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제1부 11~12

나단비 | 2024.01.25 05:00:01 댓글: 0 조회: 138 추천: 0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42928
제11장
 
 
 
저녁 식사를 마친 후에 여자들이 다른 방으로 나갔을 때, 엘리자베스는 제인이 있는 방으로 올라가서 언니가 추위를 타지 않도록 무장시킨 다음에 함께 여자들이 있는 응접실로 갔다. 루이사와 캐롤라인은 제인이 나아져서 반갑다는 말을 했다. 남자들이 들어오기 전에 여자들만 있는 동안에는 루이사와 캐롤라인이 아주 상냥하게 대해주었다. 루이사와 캐롤라인은 상당한 화술을 지니고 있었다. 어떤 연극 같은 것에 대해서 정확히 묘사할 줄 알았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재미있게 할 줄도 알았으며, 자기들이 아는 사람들에 대해서 즐겁게 얘기할 줄도 알았다.

그렇지만 남자들이 들어오자 제인은 빙리의 누이들에게 더 이상 관심거리가 아니었다. 캐롤라인은 다씨에게로 눈길이 쏠려서 그가 들어오자마자 얘기를 걸었다. 다씨는 제인에게 병이 호전되어 기쁘다는 인사를 했고 허스트도 기쁘다는 말을 했는데, 가장 반가운 사람은 빙리였다. 빙리는 진심으로 즐거워서 이런 말 저런 말을 늘어놓았다. 그러고는 방이 바뀌어서 제인이 춥지 않을까 염려하여 반시간 동안은 난로의 장작불을 더 활활 타게 만드는 데 보냈다. 또한 제인이 문 쪽에서 장작불 바로 옆으로 이동하도록 했다. 그는 제인의 옆에 앉아서 그녀와 얘기했고 다른 사람들과는 거의 얘기하지 않았다. 다른 쪽에 떨어져서 뜨개질을 하면서 그 모습을 지켜본 엘리자베스는 마음이 흡족해졌다.

차 마시기를 마치자 허스트는 처제에게 카드놀이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캐롤라인은 응하지 않았다. 그녀는 다씨가 카드놀이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렸고, 그래서 허스트의 제안은 효력이 없었다. 캐롤라인은 다른 사람들이 모두 카드놀이를 하고 싶지 않을 거라고 말했고 거기에 사람들이 침묵을 지킴으로써 그 말이 사실이라는 점을 입증해주었다. 그래서 아무 할 일이 없게 된 허스트는 소파에 몸을 걸치고 잠이 드는 수밖에 없었다. 다씨는 책을 들었고 캐롤라인도 책을 집어 들었다. 루이사는 자기가 끼고 있는 팔찌나 반지를 만지작거리다가는 빙리와 제인 사이의 대화에 가끔씩 끼어들었다.
캐롤라인은 자기가 읽는 책뿐만 아니라 다씨가 읽고 있는 책에도 관심을 가졌다. 그가 읽는 책을 들여다보면서 책에 대해 이런저런 질문을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다씨는 간단하게 대답만 하고는 책에 집중하고 있어서 다른 관심을 갖도록 유도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씨가 다음에 읽을 책을 집어 들었지만 그 책에 크게 관심은 없었으므로 하품을 하면서 말했다.
“아, 이런 저녁에 책만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이야. 하긴 책 읽는 것만큼 좋은 일도 없지. 책만큼 지루하지 않은 일과도 없고. 난 앞으로 나만의 집을 갖게 되면 훌륭한 서재를 반드시 갖춰놔야지.”
그 말에 대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다시 한번 하품을 하면서 무슨 재밌는 소일거리가 없을까 하고 방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그녀의 오빠가 제인에게 무도회에 관해서 얘기하자 갑자기 그 두 사람 쪽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근데 오빠, 네더필드에서 무도회를 열겠다는 게 사실이야? 무도회 열기 전에 여기 있는 사람들 얘기도 들어봐야 될 거야. 우리 가운데 일부는 무도회가 즐거운 게 아니라 고역이라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고.”
“만약 다씨가 그렇다면 그냥 잠이나 자면 될 거야. 무도회는 이미 정해져 있어. 니콜스가 음식 준비를 마치는 대로 난 초대장을 돌릴 예정이야.” 빙리가 말했다.
“난 무도회를 개선했으면 좋겠어, 오빠. 다른 방식으로 하면 좋겠다 이거지. 보통 무도회가 진행되는 걸 보면 지루하기 짝이 없더라고. 춤 대신에 대화 위주로 하면 더 나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물론 그렇게 되면 더 이상적이지. 그치만 그건 무도회라고 부를 수 없지.”

캐롤라인은 대답을 하지 않고서 잠시 후에 자리에서 일어나 방 주위를 걸어다녔다. 그녀의 자태는 우아했고 걸음걸이도 품위가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걸 보아주어야 할 다씨는 책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캐롤라인은 다씨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다른 한 가지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그녀는 엘리자베스를 돌아다보며 말했다.
“엘리자베스 양, 나랑 함께 방을 거닐면서 돌아다니지 않을래요? 한자리에만 계속 앉아 있었으니 기분 전환을 해야 할 거예요.”
엘리자베스는 다소 놀랐지만 즉시 동의해주었다. 캐롤라인은 자기가 실지로 목표로 하는 사람인 다씨가 관심을 갖게 하는 데도 성공했다. 다씨는 엘리자베스만큼 놀랐지만 무의식적으로 책을 덮었다. 그도 함께 방을 걸어보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방 안을 왔다 갔다 하는 동기가 두 가지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 제안을 거절해버렸다. 다씨는 만약 자기가 끼게 되면 그 두 가지 동기가 좌절될 것으로 보였다.
“도대체 오빠 말은 무슨 의미야? 엘리자베스 양은 오빠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싶어 할 거야.” 캐롤라인이 말하면서 엘리자베스에게 다씨의 말을 이해하느냐고 물어보았다.
“난 전혀 모르겠어요. 그치만 틀림없이 우리를 비난하는 의미일테니 우리가 다씨 선생님을 실망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는 것일 거예요.”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그렇지만 다씨를 실망시키도록 만들 수가 없는 캐롤라인은 다씨가 말하는 두 가지 동기가 무엇인지 말해달라고 요구했다.

“설명하는 건 별로 어렵지 않지. 둘이서 방 안을 거닐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한 이유는 둘이서만 따로 할 얘기가 있어서이거나, 아니면 서서 거니는 게 자기 모습을 가장 아름답게 나타내 보일 수 있어서지. 만약 전자의 경우라면 내가 끼는 게 전적으로 방해가 될 테고, 후자의 경우라면 내가 여기 난로 옆에 앉아 있어야 두 사람을 잘 감상할 수 있을 거야.” 설명을 요구받은 다씨가 말해주었다.
“오, 그런 말도 되지 않는 소리를 하다니. 그런 망칙한 소린 여태 들어본 적이 없다고. 우리가 저 오빠를 어떻게 혼내주면 좋을까요, 엘리자베스 양?”
“그거야 어려운 일이 아니죠. 사람들을 괴롭히고 벌주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다씨 선생님에 대해서 잘 아시니까 약 올리는 방법도 캐롤라인 양이 더 잘 알고 계실 거예요.” 엘리자베스가 대답했다.
“난 잘 몰라요. 내가 다씨 오빠를 잘 알기는 해도 거기까진 모르겠네요. 성격이 조용하고 침착한 사람을 어떻게 약 올릴 수 있겠어요. 그래 봐야 우리만 거꾸로 당할 거예요. 우리가 비웃게 되면 우리 입장만 더 난처해질 테고요. 다씨 오빠만 기분이 우쭐해질 거예요.”
“다씨 선생님은 비웃을 상대가 아니라고요? 그건 드문 장점일 거예요. 그런 사람은 계속 드물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사람을 많이 알게 되면 나한테 손해니까요. 난 웃음이 많은 사람이거든요.”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다씨가 말했다. “엘리자베스 양은 저를 과대평가하시는 거 같군요. 가장 현명하고 최고인 사람도, 아니 그런 사람들의 가장 현명하고 최고인 행동도 농담을 즐겨하는 사람들에게는 우습게 보일 수가 있어요.”

“물론 그렇게 현명한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그치만 제가 그런 사람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현명한 사람들이나 선량한 사람들을 비웃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고요. 어리석음이나 터무니없는 말이나 변덕스러움이나 모순덩어리를 보면 전 비웃게 되죠. 그치만 선생님은 그런 걸 찾아볼 수 없는 분이라고 생각돼요.”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그런 결점은 누구나 갖고 있을 거예요. 그치만 남에게 비웃음의 대상이 되는 약점을 피하는 게 제가 평소에 해온 노력이라고 봐요.”
“허영심이나 오만함 같은 거 말씀이죠?”
“그렇죠. 허영심은 정말 약점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치만 오만함은 자기 정신 상태를 제대로 제어함으로써 얼마든지 좋은 쪽으로 유도할 수 있을 거예요.”
엘리자베스는 웃는 모습을 감추기 위해서 다씨로부터 얼굴을 돌렸다.
캐롤라인이 말했다. “이제 다씨 오빠에 대한 연구가 끝난 걸로 보이네요. 그럼 도출된 결과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다씨 선생님은 결점이 없는 분으로 완전히 확신하게 됐어요. 다씨 선생님도 그걸 인정하고 있는 걸로 보이고요.”
“아닙니다. 전 그렇게 주장한 적이 없어요. 저도 결점이 많은 사람이에요. 그치만 그게 이해력의 부족은 아니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어요. 저는 성질이 좋지가 못해요. 양보심이 없고 타협심이 없어요. 다른 사람들의 잘못 또는 어리석음 등이나 나한테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잊어버리지 않아요. 한번 먹은 마음을 쉽게 바꿀 수가 없어요. 화를 잘 내고 한번 남을 나쁘게 보면 영원히 간직하게 돼요.”
“그건 정말 결점이라고 보이네요. 화를 잘 내는 건 성격적 결함일 거예요. 그치만 선생님은 결점을 잘 고르신 거예요. 전 그런 걸 비웃을 수가 없거든요. 그러니 제가 관련되는 한 안심하셔도 되겠어요.”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사람마다 최상의 교육으로도 고칠 수 없는 천성적으로 나쁜 기질이 있을 거예요.”
“그래서 선생님의 결점은 사람들을 미워하는 거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럼 엘리자베스 양의 결점은 고의적으로 사람을 오해하는 걸로 보이는군요.” 다씨가 미소 지으며 응수했다.
“이제 음악이나 좀 듣기로 하죠. 루이사 언니, 형부 깨워도 되겠어?” 두 사람만의 대화에 자기가 끼지 못해서 다소 신경질이 난 캐롤라인이 말했다.
루이사는 전혀 반대하지 않았고, 그래서 피아노가 열렸다. 다씨는 조금 생각해보니 음악을 듣는 것도 나쁘지가 않았다. 자기가 엘리자베스에게 너무 관심을 많이 가지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던 것이다.
 


제12장
 
 
 
다음 날 아침 엘리자베스와 제인은 둘이서 의논하여 그날 안으로 마차를 보내달라고 어머니에게 서신을 썼다. 그렇지만 베넷 여사는 제인이 거기에 간 지 정확히 1주일이 되는 다음 주 화요일까지는 딸들이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었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의 대답은 한시바삐 집으로 가고 싶어 하는 엘리자베스의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았는데, 화요일 전에는 마차를 보낼 수 없다는 답변이 왔던 것이다. 그리고 만약에 빙리나 그 자매들이 더 머물기를 원한다면 자기는 쾌히 승낙하겠다는 추신까지 덧붙어 있었다. 더 이상 머무는 데 대해 엘리자베스는 확고한 결심이 서 있었고, 그것을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둘이서 남의 집에 너무 오래 신세지고 있는 데 대해서 불안해진 그녀는 제인을 설득하여 원래 자기네들이 떠나기로 했던 계획을 집주인에게 알리고 마차를 빌리기로 작정했다.
그런 계획을 알리자 사람들이 걱정을 했다. 다음 날까지는 네더필드에 있어야 한다는 사람들의 말 때문에 제인도 마음이 돌아섰다. 그래서 그녀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시기가 늦춰졌던 것이다. 그런데 캐롤라인은 더 오래 머물도록 말한 사실을 후회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제인에 대한 애정보다도 엘리자베스에 대한 질투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 집의 가장인 빙리는 그녀들이 그렇게 빨리 떠난다는 사실에 대해서 아쉬워하면서, 그렇게 하면 몸에 좋지 않으며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다고 제인을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제인은 떠나기로 한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다씨에게는 자매가 떠나는 게 반가운 뉴스였다. 왜냐하면 그는 엘리자베스가 이미 네더필드에 충분히 오래 머물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다씨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그의 마음을 사로잡아버렸다. 그리고 캐롤라인은 엘리자베스에게 함부로 대했고, 다씨 자신에게도 놀리는 투로 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기가 엘리자베스를 흠모하고 있는 암시를 보일까 봐 조심하게 되었고, 그녀가 장래에 자기 자신의 행복을 주물럭거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지 않으려고 마음먹었다. 마지막 날의 행동이 그녀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확신시켜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그는 토요일 하루 종일 그녀에게 단 열 마디도 건네지 않았고, 그들 둘만 있는 시간이 반 시간 정도 있었지만 책에만 몰두한 채 그녀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일요일 아침에 식사가 끝난 뒤에 기분 좋은 작별이 이루어졌다. 캐롤라인은 제인에 대해서 애정을 갖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엘리자베스에 대한 좋지 않은 마음도 눈 녹듯이 사라졌다. 헤어질 때 제인에게는 롱본이든 네더필드든 다시 즐거운 마음으로 만나자고 하면서 다정하게 포옹을 했고 엘리자베스와도 악수를 하면서 헤어졌다. 엘리자베스도 즐거운 마음으로 모두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집에서는 어머니가 그녀들을 반기지 않았다. 베넷 여사는 깜짝 놀랐고 제인이 다시 감기에 걸릴 것이라고 했다. 아버지는 기쁨을 드러내놓고 표시하지는 않았지만 그녀들을 보는 게 반가웠다. 그녀들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제인과 엘리자베스가 없을 때는 저녁에 식구들이 모여도 활기가 없고 무의미했기 때문이다.

메리는 평소처럼 음악과 인간 본성에 대해서 연구했고 남을 칭찬하는 말이나 남의 도덕성을 표현하는 말도 연구하고 있었다. 캐서린과 리디아는 새로운 소식을 전해주었다. 지난 며칠 동안에 부대에서 일어난 많은 일을 말해주었다. 몇몇 장교들이 이모네 집에서 식사를 하고 졸병 한 사람이 매질을 당했으며 포스터 대령은 결혼하게 되었다는 소식들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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