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庸 - 连城诀 2

3학년2반 | 2022.03.08 07:13:03 댓글: 0 조회: 373 추천: 0
분류무협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53721

3. 인정은 국화처럼

다음날 정오, 감방안에는 계속해서 열 일곱의 죄수가 수감되었
다. 키가 큰 사람, 키가 작은 사람, 늙은 사람, 젊은 사람 생김
새를 보아 모두 강호의 무사들이었다. 모두 한 감방에 수감했기
때문에 다리를 오무리고 있어야 했다. 적운은 사람들이 점점 많
아지자 슬그머니 겁이 났다. 이 사람들은 모두 정전을 죽이러 온
것 같다고 느껴졌다. 다섯명의 강적이 온다고 했는데 열일곱명이
온 것이다. 정전은 벽을 쳐다보고 누워 있었으며 아는체도 하지
않았다. 죄수들은 노래를 부르고 큰소리를 지르고, 웃고 떠들고
놀다가 잠시후엔 싸움이 일어났다. 적운은 머리를 숙이고 그들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알고보니 그들 열일곱은 세파로 나누
어 무슨 귀중한 보물을 홈치려고 모의하고 있었다. 적운은 논을
옆으로 돌리다가 우연히 눈빛이 가장 흉악한 죄인과 마주쳤다.
그는 놀라 고개를 숙이고 생각했다.
"내가 정형을 돕는다고 했지만 나의 무공은 소멸되었으니 이따
공격해 온다면 어떻게 하지. 정형의 무공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저들은 전부 죽일수는 없잖아."
날은 점점 어두워져 갔다. 체격이 건장하게생긴 한 남자가 큰
소리로 외쳤다.
"먼저 확실하게 해 둘게 있다. 이곳 주인은 바로 우리 동정방이
다. 이의가 있는 놈은 빨리 나와라. 내가 쓴맛을 보게 해주겠
다."
이 감방에서 동정방의 인물은 아홉명으로 가장 많았다. 머리가
약간 흰 중년의 남자가 갸냘픈 목소리로 말했다.
"맛을 보여주겠다니 그것도 괜찮군! 우리 이곳에서 한번 해볼까
? 아니면 정원으로 나갈까 ?"
건장한 남자가 말했다.
"내가 네놈을 무서워 할줄 알아 ?"
손으로 한개의 철장을 잡고 좌측으로 밀자 철장이 구부러졌다.
그는 오른쪽의 철장도 구부러 뜨렸다. 정말 놀라운 힘이었다. 건
장한 사내는 구부러진 쇠창살 사이로 빠져 나가려 했다. 갑자기
눈 앞에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그를 막아 섰다. 바로 정전이었다.
그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한손으로 건장한 사내의 가슴을 움켜잡
았다. 건장한 사내는 정전보다 머리 하나가 컸지만 한손으로 잡
히자 조금도 음직이지 못했다. 정전은 잡은 사내를 정원으로 던
져버렸다. 건장한 사내는 땅위를 몇번 구르더니 움직이지 않았
다. 아마도 숨이 끊어진 모양이었다. 감방에 있던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자 얼굴이 파랗게 변하며 놀래서 서로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정전은 다시 한사람을 움켜 쥐더니 정원으로 던져 버렸
다. 그가 두손으로 잡았단하면 아무 소리도 못하고 곧 죽어 버리
는 것이었다. 나머니 열사람은 모두 크게 놀랐다. 세사람은 구석
으로 물러섰으며 일곱명은 동시에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면서 정
전을 공격해 갔다. 정전은 막지도 피하지도 않았으며 단지 손을
내밀어 놈들을 하나 하나 잡았다. 그의 손에 잡히면 순식간에 죽
었으며 어떤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죽었는지 적운도 전혀 알길이
없었다. 구석에 숨어 있던 세사람은 놀라서 벌벌 떨면서 무릎을
바닥에 끓고 절을 하며 목숨만 살려달라고 빌었다. 정전은 본체
만체하고 그들도 하나 하나 죽여서는 철장밖으로 던져 버렸다.
적운은 눈을 크게 뜨고 멍청히 서 있었다. 마치 꿈을 꾸는 것 같
았다. 정전은 두 손바닥을 털더니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런 얄팍한 수법으로 연성결을 빼앗으려고 ?"
적운은 놀래며 물었다.
"정형, 연성결이라니 ?"
정전은 실수를 했다는 표정은 했지만 거짓말을 만들어 속이고 싶
지 않아서인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적운은 눈 앞의 열일곱명이
마치 맹수처럼 공격해오더니 순식간에 시체로 변한 것을 보고 경
악을 금치 못했다. 그는 일생동안 이렇개 많은 시체가 쌓여 있는
것은 처음 봤다. 적운이 말했다.
"정형, 이 사람들은 죽어도 싸 ?"
정전이 말했다.
"꼭 그렇지는 않아. 단지 가슴속에 나쁜 마음을 품고 있어서 죽
였어. 내가 신조경의 무공을 연성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이놈들에
게 처참하게 죽었을거야."
적운은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고 말했다.
"당신이 그들을 손으로 잡자 마자 죽었는데 그런 무공은 들어 본
적이 없어요. 아마 내 사매에게 말해도 믿지 않을거야."
그는 이 말을 하자마자 잘 못 말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전은
그를 비웃지 않고 말했다.
"사실 세상에서 제일가는 무공을 완성했다 해도 모든일이 뜻대로
되는건 아니야..."
"응!"
적운은 갑자기 정원에 있는 한 시체를 가르켰다. 정전이 말했다.
"왜 ?"
적운이 말했다.
"저 사람은 아직 죽지 않았어. 발이 음직였어."
정전이 놀래며 말했다.
"정말 ?"
그는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적운이 말했다.
"그가 두번 음직이는 것을 보았어."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사람이 상처를 입고 죽지 않은 것은 별게 아닐거야. 곧 못 일어
날거야'
정전은 눈썹을 찌푸렸다. 마치 중대한 사건에 부ㄷ힌것 처럼 밖
을 바라보았다. 그는 철장밖으로 나가더니 몸을 구부리고 시체를
살펴 보았다. 갑자기 소리가 들리더니 무기가 그의 두 눈을 향해
날아 왔다. 바로 아직 죽지 않은 자가 던진 것이었다. 정전이 몸
을 굽히고 뒤로 피하자 표창은 그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지
독한 악취가 나는 것으로 보아 지독한 독이 발라진 모양이었다.
그 사람은 표창을 던지자 마자 몸을 일으키고는 담을 향해 뛰어
갔다. 정전은 그의 경공이 대단히 높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자
신의 몸은 쇠사슬에 묶여 행동이 불편해 ㅉ아가지 못하는 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한개의 시체를 들어서 그를 향해 던졌
다. 신기하게도 시체의 머리통은 정확하게 그 사람의 허리에 맞
았다. 그 사람의 왼발이 막 담을 밟으려 했는데 시체가 날아오자
중심을 못잡고 뚝 떨어졌다. 정전은 급히 앞으로 몇발자국 뛰어
가 그의 목을 잡고는 감방으로 끌고 왔다, 손을 그의 코에 대어
보니 이번엔 진짜로 죽어있었다. 정전은 바닥에 앉아 두손을 턱
에 받히고 깊이 생각했다.
"왜 한번에 잡아서 죽이지 못했지 ? 나의내공중 어느곳에 이상
이 있는걸까? 신조경이 아직 완성이 되지 않았단 말인가?"
그 원인을 찾지 못해 머리를 겨우뚱하며 시체의 가슴에 손을 갔
다 댔다. 갑자기 아주 딱딱한 느낌이 그의 손가락에 와 닿았다.
정전은 한편으로는 놀라고 한편으로는 기뻐서 말했다.
"알았다, 알았어!"
그 사람의 옷을 벗기니 몸에 검고 윤이 나는 속옷이 입혀져 있었
다. 그는 기뻐하며 말했다.
"알고보니 이것 때문이었군! 놀랬잖아."
적운은 이상하다는듯 물었다.
"왜 그래요 ?"
정전은 그 사람의 옷을 벗기고는 검은 속옷을 벗겼다. 그는 웃으
며 말했다.
"적형, 이옷을 속에 입어."
적운은 검은 옷이 보물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말했다.
"이건 형씨의 물건인데 어떻게 내가 탐할수 있겠어 ?"
정전이 말했다.
"자네의 물건이 아니라면 탐을 내지 않겠다고 ?"
화가 난 목소리였다. 적운은 그가 화를 내자 두려워졌다.
"형이 꼭 입으라면 입을수 밖에 없지."
정전이 정색하고 말했다.
"이봐, 자네의 물건이 아니면 가지지 않겠단 말이지 ?"
적운이 말했다.
"주인이 나에게 주겠다면 받겠지만... 그렇지 않고 내물건이 아
니면 받을 수 없어. 다른 사람의 물건을 탐내면 그건 강도와 마
찬가지 잖아."
잠시후 고개를 들고 다시 말했다.
"정형도 아시다시피 나는 누명을 쓰고 이곳에 갇혔어요. 난 평생
동안 나쁜 일을 한적이 없어요."
정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좋아! 자네 같은 친구를 둔게 정말 기쁘다. 자 빨리 이옷
을 입어."
적운은 아무 꺼리낌 없이 옷을 벗고는 검은 옷을 입었다. 그리고
그 겉에는 더럽고 냄새나는 속옷을 입었다. 그의 두 손은 쇠사슬
로 묶여 있었기때문에 옷을 바꿔 입는데 매우 힘이 들었다. 정전
이 그의 옷을 몇군데 찢고 나서야 겨우 입을 수 있었다. 검은 속
옷은 알고보니 앞뒤 두조각 이었기 때문에 단추만 잠그면 입기
쉬웠다. 정전은 그가 옷을 다 입자 말했다.
"칼과 창이 들어가지 않는 이 보의는 대설산에서 서식하는 검은
누에로 만든거야. 이 옷은 두조각으로 된 옷이야. 가위로 자르지
도 못해. 앞에것과 뒤에 것을 끼워야지. 이 녀석은 설산파의 주
요 인물이라서 이 오잠의를 입고 있었던 거야. 보물을 홈치러 왔
다가 오히려 보물을 주고 갔군."
적운은 이 검은 옷이 매우 귀중한 물건이란ㄴ 것을 듣고 급히 말
했다.
"정형, 형은 원수들이 많으니 이 옷을 입어야 되잖아요 ? 그리고
매월 십오일만 되면....."
정전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난 신조공으로 몸을 보호하면 되니까 오잠의는 필요없어. 매월
십오일의 고문과 구타는 내가 원하는 거야. 그 옷을 입으면 뜻대
로 안되잖아. 그까짓 고통은 아무것도 아냐."
적운은 이상해서 더 묻고 싶었다. 정전은 말했다.
"자네 얼굴에 수염을 붙이고 나로 분장했지만 아직은 위험에 내
가 옆에서 보호한다고 해도 헛점이 있을거야. 지금 자네에게 내
공의 비결을 말해 줄테니 잘들어."
전에 정전이 전수하겠다고 할때 적운은 한마디에 거절했다. 하지
만 지금은 자신이 누명을 쓰고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가슴에 복수심이 불타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밖으로 나가 만규를
죽이고 싶었다. 그는 정전이 맨손으로 강호의 고수들은 하나하나
무찌르는것을 보고 자신도 몇가지 무공을 배워야 겠다고 생각했
다. 탈옥하여 복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자 갑자기 피가 뜨거워
지며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정전은 그가 틀림없이 고집을 부
리며 내공을 배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적운에게 설득을 하
려고 하는데 갑자기 적운이 무릎을 끓고 울면서 말했다.
"정형, 나에게 무공을 가르쳐줘요. 나는 복수를 해야되요. "
정전은 웃으면서 말했다.
"복수쯤이야 쉽지!"
적운이 부탁하자 정전은 신조공의 비결과 무공동작을 알려주었
다. 적운은 전수받자 쉬지않고 계속해서 연습을 했다. 정전은 그
가 아주 열심히 연마하는 것을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신조경을 다 배우면 천하에 적수가 없어. 그렇게 쉽게 연마할수
있을것 같아 ? 나는 내공 실력이 대단히 높은데도 십이년이 걸렸
어. 자넨 무공을 연마할땐 열심히 해야돼. 그건 아주 중요한거
야. 그리고 하나하나 순서대로 연마하되 마음을 가라 앉히고 잡
념이 조금도 있으면 안돼. 내 말을 꼭 명심해야돼."
적운은 이때부터 그를 큰형이라고 불렀다. 사실 마음속으로 사부
님이라고 생각했으며 그의 말이라면 뭐든지 다 들었다. 하지만
복수심이 파도처럼 펄럭이는데 어떻게 마음을 가라 앉힌단 말인
가 ?

다음 날 옥졸은 크게 놀래며 떠들어 댔다. 옥졸, 포졸들은 반나
절 떠들어 대더니 저녁이 되자 비로서 열일곱구의 시체를 떠매고
나갔다. 정전과 적운은 그들이 서로 싸우다가 죽었다고 말했다.
옥졸도 더 이상 묻지를 않았다. 적운은 하루 종일 정전이 입으로
전수한 무공을 연마했다. 신조공을 연마하는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지만 마음속의 잡념을 없애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적운은 사매가 생각났으며, 잠시 만규가 생각났으며, 잠시 사부
님이 생각났다. 밤이 되자 비로서 마음이 가라앉았다. 갑자기 앞
가슴과 등에 강한 충격이 가해졌다. 그것은 마치 두개의 쇠망치
로 앞뒤를 치는 것 같았다. 적운은 눈 앞이 캄캄해져 기절할뻔
했다. 통증이 가라앉아 눈을 떴다. 자신의 앞에 두명의 중이 서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세명의 중이 서있었다. 모두 다섯 명의
중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적운은 속으로 생각했다.
'정형이 말한 다섯 명이 드디어 나타났군. 헛점이 보이지 않게
끝까지 버텨야 해.'
"하하하!"
적운은 웃으며 말했다.
"다섯 명의 스님이 무슨 용건이 있어서 찾아 왔소 ?"
왼쪽의 중이 말했다.
"빨리 연성결을 내놔라! 응? 넌.. 넌.. 넌.."
갑자기 그는 등에 일격을 받고 몸을 흔들거리더니 하마터면 쓰러
질뻔 했다. 그리고 뒤이어 두번째 중도 일격을 받고는 붉은 피를
토해 냈다. 적운은 하도 이상해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정전을 쳐다 보았다. 그는 이몸을 재빨리 날려 또 일격을
가하고 있었다. 이번 일격은 아무 소리가 없었으며 빠른 속도로
세번째 중의 가슴을 쳤다.
"아!"
그 중은 크게 소리치더니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나서 벽에 부ㄷ혔
다. 다른 두명의 중은 적운의 눈빛을 따라 컴컴한 구석에 있는
정전을 쳐다 보았다. 그들은 동시에 소리쳤다.
"신조공은 그림자없는 신권이다."
키가 큰 중은 한손에 한명의 부상당한 중을 끌고 아까 왔던 부서
진 철장으로 몸을 날렸다. 그는 담을 넘어 도망갔다. 다른 한명
의 중은 피를 토한 중을 껴안고 재빨리 정전을 향해서 공격을 했
다. 정전도 재빨리 주먹을 들고는 맹렬히 공격했다. 중은 정전의
일격을 받자 뒤로 한발자국 물러 났다. 정전은 다시 일격을 가했
고, 중은 다시 한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세번째 공격을 받자 그
는 철장밖으로 물러났다. 그 중은 몇발자국 앞으로 걷더니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몸이 흔들거리는 것이 마치 술에 취한 사람
같았다. 그는 피를 토한 중을 땅에 놓고는 혼자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한 발자국 걸어 나갈 때마다 마치 발에 커다란 돌을 얹어
놓은 것 처럼 발걸음이 무거웠다. 간신히 육칠보 나가서는 숨을
헐떡이더니 땅에 쓰러졌고,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다. 두 중은 땅
에서 몇번 꿈틀거리고는 모두 숨을 거두었다. 정전이 말했다.
"아까워, 정말 아깝군! 적형이 날 쳐다보지 않았다면 중놈이 도
망가지 못 했을거야."
적운은 세명의 중이 비참하게 죽은 것을 보고 생각했다.
'세명의 중이 참 잘 도망갔어. 정형은 사람을 너무 많이 죽었
어.'
정전이 말했다.
"자네는 나의 수법이 너무 악독하다고 생각하나 ?"
적운이 말했다.
"음... 음..."
말이 목에 걸렸다. 그는 바닥에 힘없이 주저 앉았다. 정전이 그
에게 얼마동안 안마를 해주자 가슴이 겨우 편안해 졌다. 정전이
말했다.
"자넨 나의 수법이 악독하다고 생각할거야. 아까 두명의 중이 자
네에게 일격을 가했을때 만약 오잠의를 입고 있지 않았더라면 벌
써 죽었을거야. 내가 실수를 했어. 그들이 들어오자 마자 공격을
할줄은 몰랐어. 그들이 먼저 비밀을 캐낼줄 알았거든. 그들은 날
매우 증오하고 있으니까 먼저 중상을 입힌 다음에 비밀을 캐내려
했다는 것을 짐작 했어야 했는데..."
그는 적운의 얼굴에 있는 수염을 떼면서 말했다.
"적형, 도망친 키큰 중의 이름은 보상(寶象)이야, 뚱뚱한 중은
선용(善勇)이고, 먼저 공격을 가해서 쓰러트린 놈은 승체(勝諦)
인데 제일 무서운 놈이지. 다섯 명 모두 서장의 혈도문(血刀門)
의 고수들이야. 내가 뒤에서 공격하지 않았다면 놈을에게 패했을
거야. 선용과 승체는 나의 신조경에 격중당하고도 죽지 않고 도
망쳤지만 며칠 살지 못할거야. 무사히 도망친 보상이란 놈은 수
법이 악독하니까 나중에 강호에서 마주치면 조심해야해."
그는 잠시 있다가 말했다.
"그놈의 사부는 아직 살아 있으며 무공이 매우 높다고 들었어.
한번 겨뤄보고 싶군."
적운은 비록 호신의를 입었지만 앞뒤에 강한일격을 받아기때문
에 상처가 심했다. 정전의 지도하에 십여일동안 무공을 연마하고
내공의 도움을 받아 겨우 완치되었다.

그후 이년동안은 매우 조용히 지냈다. 어쩌다가 강호의 죄수들이
감옥에 들어오면 정전은 일격을 가해서 순식간에 죽여버렸다. 최
그는 몇개월동안 적운의 무공은 늘지가 않았다. 아무리 연습해도
몇 개월 전과 같았다. 다행히 그는 고집이 세고, 의지력이 강해
서 계속 연마를 했다. 이렇게 높은 내공을 배우기가 쉽지 않았으
나, 정전의 지도하에 극복해 나가고 있었다. 그날 아침, 적운은
몸을 옆으로 하고 벽을 쳐다보며 누워 있었다.
"앗!"
정전이 갑자기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초초한것 같았다.
잠시후 그는 혼자 중얼거렸다.
"오늘은 죽지 않을거야. 내일 바꿔도 늦지 않아."
적운은 이상해서 몸을 돌렸다. 정전은 머리를 들고 멀리있는 곳
의 이층집의 화분을 쳐다보고 있었다. 적운은 신조공을 연마하고
부터 귀와 눈이 전보다 예민해져서 화분에는 세송이의 노란 장미
가 있는데 그중 한송이가 시들고 있었다. 정전은 항상 멍하니 화
분에 있는 꽃을 쳐다 보곤 했었다. 그것도 몇년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그랬었다. 적운은 옥중 생활은 심심하고 따분하니까 밖의
경치를 보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 화분의 꽃은 매
우 잘 자랐으며 만약 한 송이라도 시들면 곧 바꿔 놓았다. 봄에
는 개나리, 가을에는 해당화 그집에는 항상 화분이 놓여져 있었
다. 적운은 저 노란 장미가 그곳에 놓여진지 벌써 육칠일이 지
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평소에는 잘 바꾸었는데 이번에는 바
꾸지 않고 있었다. 정전은 하루종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것 같았다. 다음 날 아침까지도 노란 장미는 바꿔
지지가 않았다. 대여섯개의 꽃잎이 바람에 날려 떨어졌다. 적운
은 은근히 걱정되었다. 정전의 얼굴색이 안좋아 보이자 적운이
말했다.
"정형, 그 사람이 꽃을 교환하는 것을 잊었나봐. 오후에는 교환
하겠지."
정전은 큰소리로 말했다.
"잊을 리가 없어. 그럴리가 없어! 혹시... 혹시... 혹시 병이 난
게 아닐까? 병이 났어도 다른 사람을 시킬 수가 있을텐데..."
계속해서 방안을 서성거리는 정전의 표정은 매우 초초해 보였다.
적운은 더 이상 묻지 않고 앉아서 무공을 연마했다. 저녁이 되자
날이 어두워 지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자 세송이
노란 장미의 꽃잎이 몇개 또 떨어졌다. 정전은 몇시간동안 쉬지
않고 계속해서 화분의 꽃만 쳐다보았다. 잎사귀 한개가 떨어질때
마다 그의 얼굴 근육은 마비되는 것 같았다. 그것은 마치 그의
얼굴에 있는 근육을 자르는 것처럼 보였다. 적운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물었다.
"정형, 왜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는 거지요 ?"
정전은 고개를 돌리고 화를 내며 소리쳤다.
"시끄러워! 자넨 상관하지마!"
그가 적운에게 무공을 전수한 이후로 이렇게 무서워 보이긴 처음
이었다. 적운은 가슴 아파하며 무슨 말인가 하고 싶었지만 가만
히 있었다. 정전의 얼굴을 점점 처량해졌고 매우 고통스러워 하
는 것 같았다. 그날밤 내내 정전은 한번도 앉지를 않았다. 적운
은 그가 서서 왔다갔다 하는 쇠사슬소리에 한잠도 자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보슬비가 내렸다. 밖의 화분을 쳐다보니 세송이의
노란 장미 꽃잎이 모두 떨어졌고 가지만 남아서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정전이 소리쳤다.
"죽었어! 죽었어! 너가 정말로 죽었구나!"
두손으로 철장을 잡고 계속해서 흔들었다. 적운이 말했다.
"큰형 그가 보고 싶으면 함께 가서 보면 되잖아?"
정전이 말했다.
"보러 가자고! 보러 갈수 있을까 ? 내가 갈수 있으면 벌써 갔을
거야. 뭐하러 이런 냄새나는 감방에 앉아 있겠어 ?"
적운은 이유를 몰라서 눈을 크게 뜨고 가만히 있었다. 그날 정전
은 하루종일 두손으로 머리를 잡고는 쭈그려 앉아 있었다. 그는
발도 움직이지 않았으며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 멀리서 일경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왔다. 시간은 자꾸만 흘러갔다. 얼마 있자
2경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왔다. 정전은 천천히 일어나며 말했
다.
"적형, 함께 보라 가자."
말투가 매우 평온했다. 적운이 대답했다.
"좋아요."
정전이 손을 내밀어 두개의 철장을 잡고 천천히 양쪽으로 밀자
천천히 구부러졌다. 정전이 말했다.
"쇠사슬을 잡어,소리를 내면 안돼."
적운은 그가 시키는대로 쇠사슬을 잡아 올렸다. 정전은 담 근처
로 걸어 가더니 힘을 내어 담 위로 기어 올랐다. 그는 낮은 소리
로 말했다.
"뛰어 올라와!"
적운은 그의 말대로 뛰었지만 쇠사슬이 비파골을 뚫었기 때문에
힘을 전혀 쓰지 못했다. 그는 삼척밖에 뛰지를 못했다. 정전은
손을 내밀어 적운을 끌어 올렸다. 두사람은 동시에 뛰어 내렸다.
겨우 담을 넘었지만 감옥밖에는 아주 높은 담이 하나 더있었다.
정전은 넘을수 있었지만 적운은 아무래도 힘들어 보였다. 정전은
한소리 기합을 지르더니 등을 벽에 부ㄷ혔다. 순간적으로 큰 소
리가 나며 벽돌은 산산조각이 나며 담에 구멍이 나 있었고, 정전
은 보이지 않았다. 알고보니 정전은 신조공의 내력으로 담을 뚫
고 지나간것이다. 적운은 한편으로 놀라고 한편으로는 기뻐하며
급히 밖으로 빠져 나왔다. 밖은 작은 골목이었다. 정전은 그에게
손짓을 하며 골목끝을 향해서 걸었다. 골목을 나오자 넓다란 거
리가 보였다. 그들은 형주의 넓은 거리를 지나서 한 대장간 앞
에 이르렀다. 정전이 손을 들어 대장간의 물을 힘것 밀자 대문이
열렸다. 안에 있던 대장장이가 놀래서 소리쳤다.
"도둑이야 !"
정전은 재빨리 손을 놀려 그의 목을 잡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불을 켜!"
대장장이는 반항하지 못하고 불을 켰다. 눈 앞의 두사람은 아주
머리가 길었으며 얼굴엔 온통 수염투성이였고 생김새가 아주 무
서웠는데 감히 어떻게 반항을 할수 있을것인가 ? 정전이 말했다.
"우리의 쇠사슬을 풀어라."
대장장이는 두 사람이 감옥에서 탈옥한 중법이라는 것을 알수 있
었다. 그들의 쇠사슬을 풀어주면 틀림없이 관가에서 찾아와 잡아
갈것 같았다. 그래서 머뭇거리자 정전은 손으로 한개의 굵은 쇠
뭉치를 들어 몇번 내리쳐서 두쪽으로 만들고는 말했다.
"너의 목아지가 이렇게 강해 ?"
대장장이는 마치 귀신을 만난듯 두려워했다. 그가 이 쇠뭉치를
자르려면 커다란 망치로 몇번 내리쳐야 자를 수 있었다. 그런데
한번에 두 조각으로 만들었으니 자기의 머리가 어찌 견딜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는 황급히 말하고는 쇠망치와 쇠집게를 꺼내더니
정전의 쇠사슬을 풀어주고 곧 이어서 적운의 쇠사슬을 풀어 주었
다. 정전은 먼저 자기 비파골에 있던 쇠사슬을 뽑아 냈다. 그가
적운의 비파골에 있던 쇠사슬을 꺼낼때 적운은 너무나 아파서 하
마트면 기절을 할뻔 했다. 적운의 두손에는 붉은 피가 묻은 쇠사
슬이 놓여 있었다. 그는 가만히 서서 쇠사슬에 묶여 지난 5년간
고통스럽게 감옥에서 지냈던 것을 생각하고 드디어 쇠사슬에서
해방되자 한편으로는 매우 기뻤으며 한편으로는 슬퍼져서 자신도
모르게 두눈에 눈물이 흘렀다. 그는 정전을 따라 대장간을 나왔
다. 쇠사슬에서 해방되자 아주 편히 걸을수가 있었으나 습관이
되지 않아서 빨리 걸으니 중심을 제대로 잡을수가 없었다. 정전
은 발걸음을 점점 빨리하며 급히 걸어갔다. 적운은 어둠속에서
그를 놓칠까봐 바로 뒤에서 따라가고 있었다. 순식간에 두 사람
은 화분을 놓은 창가에 도착했다. 정전은 고개를 들고 잠시 생각
하고는 들어가려다 멈추었다. 적운은 창문이 굳게 닫혀 있고 아
무 소리도 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해다.
"내가 먼저 들어가 볼까 ?"
정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적운은 돌아서 대문 앞에 도착했다. 손
을 내밀어 문을 밀자 빗장이 잠겨 있음을 알았다. 다행이 담장이
높지 않아서 나무를 타고 넘어 들어갈수 있었다.적운은 안으로
들어갔다. 급히 위층으로 올라가는데 계단에서 삐걱거리는 소리
가 났다. 그는 지금까지 오직 시골에서 자랐고, 오년동안 감옥에
서 살았기때문에 계단을 올라가본 경험이 없었다. 윗층에 도착하
여 귀를 기울였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왼쪽에 문이 한
개 보이자 적운은 천천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탁자위에
한개의 초가 있는 것을 보고 손을 내밀어 화석을 찾았다. 그는
화석으로 불을 켜 촛불을 밝게 했다. 촛불이 켜지자 갑자기 일종
의 말할수 없는 고독감과 처량함이 느껴졌다. 방안은 아주 허전
했다. 한개의 의자, 한개의 탁자, 한개의 침대 이외에는아무것
도 없었다. 침대에는 여름에 쓰는 휘장이 쳐져 있었으며 침대 아
래에는 여자의 청포 신발이 있었다. 여자의 신발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방은 여자가 살고 있던 것 같았다. 그는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옆의 두번째 방으로 갔다. 그방에는 한개의 의자 조차 없
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최근에 이사간것이 아니고 몇년전부터 없
었던 모양이었다. 아래 층으로 내려와서 곳곳을 다 찾아 보았지
만 한 사람도 없었다. 그는 너무 이상해서 돌아와 정전에게 이야
기 해주었다. 정전이 말했다.
"아무도 없었다고 ?"
적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전은 벌써부터 알고 있었다는듯이 놀
라지 않고 말했다.
"다른 곳으로 가보자 !"

붉은 대문앞에 오니 문에는 두 개의 커다란 동정(銅釘)이 걸려
있었다. 문 밖에는 두개의 큰 등이 걸려 있었는데 하나엔 형주부
정당이라고 씌여 있었고 다른 등엔 능부(凌府)라고 쓰여 있었다.
적운은 놀라 생각했다.
'여긴 형주부 능지부의 사택인데 정형이 이곳에 왜 왔지 ? 그를
죽이려고 하는 걸까 ?'
정전은 그의 손을 잡고 아무말 없이 담을 넘어 들어갔다. 그는
능지부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마치 자기 집에 들어온 것
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두 개의 복도를 지나서 화원의 문 앞까지
왔다. 창문의 구멍으로부터 불빛이 새어나오자 정전은 떨리는 목
소리로 말했다.
"이봐, 자네가 들어가게."
적운이 손을 내밀어 문을 열자 촛불의 불빛에 눈이 부셨다. 탁자
위에는 두개의 초가 타고 있었다. 알고보니 여긴 영당이었다. 그
는 영당, 관, 또는 죽은 사람을 볼까봐 들어 올때부터 겁을 먹고
있었다. 예상은 했지만 진짜로 마주칠줄은 몰랐다. 그는 떨면서
영패를 보니 '사랑하는 딸 능상화의 영위' 라고 씌어져 있었다.
갑자기 뒤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정전이 들어왔다. 정전은 잠시
멍청하게 서 있더니 탁자에 엎어져서 울먹이기 시작했다.
"상화야 ! 결국은 네가 먼저 갔구나 !"
ㅈ은 순간 적운의 뇌리에는 무수한 상념이 떠 올랐다. 이 정형이
여지껏 이상한 행동을 한 이유를 얼핏 알수 있을것같았다. 정전
은 자신이 탈옥한 중법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으며 지금 지부나리
의 집에 와 있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 그는 더욱 슬프게 흐느꼈
다. 적운은 어쩔수 없다는 것을 알고 가만히 서 있었다. 정전은
한참동안 운뒤 천천히 일어서서 뒤쪽에 처진 장막을 걷었다. 장
박을 걷자 그곳에는 한개의 관이 놓여 있었다. 그는 두 손으로
관을 꼭 껴안고는 얼굴을 관뚜겅에다 갖다 댔다. 그는 훌쩍거리
면서 말했다.
"상화, 상화, 이럴수가 있어? 죽기 전에 왜 나에게 오라고 하지
않았어 ?"
적운은 갑자기 발자국 소리를 들었다. 문 밖에 몇사람이 오는 것
같았다.
적운이 급히 말했다.
"정형, 누가 오고 있어요."
정전은 관에 입맞춤을 했으며 밖에 사람이 오는 것에 대해선 신
경을 쓰지 않았다. 불빛이 환하게 비추이더니 두 사람이 횃불을
들고 들어와서 말했다.
"누가 여기에서 떠드는 거야 ?"
두사람의 뒤에는 사십오륙세쯤 되어보이는 중년남자가 서 있었
다. 옷을 화려하게 입었으며 얼굴색은 매우 창백해 보였다. 그는
적운은 한번 쳐다보고는 말했다.
"넌 누구냐 ? 여기서 뭐 하는 거냐 ?"
손에 횃불을 든 사람이 욕을 하며 말했다.
"꽤심한놈, 이분은 형주부 능나리이시다. 건방진놈, 야심한 밤에
여기서 뭘 하는 거냐 ? 빨리 무릎을 끓어라."
적운은 냉소를 지으며 우습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전은 눈물을
딱고 말했다.
"상화는 언제 죽었오? 무슨 병으로 죽었오 ?"
매우 침체된 목소리였다. 능지부는 그를 한번 쳐다보고는 말했
다.
"누군가 했더니 바로 정전 정대협이셨구려! 내 딸은 불행히도 죽
었오. 내 딸은 오일전에 죽었는데 의원도 무슨 병인지 알아내지
못했으며, 아주 고통스러워 하며 죽었다네."
정전은 원망하는 투로 말했다.
"그건 당신의 소원이었잖소?"
능지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정대협, 당신의 고집은 너무 강했소. 진작 말을 했으면 내 딸도
죽지는 않았을 거요. 나와 그대는 장인과 사위가 될수 있었는데
이게 무슨 천재지변이란 말인가 !"
정전은 큰소리로 말했다.
"내가 상화를 죽였다고요 ? 당신이 상화를 죽이지 않았소 ?"
그는 능지부 앞으로 한 걸음 다가 섰다. 눈빛이 매우 무서웠다.
능지부는 매우 냉정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일이 이렇게 됐는데 내가 무슨 말을 더 하겠나? 상화, 상화야,
넌 하늘나라에서도 날 용서하지 않겠지 ?"
천천히 영위 앞으로 걸어가서는 왼손으로 관을 쓰다듬으며 오른
손으로 눈물을 딱았다. 정전이 말했다.
"오늘 내가 당신을 죽이면 상화가 나를 원망할 것이요. 능지부,
당신은 나에게 칠년동안 고통을 주었소. 당신 딸의 얼굴을 봐서
지난 빛을 오늘 여기서 청산하겠소. 다시 한번 나의 성질을 건드
렸다가는 가만두지 않겠오. 적형, 그만 가자."
능지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정대협, 우리들의 처지가 이 지경이 돼었는데 무슨 좋은 점이
있나 ?"
정전이 말했다.
"부끄러운 점이 없나 가슴에 손을 대보고 생각해 보시요. 당신은
'연성결(連城訣)'때문에 딸의 생명까지도 빼잇아 갔단 말입니
다."
능지부가 말했다.
"정대협, 가기전에 연성결을 내놓고 가시요. 그러면 그대에게 해
독제를 주겠오. 괜히 죽으려 할것 까지는 없지 않소 ?"
정전은 놀라며 말했다.

"무슨 해독제요 ?"
이때, 그는 얼굴, 입술, 손바닥에 갑자기 약간의 마비증세가 왔
다. 동시에 일진의 꽃향기를 맡았다. 이 꽃향기, 이 꽃향기...
그는 놀랐으며 화가 났다. 몸이 흔들거렸다. 능지부가 말했다.
"난 어떤 빌어먹을 놈이 관을 열고 내 딸의 결백한 시체에 손을
댈가봐..."
정전은 화를 내며 말했다.
"능퇴사(凌退思), 이 악독한 놈."
그는 몸을 일으키면서 그에게 일격을 가했따. 뜻밖에 독약이 너
무 강해, 순식간에 약효가 온몸으로 퍼졌으며 신조공의 효력을
발휘할수가 없었다. 능지부는 몸을 옆으로 피했는데 동작이 매우
빨랐다. 문밖에 있던 네사람이 검과 창을 들고 안으로 들어와 동
시에 정전을 공격했다. 정전은 왼발을 날려왼쪽에 서 있던 사람
의 손목을 걷어찼다. 발로 찬 공격의 위치가 너무 정확하여 그자
가 쥐고 있던 검은 당연히 떨어져야 했다. 하지만 그의 발이 반
쯤 나가자 갑자기 힘이 빠지더니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
독이 그의 발까지 퍼진 것이다. 그 사람은 오히려 칼등으로 정전
의 발목을 내리쳤다. 정전은 발뼈가 부러지며 바닥에 엎어졌다.
적운은 크게 놀라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몸을 숙이고는 능지
부에 덮쳤다. 그를 잡아야 정전을 구할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
이다. 능퇴사의 솜씨는 적운보다 훨씬 높았다. 능퇴사는 왼손으
로 적운의 가슴을 치는데 그 공격은 빠르고 정확하여 적운은 가
슴을 얻어 맞았다. 그러나 적운은 생명을 도외시 한듯 계속 그에
게 덤벼 들었다. 능퇴사는 일격을 적운의 가슴에 적중시켰는데
적운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공격을 해오자 적운의 무공이 대
단히 높은줄 알고는 움찔했다. 적운은 오잠의를 입고 있어 능퇴
사의 일격의 충격이 완하되었고, 그 움찔거라는 틈을 타서 재빨
리 가슴을 틀어 잡았다. 적운은 몸을 구부리고 정전을 등에 업으
며 왼손으로 힘껏 능퇴사의 가슴에 있는 혈도를 잡았다. 네사람
은 화가 났으나 욕만하고 더 이상 앞으로 덤벼들지 못했다. 정전
이 소리쳤다.
"횃불을 버리고, 촛불을 꺼!"
횃불은 든 사내는 명령을 안들을수 없어 횃불과 촛불을 끄니, 영
당은 갑자기 어두워 졌다. 적운은 왼손으로 능퇴사의 앞가슴을
잡고 오른 손으로는 정전을 둘러메고 빠른 걸음으로 뛰쳐 나왔
다. 정전이 길을 가르쳐 주어 순식간에 화원 근처로 왔다. 적운
은 발로 문을 힘껏 차고 능퇴사의 단중혈에 일격을 가하고는 정
전을 부축하여 도망쳐 나왔다. 그는 이년동안 신조공을 열심히
배운덕에 비록은 무공은 제대로 못하지만 내공은 보통이 아니었
다. 그는 능퇴사를 죽을힘을 다하여 쳤는데 마침 그의 가슴을 적
중시켰다.
"윽!"
능퇴사는 일격을 맞고 신음소리와 함께 뒤로 벌렁 나가 떨어졌
다. 그의 부하들은 매우 놀라며 능퇴사를 구하려고 정신이 없었
다. 아무도 정전과 적운이 도망가는 것을 잡으려고 하지 않았다.
정전은 손과 발이 마비되었으나 정신은 또렸했다. 그는 강릉성의
지리를 매우 잘 알고 있었으며 적운에게 길을 인도했다. 얼마후
그들은 성에서 멀리 떨어진 한채의 낡은 집에 도착했다. 정전이
말했다.
"능지부는 틀림없이 성문을 걸어 잠그고 세밀히 수색할거야. 난
깊이 중독이 돼서 성을 빠져 나가지 못해. 이 낡은 집은 귀신이
나온다고 해서 사람들이 접근을 안해. 잠시 이곳에 숨어 있자."
적운은 그를 천천히 한그루의 매화나무 아래에다 내려놓고 말했
다.
"정형은 무슨 독에 중독 돼었지요 ? 어떻게 구해야 하나요 ?"
정전은 한숨을 쉬고 말했다.
"내가 중독된 독은 금파순화(金波旬花)라고 하는 것으로 이 독은
천하에 해독제가 없으므로 나를 구할수는 없어."
적운은 크게 놀랐다. 전신이 어름처럼 차거워 졌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예? 지금 농담 하고 있는거죠? 그렇죠 ?"


마음속으로 정전이 지금 농담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나 적운은 너무 놀란 나머지 그렇게 말할수 밖에 없었다.
정전이 말했다.
"능퇴사의 금파순화는 정말 무서운 독이야. 흐흐흐... 옛날에 멀
리서 냄새를 맡고도 기절한 적이 있지. 이번에는 피부에 묻었으
나 얼마 살지 못할거야."
적운이 말했다.
"정형, 걱정하지 말아요, 여자 일은 ... 나도 마찬가지예요. 어
쩔수 없어요... 먼저 해독할 방법을 생각해야죠. 물을 퍼다가 씻
어야겠어요."
마음이 급해지자 제대로 말을 할수가 없었다. 정전은 고개를 가
로저으면서 말했다.
"소용없어. 금파순화의 독은 물로 씻으면 피부가 금방 부패되어
더욱 비참하게 죽을거야. 적형, 자네에게 할 말이 너무 많아. 자
네가 흥분하면 중요한 말을 못하게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
니, 내말이 끝날대까지 조용히 앉아 있어. 내말을 끊으면 안돼."
적운은 그의 옆에 앉아 있었지만 여전히 마음이 안정되지는 않았
다.

정전은 아주 침착하게 이야기 했다. 마치 다른 사람의 일을 말하
는 것 같았으며 그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 처럼 말했다.
"난 형문(荊門)의 사람이고, 무림세가 출신이야. 내 아버지의 명
성도 강호에선 꽤 유명했어. 나의 무술 배우는 자질이 매우 높아
우리 파의 무공뿐 아니라 두 분의 사부님을 더 모셨어. 젊어서는
결투를 좋아해서 작은 명성까지 얻었어. 아버님이 돌아가시자 많
은 재산을 물려 받았지. 하지만 혼인은 하지 않고 무술만 연마하
면서 강호의 많은 친구를 사귀였어. 십오년전의 일이지. 난 배를
타고 사천을거쳐 삼협에 도착했어. 그날 밤 나는 배에 있었는데
부두에서 싸우는 소리가 났어. 나는 무술을 좋아하고 호기심이
일어나 밖을 내다봤어. 그날 밤, 달이 너무 밝아서 아주 자세히
볼수 있었지. 세 사람이 한명의 노인을 공격하는데 세사람은 모
두 강호에서 알아주는 사람들이었어. 난 그들을 알고 있었지. 한
사람은 오운수(五雲手) 만진산, ..."
적운은 속으로 부르짖었다.
'아 내 사백!'
"또 한사람은 육지신룡(陸地神龍) 언달평..."
적운은 또 속으로 생각했다.
'둘째 사백님인데 난 한번도 본적이 없는 분이셨어.'
"세번째 사람은 검을 들고 있는데 솜씨가 대단 했어. 바로 철소
횡강 척장발이었어."
적운은 일어서며 외쳤다.
"내 사부님이!"
"난 만진산을 몇번 본적이 있기 때문에 그의 무공이 굉장히 높다
는 것을 알고 있었지. 당시 나의 무공은 그들에 비하면 아무 것
도 아니어서 세명이 힘을 합쳐 싸우면 틀림없이 승리할수 있다고
생각했지. 노인은 등에 상처를 입고 있었으며 붉은 피가 계속 흐
르고 있었어. 손에는 아무런 무기도 없었고 단지 맨손으로 세사
람과 결투를 하고 있었어. 그런데 그의 무공은 세사람보다 훨씬
강했어. 세사람은 감히 함부로 공격을 못하더군. 보면 볼수록 만
진산등은 노인을 죽이려고 공격을 하는 것 같았어. 나는 그들에
게 들킬까봐 아무 소리도 못내고 있었지. 강호에서 살인하는 장
면을 보다가 틀키면 마찬가지로 살해를 당하게 되지..."
적운은 마음이 두근거렸다.
"한참동안 결투를 했는데 노인의 등에선 피가 끊임없이 흘러 내
렸어. 그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어.
'좋다 너희들에게 주겠다.'
몸속에서 뭘 꺼내는 것 같더군. 만진산등 세명은 급히 노인의 곁
으로 다가섰어. 마치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지 않으려는것 처럼.
갑자기 그 노인은 두 손을 앞으로 내밀어 일격을 가하고는 세사
람이 물러서는 틈을 타서 물로 뛰어들었어. 세사람이 잡으려 했
지만 헛수고 였지."
그는 잠시 쉬다가 말했다.
"장강의 물이 삼협에서부터 흐르기 시작하여 삼두평에 이르면 물
살이 매우 급했어. 순식간에 노인은 어디로 갔는지 그림자도 보
이지 않았어. 하지만 자네의 사부는 포기하지 않고 내배에 뛰어
올라와 대나무를 잡고는 강을 휘젓는 거였어. 노인을 죽였으면
당연히 기뻐해야 하는데 세사람의 얼굴은 굉장히 무서웠어.나는
겁이 나서 더 이상 보지못하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는 그들이 서
로 싸우는 소리를 들었어. 마치 서로를 원망하는 것 같았어."
적운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나는 세사람이 멀리 떠나간뒤에야 비로서 일어났어. 그런데 뒤
에서 무슨 소리가 나더니 사공이 비명을 질렀어. 머리를 돌려보
니까 바로 그 노인이 흠뻑젖은 몸으로 갑판에 누워 있었어. 노인
은 강물에 뛰어든 뒤로 배밑에 몸을 붙여 숨어 있다가 그들이 떠
나가자 그때 나온거야. 나는 급히 그를 배안으로 업고 들어갔지.
그 노인은 숨을 헐떡 거리면서 아무말도 못했어."
정전은 적운의 긴장된표정을 바라보고 다시 말했다.
"만진산 일행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하류에 가서 시체를 찾으
려고 했어. 난 의협심을 발휘하여 사람을 구해야 겠다고 생각했
지. 사공에게 삼협으로 배를 돌리라고 명령했지만 야밤중에 어디
그게 쉬운 일이겠어? 결국은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했지. "
정전은 쓴 웃음을 지었다.
"마침 몸에 금창약은 가지고 있어서 노인을 치료해 . 노인
이 등에 맞은 칼자국은 매우 깊었으며 폐까지 뚫고 들어갔더군.
그건 고칠 수가 없었어. 나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최선을 다해
그의 상처를 치료해 줬지. 물론 좋은 술과 비싼 고기도 대접했
지, 나는 그가 강물에 뛰어 드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그의 무공
과 담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았어. 아마 그것때문에 내가 그렇
게 잘 대접했는지도 몰라."
적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삼일동안 치료해 주자. 노인은 나의 이름을 묻더니 픔에서 기름
종이로 싼 물건을 나에게 주었어. 내가 말했지.
'노인장의 집은 어디 입니까? 제가 틀림없이 이것을 전해드리
죠.'
노인이 말하더군.
'내가 누군지 아는가 ?'
나는 말했지.
'모릅니다.'
그가 말했어.
'난 매념생(梅念笙)이야.'
나는 매우 놀랐지. 이상하지 않아? 매념생이 누구인지 몰라? 바
로 철골묵악(鐵骨墨鄂) 매념생이야. 정말 몰라?"
적운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어요."
정전은 웃었다.
"하하하! 맞아! 자네의 사부가 자네에게 말할리가 없지. 철골묵
악 매념생은 상중의 유명한 명숙이지. 그에게는 세명의 제자가
있었는데 대제자가 바로 오운수 만진산, 둘째제자가 육지신룡 언
달평, 세째 제자의 이름은 ..."
적운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는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정형, 무슨 말을 하는거예요 ?"
정전은 한숨을 내쉬고 말을 계속했다.
"세번째 제자는 철소횡강 척장발, 내가 처음 그에게서 매념생이
라는 말을 들었을때 놀란 것은 지금의 자네와 똑같았지. 난 그날
달이 밝은 부두에서 만진산등 세명이 한 노인을 죽이는 것을 친
히 봤어. 정말 놀라운 광경이었지. 매념생은 쓴 웃음을 짓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어.
'나의 세째 제자가 가장 무서운 놈이지. 먼저 나의 등에 검을 찔
렀어. 그래서 할수 없이 강물로 뛰어 들었지.'"
적운은 놀라 소리쳤다.
"내 사부님이 먼저 그랬다고..."
정전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무슨 말로 노인을 위로해야 될지 몰랐어. 사부와 제자 네
사람이 원수지간이 된 것을 보면 중요한 원인이 있을거라고 생각
했지. 비록 무척 궁금했지만 물어 볼수도 없었어. 매노인이 말했
어.
'내가 세상에서 아는 사람이라고 세 제자 밖에 없네. 그들은 나
의 검법비급을 빼앗아 가려고 사부를 죽이려 했네. 그들이 비록
검보를 빼앗아 갔지만 전수하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
네. 연성검법이 아무리 오묘하다고 해도 신조공보단 못해. 이 신
조경을 자네에게 줄테니. 열심히 연마하게. 신조경을 완벽하게
익히면 위력이 대단하네. 절대 나쁜 놈들에게 빼앗기면 안되네.'
나의 신조경은 이렇게 얻게 된거지. "
적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매노인은 말을 끝난뒤 두시진을 넘기지 못하고 죽었어. 난 노인
을 강변근처에 묻어주었지. 그땐 난 연성결이 그렇게 중대한 것
인줄 몰랐어. 단지 제자들이 사부의 검법을 뻬앗으려는줄로 생각
해고 비밀을 철저히 해서 은폐하지 않앗어. 매노인의 무덤 앞에
묘비를 세웠지. '양호대협 매념생선생지묘' 그묘비가 나에게 수
많은 고통을 주리라곤 생각을 못했지. 사람들은 그 묘비를 단서
로 해서 결국 매선생을 내가 묻었다는 것도 밝혀내고 말ㅎ지. 매
선생이 가지고 있던 물건도 십중팔구 내가 가지고 있다는 것도
눈치 챘던 거야."
적운은 길게 한숨을 토해냈다.
"삼개월이 지나자 어느 강호의 검객이 내가 있는 집으로 찾아왔
어. 그자는 예의가 매우 밝았으며 여기에 왜 왔는가에 대해서도
말하더군. 그의 말에 의하면 한장의 보물지도가 매노인의 손에
있었으니 내놓으라는 거야. 보물을 찾게 되면 내가 칠성을 자신
이 3성을 갖겠다고 했지."
적운은 귀를 기울였다.
"매노인이 나에게 준것은 단지 내공을 배우는 비경에 불과하고,
연성결이라는 말밖에 하지 않았어. 연성결이란 단지 숫자에 불과
해. 그것 밖에 아무것도 없는데 보물지도라니 말도 안됐어. 나는
사실대로 말했지만 그는 믿지 않고 그 무공비결을 보여 달라는
거였어. 매노인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말랬다고 하자 그 사
람은 밖으로 튀어 나갔어. 삼일이 지난뒤 야심한 밤에 다시 찾아
왔고, 결국 그와 결투를 하게 되었고 그는 어깨에 상처를 입고
도망쳤지. "
적운은 눈하나 깜박이지 않고 귀를 기울였다.
"소식이 밖으로 퍼지게 되자 날 찾아오는 사람들이 전점 많아졌
어. 난 당해낼수가 없었어. 결국에 만진산도 오더군. 나는 형문
의 집에서 더이상 있지를 못하고 그곳을 떠났지. 이름을 숨기고
멀리 떠나 관외의 목장에서 장사를 하며 오륙년이 지난 뒤 고향
생각이 나서 변장을 하고 형문에 와보니 집은 불에 타고 재만 남
아 있더군. 다행히 가족은 아무도 없었어. 얼마나 다행한 일이었
는지 몰라."
적운은 가슴이 답답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이 사람의 말을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정전이 한번도 거짓을 말하지 않았고,
또 지금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믿고 싶지
않은 일들이었다. 착실한 자신의 사부님이 그토록 악독하리라고
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운이 말했다.
"정형, 내 사부님과 사조님의 사건을 더 자세히 조사해봐야 되
요. 자세히 힌반 생각해봐요. 몸의 독을 해독할 방법이 있을 거
예요."
정전은 고개를 가로 저으면서 말했다.
"내가 중간에 끼어들지 말라고 했잖아. 조용히 내말을 듣기나 해
봐."
적운은 입을 다물었다.
"그건 구년전의 일이야. 구월초에 나는 한구에 도착하여 관외에
서 가져온 오래된 산삼을 약제상에 팔려고 했지. 약제상의 주인
은 매우 친절했어. 장사가 끝난뒤 나를 국화회에 초대했지. 국화
회에는 정말 희귀한 품종이 많았어. < 여기서 부터 약 20여줄
100여개의 국화 이름이 나열되는데 생략하겠읍니다...>"
그는 각종 각양각색의 국화 품종 명칭을 술술 말했다. 그것은 무
공의 초식보다 상세히 아는 것 같았다. 적운은 이상하게 생각했
지만 곧 종형이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란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
능소저가 항상 창가에 꽃을 놓았던 것이다. 그가 국화의 품종과
명칭을 상세히 아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정전은 국화의
품종을 다 말하자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매우 기쁜 표정이었다.
"나는 한편으로는 국화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국화의 명칭을 부르
며 칭찬을 했어. 국화를 다 보고 화원을 나오면서 이렇게 말했
지.
'참 귀한 국화들이군! 하지만 녹색국화가 없으니 아까워' "
정전은 눈을 지그시 감고 말을 계속했다.
"갑자기 나의 등뒤에서 어느 낭자의 말소리가 들렸어.
'아가씨 이 사람도 국화에 대해서 좀 아는데요 ? 우리 집에 있는
춘수벽파(春水碧波) 녹옥여의(綠玉如意)를 보기가 쉽겠어요?'
고개를 돌리자 아주 아름다운 처녀가 국화를 구경하고 있었지.
그녀는 노란 옷을 입고 있었는데 사람 중의 국화였어. 나는 그렇
게 아름다운 여자는 평생 처음봤어. 그녀의 옆에는 십사오세 정
도의 계집애가 서 있었어. 그녀는 내가 똑바로 쳐다보자 얼굴을
빨갛게 붉히며 낮은 음성으로 말했어.
'미안해요. 하녀가 함부로 말을 해서 죄송합니다.'
난 잠시동안 멍청히 서 있었으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 "
정전의 음성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난 그녀가 화원을 빠져 나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어.
정말 ㄴ을 잃고 말이야. 약제상 주인이 말하더군.
'저 아가씨는 무창의 유지인 능한림의 딸이랍니다. 이 지방에서
알아주는 미인이죠. 그녀의 집엔 정말 꽃들이 많답니다.'
화원을 나와서 약제상 주인과 헤어진뒤 객점으로 돌아와서 마음
속으로 능소저만. 생각했지. 점심때가 지나서 난 강을 건너 무
창에 도착했어. 그리고 길을 물어 능씨 집을 찾아갔어. 곧바로
들어가서 인사를 하면 너무 무례할 것 같아서 문밖에서 왔다 갔
다 했지. 마음속은 한편으로는 기뻤으며 한편으로는 겁도 났어.
나는 나 자신을 욕했어. 그때 내 나이는 적지 않았는데 마치 거
미줄에 걸린 파리 같았어."
여기까지 이야기 했을때 정전의 얼굴에선 기이한 광채가 빛났다.
눈빛이 매우 맑은 것으로 보아 무척 기쁜 것 같았다. 적운은 그
의 체력이 갑자기 떨어질까봐 겁이 났다. 적운은 말했다.
"정.형, 여기서 조용히 쉬고 있어요. 가서 의원을 불러 와야 겠어
요. 잘 하면 고칠수도 있을거예요."
적운이 일어섰다. 정전은 그의 옷자락을 잡으면서 말했다.
"지금 이런 꼴로 의원을 찾아가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를바 없
어."
그는 한숨을 쉬고 계속해서 말했다.
"자네는 그날 사매가 시집갔다는 소리를 듣고 자살하려 했지. 자
네 사매는 무정한 사람인데 그녀때문에 죽는 다는 것은 아까워."
적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요. 나는 몇년 사이에 모든것을 알게 됐어요. "
정전이 말했다.
"자네 사매가 자네를 너무 좋아해. 자네를 위해서 죽을수 있다
면 자네도 죽어야지."
적운은 깜작 놀래서 물었다.
"능소저는 정형을 위해 죽었나요 ?"
정전이 말했다.
"맞아. 그녀는 날 위해 죽었으나 난 이제 죽어도 돼. 난 무척 기
뻐. 그녀는 날 진짜로 좋아했고 나도 그녀에게 잘 대해주었어.
적형, 나의 독은 해독할수 없어. 설사 해독할수 있다 해도 난 하
지 않을거야."
갑자기 적운은 형용할수 없는 슬픔에 휩싸였다. 그것은 당연히
친구의 죽음이 닥쳐왔기 때문이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그의
행복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그건 어떤 한 여자가 그를 진정코 사
랑했고 또 그를 위해서 죽었기때문이다. 또한 정전이 사랑을 위
해 죽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은 ? 정전은 다시 옛
날의 추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능씨의 대문은 붉은색이었고 문 앞에는 두개의 돌사자가 서 있
었어. 난 강호사람인데 함부로 들어 갈수 있겠나 ? 나는 문 앞에
서 세시진이나 서성거렸어. 나 자신도 왜 거기서 서성거렸는지
모르겠어."
정전은 빙그레 웃고 있었다.
"날이 어두워 졌는데도 난 그곳을 떠날 생각을 안했어. 갑자기
옆의 작은 문에서 한명의 소녀가 나오더니 나에게 다가와서 말했
어.
'바보양반, 계속 여기 있으면 어떻게 해요 ? 아가씨가 집에 그만
가보시레요.'
그녀는 바로 능소저의 옆에 있던 하녀였어. 나는 가슴이 두근거
려서 이렇게 말했지.
'뭐라고 ?'
그녀는 웃으면서 말했어.
'아가씨와 나는 당신이 언제 떠나나에 대해서 내기를 했어요. 내
가 벌써 아가씨의 은반지를 두개나 땄어요. 그래도 안갈 거예요
?'
나는 너무 기뻐서 말했지.
'내가 여기 있는줄 아가씨가 아시나 ?'
하녀는 웃으면서 말했어.
'내가 몇번이나 나와 봤었는데 못 봤어요? 귀신에 홀렸나 보군
요.'
그녀는 웃고. 돌아가 버렸어.
난 급히 말했지.
'이봐.'
그녀가 말했어.
'왜요? 왜 그러는 거예요 ?'
내가 말했다.
'누이의 말에 의하면 집에 녹색국화가 많다고 했는데 한번 보고
싶어.'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가락으로 후원에 있는 빨간색 집을
가르키면서 말했어.
'아가씨에게 부탁해 보지요. 만약에 승락하시면 녹색국화를 창가
에 놓아 둘께요.'
그날밤 나는 능씨 집앞에서 밤을 새웠어. 다음 날 아침 나는 정
말 기뻤어. 두개의 녹색국화가 담긴 화분이 창문에 있었어. 한개
는 춘수벽파 였고, 다른 한개는 녹옥여의였지. 하지만 .내 마음속
에는 그 화분의 주인에게 가 있었어. 창문의 휘장뒤에는 세상에
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 반쯤 내밀고 있었어. 그녀는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얼굴이 빨개지면서 휘장 뒤로 숨어버리고 다시는 얼
굴을 내밀지 않았어. 나의 얼굴은 못생겼고 돈도 없는 사람이야.
단지 강호를 떠돌아 다니는 방랑자에 불과한데 어떻게 귀한 여자
를 넘볼수 있겠어 ? 그날부터 난 매일 아침이면 능씨 집앞에 가
서 그녀의 창가를 하루 종일 쳐다봤어. 능소저는 날 기억하고 있
는지 매일 꽃을 바꾸어 창가에 놔두었어. "
적운은 그런 광경. 상상해 보았다.
"이렇게 육개월 동안 바람이 부나 비가오나, 아니면 눈이 와도
나는 매일 아침 그곳에 가서 꽃을 보았어. 능소저도 계속해서 매
일 꽃을 바꾸었지. 그녀는 매일 나를 한번 쳐다보았고 두번 바라
보지도 않았어. 그녀는 나를 한번 보면 얼굴이 빨개지고는 했지.
난 매일 그녀의 눈과 빨개지는 얼굴을 보면 만족했어. 그녀는 나
에게 아무런 말도 안했으며 나도 그녀에게 말을 붙여볼 엄두도
못냈어. 나의 무공으로 조금만 힘을 주면 담을 뛰어넘어 그녀의
곁으로 갈수 있었지만 그녀에게 무례한 행동을 할수가 없었어.
편지를 써서 나의 마음을 알리고 싶었지만 나는 용기가 없었지.
그해 삼월 초 닷새 밤에 두 명의 중이 내 방에 들어오면서 갑자
기 공격해 오는 거였어. 그들은 소식을 듣고 신조경과 검결을 빼
앗으로 온 것이었지. 두명의 중은 혈도문의 다섯고수중의 두 사
람 이였어. 그중 한놈이 감옥에서 처치해 버린 놈인데 그날 자네
도 눈으로 친히 봤지. 그땐 아직 신조경을 완성하지 못해서 그들
의 상대가 되지 않았어. 결국 그들에게 중상을 입고 죽을 뻔 했
지. 난 마굿간의 잡초에 숨어서 겨우 살아 날수 있었어. 그때는
상처가 너무 깊어서 삼개월동안 누운 뒤에야 겨우 일어 날수 있
었지. 난 일어나자마자 지팡이에 의존하고 능소저의 후원에 갔지
만 이미 모든게 변해 있었어. 알고보니 능씨 집안의 사람들은 삼
개월잔에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고 하더군. 어디로 이사갔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었지."
정전은 적운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적형, 생각해봐. 그때 나의 실망감은 상처의 고통보다 더 심했
어. 난 이상하다고 생각했지. 능한림은 무창에서 유명한 인물인
데 어디로 이사갔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다는게. 나는 많은 돈을
써서 수소문을 해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어. 능한림은 원수를
피했거나 아니면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갑자기 이사를 갔다고 생
각했지. 이상한 것은 그는 내가 상처를 입자마자 이사가버렸다는
거야."
정전은 잔기침을 다시 한번하고 말했다.
"그로부터 난 어떤일을 하던간에 의욕이 없었지. 강호에서 이리
저리 떠돌아 다녔지. 이 정전이 복이 있었던지 어느날 장사의 한
찻집에서 우연히 이야기 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들은 형주에 가
서 만진산을 찾아 연성검보를 빼앗으려고 모의 하고 있었지. 전
에 만진산등 세 사형제. 사부를 죽인것은 검보때문이었어. 도대
체 그 검보가 어떤 것인지 한번 보고 싶었어. 나는 두 사람의 뒤
를 몰래 미행해서 강릉까지 갔디. 이 두사람은 힘이 아주 없어서
만가에 도착하자마자 만진산에게 잡혀 형주의 감옥으로 보내졌
어. 나는 구경을 하려다가 관가에 붙인 방을 보고 굉장히 기뻤
어. 알고보니 관가의 지부는 다름아닌 능소저의 아버지인 능퇴사
였단 말이야. 그날 밤 나는 능소저의 창문에 한개의 장미 화분을
갖다 놓고 그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어. 다음 날 아침 소저는 창
문을 열자 그 장미를 보았지. .그녀는 놀랐으며 곧 나를 쳐다봤
어. 우린 일년동안 보지 못해서 다시는 만날수 없을 줄 알았어.
이렇게 다시 만나자 정말 말할수 없는 기쁨이 넘쳐 흘렀어. 그녀
는 날 잠시 쳐다보더니 얼굴이 빨개지며 천천히 창문을 닫았어.
사흘째 되는날 결국 그녀가 먼저 입을 열더군.
'어디 아프신가 보죠? 많이 수척해 지셨어요.' "
정전의 눈빛이 기쁨으로 빛나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 날부터 나는 사람이 아니라 신선이 됐어. 사실 신선도 나보
다 행복하지 못했을거야. 매일 밤 나는 능소저를 데리고 강릉의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다녔어. 우리는 예의에 어긋나는 짓을 전혀
하지 않았어.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우리는 세상에서 어느
누구보다도 서로를 잘알게 됐어. 어느날 저녁에 그녀는 나에게
아주 커다란 비밀을 말해 주었어. 그의 아버지는 비록 진사에 합
격한 한림이었지만 사실은 용사방의 방주라는 것이었지. 학식이
높을뿐 아니라 무공도 대단히 높다고 했지. 나는 능소저를 신처
럼 모셨으니 그의 아버지도 당연히 존경을 했지. 그러기에 난 그
말을 듣고도 조금도 놀라지 않았어. 그리고 또 어느날 저녁 능소
저는 나에게 이야기를 해주었어. 그녀의 아버지가 청귀한 한림을
하지 않고 수만냥의 은자를 써서 형주부의 지부가 된것은 아주
커다란 음모가 있다고 했어. 그는 사서속에서 형주성 어느 곳에
굉장히 많은 보물이 묻혀 있다는 거야. "
적운은 눈을 크게 떴다.
"육조 시대에 양무제가 후경의 난으로 죽고 문제가 뒤를 이었고,
나중에는 그도 후경에에 피살됐지. 상동왕이 그 뒤를 이었지. 그
는 양원제야. 양원제는 힘이 없고 무능하지만 보물을 수집하는
것을 좋아 했어. 강릉에서 삼년동안 황제를 하는동안 굉장히 많
은 금은보화를 긁어 모았어. 승성 3년 왜병이 강릉을 공격하고
양원제를 살해했지. 하지만 그가 긁어 모은 금은보화는 어디에
숨겨두었는지 아무도 몰랐어. 왜병의 대장은 보물의 행방을 찾기
위해서 많은 사람을 죽였지만 결국 보물이 어디 있는지 알아 내
지 못했어. 그는 사람들이 몰래 파 갈까봐 강릉에 사는 수만명의
백성을 강제로 장안으로 끌고가서 죽였지. 결국 살아 남은 백성
은 얼마 안되었어. 몇백년이 흘렀지만 아직 이 비밀을 못 풀었
어. 시간이 더욱 흐르자 이 일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어졌어. 그
보물이 강릉에 있을수도 있지. 북해부근의 어느 얼음산 속에 감
추었다는 말도 떠돌고는 했지. 그당시 그는 몇번 북해에 다녀왔
다고 하더군. 그녀의 아버지는 몇년간의 시간을 소비하며 형주지
부를 비롯한 각종 각양의 고서를 연구했어. 결국 양원제의 금은
보화는 강릉성 어느 곳에도 ㅁ혀 있지 않고 북해에 있을 것이라
고 생각하게 되었지. 양원제는 성격이 포악해서 보물을 다 묻은
뒤 그곳을 아는 사람을 모두 죽였어. 그래서 왜병이 아무리 백성
을 때리고 고문을 해도 아무런 단서도 찾을수 없었던거야. "
적운은 여기까지 듣자 마음속의 의문이 .하나하나 풀려 나갔다.
적운이 말했다.
"정형은 그 보물의 비밀을 알고 있나요 ? 많은 사람이 감옥으로
와서 형을 찾은 것도 다 그 보물을 찾기 위한 것이겠군요. "
정전은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능소저의 말을 듣자 나는 그녀의 아버지가 욕심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어. 그는 문무겸비하고 재산도 많은데 왜 그 보물을 탐내
는지 알수가 없었어. 나중에 그녀에게 강호에서 일어난 여러가지
일을 이야기 해주었지. 전에 강변에서 만진산등 세명이 사부를
죽이고 검보를 빼았으려 했다는 것도 말해주었지. 그녀에게 아무
것도 숨기지 않고 신조경, 연성결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었어. 우
리는 행복하게 반년이란 세월을 보냈지. 그날 칠월 열나흘 능소
자가 말했어.
'오라버니, 우리 둘의 관계를 아버지에게 말하는게 좋겠어요. 그
러면 몰래 만나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녀는 말을 다 끝내고 머리를 내 가슴에 묻었어. 내가 말했지.
'누이가 너무 귀한 집 딸이라 아버님이 승락하실지 모르겠군.'
그녀가 말했어.
'사실은 저도 무림 사람이예요. 우리 아버지가 관에 나왔을뿐이
지요. 저는 무예는 조금도 할줄 몰라요. 그러나 아버지는 저를
제일 귀여워해요. 엄마가 죽고 난뒤 제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들
어주셨어요.'
그녀의 말을 듣자 나는 너무 기뻐서 미칠것 같았어. 칠월 십오
일, 낮에 잠을 자야 했는데도 잠이 안오더군. 밤이 되자 난 또
능소저를 보러갔어. 그녀는 얼굴이 빨개지면서 말했어.
'아버님께서 저의 의견을 따르시겠대요.'
나는 너무 기뻐서 바보처럼 멍해지고 말았지. 나는 그녀를 쳐다
보고 그녀는 나를 쳐다보며 계속해서 웃었지."
정전의 입가에는 한줄기 미소가 떠올랐다.
"우리 둘은 서로 손을 잡고 아래 층으로 내려왔어. 밝은 달빛 아
래에서 우리들은 화원에 유난히도 아름다운 몇송이의 노란 꽃이
피어 있는 것을 보았지. 그 꽃잎이 너무 노래서 황금처럼 빛나고
있었어. 꽃잎의 크기는 연꽃보다 약간 작았지. 우리 둘은 모두
꽃을 좋아했기 때문에 함께 보러 갔지. 능소저는 '이런 꽃은 처
음 봐요.' 하면서 가까이 가서 보더군. 우리들은 꽃의 향기가 어
떤지 알아보려고 다가갔어. "
적운은 그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를 듣고 부러워 했다. 달빛 아
래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손을 잡고 꽃을 구경한다는 것은 하
늘의 신선보다도 더욱 즐거운 일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전의
말투에는 약간 우울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적운은 그러자 갑자
기 불한해졌다. 이 화원에 많은 귀신들이 있는 것 같았으며 자기
에게 덤벼들 것 같았다. 갑자기 그는 하나의 이름이 생각나서 외
쳤다.
"금파순화(金波旬花)!"
정전은 입가에 쓴 웃음을 지었다. 잠시후 그는 계속해서 말을 했
다.
"자넨 바보가 아니군. 앞으로 강호에 혼자 다녀도 안심할수 있겠
어. 허허허..."
적운은 그의 말속에서 관심과 우정이 풍만해 있자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개같은 능지부 녀석, 딸을 주기 싫으면 그만이지 왜 독으로 상
처를 입히는 거야 ?"
정전이 말했다.
"그 당시에 나도 상상조차 못했었지. 더우기 금빛색 꽃이 아주
지독한 독이 있는 금파순화인줄 어떻게 알겠어. 그 독화는 천축
에서 전해진거야. 천축사람은 그 꽃을 악마의 꽃이라고 부르지.
나는 곧 머리가 어지러워 졌고 능소저는 몸을 흔들거렸지. 급히
능소저를 부축했지만 나 자신도 똑바로 설수가 없었어. 내가 내
공을 이용해서 독을 몸밖으로 빼내고 있는데 저쪽에서 검을 든
사람들이 다가 왔어. 그들과 결투를 하는 도중 눈앞이 캄캄해지
더니 아무 것도 볼수가 없게 되었어."
적운은 아! 하는 소리를 내었다.
"깨어나자 손발은 이미 쇠사슬에 묶여 있었으며 비파골도 쇠사슬
에 뚫려 있었어. 능지부는 관복도 입지 않고 화원에서 고문을 했
어. 그의 옆에 서 있던 자들도 관가의 포졸들이 아니었고 방회의
무리들이었어. 나는 완강히 반항하면서 욕을 해대었어. 능지부는
먼저 부하들을 시켜서 나를 고문하고 구타하고는 나에게 신조경
과 검결을 내놓라고 하더군. "
정전은 한숨을 내 쉬더니 말했다.
"그 뒤의 일은 자네도 알고 있지? 매월 십오일 능지부는 나를 데
려다가 고문과 구타를 하곤 했어. 신조경과 검결을 내놓라고 말
이야. 하지만 난 모른다고 딱 잡아뗐지. 그의 인내력도 대단해
서 결국 오늘까지 끌고 온거야."
적운이 말했다.
"능소저는 ? 그녀는 왜 형을 구하지 않았어요? 신조공을 연성한
뒤 언제든지 왔다갔다 할수 있는데 왜 그녀를 보러가지 않는거예
요 ? 왜 감옥에서 죽 그녀를 기다렸지요 ?"
정전은 매우 머리가 어지러웠으며 몸이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손을 내밀어 무엇을 잡으려고 했다. 적운은 그의
손을 꽉 잡아주었다. 정전은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다.
"내 몸에는 독이 있으니 건드리지 말아."
적운의 가슴이 또 한차례 아려왔다. 정전은 잠시 기절해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아까 어디까지 이야기 했지 ?"
적운은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이 나서 말했다.
"정형, 능소저가 아버지의 명을 받아서 형을 속였는지도 모르잖
아요 ?"
정전은 큰 소리로 외쳤다.
"미친 소리!"
정전은 주먹을 들어 적운을 때리려 했다. 적운은 자신이 실언을
했음을 알고 피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전은 주먹을 내리치지 않
고 적운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말했다.
"자네는 여자에게 배신을 당한적이 있어서 여자를 안 믿는게 당
연하지. 자넬 탓하지는 않겠어. 상화가 아버지의 명령을 받고 미
인계를 써서 신조경과 연성결을 빼앗으려 했다면 얼마든지 할수
있었는데 그녀가 왜 날 속였겠어? 만일 그녀가
'당신의 신조경과 연성결을 나에게 줘요.'
라고 했다면 , 아니 말하지 않고 그런 뜻을 암시만 해줬어도 난
그녀에게 주어 버렸을거야. 그녀가 그것을 아버지에게 주던지 아
니면 불에 태워던, 거지에게 주워 버리던 난 상관을 안했을거야.
이봐, 그 책이 비록 무림에서 최고의 보물이라지만 내 마음속의
상화에 비하면 쓰레기에 불과해.. 능퇴사는 자신이 문무겸비한 재
사라고 자칭하지만 사실 바보 녀석이야. 그녀에게 빼앗으라고 부
탁했으면 난 거절하지 않았을텐데..."
적운이 말했다.
"그가 능소저에게 부탁했는데 능소자가 거절했는지도 모르지요."
정전은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
"사실이 그렇다 해도 상화는 나에게 그런 기색을 보인적이 없었
어. 능퇴사 같은 놈은 명예를 좋아하고 금은보화를 매우 중요시
하지. 천하의 모든 사람은 모두 자기 같은 줄 알고 있어. 그의
딸이 나에게 부탁하지 않을까봐 독을 쓴거야. 또 다른 원인은 그
녀가 나 같은 방랑자를 사귀고 있었기 때문이지. 그의 가문을 더
럽혔으니까 죽이고 싶었겠지."
적운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전은 계속해서 말했다.
"그는 날 체포하자마자 몸을 수색했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나의 집에서도 아무것도 찾질 못했지. 매월 십오일 그는 날 감옥
에서 데려다가 고문을 하고 구타를 하고 또한 달콤한 말로 날 꼬
이기도 하고 위협도 했지만 난 끝내 말하지 않았어. 그는 나의
입에서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지만 나는 그의 말속에서 뭔가를
알아 냈지. 매념생 노인이 나에게 말해준 연성결은 알고보니 양
원제의 보물을 찾는 아주 중요한 단서였어. 그는 부하를 죄수로
변장시켜서 나와 한방에 가두었어. 그리고 뭔가를 알아 내려고
했지만 한눈에 그가 첩자라는 것을 알아 낼수 있었지. 단지, 그
때는 신조경을 연마하지 못해서 힘껏 때리지 못했을뿐이야."
그는 여기까지 말하더니 미소를 띠우고는 말했다.
"자네도 운이 없어서 나에게 억울하게 맞았어. 자네가 자살을 시
도하지 않았다면 벌서 나에게 맞아 죽었을거야."
적운이 말했다.
"억울하게 누명쓴것을 정형덕분에 알았는데..."
정전이 손을 흔들며 그의 말을 제지했다.
"인연이겠지. 세상에선 연이라고도 하지."
그는 눈을 옆으로 돌렸다. 달빛아래에 기와장이 보였다. 그위에
서 한송이의 작은 꽃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데 매우 외로워보였
다. 정전은 처량한 어조로 말했다.
"저 꽃을 따다 주게."
적운은 꽃을 따서 정전의 손에 쥐어 주었다. 정전은 꽃을 들고
옛날을 회상했다.
"나의 비파골을 쇠사슬로 뚫리고 감옥에 갖힌뒤에 모든 걸 알게
됐어. 그는 나의 목숨을 없애 버리려 했던거야. 그에게 신조경과
연성결을 하루라도 빨리 내주었다면 나의 목숨도 하루라도 빨리
없애버렸을거야. 내가 끝까지 말을 하지 않으면 그는 보물때문에
감히 날 죽이지는 못하지. 단지 고문과 구타만 해서 나에게 고통
을 줄뿐이지. 결국 이작은 생명을 못죽이게 된것이지."
적운이 말했다.
"그레서 내가 형을 거짓으로 죽인다고 할때 옥졸들이 벌벌 떨었
군요."
정전은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작은 꽃도 함께 하늘거렸다. 정전
이 말했다.
"나는 감옥에 한달 동안 갇혀 있는 동안 화가 머리끝까지 화가나
서 미쳐 버릴 것 같았어. 어느날 밤에 한 여자가 감옥에 들어 왔
는데 바로 능소저의 하녀였어. 내가 무창성에서 상화를 만날수
있었던 것은 하녀가 먼저 걸었기때문이야. 상화는 많은 뇌물을
주고 하녀를 들여보냈던거야. 하녀는 나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
으며 아무 것도 전해 주지 않았어. 단지 날 멍하니 쳐다보고 있
었지. 옥졸은 손에 칼을 쥐고 있었으며 그녀의 등에 대고 있었
어. 옥졸은 능지부에게 들킬까봐 얼굴만 보고 말을 하지 못하게
했던 거지."
정전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녀는 날 한번 쳐다보더니 눈물을 흘렸어. 옥졸은 손짓으로 빨
리 나가라고 말했어. 하녀는 철장 밖의 정원에 한송이의 작은 국
화가 있는 것을 보자 국화를 따서 철장 안으로 던져 주었어. 그
리고는 손으로 멀리 있는 높은 집의 창문을 가리켰어. 창가에는
꽃송이가 놓여있었어. 나는 매우 기뻤지. 상화... 상화가 날 위
해 창가에 놓은 것이었어. 하녀는 오래 있지 못하고 곧 정원에서
나갔어. 막 후원의 철문을 나가자 높은 곳에서 한개의 화살이 날
아왔어. 화살은 그녀의 등을 명중했고 그녀는 즉시 죽고 말았지.
능퇴사는 내친구들이 구출해갈까봐 지붕위에도 부하를 매복시켜
놨지. 두번째 화살이 날아오자 옥졸도 죽어 버렸어. 그때 난 굉
장히 두려웠어. 그가 재물에 눈이 멀어 자신의 딸까지 죽일 것
같았어. 더 이상 그를 화나게 하지 않았으며 매반 심문을 할땐
일부러 벙어리 인척 했어. "
정전은 슬픈 얼굴을 했다.
"하녀는 날 위해 죽었어. 그녀가 아니었으면 난 여지껏 참아 오
지도 않았을거야. 창가의 화분이 상화가 날 위해서 놓은 것인줄
은 알았지만 상화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어. 상화는 창가에 얼굴
을 내밀고 날 쳐다보지 않았어. 난 이해할수 없었어. 왜 날 한번
도 쳐다보려 하지 않느냐고 속으로 원망도 했지."
정전의 음성은 슬픔에 가득차 있었다.
"나는 더욱 열심히 신조경을 연마했지. 하루 빨리 그녀와 다시
만나고 쇠사슬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었지. 난
철장을 빠져나가 상화와 만날 날을 학수고대했지. 신조공은 너무
오묘해서 하루 아침에 완성할수 없었어. 더우기 비파골이 쇠사슬
로 묶이고 발 뒤꿈치의 힘줄이 잘린 상태니 다른 사람보다 더욱
힘이 들었지. 자네가 이년전 자살하려고 할때서야 신조공을 겨우
완성했어. 그때까지 그 화분의 생화를 바라보며 묵묵히 어려움을
이겨 나갔던거야. 능퇴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비밀을
캐내려 했지. 자네와 날 한방에 가둔 것도 그의 계략이야. 그는
부하를 감옥에 보내면 탄로날 것을 알고 진짜로 억울한 누명을
쓴 자네를 내 곁에 둔거야. 시간이 지나자 사실을 알수가 있었
어. 자네와 난 좋은 친구가 됐으니 진실을 모두 말해준 것이지.
그는 나의 입에서 얻어내지 못한것을 순진한 자네의 입에서 얻으
려고 수작을 부린거지. 그래서 난 끝까지 자네에게 이런 이야기
를 하지 않으려 했던거야. 하녀의 죽음, 그것은 나로 하여금 아
무것도 믿지 못하도록 만들었지. "
정전은 격양된 어조로 계속해서 말했다.
"몇년이 지났으니 능퇴사의 형주지부 임기는 모두 끝났어.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던가 아니면 승진을 해야 되는데 그는 뇌물을
써서 계속그자리에 머물러 있는거야. 놈은 벼슬보다 보물에 더
욱 관심이 많은거지."
정전은 적운을 쳐다보며 말했다.
"자넨 내가 감옥에서 나간적이 없는 줄알지 ? 신조공이 완성되는
그날 나는 밖으로 나갔어. 밖으로 나가기 전에 자네의 수혈을 짚
어 잠을 자게 했을뿐이야. 그날 밤 담을 넘을때 나는 한바탕 결
투를 할줄 알았는데 능퇴사는 오랜 세월이 흐르자 경계를 풀고
밖의 포졸들을 모두 철수 시켰더군. 그는 신조공이 그렇게 오묘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한거야. 쇠사슬로 비파골이 뚫리고 다리
힘줄이 잘라진 사람이 무공을 완성시키리라고는 생각을 못한거
지. 나는 높은 집의 창문 아래에 서자 가슴이 매우 두근거렸어.
그것은 옛날 창문 아래서 그녀를 보는 순간과 똑 같았어. 용기를
내고 천천히 창문을 세번 두드리며 '상화'하고 불렀어."
정전의 음성은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꿈속에서 깨어 난것처럼 흐릿하게 말했어.
'정오라버니, 그대였군요 ?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나는 몇년간의 고생끝에 그녀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었어.
나는 너무 기뻐서 몸이 떨려 왔어.
'상화, 나야! 도망쳐 나왔어!'
그녀가 창문을 열어주길 기다리고 있었지. 전에도 우리가 만날
때는 항상 그녀가 창문을 열어주고 손짓을 해야 들어갈수 있었
지. 절대로 내가 먼저 들어간 적은 없었어. 뜻밖에도 그녀는 창
문을 열지않고 얼굴을 창문에 대고 낮은 소리로 말했어.
'아... 오라버니! 살아계셨군요. 아버지가 날 속이지 않았군요.'
나는 매우 기뻐서 말했다.
'난 아직까지 죽지 않았어. 문을 열어줘. 상화를 보고 싶어.'
그녀는 급히 말했어.
'안돼요! 안돼요! 안돼요!'
나는 급히 물었지.
'왜 안돼지 ?'
그녀가 말했어.
'당신을 죽이지 않으면 영원히 만나지 않겠다고 아버지와 약속을
했어요. 아버지는 나에게 맹세를 하라고 했어요. 만약에 당신을
다시 만나면 어머니가 지옥으로 떨어져도 괜찮다는 맹세를 했어
요.'
그녀는 여기까지 말하고 울기 시작했어. 그녀는 열세살때 어머니
와 사별했으므로 어머니를 제일 사랑하고 있었어. 나는 능퇴사의
악독한 수법을 무척 원망했어. 상화가 그런 맹세를 안했다고 해
도 나를 죽일수는 없었을거야. 그는 결국 딸에게 강제로 맹세를
하게끔 했어. 그 맹세가 나의 희망을 모두 허공으로 날려보냈어.
나는 포기하지 않고 말했지.
'상화, 함께 도망가자. 너의 눈을 천으로 가리면 영원히 날 보지
않게 되지 않겠니 ?'
그녀는 울면서 말했어.
'그건 안 돼요. 당신이 영원히 절 보지 않기를 원해요.' "
정전은 주먹을 불끈쥐고 말을 계속했다.
"가슴속에 맺혔던 원한이 폭발하면서 나는 소리쳤지.
'왜지 나는 꼭 봐야겠어!'
그녀는 내가 화내며 말하자 부드럽게 말했어.
'오라버니가 아버님게 잡힌줄 알고 제발 풀어달라고 부탁했었어
요. 아버님은 제가 당신을 잊어버리도록 다른 사람에게 시집 보
내랴고 했지요. 아무리 거절을 해도 어쩔수가 없었어요. 그래
서... 할수 없이 제 얼굴에 상처를 냈어요.' "
"아!"
적운은 여기까지 듣고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정전이 말했다.
"나는 너무 감격했고 또한 그녀가 불쌍해서 일격에 창문을 박살
내고는 말았지. 그녀는 놀라더니 눈을 감고 손으로 얼굴을 가리
고 말았어. 세상에서 제일 이쁜 그녀의 얼굴엔 열여덟개나 되는
칼자국이 나 있었어. 얼굴에는 한줄기 한줄기 붉은 흉터가 나 있
었어. 그녀의 아름다운 눈, 아름다운 코, 아름다운 입술은 전부
찌그러졌고, 요괴처럼 변해 있었어. 난 그녀를 가슴속에 꼭 껴안
았지.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무척 아꼈는데 나같이 나쁜 놈만 아
니었더라면 그녀의 얼굴도 상처를 입지 않았을거야. 내가 말했
어.
'누이, 얼굴보다 마음이 더 중요한 것야. 나때문에 얼굴을 망쳤
잖아. 내 마음속엔 옛날보다 열배 아니 백배 아름다워 보이는
걸.'
그녀는 울면서 말했다.
'이젠 더 이상 어떻게 할수가 없어요. 전 아버님께 다시는 당신
을 만나지 않겠다고 약속했어요. 오라버니, 그만 돌아가세요.'
나도 피할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을 알고는 말했지.
'누이, 난 감옥으로 돌아가서 매일 창문의 화분을 쳐다 보겠어.
그러면서 일생을 보내겠어.'
그녀가 나의 목을 잡으며 말했어.
'가지 마세요!' "
정전의 얼굴에 두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우린 서로 껴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그녀는 날 쳐다 보지
않았고, 나도 그녀를 껴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그녀의 얼
굴이 못 생겨서 그런게 아니야. 하지만... 하지만... 그녀의 얼
굴은 너무 추학했어. 한참 지나자 먼곳에서 새벽 닭이 우는 소리
가 들렸어. 동이 트기 시작한거지. 그녀가 말했어.
'오라버니, 난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더 이상 피해를 입힐수가 없
어요. 다시는... 다시는 절 보러오지 마세요.'
내가 말했어.
'다시 만나지 말자고 ?'
그녀는 울면서 말했어.
'다시는 만나지 말아요. 우리가 죽은 뒤 한곳에 묻혔으면 좋겠어
요. 어느 마음좋은 사람이 저의 소원을 들어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난 하늘 나라에서도 그 사람이 잘되기를 축복할거예요.'"
정전은 울음석인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말했어.
'이제 모든것을 말해 주겠어. 내가 알고 있는 연성결은 양원제의
보물을 찾는 중요한 단서야. 내가 말해 줄테니 잘 기억해 둬.'
그녀가 말했어.
'싫어요. 그런 것을 기억해서 뭐해요 ? 아버지는 그것 때문에 절
이렇게 만들어 놨어요. 오라버니, 전 듣고 싶지 않아요.'
내가 말했어.
'그러면 누이가 믿을만하고 착실한 사람을 찾아서 우리들을 함께
묻어달라고 해. 그 사람에게 모든 비밀을 말해 주겠어.'
그녀가 말했다.
'전 평생동안 집밖으로 나가지 않을거예요. 이런 모습으로 어떻
게 사람을 만날수 있겠어요 ?'
그녀는 골똘히 뭔가를 생각하더니 말했어.
'좋아요, 저에게 말해주세요. 전 당신과 함께 묻히고 싶어요. 이
런 모습을 남에게 보여도 두렵지 않아요.'
난 그녀에게 검결을 말해주었어. "
정전은 눈물을 딱으며 말했다.
"동녘이 점점 터오자 그녀와 헤어져 감옥으로 돌아왔어. 얼마든
지 탈옥할수 있었지만 매일 그녀의 창가에 있는 생화를 보기 위
해 그곳을 떠나지 않은거지. 자객이 능퇴사를 암살하려고 했을때
난 그를 구해줬어. 그건... 그건 능퇴사가 다른 사람에게 죽게
되면 상화는 홀몸이 되고 이 세상에는 그녀를 돌봐줄 사람이 없
어서..."
그는 여기까지 이야기 하고 흐느꼈다. 적운이 말햇다.
"큰형, 걱정하지 말아요. 제가 형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능소저
와 함께 묻어 줄께요. 난 검결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요. 나에
게 말해준다 해도 듣지 않겠어요."
정전은 한줄기 미소를 지우며 말했다.
"자네같이 좋은 친구를 만나다니 정말 기뻐. 우릴 함께 묻어준다
니 죽어도 한이 없어. 난 정말 기뻐."
그의 목소리는 점점 힘이 빠지는지 낮아지고 있었다.
"보물을 찾거든 자네 뿐만 아니라 천하의 모든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서 써줘. 자네와 나같은 불행한 사람은 천하에 얼마든지 있
어. 연성결은 자네가 듣지 않으면 실전이 되니 아깝잖아."
적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 들어 그건 모두 숫자이니 혼동하면 안 돼."
적운은 정신을 가다듬고 열심히 들었다.
"첫번째 숫자는 4, 두번째 숫자는51, 세번재 숫자는 33, 네번째
숫자는 53..."
적운이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
려왔다.
"안을 샅샅히 뒤져 보시요."
정전은 얼굴색이 변하면서 벌떡 일어섰다. 적운도 따라 일어섰
다. 폐원의 뒷문으로 세명의 사내가 들어섰다.

4. 공심채(空心菜)

정전은 세 사람을 쳐다보며 적운에게 물었다.
"아까 내가 말한 숫자를 잘 기억했겠지."
적운은 세명의 적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한사람은 도
를 들고 있었고, 한사람은 검을 들었으며 다른 한사람은 빈손이
었지만 얼굴이 굉장히 악독하고 포악해 보였다. 그는 적들을 똑
바로 쳐다보고 있었으며 정전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정전이
큰 소리로 말했다.
"이봐 내가 말한것을기억했는가 ?"
적운은 엄숙하게 말했다.
"첫번째 숫자가..."
그는 거기까지 말하다가 갑자기 머리에 뭔가 스치는게 있었다.
"지금 말하다가는 적이 들으면 어떡해."
왼손을 등에 갔다 대고 네개의 손가락을 눌렀다. 정전이 말했다.
"좋아!"
단도를 든 남자가 지으며 말했다.
"이봐 정가, 자네도 사내 대장부인데 아직도 그러고 있나? 서로
가 다치기전에 곱게 우리와 함께 가지."
검을 든 남자도 말했다.
"적형, 그동안 잘 있었어? 감옥 생활은 편했지 ?"
적운은 그 목소리를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것 같은 생각이 들었
다. 정신을차리고 신중히 바라보니 그자는 바로 만진산의 둘째
제자인 주기였다. 몇년 사이에 그는 콧수염을 길렀으며 멋진 옷
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적운은 몇년간의
억울한 옥살이와 비참하게 당했던 수모에 분노가 순식간에 폭발
해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며 큰 소리로 외쳤다.
"누군가 했더니... 주기군!"
정전은 그의 심정을 이해하고 말했다.
"좋아! 주선생은 만선생의 문하가 틀림없지. 좋아! 아주 좋아!
자네는 언제부터 능지부의 개가 됐나? 적형, 자네에게 소개해주
지. 이분은 만승도(萬勝刀) 문파의 마대명나리이시고, 저쪽분은
산서 태행문(太行門)의 쌍도(雙刀) 경천패 나리지. 들리는 바에
의하면 저자의 철장(鐵掌)이 칼처럼 날카롭다고 해서 쌍도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더군. 저자는 칼을 안써."
적운은 말했다.
"두분의 무공실력은 어떤데요?"
정전이 말했다.
"삼류중의 고수지. 평생 노력해도 이류로는 못가."
적운이 말했다.
"왜요 ?"
정전이 말했다.
"그놈들은 자질이 우둔하고 유명한 사부에게 무공을 전수받지 못
해서 이지."
두 사람은 옆에 아무도 없다는 듯이 일문일답했다. 경천패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망할놈, 죽을 때가 다 됐는데도 개소리를 하구 있군! 내 칼을
받아라!"
그가 말한 칼이란 사실 손바닥이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오른
쪽 장으로 일격을 가했다. 정전은 중독이 된뒤 부터는 힘이 없어
대결을 하지 못하고 몸을 옆으로 돌렸다. 경천패는 오른쪽 장이
실패하자 왼쪽 장으로 다시 일격을 가했다. 정전은 그게 변세장
(變勢掌)임을 알고 급히 손을 내밀어 해소 시키려 했으나 그리
만만치 않았다. 그만 겨드랑이 아래에 경천패의 오른쪽 장을 맞
고 말았다.
"윽!"
정전은 외마디 비병을 지르면서 한모금의 붉은 피를 토해냈다.
경천패는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삼류라면 당신은 몇류지 ?"
정전은 숨을 들어마시자 살것 같았다. 그것은 금파순화의 독이
혈관 깊숙히 파고들어 혈액이 응고되고 있었는데 한모금의 피를
토해내자 내상은 깊었지만 독성이 잠시 약화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기뻐하며 즉시 경천패에게 일격을 가했다. 경천패가 손을
들어 막자 정전은 왼손을 돌려 그의 뺨을 힘껏 갈겼다. 뒤이어
오른손을 돌려 그의 머리통을 쳤다.
"아야!"
경천패는 소리치며 급히 뒤로 물러섰다. 정전은 오른쪽 손을 날
려 그의 가슴을 후려쳤다.
"아아쿠!"
경천패는 또 한번 소리를 지르면서 뒤로 두 발짝 물러섰다. 정전
이 신조공을 발휘할수 있었다면 어느 일류고수라도 단숨에 죽일
수 있었을텐데 지금은 그렇지 못했다. 경천패는 외공만 강하고
내공은 별로인데도 연속 삼장을 맞고도 쓰러지지 않고 서 있었
다. 정전은 자신의 죽음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그가 비록
죽음을 다해서 싸우려고 결심하고 있었지만 자신의 몸도 주체할
수 없었다. 영웅의 말로를 생각하자 자신도 모르게 슬퍼졌다. 경
천패는 연속삼장을 맞자 대경실색을 했다. 얼굴, 머리, 가슴이
격렬히 아파왔으며, 세곡 모두 치명적인곳은 아니나 죽을지도 모
른다는 지레 겁을 먹었다. 죽는다고 생각하니 죽어도 같이 죽어
야겠다는 악독한 심보가 고개를 쳐들었다. 마대명은 주기에게 눈
짓을 하고 말했다.
"주형, 함께 공격합시다!"
주기가 말했다.
"그래요!"
그는 적운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은 검을 들
고 있으며 상대방은 빈손이라서 마음이 놓였다. 더욱이 오른쪽
손가락은 모두 잘리고, 비파골도 쇠사슬로 뚫려서 그의 무공이
아무리 높아도 힘을 못쓸 것이라고 생각했다. 주기가 검을 높이
쳐들고 적운을 향해 공격을 했다. 정전은 적운의 신조공이 완성
되지 못해서 감옥에 들어오기 전보다 무공이 많이 약해졌음을 알
고 있었다. 맨손으로 주기를 대항한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
지였다. 몸을 약간 돌리고는 왼손으로 주기의 검을 빼앗으려 했
다. 동작이 너무 빠르고 초식도 너무 특이해서 주기는 피할 수가
없었다. 정전은 왼쪽 세손가락으로 그의 오른손 맥문을 잡았다.
주기는 크게 놀라며 자시의 검에 손에서 떨어지리라고 여겼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손의 혈도가 제약되지 않았다. 그는 손을 비
튼 뒤 검을 돌려 정전의 왼쪽 가슴을 찔렀다. 정전은 몸을 비틀
어서 피했다. 마대명은 경천패와 주기가 정전과 싸울때 두번식이
나 이길것 같았는데 두번 다 패한것을 보고 마음이 초초해졌다.
'능지부께서 저 놈이 중독됐다고 하더니, 독이 발작 돼었는데도
상당히 많은 내공이 남아 있는 모양이야.'
경천패도 정전이 손으로 검을 빼앗는 것을 보고 자신은 그의 상
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생각했다.
'정가라는 녀석, 무공이 호랑이처럼 무서운데... 퉤! 망할놈! 저
놈을 호랑이라고 한다면 난 개가 되잖아.'
두 사람은 비슷한 생각을 하며 정전을 향해 덤벼들었다. 적운은
앞으로 뛰어 나가 막았다. 정전은 그의 어깨를 밀며 말했다.
"자넨 비켜!"
동시에 오른손을 내밀어 마대명의 목을 잡았다. 그가 내공만 소
멸되지 않았다면 벌써 상대의 목수을 빼앗고도 남았을 것이다.
마대명은 깜작 놀라서 미친듯이 뛰어 도망쳤다. 정전은 가슴이
아파왔다. 자신의 내공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는데 무공이 높은
적은 계속 몰려올것이 아닌가? 얼마나 더 버틸수 있을까 ? 연성
결을 적운에게 정확히 이야기 해주지 않는다면 이 커다란 비밀은
영원히 실전이 되고 말것이 아닌가. 그건 너무 아까운 노릇이었
다. 정전이 말했다.
"적형, 내말을 잘들어. 자네는 놈들과 싸우지 말고 내 뒤에 숨어
서 말해주는 것이나 외우게. 이건 아주 중요한 일이니 꼭 성공해
야돼. 내가 이렇게 된것은 이미 어쩔수 없는 일이야."
적운이 말했다.
"알았어요."
적운은 정전의 뒤로 물러섰다. 정전이 말했다.
"다섯번째 숫자는 18..."
마대명은 능지부가 정전을 죽이지 말고 체포하라고 한데에는 이
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 이유가 바로 정전이 한권
의 무공비급을 가지고 있을것라고 추측했다. 주기가 또한 능퇴사
의 부하가 된것도 사실은 만진산의 명령을 받아 연성결을 찾기
위해서 였다. 두사람은 정전이 숫자 18을 말하자 머릿속 깊이 기
억해 두었다. 정전이 다시 말했다.
"여섯번째 숫자는 7..."
마대명, 주기와 적운 세 사람은 동시에 같이 외웠다. 경천패는
범인을 잡아오라는 명령을 받았을 뿐이고 그와 같은 사정은 모르
고 있었다. 정전이 입속에서 '17', '18'하며 중얼거리고, 마대명
과 주기가 따라하자 정전이 마술을 부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소
리쳤다.
"저놈에게 넘어 가면 안돼!"
정전은 향해 공격을 했지만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일격을 가한후
더 이상 공격을 하지 못하고 뒤로 물러섰다. 정전은 다리에 힘이
빠졌는지 똑바로 서지 못하고 앞으로 쓰러지려 했다. 이때 마대
명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의 왼쪽 어깨를 칼로 내리쳤다. 정전
은 눈앞이 캄캄해졌으며 더 이상 피하지 못했다. 이때 적운이 앞
으로 나와서는 머리로 마대명의 가슴을 들이 받았다. 정전은 잠
시 정신을 잃었다가 눈을 뜨니 적운과 마대명의 몸이 붙어 있고
주기가 검을 들어 적운을 찌르려 하고 있었다. 정전은 왼손을 들
어 두 손가락으로 주기의 두 눈을 찔렀다. 그는 자신의 체력이
다해 적의 약한부분을 공격했다. 그래야만 적을 이길수 있기 때
문이다. 주기가 급히 옆으로 쓰러지며 피했으며 마대명은 검손잡
이로 적운을 쳐서 바닥에 쓰러트렸다. 정전이 소리쳤다.
"적형, 일곱번째 숫자는..."
숨이 막혀 오고 있는데 경천패가 또 일격을 가했다. 정전이 머리
를 돌려보니 하얀 빛이 번쩍이면서 마대명과 주기가 동시에 공격
해 오는 것이었다. 정전이 몸을 비틀고 있자 검과 단도가 동시에
그의 몸을 찔렀다. 적운은 소리를 지르며 공격해 왔다. 정전은
붉은 피를 흘리자 다시 약간 독성이 약해졌다. 순간 두손을 들어
한손으로 마대명을 치고 한손으로는 주기를 쳤다. 이번 장은 본
래 주기를 격중할수 있었는데 경천패가 맹렬히 공격해와 그만 그
의 가슴을 치고 말았다. 정전은 남아 있던 모든 힘을 썼던 터라
마대명은 즉사하고 경천패는 갈비뼈가 모조리 부러지면서 숨을
헐떡이고 있는 것이 곧 죽을것 같았다. 단지 주기가 다치지 않았
는데 그는 오른손으로 검을 잡고 정전의 몸에서 검을 뽑아 적운
을 찌르려 했다. 정전은 몸을 앞으로 하고는 두 손으로 주기의
허리를 꽉 잡고 소리쳤다.
"적형. 빨리 도망가! 빨리 가!"
그가 몸을 앞으로 굽히자 검은 더욱 그의 몸속으로 깊이 들어갔
다. 적운은 혼자서 도망칠 사람이 아니었다. 주기의 등에 덤벼들
어 그의 목을 조르며 소리쳤다.
"정형을 놔라!"
그는 정전이 상대방을 잡고 있는 줄을 몰랐다. 주기가 정전을 놓
지 않는게 아니었다. 정전은 자신의 힘이 점점 없어져 더 이상
잡고 있을 숙 없을 알았다. 그가 검을 뽑기만 하면 즉시 적운이
죽임을 당할것이다. 정전이 소리쳤다.
"적형, 날 상관말고 어서 도망가! 난 더이상 살지 못해!"
적운이 소리쳤다.
"죽으려면 함께 죽어요."
더욱 힘껏 주기의 목을 졸랐다. 하지만 그의 비파골은 쇠사슬에
뚫렸었고 어깨에 큰 상처를 입어 아무리 졸라도 주기를 질식 시
킬수 없었다. 정전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자넨 정말 의리있는 친구야.... 자네 같은 친구를 만나서 정말
기뻐... 검결을 다 이야기 하지 못해서 미안해... 난 정말 기
뻐... 춘수벽파... 그녀가 창가에 놓은 국화가 얼마나 예쁜지 한
번보게... 국화..."
목소리는 점점 적어졌으나 얼굴엔 기쁨이 넘쳐 흘렀다. 주기를
잡고 있던 두 손에 점점 힘이 없어졌고 이윽고는 놓치고 말았다.
주기는 온 힘을 다해 정전의 가슴에 박혀있던 검을 뽑았다. 검에
는 온통 빨간 피가 묻어 있었다. 급히 몸을 돌려 적운과 마주 보
게 돼었다. 그는 흉악히 웃으면서 적운의 가슴을 향해 찔렀다.
적운은 소리쳤다.
"정형! 정형!"
갑자기 가슴이 아파왔다. 내려다 보자 주기의 검은 이미 자신의
가슴에 닿아 있었다. 귀에 주기의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순식
간에 그의 머리에는 많은 옛 일들이 주마등 처럼 스쳐 지나갔다.
사부님에게 무공을 배우던 일, 사매와 다정스러웠던 일, 만진산
의 집에서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감옥에서 비참하게 오년을 살았
던 일...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뇌리를 스쳤다. 그는 쌓였던 분
노가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외쳤다.
"너와 함께 죽겠다!"
손을 내밀어 주기의 팔을 힘껏 잡았다. 그는 비록 신조경을 완전
히 익히지는 못했지만 이년동안 배운 실력은 보통이 아니었다.
또한 그는 목숨을 걸고 온 힘을 두팔에 주었다. 적을 꼭 잡자 마
치 철갑으로 죄는 것 같았다. 주기는 호흡이 가깝해지자 힘을 다
해 발버둥을 치면서 빠져 나가려했다. 적운은 가슴이 더욱 아파
왔으나 다른 생각할 여지도 없이 두팔로 주기를 더욱 힘껏 조였
다. 적을 죽일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단지 죽을때까지 손
을 놓지 않고 있을 뿐이었다. 길다란 검은 더 이상 들어가지가
않았다. 마치 뚫을수 없는 바위에 부ㄷ힌 것 같았다. 검은 점점
변형이 되어서 구부러져 갔다. 주기는 한편으로는 놀랐고 한편으
로는 매우 의아했다. 오른손에 힘을 더욱 가하여 적운을 찌르려
했으나 하지만 검은 적운의 가슴팍에서 더이상 들어가지를 않았
다. 적운은 두 눈이 빨개지면서 주기를 노려보았다. 처음 주기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쳐 있었고 잔인한 빛이 떠 올라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점점 놀라움과 의아함으로 변하고 있었다.
놀라움은 공포로 변했고 무서워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주기는
자신이 분명 검으로 적운을 명중시켰는데 피부에 약간 들어가는
것 같더니 더 이상 들어가지 않자 더욱 놀라고 있었다. 주기는
오른팔에 힘을 주어 적운을 세번 연속해서 찔렀으나 결국 검을
더 이상 적운에게 집어 넣을 수가 없었다. 그는 겁이 나서 상처
를 입은 적운은 생각지도 않고 빠져 나와 도망치려 했다.하지만
적운에게 단단히 잡혀 있어 도저히 빠져 나올수가 없었다. 주기
는 자신의 오른팔이 점점 안으로 구부러지면서 칼잡이가 가슴에
와 닿는 것을 느꼈다. 검은 점점 구부리지면서 반원형으로 변하
더니 결국 금속음과 함께 부러져 버렸다. 주기는 크게 비명을 지
르며 뒤로 물러섰다. 아주 예리한 부러진 검끝이 자신의 아랫배
를 찌른 것이다. 주기가 쓰러지자 적운도 쓰러지면서 그의 몸에
깔렸다. 두팔로 계속해서 주기를 꽉 잡고 놔주지 않았다. 적운은
매우 진한 피냄새를 느끼는데 주기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
하는 것을 보았다. 뒤이어 입에서는 붉은 피가 주르륵 흘러 내렸
다. 그리고 머리를 옆으로 떨구더니 음직이지도 않았다. 적운은
크게 놀랐고 그가 죽은 줄을 알면서도 두 손을 놓을 생각도 못하
고 있었다. 가슴의 통증도 멈추었다. 주기의 입에서 붉은 피가
계속 흘러나오자 그는 어쩔줄을 모르다가 팔을 풀고 일어났다.
부러진 검날은 주기의 복부에 깊이 박혀 있었고 검끝과 손잡이만
밖으로 나와 있었다. 머리를 숙이고 자신의 가슴을 보니 윗 옷에
조그만 구멍이 나 있었으며 검은빛 속옷이 보였다. 그는 주기 몸
에 꽂혀 있는 부러진 검을 보고는 다시 옷에 난 구멍을 보았다.
갑자기 그는 깨달았다. 자기가 입고 있던 오잠의때문에 목숨을
구할수 있었고 원수를 죽일수 있었던 것이다. 적운은 잠시 서 있
다가 몸을 돌려 정전 옆으로 다가가며 소리쳤다.
"정형! 정형! 괜찮아요 ?"
정전은 힘겹게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촛점이
없었으며 아무 것도 보지 못하는 것 같았고 그를 몰라보는 것 같
았다. 적운이 말했다.
"정형! 형을 꼭 살리겠어요!"
정전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검결은 실전되겠구나... 함께 묻어줘... 상화와... 함께..."
적운은 눈물을 떨구며 말했다.
"알았어요. 걱정마세요! 반드시 형과 능소저를 함께 묻어 줄께
요. 두 분의 꿈은 이루어 질거예요."
정전의 눈은 천천히 감겼으며 호흡도 점점 약해졌다. 하지만 그
의 입술을 계속 음직이고 있었으며 계속해서 뭔가 이야기 하고
있었다. 적운은 귀를 그의 입가에 가까이 갔다 대고 정전의 말소
리를 들었다.
"열한번째 숫자는 ..."
더이상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적운은 귓가에 소리가 들리지
않자 손을 가슴에 갔다 댔다. 그의 가슴도 이미 정지해 있었다.
적운은 벌써부터 정전이 살수 없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그는
정전의 옆에 무릎을 끓고 그와 입을 맞추고 입에다 공기를 불어
넣기 시작했다. 그는 마음속으로 계속해서 기원하고 있었다.
"옥황상제님, 정형이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해주세요. 다시 감
옥으로 돌아가 영원히 나오지 않아도 좋아요. 복수를 하지 않고
평생동안 만문의 제자들의 괴롭힘을 받아도 좋아요. 제발 정형이
다시 살아날 수 있게 해주세요..."
적운은 그의 두 손을 꽉 잡고 있었는데 정전의 육체가 점점 굳어
지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그의 소원이 이루어 질수 없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갑자기 말못할 외로움과 고독감이 밀려왔다. 밖
의 이 자유스러운 세상이 그 작고 컴컴한 감옥보다 무서운 것 같
았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그는 정전과 다
시 감옥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는 정전의 시체를 안고 일어섰
다. 갑자기 무궁무진한 고통과 슬픔이 가슴속으로 밀려왔다. 그
는 목놓아 울었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큰소리로 울었다.
울음소리때문에 추격병이 올지도 모른다는 것을 생각지 않았으
며, 다큰 남자가 창피하게 운다는 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마음속
의 슬픔을 억제할 수 없는 것처럼 울음소리도 억제할 수가 없었
다. 눈물이 점차 마르자 큰 울음소리도 낮은 울음소리로 변했다.
마음속의 슬픔은 여전히 억제할수가 없었다. 머리가 점차 맑아오
자 그는 생각했다.
'정형의 시체는 어떻게 하지? 어떻게 능소저의 관이 있는 곳으로
옮길까?'
마음 속엔 아무런 잡념도 없었다. 이 일만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
하게 생각되었다. 갑자기 말발굽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점점
가까이 적운이 있는 폐원으로 다가오는데 모두 십여 필이나 되었
다. 밖에서 누가 소리쳤다.
"마나리, 주나리, 경나리 범인을 찾았읍니까 ?"
십여 필의 말을 폐원의 앞까지 오더니 일제히 멈추었다. 누군가
소리쳤다.
"들어가봐!"
다른 한사람이 말했다.
"이 안에 숨어 있지는 않을 거야."
먼저 말한자가 말했다.
"내가 어떻게 알아 ?"
그자가 말에 뛰어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적운은 아무것도 생각
하지 않고 정전의 시체를 안고 재빨리 옆문으로 뛰어 갔다. 막
문 밖으로 나오자 등뒤에서 사람들이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마
대명, 경천패, 주기등의 시체를 발견 한것이다.

적운은 강릉성을 미친 듯이 뛰어갔다. 그는 정전의 시체를 업고
빨리 뛰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발각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는 다시 감옥에 들어가고, 고문과 구타를 당한다 해도 정전의 시
체를 버릴 수는 없었다. 수십장을 뛰어가다가 왼쪽에 작은 문이
보여서 급히 뛰어 들어간후 문을 발로 차서 닫았다. 안에는 커다
란 채소밭이었다. 거기에는 배추, 무우, 오이등 많은 채소들이
자라고 있었다. 적운은 어려서부터 시골에서 자랐다. 오년동안
채소를 못보다가 갑자기 채소를 보자 가슴이 찡하게 저려왔다.
사방을 살펴보니 동북방에 창고가 있었다. 창문을 통해서 안에
무와 짚단이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몸을 숙여서 무
우 몇개를 뽑고는 정전을 안고 창고로 뛰어 들었다. 사방을 살펴
보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나무를 치우고는 정전의 시체를
내려 놓았다. 그리고는 잡초로 정전의 시체를 덮었다. 그는 여전
히 한가닥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어쩌면 정형이 갑자기 깨어날지도 몰라.'
무우 껍질을 벗기고 크게 한입 물었다. 달콤하고 짜릿한 향기가
입안에 가득찼다. 오년동안 맛을 못보던 무우였다. 호남의 시골
생각이 났다. 사매와 함께 밭에서 얼마나 많은 무우를 뽑아 먹었
던가. 그는 또 하나의 무우를 먹으면서 눈물을 흘렸다. 갑자기
무슨 소리가 났다. 그는 깜작 놀라 손에 쥐고 있던 반쪽의 무우
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하얀 무우에 흙과 잡초가 묻었다. 그때,
청초하고 아름다운 음성이 들렸다.
"공심채, 공심채. 어디 있어 ?"
그는 갑자기 큰 소리로 대답할뻔 했다.
'나 여기 있어!'
나 자가 막 입에서 나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목에서 걸렸다. 그는
손으로 입을 막고 온몸을 떨고 있었다.
공심채는 그의 별명이었으며 세상에서 자신과 척방 두 사람밖에
모르고 있었다. 물론 사부님도 이 변명을 모르고 있었다. 척방은
그가 바보처럼 아무 것도 모른다고 했다. 무술을 연습하는것 외
에는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아무 것도 하려 하지 않는다고 했
다. 그의 마음은 마치 공심채처럼 텅 비워 있다고 했다. 적운은
웃으면서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았다. 그는 사매가 자신을 공심
채라고 부르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매번 공심채란 말을 들을 때
마다 가슴속엔 말 못할 친밀감을 느겼다. 그것은 다른 제삼자가
옆에 있을땐 절대 부르지 않았기때문이었다. 그녀와 단둘이 있을
때면 그녀가 기쁠때나, 화를 낼 때나 적운은 항상 말 못할 기쁨
을 느꼈다. 복원이 사부님 집에 서찰을 가져왔을때 사매는 음식
을 만들어 접대했다. 물론 그 식탁에는 한그릇의 공심채도 있었
다. 그날 밤 복원은 사부님과 술을 마시면서 양호무림에서 최근
에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적운은 얘기를 들으면서
무의식중에 척방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젓가락으로 한개의 공
심채를 들어 입가에 갖다 댔지만 입속에 넣지는 않았다. 그는 빨
갛고 부드러운 입술로 가볍게 공심채를 문지르고는 눈빛으로 웃
었다. 그녀는 채소를 먹는게 아니고 채소에 입을 맞추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적운은 알고 있었다.
'사매가 날 공심채라고 비웃고 있군.'
창고에 있는 그의 뇌리에는 갑자기 그녀의 부드럽고 빨간 입술이
떠올랐다. 방금 공심채라고 부른 것은 틀림없는 사매 척방의 목
소리였다. 확실히 사매의 목소리였다. 자기가 정신이 이상해져
잘못 들은게 아니었다.
"공심채, 공심채 어디 있어?"
그 목소리에서 다정하고 부드러운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아냐
그것이 아냐. 옛날 그녀와 함께 고향에 있을때 사매의 목소리에
는 우정, 관심, 사랑이 있었고 또 번뇌와 책망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공심채는 불쌍해 하는 연민의 정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내가 몇년동안 억울하게 고생한 것을 알고 있나 보군,
그래서 날 불쌍히 생각하고 있나 보군.'
그는 현실을 믿을수가 없었다.
'난 꿈을 꾸고 있는거야. 사매가 왜 이곳에 왔겠어. 그녀는 벌써
만규에게 시집을 갔는데 어떻게 날 찾아 올 수 있느냐 말이야!'
목소리가 또 들렸다. 이번에는 더욱 가까운 곳에서 들렸다.
"공심채 어디에 숨어 있어? 내가 못 찾을줄 알아 ?"
목소리에는많은 기쁨과 연민이 충만해 있었다. 적운의 한줄기
한줄기의 혈관이 모두 팽창되는 것 같았다.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으며 두손에는 땀이 흘러 내렸다. 천천히 일어나서는 잡초에
몸을 숨기고는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 보았다. 한 여인의 뒷 모
습이 자기를 향해 서 있었다. 누굴 찾고 있는 것 같았다. 맞아,
조그마한 어깨, 가느다란 허리, 크고 마른 몸매, 틀림없는 척방
이었다.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공심채, 빨리 나와!"
갑자기 그녀는 몸을 돌렸다. 적운은 눈이 부셨으며 어지러워졌
다. 눈 앞의 여자는 틀림없는 척방이었다. 검고 빛나는 눈동자,
작고 오똑한 코, 얼굴을 더욱 희어져 있었다. 호남의 시골에 있
을 때보다는 얼굴에 윤기가 없어졌지만 틀림없는 사매였다. 감옥
에서 천번 만번 생각했고, 천번 만번 사랑하고, 천번 만번 고민
하게 했던 바로 그 사매가 틀림이 없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웃으
며 말했다.
"공심채, 빨리 나와요."
그녀가 너무 다정하게 부르자 행복해서 미칠 것 같았다. 대답하
며 나가 오매불망 잊지 못하던 사매와 만나려 했다. 막 밖으로
나가려 하다가 떠 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정형이 난 너무 착실하고 선해서 다른 사람에게 속기 쉽다고 했
지. 사매는 벌써 만규에게 시집갔고, 주기도 나의 손에 죽었으
니, 그녀가 날 속여서 끌어내려고 하는지도 몰라.'
여기까지 생각하고는 발걸음을 멈췄다. 계속해서 척방의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공심채! 공심채!"
적운은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생각했다.
"그녀가 저렇게 다정스럽게 부르는데 거짓일리가 없어. 그녀가
나의 목숨을 원한다면 얼마든지 죽어주겠어."
가슴이 뭉클해 앞으로 걸어 나가려고 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어린 여자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엄마, 엄마! 난 여기있어요!"
적운의 가슴은 마구 울렁거렸다. 그는 창문밖을 내다보았다. 붉
은 색의 옷을 입은 여자아이가 동쪽에서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었
다. 나이가 어려서 뛰어올 때 뒤뚱거리면서 바로 서지를 못했다.
척방이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공심채 어디에 숨어 있었니? 엄마가 한참 찾았잖아."
여자아이가 재미 있어하며 말했다.
"공심채는 화원에 있었어! 공심채는 개미를 보고 있었어요."
적운은 귀에 웅 하는 소리가 들렸으며 마치 누가 머리를 힘껏 후
려친 것 같이 띵했다.
'사매가 딸을 낳았단 말인가? 딸 아이의 이름이 공심채란 말인
가? 공심채는 딸아이를 부른 것이고 날 부른 것이 아니란 말인
가? 내가 다시 만진산의 집으로 온거란 말인가 ?'
요 몇년 사이 그는 사매가 만규에게 시집을 가지 않았으면 하고
마음속으로 은근히 바라고 있었다. 침성의 말이 모두 거짓이었으
면 했다. 그의 이러한 희망은 한번도 정전에게 말해 본적이 없었
고 단지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었다. 어느땐 꿈속에서도 갑자
기 깨어나 기뻐하곤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 여자 아이가 사매
에게 엄마라고 부르는 것을 자기 눈으로 보고 자기 귀로 직접 들
었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으며 멍하니 밖을 내다보고 있었
다. 척방이 계속 여자 아이의 볼에 뽀뽀해주며 부드러운 목소리
로 말했다.
"공심채는 혼자 놀줄도 알고 정말 착해!"
적운은 척방의 옆모습만 볼수 있었다. 긴 속눈썹, 앵두 같은 입
술, 얼굴은 몇년 전보다 고와지고 더욱 하얗게 변한 것 같았다.
그는 또 생각했다.
'그동안 만가의 색시가 됐으니 논에서 일할 필요도 없었겠지 고
생을 안하니 몸이 건강해졌나 보군.'
척방의 말소리가 들렸다.
"공심채, 여기선 그만 놀고 엄마와 방에 들어 가자."
여자 아이가 말했다.
"여기가 좋아. 난 개미를 볼래."
척방이 말했다.
"안돼, 나쁜 사람이 아이를 잡아간대. 공심채, 엄마하고 방에 들
어가자."
여자 아이가 말했다.
"어떤 사람? 왜 아이를 잡아가 ?"
척방은 일어서서 아이의 손을 잡고 말했다.
"감옥에서 아주 나쁜 두 사람이 도망쳤어. 아버지가 나쁜 사람을
잡으러 갔어. 나쁜 사람이 이곳으로 와서 공심채를 잡아 갈거야.
엄마 말 듣고 방에 들어 가서 놀자. 엄마가 인형을 만들어 줄
께."
여자 아이는 말했다.
"인형은 싫어, 공심채는 아버지를 도와 나쁜 사람을 잡을거야!"
적운은 척방이 말끝마다 '나쁜 사람'이라고 하자 가슴이 점점 아
파왔다. 바로 이때 밖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리더니 몇마리의 말
이 지나갔다. 척방은 허리에서 검을 꺼내더니 뒷문 쪽으로 갔다.
적운은 조그만 소리라도 내면 척방이 놀랠까봐 창가에서 꼼작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사매를 만나고 싶지
않았다. 가슴속에 뭉쳤던 원한은 점점 억제할수 없었다. 자신은
조금도 나쁜일을 하지 않고 세상에서 제일 비참한 고통을 받았는
데 그녀가 자기를 나쁜 사람이라고 부른 것이다. 여자 아이가 창
고앞에 섰을 땐 제발 들어 오지 않기만을 바랐다. 하지만 여자아
이는 무슨 이유인지 창고 안으로 불쑥 들어왔다. 적운은 얼굴을
나무 뒤에 숨기고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
"나가! 나가!"
갑자기 여자아이는 그의 얼굴을 보게 됐다. 헝클어진 머리와 얼
굴에 온통 수염투성이인 무서운 모습을 보자 여자 아이는 놀라
눈을 크게 뜨고 울려고 했지만 울음이 나오지 않는듯 했다. 적운
은 어찌할바를 몰랐다. 급히 앞으로 나가서 왼손으로 아이를 껴
안고 오른손으로는 입을 막았다.
"앙!"
결국 한발 늦었는지 여자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다행히 적운
이 재빨리 다시 막아서 더이상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척방
은 밖을 쳐다보면서도 신경은 딸 아이에게 쓰고 있었다. 딸 아이
의 소리가 이상해 머리를 돌렸으나 보이지를 않았다. 창고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급히 앞으로 뛰어 들어왔다. 얼굴이
온통 수염투성이고 온몸에 피칠을 한 남자가 자기의 딸을 껴안고
있었으며 한 손으로는 입을 막고 있었다. 척방은 깜작 놀라고 말
았다. 그순간 검을 들어 적운의 얼굴을 향해 공격해 왔다. 그녀
가 소리쳤다.
"내 딸을 내려 놔!"
적운은 마음이 쓰라려 왔고 자포자기의 생각이 들었다.
'날 죽이고 싶으면 빨리 죽여!'
그녀가 검을 찔렀는데도 조금도 피하지 않았다. 척방은 깜작 놀
라서 자기의 딸이 다칠까봐 검을 거두고는 말했다.
"내 딸을 내려놔!"
적운은 그녀가 말끝마다 자기 딸을 내려 놓으라는 음성속에 옛정
이 조금도 담겨 있지 않는지라 더욱 화가 나서 그녀의 딸을 내려
놓지 않았다. 오른손은 장작을 쌓아 놓은 곳을 더듬어 한개의 나
무를 집어 그녀의 검에 일격을 가한후 한걸음뒤로 물러섰다. 척
방은 흉악하게 생긴 남자가 계속해서 자기의 딸을 껴안고 있자
마음이 점점 초초해졌다. 두 다리에 갑자기 힘이 없어졌다. 숨을
크게 쉬고 검을 들어 적운의 오른쪽 어깨를 공격했다. 적운은 몸
을 옆으로 피하고 오른손에 있던 나무를 검으로 대신했다. 왼쪽
으로 약간 내리더니 급히 앞으로 찔렀다. 척방은 놀랬다. 상대방
이 사용한 검법이 매우 눈에 익었고 바로 아버지가 가르쳐준 가
옹함상래 검법이었던 것이다. 더 이상 생각할 여유도 없이 머리
를 숙이고 피하면서 손에 들고 있던 검으로 호척분경풍, 연산약
포도 라는 검법을 사용했다. 적운은 어려서부터 척방과 함께 검
술을 배웠으며 하루도 쉬지 않고 연습을 했다. 따라서 서로의 검
법에 대해서는 서로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두 검
법을 사용해서 공격하자 자기도 모르게 자연히 사부님이 가르쳐
준 방어법으로 막았다. 노니초대저, 마명풍소소 검법으로 막고
길게 한숨을 쉬며 오른손에 있던 나무로 공격했다. 옛날에 둘이
서 검술을 연습할 때, 이때 쯤이면 사매는 적운에게 패하곤 했
다. 하지만 지금 적운이 나무로 척방을 공격하자 갑자기 손목이
아려와 그만 나무를 바닥에 떨구고 말았다. 그는 놀래며 생각했
다.
'오른쪽손가락이 모두 잘려져 나가 다시는 검을 사용할수 없다
는 것을 잊었군.'
고개를 들자 척방의 검끝은 가슴 가까이 와 있었다. 검은 떨리며
음직이지 않았고 그녀의 놀란 모습은 형용할수가 없었다. 두 사
람은 서로 쳐다보고 있었으며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후 척
방이 침묵을 말을 했다.
"사형이었군요 ?"
목에 메이는지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적운은 고개를 끄덕이고
왼팔에 있던 여자아이를 내려 놓았다. 척방은 검을 내려 놓고 딸
아이를 받았다. 그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여자 아이
는 너무 무서워서 울지도 못하고 작은 얼굴을 엄마 가슴속에 파
묻고 있었다. 다시는 적운의 얼굴을 쳐다보려 하지 않았다. 척방
이 말했다.
"당신... 당신일이줄은 몰랐어요. 그동안 어떻게..."
갑자기 밖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 여보! 어디 있소?"
만규의 목소리였다. 점점 가까우졌으며 채원근처에서 들려왔다.
척방의 얼굴색이 갑자기 변했다. 그녀는 딸아이의 귀에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공심채, 이 아저씨는 나쁜 사람이 아니니까 아버지에게 말하면
안돼, 알았지 ?"
여자아이는 고개를 들어 적운을 보았다.
"앙!"
적운의 무서운 모습을 보더니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밖에 있던
남자는 딸아이의 울음소리를 듣자 외쳤다.
"공심채, 울지마! 아버지가 여기에 있다!"
척방은 적운을 한번 쳐다보더니 몸을 돌려 딸아이를 안고는 밖으
로 나갔다. 딸 아이를 껴안은 채 문을 닫고는 남편쪽으로 걸어갔
다.
적운은 멍청히 서 있는데 귓가에 계속해서 척방의 음성이 들려왔
다.
'죽는게 낫겠어, 죽는게 나아!'
남자가 웃으면서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공심채야 왜 울지 ?"
적운은 창가에 가서 보고 싶었다. 만규가 어떻게 변했는지 보고
싶었다. 하지만 두다리는 바닥에 못박힌 것처럼 꼼짝도 할수 없
었다. 척방이 웃으면서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공심채하고 후원에서 놀고 있는데 두 마리의 말이 급히 지나갔
어요. 말위의 두사람이 칼을 들고 있는데 아주 무섭게 생겼지 뭐
예요? 공심채에게 나쁜 사람이 자신을 잡아 간다고 하니까 울지
뭐예요."
만규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건 포졸들이 탈옥범을 잡으려고 하는거야. 아버지가 안아줄
께. 아버지가 나쁜 사람을 때려 줄께. 울지마라! 공심채야. 무서
워 하지마. 아버지가 나쁜 사람을 모두 때려줄께."
적운은 생각했다.
'사매는 정말 거짓말도 잘하는군. 이렇게 되면 딸 아이가 나쁜
사람을 봤다고 해도 척방을 의심하지 않을거야. 아냐? 흥! 날 동
정할 필요도 없이 빨리 와서 날 잡아가. 날 죽이란 말이여!'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가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봤다. 만규는 화려
한 옷을 입고 있었고 여자아이를 안고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척방은 그의 옆에서 나란히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정말 다정해
보였다. 사매가 만규에게 시집갔다는 사실을 적운은 수천수만번
도 더 생각해 보았다. 또한 그게 사실이 아니였으면 하고 바랬었
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자기 눈으로 직접 보게 된 것이다.
"난..."
몸을 구부리고 척방이 버린 검을 주어 밖으로 뛰어 나가 만규를
죽여 버리고 싶었다. 자기가 감옥에 들어가서 그 많은 고통을 받
게 된 것은 바로 눈 앞의 저 놈때문이었다. 또한 자기의 생명보
다 더 중요하게 여긴 여자가 저놈의 처가 된 것이다. 가슴속엔
아무런 잡념이 없었다. 저 놈을 죽이지 않으면 저 놈의 칼에 죽
는 것이다. 몸을 구부리자 잡초속에 정전의 시체가 보였다. 정전
은 두 눈을 감고 있었으며 매우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갑
자기 생각이 났다.
'정형이 죽을때 능소저와 함께 묻어 달라고 나에게 신신 당부를
했지. 내가 지금 뛰어나가 만규와 싸우다가 죽는건 상관없지만
정형의 소원을 들어줄수 없잖아?'
그리고 또 생각했다.
'사매도 이 일은 반대할거야. 퇘! 퇘! 적운 이 개자식아. 너는
정말 형편 없는 놈이구나!'
이것 저것을 생각하자 결국 분노는 천천히 가라앉았다. 하지만
'난!' 하고 소리친 것을 만규가 들은 것 같았다.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창고에 사람이 있는 것 같아."
척방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요? 방금 전에 하인이 나무를 자르러 들어갔어요. 여곱, 맛
있는 요리를 만들어 왔으니 빨리 가서 맛을 봐요. 공심채는 울기
만 하니 잠시 잠을 재워야겠어요."
만규가 말했다.
"음, 그렇게 하지."
딸을 안고는 함께 멀리 가버렸다. 적운은 잠시 머리가 멍하더니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얼마후 손으로 머리를 툭툭치며 깊
이 생각에 잠겼다.
'이곳은 오래 있을 곳이 못돼. 그 하인이란 자가 들어와서 나무
를 가져 가면 어떡해? 정형을 잘 숨겨놓고 나 혼자 빠져나간뒤에
밤에 돌아와서 정형의 시체를 운반하는게 좋겠어. 그래 그렇게
해야 겠군.'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마음 속이 내키지 않았다.
'사매가 날 보러 다시 올거야. 지금 떠나면 영원히 못 볼지도 몰
라. 뭐하러 다시 만나? 남편과 딸 아이가 있고 행복한데
나같은 폐인을 쳐다보기나 하겠어? 그녀를 다시 만나는 것은 괜
히 쓸데없는 짓을 하는거야. 감옥에서 몇년동안 그녀만을 만나기
를 고대했는데 이 기회를 놓치면 안돼. 난 다른 희망은 없어. 단
지 사부님의 소식만 물어 보면 돼. 내가 나쁜 처지에 놓이자 왜
그렇게 빨리 변했는지 그녀에게 물어보고 싶어. 그런것을 물어봐
서 뭐해? 그녀가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사실을 말할거야. 거짓말
을 뭐하러 들어? 사실대로 말하면 내 가슴만 아파질거야.'
이것 저것 생각하다 결국 떠나기로 마음먹었지만 도저히 떠날수
가 없었다. 그는 심사숙고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오늘 같은 인생
에서의 중요한 사실에 직면하자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 망설였다.
남아 있자니 않되겠고 지금 곧 떠나자니 마음이 쓰라렸다.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한사람
이 천천히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 사람은 몇 발자국 걸어
오다가 정지했다가 다시 걸어 왔다. 틀림없이 다른 사람에게 발
각되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것 같았다. 그 사람이 점점 가까이 오
자 적운은 가슴이 크게 두근거렸다.
'사매가 날 찾아 왔군. 무엇을 말하려고 왔지? 용서를 빌러 온것
일까? 옛정이 생각나서 왔나?'
또 생각했다.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모르겠다! 그녀는 남편과 딸이
있고 행복하게 살고 있잖아. 그녀를 다시는 만나지 말아야 겠
다.'
갑자기 그의 가슴속에 맺힌 원한이 생각났다.
'난 원래 시골의 촌놈이었어. 이러한 불행만 없었더라면 사매와
난 부부가 되어 행복하게 살았을거야. 난 복수를 해야돼. 만규를
죽여야 돼. 사매가 과부가 되면 나에게 다시 시집을 올까? 난 그
의 남편을 죽인 사람인데. 그녀는 날 사랑하지도 않고 있어. 전
부터 만규가 나보다 멋졌고 지금은 더욱 그래. 모든 원한은 여기
서 끝내야겠다. 사매가 남편과 딸하고 행복하게 살게해야지.'
여기까지 생각하고 더 이상 척방과 말하지 않으려 했다. 몸을 구
부리고 잡초속에서 정전의 시체를 꺼내 업었다. 그때 누가 창고
의 문을 거칠게 발로 차서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적운이 놀라며
몸을 돌리자 키가 큰 남자가 손에 검을 들고 문앞에 서 있었다.
바로 만규였다. 적운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척방이 버리고
간 검을 들었다. 만규는 무척 화가 나 있었다. 적운이 탈옥했다
는 소식을 벌써부터 알고 있었다. 하루종일 안정이 안되고 초초
했는데 적운의 손에 척방의 검이 쥐어져 있는 것을 보자 화가 치
밀었다. 그는 아주 차갑게 말했다.
"역시 여기서 만났었군. 자신의 검까지 주면서 남편을 죽이려 하
다니? 하지만 그렇게 안될걸!"
적운은 잠시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만규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생각했다.
'저놈이 어떻게 여길 왔지? 내가 여기 있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사매가 날 잡아다 상금을 타라고 했나보군. 그녀가 이렇게 무정
한 줄은 몰랐어.'
만규는 적운이 대답을 하지 않자 자신을 무서워하는 줄 알고 검
을 들어 적운의 가슴을 찔러갔다. 적운은 검을 들어 막았으며 자
연히 옛날 늙은 거지가 가르쳐준 자견식을 썼다. 검을 돌려 만규
의 목에 갔다댔다. 이 검법은 너무나 빠르고 이상해서 5년전에
만규는 막지 못했다. 만규는 그때에 비해서 무공이 많이 강해졌
지만 여전히 막지를 못했다. 만규는 놀랬으며 손에 쥐고 있는 검
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몰랐다. 검을 들어 막자니 너무 늦었
고, 공격을 하자니 그의 상대가 되질 않았다. 그의 목숨은 상대
방의 손에 달려 있었다. 화가 났지만 함부로 덤빌 수도 없었다.
적운의 더럽고 수염이 많은 얼굴을 보자 분노는 점점 공포로 변
해갔다. 적운은 그를 찌르지 않고 다시 생각했다.
'이놈을 죽여야 하나?'
만규는 아주 위험한 처지에 놓여 있었는데 갑자기 상대방의 눈빛
에 갈등의 빛이 떠오르자 재빨리 큰 소리로 외쳤다.
"척방, 이리와봐!"
적운은 그가 큰소리로 척방을 부라자 놀래며 머리를 돌렸다. 이
것은 바로 만규의 속임수였다. 그가 머리를 돌리자 곧 바로 검을
들어 공격했다. 적운은 오른쪽 손가락의 첫번째 마디가 모두 잘
려나가서 검을 똑바로 쥘수가 없었다. 검이 손에서 빠져 달아났
다. 만규는 기뻐하면서 검으로 찔러왔다. 적운은 연속해서 두번
을 피한뒤 한개의 나무를 집어들고 검으로삼아 힘껏 막았다. 그
러나 나무는 만규의 검을 당해내지 못하고 두쪽으로 갈라졌다.
적운은 손에 있던 반조각의 나무를 만규에게 던졌다. 그가 몸을
피하는 순간 다시 나무를 들어 공격을했다. 만규는 적운이 검을
떨어뜨리자 자신이 승리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그가 나무를
검을 대신해서 막는다지만 소용이 없으리라 생각했다. 정신을 차
리고는 한발 한발 적운을 향해서 다가갔다. 몇초후 적운은 오른
쪽 팔에 부상을 입으면서 결국 나무를 놓치고 말았다. 만규는 계
속해서 그의 다리를 찌르고 왼쪽발을 날려 적운을 쓰러뜨렸다.
적운이 온힘을 다해서 일어나려고 하자 만규는 또 그의 머리를
힘것 밟아 버렸다. 적운은 기절했다. 만규가 말했다.
"죽은척 하느거야?"
그는 오른발로 적운의 얼굴을 문질렀다. 적운이 음직이지 않자
정말로 기절한것임을 알았다. 그는 생각했다.
'증지부가 범인을 잡아오면 은 오천냥을 준다고 했으니 생포하는
게 좋겠군. 이번에 관가에 잡혀가면 처형당할께 뻔한데 내가 친
히 죽일 필요는 없잖아.'
순간 잡초속에서 한개의 발이 보이자 그는 한편으로는 놀라고 한
편으로는 기뻐서 생각했다.
'여기 또 한놈이 있구나!'
그는 정전이 벌써 죽었는지도 모르고 급히 검을 들어 시체의 발
을 향해 찔렀다. 적운은 비록 기절했지만 머리속에선 계속 외치
고 있었다.
'난 죽을수 없어. 난 죽어선 안돼. 정형과 능소저를 함께 묻어주
겠다고 맹세를 했단 말이야!'
생각이 너무 강해서 그는 금방 깨어날수 있었다. 그는 잠시 생각
했다.
'몇년전의 어느날 밤에 그에게 맞은 적이 있었지, 그때도 머리를
힘껏 채였어.'
천천히 눈을 뜨니 눈앞에서 만규가 정전의 시체를 칼로 찌르고
있었다. 처음에는 정신을 완전히 차리지 못해서 무슨일이 일어나
고 있는 것인지 몰랐다. 만규가 정전의 시체를 잡초에서 끌어내
자 그는 큰소리로 외쳤다.
"정형!"
갑자기 온몸에 힘이 솟았다. 급히 앞으로 달려나가 만규의 등에
매달렸다. 그리고 오른쪽 팔로 그의 목을 졸랐다. 만규는 놀라며
검을 뒤로해 찌르려고 했다. 하지만 손을 더 이상 구부리지 못하
고 단지 쌓여있는 나무만을 찔렀다. 적운은 팔로 더욱 그의 목을
졸랐다. 적운은 그가 정전의 시체를 찌르는 것을 보자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 이 놈이 자기에게 누명을 씌우고 척방을 빼앗아 간
것은 모르는체 할수 있었지만 정전을 검으로 찌르는 것은 도저히
용서할수 없었다.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고 단지 적을
죽일 생각뿐이었다. 만규는 발버둥을 치더니 점점 무력해졌다.
적운도 여러곳에 상처를 입어 붉은 피가 계속흘러서 갈수록 힘이
빠졌다. 미음속으로 그는 계속해서 외쳤다.
'조금만 더 참으면 이 놈을 죽일수 있어!'
나중에는 눈앞에 별이 왔다 갔다 하고 머리가 어지러워지면서 아
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만규는 그에게 목을 잡혀서 역시 호흡을
할수 없었다. 거기다가 적운이 기절하면서 그 손을 풀지않자 역
시 호흡곤란으로 기절을 하고 말았다. 잡초위에 두명의 사내가
나란히 쓰러져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죽은 것 같았으나 가슴은
계속 음직였고, 계속해서 숨을 쉬고 있었다. 적운이 먼저 깨어난
다면 바닥에 있는 검을 들어 한칼에 만규를 죽일것이다. 만규가
깨어나면 적운을 생포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역시 단칼에 그를 죽
여버릴것이다. 세상에는 어떤 일이라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좋은 사람의 운이 언제나 좋고, 나쁜 사람의 운이 언제나 나쁘라
는 법도 없다. 꺼구로 말해서 나쁜 사람의 운도 좋아지고, 좋은
사람의 운도 나빠지는 경우가 있는 법이다. 사람은 언젠가는 죽
게 되어 있었다. 좀 더 나중에 죽는다고 운이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살아 있는 척방과 그의 딸은 약간 다르다. 적운이 먼저
죽느냐 아니면 만규가 먼저 죽느냐, 여기에는 메우 큰 차이가 있
다. 만약 지금 척방에게 한사람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누구를 선
택할 것인가? 두 사람이 기절해 있는동안 한 사람의 발자국 소리
가 들려오며 다가 오고 있었다.

정전의 귓가에는 물방울 소리가 들려왔고, 얼굴에 차가운 물방울
이 한방울 떨어졌다. 몸은 매우 차가왔으며 힘은 조금도 없었다.
그는 감각을 느끼자 왼쪽 팔에 힘을 주고는 소리쳤다.
"죽여버리겠어! 죽여버리겠어!"
하지만 그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으며 자신의 몸이 계속 음직이
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의 몸은 계속해서 요동을 하고 있었다.
당황하여 눈을 뜨자 눈앞은 캄캄했으며 한방울 한방울의 물방울
이 그의 얼굴, 손, 몸에 떨어지고 있었다. 비가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몸은 계속 음직이고 있었으며 가슴이 답답하고 토할것
같았다. 갑자기 옆으로 한척의 배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적운
은 의아하게 여겨서 일어나려 했으나 온몸이 쑤셨으며 한개의 손
가락도 음직일수 없었다. 그는 단지 누워서 하늘에 떠있는 구름
만을 보는수 밖에 없었다. 여긴 창고가 아니었다. 그는 갑자기
생각이 났다.
'정형은 ?'
정전을 생각하자 힘이 났으며 두 손을 짚고 몸을 흔들거리며 일
어날 수 있었다. 그는 한척의 작은 배에 있었다. 작은 배는 강물
을 타고 떠내려 가고 있었다. 하늘엔 온통 검은 구름이 드리워
있었으며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는 배위 좌우를 ㅎ어 보았지만
양쪽은 모두 어두컴컴했으며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조
금해서 외쳤다.
"정형! 정형!"
정전이 죽은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의 시체를 잃어버릴수는 없었
다. 갑자기 왼발에 뭉클한 감촉이 왔다. 적운은 그것을 보고 기
뻐하며 외쳤다.
"정형! 여기에 있었군!"
팔을 벌리고 그를 껴안았다. 정전의 시체는 그의 옆에 있었던 것
이다. 그때에 날은 점처 밝아 오고 있었다. 어느정도 주위를 알
아볼수 있을 정도가 되었는데 갑자기 그의 다리에 붕대가 감겨
있는 것을 보았다. 거기다가 약냄새도 맡을수 있었다. 붕대는 단
단히 매여있지 않은 것이 붕대를 멘 사람은 매우 급하게 맬려고
했던 것 같았다. 붕대의 일부분은 꽃무늬가 비쳤는데 자세히 보
니 붕대는 바로 여자의 옷이었다. 그는 순간적으로 사매가 그 붕
대의 주인이 아닐가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곧바로 중얼거렸다.
"그녀는 남편에게 날 죽이라고 해놓고는 왜 상처를 치료해 주었
을까? 그녀가 말하지 않았다면 만규는 절대 내가 창고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텐데."
적운은 한척의 배에서 표류를 하고 있었으나 일단 강릉성을 벗어
난것 같았다. 그는 자신의 생사에 관심이 없었으나 정전의 시체
가 무사하자 무척 기뻤다. 그는 힘을 다해 사건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만규가 정전의 시체를 찌르고 자신이 만규의 목을 조르
던 일이 생각났으나 그 이후는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이 나지를
않았다. 고개를 돌리자 머리가 딱딱한 물건에 부딪쳤다. 그건 천
으로 싼 작은 포대였는데 열어보니 대여섯덩이의 은과 네가지의
여인의 패물이 있었다. 거기다가 어린아이가 목에 거는 목걸이도
하나 있었다. 목걸이의 줄은 급히 끊은 것 같았고 목거리 끝에는
작은 천조각이 묶여 있었다. 아마도 어린 아이의 목에 걸려 있는
것을 급히 끊은 모양이었다. 금목걸이에는 '덕용쌍무(德容雙茂)'
라는 네자가 새겨져 있었다. 적운은 많은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글은 어느정도 알고 있어 그것을 읽을수는 있었지만 뜻을 알수는
없었다. 그는 생각했다.
'이건 그 아이의 이름인가 ?'
그는 패물을 만지작 거리면서 포대를 보고 더욱 어리둥절해 졌
다.
'은과 패물은 분명 날 구해준 사람이 주었을 거야. 부두에 도착
하면 밥을 사먹어야겠군. 도대체 누가 주었을까? 사매는 치장을
하지 않으니 패물은 그녀의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강물은 출렁거리면서 작은 배를 끌고 왔다. 적운은 하루종일 생
각에 잠겨 있었다.
'누가 나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을까? 누가 나에게 은과 패물을
주었을까? '
5. 늙은 쥐로 국을 끓이다.

강릉 이남 지역은 평탄했으며 장강은 꼬불꼬불 했다. 작은 배는
강물을 따라 천천히 동쪽으로 나아갔다. 장강 양쪽의 작은 마을
들을 하나 하나 지나가고 있었다. 상류에서 내려오는 배는 여러
종류가 있었으며 한척 한척 그의 옆을 지나갔다. 저녁이 되자 적
운은 약간 기운을 차렸으며 배가 고픈것을 느꼈다. 그는 몸을 일
으켜 앉아 작은 배를 북쪽의 부두로 저어갔다. 음식점에 가서 음
식을 사먹으려 했다. 그러나 그 근처는 너무나 황량해서 한채의
집도 찾을수가 없었다. 작은 배는 다시 강을 따라 내려갔다. 저
쪽 버드나무 밑에 세척의 고기잡이 배에서 나는 불빛이 보였다.
그의 작은 배가 고기잡이 배 근처에 도달하자 물고기를 끓이는
소리가 들렸으며 냄새는 매우 구수했다. 그는 배를 저어가서 한
명의 노인에게 말했다.
"할아버지, 저에게 고기를 한마리만 파시겠어요 ?"
고기잡이 노인은 그의 모습을 보고는 무서워하며 거절하지도 못
하고 대답했다.
"예! 예!"
한마리의 삶은 청어를 접시에 담아서 주었다. 적운이 말했다.
"밥도 좀 있으면 주시겠읍니까 ?"
고기잡이 노인은 대답도 못하고 밥을 가득 퍼서는 적운에게 주었
다. 밥에는 약간의 옥수수와 고구마가 섞여 있었다. 적운은 순식
간에 한그릇의 밥을 다 먹어 치웠다. 좀 더달라고 부탁하려는데
갑자기 부두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이봐, 큰 고기가 있으면 몇마리 가져와!"
적운은 고개를 돌려서 바라보니 키가 크고 몸집이 삐ㅈ 마른 중
이었는데 눈은 크고 번쩍번쩍 빛이 났다. 적운의 가슴은 크게 두
근거렸다. 그 중은 바로 감옥에서 정전이 싸웠던 다 섯명의 중중
유일하게 살아 있는 보상이었던 것이다. 적운은 감히 그를 쳐다
볼수가 없었다. 정전이 저 중의 무공이대단하다고 말했고, 거기
다가 후에 길에서 만나면 조심하라고 적운에게 말했던것이 기억
난것이다. 정전의 시체가 보상에게 발견되면 정말 큰일이다. 그
는 두 손으로 밥그릇을 꼭 잡고 있었다. 자신은 죽음을 무서워하
는 것이 아니라고 마음속으로 계속 생각하고 있지만 가슴은 계속
해서 떨리고 있었다. 팔도 벌벌 떨렸다.
'이러면 안돼! 이러면 안돼!'
그는 진정하려고 생각했으나 그럴수록 더욱 심하게 떨려왔다. 노
인의 말이 들려왔다.
"오늘 잡은 고기는 모두 팔리고 없소."
보상은 화를 내며 말했다.
"고기가 없다고! 큰 고기가 없다면 작은 고기라도 가지고 와!"
노인이 말했다.
"정말 없어요. 내가 왜 고기를 안 팔겠소?"
말과 동시에 물고기 통을 뒤집었다. 통안은 비었으며 정말로 고
기는 없었다. 보상은 배가 무척 고팠나 보다. 적운을 보고 말을
건냈다.
"이봐, 자네에게 고기가 좀 있어 ?"
적운은 정신이 아찔했다. 그가 자기에게 말을 걸자 자신을 알아
본줄 알고 대답하지 않았다. 적운이 긴 막대기를 들고 버드나무
를 힘껏 밀자 작은 배는 강의 중앙으로 흘러갔다. 보상은 화를
내며 말했다.
"이 녀석아. 고기가 있냐고 물었는데 왜 도망가!"
적운은 그가 욕을 하자 더욱 무서워서 더욱 힘껏 노를저어 강중
심으로 향했다. 보상은 바닥에서 돌을 주워 들더니 적운을 향해
서 던졌다. 적운은 돌이 날아 오는 것을 보고 몸을 숙였다. 바람
소리다 들리더니 돌이 적운의 머리위를 스쳐 지나가서 강에 떨어
졌다. 보상은 그가 아주 빠른 동작으로 돌을 피하고 이상한 모습
을 하고 있자 보통 어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의심이 생겨
서 더욱 큰 소리로 외쳤다.
"망할놈. 빨리 돌아와! 돌아오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다."
적운은 들은척도 않고 죽을 힘을 다해 노를 저었다. 보상은 몸을
숙이고 오른손에 돌을 들더니 그를 향해 힘껏 던졌다. 뒤이어 왼
손으로도 하나를 던졌다. 적운은 손으로 노를 저으면서 두 눈으
로는 돌이 날아오는 방향을 보았다. 첫번쩨 돌은 그럭저럭 피할
수 있었으나 두번째 돌은 너무 낮게 날아와서 바닥에 엎드려서야
피할수 있었다. 그가 막 일어서는데 세번째 돌이 날아왔다. 세번
째 돌은 뱃머리에 명중했으며 나무조각이 분분히 날았다. 배 앞
머리에는 구멍이 뚫렸다. 보상은 적운의 몸짓이 빠르고 배가 강
물을 따라서 점점 아래로 흘러가자 다시 두개의 돌을집이 들어
작은 배를 겨냥해서 던졌다. 그가 힘껏 돌을 던지면 작은배는 틀
림없이 구멍이 나서 가라 앉았을것이다. 그러나 배는 이미 너무
멀리 흘러가서 비록 배에 돌이 떨어졌지만 별 효력이 없었다. 배
가 약간 파손되었을 뿐이다. 보상은 점점 그가 멀리 도망가자 큰
소리로 마구 욕을 했다. 멀리서 강풍에 의해 적운의 긴머리가 휘
날리자 갑자기 생각이 났다.
'저놈은 꼭 탈옥한 범인 같아. 정전이 지부에서 탈출을 했다는
소식이 파다한데, 잘하면 저 놈에게서 정전의 소식을 알아내겠구
나.'
버드나무 아래의 어부들은 그가 돌을 던져 사람을 ㅁ히려 하자
겁이 나서 슬슬 하류로 내려가고 있었다. 보상은 그들을 큰 소리
로 불렀지만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보상은 씩씩 거리면서 한
명의 어부를 향해 돌을 던졌다. 어부는 머리가 박살나면서 그 자
리에서 죽었다. 다른 어부들은 이 광경을 보자 겁이 나서 더욱
빠른 속도로 도망가버렸다. 보상은 강가를 따라서 적운을 따라가
기 시작했다. 보상이 장강의 북쪽을 향해 ㅉ아가자 적운은 갑자
기 배를 남쪽으로 돌렸다. 보상과 배의 거리는 점차 벌어졌다.
적운은 생각했다.
'그가 부두에서 배를 한척 빌려서 날 ㅉ아 왔으면 난 틀림없이
그의 손에 죽었을거야.'
그는 한숨을 쉬고 말했다.
"정형. 정형, 제발 저 악독한 중놈이 나를 못 찾게 해줘요."
장강에는 배가 많이 있었는데 다행히 북쪽에는 마침 배가 한척도
없었다. 적운은 힘을 다해 남쪽으로 저어갔다. 이쪽의 강은 별로
넓지도 않았고 뚝에 나무가 많았다. 보상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보따리를 가슴에 안고 정전의 시체를 안고는 부두에 올랐다. 잠
시 가다가 갑자기 한 생각이 나서는 다시 부두로 돌아와서 힘껏
배를 강으로 밀어 버렸다. 보상이 아직도 자기가 배를 타고 도망
중이라는 생각에 빠지게 하기 위해서였다.그는 무조건 남쪽으로
달렸다. 강변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좋았다. 몇리를 달리고서야
한숨을 내쉬었다. 눈앞에 강물이 보였다. 알고보니 장강은 이곳
까지 흘러와서 남쪽으로 구부러져 있었다. 그가 급히 몸을 돌려
보니 오른쪽에 작은 절간이 보였다. 정전의 시체를 안고 뛰어서
절까지 갔다. 문을 밀고 들어서자 갑자기 무릎에 힘이 없어져서
바닥에 주저 앉고 다시는 일어서지를 못했다. 그는 상처를 입고
피를 매우 많이 흘려서 허약했으며 단숨에 몇리를 띠어와서 탈진
을 했던 것이다. 날이 점차 어두워지자 마음을 안정시키고 생각
했다.
'깊은 밤이 되면 그 악독한 보상도 나를 찾지 못 할거야.'
정전은 비록 죽었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제일 큰 동반자였
다. 절에서 반시진동안 누워있자 힘이 어느정도 회복됐다. 그는
비로서 일어날수 있었으며 정전의 시체를 엎고 절안으로 깊이 들
어갔다. 그곳은 보아하니 토지묘인것 같았다. 찰흙으로 만든 토
지신은 작긴 했지만 위엄이 있어보였다. 적운은 침통해 하고 있
는데 작은 신상을 보자 갑자기 경건한 마음이 일었다. 그는 공손
히 무릎을 끓고 앉아서 신상을 향해 몇번 절을 했다. 그러자 마
음이 조금 안정되었다. 그는 신상 앞에 앉아 멍하니 바닥에 누워
있는 정전을 바라보았다. 그는 날이 어두워지자 정전의 옆에 누
웠다. 몇년동안 감옥에서 같이 잔 모습 그대로였다. 얼마후 소나
기가 한번 내리더니 다시 적게 계속해서 왔다. 적운은 추워지는
것을 느끼자 몸을 움추리고는 정전의 옆으로 다가갔다. 정전의
차가운 피부와 부딪히자 그는 정전이 죽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그는 다시 슬픔이 밀려왔다. 그때였다.멀리서 한명의
발자국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토지묘를 향하고 있었
는데 매우 빨랐다. 적운은 놀랐다. 그 사람은 점점 다가 오고 있
었다. 적운은 급히 정전의 시체를 신단 아래로 숨겼다. 그리고
적운은 신단의 뒤로 숨었다.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적운의
심장은 더욱 뛰었다. 마침내 문앞에 도착한 발자국 소리의 주인
은 문을 열었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욕을 마구 퍼부어대기 시작
했다.
"개같은 새끼! 어디로 도망 갔는지 모르겠군! 하필이면 비까지
와서 옷이 다 젖었잖아!"
적운은 모골이 송연해졌다. 바로 보상의 목소리였던 것이다. 적
운은 비록 세상일을 잘 알지는 못했지만 정전에게서 강호의 일을
들어왔기 때문에 옛날의 멍청한 적운은 아니었다. 그는 생각했
다.
'보상이 비록 스님처럼 분장해 있지만 고기를 먹고 사람을 마구
죽이는 것을 보면 아주 악독한 강도일 것이다.'
보상의 욕은 가면 갈수록 심해졌다. 그는 잠시후에 욕을 멈추고
는 젖은 옷을 벗어서 짜더니 신단 옆에 누워 잠을 자기 시작했
다. 적운은 생각했다.
"저놈은 명색이 중이라면서 옷을 홀랑 벗고 신단 앞에서 자니 또
한가지 잘못을 저질렀군."
또 생각했다.
'이 기회에 저놈을 돌로 쳐 죽여버리면 후환이 없을 거야.'
하지만 그는 사람을 함부로 죽이고 싶지 않았다. 또한 보상의 무
공이 자기보다 몇배나 강해서 만약 한꺼번에 죽이지 못하면 자신
은 영락없이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때 후문으로 몰래 도망
치면 보상은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정전의 시체가 신단
의 아래에 있으므로 버리고 도망갈 수도 없었다. 시체를 음직이
면 틀림없이 악독한 중에게 틀킬것이다. 귓가에는 밖의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그는 단지 빨리 날이 밝아
보상이 떠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만약 내일도 비가 멈추
지 않는다면 보상은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만약 내
일 아침에 비가 멈추지 않는다면 그는 틀림없이 신단을 뒤질 것
이고 정전의 시체를 찾을 것이다.
'잘하면 내일 아침 비가 멈출 지도 몰라. 악독한 중놈은 날 잡으
려고 급히 밖으로 나갈거야.'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났다.
'그가 들어오면서 나를 늙은 놈이라고 욕을 했는데 난 아직 젊은
데 어째서 늙은 놈이라고 욕을 했을까 ?'
잠시 생각하다가 그는 생각이 났다.
'아하! 내 머리가 온통 풀어지고 길뿐더러 수염도 너무 길어서
내가 늙은 사람인줄 알았다 보지. 날 늙은 놈이라고 욕을 하다니
그도 상당히 멍청한 편이군!'
여기까지 생각하고 그는 손으로 턱을 ㅎ으면서 수염을 만지작거
렸다. 갑자기 보상이 몸을 돌려 누웠다. 그리고는 갑자기 신단을
발로 찼는데 마침 그의 발길질은 정전의 시체를 때렸다. 보상은
신단아래에서 물컹한 감촉이 나자 깜작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신단아래에 누가 숨어 있는 줄 알았으나 너무 어둡고 컴컴
해서 몇명이 매복해 있는지 알수가 없자 덜컥 겁이 났다. 그는
재빨리 몸옆의 도를 집어 들고는 전후좌우로 마구 후려쳤다. 적
이 가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그는 소리쳤다.
"누구냐? 이 망할 개작식같은놈!"
계속해서 욕을 했으나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숨을 죽이고 계
속 들아봐도 아무 소리가 나지 않았다. 보상은 어둠 속에서 계속
해서 칼질을 했다. 사면팔방으로 도광이 번뜩였다. 그는 그리고
는 발로 신단을 차서는 넘어뜨렸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다가 마
구 칼을 휘둘렀다. 곧이어서 '팍!'하는 소리와 함께 뼈가 부러지
는 소리다 들렸다. 마침내 보상의 도가 정전의 시체를 명중한 것
이다. 적운은 정전의 시체가 보상의 도에 의해서 찔리는 소리를
들었다. 정전은 벌서 죽어서 감각이 없겠지만 의형의 시체가 난
도질 당하자 마치 자기를 찌르는 듯한 분녹와 아픔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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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운은 지금 곧 뛰어나가서 보상과 일전을 겨루고 싶었다. 하지
만 오년동안의 감옥생활은 시골뜨기 소년을 침착하고 판단력을
길러준것이다. 적운은 생각했다.
'내가 지금 곧 뛰쳐나가 싸우면 목숨을 버리는 결과가 된다. 정
형과 능소저는 함께 묻히는 소망을 이룰수 없게 된다. 그렇게 할
수는 없다.'
보상은 칼로 정전의 시체를 찌르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자 어둠
속을 자세히 살펴 보았다. 그가 가지고 있던 화지는 물에 젖어서
불을 켤수도 없었다.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등을
벽에다 기댔다. 적이 뒤에서 공격해 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
는 정신을 집중하고 사방을 살펴봤다. 두 사람 사이에는 약간의
거리가 있었으며 비가 떨어지는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적운은 자기의 숨소리가 조금이라도 커진다면 곧 목숨을
잃게 되리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그는 아주 약하게 천천히 숨을
쉬었다. 그는 느릿느릿 숨을 마셨고 느릿느릿 숨을 뱉았다. 그러
면서 그는 생각했다.
"한시진만 더 있으면 날이 샐것이다. 이 악독한 중놈이 정형의
시체를 보면 정말 큰 일이다. 어떡하면 좋지?"
그는 원래 두뇌가 좋지 않은데다가 정전의 시체를 보상의 손에서
부터 보호하려니까 더욱 골치가 아팠다. 그는 정신을 집중하고
생각했지만 도저히 좋은 생각이 떠 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그는
마음이 초초해져서 자신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적운아! 적운아! 내가 멍청하니까 좋은 생각이 안 떠오르지. 정
형이 죽지 않았다면 좋은 방법이 있었을텐데.'
너무 초초한 나머지 손을 머리에 얹고 힘껏 잡아 당겼다. 그러자
대 여섯가락의 머리카락이 손에 잡혀서 떨어졌다. 갑자기 그의
머리속에 좋은 생각이 떠 올랐다.
'저 악독한 중놈이 날 보고 늙은 놈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 머
리와 수염때문이다. 그렇다면 수염과 머리를 깨긋이 잘라버리면
저자는 날 알아보지 못할것이다. 그런데 가위가 없는데 어떻게
자르지? 흥! 죽음도 두렵지 않은데 좀 아프면 어때, 그냥 손으로
한올 한올 뽑아야지.'
그는 수염을 만지면서 한 가닥 한 가닥 뽑아 내었다. 그는 무슨
소리가 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면서 매우 조심스럽게 수염을 뽑
았다. 잠시후 수염을 다 뽑자 머리를 뽑기 시작했다. 수염을 뽑
는 것은 별로 고통스럽지 않았지만 머리를 뽑는 것은 매우 아팠
다. 그는 생각했다.
'이 방법은 너무 멍청한 것 같아. 정형의 혼이 웃겠군! 하지
만... 하지만... 더 좋은 방법이 없잖아?'
귓가에 보상이 다시 잠자는 소리가 들렸다. 악독한 중놈에게 들
킬까봐 약간의 수염과 머리칼을 뽑고는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반 시진이 지난뒤 그는 우물가에까지 빠져 나왔다. 잠시 뒤에야
그는 토지묘에서 빠져 나올수 있었다. 비가 그의 얼굴에 한방울
한방울 떨어졌다. 묘 밖에서는 보상에게 들킬까봐 두렵지 않았으
며 마음대로 머리를 뽑았다. 그는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서 뽑은
머리와 수염을 땅에다 ㅁ었다. 마침내 그는 머리카락과 수염을
한올도 안남기고 뽑아 버렸다. 자신의 턱과 번쩍이는 머리를 만
져보니 늙은 놈이 아니고 대머리가 되어 버렸다. 그는 화가 났지
만 결국 쓴웃음을 지으며 생각했다.
'수염과 머리카락을 뽑았으니 턱과 머리에 핏자국이 남아 있을거
야. 흔적을 없애야 겠다.'
고개를 들고 빗물에 얼굴을 깨긋이 ㅆ어다.그리고 또 생각했다.
"수염과 머리는 다 뽑았지만 몸에 걸치고 있는 옷을 악독한 중놈
이 알아차리면 정말 큰 일이다. 바꿔 입을 옷이 없는데 어떻게
저 중놈을 속일수 있을까? 나도 저 중놈처럼 옷을 다 벗어 버릴
까 ?"
적운은 바지를 모두 벗어 던졌지만 오잠의는 벗을수가 없었다.
어서 결국 내의는 입고 바지는 벗었다. 그는 옷을 찢어서 허리에
묶었다. 또 보상이 오잠의를 알아 볼까봐 땅바닥에서 몇번 뒹굴
어 온몸에 진흙칠을 했다. 정전이 다시 살아난다 해도 잠시 동안
은 그를 몰라보았을 것이다.적운은 한그루의큰 나무 근처에 가
서는 손으로 땅에 구멍을 파고 보따리를 그곳에 넣으면서 생각했
다.
"저 악독한 놈을 피해서 정형의 시체를 안전한 곳으로 가져간뒤
에 나의 상처를 붕대로 싸주고 돈을 준 은인에게 꼭 보답을 해야
겠다. 하지만 그 사람은 누굴까 ?"
날은 천천히 밝아왔다. 적운은 천천히 남쪽으로 걸어간뒤 서쪽으
로 방향을 바꾸었다. 몇리정도 걸으니까 날은 완전히 밝아 왔으
나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보상이 아직 묘를 떠나지 않았을
것 같아서 무기를 찾으려 했지만 아무것도 찾을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예리한 돌을 허리춤에 집어 넣었으나 마음속으로는 악독
한 중놈이 절을 떠나주었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물이 고인 곳
에서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보자 너무 이상해서 웃음을 금할수가
없었다. 그는 계속해서 동쪽의 토지묘를 향해서 걸었다. 그는 걸
으면서 생각했다.
'내가 미친척하고 이 고장의 떠돌이 거지인척 흉내내야 겠다. '
토지묘에 가까워지자 적운은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옆집의 아가씨 내 노래를 들어보소. 부잣집 총각에 시집가면 안
돼, 왕공자는 마음이 나빠. 대머리인 나에게 시집을 와야 행복을
누릴수 있다."
그는 호남의 시골에 있을때 이 노래를 즐겨 부르곤 했다. 척방과
함께 손을 잡고 개울이나 논두렁을 지날때 이 노래를 수천번도
더 불렀다. 그런데 노래를 부르자니 마음이 쓰라려 왔다. 지금
자신의 노래를 듣는 것은 자신의 사랑하는 사매가 아닌 악독한
중놈이라고 생각때문이었다. 토지묘에 가까워지자 그는 더욱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대머리 총각, 무슨 속셈이 있는거야 ? 나처럼 예쁜 처녀에게 장
가오고 싶어 ? 하지만 머리에 머리카락이 없어서 안돼! 하지
만...."
여기까지 불렀을때 보상이 토지묘에서 걸어 나왔다. 그는 상의를
허리에 걸치고 누군가하고 머리를 밖으로 내밀고 두리번 거렸다.
적운이 노래를 부르면서 걸어오고 있었다. 머리는 완전히 벗겨졌
으며 노래는 엉터리로 부르고 있었다. 그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야! 대머리 이리 와봐!"
적운은 노래를 부르듯이 말했다.
"무슨일로 그러시나요 ? 저에게 금을 주실것입니까 ? 아니면 은
을 주실것입니까 ? 스님께서 돼지고기를 주신다네."
그는 노래를 부르면서 접근을 했다. 자연스럽게 행동하려 했으나
그의 가슴은 마구 뛰었으며 얼굴색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보상은 그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말했다.
"대머리, 가서 먹을 것을 찾아오면 큰 상을 내리겠다. 돼지고기
좀 있어?"
적운은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이곳에는 돼지고기가 없어요..."
보상은 소리쳤다.
"노래를 부르지 말고, 말로 해!"
적운은 혓바닥을 쑥 내밀어 보이고 억지로 바보같은 웃음을 웃으
면서 말했다.
"대머리 아삼은 시골 노래에 습관이 되어 말을 잘 못해요. 스님,
이곳에서 십리 안에는 사람이 살지 않아요. 돼지 고기는 물론이
고 쌀밥도 찾기 힘들어요. 서쪽으로 십오리만 가면 조그만 마을
이 있는데 술, 고기, 닭 모든 것이 다 있어요. 먹고 싶으면 갔다
오세요."
그는 보상을 이길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보상이 제발 자신
의 말을 믿어 서쪽으로 가면 시체를 안고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비는 비는 그치지 않았고 계속해서 두 사람의 몸에 내렸다. 보상
이 말했다.
"가서 먹을 것좀 찾아와! 술과 고기가 있으면 더욱 좋고, 그 것
도 없으면 닭이나 한마리 잡아와."
적운은 정전의 시체를 걱정하면서 건성으로 대답을 했다. 묘안을
들여다 보자 정전의 시체는 벌써 신단의 아래에서 끌어내어져 있
었고 옷의 여러곳이 찢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보상이 벌써 샅샅
히 뒤진 모양이었다. 적운은 무척 화가 났으며 더 이상 참지 못
하고 말했다.
"저... 저 사람은 당신이... 당신이 죽였군요 ?"
그의 얼굴이 변하자 보상은 시체를 무서워 하는 줄 알고 비웃으
며 말했다.
"내가 죽인것이 아니여. 이리와서 한번 알아봐 ?"
적운은 악독한 중놈이 자신의 신분을 알아챈줄 알고 놀랐다. 끝
까지 정전의 시체를 보호하다가 안되면 도망치려 했다. 그는마
음을 안정시키고 말했다.
"이 사람은 이상하게 생겼는데요. 우리 마을 사람이 아니예요."
보상은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너희 마을 사람이 아니지."
보상은 갑자기 화가 난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봐, 가서 먹을 것좀 가져와. 말을 듣지 않으면 너의 개같은
목숨을 없애 버리겠다."
적운은 정전의 시체가 아무 이상이 없는 것을 알자 안심하며 말
했다.
"예, 예!"
몸을 돌려 묘를 나오며 생각했다.
"잠시 피해 있는 것이 좋겠다.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저 악독한
중놈은 배가 고파서 음식을 찾으러 나올거다. 정형의 시체는 가
지고 가지 않겠지. 정형의 몸을 찾아봤으니 포기했을지도 몰라."
두 발자국 걸어 나오자 보상이 소리쳤다.
"이봐, 거기 서! 어딜 가는 거야 ?"
적운이 말했다.
"먹을 것을 사올려고 그래요."
보상이 말했다.
"좋아, 좋아! 언제 돌아 올거여 ?"
적운이 말했다.
"금방요, 빨리 돌아올께요."
보상이 말했다.
"가봐!"
적운은 고개를 돌려 정전의 시체를 한번 바라보고는 토지묘 밖으
로 걸어 나갔다. 그때였다. '철썩!' 하는 소리와 함께 적운의 양
쪽 뺨을 보상이 후려쳤다.
다행히 보상은 적운이 무공을 못하는 줄 알고 세게 때리지 않았
다. 그러나 그의 무공이 높아 솜씨가 매우 빨랐기 때문에 한번에
적운의 뺨을 ㅁ출수 있었지만 만약, 그의 무공이 조금 약했더라
면 둔한 적운으로서는 재빨리 뒤에서 한 공격을 피하고 무공을
할수 있다는 것을 들켰을것이다. 적운은 놀라며 말했다.
"왜!!! 왜!!!"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나의 정체가 발각됐다면 어쩔수 없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수 밖
에 없다.'
보상이 말했다.
"너는 돈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 ?"
적운이 말했다.
"저... 저..."
보상은 화를 내며 말했다.
"네 꼴을 보니까 돈이 한푼도 없는 것 같은데 너같이 못생긴 얼
굴을 해가지고 어디서 돈을 빌릴거야? 흥! 먹을 것을 사온다고
하고 도망을 치려고 그러는 것이지."
적운으 그의 말을 듣고 약간 안심이 되었다.
'저 놈은 내가 도망가려고 하는 줄 아는구나.'
보상이 또 말했다.
"야, 이 대머리 녀석아! 네 입으로 방금 십리안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고 했는데 어떻게 금방 먹을 것을 사올수 있지 ? 틀림없이
날 속이려고 하는 거지. 흥! 빨리 말해봐! 무슨 속셈이 있는 거
야?"
적운은 겁을 먹은 듯이 말했다.
"스님이... 무섭게 생겨서 집으로 도망치려 했어요."
"하! 하! 하!"
보상은 웃으며 말했다.
"무섭긴 뭐가 무서워? 내가 널 잡아먹을까봐 겁이 나냐 ?"
보상은 먹는 다는 말을 하자 배가 더 고파오기 시작했다. 날이
밝자 그는 묘를 다 쥐져 보았지만 먹을거라곤 아무 것도 없었다.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내가 널 잡아 먹을까봐 겁나! 내가 널 잡아 먹을까봐 겁나냐?"
말이 끝나자 그는 눈을 번쩍이면서 적운을 바라보았다. 적운은
그의 눈빛을 의식하지 식은땀이 흘렀다. 악독한 중놈이 지금 무
슨 생각을 하는지 알수 있을 것 같기때문이다. 보상은 속으로 생
각했다.
'사람고기의 맛은 괜찮고 사람의 살과 간도 맛이 있지 않은가?
눈앞에는 한마리의 돼지가 있는데 왜 잡아 먹지 않는거야 ?'
적운은 속으로 생각했다.
"저놈이 날 죽여봤자 소용없을 거야. 저 악독한 중놈이 날 잡아
먹으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게는 안될걸! 목숨을 걸
고 싸우겠다. "
목숨을 걸고 싸워ㅂ지 질 것은 뻔했지만 그의 뱃속으로 그냥 걸
어 들어가는 것 보다 나을것 같았다. 보상은 두눈을 번쩍번쩍 빛
내면서 슬슬 웃으며 다가왔다. 적운은 그가 한걸음 한걸음 다가
오자 얼굴에 두려운 빛을 띠며 뒤로 물러섰다. 보상이 웃으며 말
했다.
"마른 것을 보니 틀림없이 맛이 있을거야. 시체는 너보다 맛이
있겠지만 죽은 고기가 독이 있어서 안 돼. 살찐 돼지가 없으니
마른 돼지라도 먹는 수밖에."
손을 내밀어 적운의 오른쪽 오깨를 틀어잡았다. 적운은 있는 힘
을 다하여 발버둥을 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마음속의 공포
는 말로 형용할수가 없었다. 몇년간의 비참한 고문과 구타는 그
로 하여금 겁을 없게 만들었지만 이 악독한 중놈에게 잡아 먹힌
다고 생각하니 정말 참을수가 없었다. 보상은 적운이 도망가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그에게 먼저 물을 끓이게 한뒤 잡아먹어야
겠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적운이 자기를 죽여 한대접의 고기
로 만든 다음 두 손으로 공손히 바칠리가 없다고 생각되었다. 보
상은 말했다.
"널 죽이고 잡아 먹는 방법은 두 종류가 있어. 첫번째는 네 다리
의 살을 칼로 잘라서 구이를 해먹는건데 고통이 굉장히 심하지.
두번째 방법은 한칼에 죽여버리고 장조림을 해먹는 거다. 어떤
방법이 좋은지 말해봐!"
적운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날 죽이겠다고 ? 이 악독한 ... 중놈아..."
심하게 욕을 하고 싶었지만 악독한 중놈이 화가나면 자기를 더욱
비참하고 고통스럽게 죽일까봐 욕이 목까지 치밀었으나 다시 꿀
걱 삼켰다. 보상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내 말을 잘 들으면 아주 멋지게 죽여주지.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고통이 더 심하다는 것을 알아야 돼. 이봐, 대머리. 부엌
에 가서 솥을 가져 온뒤 뜨겁게 물을 끓여라."
적운은 그가 물에 자신을 삶아 먹는 것을 알면서도 능청스럽게
물어봤다.
"왜요 ?"
보상이 웃으며 말했다.
"그건 알 필요 없어. 빨리 갔다와!"
적운이 말했다.
"물을 끓이려면 그냥 부엌에서 끓이지. 솥을 가져 오려면 힘들잖
아요 ?"
보상이 말했다.
"주방에는 먼지와 거미줄 투성이라서 그곳에 들어 가면 제채기가
나서 안돼. 내가 보고 있을 테니까 도망 치면 안돼."
적운이 말했다.
"도망가지 않으면 되잖아요."
보상이 화를 내며 말했다.
"내가 하라는대로 해. 내 말을 거역하면 안돼!"
그는 주먹으로 일격을 가해 적운의 오른쪽 얼굴에 멍이 들게 했
다. 그리고 발로 차서 넘어뜨렸다. 적운은 바닥에 엎어지면서 생
각했다.
'물을 끓이라고 했는제 정말 좋은 기회이다. 물이 아주 뜨겁게
끓으면 저 악독한 중놈에게 부어버려야지. 몸에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으니 틀림없이 죽어 버릴 것이다.'
마음속에 이런 생각이 들자 적운은 더 이상 겁이 나지 않았다.
그는 부엌에 가서 솥을 가져왔다. 솥은 너무 낡아서 반쯤 부셔져
있었으며 물은 반 밖에 담지 못할것 같았다. 적운은 그것을 보고
는 물이 너무 적어 악독한 중놈을 죽이기 힘들것이라고 생각했
다. 그러나 곧 다시 생각하여 완전히 죽지 않는다고 해도 반쯤은
죽어버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솥을 우물까지 끌고 가서는
빗물을 받아 먼저 솥을 깨긋이 ㅆ었다. 그리고는 다시 빗물을 솥
이 넘칠때까지 받았다. 보상은 칭찬을 했다.
"좋아, 아주 좋아! 대머리 녀석을 잡아 먹기는 좀 미안한데! 어
쨋든 네놈은 마음에 드니 한칼에 죽여 장조림을 해먹으마."
적운은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스님, 칭찬해 주셔셔 감사합니다."
칠 팔개의 벽돌을 주어 솥아래에 받혔다. 낡은 묘에는 다 부서진
탁자와 의자가 많았다. 적운은 만약에 보상과 생사셜투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는 부서진 막대기를 솥옆에 놓아 두었
다. 불을 사르기란 그리 쉬운일이 아니었다. 적운은 두 손을 벌
리고 어쩔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보상이 말했다.
"왜? 불이 없어 ? 저놈의 몸에 있었던 것 같은데?"
정전의 시체를 만져보기 시작했다. 적운은 정전의 다리가 보상에
게 난자당한 모습을 보자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고개
를 돌려 보상을 노려보고는 앞으로 달려들어 힘껏 깨물고 싶었
다. 보상은 고양이가 쥐를 잡는 것 처럼 장난을 좀 치고 잡아 먹
고 싶었다. 적운이 화를 낸 것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곤
웃으며 말했다.
"너도 좀 찾아봐! 불을 피지 못하면 널 날것으로 먹을수도 있단
말이야."
적운은 몸을 구부리고 정전의 옷을 만져 봤다. 잠시후 그는 두개
의 딱딱한 물건을 찾았다. 한개는 화도(火刀)였고, 한개는 화석
(火石)이었다. 적운은 정전과는 한시도 떨어진 틈이 없었는데 정
전이 어디서 화도와 화석을 얻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생각해 보다가 적운은 화도에 쓰여져 있는 글자를 보게 되었다.
"형주노합흥기(荊州老合興記)"
적운은 그것이 쇠사슬을 끊기 위해서 대장간에 갔을때 정전이 갈
무리 한것이라고 생각했다. 적운은 화도와 화석을 들고 생각했
다.
'정형은 나중을 위해서 대장간에서 화도와 화석을 가지고 나왔구
나. 그러나 정형은 이것을 한번도 쓰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가버
렸군.'
적운은 정전을 생각하자 눈물이 흘러내렸다. 보상은 적운이 화도
와 화석을 찾아내자 곧 죽게 된 것을 슬퍼하여 우는 줄 알고 빙
긋이 웃으며 말했다.
"나는 매우 존귀하신 분이다. 너 같은 촌놈이 나의 창자를 관으
로 삼고 나의 배를 무덤으로 삼는 것은 크나큰 영광이다. 개수작
부리지 말고 빨리 불이나 피워!"
적운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묘에서 낡은 종이를 찾아 화도와 화
석으로 불을 피웠다. 불이 피자 종이에 ㅆ져 있던 글들이 점점
타들어갔다.
"하하(下下).
구관불성(求官不成)
혼인난해(婚姻難諧)
출행불이(出行不利)
질병난유(疾病難愈) "
순식간에 불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적운은 생각했다.
'내 인생의 불행은 안봐도 알만하다.'
나무 조각을 불에 올려 놓자 솥 아래에 있는 나무들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솥안의 물에 천천히 조그만 거품이 떠 오르기 시작했
다. 그는 솥안에 있는 물이 곧 뜨거워 지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
다, 그는 떨면서 한번은 물을 쳐다보고 보상의 불록 튀어 나온
뱃가죽을 바라보았다. 이 순간이 생사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라
는 것을 알자 자신도 모르게 두 주먹이 떨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솥에서 한얀 김이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물이 펄펄 끓기 시작
했다. 적운은 몸을 일으키고는 두손으로 솥을 들어 보상의 머리
에 부으려 했다. 적운으 몸을 음직이자 보상은 눈치를 채고는 두
손을 벌려 그의 손목을 꼭 잡았다. 그는 화를 내며 말했다.
"뭐 하는거야 ?"
적운은 거짓말을 하지 못했다. 뜨거운 물을 보상의 몸에 껴 얹으
려고 했지만 손목은 마치 철갑에 잡힌 것처럼 조금도 음직일수가
없었다. 보상이 이 뜨거운 물을 적운의 머리에 부으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할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 대머리 아삼을 죽이
고 자신도 화상을 입으면 골치가 아프고 하니 참았다. 그는 두팔
에 힘을 주고 천천히 솥을 원위치에 갔다 놓았다. 그는 소리쳤
다.
"손을 놔!"
작운은 손을 놓지 않고 오히려 두손을 더욱 힘을 주었다. 보상은
적운이 순순히 손을 놓지 않자 발을 들어서 적운을 차버렸다. 적
운은 손을 놓치고 신단 밑으로 굴러 들어갔다. 보상은 생각했다.
'저 대머리 녀석의 손힘이 괜찮은데.'
그러나 더 이상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말했다.
"이 대머리 녀석아. 이제 너를 죽여버리겠다. 내가 손을 쓰기전
에 어서 옷을 벗고 배를 내밀어라."
적운은 허리에 감추어 두었던 예리한 돌로 목숨을 걸고 싸우리라
고 생각했다. 이때 적운의 두눈에는 배를 위로 하고 죽어 있는
두마리의 쥐가 보였다. 그는 갑자기 생각난바가 있어서 외쳤다.
"두 마리의 쥐를 잡았는데 이걸로 먼저 배고픔을 참으시죠? 쥐고
기는 아주 신선해서 개고기보다 맛이 있어요."
보상이 말했다.
"뭐? 쥐라고? 죽은 거냐 산거냐 ?"
적운은 그가 죽은쥐는 먹지 않을까봐 재빨리 말했다.
"산 쥐예요, 아직도 음직이고 있어요. 잠시 기절을 했을뿐이예
요."
두마리의 쥐를 잡고는 신단 밖으로 내밀고는 그에게 보여주었다.
보상은 쥐고기를 먹어 본적이 있어서, 쥐고기가 돼지고기맛과 비
슷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두 마리의 쥐가 마른 것을 보자 틀
림없이 묘안에 먹을것이 없어서 말랐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잠시 망설이고 있었다. 적운이 말했다.
"스님, 제가 쥐의 가죽을 벗기고 탕을 끓이면 아주 맛이 있을 것
이예요."
보상은 게으름뱅이였다. 자기가 직접 사람을 죽이고 가죽을 벗기
고 삶아 먹으려니 귀찮은 생각이 들었다.적운이 쥐고기탕을 만
들어 준다니까 기다렸다 먹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
상이 말했다.
"두 마리로는 부족하니까 몇마리를 더 잡아와!"
적운은 속으로 생각했다.
'나의 내공이 소멸됐는데 어떻게 쥐를 잡지 ?'
겨우 살아 남을수 있는 기회를 찾았는데 절대 놓칠수가 없었다.
적운은 급히 말했다.
"스님, 제가 먼저 쥐탕을 끓인뒤에 다시 잡을께요."
보상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그것도 괜찮지. 만약 내가 배부르게 먹게 된다면 네 목숨을 살
려주겠다."
적운은 신단에서 기어 나와서 말했다.
"쥐의 머리를 자르게 칼 좀 빌려주세요."
보상은 대머리 총각놈이 감히 아무 짓도 하지 못하리라고 생각하
고 칼을 건네 주었다.
"써도 좋아!"
그리고 한마다 덧 붙였다.
"자신있으면 내 머리를 한번 내리쳐봐!"
적운은 칼을 잡자마자 보상을 내리칠려 했으나 그말을 듣자 감히
그렇게 할수가 없었다. 적운은 쥐의 머리를 자르고 배를 갈라 내
장을 빗물에 ㅆ은후 가죽을 벗기고 솥에 넣었다. 보상은 계속해
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아주 좋아! 대머리 녀석이 쥐탕은 그럴듯 하게 끓이는군.
빨리 몇마리 더 잡아와!"
적운이 말했다.
"좋아요, 잡아 올께요."
몸을 돌려 다른 곳으로 걸아갔다. 보상이 말했다.
"만약에 도망치면 네 놈을 잡아서 칼로 조금씩 잘라 먹을 것이
다."
적운이 말했다.
"쥐를 잡지 못하면 닭을 잡아 올께요. 강에는 고기가 얼마든지
있어요. 스님을 배불리 먹여 줄테니 나를 잡아 먹지는 말아요.
대머리의 몸엔 치질과 매독과 AIDS가 있어서 날 잡아먹으면 틀림
없이 탈이 일어날거예요."
보상이 말했다.
"흥! 잔 말말고 빨리 잡아와! 이봐! 묘 밖으로 걸어 나가면 절대
안돼!"
적운으 큰 소리로 대답을 하고는 바닥을 기면서 쥐를 잡는시늉
을 하면서 천천히 기어서 뒷문 쪽으로 다가가니 밖에 작은 연못
이 보였다. 적운은 재빨리 일어나서 연못을 향해 간후에 천천히
몸을 담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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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으로 들어간 적운은 코만을 밖으로 내놓고 코를 잡초로 가리
웠다. 그는 어려서부터 물놀이를 좋아해서 수영을 무척 잘했다.
그렇게 잠시 있자 보상을 말소리가 들렸다.
"쥐탕이 정말 맛이 있는데. 쥐가 너무 적어. 이봐, 대머리. 쥐를
잡았어 ?"
몇번 부르더니 큰 소리로 욕을 하기 시작했다. 적운은 오른쪽 귀
를 물밖으로 내밀고 그의 동정을 살폈다. 그는 아주 쌍스러운 욕
을 하면서 걸어 나왔다. 잠시후 연못의 옆으로 걸어 왔다. 적운
은 코를 잡고는 몸전체를 물속으로 담그었다. 다행히 연못에는
잡초가 많아서 그가 물속으로 잠수해 있는 것을 연못 위에서는
알수가 없었다. 물속에서는 숨을 쉴수가 없었기때문에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천천히 머리를 물밖으로 내밀고는 숨을 쉬었
다. 막 반숨을 마쉬는데 갑자기 한개의 큰손이 와서 그의 목을
잡았다. 보상이 큰 소리로 욕을 했다.
"네놈의 대머리를 반조각으로 쪼개주마. 감히 도망을 치려고
해!"
적운은 손으로 그의 어깨를 잡고 힘껏 연못안으로 당겼다. 보상
은 그가 감히 반항할줄은 생각지도 못한 탓에 미끌어지면서 연못
속으로 빠졌다. 적운은 기뻐하며 그의 등을 잡고 물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연못속의 깊이는 낮았고 보상은 덩치가 컸기 때문에
연못의 물은 그를 전부 침수시키지 못했다. 보상은 발이 바닥에
닿자 적운의 손목을 잡고는 머리를 물속에 집어 넣었다. 적운은
처음부터 목숨을 걸고 싸웠기 때문에 몸은 비록 물속에 있었지만
보상의 몸을 꼭 잡고 놔주지를 않았다. 보상은 어쩔수 없게 되자
욕을 하기 시작했으며 실수로 몇모금의 물을 마셨다. 그는 더욱
화가 나서 주먹을 들고는 적운의 등을 내리쳤다. 적운은 악독한
중놈이 주먹으로 일격을 가하자 물의 마찰때문에 덜 아플줄 알았
는데 굉장히 아팠다. 몇번 더 맞으면 기절할 것 같았다. 적운은
그를 때릴 힘이 없어서 머리로 보상을 가슴을 힘껏 들이 받았다.
서로 상대방을 치고받고 있는데 갑자기 보상이 비명을 질렀다.
적운을 잡고 있던 손은 천천히 풀어졌으며 적운을 때리기 위해
들었던 손도 힘없이 떨어졌다. 동시에 몸이 연못 속으로 가라앉
기 시작했다. 적운은 놀라 발버둥쳐서 보상의 손을 빠져 나와 연
못 밖으로 나왔다. 보상이 조금도 음직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
마도 죽은 모양이었다. 그는 여전히 두려웠기 때문에 그를 건드
려 보지도 못했다. 보상은 연못바닥에 누워 있었으며 조금도 음
직이지를 않았다. 적운은 바닥에 놓인 돌을 하나 주워 그에게 던
졌다. 그래도 그의 몸이 음직이지를 않자 적운은 그가 죽었다는
것을 확인할수 있었다. 그러나 속으로는 여전히 저 악독한 중놈
이 왜 죽었는지 알수가 없었다.
'혹시 나의 신조공이 위력을 발생한 것이 아닐까 ? 가슴에 머리
를 몇번 박았는데 왜 죽었지 ?'
그는 자신의 내공을 운용해 보았다. 감옥에 있을때보다도 오히려
조금 못한 것 같았다. 신조공을 완성하려면 아직도 멀었다고 생
각했다. 그는 눈앞의 이해할수 없는 사태에 대해서 여전히 믿을
수가 없었다. 빗방울은 연못에 떨어져 동그라미를 만들고 있었
다. 보상은 여전히 연못 바닥에 누워 있었으며 조금도 음직이지
않았다. 적운은 멍청히 서 있다가 다시 사당안으로 들어갔다. 솥
아래의 나무의 불은 벌써 꺼져 있었고 솥 옆에는 두마리의 쥐가
배를 하늘로 하고 죽어 있었다. 적운은 생각했다.
'보상이 두 마리의 쥐를 더 잡았군. 미안하게도 먹지도 못하고
지옥으로 가버렸군.'
솥안에는 보상이 먹다 남긴 쥐탕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마침 배
가 고팠던 적운은 솥을 들고 입을 크게 벌리고 쥐탕을 마시려 했
다. 갑자기 아주 특이한 향내가 코를 찔렀다. 그는 멍하니 솥을
들고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솥을내려놓으면서 외쳤다.
"운이 좋군."
그리고는 솥을 발로 차서 엎어 버렸다. 몸을 돌리고 정전의 시체
를 보고는 울면서 말했다.
"정형, 죽어서도 정형은 나의 목숨을 구해주셨군요."
그는 그 특이한 냄새가 바로 금파순화라는 독의 향기인 것을 알
아냈던 것이다. 정전은 금파순화에 중독되어 죽었기 때문에 그의
몸에는 독이 들어 있었다. 보상이 정전을 칼로 난자 하자 피가
흘렀고 쥐가 그것을 먹고 죽었던 것이다. 중독된 쥐로 다시 탕을
끓이고 그것을 보상이 먹자 보상 역시 금파순화에 중독되어서 죽
은 것이다. 솥옆의 두마리의 쥐도 틀림없이 솥에서 넘친 국물을
먹고는 죽었으리라. 적운은 생각했다.
'만약 금파순화에 이상한 향기 없었거나 내가 조금만 늦었어도
이 쥐탕을 뱃속으로 삼켰을거야.'
만약에 쥐탕을 먹었을 경우를 생각하자 온몸에 경련이 일어났다.
'내가 처음으로 금파순화의 향기를 맡은 것은 능소저의 영당에서
였지. 정지부가 딸의 관에 발랐는데 정형은 전에 냄새를 맡고도
중독된 경험까지 있으면서 두번째는 왜 몰랐지? 그때 정형은 능
소저의 관을 보자 정신이 아찔해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했을거
야.'
적운은 수차에 걸쳐 낙심하고 자포자기 하여서 죽고 싶었는데 이
제 여러차례의 죽음의 위기를 벗어나자 살고 싶은 욕망이 생겼
다.
밖의 하늘은 여전히 먹구름이 끼여 있었고 비도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는 한줄기 빛을 본것 같았다. 적운은 정전
의 시체를 한 구석에 잘 놔두고는 연못으로 나왔다. 그는 보상의
시체를 연못에서 끌어내어 땅에다 묻었다. 집안으로 돌아오니 보
상의 옷이 신단위에 있었다. 그위에는 한개의 기름종이와 은자가
조금 놓여 있었다. 그는 호기심에 기름종이에 싸인 것을 가져와
서 펼쳐보았다. 안에는 작은책이 하나 있었다. 표지에는 구불구
불한 글자가 써 있는데 글도 그림도 아닌 것이 도저히 알아 볼수
가 없었다. 책을 넘기니 첫장에 마른 사나이가 옷을 입지 않은
이상한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한손은 하늘을 향하고 한손은 땅
을 향하고 있었으며 표정은 매우 무서웠다. 옆에는 여러가지 색
깔의 글씨가 써져 있었다. 적운은 다른 그림속에서 남자를 보았
다. 코는 높았으며 눈은 크고 곱슬머리에 넓은 턱을 가지고 있었
다. 중원사람이 아닌것 같았다. 그러나 그런 이상한 그림을 보자
적운의 가슴이 빨리 뛰는 느낌이 들었다. 적운은 더 이상 보지
않고 다음 장을 넘겼다. 그곳에도 그 남자가 그려져 있는데 자세
가 틀려졌을뿐이다. 다음장에도 다음장에도 계속해서 다른 자세
가 나왔다. 그 자세들은 하나같이 이상해서 상상을 초월했다. 중
간정도쯤 가자 한남자가 도(刀)를 들고 있었다. 적운은 생각했
다.
'맞아, 이 남자의 몸에 옷을 그리지 않은것은 경맥을 나타내기
위해서 였군.'
정전은 감옥에서 그에게 신조경을 알려 주면서 인체의 모든 경맥
의 위치를 아주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최고의 내공을 배우려면
그런 기본적인 것은 알아두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벌써부터
알고 있었기때문에 그림속의 경맥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내공을
운기했다. 체내에서 아주 약한 기가 경맥을 타고 음직였다. 그는
생각했다.
"경맥이 음직이는 위치가 정형이 전수한 것과 완전히 상반되는
데. 잘못 된게 아닐까 ?"
다시 생각했다.
'한번 더 시험해 봐도 상관 없겠지.'
내공을 다시 한번 시험해 보자 온몸이 상쾌지면서 안락해졌다.
신조공을 연마할때는 매우 힘이 들었는데 그림대로 연마를 하니
아주 자연스럽게 기가 운행이 되는 것이었다. 그는한편으로는
놀라고 한편으로는 기뻤다.
'내 체내에 이런 경맥도 있었군! 정형은 모르고 있었을까 ?'
또 생각했다.
' 이책은 악독한 중놈의 것이고 책속의 글자와 도형도 이상한 것
으로 보아 좋은 것은 아닐거야.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겠어.'
이때 그의 체내의 내식이 잘 진행되고 있어서 정지하고 싶지 않
았다. 그는 생각했다.
'좋아 이번 한번만 하고 다음부터는 건들지 말아야겠다.'
점점 기분이 좋아지고 온몸의 혈액이 천천히 흘렀다. 잠시후 몸
은 술을 마신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그는 손과 발을 춤추듯 계
속해서 음직였다. 입으로는 낮은 소리를 흥얼거리며 머리가 어지
럽더니 바닥에 쓰러져 정신을 잃고 말았다.

한참 후에 비로서 적운은 감각을 되 찾았다. 그는 천천히 눈을
떴다. 비는 벌써 그쳐 있었으며 태양비이 묘안을 밝게 비추어 죽
오 있었다. 적은 벌떡 일어났다. 정신이 맑았으며 생기가 충만해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책속에 있는 무공이 정말로 좋은 것일까? 아냐, 아냐! 난 정
형이 가르쳐준 무공만 열심히 연마 해야 돼! 이런 마귀 무공을
배우고 나면 나중에 틀림없이 후환이 있을거야."
책을 적운은찢어 버리고 싶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책속에 어
떤 비밀이 있는 것 같아서 찢어 버리기가 아까웠다. 적운은 책을
다시 기름종이에 싸서 허리춤에 넣었다. 그는 의복을 단정히 하
려고 했지만 이미 너무 낡아서 몸을 가릴수 없었다. 보상의 바지
와 승복이 신단위에 있는 것을 보자 재미 있을 것 같아서 그것을
입었다. 보상의 승의를 입는 것은 왠지 꺼림직 했지만 십칠팔개
의 구멍이 ㄸ린 옷보다는 나을것 같았다. 자기 바지는 뜯어져서
엉덩이가 다 보일정도였다. 그는 책과 은자를 다시 잘 갈무리 하
고는 정전의 시체를 업고 사당에서 나왔다. 얼마를 걸어가자 반
대편에서 한 농부가 걸어 오고 있었다. 농부는 적운이 시체를 업
고 오자 크게 놀라며 실족하여 논에 나 뒹굴었다. 그리고는 옷에
묻은 흙도 신경쓰지 않고 재빨리 온 방향으로 도망갔다. 적운은
이렇게 가면 틀림없이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일시적으로 좋은 생각이 떠 오르지를 않았다. 다행이 이곳은 황
량해서 한동안 다른 사람을 만나지를 않았다. 그는 정전의 시체
를 업고 가면서 생각했다.
'정형, 정형. 형과 헤어지기 싫어요. 정말로 떨어지기 싫어요.'
갑자기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멀리서 칠 팔명의 농부가 걸어 오
고 있었다. 적운은 재빨리 옆의 숲으로 몸을 숨겼다. 농부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적운은 생각했다.
'정형의 시체를 화장시키지 않으면 능소저와 함께 묻어주기가 힘
들것 같군.'
근처에서 마른 나뭇가지와 잡초를 모았으며 입술을 깨물고는 정
전의 시체근처에 불을 붙였다. 불은 정전의 머리칼과 옷을 먹어
버렸다. 적운은 이 불이 자기를 태우고 있는 것 같은 고통이 느
껴졌다. 그는 땅에 엎드려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적운은 조심스레 정전의 뼈를 골라서 소중히 기름종이에 싸고 다
시 한번 천으로 쌌다. 이 기름종이와 천은 보상이 책을 쌌던 것
이다. 그는 그것을 단단히 묶은 다음 자기의 허리에 묶었다. 손
으로 땅에 구멍을 파고는 나머지 재를 그속에 묻고 몇번이고 절
을 올렸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이제 어디로가지 ?'
세상에 아는 사람이라고는 정전과 사부님뿐이었다. 정전은 이미
죽었으니 사부가 생각이 났다.
'원릉에 가서 사부님을 찾자!'
사부님은 만진산을 살해하고 도망쳤으니 원릉에 돌아 올리가 없
었다. 틀림없이 이름을 숨기고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것이다. 그
러나 지금은 원릉에 가서 한번 알아보는 것 이외에는 다른 곳이
도저히 생각이 나지를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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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길에 도착하여 농부에게 지리를 물어보고 그곳이 정가집임을
알았다. 호북의 북쪽에 있는 마을이었다. 호남을 가려면 장강을
건너가야 했다. 적운은 시장에 도착하자 은자를 꺼내 음식을 사
먹었다. 부두에 와서 배를 타고 강을 건너면서 강에서 보상에게
쫓기던 일을떠 올렸다. 정말 무서웠었는데 오늘은 유유히 다시
강을 건너게 된 것이다. 하루 사이에 상황이 완전히 바뀐 것이
다. 강을 건너 남쪽 부두에 도착하자 적운은 배를 내려 마을로
들어었다. 한쪽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으며 뭐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사람들아 싸우고 있는 것 같았다. 적운은 호기심에 가까
이 다가가서 구경을 했다. 칠 팔명의 사내들이 한 노인을 둘러싸
고 구타하고 있었다. 노인은 청색옷을 단정하게 입은 것으로 보
아 착실하 사람 같았다. 칠 팔명의 남자들은 맨발에 기장이 짧은
옷을 입고 있었다. 옆에 물고기 그물이 있는 것으로 보아 모두
어부인 모양이었다. 적운은 보통 일어나는 싸움이라고 생각을 하
고는 더 이상 구경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그곳을 떠나려 했다.
이때 노인이 발을 날려 한명의 어부를 걷어 찼다. 그 노인은 무
공을 할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적운은 그냥 갈수가 없어서 다시
구경을 했다. 노인은 혼자였고 적들은 많았는데 또 세명의 어부
를 발로차서 쓰러뜨렸다. 다른 어부들도 많았는데 감히 덤벼들지
를 못했다. 갑자기 한 어부가 소리쳤다.
"두목님이 오신다. 두목님이 오신다!"
강쪽에서 두명의 어부가 뛰어 오고 있었으며 뒤에 세사람의 어부
가 따라오고 있었다. 세 사람의 보법이 무게가 있는 것으로 보아
한눈에 무공을 할 줄 아는 사람임을 알아볼수 있었다. 세사람은
가까이 도착했다. 그 중 한 사람은 사십여세 정도에 얼굴에 염소
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그는 땅에 쓰러져 있는 어부를 한번 보고
말했다.
"너는 누구이며, 누구의 지시를 받고 우리 화용현에 와서 사람을
괴롭히는거냐 ?"
그는 분명 노인에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한번도 노인을 바
라보지 않았다. 적운은 강을 건넌뒤 어느세 호남의 화용현에 도
착했음을 알았다. 그 노인이 말했다.
"난 단지 돈을 가지고 고기를 사려는 것 뿐인데 사람을 괴롭히다
니, 무슨 말이냐 ?"
도목은 옆에 서 있는 어부에게 말했다.
"왜 싸웠어 ?"
그 어부가 말했다.
"저 노인이 꼭 이 금색 잉어를 사겠다고 했읍니다. 우리는 금색
잉어는 얻기가 힘들어 팔지 않고 두목의 약으로 쓸 것이라고 말
했어요. 그런데 저 금색잉어를 꼭 사야겠다고 우기며 우리가 팔
지 않겠다고 하자 잉어를 빼앗으려 했읍니다."
두목은 몸을 돌려 처음으로 노인을 바라보고는 말했다.
"그대의 친구가 남사장(藍砂掌)에 부상당했소 ?"
노인은 그말을 듣더니 얼굴색이 변하면서 말했다.
"난 홍사장, 남사장같은건 몰라. 우리집 주인께서 술을 마시는데
잉어를 안주로 삼으시려고 하신다며 돈을 주며 사오라고 하셨어.
찬하에는 고기를 팔지 말라는 법도 없고, 어떤 고기를 사지 말라
는 규칙도 없지 않나 ?"
두목이 웃으면서 말했다.
"누구 앞에서 거짓말을 하려고. 그러지 말고 성함을 말해 보구
려. 만약 좋은 친구라면 이 금색잉어를 그냥 줄수도 있고 전문적
으로 남사장을 치료하는 옥기환을 주겠소."
노인의 얼굴색이 더욱 굳어졌다. 얼마가 지나자 노인은 말했다.
"당신은 누군데 남사장을 알지? 어떻게 옥기환을 가지고 있지?
혹시... 혹시..."
두목이 말했다.
"난 남사장을 쓴 주인과 친분이 있는 사람이외다."
노인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몸을 날려 손으로 광주리에 있는 잉
어를 잡으려 했다. 동작이 정말 빨랐다. 어부 두목은 냉소하며
말했다.
"그렇게 쉬울줄 알아!"
그러면서 노인의 등에 일격을 가했다. 노인은 등에 일장을 맞으
면서 재빨리 광주리를 들고는 반대방향으로 재빨리 도망을 갔다.
어부두목은 그가 이렇게 빠르리라고는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ㅉ
아 갈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급히 표창을 하나 꺼내서 노인을
향해 던졌다. 표창은 파공성을 내며 정확하게 노인의 등을 향해
서 날아갔다. 노인은 잉어를 빼앗은뒤 기쁜 마음으로 모든 힘을
다해 도망치느라 등뒤에서 표창이 날아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
고 있었다. 적운은 노인이 표창이 날아가는 것을 모르고 그냥 도
망만 치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재빨리 땅에 있던 광주리를 하나
들어 표창을 향하여 던졌다. 그의 내공은 소멸되었기에 던진 광
주리에는 힘이 없었으나 때마침 좋은 위치에서 표창과 마주쳤기
에 괴음과 함께 표창은 정확하게 광주리에 맞았고 광주리는 땅에
떨어졌다. 노인은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자 고개를 돌려 바라
보았다. 어부 두목은 손으로 적운을 가리키며 욕을 했다.
"야, 대머리새끼야! 넌 어느 절에서 굴러먹던 중인냐 ? 왜 장강
의 철장방의 일에 관여하느냐 ?"
적운은 생각했다.
'왜 날 대머리라고 욕을 하지 ?'
어부 두목이 화가 무척 나서 장강 철장방이라고 하자 정전의 말
이 생각났다.
"강호에는 크고 작은 방이 많으니 조심해라. 괜히 끼어들면 나중
에 큰코 다쳐."
그는 이무 이유없이 일에 말려들고 싶지 않아 두 손을 모아 절을
한 다음 말했다.
"잘못했으니, 형씨, 한번만 용서해 주시요."
어부 두목은 화를 내며 말했다.
"어디서 굴러온 놈인데 나를 형이라고 부르는거야 ?"
그리고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이 두놈을 끌고 가!"
이때 멀리서 은은한 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는 잠시후 두
마리의 말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강을 따라 달려 왔다. 노인은 기
뻐하며 말했다.
"내 주인님이 오셨으니 가서 말해 보게."
어부 두목은 얼굴색이 변하면서 말했다.
"영검쌍협(鈴劍雙俠)이다!"
잠시후 그의 안색은 다시 오만하게 변했으며 이렇게 말했다.
"영검쌍협이 오면 어때? 장강까지 와서 기세를 부리지는 못할
걸!"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두마리의 말이 그들 앞에 도착했다. 적운
은 눈이 번쩍 띄었다. 한마리는 백마였고 한마리는 황마였는데
두 마리다 모두 아주 좋은 준마였고 안장이 매우 비싸보였다. 황
마위에는 이십오륙세 정도의 청년이 타고 있었는데 노란 옷을 걸
쳤으며 키는 크고 말라보였다. 백마에는 이십여세정도의 소녀가
앉아 있었다. 흰색 바람막이를 바람에 표현히 날리고 있는데 왼
쪽 어깨에 붉은 꽃무늬를 수놓고 있었다. 얼굴색이 약간 검었지
만 아주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두 사람 모두 허리에 검을 차고
있었으며 손에는 말채찍을 들고 있었다. 두 마리의 말의 크기는
거의 같았으며 황색은 전부 노랗고 백마는 전체가 하얗다. 한가
닥의 잡털도 없었다. 황마의 목에는 금으로 만든 방울이 걸려 있
었고 백마의 목에는 백은으로 만든 방울이 걸려 있었다. 말이 음
직일때마다 두개의 종은 은은한 소리를 내었다. 적운은 일생동안
이렇게 멋진 인물은 처음 봤으며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정말 멋있다!"
청년은 노인에게 말했다.
"수복, 잉어는 찾았소? 여기서 뭘 하고 있는거요 ?"
노인이 말했다.
"나리, 금색잉어는 찾았지만... 저들이 팔지도 않을뿐더러 저를
구타했어요."
청년은 또 바닥에 뒹굴고 있는 광주리와 그에 박혀있는 표창을
보고는 말했다.
"누가 저 표창을 던졌소 ?"
청년은 말 채찍을 휘둘러 표창의 손잡이를 휘감고 낚아챘다.
"이것봐! 이것은 할미표창이 아닌가 ?"
소냐가 말했다.
"누가 이 표창을 사용했느냐 ?"
음성은 매우 청초해서 방울의 소리보다 듣기가 좋았다. 어부 두
목은 냉소를 치며 오른손의 칼을 흔들며 말했다.
"영검쌍협이 최근 몇년동안 명성을 떨친 것을 장강 철장방이 모
르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내 머리위에 기어오르기엔 힘들것이
다."
그의 말투는 강경했다. 영검쌍협과 부ㄷ히는것을 두려워 하지 않
는것 같았다. 소녀가 말했다.
"이런 할미표창은 살이 썩어 들어가는 악독한 표창이기 때문에
우리 아버지께서는 그 어느 누구도 써서는 안된다고 했어요. 그
것도 몰라요? 사람에게 안쓰고 광주리에 대고 연습을 했으니 괜
찮아요."
수복이 말했다.
"아가씨 아닙니다. 표창으로 절 죽이려 했읍니다. 다행히 저 스
님이 광주리를 던져서 목숨을 구할수 있었지요. 그렇지 않았으면
저는 벌써 죽었을 것입니다."
그는 말을 하면서 손으로 적운을 가리켰다. 적운은 속으로 생각
했다.
'어떤 사람은 나를 스님이라 부르고 어떤 사람은 나를 대머리라
고 욕하는군. 언제 내가 중으로 변했지 ?'
소녀는 적운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던졌다. 고맙다는 표시
였다. 적운은 그녀가 웃는 것을 보자 훨씬 더 아름답다고 느꼈
다.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빨갛게 붉히면서 부끄럼을 느꼈다. 청
년은 노인의 말을 듣자 얼굴색이 갑자기 무섭게 변하면서 어부
두목에게 말했다.
"사실이오 ?"
상대방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말채찍을 날리더니 표창을 던졌다.
표창은 파공음과 함께 날아 가더니 수십장 밖에 있는 나무에 꽃
혔다. 팔힘이 정말 대단했다. 어부 두목은 입을 딱 벌리고 말을
더듬거렸다.
"뭘 믿고... 위세를 ... 부리는 거요 ?"
청년이 소리쳤다.
"이걸 믿고 까부는 것이오!"
말채찍을 들어 그를 쳤다. 그러자 두목의 칼을 휘감아 멀리 던벼
버렸다. 순간 청년의 말채찍은 다시 아래로 내리치면서 상대방을
하체를 공격했다. 어부 두목은 급히 몸을 날려 피했다. 말채찍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다시돌아와서 그의 오른쪽 다리를 감았
다. 청년이 발로 말의 배를 차자 황마는 급히 앞으로 달려 들었
다. 어부 두목의 무공은 본래 뛰어나서 청년이 말채찍으로 그의
발을 잡았지만 끌수는 없었다. 하지만 청년은 먼저 그를 허공을
뜨게한뒤 발을 땅에 닿지 못하게 하고 말을 달리게 하자 황마의
힘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어부 두목의 힘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어쩔수 없이 땅바닥에 나 뒹굴은채 말에 끌려 갈수밖에 없었다.
다른 어부들은 두목을 구하고자 했으나 황마는 이미 수십장이나
달려가고 있었다. 청년은 잠시 달리다가 다시 채찍을 휘둘러 그
를 강물에 던져 버렸다. 어부 두목은 무공이 상당했으나 결국 한
번도 써보지도 못하고 강물에 빠지고 말았다. 어부 두목은 물속
으로 가라 앉아 모습이 보이지를 않았다. 소녀는 손뼉을 치며 웃
었다. 그리고는 말채찍을 휘둘르며 고기가 쌓여 있는 곳으로 달
려가서는 동쪽으로 한번, 서쪽으로 한번 휘둘러 댔다. 고기가 담
겨 있던 광주리는 이쪽 저쪽으로 흩어졌다. 광주리안에 있던 물
고기와 새우들이 이러지리 바닥에서 펄덕였다. 어부 두목은 평생
동안 물에서 살았기 때문에 수영을 잘했다. 물 밖으로 머리를 내
밀고 이쪽으로오고 있었다. 그는 아주 쌍스러운 욕을 했지만 감
히 다시 부두위로 올라오지를 않았다. 노인은 금색잉어가 들어있
는 광주리를 열어보고는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도련님 보세요. 입이 붉은 금색 잉어예요. 정말 크지요 ?"
청년이 말했다.
"자넨 빨리 객점으로 돌아가 사람을 치료하게."
노인이 대답했다.
"예."
그는 적운의 앞으로 가더니 허리를 구부리고 말했다.
"스님, 생명을 구해주셔셔 감사합니다. 스님의 법명은 어떻게 되
시는지요 ?"
적운은 그가 말끝마다 스님이라고 부르자 기분이 이상해서 말을
꺼내지를 못했다.
"빨리 가게. 빨리 가게. 잠시도 지체할수 없어."
노인은 대답하고는 적운의 답을 듣지도 않고 빠른 걸음으로 가버
렸다. 적운은 이 청년 남녀의 무공이 고강하고 인품이 고귀한 것
을 보고 마음속으로 은근히 부러워 하고 있었다. 말을 걸고 싶었
지만 상대방이 말에서 내리지 않아 이름을 물어보기도 쑥스러웠
다. 한참 우물쭈물 하고 있는데 청년은 가슴속에서 황금을 꺼내
면서 말했다.
"스님, 저희 집 노인의 생명을 구해주셔셔 감사합니다. 이 금으
로 보살님의 향유를 서서 쓰시오."
그러면서 황금을 적운에게 던져 주었다. 적운은 왼손으로 받자
마자 다시 그에게 던져 주면서 말했다.
"필요 없읍니다. 두분의 성함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
청년은 그가 금덩이를 받고 다시 던지는 수법을 보고는 그가 무
공을 할줄 안다는 것을 알았다. 금덩이아 몸앞으로 날아 오기도
전에 말채찍을 날려 휘감았다.
"스님께서는 무림의 무사이신것 같은데 영검쌍협이란 이름을 들
어보셨는지 모르겠군요 ?"
적운은 그가 금덩이를 말채찍으로 잡고 이쪽 저쪽으로 흔들자 정
신이 없었다. 그는 이상한 느낌을 받으며 말했다.
"조금 전에 저 어부 두목이 두분께 영검쌍협이라는 말을 했는데
귀하의 존칭을 알고 싶군요."
청년은 기분이 상했다는 듯이 말했다.
"우리가 영검쌍협이라는 것을 알면서 어떻게 우리의 이름을 모르
시요 ?"
그러나 한번 코웃음을 칠뿐 적운의 물음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때, 한줄기 강바람이 불어 적운이 입고 있던 승복을 날렸다.
소녀가 놀라 부르짖었다.
"저... 저사람은... 서장 혈도문의 혈도악승이예요 !"
청년은 화를 내며 말했다.
"맞군. 흥! 어서 꺼져!"
적운은 매우 이상하게 생각하고 말했다.
"저... 저..."
소녀에게 한발자국 다가가 말했다.
"낭자, 뭐라고 했소 ?"
소녀는 한편으로 놀라고 한편으로 화를 내며 말했다.
"내 곁으로 오지마! 징그러워!"
적운은 더욱 당황하여 말했다.
"뭐요 ?"
그는 소녀에게 한걸음 더 접근했다. 그때 소녀가 말채찍을 허공
에 한번 후려치더니 적운을 내리쳤다. 적운은 그녀가 설마 때리
리라고는 생각을 못했으므로 피하지 못하고 얼굴에 말채찍을 맞
았다. 말채찍은 그의 왼쪽 뺨을 거쳐 코를 지나 오른쪽 뺨까지
때렸다. 적운은 아픔에 정신이 아찔했다. 적운은 화가 나서 말했
다.
"왜! 왜 날 때리는 거야 ?"
소녀가 다시 말채찍을 때리려 하자 그는 손을 내밀어 말채찍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소녀의 채찍 기술은 너무나 높아서 그가 막
오른손을 내밀었을때 말채찍은 어느세 그의 목을 감아버렸다. 갑
자기 등이 몹시 아파왔다. 청년이 말에서 발을 날려 적운을 찬
것이다. 그는 중심을 못잡고 앞으로 넘어졌다. 청년은 말을 몰고
그 위를 지나가려 했다. 적운은 너무나 놀라 급히 몸을 굴렸다.
'띵땅! 띵땅!'
은방울이 울리면서 소녀가 타고 있던 백마의 발이 그의 가슴을
짓밟았다. 적운은 더 이상 어떻게 할수가 없었다.만약 급소를
밟히면 죽으리라고 생각했다.
'우지직!'
적운은 어렴풋이 뭔가가 부러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그는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더 이상 아무 생각도 할수 없게 되었다.
적운이 다시 정신을 차리고 깨어나기까지는 시간이 얼마나 걸렸
는지도 모른다. 적운이 눈을 뜨자 이미 해는 져서 어둠이 주위에
깔려 있었다. 그는 손으로 바닥을 잡고 일어나려 했으나 갑자기
왼쪽다리가 엄청나게 아파와서 정신을 다시 잃을뻔 했다. 그와
동시에 그는 가슴이 막힌 듯하여서 토해냈는데 한모금의 붉은 피
였다. 그는 아픔이 가시자 천천히 고개를 돌려보니 오른쪽 다리
가 온통 붉은 피로 젖어 있으며 또한 약간 이상하게 굽어 있었
다. 그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내 다리가 왜 저렇게 변했지 ?"
잠시후에야 그는 모든 것을 알수 있었다.
'아까 그 소녀가 말을 몰아 나의 다를 부러뜨렸구나.'
그는 온몸에 힘이 없었으며 다리와 허리가 더욱 아파왔다. 그는
자포자기했다.
'살고 싶지 않다. 그냥 이렇게 누워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그는 신음소리도 내지 않았으며 빨리 죽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죽기란 그리 쉬운일이 아니었다. 다시 기절했다가 깨어나니 새벽
이 밝아 오고 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왜 빨리 죽지 않는거지 ? 왜 빨리 죽지 않는거야?'
다시 시간이 흘렀다.
'난 그 두사람과 원한이 없고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갑자기 나
에게 악독한 짓을 했을까?'
한참 생각했으나 도저히 생각을 해 낼수가 없었다. 그는 중얼 거
렸다.
"정형이 있었으면 쉽게 답을 찾아 주었을 것인데. 나는 너무 멍
청해."
정전이 생각나자 다시 연이어서 생각이 났다.
'정형을 능소저와 함께 묻어주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그일을 완성
도 하지 못하고 여기서 죽을수는 없잖아.'
손을 내밀어 허리께를 만져보니 정전의 뼈는 부수어지지가 않았
다. 그는 어느정도 마음이 가라앉았다. 그는 억지로 일어나서 앉
았는데 또다시 한모금의 피를 토해냈다. 그는 붉은 피를 토해내
를 건강이 악화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뱉은 것을 다시 삼킬
수는 없었다. 제일 아픈 곳은 역시 부러진 다리였다. 마치 수백
개의 칼로 다를 찌르는 것 같았다. 그는 몸부림치며 바닥을 굴렀
다. 그는 생각했다.
'나는 죽을수 없어! 어떻게 해서든 살아야 해! 살려면 음식을 먹
어야 한다.'
바닥의 고기나 새우가 음직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미 죽은 것
같았다. 그는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생선들을 손에 닿는대로 먹
었다. 그리고 다시 생각했다.
'먼저 부러진 다리를 싸맨다음 이곳을 빠져나가자!'
사방을 두리번 거리고 살펴보니 바닥에 각종 고기광주리가 이쪽
저쪽 흩어져 있었다. 그쪽으로 가서 한개의 그물을 가져다가 천
천히 풀어서는 자기의 부러진 다리를 묶었다. 조금 묶었다가 잠
시 쉬면서 한참을 걸려서야 다 묶을수 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부러진 다리가 다 낳으려면 적어도 두달은 걸리겠는데 어디 가
서 치료를 하지 ?'
그는 강쪽에 어선들이 줄지어 있는 것을 보고 생각했다.
'배를 타면 걸어갈 필요가 없을텐데.'
그는 철장방의 패거리가 다시 몰려온다면 큰일 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때문에 온힘을 다해 강변으로 기어갔다. 겨우 배에 도착해
서 배의 밧줄을 풀고는 천천히 강물을 따라 흘러 내려가기 시작
했다. 고개를 숙이고 보니 입고 있는 옷이 물에 비추어 졌는데
바로 보상의 승복이었다. 그는 놀라서 생각했다.
"아! 맞아. 이것은 그 악독한 중놈 보상의 승복이다. 저들은 나
를 보상과 한패거리로 본 것이구나."
손을 내밀어 자신의 대머리를 만져보았다. 그는 비로서 그 노인
이 왜 자기에게 말끝마다 스님이라는 말을 붙였는지 알수가 있었
다. 알고보니 자신은 보상의 승복을 입고 중으로 변장을 했는데
자신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생각했다.
'내가 입은 옷이 바람에 휘날리자 그 소녀가 날더러 서장의 혈도
문의 악승이라고 했지. 보상을 보면 그들이 당연히 나쁜 놈들이
라는 것을 알수 있지.'
그는 아무 이유없이 그들에게 다리가 부러져서 무척 화가 나 있
었는데 그 원인을 알자 영검쌍협에 대한 분노가 사라졌다. 그러
나 역시 그들과 친구가 될 자신은 없었다. 작은 어선이 십여리쯤
떠내려 가자 작은마을이 보였다. 멀리서 보니 사람이 꽤 많은 모
양이었다. 적운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 승의를 입고 있으면 커다란 재난만 불러 일으키니 다른 옷으
로 바꾸어 입어야 겠다.'
배가 부두에 도착하자 작은 나무로 지팡이를 삼아 절뚝 거리면서
천천히 부두를 걸어 나갔다. 사람들은 청년스님이 다리가 부러지
고 온몸에 붉은 피가 묻어 있는 것을 보고는 모두 놀라 얼굴빛이
변했다. 그러한 냉정한 눈빛은 적운은 오랫동안 겪어 왔기 때문
에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그는 천천히 거리를 걷다가 한개의 낡
은 옷가게를 발견하고 들어가서 한벌의 청색 옷을 샀다. 옷을 바
꾸어 입을만한 장소가 없어서 어쩔수 없이 청색 장포를 승의 위
에다 덮어 입었다. 또 모자를 한개사서 대머리를 가렸다. 그리고
는 음식점의 한쪽 구석에서 음식을 사 먹었다. 그는 음식점의 의
자에 앉자 마자 어지러움을 느끼며 두 모금의 피를 토해냈다. 주
인장이 음식을 가지고 왔는데 두부찌게와 고기 조림이었다. 적운
은 고기와 쌀밥의 냄새를 맡자 정신이 번쩍 들었으며 수저를 들
고 밥과 반찬을 입속으로 넣고 몇번 씹지 않고 넘겼다. 그때 멀
리서 은은한 방울소리가 들려 왔다. 그는 입속에 있던 밥을 목구
멍으로 삼키려다가 생각했다.
'영검쌍협이 또 왔군! 나가서 오해였다고 말할까? 아무 이유없이
그들에게 다리가 부러졌는데 진상을 말하지 않으면 너무 억울하
잖아?'
하지믄 그는 여지껏 고생을 너무 많이 했고 괴롭힘을 너무 많이
받아 왔다. 그는 다시 생각했다.
'여지껏 억울하게 살아왔는데 한번 더 억울하면 어때!'
방울 소리는 점점 가까워져 왔다. 적운은 얼굴을 벽쪽으로 돌려
그들이 알아 보지 못하도록 했다. 이때 갑자기 누가 그의 어깨를
툭치고 웃으면서 말했다.
"스님, 당신이 좋은 일을 너무 많이 하셨다고 우리 나리께서 초
대하셨어요."
적운은 놀라 몸을 돌렸다. 네명의 포졸이었다. 두사람은 쇠사슬
을 들고 있었고 뒤에 두사람은 단도를 들고 있었다.
"아이쿠!"
적운은 소리치며 일어나서 상에 있던 국그릇을 왼쪽에 서 있는
포졸의 얼굴에 던졌다. 동시에 손을 구부리면서 밥상을 들어 던
졌다.
'형주부의 포졸들이 이곳까지 나를 찾아 왔구나! 다시 능퇴사의
손에 잡히면 살아 남지 못한다!'
밥과 밥상의 세례를 받은 포졸들은 급히 뒤로 물러섰다. 적운은
그틈을 노려 앞으로 재빨리 뛰어 나갔다. 그가 한발자국 뛰어 나
갔을때 그는 하마터면 넘어질 뻔 했다. 그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발이 부러진 것을 잊어 먹었던 것이다. 세번째 포졸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칼을 들고 공격해 왔다. 적운은 비록 무공이 소멸되
었지만 포졸은 상대하기에는 여유가 있었다. 그는 한명의 포졸의
팔을 잡고는 그의 손에 들려 있던 칼을 빼앗았다. 네명의 포졸은
그가 손에 병기를 쥐는 것을 보고는 접근하지 못하고 소리를 쳤
다.
"채화음승이 사람을 죽인다!"
"혈도악승이 또 범죄를 저지른다!"
"관가의 아가씨를 죽인 음승이 여기있다!"
포졸들이 소리를 치자 거리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적운의 얼굴에 상처와 붉은 피가 뭍어 있는것 보고 그
들은 무서워서 감히 접근하지도 못하고 단지 멀리 서서 구경만
하고 있었다. 적운은 포졸들이 소리치는 소리를 듣고 생각했다.
'이들은 형주부의 포졸이 아닌가 보다!'
그는 크게 소리쳤다.
"무슨말을 하는거야 ? 누가 채화음승이야?"
방울소리가 몇번 울리더니 한마리의 황마와 한마리의 백마가 동
시에 이곳으로 달려왔다. 영검쌍협은 비록 말위에 앉아 있었으나
높은 곳에서 보았으므로 모든 것을 처음부터 보았다. 두 사람은
적운은 몇번 쳐다보고서는 어디서 많이 본것 같다고 느꼈다. 금
방 알수는 없었지만 바로 부두에서 본 혈도악승임을 알았다. 한
명의 포졸이 말했다.
"이봐! 스님. 재미보는 것도 좋지만, 왜 재미를 보고 남의 집 낭
자를 죽였어? 사나이답게 우리와 함께 지현나리에게 가보는 것이
어떤가?"
다른 포졸이 말했다.
"옷과 모자를 바꿔 입고 변장을 했다고 우리가 모를줄 알아? 오
늘은 도저히 도망을 못가! 순순히 항복하시지."
적운이 화를 내며 말했다.
"무슨 엉뚱한 말을 하는거야? 좋은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지마!"
다른 포졸이 말했다.
"절대 누명이 아니야! 그저께 밤에 네놈이 나으리댁에 침입해
서 두명의 딸을 죽였잖아.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는데 어찌 잊어
먹겠어!"
영검쌍협은 말위에서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오빠, 저중의 무공은 별것 아니잖아요? 저자가 노인의 생명만
구해주지 않았어도 죽여버리는 것인데요. 저놈이 저렇게 나쁠줄
은 몰랐어요."
"나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어. 저 악독한 중놈이 비록 장강양호
에서 나쁜일을 많이 하고 수십명을 죽였다고 해도 포졸들이면 충
분하잖아? 그런데 호걸들은 왜 야단법석이지? 저 중놈을 봐서 그
의 사부와 사형들도 별것 아닐것인데..."
"어쩌면 저놈의 사형중에 고수가 있는지도 몰라요. 괜瀏 歐 호
걸들이 우리의 아버지에게 부탁을 했겠죠. 그리고 육아저씨, 유
아저씨, 화아저씨에게도 부탁을 했잖아요?"
"흥! 양호호걸들은 정말 이상한 사람이야. 천하에 또 어떤 고인
이 있어 낙화유슈(落花流水) 네분 대협을 블러내서 상대하게 하
는거야 ?"
"히히! 우리 영검쌍협이면 충분하잖아요 ?"
"넌 저쪽에 가서 구경이나 하라고. 나 혼자서 저 대머리 녀석을
처치하겠어. 영검쌍협의 반이면 충분하고도 남아. "
"여기서 구경할께요."
"아냐. 여기 있지 않는 것이 좋아. 나중에 무림의 사람들이 이
사건을 거론할때왕소풍(王簫風) 혼자서 저 혈도악승을 죽였다고
해야지 수생(水笙) 수여협께서 이 사건에 끼여들었다고 하면 안
돼. 강호사람들의 입이 얼마나 험한지 알고 있잖아!"
"맞아요. 오빠 말이 맞아요. 그걸 생각하지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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