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오강호 5-1

3학년2반 | 2022.03.15 06:48:54 댓글: 0 조회: 97 추천: 0
분류무협소설 https://file.moyiza.kr/fiction/4356012
소오강호 제 5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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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오늘 우리와 여기서 만난 것은 큰 인연이네. 자네가 만약 나의 말을 듣는다면 여기에 있는 이 술을 다 마시게나.]
그의 이 말은 위협의 뜻이 다분히 담겨 있었다. 영호충은 가슴에서 뜨거운 피가 치밀어 올라오자, 낭랑한 소리로 말을 했다.

[저의 몸에는 본래 치료할 수 없는병이 있어서 생명이 경각에 달려 있지요. 무의식 중에 교주의 신공대법을 배우게 되었고, 아픗로 영원히 풀 수 없다 해도 그것은 단지 원상태로 회복되는 것 뿐입니다. 그게 무슨 대단한 것입니까. 나는 나의 생명에 대해서 벌써 그리 중시하지 않으며, 삶과 죽음은 하늘에서 정해져 있다고 합니다. 화산파는 이미 수백년 동안 전해져 내려왔고 그 나름대로의 생존의 방법이 있읍니다. 다른 사람이 끼여 들었다 해도 금방 전멸하거나 그러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늘 이만 말씀드리고 후에 기회가 있으면 만나 뵙시다.]

영호충은 몸을 일으켜 두 사람에게 공수를 한 다음 몸을 돌려 가 버렸다. 상문천은 다시 무슨 말을 더 계속해서 듣고 싶었으나, 영호충은 이미 멀리 가 버렸다. 영호충은 매장에서 나온 후 깊게 한숨을 쉬고 나자, 몸에는 찬 바람이 와 닿고 그렇게 가쁜할 수가 없었다. 고개를 들어 보니 하늘에는 초생달이 버드나무 끝에 와 걸려 있었다. 멀리 호수에서는 달과 뜬 구름이 비쳐 있었다. 호숫가에 가서 잠시 서 있자, 내심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임교주는 지금 눈 앞에 동방불패와 한판의 승부를 걸고교주자리를 탈환해야 되니 금방 화산파를 찾아가 훼방을 놓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사부와 사모님, 사제, 사매들이 그 상황을 모르고 그와 부딪친다면 틀림없이 어떤 고초를 당할 것이다. 반드시 하루라도 일찍 알려 그들에게 방비를 할 수 있도록 하자. 그런데 그들은 복주에서 돌아왔는지 모르겠다. 이곳에서 복주까지는 멀지 않으니 어쨌든 할 일이 없으니까 내가 복건(福建)에나 한번 가보자.
만약 그들이 벌써 돌아왔다면 가는 도중에 혹시 만날지도 모르지.)

그러나, 이때 사부가 무림에 편지를 띄워 자기를 사문에서 축출하였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속은 자기도 모르게 또 시큰해 왔다. 그래서 생각하였다.

(나는 임교주가 나를 자기의 종파에 가입시키려고 했던 일을 사부와 사모님에게 알려드리자. 그들은 틀림없이 이해하실 것이고 내가 무의식중에 마교의 사람들과 교분을 맺지 않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어쩌면 사부님은 다시 그 명령을 철회하고 나에게 단지 사과애에 가서 삼년 동안 면벽을 하라고 처벌을 내리실지 모르지. 그렇게 되면 정말 좋겠는데.)

다시 사문에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정신이 다시 일진하여 즉시 주점을 찾아가 묵었다.
잠에서 깨어난 것은 그 이튿날 점심때가 되어서였다. 사부와 사모님을 뵙기 전에 자기 본래의 면모를 나타내면 안 되리라 생각이 들었다. 하물며 영영은 조천추에게 명해서 온 강호에다가 자기의 생명을 빼앗아오라고 전하지 아니했는가. 아무래도 변장을 하여 그 일에 휘말리지 않는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무슨 모습으로 어떻게 변장을 해야 될까 마음속으로 골똘히 생각을 하며 방에서 걸어나왔다. 막 정원 가운데로 들어서는데 갑자기 싹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대야의 물이 자기의 몸을 향해서 날아왔다. 영호충은 즉시 피했다. 그 대야의 물은 허공에 뿌려졌다. 영호충이 그곳을 보니 한명의 군관이 손에 나무 대야를 들고 그를 향해서 화난 눈을 치켜뜨며 보고 있었다.
그는 굵은 소리로 말했다.

[길을 가면서 눈을 차고 다니지 않느냐? 너는 이 어르신이 물을 버리는 것조차도 보지 못햇느냐?]

천하에 이렇듯 무례하고 야만인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고 생각이 들자 영호충은 화가 충천하였다. 이 군관은 나이가 사십살 정도되었으며, 구레나룻과 얼굴에는 수염이 가득 났으며 퍽이나 위엄스럽게 보였다. 입고 있는 옷의 색깔을 보니 교위인 것 같았고 허리에는 요도(腰刀)를 차고 있었으며, 가슴은 펴지고, 아랫배는 밑으로 축 처졌으며, 평소에 거드름이 몸에 배인 것 같았다.
그 군관은 일갈을 했다.

[뭘 쳐다보느냐? 너는 이 어르신도 몰라 보느냐?]

영호충은 영감이 떠올랐다.

(이 군관처럼 변장을 한다면 재미있겠구나. 거드름 피우고 이 강호바닥을 지난다면 무림의 친구들은 그 누구도 나를 쳐다보지도 않겠지.)

그 군관은 또 일갈을 했다.

[뭘 웃느냐 제미랄 놈아! 무슨 못 볼거라도 봤다는 말이냐!]
영호충은 무엇인가 묘안이 떠오르자 자기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것이었다. 영호충은 계산대에 가서 하룻밤 묵은 방세를 내고 낮은 소리로 물어봤다.

[저 군관 나으리는 어디서 왔읍니까?]

그 주인은 눈쌀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가 어디서 왔는지 누가 안답니까? 자칭 북경성에서 왔다고 합디다. 단지 하룻밤 묵었는데 심부름하는 아이가 이미 그에게 세번이나 뺨따귀를 얻어 맞았지요. 좋은 술과 좋은고기를 적지 않게 주었는데 돈이나 줄지 모르겠군요.]

영호충은 고개를 끄덕이며 걸어서 부근의 찻집에 가서 앉았다.
차를 한 주전자 시키고는 천천히 마시면서 기다렸다. 반 시간쯤 기다리자 말굽소리를 요란하게 울리며 그 군관은 네 마리의 빨간 말을 타고 객주집에서 채찍을 휘두르며 큰 소리로 호통을 치고 떠들어댔다.

[비켜라! 비켜라! 이놈들아!]

몇명의 행인은 조금 늦게 피하여 그의 채찍에 맞아 아파서 고통의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영호충은 이미 찻집에 돈을 지불하고 있었기 때문에몸을 일으켜 빠른 걸음으로 말의 뒤를 따라갔다. 그 군관은 서문을 나가 서남쪽의 큰 길을 달려갔다.
수리를 달려가니 노상에는 행인이 점차 적었다. 영호충은 발걸음을 빨리 하고 말 앞에 서서 우측손을 휘둘렀다. 그 말은 깜짝 놀라 히잉 소리를 내면서 앞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 군관은 자칫 잘못했으면 말에서 떨어질 뻔했다.
영호충은 일갈했다.

[제기랄 놈아! 길을 달릴 때 눈을 차고 다니지 않느냐. 너의 말이 까딱 잘못했으면 나를 잡을 뻔하지 않았느냐.]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 군관은 이미 크게 노했다. 영호충의 욕지거리에 그 군관은 너무가 어이가 없고 기가 찼던 것이다. 말의 앞발이 땅에 닿자, 싹 하고 채찍을 휘두르니 영호충의 머리 위로 지나갔다. 영호충은 큰 길에서 이러기가 좀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어 외치듯이 말했다.

[아이고!]

흔들거리며 머리를 사매고 작은 길을 향해서 도망쳐 갔다. 그 군관이 어지 가만히 놔두겠는가. 말에서 내려 천천히 말 고삐를 나무에다 묶어 놓고 미친 듯이 뒤따라 왔다.
영호충이 외쳤다.

[아이고, 아이고 어머니!]

숲속으로 뛰어 들었다. 그 군관은 소리를 꽥꽥 지르면서 뒤쫓아 왔다. 그러나 갑자기 그 군관은 옆구리가 마비되어 털썩 소리를 내면서 땅바닥에 쓰러졌다.
영호충은 좌측 손을 그의 가슴에 짓누르고 웃으면서 말했다.

[제기랄 놈. 재주가 이렇게 없는 놈이 어떻게 군관행세를 하고 싸움을 하느냐?]

그의 품속을 뒤지니 품속에서는 큰 편지봉투가 하나 나왔다. 봉투의 위에는 병부상서대당정인(兵府尙書大堂正印)의 새빨간 도장이 찍혀져 있었고, 또한 고신(告身)이라는 두 개의 큰 글자가 씌어져 있었다. 봉투를 열고 안에 있는 종이를 꺼내서 보니 그것은 다름이 아닌 한 장의 병부상서 위임장이었다. 임명장에는 하북 창주 유격 오천덕(吳天德)은 복건천주부참장(福建泉州府參將)으로 승급하여 즉시 부임할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영호충은 웃으면서 말했다.

[알고 보니 참장 나리시군요. 당신이 바로 오천덕입니까?]
그 군관은 영호충의 발 밑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얼굴은 일그러지고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일갈했다.

[빨리 나를 일으켜 세워라. 넌...... 넌...... 어찌 감히 이 조정의 명관을 우롱하려고 하느냐. 왕법(王法)...... 왕법이 무섭지 않느냐?]

입으로는 호통을 쳤지만 기세가 꺾인 것 같았다.
영호충은 웃으면서 말했다.

[이 어르신께서 여비가 없어서 너의 웃을 좀 빌려다가 전당포에다 맡겨야겠다.]

손바닥을 펴 그의 정수리를 치니 그 군관은 금방 기절을 했다.
영호충은 신속하게 옷을 벗겼다. 이 군관의 행동이 얄밉고 미워서 당하는 김에 더 당하라는 심정으로 그의 속옷을 모두 벗기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못하게 했다. 그의 보따리를 들어 보니 상당히 무거웠다. 보따리를 풀어 보니 거기에는 몇백 량의 은이 들어 있었고, 또 세 개의 금원보(金元寶)가 들어 있었다. 내심 생각하였다.

(모두 이 개 같은 관리가 백성의 피를 빨아서 모은 것이다. 원주인에게 돌려주기 어려우니 나 오천덕 참장 어르신께서 가져다가 술이나 마셔야겠다.)

영호충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즉시 옷을 벗고 그 참장의 군복과 군화를 신고 요대를 찼으며, 보따리를 챙겨서 몸 가가이에 두었다. 자기의 옷은 갈기갈기 찢어서 그 군관의 손을 묶고 나무에 꽁꽁 묶어 두었다. 그리고 또 그의 입속에다 흙을 잔뜩 물려 놓았다. 그리고 나서 무엇인가 더 생각을 하더니 몸을 돌려 단도를 꺼내서 그의 얼굴에 나 있는 수염을 깎아 버렸다. 깎아낸 수염을 돌돌돌 말아서 품속에 넣고 웃으면서 말했다.

[네 놈은 흰둥이로 변하니 정말로 이쁘구나.]

큰 길로 걸어 나와 나무에 묶여 있는 말 고삐를 풀고 몸을 날려 말에 오르더니 채찍을 휘두르면서 일갈했다.

[비켜라, 비켜라! 이놈들아! 길을 걸을 때는 눈을 차고 다니지 않느냐! 하하하, 하하하.]

큰 웃음이 터지면서 말머리는 남쪽을 향했다.
그날 저녁 여항(餘杭)에 투숙을 하니 주인과 심부름 하는 아이는 장군님! 장군님! 하고 부르면서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영호충은 다음날 아침 복건에 가는 길을 확실하게 물어보고는 오전의 은을 주니 주인과 심부름 하는 아이는 문밖까지 나와 배웅을 하였다. 영호충은 내심 생각하였다.

(너희들이 재수가 좋다는 것을 알아라. 가짜 참장을 만났으니 망정이지 만일 진짜 참장인 오천덕이가 와서 투숙을 해다면 너희들은 아마 밤새도록 고생을 했을 것이다.)

점포에 가서 거울과 한 병의 술을 사서 성 밖을 나오자,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서 거울을 보면서 한가닥 한가닥씩 수염에 풀을 묻혀 얼굴에 붙였다. 한가닥 한가닥씩 얼굴에 붙이니 시간이 상당히 걸렸다. 다 붙인 다음 거울을 보니 얼굴은 온통 수염투성이였으며, 고슴도치가 실로 신기하여 영호충은 자기도 모르게 껄껄 웃었다.
계속해서 남쪽으로 금화부(金華府), 처주부(處州府)를 지나니 남쪽 지방의 말투는 이미 중주(中州)와 사뭇 달랐다. 심히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모든 사람은 그가 군관인 것을 보자, 모두 혓바닥을 말아 올려 관화(官話)로 말을 하여 심히 어려운 점은 없었다.
그는 일생동안 수중에 이렇게 많은 돈을 가지고 있었던 적이 없어서 술을 마시면서 돈으 호탕하게 써버렸는데 그 나름대로의 돈쓰는 재미도 있었다.
단지 몸 속에 들어 있는 진기를 강제로 경맥 안에 흩어 놓고 조금도 몸 밖으로 내보내지 못했다. 때때로 진기가 단전으로 치밀어 올라오면 그는 머리가 어지럽고 구토를 하고 싶었다. 이때는 흑백자의 진기까지 들어 있으니 옛날보다 더욱 견디기가 어려웠다. 매번 발작을 할 때마다 임아행이 철판에 조각해 놓은 법문을 따라 단전에서 다른 곳으로 진기를 분산시켰다. 진기가 단전을 떠나기만 하면 바로 정신이 번쩍 들고 편하기가 이를데 없었으며 매번 이렇게 연습을 할 때마다 자기 스스로 공력은 더 한층 깊었음을 느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위험한 한 걸음을 내디딘 것 뿐이었다. 다행히 언제든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이 생명은 즐거운 것이다. 하루를 지내면 그것이 나에게는 공짜로 하루를 산 셈인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그리도 편했다.
이날 오후에 이미 선하령(仙霞嶺)에 들어섰다. 산길은 점점 구부러지고 갈수록 높았다. 재에는 사람이 드물었다. 다시 이십여리를 가니 민가를 볼 수 없었고, 이미 자기가 길을 재촉하느라 잠 잘 곳을 지났음을 알았다. 날이 어두워 오자 들에 있는 과일 따서 배를 채웠다. 절벽 아래 작은 동굴이 있고, 동굴 안은 퍽이나 건조하여 벌레나 개미에게 물리지는 않을 것 같았다. 곧바로 말을 나무에다 매달아 스스로 풀을 뜯어 먹게 하고 마른 풀을 좀 찾아서 바닥에 깔고 밤을 지낼 준비를 했다. 단지 단전의 기가 불편하여 즉시 앉아서 공력을 운행했다. 임아행이 전해준 신공은 한번 연마할 때마다 더욱 자기를 잡아 묶고 있었으며 연마를 할수록 재미를 느꼈다. 일경 정도 연속 기를 돌리자 온몸이 편안해지고 마치 신선이나 된 듯이 구름 속에 들어가 앉아 있는 것 같았다.
그는 긴 한숨을 쉬고 몸을 벌떡 일으켜 자기도 모르게 씁쓸히 웃었다. 그리곤 내심 생각하였다.

(그날 내가 임교주에게 물어보지 않았는가? 규화보전(葵花寶典)이라는 최고의 무술 검법을 가지고 있으면서 어재서 또 이 흡성대법을 연마하느냐고 물어 보았더니 그는 대답을 하지 아니했지. 그 이유를 나는 지금에서야 알았다. 알고 보니 이 흡성대법을 연마하기만 하면 다시는 손을 뗄 수가 없는 것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르자, 내심 깜짝 놀랬다.

(옛날 사모님께서 묘인(苗人)이 벌레를 기르는 일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지 않았던가. 묘인은 독을 기르면 독의 피해를 알고 있으면서 손을 놓기가 아쉽고 만약에 벌레를 놓아 사람을 물게 하지 아니하면 벌레는 반대로 주인을 문다고 하였지. 장래에 내가 독벌레를 기르는 묘인의 꼴이 되겠구나.)

동굴을 걸어나오자 하늘에는 온통 별들이 가득 찼고, 사방에서 벌레가 처량하게 울어댔다. 갑자기 산길에서 사람이 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그 사람과의 거리는 상당히 멀었으나, 그의 내공이 강하여 귀가 멀리까지 들릴 수 있었다. 마음이 동하여 즉시 나무에서 고삐를 풀어 말 엉덩이를 살짝 치니 그 말은 천천히 산허리 쪽으로 달아났다.
그가 나무 뒤로 몸을 숨겨 한참 지나니 산길에서는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렸다. 사람수는 실로 적지 아니했으며 희미한 별빛 아래서 보니 오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검은 옷을 입고 있었으며, 그 중의 한 사람은 허리에 노란띠를 두르고 있었다. 그의 차림새를 보니 마교 사람인 것 같았고 그 나머지는 서른명 가까이 되었다. 모두들 묵묵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사람의 뒤를 따랐다.
영호충은 내심 생각하였다.

(이들은 지금 남쪽을 향해서 민( )의 땅에 들어가고 있구나. 그렇다면 나의 화산파와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닐까. 설마하니 임교주의 명을 받들고 사부와 사모를 괴롭히러 가는 것이 아닐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멀리 가자, 그는 그들의 뒤를 따랐다.
얼마를 가니 산길은 갑자기 가파랐으며, 길 양쪽에는 절벽이 있었고, 중간에는 좁디좁은 길 하나가 나 있었다. 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갈 수 없을 정도였다. 삼십여 인은 긴 장사진을 이루고 산길을 기어 올라갔다. 영호충은 내심 생각하였다.

(내가 만약 뒤따라간다면, 그들은 위에 있고 내가 아래에 있는 셈이니 한 사람이라도 뒤를 돌아본다면 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잽싸게 수풀 속으로 몸을 숨겼다. 그들이 산언덕을 올라가서 아래로 향할 때 그는 그 뒤를 쫓아가기로 작정을 했다. 그런데 그 일행은 언덕끝에 오르더니 갑자기 흩어져 각기 바위 뒤에 숨어 버렸다. 순식간에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영호충은 깜짝 놀라 맨처음 생각하기를, (그들이 나를 보았단 말인가.)

그러나 곧바로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내심 생각하기를, (그들이 이곳에서 매복하는 것은 언덕을 오르는 사람을 습격하기 위해서이구나. 그렇다. 이곳의 지세는 상당히 절묘하여서 이곳에서 갑자기 습격을 한다면 언덕을 오르는 사람은 틀림없이 빠져나가지 못하리라. 그들이 누구를 습격하려고 매복하고 있는가? 설마하니 사부와 사모님은 그들이 북쪽으로 간 다음, 또 무슨 급한 일로 복건(福建)에 가야만 했을까? 그렇지 않으면 어째서 밤낮으로 길을 가는가? 오늘밤 나는 또 소사매와 만날 수 있을까?)

악영산을 생각하니 갑자기 온몸이 달아 올랐다. 살며시 풀 속에서 기어 곧장 산길 먼 곳까지 갔다. 비로소 여기저기 흔킹어진 바위 사이에서 잽싸게 산을 내려갔다. 모퉁이를 돌아보니 이미 그 언덕과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다시 돌아 산길에서 북쪽을 향해서 걸어갔다.
그는 길을 재촉했다. 그리고 정신을 집중하여 앞에서 사람이 오는가를 살폈다. 십여 리를 걸어가니 갑자기 좌측 산언덕에서 어떤 사람의 힐책소리가 들려왔다.

[영호충 이 못된 놈을! 너는 그래도 그를 위해서 억지를 부리는구나!]

컴컴한 밤에 아무도 없는 들판에서 갑자기 어떤 사람이 자기 이름을 분명하게 부르는 소리를 듣자, 영호충은 자기도 모르게 깜짝 놀랐다. 그래서 사부님 일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히 여자 목소리였고, 또한 사모님이나 악영산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곧바로 또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지 거리가 상당히 멀고 말소리 또한 작아 무슨 말을 하는지 확실하게 들을 수가 없었다. 영호충이 그 언덕을 향해서 보니 삼사십 명의 검은 그림자가 서 있는게 눈에 띄었다. 마음속으로 쓸쓸한 생각이 들었다.

(누가 나를 그렇게 욕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만약에 정말로 화산파 일행이라면 소사매가 다른 사람이 나를 그렇게 욕하는 소리를 듣고는 무슨 말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는 즉시 고개를 숙이고 몸을 낮춰 길 옆 관목숲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그 언덕의 옆쪽을 돌아 허리를 숙이며 급히 갔다. 그리고는 큰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한 여자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사백님, 영호 사형께서는 의리를 행하고......]

그러나, 단지 이 반 마디의 말을 들을 수 있을 뿐이었다. 머리속에는 아름답고 수려한 얼굴이 떠올랐다. 가슴 속에서 약간의 열기가 올라오면서 이 말하는 사람이 바로 항산파의 비구니인 의림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이 사람들이 항산파 사람들이고 화산파 사람들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크게 실망했다. 마음이 격동되어서 의림이 말하는 소리를 계속해서 들을 수 없었다.
단지 조금 전에들려왔던 그 날카롭고 늙은 목소리가 화난 듯이 말하는게 들려왔을 뿐이었다.

[너는 나이가 어린데 어째서 고집을 부리는냐? 설마하니 화산파의 장문인 악성생께서 보내주신 편지가 가짜란 말이냐? 악선생의 편지에 의하면 영호충은 이미 그의 문중에서 쫓아내 버렸고 그가 마교의 사람들과 작당을 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악선생이 억울하게 그에게 죄를 덮어 씌웠다는 말이 되느냐? 영호충이 옛날 너를 구해준 적이 있기 때문에 그는 아마 이 작디작은 은혜를 가지고 우리들에게 어떤 가해를......]

의림이 말을 했다.

[사백님, 그건 절대로 어떤 은혜가 아닙니다. 영호 사형은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그 늙은 목소리가 일갈했다.

[너는 아직도 그를 영호 사형이라고 부르느냐? 그는 마음이 흉악하고 악독한 사람이다. 그는 점잖은 척 가장을 하여, 너희 같은 어린애를 속이는 것이다. 강호의 사람들은 음흉하고 교활한 자가 많다. 너희들은 나이가 어려 견문이 적으니 더욱 쉽게 그의 꼬임에 빠질 것이다.]

의림이 말을 했다.

[사백님의 분부신데 제자가 어찌 듣지 않겠읍니까? 그러나...... 그러나...... 영호 사......]

결국 영호 사형이라고 부르지 못하고 억지로 참았다. 그 노인이 물어보았다.

[그러나 어쨌단 말이냐?]

의림은 무서운 듯 더 계속해서 말을 하려들지 않았다.
그 노인이 말을 했다.

[이번에 숭산 좌맹주께서 보내온 소식에 의하면 마교들은 대거 민( )땅에 들어와 복주 임가의 벽사검보를 탈취하려 한다고 했다. 그래서 좌맹주께서는 오악검파의 사람들이 모두 합심하여 검보가 그들 손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으라고 하셨지. 이 요망한 악당들이 그 검보를 탈취하게 된다면 그들의 무공이 크게 개진될 것이고, 오악검파의 사람들은 처신할 장소를 잃게 된다. 그러나 그 복주의 임씨 성을 가진 아이는 이미 악선생의 문하에 들어가 있으니 검보가 만약 화산파 수중에 들어간다면 그 이상 좋을 것이 없겠지. 그러나 마교의 수법은 간교하기 이를데 없고, 더우기 화산파의 옛제자인 영호충이 합세했으니 그들은 우리들의 사정을 잘 알 것이다. 그래서 우리들의 처지가 대단히 불리하지. 장문께서는 이 막중한 짐을 내 어깨에다 맡기셨어. 나에게 모두를 데리고 이 민 지방에 데리고 가라고 명령하셨지. 이 일은 정.사 쌍방의 운명을 바꿔놓을 일이지. 그러니 절대로 가볍게 여기면 안된다. 앞으로 삼십 리를 더 가면 절민(浙 ) 두 지역의 경계이다. 오늘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달려오느라고 모두들 수고했다. 입팔포(卄八鋪)에 도착해서 집으로 가자. 우리가 먼저 길을 재촉해서 그뒤에 가서 마교의 사람들이 대거 쫓아 왔을 때를 기다려 우리는 거기에는 수비게 일망타진을 할 수가 있지. 그러니 모두들 조심해서 일을 해야 한다.]
몇십 명의 여자들이 대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영호충은 내심 생각하였다.

(이 사태는 틀림없이 항산파의 장문인은 아니다. 그래서 의림 사매는 그를 사백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항산삼정(恒山三定), 그렇다면 정정사태이다. 그녀는 나의 사부님의 편지를 받고 나를 나쁜 놈으로 여기고 있구나. 그 일을 가지고 그녀를 탓할 수는 없지. 그녀는 길을 재촉할 줄말 알았지 마교의 사람들이 이미 매복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구나. 다행히 내가 발견을 했는데 어떻게 그 사실을 그녀들에게 알려줘야 옳을까?)

정정사태의 말소리가 들려 왔다.

[이제 민 땅의 경계에 들어서면 모두들 조심을 해야 한다. 사방 모두가 우리들의 적이니라. 어쩌면 주점의 심부름꾼이나 찻집의 다박사도 그들 마교의 끄나풀일지도 모르니 벽 속에 귀가 있는 것은 고사하고 이 수풀 속에도 적들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모두들 벽사검보라는 말소리를 입 밖에도 내지 말고, 악선생, 영호충, 동방필패(東方必敗)의 이름도 절대로 입 밖에 내서는 안된다.]

여러 제자들은 일제히 대답했다.

[녜.]

영호충은 마교교주인 동방필패의 신공이 무적함을 알았다. 그래서 자칭 불패인데 그러나 정교의 사람들은 그를 말할 때, 때때로 필패(必敗)라고 말한다. 불패나 필패는 음이 다르기 때문에 상대방을 낮춰서 상대방의 기를 꺾어 놓으려고 그런 것이다. 그녀가 자기 이름과 사부 및 동방불패의 이름을 동시에 거론하니 영호충은 씁쓸히 웃으면서 생각했다.

(나와 같은 무명소졸을 당신 항산파 선배들이 이렇게 높이 대해주니 정말로 몸둘 바를 모르겠구료.)

정정사태의 말소리가 또 다시 들려 왔다.

[자 모두들 출발하자.]

제자들은 또 대답을 했다. 그리고는 일곱 명의 여제자가 언덕을 잽싸게 내려갔다. 한참을 지나니 또 일곱 명이 뒤따랐다. 항산파의 경공은 그 나름대로의 맥을 이뤄 무림 중에 퍽이나 그 명성이 알려졌다. 앞 일곱 사람, 뒤 일곱 사람의 거리가 똑같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여 마치 하나의 전법을 구사하는 것과 같았다. 열네 사람이 소매를 휘날리며 똑같은 걸음으로 앞으로 나가는 것을 멀리서 쳐다보니 아름답기가 그지 없었다. 다시 좀 지나니 또 일곱 사람이 급히 내려갔다.
얼마 되지 않아, 항산파의 여러 제자들은 한무리 한무리씩 길을 떠났다. 모두 여섯 무리가 되었는데, 마지막 무리는 여덟 사람이었다. 아마도 정정사태가 기어 있어서 그럴 것이다. 이 여자들은 여승은 아니고 일반 민가의 여자들이었다. 컴커만 밤중이라 영호충은 의림이 어느 대열에 끼어 있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심 생각하였다.

(이 항산파의 사저.사매들은 비록 각기 저마다의 기량을 갖추고 있지만, 그러나 일단 그 언덕의 마교 사람들이 습격을 하면 틀림없이 큰 피해를 당할 것이다.)

그는 즉시 풀을 뜯어다가 풀즙을 짜서 얼굴에 바르고 또다시 흙을 발랐다. 더우기 온 얼굴에 수염이 나 있고 설령 대낮이라 해도 의림이 자기를 알아 보지 못할 것이다. 산길의 좌측을 돌아 정신을 집중하여 위를 향해 갔다. 그의 경공은 본래 높지 않았으나 경공의 높고 낮음은 내력의 강.약과 관계가 있는 것이다. 이때 그의 내력은 높아 걸음이 상당히 빨랐다. 마음을 먹고 달리니 순식간에 항산파의 여러 사람을 금방 뒤쫓을 수 있었다. 그는 정정사태의 무공이 대단해서 그가 뒤따라 가는 것을 알아차릴까 염려되어 크게 한 바퀴를 돌아 비로소 여러 사람의앞쪽으로 갈수 있었다. 산길을 오르자, 그는 더욱 빨리 달렸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자, 달은 이미 중천에 걸려 있었다. 영호충은 가파른 언덕에 와서 몸을 세우고, 조용히 들어 봤다. 그러나 숨소리조차도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내심 생각하였다.

(만약에 내가 친히 이곳에서 마교의 사람들이 매복하고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면 어찌 이 상황이 몹시 위험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겠는가?)

천천히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 양쪽 절벽으로 되어 있는 길 입구에 도착했다. 마교의 사람들이 매복하고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 영호충은 주저 앉아 내심 생각했다.

(마교 사람들은 아마 나를 봤을 것이다. 단지 그들은 일망타진하기 위해서 나에게 손을 쓰지 않을 것이다.)

한참 기다렸다가 아예 땅바닥에 드러누웠다.
마침내 은은하게 언덕 아래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내심 어떤 생각이 들었다.

(제일 좋은 것은 마교의 사람들이 나하고싸움을 하도록 시비를 거는 것이다. 그들하고 싸움을 한다면 항산파의 사람들은 자연히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중얼중얼 말을 했다.

[이 어르신께서는 평생 제일 미워하는 것은 암암리에 숨어서 습격하는 것이다. 씨가 있는 놈들이라면 정정당당히 앞에 나와서 겨뤄야지. 몸을 숨겨 가지고 쥐도 새도 모르게 사람을 습격이나 하니 그것은 제일 염치가 없고 비굴한 행동이다.]

그는 마교 사람들이 숨어 있는 쪽을 향해서 말을 했다. 말소리는 비록 크지는 않았지만 그늬 내력을 꽤 실어 보냈기 때문에 멀리까지 잘 들릴 수가 있었다. 틀림없이 그 마교 사람들이 들었으리라.
그러나 그들은 숨을 죽이고 달려나와 싸움을 걸지 않았다.
얼마 안 있자, 항산파의 제 일차 일곱 명의 제자들이 이미 그의 몸 앞에 당도하였다.
일곱 명의 제자들은 달빛 아래에서 한 명의 군관이 사지를 뻗고 땅바닥에 누워 잠을 자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 산길은 겨우 한 사람만 지나갈 수 있을 뿐이고, 양쪽은 모두 깎아지른 절벽이어서, 만약에 언덕에 오르려면 그의 몸을 넘지 않고서는 불가능했다. 제자들은 몸을 약간 날려 그의 몸을 뛰어넘을 수도 있었으나, 남녀 유별이라 남자의 머리를 타 넘는다는 것은 너무나 무례한 것이었다.
한 명의 중년 여승이 낭랑한 소리로 말을 했다.

[실례합니다. 군관나리 길을 좀 비켜 주시겠읍니까?]
영호충은 응응 두번 신음소리를 내고는 갑자기 코를 드르릉 드르릉 골았다. 그 여승의 법명은 의화(儀和)인데, 성격은 호탕하였지만 마음씨가 모가 나지 않았다. 군인 하나가 한밤중에 길을 막아 잠을 자고 있는 것이 대단히 저돌적이고 또 코를 골고 자는 것이 고의로 그러는 것 같아보였다. 그러나 그녀는 화를 간심히 참으면서 말을 했다.

[당신이 만약 길을 비켜 주지 않는다면, 우리들은 정말로 당신 몸 위로 지나가겠읍니다.]

영호충은 코를 드르릉 드르릉 골며 흐리멍텅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이 길에는 악마와 귀신들이 많이 있어서 절대로 건너갈 수가 없읍니다. 음 고통은 끝이 없구나. 그러나 뒤를...... 뒤를...... 돌아보아도 절벽이고.]

의화는 멈칫했다. 그의 이 말 속에는 무엇을 암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또 다른 한 명의 여승이 그녀의 옷소매를 흔들자, 일곱 사람은 모두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한 사람이 조용한 소리로 말을 했다.

[이 사람은 조금 이상한 데가 있군요.]

또 한 사람이 말을 했다.

[그는 마교에서 보낸 사람인지도 모르겠군요. 그래서 이곳에서 우리들에게 도전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한 사람이 말을 했다.

[마교의 사람들 속에는 절대로 조정의 군관이 없읍니다. 설령 변장을 한다해도 다른 모양으로 변장을 할 것입니다.]

의화는 말을 했다.

[누구든지 상고나하지 말아라. 그가 만약 길을 더이상 비켜 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냥 그의 몸 위로 지나가 버리면 된다.]
큰 걸음으로 앞으로 나오면서 일갈했다.

[당신이 정말로 비켜 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실례를 하겠읍니다.]

영호충은 늘어지게 기지개를 펴더니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는 여전히 의림이 자기를 알아볼까봐 얼굴은 언덕을 향하고 등은 항산파 사람들 쪽으로 향했다. 우측손은 절벽 위에 짚고는 몸을 흔들흔들, 마치 술에 취한 사람과 같았다. 그리곤 말을 했다.

[좋은 술이다! 좋은 술이야!]

바로 이때 항산파의 두번째 대열의 제자들이 도착했다. 한 명의 여제자가 물었다.

[의화 사저, 이 사람은 이곳에서 무얼하고 있읍니까?]
의화는 눈쌀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가 누군지 어떻게 아는가?]

영호충은 큰 소리로 말을 했다.

[조금 전에 개를 한 마리 잡아 배불리 먹고 또 술을 늘씬하게 먹었더니 게우고 싶구나, 아이고 큰일 났네. 정말로 올라오는구나.]
그는 즉시 꽥꽥 소리를 지르며 토해댔다.
여러 제자들은 눈쌀을 찌푸리며 코를 막고 너도 나도 비켜섰다.
영호충은 몇번 게웠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여러 제자들이 서로 말을 주고받는 사이 세번째 대열의 제자들이 도착했다.
하나의 부드럽고 청초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이 사람은 술에 취했으니 참으로 불쌍하군요. 그에게 좀 쉬도록 해주십시오. 그리고 난 다음 가도 늦지는 않습니다.]

영호충은 그 목소리를 듣고 마음이 으스스 떨렸다. 깊이 생각하기를, (의림 소사매는 정말 마음씨가 선량하고 곱구나.)

의화는 말을 했다.

[이 사람은 이곳에서 억지로 부리는 것이고, 절대로 좋은 마음으로 그러는 것은 아니다.]

한 걸음 앞으로 가더니 일갈했다.

[비켜라!]

손바닥을 내밀어 영호충의 좌측 어깨를 쳤다. 영호충은 몇번 비틀거리더니 외쳤다.

[아이고, 아이고! 말을 잘 들어야겠는걸!]

넘어질 듯 말 듯 앞으로 몇발자국 걸음을 옮겼다. 이 한 발빠이 앞으로 나가니 사태는 더욱 난감해졌다. 그의 몸은 좁디 좁은 산길을 막고 있었던 것이다. 뒤에 오는 사람은 그의 머리위로 뛰어 넘지 가지 않으면 절대로 앞으로 나설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의화는 곧바로 따라와서 일갈했다.

[비켜라!]

영호충은 말을 했다.

[녜! 녜!]

또 몇 발자국 앞으로 올라갔다. 그가 갈수록 언덕은 더 가파르고 그 산길은 더욱 꽉꽉 막혔다. 영호충은 갑자기 큰소리로 외쳤다.

[보시오? 위에서 매복하고 있는 친구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시오. 당신들은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데 당신들이 단숨에 함께 쳐내려 온다면 그 누구도 도망칠 수가 없읍니다.]

의화는 이 말을 듣자, 즉시 뒤로 물러섰다. 한 사람이 말을 했다.

[이곳의 지형이 상당히 험악하여 만약 적이 매복해서 습격해 온다면 정말로 막기가 어렵습니다.]

의화는 말을 했다.

[만약에 사람이 매복하고 있다면 그가 어째서 큰 소리로 외쳤겠느냐? 이것은 거짓이고 믿을 것이 못된다. 위에는 틀림없이 사람이 없을 것이다. 우리가 만약에 이렇게 당황한 꼴을 보인다면 적이 우리를 보고 비웃을 것이다.]

또 다른 중년의 여승이 일제히 말했다.

[녜, 맞소. 우리 세 사람이 앞에서 길을 터놓을테니 사매들은 뒤를 따라 오시오.]

세 사람은 장검을 칼집에서 뽑더니 영호충의 몸 뒤로 달려 들어갔다.
영호충은 계속 숨을 헐떡이며 말을 했다.

[이 산길은 정말로 가파르기 그지없구나. 아이고, 이 노인네가 나이가 많아 움직일 수가 없어.]

한 명의 여승이 일갈했다.

[보시오. 길 좀 비켜 주시오. 우리가 먼저 가도록 하면 안 되겠소?]

영호충은 말을 했다.

[출가한 사람이 어째서 성질이 급합니까. 빨리 가도 도착하고 천처히 가도 도착하는 것인데 헥헥 염아대왕 앞으로 가는데 천천히 갈수록 좋은 것이 아니오.]

한 명의 여승은 말했다.

[이 사람이 말을 빙빙 돌리면서 말을 하고 있구만.]

싹 하는 검소리와 함께 의화의 좌측에서 영호충의 등짝을 향해서 내리 찍었다. 그는 단지 영호충에게 겁을 주려고 했을 뿐이고 이 일검이 그의 몸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 더이상 손을 쓰지 않으려고 했다. 영호충은 마침 이때 몸을 돌리자, 칼끝이 자기의 가슴을 겨누고 있음을 보고 큰 소리로 일갈했다.

[보시오. 당신은...... 당신은...... 이것이 무슨 짓이오? 나는 조정에서 보낸 명관인데 어째서 감히 이렇듯이 무례하오. 여봐라 이 여승을 잡아 넣어라.]

몇 명의 젊은 여자들은 킥킥킥 웃어댔다. 이 사람은 이 허허벌판 아무도 없는 산중에서도 여전히 벼슬아치의 티를 내고 있으니 정말로 우스운 것이다.
한 명의 여승이 웃으면서 말했다.

[군관 나리, 우리는 일이 좀 급해서 그러고 한시라도 빨리 갈데가 있읍니다. 실례하지만 길 좀 비켜 주시겠읍니까?]

영호충은 말했다.

[무슨 군관 나리고 안 나리인가? 나는 당단한 참장인데 당신들은 나를 장군으로 불러야만이 이치에 맞고 합당한 것이 아니오.]
칠팔 명의 여제자들은 일제히 웃으면서 말했다.

[장군 어르신, 길 좀 비켜 주십시오.]

영호충은 껄껄껄 웃으며 가슴을 쭉 펴고 매우 흡족한 듯했다. 갑자기 발이 미끄러지며 걸었다. 여러 제자들의 놀라온 외침소리가 들렸다.

[조시하시오.]

두 사람이 그의 팔목을 끌어 당겼다. 영호충은 또 미끄러지고 나서 멈췄다. 그는 곧바로 욕을 해댔다.

[제기럴!...... 왜 땅이 이러게 미끄러우냐. 이 지역을 관리하는 놈들은 정말로 멍청이이고 밥통이구나! 왜 산길을 잘 수리하지 않고 있느냐 말이다!]

그가 이렇게 두번 미끄러지고 넘어지는 사이에 벼랑이 움푹패인 곳에 몸이 들어가 있었다. 항산파의 여제자들은 경공을 전개하여 한 사람씩 그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어떤 사람이 웃으며 말을 했다.

[지방관리는 응당히 가마를 보내서 이 장군을 태우고 이 재를 넘어야만이 이치에 맞는 것일텐데.]

어떤 사람이 말했다.

[장군은 말을 타지 가마를 타지 않는 법입니다.]

먼저 말을 한 사람이 말했다.

[이 장군은 다른 장군들과 다르지요. 말을 타면 아마 말에서 떨어질걸요.]

영호충은 화가 나서 말을 했다.

[그런 엉터리 말은 집어 치우시오! 내가 언제 말을 타고, 또 말에서 떨어졌단 말이오? 지난 달에 그 잡아죽일 놈의 호랑이가 나와서 내가 말에서 떨어졌고, 어깨를 좀 다쳤을 뿐인데, 그게 무슨 대단한 일이란 말이오?]

여러 제자들은 깔깔 웃어대고, 그 웃음은 언덕 위로 퍼져 나갔다.
하나의 날씬한 몸매가 영호충의 눈앞에 자나가자, 그것이 바로 의림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즉시 그녀의 뒤를 따랐다. 이렇게 되니 뒤에서 따라오던 제자는 또 갈길이 막혔던 것이다. 영호충은 비록 발걸음은 무겁고 숨은 헐떡헐떡 내쉬고 두세 걸음마다 미끄러지고 또 일어나고 그랬으나 발걸음이 잽싸졌다. 뒤따라 오던 한 명의 여제자는 웃으면서 원망을 했다.

[장군 어르신께서는 정말로...... 아이고, 하루에도 몇번이나 자빠지고 나뒹그러집니까?]

의림은 고개를 돌려 말했다.

[의청(儀淸)사저, 그 장군을 재촉하지 마십시오. 그의 마음이 급해지면 정말로 저 밑바닥으로 나뒹그러질지도 모르니까요. 이 산언덕은 매우 가파르니 한번 넘어지면 그건 장난이 아니니까요.]
영호충은 그녀의 큰 눈이 총총 빛나고 마치 샘물과 같이 맑았으며 고운 얼굴이 달빛 아래서 아름답게 비치고 일반 속세의그러한 기가 없는 것을 보자, 그날 청성파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서 그녀가 항산성에서 자기를 안고 나왔을 때 자기가 그녀의 얼굴을 뚫어져라고 봤던 기억이 났다. 갑자기 마음속에서 한줄기의 따스한 기운이 일어났다. 그래서 내심 생각하였다.

(이 높은 언덕 위에는 강적들이 숨어 그녀를 해치려고 한다. 내 생명은 이미 이 세상 것이 아니지만 그녀를 온전하게 보호해야만 한다.)

의림은 그의 용모를 못생겼지만 두 눈이 멍청하게 자기를 쳐다보자, 그를 향해서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러운 미소를 띄우고 말했다.

[의청 사저, 이 장군게서 만약 넘어진다면 당신이 그를 좀 붙잡아 주시오.]

의청은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게 하지요.]

본래 항산파의 계율은 심히 엄격해서 이 여자들은 그렇게 쉽게 농담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영호충이 이상한 몸짓을 하고 계속해서 그녀들을 웃기고 재미있게 하자, 그리고 곁에는 항산파의 큰 선배가 없었고, 컴컴한 한바마중에 기릉띵 재촉하자니 한마디의 가볍게 자나치는 농담은 그들에게 힘을 북돋아 줄 수 있는 효과가 있었다.
영호충은 화가 나서 말했다.

[당신들 여자들은 정말로 위 아래가 없군요. 나는 당당한 장군인데 그 옛날 전쟁터에서 적들을 죽이고 그 위풍당당하고 살기등등한 모습을 당신들이 만약 보았다면 그 위세에 눌려 당신들은 아마 땅위에서 벅벅 기었을 것이오? 이 작은 산길을 내 어찌 안중에다 두고 있단 말이오. 이 가파르지도 않은 산길에서 나는 절대로 넘어지지 않소. 내가 그 본때를 보여줘야만 알겠소...... 아이고 큰일났구나.]

발밑의 돌멩이를 잘못 밟아 미끄러지면서 또 넘어졌다. 그는 두 손을 내밀어 허우적거리며 공중에서 아무데나 잡았다. 그의 몸뒤에 있던 몇명의 제자들은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의림이 몸을 돌려 급히 손을 내밀어 붙잡았다. 영호충은 손을 내밀어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의림이 손을 써서 끌어올리니 영호충은 좌측손을 땅바닥에 지탱하여 비로소 일어설 수가 있었다. 그가 허우적거리고 있는 꼴을 보자, 뒤에 있던 몇 명의 여자들은 킥킥킥 웃어댔다. 영호충은 말했다.

[이 가죽 구두가 산길을 가는데는 너무 무거워. 만약에 내가 당신들처럼 그 베로 만든 신발을 신었다면, 아마 틀림없이 자바지지는 않았을 것이오. 더우기 나는 딱 한번 미끄러졌을 뿐이고, 넘어진 것도 아닌데 무엇이 그리 재미있단 말이오?]

의림은 천천히 손을 풀었다. 그리고 말을 했다.

[그렇습니다. 장군께서는 말을 탈 때 신는 가죽구두를 신었으니 이 산길을 가는 데는 정말로 매우 불편하지요.]

영호충은 말했다.

[그러나 비록 불편은 하지만 상당히 위풍은 있지요. 만약 당신들 일반 백성들처럼 베로 만든 신발을 신고 다닌다면, 그것은 분명히 체면이 서지 않는 일입니다.]

여러 제자들은 죽어도 그가 체면만을 지키려하는 꼴을 보자, 또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이때 이미 제일 뒤에 오는 사람들은 산모퉁이로 들어섰고 맨먼저 올라간 사람들은 거의 언덕 위에 다다랐다.
영호충은 큰 소리로 외쳐댓다.

[이 일대에는 닭이나 훔치고 개를 잡아먹는 좀도둑이 많습니다.
아무런 대비나 경고도 주지 않고 갑자기 튀어 나와 사람들의 재물을 약탈해 가지요. 당신들과 같이 출가한 사람들은 몸에 비록 돈은 없지만, 그래도 고생그럽게 얻어논 몇푼의 돈을 절대로 다른 사람이 뺏어가지 못하도록 조심하시오.]

의청은 웃으면서 말을 했다.

[우리들에게는 대장군이 계신데 틀림없이 그 좀도둑 놈들은 감히 앞으로 나와 찍소리도 하지 못할 것입니다.]

영호충은 외쳤다.

[보시오! 보시오! 조심하시오! 나는 위에 있는 사람들이 머리를 내밀고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았소.]

한 명의 여제자가 말을 했다.

[참 장군님은 말도 많군요. 우리가 그렇다고 그 좀도둑을 무서워하는 줄 아시오?]

이 말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두 명의 여제자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고! 어머니!]

주르르 미끄러져 내려왔다. 두 명의 여제자가 급히 뛰어나와 동시에 그들을 안았다. 앞에 있는 몇 명의 여제자들은 외치기 시작했다.

[도적놈들이 암기를 쓰고 있으니 조심하시오!]

외치는 소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또 한 사람이 굴러 내려왔다.
의화는 외치며 말했다.

[모두들 엎드려라! 그리고 암기를 조심해라!]

즉시 여러 사람들은 땅바닥에 엎드렸다. 영호충은 욕을 해댔다.

[이 도적놈들이 감히 어디라고, 이 장군 어르신께서 이곳에 계시는데!]

의림은 그의 손목을 잡아 끌고 급히 말했다.

[빨리 몸을 숙이시오!]

앞에 있는 여제자들은 암기를 거내더니 수전(袖箭), 철보(鐵菩)등을 위로 향해 날렸다. 그러나 위에 있는 적들은 바위 뒤에 몸을 숨기고 있기 때문에, 하나도 보이지 않아 암기는 허공에 떨어졌다.
정정사태는 앞에 적이 나타났다는 소리를 듣고 급히 몸을 날려 한 무리의 여제자 머리 위를 지나서 영호충의 몸 뒤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훅하는 소리를 내면서 그의 머리 위로 몸을 날려 넘어가 버렸다.
영호충은 외쳤다.

[무엇이 이렇게 휙휙 지나가는가. 재수가 없구만, 재수가 없어!]

침을 탁탁 내뱉으며 소리를 쳤다. 정정사태는 큰 소매를 날리면서 먼저 공격해 들어갔다. 적의 암기가 휙휙휙 날아오고 어떤 것은 그녀의 옷자락에 와 박혔으며, 어떤 것은 그녀의 옷자락의 힘에 의해서 떨어졌다.
정정사태는 몇차례 몸을 날리더니 언덕끝에 다다랐다. 아직 제대로 몸을 가누지도 못했는데 바람소리가 허공을 가르더니 한개의 숙동곤(熟銅棍)이 머리 위로 날아왔다. 이 병기는 그 소리를 들어보건대 매우 날카로운 병기였다. 그는 몸으로 막지 않고 몸을 살짝 피해 옆으로 날아가게 했다. 또 두 자루의 연자창(?子槍)이 하나는 위에서 하는 아래에서 찔러들어 왔다. 들어오는 속도는 상당히 빨랐으며, 적은 이 막다른 산길에서 매복을 하고 길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정정사태는 일갈을 했다.

[무례한 놈들!]

장검을 뽑아 반격을 했다. 일검에 쌍창을 막았다. 그 숙동곤은 또 허리를 향해 찔러왔다. 정정사태는 장검을 들어 그 숙동곤을 쳐 버리니 숙동곤은 땅바닥에 떨어지고 한개의 연자창은 또 그녀의 어개를 향해 날아왔다. 산허리에서 여제자들은 날카로운 외침 소리가 들려오더니 펑펑펑 큰 소리가 들려왔다. 원래 적들이 절벽 위에서 큰 바위와 돌들을 떨어뜨리고 있었던 것이다.
항산파의 여러 제자들은 좁디 좁은 산길에서 몸을 바짝 숙였다.
이어서 큰 돌멩이를 피했다. 순식간에 여러 사람들은 큰 돌멩이에 맞아 다쳤다. 정정사태는 두어걸음 물러서더니 외쳤다.

[모두들 뒤로 돌아 언덕에서 내려가자!]

그녀는 검을 휘두르며 뒤에서 쫓아오는 적을 막았다. 요란한 소리가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으며, 머리끝에는 계속해서 큰 돌이 떨어지고, 이어 아래에서 병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산 아래에서 도적이 매복하고 있었으며, 항산파의 사람들이 언덕을 오르자, 위에서 공격을 하고 아래에서는 몸을 나타내 퇴로를 막고 있었던 것이다. 아래에서 말소리가 전해 왔다.

[사백님, 길을 막고 있는 도적놈들의 공력은 상당히 강하여 도저히 길을 뚫고 나갈 수가 없읍니다.]

바로 또 소식이 전달되어 왔다.

[두 명의 사저께서 부상을 당했읍니다.]

정정사태는 대노하여 나느 듯이 아래로 내려가니 두 명의 사내가 손에 강도를 들고 있고, 두 명의 제자가 연신 뒤로 물러나는 것을 보았다. 정정사태는 일성을 내지르며 장검을 잽싸게 찔렀다. 갑자기 휙휙 하고 두 소리가 들리더니 두 개의 긴 쇠사슬이 달린 빈차철팔각추( 鐵八角鎚)가 아래로부터 날아 올라왔다. 정정사태가 검을 들어 막자, 한 개의 팔각추는 그녀의 장검을 휘감았다. 또 한 개의 팔각추는 그녀의 정수리를 향해서 밑으로 눌러왔다.
정정사태는 깜짝 놀라며 내심 생각했다.

(상당히 큰 힘이구나!)

만약에 평지에서라면 그녀는 절대로 이런 공격을 마음에 두지 않았을 것이고, 약간의 공력을 전개하면 곧바로 공격해 들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좁디 좁은 산길에서 정면으로 충돌을 하는 것 괴에는 다른 방법을 쓸 수가 없었다. 적의 두 개리 팔각철추는 힘이 강했다. 두 개의 시커먼 안개 같은 것이 부딪쳐 들어오자, 정정사태는 정묘한 검술을 전개하지 못하고 단지 한걸음 한걸음 언덕 위로 밀려나고 있었다.


위에서는 아이고, 어머니! 하는 무거운 소리가 나더니 또 몇명의 여제들이 암기에 맞아 굴러 내려왔다. 정정사태는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래도 위에 잇는 적들의 무공이 약간 약해서 비교적 쉽게 상대할 수가 있을 것 같아 그는 또 위쪽으로 몸을 날려 많은 제자들의 머리 위로 지나가고, 바로 또 영호충의 머리를 뛰어 넘어갔다.
영호충은 큰 소리로 외쳤다.

[아이고, 무슨 짓입니까? 내가 닭이나 되는 줄 알고 왔다갔다 하는 거요? 이렇게 나이가 많이 먹었으면서 장난을 치시다니 당신이 내 머리 위에서 뛰어 왔다갔다 한다면 내가 어찌 돈을 벌고 도박을 한단 말이오?]

정정사태는 적의 포위망을 뚫느라 정신이 없어 그의 이 말을 알아 듣지 못했다.
의림은 미안한 듯이 말했다.

[미안합니다. 저의 사백께서 고의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영호충은 중얼거리며 원망을 해댔다.

[내가 벌써 이곳에 좀도둑이 있다고 했는데, 왜 당신들은 믿지 않았읍니가?]

내심 생각하기를, (나는 단지 마교의 사람들이 언덕 위에 매복하고 있는 줄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산 아래에서도 고수들이 매복하고 있었구나. 항산파의 사람들이 비록 사람수가 많았지만 이 산길에서 갇혀 있는 꼴이 되고 달리 손을 쓸 방법이 없으니 차믓로 난처하게 되었구나.)
정정사태는 언덕 위에 올라왔을 때, 검은 그림자가 움직이더니 한 개의 철선장(鐵禪杖)이 머리 위로 내려쳐왔다. 알고 보니 적은 사람을 바꾸어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정정사태는 생각하였다.

(내가 만약 이 어려운 난관을 헤쳐나가지 못한다면, 내가 데리고 온 제잗르은 아마 모두 이곳에서 전멸을 당할 것이다.)
몸을 살짝 피하더니 장검을 옆으로 내리찍었다. 몸은 불과 철선장에 수촌의 사이를 지나면서 피할 수가 있었다. 장검과 몸을 앞으로 하고 급히 그 철선장을 휘두르고 있는 뚱뚱한 사내에게 달려 들어갔다. 이 일초는 정말로 위험하기 짝이 없었으며, 결국은 생명을 보살피지 않고 쌍방이 모두 상처를 입는 공격법이었다. 그 적은 순식간에 일이 벌어지자, 선장을 거두지 못하고 척 하는 가벼운 소리가 나더니 장검은 그의 옆구리 아래로 찔러들어갔다. 그 사내는 용감하기 짝이 없어 큰 소리로 외치면서 주먹을 불끈쥐더니 장검을 내리쳐 장검이 두 조각이 되었으며 주먹에서는 피가 낭자하게 흘렀다.
정정사태는 크게 외쳤다.

[빨리 올라와서 검을 던져라!]

의화는 몸을 날려 올라갔다. 그리고 나서 검을 옆으로 쥐고 말했다.

[사백님, 여기 검이 있읍니다.]

정정사태가 몸을 돌려 검을 받으려 할 때, 옆에서 한 자루의 연자창이 의화를 공격해 들어갔고 또 한자루의 연자창은 정정사태를 향해 공격해 들어갔다. 의화는 별 수 업이 검을 휘둘러 막았지만 그 연자창은 너무 강하게 공격해 들어와서 의화는 뒤로 물러서며 산길을 내려갔다. 장검은 결국 정정사태의 손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이어 세 사람이 달려 들었다. 두 사람은 칼을 사용했고, 한 사람은 한쌍의 판관필을 사용하여 정정사태를 가운데 두고 에워쌌다.
정정사태는 두 손을 휘두르며 항산파의 천장장법(天長掌法)을 전개하여 네 개의 병기 사이로 휘둘렀다. 그녀는 나이가 육순에 가까웠으나 몸놀림은 민첨하여 결코 젊은 사람에 뒤지지 않았다. 마교의 네 명의 고수들은 합심하여 공격을 했지만 결국 손에 무기를 들고 있지 않은 한 명의 노여승을 당해 내지 못했다. 의림은 가볍게 외쳤다.

[아이고, 저걸 어쩌나! 아이고, 이걸 어쩌나!]

영호충은 크게 외쳤다.

[이 좀도둑놈들이, 정말 말이 되지 않는구나. 길을 비켜라! 길을 비켜라! 장군께서 이 좀도둑을 잡아야겠다.]

의림은 급히 말을 했다.

[갈 수 없읍니다. 그들은 좀도둑이 아니고 모두가 무공이 상당한 사람들이어서 당신이 간다면 그들은 틀림없이 당신을 죽일 것입니다.]

영호충은 가슴을 앞으로 쭉 내밀며 외쳤다.

[이 밝은 대낮에......]

얼굴을 들어보니 이제 막 동쪽에서 해가 뜨려고 하고 있어 아직 대낮이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상관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

[이 좀도둑놈들이 길을 막고 여자들을 못살게 구는구나. 흠흠 네놈들은 정말로 법도 무서워하지 않는단 말이냐?]

의림이 말을 했다.

[우리들은 보통 사람들이 아니고, 적들도 길을 막고 물건을 빼앗는 좀도둑들이 아닙니다......]

영호충은 큰 걸음으로 나아가 여러 여제자들의 옆으로 지나가려고 했다. 여러 제자들은 별 수 없이 몸을 절벽에 바짝 붙여대어 그를 빠져나갈 수 있도록 했다.
영호충은 언덕 위로 올라가 손을 내밀어 검을 뽑았다. 검을 만지작거리면서 거짓으로 검을 뽑아내지 못하는 척하여 욕을 하고 말을 했다.

[제기랄, 이 칼도 말썽이군. 왜 이렇게 중요한 때에 칼이 녹슬었단 말이냐. 장군의 칼이 녹슬었는데 어떻게 적을 잡을 수가 있는가?]

의화는 때마침 검을 들어 두 명의 마교 사람들과 겨루고, 있는 힘을 다해 산길을 지키고 있었는데, 자기 몸 뒤에서 중얼중얼대는 소리를 듣고, 또 칼이 녹이 슬어 빼낼 수 없다는 소리를 듣자 화도 나고 웃음도 터져 나왔다. 그래서 외치기를, [빨리 비키시오, 이곳은 위험합니다.]

그녀가 이렇게 외치자, 정신이 약간 흐트러져 한 자루의 연자차이 쓱하고 소리를 내면서 그녀의 어깨를 향해 찔러 내려오고 위험에 빠졌다. 의화는 두어걸음 물러섰으나 그 사람은 또 창을 들어 달려왔다.
영호충은 외치며 말을 했다.
[이놈들아 큰일날 놈들이구만. 감히 이 좀도둑놈들이 이 장군님께서 여기 계시는 것을 보지도 못했단 말이냐?]

몸을 살짝 움직이더니 의림의 몸 아에 와서 막아섰다. 그 연자창을 휘둘렀던 사내는 멈칫했다. 이때는 날이 점점 밝아와 그의 복장과 차림새를 보니 틀림없이 조정에서 파견나온 관리의 모습이었다. 그는 더 이상 동작을 하지 않고 창끝을 그의 가슴에 갖다대고 일갈했다.

[너는 누구냐? 조금 전 아래에서 외치고 떠들고하던 놈이 바로 이 쥐새끼꼴을 한 네놈이냐?]

영호충은 욕을 하며 말을 했다.

[제미랄 놈들! 네놈이 나를 쥐새끼 같은 꼴이라고? 네놈이야 말로 쥐새끼 같은 좀도둑이구나? 너희들이 이곳에서 길을 막고 물건을 빼앗으려고 해서 이 장군께서 이렇게 왔는데 너희들은 그래도 멀리 사라지지 않고 정말로 무법천지구나. 이 장군께서 네놈들을 잡아다가 관아에 데리고 가서 한놈마다 오십 대의 곤장을 쳐야겠다. 그렇게 하면 네놈들의 엉덩이는 까지고 벗겨져서 네놈들은 아이고 어머니야! 할 것이다.]

그 창을 사용하던 사내는 조정에서 파견한 장군을 죽여 번거롭게 하고 싶지는 않아서 욕을 하였다.

[빨리 내 앞에서 썩 꺼져 버려라 이놈아! 더 계속 재잘거린다면 이 어르신께서 네놈의 몸에다 구멍을 몇개 내주겠다.]

영호충은 정정사태가 안전하고 또한 마교의 사람들이 계속해서 아래로 암기를 쓰지 않고, 큰 돌을 던지지 않는 것을 보고 큰소리로 일갈을 했다.

[이 담이 큰 좀도둑놈들아! 빨리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땅에다가 머리를 박아라! 이 어르신께서 너희들 집에 팔십 노모가 있음을 알고 내가 그래도 이렇게 봐주는 것이니 그렇지 않았다면 허허 너희들의 개 대가리들을 베어버렸을 것이다.]

항산파의 여러 제자들은 이 말을 듣고 눈쌀을 찌푸리며 생각을 했다.

(이 사람은 미친 사람이다.)

의화는 한 걸음 앞으로 나와 검을 들어 몸을 보호했다. 만약에 적이 창으로 찌른다면 바로 검을 뽑아 막으리라고 생각했다.
영호충은 또 힘껏 칼을 뽑으며 욕을 해댔다.

[이 제기랄 놈의 칼! 사태가 긴박한데 조상대대로 전해오는 보검이 녹이 슬다니 체, 나의 이 보거이 녹슬지 않았다면 네놈들의 목은 열 개가 있어도 모두 베어버렸을 것이다.]

그 창을 든 사내는 껄껄웃으면서 일갈했다.

[가서 내 어미의 목이나 쳐라!]

창을 옆으로 휘두르며 영호충의 허리를 향애 들어왔다. 영호충이 숙이자, 칼과 칼집이 몸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외쳤다.

[아이고, 아이고!]
하며 몸을 앞으로 구부리더니 넘어졌다. 의화는 외쳤다.

[조심하시오!]

영호충은 넘어질 때 허리에 찼던 칼을 내미니 칼집의 끝이 마침 그 창을 휘둘렀던 사내의 허리에 닿았다. 그 사내는 끽 소리도 못하고 몸을 흐느적거리더니 땅에 꼬꾸러졌다.
영호충은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땅바닥에 굴러 떨어졌다. 허우적거리고 일어나려고 낑낑 대면서 외쳤다.

[아하, 네놈도 떨어졌구나. 둘이 같이 넘어졌으니 이 어르신은 진 것이 아니야. 자, 다시 일어나 한번 붙어보자.]

의화는 손을 내밀어 그 사내를 잡아 뒤로 던졌다. 한명의 포로가 손에 있으니 일이 좀 쉽게 풀어지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마교 중의 세 사람은 앞으로 뛰어나와 그 사람을 구하려고 했다. 영호충은 외쳤다.

[아이고, 말을 잘 들어야겠는걸. 이 도둑놈들이 정말로 달려 들어오는데.]

허리에 찬 칼을 들더니 동쪽을 치고 서쪽을 막으며 엉뚱한 몸짓을 하였다. 독고구검의 검법은 본래 초식이 없어도 검법이 멋지고 우아했으며 단지 엉뚱하게 여기저기 찔러도 똑같이 위력이 컸던 것이다. 그것의 요점은 검의(劍意)에 있지 초식에 있지는 않았다. 또한 그는 결코 혈을 찍는데 장점을 지니지 않았기 때문에 격돌할 때 상대방의 혈도를 정확하게 찍는다는 것이 어려웠다.
그러나 정묘한 검법에 무서운 내력이 따라 붙으니 비록 적의 요혈을 찍지 못해도 적은 쓰러져 버리는 것이다. 그의 발걸음이 기우뚱거리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한 자루의 칼집에 꽂혀 있던 칼은 마구 춤을 추더니 갑자기 자기 몸을 주체 못하고 한명의 적에게 부딪쳐 들어갔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칼자루의 끝은 마침 그 사람의 아랫발에 와 닿았다. 그 사람은 한번 긴 숨을 내쉬더니 흐느적거리며 몸을 주체 못하고 쓰러졌다.
영호충은 아이고! 하고 소리를 치며 뒤로 물러섰다. 칼자루는 또 한 사람의 어깨에 가서 부딪쳤다. 그 사람은 또한 금방 쓰러져 땅 아래로 굴렀다. 영호충의 두 발은 그의 몸 위에 올라서더니 욕을 해댔다.

[제기랄 놈!]

몸을 앞으로 똑바로 튀어나가니 칼끝은 또 한 명의 칼을 쥐고 있던 사람에게 부딪쳤다. 이 사람은 바로 정정사태를 둘러싸고 공격하던 세 사람 중의 하나였다. 영호충의 칼끝이 등 뒤에 가서 닿자, 손에 들고 있던 단도가 날라가 버렸다. 정정사태는 이 기회를 틈타 창을 써서 그의 가슴을 쳤다. 그의 입에서는 피가 줄줄 흘렀고 더이상 살 것 같지는 않았다.
영호충은 외쳤다.

[조심하시오! 조심하시오!]

뒤로 몇발짝 물러나니 등이 판관필을 쓰는 자와 닿았다. 그 자는 판관필을 쥐고 그의 옆구리를 찍었다.영호충은 비틀거리더니 아픗로 달려들어 그의 칼끝이 닿는 곳에 또 두 명이 찍혀서 쓰러졌다.
판관필을 쓰는 자는 영호충을 향해 달려들었다. 영호충은 크게 외쳤다.

[아이고, 어머니!]

걸음아 날 살려라고 도망쳤다. 그자 또한 잽사게 쫓아왔다. 영호충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숙이자, 칼자루는 겨드랑이에서 반 정도가 나왔다. 그자는 영호충이 이렇게 빨리뛰면서 갑자기 멈출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의 무공은 높았지만, 그러나 초식을 바꿀 틈이 없어서 급한 나머지 자기의 명치가 영호충의 뒤로 내민 칼자루에 와 닿았다. 그의 얼굴은 이상한 표정이 되었다. 아마 금방 발생한 일이 자기도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듯하였다. 그러나 몸은 천천히 꼬꾸러졌다.
영호충이 몸을 돌려 보니 언덕 위에서 사움이 멈추고 항산파의 제자들은 이미 언덕 위에 올라가 마교의 사람들과 대치하고 있었으며, 그 나머지 제자들도 신속하게 올라갔다.
그는 큰 소리로 외쳤다.

[이 좀도둑놈들아, 이 장군께서 이곳에 와 있는 줄을 알면서도 빨리 무릎을 꿇고 투항하지 않는구나!]

칼을 손에 들고 크게 외쳤다. 그리고는 마교의 사람들을 향해서 달려 들어갔다. 마교의 사람들은 잽싸게 칼과 창을 들어 방어를 하고 항산파의 여러 제자들은 앞으로 나가 도우려고 했는데 영호충이 크게 외쳤다.

[아이고 무서워! 아이고 무서워! 정말로 무서운 좀도둑들이다!]
영호충은 이미 사람들 사이에서 달려나오고 있었다. 그의 발걸음은 무겁고 뛸 때 흙과 물이 함께 뒤엉키니 자칫 잘못해서 몸을 땅바닥에 굴렸다. 몸이 땅바닥에 구르면서 칼집이 튕겨져 나와 자기의 이마를 때리니 정신을 약간 잃었다. 그러나 그는 마교들의 무리에서 뚫고 나오면서 이미 다섯 사람을 찍었던 것이다. 쌍방은 그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 모두들 놀라고 멍청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의화, 의청은 앞으로 튀어나와 외쳤다.

[장군님, 왜 그러십니까?]

영호충은 두 눈을 꼭 감고 정신을 잃은 척했다. 마교의 두목격인 노인은 순식간에 부하 한 명이 목숨을 잃고 열한 명이 이 미친 척한 군관에게 찍혀 쓰러지는 것을 보고 또 조금 전에 그가 자기 진영으로 몸을 달려올 때 자기가 계속해 초식을 써 그를 잡으려 했으나 오히려 그의 칼끝에 놀아나고 칼끝이 찍히는 곳은 비록 혈도의 중요한 곳은 아니지만 형세가 무섭고 방향과 위치가 이상해서 평생에 이러한 것을 보지 못했다. 이 사람의 무공의 높음은 정말로 예측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또한 자기 쪽의 찍힌 사람 가운데 다섯 사람이 이미 항산파에서 잡혀 버리자, 오늘은 아무리 뭐라해도 좋은 승부가 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냉랭한 목소리로 외쳤다.

[정정사태, 당신들 제자가 우리의 암기에 맞았는데, 그 해독약이 필요 없읍니까?]

정정사태는 암기에 맞은 몇명의 제자들이 정신을 잃고 깨어나지 못하고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모두 새카만 피인 것을 보고 상대방이 쓰고 있는 암기에는 독약이 묻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의 말소리를 듣자, 이미 그의 뜻을 알고는 있었다.

[그렇다면, 해독약을 가져와서 사람과 바꾸시오!]

그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낮은 목소리로 몇마디 말을 했다.
한 명의 마교 사람은 항아리를 가져와서 정정사태의 몸 가까이 이르더니 약간 고개를 들었다. 정정사태는 그 항아리를 받아들고 엄숙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이 해독약이 만약 효과가 있다면 사람을 풀어 주리다.]
그 노인은 말을 했다.

[좋소이다. 항산의 정정사태는 식언을 하지 않겠지요.]하고 손을 들었다.
여러 사람은 부상을 당한 자와 죽은 자의 시체를 들고 일제히 서쪽 산길에서 언덕으로 내려가 순식간에 하나도 남지 않고 모두 가버렸다. 영호충은 정신이 들어 큰 소리로 외쳤다.

[아이고, 아프다.]

머리의 부은 상처를 만지면서 이상하다는 듯이 말을 했다.

[어! 그 좀도둑 놈들은 모두 어디로 갔읍니까?]

의화는 킬킬 소리내며 웃었다.

[장군께서는 정말로 이상하고 괴상하십니다. 좀전에 장군께서 적진에 들어가 이리 부딪치고 저리 부딪치고 하니 그 좀도둑 놈들은 당신이 무서워서 모두 달아나 버렸읍니다.]

영호충은 껄껄 크게 웃더니 말을 했다.

[그것 참 잘된 일이오. 이 대장군께서 나타나시니 과연 그 위풍이 사방팔방으로 처졌군요. 그 조무라기들이 내 명성을 듣고 모두 공무니를 뺐군요. 아이고......]

손을 내밀어 머리를 만지면서 갑자기 얼굴을 찡그렸다. 의청은 말을 했다.

[장군님, 장군님께서는 머리에 혹이 나셨읍니까? 우리에게 약이 있는데요.]

영호충은 말을 했다.

[아닙니다. 상처가 아닙니다. 대장부가 두번 죽는다는 일은 흔히 잇는 일이오.]

의화는 입을 틀어 막으면서 웃으며 말했다.

[아마, 한번 죽는다는 것이지 두번 죽는다는 말은 없지 않습니까?]

의청은 그녀를 한번 흘기면서 말을 했다.

[말꼬투리를 잡기는 하필이면 왜 이때 그런 말을 하고 있니?]
영호충은 말을 했다.

[우리 북방 사람은 그렇게 말을 합니다. 아마 당신들은 남쪽 사람이니 그런 말이 없는 모양이군요.]

의화는 고개를 돌리고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는 북쪽 사람인걸요.]

정정사태는 해독약을 몸 가까이 있는 제자에게 건네주고 그녀들로 하여금 암기에 상처입은 동료들을 치료하라고 하였다. 그리고 영호충의 몸 앞으로 걸어오더니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항산의 노승 정정이라고 하옵는데, 소협의 존함은 어떻게 되는지요?]

영호충은 마음 속으로 깜짝 놀랐다.

(이 항산파의 노승은 과연 눈빛이 예리하구나. 나의 나이가 적고 또 가짜 장군이라는 것을 알아차렸군.)

즉시 고개를 숙이고 포권을 하며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한 뒤 말했다.

[노 사태께서 너무 과찬이십니다. 본 장군의 성은 오씨이고 이름은 천덕이라 하지요. 저는 천주 참장이라는 직책을 제수받고 지금 그곳으로 부임하러 가는 길입니다.]

정정사태는 그가 자기의 본 모습을 나타내려 하지 않고 또 가짜 장군이라는 것을 알고는 말을 했다.

[오늘날 저의 항산파가 큰 봉변을 당했으나 다행히 장군께서 도와 주셔서 장군의 은덕을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읍니다. 장군의 무공은 깊고도 넓어 소승은 장군이 어느 문파에서 무술을 전수 받았는지 모르겠읍니다. 정말 감탄할 뿐입니다.]

영호충은 껄껄껄 크게 웃으며 말했다.

[노 사태께서 너무 칭찬을 해주셨읍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씀드리지만 저의 무공은 정말 조금 봐줄 만하지요. 위로 향해 몸을 날리면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리고 밑으로 향해 땅을 쓸면 뿌리를 뽑을 수 있지요. 아이고...... 아이고.]

말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손과 발을 춤을 추듯이 놀리며 손을 쭉뻗자 마치 힘을 너무 쓴 것처럼 자기의 관절이 아픈 척하면서 옆눈으로 의림을 보았다. 그녀는 그가 아이고 하고 신음소리를 내자, 퍽이나 관심이 있는 그런 눈빛이었다. 그래서 내심 생각하였다.

(이 소사매의 마음씨는 정말로 곱구나. 만약 나라는 것을 안다면 그녀는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정정사태는 그가 거짓으로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웃으며 말했다.

[장군께서는 정말 자기 신분을 나타내려고 하지 않는군요. 별수 없이 소승은 아침 저녁으로 초와 향불을 붙여 장군님의 만수무강함을 빌어드리고 만사여의 하시기를 빌겠읍니다.]

영호충은 말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보살님께 기도나 좀 해주십시오. 저의 벼슬이 높이 올라가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 소장도 노사태와 여러분들이 가는 길이 편안하고 만사소통하기를 빌겠읍니다. 하하하, 하하하!]

큰 소리를 하면서 정정사태를 향해서 머리가 땅까지 닿도록 절을 하고 큰걸음을 내디디며 갔다. 그는 비록 행위가 경망스럽고 농담끼가 다분히 섞였지만, 오랫동안 오악검파에 있었으므로 이 항산파의 선배에게 감히 무례한 행동을 할 수는 없었다. 항산파의 여러 제자들은 그가 발걸음을 흐느적거리고 남쪽으로향하는 것을 보자, 정정사태를 둘러싸고 재잘재잘 의론이 분분하였다.

[사백님, 이 사람은 어디서 온 사람입니까?]
[그는 정말로 미쳤읍니까? 그렇지 않다면 미친 척하는 것입니까?]
[그의 무공은 높지요? 그렇지 않다면 재수가 좋아 칼을 마구 휘둘러서 우연히 적에게 적중시킨 것입니까?]
[내가 보건대 그는 장군인 것 같지 않고 나이가 어린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요?]

정정사태는 한숨을 쉬고 고개를 돌려 암기에 몸을 상한 제자를 돌보고 갔다. 그녀들은 약을 붙인 다음 검은 피가 점점 빨갛게 변하고 또한 맥박수가 점점 빨라지자 위험한 상태가 지났음을 알았다. 또한 그녀의 항산파에서 만든 영약은 각파에서 알아주는 약이라 그 뒤탈을 막을 수가 있어서 그 다섯 명의 마교 사람들의 혈도를 즉시 풀어주고 가도록 했다. 그리고 말했다.

[모두들 저쪽 나무 아래에서 좀 쉬도록 하자꾸나.]

그녀는 스스로 큰 바위 위에 가서 앉더니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이 사람은 마교의 진중으로 들어갔을 때 마교의 두목격인 장로가 그를 향해서 손을 썼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순간적으로 다섯 명을 쓰러뜨렸다. 그것은 혈도를 찍는 공력도 아니고, 쓰고 있는 초식 또한 그가 어떤 문파에 속해 있는지도 모른다. 현재 무림 중에서 이렇게 무서운 젊은이가 있다니 그 젊은이는 어떤 고수의 제자일까. 이러한 인물이 적이 아니라니 실로 우리 항산파에 있어서는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녀는 한참 생각에 잠기더니 제자에게 지필묵을 가져오라고 명했다. 그리고 편지를 써 주더니 말했다.

[의질(儀質), 비둘기를 가져오너라.]

의질은 대답을 하고는 등에 지고 있는 대나무 새장에서 한 마리의 비둘기를 꺼냈다. 정정사태는 편지를 돌돌 말더니 작은 대나무 속에다 밀어 넣고 뚜껑을 닫더니 다시 뚜껑을 칠로 봉하고 끈으로 비둘기의 좌측 발에 동여맸다. 그리곤 마음속으로 무슨 기도를 하더니 비둘기를 하늘로 띄웠다. 비둘기는 날개를 지으며 북쪽으로 날아가고 순식간에 하나의 작디 작은 점으로 작아지면서 시야에서 사라졌다.
정정사태는 편지를 쓰면서부터 비둘기를 날려 보낼 때까지 모든 행동이 느렸다. 조금 전에 혼신을 다해서 적과 부딪칠 때 민첩하게 마치 날으는 듯이행동했을 때와 완전히 딴판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 비둘기가 흰구름을 가르며 멀리 사라지고 보이지 않게 되었어도 멍청하니 북쪽을 향해 쳐다보고 있었다. 여러 사람들은 감히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조금 전의 일전은 비록 그 광대 같은 장군이 있어서 언뜻 보기에는 한판의 장난처럼 보였으나 그 국면은 위험하기 짝이 없었고 모든 사람들이 죽음에서 겨우 벗어났다고 말할 수가 있는 것이다.

한참 지난 뒤에 정정사태는 몸을 돌려 한 명의 열대여섯 살 먹은 어린 처녀에게 손짓을 했다. 그 소녀는 바로 일어나며 그녀의 몸 가까이 와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

[사부님!]

정정사태는 처음 가볍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견아, 너는 조금 전에 무서웠지?]

그소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무서웠어요. 다행히 그 장군이 용감하셔서 그 악당들을 쫓아보냈읍니다.]

정정사태는 잔잔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장군은 용감한 것이 아니고 무공이 상당히 높지.]

그 소녀는 말했다.

[사부님, 그의 무공이 상당히 강합니까? 제가 보건대 그 사람은 마구잡이로 하는 것 같고, 잘못해서 이마가 자기의 칼집에 부딪쳐서 부르텄어요? 어째서 그 사람의 칼이 녹이 났을까요? 왜 칼집에서 칼이 뽑아지지 않았을까요?]

이 소녀는 진견(秦絹)이라고 부르는 아이로 이 정정사태의 마지막 제자였다. 총명하고 눈치가 빨라서 사부의 총애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항산파의 여제자들 중에서 출가한 비구니들은 약 6할 정도이고, 그 나머지 4할 정도는 출가를 하지 않은 제자였다. 어떤 사람들은 중년이고, 오육십 살 먹은 할머니도 있었다. 그래서 진견은 항상파에서 나이가 제일 적은 제자였던 것이다. 여러 제자들은 정정사태와 소사매인 진견이 말하는 것을 보고 천천히 에워쌌다. 의화는 끼어들며 말했다.

[그의 초식은 절대로 엉터리가 아니야. 모두가 거짓으로그런거야. 장군의 무공이 너무 높기 때문에 자기의 초식을 모두 은폐시킬 수 있었던 것이지. 그 사람이야말로 정말 무공이 높은 경지에 이른 사람이야. 사백님, 사백님께서 보시건대 그 장군은 어디에서 온 사람이며, 어느 파 사람일까요?]

정정사태는 천천히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 사람의 무공은 단지 심불가측(深不可測)의 네 글자로 형용 할 수 있을 뿐 그 나머지는 나는 아무것도 모르겠다.]

진견이 물어봤다.

[사부님, 이 편지는 장문사백께 보내는 것입니까? 그렇습니까? 금방 편지가도착할까요?]

정정사태는 말했다.

[비둘기가 소주의 백의암(白衣庵)에 도착하면 비둘기를 바꿀 것이고 다시 백의암에서 제남의 묘상암(妙相庵)에서 바뀌고 또 다시 노하구의 청정암(淸靜庵)에서 비둘기를 바꾸지, 네 마리의 비둘기가 계속해서 난다면 바로 항산에 도착할 수가 있지.]

의화는 말했다.

[다행히 우리는 큰 화를 당하지 않았읍니다. 적의 암기를 맞은 몇 명의 제자들은 한 이삼일 지나면 큰 위험은 없을 것 같고, 돌멩이나 병기에 몸이 상한 아이들도 생명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 같습니다.]

정정사태는 고개를 들고 생각에 잠겨서 그녀의 말을 듣지 못했다.

(항산파가 이번에 남하하는 계획은 모두 비밀리에 이루어지고 또한 낮에는 자고 밤에만 길을 재촉했는데, 어떻게 해서 마교의 사람들이 우리의 행적을 알고 습격을 했을까?)

고개를 돌려 여러 제자들에게 말했다.

[적이 멀리 가 버렸으니 금방은 무슨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모두들 너무 지쳤으니 이곳에서 허기를 채우기로 하자. 그리고 저 나무 밑의 시원한데서 잠을 좀 자도록 하자.]

정정사태의 말이 끝나자, 어떤 사람은 돌멩이를 주워다 불을 지폈으며, 어떤 사람은 잠잘 준비를 하였다. 여러 사람들은 몇시간 동안 정도 잠을 자고 점심을 먹었다. 정정사태는 상처를 입은 여러 제자를 살펴 보더니 아무런 이상이 없자, 말을 했다.

[우리들의 행적은 이미 노출되었으니 앞으로는 저녁에 길을 떠날 필요가 없겠다. 상처를 입은 사람은 치료를 해야 되니 우리는 오늘 밤 입팔포에서 쉬도록 하자.]

그 높은 언덕에서 산 아래로 내려와 약 세시간 정도 걸으니 입팔포에 도착을 했다. 그곳은 절.민 두 지역의 교통의 중심지로 선하령을 여행하는 사람은 반드시 통과해야 되는 지방이었다. 읍으로 들어오니 날은 아직 저물지 않았는데 읍에는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의화는 말을 했다.

[복건의 지방의 풍습은 참으로 이상하군요. 이렇게 날이 이른데 들어가 잠을 자다니 말이예요?]

정정사태는 말을 했다.

[우리는 객주집을 하나 찾아 그곳에서 쉬도록 하자.]
항산파와, 무림 중에 각 지방에 있는 암자들과는 서로 소식이 오고갔다. 그러나 입팔포에는 비구니의 암자가 없어서 그곳에 가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객주집을 찾아 쉬기로 한 것이다. 단지 불편한 것은 일반 사람들은 여승을 보면 죄악시하여 여승이 앞을 지나가면 불결하다고 해서 때때로 시비를 걸어오는 것이었다. 다행히 여승등은 습관이 되었기 때문에 시비를 걸어와도 대꾸를 안 했던 것이다. 그러나 거리의 모든 집들과 점포들은 모두 문을 꼭꼭 닫았다. 입팔포는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아도 일이백 점포가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쳐다보아도 죽음의 마을 같았다. 날이 저물려면 한참 있어야 되는데 입팔포의 거리는 이렇듯이 캄캄한 밤중이었던 것이다. 여러 사람들은 거리를 몇 모퉁이 돌자, 앞에서 흰천의 간판이 붙어 있는 객주집을 보았다. 그 간판에는 선안객점(仙安客店)의 네 글자가 써 있었다. 그러나 대문은 꼭꼭 잠기고 조용했으며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여제자인 정악(鄭 )이 즉시 앞으로 나가 문을 두드렸다. 이 정악이라는 출가하지 않은 제자는 둥그런 얼굴과 웃음 띤 모습을 하고 있었고 말을 퍽이나 잘해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인상이었다. 오는 도중에 사람에게 물어볼 말이 있거나 알아볼 일이 있으면 그녀가 항상 나와서 말을 하곤 했었다. 여승이 나서면 사람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그녀가 항상 말을 주고받았던 것이다.
정악은 문을 몇번 두드리고 멈췄다가 다시 두드리고 했으나 한참이 지난 뒤에도 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정악은 외쳤다.

[주인 어른, 문 좀 열어 주십시오!]

그의 목소리는 카랑카랑하고 또한 무예를 익힌 사람이라 목소리는 멀리까지 들릴 수가 있었다. 설령 집이 몇개의 뜰로 사여 있을지라도 응당히 들을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객주에는 단 한 사람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고 상황이 이상했다.
의화는 앞으로 걸어가 귀를 대고 안에 있는 동정을 살폈으나 주점 안에는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말을 했다.

[사백님, 점포 안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읍니다.]

정정사태는 일이 좀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느꼈다. 주점 앞에 걸려 있는 간판은 바꾼 지 오래되지 않은 것 같았고, 문 또한 닦여져 있어서 절대로 문을 닫고 장사를 하는 집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말을 했다.

[다시 좀 돌아보자. 이 읍에는 객주집이 한 집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몇개의 집을 지나고 몇십 가옥을 지나자, 앞에는 남안객점(南安客店)의 객주집이 또 있었다. 정악은 앞으로 나가 문을 두드렸으나 조금 전의 상황과 똑같았다. 여전히 아무 대답이 없었던 것이다.
정악은 말을 했다.

[의화사저님, 우리 들어가서 좀 살펴보지요?]

의화는 말을 했다.

[좋다.]

담을 넘어 들어갔다. 정악은 외쳤다.

[사람이 있읍니까?]

그러나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두 사람은 칼집에서 검을 뽑아 어깨를 나란히 하고 대청 마루로 들어섰다. 다시 뒤에 있는 마굿간, 주방, 손님이 묵는 객실을 일일이 살펴보았지만 과연 한 사람도 없었다. 그러나 탁자와 의자는 먼지가 쌓이지 않았고,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차조차도 뜨듯한 기운이 식지도 않았던 것이다. 정악은 대문을 열고 정정사태의 일행이 들어오도록 했다. 그리고는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모두들 이상하게 돌아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정정사태는 말을 했다.

[너희 일곱은 한조가 되어 읍에 나가 각각 살펴보도록 하라. 도대체 무슨 연고가 있어서 그러한가를 살펴보도록 하라. 일곱 사람은 절대로 흩어지지 말고 일단 어떤 낌새나 사람을 보면 알리도록 해라.]

여러 제자들은 대답을 하고 각각 나갔다. 대청에는 정정사태 한 사람만 홀로 남아 있었다. 처음에는 제자들의 발걸음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났으나 나중에는 그 소리도 사라지고 적막함만 흘렀다.
이 입팔포의 읍이 너무나 조용해서 모골이 송연한 감이 들었다. 이렇게 큰 읍이 사람소리가 없이 정적하고 개나 닭우는 소리도 들리지 아니하니 실로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
정정사태는 갑자기 걱정이 되었다.

(혹시 마교 사람들이 음흉한 흉계를 꾸미고 있는 것이 아닐까.
여자아이들이라 이 강호에 대해서 잘 모를텐데. 잘못하다가는 간계에 빠져서 그들에게 모두 당하는 것은 아닐까.)

문 입구에 다가가니 동북쪽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얼씬거리고 서쪽에서 또 몇 사람이 집에서 들락날락하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모두가 항산파의 제자들이라 그녀는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잠시후에 여러 제자들이 돌아와서 돌아다닌 결과를 보고했다. 모두 읍에는 아무도 없다고 말을 했다.
의화는 말을 했다.

[사람이 없음은 고사하고 짐승조차도 보이지 않습니다.]
의청은말을 했다.

[보아하니 읍내의 사람들은 떠나간 지가 얼마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많은 집의 가구들은 다 놓여 있고 가구들의 문이 열려서 돈이 되는 물건은 모두 가져가 버렸읍니다.]

정정사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어 봤다.

[너희들의 생각은 어떠하냐?]

의화는 말을 했다.

[제가 추측하기에는 그 마교들이 읍내의 사람들을 모두 쫓아버린 것 같습니다. 아마 머지 않아 그들이 곧 공격해 들어올 것 같습니다.]

정정사태는 말을 했다.

[맞다. 이번 마교의 요망한 자들이 우리들에게 도전을 하려고 그러는 거야. 아예 잘 됐다. 너희들은 무서우냐?]

여러 제자들은 일제히 대답했다.

[악독한 자들을 없애는 것이 우리 불문 제자들의 천직이지요.]
정정사태는 말했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좀 쉬기로 하고, 밥을 지어 배나 채우기로 하자. 먼저 물과 살과 야채에 어떤 독이 묻어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항산파의 사람들은 본시 밥을 먹을 때 말을 하지 않는 법이었다. 이번에는 더욱 무도 귀를 쫑끗 세우고 밖의 동정을 살폈다. 첫번째 사람들이 밥을 먹고 난 후 나가서 바깥의 동태를 살피고 있는 제자들과 교태를 해서 밥을 먹게 했다.
의청은 갑자기 한 묘책이 생각나자 말을 했다.

[사백님, 우리가 그 민가에 들어가서 초에다 불을 켜놓으면 그 마교들은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입니다.]

정정사태는 말했다.

[그 술책은 좋은 생각이다. 그렇다면, 너희들 일곱 명이 가서 불을 켜라.]

그녀가 대문으로 나가자, 잠시 후에 맨앞 점포의 창문이 하나하나 밝아지기 시작했으며, 좀더 지나자 동쪽에 있는 많은 점포들의 창문에서 불빛이 새어 나왔다. 큰 거리에는 등불이 여기저기 켜 있었으며 그러나 아무런 인기척은 없었다. 정정사태는 머리를 들어 하늘에 있는 달을 쳐다보고 마음속으로 기원을 했다.

(보살님께서 우리를 보호하셔서 우리 항산파의 여러 제자들이 이번 일을 성공시키고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제가 만약에 다시 항산에 돌아간다면 그때부터는 불경만 외우고 다시는 손에 검을 쥐지는 않겠읍니다.)

그녀가 왕년에 강호를 호령하고 다닐 때 실로 적지 않은 크나 큰 일들을 많이 격었다. 그러나 어제 저녁에 선하령에서 그와 같은 일전은 국면이 실로 험악했고 지금에 와서 생각해도 몸서리가 쳐졌다. 그래서 이렇게 많은 제자들의 안위에 대해서 마음을 졸이고 있는 것이다. 만약에 그녀가 혈혈단신 혼자라면 그보다 십배 백배 더 위험한 경우를 당해도 그것은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이다. 다시 마음속으로 묵묵히 기도를 했다.

(대자대비 하시고 어려움에서 항상 구해주신 관세음보살님! 만약에 나와 항산파 사람들이 이 고난을 헤쳐가지 못한다면 정정 한 사람이 그 재난을 막도록 해주십시오. 모두 응과업보는 이 제자 혼자서 맡겠읍니다.)

바로 이때 동북쪽에서 한 여자의 큰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살려 주십시오! 살려 주십시오!]

적막이 흐르는 가운데 그 외침소리는 너무나도 처절하게 느껴졌다. 정저사태는 깜짝 놀랬다. 그러나 목소리를 들어보니 그것은 자기파의 제자가 아님을 알고 동북쪽을 주시했다. 그러나 아무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바로 의청 등 일곱 명의 제자에게 동북족으로 가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살펴보라고 했다. 한참 지났는데 의청 등 일행이 돌아오지 않았다.
의화는 말을 했다.

[사백님, 제자와 여섯 사매들이 건너가서 알아보겠읍니다.]
정정사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의화는 여섯명을 데리고 그 외침소리가 난 곳을 향해서 뛰어갔다. 컴컴한 밤중에 검광이 번쩍였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불빛이 사라졌다. 한찬 지난 뒤에 그 여자의 외침소리가 찢어지게 들려왔다.

(살인이 일어났읍니다. 살려 주십시오! 제발 살려 주십시오!]
항산파의 사람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몰랐다. 어째서 의청, 의화 두 명이 데리고 간 사람들은 한참이 지났는데 아무도 돌아오는 사람이 없단 말인가. 만약에 도중에 적을 만났다면, 어째서 격투소리가 들리지 않는단 말인가.
그러나 그녀의 살려달라는 외침소리가 들려오자 모두가 정정사태의 얼굴만 쳐다보고 정정사태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정사태는 말했다.

[우수(于嫂), 자네는 여섯명의 사매들을 데리고 가거라. 어썬 일을 보든지간에 즉각 사람을 보내서 알리도록 해라.]

우수는 사십 정도의 중년 부인으로 원래 항산 백운암에서 정한 사태를 시중하는 고용잡부였으나 후에 정한사태가 그녀의 충직함과 성실함을 보고 제자로 삼아 이번에 정정사태를 따라 나와 처음으로 강호에 들어섰던 것이다. 우수는 고개 숙여 대답을 하고 여섯병의 사매를 데리고 동북쪽으로 갔다.
그러나 일곱 사람이 간 뒤에 여전히 돌멩이가 큰 바위 속에 떨어진 것처럼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정정사태는 갈수록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추측해 보건대 적은 무슨 함정을 파놓고 여러제자를 유혹해 가서 하나하나 잡아두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또 한참 지난 뒤에 여전히 아무런 움직임이 없고, 그 살려달라는 외침소리도 다시는 들리지 않았다.
정정사태는 말했다.

[ 의질, 의진 너희들은 이곳에 남아서 사저와 사매들의 상처를 치료해주고 돌보고 있거라. 어떤 경우를 당할지라도 이 객주를 떠나지 말고 그들의 조호이산(調虎離山) 계략에 빠지지 말거라.]
의질, 의진 두 사람은 대답했다.
정정사태는 정악, 의림, 진견 등 세 명의 젊은 제자들에게 말했다.

[너희들 셋은 나를 따라오너라.]

장검을 뽑아 들고 동북쪽으로 달려갔다. 가까이 이르르자, 집들이 한줄로 배열돼 있었으며 어둠 컴컴하고 아무런 불빛이 없었으며 조용하여싼. 정정사태는 엄한 소리로 일갈을 했다.

[마교의 요망한 것들아! 씨가 있는 놈들이라면 나와서 결전을 하자. 이곳에서 귀신처럼 음흉하게 숨어 있는 놈들이 어찌 영웅호걸이라 할 수 있느냐!]

한참 지났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발을 날려 몸 옆에 있는 집의 큰 문을 내리쳤다. 뿌드득 소리가 나더니 문 빗장이 두동강이 나면서 대문을 안쪽으로 튕기듣이 열렸다. 집안에는 어둠 컴컴하고 아무도 없었다. 정정사태는 감히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 외쳤다.

[의화, 의청, 우수 너희들은 내 목소리가 들리느냐?]
그의 외침소리는 멀리 전해져 갔다.
잠시 후 먼곳에서 가벼운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그 신음소리는 즉각 멈추어지고 또 다시 정적이 흘렀다. 정정사태는 고개를 돌려 말했다.

[너희 셋은 네 뒤를 바짝 따라오고 절대 떨어지지 마라.]
검을 들고 집들을 한바퀴 돌아보았으나 아무런 이상한 점이 없었고 몸을 날려 지붕 위로 올라가 사방을 살펴 보았다. 이때는 바람이 한점도 일어나지 않고 초목들은 죽은 듯이 잠을 자고 있는 것 같았으며, 차가운 달빛만이 지붕 위의 기와를 내리 비추고 있었다. 이 정적은 마치 옛날 항산에 있을 때 한밤중에 나와 뜰을 산책할 때의 상황과 같았다. 그러나 항산은 한편의 고요함만 흐르고 있었는데 이때 사방은 살기가 돌고 있었고 음흉하기 짝이 없었던 것이다. 정정사태가 무공이 아무리 강하다 할지라도 적이 모습 나타내지 않으니 그로서도 실로 속수무책인 것이다.
그녀는 또 초조하고, 후회를 하였다.

(벌써 마교의 사악한 인간들이 음흉하기 짝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째서 제자들을 정탐을 보냈는지 모르겠구나......)
갑자기 마음속이 뜨끔해지더니 두 손으로 무릎을 치면서 지붕 아래로 내려 경공을 전개해 급히 남안객주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외쳤다.

[의질, 의진 무슨 흔적을 보았느냐?]

주점에서는 아무런 대답의 소리가 없었다.
그녀는 실내로 들어왔으나 주점 안에서도 이미 아무도 없었다.
애당초 침대에 드러누워 상처를 치료받던 몇명의 제자 또한 감쪽같이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정정사태가 수양이 아무리 쫘아도 이런 광경을 보자 진정할 수가 없고 검끝이 촛불 아래서 끊임없이 요동을 치며 한줄기의 푸른 빛을 발산하였다. 자기가 쥐고 있던 장검이 자기도 억제하지 못할 정도로 덜덜 떨리고 있었던 것이다. 수십명의 여제자들이 순식간에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으니 도대체 무슨 연유란 말이냐? 또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순식간에 입술이 말라 목이 타옴을 느끼고 전신의 근육과 뼈가 모두 풀어지고 한 발자국도 내디딜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태는 순식간이었다. 그녀는 긴 호흡을 하고 단전에서 기공을 운행시키니 금방 정신이 들고 객주집에 구석구석을 샅샅이 방이나 정원할 것 없이 신속하게 한바퀴 살펴 보았다. 그러나 아무런 흔적이나 낌새를 알아낼 수가 없었다.
그녀는 외쳤다.

[악아, 견아 너희들은 어디 있느냐?]

그러나 컴컴한 밤중에 자기의 외침소리만 들려오고 있을 뿐, 정악이나 진견, 의림 세 사람은 아무 대답도 없었다.
정정사태는 암암리 외쳤다.

[큰일났구나!]

급히 문을 박차고 외쳤다.

[악아, 견아, 의림 너희들은 어디 있느냐?]

문 밖의 달빛은 담담한데 그 세 명의 제자들도 이미 그림자를 감추었다.
이러한 큰 변고를 보니 정정사태는 몹시 화가 났다. 몸을 날려 지붕 위로 올라가더니 외쳤다.

[이 마교의 요망한 놈들아! 씨가 있는 놈이라면 나와서 당당히 겨뤄보자. 쥐새끼처럼 그렇게 숨어만 있으니 그게 무슨 꼴이냐?]
그녀는 이렇게 몇번이고 외쳤다. 그러나 사방은 조용할 뿐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큰 소리로 욕을 해댔다. 그러나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고 이 입팔포 읍처럼 큰 곳에 마치 자기 혼자만이 덩그렇게 남아 있는 듯했다. 아무런 대책이 없을 쯤에 갑자기 묘안이 하나 떠올랐다. 그래서 낭랑한 소리로 말했다.

[마교의 사람들은 들어라! 너희들이 더 이상 몸을 나타내지 않으면 그것은 동방불패가 겁이 콩알만한 무리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그래서 감히 나와 정면대결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 무슨 동방불패란 말이냐? 그건 틀림없이 동방불패일 것이다. 동방필패는 감히 이 노승을 만나보기가 두려운 거겠지.동방필패 내 생각에는 너는 틀림없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마교의 사람 누구나가 교주의 명을 마치 신령처럼 받들고 만약 어떤 사라이 교주의 이름을 우롱하는 사람이 있어 교도들이 그 소리를 듣고 목숨을 걸고 교주의 명예를 지키지 못하면 실로 그 죄악이 무한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과연 그녀가 몇번 동방필패라고 외치자, 갑자기 몇채의 집안에서 사람이 나오더니 소리도 없이 지붕 위로 올라가 사방에서 그녀를 포위하였다.
적이 몸을 드러내자, 정정사태는 마음속으로 기뻐했다.

(너희 일곱 명이 결국은 내 욕지거리에 몸을 나타내어 나를 난도질을 하려고 하는구나. 설령 내가 죽는다 하더라도 귀신도 모르게 죽는것보다 낫겠지.)

그러나 이 일곱 사람은 한마디라도 하지 않고 그녀의주위에 서있을 뿐이다.
정저사태는 노한 음성으로 말했다.

[나의 여제자들은 어디 있느냐? 그들을 묶어서 어디로 데려갔단 말이냐?]

그 일곱 사람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정정사태는 서쪽에 서있는 사람의 나이를 짐작해 보니 오십살 정도로 얼굴의 근육은 마치 뻣뻣하게 굳어져 있는 것처럼 희노애락의 색을 전혀 내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한숨을 쉬더니 외쳤다.

[좋다. 검 받아라!]

검을 들어 서북쪽의 두 사람의 가슴을 향해 내리찍었다. 그녀의 몸이 포위를 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일검이 그들을 찌를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어서 이 일검은 헛초였다. 눈앞의 두 사람도 대단하여 이 검이 단지 헛초라는 생각이 들어 움직이지도 않고 그 자리에 서서 막지도 않았다. 정정사태는 이 일검은 본래 거두어 들이려고 했으나 그들이 꼼짝 않고 있는 것을 보자 중도에서 검을 거둘 수가 없어 우측 발에 힘을 넣어 질풍처럼 쭉 뻗어 찔렀다. 두 사람의 몸이 양쪽을 흩어지더니 각각 그녀의 좌측과 우측 어깨에 손을 내리쳤다.
정정사태는 마치 질풍처럼 몸을 돌려 그 동쪽의 몸이 약간 큰 사람을 향해 공격해 들어갔다. 그 사람은 반 걸음 미끄러지더니 챙강하는 소리에 병기가 손에서 나왔다. 찰랑하고 소리를 내는 병기는 무거운 철패(鐵牌)였으며, 이 철패는 그녀의 검을 향해 내리쳤다.
정정사태는 장검을 이미 돌려 쓱하는 소리와 함께 죄측에 있는 늙은이를 향해 찔렀다. 그 늙은이는 좌측손을 내밀어 그녀의 검신을 잡으려고 했다. 달빛에서 은은하게 그의 손에는 마치 검정색의 장갑을 끼고 있는 듯했다. 그것은 틀림없이 검이나 창이 찌를 수 없는 물건임에 틀림이 없어서 감히 빈손으로 장검을 빼앗으려는 것이다.
순식간에 수합을 겨루어 정정사태는 이미 일곱 명의 적 가운데 다섯 사람과 부딪쳐 보았다. 그러나 이 다섯 사람이 모두 고수들이었으며 만약 한 사람과 대항하거나 두 사람과 대항했다면 그녀는 절대 물러서지 않고 이길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일곱 사람이 일제히 달려들어 약간의 틈이 생기고 상대방 중에 한 사람이 치는 듯하면 옆에 있는 사람이 바로 달려들어 그 빈틈을 메꾸었다. 그녀는 별 수 없이 속수무책의 국면에 이르렀다. 싸울수록 그녀는 더욱 당황하였다.

(마교 중의 걸출한 인물 가운데 열이면 아홉은 나는 벌써 들어서 알고 있다. 그들의 무공이 어떠하고 무슨 무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그런 소상한 점까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일곱 사람이 어떤 파에 속해 있으며 정체가 무엇인가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알 수가 없었다. 어쩌면 마교는 요 몇년 동안 세력이 크게 확장되어 이렇듯이 신분을 알 수 없는 고수들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힘겹게 수십합을 싸우면서 정정사태는 좌측을 막고 우측을 보충하여 이미 숨이 차왔다. 그런데 순간 지붕 위에는 열 몇 명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이 사람들은 틀림없이 벌써 이곳에 매복하여 있다가 이제서야 갑자기 정체를 드러낸 것이다.
그녀는 암암리에 외쳤다.

(그만두자, 그만둬. 눈 앞의 이 일곱 사람도 상대할 수가 없는데 또다시 적들이 나타나 기다리고 있으니 정정은 오늘 이 어려운 국면을 면할 수가 없구나. 적의 수중에 떨어져서 그들에게 능욕을 당하느니 빨리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낫겠다. 내 이 몸가죽은 단지 내 정신을 재탱해 주는 형태일 뿐이니 사라진다 한들 아깝지 않으나 단지 내가 데리고 나온 수십 명의 제자들을 모두 죽음을 길로 인도했으니 이 늙은 중은 항산파의 선조들에게 죄송할 뿐이구나.)
삭삭삭 삼검을 질풍처럼 휘두르더니 적을 세 걸음 뒤로 물러서게 해놓고 검을 거꾸고 쥐고 자기 심장을 향해 내리찍었다. 검끝이 가슴에 닿을 찰나에 갑자기 쨍그랑 소리가 나더니 손목이 진동을 하며 장검이 떨어졌다. 보니 한명의 남자가 손에 검을 쥐고 자기 몸 옆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남자는 외쳤다.

[정정사태, 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시오. 숭산파의 친구들이 여기 있소.]

정정사태의 장검을 이 자가 물리친 것이다. 병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급박하게 들리더니 사방에서 매복하고 있던 옆 사람이 서로 다투어 몸을 날려 그 마교의 일곱 사람과 싸우기 시작했다. 정정사태는 죽음에서 살아나자 정신이 일진하여 즉시 장검을 들어 앞에 나가 싸웠다.
숭산파의 사람들은 두 사람이 한 명 꼴로 그 마교의 일곱 사람을 상대하니 그들의 기세가 눌렸다. 그 일곱 사람은 적이 너무 많고 당할 수 없음을 보자 서로 신호를 하더니 남쪽으로 물러가 버렸다. 정정사태는 검을 쥐고 질풍처럼 쫓아갔다. 갑자기 앞쪽에서 바람소리가 나더니 처마 밑에서 열 몇개의 암기가 동시에 날아왔다.
정정사태는 장검을 들어 정신을 집중하여 날아오는 그 암기들을 하나하나 막아냈다.
컴컴한 밤중에 잘빛과 희미한 별빛 아래서 장검이 춤을 추더니 챙그랑
챙그랑 연속해서 소리가 들리며 멸 몇개의 암기를 그녀는 일일이 격퇴시켰다. 그녀가 무거운 암기를 하나 하나 처리하는 동안 그 마교의 일곱 명은 벌써 달아나 버렸다. 몸 뒤에 있는 그 사람의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항산파의 만화검법(萬花劍法)의 초식이 절묘하오. 오늘 정말로 눈이 번쩍 뜨였읍니다.]

정정사태는 장검을 칼집에 집어넣고 천천히 몸을 돌리니 한 순간에 동(動)에서 정(靜)으로 들어가 조금 전까지만 해도 검을 들어 격렬하게 싸우고 있던 무림의 고수가 갑자기 겸허하고 인자한 노승으로 변하였다. 두 손으로 합장을 하고 절을 하며 말을 했다.

[종사형(鍾師兄)께서 난국을 면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녀는 눈앞에 있는 중년 남자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자는 숭사파의 좌장문의 사제로 성은 종씨이고 이름은 진(鎭)이었다. 사람들은 이 사람을 구곡검(九曲劍)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그가 사용하는 병기가 곡선으로 구부러진 장검을 사용해서가 아니고, 그의 검법이 변화무쌍하여 추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높여서 부르는 것이다. 그 옛날 태산 일관봉(泰山日觀峯)에서 오악검파의 대회가 있을 때 정정사태는 그 사람을 한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나머지 숭산파의 인물 중에서도 그녀는 서너 명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종진은 포권을 하며 웃으면서 말을 했다.

[정정사태께서는 혼자 일곱 명을 상대하셨고 그것도 마교의 칠성사자에 대항하셨으니 과연 검법의 높음이란 감탄할 만하오.]
정정사태는 깊이 생각을 했다.

(알고 보니 그 일곱놈은 칠성사자라는 놈들이었구나.)
그녀는 자기의 무식함을 나타내고 싶지 않아서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내심 생각 하기에, 앞으로 천천히 알아 봐도 늦지 않겠고, 그들의 이름을 안 이상 나중에 처리해도 좋으리라고 생각을 했던 것이다.
숭산파의 사람들은 하나하나 와서 절을 하엿다. 두 사람은 종진의 사제였고 그 나머지는 그들보다 한 항렬 아래인 제자들이었다.
정정사태는 예를 다한 뒤 말을 했다.

[정말로 창피한 일입니다. 이번 우리 항산파의 수십 명의 제자들을 데리고 이 복건에 왔는데, 갑자기 이 읍에 와서 실종을 당하엿읍니다. 종사형, 당신들은 언제 이 입팔포레 도착하셨는지요. 어떤 무슨 단서라도 보셨다면 이 노승에게 가르쳐 주시겠읍니까?]
숭산파의 이 사람들은 벌써 은밀하게 옆에서 매복해 있다가 그녀의 처지가 급해지고 별 수 없이 칼을 들어 자진하려고 했을 때를 기다렸다가 비로소 몸을 나타내어 그녀를 도와주었다. 그러나 그것은 상대방의 약점을 최대한 잡고 자기들의 위치를 더욱 높이려고 했다는 생각이 들자 그녀는 마음속으로 심히 불쾌했다.
단지 수십 명의 여제자들이 갑자기 실종되어 일이 너무 중대했기 때문에 그들에게 별 수 없이 소식을 알아보았던 것이다. 만약에 이것이 그녀의 개인적인 일이었다면 차라리 죽을지언정 절대로 이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때 종진에게 이러한 말을 물어보는 적조차도 자기를 너무나 낮추는 일이었던 것이다.
종진이 말을 했다.

[마교의 음흉한 것들은 간계가 많습니다. 사태의 무공이 절묘함을 이미 알고 자기들이 이길 수 없음을 알자 암암리에 음모를 꾸미고 항산파의 제자들을 모조리 잡아 들인 것 같읍니다. 사태께서는 그리 초조해 하지 마십시오. 마교들은 비록 악독하지만 틀림없이 즉시 귀파의 제자들에게 어떻게 손을 쓰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들이 내려가서 더 자세하게 묘책을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하지요.]
말을 하면서 좌측손을 내밀어 그녀에게 아래로 내려갈 것을 청했다.
정정사태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몸을 날려 땅으로 내려왔다. 종진 등 사람들도 따라서 밑으로 몸을 날렸다. 종진이 서쪽으로 걸어가면서 말을 했다.

[제가 길을 안내하겠읍니다.]

수십장을 가다가 북쪽으로 길을 꺾었다. 선안 객주집 앞에 이르자,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말을 했다.

[사태, 우리는 이곳에서 상의를 하도록 하지요.]

구 두 명의 사제는, 한 사람은 신편(神鞭)이라고 부르는 등팔공(登八公)이었고, 또 한 사람은 금모사(錦毛獅)라고 부르는 고극신(高克新)이라는 사림이었다.
세 사람은 정정사태를 인도하여 큰 방에 들어서더니 초에 불을 붙이고, 각기 서열에 따라서 앉았다. 제자들이 차를 따르고 물러서자, 고극신은 문을 닫았다.
종진이 말을 했다.

[우리들은 오래도록 사태의 검법이 항산파에서 제일이라고 들었읍니다......]

정정사태는 고개를 흔들며 말을 했다.

[아닙니다. 나의 검법은 장문인 사매보다도 못하고 정일사매보다도 더욱 못합니다.]

종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사태께서는 너무나 겸손하십니다. 우리 두 사제들은 일찌기 사태님의 신묘한 검법을 보고자 하였읍니다. 그리고 조금 전에 우리가 좀 늦게 나타난 것은 어떤 악의가 있어서 그러한 것이 아닙니다. 실례가 되었다면 여기서 사과를 드리니 사태께서는 책망하지 마십시오.]

상대방이 이렇게 나오자, 정정사태는 마음이 약간 누구러졌다.
세 사람이 일어나 포권을 하며 예를 취하는 것을 보자 그녀도 일어서서 합장을 하고 예로써 답을 했다.

[별 말씀을요.]

종진은 그녀가 앉기를 기다렸다가 말을 했다.

[오악검파가 동맹을 맺은 직후에 우리는 같은 형제나 다름없고, 마치 한 뿌리를 가진 나무와 다름이 없어 피차를 구분하지 않았읍니다. 단지 근래에 서로가 만나는 횟수가 적고 많은 일들을 서로 도모하지 못해서 마교들의 세력이 커지게 되고 갈수록 그들의 세력이 확장되고 있지요.]

정정사태는 코방귀를 뀌며 내심 생각을 했다.

(지금 때가 무슨 때라고 이런 한가한 말을 하고 있는가?)
종진은 또 말을 했다.

[좌사형께서는 늘 말씀 하시기를 '모이면 살고 흩어지면세력이 약해진다'고 말씀하셨읍니다. 우리 오악검파가 만약에 합쳐져서 하나가 된다면 마교는 우리의 적수가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설령 소림(少林), 무당(武當) 등의 유명한 명문의 대파들조차도 우리의 세력을 따라올 수가 없을 것입니다. 좌사형 그 어르신께서는 소원이 하나 있는데, 마치 모래처럼 흩어지고 뭉치지 못하는 오악검파를 합쳐서 하나의 오악파(五嶽派)를 만들려고 하십니다. 그때가 되면 사람들도 많고 세력이 강해서 합심을 하고 한마음이 된다면 실로 무림의 여러 파 중에서 으뜸이 되지요. 사태의 의향은 어떠신지요?]

정정사태는 긴 눈썹을 치켜뜨더니 말을 했다.

[소승은 항산파 중에서도 쓸모없는 사람이오. 평소에 어떤 일에 대해서 관여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종 사형께서 제의하신 그일은 응당히 저의 장문 사매에게 말을 하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지금 눈앞에 제일 급박한 것은 수단 방법을 강구하여 그 마교들 수중에 들어간 여제자들을 구해 내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 나머지 다른 일들은 이 일이 끝난 뒤에 상의를 합시다.]

종진은 웃으면서 말을 했다.

[사태께서는염려 마십시오. 이 일은 다른 파도 아닌 우리 숭산파 사람들에게 결려 들었으니 항산파의 일은 곧 숭산파의 일이지요. 아무리 뭐라해도 항산파의 사매들에게 어떤 고통을 당하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정정사태는 말을 했다.

[그건 정말 감사한 말씀이십니다. 그러나 종형께서 어떠한 고견이 있으신지요? 무슨 자신이 있으니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이 아닙니까?]

종진은 웃으면서 말을 했다.

[사태게서 몸소 이곳에 계시고, 항산파의 그 유명한 고수들이 이 곳에 있는데 마교들의 몇명의 괴한들을 당하지 못할 리가 있겠읍니까? 더우기 우리 사형제와 몇명의 사질들도 틀림없이 힘껏 도울 것입니다. 만약에 마교중에 그 몇명의 하수들을 대항하지 못한다면, 하하하, 그것은 너무나 말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정정사태는 그의 말이 이치에 맞지 않고 횡설수설하는 것을 보자, 초조하고 화가 나서 몸을 벌떡 일으켜 세우더니 말을 했다.

[종 사형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안심이 되는군요. 그렇다면 우리 지금 곧 나가기로 합시다.]

종진이 말을 했다.

[사태께서는 어디로 가시겠읍니까?]

정정사태는 말을 했다.

[사람을 구하러 가지요.]

종진은 물어보았다.

[어디가서 사람들을 구한단 말씀이십니까?]

이 물음에 정정사태는 벙어리가 된 듯이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한참 있다가 말을 했다.

[나의 여제자들은 실종된 지 얼마되지 않았으니 틀림없이 이 부근에 있을 것입니다. 시간을 늦출수록 그 종적을 찾을 수가 없읍니다.]

종진은 말을 했다.

[제가 아는 바로는 마교는 이 입팔포에서 멀지 않은 곳에 그들의 본거지가 있읍니다. 항산파의 사매들은 아마 틀림없이그곳에서 강금당해 있을 것입니다. 저의 의견에......]

정정사태는 급해서 물어보았다.

[그 근거지는 어디에 있읍니까? 우리 가서 그 사람들을 구해야지요.]

종진은 천천히 말을 했다.

[마교들은 틀림없이 방비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들이 아무 방책없이 가서 만약에 실패라도 한다면 그 사람들을 구하기 전에 우리가 그들의 간계에 빠지고 말게 되지요. 저의 의견으로는 대책을 세운 다음에 다시 가서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 타당한 것 같습니다.]

정정사태는 하는 수 없어 그 자리에 다시 앉았다. 그리곤 말을 했다.

[종 사형의 고견을 말씀해 주십시오.]

종진은 말을 했다.

[이번에 제가 장문사형의 명을 받들고 이 복건땅에 온 것은 어떤 큰 일에 관해서 사태와 상의를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 일은 중원 무림의 운세와 관계가 있고, 또한 우리 오악검파의 성쇠가 달려 있는 것이므로 실로 작은 일이라고 말할 수 없지요. 큰 일을 정한 다음에 그 사람들을 구한다면 그것은 식은 죽 먹기입니다.]
정정사태는 말을 했다.

[그 큰일이란 무슨 일이오!]

종진이 말을 했다.

[그것은 바로 제가 조금 전에 말씀드린 오악검파를 하나로 묶는 일이지요.]

정정사태는 벌떡 일어나더니 얼굴색이 파랗게 변하며 말을 했다.

[당신은...... 당신은...... 당신은 정말로......]

종진은 웃으면서 말을 했다.

[사태께서는 절대로 오해하지 마십시오. 제가 상태의 약점을 잡고 이 일의 허락을 받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정사태는 화가 나서 말을 했다.

[당신 스스로 내 대신 말을 해 주었군요. 이것이 남의 약점을 잡고 협박하는 것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이오?]

종진은 말을 했다.

[귀파는 항산파이고, 저희파는 숭산파입니다. 귀파의 일에 대해서 저의 파는 비록 관심을 갖고 있지만 이 일은 필경 목숨을 걸고 하는 일입니다. 저는 기꺼이 사태를 위해서 목숨을 바칠 것이나, 다른 사제나 사질들은 의향이 어떠한지를 모르겠읍니다. 만약에 두 파가 하나로 묶여진다면, 그것은 한 가족의 일이니 틀림없이 물리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정정사태는 말을 했다.

[당신 말대로라면 우리 항산파가 당신파의 합병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숭산파는 항산파의 제자들의일에 대해서 수수방관하시겠단 말씀이군요?]

종진은 말을 했다.

[말씀을 그렇게 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장문 사형의 명을 받들고 사태와 상의하러 이곳까지 쫓아왔읍니다. 그일 말고는 다른 일에 대해서 장문 사형의 명령을 받지 못해서 제가 스스로 함부로 일을 결정할 수가 없읍니다. 사태께서는 너무 책망하지 마시오.]
정정사태는 화가 너무 나서 얼굴이 하얗게 되었다. 그리고 냉랭히 말을 했다.

[두 파가 하나로 합병되는 일은 소승은 결정할 수가 없읍니다.
설령 내가 대답을 한다손치더라도 나의 장문사매는 틀림없이 허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종진은 비로소 몸을 일으켜 정정사태에게 한척 정도 가까이 다가가더니 낮은 소리로 말을 했다.

[사태께서 허락만 하신다면 정한사태께서는 틀림없이 허락을 하실 것입니다. 자고로 모든 파의 장문은 열이면 여덟 아홉은 본시 큰 제자가 권력을 잡고 있지요. 사태의 덕행이나 무공을 논하든지간에 또는 입문의 서열을 따진다 하더라도 항산파의 문호를 장악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정정사태는 좌측 손바닥을 갑자기 들더니 팍하는 소리와 함께 탁자의 한 귀퉁이를 내리치며 무서운 말투로 말을 했다.

[당신은 순전히 우리들 사이를 이간질하러 왔군요. 나의 사매가 장문의 직을 맡을 때 내가 선사에게 애걸하다시피 요청을 하였고, 또한 정한 사매에게 설득을 해서 된 것이오. 이 정정이 만약에 장문의 자리를 탐했다면 벌써 했을 것이고 다른 사람의 이러퉁 저러퉁 하는 말을 들을 필요도 없소.]

종진은 함숨을 쉬더니 말을 했다.

[좌사형의 말씀이 정말 틀리지가 않군요.]

정정사태는 말을 했다.

[그가 뭐라고 하였소?]

종진은 말을 했다.

[내가 이번에 남하하기 전에 좌사형께서 말씀하시기를 '항산파 정정사태의 인품은 심히 너그럽고 무공 또한 최고의 고수로 모두들 그를 따르고 흠모하고 있지만, 단지 애석한 것은 큰 흐름을 모르지'. 내가 그에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자, 사형께서는 말씀 하시기를 '나는 익히 정정사태의 사람됨을 알고 있지. 그녀의 성격은 고매할 뿐만 아니라 어떤 명예를 좋아하지도 않고, 또한 속세의 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지 않지. 자네가 그녀에게 오파를 합병한다는 말을 한다면 틀림없이 찬성하지 않을 것이다. 단지 이 일이 너무나 많은 사람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그녀의 성격을 알기는 하지만 별 도리없이 한번 부딪쳐 봐야지. 만약에 정정사태가 자기 한 사람만을 위하고 정교 수천명의 생사와 안위를 돌보지 않는다면 그것은 무림에 있어서의 크나 큰 일이고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정정사태는 몸을 일으키더니 냉랭하게 말을 했다.

[당신의 그러한 달콤한 말들은 내 앞에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소. 당신 숭산파의 이러한 행동들은 비단 사람의 약점을 잡고 행동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우물 속에 떨어진 사람을 구해 주지는 못할 망정 그 위에다가 돌을 얹는 격입니다.]

종진은 말을 했다.

[사태의 그 말씀은 너무나 지나치십니다. 사태께서 만약에 같은 무림의 사람으로서 우리 숭산.항산.태산.화산.형산 오파의 합병에 대해서 무거운 짐을 짊어지신다면 우리 숭산파 사람들은 있는 힘을 다해서 사태를 오악파의 장문인으로 천거할 것입니다. 이런 점만 봐도 저희 좌사형의 공을 위한 마음을 아시겠지요. 절대로 조금의 어떤 개인적인 욕심이......]

정정사태는 연신 손을 흔들며 일갈을 했다.

[당신이 만약에 더 계속 말을 한다면 내 귀가 더러운 찌꺼기로 가득 차겠군요.]

두 손바닥을 들어 장력을 내뿜자, 펑하고 큰 소리가 나면서 두 개의 나무판자가 공중으로 튀며 날아갔다. 그는 몸을 움지이더니 순식간에 선안 객주집에서 나왔다. 문 밖에 나오니 잔잔한 바람이 얼굴에 부딪쳐 오자 뜨겁게 달아오른 얼굴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그 종씨성을 가진 자가 말하기를 이 입팔포 부근에는 마교의 한 근거지가 있어 우리파의 여제자들이 모두 그곳에 잡혀 있다고 하는데 그 말을 얼마나 믿어야 할지 모르겠구나.)

그녀는 이 궁리 저 궁리 묘책을 찾았으나 아무런 묘책이 없어 터벅터벅 혼자서 길을 걸었다. 중천에 떠오른 달빛은 그녀를 비추어 길다란 검은 그림자가 길거리에 비춰졌다. 수십장을 걸어간 뒤에 발걸음을 멈추고 깊이 생각을 했다.

(나 혼자의 힘으로는 아무리 어찌해도 많은 여제자들을 구출해 낼 수 없다. 많은 영웅들도 자기 몸을 낮추어 큰일을 행하지 않았는가? 내가 어찌 그자에게 잠시 허락을 하지 않았는가. 여러 제자를 구해낸 다음에 내 스스로 목숨을 끊어 감사를 표하고 아무런 증거를 남기지 않았으면 될텐데. 설령 그자가 나에게 식언을 했다고 떠들고 다녀도 그러한 오명을 내 스스로 감당하면 되었을 것을.)
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더니 몸을 돌려 천천히 선안 객주를 향해 걸어갔다. 갑자기 길거리 한쪽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제미랄! 이 장군께서 술을 마시고 잠을 자려고 하는데 이 제미랄 놈들이 어째서 빨리 문을 열지 않느냐!]

바로 어제 저녁에 선하령에서 만났던 그 오천덕이라는 장군의 목소리였다. 정정사태는 그목소리를 듣자 마치 물속에 빠졌다가 지푸라기라도 잡은 듯한 그러한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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