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오강호 5-3

3학년2반 | 2022.03.15 06:54:19 댓글: 0 조회: 98 추천: 0
분류무협소설 https://file.moyiza.kr/fiction/4356014

두 명의 늙은이는 그가 벽사검보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자 즉시 지붕 위로 쫓아왔다. 영호충은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오고 있음을 느꼈고, 갈수록 힘이 없어짐을 느꼈다. 숨을 돌려 단숨에 그 불빛이 새어 나오는 곳으로 한바탕 달려갔다. 갑자기 몸이 기우뚱거리더니 지붕 위에서 떨어졌다. 급히 리어타정(鯉魚打挺)초식을 써서 몸을 한바퀴 돌려 벽 가가이에 기대 섰다.
두 사람의 늙은이는 가볍게 몸을 날려서 각기 좌측과 우측에서 덮쳐왔다. 대머리는 교활하게 웃으면서 말을 했다.

[이 어르신께서 네놈의 목숨을 살려 주려고 했는데 네놈이 끝내 죽음을 재촉하는구나.]

영호충은 그의 대머리가 기름처럼 반쩍번쩍 빛나자 내심 멈칫했다.

(알고보니 날이 이미 새었구나.)

웃으면서 말을 했다.

[두 분께서는 어느 파 어느 문중의 사람입니까? 왜 꼭 사람을 죽여야만 마음이 편하십니까.]

백발의 늙은이는 단도를 들더니 영호충의 정수리를 향해서 질풍처럼 내리찍었다. 영호충은 검을 우측 손으로 건네고 가볍게 칼을 휘두르니 검끝은 이미 그의 목덜미를 꿰뚫었다.
대머리는 깜짝 놀라 춤을 추듯이 그를 향해 달려왔다. 영호충이 일검을 내리찍자, 그 사람의 손목에 칼이 적중되었다. 칼과 손목이 동신에 땅에 떨어졌다. 영호충에 검끝은 바로 그 자의 목덜미를 겨누었다. 그리고 일갈을 했다.

[너희 두사람은 도대체 어느 문파의 사람이냐! 말을 한다면 목숨을 살려 주겠다.]

대머리는 킥킥 웃으면서 처량하게 말을 했다.

[우리 형제는 이 강호를 돌아다녔으나 적수를 만나지 못했는데 오늘 고수의 손에 죽게 되니 죽어도 여한이 없다. 단지 당신의 이름이 무엇인지 당신의 이름을 안다면 죽어도......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영호충은 그가 비록 한쪽 손이 잘라졌으나 여전히 직위가 높고 굴하지 아니하자 마음속으로 보기드문 사내 대장부라고 존경을 했다.

[저는 어쩔 수 없는 상황하에서 몸을 지키려고 이런 행동을 했을 뿐이오. 사실은 두 분과 평소에 알지 못하는데 이러한 행동을 해서 참으로 미안하게 되었소. 그 가사 장삼만 나에게 준다면 우린 여기서 그만 헤어지도록 합시다.]

대머리는 의연하게 말을 했다.

[독응은 어찌 목숨이 아깝다고 투항을 하겠소.]

좌측 손을 뒤집더니 한 자루의 비수가 이미 자기의 심장을 찔러 오고 있었다.
영호충은 내심 생각했다.

(이 사람은 차라리 죽을망정 굴복하지 않는구나. 정말로 멋진 사나이다.)

몸을 숙여 그의 품 속에서 그 가사 장삼을 꺼냈다. 그때 피를 너무나 과다하게 흘렸기 때문에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그리하여 옷을 찢어서 아무렇게나 어깨와 팔뚝의 상처를 사매고 나서야 비로소 그 대머리의 품속에서 가사 장삼을 꺼낼 수가 있었다. 이때 머리가 어지러워지고 숨이 가빠옴을 느꼈다.
방향 판단을 하더니 임평지의 그 상양항 저택을 향해서 걸어갔다. 몇십장을 걸으니 이미 자기 몸을 지탱할 수가 없었다. 내심 생각하기를, (내가 만약 쓰러진다면 목숨을 보전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죽어서까지 내가 벽사검보를 훔쳐 몸에 지니고 있다고 누명을 쓸 것이다. 그렇다면 죽은 다음에도 여전히 누명을 쓰는 꼴이 아닌가.)
그는 억지로 몸을 지탱하여 결국은 상양항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임가의 대문은 꼭꼭 잠겨져 있었고 임평지와 악영산은 아까 그 자들에게 혈도를 찍혔으니 그 누구도 대문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지금 담을 뛰어넘어 들어가려고 아무리 힘을 써도 경공을 펼칠 수가 없었다. 별수 없이 문을 몇번 두드리다가, 또한 아무 반응이 없자 발길로 대문을 냅다 걷어찼다.
한참 대문을 차도 대문은 열리지 않았고 그러는 사이에 정신을 잃었다.
정신이 들었을 때 자기가 침대에 드러누워 있음을 느끼고 눈을 뜨자 악불군 부부가 침대 앞에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영호충은 크게 기뻐서 외쳤다.

[사부님, 사모님...... 저는...... 전]

마음이 너무 격한 나머지 눈물이 하염없이 뚝뚝 떨어졌다. 몸을 허우적거리며 바로 앉았다.
악불군은 대답하지 않고 단지 물어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도대체 어띠된 일인가?]

영호충은 말을 했다.

[소사매는요...... 그녀는...... 그녀는 아무일이 없겠지요.]
악 부인이 말을 했다.

[아무일이 없네. 자넨...... 자네는 어떻게 이 복주에 왔는가.]
그 말투가 너무나 정다웠고 따뜻해서 눈물이 핑 돌았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임사제의 벽사검보는 두 명의 늙은이가 빼앗아갔읍니다. 제가 그 두 사람을 죽인 후 빼앗아왔지요. 그 두 사람은...... 그 두 사람은 아마 마교의 고수들인 것 같습니다.]

가슴을 더듬자 그 가사 장삼은 이미 보이지가 않았다. 급히 물어 보았다.

[그...... 그 가사 장삼은요?]

악불군이 물어보았다.

[그것이 무엇인가?]

영호충은 말을 했다.

[가사 장삼에는 글자가 씌어 있는데 아마 임가의 벽사검보인 듯합니다.]

악 부인은 말을 했다.

[그렇다면 그것은 임평지의 물건이니 임평지가 간수해야 되지.]
영호충은 말을 했다.

[그렇습니다. 사모님, 사모님과 사부님께서는 그동안 안녕하셨읍니까? 여러 사제와 사매들도 무고한지요?]

악 부인은 눈빛이 빨개졌다. 옷소매를 들어 눈물을 닦으며 말을 했다.

[모두들 잘 있네.]

영호충은 말을 했다.

[내가 어째서 이곳에 왔는지요. 사부님과 사모님께서 저를 구해 가지고 이곳까지 데려 오셨군요.]

악 부인은 말을 했다.

[내가 오늘 아침 일찌기 임평지의 상양항 저택에 갔었는데 문밖에서 자네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보았지.]

영호충은 음하고 소리를 지르며 말을 했다.

[다행히 사모님께서 오셨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만약 마교들이 먼저 보았다면 저의 생명을 보전하기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자기 딸이 보이지 않자, 상양항에 찾으러 쫓아 갔음을 알고 있는데 단지 이 일을 자기에게 말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악불군은 말을 했다.

[자네가 두 명의 마교들을 죽였다고 했는데 어떻게 그자들이 마교들임을 아는가?]

영호충은 말을 했다.

[제자가 남쪽에서 오는데 도중에 계속해서 적지 않은 마교 사람들을 만났읍니다. 그들과 몇번이고 싸움을 했지요. 이 두 늙은이들은 무공은 기이하고 그래서 틀림없이 우리의 정파의 사람이 아닌 것 같습니다.]

마음속으로 암암리에 기뻐하였다.

[내가 임사제의 벽사검보를 빼앗아 왔으니 사부, 사모님, 소사매는 더 이상 나에게 의심을 품지 않겠지. 또한 내가 이 두명의 마교사람들을 죽였으니 사부님께서는 당연히 나와 마교들이 작당을 했다고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악불군은 얼굴색이 파래지면서 코방귀를 뀌더니 무서운 목소리로 말을 했다.

[너는 지금에 이르러서도 말을 함부로 하는구나. 내가 그렇게 쉽게 네놈의 속임수에 속아 넘어 갈 줄 알았느냐?]

영호충은 깜짝 놀라 급히 말을 했다.

[제자는 절대로 사부님을 기만한 적이 없읍니다.]

악불군은 준엄하게 말을 했다.
[누가 너의 사부이냐? 이 악불군은 벌서 너와 사제간의 명분을 끊은지 오래이다.]

영호충은 침대에서 굴러 내려와 땅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말을 했다.

[제가 너무 많은 잘못을 했읍니다. 원하옵건대 사부님께서는 중한 벌을 내리시고 단지...... 단지 쫓아 내는 것만은 면하게 해 주십시오. 사부님께서 그 명령을 거두어 주시기 바랍니다.]
악불군은 몸을 옆으로 피하고 그의 인사를 받지 않고 냉랭히 말을 했다.

[마교의 임교주의 딸이 너를 도와주고 너는 벌써 그들과 한 패가 되었는데 나같은 사부가 그 무엇에 필요하겠느냐?]

영호충은 이상해서 말을 했다.

[마교 임교주의 딸이라고요? 사부님의 이 말씀은 무슨 뜻인지 모르겠군요. 저는 비록 그 임...... 임아행이라는 자가 딸이 있다고는 들었지만 제자는 만나 본 적이 없읍니다.]

악 부인은 말을 했다.

[충아, 사태가 여기가지 이르렀는데 너는 어째서 그렇게 거짓말을 하느냐?]

한숨을 쉬더니 말을 했다.

[그 임소저가 강호의 좌도의 인사들을 소집해서 그 산동 오패강에서 너의 병을 치료해 주지 않았느냐? 그날 우리가 가지 않은 것도 아닌데......]

영호충은 깜짝 놀라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오패강의 그 아가씨가 그녀가...... 그녀 영영 아가씨가......
그녀가 바로 임교주의 딸입니까?]

악 부인은 말을 했다.

[일어나서 말을 하거라.]

영호충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마음속으로는 정말로 막막 하였다.
혼자 중얼 중얼 말하기를, [그녀가...... 그녀가 임교주의 딸인가? 이건...... 이것을 어디서 부터 말을 해야된단 말이냐!]

악부인은 갑자기 화난 소리로 말을 했다.

[어째서 사부님과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하느냐?]

악불군은 화가 나서 말을 했다.

[누가 그의 사부이고 사모라는 말이오?]

손을 내밀어 탁자에 무겁게 일격을 가하니 탁 하는 소리와 함께 탁자는 한쪽 발이 뚝 떨어져 나갔다. 영호충은 너무나 황공해서 말을 했다.

[제자는 절대로 사부님과 사모님을 기만하지 않습니다......]
악불군은 매서운 목소리로 말을 했다.

[이 악불군은 애당초 운이 없어 너 같은 무례한 애를 거두어 내 제자로 만들었으니 실로 천하의 모든 사람들에게 부끄러울 따름이다. 네놈은 실로 나에게 이렇게 오랫동안 그러한 오명을 짊어지게 하려는 심사는 아니겠지. 네놈이 만약 다시한번 사부, 사모라고 부르기만 한다면 나는 즉시 네놈을 죽여 버리겠다.]

노해서 이런 말을 할 때 얼굴은 변해 있었다. 그것은 화가 너무나 치밀어올랐기 때문이었다. 영호충은 대답을 했다.

[네네.]

손을 내밀어 침대 끝을 잡고 일어서더니 얼굴에는 핏기가 가시고 몸이 휘청거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그들이 나에게 치료를 해 준 것은 있읍니다. 그러나...... 그러나 그 누구도 나에게 말해 준 적은 없지요. 그녀가...... 바로 임교주의 딸이라고요.]

악 부인은 말을 했다.

[너는 총명하고 영리하기 그지없는데 어째서 생각하지 못했단 말이냐? 그 젊디젊은 여자가 단한 마디로 삼산오악의 좌도 인사들을 불러모아서 서로 다투어 너를 위해서 병을 치료해 주었는데 마교의 임소저를 제하고는 누가 그러한 큰 힘을 가질 수 있단 말이냐?]
영호충은 말을 했다.

[제자...... 저는...... 저는 당시에 그녀가 늙은 노파인 줄만 알고 있었읍니다.]

악 부인은 말을 했다.

[그녀는 용모를 변장했단 말이냐?]

영호충은 말을 했다.

[아닙니다. 단지...... 단지 나는 당시에 그녀의 얼굴을 보지 못했읍니다.]

악불군은 허 하고 웃었다. 그러나 얼굴에는 전혀 웃음기가 나타나지 않았다.
악 부인은 한숨을 쉬더니 말을 했다.

[충아, 네가 나이를 먹더니 성격도 변했구나. 내가 말한 것을 너는 다시는 마음에 새기지 않는구나.]

영호충은 말을 했다.

[사...... 사...... 제가 어르신의 말씀을 정말로...... 정말로......]

그는 '저는 어르신의 말씀을 한 마디도 감히 거역하지 않습니다'라고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실이 확연하게 드러났던 것이다. 사부와 사모님은 계속해서 마교 사람들과 교분을 밍지 말라고 명령했는데 그는 영영, 상문천, 임아행 등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었고 어지 친구로만 사귀었다고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악 부인은 또 말을 했다.

[그 임교주의 딸이 너에게 호의를 품어 네 목숨을 살려 주기 위해 그녀가 모든 사람들을 소집해서 너의 병을 치료해 주었다면 그또한 있을 수 있는......]

악불군은 화가 나서 말을 했다.

[무슨 있을 수가 있는 일이고 용서할 수가 있는 일이오. 목숨을 살리겠다고 아무일이나 해도 된다는 말이오.]

그는 평소에 자기의 사매이자 아내인 부인에게 예의로써 대하고 마치 손님처럼 대했으나, 오늘은 무서운 목소리로 그녀의 말을 잘랐다. 그것은 너무나 화가 났기 때문이었다.
악 부인은 자기 남편의 마음을 알 수가 있었다. 그래서 더 이상 트집을 잡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했다.

[그러나 너는 왜 그 마교들의 두목인 상문천과 함께 작당을 해서 적지 않은 우리 정파의 동지들을 죽였느냐? 너의 두손에는 정교 인사들의 피가 잔뜩 묻어 있다. 너는...... 너는 빨리 빨리 이곳을 떠나거라.]

영호충의 등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그날 정자와 깊은 계곡에서 상문천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대적을 해서 실로 적지 않은 정교의 사람들이 자기 때문에 죽어갔던 것이다. 비록 당시에 싸움을 할 때 자기가 만약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면 살해를 당할 형국이었으나 이 피의 보람은 결국 자기 몸에 와 따라 붙었던 것이다.
악 부인은 말을 했다.

[오패강에서 너의 마교의 딸과 연합해서 적지 않은 소림파와 곤륜파의 제자를 살해했다. 충아, 나는 옛날 너를 마치 내 친아들처럼 대해왔는데 일이 여기까지 이르렀구나. 넌...... 내가 너무 무능해서 더이상 너를 감싸줄 수가 없구나.]

여기까지 말을 하자, 두 줄기의 눈물이 뺨을 타고 줄줄줄 흘러내렸다. 영호충은 담담하게 말을 했다.

[제가 정말로 잘못했읍니다. 그 죄는 절대로 용서받을 수가 없읍니다. 제가 한 일은 제가 맡겠읍니다. 절대로 화산파의 명예를 손상시키지는 않겠읍니다. 두 분 어르신께서 법당문을 여시고 각파의 영웅들을 모이게 하여 이놈을 즉시 처결하여 화산파의 문중의 법규를 널리 보여 주십시오.]

악불군은 긴 한숨을 쉬며 말을 했다.

[영호충, 네가 오늘 만약 여전히 우리 화산파의 제자였다면 그런 일을 하여 사건을 마무리질 수가 있다. 너의 생명은 비록 없어지지만 우리 화산파의 명예는 여전히 보존할 수가 있을 것이고 너와 사제지간의 정이 남아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나는 벌써 천하에 방문을 돌려 너를 우리 문중에서 쫓아 냈다고 선포를 하였다.
네가 지금부터 하는 행동이 우리 화산파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 내 또한 무슨 신분으로 너를 처리할 수 있단 말이냐? 하하하, 정과 사는 양립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다음번에 네가 만약 못된 짓을 하여 내 손아귀에 들어온다면 천하의 모든 사람이 너를 죽일 뿐 아니라 나 또한 절대로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


이 말을 마치자 방문 밖에서 한 사람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사부님! 사모님!]

그것은 바로 노덕약이었다. 악불군은 물어보았다.

[왜 그러느냐.]

노덕약은 말을 했다.

[밖에서 사람이 사모님과 사부님을 뵙자고 합니다. 그들은 숭산파의 종진이라는 사람과 또 그의 두명의 사제입니다.]

악불군은 말을 했다.

[구곡검 종진 그 사람도 이 복건땅에 왔는가? 좋다. 내가 나가마.]

문을 열고 방 밖으로 나갔다. 악 부인은 영호충을 쳐다보았다.
눈빛 속에는 부드러운 정이 충만되어 있었고, 잠시 후에 무슨 할말이 있는 듯한 그런 눈빛이었다.
악 부인도 악불군을 따라서 나갔다. 영호충은 어렸을 때부터 사모님을 마치 자기의 어머니처럼 대했다. 그녀가 자기를 그러한 눈빛으로 쳐다보자 마음속으로 후회가 막급했다.

(모든 일들은 결국은 내가 내 마음대로 행동을 해서 일어났고 악인지 선인지 확실하게 밝히지 않고 했기 때문이다. 상 형님은 분명히 정인군자가 아닌데 내가 어째서 전후 사정을 알아 보지도 않고 그를 도와서 싸움을 했는가. 내가 죽는 것은 아깝지 않다고 하겠으나, 사부와 사모님을 뵐 낯이 없구나. 화산파 문중에서 이러한 불초 제자가 나와 사제, 사매의 얼굴에 똥칠을 하는 격이구나.)
또 생각을 하였다.

(알고 보니 영영은 임교주의 딸이었구나. 어쩐지 노두자, 조천추 등이 그렇듯이 쩔쩔매고, 그녀의 말 한마디에 따라 그 많은 강호의 협사들이 동해 외딴섬에 유배되었었지. 아! 내가 애당초 그것을 생각했어야 옳았어. 무림 중에는 마교의 두목을 제외하고 또 누가 그러한 권세를 가질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녀가 나와 함께 있을 때는 몸을 비틀며 귀엽기 짝이 없었고, 소사매보다 더란 친근함을 나에게 베풀었는데 어떻게 그녀가 마교중의 큰 인물일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단 말이냐? 그리고 또 그때에 임교주는 동방불패에게 감금이 되어 서호의 밑바닥에 묶여 있었는데 그의 딸이 어떻게 그러한 막대한 권력을 갖게 되었는가.)

옛날 일을 생각하면서 이궁리 저궁리를 하고 있을 때 가느다란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한 사람이 잽싸게 방안으로 들어왔는데 그 사람은 바로 그가 밤낮으로 잊지 못하던 소사매였다.
영호충은 외쳤다.

[소사매......]

계속해서 말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악영산이 말을 했다.

[대사형, 빨리 빨리 이곳을 떠나세요. 숭산파의 사람들이 당신을 찾아왔읍니다.]

말소리는 심히 초조하였다.
영호충은 그녀를 보자, 하늘이 뒤집혀질 일이라도 상관을 하지 않을 듯했으며 무슨 숭산파인지 그런 것은 아예 마음에 두지도 않았다.
두 눈으로 멍청하게 그녀를 쳐다보았다. 일시적으로 그 쓰고 달고 시고 맵던 여러가지의 추억들이 마음속을 어지럽혔다. 악영산은 그가 눈도 꿈쩍하지 않고 자기를 쳐다보자, 얼굴이 약간 빨개졌다. 그리고 말을 했다.

[무슨 성이 종씨라는 자가 두 명의 사제를 데리고 당신이 그들 숭산파의 사람들을 죽였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이곳까지 좇아왔다고 합니다.]

영호충은 멍청해지면서 망연히 말을 했다.

[내가 숭산파의 사람들을 죽였다고? 그렇지 않은데.]
갑자기 펑 하는 소리가 나면서 방문이 열렸다. 악불군은 온 얼굴에 노기가 가득 차서 무서운 목소리로 말을 했다.

[영호충, 너는 멋진 일을 해냈구나. 너는 숭산파에 소속되어 있는 무림의 선배를 죽여놓고 마교의 요망한 것들을 죽였다고 나를 속였구나.]

영호충은 이상해서 말을 했다.

[제...... 저는...... 제가 숭산파의 무림선배를 죽였다고요? 전...... 전 그런 짓을 하지 않았읍니다......]

악불군은 화난 목소리로 말을 했다.

[백두선옹 복침(白頭仙翁 卜沈), 독응 사천강(禿鷹 沙天江)이 두 사람을 네가 죽였지?]

영호충은 그 두 사람의 이름을 듣자 그 대머리가 자진할 때 '독응이 어찌 항복하겠는가'라고 했던 말을 기억해 내었다. 그렇다면 또 다른 흰 머리가 난 늙은이는 바로 백두선옹 복침이었구나 생각하며 말하기를, [머리가 희끗희끗한 늙은이와 대머리 늙은이는 확실히 제가 죽였읍니다. 전...... 전 그들이 숭산파의 문하였는지를 몰랐읍니다.
그들은 단도를 사용했고 틀림없이 숭산파의 무공은아니었읍니다.]

악불군은 표정은 더욱 엄숙해지며 말문을 열었다.

[그렇다면 그 두 사람은 틀림없이 네가 죽였으렷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네, 바로 그렇습니다.]

악영산은 말을 했다.

[아버지, 그 흰머리 노인과 대머리 노인이......]

악불군은 일갈을 했다.

[나가거라. 누가 너보고 들어오라고 했느냐? 내가 여기서 말을 하는데 네가 끼어들 장소이더냐?]

악영산은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방문 밖으로 나갔다. 영호충은 내심 처량했고 또 내심 기뻤다.

(사매가 비록 임사제와 사이가 좋다고는 하나 필경은 나에게도 정이 남아 있구나. 그래서 그녀는 아버지의 질책에도 불구하고 나를 비호해 주고 또 나보고 빨리 이 자리를 피하라고 했구나.)
악불군은 냉소하며 말을 했다.

[오악검파의 각파의 무공을 너는 분명히 다 알고 있느냐? 이 두 사람은 숭산파의 별파로, 너는 마음이 온당치 못해서 무슨 비굴한 수단으로 네가 그들을 죽였는지는 모르되, 핏자국이 상양항 임평지의 저택에까지 있었고 숭산파의 사람들이 그 핏자국을 따라 이곳까지 찾아오게 되었다. 지금 숭산파의 종사형이 바깥에서 나보고 사람을 달라고 한다. 너는 또 무슨 할 말이 있느냐?]

악 부인은 방에 들어와 말을 했다.

[그는 두 눈으로 영호충이 그들을 죽였는지 보지 못했는데 그 핏자국을 근거로 우리 표국사람들이 죽였다고 인정할 수는 없읍니다. 우리 둘이 나가 그 사람에게 시치미를 딱 떼면 되지 않읍니까?]

악불군은 화가 나서 말을 했다.

[사매, 일이 여기까지 이르렀는데 당신은 아직도 잔악무도한놈을 비호하고 있읍니까? 나는 정정당당한 화산파 장문으로서 어찌 이 짐승보다 못한 놈을 위해서 거짓말을 할 수가 있겠소. 당신은...... 당신과 내가 그렇게 한다면 우리 화산파의 명예는 끝장 날 것이오.]

영호충은 이 몇년 동안 늘 사부와 사모님이 사형, 자매 관계에서 한 가족을 이루었고, 자기도 만약 소사매와 결혼할 그날이 온다면 그는 정말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 이시각에 사부가 사모님에게 대할 때 이렇듯이 노한 음성으로 대하자 내심 생각이 들었다.

(만약 소사매가 내 부인이라면 그녀가 뭘하고 싶다면 나는 그녀가 하고 싶은대로 그냥 놓아 두었을 것이고, 그것이 설령 나쁜 일이라 할지라도 나는 결코 그녀의 뜻에 거슬리는 행동은 안 할 것이다. 그녀가 나에게 용서받지 못한 일을 한다해도 나는 눈썹 하나 찡그리지 않을 것이다.)

악불군은 두 눈으로 영호충의 얼굴을 똑바로 노려보았다. 갑자기 그의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흐르고 있었으며, 두 눈빛에는 정이 담겨 있었다. 방문 입구옆에 딸이 서 있는 쪽을 향해서 일갈을 했다.

[아직도 거기 서 있느냐? 너는 거기서 무슨 짓을 하려고 그러느냐?]

악불군이 이렇게 큰 소리로 일갈을 하자, 영호충은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사부의 얼굴에는 파란 기가 떠올랐으며, 손바닥을 들어 자기의 정수리를 내리치려고 했다. 영호충은 갑자기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다. 살아도 살아 있는 것 같지도 않고, 무의미하기 짝이 없었으나 오늘 사부님의 일장에 죽으니 그것은 통쾌한 해탈 같았고 더우기 소사매가 옆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사부님의 일격에 죽는다는 것은 그가 평상시에 바랬던 소망이었다. 그는 잔잔히 미소를 지으며 악영산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사부의 일격이 내리치기를 조용히 기다렸다.
정수리에 바람이 일어나는 것을 느끼고 악불군의 우측 손바닥이 쳐내려왔다. 악 부인의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그 일격은 사용할 수가 없읍니다.]

손가락은 남편의 뒷골 옥침혈(玉枕穴)을 찍어 들어갔다. 그 두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동문이고 같이 무예를 배웠기 때문에 서로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았다. 악 부인이 찍으려고 하는 혈은 치명을 주는 형이었다. 악불군은 하는 수 없이 일장을 거두었다. 악 부인은 영호충을 막아섰다. 악불군은 얼굴색이 파래지며 화가 나서 일갈을 했다.

[당신은...... 당신은 이게 무슨 짓이오?]

악 부인은 급히 외쳤다.

[충아, 빨리 가거라. 빨리 달아나거라.]

영호충은 고개를 흔들며 말을 했다.

[저는 가지 않겠읍니다. 사부님께서 저를 죽이시겠다면 죽여 주십시오. 저는 죽어야 마땅한 몸입니다.]

악 부인은 발을 동동 구르며 말을 했다.

[내가 있으니 사부께서는 절대로 너를 죽일 수 없다. 빨리 달아나거라. 멀리 달아나서 영원히 다시는 돌아오지 말아라.]
악불군은 말을 했다.

[흥! 이 애가 간다면 바깥 대청에서 기다리고 있는 숭산파의 세 사람을 우리가 어떻게 상대한단 말이오?]

영호충은 내심 생각을 했다.

(알고 보니 사부님께서는 그 종진이라는 자를 퇴치하지 못할까봐 염려하고 있구나. 그렇다면 내가 먼저 사부님 대신에 일을 처리하자.)

낭랑한 소리로 말을 했다.

[좋습니다. 내가 그들을 만나 보지요.]

말을 하면서 큰 걸음으로 밖을 향했다. 악 부인은 외쳤다.

[갈 수가 없다. 그들은 너를 죽일 것이다.]

그러나 영호충은 더욱 빨리 걸어서 바로 그 대청에 들어섰다. 과연 숭산파의 구곡검 종진과 신편 등팔공, 금모사 고극신, 세 사람은 날카롭게 서쪽 손님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영호충은 맞은편 의자에 앉으며 냉랭하게 말을 했다.

[당신들 세 사람은 이곳에 무엇하러 왔소이까?]

이때 영호충은 몸에 다른 옷을 입고 있었고, 수염을 깎았으며 입팔포 객주집에서 만났던 참장의 모습과 크게 달랐다. 종진 등 세 사람은 갑자기 온몸에 피가 낭자하고 시정(市井)에서 볼 수 있는 나이 어린 사람이 이렇게 무례하게 나오는 것을 보고 모두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다. 고극신은 일갈을 했다.

[너는 어떤 놈이냐?]

영호충은 웃으면서 말을 했다.

[너희들 세놈은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상판때기이냐?]
고극신은 멈칫했다.

(도대체 어떤 놈이길래 이렇게 무례한가?)

화가 나서 말을 했다.

[빨리 가서 아 선생아르 청해 오거라. 네놈은 우리와 말을 할 계제가 안 된다.]

이때 악불군, 악 붕니, 악영산 등 화산파의 여러 제자들은 이미 문 밖에 와 있었다. 그들은 영호충이 세사람과 말하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악영산은 그가 '너희들은 어디서 나타난 상판때기니야?'라는 말을 듣고 내심 웃었다. 그러나 눈앞의 세사람은 모두가 숭산파의 고수이고 대사형이 그들의 사람을 죽였을 뿐만 아니라 또한 그들에게 이렇게 무례하게 군다면 반드시 서로 싸울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좋은 것보다는 나쁜 것이 더 많을 텐데. 그리고 아버님이나 어머님은 도와 주기가 어려울 것이므로 실로 어찌할 바를 몰라서 마음속에는 근심이 쌓여 웃음은 입밖으로 나오지 아니했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악 선생이 누구시오? 맞다 당신들이 말하는 것은 화산파의 장문인을 두고 하는 소리요? 나도 마침 그를 찾아 화풀이를 하려고 왔소. 숭산파의 두 명의 불초한 놈들이 있는데 하나는 무슨 백두옹 복침이라 하고, 하나는 대머리 사천강이라고 하는데 이놈들은 이미 나에게 목숨을 잃었고, 듣건대 숭산파에서 또 세놈을 파견하여 그 세놈이 이 표국에 숨어 있다고 들었소. 나는 지금 악 선생에게 사람들을 내놓으라고 하는데, 악 선생은 내놓지 아니하고 있소. 정말 화가 나서 죽겠소.]

바로 큰 소리로 외쳤다.

[악 선생, 숭산파의 세놈이 이곳에 숨어 있다고 하는데, 하나는 무슨 쓸모없는 종진이라는 자이고, 또 하나는 무슨 귀신같은 등팔공이라는 자와, 또 멍청한 고극신이라는 자요, 빨리 그들에게 안내하시오. 나는 그들과 청산할 일이 있소. 당신이 만약에 그들을 보호하려 한다면 그것은 안 될 말이오. 당신들 오악검파가 같은 줄기라고 해서 그들을 감싸면 절대로 안 되오.]

악불군 일행은 이 말을 듣고 놀라지 않는 자가 없었다. 그들은 그가 이렇듯이 떠들고 외치는 것은 화산파와 이 살인 사건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나타내려고 그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숭산파의 이 세 사람은 명성이 자자하고 특히 그 구곡검 종진이라는 자는 정말로 대단한 사람이다.
영호충이 떠들고 외치는 소리를 들어보니 틀림없이 종진 등 세 사람의 정체를 확연히 알고 있는 듯했다.
그날 저녁 그가 검종 봉불평을 쓰러뜨리고 열다섯명의 강호의 고수들의 두 눈을 찍었듯이 검법이 실로 대단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러나 지금 그는 상처를 입고 자기 몸도 지탱할 수가 없어 쓰러질 형편인데, 어찌 감히 이렇게 나올 수가 있으며, 그들에게 도전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고극신은 대노하여 몸을 튕기며 장검을 칼집에서 빼 영호충을 지르려고 했다. 종진은 손을 들어 막고 영호충에게 물었다.

[귀하는 누구시오?]

영호충은 말을 했다.

[하하하, 나는 당신들을 알고 있는데, 당신들은 나를 모르고 있군요. 당신들 숭산파는 오악검파를 하나로 묶어두고 당신들 숭산이 그 나머지 네개의 파를 집어먹으려 하고 있으며, 또한 당신들 셋이 이 복건에 온 이유가 첫째로는 임가의 벽사검보를 빼앗으려는 것이고, 두번째는 화산, 형산 등 각파의 중요한 인물들을 죽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오. 모든 음모는 내가 다 알아 버렸지요? 하하하, 이것 참 재미있군요. 웃기는 일이오.]

악불군과 악 부인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내심 생각했다.

(그의 이러한 말은 근거가 없는 말이 아닐 것이다.)

종진의 얼굴에는 놀란 빛이 역력하였다.

[귀하께서는 어느 파의 인물이시오?]

영호충은 말을 했다.

[나는 여기파도 아니고 저기파도 아닌 주인이 없는 들판을 돌아다니는 귀신이오. 그리고 절대로 당신 숭산파의 장사를 빼앗지 않을 것이오. 마음을 푹 놓으시오. 하하하, 하하하,]

웃음 속에는 처량한 감이 충만되어 있었다.
종진은 말을 했다.

[귀하께서 화산파의 인물이 아니라면 우리는 악 선생에게 해를 끼칠 수 없소. 그렇다면, 우리 바깥에 나가서 이야기합시다.]
이 몇마디의 말소리는 평범하고 담담하였으나, 눈빛은 흉악하였으며 살기가 충만되었다. 영호충이 자기들의 비밀을 알아차렸으니 죽이려는 결심을 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악불군에 대해서는 필경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감히 표국에서 칼을 뽑아 살인을 하려들지는 않았다. 그래서, 영호충을 바깥으로 끌어내어 다시 손을 보려고 하는 것이다. 이 말은 영호충의 의도와 딱 들어맞았다. 그래서 큰 소리로 말했다.

[악 선생, 앞으로는 모든 일에 방비를 튼튼히해야 될 것이오. 마교의 교주인 임아행이 다시 이 강호에 나타났소. 이 사람은 흡성대법을 가지고 있는데 전적으로 다른 사람의 내공을 빨아먹고 있소.
그가 말하기를 화산파를 못살게 군다고 하였소. 그리고 또 숭산파는 당신 화산파를 집어 삼키려고 하오. 당신은 정인군자이니 다른 사람의 그 개같은 마음을 방비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오.]
그가 이번에 복주에 온 것은 사부에게 몇마디를 전하기 위함이었다.
말을 마치자 큰 걸음을 내디뎌 밖으로 나갔다. 종진 등의 사람들도 따라나왔다.
영호충이 큰 걸음을 내디뎌 복위표국을 걸어나오니 한 무리의 미구니들과 여자들이 대문 밖에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바로 항산파의 그 여자들이었다. 맨앞에 서 있는 의화와 정악, 두 사람의 손에는 선물이 들려져 있었다. 그것은 이 표국에 와서 악불군과 악 부인을 예방하려는 것이다.
영호충은 멈칫해서 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들에게 자기의 신분을 보여주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미 그들과 눈빛이 마주쳤지만, 다행히 의림이 멀리 처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종진 등 세 사람이 나올 때 의화와 정악은 그들을 알아보았다.
그래서 그들은 멈칫하며 동시에 발걸음을 멈췄다.
영호충은 내심 생각하였다.

(항산파 제자들이 우리 사부가 이곳에 계신걸 알고 방문하러 왔구나. 우리 사부와 사모님이 보살펴 준다면 그들도 좀 편하리라.)
그는 의림에게 자기 모습을 보여 주고 싶지 않아 옆으로 살짝 몸을 피했다. 종진, 등팔공, 고극신 등은 동시에 병기를 꺼내어 그의 앞을 막아섰다. 그리고 일갈을 했다.

[너는 도망치려고 그러느냐?]

영호충은 웃으면서 말을 했다.

[나는 아무런 병기가 없는데 무슨 방법으로 싸울까?]
이때 악불군과 악 부인, 화산파의 제자들은 모두 문 밖으로 나와 영호충이 어떻게 그 세 사람을 상대하는가를 보려고 했다.
악영산은 칼집에서 검을 뽑으며 외쳤다.

[대......]

장검을 그에게 건네 주려고 했다. 악불군은 좌측 두 손가락을 내밀어 그녀의 검끝을 잡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악영산은 급히 말을 했다.

[아버지!]

악불군은 또 고개를 흔들었다. 이 모든 행동을 영호충은 보았다. 그래서 영호충은 내심 안심이 되었다.

(소사매는 나를 옛날과 같은 정으로 대라고 있구나.)
갑작스럽게 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영호충은 급습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고개조차도 돌리지 못하고 아프올 급히 몸을 날렸다. 그의 내공은 무척 강해서 한번 뛰어오르자, 높고 또 신속했다. 그러나 요행히 이렇게 몸을 앞으로 날렸지만 바로 뒤통수에 바람이 일었다. 일검이 등 뒤에서 내리쳐오고 조금 전에 몸을 날려 피한 것이 약간 늦었거나 또는 힘이 부족해서 멀리 날지 못했던 것이다. 몸은 이미 두쪽으로 잘릴 위험한 형세였다.
그는 몸을 똑바로 한 다음에 즉시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러나 기합소리와 흰빛이 움직이며 항산파의 여제자들이 동시에 손을 쓰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일곱 사람이 한 무리가 되어 세패로 나뉘어졌는데, 일곱 자루의 장검은 한 사람씩을 겨누고 있었다. 그래서 종진 등 세 사람은 각기 포위가 되었다.
검을 뽑고 걸음을 옮기고 에워싸고 초식을 쓰는 동작은 신속하기 이를데 없었다. 더우기 몸은 가볍고 취하는 자세들이 상당히 아름다웠다. 그것은 평상싱에 익숙하게 익혀온 검진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한자루 한자루의 장검의 끝은 상대방의 급소인 머리, 목구멍, 가슴, 배, 허리, 등 뒤 옆구리 등 일곱 군데의 급소를 겨누고 있었다.
진법이 이미 종성되자, 일곱명의 여자들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조금 전에 손을 써 영호충에게 급습을 한 자는 바로 종진이었다. 영호충의 말투가 자기 숭산파에 있어서 심히 불리하자, 그는 즉시 영호충의 빈틈을 찾아서 신속하게 죽임으로써 입을 막고 악불군에게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의 일격은 빠르고 악독하기 그지없었으나, 상대방이 피했고, 또한 항산파의 여러 여제자들의 검진에 에워싸지자 그의 무공은 비록 강했으나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사지백골이 한치라도 움직이기만 한다면 틀림없이 자기 급소를 노리고 있는 장검이 들어올 것이다.
악불군, 악 부인 등은 항산파와 종진 등 사이에 입팔포에서 일어난 어떤 사건을 알지 못했다. 갑작스럽게 쌍방이 무기를 쓰는 것을 보자, 모두 의아하게 생각하였다.
항산파의 여러 여제자들이 만들어 놓은 검진이 매우 기묘함을 보았다. 스물 한 사람은 세무리로 나뉘어 옷 소매가 바람에 휘날리는 것 외에는 스물 한자루의 장검에 한기가 번뜩일뿐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 중에는 살기가 가득 차 있었다.
영호충은 항산 검진이 미동도 하지 않고 일곱자루의 검이 상대방의 급소를 겨누고 또한 자기 방어를 하고 있었으며, 빈틈도 없는 것을 보자, 자기의 독고구검의 무초파유초(無招破有招)의 묘미를 느껴 숨을 할딱할딱 쉬면서 갈채를 보냈다.

[참, 멋진 검법이오. 이 검법은 훌륭하기 그지없소.]
종진은 제압을 당하자, 즉시 껄껄웃더니 말을 했다.

[모두들 한 가족인데 이 무슨 장난이오. 내가 졌소. 어떻소?]
쨍그랑 소리를 내면서 검을 땅에 던졌다. 그를 에워싸고 있던 일곱 사람의 의화를 선두로 해서 상대방이 검을 던지고 자기가 졌다고 인정하는 것을 보고는 장검을 옆으로 비껴 거두어 들였다. 그 나머지 여섯 사람도 따라서 검을 거두었다. 뜻밖에 종진이 좌측발 끝으로 땅바닥의 검신을 툭 치자, 그 검은 맹렬하게 튀어오르며 종진의 손가락에 칼자루가 와 닿았다. 검봉은 마치 전기처럼 순식간에 찔러나갔다.
의화는 억 하고 놀란소리를 지르며 우측 팔에는 이미 검이 적중되었다. 수중에 들고 있던 장검이 쨍그랑 하고 땅바닥에 떨어졌다. 종진의 껄껄껄 웃는 소리에 차가운 빛이 연신 번쩍이더니 항상파의 여러 제자들은 모두 상처를 입었다.
이렇게 대오가 흩어지자 그 나머지 열네 명의 여제자의 마음도 약간 흩어졌다. 등팔공과 고극신은 동시에 그 기회를 틈타 몸을 움직여 삽시간에 병기가 부딪치면서 쨍그랑쨍그랑 하고 크게 소리가 났다.
영호충은 의확 떨어뜨린 땅바닥의 장검을 들더니 검을 휘두르며 앞으로 나갔다. 창창창 악! 윽! 하는 소리가 나면서 고극신의 손목은 칼에 적중되어 장검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등팔공의 채찍 또한 방향이 거꾸로 되어 자기의 목덜미를 스스로 죄었다. 종진의 손목은 검에 적중되자, 뒤로 몇발짝 물러섰다. 장검은 손에 쥐고 있었지만, 손목에는 힘이 빠져 있었다.
두 명의 여자는 동시에 날카로운 소리로 외쳐대기 시작했다. 하나는 '오장군' 이라고 불렀고, 한명은 '영호 오라버니!'라고 외쳤다. 오장군이라고 부른 사람은 정악이었다. 조금 전에 영호충이 격퇴할 때 쓰고 있던 수법은 그 입팔포의 객주집에서 이 세 사람과 싸울 때 사용했던 검초식과 똑같았다.
고극신 등은 아연실색하고, 등팔공은 숨이 콱콱 막혀 왔으며, 종진은 놀라고 화가 나서 표정은 일그러졌다.
정악은 똑똑하고 눈치가 빠른이였으므로 그날 영호충의 이러한 초식을 보자, 그의 모습과 옷은 비록 크게 바뀌었으나 바로 영호충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던 것이다. 또 다른 영호 오라버니라고 부른 사람은 바로 의림이었다. 그녀도 본래 의진, 의질 등 여섯 사매와 검진을 만들어 등팔공을 에워싸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은 온 정신을 집중하여 두 눈은 적을 쏘아 보고 있었고, 절대로 옆눈질을 하지 못하였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단지 상대방의 급소였고 머리를 보면 머리가 보이고 가슴만 주시를 하면 가슴만 보일 뿐 적의 다른 부분조차도 볼 수가 없었으니, 다행히 옆에 있는 사람을 쳐다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검진이 흩어져서야 비로소 그녀는 영호충을 보았던 것이다. 오랫동안 헤어져 있다가 갑자기 이렇게 만나게 되니 의림은 온몸이 떨려왔고,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영호충은 자기의 진면모가 나타나고 더 이상 숨길 수가 없게 되자, 웃으면서 말을 했다.

[이 돼먹지 못한 놈들! 너희 놈들은 너무도 나쁜 놈들이구나. 항산파의 여러사태께서 너희들의 생명을 살려 주었는데, 보답은 못할망정 오히려 죽이려 들다니 이 장군께서는 정말로 눈꼴이 시어서 못 보겠구나 난...... 난......]

여기까지 말을 하자,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 오고 눈앞이 캄캄해 지더니 꽈당 하고 쓰러졌다.
의림은 부축하며 급히 외쳤다.

[영호 오라버니! 영호 오라버니!]

그의 어깨와 팔에는 피가 마치 샘처럼 솟았다. 급히 영호충의 팔을 걷어 부치고 자기의 상처를 치료하는 백운웅담환(白雲熊膽丸)을 꺼내어 그의 입속에 밀어 넣었다.
정악, 의진 등은 천향단속교(天香斷續膠)를 꺼내어 그의 상처에 발라 주엇다. 항산파의 여러 제자들은 하나 하나가 그가 도와준 은덕에 대해서 감격하고 있었다. 그날 만약 그가 도와 주지 않았다면 이미 모두 목숨이 붙어 있지 못하고, 비단 참혹하게 죽을 뿐만 아니라 어쩌면 그들에게 능욕을 당했을 것이다. 그래서 약을 붙이는 사람은 약을 붙였고, 피를 닦아 주는 자는 피를 닦고, 상처를 묶는 자는 묶고, 이 큰 거리에서 모두들 정성을 다해 영호충을 간호하였다.
천하의 모든 여자들은 이런 급박한 사태를 만나면 재잘재잘 입을 놀리고 의론이 분분한데, 항산파의 여러 제자들은 비록 무술을 배운 무리였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탄식을 하는 자, 관심을 갖는 자, 또는 누가 우리 장군을 이렇게 만들었는가, 또는 상대방 적수가 너무나 무정하다는 등 의론이 분분하였고, 거기에 아미타불이라는 말투도 끼여 있었다.
화산파의 여러 사람은 이러한 광경을 보고 모두 아연실색하였다. 악불군은 내심 생각하였다.

(항산파는 옛날부터 계율이 엄격하기가 이를 데 없는데, 이 여제자들은 어찌된 영문인지 영호충 같은 쓸모없는 놈에게 푹 빠져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남녀의 구분 없이 오라버니라고 부르질 않나, 또 장군이라고 부르며 야단들 아닌가, 이 무례한 놈은 또 언제 장군이 되었단 말이냐. 정말로 청천벽력에 엉망진창이구나. 어째서 항산파의 선배들은 이 어린 제자들을 잘 보호하지 않는가.)

종진은 두 사람에게 손 신호를 보내어 세 사람은 각기 병기를 들고 영호충을 향해서 달려들어갔다. 세 사람은 모두 만약 영호충을 제거하지 않는다면 후환이 두려웠고, 하물며 두 차례나 실수를 하여 그의 검에 제압을 당하였다. 그가 갑자기 정신을 잃고 있는 이때가 바로 이 자를 죽이는데 절호의 찬스였다.
의화가 신호를 보내가, 즉시 열네 명의 여제자들이 일렬로 서서 장검을 휘두르며 종진 등 세 사람의 공격을 막았다. 이 여제자들은 각기 무공은 비록 높지 않았으나 한 검진을 이루면 공격하는 자는 공격하고 방어하는 자는 방어를 하여 열네 명은 사오명의 일류 고수들을 막을 수가 있었던 것이다.
악불군은 처음엔 양쪽을 화해시키려고 하였으나 모든 일들이 자기 생각 외로 일을 크게 번지고 쌍방에 어떤 원한이 있는지도 몰랐다. 또한 숭산, 항산 등 양쪽파에 대해서 평소 반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내심 수수방관하며 사태를 더 살펴보기로 작정하였다. 항산파 열네 명의 여제자들의 방비가 매우 삼엄하여 종진등이 연신 몇초식을 써 보았으나 공격해서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고극신은 작정을 하고 앞으로 나와 공격하려 했으나 오히려 의청에게 다리를 찍혔다. 상처는 비록 중하지는 않았으나 새빨간 피가 뚝뚝 떨어져 심히 처첨한 꼴이었다.
영호충은 정신이 가물가물한 상태에서 병기가 부딪치고 고함소리가 끊이지 않음을 들을 수가 있었다. 눈을 약간 떠보니 의림의 초췌한 얼굴이 나타났으며, 의림은 입속에서 중얼중얼 불경을 외우고 있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지혜롭고 자비로우신 보살께서 우매한 중생을 구해 주십시오......]

영호충은 내심 감격하였다.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낮은 소리로 말을 했다.

[소사매, 정말 감사하오. 그 검을 나에게 주십시오.]
의림은 말을 했다.

[절대로...... 절대로 안 됩니다.]

영호충은 살짝 웃더니 그의 손에서 검을 받아들었다. 좌측 손을 그녀의어깨에 부축하고 흔들흔들거리며 걸어나왔다. 의림은 본래 그의 상처가 걱정되었으나 자기 어깨에 그의 무게가 지탱되어 오자 용기가 백배하여 온몸을 써서 우측 어깨에 힘을 주었다.
영호충은 몇 명의 여제자들을 비껴세우고 들어갔다. 제일검을 휘두르자 고극신의 장검이 떨어졌다. 두번째 검을 휘두르자 등팔공의 채찍은 자기의 목을 감았다. 세번째의 검이 창 하고 종진의 칼끝에 와 부딪쳤다. 종진은 그의 검법이 절묘하고 자기가 대적 할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그가 서 있을 수조차도 없는 것을 보자, 때마침 자기의 내력을 이용해서 그의 병기를 쳐내려야 겠다고 생각을 했다.
상검이 서로 부딪치자 그는 즉시 검에다가 내공을 운행하였다.
그러나, 맹렬하게 자기의 내력이 바깥으로 쏟아져 나갔으며 거둘수가 없었다. 원래 영호충의 흡성대버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공력이 배가 되어 피부가 접촉되지 않을지라도 만약 상대방이 내공으로써 공격을 해 오면 그 내공은 병기를 통해서 그의 몸으로 전해 올 수가 있었던 것이다.
종진은 깜짝 놀라 급히 장검을 거두어 바로 일검을 가했다. 영호충은그의 옆구리 밑에 헛점을 크게 열려 있는 것을 보고 본래는 일검을 찔러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팔에 힘이 없어지고 말을 듣지 않았다. 별수 없이 검을 옆으로 비껴들어 들어오는 검을 막았다.
쌍검이 서로 부딪쳤다. 또, 종진은 내력이 급히 바깥으로 바져나가자, 심장이 뛰었으며 놀라움과 화가 교차되어 평생의 힘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검이 중도에 오다가 돌연 방향이 바뀌더니 검끝이 영호충의 옆에 있는 의림의 가슴을 향했다. 이 일초식은 실로 변화가 무쌍하여 다음 수가 더욱 악랄하였다. 영호충이 만약 검을 들어 상대방을 구한다면 그는 검을 되돌려 자기 아랫배를 찌를 것이다.
만약에 구하지 않는다면 이 일검은 정말로 의림의 가슴을 찌를 것이다. 이렇듯이 영호충의 심기를 크게 어지럽힌 다음에 기회를 틈타 일격을 가할 참이었다.
여러 사람이 놀라고 외치는 사이에 검끝이 이미 의림의 옷자락에 닿았을 때 영호충의 장검이 갑자기 뒤집어지더니 그의 검끝을 위로 쳐냈다. 종진의 장검이 갑자기 허공에 얼어붙은듯 움직이지 않았다. 힘을 써서 앞으로 내리치려고 했으나 검끝이 앞으로 조금도 나가지 않았다. 검끝은 오히려 뒤쪽으로 천천히 휘어졌으며 동시에 내공이 급격하게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는 영리하고 형세를 잘 판단하는 자이므로 급히 칼을 거두고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앞의 힘은 이미 소실되고 뒤의 힘이 계속되지 않아 몸이 허공에 뜨면서 갑자기 힘이 빠져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땅바닥에 나뒹굴어진 것이 너무나 처참하여 무예를 하나도 모르는 평범한 사람 같았다. 그는 두 손으로 땅바닥을 짚으며 천천히 일어섰다. 그러나 몸을 반 정도 일어서다가 다시 뒤로 나뒹굴어졌다.
등팔공과 고극신은 급히 그를 부축하면서 일제히 물어보았다.

[사형, 도대체 어찌된 일입니까?]

종진은 두 눈을 똑바로 하고 영호충의 얼굴을 살펴보더니 금방 무엇인가 생각하는 듯하였다. 수십년 전에 무림에서 명성이 자자했던 마교의 교주인 임아행은 절대로 이렇게 스무 살 정도의 젊은 청년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가 말을 했다.

[너는 임아행의 제...... 제자이다. 그래서 흡성...... 흡성요법을 사용할 줄 안다.]

고극신은 놀라며 말을 했다.

[사형, 사형의 내공이 몸에서 빠져나갔읍니까?]

종진은 곧바로 말을 했다.

[바로 그렇다.]

몸을 일으키자, 내공이 조금은 강해진 듯했다. 원래 영호충이 배운 흡성대법은 그렇게 깊지를 못했고, 또한 고의적으로 그의 내공을 흡수할 뜻이 없었다. 단지 종진은 자기 내공이 바깥으로 빠져나가자 너무 당황한 나머지 이렇게 처참한 꼴이 되었던 것이다.
등팔공은 낮은 소리로 말을 했다.

[우리 갑시다. 나중에 이 복수를 하기로 하지요.]

종진은 팔을 휘두르며 영호충을 향해 큰 소리로 말을 했다.

[마교의 요망한 것! 네가 이렇듯이 악랄하고 씨를 말리는 요법을 쓴다는 것은 천하의 용을 적으로 삼는것과 다를 바 없다. 이 종씨성을 가진 자는 오늘 너의 적은 되지 못하지만 우리 정교의 수천만의 영웅호걸은 절대로 너의 그 악마와 같은 요법에 굴하지 않을 것이다.]

말을 하면서 몸을 돌려 악불군을 향해서 공수를 하며 말을 했다.

[악 선생님, 이 마교의 요망한 자와 선생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겠지요.]

악불군은 흥 하고 코소리를 내며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종진은 악불군의 앞에서 함부로 대할 수가 없어서 말을 했다.

[사실이 어떻게 되었든간에 일이 곧 입증될 것입니다. 나중에 만나기로 합시다.]

등.고 두 사람을 데리고 사라졌다.
악불군은 대문의 돌 계단을 내려오면서 준엄한 투로 말을 했다.

[영호충, 참 멋지군. 알고 보니 너는 임아행의 흡성요법을 배웠구나.]

영호충은 확실히 임아행의 이러한 공력을 배웠던 것이다. 비록 무의식중에 배웠지만, 사실은 어찌 되었든간에 배운 것이니 변면 할 수가 없었다.
악불군은 무서운 목소리로 말을 했다.

[나는 너에게 물어보겠는데 그 요망한 요법을배웠느냐?]
영호충은 말을 했다.

[네.]

악불군은 매서운 소리로 말을 했다.

[내가 이 요법을 배웠으니 더욱 정교사람들의 공적이 되는 것이다. 오늘은 너의 몸에 상처가 있으니 나는 그 상처를 기회로 삼지 않겠다. 두번재 너를 보았을 때 내가 너를 죽이지 않으면 너는 나를 죽여야 한다.]

몸을 돌려 여러 제자들에게 말을 했다.

[이 사람은 너희들의 적이다. 그 누구라도 이 자에 대해서 동문의 정을 베푼다면 정교의 사람들에게 목숨을 잃을 것이다. 모두들 아랑 들었느냐?]

여러 제자들은 일제히 대답을 했다.

[네.]

악불군은 자기의 딸이 입술을 움직이며 무엇인가를 말하려고 하는 것을 보자 말을 했다.

[산아, 너는 비록 나의 딸이지만 절대로 너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알아 들었느냐?]

악영산은 낮은 소리로 말을 했다.

[알았읍니다.]

영호충은 본래 몸이 지칠대로 지쳐 있었으나 이 말을 듣자 더욱 두 다리에 힘이 빠지고 쨍그랑 하면서 장검이 땅에 떨어졌고 몸은 천천히 쓰러졌다. 의화는 옆에 서 있다가 팔을 내밀어 그의 옆구리를 부축하면서 말을 했다.

[악 사백님, 이 중간에는 어떤 오해가 틀림없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확실하게 알아보지도 않고 이렇게 정을 끊는다는 것은 너무나 성급한 일이 아닐까요?]

악불군은 말을 했다.

[무슨 오해가 있단 말이오?]

의화는 말을 했다.

[우리 항산파 여러 사람이 마교에게 능욕을 당할 번했으나 모두 이 영호 오장군의 도움으로 살아났읍니다. 그가 만약 마교의 휘하에 있는 사람이라면 어째서 우리를 도와 마교와 싸웠겠읍니까?]
그녀는 의림이 그를 영호 오라버니라고 부르고, 악불군은 또 영호충이라고 부르고 자기는 그를 오장군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별수 없이 두개의 이름을 한꺼번에 불렀던 것이다.
악불군은 말을 했다.

[마교의 요망한 놈들은 간계가 다양하니, 당신들은 절대로 그수에 넘어 가지 마시오. 귀파가 이렇듯이 남족으로 오셨는데 어느 사태께서 인솔하셨읍니까?]

그는 이렇듯이 젊은 여승과 여자들이 젊기 때문에 영호충의 꼬임에 빠졌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오로지 견문이 넓고 박식한 사태야말로 그의 간계를 깨뜨릴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의화는 처연하게 말을 했다.

[사백인 정정사태께서는 불행하게도 마교의 손에 죽음을 당하셨읍니다.]

악불군과 악 부인은 억 하고 소리를 질렀다. 심히 놀란 표정이었다. 바로 이때 큰 거리 한 모퉁이에서 중년의 여승이 빠른 걸음으로 달려오더니 말을 했다.

[백운암에서 비둘기 편지를 전해 왔읍니다.]

의화 앞에 이르르자 작은 대나무통을 꺼내어 두손으로 건네주었다. 의화는 받아들고 대나무통의 한쪽끝에 있는 마개를 열었다. 그리고는 거꾸로 해서 두루말이를 하나 거내더니 펼쳐서 보았다. 그리고 놀라서 외쳤다.

[아이고! 큰일났구나!]

항산파의 여러 제자들은 백운암에서 편지가 당도하였다는 소리를 듣자, 너도나도 에워쌌다. 의화의 표정이 놀란 표정인 것을 보고 급히 물어보았다.

[왜 그러세요?]
[사부님, 편지에 뭐라고 하셨읍니까?]
[무슨 큰일입니까?]

의화는 말을 했다.

[사매들은 이것을 보아라.]

편지 쪽지를 의청에게 전해 주었다.
의청은 받아들고는 낭랑한 목소리로 읽어 내려갔다.

[나와 정일 사매는 용천(龍泉)의 주검곡(鑄劍谷)에 감금되었다.]

또 말을 했다.

[이것은 장문 스승의 혈서이다. 그 어르신께서 어떻게 용천에 가셨을까?]

의진은 말을 했다.

[우리 빨리 갑시다.]

의청은 말을 했다.

[상대방 적이 누구인지를 모르겠구나.]

의화는 말을 했다.

[어던 흉악한 자이든간에 우리 빨리 그곳에 갑시다. 죽더라도 사부님과 함께 죽여야지요.]

의청은 내심 생각하였다.

(사부님과 사숙의 무공이 대단함에도 불구하고 감금을 당했는데 우리들이 쫓아간들 아마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혈서를 가지고 악불군 앞으로 걸어가더니 고개를 숙이고 말을 했다.

[악 사백님, 우리 장문 스승의 편지입니다. 편지에는 용천 수검곡에 갇혔다라고 하셨읍니다. 사백께서는 오악검파가 하나의 줄기이므로 평시에 우정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묘안이나 말씀해주십시오.]

악불군은 편지를 받아들고 한참 본 다음에 침울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존사와 정일 사태께서는 왜 그곳에 가셨읍니까? 그 두분의 무공은 절묘한데 어째서 감금이 되었을까요? 참 이상합니다. 이 편지는 정말로 스승의 친필입니까?]

의청은 말을 했다.

[틀림없이 사부님의 진필입니다. 아마 그 어르신께서 이미 상처를 받으시고 너무 급박한 나머지 피를 묻혀서 편지를 쓰신 것 같습니다.]

악불군은 말을 했다.

[상대방 적이 누구인 줄을 모르겠군요.]

의청이 말을 했다.

[아마 마교의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는 우리파는 그누구와도 원수진 일이 없읍니다.]

악불군은 옆눈으로 영호충을 쳐다보고는 천천히 말을 했다.

[어쩌면 마교의 사람들이 편지를 거짓으로 꾸며서 당신들을 스스로 그곳에 가게 해놓고 일망타진할지도 모르지요. 간계한 마교들이라 이 점을 유의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의화는 낭랑한 소리로 외쳤다.

[스승께서 어려움을 겪고 계신데 한시가 급합니다. 우리 빨리 가서 손을 써야만 합니다. 의청 사매, 우리 빨리 가지요. 악 사백께서는 틈이 없으시니 더 이상 말씀 드려도 소용이 없읍니다.]
의진도 말을 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촌시라도 늦게 도착한다면 천추의 한이 될 것입니다.]

항산파 사람들은 악불군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도와 주지 않는 모습을 보자 모두들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의림은 말을 했다.

[영호 오라버니, 여기서 잠시 상처나 치료하고 계십시오. 우리가 가서 사부님과 사백님을 구출한 뒤에 다시 뵙겠읍니다.]
영호충은 크게 웃더니 말을 했다.

[감히 좀도둑놈들이 간이 커서 사람을 못살게 구는구나. 이 장군이 어떻게 수수방관하겠는가. 모두들 함께 그들을 구하러 갑시다.]

의림은 말을 했다.

[당신은 몸에 깊은 상처가 있는데 어떻게 길을 떠날 수 있겠읍니까?]

영호충은 말을 했다.

[장군이 국가를 위해서 목숨을 버리는 것이 무슨 아까운 일이겠소? 자, 갑시다. 빨리 갑시다.]

항산파의 여러 제자들은 본래 스승을 구할 자신이 없었다. 영호충이 함께 간다하니 기세가 충천하였고, 순식간에 얼굴에는 기쁜 희색이 감돌았다.
의진이 말을 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가 말 한필을 구해다가 타게 해 드리겠읍니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모두들 다 말을 탑시다. 출진을 하여 싸움을 하는데 말을 타지 않는다면 무슨 꼴이 되겠읍니까? 갑시다, 가!]

그는 사부가 이렇듯이 무정한 것을 보자 마음이 씁쓸하여 광기가 더욱 발작했던 것이다.
의청은 악불군과 악 부인을 향해서 고개를 숙이며 말을 했다.

[우리는 그만 하직 인사를 올릴까 합니다.]

의화는 화가 나서 말을 했다.

[이런 사람에게 무슨 예의를 베풉니까? 더 말을 해 봐야 시간 낭비이고 이 사람은 의리도 없고 말만 내세우는 사람입니다.]
의청은 일갈을 했다.

[사저, 그렇게 함부로 말씀하지 마십시오.]

악불군은 웃고는 못 들은 척했다. 노덕약은 신속하게 앞으로 나오더니 일갈을 했다.

[너의 주둥아리는 깨끗하지 못하구나. 우리 오악검파는 본래 한 줄기로써 한 파에 일이 있으면 그 나머지 네파는 함께 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너희들은 영호충이라는 이 마교사람과 함게 작당을 하고 있고, 하는 일이 정당하지 못하니 우리 사부님게서는 신중한 것뿐이다. 너희들이 먼저 이 영호충과 같은 것을 죽여 깨끗함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화산파는 절대로 너희 항산파와 같이 섞여 오염되지는 않을 것이다.]

의화는 대노하여 한 발짝 앞으로 내디디더니 칼자루에 손을 대고 낭랑한 소리로 말을 했다.

[오염되지 않겠다고?]

노덕약은 말을 했다.

[너희들이 마교와 함께 작당을 하니 우리가 너희들과 함께 오염되지 않겠다는 소리이다.]

의화는 화가 나서 말을 했다.

[영호충 대협께서는 의로운 사람이다. 급한 사람을 보고 구해 주는 사람만이 비로소 진정한 대영웅이고 대장부이다. 어찌 너희들과 같은 자들과 똑같겠느냐? 너희들이 자칭 호걸이라고 하면서 사실은 죽는 사람을 보면서도 구하지 않고 기회를 엿보는 위군자(僞君子)이다.]

악불군의 호는 군자검(君子劍)이다. 화산파 문하생들은 위군자라는 이 세글자를 제일 피하고 있었다. 노덕약은 그녀의 말투 속에 자기 사부를 비웃고 있다는 것을 알자, 삭 하고 소리를 내며 장검이 칼집에서 빠져나오며 똑바로 의화의 목으로 찔러 들어갔다. 이 일초는 바로 화산 검법중에 묘수인 유봉래의(有鳳來儀)의 초식이었다. 의화는 그가 갑자기 손을 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래서 검을 뽑아 자세를 취할 수가 없었다. 검끝이 이미 자기의 목을 향해 들어오자, 비명소리를 질렀다. 이어서 차가운 빛이 움직이더니 일곱자루의 장검이 일제히 노덕약을 향해 들어갔다.
노덕약은 급히 칼을 거두고 막았다. 그러나 가슴에 오는 일검 만 막아낼 수 있었을 뿐이었다. 삭삭삭 소리가 나더니 항산파의 여섯자루의 장검은 이미 그의 옷자락에다 여섯줄기의 칼집을 내었다.
이 여섯개의 칼자국은 모두 길이가 한척정도 되었다. 결국 항산파의 제자는 그의 생명을 보전시켜 주었다. 이 일검들은 모두 몸에 대었을 뿐이었다. 단지 정악의 공력이 비교적 낮았기 때문에 검을 쓰면서 사악하게 쓰지 못하여 그의 우측팔의 소매를 그은 다음에 검끝이 그의 우측 팔뚝의 피부에 스쳤던 것이다. 노덕약은 깜짝 놀라 급히 뒤로 물러섰다. 칵 하고 소리가 나면서 품속에서 책 한권이 떨어졌다.
햇빛이 비치는 상황에서 모두가 확실하게 볼 수가 있었다. 책장 위에는 자하비급(紫霞秘 )의 네 글자가 씌어 있었다. 노덕약은 얼굴이 흑빛이 되어 급히 앞으로 나와 채 가려고 했다.
영호충은 외쳤다.

[그를 막아라!]

의화는 이때 이미 칼이 손에 쥐어져 있었기 때문에 삭삭삭 연신 삼검을 휘둘렀다. 노덕약은 검을 들어 막았다. 그러나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올 수가 없었다.
악영산이 말을 했다.

[아버지, 이 비급이 어째서 이 사형 몸에 있을까요?]
영호충은 큰 소리로 말을 했다.

[노덕약, 육 사제는 네놈이 죽였지? 그렇지?]

그날 화산 꼭대기에서 육 제자인 육후아가 살해를 당했을 때 자하비급이 실종되어 지금까지 의혹으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뜻밖에 항산파의 여제자들이 노덕약의 옷의 끈을 끊고 또 그의 주머니를 베어 버리자 이 화산파의 진산지보(鎭山之寶)의 내공비급이 땅바닥에 떨어졌던 것이다.
노덕약은 말을 했다.

[함부로 말을 하지 말아라.]

갑자기 몸을 낮추더니 질풍처럼 도망을 쳐서 작은 골목으로 나는 듯이 달렸다. 영호충은 화가 나서 바로 뒤쫓아 갔다. 단지 몇 발짝을 가더니 뒤로 벌렁 자빠졌다. 의화와 정악은 급히 가서 영호충은 부축했다.
악영산은 책자를 집어다가 아버지에게 건네주며 말을 했다.

[아버지, 알고 보니 이 사형이 훔쳐간 거군요.]

악불군은 얼굴빛이 시커멓게 변하였다.
받아보니 과연 역대로 전해 내려오는 내공의 비급이었다. 다행히 책이 온전하였고, 손상되지는 않았다.
악불군은 내뱉듯이 말을 했다.

[이 모두가 너의 잘못이다. 네가 가져 가서 그랬으니!]
의화는 입을 가만히 두지를 못했다.

[그게 바로 함께 있으면 오염된다는 말인가요.]

우수는 영호충 앞에 다가가서 물어보았다.

[영호 대형, 몸은 좀 어떻습니까?]

영호충은 너무 아픈 나머지 입술을 깨물며 말을 했다.

[내 사제가 저 악독한 놈엑 살해되었는데 애석하게도 쫓아갈 수가 없군요.]

악불군과 여러 제자들이 몸을 돌려 안쪽으로 들어가 표국의 대문을 걸어 잠그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내심 생각하였다.

(사부님의 큰 제자는 마교의 음독한 무공을 배웠고 두번째 제자는 또 동문을 살해하고, 무공의 비급을 훔친 악독한 놈이 되었으니 그 어르신네가 저렇듯이 파랗게 화가 난 것을 탓할 수도 없는 일이지.)

그리곤 말을 했다.

[스승께서 곤욕을 당하고 계시니 늦으면 사태가 불리하니 우리는 하루속히 달려가서 구하는 일이 긴요합니다. 노덕약과 같은 악당은 언젠가는 내 손에 꼭 잡힐 것입니다.]

우수는 말을 했다.

[당신 몸에는 상처가 있는데 어떻게...... 참 나는 정말로 말을......]

그녀는 하인 출신이었다. 지금은 항산파에서도 신분이 그리 낮지 않았고 무공 또한 약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배운게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떻게 그에게 감사의 표시를 해야 될 둘 모르는 것이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우리는 빨리 말 파는 가축 시장에 가서 말을 보는대로 사야만 합니다.]

품속에서 돈을 꺼내어 우수에게 건네주었다. 그러나시장에는 말이 부족하여 사람수대로 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몸이 비교적 가벼운 여제자들은 두 사람이 하나의 말을 타고 복주의 북문을 나서서 북쪽으로 날으는 듯 달려갔다.
십여 리를 달려가자 널따란 초지에서 수십 필의 말이 방목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지키고 있는 사람들은 여섯일곱 명의 병졸로 그 말들은 군영에서 쓰는 말들인 것 같았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가서 저 말을 빼앗아 옵시다.]

우수는 급히 말을 했다.

[이것은 군대의 말인데 좀 합당하지가 않을 것 같군요.]
영호충은 말을 했다.

[사람을 구하는 것이 긴요합니다. 급할 때는 임금의 어마도 빼앗을 수 있는데, 합당하고 합당하지 않고 따질 겨를이 있겠읍니까?]
의청은 말을 했다.

[관청에서 미움을 산다면 그것은 아마......]

영호충은 큰 소리로 말을 했다.

[사부님을 구하는 게 중요하지, 지금 이 상태에 이르러서 법이 중요합니까? 제기랄, 이 오장군이 바로 관청이니 장군이 말이 필요하다는데 어찌 감히 졸병들이 내 명령을 따르지 않겠소.]
의화는 말을 했다.

[바로 그렇습니다.]

영호충은 외치듯이 말을 했다.

[이 병졸들을 쓰러뜨린 다음에 말을 끌고 갑시다.]

의청은 말을 했다.

[열두 필의 말을 끌고 오면 됩니다.]

영호충은 외쳤다.

[사람 숫자대로 끌고 오시오.]

그의 호령 소리에는 위엄이 서려 있었다.
정정사태가 죽은 다음 항산파의 제자들은 당황하고 어찌할 줄을 몰랐으나 영호충의 이러한 일갈을 듣자, 여러사람은 말을 달려 앞으로 가 말을 지키는 병정들을 쓰러뜨리고 열 몇필의 말을 끌고 왔다. 그 병졸들은 이렇듯이 법을 지키지 않는 안하무인격인 비구니를 본 적이 없었다.

[왜 그러시오?]
[무슨 장난을 하는 것이오?]

말을 하면서 땅에 쓰러져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여러 제자들은 말을 배앗아온 다음 희희낙락대며 재잘재잘 매우 흥분한 듯했다.
모두들 빼앗아온 말을 타고 질풍처럼 달렸다.
점심때에 이르러서 한 읍에 도착해 잠시 쉬었다.
읍사람들은 한 때에 비구니들이 말을 몰고 그 중에 한 남자가 그안에 섞여 있는 것을 보자 모두들 의아하게 생각하였다. 모두들 식사를 한 다음에 의청은 돈을 꺼내어 계산을 하였다. 그러더니 낮은 소리로 말을 했다.

[영호 사형, 우리들이 가진 돈이 부족하군요.]

조금 전 말 시장에서 말을 살 때 모두들 스승을 구하는 것이 급해서 값을 깍고 흥청할 마음이 아니었다. 그래석 가지고 있던 은을 다 써 버리고 단지 몇푼의 동전만 남았을 뿐이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정 사매, 당신은 우수와 함께 말을 끌고 가서 파십시오. 관청의 말은 팔 수가 없고요.]

정악은 대답을 하더니 우수와 함께 말을 끌고 시장에 팔러 갔다. 여러 제자들은 입을 막고 혼자서 킥킥 웃었다. 모두들 생각하기를, (우수야, 그렇다치고 정악처럼 어린 소녀가 말 시장에 가서 말을 판다는 게 참으로 희귀하기 짝이 없구나.)

그러나 정악은 총명하고 영리하여 말을 이치에 딱딱 맞게 했으며, 복건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천하에서 제일 말하기 어려운 복건 말도 몇마디 이미 배웠다.
오래지 않아 말을 팔아서 돈을 가져다가 식사 대금을 지불하였다. 저녁 무렵에 한 언덕에 도착해 보니 멀리 큰 읍이 보였으며 지붕들이 보였다. 최소한도 칠팔백 가구가 사는 읍이엇다. 모두들 읍에 도착해서 밥을 먹고 말을 판 돈으로 대금을 지불하니 돈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악은 의기양양하게 웃으면서 말을 했다.

[내일 우리 다시 말 한 필을 팔아요.]

영호충은 낮은 소리로 말을 했다.

[당신은 거리에 나가 좀 아랑 보십시오. 이 읍에 제일 돈 많은 부자가 누구이고 누가 제일 나쁜 사람인지 알아보시오.]
정악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견을 끌고 함께 나갔다. 반 시진 정도 지난 후에 돌아와서 말하기를, [이 읍에 제일 돈 많은 부자는 성은 백씨이고 사람들은 그를 백박피(白剝皮)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이 자는 전당포도 가지고 있으며 쌀 가게도 한답니다. 이 사람의 별명이 말해 주듯이 나쁜 사람인 것은 분명합니다.]

영호충은 웃으면서 말을 했다.

[오늘 저녁에 우리는 거기가서 시주 좀 받읍시다.]

정악이 말을 했다.

[이런 사람은 마음이 좀스러워 아마 한줌의 쌀도 시주받지 못할 것입니다.]

영호충은 웃으면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 뒤에 말을 했다.

[자, 모두들 길을 떠납시다!]

날이 너무 저물었다. 그러나 사부가 화를 당하고 있으니 밤낮으로 길을 가야만 되었다. 그래서 모두들 읍에서 나와 북쪽으로 향했다. 몇리를 가지 않았는데 영호충은 말을 했다.

[됐읍니다. 우리는 여기서 좀 쉽시다.]

모두들 그의 말을 따라 작은 냇가 옆에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영호충은 눈을 감고 심기를 돋우더니 반 시진 정도가 지나자 눈을 떠 우수와 의화에게 말을 했다.

[당신들 둘은 각자 여섯명의 사매들을 데리고 그 백박피의 집에 가서 시주를 해옵십시오. 정 사매가 길을 인도할 것입니다.]
우수와 의화 등은 마음속으로 내심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그러나, 대답을 했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최소한도 오백냥 은자이고 더 좋은 것은 이천냥 정도 적선 받아 오는 것이 좋겠군요.]

의화는 큰 소리로 말을 했다.

[어머, 어떻게 그렇게 많은 적선을 받아 올 수 있읍니까?]
영호충은 말을 했다.

[이천냥 은자야, 이 장군 눈에는 차지도 않소. 이천냥 중에서 우리가 그 중에 일천냥을 쓰고 나머지 천냥은 읍의 가난한 자에게 나누어 줍시다.]

여러 사람은 비로소 무슨 뜻인가를 깨닫고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기뻐하였다.
의화는 말을 했다.

[당신은...... 당신은 우리보고 부자의 돈을 털어 가난한 자를 구제해 주라는 말씀입니까?]

영호충은 말을 했다.

[강탈이라니요? 우리는 단지 부자에게 적선을 받아 빈민을 구제하는 것입니다. 우리 몇십명의 주머니를 뒤져봐도 몇푼이 나오지 않을 것이오. 그것은 거지와 다를 바 있겠읍니까? 부자에게 적선을 해다가 우리같은 빈민이 구제받지 못한다면 어떻게 용천 수검곡에 가겠읍니까? 모두들 용천 수검곡이라는 말을 듣자 더이상 고려하지 않았다. 모두들 말을 했다.

[그럼 우리는 적선을 받으러 갑시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이런 적선을 아마 당신들은 지금껏 받아 본 적이 없을 것입니다. 방법이 약간은 다르지요. 당신들은 얼굴을 수건으로 가리십시오. 그리고 백박피 집에 가서 적선을 받을 때 말할 필요도 없이 금이 보이면 금을 거둬오고 은이 보이면 은을 적선받아 오면 됩니다.]

정악은 웃으면서 말을 했다.

[만약에 그가 주지 않는다면은요?]

영호충은 말을 했다.

[그렇게 된다면 그는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사람이오. 항산파의 영웅들은 모두 무림에서 알아주는 인사인데 다른 사람이 여덟 사람이 들어야 도리 가마를 가지고 와서 모실지라도 당신들은 쉽게 대답하지 않을 것이오. 그렇지 않소? 백박피는 단지 작은 읍의 부자일 뿐이니 무림에서 무슨 이름이 있겠소? 열다섯 명의 항산파의 고수들이 방문을 하신다는데 그건 정말로 그에게 크나큰 체면을 세워 주는 것이 아닙니까? 그가 만약 정말로 당신들을 쳐다보지도 않는다면 그때는 손 좀 봐 주어도 좋을 성싶습이다. 백박피의 무공이 무서운지 아니면 우리 항산파 정사매들의 주먹이 센지 한번 봐야겠읍니다.]

그가 이렇게 말하자 모두들 깔깔깔 웃기 시작했다. 몇명의 여러 제자 중에서 나이가 많고 신중한 의청 등의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심히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들은 항산파의 규율이 엄격하고 훔치는 것을 금기로 삼아 왔는데 이러한 적선은 규율을 어기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들을 했다.
그러나 의화, 정악 등은 이미 빠른 걸음으로 갔다. 그 마음속으로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자들은 이미 때가 늦은 줄 알고 더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영호충이 고개를 들어 보니 의림의 한상의 눈이 자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서 웃음을 지으면서 말을 했다.

[소사매, 네 말이 맞지 않소.]

의림은 그의 눈빛을 피하여 낮은 소리로 말을 했다.

[저는 모르겠읍니다. 당신이 옳다면 옳은 것이고 내...... 생각은 크게 틀리지 않은 것 같아요.]

영호충은 말을 했다.

[그날 내가 수박을 먹고 싶다고 했을 때 당신은 밭에 가서 수박 하나를 적선해 오지 않았읍니까?]

의림의 얼굴이 빨개지더니 그 옛날 그와 광야에서 함께 있었던 그 시절을 생각하였다.
바로 이때 하늘가에는 별똥이 하나 긴꼬리를 남기며 번쩍 지나갔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당신은 마음속에 기원했던 일을 기억하십니까?]

의림이 낮은 소리로 말을 했다.

[어찌 잊을 수가 있읍니까?]

그녀는 몸을 돌려 말을 했다.

[영호 오라버니 이렇게 기원을 하니 배의 효험이 있어요.]
영호충은 말을 했다.

[그렇소, 당신은 무슨 기원을 하였소.]

의림은 고개를 숙이며 말을 하지 않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몇백 번 몇천 번 기원을 했었지. 당신을 한번 만나기를 결국은 이렇게 만나게 되었읍니다.)

갑자기 멀리서 말굽소리가 들려왔다. 한 마리의 말이 남쪽에서 질풍처럼 달려왔다. 바로 우수, 의화 등 열다섯 사람이 같은 방향이었다. 그러나 그녀들이 갈 때 말을 타고 가지 않았는데 혹시나무슨 일이 생긴 것이 아닐까 모두들 벌떡 일어나 말굽소리가 들리어 오는 곳을 향해서 바라보았다. 한 여자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영호충! 영호충!]

영호충은 내심 깜짝 놀랐다. 그것은 바로 악영산의 목소리였다.
그래서 외쳤다.

[소사매, 나는 여기 있소.]

의림의 몸은 떨려왔으며 얼굴이 창백해지고 뒤로 한발짝 물러섰다. 껌껌한 밤중에 한마리의 백말이 급히 달려오더니 여러 사람이 모일 수장거리에 다다르자 그 말은 앞발을 들어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길게 말 울음소리를 냈다.그것은 악영산이 급히 말고삐를 잡은 까닭이었다.
영호충은 그녀가 갑작스레 나타나니 내심 일이 좀 잘못되 감을 직감하고는 외치듯이 말을 했다.

[소사매, 사부나 사모님은 아무일이 없지요.]

악영산은 여전히 말등에 타고 있었다. 달빛이 옆으로 비추고 있었기 때문에 비록 그녀의 반쪽 얼굴만이 보였을 뿐이나 그녀의 얼굴을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녀의 큰 소리가 들려왓다.

[누가 당신의 사부고 사모님이요?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는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읍니까?]

영호충의 가슴은 마치 쇠망치로 얻어맞는 것처럼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본래 악불군은 자기에게 엄격하게 대했으나, 악 부인과 악영산은 시종 옛날 옛정을 생각해서 자기를 따뜻하게 대해주었는데 지금 이 시각에 그녀의 이러한 말을 듣자, 처량한 감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 나는 이미 화산파의 문중에서 축출당했으니 사부와 사모라고 부를 자격조차도 없지.)

악영산은 말을 했다.

[부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왜 입에 그런 말을 담는 것이오.]

영호충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마음속은 마치 칼로 갈기갈기 짖어지는 것 같았다. 악영산은 코방귀를 뀌더니 말에서 내려 몇 발짝 앞으로 내딛더니 말을 했다.

[가져오시오.]

좌측손을 내밀었다.
영호충은 힘이 없이 말을 했다.

[무엇을요?]

악영산은 말을 했다.

[상황이 여기까지 이르렀는데 아직도 무슨 거짓을 꾸미고 있는 것입니까? 나를 속일 수 있다고 보십니까?]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며 외쳤다.
[가져오시오.]

영호충은 고개를 흔들며 말을 했다.

[나는 뭐가 무언지 모르겠소. 무얼달라고 하는 것이오.]
악영산은 말을 했다.

[뭘 달라니오? 임가의 벽사검보를 달라고 하는 것이오.]
영호충은 깜짝 놀라며 말을 했다.

[벽사검보, 당신은 어째서 나에게 그것을 요구하시는 거요?]
악영산은 코웃음치며 말을 해싼.

[당신에게 요구하지 않으면 누구한테 달라고 한단 말이오. 그 가사 장삼은 누가 임가의 집에서 빼앗아갔단 말이오.]

영호충은 말을 해삳.

[숭산파의 두 명인데 하나는 백두선옹 복침이라 하고 한 사람은 독응 사천강이라고 하지요.]

악영산은 말을 했다.

[그 복씨성을 가진 자와 사씨 성을 가진 자를 누가 죽였단 말이오?]

영호충은 말을 했다.

[나요.]

악영산은 말을 했다.

[그 가사 장삼은 또 누가 가져갔소?]

영호충은 말을 했다.

[나지요.]

악영산은 말을 했다.

[그렇다면 가져오시오.]

영호충은 말을 했다.

[나는 상처를 받아 기절을 해서 다행히 사...... 사모...... 당신의 어머니가 구해주었읍니다. 그후로 그 가사 장삼은 내 수중에 없소.]

악영산은 고개를 젖히더니 미소지었다. 그러나 그것은 웃음이 아니었다. 그리곤 말을 했다.

[당신 말대로라면 나의 어머니가 그것을 가로챘다는 말이오. 그러한 비굴하고 염치없는 말이 당신 입에서 나올 수가 있소?]
영호충은 말을 했다.

[나는 당신의 어머니가 가졌다는 말을 한 것이 절대로 아니오.
하늘에는 하느님이 있으니 영호충은 절대로 당신의 어머님에 대해서 불결한 마음을 품고 있지 않소. 나는 단지...... 단지 말하려고 하는 것은......]

악영산은 말을 했다.

[무슨 소리요?]

영호충은 말을 했다.

[당신 어머님이 그 가사 장삼을 보신 다음 임가의 물건인 줄 아시고 아마 임사제에게 건네주었을 것이오.]

악영산은 냉랭하게 말을 했다.

[우리 어머니가 어떻게 당신 몸을 뒤질 수가 있단말이오? 설령 임사제에게 주려는 물건인 줄 아셨다면 당신이 목숨을 걸고 빼앗아온 물건이니 당신이 정신이 들면 당신이 줄 수 있지 않소? 어째서 어머니께서 당신의 일을 하실 수가 있겠읍니까?]

영호충은 내심 생각을 했다.

[그 말도 맞는 말이다. 설마하니 이 가사 장삼을 누가 훔쳐갔단 말이냐?]

마음이 급해지자 등 뒤에는 식은땀이 흘러내려왔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일이 그렇게 되었다면 그 안에는 어떤 우여곡절이 있을 것이오.]

그는 옷을 툭툭 털더니 말을 했다.

[내 몸에 있는 물건들은 모두 다 여기 있고 당신이 만약 믿지 않는다면 마음대로 찾아보시구료.]

악영산은 또 한번 코웃음을 치더니 말을 했다.

[당신은 정말로 교활하군요. 다른 사람의 물건을 가진 사람이 자기의 몸 안에 숨겨 둘 리가 있소? 더우기 당신 휘하에는 이렇게 많은 비구니와 되먹지 않은 여자들이 있는데 그둥에 하나가 당신을 대신해서 그 물건을 숨기고 있을 것이오.]

악영산은 이렇듯 범인을 다루듯이 영호충을 몰아부쳤다. 항산파의 여러 제자들은 벌써부터 아니꼬았고 그녀가 이러한 말을 하자 삽시간에 몇명이 나서서 일제히 말을 했다.

[무슨 엉터리같은 말을 하시고 있는 거요.]
[금방 뭐라고 했소. 되먹지 않은 여자라니.]
[이곳에 무슨 중이 있단 말이오?]
[당신이야말로 되먹지 않은 여자요.]

악영산은 손에 검을 쥐더니 큰 소리로 말을 했다.

[당신들은 불문의 제잔데 남자를 에워사고 밤낮으로 떨어지지 않으니 그게 바로 되먹지않았다는 소리요. 체, 염치도 모르는 자 같으니라고.]

항산파의 제자들은 대노하여 씩씩씩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칠팔명의 사람들은 모두 장검을 뽑아들었다.
악영산은 칼집에 손을 가져가더니 싹 하고 소리를 내면서 칼집에서 칼을 뽑아들며 외쳤다.

[당신들은 많은 숫자로 나 한사람을 대항하여 나를 죽여 입을 막으려고 하는데, 자 덤빌려면 덤벼봐라. 내가 너희들을 무서워 한다면 화산파의 제자가 아니지.]
영호충은 좌측손을 내저어 항산파 제자의 행동을 막았다. 그리곤 탄식하며 말을 했다.

[당신이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의심하니 나는 어찌할 방법을 모르겠소. 노덕약은 어디 있소. 당신은 어째서 그에게 가서 물어보지 않는단 말이요? 그는 자하비급을 훔친 자이니 어쩌면 그 가사 장삼도 그가 훔쳐갔는지 모를 일이 아니오.]

악영산은 큰 소리로 말을 했다.

[당신이 나보고 노덕약에게 가서 물어보라고 그리하였소?]
영호충은 말을 했다.

[바로 그렇소.]

악영산은 이를 갈았다.

[좋소, 당신이 내 생명을 앗아가겠다는 말이죠. 당신은 임가의 벽사검보에 정통하셨으니 나는 애당초 당신의 적수가 아니오.]
영호충은 이상하게 생각하며 말을 했다.

[내가...... 내가 어찌 당신에게 상처를 입힐 수가 있겠소.]
악영산은 말을 했다.

[당신이 나보고 노덕약에게 가서 물어 보라고 했지요. 당신이 나를 죽이지 않는다면 내가 어떻게 저 세상에 가서 그를 만나볼 수가 있겠소?]

영호충은 놀라고 기뻐서 말을 했다.

[노덕약 그자는......그자는 스승...... 당신 아버지가 죽였소?]

그는 노덕약이 이미 무예를 배운 상태에서 스승의 제자가 되었음을 알고 있었다. 화산파의 문하에서는 자기를 제하고는 그의 무공이 제일 강한편이라 악불군이 친히 손을 쓰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은 절대로 그를 제거시킬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자는 육후아를 살해한 자이어서 자기도 이미 그자를 무슨 방법이라도 동원해서 죽이려고 했다. 이미 죽었다는 소리를 듣자 실로 큰 기쁨이 아닐 수가 없었다.
악영산은 냉소하며 말을 했다.

[대장부가 자기가 한 일은 자기가 책임을 져야지요. 당신이 노덕약을 죽여놓고 왜 인정을 안 하시오?]

영호충은 이상해서 말을 했다.

[내가 죽였다고요? 만약 정말로 내가 죽였다면 어째서 내가 죽였다고 말하지 않겠소? 이 자는 육사제를 죽인 자이므로 백번 죽어도 남음이 있지요. 나는 내손으로 죽이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 될 뿐이오.]

악영산은 큰 소리로 말을 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당신은 또 팔 사형을 죽였읍니까? 그는 당신에게 아무런 원한이 없는데 당신은...... 당신은 절말 악독하군요.]
영호충은 더욱 깜짝 놀라 떨리는 소리로 말을 했다.

[팔 사제는 나하고 사이가 참 좋은데 내가...... 내가 어째서 그를 죽인단 말이오?]

악영산은 말을 했다.

[당신은 마교와 관계를 맺는 직후에 행위가 정당치 못했으니 누가...... 당신이 어째서 팔 사형을 죽인 줄 어떻게 알겠소? 당신은...... 당신은......]

여기까지 말을 하자,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영호충은 한 발짝 앞으로 나오며 말을 했다.

[소사매, 절대로 그런 생각을 마십시오. 팔 사제에 나이가 어려 다른 사람과 아무런 원한이 없을 것이오. 내가 아닐지라도 그어느 누구든 그 자는 죽이지 않을 것이오.]

악영산은 눈쌀을 지푸리더니 매서운 목소리로 말을 했다.

[당신은 어째서 또 무참하게 임평지를 살해했읍니까?]
영호충은 깜짝 놀라며 실색을 하며 말을 했다.

[임사제...... 그가...... 그도 죽었단 말이오?]

악영산은 대답했다.

[지금 아직 죽은 것은 아닙니다. 당신이 일검을 내리찍었는데 그러나...... 그러나 그 어느누구도...... 그가 완치된다고는 장담을 못 합니다.]

여기까지 말을 하자 엉엉 울기 시작했다. 영호충은 긴 한 숨을 한번 쉬더니 물어 보았다.

[그의 상처가 매우 깊습니까? 그는 누가 자기를 찔렀는지 자연히 알 것입니다.그가 뭐라고 합니까?]

악영산은 말을 했다.

[누가 당신처럼 교활힙니까? 당신이 그의 등 뒤에서 찔렀는데..... 그는...... 그의 등뒤에 눈이 달렸단말이오?]

영호충은 마음이 씁쓸해지고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허리에 차고 있던 장검을 뽑아 여력을 모아서 팔뚝에 힘을 넣었다. 훅 하고 소리를 내면서 칼을 던졌다.
검은 똑바로 날아가더니 굵기가 한척 정도되는 나무에 당도하여 마치 한바퀴를 도는가 싶더니 반절이 잘라져 나갔다. 반절이 잘라져 나간 나무는 흔들흔들 떨어져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땅바닥에 모래와 돌멩이가 날고 먼지가 사방에 흩어졌다. 악영산은 이러한 위세를 보자, 말고삐를 쥐고 뒤로 두어 발짝 물러서면서 말을 했다.

[왜 그러시오! 당신은 마교의 요법을 배워 그 무공이 대단하다고 내 앞에서 시위를 하는 것이오?]

영호충은 고개를 흔들며 말을 했다.

[내가 만약에 임 사제를 살해하려고 했다면, 그의 등뒤에서 죽일 필요도 없고 더우기 일검에 그의 숨통을 끊어 놨을 것이오.]
악영산은 말을 했다.

[누가 당시이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 줄 안다는 말입니까? 체 팔 사형이 당신의 악독한 행위를 봤기 때문에 당신은 그를 죽여 입을 봉하려고 했고 그의 얼굴을 알아 보지 못하도록 난도질했읍니다. 마치 당신이 이...... 노덕약을 대한 것처럼요.]

영호충은 화를 참았다. 이 중간에는 틀림없이 자기가 알지 못하고 추측할 수 없는 대음모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물어보았다.

[노덕약의 얼굴도 난도질을 당했읍니까?]

악영산은 말을 했다.

[당신이 한 일을 자기도 모른단 말씁입니까? 왜 그 일을 나에게 물어 봅니까?]

영호충은 말을 했다.

[화산파의 문하에 누가 또 다른 사람이 상처받은 사람이 있읍니까?]

악영산은 말을 했다.

[당신이 두명을 죽이고 한 사람에게 상처를 입혔는데 그것도 부족하다는 말씀이오!]

영호충은 그녀의 이러한 말을 듣자, 화산파 사람은 이 이상 피해가 없음을 알고 마음이 약간 놓였다. 내심 생각하였다.

(이건 누가 한 행동이란 말이냐?)

갑자기 마음속이 덜컹하더니 임아행이 항주 고산매장에서 했던 말을 생각해내었다. 임아행이 말하기를 자기가 만약에 마교에 가입하지 않는다면 화산파의 모든 사람을 죽인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이미 그가 복수해 왔다는 말인가? 그래서 화산파 일행에게 손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닐까?
급히 말을 했다.

[당신은...... 당신은 급히 돌아가 아버님과 어머님께 알려주십시오. 어쩌면 마교의 두목들이 화산파 사람에게 못된 짓을 했을 것이라고요.]

악영산은 입을 삐죽삐죽거리더니 냉소하며 말을 했다.

[그렇소, 틀립없이 마교의 큰 두목들이 화산파에게 그런 악독한 짓을 한 것이오. 그러나 이 큰 두목이란 바로 옛날의 화산파의 사람이었지요. 이것이 바로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이치이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것입니다.]

영호충은 별수 없이 씁쓸히 웃으면서 내심 생각했다.

(내가 용천에 가서 정한, 정일, 두 사태를 구하겠다고 대답을 하였다. 그러나 나의 사부, 사모님께서 큰 일을 맞이하고 있으니 어찌 해결해야 좋단 말인가? 만약 진정으로 임아행이 그런 일으 했다면 나는 그의 적수가 아니다. 그러나 은사와 사모님께 큰 화가 덮쳤으니 설령 네가 쫓아가서 목숨을 버리고 아무 성과를 얻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들과 같이 죽고 살아야 되는 것이 이치가 아닌가? 팔은 안으로 굽고 일은 선후의 이치가 있으니 별수 없이 그녀들보고 혼자서 먼저 처리하도록 하자. 만약에 임아행을 막을 수 있고 아무런 일이 없다면 다시 용천으로 가서 그녀들을 도와 주자.)
그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정하자, 말했다.

[오늘 아침 복주를 떠난 이후에 나는 이 항산파의 사저들과 함께 줄곧 있었는데 어떻게 해서 내가 팔 사제를 죽일 수 있었으며 노덕약까지 죽였단 말이오? 믿지 못한다면 그녀들에게 한번 물어보시오.]

악영산은 말을 했다.

[흥, 물어보나 마나지요. 그녀들은 당신과 한 패거리이니 물론 당신을 엄호하려 들겠지요.]

항산파의 제자들은 그녀의 이와 같은 말을 듣자 서로 어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몇명의 출가한 사람은 그래도 말투가 나았으나 그 출가하지 않은 제자들은 욕두문자를 써서 심히 듣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악영산은 말을 끌고 뒤로 몇발짝 물러나더니 말을 했다.

[영호충, 임평지는 상처가 대단히 깊고 혼미한 상태에서도 여전히 그 검보를 찾고 있오. 당신이 조금이라도 인정이 남아있다면 그 검보를 그 사람에게 주시오.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영호충은 말을 했다.

[내가 그렇게 무례하고 비굴한 인간으로 보이시오.]

악영산은 화가 나서 말을 했다.

[당신이 만약에 비굴하고 파렴치 하지 않다면 이 세상에 그 파렴치하고 무례한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의림은 옆에서 두 사람이 주고받는 말을 듣자 마음속으로 매우 격돌해서 더이상 참을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 그래서 말했다.

[악소저, 영호 오라버니는 당신을 참 좋게 생각하고 있읍니다.
마음속에는 당신을 진실로 대하고 있는데 당신은 왜 이렇듯이 그에게 대항하는 것입니까?]

악영산은 냉소하며 말을 했다.

[그가 나에게 잘 해주든 안 해주든 당신은 출가했는데 어떻게 그것까지 아시오.]

의림은 갑자기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영호충이 다른 사람에게 누명을 받고 모욕을 당하고 있으니 자기가 설령 백번 죽어도 그를 위해서 변명해 주기로 했다. 불문의 계율이 심히 엄격하여 앞으로 사부의 어떠한 질책을 받더라도 그 일은 다 차후의 일이었다. 그래서 낭랑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그것은 영호 오라버니께서 친히 나에게 말해준 것이오.]
악영산은 말을 했다.

[흥 그는 그런 일까지도 당신에게 말을 했군요. 그는...... 그는 나를 좋아하기 때문에 비로소 임사제에게 그런 행동을 한 것이오.]

영호충은 탄식을 하더니 말을 했다.

[의림사매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소. 당신 항산파의 천향단속교와 백운웅담환은 상처를 치료하는데 매우 영험이 있소이다. 부탁하건데 당신이 우리...... 이 악소저에게 조금 나눠주시오. 그녀가 가지고 가서 상처를 치료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악영산은 말머리를 잡더니 몸을 돌리며 말을 했다.

[당신은 일검에 그를 죽이지 못하게 억울해서 또 독약을 써서 죽이려고 하는군요. 난 절대로 당신의 속임수에 걸려들지 않겠소. 영호충, 임평지가 만약에 낫지 않는다면 난...... 난......]
여기까지 말을 하자, 말소리는 갑자기 울음으로 변하더니 급히 말을 채찍질하여 남쪽으로 달려갔다. 영호충은 말굽소리가 점점 멀어지자, 내심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진견이 말을 했다.

[이 여자는 이렇게 무례하니 그 임평지라는 자가 죽었으면 제일 좋겠읍니다.]

의림이 말을 했다.

[진 사매 우리들은 불문에 있는 사람이니 응당히 자비로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 아가씨의 행동이 비록 옳지 않으나 그렇다고 절대로 저주를 해서는 아니되는 일이야.]

영호충은 마음이 동해서 말을 했다.

[의림사매, 내 한가지 부탁이 있는데 수고스럽지만 한번 들어 주시오.]

의림은 말을 했다.

[영호사형의 말씀이라면 받들겠읍니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고맙습니다. 그 임씨성을 가진 자는 나의 동문사제입니다. 그 악소저의 말로는 상처가 깊다하는데 내 생각에는 당신들이 가지고 있는 그 약이 아주 좋다고 들었는데......]

의림이 말을 했다.

[당신이 나보고 그약을 가져다가 그에게 주라는 말씀이군요? 그렇지요? 좋습니다. 나는 바로 복주성으로 들어가겠읍니다. 의령 사매 너는 나와 함께 가자.]

영호충은 고수를 하며 말을 했다.

[두분게 폐가 많습니다.]

의림은 말을 했다.

[영호사형께서 줄곧 우리와 함께 있었는데 어떻게 그들을 죽일수 있었단 말입니까? 그러한 누명은 우리가 가서 악사백님에게 분명히 말씀을 드리겠읍니다.]

영호충은 고개를 흔들며 씁쓸하게 웃었다.

(사부께서는 이미 자기가 마교의 휘하에 들어가 그들과 같이 행동을 하고 있다고 믿고 계실텐데, 당신들의 말을 믿겠는가.)
의림, 의령, 두 사람이 말을 타고 달려갔다. 내심 생각하였다.

(그녀들은 나에게 이렇듯이 열성인데 내가 만약에 그녀들을 버리고 복주에 간다면 어찌 안심이 되겠는가. 하물며 정한사태, 그녀들은 적에게 곤욕을 당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임아생이 복주에 정말로 왔는가. 그것은 알 수가 없는 일이 아닌가.]
진견이 잘라진 나무있는 곳으로 가더니 장검을 주워다가 그의 칼집에 집어넣어 주었다. 영호충은 갑자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약에 임평지를 죽였다면 꼭 등뒤에서 그를 죽일 필요가 있겠는가. 또한 일검에 그를 죽이지 못한다는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만약에 손을 쓴 사람이 임아행이라면 그 사람 또한 일검에 처치 못 할 리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틀림없이 다른 사람의 소행이다. 임아행의 소행이 아니라면 사부께서는 틀림없이 일으 잘 처리하실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마음속을 훨씬 가벼웠다.
멀리서 말굽소리가 은은하게 들여오는데 그 말굽소리를 헤아려 보니 틀림없이 우수, 그녀들이 적선을 받아 돌아오는 것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과연 얼마 안 있자 열다섯 필의 말이 바오 앞에 달려왔다.
우수는 말을 했다.

[영호 사형, 우리는...... 우리는 적지 않은 금은을 적선을 받았읍니다. 이 많은 돈을 다 쓸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날이 너무나 어두어서 가난한 자에게 구제해주러 갈 수도 없군요.]
의화는 말을 했다.

[지금은 용천에 가는게 더욱 급하다. 구제하는 일은 나중에 해도 늦지가 않다.]

고개를 돌려 의청에게 말을 했다.

[좀전에 젊은 여자를 만났는데 당신들은 보지 않았읍니까?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데 우리들에게 시비를 걸었읍니다.]
영호충은 놀래서 말을 했다.

[당신들과 싸움이 붙었다고요.]

의화는 말을 했다.

[녜, 그렇습니다. 컴컴한 밤중에 이 여자가 말을 달려오더니 우리를 보자마자우리보고 되먹지 않은 중이라고 욕을 해대고 추악한 짓을 한다나요.]

영호충은 내심 아뿔사 했다. 그래서 급히 물어보았다.

[그녀는 상처가 깊습니까?]

의화는 이상하다는듯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말을 했다.

[어! 그녀가 상처를 입었는지를 어떻게 아셨읍니까?]
영호충은 내심 생각하였다.

[그녀가 이렇듯이 당신들에게 욕을 해댔다면 당신의 성격은 열화 같아 그녀가 혼자서 당신들 열다섯 사람을 상대했다니 어찌 상처를 입지 않을 수 있겠소?]

또 물어 보았다.

[그녀는 어디에 상처를 입었읍니까?]

의화는 말을 했다.

[나는 그녀에게 먼저 물어보았읍니다. '왜 안면도 없으면서 입을 띠자마자 욕을 해대냐구요?' 그녀는 말했읍니다. '흥 나는 당신들을 알고 있소. 당신들은 항산파의 규율을 지키지 않는 비구니들이지요?' 내가 말을 했죠. '규율을 지키지 않는다는 소리가 무슨 말이오? 주둥이를 개끗이 닦고 다녔으면 좋겠오?' 그녀는 말채찍을 한번 휘두르니 더 이상 우리 일을 아는 테도 않고 일갈을 했읍니다. '비켜나거라!' 나는 손을 내밀어 그녀의 말채찍을 잡으면서 역시 일갈을 해주었읍니다. '비켜서거라.' 이렇게 해서 서로가 싸움을 하기 시작했지요.]

우수는 말을 했다.

[그녀가 검을 뽑자, 우리는 그녀가 화산파의 사람인 것을 알 수가 있었읍니다. 컴컴한 밤중이라 확실하게 얼굴을 볼 수는 없었으나 나중에 악 선생의 따님인 줄 알 수가 있었읍니다. 내가 급히 막으려고 했는데 그러나 그녀의 손목은 이미 두군데나 상처를 받았지요. 그러나 그리 중하지는 않습니다.]

의화는 웃으면서 말을 했다.

[나는 벌써 그녀가 누군지를 알 수가 있었읍니다. 그들 화산파들이 복주성에서 영호사형에게 무례하게 굴었고, 우리 항산파에게 곤란한 일이 있었는데도 그들은 수수방관하고 아는 체도 안 했읍니다. 그래서 나는 벌써 골탕을 좀 먹일 생각이었읍니다.]
정악이 말을 했다.

[의화사저께서 이 악소저에게 많이 봐주고 있었읍니다. 그 금침도검 일초식은 그녀의 좌측 어개에 내리찍었는데, 단지 살며시 그었을 뿐 바로 검을 거두었지요. 만약에 정말로 내리쳤다면 아마 그녀의 한족팔은 떨어져 나갔을 것입니다.]

영호충은 내심 마음이 두근두근 뛰었다.

(소사매는 자존심이 강하고 약간은 교만한 끼가 있어 평소에 지는 것을 제일 싫어했는데, 오늘 저녁에 평생에 큰 치욕을 당했으니 아마 나를 탓하고 있겠지. 모든 것은 다 하늘의 뜻이다. 어지 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다행히 그녀의 상처가 깊지 않다니 그것 참 다행한 일이다.)

정악은 영호충이 악영산에게 큰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말을 했다.

[우리가 만약 일찌감치 영호 사형의 사매인 줄 알았다면 설령 그녀가 욕을 했다손치더라도 아무 대꾸를 안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컴컴한 밤중이라 아무것도 알아차릴 수가 없었지요. 앞으로 그녀를 만날 수 있다면 그때가서 그녀에게 사과를 하지요.]

의화는 화가 나서 말했다.

[무슨 사과를 합니까? 우리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그녀가 우리에게 욕을 했기 때문에 그러했지요. 이 셍상을 뒤져봐도 그러한 이치는 없는 법입니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적선을 해 왔으니 우리 곧 떠납시다. 그 백박피라는 자는 어찌 되었소?]

그는 마음이 괴롭고 더이상 악영산의 일을 거론하고 싶지 않아서 다른 화제로 말을 돌렸다.
의화 등은 적선에관한 일을 이야기하자, 크게 흥분하며 발을 동동 굴리며 말을 했다.

[평시에 부자에게 적선을 받으려면 한 두냥 은자도 얻기가 어려운데 오늘 저녁에는 단번에 몇천냥을 얻었읍니다.]

정악이 웃으면서 말을 했다.

[그 백박피라는 자는 땅바닥에 드러누워 울면서 떠들기를 몇십년 동안 모아온 재산을 한순간에 빈 껍데기만 남았다고 하더군요.]
진견이 웃으면서 말을 했다.

[없는 자의 살육을 도려내고 남의 재물을 모았으니 그것은 인과응보지요.]

여러 사람은 깔깔깔 한바탕 웃더니 사백과 사부의 일을 생각해 내고는 기분이 또 침울해졌다.
영호충은 말을 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너무 오랫동안 지체하였으니 빨리 길을 떠나도록 합시다.]

일행은 말을 달리고 날마다 한두어 시간 정도 잠을 잤으며 연도에 지체함이 없자, 며칠되지 않아 절남의 용천(龍泉)에 당도하였다.
복침과 사천강 두 사람에게 상처를 당했던 영호충은 비록 피를 많이 흘리고 살점이 떨어진 상처였지만, 그의 내력은 강하고, 또 항산파의 영약을 복용하고 부치고 해서 절강 경계에 이르러서는 거의 다 나았다.
여러 제자는 마음이 초조하여 절강성 경내에 들어서자마자 주검곡의 소재를 여기저기 알아보았다. 그러나 연도의 시골 사람들은 그 누구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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