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오강호 5-2

3학년2반 | 2022.03.15 06:51:29 댓글: 0 조회: 117 추천: 0
분류무협소설 https://file.moyiza.kr/fiction/4356013

영호충은 선하령에서 항산파를 도와 위급함에서 피할 수 있도록 해주자 심히 득의양양해서 즉시 빠른 걸음으로 길을 재촉해서 입팔포의 읍에 당도했던 것이다. 그때는 음식점이 막 문을 열고 있을 때였는데, 그는 점포 안으로 들어가 튼 소리로 말을 했다.

[술을 가져오너라!]

술 심부름라는 애는 한 명의 장군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어지 태만할 수가 있었겠는가. 술을 따르고 밥을 짓고 닭을 잡아 고기를 썰어 갖은 공경과 예의를 갖추고 전전긍긍하며 그의 시중을 들어 주었던 것이다.
영호충은 술을 얼얼하게 마시고 나서 내심 생각하였다.

(마교는 이번에 크게 당했으니 절대로 고분고분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다. 십중 팔구 항산파를 못살게 굴 것이다. 정정사태는 용감할 뿐 계책이 없기 때문에 마교의 적수가 되지 못하지. 내가 암암리에 그녀를 보살펴야 되겠다.)

음식값을 지불한 다음에 선안 객주집을 찾아서 잠을 청했다. 오후까지 잠을 자고는 막 일어나 씻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길거리에서 몇 사람이 큰 소리를 치는 것이 들렸다.

[난석강 황풍채(亂石崗 黃風寨) 사람들이 오늘 저녁 이 입팔포를 쓸어 버린다고 합니다. 사람이 있으면 사람을 죽이고 재물이 있으면 재물을 약탈해 간다고 합니다. 모두들 빨리 피난을 가십시오.]
순식간에 떠드는 소리가 이곳 저곳에서 들려왔다. 심부름하는 애는 그의 방문 앞에서 천둥 벼락치는 소리를 질렀다.

[군인 나리, 장군 나리 큰일 났읍니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이놈아, 무슨 큰일이라도 생겼단 말이냐?]

심부름하는 아이가 말을 했다.

[군인 나리,군인 나리, 난석강 황풍채 두목들이 오늘 저녁 이 곳을 쓸어버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모두들 집집마다 도망치고들 있읍니다.]

영호충은 방문을 열어 제치며 욕을 해댔다.

[이놈아, 이 청천백일하에 무슨 강도가 있느냐! 이 장군이 여기에 계시는데 어찌 그들이 감히 일을 할 수 있단 말이냐!]
심부름하는 아이는 눈쌀을 찌푸리고 울상을 하며 말을 했다.

[그 두목들은 음흉하기가...... 흉악하기가 그지없읍니다. 그들 그들은 또 장군...... 장군께서 이곳에 계신 줄 모르고 있읍니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너는 가서 그들에게 말을 해라.]

심부름하는 아이는 말을 했다.

[소...... 소인이 절대로 말을 할 수가 없읍니다. 그렇게 되면 그 사람들은 내 머리통을 잘라 버릴 것입니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난석강 황풍체는 어디에 있느냐?]

심부름하는 아이는 말을 했다.

[난석강은 어디에 있는지 들어 본 적이 없고, 황풍체 사람들은 대단히 무서워 이틀전에 입팔포에서 동쪽으로 삼십리 떨어진 용수두(榕樹頭)를 쓸어 버렸읍니다. 그곳에서 육칠십 명을 죽이고백여 채의 집을 태워 버렸지요. 장군님, 당신은...... 장군님의 무예가 비록 높을지라도, 그러나 두 주먹으로 어찌 무기를 가지고 있는 자들과 대적하겠읍니까? 산채의 두목들은 치지 않는다 하더라도 듣건대 졸개들만 삼백 명이 넘는다고 들었읍니다.]

영호충은 욕을 해댔다.

[이 제미랄놈아! 삼백 명이 어쨌단 말이냐! 이 장군께서는 천군 만마의 적지에서도 들어가고 싶으면 들어가고 나오고 싶으면 나오는 사람이다.]

심부름하는 아이는 말을 했다.

[녜. 녜. 알아 모시겠읍니다.]

몸을 돌려 잽싸게 뛰어나갔다. 밖은 이미 혼란에 빠지고 어머니, 아버지, 부르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남쪽 지방에서 쓰는 사투리라 도대체 무슨 말을 떠드는지 알 수가 없었다. 자기 생각에는, '어머니! 아버지! 이부자리는 가졌읍니까?' 또는 '얘야 빨리 가자. 강도가 온단다.' 등의 말인 것 같았다. 문 앞으로 걸어가보니 수십 명이 보따리를 짊어지고, 손에는 물건을 들고 남쪽으로 도망치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영호충은 내심 생각하였다.

(이 곳은 절과 민의 경계 지역으로 항주(杭州)와 복주(福州)의 군사들은 여기까지 손이 미치지 못하니 강도들이 제 세상을 만난 듯 백성에게 피해를 주는구나. 이 몸이 바로 천주부 참장 오천덕 대장군이고, 또한 이 장군께서 이 일을 목격한 이상 절대로 모른체할 수가 없지. 그 강도들이 머리를 잘라내고 없애 버리는 것, 또한 공덕이 아니겠는가? 이것이 바로 나라의 녹을 먹는 장군의 소임이고 임금을 위하는 일이지. 제미랄 것. 안 될 이유가 없지 아니한가! 하하하!)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자기도 멋적은 듯이 웃어 버렸다. 그리곤 외쳤다.

[애야 술을 가져 오너라! 이 장군께서는 배를 좀 두둑하게 채운 다음에 이 도적들을 잡아야겠다.]

그때 주점에 묶고 있던 손님들과 주인, 주인의 마누라와 둘째 마누라, 셋째 마누라, 그리고 심부름하는 아이 등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도망쳐 버리고 한발이라도 늦어 그 강도들에게 잡힐까봐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쳐 버렸다. 영호충이 아무리 불러도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영호충은 할 수 없이 자기 스스로 주방으로 가서 술을 담고 음식을 담아다가 대청에 앉아서 홀로 술을 마셨다. 마시고 있자니 길거리에서는 개가 짖고 닭이 울고 말, 돼지 등이 우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아마 읍사람들이 가축들을 데리고 도망치는 것 같았다. 한참 지나니 떠드는 소리가 점점 가라앉고 다시 술이 한 서너 순배가 되니 떠들고 울던 소리가 뚝 끊겼고, 읍에는 사람의 인기척이 없었다. 내심 생각하였다.

(이번 황풍채의 도둑놈들은 재수가 되게 없군. 어떻게 하다가 기밀을 누설하였는가? 그들이 이 읍에 와도 아무것도 빼앗아 갈 것이 없겠구나.)

이렇게 큰 읍에 자기 혼자만 남게 되자, 자기도 평생 이러한 꼴을 본적이 없었다. 적막이 흐르는 가운데 먼 곳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을 바라보니 네 필의 말이 남쪽으로 나는 듯이 달려왔다. 영호충은 생각했다.

(두목 어른께서 오겠구나. 그런데 어찌 이 몇 사람들 뿐인가?)
네 필의 말이 큰길에 이르르자, 말발굽 소리가 길바닥에 깔려 있는 돌멩이와 부딪치니 쇳소리처럼 쨍그랑쨍그랑 들려왔다.
한 사람이 큰 소리로 외쳤다.

[이 입팔포에 개.돼지 같은 자들은 들어라. 난석강 황풍채 대왕의 명령인이 여기 있다. 남자, 여자, 늙은 것, 어린 것, 할 것 없이 모두 다 대문 바깥에 와서 전부 서라. 문 밖에 나와 있는 자는 죽이지 않을 것이고 안에서 숨어 있는 자는, 모두들 목을 벨 것이다.]

그들은 말을 달려 길 이쪽 저쪽을 달려갔다 달려왔다했다. 영호충이 문틈으로 바깥을 쳐다보니, 네 필의 말은 짐승처럼 문 앞을 지나가자 말에 타고 있는 뒷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내심 생각하기를, (이거 말이 안 되는데 말을 타고 있는 이 네 사람의 표정을 보니 틀림없이 무공이 약하지는 않아 강도집단 속에 작은 졸개들이 어떻게 이렇게 큰 인물들이 있을 수 있을까.)

문을 밀치고 모두 사라지고 아무도 없는 거리로 나오니 토지신을 모셔 놓고 조그만 사당 옆에는 잎이 무성한 느티나무가 있었다. 그는 즉시 몸을 날려 나무 위로 올라가 제일 높은 가지에 앉았다. 사방은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그는 기다릴수록 무슨 우여곡절이 있음을 알았다. 황풍채의 졸개들이 온 지가 이렇게 오래 되었는데, 아직까지도 한 무리의 사람과 말들이 도착하지 않은 것을 보니 그렇다면 몇명의 졸개들이 먼저 와서 통보를 하여 읍의 사람들을 도망치라고 한 것이 아닌가. 반 시간 정도 기다리자 희미하게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재잘재잘 거리는 여자들의 목소리였다. 정신을 집중하니 몇 마디가 들려왔는데 바로 그 항산파의 사람인 것을 알았다.

(그녀들은 어째서 지금에서야 도착하는가. 맞다, 그들은 저녁에 들에서 휴식을 취했을 것이다.)

그녀들은 선안 객주집에 당도하여 문을 두드리고, 또 다른 한 객주집에 가서 문을 두드렸다. 남안 객주집과 토지사당과의 거리가 심히 멀었기 때문에 항산파의 사람들이 그 객주집에 들어가서 무슨 일을 하고 무슨 말은 하는지 들을 수가 없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이것은 아마 틀림없이 마교의 사람들이 파놓은 함정일 것이다.
항산파의 사람들이 함정에 걸려 들게 하려고 하는 것이다.)
즉시 나무끝에서 몸을 숨기고 변화를 살펴 보기로 했다. 한참 지나자, 의청 등 일곱 사람이 나와서 불을 켰고 큰 거리의 많은 점포의 창문 사이로 불빛이 새어 나왔다.
또 한참을 지나니 갑자기 동북쪽에서 여자의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 살려 주세요!]

영호충은 깜짝 놀랐다.

(아이고 큰일났구나. 항산파의 제자가 마교의 독수에 걸려 들었구나!)

그는 즉시 나무 아래로 몸을 날려 그 여자의 비명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는 창문틈으로 안쪽을 바라보니 그 집안은 불빛이 없으며, 창에서 비쳐들어간 달빛 아래서 일곱 여덟명의 사내가 벽에 다가 몸을 바짝 대고 있는 것이 보였고 한 명의 여자가 집안 가운데 서서 크게 외쳤다.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사람이 죽었읍니다.]

그녀의 앞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나 영호충은 그녀의 옆 모습을 보니 표정은 독살스러웠고, 틀림없이 사람들이 와서 그 함정에 빠져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과연 그녀의 외침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바깥에서는 한 여자의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어떤 사람이 이곳에 있읍니까?]

그 집의 대문은 닫혀 있지 않았고 문을 밀치자, 일곱 명의 여자들은 숨을 죽이고 들어왔다. 맨 앞에 선 사람은 바로 의청이었다.
이 일곱 사람의 수중에는 각기 장검이 들려져 있었고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급하게 들어왔다.
갑자기 살려 달라고 외치던 여자의 우측손이 들려지면서 한 개의 사방 사척정도 크기의 파란 보자기를 흔들기 시작했다. 의청 등 일곱 사람은 바로 몸을 부들부들 떨며 마치 고목나무처럼 한바퀴 빙 돌더니 땅바닥에 꼬꾸라졌다.
영호충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 내심 무엇인가 생각이 들었다.

(그 여자의 손에 들고 있는 보자기 속에는 틀림없이 무섭기 그지없는 마약이 들어 있을 것이다. 내가 만약에 뛰어 들어 사람을 구한다면 틀림없이 그의 함정에 걸려들 것이다. 별 수 없이 사태를 관망한 다음에 처리하자.)

담에 꽉 붙어 있던 사내들은 일제히 달려들어 끈을 꺼내더니 의청 등 일곱 사람의 손과 발을 꽁꽁 묶었다. 얼마 안 있자, 밖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 여자가 날카로운 소리로 외쳤다.

[안에 누가 있소이까?]

영호충은 선하령을 건널 때 이 성질이 급한 여승과 많은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의화라는 사람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여승은 성질도 급하고 앞 뒤를 잴 줄 모르니. 틀림없이 이 여승도 고목나무처럼 쓰러질 것이다.)

의화의 목소리가 또 들려왔다.

[의청 사매, 여기에 있읍니까?]

바로 펑 하는 소리가 나자마자, 대문이 발로 걷어채여 열려지면서 의화 등의 사람들이두 사람이 한조가 되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들어왔다. 문으로 들어오자마자, 초식을 펼치더니 각기 좌측 우측을 엄호하면서 적의 암기가 기습해 오는 것을 예방하였다. 맨 뒤에 들어온 일곱번재의 여자는 뒷걸음을 치면서 후미를 지키고 있었다.
집안에 숨어 있던 사람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일곱 사람이 모두 집아능로 들어오기를 기다렸다가 그 여자가 또 파란 보자기를 흔들자, 일곱 사람은 모두 쓰러졌다. 곧 이어서 우수(于嫂)는 여섯 사람을 데리고 문 안으로 들어와서, 또 그 마약에 걸려 쓰러졌다.
전후 스물한 명의 항산파 여제자들은 모두 정신을 잃고 쓰러져 꽁꽁 묶인 다음에 방 한 귀퉁이에 모아졌다.
잠깐 지난 뒤에 한 명의 늙은 사람이 손으로 몇번이고 신호를 주고받자, 여러 사람들은 뒷문으로 살며시 물러나갔다. 영호충은 몸을 날려 지붕 위로 올라가 고개를 낮추고 따라갔다. 그때 갑자기 앞쪽에서 옷소매자락 소리가 들려왔다. 급히 지붕위 용마루 한쪽에 몸을 숨기고 보니 열 몇명의 사내들이 서로 손신호를 주고 받으면서 각자 큰 지붕위의 용마루 한쪽으로 몸을 숨겼다.
영호충은 그들이 몸을 숨기고 있는 곳에서 불과 수장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영호충은 벽을 따라 천천히 내려왔다. 내려와 보니 정정사태가 세명의 제자들을 데리고 이곳을 향해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영호충은 내심 생각하였다.

(큰일났구나. 이것은 조호이산(調虎離山)의 계략인데, 남안 객주점에 머물고 있는 비구니들은 정말로 큰일 났구나.)

멀리 보니 몇명의 그림자가 남안 객주점을 향해서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따라가서 일이 어떻게 전개되는가를 보려고 했으나, 갑자기 지붕 위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있다가 그 늙은 중이 이곳에 오면 너희 일곱 사람은 이곳에서 그녀를 묶어 두거라.]

이 소리는 바로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영호충이 몸을 움직이기만 한다면 바로 그들에게 발각될 것이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몸을 벽에다 바짝 붙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조금 있자, 정정사태가 발길로 문을 차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의화, 의청, 우수 너희들은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느냐?]
외치는 소리가 멀리까지 퍼졌다. 또 보니 그녀가 집주위를 한바퀴 돌고 바로 지붕 위로 몸을 날려서 사방을 두루 살피는 것이 눈에 띄었다. 영호충은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왜 지붕 위로 올라 왔는가? 왜 안쪽으로 들어가서 보지 않는가. 들어가기만 하면 스물한 명의 여제자들이 그곳에 있음을 알수 있을텐데.)

그는 바로 무엇인가를 깨달았다.

(들어가지 않는 게 좋겠군. 마교의 사람들이 꼭대기를 지키고 있고, 또 그들은 그녀가 들어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녀가 들어가기만 하면 사방을 포위해서 그녀를 독안에 든 쥐꼴이 되게 하겠지.)

정정사태는 이쪽 저쪽을 두리번거리며 살피더니 갑자기 그녀가 남안 객주점을 향해서 달리는 것이 눈에 띄었다. 너무 빨리 달려 뒤의 여제자 세 명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였다. 길 한 모퉁이에서 여러 명의 모습이 나타나더니 파란 보자기를 흔들자, 그 세 명의 여자들도 즉시 나무토막처럼 길거리에 쓰러져 사람들에게 들려져서 집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몽롱한 달빛 아래서 은은하게 그 세 사람 가운데 의림이 있는 것 같았다. 영호충은 마음이 동해서 생각을 했다.

(지금 즉시 의림 소사매를 구해내야 옳은가?)

그는 바로 또 생각을 했다.

(지금 이때 내가 몸을 나타내면 한바탕 결투가 벌어질 것이다.
항산파의 많은 사람들이 마교의 손에 잡혀 있으니 절대로 그들과는 정면 충돌할 수가 없다. 아무래도 암암리에 손을 쓰는 것이 낫겠다.)

바로 정정사태가 남안 객주점에서 나와 길거리에서 큰 소리로 욕을 해대는 소리가 들렸고, 또 지붕 위로 몸을 날려 동방불패에게 욕을 해대는 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 과연 마교의 사람들은 참을 수가 없어서 일곱 사람이 나타나 그녀의 몸을 막고 있었던 것이다. 영호충은 그들의 몇초식을 보자, 내심 생각하였다.

(정정사태의 검술이 정묘하니 비록 한 사람이 일곱 사람을 대적하더라도 금방은 패하거나 큰일이 나지 않겠구나. 나는 먼저 의림 사매를 구하는 것이 낫겠다.)

그는 즉시 몸을 날려 그 집안으로 들어갔다. 대청 가운데는 한 사람이 칼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세 명의 여자가 꽁꽁 묶여서 그 사람의 발밑에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영호충은 몸을 날려 허리에 차고 있던 칼집으로 그자의 목덜미를 향해 찔렀다. 그 사람은 영문도 모르고 이미 목숨을 잃었다. 영호충은 자기도 모르게 멍청해 졌다.

(내 이 칼이 어째서 이렇게 빠르냐? 내가 손으로 움켜쥐자마자 칼집은 이미 그자의 목덜미의 급소레 맞다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흡성대법을 익힌 다음 도곡육선, 불계화상, 흑백자 등이 남겨 놓은 그 심기를 자기 마음대로 쓸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는 본래 이 일검을 내리칠 때 적이 칼을 들어 막는다면 칼집으로 그의 두 다리를 찍어 땅바닥에 실신시킨 다음 사람들을 구하려고 하였으나, 뜻밖에 상대방은 손을 쓸 여유조차도 없이 단숨에 목숨을 잃었던 것이다.
영호충은 내심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죽어 쓰러진 시체를 옆에다 밀쳐 놓고 고개를 숙여보니 과연 땅바닥에 누워 있는 세 명의 여자 가운데 의림이 있었다. 손을 내밀어 그녀의 코에 대어보니 호흡은 평온하였고 정신을 잃은 것외에는 다른 이상은 없는 것 같았다. 그는 즉시 부뚜막에서 한그릇의 냉수를 가져다가 그녀의 얼굴에다 뿌렸다. 잠깐 사이에 의림은 신음소리를 내더니 정신이 들었다. 처음에 그녀는 자기가 어디에 있는 건지 모르고 있다가 천천히 눈을 뜨면서 무엇인가를 깨닫고는 즉시 몸을 날려 옆에 있는 장검을 잡으려고 했으나, 비로소 자기의 손과 팔이 꽁꽁 묶여졌음을 보고 땅바닥에 또다시 쓰러졌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소사매, 염려마시오. 그 나쁜 놈들은 이 장군께서 다 죽여 버렸소.]

칼을 들어 그녀의 손과 발에 묶여져 있는 끈을 풀었다. 의림은 컴컴한 밤중에 그의 목소리를 듣고는 바로 자기가 밤낮으로 잊지 못하던 그 영호충이라는 생각이 들자, 놀라고 기쁜 나머지 외쳤다.

[당신은...... 당신이 바로 영호 오......]

오라버니라는 소리를 마저 하려고 했으나 느낌이 좀 이상해지자, 얼굴을 빨갛게 붉히면서 중얼중얼 말을 했다.

[당신은...... 당신은 누구십니까?]

영호충은 그녀가 자기를 알아보자 즉시 목소리를 바꾸어 낮은 소리로 말을 했다.

[장군께서 여기 있읍니다. 그 도적놈들은 절대로 당신을 못살게 굴지는 않을 것이오.]

의림은 말을 했다.

[어, 알고 보니 오장군이시군요. 전...... 나의 사백은요?]
영호충은 말을 했다.

[그녀는 바깥에서 적들과 교전하고 있는 중이니 우리 한번 가봅시다.]

의림은 말을 했다.

[정 사저, 진 사매......]

품속에서 부싯돌을 꺼내서 보니 두 사람이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오! 그녀들은 다 여기 있군요.]

그녀는 즉시 그녀들의 손과 발에 묶여져 있는 끈을 풀려고 했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서두르지 마시오. 아무래도 당신의 사백을 도와주는 일이 급하오.]

의림은 말을 했다.

[네, 그렇습니다.]

영호충이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자, 그녀도 뒤를 따라왔다. 몇 걸음 나가지 않자, 일곱 사람의 그림자가 마치 나는 듯이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바로 쨍그랑 쨍그랑 하고 암기가 땅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또 들어보니 어떤 사람이 큰 소리로 정정사태의 검법을 크게 칭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정사태는 상대방의 사람들이 숭산파의 사람들인 줄 알고는 바로 그 열 몇명의 사람들을 따라서 선안 객주점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영호충은 의림에게 손짓을 하고 객주집에 숨어들어 창 밖에서 안쪽으로 말들을 엿들었다.
정정사태와 종진이라는 사람이 방안에서 말하고 있는 것을 들어보니 그 종씨성을 가진 자는 말끝마다 정정사태에게 먼저 병합을 하는 것에 대해서 허락해야만이 비로소 그녀를 구해줄 수 있다고 하는 것 같았다. 영호충은 그 사람의 말투속에 사람의 약점을 잡고 그 점을 이용해서 무엇을 성취하려 하는 소리를 듣자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
정정사태는 화가 나서 홀로 그 안에서 나오고 있음을 보았다.
영호충은 정정사태가 멀어지는 것을 보자, 선안 객주점 밖에서서 크게 외쳤다.

[이 놈들아! 이 장군께서 술을 마시고 잠을 자려고 하는데, 이 빌어먹을 놈들이 어째서 빨리 문을 열지 않느냐!]


정정사태는 마침 속수무책인 때에 이 장군의 외침소리를 듣자 마음속으로 크게 기뻐하여 즉시 앞으로 나왔다.
의림은 앞에 나타나더니 외쳤다.

[사백님!]

정정사태는 또 한차례 기뻤다.
급히 물어 보았다.

[조금 전에 어디에 있었느냐?]

의림이 말을 했다.

[제자는 마교 사람들에게 잡혔었는데, 이 장군께서 저를 구해 주셨읍니다......]

이때 영호충은 문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큰 대청에는 두 자루의 초가 활활 타고 있었다. 종진은 가운데 의자에 앉아서 음산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무슨 사람이길래 그렇게 외치고 난리이냐! 빨리 이곳에서 나가거라.]

영호충은 입을 열자마자 욕을 해댔다.

[이 망할 놈들아! 장군 어르신은 정정 당당한 조정에서 명한 관리인데, 네놈이 감히 어디다 대고 함부로 말을 하느냐! 이 집 주인하고 영감, 마누라 그리고 심부름하는 애는 빨리 나오지 못할까!]
항산파 사람들은 그가 욕을 두어마디 한 다음에 바로 주인영감 주인마누라를 찾는 소리를 듣자, 겉으로는 무서운 척하지만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무서운마음이 삭 가시고 모두들 재미 있었다. 종진은 큰 일을 옆에 두고 그 일에 대해서 생각에 잠기고 있었는데 한밤중에 느닷없이 멍청한 군인이 나타나자, 낮은 소리로 말을 했다.

[이놈은 정신을 잃게 하고 절대로 상처를 입게 하지 마라.]
금모사 고극신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싱글벙글 웃으면서 앞으로 나오더니 말을 했다.

[알고 보니 군인 나으리시군요. 정말로 실례했읍니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네놈들이 알고 있으니 다행이구나. 너희들은 본시 우매한 백성들이니 예의를 모르지......]

고극신은 웃으면서 말을 했다.

[네! 네!]

몸을 재바르게 놀려 앞으로 나가더니 식지를 내밀어 영호충의 허리를 찔렀다. 영호충은 그의 손가락 방향을 보더니 급히 내공을 돌려 허리 쪽에 모이도록 했다. 고극신의 이 손가락은 영호충의 소요혈(笑腰穴)에 맞춰졌다. 상대방은 본시 이 혈도에 적중되면 한참 웃은 후에 바로 정신을 잃어야 했다. 그러나 뜻밖에 영호충은 씩 하번 웃더니 말을 했다.

[네놈은 정말로 예의가 없구나. 행동을 보니 이 장군과 장난을 하자는 소리 같은데.]

고극신은 고개를 갸우뚱 하더니 바로 이어 두번째 손을 들었다.
이번에야말로 자기의 있는 힘을 다하여 식지에다가 힘을 모았다.
영호충은 껄껄 웃더니 껑충 뛰면서 욕을 했다.

[이놈 봐라. 장군의 허리춤을 뒤적뒤적하면서 돈이라도 훔치려고 그러는 것 같은데, 이렇게 멀쩡하게 생긴 놈이 뭘 배울게 없어서 이런 걸 배우느냐?]

고극신은 좌측손을 살짝 돌리더니 이미 영호충의 우측 팔뚝을 잡았다. 우측으로 급히 잡아당겨 영호충을 땅바닥에 쓰러뜨리려 하였다. 뜻밖에 그의 손이 그의 좌측 팔뚝에 부딪쳤을 때 자기의 내공이 즉시 장심을 통해서 빨져 나가고 더이상 거둘 수가 없어 자기도 모르게 두려운 생각이 드러 크게 외치려고 하였다. 그러나 입만 벌릴 뿐 한마디도 소리를 지를 수 없었다.
영호충은 느끼기에 상대방의 내공이 자기 몸안으로 들어오고 마치 자기가 흑백자의 손목을 잡을 때의 경우와 똑같았다. 내심 자기도 깜짝 놀랐다.

(이 사악한 공력은 절대로 사용할 수는 없지.)

그는 즉시 손을 부리쳐 그의 손바닥을 밀어제쳤다.
고극신은 마치 큰 사면이나 받은 양 멍청해지면서 뒤로 물러섰다. 전신을 부들부들 떨며 마치 큰 병을 앓다가, 금방 나은 듯한 것만을 느꼈을 뿐이었다. 그리고 외쳤다.

[흡성대법, 흡...... 흡성대법!]

목소리는 쉬고 공포에 가득 찼다.
종진, 등팔공과 숭산파의 여러 제자들은 동시에 몸을 날려 일제히 물었다.

[뭐라고?]

고극신은 말을 했다.

[이...... 이 사람은 흡...... 흡성대법을 쓸 줄 압니다.]
삽시간에 파란 불빛이 날리더니 쨍그랑 쨍그랑 소리를 내면서 각자 칼집에서 장검을 봅아들었다. 신편 등팔공의 손에는 한개의 부드러운 채찍이 들려져 있었다. 종진의 검법이 제일 빨라 차가운 빛이 나면서 검광은 이미 영호충의 목덜미를 향해 들어왔다.

고극신이 입을 벌려 외치고 있을 때 영호충은 숭산파의 사람들이 일제히 덤빌 것임을 알고 있었다. 여러 사람들의 장검이 자기의 목을 향해 찔러오자, 그는 즉시 허리춤에 있는 칼을 들어 칼집채 장검으로 사용하여 손목을 약간 움직이면서 여러 사람의 손등을 찍어싼. 쨍그랑 쨍그랑 소리가 끊임없이 들리더니 장검이 하나하나씩 땅에 툭툭 떨어졌다. 종진은 무공이 제일 강해서 손등은 비록 그의 칼집에 적중되었지만 장검을 땅에 놓치지 않았으며 깜짝 놀란 나머지 뒤로 물러섰다. 등팔공의 경우는 더욱 처참하였다. 채찍이 손에 떨어지면서 그 부드러운 채찍은 오히려 방향을 바꾸어 그의 목덜미를 휘감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종진은 어깨를 창에 기댔고 얼굴에는 핏기가 싹 가시며 말을 했다.

[강호에서 전하기를 마교의 임교주가 다시 나타났다고 하는 데 당신이...... 당신이 바로 그 임교주...... 임아행입니까?]
영호충은 웃으면서 말을 했다.

[그 무슨 얼어죽을 임아행이냐? 이 장군은 절대로 조상대대로 내려온 성을 바꾸지는 않는다. 내 이름은, 성은 오씨요, 이름은 천덕이니라 너희들은 무슨 강 무슨 채의 좀도둑들이냐?]

종진은 두 손으로 읍을 하며 말을 했다.

[각하께서 다시 강호에 나타나셨으니 이 종가는 절대로 적수가 아니니 여기에서 물러가겠읍니다.]

몸을 날려 창을 쭐고 나갔다. 고극신도 따라서 몸을 날려 가자 나머지 사람들은 하나하나 창을 줆고 몸을 날려 나갔다. 땅바닥에는 장검이 널려져 있었으나 그 누구도 감히 잡으려 하지 않았다.
영호충은 좌측손에는 칼집을 쥐고 우측손에 칼자루를 쥐고는 몇번이나 자세를 취하여 칼을 꺼내려고 하였으나 거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서 말을 했다.

[이 보검은 정말로 녹이 많이 났구나. 내일 칼 가는 사람을 데려다가 좀 갈아야겠구나.]

정정사태는 합장을 하며 말을 했다.

[오 장군님, 가셔서 우리 아이들을 좀 구해 주시는 게 어떻습니까?]

영호충은 종진 등의 일행이 갔으니 그 누구도 정정사태의 신검을 막을 수가 없음을 알고 말을 했다.

[이 장군께서는 이곳에서 술을 몇잔 더 마실까 합니다. 노 사태께서도 한잔 드시지요.]

의림은 또 그가 술마시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자, 마음 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이 장군이 만약 영호 오라버니를 만나다면 두 사람은 정말로 멋진 술 친구가 되겠구나.)

두 눈을 찝긋하며 그를 훔쳐 보았다. 그때 그 장군도 그녀를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얼굴이 약간 빨개지면서 고개를 숙였다.
정정사태는 말을 했다.

[죄송합니다. 소승은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장군님, 자 그럼 실례하겠읍니다.]

합장을 하며 절을 하더니 몸을 돌려 나갔다. 의림도 따라서 나갔다.
문밖을 나가더니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 또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몸을 일으켜 술을 찾으며 큰 소리로 호통을 치고 있었다.

[제기랄, 이 객주집의 사람들은 모두 죽어 버렸는지 지금까지 한 명도 나타내지 않는구나.]

그녀는 내심 생각하였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영호 오라버니의 목소리인 것 같은데, 그러나 이 장군은 말끝마다 욕지거리를 하니 영호 오라버니는절대로 이러한 사람이 아니지. 또한 그의 무공은 영호 오라버니보다도 좀 낫지 않는가. 내가......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까? 참 정말로......)

영호충은 술을 찾아들고는 입에 갖다대고 단숨에 반 주전자를 마시더니 내심 생각했다.

(이 비구니들이 금방 돌아오면 재잘재잘 말들이 끝이 없을 것이다. 자칫 잘못 하다가는 내 마각이 드러날 것이니 아무래도 사라지는 게 좋겠구나. 이 사람들이 하나하나 정신이 들어 오려면 적게 걸려도 한 시간 정도는 걸리겠지. 배도 무척 고프니 먼저 먹을 것이나 좀 먹고 보자.)

한 주전자의 술을 다 마시고 부엌에 내려가 먹을 것을 찾으려고 했을 때 갑자기 멀리서 의림의 날카로운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사백님, 사백님 어디에 계십니까?]

목소리는 황급함이 서려 있었다. 영호충은 급히 주점을 나가 목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갔다. 의림과 두 명의 젊은 여자가 길거리에 서서 크게 외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사백님, 사백님.]

영호충은 물어보았다.

[왜 그러시오?]

의림이 말을 했다.

[내가 가서 정 사제와 진 사매를 정신이 들게 하였는데, 사백님께서는 사매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찾으러 나가셨읍니다. 우리 세 사람이 나와 보니 그 노인이 어디 가셨는지 모르겠읍니다.]
영호충은 정악이 불과 스물 두 살 정도이고 진견의 나이가 더욱 어려 겨우 열 다섯여서 살 정도인 것을 보자, 내심 생각하기를, (이 젊디젊은 아가씨들이 아무런 견문도 없는데 항산파는 왜 그녀들을 이곳까지 내보냈는지 모르겠군.)

영호충은 웃으면서 말을 했다.

[나는 어디 있는지 알고 있으니 당신들은 나를 따라오시오.]
빠른 걸음으로 동북쪽의 그 집을 향해 걸어갔다. 문 밖에 당도하여 발길로 문을 차 그것을 열게 했다. 그 여자가 아직도 안에서 또 그 약을 뿌릴가봐 염려되어서였다.
그리고 말을 했다.

[당신들은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으시오. 안의 그 못된 여자가 독을 뿌릴지도 모르니까.]

좌측손으로 코를 막고 입을 꼭 다물고 안으로 들어갔다. 대청을 들어서자 아연실색했다. 원래 그 대청에는 항산파의 여제자들이 가득 쓰러져 있었는데 이때 흔적조차도 없었던 것이다.
그는 억 하고 소리를 질렀다. 탁자에는 몇자루의 추고 여전히 타고 있었을 뿐 실내는 텅 비고 그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집안 구석구석을 한번 살펴보았지만 아무런 단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이건 또 무슨 해괴망측한 일인가?]

의림, 정악, 진견 등 세 사람은 눈을 뜨고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얼굴에는 의심이 가득 찬 그런 표정들이었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제미랄, 당신들은 많은 사제들이 모두 이곳에서 그 노파의 독을 마신 후에 쓰러져 묶여 있었는데 순식간에 어째서 하나도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정악이 물어보았다.

[오 장군님, 당신이 우리 그 형제들을 보았을 때 틀림없이 이곳에 쓰러져 있었단 말입니까?]

영호충은 말을 했다.

[내가 어제 저녁에 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는데 꿈 속에서 친히 많은 비구니들과 여자들이 이곳 저곳에서 포개지고 엉키고 한 상태로 쓰러져 있는 것을 보았는데 잘못되었을 리는 없는데.]
정악이 말을 했다.

[당신은...... 당신은......]

그녀는 본래 꿈 속에서 본 것을 어떻게 믿을 수가 있으며, 잠꼬대 하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가 장난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꿈 속에서 본 것을 눈으로 보았다고 말하고 있음을 알고는 즉시 말투를 고치며 말을 했다.

[그러면 그들이 어디를 갔다고 생각하십니까?]

영호충은 침울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어쩌면 이 근처 어디에 고기나 맛있는 생선들이 있기 때문에 그녀들은 그곳에서 아마 한바탕 먹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근처 어디에서 재미있는 구경이나 하고 있겠지요.]

손짓을 하며 말을 했다.

[당신들 셋은 내 몸 가가이에 딱 붙어 있는 것이 좋겠읍니다. 절대로 내 신변에서 빠져나가 고기를 먹는다든가 무슨 구경을 하러 간다면 그것은 절대로 안 될 일이오.]

진견의 나이는 비록 어렸지만 그러나 사태가 간단하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여러 사매들은 이미 적의 손에 들어가고 이 장군의 말을 종잡을 수가 없었고, 또 믿을 수도 없었다. 항산파의 수십 사람 가운데 자기와 두 명의 젊은 제자만 남았으니 이 장군의 분부를 듣는 수밖에 없었고, 다른 뾰족한 수가 없었다. 즉시 의림과 정악 두 사람을 따라서 문 밖으로 나왔다.
영호충은 중얼중얼 혼자 말을 했다.

[그렇다면 내가 어제 저녁에 꾼 꿈이 맞지 않는단 말이냐. 눈이 삐어서 사람을 잘못 봤는가? 오늘 저녁은 정말로 꿈을 한번 잘 꾸어 봐야 겠는데.]

내심 깊이 생각을 했다.

(이 여제자들이 사람들 손에 잡혔다 하더라도 어째서 정정사태가지도 갑자기 실동됐단 말인가? 혼자 외따로 떨어져 적의 술수에 말려 들었다고 하여도 응당 즉시 뒤쫓아 가야만 한다. 의림 등 세 명의 젊은 여자들을 이 입팔포(卄八鋪)에 남겨 놓는다는 것은 어쩐지 좀 불안하니 별 수 없이 그녀들을 데리고 함께 가야겠구나.)
영호충은 말을 했다.

[우리는 어차피 이곳에서 아무 할 일이 없으니 지금 즉시 당신들의 사배글 찾아가 보도록 합시다. 그녀가 어디서 놀고 있는지 한번들 맞추어 보시오.]

정악이 말을 했다.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장군께서는 무예가 특출하고 견문이 넓으시니 만약에 장군께서 우리를 데리고 가서 찾지 않는다면 아마도 찾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영호충은 웃으면서 말을 했다.

[우예가 특출하고 견문이 일반 사람들보다 넓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말이오. 이 장군이 공을 세워 벼슬에 오르고 돈을 벌면틀림없이 당신들에게 일 이백냥 정도의 상금을 주어 당신들로 하여금 새옷을 입도록 하겠읍니다.]

이 장군은 말로 한 몫 보는 사람이었다.
이들 일행이 입팔포의 거리 끝에 왔을 때 몸을 날려 지붕 위로 올라가 사방을 살펴보았다. 그때는 마침 아침 햇살이 떠 올라 사방에는 안개로 덮여 있었으며 먼 곳을 보자, 나뭇가지 사이에 안개가 자욱히 끼어 있고 양쪽 큰 길에는 사람의 그림자를 볼 수가 없었다.
갑자기 남쪽 큰길 위에 청색의 물건이 눈에 띄었다. 거리가 멀어서 확실히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큰 길이 텅 비고 길거리에 이러한 물건이 놓여 있자, 눈앞에 확연하게 띄었던 것이다. 그는 몸을 날려 지붕 밑으로 내려와 급히 달려가 그 물건을 주워보니 바로 파란색의 옷감으로 짠 여자의 신발이었다. 마침 의림이 신고있는 것과 동일하게 보였다. 그가 한참을 있자, 의림 등 세 사람이 다가왔다. 그는 그 신발을 의림에게 건네 주면서 물어보았다.

[이것이 당신의 신발이오? 어째서 이곳에 떨어져 있읍니까?]
의림은 신발을 받더니 자기 발에는 이미 신발이 신겨져 있었음을 알고도 자기도 모르게 자기의 발을 쳐다보았다. 자기의 두 발에는 신발이 신겨져 있었다.
정악이 말을 했다.

[이것...... 이것은 우리 사매들이 신었던 것입니다. 어재서 이곳에 떨어져 있을까요?]

진견이 말을 했다.

[틀림없이 우리의 사제 한 사람이 적에게 잡혀 가면서 아마 이곳에서 몸부림을 쳤던 거겠지요. 그래서 이곳에 신발이 떨어진 것입니다.]

정악이 말을 했다.

[어쩌면 고의로 떨어뜨렸는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우리에게 알려주려고요.]

영호충은 말을 했다.

[그렇습니다. 당신도 무예가 특출하고 견문이 비범한 사람이오.
우리는 남쪽으로 가야 될까요? 아니면 북쪽으로 쫓아가야 될까요?]

정악이 말을 했다.

[물론 남쪽이지요.]

영호충은 발을 급히 놀려 남쪽을 향해 질풍처럼 뛰어갔다. 순식간에 수십장을 달려갔다.
처음에는 정악 등의 세 사람이 그를 뒤쫓아올 수 있었으나 나중에는 갈수록 거리가 멀어졌다. 영호충은 가다가 살펴보았다. 때때로 고개를 돌려 뒤에 따라오는 세 여자들을 쳐다보곤 하였다.
거리가 너무 멀리 떨어져 구할 새도 없이 이 세 사람이 또 적에게 잡혀 간다면 손을 쓸 수가 없었기 때문에 한참 달리다가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들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의림 등 세 사람이 뒤쫓아오는 것을 기다렸다가 다시 앞으로 달리고 이렇긋이 몇번 그렇게 하자, 이미 십여리 정도를 달려왔다. 눈 앞의 길들은 갈수록 구불구불하고 양쪽에는 나무들이 상다이 많았다. 만약에 적들이 구부러진 모퉁이에서 매복을 했다가 의림 등의 세 사람을 잡는다면 그때는 구원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진견은 오랫동안 달리자, 이미 양 볼은 빨갛게 달아올랐음을 알수 있었다. 그녀는 아직 나이가 어리니 먼 거리를 뛰는 것이 힘에 부치는 것 같았다. 그는 즉시 걸음을 늦추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

[이 장군이 신고 있는 이 가죽 장화는 이렇게 빨리 뛰면 신발 밑이 빨리 닳아 버려 정말로 아까운 일이지. 자, 우리 천천히 갑시다.]

네 사람이 또 칠팔리 정도를 달리자, 진견이 갑자기 외쳤다.

[억!]

수풀 뒤에 있는 곳으로 달려 가더니 파란 모자를 한개 집어 들었다. 바로 항산파 사람들이 쓰고 있던 모자인 것이다.
정악이 말을 했다.

[장군님, 우리의 사제들은 틀림없이 적에게 잡혀간 것 같습니다. 아마 이쪽이 틀림없읍니다.]

세 명의 여자들은 자기들이 온 길이 맞는 것을 보자, 즉시 걸음을 빨리해서 영호충의 발걸음이 오히려 그녀들 보다 뒤떨어져 있었다.
점심때 쯤에 네 사람은 작은 음식점에서 쉬어 가기로 했다. 음식점 주인은 한명의 장군이 여자 비구니를 데리고 두 명의 젊은 아가씨와 동행을 하니 심히 이상하게 생각을 했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계속해서 살피었다.
영호충은 탁자를 치면서 욕을 하였다.

[이 빌어먹을 놈이 무슨 좋은 구경거리가 있다고, 여자중을 보지도 못했느냐?]

그 사람은 말을 했다.

[네네, 소인이 잘못했읍니다.]

정악이 물어보았다.

[아저씨, 아저씨께서는 혹시 출가한 사람들을 이곳에서 보셨는지요. 이 앞으로 지나가지는 않았읍니까?]

그 사내는 말을 했다.

[몇 명은 아니었지만 한 사람은 보았읍니다. 한 늙은 사태인데 그 노사태는 나이에 비해 많이 늙었지요.]

영호충은 일갈을 했다.

[정말로 멍청한 놈이군. 노사태가 설마하니 이 소사태보다 나이가 적겠는가?]

그 사내는 말을 했다.

[네, 네.]

정악이 급히 물어보았다.

[그 노사태께서는 어찌 되었읍니까?]

그 사내는 말을 했다.

[그 사태는 급히 나에게 물어보았죠. 몇명의 출가한 사람이 이 앞길을 지나가는 것을 봤느냐고요. 그래서 나는 못 봤다고 하자, 그녀느 계속해서 뛰어 내려갔읍니다. 참 그렇게 나이가 많은 양반이 정말로 걸음이 빠르더군요. 손에는 또 한자루의 번쩍번쩍 빛나는 보검을 갖고 계셨고 정말로 무대에서 보는 연극 같았읍니다.]
진견이 손뼉을 치며 말을 했다.

[그는 사부요, 우리 빨리 뒤쫓아가기로 하지요.]

영호충은 말을 햇다.

[급하긴, 밥이나 먹고 봅시다.]

네 사람은 급히 밥을 먹었다. 떠나갈 무렵에 진견은 자기 사부에게 준다고 네 개의 만두를 샀다. 영호충은 마음이 찡하였다.

(사부님에게 이렇듯이 효도를 하는구나. 나는 사부님께 효도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데.)

그러나 날이 컴컴해질 때까지 뒤쫓았으나 결국은 정정사태와 항산파의 여러 사람들의 행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눈을 들어 멀리 바라보니 끝없는 수풀만 이어지고 있을 뿐, 길은 갈수록 좁아지고 또 한참가니 풀이 허리까지 자라서 나중에는 길조차도 찾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서북쪽에서 은은하게 병기가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영호충은 외쳤다.

[저쪽에는 사람들이 싸움을 하고 있는데, 무슨 재미있는 구경이 난 것 같소.]

진견이 말을 했다.

[어머 그렇다면 우리 사부님이 아닐까요?]

영호충은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서 급히 달려갔다.
수십 장을 달린 갑자기 눈 앞이 크게 밝아왔다. 수십 자루의 횃불이 켜지고 병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려왔다.
그는 발걸음을 더욱 빨리하여 가까이 다가가니 수십 명이 횃불에 불을 켜고 둥그렇게 에워싸고 있었다. 그 속에는 한 사람이 큰 소매를 휘두르며 장검을 찌르며 있는 힘을 다하여 일곱 사람과 대적하고 있었다.
바로 정정사태(定靜師太)였다.
둥그렇게 에워사고 있는 밖에는 수십 명이 누워 있었는데 행색을 보아하니 바로 항산파의 여러 여제자였다.
영호충은 상대방이 모두 복면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즉시 한걸음 한걸음 가까이 다가갔다. 여러 사람들은 정신을 집중하여 싸우고 있는 것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 누구도 그를발견하지 못했다.
영호충은 껄껄 웃으며 외쳤다.

[일곱놈이 한 사람을 대적하다니 정말로 한심하기 짝이 없군.]
복면한 사람들은 그가 갑자기 나타난 것을 보자 모두 깜짝 놀라 고개를 뒤로 하여 살펴보았다. 격투를 하고 있는 일곱 사람은 아직도 낌새를 채지 못한 양 여전히 정정사태를 둘러싸고 여러개의 병기가 그녀의 몸과 부딪쳤다.
영호충은 정정사태의 옷은 이미 피빛으로 물들어 있고 얼굴조차도 핏자국이 낭자함을 보았다. 동시에 좌측손으로 검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우측손이 상처를 받은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이때 많은 무리들 가운데에서 어떤 사람이 외쳤다.

[웬 놈이냐?]

두 명의 사내가 단도를 손에 거머쥐고 영호충 몸 앞으로 다가왔다. 영호충은 일갈을 했다.

[이 장군께서는 수없는 전투를 하고 말발굽을 멈춘 적이 없는데 하필이면 요며칠동안 너희들 같은 좀도둑을 만나다니 본관이 선포하건대 이 장군께서는 절대로 무명 소인배들을 상대하지 않는다.]
한 명의 사내가 웃으면서 말을 했다.

[알고 보니 멍충이군.]

칼을 휘둘러 영호충의 다리를 쳐 내려왔다. 영호충은 외쳤다.

[아이고, 정말로 손을 쓰기요.]

몸을 살짝 피하여 포위하고 있는 안으로 들어가 칼집을 들어 팍팍팍 연신 일곱 소리를 내면서 각기 일곱 사람의 손목을 적중시켰다. 일곱 개의 병기가 땅에 연이어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이어서 싹싹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정정사태의 일검이 한명의 적의 가슴에 칼을 꽂았다. 그 사람은 갑자기 손목에 칼을 맞아 병기가 떨어지자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정정사태의 번개같은 일검을 피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정정사태는 몸을 몇번 휘청거리더니 더이상 지탱할 수 없어 땅바닥에 쓰러졌다. 진견이 외쳤다.

[사부님! 사부님!]

달려가서 그녀를 일으켜 세우려고 하였다. 한 명의 복면한 사람이 단도를 집어들고 항산파의 여제자의 목에 칼을 들이대더니 일갈을 했다.

[뒤로 세발짝 물러나거라. 그렇지 않으면 일검에 이 여자를 죽여 벌겠다.]

영호충은 웃으면서 말을 했다.

[그러지, 그러지. 물러서라면 물러서겠다. 세발짝 아니라 삼십발짝이라도 물러서지.]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순식간에 던지자 칼집의 끄트머리가 그 사람의 가슴을 찍어 버렸다. 그 사람은 아이고 하고 큰 소리를 외치더니 몸이 뒤로 똑바로 나딩굴어졌다.
영호충은 자기의 내력이 이렇게 강하고 힘이 있었는지를 자기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자기도 멍청해졌다. 이어서 칼집을 휘두르니 팍팍팍 몇 소리가 나면서 세 사람의 복면한 사람들을 쓰러 뜨리면서 일갈을 했다.

[너희들이 더이상 물러나지 않는다면 나는 너희들을 하나 하나씩 잡아다 관청에다 모두 집어넣어 버리겠다. 그리고 네놈 한놈 한놈마다 서른대씩의 곤장을 쳐주겠다.]

복면을 한 사람 중에서 수령인 듯한 자가 그의 무공의 높음이 실로 상상을 초월하자, 공수를 하며 말을 했다.

[임교주님의 체면을 봐서 우리는 잠시 물러가겠읍니다.]
좌측손으로 신호를 보내며 일갈을 했다.

[마교의 임교주께서 여기에 계시니 우리는 물러가도록 하자.]
여러 사람은 한 구의 시체와 쓰러져 있는 네 사람을 부축하고 자기들의 병기를 버리고 서북쪽으로 퇴각을 했다. 얼마 있지 않아 그들의 모습은 수풀 사이로 사라져가 버렸다.
진겨은 자기파에서 쓰던 상처를 치료하는 영약을 꺼내서 사부에게 복용토록 했다.

의림과 정악은 각각 묶여져 있는 사람들의 결박을 풀었다. 네 명의 여자는 땅바닥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병기를 줍고 나서 정정사태를 둘러쌌다. 여러 사람은 그녀의 상처가 매우 심각한 것을 보고 모두 얼굴색은 수심에 차 있엇으며 그 누구도 말을 거내지 않았다. 정정사태의 가슴이 계속해서 숨을 가쁘게 쉬더니 천천히 눈을 뜨며 영호충을 향해서 말을 했다.

[당신은...... 당신은 정말 그 옛날...... 옛날 마교의...... 교주인 임...... 임아행입니까?]

영호충은 고개를 흔들며 말을 했다.

[아닙니다.]

정정사태의 눈빛은 점점 촛점을 잃어가고 있었고 내뱉는 숨이 많았으며 들이마시는 숨은 그 양이 적었다. 그것은 이미 몸을 지탱할 수가 없는 것이었으며, 몇번이고 가쁜 숨을 몰아 쉬더니 갑자기 매서운 소리로 말을 했다.

[당신이 만약 임아행이라면 나의 항산파는 설령 멸문을 하고 모두...... 모두가 절명을 당한다 할지라도 절대로...... 절대로 도움을......]

여기까지 말을 하고 말을 더 잇지는 못했다.
영호충은 그녀의 생명이 촌각에 달려 있음을 보고 더 이상 장난기로 말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말하기를, [제 나이는 아직도 어립니다. 설마하니 제가 이 어린 나이에 임아행이라고 할 수 있겠읍니까?]

정정사태는 질문을 했다.

[그렇다면 당신은 왜...... 어째서 흡성요법을 사용할 줄 아시오. 그렇다면 당신이 바로 임아행의 제자......]

영호충은 화산에 있을 때 사부와 사모님게 밤낮으로 마교의 악행에 대하여 들었음을 상기하고, 또 요며칠 동안 두 눈으로 친히 마교의 간계함을 봤기 때문에 말을 했다.

[마교들은 나쁜 짓만 골라서 하고 있는 자들인데 제가 어찌 그들과 함께 섞이겠읍니까? 그 임아행은 절대로 나의 사부가 아닙니다. 사태께서는 마음을 놓으십시오. 저의 사부는 인품이 단정하고 의협심이 강하시며 무림에서 모든이들의 추앙을 받는 선배 영웅이십니다. 그리고 사태님과는 척이나 안면이 있지요.]

정정사태의 얼굴에는 한 줄기의 미소가 잔자히 떠올랐다. 끊어질 듯 이으면서 말을 했다.

[그럼...... 그렇다면 안심이구료. 난...... 나는 더이상 지탱하기 어렵소. 수고스럽겠지만 이 항산파...... 이 제...... 제자들을 데리고...... 데리고......]

그녀는 여기까지 말을 하자, 갑자기 호흡이 급해지며 한참 지난뒤에 비로소 말을 했다.

[데리고 복주 무상암(無相庵)에 데려다 주십시오. 나의 장문인 사매가...... 빠른 시일 안으로...... 도착할 것이오.]
영호충은 말을 했다.

[사태께서는 안심하십시오. 며칠간 정양을 하신다면 완전히 치유할 수가 있읍니다.]

정정사태는 말을 했다.

[당신은...... 당신은 내 부탁을 들어 주시겠읍니까?]
영호충은 그녀의 두 눈이 자기를 쳐다보고 자기가 대답해 주기를 바라고 있는 모습을 보자 말을 했다.

[사태께서 이렇듯 분부하시니 제가 그 일을 하겠읍니다.]
정정사태는 약간 미소를 짓더니 말을 했다.

[아미타불, 이러한 무거운 짐을 나는 본시...... 본시 맡을 수가 없었소. 소협...... 소협은 도대체 누구시오?]

영호충은 이미 그녀의 눈빛이 촛점을 잃고 숨소리는 극히 미약했고 이미 생명이 경각에 달려 있음을 보자 더이상 속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자기의 입을 그녀의 귀 가까이에 갖다 대고는 소근소근 말을 했다.

[정정사태님, 저는 바로 화산파의 문하에서 쫓겨난 영호충입니다.]

정정사태는 억 하고 소리를 지르며 말을 했다.

[자네가...... 자네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바로 절명을 했다. 영호충은 외쳤다.

[사태님! 사태님!]

그녀의 코기운을 만져보니 호흡은 이미 멈추었다. 항산파의 여러 제자들은 목을 놓아 울었고, 황량한 벌판에는 처량한 울음소리가 울려퍼졌다.
몇 자루의 햇불은 땅에 떨어져 점차 불이 꺼져 갔으며 사방은 갑자기 컴컴하게 변해왔다.
영호충은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정정사태는 일대 고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인적이 없는 허허벌판에서 목숨을 잃다니 그녀는 사람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출가한 노승인데, 마교들은 어째서 그녀들을 놓아 주지 않는 것일까?)
갑자기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그 복면을 한 수령인 떠날 때 외치기를 '마교 임교주께서 이곳에 나타나셨으니 모두들 그만하고 돌아가자' 마교의 사람들은 자칭 자기교를 일월신교라고 하고 마교라는 두 글자를 들으면 자기들을 우롱하는 줄 알고 때때로 이 두 글자 때문에 사람을 죽이곤 했던 것이다. 어때서 그 사람들은 마교라고 했을까? 그렇다면 그들은 마교라고 했으나 그들은 절대로 마교의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그 무리들은 도대체 누구이며 그 정체가 무엇일까?)
제자들이 곡성이 심히 처절하게 귓가에 들려왔다. 영호충은 상관을 하지 않고 한 그루의 나무에 기대어 잠깐 눈을 붙였다.
다음날 새벽에 정신이 들어 보니 몇명의 나이가 많은 제자들은 정정사태의 시신 옆에서 지키고 있었으며, 젊은 여승들은 옆에서 웅크리고 자고 있었다.
영호충은 내심 생각하였다.

(내 이 장군의 몸으로 이 여자들을 데리고 복주에 간다는 것은 그건 너무나 해괴망측한 일이다. 다행히 나 또한 복주에 가서 사부와 사모님을 만나 뵈야 하니 데리고 갈 필요는 없고 내가 연도에 그들을 보호하면 되겠구나.)

즉시 기침소리를 내면서 앞으로 걸아갔다.
의화, 의청, 의질, 의진 등 몇명의 우두머리 제자들은 모두 그를 향해 합장을 하며 말을 했다.

[소승들은 대협의 은덕에 감사합니다. 대협의 은혜에 어데게 보답해야 될지요. 사백께서는 불행하게도 이러한 꼴을 당하셨고 입적하시기 전에 대협에게 부탁을 하셨으니 앞으로 모든 분부나 말씀을 우리들은 따르겠읍니다.]

그녀들은 더 이상 그를 장군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것은 그가 장군이 아니고 가짜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무슨 대협이니 아니니 하는 것을 나는 정말 듣기가 싫습니다.
당신들이 만약에 나를 업신 여기지 않는다면 나를 장군이라고 불러 주십시오.]

의화 등 사람들은 서로 자기들의 얼굴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그저께 밤에 내가 꿈속에서 당신들이 어떤 노파의 간계에 빠져 약의 냄새를 맡고 쓰러져서 큰 집 가운데에 드러누워 있었는데 후에 어째서 이곳에 오게 되었읍니까.]

의화는 말을 했다.

[우리들은 그 마취약에 정신을 잃고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읍니다. 나중에 그 도둑놈들이 찬 물로 우리를 깨우고 우리발에 묶여 있는 끈들을 조금 느슨하게 풀어준 다음에 그 읍의 작은 길을 빙돌아 나왔지요.도중에 쉼없이 우리들은 끌고 빨리 도망쳤읍니다. 만약에 천천히 걷는 자가 있으면 이 도둑놈들은 채찍으로 우리를 내리쳤지요. 날이 어두웠지만 여전히 멈추지 않았고 나중에 사백께서 뒤쫓아와 그들은 사백님을 에워쌌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투항을 하라고......]

여기까지 말을 하고 훌쩍훌쩍 하더니 또 목을 놓아 울기 시작했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알고 보니 또다른 작은 길이 있었군. 어쩐지 순식간에 당신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더라니.]

의청은 말을 했다.

[장군님, 우리들은 맨 첫번재 큰일이 사백님의 시신을 화장을 해야 되겠고, 그 다음에 어떻게 행동을 해야 될지 좀 지시를 해주십시오.]

영호충은 고개를 흔들며 말을 했다.

[비구니 중의 일들은 이 장군이 하나도 아는 것이 없읍니다. 나 보고 지시를 하라 하니 그것은 정말 난감할 뿐입니다. 이 장군께서는 벼슬에 오르고, 돈 버는 것이 제일 급하니 여기서 바로 가겠읍니다.]

큰 걸음을 내딛고 북쪽을 향해서 질주했다. 여러 제자들은 크게 외쳤다.

[장군님! 장군님!]

영호충은 아는 체도 아니 했다. 그는 산언덕을 하나 돌아서더니 한 그루의 나무 뒤에 몸을 숨겼다. 한 두 시진을 기다리니 비로소 항산파의 여제자 일행들이 길을 떠나는 것이 보였다. 그는 멀리서 그들의 뒤를 따르며 암암리에 그녀들을 보호하였다.
영호충은 앞에 있는 마을에 도착하여 투숙을 하였다. 그리고, 내심 생각하였다.

(나는 이미 마교의 사람들과 숭산파의 그 사람들과 이미 맞부닥쳤으니 천주부 참장 오천덕 이름이 강호에서 그 명성이 자자하겠구나. 제길헐! 이 몸은 더이상 장군 노릇을 못해 먹겠군!)
그는 즉시 심부름하는 아이를 불러 들이더니 두 냥의 은자를 꺼내어 도둑놈을 잡아야 한다고 말을 하고는 그에게 옷과 모자와 신발 등을 사오라고 했다. 그리고는 절대로 누설을 하지 말도록 분부를 하였으며, 만약에 그 도둑놈들이 모두 도망친다면 돌아와서 그를 잡아 도둑놈의 숫자를 채운다고 협박을 하였다.
다음날 조용한 곳에 이르러 심부름 하는 아이가 사운 옷으로 바꿔 입고 얼굴의 수염을 뽑아 버리고 장군의 옷과 구두, 허리에 찬 칼들을 모조리 땅을 파고 그 속에 묻어 버렸다. 더 이상 장군 노릇을 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여간 섭섭한 것이 아니었다.
이틀 후에 건영부(建寧府)에 병기 파는 점포에서 한 자루의 장검을 사고 그 장검을 자기의 짐 보따리 소에 꽁꽁 묶어 두었다.
실로 다행한 것은 가는 도중에 아무 일이 없었던 것이다. 영호충은 항산파의 일행이 복주성의 동쪽에 있는 한 채의 비구니 절에 당도했고, 그 비구니 절의 액자네 무상암(無相庵)이라는 세 글자가 씌어 있는 것을 보자,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쉬며 내심 생각했다.

(이 무거운 짐을 결국은 벗어 버리게 됐군. 정정사태가 나에게 제자들을 무상암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을 했다. 비록 몸소 이끌고 오진 않았지만, 아무일없이 무상암에 도착하지 않았는가.)
영호충은 몸을 돌려 큰 거리로 가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복위표국의 위치를 물어보았다. 그러나, 달려가 만나보고 싶지 않아 이 거리 저 거리를 돌아 다니면서 시간을 끌었다. 감히 사부나 사모님을 만나보고 싶지 아니한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두 눈으로 소사매와 임사제의 다정한 모습을보기를 원하지 않아서 이러한 마음이 드는가 그것은 단정할 수가 없었다. 자기가 어떤 핑계를 잡기 전까지는 마치 늦을수록 더욱 좋은 듯한 그런 모양이었다. 갑자기 귀에 퍽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은 나와 술을 마시러 갈 겁니까? 가지 않을 것입니까?]
영호충은 갑자기 가슴이 막히고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오고, 머리는 무엇에 맞은 양 극히 혼란이 왔다. 그가 천리길을 멀다 않고 이곳 복건에 온 것은 이 목소리를 듣기 위함이고, 또한 이 목소리의 주인공을 보기 위함이 아닌가. 그러나 이때 정말로 그 목소리를 들었어도 감히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삽시간에 마치 흙으로 빚은 인형인 양 멍청히 서 있었고 두 눈에는 눈물이 쏟아져 앞을 볼 수가 없었다. 이러한 외침, 이러한 한마디, 이러한 말투로, 소사매와 그 임사제가 상당히 다정함을 알 수 있었다.
임평지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시간이 없어 사부께서 나에게 주신 숙제를 익히지 못했는걸.]

악영산은 말을 했다.

[그 삼초식의 검법은 식은 죽 먹기인데, 당신이 나와 함께 술을 마신다면 내가 그 중의 묘법을 가르쳐 주겠어요. 어때요?]
임평지는 말을 했다.

[사부님과 사모님께서 분부하시기를 우리들 보고 이 며칠동안 성내에서 함부로 거닐지 말고, 절대로 사건을 일으키지 말라고 하셨는데 내가 보건대 우리는 아무래도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군.]
악영산이 말을 했다.

[거리를 좀 거닐어도 안 된단 말입니까? 내가 아무리 봐도 무림의 인물들은 보이지 않습디다. 더우기 설령 강호의 사람들이 온다해도 우리들은 그들과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데 무엇이 염려가 된단 말씀이예요?]

두 사람은 말을 하면서 점점 멀어져갔다.
영호충이 천천히 몸을 돌려 그쪽을 보니 악영산의 아리따운 뒷모습은 좌측에, 임평지의 커다란 뒷모습은 우측으로 하고 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악영산은 호수같이 파란 옷과 치마를 입었으며, 임평지는 노란색의 옷을 입고 있었다. 두 사람은 차림새들이 퍽이나 깨끗하고 뒷모습만 봐도 한쌍의 준수한 남녀임을 알 수 있었다. 영호충의 가슴은 마치 어떤 바위에 꽉 막힌 것처럼 숨을 쉴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는 악영산과 몇개월 헤어져 있는 동안 비록 생각이 끊이지 않았지만, 그러나 오늘 이렇게 대하고 보니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가를 알 수가 있었다. 그는 좌측 손으로 검자루를 쥐고 검을 뽑아서 자진을 하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 갑자기 눈앞이 컴컴해 지더니 하늘이 빙빙 돌면서 땅바닥에 쓰러졌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정신이 들어 천천히 일어났다. 머릿속은 어지러웠다.

(나는 영원히 그들 두 사람과 볼 수가 없는 몸이라. 혼자서 이렇게 고민을 한다 한들 모슨 이득이 있겠는가. 오늘 저녁 암암리에 사부와 사모님을 찾아가 뵙자. 찾아가서 편지를 한장 써 놓자. 임아행이 다시 강호에 나타났으며 화산파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 것이고 이 사람의 무공은 심히 높기 때문에 두 어르신이 조심하도록 알려드리자. 나 또한 이름을 남길 필요는 없지. 그리고 난후에 멀리 사라져서 다시는 이 중원땅을 한발자국도 디디지 말자.)
주막에 돌아와서 술을 크게 취하도록 마시고, 옷입은 채로 잠이 들었다.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난 다음 담을 타고 넘어 복위표국을 향해 걸어갔다.
표국의 건물은 웅장하고 커서 찾기가 매우 쉬웠다. 표국의 불빛은 모두 떠져 있었으며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사부와 사모님이 어디에 묵고 계시는지 모르겠구나. 지금쯤은 잠이 드셨겠지.)

바로 이때 좌측 담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검은 그림자가 담을 뛰어 나왔다. 언뜻보니 여자의 모습이었다. 이 여자는 서남쪽을 향해서 달려갔다. 그의 경공은 바로 화산파의 심법이었다. 영호충은 정신을 집중하여 뒤를 밟아갔다. 뒷모습을 보니 그것은 틀림없이 악영산일 것이라고 짐작이 갔다.

(소사매가 이 야밤중에 어디로 가는가.)

악영산은 벽끝에 이르자 더욱 빨리 몸을 움직여갔다. 영호충은 매우 이상하게 생각을 했다. 그녀의 몸뒤 사 오장 정도의 간격을 두면서 발소리를 가볍게 그녀가 좀더 눈치채지 못하도록 했다. 복주성의 거리는 매우 복잡하고 얼키고 설킨 듯했다. 악영산은 동쪽으로 돌고 서쪽으로 꼬부라지면서, 마치 이 길을 평소에 잘 다닌 듯했다. 교차되는 지점에 이르면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길을 선택했으며 이리(二里)정도 가자, 돌다리가 있는 곳으로 작은 골목으로 돌아섰다.
영호충은 몸을 날려 지붕 위로 올라갔다. 그녀는 그 골목 끝에 이르자, 몸을 날려 큰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 큰집은 검은 대문과 하얀 담으로 되어 있었으며 담에는 오래 된 등나무가 있었다. 집안 여러군데의 방에서는 창문을 통해서 빛이 흘러나왔다.
악영산은 동쪽 사랑채의 창문밑에 이르자 문틈으로 안을 쳐다보며 갑자기 킥킥킥하며 날카로운 귀신 목소리를 냈다.
영호충은 애당초 이곳이 틀림없이 적의 은신처이고 그녀가 염탐을 하러온 것이라고 생각을 하였다. 갑자기 그녀의 귀신 흉내소리가 들리자, 대단히 뜻밖이었다. 그러나 창 안쪽에서 말 소리가 들려오자 즉시 사태를 확연하게 알 수가 있었다.
창안에 있는 사람은 말을 했다.

[사매! 나를 겁주려고 하는군. 죽어봐야 사매처럼 귀신뿐이 더 되겠나.]

악영산은 웃으면서 말을 했다.

[당신이 나를 귀신이라고 욕했지요. 조심하세요. 내가 당신의 심장을 도려 내 버릴테니까요.]

임평지는 말했다.

[당신이 도려낼 것까지 있소. 내 스스로 내 마음을 꺼내 보여드리리다.]

악영산은 웃으면서 말을 했다.

[좋습니다. 당신이 나에게 쓸데없는 말을 했으니 내가 어머니께 가서일러 바칠 거예요.]

임평지는 웃으면서 말을 했다.

[사모님께서 만약에 당신에게 묻기를 이런 말을 언제 어느 때 어느 곳에서 했느냐고 물으신다면 당신은 어떻게 대답을 하시겠소?]
악영산은 말을 했다.

[나는 오늘 오후에 무술 연마장에서 그 말을 들었다고 할 것입니다. 당신은 열심히 검술연마를 하지 않고 나에게 그러한 쓸데없는 말을 했다고 말씀 드릴 거예요.]

임평지는 말을 했다.

[사모님께서 화가 나시면 틀림없이 나를 가두어 두실테고 삼개월 정도는 당신 얼굴을 볼 수가 없을 텐데.]

악영산은 말을 했다.

[체, 그게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안 보면 안 보지요. 흥, 여지껏 문을 열지 않고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거예요?]

임평지는 길게 웃으면서 두 개의 창문을 밀었다. 악영산은 옆으로 몸을 살짝 피했다.
임평지는 혼자 중얼중얼 말을 했다.

[나는 사매가 온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아무도 오지 않았군.]
천천히 문을 닫는 시늉을 했다. 악영산은 잽싸게 창문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영호충은 한쪽 귀퉁이에 쭈그리고 앉아서 두 사람이 주고받고 농담하는 소리를 들었다. 자기가 이 세상사람이 아닌 양 한마디도 들리지 않기를 바랬다. 그러나 한마디 한마디가 더욱 똑똑하게 귓속에 들려오는 것이었다.
방안의 두사람의 웃음소리가 더욱 크게 들려왔다. 창문은 반쯤닫혀 있고 두 사람의 그림자가 창호지에 비춰졌다. 두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있었으며, 웃음소리는 점점 낮아졌다.
영호충은 가볍게 한숨을 쉬고 막 그 장소를 떠나려고 했다. 갑자기 악영산은 말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밤이 늦었는데 왜 잠을 자지 않고 이곳에 오셨읍니까?]
임평지는 말을 했다.

[내가 여기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소.]

악영산이 웃으면서 말을 했다.

[체, 거짓말을 해도 유분수지. 당신이 어떻게 내가 여기에 올 줄 알고 있단 말입니까?]

임평지는 말을 했다.

[이 산 사람은 천리안을 가지고 있어 손가락을 짚어보니 나의 사매가 이곳에 오신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지요.]

악영산이 말을 했다.

[아이고, 알아 모시겠읍니다. 방이 이렇게 너저분하게 흩어져 있는 것을 보니 틀림없이 그 무슨 검보를 찾고 있군요. 그렇지요?]
영호충은 이미 몇발짝 걸음을 옮겼으나 검보라는 말소리를 듣고 마음이 동해서 다시 몸을 돌려 돌아왔다.
임평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몇개월 동안 이 방을 내가 몇번이나 뒤졌는지 모르오. 방은 물론 지붕에 있는 기왓장까지도 모두들 다 뒤져 보았지요. 뒤져 보지 않은 것이라고는 담을 둘러치고 있는 벽돌만 하나하나씩 꺼내보지 않았을 뿐입니다. 아! 사매 우리가 의심이 갈만한 곳은 모두들 부셔보고 뒤집어 봅시다. 어떻소?]

악영산은 말을 했다.

[이것은 당신 임가의 집이 아닙니까? 부수든 부수지 않든간에 그걸 왜 나에게 물어 보십니까?]

임평지는 말을 했다.

[임가의 집이기 때문에 그래서 당신에게 물어보는 것입니다.]
악영산은 말을 했다.

[왜요?]

임평지는 말을 했다.

[당신에게 물어보지 않는다면 누구에게 물어본단 말입니까? 설마하니 당신은...... 당신은 장래 내 사람...... 내 사람이 아닙니까? 껄껄껄. 하하하.]

악영산이 웃으면서 욕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은 정말로 얄미운 사람이군요. 참으로 꿈도 장하십니다.]
또 팍팍팍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그녀가 손으로 임평지를때리는 소리였다.
두 사람이 방안에서 웃으면서 장난을 치는 동안에 영호충의 마음은 마치 칼로 찌르는 것 같았다. 본래 떠나고 싶었으나 그 벽사검보와 자기와는 막대한 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쉽게 떠날 수가 없었다.
임평지의 부모가 죽을 때에 몇마디를 자기의 아들에게 전해 주라고 유언을 했는데, 그때 자기 혼자만이 그곳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그로 인해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더우기 자기는 나중에 풍태사숙에게 전수를 받은 독고구검의 심오한 검법을 사용할 줄 알았다. 화산문중에는 모두들 자기가 그 벽사검보를 수중에 넣고 있는 줄 오해를 하고 있었으며 심지어는 자기를 잘 아는 소사매조차도 자기에게 의심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일의 이치를 따지자면 이 일 또한 다른 사람을 원망할 수도 없었다. 자기가 사과애에 가던 그날 사모님과 검을 겨룬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그 무쌍무대 영시일검(無雙無對 寧氏一劍)을 막을 수가 없었는데, 그러나 그 사과애에서 몇개월 묵는 동안 돌연히 검술이 크게 진보하였고, 이 검법은 또한 화산검법과 크게 달랐으므로 만약에 자기가 다른 파의 검법비급이 만약에 임가의 벽사검보가 아니라면 또 무엇이겠는가. 그가 더욱 의심을 받게 하는 것은 풍태사숙에게 절대로 그의 행적을 누설하지 않겠다고 맹세를 했기 때문에 실로 입이 있어도 말할 수가 없었던 것이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사부께서 자기를 자기 문하에서 쫓아낸 것 모든 일이 이렇게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고 비록 자기가 마교들과 교분을 쌓았다고는 하지만 다른 중요한 원인이 있었던 것이다. 그 원인은 대체로 자기가 벽사검보를 수중에 넣고 비굴하였기 때문에 화산파 문하에 더 이상 둘 수 없었던 것이다. 이때 악영산과 임평지, 두 사람이 검보에 대해서 말을 하자 비록 그 두 사람이 주고받으며 시시덕거리고 있었으나, 기분을 억제하고 그 내막을 자세히 알고 싶었다.
악영산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이 이미 몇개월 동안 찾았는데 찾을 수가 없었읍니다. 아마 그 검보는 이곳에 없는 것 같은데 담벼락을 뒤진다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읍니까? 대사형...... 대사형의 말씀을 당신은 정말로 믿으십니까?]

영호충은 또 마음이 괴로웠다.

(그녀는 아직도 나를 대사형이라고 부르고 있구나.)

임평지는 말을 했다.

[대사형께서 나에게 우리 아버님의 유언을 전해 주시기를 상양항(尙陽巷)의 저택에 있는 선조의 유물들을 절대로 함부로 뒤집지 말라고 하셨읍니다. 내 생각에는 그 검보는 틀림없이 대사형께서 빌려 가셨고 잠시 되돌려주지......]

영호충은 암암리에 코웃음을 쳤다.

(네놈의 말이 퍽이나 겸손하구나. 왜 그 검보를 내가 차지했다고 하지 않고 잠시 빌려 갔다고 하느냐. 흥! 그렇게 말할 필요도 없지 않느냐.)

임평지가 계속해서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생각해 보건대 상양항 저택의 다섯글자는 절대로 대사형께서 거짓으로 꾸며낼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틀림없이 우리 아버님과 어머님의 유언일 것입니다. 대사형께서는 우리 집안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고, 또한 복주에 온 적이 없으니 절대로 복주의 상양항이라는 곳을 모를 것이고, 더우기 우리 임가의 선조의 저택이 이 상양항에 있는 줄을 더우기 모를 것이오. 설령 복주의 사람일지라도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가 않습니다.]

악영산은 말을 했다.

[정말로 아버님과 어머님의 유언이 확실하다면 그게 또 어쨌단 말입니까?]

임평지는 또 말했다.

[대사형께서 아버님의 유언을 말씀 하실 때 뒤져 보라는 말을 언급했는데 그것은 무슨 사서오경을 뒤져 보라는 소리는 아닐테고 또는 켸켸묵은 장부를 뒤져 보라는 소리는 아닐 겁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틀림없이 그 검보와 관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사매 아버님 유언 속에 이곳 상양항의 저택을 언급하셨으니까 설령 그 검보가 이곳에 없다해도 어떠한 단서를 이곳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악영산은 말을 했다.

[그 말도 일리가 있읍니다. 내가 보건대 이 며칠동안 당신은 정신이 분산되어 있고 저녁이면 그 표국자에서 잠을 자려고 하지 않고 반드시 이곳에 와 있으니 내가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그래서 건너와 보게 되는 것입니다. 알고 보니 당신은 낮에는 무술연마를 하고 또 나와 함께 있으며 저녁에는 이곳에 와서 여기저기 살펴보고 있었군요.]

임평지는 담담하게 웃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을 했다.

[우리 아버님 어머님이 비참하게 돌아가셨읍니다. 내가 만약 그 검보를 찾아서 우리 조상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검보를 가지고 복수를 한다면 하늘에 계신 부모님께서도 기뻐하실 것입니다.]
악영산은 말을 했다.

[대사형께서는 지금 이 시각에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겠군요. 내가 그를 한번 봤으면 좋겠읍니다. 그렇게 된다면 내가 당신을 위해서 그 분에게 검보를 달라고 할텐데. 그는 검법을 벌써 익혔을 것이고, 그 검보 또한 응당히 원래의 주인에게 되돌려 줘야 되겠지요. 내가 보건대 그러한 생각을 안 하시는게 좋겠읍니다. 다시는 이 저택에 와서 이곳 저곳을 살피지 마십시오. 그 검보가 없다손치더라도 아버님의 자하신공을 연마하면 복수할 수가 있읍니다.]
임평지는 말했다.

[이것은 하늘의 이치요. 우리 부모님이 생전에 사람들에게 비참한 꼴을 당하시고 또한 비참하게 죽으셨으니 만약에 우리 임가의 검보로 복수를 할 수 있다면 진정으로 부모님을 위하는 것입니다.
더우기 화산파의 자하신공은 제자들에게 가볍게 전수해 주지 않는 것이고, 나 또한 화산파에 제일 늦게 들어와서 스승님과 사모님의 보살핌을 받는다면 여러 사형과 사저들이 모두 못마땅해 할 것입니다. 그리고 틀림없이...... 틀림없이......]

악영산은 말을 했다.

[틀림없이 어쨌다는 소리입니까?]

임평지가 말했다.

[틀림없이 내가 내 속 마음을 감추고 단지 자하신공을 목표로 하여 은사와 사모님께 환심을 사고 있다는 말들을 할 것입니다.]
악영산은 말했다.

[체, 다른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해도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우리 두 사람이 진심으로 좋아하면 되지요.]

임평지는 웃으면서 말했다.

[당신이 나의 진심을 어떻게 아시오?]

악영산은 탁 하고 소리를 내며 그의 어깨인지, 아니면 등을 무겁게 내리치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악영산의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흥, 나는 벌써 당신의 불량한 마음을 알고 있어요.]
임평지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만하지요. 이곳에 온지 오래 되었으니 갈 때가 되었읍니다.
내가 당신을 데리고 표국자에 모셔다 드리지요. 만약에 사부나 사모님이 아셨다가는 정말로 큰일날 일입니다.]

악영산은 말했다.

[왜, 나를 쫓아 보내려고 하는 것입니까? 당신이 나를 쫓아내겠다면 나 혼자 가지 누가 당신보고 데려다 달라고 그랬읍니까?]
말소리는 심히 불쾌한 듯했다.
영호충은 그녀가 지금 어떤 눈을 하고, 입은 무슨 입을 하고 있으며 무슨 자세를 취하고 있는가 보지 않아도 눈에 선했다.
임평지는 말했다.

[사부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마교의 전교주인 임아행이라는 사람이 다시 강호에 나타났다고 하셨는데, 듣건대 이미 복건성 내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이 사람의 무공은 그 깊이를 헤아릴 수가 없고 매섭기가 그지없다고 합니다. 당신이 혼자 이 밤중에 걸어간다면 가다가 만약 좋지 못한 일이라도 당한다면, 그때,...... 그땐, 어떻게 하시겠소.]

영호충은 내심 생각했다.

(알고 보니 이 일을 사부님이 벌써 아셨구나. 됐다. 내가 선하령에서 그들과 한바탕 싸웠을 때 모두들 나보고 임아행이 다시 나왔다고 말들을 했었는데 사부께서 어찌 그 소식을 모르겠는가? 난 그 편지를 써서 알려드릴 수가 없겠구나.)

악영산은 말했다.

[당신이 만약 나를 보냈다가 그들을 만난다면 당신이 그들을 죽일 수가 있고, 그들을 잡을 수가 있단 말씀입니까?]

임평지는 말했다.

[당신은 내 무공이 별볼일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의로 나를 놀리는 군요. 나는 물론 그들을 상대할 수가 없고 단지 당신과 함께라면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 것이오.]

악영산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당신의 무공이 약하다고 그런건 아닙니다. 당신이 이처럼 열심히 연마를 하시니 머지 않아 나보다는 강해질 것이고 사실은 검법이 그리 익숙하지 못할 뿐이고 만약에 정말로 싸운다해도 나는 당신의 상대가 되지는 못합니다.]

임평지는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

당신이 좌측으로 검을 사용한다면 어쩌면 우리들은 맞겨룰 수가 있을 겁니다.]

악영산은 말했다.

[내가 당신을 도와 찾아보지요. 당신은 이 집안 물건에 대해서 너무 익숙했기 때문에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가 없고, 어쩌면 내가 어떤 이상한 단서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읍니다.]
임평지는 말을 했다.

[좋습니다. 그럼 당신이 한번 이곳을 사라펴봐 주십시오. 이상한 점이 있는가?]

이어서 책상을 열고 탁자를 뒤집고 끌고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참 지난 후에 악영산이 말을 했다.

[이곳에 모든 물건이 평범하기가 짝이 없읍니다. 당신 집에 혹시 무슨 이상한 장소가 없읍니까?]

임평지는 한참 생각에 잠기더니 말을 했다.

[이상하고 은밀한 장소는 없읍니다.]

악영산은 말했다.

[당신 집에 무술 연마하는 장소는 어디입니까?]

임평지는 말했다.

[무술 연마하는 곳은 없읍니다. 내 증조부께서는 이 표국자를 설립한 다음에 모두 이 표국에 옮겨와 살게 되었읍니다. 할아버지, 아버지, 모두가 이 표국에서 무술 연마를 하였읍니다. 더우기 아버님 유언 중에서는 '뒤집어' 라는 말이 있었는데 무술을 연마하는 장소에는 뒤집어 볼만한 것들이 없읍니다.]

악영산은 말했다.

[맞습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우리는 당신 집의 서재에 가서 찾아보도록 하지요.]

임평지는 말했다.

[우리집안은 대대로 표국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장부를 쌓아놓는 방이 있고 그 서재는 없읍니다. 장부를 쌓아 놓는 곳은 역시 이 표국 안에 있읍니다.]

악영산은 말했다.

[참, 찾기가 어렵게 됐군요. 이 방 안에서 무슨 뒤집어 볼만한 물건들이 하나도 없읍니다.]

임평지는 말을 했다.

[내가 대사형의 그말을 분석해보니 그가 말하기를, 우리 아버지가 나에게 명령하기를 절대로 선조의 물건들을 뒤집어보지 말라고 했는데, 사실 그게 무슨 암시를 해주는 것 같습니다. 나로 하여금 이 저택에 조상대대로 전해 오는 물건을 뒤집어보라는 소리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곳은 뒤집어볼만한 물건들이 하나도 없읍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오로지 내 증조부의 불경밖에 없군요.]
악영산은 껑충 뛰어 박수를 치며 말을 했다.

[불경이라고요? 그건 참 좋은 말씀입니다. 달마조사께서는 무학의 창시자이니 불경중에 검보를 숨긴다는 것은 뭐 그리 희귀한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영호충은 악영산의 이와 같은 말을 듣자 정신이 번쩍 들어 내심 생각했다.

(임사제가 정말로 불경중에서 그 검보를 찾아낸다면 좋겠구나.
더이상 내가 그 검보를 훔쳤다고 의심받을 필요가 없으니까.)
임평지의 말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벌써 뒤져 봤읍니다. 한두번 뒤져 본 것이 아니라 백번이라면 너무 과해도 팔구십 번은 될거요. 나는 또 서점에 나가 금강경, 심경, 법화경, 릉가경 등을 사와서 조부께서 남기신 불경의 글자와 대조를 해봤으나 그 불경들은 일반 불경과 똑같았읍니다.]
악영산은 말했다.

[그렇다면 다시 뒤집어 볼 필요가 없군요.]

그녀는 한참 무엇인가 골똘하게 생각하더니 갑자기 말했다.

[종이와 종이가 겹친 사이를 찾아 보셨는지 모르겠군요.]
임평지는 흠칫 놀라며 말했다.

[종이와 종이가 겹친 곳이라 그곳은 뜻밖인데 우리 다시 한번 그 틈새를 찾아보기로 합시다.]

두 사람은 각자 촛대를 하나씩 들고 손과 손을 마주잡고 그 방에서 나와 뒤뜰로 향해 걸어갔다. 영호충은 지붕을 타고 그들을 뒤다라갔다. 촛대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은 한방 한방을 지나면서 비춰봤고 마지막에는 서북쪽 한 귀퉁이 방에 와서 불빛이 멈췄다.
영호충은 그곳까지따라가서 가볍게 뒤뜰로 내려왔다. 찢어진 문틈으로 안을 살폈다. 안에는 한 채의 불당이었다. 가운데는 한폭의 묵화가 걸려 있는데 그것은 달마대사의 뒷모습이었다. 그 그림은 달마대사가 9년 동안 면벽의 상황을 그린 것이다. 불당의 서쪽에는 아주 오래된 구들 방석이 놓여져 있었으며 탁자 뒤에는 목어, 종경 따위들이 진열되어 있었으며 또한 불경들이 쌓여 있었다.
영호충은 내심 생각했다.

(복위표국을 설립한 임 노선배는 그 당시 명성이 자자하였고 그 손에 얼마나 많은 대도들이 죽음을 당했는가?생각해 보니 노년에 이르러서는 이곳에서 자기의 업보를 참회하고 있었구나.)
강호를 주름잡고 호령했던 영웅호걸이 백발이 되어서 이 어둠침침한 불당에서 목어를 두들기며 불경을 일고 그 심정은 정말로 적막하고 처량했으리라고 상상이 되었다.
악영산은 한권의 불경을 들고 말했다.

[우리는 이 경서들을 풀어서 그 틈 사이에 뭐가 끼어 있는지를 살펴보지요. 만약 찾을 수 없다면 다시 이 경서들을 다시 잘 꿰매 놓읍시다. 어때요?]

임평지는 말했다.

[좋습니다.]
불경을 한 권 집어들더니 그 불경에 묶여져 있는 끈을 풀고 한장 한장 뜯어서 그 틈사이에 어떠한 흔적이 있는가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악영산은 또 다른 한권의 불경을 뜯어보고 한장한장 집더니 촛불에다 그림자를 비춰보았다.
그녀가 뒤로 돌아앉아 있었기 때문에 영호충은 뒷모습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팔뚝은 마치 옥과 같았으며 좌측손에는 여전히 그 은으로 만든 팔찌를 차고 있었다. 어떤 때는 얼굴을 약간 기우뚱하여 임평지와 시선이 맞닿으면서 서로가 실컷 웃고 또 다시 책을 살펴보곤 하였다. 불빛이 비쳐서 그런지 그녀의 볼은 빨갛게 홍조를 띠고 있었으며 마치 한개의 포송포송한 복숭아 같아 보였다. 영호충은 창밖에 꼼짝않고 서서 그녀를 뚫어져라고 쳐다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한권한권 뜯어 살펴보아 이미 책상에는 열두 권의 불경이 흩어져 있었다. 갑자기 영호충은 등 뒤에서 가벼운 소리를 들었다. 그는 몸을 숨겨 고개를 들어보니 두 개의 사람 그림자가 남족 처마 밑에서 살며시 다가오고 서로 손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뜰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두 사람은 뜰 안으로 들어온 다음에 안쪽을 살피고 있었다. 한참 지난 후에 악영산의 링라소리가 들려왔다.

[다 풀어봤는데 아무것도 없군요.]

말소리는 실망한 듯했다. 갑자기 또 말을 했다.

[난 금방 생각을 했는데 가서 물을 한 대야 떠옵시다.]
목소리는 금방 흥분으로 가득 찼다. 임평지는 물어보았다.

[물을 떠다가 무엇을 하려고요?]

악영산은 대답했다.

[내가 어렸을 때 아버님이 말씀하신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어떤 약초는 물에 담그면 액체가 나와서 그것으로 글자를 쓰면 그 약초가 마른 뒤에 글자가 감쪽같이 사라져 버리고 만약에 그 종이가 물에 젖는다면 글자의 흔적이 다시 나타난다고 들었읍니다.]
영호충의 마음은 씁쓸해졌다. 자기 기억으로는 사부께서 이 이야기를 해주셨을 때에 악영산은 겨우 여덟 아홉 살 정도가 되었고 자기는 열일곱 여덟살이 되었던 것이다. 그 옛날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머리에 떠올랐다. 영호충의 기억으로는 그날 그녀와 함께 여치를 잡아다가 사움을 시켰고 자기가 제일 크고 튼튼한 여치를 그녀에게 양보를 했는데도 그녀의 여치는 매번 시합에 졌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울어버렸고, 자기는 그 울음을 멈추게 하려고 해괴망측한 행동을 해서 비로소 그녀를 웃겼던 것이다. 두 사람은 함게 사부님께 가서 옛날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랐다. 옛날 일이 이렇듯 떠오르자, 두눈에는 눈물이 줄줄 흘렀다.
임평지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맞소, 한번 시험해 봅시다.]

몸을 돌려 나왔다. 악영산은 말했다.

[나도 당신과 함께 가겠어요.]

두 사람은 손과 손을 잡고 나왔다.
창뒤에 숨어 있던 그 두 사람은 꼼짝도 않고 있었다. 한참 지난 뒤 임평지와 악영산은 같은 한 대야의 물을 들고 불당 안으로 들어갔다. 일곱여덟 권의 불경을 물 속에 띄웠다. 임평지는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듯이 한권의 불경을 집더니 불빛에 비춰 보았다.
그러나 아무런 글자의 흔적이 나타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이십여 페이지를 시험했어도 아무런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임평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만둡시다. 아무 글자가 없군요.]

그의 말소리가 끝나기 전에 창 밖에 숨어 있던 두 사람은 살며시 문 앞으로 돌아오더니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임평지는 일갈을 했다.

[누구냐?]

두 사람이 곧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신속하기 이를데 없었다.
임평지는 서둘러 초식을 쓰려고 했으나 이니 그들에게 혈도가 적중되었다. 악영산은 장검을 반 정도 뽑았는데 적의 두 손이 그녀의 눈을 향해서 들어왔다. 악영산은 별수 없이 손을 칼자루에서 떼고 손을 들어 막았다. 그 사람은 우측 손으로 연신 세번 자세를 취하더니 모두가 그녀의 목덜미를 향했다. 악영산은 깜짝 놀라 뒤로 두 발자국 물러서고 등이 이미 불단에 와 닿아서 더 이상 뒤로 물러설 수가 없었다. 그 사람의 좌측손은 그녀의 천령개를 향해서 내리쳐왔다.
악영산은 두손을 들어 막았다. 그러나 뜻밖에 그 사람의 이 일장은 빈 초식이었고 우측손으로 악영산의 좌측 옆구리를 찔렀다. 악영산은 혈도를 맞아 불단 옆에 기댄채 꼼짝할 수가 없었다.
이 순간들을 영호충은 보고 있었다 임평지와 악영산 두 사람이 잠시 어떤 생명의 위험은 없으리란 생각이 들어 급히 그들을 구하려 하지 않았다. 그것은 적의 정체가 무엇인가를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두 사람은 불당에서 이곳저곳을 살펴보더니 한 사람은 바닥에 깔려 있는 구들 방석을 번쩍들더니 두쪽으로 찢어놓고, 다른 사람은 딱 하는 일장에 목어가 일곱여덟 조각이 되었다.
임평지와 악영산은 말을 할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움직일 수도 없었따. 두 사람의 장력이 마치 칼과 같았다. 구들 방석을 찢고 목어를 갈기갈기 조각을 내는 것을 보니 틀림없이 그 벽사검보를 찾는 것 같았다. 그래서 모두 내심 생각했다.

(어째서 그 검보가 구들 방석이나 목어에 숨겨져 있었다는 것을 생각지 못했을까?)

그러나 구들 방석과 목어에서 어떤 이상한 물건이 나오지를 않자, 모두들 내심 기뻤다.
두 사람은 모두 오십 살 정도의 나이로 한 사람은 머리가 벗겨진 대머리였고, 또 한 사람은 백발이 성성한 사람이었다. 두 사람의 행동은 질풍처럼 순식간에 불당에 있는 모든 물건들을 쪼개버렸다. 더 이상 쪼갤 물건이 없자 두 사람의 눈빛은 그 달마대사가 그려져 있는 그림을 향했다.
백발 노인은 손을 내젓더니 일갈을 했다.

[잠깐 그의 손의 지문을 한번 보시오.]

영호충, 임평지, 악영산 세 사람의 눈빛도 그 화상을 쳐다보았다. 그림 속의 달마화상은 좌측손을 등 뒤로 하고 있는데 마치 하나의 검결을 쥐고 있는 듯했고, 우측 식지는 천장을 향해 있었다.
대머리는 물어 보았다.

[그의 손에는 무슨 이상한 기미라도 있소이까?]

백발의 노인이 말을 했다.

[모르겠소. 그러나 한번 시험해 봅시다.]

몸을 날리더니 두손을 그림속의 달마대사 식지가 가리키는 곳을 향해서 지붕위를 내리쳤다. 펑하고 소리를 내면서 흙과 먼지가 우수수 떨어졌다.
대머리는 말을 했다.

[무엇이 있단 말이오......]

이 말이 끝남과 동시에 빨간색의 물건이 지붕 위의 구멍에서 떨어져 내려왔다. 그것은 중들이 입는 가사 장삼이었던 것이다. 백발노인이 손을 내밀어 받았다. 희미한 촛불아래 비춰보명서 기뻐서 말을 했다.

[여기...... 여기 있읍니다.]

그는 너무나 기뻐했고 목소리조차도 덜덜 떨리었다. 대머리는 말을 했다.

[왜, 그러시오.]

백발노인이 말을 했다.

[한번 보시오.]

영호충은 두 눈을 집중하여 쳐다보니 가사 장삼에는 작은 글자들이 가득 씌어져 있는 것 같았다. 대머리가 말을 했다.

[이게 설마하니 우리가 찾던 벽사검보란 말이오?]

백발 노인이 말을했다.

[십중팔구는 바로 그 검보일 것입니다. 우리 형제 두 사람이 큰공을 세웠소. 자 거둡시다.]

대머리는 너무나 기뻐서 입을 다물 줄을 몰랐다. 가사 장삼을 조심스럽게 접더니 품 속에다 집어넣고 좌측손으로 악영산, 임평지 두 사람을 가리키며 말을 했다.

[죽여 버릴까?]

영호충은 손에 검자루를 쥐고 백발노인이 임평지와 악영산 두 사람을 죽이려는 순간에 곧바로 뛰어들어가 그 늙은이들을 죽이려고 했다. 그런데 그 백발 노인이 말하기를, [검보가 이미 우리 수중에 들어왔는데 화산파와 원수지간이 될 필요가 있겠소? 그들을 보내 줍시다.]

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불당을 나오더니 담을 넘어 사라졌다. 영호충도 즉시 몸을 날려 담 밖을 나와 그들 뒤를 따랐다.
두 명의 노인들은 발걸음이 매우 빨랐다. 영호충은 캄캄한 밤중이라 그들을 놓칠가 염려 되어서 발걸음을 빨리 하니 두 사람과의 거리가 겨우 삼장 정도였다.
그 두명의 노인들은 급하게 달렸다. 영호충은 더욱 발걸음을 빨리 했다. 갑자기 두명의 노인이 발걸음을 멈추더니 몸을 돌렸다.
차가운 불빛이 번쩍하더니 영호충은 양쪽 어깨가 극렬하게 아파옴을 느꼈다. 이미 상대방의 칼에 양 어깨가 적중되었던 것이다.
두 사람이 순간적으로 멈추고 몸을 돌려 칼을 썼던 것이다. 정말로 그 빠르기란 번개와 같았다. 영호충은 단지 내력이 두텁고 검법이 고명하였으나, 이러한 임기웅변의 기습에 대해서는 일류 고수들과 아직 훨씬 차이가 있었다.
상대방이 갑자기 초식을 쓰자 검을 뽑고 초식을 가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손가락조차도 칼자루를 만지지도 못한 채 이미 중상을 입었던 것이다. 두 명 늙은이의 검법은 너무 빨라 일초식에 이미 상대방을 꺾어놓고, 두번째의 칼을 바로 내리쳤다.
영호충은 깜짝 놀라 급히 뒤로 물러섰다. 다행히 그의 내공이 이상할 정도로 강하기 때문에 뒤로 물러서자 몸이 이니 두장 밖으로 물러섰고 다시 몸을 날리자 또다시 두장 정도 물러섰던 것이다.
두 명의 노인은 그가 중상을 입었는데도 불구하고 뒤로 물러나는 것이 번개처럼 빠르자 깜짝 놀라 역시 바로 따라왔다. 영호충은 몸을 돌려 도망을 쳤다. 양 어깨에 칼을 맞았을 때는 그리 아픔을 느끼지 못했으나 지금은 너무 아파서 기절할 정도였다.
내심 생각 하였다.

(이 두 사람이 훔쳐간 가사 장삼에는 벽사검보가 씌어져 있는게 틀림이 없다. 나는 지금 누명을 쓰고 있으니 아무리 뭐라 해도 빼앗아 와야 하고 그것을 임사제에게 되돌려 주어야만 한다.)
즉시 아픔을 참고 손을 내밀어 장검을 뽑았다. 장검을 뽑았는데 장검이 칼집에서 반 정도 나오다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칼을 뽑을 수가 없었다. 우측 어깨가 칼에 맞은 다음에 힘이 없어져 손을 쓸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귓가에는 질풍소리가 들려왔다. 적의 장검이 찍어져 내려왔던 것이다.
그는 즉시 뒤로 물러서 좌측손으로 힘껏 허리의 요대를 잡아끊자, 비로소 장검이 손에 들어왔다. 있는 힘을 다해서 뿌리치니 칼집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겨우 몸을 돌리는데 한기가 눈앞에 닥쳐오면서 쌍칼이 동시에 얼굴을 향해서 내리쳐왔다. 그는 또 뒤로 한발짝 물러섰다. 그때는 날이 밝기는 밝았으나 여전히 컴컴한 상태였다. 칼빛이 번쩍 번쩍하고 빛나는 것 외에 눈을 떠봐도 아무런 형체도 보이지 않았다. 그가 배운 독고구검의 요지는 적의 초식을 보고 초식의 빈틈을 이용해서 들어가는 것이었는데 이때 적이 쓰는 초식을 전연 볼 수가 없기 때문에 독고구검의 검법을 사용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좌측 어깨가 아파옴을 느끼고 적의 날카로운 칼끝이 좌측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에 별수 없이 거리를 향해 급히 도망쳤다. 촤측손에 검을 쥐고 주먹으로 우측 어깨 상처를 눌렀다. 피가 너무 많이 흐르고 있기 대문에 피를 멈추게 하려고 했던 것이다.
두 명의 늙은이는 한참을 추격해 왔으나 그의 발걸음이 너무 빨라 쫓아올 수가 없는 상황이 되자, 다행히 그 벽사검보를 손에 넣었기 때문에 더이상 일을 확대시키고 싶지 않아서 즉시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돌아갔다.
영호충은 외쳤다.

[이 대담한 도둑놈들아! 남의 물건을 훔쳐 도망치려고 그러느냐!]

오히려 몸을 돌려 쫓아왔다. 두 명의 늙은이는 크게 화가 나서 즉시 몸을 돌려 칼을 휘두르며 그를 향해 내리찍었다.
영호충은 그들과 정면으로 맞서고 싶지 않아서 몸을 돌려 또 도망쳤다. 암암리에 마음속으로 빌었다.

(한사람만, 단지 한 사람이라도 등불을 가지고 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얼마나 좋겠는가.)

몇 발자국 도망치다가 문득 생각이 나 몸을 날려 지붕 위로 올라갔다. 사방을 쳐다보니 좌측의 한 집에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즉시 그 불빛을 향해서 도망쳤다. 두 명의 늙은이들은 또 발걸음을 멈추고 더이상 따라오지 않았다.
영호충은 고개를 숙여 두개의 기왓장을 들더니 두 사람을 향해 던지면서 일갈을 했다.

[네놈들은 임가의 벽사검보를 훔쳤다. 한놈은 대머리이고, 또 한 놈은 흰 머리이다. 너희들이 세상 끝까지 도망친다 해도 무림의 영웅호걸들은 절대로 너희들을 가만두지 않고 잡을 것이다. 잡아서 네놈들의 몸을 천가닥 만가닥으로 난도질할 것이다.]

퍽퍽 소리가 나면서 두 개의 기왓장은 땅바닥에 떨어져 가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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