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밤

의천도룡기 6-5

3학년2반 | 2022.03.06 07:07:48 댓글: 0 조회: 373 추천: 0
분류무협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53193
의천도룡기(倚天屠龍記) 제 6 권

제 6 장 세 고승(高僧)과 사손의 행방(行方) #1/5

소낙비가 내리자 사원 지붕과 각처의 순찰은 한층 허술해졌다.
장무기는 담 밑이나 나무 뒤로 몸을 숨기며 그들을 미행했다.

원진이 사원 뒷담을 넘어가는 것이 보였다.

'의부께서 사원 안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었구나. 그래서 사원
안에서 아무런 행적을 찾아낼 수 없었군.'

장무기는 대담하게 담을 넘지 못하고 담 밑으로 천천히 숨어서
걷다가 순찰하는 스님이 지나가자 그제서야 담을 뛰어 넘었다.
원진은 사원에서 백 장이나 떨어진 곳에서 왼쪽으로 꺾어지더니
한 작은 산봉우리 밑에 오자, 재빨리 산 위로 오르고 있었다. 원
진의 나이 이미 칠십을 넘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동작은 민첩
했다. 그가 들고 있는 우산이 조금도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유유
히 뛰어올라가고 있었다.

장무기가 재빨리 산 밑까지 달려가 위로 올라가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길 옆에서 흰 빛이 번쩍이며 누군가 병기를 들고 매복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재빨리 몸을 숨기고 잠시 지나자 나무 숲에
서 네 사람이 불쑥 튀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앞에 셋, 뒤에 한
명이 줄지어 산 위로 달리는 것이었다.

산 위에는 집 같은 것은 보이지 않고 다만 소나무 몇 그루만 보
였다. 장무기는 사손이 어디에 갇혀 있는지 몰라, 사방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그도 산 위로 향했다.

앞에 가는 네 명의 경공은 대단했지만 장무기는 발걸음을 재촉
하여, 잠깐 사이에 그들과의 거리는 불과 이십여 장밖에 되지 않
았다. 어둠 속에서도 그는 희미하게 넷 가운데에서 한 사람은 여
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세 남자는 평범한 차림새였다.

'아마 저 네 사람도필시 의부님을 괴롭히러 온 자들일 것이다.
저들이 먼저 원진과 지칠 대로 싸울 때까지 내가 끼여들 필요는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에 네 사람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지고 있
었다.

순간 장무기는 그들 중 두 명을 알아볼 수 있었다.

'앗! 저 둘은 곤륜파의 하태충, 반숙한 부부가 아닌가!'

그러자 갑자기 원진이 긴 휘파람을 불며 갑자기 방향을 바꿔 산
밑으로 쏜살같이 뛰어내려오는 것이었다.

장무기는 재빨리 길 옆 풀 숲에 몸을 낮추고 기어서 왼쪽으로
몇 장 이동하자, 병기가 서로 부딪치는소리가 들려왔다. 원진과
그들이 벌써 싸움이 붙은 것이었다. 병기가 맞부딪치는 소리를
들어 보니, 두 사람이 원진을 상대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아니? 네 사람이 아니라면, 분명 나머지 두 명은 의부님을 찾
으려 산 위로 올라갔을 것이다.'

장무기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풀 숲 속에서 산 위로 쏜살같이
올라갔다. 산 위에 오르자 허허 벌판인 평지에는 아무것도 없었
고, 다만 세 그루의 높은 소나무가 품(品)자 모양으로 서 있었
다. 나뭇 가지는 하늘을 향해 찌를 듯 솟아있었고, 그 모양은 꼭
용이 승천하는 모양처럼 보였다.

'아니, 그렇다면 의부님께서 여기에 감금당하지 않았다는 것인
가?'

그러자 오른쪽 끝의 풀 숲에서 바스락! 하고 사람이 기어가는
소리가 들리며, 뒤따라 반숙한의 음성이 들려오는 것이었다.

"빨리 행동을 해요. 두 사제가 그 늙은 소림 승려와 오래 끌지
못할 거예요!"

"알았소!"

하태충의 대답 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두 사람은 일어나 세 그루
의 소나무를 향해 덮치는 것이었다.

장무기는 혹시나 사손이 이 근처에 있을까 하고 잠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풀 숲에 숨어 앞으로 기어갔다. 순간 하태충이 상
처를 입은 듯 그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 보니 하
태충은 이미 세 나무 사이에 서서 장검을 휘두르며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누구와 싸우는지 상대는 보이지 않았다. 다
만 순간 순간 하태충의 장검이 무슨 이상한 병기와 부딪치는 소
리만 간간이 들려왔다. 장무기는 호기심이 생겨 앞으로 기어가
자세히 바라보더니, 그만 크게 놀라고 말았다.

그것은 소나무에 구멍을 파서 딱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게 해
놓고, 각각의 나무 안에 노승이 한 명씩 들어가 있고, 손에는 모
두 긴 검은색 밧줄을 들고 하태충 부부를 공격하고 있는 것이었
다.

어두컴컴한 야밤에 검은 밧줄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하
태충 부부는 방어자세를 취하고 정신 없이 장검을 휘두르고 있었
으나, 불행하게도 상대의 무기를 자세히 볼 수가 없어 반격할 여
지가 없었다. 세 개의 밧줄은 느릿느릿한 것 같으나 실은 매우
날카로웠다. 그러나 조금도 소리를 내지를 않았다. 비오는 야밤
에 조용한 산봉우리에서 세 개의 밧줄은 마치 귀신과도 같았다.
정말 말할 수 없이 그 모습은 무척 괴이해 보였다.

하씨 부부는 소리를 지르며 마음이 급해 품자 모양으로 포위 당
한 속에서 빠져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여전히 긴 밧줄에 진
로가 막혀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장무기는 내심 크게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검은 밧줄을 사
용하는 자들의 내력은 심후하고 공력이 정순하여 자신도 감히 그
들을 능가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음! 원진이 말하기를, 의부님을 자신의 태사숙 세 명이 지키고
있다고 했는데, 아마 이 세 노승인 모양이군. 정말 공력이 극치
에 도달했구나.'

그러자 앗! 하는 비명 소리와 함께 하태충은 이미 등에 밧줄을
맞고 포위망 속에서 밖으로 나뒹굴며 쓰러졌다. 보아하니 살아
남기 어려울 것 같았다. 이 광경을 본 반숙한은 당황하다가 가까
스로 잠깐 정신을 돌린 사이에 그만 세 개의 밧줄이 동시에 그를
후려치자 비명소리와 함께 그녀도 머리통이 깨지고 사지가 떨어
져 나가서, 도대체 사람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형체로 포위망
밖으로 튕겨져 나오고 있었다.

원진은 싸우면서도 서서히 산 위로 걸어오고 있었다.

"자, 용기가 있으면 따라와 보거라."

원진과 상대하고 있는 두 대한은 모두 곤륜파의 상당한 고수인
지라, 무공이 고강한 원진일지언정 두 명을 한꺼번에 해치울 수
는 없었다. 한 명에게 부상을 입히는 사이에 나머지 한 명은 도
망갈지도 모르므로 두 사람을 산 위까지 유인하고 있는 중이었
다.

두 사람은 산 위 소나무에서 몇 장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었지
만, 갑자기 하태충의 시신을 보자 순간 똑같이 발걸음을 멈추었
다. 그런데 어느새 두 개의 밧줄이 소리도 없이 그들의 허리를
감아버렸다. 그런 후 밧줄을 당기더니 갑자기 밧줄을 흔들자 두
사람은 밧줄에서 풀려나 허공을 향해 몸이 날렸다. 두 사람은 백
여 장이나 되는 산 밑으로 던져진 것이다. 잠깐 사이에 두 사람
은 산 밑에 떨어져 즉사하였다. 그러나 산 밑으로 떨어지면서 외
친 비명소리는 아직도 메아리치고 있었다.

세 명의 노승이 순식간에 네 명의 곤륜파 고수를 해치운 것을
본 장무기는, 그들의 심후한 무공에 혀를 내둘렀다. 녹장객이나
학필옹보다도 한 수 위인 것만 같았다. 태사부 장삼봉만은 못한
것 같았지만, 그러나 이미 신통한 경지에 도달한 것은 분명했다.

'소림사에 아직 이런 원로들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마 태사부님
과 양소도 모르고 있을 거다.'

그는 가슴이 두근두근 뛰어 풀 숲에 엎드려 감히 꼼짝도 하지를
못했다.

원진은 하태충 부부의 시체를 산 밑으로 걷어차 버렸다. 그러자
한참 지나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장무기는 내심 생각
했다.

'하태충 부부가 나한테 입은 덕을 원한으로 갚으려고 하더니,
오늘 또 여기까지 와 보도(寶刀)를 탐해 의부님을 괴롭히려고 했
구나. 그들의 인품은 정말 비열하지만 무공은 훌륭하다. 한 무학
의 일파를 이룰 수 있는 사람들인데, 오늘 이런 최후를 당하다
니.....'

그 때 원진이 공손한 태도로 말하는 것이 들려왔다.

"세 분 태사숙의 신공은 정말 세상에 둘도 없는 것 같습니다.
순식간에 네 명의 곤륜파 고수를 해치우시다니, 원진은 정말 탄
복하여 뭐라고 형용할지 모르겠습니다."

그 말에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으나 그 가운데 한 명이 다만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원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원진이 방장 사숙의 명을 받아 세 분 사숙께 문안드리옵니다.
그리고 그 포로에게 할 말이 좀 있습니다."

메마른 음성이 들려왔다.

"공견 사질의 덕과 예가 깊어 우리 셋이 제일 좋아했었지. 원래
그가 소림일파의 무학을 높이 빛냈는데, 불행하기도 이 못된 놈
의 손에 죽어 우리 셋은 수십 년 동안을 이미 세상 일에 나서지
않아 왔는데, 이번에 공견 사질을 위해 이 산으로 온 것이네. 이
놈은 죽어 마땅하니, 단칼에 베어 버리면 그만인데, 귀찮게 또
무슨 할 말이 있다는 것이냐? 조용히 지내고 있는 우리를 시끄럽
게 할 셈이냐?"

"태사숙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그러나 방장 사숙의 말씀이, 저
의 은사님도 그 자에게 목숨을 잃었지만, 은사님의 무공이 실로
얼마나 훌륭했습니까? 그러니 그 자 혼자서의 힘으로 그런 일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 자를 여기에 잡아두고 세 분 사숙께서
지키게 수고를 끼친 것은, 저 자의 패거리들이 구출하러 오게끔
하여 당년에 은사를 죽인 원수들을 일망타진하려고 하는 것이었
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도룡도를 다른 놈들의 손에 들어가
지 못하게 하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누군가 그 보도
를 갖고 무림지존의 이름으로, 천년이나 내려온 우리 소림사의
성세를 깎지 못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 말에 장무기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

'원진, 이 악적아! 너는 천 갈래 만 갈래 찢겨도 네가 지은 죄
를 다 씻지 못할 것이다. 네놈이 입에 침도 안 바른 거짓말로 수
십 년이나 세상에 관심을 두지 않던 고승들을 끌어내, 그들의 힘
을 빌어 무림의 고수들을 모조리 없애려고 하다니!'

"그래, 얘기해 보거라."

한 노승의 음성이 들렸다.

내리는 비는 아직 그치지 않고 천둥 번개소리가 요란스럽게 울
렸다.

원진이 세 나무 사이로 걸어가 무릎을 꿇고 땅바닥을 보며 말을
하였다.

"사손, 생각해 보았느냐? 네가 지금이라도 도룡도가 있는 곳을
마하면 즉시 너를 여기서 보내 주겠다."

장무기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다.

'아니, 어째서 땅을 보고 말을 하는 것일까? 거기에 무슨 지하
감옥이라도 있어 의부님께서 거기에 갇혀 있다는 것인가?'

그러자 찌렁찌렁한 한 노승의 음성이 들려왔다.

"원진, 우리 출가인들은 거짓말을 절대로 하지 않는데, 왜 저
자한테 거짓말을 하느냐? 만일 저 자가 정말 보도를 감춘 곳을
말하면 저 자를 풀어 주려는 것이냐?"

"태사숙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제가 깊이 생각한 바, 은사님을
죽인 원한이 아무리 깊다 해도 본파의 성망을 좌지우지하는 일보
다 더 중하겠습니까? 만약 보도를 내놓는다면 제가 즉시 풀어줄
것입니다. 그리고 삼 년 후 제자가 다시 은사님을 죽인 원수를
갚으려고 합니다."

"좋다! 무림에는 신의가 제일 중하여 한번 꺼낸 말을 다시 줏어
담을 수가 없으니, 아무리 간악한 놈이라 할지라도 소림 제자는
절대로 신의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네, 잘 알았습니다!"

'이 세 소림 노승은 무공만 절륜한 것이 아니라, 덕의 소양도
높은 노승들이구나. 단지 원진의 간계에 속은 것을 모르고 있구
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 원진의 말소리가 또 들렸다.

"사손, 내 태사숙의 말씀을 들었느냐? 세 분께서 너를 풀어주시
겠다는 말씀을?"

그러자 땅 속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성곤, 네가 아직 나를 볼 면목이 있느냐?!"

그 말소리는 분명 의부님이 틀림없었다. 장무기는 정신이 번쩍
들어 당장이라도 뛰어가 단번에 성곤을 죽여 버리고 싶었다. 그
렇게 되면 세 노승의 긴 밧줄이 즉시 자기를 향해 공격해 올 것
이다. 혹시 성곤이 덤벼들지 않는다해도 자기는 세 노승의 연합
공격에 적수가 될 수 없었다. 장무기는 자신의 심정을 억제하고
침착하게 생각을 굴렸다.

'원진이 돌아간 후 세 노승을 찾아가 절을 하고 우여 곡절을 얘
기하면 불법이 깊은 세 노승이 시비를 잘 가려줄지도 모를 것이
다.'

다시 원진의 겸손한 음성이 들려왔다.

"사손, 내 나이가 칠십이 넘었는데 지나간 일은 모두 잊어 버려
라. 많아야 이십 년 후면 우리 두 사람 모두 땅 속에 묻힐 것인
데, 네가 너한테 잘못한 점도 많지만 너한테 잘 대해준 적도 많
았지. 옛날 일은 모두 잊어 버리자."

"성곤아, 네가 아직 나한테 할 말이 있느냐?"

원진이 똑같은 말로 반 시진을 허비해도 사손은 여전히 그 한
마디 뿐이었다.

원진은 다시 냉랭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좋다. 사흘의 여유를 주마. 사흘 후 네가 여전히 보도의 소재
를 털어놓지 않으면 내가 무슨 수단으로 너를 대할 것인지 네가
더 잘 알 것이다."

그리고는 일어나서 세 노승에게 절을 한 후 산 밑으로 내려가
버렸다.

장무기는 그가 멀리 간 것을 확인한 뒤 막 일어나서 세 노승에
게 호소를 하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온몸의 기류에 이상이 있는
것을 느꼈다. 누군가 자신을 습격한 것을 조금도 느끼지 못한 것
에 그만 깜짝 놀라 재빨리 옆으로 몸을 굴려 피하자, 순간 자신
의 얼굴 위로 무엇인가 두 개의 물체가 스쳐 지나갔다. 바람소리
조차 내지를 않은 두 개의 긴 밧줄이었다. 그는 일 장여를 굴러
피하자 다시 또 하나의 검은 밧줄이 자기의 가슴을 향해 공격해
왔다. 그 검은 밧줄은 일직선으로 바꾸어 예리한 검과 같이 쏜살
처럼 자기의 가슴을 향해 찔러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동시에 다
른 두 개의 밧줄은 장무기의 등뒤에서 공격해 오고 있었다.

조금 전에 곤륜파의 네 고수가 죽은 것을 본 장무기는 이 세 개
의 이상한 무기에 대한 두려움을 알고 있으므로, 지금 위급한 상
황에 처하자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장무기는 왼손으로 앞에서 오는 밧줄을 잡아 옆으로 제치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그것이 휘청거리더니 순간 산사태와도 같은
위력을 지닌 경력이 자기의 가슴을 향해 덮쳐 왔다. 만약 그것에
제대로 맞는다면 장무기는 즉시 갈비뼈가 부러지고 오장육부가
터질 것이 분명했다.

바로 이 전광석화의 순간, 그는 재빨리 오른손으로 뒤에서 공격
해오는 두 개의 검은 밧줄을 제치고 왼손으로 건곤이위심법과 구
양신공을 섞어 앞에서 오는 경력을 흘려 보내고, 동시에 획! 몸
을 공중으로 솟구쳤다.

바로 그 때 하늘에서 번개가 번쩍! 하며 세,네 번이나 밝은 빛
이 비쳤다. 그리고 엇! 하고 두 노승이 놀라운 듯 소리를 냈다.
그것은 상대의 높은 무공에 무척 놀라는 표정들이었다. 다시 몇
번의 번개가 장무기의 모습을 환하게 비치자 세 노승은 나란히
위를 쳐다보다니, 그만 이 절정에 달한 신공을 지닌 자가 바로
얼굴에 때가 묻어 지저분하게 생긴 시골뜨기 소년인 것을 알고
더욱 놀라는 것이었다.

세 마리의 흑룡과 같은 세 개의 흑색(黑色)은 세 방향에서 쏜살
같이 그를 향해 덮쳐 가고 있었다. 장무기는 번쩍 하는 번개에
순간 세 노승의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동북쪽 소나무에 앉아 있는 노승은 얼굴이 칠흑같이 검은 것이
쇠붙이 같았다. 그리고 서북쪽의 소나무에 있는 노승은 얼굴이
깡마르고 누런 색이고, 남쪽을 바라보고 있는 노승은 얼굴이 오
히려 백지장과 같이 창백했다. 세 노승이 모두 얼굴이 말라 살이
라고는 붙어 있지 않았다. 그리고 누런 얼굴의 노승은 한쪽 눈이
먼 애꾸눈이었다. 다섯 개의 눈초리가 자기를 노려보자, 번개 빛
에 눈매가 더욱 날카로왔다.

세 개의 검은 밧줄이 눈앞에 다가온 것을 느낀 장무기는, 순간
양팔로 휘어감아 세 노승의 경력을 밀어 세 개를 하나로 묶어 버
렸다. 이 초식은 바로 장삼봉이 전수한 무당파의 태극심법이었
다. 세 개의 밧줄에 담긴 경력을 하나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
때 번개가 번쩍이고 천둥이 요란한 소리를 내자 간담이 써늘했
다. 장무기는 공중에서 제비넘기를 하여 왼발을 소나무 가지에
대고 몸을 나뭇 가지 위에 세우고 있었다.

그런 후 그는 큰 소리로 외쳤다.

"명교 교주인 장무기라는 후배가 세 노승에게 인사드립니다."

그러면서 왼발만 가지를 밟고 오른발은 허공을 딛은 채로 꾸벅
절을 하자, 그의 동작에 따라 나뭇 가지도 휘청거렸다.

세 고승은 자기들의 밧줄이 장무기에 의해 한데 엉키자 밧줄을
털어 즉시 각각 떨어뜨렸다. 세 노승이 조금 전에 보인 삼초구식
(三招九式)은 매식마다 수십 초의 변화를 포함하고 있었다. 그리
고 그 수십 초식 살수에도 상대는 모두 그것을 피했고, 또 매번
마다 아슬아슬하여 잠시라도 지체했다면 그것은 즉시 목숨을 잃
었을 것이다. 그러나 장무기는 그것을 피하고도 여전히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태연자약하니, 세 노승은 평생 이런 상대랄 만
난 적이 없었다. 모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장무기가 젖먹던 힘을 다 들여 삼초구식을 피한
것인 줄은 몰랐다. 장무기는 휘청거리는 나뭇 거지의 힘을 이용
해 흐트러진 단전의 진기를 모으고 있었던 것이다.

장무기가 조금 전에 보인 무공엔 구양신공, 건곤이위신공, 태극
권 등 삼대 신공이 내포해 있었고, 맨 나중의 제비넘기는 바로
성화령에 새겨 있던 심법이었다.

세 노승의 무공이 아무리 절기에 도달했다 해도 그들은 이미 여
기서 수십 년을 지내면서 세상 일에 신경을 쓰지 않아, 장무기의
이 네 가지 무공을 어느 한 가지도 본 적이 없었다. 다만 어딘가
은연중에 구양신공이 자기네와 같은 줄기라는 것을 느꼈으나, 그
깊고 정묘한 것은 소림파 신공보다는 훨씬 앞서 있는 것이 틀림
없다고 느꼈다.

장무기가 자신이 명교 교주라고 신분을 밝히자, 세 노승은 내심
탄복했던 마음이 금새 사라지고 노기로 바뀌었다. 얼굴이 창백한
노승의 음산한 음성이 들려왔다.

"어느 곳의 고인이 왕림했는가 했더니 바로 마교의 대마두였군.
우리 세 사형제가 수십 년이나 은둔하여 속무에 신경을 쓰지 않
고, 본사의 대사마저도 한 번도 간여하지 않았는데, 오늘 여기서
명교 교주를 만나게 되다니 정말 일생의 행운이 아닐 수 없군."

장무기는 상대가 말끝마다 마두라고 하자, 명교와 무슨 깊은 원
한을 갖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만 망설이며 어떻게 말을 해
야 할지 몰랐다.

그러자 애꾸눈 노승이 다시 말했다.

"아니, 마교 교주는 양정천(陽頂天)이 아닌가? 어째서 각하께서
명교 교주이시요?"

"양교주께선 돌아가신 지 이미 삼십 년이 됩니다."

계속 ---

제 6 장 세 고승(高僧)과 사손의 행방(行方) #2/5

애꾸눈 노승은 놀라며 그의 표정엔 무한한 상심과 실망이 담겨
져 있는 것 같았다. 장무기는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양교주가 죽었다는 말에 저렇게 상심하는 것을 보아, 아마 왕
년에 양교주와 매우 깊은 우정을 나눈 모양이다. 의부께서 양교
주의 부하였으니 우정을 이용해서 원진이 어떻게 양교주를 죽였
는지 그 진상을 밝히고 나면 좀 달라지겠구나.'

"대사님께서 양교주님을 잘 아십니까?"

"물론, 양교주를 모른다면 내가 어떻게 애꾸눈이 됐겠소? 또한
우리 세 사형제가 뭣하러 여기서 삼십 년이나 좌선하며 세월을
보냈겠소?"

그의 이 몇 마디 말투는 조용했으나 거기에는 무척 깊은 상심과
실망이 서려 있었다.

'큰일났구나.'

장무기는 내심 실망을 했다. 그리고 노승의 말투로 보아 양정천
이 그를 애꾸눈으로 만든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세 사형제가
여기서 삼십 년이나 공부를 들인것은, 그 원한을 갚으려고 벼르
고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양정천이 죽었다는 말에
크게 실망을 한것이었다.

다시 애꾸눈 노승이 자신들의 신분을 소개했다.

"장교주, 이 늙은이의 법명은 도액(渡厄)이고, 이 얼굴이 하얀
사제는 법명이 도겁(渡劫)이고, 검은 얼굴을 한 소제의 법명은
도난(渡難)이라고 하오. 양정천이 이미 죽었다니 우리 셋의 원한
은 별수없이 지금의 교주가 감당해야겠소. 우리의 사질 공견, 공
성이 모두 명교에 의해 목숨을 빼앗겼으니, 여기에 온 이상 물론
피하지는 못할 것이니, 수십 년의 원한을 오늘 무공으로 결단을
내 버려야겠소!"

"후배는 귀파와 아무런 원한이 없고, 또한 오늘 이곳에 오게 된
것은 나의 의부 금모사왕 사대협을 구하러 온 것입니다. 공견 신
승은 나의 의부님께서 잘못하여 죽였지만, 거기엔 많은 우여곡절
이 있습니다. 그러나 공성 신승의 죽음은 폐파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세 분께서는 한쪽 말만 들으셔서는 안 됩니다. 모든
것을 자세히 알고 시비를 가리셔야 합니다."

흰 얼굴인 도겁 노승이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공성은 누가 죽였다는 거냐?"

"후배가 알기로는 조정의 여양왕부 무사들에 의해 목숨을 잃은
걸로 압니다."

"여양왕부의 무사들은 인솔자가 누구냐?"

"여양왕부의 딸 이름은 조민이라고 합니다."

"원진의 말에 의하면, 그녀는 이미 자기의 군주와 아버지를 배
반하고 명교에 투신했다는데, 그게 정말이냐?"

장무기는 별도리가 없었다.

"네, 그렇습니다. 그녀는 지금 이미 모든 것을 뉘우치고 명교에
입교했습니다."

도겁은 갑자기 큰소리로 외쳤다.

"공견을 죽인 자는 마교의 금모사왕 사손이고, 공성을 죽인 자
는 마교의 조민이 아닌가! 그리고 조민은 소림사를 공격해서 우
리의 제자들을 모조리 잡아갔고, 제일 용서 못할 것은 감히소림
사의 십육존 나한상의 등에다 모욕의 말을 새긴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형의 한쪽 눈이다! 우리 세 사람이 합쳐서 백 년이나 여
기서 좌선을 했는데 이 빚은 너한테 따지지 않고 누구한테 따진
다는 것이냐?"

장무기는 긴 탄식을 토했다. 자신이 이미 조민을 받아들인 것을
인정했으니 그 책임을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순간 아버님
이 사랑하는 자기 부인의 과거 죄값 때문에 끝내 자살을 한 심정
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양교주와 의부님이 맺은 원한
이 지금까지 내려온 것을 부인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이 그것을
짊어지지 않으면 누가 감당할 것인가 하고 생각했다.

장무기가 꼿꼿이 서서 모든 경력을 발 끝에 주입하자, 휘청거리
던 나뭇 가지는 돌연 흔들림을 멈추고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세분 노승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후배가 그 책임을 면할 수
없군요. 모든 죄값은 후배 혼자서 감당하겠습니다. 그러나 저의
의부님께서 공견 신승을 죽인 것에 대해선 그 속에 많은 고충과
우여곡절이 있으니 세 분께서 그 점에 대해 용서해 주시기 바랍
니다."

도액이 입을 열었다.

"네가 뭘 믿고사손을 위해 대신 사정을 하는 거냐? 우리 사형
제 셋이서 너를 못 죽일 것 같으냐?"

장무기는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맞부딪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
다.

"후배 혼자서 세 분을 상대한다면 절대로 적수가 될 수 없습니
다. 그러니 어느 분이 저한테 몇 수의 가르침을 주시겠습니까?"

도겁이 입을 열었다.

"우리는 일 대 일로 하면 너를 이길 자신이 없다. 그리고 이런
원한을 갚는 일에 강호 규칙을 지킬 수도 없다! 자, 마두야! 어
서 내려와 목숨을 바쳐라!"

그리고 나서 그는 나무아미타불하고 염불을 외자 도액과 도겁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부처님의 자비심이 있기를!"

세 개의 검은 밧줄이 위로 치솟으며 장무기를 향해 휘감아 왔
다.

장무기는 몸을 낮춰 밧줄 사이를 피해 밑으로 뛰어내리면서 발
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공중에서 자세를 바꾸어 도난을 향해
덮쳤다. 도난은 즉시 손을 뻗어 맹렬하게 장풍을 뻗자 강한 경풍
이 장무기의 아랫배를 향해 공격해 갔다. 장무기는 몸을 돌려 경
력을 모아 건곤이위심법으로 장력을 무산시키자, 비로 이때 도액
과 도겁의 검은 밧줄이 동시에 장무기를 휘어감는 것이었다. 장
무기가 몸을 조금 돌려 피하자 도겁이 소리도 없이 왼손으로 장
무기를 공격했다. 장무기는 세 그루의 나무 사이에서 공격해 오
는 초식을 모두 풀어 버리고, 순간 갑자기 일장을 뻗자 수백 줄
기의 빗줄기와 경풍이 더불어 도액을 향해 날아갔다. 도액 노승
이 재빨리 머리를 피했지만 이미 수십 줄기의 빗줄기가 그의 얼
굴에 부딪쳤다. 매우 심한 통증을 느꼈다.

"대단한 놈이군!"

도액 노승이 이를 갈았다.

그리고 그의 검은 밧줄은 갑자기 둥근 원을 그리며 공중에서 밑
으로 장무기의 머리를 향해 씌워 오는 것이었다. 장무기의 몸은
쏜살과 같이 그것을 피하며 도겁을 향해 공격했다. 장무기는 싸
울수록 내심 놀라며 의아해 했다. 자신의 전신 기류가 세 개의
밧줄과 세 줄기의 장풍의 일렁거림 속에 갇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점점 자기를 조여오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이런 고수를 상대한 적은 없었다. 세 노승의 초식이 정묘
할 뿐 아니라 내력도 심후 무쌍하였다. 장무기는 처음의 칠성은
방어 자세를 취하고 삼성은 공세를 취했었다. 그러나 이백여 초
가 넘자 점점 체내의 진기가불순해지는 것을 느끼며 별수없이
공세를 거두고 완전 방어에만 몰두했다.

장무기의 구양신공은 원래 끝이 없어서 쓰면 쓸수록 더욱 강력
해지는 것인데, 지금은 매 초식마다 모든 힘을 다 쏟아 점점 힘
이 달리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 또한 신공을 연마한 후로 처
음 겪는 경험이었다.

수십 초를 다시 넘기자 그는 생각을 굴렸다.

'이대로 끌다간 나중에는 목숨을 잃을 것이 뻔하다. 오늘은 잠
시 여기서 빠져나가 외할아버지와 양좌사, 범우사, 위복왕 네 사
람을 만나 만나, 다섯이 힘을 합치면 세 노승을 이길 수 있을 것
이다. 그 때 다시 의부님을 구출해 낼 수밖에 없겠다.'

그는 즉시 도액을 향해 삼 초를 공격하고 속에서 빠져 나오려고
했지만, 뜻밖에도 세 개의 밧줄이 그린 원은 철벽과 같았다. 몇
번이나 뚫고 나가려고 해도 다시 막혀, 뒤로 후퇴하려 해도 이미
빠져 나갈 수가 없었다.

그는 정말 크게 당황했다. 세 사람의 연결이 한 몸이나 다름없
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렇듯 서로 마음을 통하는 무공이 세상에
정말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이 세 노승이 여기서 삼십 년이
나 앉아 좌선한 최대의 정성은, 바로 이 셋의 마음을 통하게 하
는 것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한 사람이 움직이면 나머지 두 사람은 즉시 그 뜻을 깨닫는 것
이구나. 이런 심령 감응은 매우 오묘한 것이지만, 세 사람이 이
좁은 데에 같이 앉아 삼십 년이나 수련한 것이니 신기한 것은 당
연하다. 그렇다면 내가 다른 사람들을 데려와 같이 공격해도 이
세 사람이 이룬 심령 감응의 철벽은 뚫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끝내 의부님을 구출해 내지 못하고 여기서 죽을 것이란 말
인가?'

그는 마음을 조급하게 쓰자 정신이 분산되어 그 틈에 그만 도겁
의 다섯 손가락에 어깨를 맞아 골수까지 고통이 스며들었다.

'내가 죽는 것은 안타까운 것이 없지만 의부님의 억울함은 꼭
밝혀야 한다. 의부님은 평생 고집스럽고 오만하여 아무리 목숨의
위험이 닥쳐도 자기를 위해 절대 변명을 하지 않을 사람이다.'

그는 큰 소리로 외쳤다.

"세분 선사께 한 가지 밝힐 일이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또 검은 밧줄이 좌우로 그를 공격했다.

장무기는 좌충우돌하며 덮쳐오는 경력을 풀고 계속 떠들었다.

"원진의 속세 이름은 성곤이라 합니다. 별명은혼원벽력수이고
바로 나의 의부이신 사손의 사부입니다....."

세 명의 쇰 고승은 장무기가 경력을 무산시키면서 동시에 말을
할 수 있자, 이런 내공은 자신들이 절대로 해 낼 수 없기에 내심
점점 두려움에 싸였다. 그러나 한편, 세 노승은 명교가 모든 나
쁜 짓만 하는 마교라고 인정하고 있는데, 교주의 무공이 높을수
록 세상에 해를 더 끼칠 것이라고 생각하며, 지금 그가 위험에
처해 빠져 나가지 못하니, 이 기회에 그를 제거하는 것이 큰 공
덕을 쌓는 것이라 여기면서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더욱 맹렬하
게 공격했다.

장무기는 더욱 떠들어댔다.

"세 분께서는 분명히 아셔야 합니다! 그 성곤의 사매가 바로 명
교 교주 양정천의 부인입니다! 성곤이 끝까지 자기의 사매에게
정을 두고 그 정으로 인해서 질투가 생겨 끝내 명교와 깊은 원한
을 맺게 된 것입니다....."

그러면서 덮쳐오는 세 노승의 초식을 무산시키며 입으로는 성곤
이 어떻게 명교를 멸망시키려 하였고, 어떻게 양부인과 밀회를
하여 양정천을 죽게끔 만든 것, 어떻게 취한 척하고 사손의 처를
농락하고, 그의 온 집안을 살해하고, 그로 인해서 사손이 어떻게
무림지사들을 무고하게 죽이고, 어떻게 해서 공견 신승을 사부님
으로 모시고, 그로 인해 공견이 사손의 십삼 장을 받았으며, 어
떻게 해서 신의를 못 지켜 공견이 한을 머금고 마지막을 맞이했
는지에 대하여 털어놓았다.

도액 등 삼승은 들을수록 기가 막혔다. 지금까지 들은 얘기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모든 얘기는 틀림없었다.
도액의 손에 쥔 검은 밧줄이 제일 먼저 점점 힘이 빠져갔다.

장무기는 다시 입을 열었다.

"후배는 양교주께서 어떻게 도액 대사와 원한을 맺게 됐는지 모
르겠습니다. 아마 그 중간에 어떤 간악한 놈의 모략이 있었을 겁
니다. 아마 그 자는 바로 원진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액 대사께서
자세히 옛날 일을 생각하여 이 후배가 한 말이 틀림없는지 짐작
해 보십시오."

으음! 소리를 낸 도액은 아무 말 없이 한참 생각하고 나서 입을
열었다.

"그것도 일리가 있군. 내가 양정천과 원한이 생기게 된 것은 원
진이 많은 작용을 했지. 그리고 그 후 나를 자기의 사부로 삼으
려고 했지만, 난 언제든지 항상 제자를 받아들이지 않았지. 그래
서 그를 공견 사질의 문하에 들어가게 했던 것이지. 그렇게 보면
그 때 그는 모든 계획을 세우고 행동을 했던 것이라고 할 수 있
겠군."

"그것뿐이 아닙니다. 지금은 그가 소림 방장의 이름을 빌어 많
은 도당들을 끌어모아 음모를 꾸며 공문 신승을 해치려고 하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우르릉 하고 소리를 내며 왼쪽끝 비탈
위에서 큰 바위덩어리가 세 그루의 소나무를 향해 굴러 오고 있
었다.

"누구냐?"

하고 도액 노승이 크게 외쳤다.

그러면서 굴러오는 바위를 향해 밧줄을 흔들자 팍! 팍! 하는 소
리와 함께 바위덩어리가 깨지며 깨진 돌 부스러기가 날렸다. 그
러자 갑자기 바위덩어리 뒤에서 한 그림자가 튀어 나오며, 흰 빛
이 번쩍이는 단도를 들고 장무기의 목을 향해 찔러 오는 것이 아
닌가!

장무기는 전력을 다해 도겁과 도난의 밧줄과 권장을 막아 내는
데 정신이 없어 누가 기습해 오는지 꿈에도 몰랐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한 줄기의 찬바람이 그의 목에 다가오고
있었다. 이 위급한 상황에서 장무기는 본능적으로 몸을 옆으로
날렸다. 그러자 찍! 하고 단도는 그의 앞가슴의 옷을 찢고 지나
간 것이다. 간발의 차이로 위급을 모면한 것이다.

일격에 명중을 못시키자 그 자는 바위덩어리로 몸을 막고 재빨
리 세 노승의 검은 밧줄의 범위에서 벗어나 빠져나가 버렸다.

장무기는 진땀을 흘리며 크게 외쳤다.

"악적 성곤아! 나를 죽이고 내 입을 막으려고 하느냐?!"

조금 전에 단도로 찌를 때 사람을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그
재빠른 신법과 잔인한 출수, 그리고 강력한 내경, 또한 그 자의
무공이 완전히 사손과 똑같았으므로, 그 자는 성곤임에 틀림없었
다.

소림 삼승의 검은 밧줄은 세 개의큰 손과도 같았다. 그 천 근
이나 넘는 바위덩어리를 휘어감아 들어올리며 날렸다. 그러나 성
곤은 이미 산 밑으로 멀리 달아나 버리고 말았다.

도액이 말했다.

"정녕 원진이 틀림없느냐?"

도난이 먼저 대답을 했다.

"틀림없이 원진이야."

"도둑이 제발 저려서 도망친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순간 사면 팔방에서 휘파람 소리가 들리며 칠,팔 명의 그림자가
앞으로 덮쳐 오며 맨 앞에 선 자가 크게 외쳤다.

"소림 화상이 불도로서 어찌 이렇게 많은 인명을 죽이는 거냐?
하늘이 무섭지도 않느냐? 자, 모두 공격해라!"

여덟 명은 각기 병기를 들고 소나무 사이의 세 노승을 향해 공
격했다.

장무기는 세 노승 중간에 서 있으면서 공격해 오는 여덟 명의
무기를 보니 세 명만 검을 들고 있었고, 나머지 다섯명은 칼이나
채찍을 들고 있었다. 모두 무공이 뛰어나 삽시간에 세 노승의 밧
줄과 엉켜 싸움이 벌어졌다.

잠시 쳐다보니 검을 사용하는 세 명의 검초는 모두 며칠전 소림
승에게 목숨을 잃은 청해 삼검과 같은 검법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정묘한 변화와 깊은 경력은 모두 청해 삼검 보다
는 한 수 위가 틀림없었다. 아마 청해파 중에 쟁쟁한 인물들임이
틀림없었다.

이 세 사람은 도액 노승을 협공하였고, 나머지 다섯 중에 셋은
도난을, 그리고 남은 두 명은 도겁을 상대하고 있었다. 도겁을
상대하는 사람은 겨우 두 명이었지만, 이 두 사람은 다른 여섯
명에 비해 무공이 한 수 위였다.

한참 동안이 지나자 도겁 노승은 점점 약세로 몰렸고, 도액 노
승은 세 명이 공격하고 있지만 선수를 잡고 오히려 여유가 있어
보였다.

다시 십여 초식을 겨루고 나자 도액 노승은 도겁 노승이 점점
지탱하기 어려운 것을 보고 밧줄을 흔들어 도겁 노승과 싸우는
두 명을 향해 공격했다.

두 사람의 몸집은 모두 매우 건장했고 검은 수염을 펄럭이며 몸
놀림이 매우 날렵했다. 한 명은 손에 한쌍의 판관필을 사용하고
있었고, 나머지 한 명은 작은 몽둥이 같은 나무막대기를 사용하
고 있었다. 도액과 도겁은 이 두 사람의 무기에서 뻗어나오는 경
력이 만약 자기 몸에 부딪치면 오히려 칼날보다 더 무서운 상처
를 줄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청해파 삼인은 점점 열세에 몰렸고
이렇게 되니, 도난 노승이 혼자 셋을 상대하고 도액과 도겁 둘이
서 다섯을 상대하는 형세가 되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강세를 보
이지 못했다.

장무기는 내심 혀를 내둘렀다.

'이 여덟 명의 무공은 정말 놀랍구나! 절대 하태충 부부에 뒤지
지 않는군. 청해파 세 명을 빼고 다섯 명의 내력은 전혀 알아낼
수가 없는데. 정말 세상은 넓구나! 도처에 이름없는 영웅호걸이
없는 곳이 없구나!'

열 한 명이 모두 백여 초식을 겨루고 나자 소림 삼승의 밧줄은
점점 조금씩 짧아지고 있었다. 그것은 사용할 때 조금이라도 내
력의 소비를 줄이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연히 위력도 줄
어들었다. 다시 수십 초식이 지나자 세 노승의 검은 밧줄은 또
일곱, 여섯 자나 줄어들었다. 검은 수염의 두 노인도 점점 접근
하여 온 힘을 다해 세 노승에게 접근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세 노승의 밧줄은 아주 짧아졌으나 빈틈없는 방어 자세
였고, 세 밧줄이 형성한 원에는 무한한 탄력이 있어 보였다. 두
검은 수염의 노인은 수시로 초식을 변화하며 맹공을 했지만 밧줄
의 탄력에 뒤로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은 이미 세 노승
이 한데 뭉쳐 삼 대 팔의 형세가 되어 버렸다.

소림 삼승은 온 힘을 다해 방어하며 속으로는 무척 고통스러웠
지만, 이 여덟 명과 더 지체해도 그들이 수세에 몰릴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자 검은 밧줄은 다시 여덟 자나 거둬들여 하나의 금
강복마권(金剛伏魔圈)을 형성하니, 여덟 명이 아니라 열 여섯 명
일지라도 공격해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러나 거기에는 큰 심복
지환의 약점이 있었다. 만약 장무기가 손을 뻗어 안팎에서 공격
한다면 즉시 세 노승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었다.

세 노승은 장무기가 조용히 앉아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필시 기회를 노려 그들이 서로 싸워 기진맥진할 때 어부지리를
노리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때 세 노승의 내력은 이미 말라 버릴 정도였다. 그들은 산 밑
의 소림사에 구원을 요청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절대로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말 한 마디만 해도 심한
내상을 입고 폐인이 될지 몰랐다. 세 노승은 마음 속으로 자신들
의 실력을 너무 과신한 것을 질책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강적이
처음 왔을 그 때에 본사에 통지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통지만 했었다면 달마당과 나한당에서 몇 명의 고수들이 후원하
면 적을 물리치기는 식은 죽 먹기였을 것이다.

장무기도 지금은 자기가 세 노승을 죽이려면 조금도 힘들일 필
요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남아 대장부가 어찌 위급
에 처해 있는 사람의 틈을 노려 그들을 죽일 수 있겠는가? 또한
이 세 노승은 원진에게 속은 것이지 달리 죽일 이유가 없지 않은
가. 그리고 또한 이 세 노승을 죽이고 나면 이 여덟 명을 물리치
는 일도 역시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쌍방의 승부가 지금
당장 결정날 것 같지도 않았다.

장무기가 고개를 숙여 밑을 보니, 큰 바위덩어리 하나가 지하
감방의 입구를 막고 있었다. 그리고 작은 틈을 내서 사손이 숨을
쉬게 하고 그 틈으로 음식을 넣어 주는 통로로 사용하는 것 같았
다.

장무기는 쌍방이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있는 지금이 바로 의부
님을 구출하는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바위 옆에 무릎을 꿇고 앉
아 두 팔을 뻗어 건곤이위심법을 전개하자, 큰 바위덩어리는 조
금씩 움직였다.

한 자도 채 움직이지 않았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강한 경풍이
밀어닥쳐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도난 노승이 그의 등을 향해
일장을 뻗은 것이었다. 장무기는 상대의 경력을 이용하는 차력술
로서 일장을 막자 팍! 하는 소리와 동시에 등 뒤의 옷이 터져나
가, 광풍폭우 속에 찢겨진 옷자락들이 휘날렸다. 그러나 도난의
장력은 오히려 장무기의 차력술로 인해 바위덩어리에 부딪쳐 쿵!
하는 소리를 내며 또 몇 자를 움직여 놓았다. 장무기는 내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그러나 처음 경력이 와 닿았을 때는 장무기가
온 힘을 다해 바위를 밀고 있던 때이므로 등줄기에 참을 수 없는
통증이 스며들었다.

계속 ---

제 6 장 세 고승(高僧)과 사손의 행방(行方) #3/5

도난이 일장을 헛소비하는 순간 잠시 방어하고 있던 밧줄에 약
점이 노출되자, 그 검은 수염의 한 노인이 그 틈을 노려 안으로
덮쳐 오른손으로 도난의 왼쪽 가슴을 후려쳤다.

소림 삼승의 검은 밧줄은 먼 곳을 공격하는데 유리하지, 접근한
적을 격퇴하는 데엔 불리했다. 도난은 재빨리 왼손으로 상대의
타혈궐(打穴獗)을 막자 검은 수염의 노인은 갑자기 왼쪽 손가락
으로 도난의 담중혈을 찔렀다.

'앗! 위험하구나!'

도난이 속으로 외쳤다. 상대의 일지탄(一指彈) 점혈무공이 타혈
궐의 무공보다 더 위력이 있는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그는 이 위급한 상황에서 밧줄을 놓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는
손바닥으로 자기의 가슴을 방어하며 뒤따라 세 손가락으로 즉시
역공을 했다.

그가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긴 했지만 밧줄을 놓아 버리자 판관
필을 쓰는 노인이 재빨리 앞으로 접근했다. 소림 삼승의 세 밧줄
에서 하나가 빠지자 그들의 금강복마권은 이미 무너지고 만 것이
다.

그러나 바로 이 순간 땅에 떨어진 밧줄이 죽은 척하고 있던 뱀
이 갑자기 일어나 사람을 깨무는 것같이 밧줄 끝이 판관필의 노
인 얼굴을 향해 찌르는 것이 아닌가! 밧줄 끝이 얼굴에 닿기도
전에 그에 딸린 경풍은 이미 상대로 하여금 잠시 숨을 쉬지 못하
게 할 정도였다. 그 노인이 재빨리 판관필로 가로막으니, 두 무
기가 서로 부딪치자 어깨가 마비되는 느낌에 하마터면 판관필을
떨어뜨릴 뻔했다. 그러나 오른쪽 손에 들은 판관필은 그만 떨어
뜨려, 한곳으로 날아가더니 돌에 부딪쳐 돌이 깨지며 사방으로
날렸다.

세 노승이 다시 밧줄로 초식을 전개하자 청해파 세 검수는 다시
일장여 뒤로 밀려났다. 금강복마권이 다시 원상으로 회복한 것이
다. 그리고 조금 전보다 더 위력이 강해진 것이다. 소림 삼승은
기쁨과 놀라움이 동시에 교차했다. 땅에 떨어졌던 밧줄을 바로
장무기가 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장무기는 금강복마권의 무공을 연마하지 않아 그들과 마음을 상
통하지 못해 그들과 빈틈없이 완전무결하게 배합하지는 못했지
만, 그의 강맹한 내력은 당해낼 사람이 없지 않는가? 그가 들고
있는 밧줄에서 나오는 내력은 거대한 파도와같이 사면팔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도액과 도겁이 옆에서 도와, 그들과 싸우고
있는 일곱 명을 순식간에 거듭 뒤로 물러나게 했다.

도난 노승은 혼자서 전적으로 검은 수염의 노인을 상대했다. 원
래 무공이나 내력으로도 상대보다 한 수 위이므로 소나무 안에
앉아서 몸을 일으키지 않고도 열 손가락으로 찍고 튕기고 낚아채
며 몇 초식만에 검은 수염의 노인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었다. 나
머지 일곱 명도 전세가 불리해지자 소리를 지르며 밧줄 범위 밖
으로 뛰쳐나갔다.

장무기는 밧줄을 다시 도난의 손에쥐어주고 몸을 숙여 다시 건
곤이위심법으로 입구를 막은 바위를 또 몇 자 밀어냈다. 그리고
바위가 밀려난 틈으로 크게 외쳤다.

"의부님! 무기가 왔습니다! 나올 수 있습니까?"

"난 나가지 않는다! 무기야, 어서 빨리 여기를 떠나거라!"

그 말에 장무기는 몹시 의아해 했다.

"의부님, 왜 그러십니까? 누가 봉혈을 했습니까? 아니면 쇠사슬
에 묶여 있습니까?"

장무기는 사손이 대답하기도 전에 밑으로 뛰어내렸다. 철썩! 하
고 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몇시간이나 내린 비로 땅 속에 물이
차 사손의 하반신이 물 속에 잠겨 있었던 것이다.

장무기는 사손을 끌어안고 그의 손과 발을 만져 보니 쇠사슬에
묶이지는 않았다. 또다시 그의 급소 몇 군데를 만져봐도 누가 무
슨 손을 쓰지는 않은 것 같아, 사손을 끌어 안고 땅 속에서 뛰어
올라와 큰 바위 위에 앉혔다.

"지금이 도망 갈 제일 좋은 기회니, 의부님 어서 여기서 떠나시
지요?"

그러면서 그의 손을 잡고 발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그런데 사손은 바위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고 양손을 무릎에 짚
고 입을 열었다.

"애야, 내가 일생에 제일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은 바로 공견 대
사를 죽인 일이다. 네 의부가 만약 오늘 다른 사람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었다면 끝까지 분투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난 지금 소
림사에 잡혀 있는 거다. 그래서 난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공견 대
사를 죽인 죄값을 내 목숨으로 갚을까 한다."

"의부님께서 실수로 공견 대사를 죽이게 된 것은 순전히 성곤의
간계에 걸려 들었던 것입니다. 더욱 의부님께서는 집안의 원수를
갚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성곤의 손에 목숨을 바치겠다는 말씀이
십니까?"

사손은 장탄식을 뿜었다.

"난 한 달 동안 이 지하에 감금당하여 매일 세 노승이 염불외는
소리를 듣고 산 밑에서 들려오는 종소리를 들으며 옛날일을 회상
해 보았다. 난 너무나 많은 무고한 사람의 피를 흘리게 했다고
생각했지. 정말 내가 백 번 죽는다 해도 그 죄값을 치를 수 없을
거다. 난 성곤보다 더 많은 죄를 저질렀어. 자, 무기야 이제 나
를 상관말고 어서 내려가거라."

장무기는 마음이 조급해 더 큰 소리로 외쳤다.

"의부님께서 안 가시겠다면 무기가 강제로 데리고 가겠습니다."

장무기는 사손의 두 팔을 잡고 자기의 등에다 업혔다.

산길에 갑자기 사람들이 떠드는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어떤 놈들이 감히 소림사에 와서 소란을 피우는 거냐?"

물 위로 뛰는 소리가 들리며 십여 명이 산 위로 달려오고 있었
다.

장무기는 사손의 두 다리를 잡고 막 떠나려고 하는데 갑자기 등
뒤의 대추혈이 마비되었다. 사손이 혈도를 찍어 두 팔에 힘이 빠
져 사손을 내려 놓을 수 밖에 없었다.

장무기는 어찌 할 바를 몰라 조급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의부님, 어째서 꼭 이러십니까?"

"얘야, 나의 억울함은 네가 이미 세 노승에게 설명했고,나의
죄값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 네가 빨리 여기서 떠나지 않으면 나
의 원한을 누가 갚아 주겠느냐?"

장무기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십여 명의 소림승들이 각기 선장
(禪杖)과 계도(戒刀)를 들고 여덟 명을 공격하고 있었다.

몇 회합이 지나자 판관필을 들은 노인은, 이대로 시간을 끌고
싸우다가는 오늘을 제대로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오늘 성공할 것을 한 무명 소년에 의해 실패로 돌아간 것이 생각
할수록 화가 치밀어 크게 외쳤다.

"소나무 중간에 서 있던 소년의 이름을 알고 싶소! 하간(河間)
혁밀과 복태(卜泰)가 어느 곳의 고인이 우리 일을 간섭하는지 알
고 싶소!"

도액 노승이 검은 밧줄을 흔들며 대답했다.

"천하 제일 고수인 명교의 장교주를 하간쌍살(河間雙薩)이 어찌
못 알아보느냐?"

판관필의 혁밀은 쌍필을 휘두르며 포위망을 뚫자, 나머지 일곱
명도 그의 뒤를 따라 달아났다. 소림승들이 그들을 가로막으려고
했지만 여덟 명의 무공은 실로 대단하여 어깨를 나란히하고 그들
을 뚫고 산 밑으로 달아나 버렸다.

세 명의 노승은 사손과 장무기의 대화를 모두 자세히 듣고 있었
다. 그리고 조금 전에 자기들이 위험에 처해 있을 때 그가 그 틈
을 노리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자기들을 돕지를 않았다면, 복태
가 금강복마권을 무너뜨렸을 때 하간쌍살의 잔인성으로 보아 세
노승은 지금쯤 이미 세상에 살아 있지를 못했을 것이다.

세 노승은 밧줄을 놓고 일어나 합장을 하고 말했다.

"장교주의 은혜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장무기는 얼른 답례를 하며 말했다.

"의당히 해야할 일인데 은혜라고 말씀하실 것까지 있습니까?"

도액이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의 일로 보아 이 늙은이가 의당히 사손을 장교주와 함께
여기를 떠나게 해야 하며, 또한 조금 전에 장교주께서 정작 구출
하려고 하면 우리도 막을 힘이 없었을 겁니다. 다만 우리 늙은이
사형제 삼인은 본사의 방장 법지에 따라 사손을 지키겠다고 부처
님 앞에서 맹세를 한 것이라 우리 세 사람이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사손을 보낼 수 없습니다. 또한 이 사건은 본파의 천년 백년
의 영욕게 관한 사건이니, 장교주께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장무기는 흥! 하고 소리를 냈을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 늙은이의 한쪽 눈을 잃은 원한은 오늘 그냥 넘겨 버린다고
해도, 장교주께서 사손을 구출하시겠다면 언제든 우리 세 사람의
금강복마권을 무너뜨리고 금모사왕을 데리고 떠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장교주께서 누구든 몇 명이든 불러와, 차례 차례로 공격
하든 한꺼번에 공격하든 마음대로 해도 좋습니다. 우리는 끝까지
우리 셋이 상대할 겁니다. 그리고 장교주께서 다시 여기에 찾아
올 때까지 절대로 사손의 안전을 보장하겠습니다. 절대로 그를
모욕하거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지 않겠다는 것을 약속드립니
다."

장무기는 어둠 속에서 사손을 쳐다보니, 고개를 숙이고 오로지
왕년의 자기의 죄과를 뉘우치고 있는 것 같이 보였다. 왕년의 그
기세 당당한 위풍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장무기는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오늘은 이 노승들을 이겨 낼 수 없다. 그리고 의부님이 절대로
떠나려고 하지 않으니 별 수 없이 외할아버지와 양좌사, 범우사
등과 다시 싸우러 와야겠구나. 이 세 개의 밧줄이 서로 단합하면
철벽과 같아, 조금 전에 도난 대사가 나의 등에 일장을 뻗지만
않았다면 그 복태라는 노인이 절대로 세 노승에게 접근하지 못했
을 것이다. 아마 다음에 외할아버지와 좌우광명사가 나를 돕는다
해도 격파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다. 일이 이렇게 됐으니
갈 데까지 가보자.'

그렇게 생각을 굴리던 장무기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시다면 다음 기회에 다시 찾아뵙고 세 분 대사에게 한 수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그리고 난 후, 장무기는 사손의 허리를 끌어안고 낮은 소리로
작별을 고했다.

"의부님, 무기는 이만 여기를 떠나겠습니다."

사손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다시는 여기에 오지 말아라. 나는 절대로 여기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넌 착한 녀석이라 나쁜 일도 모두 좋게 해결할 수
있을거다. 절대 너의 부모님의 희망을 저버리지 말아라. 네 아버
지를 배우되 이 의부는 배우지 말아라!"

"아버님과 의부님은 모두 영웅 호걸입니다. 두 분 다 모든 점이
무기의 모범입니다."

말을 끝낸 장무기는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 난 후, 몸을 번쩍
하고 움직이자 어느새 세 그루의 소나무 사이에서 벗어났다. 그
리고 소림 세 노승에게 손을 흔들며 경공을 전개하자, 어느새 그
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는 순식간에 벌써 몇 리 밖에
떨어져 있었다.

산 위의 한쪽에 있던 소림 승려들은 모두 서로 쳐다보며 믿으려
고 하지를 않았다. 명교 장교주의 무공이 탁월하다는 소문은 이
미 들어 알고 있지만 이렇게까지 신기한 경지에 도달해 있을 줄
은 정말 예상밖이었다.

장무기는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자 일부러 한 수 보인 것이었다.
그러면 소림 승려들이 겁을 먹고 사손을 잘 대해 줄 것이라고 생
각했던 것이다.

장무기가 내기를 끌어모아 휘파람을 불자 소리는 그치지 않았
다. 천둥 번개가 치는 가운데에서 울리는 휘파람소리는 용이 승
천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는 온 힘을 다해 달리자 점점 속도가
빨라졌고, 휘파람소리도 점점 크게 퍼졌다.

소림사의 천여 승려들은 모두 그 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휘파람
소리가 점점 멀어져 가자 그제서야 자기들끼리 수근대며 의론이
분분했다. 공문, 공지 두 노승도 장무기가 온 것을 알고 한 가지
걱정이 더 늘어 수심에 잠겼다.

장무기는 쏜살같이 몇 리길을 달려왔는데 갑자기 길 옆 버드나
무 뒤에서 누군가가 그를 부르며 나무 뒤에서 튀어나왔다.

"여보세요?"

그것은 바로 조민이었다. 장무기는 휘파람과 발걸음을 동시에
멈추고 그녀를 끌어당겼다. 그녀는 온몸이 비에 젖어 머리와 얼
굴에서 빗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소림사의 중들과 싸웠어요?"

"음!"

"사대협은 어떻게 됐어요? 만나 봤어요?"

장무기는 그녀의 팔을 잡고 빗 속을 걸으며 조금 전의 일들을
모두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래 무슨 실수를 저질렀기에 그들에게 잡히게 되었대요?"

"오로지 구출해 낼 생각뿐이어서 그런 것은 물어 보지 못했소."

조민은 탄식을 하며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왜 기분이 좋지 않소?"

"당신한테는 아무 일도 아니에요. 나한테는 중요하지만, 됐어
요. 사대협을 구출한 후 물어도 늦지 않아요. 난 단지....."

"뭘 걱정하는 거요? 의부님을 구출하지 못할까봐 그렇소?"

"명교의 세력이 소림파보다는 훨씬 강하니 사대협을 구출해내지
못하지는 않지만, 난 다만 사대협께서 잘못 생각하고 자살로서
공견 신승의 죄값을 치를까봐 걱정이 되어요."

장무기도 바로 그 점을 우려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실까?"

"그렇지 않기를 원해야지요."

두 사람은 어느새 두씨 부부 집 앞에 당도하였다.

조민이 웃으며 장무기에게 말했다.

"당신의 신분이 노출됐으니 이젠 더 이상 이 두 분을 속일 수
없어요."

문이 반쯤 열린 것을 본 장무기는 문을 밀어 열고, 옷에 묻은
빗물을 털고 난 후에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피비
린내가 풍기는 것이었다. 장무기는 깜짝 놀라 조민을 문 밖으로
밀어내었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손을 뻗어 자기를 잡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 민첩한 동작이라 조금도 기척을 내지 않았다. 장
무기가 그것을 눈치챘을 땐 이미 그 손이 자기의 얼굴에 와 닿았
을 때였다.

장무기는 이미 피할 여유가 없어 왼쪽 발로 상대의 가슴을 걷어
차자, 상대는 재빨리 손을 내려 장무기 다리의 환도혈(環跳穴)을
찍는 것이었다. 정말 잔인한 초식이었다.

만약 장무기가 다리를 거둔다면 상대의 왼손은 자기의 눈알을
뽑을 것이 틀림없었다. 장무기는 그렇게 판단하고 손으로 대강
짐작하고 상대의 손을 막자 다행히도 짐작대로 상대의 왼손이 그
의 손에 잡히고 말았다. 바로 이때 환도혈이 마비되어 서 있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말았다. 장무기는 상대의 손을 부러뜨리려고
하는 순간, 부드러운 감촉을 인지하고는 상대가 여자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래서 잔인하게 손목을 부러뜨리지 못하고 밖으로 내
던져 버렸다. 그러나 그 순간에 어깨에 통증이 스며들며 이미 칼
에 맞고 말았다.

상대는 밖으로 몸을 날리며 조민의 얼굴을 향해 장풍을 뻗었다.
장무기는 조민이 절대로 이 일장을 받아낼 실력이 못되므로, 장
풍을 맞고 즉사할 것이라는 예감 때문에 고통을 참고 일어나 그
도 상대를 향해 장풍을 뻗었다. 쌍장이 서로 부딪치자 그녀의 몸
집이 휘청거리며 쌍장이 부딪치는 힘을 빌어 수 장 밖으로 몸을
날려 어느새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조민은 깜짝 놀랐다.

"누구냐?"

그러자 장무기가 윽! 하며 대답했다.

어깨에 꽂혀 있는 단도가 혹시 독이 있을까봐 금방 뽑지 않았
다.

"우선 불을 켜시오."

조민은 부엌으로 내려가서 화도화석(火刀火石)을 찾아와 등잔불
을 밝혔다. 그의 어깨에 꽂혀 있는 단도를 보자 몹시 놀랐다. 그
러나 장무기는 칼날에 독이 없는 것을 보자 웃으며 말했다.

"외상에 불과하니 걱정할 것 없소."

그러더니 바로 칼을 뽑아냈다. 고개를 돌려보니, 두백당과 역삼
랑은 한쪽 구석에 움추리고 있었다. 순간 상처에 지혈하는 것도
잊은 채 급히 다가갔으나 두 사람은 이미 죽은 지 오래 되었다.

조민은 놀라며 말했다.

"내가 나갈 때 그들 두 사람은 무사했는데....."

장무기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조민이 상처를 감싸주자 그는 단
도를 집어 보았다. 바로 두씨 부부가 사영하던 병기였다. 순간
방 안에 온통 단도가 꽂혀 있는 것을 보았다. 필시 적과 두씨 부
부는 한 차례 격렬한 격투를 벌이면서 그들 부부의 단도를 하나
하나 날려보낸 다음에 살해한 것 같았다.

조민이 말했다.

"그 자의 무공은 정말 무섭군요."

방금 암흑 속에서 서로 격투할 때 만약 장무기가 재빨리 피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장님이 될 뿐만 아니라 자기와 조민은 이미
벌써 죽었을 것이다. 다시 두백당 부부의 시신을 보니, 갈비뼈가
전부 부러져 있었다. 등 뒤의 늑골마저도 똑같이 부러져 있었다.
몹시 악랄하고 무서운 장력에 상한 것 같았다. 장무기는 수많은
강적을 만났었고, 또 수많은 위험을 당했었지만 방금 암실에서
그 세 차례의 접전을 회상해보니 생각할수록 놀라워서 어찌할 바
를 몰랐다.

조민이 다시 물었다.

"그게 누구예요?"

장무기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조민은 갑자기 알아
차린 듯 겁에 질린 눈 빛을 나타냈다. 잠시 멍하니 있다가 장무
기의 품 안으로 안기더니 놀래서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장무
기는 그녀의 등을 살며시 토닥거리며 부드럽게 타이르며 위로해
주었다.

조민이 말했다.

"그 자가 노린 건 나예요. 먼저 두씨 부부를 죽이고 나서 여기
에 숨어 있다가 날 암습하려 했어요. 당신을 상하게 할 생각은
절대로 아닙니다."

"앞으로 며칠 동안 당신은 절대로 내 곁을 떨어져선 안 되오!"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말했다.

"일 년도 안 되는 사이에 어떻게 내력과 무공이 그처럼 발리 진
전될 수 있을까? 어쩌면 당세에 나 외에는 아무도 당신을 보호해
줄 사람이 없을 것 같소!"

다음날 아침 장무기는 두백당이 쓰던 곡괭이로 깊은 구덩이를
하나 팠다. 두씨 부부를 매장하고 나서 조민과 함께 꿇어앉아 절
을 몇 번 했다. 막상 역삼랑이 자기들한테 따뜻하게 대해 준 것
을 생각하니 모두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계속 ---
제 6 장 세 고승(高僧)과 사손의 행방(行方) #4/5

순간 갑자기 소림사의 종소리가 댕댕..... 하며 끊임없이 울리
는 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몹시 다급한 소리였다. 그러자 바로
동쪽에서 청색 연기 한 줄기가 하늘로 솟아올랐다. 남쪽에선 홍
색, 서쪽에선 백색, 북쪽에선 검정색이고, 몇 리 밖에는 황색 연
기가 솟아올랐다. 그러자 장무기가 소리쳤다.

"명교의 오행기가 전부 당도해서 소림파와 정면으로 싸우고 있
군. 우리도 빨리 갑시다."

황급히 옷을 갈아입고 세수한 다음에 빠른 걸음으로 소림사를
향해서 달려갔다. 몇 리쯤 달려가니 흰 옷을 입은 명교의 교도들
이 손에 작은 황색 깃발을 들고 산으로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장무기는 소리쳤다.

"안기사(顔棋使), 거기 있소?"

후토기 장기사 안원이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리니 바로 교주가
보였다. 너무나 반가워서 얼른 앞으로 다가가서 인사하며 참견
(參見)했다. 그러자 휘하의 교도들은 환호성을 외치며 일제히 땅
에 엎드렸다.

교도들은 호각을 울려서 교주가 온 것을 알렸다. 잠시 후 양소,
범요, 은천정, 위일소, 은야왕, 주전, 팽영옥, 설불득, 철관도인
등이 차례로 각처에서 달려왔다. 예금, 거목, 홍수, 열화 사기의
교도들은 사방으로 나뉘어 소림사를 포위했다. 각자 서로 만나게
되자 모두 대단히 기뻐했다. 양소와 범요는 제멋대로 일을 결단
한 죄를 사과했다.

장무기가 말했다.

"여러분께서 너무 지나치게 겸손하지 마세요. 여러분께서 일제
히 합력하여 사법왕을 구하러 온 것은 본교의 형제분들의 의기
(義氣)가 아닙니까? 본인은 고마움을 느낄 뿐인데 어찌 나무랄
수 있겠습니까?"

이윽고 자기가 소림사에 잠입했던 일과 어젯밤에 도액 등 삼승
과 싸웠던 일들을 간략하데 말해주었다. 사람들은 모든 것이 성
곤의 간계란 말을 듣더니, 한결같이 분노했다. 주전과 철관도인
은 더욱 욕설을 퍼부었다.

장무기가 말했다.

"오늘 본교는 정정당당하게 소림 방장한테 의부를 달랠 것이니
될 수 있으면 서로의 화기(和氣)가 상하지 않도록 하기 바랍니
다. 정히 할 수 없이 싸우게 되더라도 우리는 첫째는 사법왕을
구하고, 둘째는 성곤을 잡아야 합니다. 그 외에 무고한 인명피해
는 절대로 있어선 안됩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일제히 응답했다.

장무기는 조민에게 말했다.

"민매, 당신은 아무래도 변장하는 게 좋을 것 같소. 그래야만
소림사의 승려들이 당신 신분을 알아내지 못할 것이고 또 미연에
사고를 방지할 수 있소."

지난번 그녀는 소림의 승려들을 잡아서 대도에 감금하였기에 소
림파와 깊은 원한관계를 맺고 있었다. 조민은 웃으며 말했다.

"안대형, 전 당신 휘하에 있는 형제로 변장하겠어요."

안원은 즉시 명령을 하달하여 한 형제의 외투를 벗겨서 조민에
게 걸쳐 주었다. 조민은 뒷산으로 달려가서 급히 화장을 고쳤다.
잠시 후 숲 속에서 나올 때는 이미 얼굴은 검고 사나운 남자로
변했다.

호각이 다시 울리자 명교의 군웅은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서 산
으로 올라갔다. 소림사에는 벌써 명교의 배산첩자(拜山帖子)를
받았기에 공지대사는 승려들을 대동하여 산정(山亭)에서 기다리
고 있었다. 공지는 원진의 말을 깊이 믿고있는 터라 별로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합장하며 인사만 할 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장무기는 포권하며 말했다.

"폐교는 귀파에게 부탁할 일이 있어서 방장신승님을 뵈오러 왔
습니다."

그러자 공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듭시지요."

이윽고 명교의 군호를 안내하며 산문(山門)쪽으로 갔다. 공문방
장은 달마당, 나한당, 반약당, 계율원 각처의 수좌 고승을 대동
하여 산문 밖에서 영접했다. 군호를 대웅전으로 모시자, 빈주(賓
主)로 나눠서 자리에 앉았다.

공문은 장무기, 양소, 은천정 등 사람들과 인사말만 몇 마디 나
누고 나서 곧 침묵을 지켰다. 장무기가 말했다.

"방장신승님, 우리가 여기에 온 목적은 방장께서도 같은 무림의
일맥(一脈)으로서 폐교의 사법왕을 놓아 주십사하고 간곡히 부탁
하러 왔습니다. 그 대은대덕은 훗날 기필코 보답해 드리겠습니
다."

"아미타불, 출가인은 자비가 근본이라 계진계살(戒嗔戒殺)하기
때문에 사시주에게 대한 것은 부당한 줄 알고 있지만, 노납(老
衲)의 사형인 공견께서 사시주의 손에 목숨을 잃었소. 장교주께
서는 일교의 주인이시니 무림의 규칙을 분명히 아셔야 합니다."

"그 중간에는 다른 까닭이 있었기에 사법왕만 나무랄 수 없습니
다."

그리고는 공견이 자의로 주먹을 맞으며 무림의 일대 원업을 무
마시키려했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공문 등은 미처 아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일제히 염불을 외우며 공손하게 일어섰다.

공문은 눈물을 글썽이며 떨리는 소리로 말했다.

"공견사형께서 그런 크나큰 선행을 대원력행(大願力行)하셨으니
그 공덕은 실로 예사로운 게 아닙니다."

승려들은 작은 소리로 염불을 외우며 공견의 인협고의(仁俠高
義)에 모두 고개를 조아렸다. 그러자 명교의 군호도 일제히 일어
나며 존경의 뜻을 치하했다.

장무기는 그날 있었던 일을 상세히 말해 주고 나서 다시 말했
다.

"사법왕께서는 실수하여 공견신승을 상한 걸 매우 후회하고 있
습니다. 한데 사건이 있은 후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일의 괴수는
바로 원진대사란 걸 알았습니다."

그는 대전 안에 원진이 안 보이자 다시 말했다.

"원진대사님을 불러내서 대질하면 즉시 시비를 가리게 될 겁니
다."

주전이 가로채서 말했다.

"맞습니다. 광명정에서 그 독려(禿驢)는 죽은 걸로 가장했다 다
시 살아났습니다. 그러니 어찌 좋은 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빨리 그놈한테 굴러 나오라고 하시오!"

그날 주전은 광명정에서 원진에게 몹시 당해서 줄곧 한을 품고
있었다. 그러자 장무기가 얼른 말했다.

"주 선생님, 방장대사님 앞에서 무례하면 안 됩니다."

"난 원진 그 독려를 욕한 겁니다. 절대로 방장, 그 독....."

그는 실언했다는 것을 알고 얼른 자기 입을 손으로 막았다.

공지는 주전의 말이 무례하자 더욱 울화가 치밀었다.

"그렇다면 우리 공성사제의 죽음은 장교주께선 또 어떻게 설명
합니까?"

"공성대사님께서 뜻밖에 당하신 사고는 본인도 몹시 애석하게
생각합니다. 그 일은 간인(奸人)의 암습이지 폐교와는 실로 무관
합니다."

공지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장교주께서 아주 깨끗이 부인하는구료. 그렇다면 여양왕의 군
주와 명교가 연수(聯手)한 일도 거짓이란 말이오?"

"여양왕부 군주와 그녀의 부형(父兄)간에 사이가 윤택하지 못해
서 폐교에 투신한 겁니다. 지난 날 군주가 귀사에게 많은 잘못을
저지른 것에 대해서 본인은 꼭 그녀에게 명하여 정중히 사과 올
릴 겁니다."

공지가 소리쳤다.

"장교주께서 그처럼 사탕발림 말을 해도 되는 겁니까! 일교의
주인인 당신이 그처럼 망발을 하면 천하의 영웅들이 얼마나 당신
을 비웃을지 모르십니까?"

공성을 상해하고 승려들을 감금했던 일을 생각하니, 그건 확실
히 조민이 대단히 잘못한 것이었다. 비록 명교와 무관하다지만
그녀는 목하 자기에게 투신돼 있기 때문에 깨끗이 밀어버리지는
못하는 일이다. 마침 난처해 있을 때 철관도인이 무서운 소리로
말했다.

"공지대사, 우리 명교가 당신을 선배 고승으로 존경하여 체면을
충분히 고려해 주었으니 당신도 자중할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
교주님께서는 신의를 중요시 여기시는데 어찌 거짓말을 하시겠
소? 당신이 우리 교주님을 모욕하는 것은 바로 우리 명교의 백만
교도를 모욕하는 것이오! 설령 우리 교주님이 도량이 커서 따지
지 않는다 해도 우리 같은 부하들은 절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습
니다!"

그러자 공지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백만의 교도가 어찌하겠단 말인가? 소림사를 평지처럼 짓밟아
버리겠단 말인가? 마교가 우리 소림을 모욕하는건 어제 오늘 일
이 아니다. 우리가 실수하여 만안사에 감금되었던 것은 단지 자
신이 소홀한 걸 나무라고 있다. 옛부터 정사(正邪)는 양립하지
않아서 그것도 별거 아니다. 너희들은우리 소림사에 와서 십육
존 나한상의 등에 열 여섯 자의 큰 글씨를 새겨 놓았다. <선주소
림(先誅小林) 재멸무당(再滅武當) 유아명교(維我明敎) 무림칭왕
(武林稱王)> 실로 위풍당당하고 살기등등하다!"

이 열 여섯 자의 글씨는 바로 조민의 수하 무사들이 소림상을
잡아간 뒤에 예리한 칼로 십육존 나한의 등에 새긴 것이다. 범요
는 그들이 소림사를 나가자마자 바로 몸을 날려서 나한상으로 돌
아가서 십육존 나한상의 등을 벽으로 향하게 돌려 놓았었다. 그
래야만 조민이 저지른 화를 명교가 뒤집어 쓰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나중에 양소 등도 발견했지만 보고 나서 나한상들
을 여전히 똑바로 옮겨 놓았다. 그런데도 소림승들이 알아낸 것
이다. 장무기는 말재주가 없었고, 또 그것은 조민이 저지른 것을
생각하니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답변할 말이 없었다.

양소가 말했다.

"공지대사님의 말씀은 우리는 알아듣지 못하겠구료. 폐교의 장
교주께서는 무당제자 장오협의 공자란 걸 강호에서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제아무리 만 배 더 광망해도 감히 교주님의 선
인들을 모욕하지 못합니다. 장교주 자신이 어찌 재멸무당(再滅武
當)이란 글을 새기겠습니까? 본인은 절대로 그런 일이 없다고 믿
습니다!"

그러자 공문이 말했다.

"여러분께서는 여기서 논쟁해봐야 아무 이익도 없으니 노납을
따라 나한당에 가서 나한법상을 직접 보기로 합시다. 그러면 누
가 옳고 누가 잘못한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을 겁니다."

장무기는 일단 나한당에 들어가게 되면 당장 진상이 밝혀지게
될까봐 몹시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나 뜻밖에 양소가 말했다.

"그것 아주 좋습니다!"

장무기는 어리둥했다. 그러나 조민은 후토기에 섞여 있어서 소
림사에 들어오지 않았으므로 소림승이 발견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자 그다지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이윽고 지객승의 안내로 사람들은 나한당으로 갔다. 공문은 나
한상에 무릎꿇고 말했다.

"제자가 나한존자법상을 놀라게 하더라도 용서하십시오."

절을 하고 나서 여섯 명의 제자에게 명해서 법신을 공손하게 이
전하라 했다. 그러자 여섯 명의 제자는 분부대로 다가가서 합장
하며 몇 마디 묵축(默祝)했다. 그러한 뒤에 세 사람이 한쪽을 맡
아 양쪽 옆으로 서서 첫 번째 나한상을 돌렸다. 그러나 그 나한
상의 등은 이미 판판하게 깎이고 금칠이 칠해져 있었다. 원래 있
었던 그 큰 선(先)자는 전혀 아무런 흔적이 없었다. 이렇게 되자
공문, 공지 등만 깜짝 놀란 게 아니라 장무기도 너무나 뜻밖이었
다.

소림의 제자들은 일제히 다른 나한상도 일일이 돌려 보았으나,
등에는 전혀 글을 새겼던 흔적이 없었다. 순간 승려들은 얼굴만
서로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들은 나한상의 등에
큰 글씨가 새겨져 있는 것을 분명히 보았었다. 그걸 합치면 바로
<선주소림 재멸무당 유아명교 무림칭왕> 등 열 여섯 글자였는데
어찌 갑자기 사라졌단 말인가! 나한상의 등에 칠한 금칠은 아주
새 것인 점으로 보아서 칠한 지 얼마되지 않았다. 그러나 소림사
는 근 수 개월 동안에 수비를 얼마나 엄밀하게 했는가. 그 열 여
섯 글자를 깎아내고 다시 금칠을 입히려면 실로 쉬운 일이 아니
었다. 그런데 어찌 사내의 승려들이 전혀 모르고 있단 말인가?

장무기가 고개를 돌리자 위일소와 범요가 마침 서로 바라보며
웃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본교의 형제들이 처리한 것을 깨
닫게 되었다.

양소는 승려들이 경악하는 것을 보더니 바로 말했다.

"귀사는 복택심후(福澤深厚) 공덕무량(功德無量)해서 열 여섯
분 존자의 금신은 완전 무결합니다. 어쩌면 공지대사님의 말씀대
로 좀전에는 간인에게 훼손당했는데 십육존 나한께서 현령하여
즉시 자신들이 보완했을 겁니다. 실로 기쁘고 축하해야 할일입니
다."

말을 하면서 나한상에게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 그러자 장무기
등도 따라서 일제히 절을 했다.

공문, 공지 등은 물론 그의 말을 믿지 않았고, 또 명교가 몰래
한 짓이라고 단정했지만, 어찌 되었던간에 본사에게 사과하는 뜻
으로 보완시켰으니, 그들의 분노도 많이 풀렸다. 하지만 마두들
의 신출귀몰한 수단에 몹시 탄복하면서도 놀래서 겁을 먹고 있었
다.

공문이 말했다.

"나한상은 원상태로 되었으니 이 일은 다시 거론하지 맙시다."

이윽고 손을 휘둘러서 나한상을 돌려 놓으라고 명령하였다. 그
리고 나서 다시 말했다.

"어젯밤 장교주께서 왕림하셔서 이미 노납의 세 분 사숙님을 뵈
었습니다. 들은 바에 의하면 도액 사숙님과 장교주님이 약정을
하셨다지요? 만약 장교주께서 우리 세 분 사숙님의 금강복마권을
돌파하면 사시주를 데려가라고 했다고요?"

장무기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도액 대사님께서 분명히 그 말을 하셨습니다. 그
러나 세 분 고승의 무공은 너무나 고심(高深)하셔서 적수가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어젯밤은 세 분 고승의 손에 패했
습니다. 패군지장이 어찌 용감하다고 할 수 있습니까?"

"아미타불, 장교주께서 과분한 말씀을 하시는구료. 어젯밤은 승
부를 가리지 못했고. 게다가 교주께서 출수하여 도와준 것에 대
해서 세 분 사숙님은 깊은 사의를 표하십니다."

양소, 범요 등은 장무기에게 도액 등 삼승의 정묘한 무공에 대
해서 들었기에 모두 한번 만나고 싶었다.

은천정이 말했다.

"소림의 고승들께서 무학의 고저(高低)를 갈기 고집하시는 것
같은데, 교주님, 우리의 미천한 힘이나마 소림파의 절학을 가르
침 받을 수밖에 없겠습니다. 더구나 우리는 사형제를 구출하러
왔으니 실로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절대로 무림을 이끌
고 있는 소림사에 와서 무례를 범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장무기는 외조부의 말을 항상 존중하였다. 또 별다른 좋은 방법
도 없는 것 같았다.

"비록 형제 여러분께서 제가 세 분 고승의 개세신공을 찬양하는
걸 들었지만, 그 세 분 고승께서는 수십 년 동안 좌관(坐關)하셔
서 무림에는 그들을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오늘 여러분께서 운
이 있어서 뵙게 된 것을 평생의 행운이라 생각하십시오."

그러자 공지는 손을 들며 말했다.

"가시지요."

이윽고 군호를 데리고 뒤에 있는 산봉우리로 갔다.

명교의 홍수기 교도들은 장기사 당양의 분부대로 산봉우리 밑에
진을 치고 있었다. 매우 장엄한 성세였다. 공문 등은 마치 보지
못한 것처럼 지나치면서 산봉우리로 올라갔다. 공문, 공지는 합
장하여 소나무 옆으로 다가가서 몸을 굽히며 보고했다.

도액이 말했다.

"양정천의 원한은 이미 어젯밤에 마무리지었고, 나한상의 일도
오늘 해결했다니 정말 잘 했다. 장교주, 당신들은 몇분이 나와서
싸울 거요?"

양소 등은 세 스님의 왜소한 몸이 소나무 줄기에 끼워 있는 것
을 보더니, 마치 비쩍마른 시체 세 구처럼 생각했다. 그러나 말
소리가 계곡을 울리게 하는 것을 보면 내력이 엄청나게 심후한
것으로 여겼다.

장무기는 잠시 생각했다.

'어젯밤은 나 혼자라서 그들 셋을 이기지 못했다. 오늘은 많은
사람이 있다. 만약에 한꺼번에 덮쳐가면 장소가 너무 좁을 뿐더
러 의다위승(倚多爲勝)하기 때문에 본교의 위풍을 꺾는 일이다.
많아도 나쁘고 적어도 안 되니 우리쪽에서 세 사람이 나와서 그
들 셋을 상대하면 제일 공평하겠다.'

"어젯밤 제가 세 분 고승의 신공을 견식하고 나서 진심으로 탄
복했습니다. 그러나 사법왕께서는 저와 부자의 은혜가 있고, 여
러 형제들과는 친구의 신의가 있기에 설령 우리의 힘이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를 꼭 구해야 합니다. 저는 교중의 두 분 형제에게
도움을 청해서 삼 대 삼으로 싸울까 하는데, 어떠시겠습니까?"

도액이 담담하게 말했다.

"장교주께서 지나치게 겸손할 거 없습니다. 만약에 귀교에서 또
한 분의 무공이 교주와 같은 분이 있다면 단지 두 분만 연수하게
되면 우리 세 늙은 대머리를 죽일 수 있을 것이오. 그러나 노납
의 생각으로는 교주와 같은 무공을 지닌 사람은 이 세상에 또다
시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나오
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주전, 철관도인 등은 서로 쳐다보며, 이 중놈이 너무나 광망하
여 천하의 영웅들이 안중에 없다는 듯이 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다만 말투에는 그래도 자신이 장교주를 따르지 못한다는 것을 인
정하였기에 그런대로 겸손하다고 할 수 있었다. 주전이 입을 벌
려 말을 하려는데 설불득이 재빨리 손으로 그의 입을 막았다.

"비록 폐교가 방문좌도(蒡門左道)라서 귀파같은 명문과 비교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수백 년의 본바탕이 있기 때문에 많은 인재
가 있습니다. 소인은 기회가 있어서 잠시 교주의 직책을 대행하
고 있습니다. 사실 학식과 무공을 논한다면 폐교 중에도 소인을
능가한 사람은 너무나 많습니다. 위복왕님, 수고스럽지만 이 명
첩(明帖)을 세 분 고승에게 돌리십시오."

말을 하면서 명첩 한 장을 꺼냈다. 위에는 장무기, 양소, 범요,
은천정, 위일소 등등 이번 배산하러 온 군호의 이름이 적혀 있었
다.

위일소는 교주가 자기의 당세 무쌍한 경공을 과시하려는 의도를
알았다. 즉시 몸을 굽히며 대답하고 나서 명첩을 받아 들었다.
몸이 채 똑바로 서기 전에 몸을 돌리지 않고 즉시 거꾸로 튕겨
나갔다. 마치 한 줄기 가벼운 연기처럼 수십 장 떨어진 세 그루
소나무 사이에 표연히 날아갔다. 이윽고 쌍장을 한 바퀴 둘려서
명첩을 도액에게 넘겨 주었다.

도액 등 세 승려는 눈깜짝할 사이에 바로 자기들 앞에 다가온
경공을 실로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더구나 그는 거꾸로 튕겨 왔
으니 그야말로 꿈에도 생각지 못한 것이다. 그만 자신도 모르게
칭찬을 했다.

"정말 대단한 경공이오!"

소림승들은 모두 무공을 볼 줄 알았기에 즉시 우뢰같은 갈채를
보냈다. 명교의 군호들은 비록 위일소의 경공이 대단한 줄 알고
있지만, 이처럼 뒤로 거꾸로 튕기는 신법은 그들도 처음 보게 된
것이다. 하지만 각자는 자기편 사람을 칭찬하기 뭣해서 내심 탄
복하여도 모두 소리를 내지 않았다. 유독 주전 한 사람만 박수치
며 칭찬했다.

계속 ---
제 6 장 세 고승(高僧)과 사손의 행방(行方) #5/5

도액이 살짝 몸을 굽혀서 명첩을 받았다. 그이 다섯 손가락이
명첩에 닿는 순간 위일소의 전신은 한 차례 마비되었다. 마치 천
둥에 놀란 것처럼 흉구가 뜨거워지며 하마터면 몸이 쓰러질 뻔했
다. 그는 몹시 놀랬다. 얼른 운공하여 몸을 지탱하였다. 도액이
명첩을 받아가자 명첩에서 전해오던 한줄기 내경도 바로 사라졌
다. 위일소는 안색이 변하며 이 노승의 내력이 정말 너무 깊어서
예측할 수 없을 정도라고 생각되었다. 감히 더 머물지 못하고 몸
을 옆으로 비스듬히 해서 긴 풀 위로 미끄러지면서 장무기의 곁
으로 돌아왔다. 이 초상비(草上飛)의 경공은 비록 특이한 것은
없지만 이처럼 마치 허공에서 날아다닐 정도로 연마하는 것도 신
기에 가까운 것이다.

공문, 공지 등은 모두 생각했다.

'이 자의 경공 조예가 이러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물
론 고인의 전수를 받았겠지만 그래도 천부적으로 타고 나야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아무리 연마해도 절대로 이러한 경지에 도
달하지 못할 것이다!'

도액이 말했다.

"징교주께서는 귀교에서 세 분이 출전하신다더니 교주와 이분
위복왕 외 어느 분께서 가르침을 주시겠습니까?"

"위복왕께서는 이미 대사님의 내경신공을 가르침 받았으니 소인
은 명교의 좌우 광명사자가 돕게 할 것입니다."

도액은 내심 놀랐다.

'저 소년의 안력은 대단히 예리하구나. 방금 내가 슬며시 떨친
내공은 단지 눈 깜짝할 사이의 일인데 그가 간파하였구나. 좌우
광명사자라니, 그렇다면 이 위가란 자보다 무공이 더 높단 말인
가?'

그는 오랫 동안 좌관하였기에 양소의 명성을 전혀 들은 바가 없
었다. 더구나 범요는 나이가 많아지고부터 이름을 숨겨 왔으니
다른 사람은 당연히 그를 몰랐다.

양,범 두 사람은 교주가 자기들 이름을 들먹이자 즉시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가서 몸을 굽히며 말했다.

"교주님의 호령을 삼가 받들겠습니다."

"세 분 고승께서는 부드러운 병기를 사용하는데, 우리는 무슨
병기를 사용할까요?"

장,양,범 셋은 평소에 적을 맞이할 때 모두 빈손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강적을 대하게 되어서 병기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셋은 일법통(一法通) 만법통(萬法通)해서 무슨 병기든지 모두 사
용할 수 있었다. 장무기의 그 말은 두 사람에게 편리한 것을 따
르겠다는 뜻이었다. 그러자 양소가 말했다.

"교주님의 분부에 따르겠습니다."

장무기는 잠시 생각했다.

'어젯밤에 하간쌍살에 짧은 것으로 긴 것을 공격하는데도 그런
대로 덕을 보는 것 같았다.'

즉시 품안에서 성화령 여섯개를 꺼내더니 네개는 양,범 두 사람
에게 나눠주며 말했다.

"우리가 소림사에 배산하러 왔기에 병기를 소지하지 못했습니
다. 이건 본교의 진교보물이니 여러분들께서 알아서 사용하십시
오."

양,범 두 사람은 몸을 굽혀서 받아들고 간략하게 사용법을 물어
보았다.

공지가 갑자기 큰소리로 외쳤다.

"고두타, 우리가 만안사에서 있었던 일을 어찌 이대로 지나칠
수 있겠소. 오늘 십향연근산을 복용하지 않았으니 각자 제 실력
을 발휘해 봅시다!"

그는 만안사에 감금되었던 원기(怨氣)를 발산하지 못했다. 오늘
범요를 보는 순간부터 줄곧 울화를 참아왔는데, 이 때 더 이상
참지 못한 것이다.

범요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소인은 교주님의 호령을 받들어 세 분 노승께 가르침을 받으려
합니다. 대사님께서 지난 날의 원수를 갚으려 하거든 이 일이 끝
나는 대로 다시 상대해 주겠소."

공지는 곁에 있는 제자의 수중에서 장검을 받아들고 소리쳤다.

"네 실력으로 우리 세 분 사숙님과 싸우면 설령 죽지 않더라도
중상을 입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내 원수는 갚지 못하게 될 것
이다!"

범요는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당신 사숙님 손에 죽더라도 마찬가지다!"

공지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명교에는 각하 말고 또 다른 분의 고수가 안 계십니까?"

그의 이 말이 격장법이라는 것을 명교의 군호가 어찌 모르겠는
가? 그러나 만약에 이 말을 그냥 지나쳐 버리면 도리어 소림파가
본교를 얕잡아 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열로 따지자면 범요의
밑에는 바로 백미응왕 은천정이 있다. 장무기는 외조부의 나이가
많아서 외사촌인 은야왕을 출마하려 했는데 은천정이 한 걸음 내
딛으면서 말했다.

"교주, 속하(屬下) 은천정이 나가겠소."

"외조부님께서는 연로하시기에 외삼촌을....."

"내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세 분 고승보다는 적습니다. 소림파
에 석덕기숙(碩德耆淑)이 있는데 우리 명교에는 노장이 없을 수
있습니까?"

장무기는 외조부의 무공이 심담(深湛)하여 양소, 범요에 버금가
고 외삼촌보다 훨씬 고강한 줄 알고 있었다. 만약에 그가 출전하
면 몇 푼의 자신이 더 많았다.

"좋습니다. 범우사께서는 힘을 아끼셔서 나중에 공지신승에게
가르침을 받으십시오. 그렇다면 외조부님께 구원을 청하겠습니
다."

"알겠습니다."

은천정은 대답하고 나서 범요에게 성화령을 받아들었다.

공문 법장이 낭랑한 소리로 말했다.

"세 분 사숙님. 이분 은 노영웅께서는 사람들이 백미응왕으로
칭합니다. 왕년에 자신이 천응교를 창설하여 혼자 힘으로 육대문
파와 어깨를 나란히 했습니다. 실로 대단한 영웅호한입니다. 이
분 양 선생님께서는 내공과 외공이 겸비한 명교의 일류급 인물입
니다. 곤륜, 아미 양파의 고수들도 그의 손에 많이 패했습니다."

도겁이 몇 번 웃으며 말했다.

"만나서 영광입니다. 잠시 후 소림문파 제자의 무공이 어떠한지
구경하시죠."

세 스님이 흑색(黑索)을 한 번 휘둘자 마치 세 마리 묵룡(墨龍)
처럼 세 겹의 원을 형성하였다.

장무기가 어젯밤에 세 스님과 결투할 때는 몹시 어두웠기 때문
에 흑색의 경기(勁氣)로 상대방의 병기가 날아오는 것을 판단했
다. 그러나 지금은 햇빛이 찬란하게 비춰서 세 스님의 얼굴에 있
는 주름살마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는 성화령을 거꾸로 돌려
서 포권하며 몸을 굽히고 말했다.

"실례를 범하겠소."

이윽고 몸을 옆으로 하더니 바로 공격했다. 양소는 몸을 날려서
왼쪽으로 갔다. 은천정은 대갈일성하더니 오른손으로 성화령을
쳐들고 도난의 흑색 위로 후려쳤다. 그러자 당궁! 하며 소리가
나면서 색과 령이 맞부딪쳤다. 이 두 가지 괴상한 병기가 서로
부딪치는 소리도 매우 괴이했다. 두 사람의 팔목이 모두 심하게
한 번 울렸다.

'정말 대단하다!'

장무기는 잠시 생각을 굴렸다.

'세 스님의 흑색이 원을 형성하니 초수가 매우 엄밀하군. 비록
우리 세 사람이 연수하게 되더라도 사,오백 초 안에는 절대로 격
파할 수 없겠다. 그러니 우선 세 스님의 내력을 소비시킨 다음에
천천히 빈틈을 노려야 되겠구나.'

순간 흑색이 감겨오자 즉시 성화령으로 맞부딪치면서 상대를 공
격하였다. 격투가 한끼 식사 시간 정도 지나자 장무기등 세 사람
은 이미 색권(索圈)을 직경 일장 정도로 축소시켰다. 그러나 세
스님의 색권이 작아질수록 저항력은 더욱 강해졌다. 세 사람은
한 발 앞으로 공격할 때마다 전보다 몇 배의 힘이 더 들었다. 양
소와 은천정은 싸울수록 더욱 경악했다. 처음엔 삼 대 삼으로 격
투를 벌였는데, 반 시간이 지나자 양,은 두 사람은 점점 지탱하
지 못하고 두 사람이 한께 도난에게 공격하는 양상이 되었다. 그
러니 장무기는 혼자서 도액, 도겁 두 스님을 상대하며 격투했다.

은천정의 공격은 모두 강맹하였고, 양소는 갑자기 부드러웠다가
도 갑자기 강맹하면서 변화무쌍하였다. 이 여섯 사람중에 양소의
무공이 제일 보기 좋았다. 성화령 두 개는 그의 손 안에서 돌면
서 춤추었다. 갑자기 검이 되었다가 갑자기 칼로 사용하고, 갑자
기 짧은 창으로 변해서 자(刺),타(打),전(輾),박(拍) 하더니 갑
자기 판관필로 사용했다. 게다가 어떤 때는 왼손에 비수로, 오른
손에는 강편으로 변하고, 왼손에는 철척(鐵尺)으로 변했다. 그렇
게 바쁜 와중에도 서로 부딪쳐서 당궁당궁! 하는 소리를 내가며
적의 심신을 교란시켰다.서로 격투한 지 사백초도 채 되기도 전
에 이미 스물 두가지 병기로 변했다. 병기마다 두 가지 초식을
사용했기에 모두 마흔 네가지 초식을 사용했던 것이다.

공지는 소림파의 칠십 이 절예 중에서 열 한가지를 터득하였고,
범요는 천하의 무학을 훔쳐보지 못한 게 없다고 자부심을 갖고
있었지만 지금 양소의 신기를 막상 보게 되자 속으로 탄복하였
다. 주전과 양소는 평소에 갈등이 있어서 여러번 그와 쟁투한 적
이 있었다. 지금 그는 쳐다볼수록 더욱 부끄러워했다.

'양소 저 자라새끼는 줄곧 나에게 양보했었구나. 전에는 난 그
의 무공이 나보다 약간 높은 줄만 알아서 싸움할 때마다 운이 좋
아서 나에게 일초 반식을 이겼는 줄 알았는데, 뜻밖에 나 주전은
그 자라새끼의 적수가 아니었구나.'

양소가 어떠한 초식으로 변하더라도 도난의 흑색은 두 사람을
상대해도 여전히 위세가 꺾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은천정의 머리
에 흰 안개가 솟아오르는 것을 보자 그의 내력이 극치에 달했다
는 것을 알고 있었다. 흰 천으로 된 긴 도포가 천천히 부풀어오
르며 옷 안에는 기류가 충만되었다. 그가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땅에는 죽인 하나씩 남겼다. 한 시간쯤 격투를 벌이자 세 그루의
소나무 둘레에는 그의 족인이 한바퀴 만들어졌다.

순간 은천정은 느닷없이 오른손의 성화령을 왼손으로 옮기더니
도난의 흑색을 한번 누르고 나서 오른손으로 일초의 벽공장(碧空
掌)을 후려쳐서 그에게 공격했다. 그러자 도난은 왼손을 쳐들고
다섯 손가락을 허조(虛爪)하더니 다시 주먹으로 쥐어 같이 일장
을 후려쳤다.

공지, 공문 등은 일제히 으응 하며 소리를 질렀다. 소리에는 경
악과 탄복이 동시에 충만되어 있었다. 원래 도난이 그에게 되돌
려 친 일장이 바로 소림 칠십 이 절예 중의 하나인 수미산장(須
彌山掌)이었다. 이 장력은 연성하기가 대단히 어려웠다. 뿐만 아
니라 설령 연성했더라도 출장할 때마다 필히 좌마운기(坐馬運氣)
하여 오랫 동안 정신을 집중시켜야만 내경을 단전에 모을 수 있
게 된다. 그런데 도난은 자유자재로 출장하였고, 바로 따라서 흑
색을 한번 휘둘더니 다시 양소에게 덮쳐가며 공격했다.

그러나 도난이 수미산장으로 은천정과 대장(對掌)하더니 흑색의
경력이 절반 이상 감소되었다. 그는 즉시 교묘한 수법으로 감소
된 경력을 보충했다. 그러자 흑색의 놀림은 마치 예민한 뱀이 요
란스럽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양소의 성화령 두 개도 덩달아 변
화무쌍하였다. 방관하는 사람들은 대다수가 그들 두 사람의 격투
를 지켜보고 있었다. 은천정은 정신 통일하여 기를 끌어올려서
일장씩 후려치며 갑자기 앞으로 두 걸음을 전진하더니, 또 갑자
기 두 걸음 후퇴했다. 저쪽에서는 장무기가 일 대 이로 싸우고
있었다. 세 사람의 초식은 모두 괴이한 것이 없었고, 무도 내력
으로 전개하여 결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처럼 결투한 것은 은천
정의 투력과 양소의 투교보다 사실은 더욱 위험한 것이다. 만일
내력이 상대방에게 눌려서 잘못 들게 되면 즉시 죽지 않더라도
주화입마(走火入魔)하게 되어 미쳐버리는 일은 보통이다. 다만
이처럼 결투를 벌이면 오직 당사자만이 고통을 알지 방관자들은
아무리 무공이 높다해도 그들 세 사람의 초식에서 식별할 수 없
는 것이다.

태양이 차츰 서쪽으로 기울어지자 공문, 공지, 범요, 위일소 등
고수들은 이때 승부의 실마리를 알 수 있었다. 그러자 은천정의
머리 위의 하얀 연기가 점점 더 짙어지면서 도액이 앉아있던 그
소나무의 솔잎이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도액과 도겁
이승의 공력도 전보다 상당한 차이가 생겼다. 이쯤 되자 도액은
소나무에 등을 기대어 나무의 힘을 빌어서야 장무기의 구양신공
을 상대할 수 있었다. 만약 은천정이 지탱하지 못하면 그는 바로
명교가 진 것이다. 만약 도액이 먼저 막아내지 못한다면 바로 소
림파의 패배다.

출수하며 서로 결투를 하는 여섯 사람은 이런 사실을 더욱 명백
히 알고 있었다. 은천정은 도난과 서로 장력을 겨룬 지 삼십 여
장이 지나자, 이미 자기가 그의 적수가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오늘의 목적은 사형제를 구하는 일이다. 나 개인의 승부영욕에
무슨 상관있단 말인가. 더구나 소림파의 선배고수의 손에 패하는
것이므로 내가 패하더라도 백미응왕의 위명이 손상된다고 할 수
없다.'

이윽고 일장을 겨루고 나서 바로 뒤로 반 발자국 후퇴했다. 십
여 장을 겨루게 되자 이미 일장 밖으로 후퇴하여 있었다.

수미산장은 소림파의 칠십 이 절예 중의 하나이며, 도난은 이
장법을 수십 년 동안 연마하였기에 그 위력은 실로 엄청났다. 은
천정이 한 걸음 물러날 때마다 도난의 장력은 바로 한 걸음 진격
했다. 경력은 거리를 멀리 끌어내도 전혀 감소되지 않았다.

양소가 잠시 생각했다.

'이 소림승은 과연 대단하구나. 내 성화령의 초수를 아무리 변
화시켜도 끝내 그를 어찌하지는 못할 것이다. 백미응왕께서 혼자
내경을 감수하고 있으니 시간이 길어지면 아마 지탱하지 못할 것
이다.'

이윽고 성화령 두 개를 합치면서 흑색을 휘어잡아 그와 똑같이
힘으로 맞서서 은천정의 무거운 짐을 나눠주려 했다. 그러나 뜻
밖에 흑색을 휘어잡는 순간, 도난이 손목을 한 번 휘두르자 흑색
은 곧장 위로 올라오며 양소의 면문으로 공격해왔다. 그러자 양
소는 재빨리 성화령을 도난의 흉구로 던지며 쌍장을 한번 돌려서
색두(索斗)를 휘어잡았다. 일초의 도예구우미(倒曳九牛尾)를 전
개해서 힘껏 밖으로 끌어당겼다.

도난은 그의 병기가 출수하여 암기처럼 날아오는 것을 보자, 즉
시 왼쪽 팔꿈치를 살짝 내려서 왼쪽 가슴으로 날아오는 성화령을
눌러갔다. 그러자 다른 한 개는 중간에서 갑자기 방향을 돌리더
니 휫 하는 소리를 내면서 옆으로 도겁에게 날아갔다. 그 두 개
의 성화령 중 도난에게 공격한 것은 허(虛)였고 도겁에게 공격한
것은 온몸의 내력으로 발사한 것이다.

도겁은 마침 장무기와 전력으로 대항하고 있었다. 게다가 도난
이 이미 양,은 두 사람에게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것을 보았지
만, 양소가 갑자기 괴상한 초수로 도습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
했다. 깜짝 놀라는 사이에 성화령은 이미 면문에 다가왔다. 도겁
은 심신이 약간 혼란되면서 살며시 손가락 두 개를 뻗어 그 성화
령을 집어 버렸다. 그러나 그 때 그는 장무기와 전력으로 내경을
겨루고 있던 터라 어찌 이처럼 삼신이 나눠지는 것을 용납하겠는
가. 순간 까 몸 담고 있던 큰 소나무는 끊임없이 휘청거리며 솔
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마치 한차례 쏟아지는 소낙비 같았다. 장
무기는 상대방의 빈틈을 포착하자 즉시 건곤이위심법으로 그에게
맹렬히 공격했다. 잠시 후 팍팍! 하는 소리가 나면서 도겁의 그
소나무 위에 있는 작은 가지들이 하나하나 울려서 떨어졌다.

도액은 위급한 형세를 보게 되자 벌떡 일어나서, 몸을 한 번 흔
들더니 이미 도겁의 곁에 다가가서 왼손을 내밀어 그의 어깨를
잡아주었다. 도겁은 사형 도액의 도움을 받고서야 몸을 다시 진
정시킬 수 있었다.

저쪽에서는 도난과 은천정, 양소가 이미 각자의 진력으로 겨루
는 상태가 되어서 생사가 순간적으로 결정되는 상태에 돌입했다.
양소는 흑색의 한쪽 끝을 잡고 밖으로 끌어내려 하고 있으며, 은
천정은 파산쇄비(破山碎碑)의 웅혼한 장력으로 끊임없이 도난에
게 공격했다. 양대 고수가 하나는 끌고 하나는 밀고 있었다. 두
줄기 경력은 정반대였다. 도난의 몸이 그 사이에 있어서 비록 힘
은 몹시 들었으나 여전히 패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방관하는 명교의 군호와 소림승들은 이러한 광경을 보게 되자
모두 전전긍긍하며 자기편 사람을 걱정했다.

바로 이때 갑자기 세 그루 소나무 사이의 지하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양좌사, 은대형, 무기야, 나 사손은 양손에 온통 피로 물들어
있어서 벌써 죽었어도 여한이 없소. 오늘 당신들이 나를 구하기
위해서 소림의 세 분 고승과 쟁투를 하고 있는데, 만약에 쌍방에
서 누군가 다시 손상된다면 사손의 죄는 더욱 무거워질 뿐이오.
무기야, 넌 빨리 본교의 형제들을 이끌고 소림사에서 물러가라.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나는 즉시 자절경맥하여 죄악의 증가를 막
을 것이다!"

바로 사손이 사자후 신공으로 지하 감옥에서 말한 것이다. 왕년
에 그는 왕반산도에서 사자후로 각방 각파의 수많은 호사(豪士)
들을 진사(震死) 진혼(震昏)하였다. 비록 지금은 이 신공으로 사
람을 해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고막은 여전히 윙윙거리며
울렸다. 그만 서로 마주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장무기는 의부의 말을 듣자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자 사손이 큰
소리로 외쳤다.

"무기야! 아직도 안 갔느냐!"

"알겠습니다. 삼가의부님의 분부를 따르겠습니다."

그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나서 낭랑한 소리로 말했다.

"세 분 고승의 무공은 과연 신묘합니다. 오늘 명교가 격파하지
못해서 훗날 다시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외공, 양좌사 그만 손을
거두시오."

말을 하면서 경기를 거두며 도액, 도겁 이승의 흑색에서 발출한
내경을 튕겨서 되돌려 보냈다.

양소와 은천정은 그의 호령을 들었지만, 마침 전력으로 도난과
겨루고 있기 때문에 손을 거둘 수 없었다. 그러자 장무기는 은천
정의 앞으로 다가가더니 쌍장을 휘둘러서 도난과 은천정이 좌우
에서 기습하는 장력을 막아냈다. 바로 따라서 성화령을 내밀어
도난의 흑색 중단에 올려 놓았다. 마침 흑색은 도난과 양소가 서
로 당기고 있어서 마치 힘껏 당긴 활시위 같았다. 장무기의 성화
령이 위에 올려지자 건곤이위심법의 신공이 즉시 양단에서 전해
지는 맹경을 분산시켰다. 흑색이 힘없이 땅으로 떨어지자 양소가
재빨리 줏어들었다.

도난의 안색이 변하며 말을 하려는 찰나 양소는 두 손으로 흑색
을 들고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

"대사님의 병기를 돌려드리겠습니다."

도겁은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곁에 있는 두 개의 성화령을 주워
그에게 돌려주었다.

조금 전에 치른 일전으로 인해 소림 고승들은 더 이상 오만한
마음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도액이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우리가 폐관한 지 수십 년만에 당세 영걸을 만나게 된 것을 무
한한 기쁨으로 생각하오. 장교주, 앞으로 무림을 위해 큰 별이
되어주길 바라오."

장무기는 공손하게 몸을 숙였다.

"대사님의 분부를 항시 명심하겠습니다."

도액이 다시 말했다.

"우리 세 사람은 이곳에서 장교주의 세 번째 왕림을 기다리겠
소."

장무기는 정색을 했다.

"물론 다시 찾아뵈올 겁니다. 사법왕은 바로 저의 의부님이며
태산 같은 은혜를 베풀어주신 은인이기도 합니다."

도액은 장탄식을 하며 눈을 지긋이 감더니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제 6 장 끝 -----

의천도룡기(倚天屠龍記) 제 6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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