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제1부 21~23

나단비 | 2024.01.27 07:00:56 댓글: 0 조회: 102 추천: 0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43418
제21장
 
 
 
콜린스가 청혼한 사건에 대한 논란은 이제 거의 끝이 났고, 엘리자베스는 그에 따르는 다소 불쾌한 감정이나 어머니가 이따금씩 뱉어내는 말만 참아내면 되었다. 콜린스로 말할 것 같으면 당황해하거나 우울해하거나 엘리자베스를 피하려 하지도 않았고, 다만 뻣뻣한 상태로 있거나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엘리자베스에게 말을 붙이지도 않고 주도면밀한 성격을 샬럿에게만 드러내 보였는데, 샬럿은 그의 말을 예의바르게 들어줌으로써 모든 사람을 구원해주었고 특히 그녀의 친구인 엘리자베스를 안도하게 만들어주었다.
이튿날에도 베넷 여사의 울적한 기분은 풀리지 않았고 건강도 호전되지 않았다. 콜린스는 자존심이 상해서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엘리자베스는 그가 그러한 불쾌감 때문에 방문 일정을 단축시키기를 바랐지만 그 부분에서는 전혀 변동이 없었다. 그는 토요일에 떠나겠다고 작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어떻든 머물 계획이었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에 베넷 집안의 딸들은 위컴이 돌아왔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그리고 그가 네더필드의 무도회에 참석하지 못한 것 등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기 위해서 네더필드로 나갔다. 그녀들이 네더필드에 도착했을 때 위컴이 나타났고 이모 집까지 동행해주었다. 이모 집에서 위컴은 자기가 무도회에 가지 못해서 얼마나 속이 상했는지 얘기했고, 여자들은 그가 오지 않아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등에 대해서 말했다. 그렇지만 위컴은 엘리자베스에게만은 자기가 가지 않은 이유가 일부러 자리를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시간이 점점 다가왔을 때, 내가 다씨를 만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했죠. 그처럼 오랜 시간 동안 한방에서 같이 있게 된다면 내가 참아내기가 아주 힘들었을 테고, 그런 장면을 보이면 다른 사람한테도 내가 부담만 될 것 같았죠.”
엘리자베스는 그에게 잘 처신했다고 칭찬해주었다. 롱본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위컴과 다른 장교 한 사람이 동행해주었다. 위컴은 걸어가면서 엘리자베스하고만 대화를 했는데, 두 사람은 그런 문제를 두고서 앞으로 충분히 논의할 시간이 있을 것이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위컴이 그녀들과 동행하면서 이제 다른 이점도 생겼다. 엘리자베스는 위컴이 자기를 배려해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고, 위컴을 아버지와 어머니께 소개할 기회도 갖게 되었다.
그녀들이 집으로 돌아온 직후에 제인한테로 편지 한 통이 배달되어 왔다. 네더필드에서 온 것이었다. 그 편지를 즉시 개봉해보았는데, 봉투 안의 편지지에는 여성 특유의 아름답고 유려한 필체로 쓴 작은 글씨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제인이 편지를 읽어 내려가면서 얼굴색이 달라지고 어떤 구절은 천천히 읽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윽고 제인은 평정을 되찾았고, 편지지를 밀쳐놓은 다음에 다른 사람들과의 활기 찬 대화에 끼려고 노력했다. 그렇지만 엘리자베스는 뭔가 불안한 점을 직감했고, 그래서 위컴마저도 그녀의 관심 밖으로 멀어졌다. 위컴과 그의 동료가 돌아가자 제인이 엘리자베스를 위층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그녀들의 방으로 들어간 후에 제인이 편지지를 꺼내면서 말했다.
 
“캐롤라인한테서 온 거야. 내용을 보고는 상당히 놀랐어. 지금 이 시간에 네더필드에 있는 모든 사람이 런던으로 가고 있다는구나. 그리고 다시 돌아올 기약도 없다는 거야. 한번 들어봐.”
그러고 나서 제인은 첫 번째 구절을 큰 소리로 읽어나갔다. 내용은 그들이 지금 빙리를 따라서 런던으로 곧장 가고 있으며 허스트의 집이 있는 그로스베너 가(街)에서 저녁 식사가 예정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그 뒤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여, 사실 그대와 헤어지는 걸 제외한다면 난 하트포드셔를 떠나는 데 대해서 전혀 아쉬울 것이 없답니다. 그렇지만 나중에라도 우리가 다시 옛날의 즐거웠던 시간을 함께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때까지는 자주 서신을 왕래하면서 이별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대가 기꺼이 그렇게 해줄 것으로 믿겠습니다.”
그러한 표현에 대해서 엘리자베스는 불신감만이 밀려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갑자기 떠나는 데 대해서 놀라기는 했지만 자신은 특별히 아쉬울 게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이 네더필드에 거주하지 않는다고 해서 빙리마저 오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그들과 자주 만날 수 없어서 생기는 허전함을 그녀의 언니는 빙리를 만나는 일로 달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 사람들이 떠나기 전에 언니가 볼 수 없었다는 점은 서운한 일이기는 하지. 그렇지만 캐롤라인이 언니하고 자신이 앞으로 올케와 시누이 사이로 새롭게 바뀌기를 바라고 있다고 간주하면 좋을 거 같은데. 그 사람들 때문에 빙리 씨까지 런던에 계속 머무를 일은 없을 거 아냐?”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에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캐롤라인은 이번 겨울에 아무도 하트포드셔로 오지 않을 거라고 확실하게 말하고 있다고. 내가 읽어줄 테니 들어봐. ‘어제 우리 오빠가 런던으로 떠날 때는 3, 4일 지나면 일이 마무리될 것으로 생각했었답니다. 그렇지만 우리 생각대로 되지 않았고 오빠도 일단 런던에 도착하면 다시 다른 곳으로 급히 가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오빠가 호텔에서 혼자 쓸쓸히 지내지 않도록 우리가 따라가기로 했지요. 내가 아는 많은 사람들이 겨울을 런던에서 보내기 위해서 이미 그리로 가 있답니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여, 그대도 거기에 동참하고 싶어 한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렇지만 그걸 바라는 건 무리겠죠. 하트포드셔에서 맞이하는 크리스마스가 온갖 즐거움으로 넘쳐나길 빌고요, 우리가 떠나는 것 때문에 당신의 기분이 상하지 않았으면 하고 진심으로 바라고 있답니다.’” 이어서 제인이 다시 말을 이었다. “이걸로 그 사람들이 이번 겨울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게 분명해 보이지.”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건, 캐롤라인은 자기 오빠가 이곳으로 와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점이지.”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건 그 사람 독자적으로 생각하는 거야. 넌 아직 모르고 있어. 내가 특별히 신경 쓰이는 부분을 읽어줄게. 너한테 감출 건 아무것도 없어. ‘다씨 선생님은 여동생을 아주 보고 싶어 하고요, 사실 우리도 그에 못지않게 보고 싶어 하고 있답니다. 미모나 우아함이나 교양 면에서 다씨 선생님의 여동생인 조지아나에 비할 사람이 없을 거예요. 그리고 그 여동생이 우리에게 특별히 소중한 이유는 그녀가 앞으로 우리의 올케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랍니다. 그 문제에 관해서 내가 그대에게 얘기해드린 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떠나는 마당에 말해야 되겠고, 그대도 그게 얼토당토않은 얘기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 믿어요. 우리 오빠가 그 아가씨를 아주 흠모하고 있고 그쪽 집안에서도 우리만큼이나 두 사람의 결합을 원하는 상황에서 서로 가까운 곳에서 자주 만날 기회를 갖게 되는 거예요. 그리고 내가 우리 오빠의 동생이라고 해서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 오빠는 어떤 여자라도 반하게 할 만한 능력이 있지요. 이처럼 좋은 점을 갖추고 있고 방해받을 다른 아무 요인도 없는데 두 사람이 더 이상 미룰 필요가 있을까요?’” 그리고 다시 제인이 말을 이었다. “리지, 넌 이 부분을 어떻게 생각하니? 분명하지 않아? 캐롤라인은 내가 자기 올케가 되기를 기대하지도 바라지도 않는다는 점이 분명하지 않냐고. 오빠도 나한테 관심이 없다는 점을 확실히 알려주려 하고 있고, 내가 혹시라도 그 사람한테 관심을 갖고 있다면 일찌감치 포기하라고 말해주려는 게 아니겠어? 아주 친절하게 알려주는 거지. 다른 견해가 나올 수 있겠어?”
“물론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지. 내 생각은 완전히 달라. 한번 들어보겠어?”
“물론이지.”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어. 캐롤라인은 자기 오빠가 언니를 사랑한다는 점을 알고 있는데, 오빠가 다씨 여동생하고 결혼하기를 바라는 거지. 그래서 오빠를 붙들어두기 위해서 런던으로 따라가는 것이고, 언니한테는 자기 오빠가 언니한테 관심이 없다는 점을 알려주려고 하는 거야.”
제인은 머리를 가로저었다.
“정말이라고. 나를 믿어봐.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걸 본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언니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가 없다고. 내가 보기엔 캐롤라인도 그걸 모를 리가 없어. 그 여잔 바보가 아냐. 만약 그 여자가 다씨한테서 그 반만큼의 사랑이라도 발견했더라면 벌써 웨딩드레스를 주문했을 거라고. 그치만 현실은 이래. 우린 아주 부자도 아니고 신분도 높지가 않아. 그리고 그 여자가 다씨 여동생과 자기 오빠를 결혼시키려는 또 한 가지 이유가 있지. 일단 하나의 결혼이 성사된다면 두 번째는 더 간단히 이루어질 수 있거든. 아주 영리한 생각이지. 성공할 가능성도 있고. 캐서린 드 버그 여사네 딸만 방해되지 않는다면 말이지. 그치만 언니, 캐롤라인이 자기 오빠가 다씨의 동생을 아주 좋아한다고 말한다 해도, 언니를 좋아하는 빙리 씨의 마음이 화요일에 언니 곁을 떠날 때보다 덜하다고 생각할 순 없잖아. 그리고 빙리 씨가 언니 대신 다씨의 동생을 사랑하도록 설득할 능력이 있다고 볼 수도 없고.”
“캐롤라인에 대한 우리 두 사람의 생각이 같다면 네가 한 말로 내 마음이 편해질 수 있겠지. 그치만 네가 한 가정은 옳지 않아. 캐롤라인은 고의로 남을 속이는 사람이 아냐. 그러니까 내가 가질 수 있는 희망은 캐롤라인 자신도 속고 있다는 것뿐이야.”
“그 말은 맞아. 그보다 더 좋은 생각은 할 수 없을 거야. 왜냐면 내 말로는 언니가 위안을 찾을 수 없을 테니까. 그 여자가 속고 있다고 믿는 게 좋을 거야. 이제 언니도 할 만큼 했으니까 앞으로 더 이상 이 일로 괴로워하지 말라고.”
“근데 리지, 최선을 가정한다고 해도 말야, 그 사람 누이들이나 친구들이 모두 다른 사람과 결혼하기를 바라고 있는데 내가 그 사람하고 결혼한다고 해서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건 언니가 알아서 결정해야겠지. 신중하게 생각해볼 때, 누이들의 의견에 반해서 겪게 되는 불행이 그 사람하고 결혼함으로써 오는 행복보다 더 심하다고 여겨진다면 당연히 그런 결혼은 거부해야겠지?”
제인이 미소를 가볍게 지으면서 말했다. “너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그 사람들이 반대한다면 아주 슬픈 일이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결혼을 망설이지는 않으리라는 걸 너도 알고 있잖아.”
“물론 언니는 망설이지 않을 거야. 그러니 언니의 처지를 내가 동정해줄 수는 없지.”
“그치만 그 사람이 이번 겨울에 여기 아예 오지 않는다면 내 선택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거야. 6개월 정도면 수많은 일이 벌어질 수 있으니까.”
빙리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부분에 대해서 엘리자베스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은 단지 캐롤라인이 혼자서 속으로 생각하는 것에 불과하고, 그녀가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그녀의 오빠가 거기에 말려들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언니에게 강조해서 말해주었고, 그 말이 효과가 있는 듯하자 마음이 흡족해졌다. 제인은 때때로 낙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어떤 일에 의기소침해지는 성격이 아니었으므로 앞으로 빙리가 네더필드로 다시 돌아와서 자기의 모든 소망을 채워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조금씩 품게 되었다.
두 자매는 베넷 여사에게는 그 가족이 떠났다는 소식만 알려주면 되고, 빙리에 대해 말해서 어머니를 놀라게 할 필요는 없을 거라는 점에 합의했다. 그렇지만 어머니는 그 소식만으로도 크게 걱정하기 시작했고, 두 집안이 아주 가까워지려고 하는 시점에 그 사람들이 런던으로 떠나야 하는 일이 발생한 데 대해 너무 재수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애달파했다. 그렇지만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에, 이제 빙리가 다시 롱본으로 와서 식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모든 소요 사태는, 비록 베넷 여사가 빙리를 가족끼리의 식사에 초대한 것에 불과하지만 만찬 코스를 두 가지나 준비할 예정이라고 선언하는 걸로 매듭지어졌다.
 



제22장
 
 
 
베넷 집안의 사람들은 루카스 집안 사람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했는데, 그때도 샬럿은 콜린스의 모든 말을 잘 들어주는 호의를 보였다. 그래서 엘리자베스는 기회를 보아서 샬럿에게 “덕분에 저 사람 기분이 좋아진 걸로 보여.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고마워”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샬럿은 자기가 그런 도움이 되어서 좋다고 말했고, 자기 시간을 조금 희생해서 그런 이로움이 있다면 만족한다고 얘기해주었다. 아주 친근한 대답이었지만 샬럿의 생각은 엘리자베스가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러 있었다. 그녀는 콜린스가 이제 엘리자베스 대신 자기한테 청혼하게 하려는 뜻을 갖고 있었던 거다. 그러한 샬럿의 계획은 잘 풀려나갔다. 샬럿은 콜린스가 하트포드셔를 빨리 떠나야만 하지 않는다면 자기 뜻대로 되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의 예상과 다르게 콜린스가 밀어붙였다. 다음 날 아침에 그는 놀랄 만한 기지를 발휘하여 롱본의 집을 몰래 빠져나온 뒤에 루카스의 집으로 가서는 샬럿의 발 아래 무릎을 꿇었던 거다. 롱본의 집에서 나오면서 그는 사촌들의 눈길을 끌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만약에 그녀들이 본다면 틀림없이 자신의 계획을 눈치챌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로서는 일이 성사되기 전까지는 자신의 의도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물론 성공을 거의 확신했고 그러한 확신은 샬럿이 자기를 대하는 태도로 보아서 근거가 있기는 했지만, 수요일의 그 사건 이후로 전보다 자신감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받은 대접은 아주 고무적이었다. 샬럿은 콜린스가 자기 집으로 오는 모습을 2층의 창문을 통해 바라보고 있다가 즉시 밖으로 나가서는 우연히 길에서 마주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그렇지만 그 자리에 사랑의 고백이 기다리고 있는 줄은 그녀도 거의 짐작하지 못했다.
콜린스의 긴 얘기가 끝나자 최대한 빨리 모든 일이 양측에 만족스럽게 추진되었다. 그래서 그가 그 집에 들어가기 무섭게 자기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로 만들어줄 날짜를 언제로 정할지 알려달라고 열렬히 간청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런 문제를 갖고서 아직은 결정하기가 너무 이른 게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이러쿵저러쿵 미룰 생각은 여자 쪽에서도 전혀 없었다. 천성적으로 우둔함을 타고난 콜린스인지라 그의 구애 방식은 매력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었고, 그래서 여자 쪽에서도 구애 기간을 끌어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샬럿은 오직 남자의 재산이라든가 그런 형편만을 보고서 청혼을 수락하는 것이기 때문에 날짜가 아무리 당겨진다고 해도 상관이 없었던 거다.

그들은 곧바로 윌리엄 경과 루카스 여사의 동의를 구하게 되었다. 그리고 부모는 기꺼이 허락해주었다. 콜린스의 현재 조건만으로도 물려받을 재산 같은 게 별로 없는 샬럿에게는 아주 훌륭한 남편감이었으며, 앞으로 부자가 될 가능성도 있으니 정말 좋은 일이 틀림없었다. 이제 루카스 여사는 베넷이 앞으로 얼마나 더 살게 될지를 전보다 훨씬 더 관심을 갖고 점쳐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루카스 경은 콜린스 부부가 롱본의 저택을 소유하게 된다면 이제 세인트 제임스 궁에서 국왕을 알현하는 게 당연하다는 자기 의견을 피력했다. 간단히 말해서 루카스 집안의 온 가족은 각자 나름대로의 이유로 기뻐하고 있었다. 여동생들은 이제 자기들의 예상보다 한두 해 더 일찍 사교계에서 활동할 희망이 생겼고, 남동생들 입장에서는 누나가 언제까지나 노처녀로서 자기들에게 붙어 있을 가능성이 사라졌다.
샬럿 자신은 오히려 담담한 편이었다. 이제 목적을 달성하게 되었으므로 차분히 생각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아도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콜린스는 현명한 사람도, 호감을 주는 사람도 아니긴 했다. 그와 함께 있으면 따분했고 그녀에 대한 그의 애정은 상상적으로만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어떻든 간에 그는 그녀의 남편이 될 사람이었다. 그녀가 남자나 결혼에 대해서 아주 높이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결혼 자체는 항상 그녀의 목표였다. 교육은 잘 받았지만 재산은 별로 없는 여자로선 결혼이 명예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생활 대책이었고, 결혼이 가져다줄 행복감이 아무리 불확실하다고 해도 결혼이 가난에 대한 가장 나은 대비책임이 분명했다. 이제 그러한 대책을 확보했으니, 아무도 아름답다고 생각해주지 않는 여자로서는 아주 좋은 기회를 잡은 것이 분명해 보였다.
이번 일 때문에 벌어질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일은 엘리자베스가 경악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녀는 엘리자베스와의 우정을 아주 소중하게 여겼지만 이번 사건으로 엘리자베스가 자기를 비난하게 될 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자기 마음을 바꾸거나 하지는 않을 테지만 어쨌든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그녀는 자기가 직접 엘리자베스에게 말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콜린스에게 저녁때 롱본에 돌아가더라도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해놓았다. 물론 콜린스는 그렇게 하겠다고 연인으로서 약속했지만 그것을 지키는 일이 쉬운 건 아니었다. 롱본의 식구들은 그가 오랜 시간 보이지 않다가 돌아오자 모두 어디에 있었느냐고 물었고, 그래서 그는 솔직하게 말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기지를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성공한 사실에 대해서 실지로는 얘기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기 때문에 그런 욕구를 참아내는 데 커다란 인내력이 요구되었다.
콜린스는 다음날 일찍 떠나야 할 몸이어서 아침에 가족 모두에게 작별 인사를 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여자들이 잠들기 전에 떠나는 인사를 해두어야 했다. 베넷 여사는 아주 예의바르고 상냥한 태도로, 콜린스가 무슨 일로 아무 때든지 롱본을 방문하더라도 열렬히 환영해줄 것이라고 얘기해주었다.
“존경하는 아주머님, 제가 듣고 싶은 말씀만 해주시니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군요.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오게 될 것이라고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러한 일이 빨리 이루어지기를 바라지 않는 베넷이 이렇게 말해주었다.
“근데 그렇게 하면 캐서린 여사님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겠나? 후견인에게 잘못 보이는 것보담 우리하고의 관계를 소홀히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은데.”
“어르신, 그처럼 저를 염려해주시니 어떻게 감사드려야 할지 모르겠군요. 그치만 제가 그 여사님의 허락을 받지 않고 일을 저지르는 일은 없을 겁니다.” 콜린스가 응수했다.

“최대한으로 주의하는 게 좋을 걸세. 여사님에게 잘못 보이는 일은 절대 하지 말게나. 우리 집을 다시 방문한다면 그분이 좋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그냥 자네 집에서 그대로 있는 게 낫지 않을까 싶네.”
“절 믿어주십쇼, 어르신. 그처럼 정성 어린 충고를 해주시는 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염려해주시는 것하고 제가 여기 머무르는 동안 여러 가지로 잘해주신 점에 대해서 조만간 신속히 편지를 올리겠습니다. 엘리자베스를 비롯해 제 아름다운 사촌들에게는, 아마도 제가 머지않아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높지만 모두 그동안이라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빌 뿐입니다.”
숙녀들도 인사를 하고는 물러갔다. 그가 다시 신속히 방문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는 말에 모두가 놀랐다. 베넷 여사는 그가 엘리자베스 밑의 동생들 중 하나에게, 특히 메리에게 관심을 두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메리는 다른 자매들에 비해 콜린스를 높이 평가하면서 그가 건전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보았으며, 비록 자신만큼 현명하지는 못하지만 자기를 본받아서 부지런히 책을 읽고 교양을 쌓으면 자신에게 어울리는 훌륭한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지만 다음 날 아침에 그런 희망은 모두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샬럿이 아침 식사 후에 방문해서 엘리자베스와 단둘이 있을 때 그 전날 있었던 일에 대해서 모두 말했던 거다.
콜린스가 샬럿과 사랑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하루이틀 전에 엘리자베스의 뇌리를 스치고 가기는 했다. 그렇지만 샬럿이 콜린스를 부추길 가능성은 자기가 그렇게 하는 것만큼이나 희박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엘리자베스는 너무도 놀란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소리 질렀다.

“콜린스하고 결혼하기로 했다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샬럿은 그 이야기를 해주면서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 같은 노골적인 비난의 말에 어리둥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곧 마음의 평정을 되찾고 이렇게 응수했다.
“왜 그렇게 놀라는 거니? 콜린스 씨가 너한테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서 다른 여자한테도 성공하지 말라는 법이 있니?”
그렇지만 엘리자베스는 이내 이성을 되찾고 혼란을 극복해냈으며, 그 두 사람이 잘되기를 바라고 아주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는 말을 해주었다.
샬럿이 이렇게 말했다. “나도 네가 어떻게 생각할지 짐작하고 있었어. 아주 놀라는 게 당연하지. 최근까지도 콜린스는 네게 청혼을 했으니깐. 그치만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면 내가 잘했다고 여겨질 거야. 난 낭만적인 사람이 아냐. 한 번도 그런 여자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 난 단지 안락한 가정만 있으면 돼. 그리고 콜린스의 성격이나 사회적인 지위 같은 걸 고려해볼 때 난 우리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확신해.”
엘리자베스가 “물론 그럴 거야”라고 조용한 목소리로 응수했다. 그리고 얼마 동안 어색한 시간이 흐른 뒤에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샬럿은 오래 머무르지 않았고, 엘리자베스는 샬럿이 돌아간 후에 그 사실에 대해서 곰곰 생각해보았다. 그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그러한 만남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데 긴 시간을 보냈다. 콜린스가 사흘 동안에 두 번이나 청혼한 사실이 이상한 일이기도 했지만, 샬럿이 그의 청혼을 받아들인 사실에 비하면 대수로운 게 아니었다. 결혼에 대해서 샬럿과 엘리자베스가 동일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엘리자베스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세속적인 이익을 위해서 샬럿이 모든 것을 제쳐놓을 수 있다는 점이 엘리자베스에게는 말도 되지 않는 걸로 간주되었다. 콜린스의 아내가 되는 샬럿이라, 이것은 정말 볼품없는 그림이었다. 그리고 자기 생각의 우둔함에 빠진 그 친구가 앞으로 받을 고통, 그리고 자신의 선택에서 절대 행복해질 수 없으리란 확신이 엘리자베스에게로 밀려오는 것이었다.
 
 
제23장
 
 
 
엘리자베스는 어머니와 동생들과 함께 앉아서 자기가 전해 들은 사실을 얘기해주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데, 딸의 부탁을 받은 윌리엄 경이 그 가족에게 소식을 전해주기 위해서 나타났다. 그는 두 집안이 결합하게 된 데 대해서 베넷 식구들에게 감사를 표하기도 하고 만족감을 나타내기도 하면서 그 얘기를 들려주었는데, 베넷 집안의 여자들은 그 말에 놀랐을 뿐만 아니라 아예 믿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베넷 여사는 예의를 따질 겨를도 없이 루카스 경이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말했고, 항상 제멋대로 굴고 예의도 없는 리디아는 거침없이 이렇게 내뱉었다.
“어이구, 아저씨,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으세요? 콜린스는 리지하고 결혼하고 싶어 하는 거를 모르시나요?”
궁중의 예의를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러한 말에 화를 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점잖은 루카스인지라 잘 참아내었다. 그래서 자기가 하는 말이 모두 진실이라는 점을 알아달라고 하면서도 그는 인내심을 발휘하여 여자들의 무례함을 견디어냈던 것이다.
 엘리자베스는 그러한 상황에서 루카스 경을 편들어주는 게 자기의 의무라고 생각하여, 자기가 이미 샬럿에게 들은 말을 해주면서 그의 말이 사실이라는 점을 확인해주었다. 그런 다음 윌리엄 루카스 경에게 찬사의 말을 해줌으로써 어머니와 동생들의 입을 막아버렸고, 제인도 엘리자베스를 따라 했다. 엘리자베스는 그러한 결혼으로 샬럿이 행복해질 것이라고 말하면서 콜린스의 인격도 칭찬해주었고, 헌스포드가 런던에서 가까워서 여러 가지로 편리할 거라는 점 등에 대해서 얘기해주었다.
베넷 여사는 너무도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윌리엄 루카스 경이 머무르는 동안에 제대로 말을 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그가 떠나자마자 그녀의 성질이 폭발하게 되었다. 우선, 그녀는 그 얘기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둘째, 콜린스가 사기당했다고 했다. 셋째, 그 두 사람은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고 했다. 넷째, 그 언약이 깨질 거라고 했다. 그렇지만 그 전체 사건에서 두 가지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하나는 엘리자베스가 그 모든 재앙을 불러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두가 자기 자신을 너무나 푸대접한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 두 가지 점에 대해서 그날 종일 푸념을 해댔다. 아무것도 그녀를 달래줄 수 없었고 아무도 그녀를 위로해주지 못했다. 그날 하루 종일 그녀의 분이 풀리지 않았다. 엘리자베스에게 욕을 하지 않고 대하는 데는 1주일이 걸렸고, 윌리엄 루카스 경이나 그의 부인에게 무례하지 않게 구는 데는 한 달이 걸렸으며, 그들의 딸인 샬럿을 용서하는 데는 여러 달이 걸려야 했다.
베넷은 이번 일에 대해서 아주 차분한 모습을 보였고 일이 잘 풀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현명한 여자라고 생각하던 샬럿이 자기 아내만큼이나 어리석게 보였고, 엘리자베스보다는 더 어리석어 보인 점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제인은 콜린스와 샬럿의 결합에 다소 놀랐다고 했다. 그렇지만 자기가 놀랐다는 점은 내색하지 않은 채 두 사람의 행복을 빈다는 말을 더 많이 해댔다. 엘리자베스는 두 사람이 행복해질 수 없을 거라고 제인을 설득하려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키티와 리디아는 콜린스가 단지 목사에 불과하다면서, 자기들은 그러한 결합을 절대 부러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녀들에게는 그 사건이 단지 메리튼에서 소문을 퍼뜨리는 하나의 뉴스에 지나지 않았다.
루카스 여사는 자기 딸이 잘 결혼하게 되었다는 점을 말함으로써 베넷 여사에게 약을 올리는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다. 평소보다도 더 자주 롱본을 방문했고, 베넷 여사의 심술궂은 기질 때문에 기가 죽을 수도 있을 테지만 거기에 연연하지 않고서 자기 딸이 잘 결혼하게 되어 자기가 얼마나 행복한지 등에 대해 말해서 베넷 여사를 자극했던 거다.

이제 엘리자베스와 샬럿은 서로 그 사건에 대한 언급을 자제함으로써 신중을 기하고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자신과 샬럿 사이에 앞으로 다시는 예전과 같은 신뢰가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느꼈다. 샬럿에 대한 실망감으로 이제 엘리자베스는 제인에게로 더 기울게 되었다. 자기 언니의 굳건함이나 우아함에 대해서는 의심을 가질 수가 없었다. 이제 언니의 행복에 대해서 더 조바심이 일게 되었다. 왜냐하면 빙리가 런던으로 간 지 1주일이 지났지만 그가 돌아올 거라는 소식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제인은 캐롤라인에게 일찍 답장을 보냈고 다시 그녀에게서 편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콜린스가 약속한 편지는 화요일에 도착되었다. 베넷에게로 온 것이었는데, 한 열두 달 동안은 묵었다 간 사람에게서 받을 만한 온갖 감사의 말이 담겨 있었다. 그처럼 말을 늘어놓은 뒤에 자기가 베넷 집안의 가까운 이웃인 샬럿의 애정을 얻게 되었다고 써나갔다. 그러고선 자기가 롱본에서의 초대에 기꺼이 응했던 이유는 단지 샬럿을 다시 만나기 위한 기대감 때문이었다고 하면서 2주일 후 월요일에 다시 방문하기를 희망한다는 말을 적었다. 왜냐하면 캐서린 여사가 자기의 결혼식을 최대한 빨리 치르기를 바라고 있으며, 샬럿 역시 자기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로 만들어줄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빠른 날짜를 잡게 될 것이라고 자기는 확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콜린스가 하트포드셔를 다시 방문한다는 소식은 더 이상 베넷 여사에게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 이제 오히려 남편보다도 콜린스에 대해서 불만을 더 드러내 보였다. 콜린스가 윌리엄 루카스의 집으로 가지 않고 롱본으로 오는 건 얼토당토않고 콜린스가 온다면 아주 번거롭고 귀찮을 뿐이라고 했다. 자기 몸이 불편한데 그 사람이 오는 게 아주 싫다고 했다. 그리고 연인들이라는 건 이 세상에서 가장 꼴불견이라고 했다. 그처럼 불평을 해댔는데, 빙리가 계속해서 안 나타나는 데 따른 걱정이 앞설 때만 불평이 잠잠해지곤 했다.
그 일에 대해서는 제인도, 엘리자베스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빙리가 겨우내 네더필드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말만이 메리튼에 퍼져 있었으며, 빙리에 대한 다른 어떤 소식도 들리지 않은 채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그러한 소식에 베넷 여사는 화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고 말도 되지 않는 소문이라고 반박하기만 했다.
엘리자베스조차도 이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빙리가 무관심해졌을까 봐 걱정된 게 아니라 그의 누이들이 빙리를 제인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데 성공한 게 아닌가 생각되는 것이었다. 그러면 제인의 행복은 깨져버리고 빙리의 명예에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 되겠지만 그런 생각이 끊임없이 밀려드는 것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매정한 그 두 누이와 빙리의 친구인 다씨의 힘이 합쳐지고 다씨의 여동생의 아름다움이나 런던의 즐거움이 더해진다면 아무리 제인에 대한 빙리의 사랑이 강렬하다고 해도 소용이 없을 걸로 생각되었다.
제인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러한 두려움이 엘리자베스보다도 물론 강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자신의 어떤 느낌이라도 감추려고 했고, 따라서 그녀와 엘리자베스 사이에는 그런 얘기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한 섬세함이 없는 베넷 여사는 틈만 나면 빙리에 대해서 언급했고, 그가 돌아오지 않는다고 신경질을 냈으며, 제인에게는 만약 빙리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건 그 사람이 제인을 이용해먹은 데 불과하다며 그녀를 핍박하는 것이었다. 제인처럼 차분한 성격의 사람이 아니라면 그러한 다그침을 견디기가 아주 힘들었을 것이다.

콜린스는 정확히 2주일 후에 다시 롱본을 방문했는데, 첫 번째 방문 때보다는 환영을 받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는 다른 일로 들떠 있었기 때문에 그 집에서 환대를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구애받지 않았다. 게다가 연애 사건으로 인해서 그가 롱본에서 박혀 지내는 시간이 길지 않았기 때문에 그 집안 사람들에게는 다행스런 일이었다.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루카스의 집에서 보냈고, 롱본으로 돌아왔을 때는 그 식구들에게 자기가 늦게 와서 미안하다는 소리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시간만 남겨놓는 일이 많아졌다.
베넷 여사는 아주 비참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 콜린스가 연애에 빠진 사건이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울적해졌는데, 외부 사람들하고 마주칠 적마다 그 사실에 대해서 그들이 이러쿵저러쿵 말을 하는 것이었다. 이제 샬럿을 보기만 해도 역한 마음이 솟아났다. 샬럿이 자신의 집을 나중에 이어받게 된다는 사실 때문에 분한 마음이 들었다. 샬럿이 자기 집에 놀러 오는 것만 보아도 그 애가 자신의 재산을 물려받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걸로 생각되었다. 그리고 샬럿이 콜린스와 작은 목소리로 얘기하는 모습만 보아도 앞으로 베넷이 죽게 되었을 때 자기 집에서 자기와 자기 딸들을 쫓아내버리는 것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남편에게 그런 점에 대해서 불평을 늘어놓았다.
 
“정말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어요? 샬럿이 이 집 주인이 되고 난 그 애 때문에 쫓겨나고, 그 애가 나 대신 이 집을 차지하는 사태가 어떻게 일어날 수 있냐고요?”
“당신, 그렇게 나쁘게만 생각지 않는 게 좋겠소. 좀 더 좋은 쪽으로 생각해봅시다. 내가 당신보다 더 오래 살 수도 있잖소?”
이 말은 위안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베넷 여사는 거기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그 전에 하던 말만 되풀이하는 것이었다.
“그 사람들이 우리 걸 모두 가져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콜린스네가 우리 재산을 차지하지만 않는다면 난 뭐든 참을 수 있어요.”

“뭘 참을 수가 있단 말이오?”
“다른 건 모두 견뎌낼 수 있다고요.”
“그 통에 당신 머리가 잘 돌아가게 됐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으면 되지 않소.”
“난 콜린스네가 우리 딸들 대신 상속받는 거에 관해서 정말 고맙게 여길 수가 없다고요. 우리한테 딸이 있는데도 재산을 빼앗아가도록 만들어진 제도를 내가 어떻게 이해하겠냐고요? 그것도 콜린스 같은 사람한테 뺏기다니. 왜 그 사람이 우리 재산 대부분을 가져야 되느냐고요.”
“당신 맘대로 생각하구려”라고 베넷이 대꾸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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