인은 다시 물었다.

“주모(主母)는 자네에게 함께 가자고 하지 않던가?”

동타(銅駝)는 고개를 숙였다.

“했었지요. 하지만 속하(屬下)는 한사코 먼저 돌아와 주공(主公)을 뵈어야 하겠다고 했습니다.”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는 너무 순박해서 여인에게도 미치지 못하는군. 하지만 그것도 무리는 아니지. 그녀에게 미칠 수 있는 사람은 무척 적다. 나 역시 그녀에 비하면 훨씬 떨어지는 편이라네. 주모(主母)는 자네에게 자기를 찾아오라고 하지 않았겠지?”

동타(銅駝)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요. 그녀는 속하(屬下)에게 정(丁)공자와 청청(青青) 소저를 모시라고 했었지요.”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척 잘 되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네에게도 좋을 것이다. 정붕(丁鵬)이라는 젊은이의 곁에 자네와 같은 사람이 있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그는 너무 외로울 것이네.”

그러다가 노인은 갑자기 엄숙해졌다.

“하지만 자네는 그곳에 가서 이곳의 일을 이야기하지 말아야 되네.”

동타(銅駝)는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어째서입니까? 설마하니 주공(主公)께서는 그 쥐새끼 같은 녀석을 용서하시겠다는 것인가요.”

노인은 빙그레 웃고 입을 열었다.

“그렇다네. 나는 비단 그를 용서할 뿐 아니라 그를 도와주고 싶네. 그래서 나는 마도(魔刀)의 비결을 그에게 전수했다네.”

동타(銅駝)는 깜짝 놀랐다. 그는 이렇게 놀라고 당황한 적은 별로 없었다.

“주공(主公), 무엇 때문입니까? 도대체 무엇 때문인지요?”

노인은 차분한 어조로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니다. 본교(本教)에서는 사사로운 보복이란 없지만, 본교(本教)에도 1조항의 금율(金律 황금법칙)이 있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것이네. 그 금율(金律)을 소멸코자 했던 사람들을 나는 좀처럼 용서할 수 없기에, 나는 그의 손을 빌려 그 사람들을 상대하려고 하는 것일세.”

동타(銅駝)는 노인에게 물었다.

“그가 행할 수 있겠습니까?”

노인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나는 가능하다고 보네. 이 일을 하는데 있어서 그는 정붕(丁鵬)보다 나을 것일세.”

주군이 결정한 일은 옳았다. 동타(銅駝)는 다만 걱정스럽게 1마디 물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후에는요?”

노인은 신중하게 설명했다.

“그는 본교(本教)의 도법을 알고 있지만 본교(本教)의 사람이 아니며 그의 칼도 영원히 정붕(丁鵬)에 미칠 수 없다. 언제가 그는 정붕(丁鵬)의 칼 아래 2쪽이 나서 죽게 될 것이다.”

동타(銅駝)는 잠시 동안 잠자코 있다가 얼굴에 존경과 탄복의 빛을 떠올렸다.

“주공(主公)께서 강구한 방책은 빗나간 적이 없습니다. 이번에도 사람을 제대로 찾았군요.”

노인은 빙그레 웃었다.

“동타(銅駝), 이곳은 오직 자네만이 알고 있네. 그렇기 때문에 본교(本教)의 도통(道統)은 전적으로 자네가 유지해야 하네. 자네는 반드시 살아남게. 살아남아서 다음 사람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모든 것을 넘겨주도록 하게나.”

동타(銅駝)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주공(主公)께서는 주모(主母)에게 맡기지 않으셨습니까?”

노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녀는 다음 대의 제자들을 거느리게 될 것이네. 그러니 가장 중요한 일은 자네에게 달렸네.”

동타(銅駝)는 물었다.

“속하(屬下)는 누구에게 맡겨야 하는지요? 주공(主公)께서는 먼저 지시를 해주실 수 없는지요.”

노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필요 없네. 나도 반드시 먼저 미리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네. 나는 계승할 인물을 정하지 못했기 때문일세. 하지만 자네는 안심하게. 때가 되면 자네는 자연히 알게 될 것일세. 본교(本教)의 모든 교주(敎主)는 모두 하늘이 내린 분들이네. 그렇기 때문에 일단 그 시기가 되면 그는 자연스럽게 허물을 벗고 툭 튀어 나오게 될 것이며 온 누리에 광채를 빛내게 될 것이네.”

동타(銅駝)는 입을 다물었다. 노인은 조용히 말했다.

“내가 돌아갈 시기가 왔네.”

동타(銅駝)는 그만 망설였다. 노인은 약간 성이 난 어조로 말했다.

“아낙네의 인정을 베풀 생각을 하지 말게. 나의 병해(兵解)와 성도(成道)를 그르쳐서 내가 한을 품는 일이 없도록 하게.”

동타(銅駝)는 끝내 큰절을 1번 올리고 몸에서 1자루의 조그만 칼을 꺼냈다.

칼은 파란 빛을 받아 요상한 빛을 뿜었다. 이어 그는 손을 1번 휘둘렀다. 노인의 머리는 몸뚱이를 떠나 허공으로 날았는데 동타(銅駝)는 재빨리 그 수급을 2손으로 받았다. 노인의 몸뚱이가 쓰러졌다. 동타(銅駝)는 그 머리 없는 시체를 상관하지 않았다. 그것이 마치 주공(主公)의 몸이 아닌 것처럼 내버려 두었다. 그는 단지 공손하게 두개골만 2손으로 받쳐 들고 조용히 빈칸에 놓았다. 노인의 눈은 그제서야 감겨지고 입가에 1가닥 만족스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놀랍게도 마지막 5자를 뱉어내는 것이었다.

“고맙네. 동타(銅駝).”

하나의 두개골이 놀랍게도 생명력을 보존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현상을 만약 다른 사람이 본다면 틀림없이 놀라 반죽음이 되었으리라. 그러나 동타(銅駝)는 무척 자연스럽게 받아 들였다. 노인은 바로 그의 신이었다. 신은 불가능이 없었다. 이제 그는 신이 그에게 부여한 사명을 실천하러 가야 했다.


동타(銅駝)가 정붕(丁鵬)과 청청(青青)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을 때 그들 2남녀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동타(銅駝)는 놀랍게도 한평생 몸에서 떼어 놓지 않던 구리 갑옷을 벗어 던지고, 허리를 구부정하게 하고 평범한 노인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전혀 옛날의 위풍당당한 모습이 아니었다. 심지어는 체구마저도 훨씬 작아진 것 같았다. 가장 놀란 사람은 청청(青青)이었다. 커다란 변고가 없는 한 동타(銅駝)는 결코 그의 주인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무척 침착하게 동타(銅駝)의 문안을 받아들인 후에 여유 있는 음성으로 물었다.

“동(銅)숙부, 할아버지가 보내신 거예요?”

동타(銅駝)는 고개를 끄덕였다. 청청(青青)은 다시 물었다.

“얼마나 머무실 작정인가요?”

동타(銅駝)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주인께서는 속하(屬下)에게 정(丁)공자와 소저를 모시되, 돌아갈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셨지요.”

청청(青青)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오직 1가지 상황 하에서만 동타(銅駝)가 돌아갈 필요를 느끼지 않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와 같은 소식을 확인하고 싶지 않았지만 참을 수 없어서 물었다.

“할아버지께서는 이미 대도(大道)를 이룩하셨나요?”

동타(銅駝)는 눈물을 훔쳤다.

“그렇습니다. 주인께서는 이미 대도(大道)를 이룩하시고 탈체비승(脫體飛昇)하셨소.”

정붕(丁鵬)은 물었다.

“청청(青青), 당신들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요?”

청청(青青)은 대답했다.

“이것은 도가에서 수련하는 경지로…”

정붕(丁鵬)은 그 말을 가로채 듯 입을 열었다.

“그건 나도 알고 있소. 탈체비승(脫體飛昇)은 도가의 우화등선(羽化登仙)과 같지. 할아버지께서는 혹시 신선이 된 것이 아니오?”

청청(青青)은 정붕(丁鵬)의 말에 대답했다.

“그래요. 할아버지께서는 구전공성(九轉功成)하시어 이미 호도(狐道)에서 선도(仙道)로 접어들게 되었어요.”

정붕(丁鵬)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단성비승(丹成飛昇). 이것은 축하할만한 일이오. 그런데 어째서 당신들은 괴로워하는 것이오?”

청청(青青)은 억지로 웃었다.

“그래요. 나으리, 이것은 정말 경사스러운 일이에요. 여우[狐]가 득도해서 정과(正果)를 이루기는 쉽지 않아요. 할아버지께서는 이루어내셨어요. 하지만 이제부터 저는 이생에서 다시는 만날 길이 없어지고 말았어요.”

정붕(丁鵬)은 다시 동타(銅駝)에게로 얼굴을 돌렸다.

“동(銅) 선배님…”

동타(銅駝)는 재빨리 대답했다.

“속하(屬下)는 그와 같은 칭호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정붕(丁鵬)은 차분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나의 이곳은 어떤 문파(門派)도 아니고 나는 어떤 방규(幫規)에 참가한 것도 아니외다. 그러니 그대의 속하(屬下)라는 2글자는 내 앞에서 사용할 수 없지요.”

동타(銅駝)는 정색을 하며 말했다.

“이 늙은 종놈은 명령을 받들어 공자를 모시러 왔을 뿐입니다. 공자는 동타(銅駝)의 본명을 불러주시기 바랍니다.”

정붕(丁鵬)은 생각해 보더니 입을 열었다.

“좋소. 동타(銅駝), 나는 당신이 무척 조심성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소. 그렇기 때문에 나 역시 더 사양하지 않겠소. 내 당신에게 1마디만 묻겠소.”

동타(銅駝)는 대답했다.

“공자께서는 분부를 하십시오.”

정붕(丁鵬)은 정색을 했다.

“동타(銅駝), 당신은 먼저 고려해 보는 것이 좋겠소. 내가 묻게 되면 반드시 확실한 대답을 들어야 하오. 만약 당신이 모른다면 모른다고 대답을 해주시오. 그러나 만약에 알고 있으면 결코 속이지 마시오.”

동타(銅駝)는 약간 주저하며 청청(青青)을 바라보았다. 청청(青青)은 격려하듯 그에게 말했다.

“동(銅)숙부, 나으리는 그대를 무척 존중하고 있으니 결코 동(銅)숙부를 난처하게 하지는 않을 거예요.”

동타(銅駝)는 대답했다.

“네. 이 늙은 종놈이 알고 있는 1자세히 말씀을 드리지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내가 소문을 들으니까 차마곡(遮馬谷) 입구에서 5대(五大)문파(門派)의 고수들이 연합하여 매복을 했다가 습격을 가한 나머지 많은 사람을 죽였다고 했소. 당신은 이 일을 알고 있소?”

동타(銅駝)의 얼굴에는 1가닥의 고통스러운 빛이 떠오르더니 나직히 말했다.

“이 늙은이는 알고 있소.”

정붕(丁鵬)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 피살된 사람들은 당신과 관계가 무척 깊소?”

동타(銅駝)는 잠시 후에야 입을 열었다.

“형제처럼 친하고 가족과 같은 정을 나눈 사이지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1번 끄덕이고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소문을 들으니 천호(天狐)가 수련을 함에 있어서 반드시 병해(兵解)를 거쳐야만이 탈체비승(脫體飛昇)한다고 했소. 만약 뇌화천겁(雷火天劫)을 당하게 된다면 형체나 형신(形神)이 모두 사라진다고 하더구려.”

동타(銅駝)는 주저하다가 대답했다.

“네. 그렇지요.”

정붕(丁鵬)은 똑바로 동타(銅駝)를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나으리께서는 병해(兵解)를 겪었겠군요?”

동타(銅駝)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네. 그렇습니다.”

정붕(丁鵬)의 음성이 갑자기 매서워졌다.

“그 누가 손을 쓴 것이오?”

동타(銅駝)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늙은 종놈이올시다.”

이와 같은 해답은 정붕(丁鵬)에게 뜻밖일 뿐 아니라 청청(青青)마저도 믿기 어려운 듯 입을 열었다.

“동(銅)숙부, 어떻게 해서 동(銅)숙부인가요?”

동타(銅駝)는 무릎을 꿇고 애절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정말 이 늙은 종이외다. 왜냐하면 그때 천겁(天劫)이 들이닥치게 되어, 이 늙은 종은 부득이 손을 써서 노 주인을 도와 병해(兵解)를 끊고 승천하도록 해야 하였소.”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나는 그것이 부득이한 상황에서 당신이 그렇게 한 것이라 믿겠소.”

동타(銅駝)는 말했다.

“그렇소. 노주인께서는 신과 같은 위엄이 절세적이라 그 누구도 그 어르신을 죽일 수…”

이와 같이 말하니, 그의 노주인은 승천을 한 연호(燃狐)라고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정붕(丁鵬)은 그 점을 주의하지 못하는지 가볍게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그렇다면 잘 되었소. 내가 얻은 소식은 그 어른신이 유약송(柳若松)의 손에 돌아가셨다는 것이었소. 나는 좀처럼 믿기 어려웠을 뿐 아니라 나로 하여금 양심의 가책을 느끼도록 만들었소.”

동타(銅駝)는 깜짝 놀라 재빨리 물었다.

“공자, 어떻게 그런 소식을 접하게 되었소? 누가 알려주던가요?”

정붕(丁鵬)은 그 말에 대답했다.

“나는 유약송(柳若松)이 분수를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소. 그는 결코 진심으로 내 문하에 투신할 사람도 아니오. 따라서 나는 그를 용서했지만 그에 대한 주의를 조금도 게을리 한 적이 없고 온종일 그를 감시하는 사람을 붙였소. 그 사람은 그가 차마곡(遮馬谷)으로 간 것도 알고 있고, 차마곡(遮馬谷) 밖의 살육전을 보기도 했소…”

동타(銅駝)는 아연해졌다.

“공자께서는 모두 다 알고 계셨군요.”

정붕(丁鵬)은 웃었다.

“나는 1사람을 파견해서 유약송(柳若松)을 바짝 미행하도록 한 결과, 천하에서 가장 커다란 비밀을 알게 된 것이오.”

청청(青青)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는 누구이지요? 그렇게 커다란 재간을 지니고 있다니요. 그는 또 무엇을 알고 있지요?”

정붕(丁鵬)은 담담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 사람의 무공은 고명하지 못하오. 그러나 그의 경신법과 미행을 하는 재간은 천하제일이오. 나는 그에게 30냥의 금을 주고 3년 동안 유약송(柳若松)을 바짝 미행하면서 그의 일거일동을 모두 나에게 알려주도록 했소. 그 결과 그 사람은 그와 같이 중대한 소식을 나에게 알려주게 된 것이오…”

청청(青青)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

“나으리, 보기에 나으리께서는 모든 것을 알고 계시는 것 같군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내가 다시 강호로(葫蘆) 들어서고 손에 든 1자루의 신도(神刀)로 천하를 진동시키고 깜짝 놀라게 하였을 때, 나는 그대가 하늘의 여우[狐] 천호(天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소. 왜냐하면 천호(天狐)는 다만 사람의 상상 속에만 존재할 뿐 숫제 그런 일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오.”

청청(青青)은 변명하듯 말했다.

“북쪽 지방에서 호선지설(狐仙之說)은 무척 널리 퍼져 있어요. 더군다나 믿는 사람도 많고요. 호선(狐仙)이 현령한 일도 많았어요.”

정붕(丁鵬)은 웃었다.

“유약송(柳若松)은 그렇게 믿더구려. 왜냐하면 그의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은 이미 사람의 능력으로 할 수 없었기 때문이오. 하지만 나는 그 모든 것이 사람의 짓이라는 것을 알았소. 소위 신통(神通)이라는 것은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 것이오. 돈만 있으면 집안의 몇 사람을 매수하여 그 집안에서 귀신이 수작을 부린 것처럼 꾸미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오…”

청청(青青)은 살짝 얼굴을 붉혔다.

“그러면 그때 이미 내가 여우[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계셨겠군요.”

정붕(丁鵬)은 웃었다.

“그렇소. 그대가 정말 여우[狐]라면 그대는 그 법술을 운용하여 그런 짓들을 해내었을 것이며, 굳이 은자를 낭비해 가며 사람을 매수하는 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 아니겠소?”

청청(青青)은 겸연쩍은 표정이 되었다.

“저 역시도 그와 같은 거짓말이 결코 고명하지 못하며 조만간 그대가 눈치 채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러나 이렇게 빨리 간파당할 줄은 생각지 못했네요.”

정붕(丁鵬)은 한숨을 쉬었다.

“나는 이미 그대가 여우[狐]로 위장한 비밀을 알았지만, 정말 그대가 여우[狐]이기를 바랬었소…”

청청(青青)은 물었다.

“어째서인가요? 설마하니 그대는 여우[狐] 마누라를 맞아들이기를 원했나요?”

정붕(丁鵬)은 가볍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것은 그렇지 않소. 그대가 여우[狐]라면 우리들은 한곳을 찾아내어 인간 세상을 멀리 피해 수련을 하러 갈 수 있기 때문이오.”

청청(青青)은 그 말을 받았다.

“지금도 그럴 수 있어요. 우리들은 어느 은밀한 곳을 찾아 이 속세를 멀리 떠날 수 있어요. 내가 애시당초 여우[狐]라고 밝힌 것은 바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제는 그럴 수 없소. 너무 늦었단 말이오.”

청청(青青)은 물었다.

“어째서인가요?”

정붕(丁鵬)은 대답했다.

“왜냐하면 그대의 할아버지가 그 어르신의 칼을 나에게 전해주었으며 그분의 도법마저도 나에게 전수해주었기 때문에…”

청청(青青)은 재빨리 말했다.

“할아버지의 뜻을 오해하고 있군요. 그 분이 도법(刀法)을 전수한 것은 다만 그대의 자질이 너무나 훌륭하여 그 도법의 절묘한 점을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도법(刀法)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웠을 뿐이에요. 그리고 칼을 내리신 것은 반드시 그 칼을 사용해야 도법(刀法)의 절묘한 점을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이지 결코 다른 뜻이나 요구가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알고 있소.”

청청(青青)은 다짐하듯 1마디를 덧붙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대는 그 분을 위해서 무슨 일을 할 필요는 없는 거예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알고 있소.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소. 그들은 이 칼을 알아보고 또한 이 도법(刀法)도 알아보더구려.”

청청(青青)은 물었다.

“다른 사람이라니, 누구지요?”

정붕(丁鵬)은 대답했다.

“예전에는 금사(金獅)와 은룡(銀龍), 그리고 철연(鐵燕)과 5대(五大)문파(門派)의 사람들이었소. 그들은 나를 그대 할아버지의 제자라고 인정했단 말이오…”

청청(青青)은 변명하듯 그 말을 받았다.

“그건 그대가 설명을 할 수 있을 것이 아니겠어요…”

정붕(丁鵬)은 그 말을 가로챘다.

“청청(青青), 그와 같은 말은 그만두시오. 그 누가 나의 설명을 믿겠소? 가장 좋은 설명은 바로 1칼을 휘두르는 것이고, 1칼을 휘두른 후에는 구차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것이오.”

청청(青青)은 한숨을 내쉬고 입을 열었다.

“그대는 이미 우리들의 출신 내력을 아셨겠군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비록 나는 강호 경력이 너무나 적었기 때문에 마교(魔教)의 대단한 명성을 알지 못했지만, 이제는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오.”

청청(青青)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대는 마교(魔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모르오.”

청청(青青)은 다시 질문을 던졌다.

“어째서 모르지요?”

정붕(丁鵬)은 말했다.

“모르는 것이 당연하오. 내가 강호에 출도했을 때 마교(魔教)는 이미 활동을 멈추었소. 물론 다른 사람들은 마교(魔教)가 나쁜 점만 일삼았다고 하지만, 내가 본 것은 마교(魔教)의 제자들이 남들에게 박해를 받는 것뿐이었소.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마교(魔教)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심지가 사악하고 수단이 악랄한 도배(徒輩)라고 했지만, 내가 접촉한 사람들은 모두 충성심이 강하고 심지가 선량한 사람들로…”

동타(銅駝)는 무척 감동하여 그 말을 받아 입을 열었다.

“고맙습니다. 공자, 고맙습니다.”

정붕(丁鵬)은 잠시 잠자코 있더니 입을 열었다.

“나으리께서 그 분의 도법(刀法)을 나에게 전수해주고 그 분의 칼마저도 나에게 내리신 것은, 내가 바로 그 분의 손자 사위이기 때문이오.”

동타(銅駝)는 말했다.

“주인께서 등선(登仙)하시기 전에 거듭 공자와 마교(魔教)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주인께서는 이미 소저를 교에서 제명시켰습니다. 지금은 이 늙은 종마저도 제명을 당해서 마교(魔教) 사람이라 할 수 없소.”

정붕(丁鵬)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나 교주(敎主)는 나의 처의 할아버지이시니, 어느 정도 나와 관계가 있는 것이오.”

동타(銅駝)는 간곡히 말했다.

“주공(主公)께서는 오직 공자께서 그 도법(刀法)과 그 신도(神刀)를 빛내기만 하신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하셨지요.”

정붕(丁鵬)은 여전히 자기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 분은 나에 대해서 달리 바라는 바가 없었는지 모르지만 나는 조금이라도 일을 해드리지 않을 수 없소.”

동타(銅駝)는 급히 물었다.

“공자는 무슨 일을 하시려고요?”

정붕(丁鵬)은 차분히 말했다.

“나는 1가지 일을 더 파악해야 하겠소.”

동타(銅駝)는 물었다.

“무슨 일인지요?”

정붕(丁鵬)은 냉정한 어조로 말했다.

“사소옥(謝小玉)과 마교(魔教)의 관계이오. 그녀는 사효봉(謝曉峰)의 딸이라고 하지만 그녀의 곁에는 너무나 많은 부하들이 있으며, 옛날 마교(魔教)를 배반했던 금사(金獅)와 은룡(銀龍)도 그 가운데 포함되어 그녀의 지휘를 받고 있소. 의심할 여지없이, 그녀는 마교(魔教)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오.”

동타(銅駝)는 한참 생각해본 후에 입을 열었다.

“그녀는 사(謝)대협과 천미(天美) 공주 사이에 태어난 딸이지요. 그리고 사(謝)대협과 천미(天美) 공주가 어떻게 결합을 했는지는 이 늙은이가 똑똑히 알 수 없는 일이지요.”

정붕(丁鵬)은 그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알고 있는 바를 말해주시구려.”

동타(銅駝)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지요. 그것은 무척 긴 이야기가 되지요. 천미(天美) 공주는 원래 이름이 손행우(孫杏雨)라고 하며…”

정붕(丁鵬)은 알은체를 했다.

“칼에 새겨져 있는, 조그만 누각에서 밤새워 봄비 내리는 소리를 듣는다는 시는 바로 그녀를 가리키는 것인가요?”

동타(銅駝)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요. 그것은 아주 오래 전의 일이었지요…”


51. 무적의 나무칼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동타(銅駝)가 정붕(丁鵬)의 집에 온지도 이미 3년이 흘렀다. 이 3년 동안 정붕(丁鵬)은 무척 평온하게 세월을 보냈다. 그 동안에 경사스러운 일도 많았는데, 가장 경사스러운 일은 청청(青青)이 2아들을 낳은 것이었다. 1쌍의 오동통한 쌍둥이였다. 쌍둥이는 지금 1살이었다. 첫돌을 맞이하는 날, 정(丁)씨의 저택은 무척 흥청거렸다. 각처의 유명한 사람들이 모두 찾아와 축하를 했다. 정붕(丁鵬)은 온화하게 여러 사람들 앞에 나서서 여러 사람들의 축하를 받았다.

잔치 자리에서 골라잡이 놀이가 시행되었다. 많은 물건들을 1쟁반에 놓고 2보배 같은 쌍둥이 아들로 하여금 아무 물건이나 잡도록 했다. 1살 먹은 어린 아이들은 물론 어떤 것을 골라야 하는지 알 턱이 없었다. 다만 기분에 따라 아무렇게 잡을 뿐이었다. 1번째로 잡힌 물건을 보고 아이의 앞날을 점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만약 그 아이가 잡은 것이 하나의 조그만 금으로 만들어진 주산이라면 그는 장래에 장사치로 성공한다는 것이었다.

만약에 그가 잡은 것이 관아에서 사용하는 도장이라면 장래에 틀림없이 커다란 벼슬아치가 된다는 것이었다. <홍루몽(紅樓夢)>의 주인공인 가보옥(賈寶玉)은 돌잔치에서 가장 먼저 잡은 것이 1곽의 연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한평생 정에 얽혀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쌍둥이 녀석들이 엄마 안겨 수각(水閣)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희고 토실토실하며 천진무구한 녀석들은 방글방글 웃으며 조금도 낯설어하지 않았다.

골라잡을 물건들이 가득 담겨져 있는 쟁반도 옮겨졌다. 그 안에는 어른들이 고르고 고른 물건들이 채워져 있었다. 거기에는 사람들을 의아하게 만드는 물건도 들어 있었다. 그것은 1자루의 칼집이 달려 있는 시커먼 칼이었다. 바로 정붕(丁鵬)이 천하에 위세를 떨친 신도(神刀)였다. 칼에는 小樓一夜聽春雨 (소루일야청춘우) 작은 누각의 밤, 봄비 소리 듣다 라는 싯귀가 새겨져 있었다. 칼은 쟁반에 놓여져 있었는데 사람을 핍박하는 살기가 뻗쳐 나오고 있었다.

쌍둥이 형제 2사람은 쟁반 앞에서 1동안 살펴보더니 약속이나 1듯이 동시에 손을 뻗쳐서 그 칼을 잡으려고 했다. 쟁반 안에는 가지고 놀기 좋은 물건들이 가득했으나 그들은 그 장난감들에게 눈길 1번 안주고 그 1자루의 칼에 눈독을 들이는 것이 아닌가? 1째가 칼자루를 쥐었고 2째는 칼집을 쥐었다. 양쪽에서 서로 차지하기 위해 잡아당기자 쩡, 하는 소리와 함께 칼이 칼집에서 뽑혀지고 칼은 형의 손에 쥐어지게 되었다.

사방의 손님들은 아, 하고 놀란 소리를 내질렀다. 오직 정붕(丁鵬)만이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무척 훌륭하다. 너희들은 물건을 알아보는구나. 가장 훌륭한 선택을 했다.”

그는 앞으로 달려 나가 형의 손에서 칼을 빼앗고, 어린 아이의 양 쪽 어깨를 2손가락으로 살짝 짚었다. 어린 아이는 앙, 하니 울음을 터뜨렸다. 청청(青青)은 깜짝 놀라 안색이 창백해져서 재빨리 달려 나와 어린 아이를 안았다. 그러나 어린 아이의 2손은 맥 없이 축 늘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급히 물었다.

“이게 무슨 짓이에요?”

정붕(丁鵬)은 대답했다.

“아무 것도 아니오. 나는 다만 2손의 근락(筋絡)을 못 쓰게 만들었을 뿐이니 결코 그가 자라는 데는 지장이 없소. 그는 다만 한평생 무공을 연마하지 못할 뿐이오.”

청청(青青)은 흐느꼈다.

“나으리, 어린 아이는 아직도 아무 것도 몰라요. 그가 무공을 연마하지 못하게 하면 그 뿐이지 이럴 필요까지는 없지 않아요?”

정붕(丁鵬)은 덤덤히 말했다.

“나는 어린 아이가 무공을 연마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소. 그러나 그가 고른 것은 1자루의 칼집이 없는 칼이었소. 날카로움을 숨기지 않는 자는 틀림없이 흉악할 것이오. 그래서 그로 하여금 이 칼을 이어받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오. 그러니까 칼은 동생의 것이 될 것이오.”

청청(青青)은 언제나 유순한 아내였다. 이때 정붕(丁鵬)의 생각에 더욱 존경의 빛을 떠올리고 숙연히 입을 열었다.

“나으리의 말씀이 옳아요.”

정붕(丁鵬)은 칼을 칼집에 꽂고 입을 열었다.

“동타(銅駝).”

동타(銅駝)는 동생을 안고 공손히 말했다.

“이 늙은이는 이곳에 있습니다.”

정붕(丁鵬)은 물었다.

“어제 그 누가 당신을 찾아 왔는데 혹시 당신은 떠나는 것이 아니오?”

동타(銅駝)는 더듬거렸다.

“그것은 다만… 다만…”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노부인이 사람을 보내 당신을 찾은 것을 알고 있소. 그녀의 제자들은 이미 무공을 연성했기 때문에 당신보고 도와달라는 것이 아니겠소?”

동타(銅駝)는 말했다.

“노부인께서는 1떼의 새로 출도한 제자들을 데리고 나서기는 했으나 손이 부족하다고 이 늙은이에게 좀 도와달라고 하는군요. 그러나 이 늙은이는 공자의 허락을 받지 않아서…”

정붕(丁鵬)은 더 듣지 않았다.

“좋소. 이곳에는 아무 일 없으니 가 보시구려.”

동타(銅駝)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자 감사하오.”

정붕(丁鵬)은 손을 내저었다.

“고마워할 것 없소. 나는 그대에게 부탁할 일이 있소. 당신은 이 1자루의 칼을 가지고 가시오. 그리고 동생도 데리고 가시오. 그는 청청(青青)의 골육이니 마땅히 나으리의 사업을 이어 받을 자격이 있소. 내 생각에 노부인께서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오.”

동타(銅駝)는 영문을 몰랐다. 정붕(丁鵬)은 다시 설명했다.

“이 일에 있어서 내가 비록 너무 경솔하게 결정한 점이 없지 않으나, 나으리에게는 다른 후손이 없을 뿐 아니라 마교(魔教)의 신도(神刀) 역시 내 수중에 있소.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내 주장을 펼 자격이 조금은 있다고 보오. 이제부터 이 아이는 바로 마교(魔教)의 교주(敎主)가 되는 것이오. 그리고 그가 18세가 되기 전에는 노(老)마나님과 당신이 감독하고 보호하는 사람이 되어 기르고 가르치도록 하시오. 그리고 18세 후에는 그를 하여금 정식으로 자리를 잇도록…”

동타(銅駝)는 감격해서 무릎을 꿇었다.

“공자, 고맙소. 공자, 고맙소.”

그는 너무나 격동이 되어서 목이 메인 나머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정붕(丁鵬)은 그를 붙잡아 일으켰다.

“그런 말씀일랑 하지 마시오. 나는 처갓집에서 키워주고 보살펴준 은혜에 대해 깊이 보답할 길이 없어 유감으로 느끼고 있었소. 이것이야말로 내가 유일하게 성의를 다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소? 2째의 자질은 나의 어릴 적과 마찬가지이니, 아마 큰 책임을 다할 수 있으리라 믿소. 하지만 당신이 훌륭하게 그를 독촉하고 단속해야 할 것이오.”

동타(銅駝)는 연신 큰절을 올렸다.

“네. 네. 이 늙은이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정붕(丁鵬)은 당부했다.

“당신은 노부인에게 마교(魔教)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이 방해놓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씀 드리시오. 내가 이 아이가 성년이 될 때까지 책임을 지겠소. 그리고 그가 18살이 된 후에 나는 완전히 손을 떼고 상관하지 않겠소. 내 이미 아고(阿古)와 소향(小香)으로 하여금 마차를 준비해서 뒷문에서 기다리도록 했소. 이제 당신은 가 보시오.”

동타(銅駝)는 순순히 머리를 조아렸다.

“네. 그러지요. 하지만 공자, 이 칼은 소주(少主)께는 아직 필요 없으니 공자께서 곁에 지니도록 하십시오.”

정붕(丁鵬)은 빙그레 웃었다.

“그럴 필요 없소. 가지고 가시오. 자, 이만 가 보시오.”

동타(銅駝)는 다시 1차례 머리를 조아려 보이고는 어린 아이를 안고 칼을 가지고 후원 쪽으로 걸어갔다. 정붕(丁鵬)은 그제서야 군웅들에게 입을 열었다.

“자, 자. 모두들 앉아서 술을 드시오. 여러분들이 성의를 가지고 방문해주신데 대해 이 정모는 무척 고맙게 생각하고 있소. 그러나 그 누구든 자리가 파하기 전에 이곳을 떠난다면 이 정(丁)모는 부득이 실례를 하게 될 것이오. 왜냐하면 동타(銅駝) 장로(長老)가 이제 막 마교(魔教)의 소주(少主)를 데리고 이곳을 떠났기 때문에, 나는 다른 사람이 그들을 추적해 가는 것을 묵과할 수 없소.”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숙연해졌고 그 어느 누구도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정붕(丁鵬)은 웃음을 띠우고 술주전자를 들어 차례대로 손님들에게 술을 따랐다. 그런데 어느 탁자 쪽으로 갔을 때 갑자기 2사람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자리에 있던 사람은 어디로 갔소?”

옆에 있는 사내가 말했다.

“그들 2사람은 조금 전에 뒷간으로 갔는데 곧 돌아올 것이외다.”

정붕(丁鵬)은 빙그레 웃더니 갑자기 1자루의 작은 비수를 꺼내 의자의 다리를 잘라 내었다.

대청에서 그는 비수를 가지고 천천히 그 의자 다리를 깎기 시작했다. 그와 같은 거동에 모든 사람들은 무척 의아한 얼굴이 되었다. 모두들 그가 하나의 둥글둥글한 의자 다리를 깎아서 칼 모양을 만드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 2사람이 살그머니 대청 옆에서 바깥으로 걸어 나가고 있었다. 정붕(丁鵬)은 웃음을 띠우고 돌아 나가 그들을 가로막고 입을 열었다.

“2분께서는 가시려고요?”

2사람의 안색이 변하더니 일제히 검을 뽑아 들고 정붕(丁鵬)을 찔렀다.

이들 2사람은 이름이 크게 알려진 사람들이 아니었으나 그들의 쌍검이 출수되자 그 기세의 맹렬함은 결코 당금의 이름난 검객에 못지않았다. 검도의 기준으로 말할 때 그들은 당금 천하의 10대 고수의 서열 안에 들 수 있었다. 거기다가 그들의 검 역시 모두 정강(精剛)으로 만들어진 예리한 무기였다. 정붕(丁鵬)의 손에는 오직 1자루의 칼이 있을 뿐이었다. 1자루의 나무로 깎은 칼이… 그는 그 1자루의 나무칼을 가볍게 1번 휘둘렀다.

쩡! 쩡! 하는 소리가 2번 들리더니 2자루의 정강으로 만들어진 장검은 2토막이 되었다. 2사람은 앞쪽을 향해 10여 걸음 내달았다. 그리고 2사람이 4쪽으로 변했다. 그 1자루의 신도(神刀)로 쪼갠 것과 다르지 않았다. 정붕(丁鵬)은 가볍게 손에 들고 있는 나무칼을 던지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효봉(謝曉峰)은 이미 10년 전에 검을 버렸지만 나는 오늘에 이르러서야 겨우 그 1자루의 강철 칼을 버렸을 뿐, 여전히 나무칼을 사용해야 하는군. 그에 비하면 나는 역시 크게 떨어지는군. 부끄럽소. 부끄러워.”


소향(小香)과 아고(阿古)가 돌아왔다. 이 때 정붕(丁鵬)과 청청(青青)은 집 안에서 아들 정극문(丁克文)을 데리고 오붓한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소향(小香)은 무릎을 꿇고 정중하게 3번 절을 했다. 정붕(丁鵬)은 웃으며 물었다.

“자네는 어떻게 된 것인가? 어째서 갑자기 큰절을 하는 것인가?”

소향(小香)은 대답했다.

“이것은 노부인께서 쇤네에게 그 어르신을 대신해서 공자에게 드리라는 절입니다.”

정붕(丁鵬)은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이거야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자네는 정말 장난이 지나치군.”

소향(小香)은 대답했다.

“노부인께서는 예의상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했어요. 더군다나 노부인께서는 이것이 결코 그녀 개인이 표명하는 감사가 아니라 마교(魔教)의 열대(列代) 조사들의 감사라고 했어요. 공자의 덕택으로 마교(魔教)의 핏줄이 이어져 나가게 된 데 대한 감사라고 했어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님께서는 안녕하시던가?”

소향(小香)은 다소곳이 대답했다.

“노(老)마님께서는 잘 계십니다. 소주(少主)를 안고 뽀뽀를 하고 웃으시며 즐거워하세요. 마치 10년이나 더 젊어지신 것 같고 온종일 입을 다물지 못한답니다.”

청청(青青)은 물었다.

“그 분들의 그 거처는 안전한 것 같더냐?”

소향(小香)은 대답했다.

“무척 안전합니다. 젊은 남녀 제자가 각각 50명인데 남자들은 칼을 연마하고 있고 여자들은 검을 연마하고 있어요. 동(銅)장로(長老)는 1대 1로 시험을 해 보았는데, 버금가는 실력을 보유하고 있는 모양이더군요.”

정붕(丁鵬)은 탄성을 발했다.

“아! 그들이 그토록 훌륭할 줄은 몰랐군. 그와 같은 진전으로 미루어볼 때 자기 자신을 지킨다는 것은 충분하겠군. 그곳의 지세는 어떠하던가?”

소향(小香)은 대답을 했다.

“호수 한복판의 조그만 섬이었어요. 사면이 모두 다 물이었지요.”

정붕(丁鵬)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건 좋지 않은데? 호수로 장벽을 만든다 해도 여전히 적을 저지할 수는 없지. 섬 사람들은 천연적인 장벽이 있다고 해서 게으른 마음이 생기고 경각심을 돋구지 않게 되거든.”

소향(小香)은 그 말을 받았다.

“쇤네도 노(老)마님에게 그 점을 말씀드렸더니 동(銅)장로(長老)께서는 즉시 주의를 하겠다고 했으며, 경계망을 호수 언덕까지 확대한다고 했습니다.”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좀 낫겠군. 하지만 아무리 엄밀하게 경계해도 적을 막을 수는 없지.”

소향(小香)은 말했다.

“동(銅)장로(長老)께서는 공격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방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노(老)마님께서는 반대를 하시더군요. 노(老)마님께서는 과거의 일이 거울이 될 수 있다고 하셨지요. 마교(魔教)는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 살아남는 것이고, 무림의 일맥이 되기 위해서는 다시는 살겁(殺劫)을 일으켜서는 아니 된다고 하더군요.”

정붕(丁鵬)은 나직히 한숨을 내쉬었다.

“아!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구나.”

소향(小香)은 다시 말했다.

“노부인께서는 모든 것이 자기가 할 탓이라고 하셨습니다. 마교(魔教)가 침략을 위해서 싸우지 않고 오로지 생존을 위하고 자기를 지키기 위해서 싸울 것이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중요한 소식이 있습니다.”

“중요한 소식이라고?”

“네. 할머님이 파견한 첩보원이 수집한 소식이온데, 교의 반역도인 금사(金獅) 일당이 무리를 이끌고 신검산장(神劍山莊)으로 집결하고 있다고 하옵니다. 동(銅)장로(長老)는 부하들을 이끌고 교의 반역도들을 토벌하러 가야 한다고 고집을 피우셨어요. 할머님도 그 뜻을 꺾지 못하시고, 동의를 하셨어요. 그래서 동(銅)장로(長老)와 할머님이 부하들을 2갈래로 나누어서 신검산장(神劍山莊)으로 출발하기로 하였습니다. 나으리께서도 신검산장(神劍山莊)으로 출발하여 그곳에서 합류하시어 반도들을 제거하는데 일익을 담당해주십사 하고 할머님께서 말씀이 계셨습니다.”

“오! 그런 일이 있었구나. 드디어 결전의 날이 다가온다는 말이렷다?”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말을 이었다.

“너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떤 번거로운 일을 만나지 않았느냐?”

소향(小香)은 대답했다.

“아니요. 매우 조용했습니다.”

정붕(丁鵬)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것은 오히려 믿기가 힘들군. 나는 적어도 어떤 사람이 가로막고 너희들이 간 곳을 추궁할 줄 알았다.”

소향(小香)은 고개를 숙여보였다.

“쇤네 역시 생각을 했었죠. 그러나 정말 사람이 없었습니다. 쇤네는 느낌으로 줄곧 그 누가 뒤를 따라오고 있는 것을 느꼈으나 시종 그 사람은 나서서 길을 막지는 않았지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상대방은 스스로 능력이 부족하여 자네와 아고(阿古)를 가로막는 것이 수월한 노릇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겠지.”

그때였다. 1차례 나래를 펴는 소리가 들리며 1마리의 하얀 털에 눈을 동그랗게 뜬 비둘기 1마리가 날아와 정붕(丁鵬)의 손에 앉았다. 그것은 정붕(丁鵬)이 스스로 마련한 통신 기구였다. 그는 비둘기의 발에 묶여져 있는 조그만 대롱을 풀었다. 정붕(丁鵬)은 곱게 쓰여져 있는 글을 훑어보더니 웃었다.

“소향(小香), 네가 비록 어떤 번거로운 일을 당하지 않았지만, 너희들이 돌아오는 동안에 적어도 40명이나 되는 고수들이 곳곳에서 저지를 받고 은밀한 곳에서 살해를 당했구나.”

소향(小香)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일이 있었나요? 쇤네는 어째서 조금도 몰랐을까요?”

정붕(丁鵬)은 설명했다.

“저지를 받고 살해된 사람들은 모두 행동이 민첩하고 노련한 고수들이었다. 그들이 몸을 숨기고 있는 곳은 더욱 은밀했을 터이니 자네들이 발견하기 어려웠겠지.”

소향(小香)은 다시 물었다.

“그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나요?”

정붕(丁鵬)은 대답했다.

“5대(五大)문파(門派)에 속하(屬下)는 고수들이었다. 공동파(崆峒派)와 아미파(峨眉派)의 사람들이 그들 가운데 가장 많은 편이었다. 그들의 목적은 바로 너희들을 가로막는 것이었다.”

소향(小香)은 물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그들을 살해했나요?”

정붕(丁鵬)은 씩 웃으며 알려주었다.

“그것은 1떼의 복면을 한 살수들인데 신분이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나는 이미 누가 보냈는지를 알고 있단다.”

소향(小香)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게 누구지요?”

정붕(丁鵬)은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

“유약송(柳若松)의 수하들이지. 나는 이미 그 녀석이 한참 동안 조용히 지냈으니 1차례 움직임이 있으리라고 예측했었지. 비둘기가 전해온 소식에 의하면 동(銅)장로(長老)와 할머님이 2갈래로 나누어 신검산장(神劍山莊)으로 향하고 있다고 하는군. 교의 반역도들이 신검산장(神劍山莊)에 집결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공격을 개시한다는 것이오. 한편 유약송(柳若松) 역시 신검산장(神劍山莊)으로 향하고 있다고 하는군. 유약송(柳若松)은 가는 길이 동(銅)장로(長老)와 비슷하니 어쩌면 동(銅)장로(長老)와 신검산장(神劍山莊)으로 가는 도중에 마주치게 될는지도 모르겠소. 내가 어서 가서 동(銅)장로(長老)를 도와주어야 하겠어. 청청(青青), 우리들이 이제 나서서 활동할 때가 된 같구려. 집안에서 3년이나 틀어박혀 있었더니 사람이 게을러지는 것 같소. 더 움직이지 않았다가는 많은 우리의 옛 친구들이 우리들을 잊어버리겠구려.”

청청(青青)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정붕(丁鵬)의 말이라면 1번도 반대한 적이 없었다.


52. 무당파(武當派)와 마교(魔教)의 격돌

동타(銅駝)는 10여 명의 부하들을 데리고 총총히 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가 인솔하고 있는 10여 명은 마교(魔教)의 정예 고수들이었다. 그는 지금 신검산장(神劍山莊)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무당산(武當山)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신검산장(神劍山莊)으로 가는 길에 무당파(武當派) 장문인(掌門人)의 도전장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무당파(武當派)의 장문인(掌門人)은 천일(天一)진인(眞人)이었다. 바로 유약송(柳若松)의 사부였다. 상청궁(上清宮) 앞의 넓은 광장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가득 모여 있었다.

5대(五大)문파(門派) 가운데 무당파(武當派)는 세력이 당당한 편이었다. 마교(魔教)의 잔당인 동타(銅駝) 장로(長老)가 길을 떠나는 것을 발견하고 즉시 주살하기 위해 도전장을 보낸 것이었다. 동타(銅駝)는 도전에 응하지 않을 수도 있었으나 그렇게 되면 무당파(武當派)에서 뒤따라오면서 귀찮게 굴 것이 뻔했기 때문에 아예 무당파(武當派)를 박살낸 후에 신검산장(神劍山莊)으로 가기로 마음먹은 것이었다. 비록 마교(魔教)의 인물들은 숫자는 적었으나 모두 일당백의 고수들이라서 무당파(武當派)의 100여 명이나 되는 고수들을 무찌를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무당파(武當派)에서 다른 5대(五大)문파(門派)의 협조를 요청하기 전에 무당파(武當派)를 섬멸하는 것이 동타(銅駝)의 급선무였다. 많은 무당파(武當派)의 제자들과 마교(魔教)의 고수들은 상청궁(上清宮) 앞의 광장에서 양쪽으로 갈라서 있었다. 동쪽에 무리를 지은 사람들은 무당파(武當派)의 인물들이었고 서쪽에 서 있는 사람들은 마교(魔教)의 고수들이었다. 지금 무당파(武當派)와 마교(魔教)는 문파(門派)의 존망을 걸고 1전(一戰)을 벌이게 된 것이었다. 만약 무당파(武當派)가 궤멸된다면 소림사(少林寺)와 함께 수100년간 무림의 태두로 추앙받던 무당파(武當派)의 이름은 영원히 사라지고 말 것이었다.

반대로 무당파(武當派)가 승리한다면 마교(魔教)의 세력은 급격히 약화되어 다시 재기하는데 오랜 세월이 흘러야 할 것이었다. 무당파(武當派)의 인물들을 이끌고 있는 천일(天一)진인(眞人)과 마교(魔教)의 고수를 인솔하고 있는 동타(銅駝)의 무공을 비교한다면 동타(銅駝)의 무공이 1수 위라고 할 수 있었다. 그는 왕년에 마교(魔教)의 4대(四大)장로(長老) 가운데 1사람이었으며 그의 이름만 들으면 울던 아이도 울음을 그쳤을 정도였다. 하지만 무당파(武當派) 장문인(掌門人)만이 펼쳐낼 수 있는 태극혜검(太極慧劍)과 무당파(武當派)의 검진인 5행(五行)검진(劍陣)은 결코 만만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무당파(武當派)가 세워진 이래 1번도 사파(邪派) 인물들이 무기를 휴대하고 상청궁(上清宮)까지 올라왔던 적이 없었다. 사파(邪派)의 인물은 2말할 나위도 없고, 정파(正派)의 고수라고 해도 해검암(解劍岩)에 오면 무기를 벗어 놓고 예를 표해야 했었다. 그러나 오늘은 마교(魔教)의 인물들이 무기를 휴대하고 상청궁(上清宮) 앞까지 올라온 것이었다. 금벽휘황(金碧輝煌)한 무당산(武當山) 상청궁(上清宮)은 구름 위로 솟아 있어서 마치 하늘의 황궁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금의 상청궁(上清宮)은 위엄과 광채를 잃고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마교(魔教)의 인물들이 볼 때 이 1채의 고풍스러운 건축물은 몰락하고 있는 정파(正派)의 세력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였다. 별안간 맑고 우렁찬 종소리가 들려왔다. 그 종루(鐘樓)의 종소리는 마치 나래가 달린 것처럼 뭇 산 봉우리들을 뛰어 넘어 상청궁(上清宮) 앞에 모인 모든 사람들의 고막 속으로 흘러들었다. 그 종소리가 아직도 사람들의 귓전에 머물고 있는 듯한데 상청궁(上清宮)의 그 육중한 철문이 2쪽으로 활짝 열렸다.

사람들은 그 천천히 열리는 대문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큼직한 머리 위에 높다랗게 상투를 틀고 몸에 남색 장삼을 걸친 뚱뚱한 노인이 천천히 걸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동타(銅駝)는 남색 장삼을 걸친 이 노인을 일찍이 본 적이 있었다. 5대(五大)문파(門派)가 사효봉(謝曉峰)과 함께 마교(魔教)를 주살할 때 직접 마주쳐서 접전을 벌인 적도 있었다. 마교(魔教)의 신진 고수들은 비록 처음 보지만 풍채가 당당하고 위엄이 있는 이 노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의 몸에 걸치고 있는 1벌의 남색 장삼이 무당파(武當派)의 장문인(掌門人)을 상징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천일(天一)진인(眞人)은 그 높다란 문틀을 넘어서 돌계단 앞에 이르더니 시선을 들어 광장에 모여 있는 많은 사람들을 1번 쓸어 보고 곧이어 시선을 구리 갑옷을 입고 있는 동타(銅駝)에게 못 박았다. 광장에 모여선 군웅들은 그들의 소속이 정파(正派)든 사파(邪派)든 어느 쪽이든 천일(天一)진인(眞人)의 훑고 지나가는 시선에서 전율을 느꼈다.

삽시간에 주위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지고 모든 사람들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천일(天一)진인(眞人)의 등 뒤로는 흑의에 검을 찬 4명의 대한들이 따르고 있었다. 천일(天一)진인(眞人)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돌계단에서 내려왔고 동타(銅駝)를 향해 마주 나아갔다. 그의 등 뒤로는 그 4명의 흑의 대한들이 바짝 따르고 있었다. 그를 뒤따르는 대한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판에 박은 듯이 일치되었으며 발걸음을 내디디는 폭도 아마 자로 재보면 똑같을 것이다.

마치 천일(天一)진인(眞人)에게 4개의 그림자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동타(銅駝)는 첫눈에 그 4명의 대한들이 걸음을 옮기게 되었을 때 은연중 1가닥의 특수한 기세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들은 중앙에 있는 천일(天一)진인(眞人)의 기세를 많이 증강시켜 주면서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숨이 막힐 듯한 압력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그는 상대방 5명이 자기 앞으로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기세에서 밀릴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앞으로 1걸음을 내디디며 포권을 했다.

“장문인(掌門人), 오랜만이오. 그 동안 별래무양(別來無恙)하시오?”

그가 이와 같이 1걸음을 내딛게 되었을 때 공교롭게도 천일(天一)진인(眞人)의 오른발이 땅바닥에 닿으면서 왼발이 아직도 공중에 떠있는 상태였다. 천일(天一)진인(眞人)은 즉시 1가닥 묵직한 무형의 기세가 동타(銅駝)의 몸에서 뻗쳐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하여 그는 들었던 왼발을 잠시 멈칫했다가 1걸음을 내딛었다.

그것은 찰나지간에 약간 머뭇거렸을 뿐이지만 그의 등뒤를 따르는 4명의 대한들 역시 일정한 기백과 보조를 맞추던 것이 약간 흐트러지고, 충분히 축적되었던 기세가 1차례 손상을 받게 되었다. 천일(天一)진인(眞人)은 속으로 약간 놀라게 되었고 곧이어 동타(銅駝)의 눈동자에 옛날의 살기가 번득이는 광채가 사라지고 보통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을 정도로 눈빛이 착 가라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런 미미한 변화를 주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천일(天一)진인(眞人)은 조금 전의 회합(回合)에서 이미 기세가 약간 꺾이게 되고 동타(銅駝)의 내공이 이미 반박귀진(返璞歸真)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것을 주의하게 된 것이었다. 이같은 성취는 옛날 마교(魔教)를 소탕하던 때와 다른 것이었으며, 동타(銅駝)의 무공이 크게 1걸음 진전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천일(天一)진인(眞人)은 비록 놀라움을 느꼈지만 이번 결전에 자신감이 있었다. 자신이 없었다면 감히 동타(銅駝)를 초청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는 2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무공의 차이와 노련한 경험의 차이를 면밀하게 계산하고 있었으며 자기의 준비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무당파(武當派)의 5행(五行)검진(劍陣)을 완벽하게 펼쳐낼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많은 생각들이 그의 뇌리에서 번쩍하니 떠올랐다가 사라졌고, 그는 동작을 멈추며 포권을 하고 희미하게 웃었다.

“동타(銅駝) 장로(長老), 당신의 무공이 신기할 정도로 증진되었구려. 정말 경하할 일이오.”

동타(銅駝)는 담담히 웃었다.

“장문인(掌門人)이 일부러 부르셨는데도 이 몸이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다면 불러주신 분께 크게 실례가 되지 않겠소이까?”

천일(天一)진인(眞人)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그 말을 받았다.

“무량수불, 왕년에는 당신을 살려주었지만 오늘은 끝까지 모셔다 드리겠소이다.”

동타(銅駝)는 눈을 희번득이며 대꾸했다.

“하하하, 내가 할 말을 하는구려. 옛날에는 사효봉(謝曉峰)이 개입해서 마교(魔教)가 패했지만 오늘은 상황이 반대로 전개될 것이오.”

거기까지 말하는 동안 천일(天一)진인(眞人)은 갑자기 아침 해가 떠오름에 따라 만 가닥이나 되는 금빛 햇살이 동타(銅駝)의 오른쪽 뺨을 비추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동타(銅駝)가 서 있는 위치를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반시진 후에 그는 햇살을 정면으로 마주보는 위치에 서게 되는 것이었다. 눈부신 햇살을 정면으로 마주한다는 것은 검을 뻗쳐내는 방향과 각도에 착오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상대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데 있어서 판단을 그르칠 수도 있었다.

절정 고수들의 싸움에 있어서 1가닥의 빈틈만 드러내면 곧바로 죽음으로 내몰리는 것은 왕왕 있는 일이었다. 천일(天一)진인(眞人)은 자기가 검을 뽑기만 하면 동타(銅駝)로 하여금 방향을 바꿀 여유가 없도록 몰아세울 수 있고, 그리하여 햇살이 그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위치에 와서 동타(銅駝)가 실낱같은 허점을 보일 때까지 상황을 소강상태로 끌고 갈 자신이 있었다. 천일(天一)진인(眞人)은 수많은 실전 경험을 통해 맹수와 같은 감각을 체득해 왔으며 그만큼 결단 또한 빨랐다.

이같은 생각이 그의 뇌리에 번쩍 떠오르자 그는 즉시 소리쳤다.

“동(銅)장로(長老), 우리는 이제 쓸데없는 말장(末將)난은 그만 합시다. 그대가 이미 달려왔고 여러분이 기다리고 있으니 우리는 결투를 시작하도록 합시다. 묵은 빚을 깨끗이 청산하자는 것이오이다.”

동타(銅駝)는 그의 말을 다 듣지 않고 무거운 어조로 물었다.

“장문인(掌門人)이 나에게 보낸 도전장에는 진무대전(真武大殿) 안에서 만나자고 하시지 않았소?”

천일(天一)진인(眞人)은 그 말을 가로챘다.

“그대와 나의 결투를 대전 안에서 거행하게 된다면 여러분은 눈을 즐겁게 하는 기쁨을 누리지 못하게 되지 않겠소?”

동타(銅駝)는 코웃음쳤다.

“아마도 장문인(掌門人)께서 의도하시는 바는 그런 것이 아니겠지요?”

천일(天一)진인(眞人)은 소리내어 웃었다.

“그대와 나의 결전은 무림의 역사에 중 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여기 계신 여러분들의 생명과도 직접 상관이 있을 터인데, 어찌 광명정대하게 천하군웅들 앞에서 거행하지 않을 수 있겠소이까?”

말을 맺으며 그가 2팔을 쳐들자 등 뒤에 서 있던 4명의 흑의 대한들이 일제히 걸음을 내디디며 번개와 같이 신속한 속도로 그의 바깥 장포를 벗겨주었다. 천일(天一)진인(眞人)은 장포 속에 1벌의 짙은 남색 경장 차림을 하고 있었고 허리에는 이상할 정도로 커다란 장검을 차고 있었는데 옷차림으로 미루어 보더라도 그가 얼마나 이번 결투를 중시하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 왔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4명의 흑의 대한들은 손에 든 장포를 땅바닥에 내던지더니 각자 1손을 뻗쳐내어서 천일(天一)진인(眞人)의 등에 있는 각자가 맡은 요혈(要穴)을 눌렀다. 동타(銅駝)는 천일(天一)진인(眞人)이 장포를 벗자 그 역시 차분하게 몸에 걸치고 있던 장포를 벗었다. 그의 오른손에는 정붕(丁鵬)이 준 원월만도(圓月彎刀)가 쥐어져 있었는데, 천일(天一)진인(眞人)이 허리에 차고 있는 장대하고 화려한 장검과 기묘한 대조를 이루었다. 그가 장삼을 벗자 옆에 서 있던 마교(魔教)의 부하들이 튕겨지듯 몸을 움직여 스르륵 뒤로 물러섰다.

이때 동타(銅駝)의 전신은 이미 1가닥 범접할 수 없는 기세로 충만되어 있었기 때문에 옆에 있던 마교(魔教)의 고수들은 운기행공해서 대항하지 않고는 근처에서 있을 수 없었다. 동타(銅駝)는 오른손을 가슴 앞으로 옮기고 비스듬히 1걸음을 내디뎠다. 그는 이미 상대방의 의도를 알아차렸기 때문에 자연히 1걸음에 선기를 제압하고 비교적 유리한 지세를 찾아 자세를 옮기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몸을 막 옮기려 했을 때 천일(天一)진인(眞人) 역시 끌려오듯 왼쪽으로 1걸음 내딛게 되었으며 여전히 그를 마주 보는 위치에 서는 것이었다.

동타(銅駝)는 그 순간 1가닥의 살벌하고도 매서운 기세가 검광처럼 쏘아져 들이닥치는 것을 느끼고 약간 섬뜩하게 생각했다. 어째서 이 찰나 천일(天一)진인(眞人)의 기세가 이토록 강성해지는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는 손목을 살짝 움직여 원월만도(圓月彎刀)으로 곧장 앞쪽을 가리키면서 원래의 위치로 물러섰다. 천일(天一)진인(眞人)의 등 뒤에 있는 4명의 대한들은 여전히 각자 한쪽 손바닥을 그의 등에 갖다 댄 채로 그의 나아감과 물러섬에 따라 그림자처럼 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것은 참으로 진기하고 수상스러운 모양새였다. 4사람이 마치 천일(天一)진인(眞人)과 하나로 뭉쳐진 것 같은 야릇한 행태였다. 광장에 모여 선 많은 무림 인물들은 2눈을 부릅뜨고 정신을 집중해서 동타(銅駝)과 천일(天一)진인(眞人)을 주시했으며 제대로 숨도 크게 쉬지 못하는 것 같았다. 동타(銅駝)는 천일(天一)진인(眞人)과 그 4명의 대한들이 연결된 수상스러운 상황을 보자 즉시 그것이 어떻게 된 노릇인지 짐작할 수가 있었다. 천일(天一)진인(眞人)은 2손을 늘어뜨리고 정신을 가다듬고 동타(銅駝)의 손에 들린 원월만도(圓月彎刀)을 주시한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그는 지금 무당파(武當派)의 성흡운식(星吸雲食)이라는 채공대법(採功大法)을 펼쳐서 4명의 흑의 대한들이 그의 몸 안으로 주입하고 있는 진력을 끊임없이 몸 안으로 빨아들여 자기의 것으로 융합시키고 있는 중이었다. 이같은 채공대법(採功大法)을 믿고 그는 동타(銅駝)에게 도전한 것이었다. 이 채공대법(採功大法)은 대단히 패도적 수법으로 다른 사람의 공력을 고갈시켜 자기의 것으로 빼앗아 쓰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채공대법(採功大法)의 공효는 겨우 2시진밖에 가지 않는다고 했으니 그 시간이 지나게 되면 효과를 잃는 것이었다.

천일(天一)진인(眞人)은 동타(銅駝)를 죽이기 위해서 부득이 정파의 인물들이 부끄럽게 여기는 채공대법(採功大法)을 쓰기로 한 것이었다. 대략 반 잔의 차를 미실 시간이 흐르자 천일(天一)진인(眞人)의 얼굴빛은 점차 붉게 변하고 윤기가 났으며 나중에는 마치 술을 마신 사람처럼 빨갛게 되었다. 그는 2손을 합치더니 반원을 그렸고 어느덧 신속하게 넓적하고 커다란 장검을 뽑아 들었다. 바로 이때 그의 등 뒤에 손을 대고 서 있던 4명의 흑의 대한들은 얼굴빛이 하얗게 변해서 그의 등에서 손을 내렸다.

그들의 손바닥이 일단 천일(天一)진인(眞人)의 등에서 떨어지게 되자 그 즉시 천일(天一)진인(眞人)의 몸에서 쏟아지는 무형의 기경(氣勁)에 충격을 받고 튕겨지듯 뒤로 날아가게 되었으며 땅바닥에 쓰러지면서 하늘을 바라본 자세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광장에 모여 있던 무수한 시선들은 모두 그 4사람의 몸에 집중되었다. 모든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1차례의 전율을 느꼈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이 다시 천일(天一)진인(眞人)의 몸에 던져지게 되었을 때 그의 그 빨갛던 얼굴빛은 이미 원래의 평온한 안색을 되찾고 있었다.

그들은 천일(天一)진인(眞人)과 적어도 2장(丈)도 더 되는 간격을 두고 있었지만 여전히 천일(天一)진인(眞人)의 검에서 뻗쳐 나가는, 사람의 심백(心魄)을 압도하는 싸늘하고 삼엄한 검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동타(銅駝)는 원월만도(圓月彎刀)를 천천히 움직여 눈 앞에 수평으로 쳐들고 상대방을 주시하며 비웃음을 던졌다.

“흥! 정파(正派)의 인물로 자처하는 무당파(武當派)의 장문인(掌門人)이 제자의 내공을 흡수해서 죽게 만들 수 있는 것이오? 그 사악함은 우리 마교(魔教)의 사악함보다 심한 것 같군.”

천일(天一)진인(眞人)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들 4제자를 희생해서라도 마교(魔教)를 주멸(誅滅)할 수만 있다면 그만한 보람이 있는 것이오.”

“흥!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위선자들 같으니!”

“닥치시오!”


53. 천일(天一)진인(眞人)의 죽음

천일(天一)진인(眞人)은 장검을 뽑아 들고 온몸을 1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마치 그 1자루의 거대한 검을 제대로 쳐들 수 없다는 듯이 검끝을 비스듬히 땅바닥 쪽으로 내려뜨리고 서 있었다. 그들 2사람 사이에는 1장(丈) 남짓한 거리가 있었다. 깎아 세운 나무 인형처럼 움직임이 없이 마주 선 그들이 지금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단지 실낱같은 1가닥의 빈틈이었다. 어느 쪽이 작은 빈틈을 보이느냐, 그것으로 승부는 판가름이 날 것이다.

그것을 뼈가 시릴 정도로 잘 알고 있는 2사람은 오직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지루한 소모전이었다. 마교(魔教)의 사람들은 동타(銅駝)를 위해 걱정했다. 그들의 눈으로 볼 때 동타(銅駝)의 손에 들린 것은 2자도 되지 않는 짧은 원월만도(圓月彎刀)였기 때문이었다. 소위 1치가 길면 1치만큼 유리해지고 1치가 짧으면 그만큼 위험해진다는 말이 있다. 동타(銅駝)가 그 단검으로 천일(天一)진인(眞人)의 손에 들린 거대한 검을 상대하는데 어찌 불리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기도 했다. 그 원월만도(圓月彎刀)는 마교(魔教)의 보물이고 마교(魔教)의 교주(敎主)만이 지니고 다닐 수 있는 신표였다. 그러니 겉보기와는 달리 위력이 놀랍고, 일도양단(一刀兩斷)하는 묘용이 있을 것이었다. 정붕(丁鵬)은 그 칼로 철연(鐵燕)쌍비(雙飛)와 은룡(銀龍)을 비롯한 여러 고수들을 2쪽으로 쪼갰던 것이었다. 그들이 염려하는 것은 동타(銅駝)가 원월만도(圓月彎刀)로 펼치는 일도양단(一刀兩斷)의 마교(魔教) 도법(刀法)을 펼칠 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손에 땀을 쥐고 기다리고 있었고 천일(天一)진인(眞人)과 동타(銅駝) 역시 기다리고 있었다.

점점 햇살이 움직이면서 어느덧 동타(銅駝)의 정면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햇살의 움직임에 따라 주변 온도는 점점 더워지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은 몸에서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따가운 햇살은 동타(銅駝)의 얼굴을 비추어주었는데 처음에는 그에게 따뜻함을 안겨주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햇살의 이동에 따라 그의 얼굴 반쪽은 차츰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느낌은 당장에 거북한 감을 주지는 않았지만 그의 마음속에 1차례 섬뜩한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빛나는 햇살이 똑바로 자기의 눈을 정면에서 비추게 되었을 때 천일(天一)진인(眞人)이 먼저 공세를 취해 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때 자기의 시선은 햇살의 자극에 영향을 받게 될 것이고 판단 능력이 적지 않게 약화될 것이었다. 정상의 고수들의 다툼에 있어서 판단력의 착오는 승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었다. 설사 1번째 위험을 피할 수 있다 해도 곧이어 들이닥치는 잇따른 공세에 제대로 응수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쌍방의 기세는 모두 극도로 강성해서 어느 한쪽에서 물러나거나 다가설 기회를 용납하지 않고 있었다. 동타(銅駝)는 자기가 조금이라도 몸의 방향을 바꾸게 된다면 그 움직임이 멈추기 전에 상대의 빛살 같은 공격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쳐들어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천일(天一)진인(眞人)은 이미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었고 기세도 잔뜩 돋구어진 상태였다. 강으로 약을 공격하는 것이 병법의 이치였다. 그는 이제 시간이 흐르면 나타나게 될 상대의 빈틈을 기다리고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와 반대로 동타(銅駝)가 마음속으로 느끼는 초조감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는 예상과는 달리 천일(天一)진인(眞人)이 4명의 제자들의 목숨을 희생하면서 내공을 극한까지 끌어올릴 줄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그는 점점 불리해지는 위치에서 숨결을 잠시 흐뜨릴 수도 없이 안간힘을 다해 현상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천일(天一)진인(眞人)의 손에 들린 장검은 여전히 비스듬히 땅바닥을 가리키고 있었고 크게 부릅뜬 눈초리는 동타(銅駝)의 얼굴에 못박힌 채 1번도 깜박거리지 않았다.

천일(天一)진인(眞人)의 입가에 1가닥 보일듯 말듯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환한 햇살이 동타(銅駝)의 얼굴 위로 기어 올라가 상대가 눈을 제대로 뜰 수 없게 될 때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해는 점점 이동하게 되었고 드디어 직선을 그으며 번득이는 햇살이 동타(銅駝)의 눈을 쏘았다. 동타(銅駝)의 눈동자는 햇살을 받고 차츰 좁아지며 실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때 멀리 서 있는 마교(魔教)의 제자들은 동타(銅駝)가 지형의 선택에 있어서 열세에 놓였다는 것을 민감하게 알았다.

그들은 마음이 초조해졌다. 커다란 모자를 하나 구해서 동타(銅駝)의 머리에 씌워주어 그 찬란한 햇살을 막을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천일(天一)진인(眞人)과 동타(銅駝) 사이에 끼어든다는 것은 너무나 터무니없는 짓이라는 것을. 당금 천하의 절정 고수 2명이 10성(成)의 진기를 끌어올려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누군가가 실낱같은 파탄을 일으킨다면 곧장 강렬한 살기가 폭발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마교(魔教)의 교도들은 마음속으로 초조하고 다급했지만 좋은 방법을 생각해 낼 수가 없었다. 동타(銅駝)는 이때서야 지형을 살펴보지 못함으로써 이와 같이 중대한 결투에 임해서 천일(天一)진인(眞人)이 절대적인 우세를 차지한 데 대해 여간 후회하지 않았다. 어느덧 동타(銅駝)가 강력한 햇살을 마주 보지 못하고 사르르 눈을 감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동타(銅駝)가 그렇게 눈을 감자 먼 거리를 두고 서서 손에 땀을 쥐고 구경하던 군웅들은 정사를 막론하고 모두 대경실색하고 말았다.

그 중에도 마교(魔教)의 제자들은 동타(銅駝)가 검신(劍神) 천일(天一)진인(眞人)과 대치하고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눈을 감은 데 대해 더욱 경악해 마지않았다. 물론 일반적인 무림인들도 적이 공격할 때 무기가 공기를 가르는 바람소리에 의지해서 손을 뻗쳐낼 부위를 분간하고 어림잡아 공격에 응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천일(天一)진인(眞人)이 어떤 상대인가? 30년 동안 도산검림(刀山劒林)을 종횡하며 적수를 만나지 못했던 초일류의 무당파(武當派) 장문인(掌門人)이고, 당금 천하에서 정파의 3대(三大) 고수 가운데 끼는 고수가 아니던가?

그런 천일(天一)진인(眞人)을 상대로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를 걸고 있는 마당에서 동타(銅駝)가 어찌 감히 장님 흉내를 내어 더듬거리면서 그 검을 피할 수 있겠는가? 많은 사람들의 머리 속으로 거의 똑같은 생각들이 일순간에 스쳐 지나갔고 어떤 이는 아예 눈을 질끈 감아버렸고 다른 어떤 사람들은 결전의 순간을 보려고 눈을 화등잔만큼 크게 뜨고 목을 뺐다. 그들의 망막 속에는 이미 천둥번개처럼 몰아치는 천일(天一)진인(眞人)의 공격과 피를 뿜으며 쓰러지는 동타(銅駝)의 자태가 보이는 듯했다.

바로 그와 같은 찰나, 검 끝을 땅바닥 쪽으로 비스듬히 떨어뜨리고 있던 천일(天一)진인(眞人)은 그 거대한 검을 1치씩 1치씩 천천히 들어 올리고 마치 태산반석(泰山磐石)을 들어 올리듯이 얼굴이 새빨개졌다. 힘겹게 검을 들어 올린 천일(天一)진인(眞人)의 왼발이 앞쪽으로 1걸음 내디뎌지면서 한소리 산을 가르는 듯한 폭음이 쩡, 하고 그의 검에서 터져나왔다. 군웅들은 몸을 떨었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천일(天一)진인(眞人)의 손에 들렸던 거대한 검이 햇빛의 광망을 모조리 반사하는 빛의 무리를 보았을 뿐이었다.

빛무리를 끌어 모아 섬광처럼 쓸어 간 천일(天一)진인(眞人)의 검이 원래의 자세로 돌아와 멈춘 순간에야, 싸움을 구경하던 무림의 고수들은 동타(銅駝)가 어느새 이미 1장(丈) 밖으로 물러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마치 그와 천일(天一)진인(眞人) 사이에 형체 없는 거대한 기둥이 있어서 그들의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시켜 주고 있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천일(天一)진인(眞人)이 일단 검을 떨쳐서 앞으로 나아가게 되자 그 형체 없는 기둥은 꼭 그만큼의 거리로 동타(銅駝)를 뒤로 밀어붙이는 듯 했으니, 나아감과 물러남이 멈춘 후 2사람의 간격은 자로 잰 것처럼 여전히 일정했다.

많은 사람들은 동타(銅駝)가 천일(天一)진인(眞人)의 선제 공격에 깃털처럼 가볍게 반응해서 무사히 피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무공의 조예가 동료들보다 뛰어난 1류 고수들은 이미 동타(銅駝)가 상대방의 검기에 약간 상처를 입은 것을 알아볼 수가 있었다. 동타(銅駝)는 여전히 2눈을 꼭 감고 비스듬히 원월만도(圓月彎刀)를 들고 있었으나 그의 가슴 앞의 옷자락이 이미 무형의 검기에 갈라진 자국이 보였다. 그의 오른쪽 이마에 어느덧 검기에 의해 그어진 듯, 하나의 상흔이 미세하게 나 있었고 실낱같은 1가닥의 선혈이 그 상흔에서 흐르고 있었다.

그 정도의 조그만 상처로 그가 이미 패했다고 할 수는 없고 천일(天一)진인(眞人)이 약간의 우세를 차지했을 뿐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누구라도 천일(天一)진인(眞人)이 이미 우세를 차지한 이상 결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더욱 맹렬하고 매서운 공격을 퍼부어 싸움을 종격시키려 하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천일(天一)진인(眞人)은 겨우 1초(一招)를 펼쳤으나 그 1순간의 공격에 필살의 진력을 쏟았다. 그가 이렇게 10성(成)의 공력을 있는대로 짜낸 일은 평생에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속으로 만약 조금 전에 자기가 천일(天一)진인(眞人)의 그 1검(一劍)을 받게 되었다면 십중팔구 그 자신들의 목숨이 이미 사라졌을 것이라고 느낄 수 있었다. 천일(天一)진인(眞人)이 보여준 눈부신 1검(一劍)의 위력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슴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느낌은 바로 무너져 내리는 커다란 산을 마주 대하고 있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었으니, 산이 무너지는 마당에 임하면 어떤 사람이라도 도망칠 수도 없고 항거하기도 어려워서 앉아서 고스란히 죽을 수밖에 없다는 아득한 절망감만이 가슴속을 가득 채우게 되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들은 동타(銅駝)가 그 엄청나고도 항거할 수 없는 1초(一招)를 피한 데 대해 하나같이 탄복해 마지않았다. 하지만 곧 들이닥치게 될 다음 공세가 그들의 마음속에 깊은 그늘을 드리웠다. 그 누구도 이제 동타(銅駝)가 천일(天一)진인(眞人)이 펼쳐내는 제2검과 잇달아 들이닥치게 될 면밀한 공세를 계속 피할 수 있으리라고는 감히 장담할 수 없었다. 그들이 모두 마음을 졸이고 바짝 긴장되어 있을 때 천일(天一)진인(眞人)의 장검이 다시 1번 천천히 이동하면서 몸이 1걸음 앞으로 움직였다.

그 순간 은빛 찬란한 검광이 그의 전신을 감싸면서 눈부신 광망을 발출했다. 천일(天一)진인(眞人)의 뚱뚱한 몸집은 이미 그 1자루의 거대한 검과 하나로 융합된 것처럼 보였다. 그의 몸이 막 움직이는 그 찰나, 동타(銅駝)의 입에서 학의 울음소리처럼 맑고 우렁찬 휘파람소리가 길게 내뿜어졌다. 동시에 그의 손에 들려져 있던 짧은 원월만도(圓月彎刀)가 어느덧 그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 쏜살같이 허공을 가로질러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원월만도(圓月彎刀)는 둔탁한 빛을 발하며 비스듬히 허공으로 쏘아 올라가게 되었고, 동타(銅駝)의 그 훤칠하게 마른 몸도 바짝 검의 뒤를 쫓아 솟구쳤는데 허공을 날아가던 원월만도(圓月彎刀)가 멈칫하는 순간, 날을 아래로 향한 칼등 위로 동타(銅駝)의 2발이 슬쩍 올라섰다. 그것은 바로 검을 디디고 구름 사이를 누비는 검선(劍仙)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천일(天一)진인(眞人)은 빛살처럼 앞으로 내달았으나 동타(銅駝)를 잡지 못했고 이미 그의 상대가 원월만도(圓月彎刀) 위에 올라선 채 허공을 솟구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자석과 쇠붙이의 관계처럼 천일(天一)진인(眞人)의 건장한 몸이 갑자기 멈추어지면서 그 거대한 검이 핑그르르 방향을 틀었고 곧 이어 사람과 검이 1덩어리가 되어 허공으로 솟구치며 동타(銅駝)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동타(銅駝)는 이미 그가 이와 흡사한 1초(一招)를 펼치리라고 예상한 듯이 천일(天一)진인(眞人)의 몸과 장검이 이끌리듯 다가오자 뒤돌아보지도 않고 왼손을 1차례 휘둘러 뒤쪽을 향해 부드럽게 후려쳤다.

1줄기 봄바람처럼 부드러운 힘이 뒤쪽으로 뻗쳐 나가게 되었고 그 바람에 그의 몸과 검은 더욱 속도를 더해서 허공으로 솟아오르게 되었다. 천일(天一)진인(眞人)이 빛살처럼 빠른 속도로 허공으로 솟아올랐지만 여전히 동타(銅駝)를 뒤쫓아 잡을 수는 없었다. 이같이 보는 사람의 눈을 부시게 하고 사람의 마음을 격동시키는 장면이 전개된 일은 아마도 무림의 역사에 다시 없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이기어검(以氣馭劍), 어검비행(馭劍飛行)이라는 무공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설처럼 들어왔는데, 지금 2눈으로 그러한 무공이 펼쳐지는 광경을 똑똑히 보게 된 것이다. 그들은 마음이 마구 뒤흔들리게 되었고 자기도 모르게 입을 딱 벌리고 찬탄의 소리를 한꺼번에 내지르게 되었다. 그 소리는 마치 마른 하늘에 울리는 천둥소리처럼 산골짜기에서 차례로 메아리를 불러일으켜서 무당산(武當山) 전체가 웅, 하고 요동하는 것 같았다.

이때 동타(銅駝)는 원월만도(圓月彎刀)를 디디고 이미 하늘을 5장(丈) 높이나 비스듬히 쏘아져 올라가고 있었다. 그의 옷자락은 끊임없이 펄럭이고 있었는데 고개를 젖히고 위를 쳐다보고 있는 군웅들의 눈에는 그가 마치 이야기 속의 신선과 같았고, 그날아가는 짧은 검을 디딘 채 그대로 저 아득한 하늘 끝까지 쏘아져 올라가 영원히 다시 내려올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모든 사람들은 마음 속으로 동타(銅駝)가 1번 가면 다시 인간 세상에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엉뚱한 느낌에 사로잡히게 되었고 천일(天一)진인(眞人)의 몸과 검이 하나로 화해서 뒤쫓고 있는 것을 보았지만, 자연히 그가 동타(銅駝)에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이 순간, 그 누구도 눈 하나 깜박이지 않았고 크게 숨 1번 쉬지 않았다.

“아아…!”

그들은 자기 자신을 잊은 채 찬탄의 소리를 내질렀고 그런 소리를 자신이 외쳤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동타(銅駝)는 무의식중에 원월만도(圓月彎刀)를 디딘 채 어느덧 7장(丈)이나 하늘 높이 솟아오르게 되었다. 검이 일으키는 파공성이 급격하게 울려퍼지면서 천일(天一)진인(眞人)은 1검(一劍)의 위세를 절정으로 발휘하여 쫓으려 했으나 이미 동타(銅駝)를 뒤따라가기는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었다. 그가 진기를 끌어 올리고 내뱉는데 따라 몸 주위에서 그를 감싸고 찬란한 빛을 발하던 검의 광채가 차츰 어두워지면서 천일(天一)진인(眞人)은 어느덧 지면을 향해 급전직하로 떨어져 내렸다.

그의 몸이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동타(銅駝)가 방향을 바꾸어서 역시 원월만도(圓月彎刀)를 디딘 채 비스듬히 떨어져 내려왔다. 그들 2사람이 허공으로 솟아 오른 높이는 차이가 많았지만, 떨어지고 내려오면서 땅에 닿은 것은 거의 같은 시각이었다. 천일(天一)진인(眞人)은 2발이 막 땅바닥에 닿는 순간, 눈을 서슬이 퍼렇게 부릅뜨고 입으로 산이 떠르르 울릴만큼 엄청난 기합을 터뜨리며 검을 휘둘러 우뢰가 치고 번개가 지나가는 듯한 일격을 쏟아내었으며, 소용돌이치는 검기를 대동하고 그의 몸도 쭉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동타(銅駝)가 땅에 떨어지기 직전에 1걸음 빠른 공격을 감행할 수만 있다면 자기는 그 1가닥의 승기를 장악하여 승부를 끝낼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창망 중에 자기의 위치가 이미 동타(銅駝)과 서로 바뀌어져 있다는 사실을 헤아리지 못했다. 다시 말하면 그는 아까 해를 등에 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해를 마주 보는 위치로 방향이 바뀌어진 것이었다.

따라서 그가 싸움을 마감하려고 서둘러 검을 휘두르며 앞으로 나서는 찰나, 부릅뜬 눈동자에 1폭의 눈부신 광채가 수만 가닥으로 부서져 반사되면서 그로 하여금 1차례 현기증을 느끼도록 하여 동타(銅駝)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볼 수 없게 했다. 그는 크게 놀란 나머지 검과 진기를 거두어 들여 우선 자기 자신을 지키려고 했으나 검세가 이미 쏟아진 상태였고, 나아가는 기세를 멈출 수가 없었다.

그는 간신히 실눈을 뜨고 수10년 쌓아온 내공 수위와 수많은 싸움을 통해 얻은 경험에 의지하여 쏘아져 나가는 검과 몸의 속도를 늦추면서 3성(成)의 진력을 거두어들였다. 그리고 등줄기로 써늘한 찬바람이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 순간에, 그는 이미 다년간 단련해왔던 호체강기(護體罡氣)를 전신에 퍼지도록 만들어서 최악의 사태에 대비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동타(銅駝)의 무공수위가 줄어들지도 넘치지도 않고, 마르지도 불어나지도 않으며 맑게 찰랑거리는 샘물과 같은 경지에 올라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자기의 검기가 이미 응결되어 무수한 검망을 쏘아내고 있으니 상대가 공격할 기회를 포착하지 못하리라 내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동타(銅駝)가 기다렸던 것은 바로 이와 같은 기회였다. 그는 몸이 땅에 닿자 몸을 날려 땅 위에 내려서면서 오른손을 낚아채는 순간 어느덧 원월만도(圓月彎刀)가 손아귀에 잡혔다. 이때 그는 해를 등지고 있었으며 2눈은 똑바로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쏘아져 오던 천일(天一)진인(眞人)의 몸이 멈칫하면서 어지러운 현기증을 느끼고 호체강기(護體罡氣)를 일으킬 때까지 조용하게 서 있던 동타(銅駝)의 훤칠한 몸집이 스르륵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아갔다.

그것은 상대의 빈틈을 보고 공격해 나간다기보다 상대의 빈틈이 그를 끌어당기는 듯한 광경이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검을 따라 나아가며 무심중에 원월만도(圓月彎刀)를 휘둘렀다. 그 순간 창! 하며 금속이 마주치는 맑은 소리가 울려퍼지고 천일(天一)진인(眞人)의 몸 앞에 펼쳐졌던 그 찬란한 검망(劍網)이 갑자기 거두어지면서 그의 손에 들려져 있던 그 거대한 검이 어느덧 중간에서부터 부러져 나갔다.

동타(銅駝)의 원월만도(圓月彎刀)에서 쏘아져 나가는 무형의 검기는 그 부러진 검으로 인해 드러난 빈틈을 비집고 들어갔으며, 천일(天一)진인(眞人)의 가슴팍을 정통으로 찌르면서 그의 호체강기(護體罡氣)를 깨뜨리고 말았다. 퍽! 천일(天一)진인(眞人)의 비대한 몸뚱이가 단단한 벽에 부딪친 공처럼 팡 튕기며 1장(丈) 밖으로 날아가 비칠거리며 간신히 바로 섰다. 그들 2사람이 허공으로부터 떨어져 땅에 닿는 찰나에 벌어진 이와 같은 상황은 마치 번개가 번쩍이듯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기에 사람들은 천일(天一)진인(眞人)이 손에 반 토막의 검을 잡고 어느 틈에 1장(丈) 밖으로 물러서 있는 것을 보았을 뿐이었다.

동타(銅駝)는 승세를 타고 계속 공격을 하지는 않았다. 아까와 똑같이 그의 손에 잡힌 원월만도(圓月彎刀)는 눈 높이에서 수평으로 들려져 있었으며 웅혼한 검세(劍勢)는 1장(丈) 남짓한 거리를 격한 채 어느덧 천일(天一)진인(眞人)의 전신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다. 이제 상대가 이쪽을 건드려 촉발시키기만 하면 동타(銅駝)의 만도(彎刀)는 그야말로 광풍이 휘몰아치듯 들이닥쳐 눈 앞에 있는 물체를 형체도 없이 잘게 쪼개 놓을 것 같았다.

간신히 몸을 가눈 천일(天一)진인(眞人)은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통증을 견뎌내지 못하고 입을 벌리며 울컥 몇 모금의 핏물을 뿜어내었다. 그의 안색은 종잇장처럼 하얗게 변했으며 가슴팍과 배는 끊임없이 불규칙하게 불룩거리고 있었다. 이미 회복할 길 없는 내상을 입었지만 원래 가지고 있던 높고 깊은 내력으로 고통을 극복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을 완전히 나타내고 있었다.

사방은 쥐죽은 듯 조용했으며 산골짜기의 메아리도 이미 사람들의 귓가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사람들은 숨을 쉬었다가는 큰 일이라도 날 것만 같아서 숙연하게 서 있었다. 수 많은 시선들이 천일(天一)진인(眞人)의 몸에 집중되었다. 이때에 이르러 모두들 천일(天一)진인(眞人)이 이미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지금도 천일(天一)진인(眞人)의 전신은 모두 동타(銅駝)의 검세(劍勢)에 뒤덮여 있는 상태였다. 찰나지간에 모든 사람의 마음속으로부터 각기 다른 만 가지 감회가 솟아올랐다.

어떤 사람들은 벅찬 환희에 몸을 떨었고 어떤 사람들은 의기가 소침해지게 되었고 어떤 사람들은 탄식하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들은 일종이 서글픔과 허무감을 느끼고 한숨을 쉬었다. 사방에 정적에 감돌았고 누구도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동타(銅駝) 역시 잠시 넋을 놓고 서 있었다. 그는 이 광장에 모인 모든 사람들 중에서 가장 먼저 정신을 수습하고 입을 열어 이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정적을 깨뜨렸다.

그의 음성은 엄숙했다.

“장문인(掌門人), 양보해주셔서 고맙소. 그러나 나의 원월만도(圓月彎刀)는 1번 칼집에서 뽑혀지면 기필코 상대방의 목숨을 끊어 놓기 전에는 칼집으로 돌아오는 법이 없소. 그것을 잊지 마시구려.”

동타(銅駝)의 이마에서는 실낱같은 피가 1줄기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가느다란 핏자국은 약간 치켜 올라간 그의 눈썹 끝을 지나 오른쪽 뺨을 타고 흘러내려서 옷자락 위로 방울져 떨어지고 있었다.

천일(天一)진인(眞人)의 얼굴 근육이 1차례 푸들푸들 떨렸다. 그는 눈길을 모아 상대방의 위엄 있는 풍모를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갑자기 고개를 젖히고 처절한 광소를 터뜨렸다.

“우하하핫! 오늘 무당파(武當派)와 정파 무림이 망하는구나!”

그의 웃음소리는 천 년의 무림 성지 무당산(武當山)을 찌렁찌렁하게 울리면서 멀리 멀리 퍼져 갔으며, 골짜기마다 메아리가 되어 돌아와서 길게 길게 웃음소리를 연장시키고 있었다.

웃음소리가 멎은 후에 천일(天一)진인(眞人)은 눈을 부릅뜨고 외쳤다.

“무당파(武當派)의 제자들은 들을 지어다.”

무당파(武當派)의 수100명이나 되는 제자들은 일제히 대답했다.

“장문인(掌門人), 하교를 내려주시옵소서.”

천일(天一)진인(眞人)은 결연한 어조로 외쳤다.

“최후의 일인까지 최후의 일각까지 목숨을 바쳐 싸워라. 이 마교(魔教)의 잔당들을 죽여 없애라!”

“네! 명을 보행하오리다.”

무당파(武當派)의 수100명이나 되는 제자들이 일제히 외치며 검을 뽑아 들고 마교(魔教)의 고수들에게 들이닥쳤다.

동타(銅駝)는 호통을 쳤다.

“천일(天一)진인(眞人), 끝까지 발악을 하는군. 그렇다면 그대의 목숨부터 거두어 가겠다.”

퍽! 원월만도(圓月彎刀)가 곧장 밑으로 내려치는 곳에 천일(天一)진인(眞人)의 몸통은 수직으로 2쪽이 나서 좌우 양쪽으로 갈라져 쓰러지고 말았다. 분수처럼 솟구쳐 오른 핏물이 동타(銅駝)의 온몸을 시뻘겋게 적셔 놓았다. 동타(銅駝)는 외쳤다.

“마교(魔教)의 용사들이여, 무당파(武當派)의 졸개들을 모조리 주살해라! 1놈도 남겨 두지 말라. 천일(天一)진인(眞人)을 죽였으니 그의 제자들을 모조리 죽여라. 여기에 있는 제자들을 먼저 죽인 후에 유약송(柳若松)이라는 제자 놈마저 죽여야 한다.”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갑자기 고막을 따갑게 하는 우렁찬 웃음소리가 뒤흔들었다.

“우하하핫! 동타(銅駝), 내가 네 목숨을 거두어 가겠다. 감히 나의 1번째 사부를 죽이고 나마저 죽이겠다고 혓바닥을 놀리다니… 참으로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놈이로구나.”

휘익! 바람처럼 나타난 사람은 바로 유약송(柳若松)이었다.

“앗, 유약송(柳若松), 네 놈이… 오냐. 잘 왔다. 그렇지 않아도 네 놈을 죽여 교주(敎主)님의 원수를 갚으려고 했던 참이었다.”

유약송(柳若松)은 징그럽게 웃었다.

“흐흐흐, 나 역시 당신을 찾아왔소. 당신의 목숨과 원월만도(圓月彎刀)를 거두어 갈 생각이오.”


54. 유약송(柳若松)의 죽음

청청(青青)은 수레 안에 앉아 있었고 정붕(丁鵬)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아고(阿古)가 마차를 몰고 있었는데 정붕(丁鵬)은 손으로 1자루의 칼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1자루의 무척 보기 좋은 칼이었다. 칼 위에는 산수(山水)와 미녀, 그리고 마차, 구름 등이 새겨져 있었다. 이것은 1폭의 미인출필도(美人出蹕圖)였다. 그림 속의 인물들은 모두 143사람이었고 말들은 109마리였으며 수레는 16대였다.

수레의 지붕, 의장 등 여러 가지 모습은 일일이 기록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 그림들이 만약 실물 크기로 확대된다면 10여 리 길에 뻗쳐 있을 것이었다. 만약 그림을 그려서 표구를 한다면 그 길이가 10여 장(丈)은 될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저 1자루의 칼에 새겨져 있을 뿐이었다. 1자루의 3치 반 정도 길이의 칼 위에 새겨져 있을 뿐이었다. 그림이나 조각은 모두 다 명가의 수법이었고 그 모습은 너무나 생동감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성을 1채 살만한 가치를 지닌 예술품이었다. 정말 이것은 예술품이었다. 정붕(丁鵬)이 어느 소장가에게 10만 냥의 황금을 주고 사들인 것이었다. 그 소장가는 어느 흑도 인물의 비위를 거슬리게 되었는데, 그 흑도의 인물이 무리를 지어 앙갚음을 하려고 했을 때, 다행히 정붕(丁鵬)이 나서서 때 늦지 않게 그들 전 가족을 위험에서 구해주었으며, 상대방을 모조리 없애 후환이 없도록 했다. 이와 같은 은혜를 베풀고 그토록 커다란 대가를 지불했는데도 그 소장가는 여전히 무척 아쉬워했었다.

왜냐하면 이것은 차라리 굶어 죽었으면 굶어 죽었지 팔고 싶지 않은 그런 종류의 예술품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살아서는 좀처럼 손에서 놓고 싶지 않고, 죽을 때도 가져가고 싶어하는 그런 기진(奇珍)이었다. 정붕(丁鵬)이 이것을 손에 넣고자 했던 것은 그것이 1자루의 칼이었기 때문이었다. 무척 진귀한 칼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1자루의 칼은 무척 진귀한 상자에 담겨져 있었으나 칼집이 없었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관상용으로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칼은 흉기인데 이 1자루의 칼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일까? 여기에 대한 대답은 무척 기묘한 것이었다. 아마도 3살 먹은 어린 아이도 이 칼로는 사람을 죽일 수 없고 닭 1마리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 칼은 정말 사람을 죽인 적이 있었다. 그것도 수100명이나 되는 사람을 죽였다. 그 칼은 예리함으로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고 그 값어치로 사람을 죽인 것이었다.

누구든지 이 칼을 가졌다는 소문이 퍼지게 되면 즉시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달려와 팔기를 요구했고, 1번 구경하기를 청했으며, 교묘한 수단을 써서 취하거나 억지로 빼앗으려고 하였으며, 끝내는 이 칼 때문에 가족들이 모조리 죽게 되고 집안은 풍지박산이 되고 말았던 것이었다. 정붕(丁鵬)이 이 1자루의 칼을 요구한 것도 역시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였다. 이번에는 그 칼의 예리한 날을 이용할 참이었다.

정붕(丁鵬)이 이 1자루의 칼을 고른 것은, 이 칼 역시 1자루의 둥근 달과 같은 만도(彎刀)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한참 동안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여전히 손에서 놓기 아쉬운 것 같았다. 소향(小香)은 그의 발 앞에 웅크린 채 그 칼을 감상하고 있었는데, 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공자, 정말 이 1자루의 칼로 적을 상대하고 사람을 죽이려고 하는 거예요?”

정붕(丁鵬)은 빙그레 웃었다.

“그렇다. 원래의 그 신도(神刀)는 동타(銅駝)가 가지고 갔다. 노부인께서 필요로 하실 것 같아서 그랬지. 그리고 나는 칼을 쓰는 사람이니, 손에 1자루의 칼이 있어야 한단 말이거든.”

소향(小香)은 종알거렸다.

“공자, 저는 이해할 수 없어요. 공자께서 신의 경지에 올라 있다고 해도 그 신도(神刀)가 없으면…”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칼이 없으면 나는 겨우 6, 7성(成)의 위력밖에 나타낼 수 없다. 지살지위(至殺至威)의 도법(刀法)과 그 1자루의 칼은 본래 1덩어리로 연결되어 있다. 만약 내가 그 칼을 사용한다면 그야말로 12성(成)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지.”

소향(小香)은 다시 물었다.

“우리가 나선 것은 노부인을 돕기 위함인가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았다. 각대 문파(門派)와 천미(天美) 공주의 부하들까지 모두 나섰으니 그들은 결코 노부인을 놓아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소향(小香)은 여전히 궁금한 모양이었다.

“그 사람들의 무공은 무척 고명한가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문에 들으니까 무척 고명하다고 하더군. 더욱이 천미(天美) 공주의 휘하에는 몇 명의 늙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다 사소옥(謝小玉)에게 넘겨주었다고 하더군. 그 여자 애는 심보가 악랄하고 손이 매서우니, 우리가 가서 접응하지 않는다면 노부인께서는 어려운 일을 당하실지도 모른다.”

소향(小香)은 그제서야 진작부터 묻고 싶었던 질문을 했다.

“공자, 우리가 노부인과 접응하러 가는 것이고, 상대방의 무공이 기이할 정도로 고강하다면, 공자께서는 어째서 신도(神刀)를 저 쪽으로 보냈지요?”

정붕(丁鵬)은 빙그레 웃었다.

“신도(神刀)가 내 수중에 있게 된다면 그야말로 천하무적이니 상대방에서 나와 대적하려고 하겠느냐?”

소향(小香)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감히 대적하지 못하겠지요. 은룡(銀龍)이 피살된 후 공자에게 칼을 휘두를 사람은 없어졌지요. 소문에 들으니 은룡(銀龍) 장로(長老)만 해도 당금 세상에서 제일 칼을 잘 쓰는 고수였다고 하더군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바로 그것이다. 내가 칼을 가지고 있으면 그 누구도 감히 나와 손을 쓰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또한 내가 그들을 찾아 갈까봐 두려워할 것이네. 그리하여 그들은 모든 음모를 사용해서 나를 상대하려고 하기 때문에, 내가 방비할 수 없게 된단 말이다. 그래서 내가 그 칼을 가지고 있으면 오히려 화근이 되고 이득을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소향(小香)은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건 그러네요. 그러나 공자께서 이 칼로 적을 물리칠 수는 없지 않겠어요? 이 1자루의 칼이 공자에게 어떤 위력을 보태주기는 어려울 것이에요. 쇤네가 이미 자세히 보았지만 이 칼은 그저 황양목(黃楊木)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나무의 질이 파삭파삭하더군요. 만약 억세고 예리한 물건과 부딪치기면 즉시 부러지고 말 거예요.”

정붕(丁鵬)은 빙그레 웃었다.

“그게 바로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이다.”

소향(小香)은 멍청한 표정이 되었다.

“공자, 쇤네는 여전히 모르겠네요.”

정붕(丁鵬)은 씩 웃었다.

“바보 같으니. 너의 머리는 너무나 단순하구나. 만약 네 손에 1자루의 칼이 있다면 너는 그 칼로 이것을 쪼개려고 하겠느냐?”

소향(小香)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리가 없지요. 저는 차마 이것을 망가뜨릴 수 없을 거예요.”

정붕(丁鵬)은 말했다.

“바로 그것이란다. 상대방은 내 손에 들려져 있는 칼을 보면, 먼저 차마 망가뜨릴 수 없다는 마음이 생기게 되고 손을 쓰게 되었을 때 반드시 그로 인해서 지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와 같이 지체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선수를 쓰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소향(小香)은 감탄했다.

“공자께서는 정말 훌륭하신 심계(心計)를 지니고 있군요.”

정붕(丁鵬)은 빙그레 웃었다.

“나는 영웅이 되고 싶지 않고 헛된 명성을 원하지 않는다. 나는 다만 더 살고 싶다. 살아남기 위해서 나는 어떠한 수단을 사용하든 개의치 않는다.”

소향(小香)은 그 말에 꼬투리를 잡고 입을 열었다.

“만약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공자께서는 숫제 나설 필요가 없지요. 공자께서 집 안에 틀어박혀 있으면 그 누가 감히 나서서 공자를 귀찮게 하겠어요?”

정붕(丁鵬)은 껄껄 웃었다.

“하하하, 소향(小香), 너는 무척 총명한 사람인데 어째서 바보 같은 소리를 하느냐? 너는 내가 바깥 입을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나를 놓아주리라 생각하느냐? 할아버지는 그들을 오랜 세월에 걸쳐 피해 왔지만 여전히 피하지 못하셨다.”

소향(小香)은 가볍게 반박했다.

“공자와 노주인은 사정이 다르지요.”

정붕(丁鵬)은 정색을 했다.

“마찬가지다. 금사(金獅) 일행이 일편단심 할아버지를 찾아내서 살해하려고 한 것은, 원한 때문이 아니라 할아버지가 그들을 찾아내어 보복을 할까봐 마음속으로 공포를 느꼈기 때문이다.”

소향(小香)은 물었다.

“마음속의 공포라고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그들 자신이 먼저 겁을 집어 먹은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소향(小香)은 여전히 수긍할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들 자신이 두려워할 것이 뭐가 있어요?”

정붕(丁鵬)은 웃었다.

“너는 아직 젊으니까 잘 모르는 것이다. 나중에 네가 좀 더 철이 들면 알게 될 거다. 만약 네가 남에게 못할 짓을 했거나 너에게 야심이 생기게 되면 너는 좌불안석이 될 것이다.”

소향(小香)은 고개를 쳐들었다.

“알겠어요. 금사(金獅) 일행은 노주인 마님에 대해 어느 정도 부끄러움과 가책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그 분을 죽이려고 한 것이군요?”

정붕(丁鵬)은 가상하다는 듯이 그녀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렇다. 숨어서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해도 칼을 배운 사람이나 무공을 어느 정도 연성한 사람들은 여전히 나를 찾아와서 나를 격퇴시키고 명성을 떨치려고 할 것이다.”

소향(小香)은 말했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 참된 평온이란 있을 수 없군요.”

정붕(丁鵬)은 자세를 똑바로 했다.

“그건 그렇지가 않다. 평온하고 조용하게 한평생을 보낸다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다. 무공을 배우지 않고 명성을 떨치지 않는, 밭에서 일하는 농부나 산에서 나무를 하는 나무꾼처럼 남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은 평온하고도 담백하게 한평생을 보낼 수 있다. 세상 사람들의 대부분은 모두 평온하고 조용하게 일생을 보내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소향(小香)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그 사람들도 결코 즐거운 것 같지 않던데요?”

정붕(丁鵬)은 한숨을 내쉬었다.

“모순이란 바로 그 점에 있다. 우리들은 평온하고 조용한 것을 낙으로 보는데 그들은 우리들이 타고 가는 노마향거(怒馬香車)를 부러워한단 말이다. 이 세상의 고생과 낙이라는 것은 1마디로 말하기 힘든 것이지. 그래서 우리들은 반드시 나서서 나의 생활을 파괴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어 먼저 그들을 때려눕히는 것이다. 그러면 적어도 한동안 평온하고 조용해지는 법이지.”

소향(小香)은 쫑알거리 듯 말했다.

“그저 한동안에 지나지 않는군요?”

정붕(丁鵬)은 차분히 수긍을 했다.

“그렇지. 일단 강호에 들어서게 되면 영원히 평안한 날이 없기 마련이고 기껏해야 겨우 한동안에 지나지 않는 것이지. 그러다가 새로운 풍운 인물이 나타나게 되고 똑같은 원인을 위해서 나를 찾아오게 되지.”

소향(小香)은 참을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오직 청청(青青)만이 무척 평온하고 조용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마치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아무것도 듣지 않은 것 같았다. 다만 머리를 숙이고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정붕(丁鵬)의 곁에 있는 요람 속에서 깊이 잠든 갓난아기를 주시하고 있었다.

마치 그 아이야말로 그녀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라는 듯이… 수레가 갑자기 멈추었다. 정붕(丁鵬)은 물었다.

“아고(阿古), 무슨 일인가?”

아고(阿古)는 대답하지 않았다. 정붕(丁鵬)은 수레의 창문을 열어젖혔다. 아고(阿古)는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고 앞쪽에는 노인의 시체가 나무에 매달려 있었다. 구리 옷에 구리 갑옷을 하고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동타(銅駝)였다. 동타(銅駝)는 밧줄에 묶여서 나무에 매달린 상태였다. 아고(阿古)는 무척 슬프게 울었다.

비록 우는 소리가 나지 않았지만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리고 있었다. 정붕(丁鵬) 역시 수레에서 내렸다. 그는 천천히 나무 앞으로 다가가 동타(銅駝)를 내리고 밧줄을 끊어주었다. 동타(銅駝)의 몸뚱이가 2쪽으로 나누어졌다. 그는 칼에 의해 2쪽으로 쪼개진 것이었다. 청청(青青)과 소향(小香)도 마차에서 내려와 시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오직 정붕(丁鵬)만이 아직도 자세하게 시체를 살펴보고 있었다. 잠시 후에 그는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유약송(柳若松)이 손을 쓴 것이군.”

청청(青青)은 어리둥절해졌다.

“나으리, 잘못 아신 것이 아닌가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틀림없소. 이 1칼은 정말 정확하게 쪼개내었구만. 그 비결을 깊이 터득하고 있는 모양이오. 세상에 살아 있는 사람 가운데 오직 2사람만이 이토록 정확하게 쪼갤 수 있는데, 1사람은 나이고 다른 1사람은 그 놈이지. 왜냐하면 오직 우리 2사람만이 진전(眞傳)을 이어 받았기 때문이지.”

청청(青青)은 놀랐다.

“유약송(柳若松)이 이미 나으리와 같은 경지에 도달했다는 말씀인가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소.”

청청(青青)은 다시 물었다.

“무엇 때문일까요?”

정붕(丁鵬)은 간단히 대답했다.

“물론 그 칼을 빼앗기 위해서지.”

이때 아고(阿古)가 몸을 일으키더니 정붕(丁鵬)에게 손짓을 했다. 정붕(丁鵬)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 안심하게. 나는 결코 그를 놓치지 않을 것일세. 그러나 원수를 갚는 일은 자네가 나설 필요가 없네. 유약송(柳若松)의 손에 그와 같은 1자루의 신도(神刀)가 쥐어지게 되면, 자네는 대적할 수 없을 것일세.”

아고(阿古)는 그래도 무슨 손짓을 하려고 했다. 정붕(丁鵬)은 입을 열었다.

“동타(銅駝)를 수레 위로 옮겨 놓게. 그런 후에 우리들은 그를 찾으러 가세.”

아고(阿古)는 동타(銅駝)를 밧줄로 잘 묶었다. 정붕(丁鵬)은 수레 안의 어린 아이를 안고 입을 열었다.

“가세. 앞쪽 50여 리 되는 곳에 1채의 절간이 있네. 동타(銅駝)를 그 절간에다 먼저 안치하도록 하지.”

소향(小香)이 다가가 그의 손에 들린 아들을 받으려고 하자 정붕(丁鵬)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안고 있겠다. 길을 가는 동안 퍽이나 흉악하고 위험한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네 공력으로는 겨우 자신을 지킬 수 있을 뿐 어린 아이 돌볼 힘은 없을 것이다.”

소향(小香)은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자기의 재간을 알고 있었다. 만약 길에서 공격을 받게 된다면 그녀는 정말 어린 아이를 보호할 여력이 없었다. 그들은 자운사(慈雲寺)로 가는 길에, 7곳에 잠복해 있다가 공격해 오는 사람들과 마주치게 되었다. 그들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강호인들이었다.

그러나 무공은 기이할 정도로 고강했다. 손을 쓰게 되었을 때 우르르 달려들어 강호의 규칙을 따지지 않고 칼과 검, 그리고 암기를 모조리 썼다. 정붕(丁鵬) 일행은 겨우 모두 합쳐 5사람밖에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들 가운데는 1명의 1살 남짓한 어린 아이가 있었다. 다행히 정붕(丁鵬)이 아들을 안고 있었다. 그는 1손으로 그 값이 비싼 나무칼을 들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 사람들은 그의 나무칼 아래에 쓰러지고 말았다.

아고(阿古)의 기다란 채찍이 몇 사람을 죽였으나 그 자신도 상처를 입었고 왼팔의 뼈가 부러지고 말았다. 그것은 1자루의 등이 두터운 칼에 찍힌 것이었다. 그의 일신에 지닌 기공(氣功)은 이미 칼과 창이 파고들지 못하는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그러나 그 뼈에 상처를 입힌 그 이름 없는 사내는 겨우 1번만 칼로 내려쳤을 뿐이었다. 아고(阿古)는 심장이 조여드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그는 자기의 뼈마디가 부러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상대방의 뼈가 부러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것은 그의 기다란 채찍이 상대방의 목뼈를 산 채로 조여서 바스러뜨리는 소리였다. 자운사(慈雲寺)의 노(老)방장(方丈)은 정붕(丁鵬)과 절친한 사이였다. 그는 정붕(丁鵬)이 보시(布施)하는 엄청난 향자(香資)를 받아 들고, 동타(銅駝)를 염하겠다고 응낙했다. 그런 후에 입으로 염불을 외우며 그들이 수레에 오를 때까지 동행했다. 그는 모든 사람의 몸에서 짙은 살기가 뻗쳐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고(阿古)가 가야할 곳을 묻자 정붕(丁鵬)은 꿋꿋하게 입을 열었다.

“이제 신검산장(神劍山莊)으로 가자. 지금쯤 신검산장(神劍山莊)에서 치열한 혈투가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정붕(丁鵬)은 이윽고 신검산장(神劍山莊) 앞에 이르게 되었다. 애석하게도 1걸음 늦은 셈이었다. 그 쪽에서는 싸우는 소리가 이미 끝나가고 있었다. 그들은 어지럽게 널려 있는 시체 더미에서 겨우 1가닥 숨만 붙어 있는 노부인을 찾아 내었다. 청청(青青)은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할머니…!”

노부인은 1가닥 숨을 들이쉬고 입을 열었다.

“너희들이 끝내 와 주었구나. 정붕(丁鵬), 어린 아이를 우리에게 나누어준 데 대해 고맙게 생각하네.”

정붕(丁鵬)은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이것은 마땅히 해야 할 도리였다. 노인은 다시 말을 이었다.

“아이는 그들의 수중에 들어갔네. 원월만도(圓月彎刀)는 찾지 말고 아이만 찾아오도록 하게. 그리고 이곳으로 가주게. 그곳에는 아직도 20명이 남아 있네. 그들은 본교(本教)에서 남겨 놓은 유일한 제자들이네. 어린 아이가 장성하게 되면 그에게 원월만도(圓月彎刀)를 되찾도록 하고 마교(魔教)를 다시 일으켜 세우라고 시키게. 원월만도(圓月彎刀)가 유약송(柳若松)의 수중에 있다 해도 성취에는 한도가 있을 것이고, 20년 후에는 틀림없이 그를 격파할 수 있을 것이니, 그가 20년 동안 우쭐대도록 내버려 두게나.”

정붕(丁鵬)은 고개를 들었다.

“아니 되옵니다. 하루라도 그를 내버려 둘 수 없습니다.”

노부인은 다시 간곡히 말했다.

“유약송(柳若松)은 죽어 마땅하지만 본교(本教)를 위해서 원수를 갚아주었다. 그는 많은 반역도와 적을 죽여 없애준 것이다.”

정붕(丁鵬)이 탄성을 발했을 때 노부인은 다시 말을 이었다.

“금사(金獅)와 천미(天美), 그리고 몇 명의 마교(魔教)의 반역도들 가운데 과거 본교(本教)를 없애려고 했던 적들은 모두 그의 칼 아래에 목숨을 잃었다네. 나으리가 이 도박에서 이긴 셈일세. 그 분은 자기의 칼을 사용하고 자기의 도법(刀法)을 이용해서 원수를 갚은 셈이네. 그렇기 때문에 유약송(柳若松)이 우리 편 사람을 적지 않게 죽였지만 나는 결코 조금도 그를 미워하지 않네…”

노부인은 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아직도 많은 할 말이 남아 있었으나 이미 말할 기운이 없어지고 말았다. 청청(青青)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정붕(丁鵬)은 어린 아이를 청청(青青)에게 넘겨주고 거침없이 장원 쪽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시체를 치우고 있었다. 모두 젊은 사람들이었다. 문 앞에 이르게 되었을 때 사(謝)선생이 걸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사(謝)선생은 맞은편에서 절을 했다.

“정(丁)공자, 오랜만이군요. 그 동안 안녕하셨는지요?”

정붕(丁鵬)은 냉랭히 입을 열었다.

“이곳에서 적지 않은 사람이 죽었구려?”

사(謝)선생은 대답했다.

“그렇소. 우리 장원의 주인께서는 크게 위세를 떨쳐 걸리적 거리는 사람들을 모조리 제거했소.”

정붕(丁鵬)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주인이라니, 사(謝)대협이 돌아왔다는 말이오?”

사(謝)선생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지요. 노주인께서는 이미 구름처럼 학처럼 떠돌아다니는 몸이니 다시는 세상일에 상관하지 않는답니다. 제가 말하는 것은 새로운 주인이지요.”

정붕(丁鵬)은 다시 질문을 던졌다.

“새로운 주인이라니? 작은 주인 말이오?”

사(謝)선생은 웃었다.

“작은 주인께서는 새로운 주인에게 곧 시집을 가게 되지요. 신검산장(神劍山莊)을 다시 세우게 될 뿐 아니라 본장(本莊)원은 신도장(神刀莊=)으로 이름이 바꾸게 되지요.”

정붕(丁鵬)은 흠칫 놀라며 물었다.

“신도장(神刀莊)? 당신들의 새로운 주인은 혹시…?”

사(謝)선생은 대답했다.

“유약송(柳若松), 유(柳)대협이시지요.”

정붕(丁鵬)은 웃었다.

“그였군. 그는 나의 제자이오.”

사(謝)선생은 웃었다.

“유(柳)대협은 겸손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이지요. 그는 정(丁)공자의 제자인 것을 인정했지요. 그는 공자의 신도(神刀)를 이어받은 셈이니 그야말로 명분이 서는 일이 아니겠소?”

정붕(丁鵬)은 물었다.

“그는 아직도 나의 제자인 것을 인정하고 있소?”

사(謝)선생은 대답했다.

“정(丁)공자께서는 노주인의 망년지기(忘年知己)이고 유(柳)장주(莊主)는 노주인의 사위가 되었으니, 어떻게 하든지 1배분 낮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더군다나 무공을 정(丁)공자의 문하에서 습득한 것이니 창피할 것도 없지요.”

정붕(丁鵬)은 성이 난 어조로 물었다.

“그가 아직도 내가 자기의 사부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이 사부가 이렇게 찾아 왔는데 그는 어째서 영접을 나오지 않는 것이오?”

사(謝)선생은 웃었다.

“유(柳)장주(莊主)께서는 온몸에 피칠을 하고 있지요. 정(丁)공자를 모독하는 결과가 될까 싶어서 옷을 바꾸어 입으러 간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있는데 유약송(柳若松)이 온몸에 비단옷을 걸치고 사소옥(謝小玉)의 팔짱을 낀 채 걸어 나왔다.

그는 정붕(丁鵬)을 보더니 공수의 예를 했다.

“사부님께서 칼을 내리신 은덕에 사의를 표합니다. 제자는 이 칼을 써서 당금 강호의 17명이나 되는 절정의 고수들을 모조리 죽일 수 있었습니다.”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였다.

“매우 잘 했군. 자네는 이제 천하 무적이 되었겠군?”

유약송(柳若松)은 여전히 깍듯이 대해주었다.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사부님의 면전에서 제자가 어찌 감히 그와 같은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더군다나 또 1분의 신검(神劍) 사효봉(謝曉峰)도 계시지 않습니까? 내가 사소옥(謝小玉)과 결혼식을 거행하게 된다면, 당신들 2분 가운데 1명은 나의 장인이 되시고 1명은 나의 사부가 되시니, 저에게 훼방을 놓지는 않으실 것이 아닙니까?”

정붕(丁鵬)은 사소옥(謝小玉)에게 얼굴을 돌렸다.

“소옥(小玉), 축하하네.”

사소옥(謝小玉)은 빙그레 웃었다.

“별거 아니에요. 나는 남의 밑에 들어가기를 싫어하지요.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나를 아내로 맞아주지도 않기 때문에 별 수 없이 저 분에게 시집을 가기로 한 거예요.”

정붕(丁鵬)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천미(天美) 공주를 죽이지 않았는가?”

사소옥(謝小玉)은 순순히 시인했다.

“그래요. 그는 금사(金獅)까지 죽였어요. 그들은 마교(魔教)의 반역도였지요. 그래서 저 분은 마교(魔教) 교주(敎主)의 부탁을 받아 문호(門戶)를 정리한 것이랍니다. 그것은 반드시 행해야 할 일이지요.”

정붕(丁鵬)은 다시 물었다.

“천미(天美) 공주는 자네의 어머니가 아닌가?”

사소옥(謝小玉)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우리 어머님과 나 사이에는 모녀의 정이 전혀 없어요. 그저 남처럼 담담할 뿐이지요. 따지고 보면 그녀는 역시 마교(魔教) 교주(敎主)의 첩에 지나지 않지요. 유약송(柳若松)이 사문(師門)의 죄를 위해서 그녀를 죽이는 것을 저는 저지할 수 없었지요.”

정붕(丁鵬)은 넌지시 입을 열었다.

“적어도 그에게 시집을 가지는 말아야지.”

사소옥(謝小玉)은 웃었다.

“내가 그에게 시집을 가지 않는다면 그는 나마저도 죽일 거예요. 저는 죽고 싶지 않아요. 당신이 만약 나를 위해 그를 죽인다면 나는 그에게 시집을 갈 필요가 없어지는 거지요.”

정붕(丁鵬)은 유약송(柳若松)에게 얼굴을 돌렸다.

“내 아들은?”

유약송(柳若松)은 웃었다.

“안에 있지요. 그는 나의 작은 사제(師弟)가 되지 않겠소? 그러니 이 제자가 잘 보살펴드리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정붕(丁鵬)은 안색을 굳혔다.

“유약송(柳若松), 잘 듣게. 어린 아이를 나에게 돌려주고 신도(神刀)를 바치도록 하게. 그러면 나는 자네의 목숨을 살려주도록 하겠네.”

유약송(柳若松)은 뻔뻔스럽게 말했다.

“칼은 사부님께서 이 제자에게 내리신 것입니다.”

정붕(丁鵬)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네. 유(柳)나으리, 이제 소름 끼치는 말은 그만하지. 나는 1번도 자네에게 무예를 가르친 적이 없네. 그러니 자네도 다시는 나를 사부라고 부르지 말게.”

유약송(柳若松)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사부님께서 그렇게 말씀을 하시니 제자도 억지를 부리지 않겠소. 제자의 나이와 사부의 나이는 본래부터 그렇게 잘 어울리지 않았소. 예전에는 칼을 내리신 은덕을 위해서 제자가 부득이 예의를 다하지 않을 수 없었으나, 이제 그 1줌의 정분이 없어지고 말았으니 당신이나 나나 제 갈 길을 가도록 합시다.”

정붕(丁鵬)은 냉랭히 말했다.

“칼을 이리 내 놓게. 그리고 내 아들을 데리고 오게.”

유약송(柳若松)은 웃었다.

“정붕(丁鵬), 아들은 안에 있네. 나는 결코 그 아이를 차지하고 싶지 않네. 자네는 언제라도 데려가도록 하게. 신도(神刀)로 말하면 나 역시 마교(魔教)의 제자이고 큰 공을 세웠네. 그러니까 모든 반도들을 제거한 셈이니, 내가 그 칼을 이어 받을 자격이 있는 셈일세.”

정붕(丁鵬)은 빙그레 웃었다.

“내가 한사코 회수하려 한다면?”

유약송(柳若松)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것은 쉬운 일이지. 나는 빼앗아 온 것이니 당신도 빼앗아 가게.”

정붕(丁鵬)은 대답했다.

“당신이 순순히 내놓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는 벌써부터 준비했지. 그 칼을 뽑아라.”

유약송(柳若松)은 천천히 말했다.

“자네는 손에 들고 있는 그 칼을 가지고 나와 결투를 하겠는가?”

정붕(丁鵬)은 칼을 뻗쳐서 그에게 똑똑히 보여주고 입을 열었다.

“나의 이 칼은 자네의 것보다 훨씬 아름답지. 천하의 사람들이 모두 이 점을 알고 있지. 그러나 그 신도(神刀)는 겨우 강호인만이 알고 있는 것이지.”

유약송(柳若松)은 자세히 그 칼을 살펴보았다.

“과연 1자루의 출필도(出蹕刀)로군. 소문을 듣고 나는 별로 믿지 않았었지. 당신이 그 칼을 이용해서 싸우겠다는 것인가?”

정붕(丁鵬)은 차갑게 응수했다.

“싸우는 것이 아니고 살인을 하려고 한다. 자네를 죽이는 거지.”

유약송(柳若松)은 반박했다.

“당신은 농담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오? 그것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겠소?”

정붕(丁鵬)은 웃으며 대답했다.

“칼이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미 10여 명을 죽였다.”

유약송(柳若松)은 응수했다.

“내 수중에 들려 있는 것은 천하의 사람들이 모두 두려워하는 마신지도(魔神之刀)이다.”

정붕(丁鵬)은 여전히 웃으면서 대답했다.

“내가 죽인 사람들의 손에는 모두 무기가 들려 있었지.”

유약송(柳若松)은 무척 믿기 어려운 듯한 표정으로 칼을 쳐들었다. 정붕(丁鵬)의 나무칼은 이미 쪼개 들어오고 있었다. 2사람은 모두 마교(魔教)신도참(神刀斬)을 익힌 바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1번 칼로 치는 수법에 대해서는 무척 익숙한 편이었다.

따라서 2자루의 칼은 거의 일직선이 되어 상대방을 정확하게 겨눈 채 내려 쪼개고 있었다. 반드시 먼저 상대방의 칼을 2쪽으로 쪼개내야 했다. 그리고 상대방을 2쪽으로 쪼개야 하는 것이었다. 유약송(柳若松)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아무리 단단한 것이라도 망가뜨릴 수 있는 원월만도(圓月彎刀)였다. 그는 정붕(丁鵬)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2칼이 마주치게 되었을 때 그는 갑자기 그 나무칼이 진귀하다는 사실을 상기했고 자기도 모르게 멈칫했다.

이것은 본래 정붕(丁鵬)이 예상했던 일이었다. 정붕(丁鵬)이 노리는 것은 바로 속도였다. 칼과 칼은 부딪치는 순간 나누어졌다. 나무칼은 물론 신도(神刀)를 이길 수 없어서 2쪽으로 쪼개졌다. 그러나 정붕(丁鵬)의 공세는 중단되지 않았고 2조각이 난 나무칼은 곧장 유약송(柳若松)의 몸뚱이를 3조각으로 나누어 버리고 말았다. 정붕(丁鵬)은 그의 손에서 신도(神刀)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는 다만 이 1마디를 남겼을 뿐이었다.

“어떤 사람은 신도(神刀)를 손에 쥐고 있다고 해도, 영원히 도중지신(刀中之神)이 될 수 없지.”
행운12님이 100포인트 선물하셨습니다.
추천 (0) 선물 (1명)
IP: ♡.221.♡.246
행운12 (♡.123.♡.160) - 2022/02/10 11:21:37

좋은 소설 올리셨네요,드라마로 봤는데 재밌더라구요

23,397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나단비
2024-01-24
1
120
나단비
2024-01-24
1
146
단밤이
2024-01-23
0
88
단밤이
2024-01-20
0
130
단밤이
2024-01-20
0
93
단밤이
2024-01-20
0
117
단밤이
2024-01-20
0
103
단밤이
2024-01-19
0
98
단밤이
2024-01-19
0
111
단밤이
2024-01-19
0
99
단밤이
2024-01-19
0
99
단밤이
2024-01-19
0
115
단밤이
2024-01-18
0
106
단밤이
2024-01-18
0
118
단밤이
2024-01-18
0
97
단밤이
2024-01-18
1
108
단밤이
2024-01-18
0
136
단밤이
2024-01-17
1
146
단밤이
2024-01-17
1
156
단밤이
2024-01-17
1
157
단밤이
2024-01-17
1
137
단밤이
2024-01-17
1
146
단밤이
2024-01-16
1
157
단밤이
2024-01-16
1
139
단밤이
2024-01-16
1
139
단밤이
2024-01-16
1
124
단밤이
2024-01-16
1
183
단밤이
2024-01-15
0
135
단밤이
2024-01-14
0
138
단밤이
2024-01-13
0
162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