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제2부 13~14

나단비 | 2024.01.28 10:30:52 댓글: 0 조회: 131 추천: 0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43602
제13장
 
 
 
엘리자베스는 다씨에게 편지를 받을 때 그가 다시 청혼하는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그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짐작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편지의 내용이 그러했으므로 그녀가 얼마나 편지를 유심히 읽어내려갔으며, 얼마나 복잡한 감정을 느꼈는지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편지를 읽어내려갈 때 그녀는 말할 수 없이 착잡한 감정을 느꼈다. 처음에 그녀는 그가 변명할 무엇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놀랐다. 그런다고 해도 그가 수치감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라면 어떤 설명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느꼈다. 그녀는 그가 무슨 소리를 하려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네더필드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그가 하는 이야기를 읽어나갔다. 읽는 데 너무 열중한 나머지 문장의 내용이 이해되지 않았고, 다음 문장에서 나올 말이 너무 기다려져서 앞의 문장에서 하는 말을 제대로 파악할 수도 없었다. 언니가 무신경적으로 보였다는 그의 주장은 즉시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으로 치부해버렸고, 그가 그 결혼에 반대한 진짜 이유라고 하는 것은 그녀를 너무 화나게 만들었기 때문에 그가 옳은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사라지게 만들어놓았다. 다씨는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서 그녀를 만족시킬 정도의 어떤 유감의 말도 하지 않았다. 문투에도 참회하는 구석이 없고 오히려 거만해 보였다. 오만이나 무례함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던 거다.

그리고 위컴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는데, 그녀는 이제 비교적 덜 흥분된 상태에서 일련의 사건에 대한 설명을 읽어나갈 수 있었다. 만약 그것이 진실이라면 자신이 위컴에 대해서 가졌던 모든 견해를 뒤집어버릴 만한 내용이었다. 또한 그것이 위컴 자신이 직접적으로 한 말과 아주 유사했기 때문에 그녀는 고통스럽고 어떤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에 휩싸이게 되었다. 놀라움, 두려움, 심지어 공포감이 그녀에게 밀려드는 것이었다. 그것을 전적으로 부정하고 싶었고 속으로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이건 거짓이야! 그럴 리가 없어! 아주 비겁한 거짓이라고!’ 그녀는 편지를 다 읽고 난 다음에도 맨 뒤에 있는 한두 페이지의 내용을 파악할 수 없었으며 그것을 황급히 내동댕이치고 다시는 보지 않을 거라고, 그것에 대해서 고려해보지도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

그녀는 이처럼 흥분된 상태에서 생각의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이리저리 걸어다녔다. 아무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 30분도 지나지 않아서 다시 편지를 펼쳐 들었고, 최대한으로 마음을 진정하고서 위컴에 관련된 부분을 다시 꼼꼼히 읽어가면서 문구 하나하나의 의미를 음미해보았다. 위컴과 펨벌리 집안 사람들의 관계에 대한 설명은 위컴이 한 말과 정확히 일치되었다. 다씨 아버지의 선량한 면에 대한 다씨의 말은, 그 편지를 읽기 전까지는 그 정도를 알 수 없었지만 위컴이 한 말과 다르지 않았다. 거기까지는 두 사람이 서로 상대방의 말을 확인시켜주고 있었다. 그런데 유언의 부분에 이르러서는 차이가 아주 컸다. 목사 직책에 대해서 위컴이 한 이야기가 아직도 그녀의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었고 그가 한 말 하나하나를 모두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둘 중 한 사람은 완전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 그녀는 잠시 동안은 자기가 잘못 생각한 게 아니라고 간주했다. 그렇지만 위컴이 목사 직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는 대가로 3천 파운드라는 금액을 받았다는 부분을 읽고 또 읽어본 결과 이제는 주저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편지를 접어두고서 공정한 생각으로 모든 상황을 판단해보고자 각각의 주장에 대해서 따져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양쪽 모두가 자기주장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다시 편지를 읽어내려갔다. 그렇지만 자신이 지금까지 믿고 있던 것에 반해서 하나하나의 문장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은, 어떤 설명으로도 파렴치하다고 여겨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오던 다씨의 행동에 대해서 오히려 사건 전체는 그에게 아무 죄가 없다고 해석될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위컴이 낭비를 일삼고 방탕한 생활을 해왔다고 다씨가 주저 않고 말한 점은 그녀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녀에게 그런 주장이 부당한 것이라고 판단할 만한 근거가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위컴이 메리튼의 부대에 들어가기 전에 어떤 생활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고, 그 부대에 들어간 것도 런던에서 우연히 만난 어떤 사람의 소개로 그렇게 되었다는 얘기 외에는 들은 것이 없었다. 그의 그 전 생활에 대해서는 그가 스스로 이야기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트포드셔에서 알려진 게 없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그녀가 직접 알아볼 수 있는 입장이었다고 하더라도 사실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의 용모나 목소리나 매너만 보고서 그가 좋은 사람이 분명하다고 성급하게 단정해버렸던 것이다. 그가 다씨의 공격으로부터 자기를 방어할 수 있는 어떤 선량한 행동을 한 적이 있는지, 정직하거나 자비로운 마음씨를 베푼 일이 있는지를 회상해보려고 했다. 만약 그렇다면 다씨가 비난한, 여러 해에 걸친 그 사람의 나태함이나 사악함이 선량한 사람에게도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일반적인 실수로 간주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런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는 그 사람의 매력적인 몸매나 태도를 즉시 그려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주위 사람들이 그를 좋게 생각하고 있다거나 그가 뛰어난 처신술로 많은 사람들의 호감을 샀다는 점 외에 실질적인 미덕을 기억해낼 수는 없었다. 이 대목에서 한동안 생각해본 다음에 그녀는 다음 구절을 읽어나갔다. 그런데! 그가 재산을 노리고 다씨의 여동생을 꼬드긴 대목은 바로 어제 아침에 엘리자베스 그녀가 피츠윌리엄 대령과 나눈 대화의 내용과 일치했다. 그리고 다씨는 피츠윌리엄 대령에게 자기가 한 말이 모두 사실인지를 확인해보도록 요청하고 있었다. 피츠윌리엄 대령이 이미 다씨 자신의 일에 깊이 관여되어 있다는 말을 전에 했었는데 그의 인격에 대해서 그녀는 아무런 의심을 품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그 사람에게 물어보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되면 얼마나 어색해질까 우려되어 주저하게 되었고, 다씨가 만약 사촌이 자기 말을 입증해줄 것이라는 자신감이 없었다면 그런 얘기를 썼을 리 만무하다고 생각되어 그에게 물어보는 일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녀는 필립스의 집에서 위컴과 처음으로 만난 날 저녁때 그 사람과 나누었던 대화 내용에 대해서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가 했던 많은 표현들이 아직도 그녀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었던 게다. 그것을 돌이켜볼 때, 처음 만난 사람에게 그런 식의 얘기를 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점을 이제야 지각하게 되었고 자기가 이전에는 그런 점을 깨우치지 못한 사실이 의아스럽게 생각되는 것이었다. 그가 자신을 과시하는 것도 적절하지 못한 행동이었고 그가 한 말이 그의 행동과 일치하지도 않았다. 그는 다씨를 만나는 게 두렵지 않고, 다씨가 자신을 피해서 그 고장에서 떠난다고 하더라도 자기는 꼼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그 다음 주에 네더필드에서 열린 무도회를 그가 피해버렸다. 그리고 네더필드의 사람들이 떠나기 전에는 자기 이야기를 그녀 말고는 다른 사람들한테 하지 않았지만 그들이 떠나버리자 어디서나 얘기를 해댔으며, 다씨의 부친에 대한 존경심 때문에 그 아들에게 해로운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에 반하여 다씨를 뭉개버렸다는 점을 기억할 수 있었다.

이제 위컴과 관련되었던 모든 일이 아주 다르게 보이는 것이었다. 그가 킹이라는 여자에 대해서 관심을 보인 것은 오직 돈 때문이었다는 점이 드러났다. 그녀의 재산이 아주 많지 않다는 사실을 통해 그가 욕심이 별로 없는 것이 아니라 그가 어느 누구든 잡고 늘어지려는 사람이라는 점도 드러났다. 이제는 그 사람이 자기에게 관심을 보였던 점도 의심스러워졌다. 그 사람이 그녀의 재산에 대해서 잘못된 정보를 갖고 있었거나, 아니면 이제야 그녀가 깨달은 것이지만, 그녀 자신이 너무 헤프게 호감을 보이도록 유도하여 자신의 허영심을 만족시키고 있지 않았나 하고 생각되었다. 이제 그 사람에 대한 호감이 점점 더 약해져갔다. 그리고 다씨의 입장을 변호해주는 일이 계속 생각났는데, 전에 제인의 질문을 받고서 빙리는 위컴과의 일에서 다씨가 잘못한 점이 없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그녀가 다씨를 알게 된 이후로, 또한 최근에 그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동안에 그 사람이 무원칙하고 부정직한 사람이라거나 종교적 또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은 사람이라고 여길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는 점도 생각해낼 수 있었다. 그가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존경을 받고 있고, 위컴조차도 그가 오빠로서는 훌륭한 사람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가 자기 동생에게는 아주 다정다감하게 대해주고 있다는 얘기를 익히 들어왔던 것이다. 그가 위컴이 말한 대로 행동한 게 사실이라면 세상 사람들이 모르고 넘어갈 리 없을 게다. 그리고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빙리처럼 상냥한 사람과 친구가 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이제 그녀는 자기 자신을 창피스럽게 여기지 않을 수 없었다. 다씨나 위컴에 대해서 자신이 그토록 눈이 멀었고 편파적이었으며 터무니없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게다. 그녀는 혼자 이렇게 중얼거렸다. “내가 정말 어리석었군! 판단력만큼은 자신 있었는데! 내 능력에 대해서 아주 자부심을 갖고 있었는데! 내 언니는 너무 솔직해서 탈이라고 놀려댔고, 난 남을 의심해가면서 자만심에 싸여 있었군. 이제야 모든 걸 알게 되다니 얼마나 창피한 노릇이야! 하긴 창피스러운 것도 당연하지! 남자하고 사랑에 빠졌다고 하더라도 이처럼 눈이 멀지는 않았을 거야. 처음 만났을 때 한 사람은 나한테 호감을 보여줬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고, 다른 한 사람은 나를 무시해버렸기 때문에 기분이 나빠져서, 난 그 두 사람에 대해서 선입관과 무지만을 갖게 됐고 이성은 발로 차버린 거지. 지금 이 시간까지 난 내 자신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던 거라고.”

그런데 자신의 문제에서 제인으로, 그리고 제인에서 빙리로 이어지는 생각을 해보다가, 그녀는 최소한 이 부분에서는 다씨의 설명이 불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편지의 그 부분을 다시 읽어보았다. 그러자 결과는 아주 달라졌다. 다씨는 그녀의 언니에게 진정한 애정이 없다고 말했는데, 그 부분과 관련해서는 이전에 샬럿이 한 말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제인에 대한 다씨의 설명이 공정하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제인의 감정은 열렬했지만 겉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나지 않은 게 사실이었고 제인의 태도나 매너가 누구에게나 싹싹했기 때문에 커다란 느낌을 가져다줄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자기 가족이 언급된 구절에 이르자 그녀는 그러한 비난 때문에 심각한 수치심을 느꼈다. 그의 비난은 정당했기 때문에 부인할 수가 없었고, 네더필드의 무도회에서 있었던 일들을 다씨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했는데, 사실 그녀 자신도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다씨가 그녀와 제인에 대해서 칭찬한 말이 조금 위로가 되기는 했지만, 나머지 가족들에 대한 비난으로 뒤틀어진 그녀의 마음을 달래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제인이 지금 이런 상태에 이른 이유가 자신의 가족들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자신과 언니에 대한 평가가 가족들에 의해서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 생각하자 전에 느낄 수 없던 울적함이 그녀에게 밀려드는 것이었다.

오솔길을 따라서 두 시간 동안 걸어다니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이런저런 가능성에 대해서 타진해보며 이리저리 다른 방도를 찾아보다가, 너무나도 갑작스런 변화로 피로가 몰려왔고 너무 오랫동안 밖으로 돌아다녔다는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제는 평소대로 쾌활한 기분을 유지할 것이고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를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서 울적한 마음은 접어둬야 한다는 생각으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자신이 없는 동안에 로싱스 저택의 두 남자가 찾아왔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다씨는 그녀에게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서 단 몇 분 동안만 기다리다가 갔지만, 피츠윌리엄 대령은 한 시간 이상 앉아서 기다리다가 정원으로 그녀를 찾아나서려는 생각까지 했다는 것이다. 엘리자베스는 그 사실에 대해서 어쩔 수 없이 걱정하는 척했지만, 사실 속으로도 잘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피츠윌리엄 대령은 그녀의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던 거다. 그녀는 오직 편지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었다.
 



제14장
 
 
 
두 신사는 다음 날 오전에 로싱스 저택을 떠났다. 그들과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문지기 집에서 기다리고 있던 콜린스는 그 두 사람이 로싱스 저택에서 아쉬운 작별을 한 뒤 이제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그곳을 떠났다는 소식을 갖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에 그는 캐서린 여사와 그 딸을 위로해주기 위해서 로싱스 저택으로 갔다. 그리고 두 사람이 가버린 후에 너무나 서운한 마음을 달래지 못한 캐서린 여사가 콜린스네 사람들하고 식사나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는 좋은 뉴스를 갖고 집으로 왔다.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마음만 달리 먹었더라면 지금쯤 장래의 조카며느리의 자격으로서 배알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캐서린 여사를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또한 그녀가 그 소식을 접했다면 얼마나 분개했을까 생각하니 속으로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뭐라고 말했을까? 저 사람이 어떻게 나왔을까?’ 등등의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사람들의 첫 번째 얘깃거리는 로싱스의 사람들이 줄어들었다는 점이었다. 캐서린 여사가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가버리니 집 안이 텅빈 것 같군. 나만큼 사람들이 없는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도 없지. 내가 두 젊은이한테 특별한 애정이 있기도 하지만, 그들도 날 극진히 생각해주고 있어. 둘 다 가기 싫어하는 눈치더라고. 항상 그렇긴 하지만서도. 대령은 그래도 끝까지 잘 견디어줬는데 다씨는 작년보다도 더 떠나길 싫어하는 것 같더라고. 우리 집에 갈수록 더 애착이 가나 보더군.”

콜린스가 그 말에 동의해주었고 거기에 캐서린 여사와 그 딸은 미소로 응대해주었다.

저녁 식사가 끝난 후에 캐서린 여사는 엘리자베스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은데, 그녀가 롱본으로 돌아가기가 아쉬워서 그러는 것 같다고 자기 나름대로 해석했다.

“만약 그렇다면 아가씨가 어머니한테 편지를 써서 좀 더 있다 가겠다고 하면 되겠군. 콜린스 여사도 아가씨가 더 있다 가기를 바랄 테니까.”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그치만 그렇게 할 수 없는 형편이에요. 다음 토요일에는 런던에 도착해 있어야 한답니다.” 엘리자베스가 응수했다.

“겨우 6주간만 있다가 가는군. 두 달은 머무를 줄 알았는데. 아가씨가 오기 전에 내가 콜린스 여사한테 그렇게 말했었지. 그렇게 서둘러 가야 할 필욘 없을 거야. 아가씨 어머니도 한 2주간만 더 있다가 와도 된다고 할 텐데.”

“그치만 아버지는 그렇지 않으실 거예요. 지난주에 편지할 때도 빨리 돌아오라고 그러셨어요.”

“어머니만 허락한다면 아버지도 동의하실 테지. 아버지한테 딸들이 그렇게 소중할 리가 있을라고. 만약 한 달 더 머문다면 내가 두 아가씨 중 하나를 런던까지 태우고 갈 수 있어. 6월 초에 런던으로 가서 한 1주일 있다가 올 예정이니까. 마부는 앞에 앉아서 가도 될 테니 두 사람 중 하나를 태우고 갈 수 있다고. 그리고 만약에 날씨가 서늘하다면 두 사람 몸집이 크지 않으니까 둘 다 태우고 갈 수도 있어.”

“친절한 말씀 감사합니다. 그치만 전 원래 계획대로 움직여야 하거든요.”

캐서린 여사는 체념하는 듯 보였다.
 
“콜린스 여사, 하인을 하나 딸려 보내도록 하지. 두 젊은 여자가 대동하는 사람도 없이 이동하는 건 옳지 않다는 게 내 지론이야. 어떻게든 사람을 딸려 보내라고. 절대 그렇게 해야 돼. 젊은 여자는 적절한 보호를 받아야 하는 거라고. 작년 여름에 내 조카 조지아나가 램스게이트로 갈 때도 난 하인 두 사람을 대동해 보내야 한다고 했지. 펨벌리의 작고한 다씨 부부의 고명한 딸이 아무런 격식도 갖추지 않고서 사람들 앞에 나타나면 안 된다고 했지. 난 그런 일엔 항상 신경을 써준다고. 콜린스 여사, 존에게 얘기해서 저 사람들과 함께 가달라고 그러라고. 이런 말을 제때 해줄 수 있어서 다행이야. 여자들끼리만 보낸다면 체면이 안 선다고.”

“제 외숙께서 하인 하나를 보낼 예정이랍니다.”

“아, 외숙께서? 하인이 있나 보군. 그런 배려를 해줄 만한 친척이 있어서 다행이야. 말은 어디서 바꿔 갈 건가? 브롬리에서 바꿔야겠군. 거기 벨이라는 음식점에서 내 얘기를 하면 잘해줄 거야.”

캐서린 여사는 두 여자가 떠나는 일에 대해서 그 외에도 이런저런 얘기를 했고, 그런 얘기를 주의 깊게 들어줘야만 했다. 그게 엘리자베스로서는 다행으로 여겨졌다.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다른 생각으로 머리가 어지러워서 자기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것이기 때문이었다. 복잡한 생각은 혼자 있을 때 해야 되는 것이다. 혼자서 조용히 산책하지 않는 날이 하루도 없었고 그녀는 이제 다시 불유쾌한 생각에 빠져들었다.

다씨의 편지에 대해서는 이제 거의 외울 정도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문구 하나하나를 뜯어보았다. 그럴 때마다 그 편지를 쓴 사람에 대한 감정이 달라졌다. 그가 청혼한 순간을 기억해보면 아직도 화가 밀려왔다. 그렇지만 그녀 자신이 그 사람을 얼마나 부당하게 대우했는지 생각하면 자신에 대한 반감이 밀려왔다. 그의 낙담한 심정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가 애정을 보인 점에는 고마운 마음도 들었고 그의 전반적인 인격에 대해서는 존경심도 들었다. 그렇지만 그 사람을 애정으로 맞아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자기가 청혼을 거절한 사실에 대해서 한 번도 후회해본 적은 없고 그 사람을 다시 보고 싶은 의향도 없었다. 그치만 자기가 전에 한 행동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후회감이 밀려왔다. 그리고 자기 가족들의 결함에 대해서는 수치감이 밀려왔다. 그것을 어떻게 고쳐나갈 도리도 없었다. 아버지는 가장 어린 딸들의 경솔한 면에 대해서는 다만 웃어넘기면서 시정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경박스런 그녀의 어머니는 그러한 사실에 대해서 인식하지도 못했다. 캐서린과 리디아가 천방지축으로 노는 것에 대해서 엘리자베스는 제인과 힘을 합쳐 고쳐보려고 자주 시도하곤 했다. 그렇지만 그와 동일하게 천박한 어머니가 옆에 있는데 어떻게 향상될 수 있겠는가. 의지도 약하고 성미도 급한 캐서린은 항상 리디아가 하자는 대로 했고 다른 사람이 충고라도 하면 화를 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기 멋대로 행동하고 경솔하기만 한 리디아는 남의 말을 듣는 것조차 싫어했다. 두 여자는 무식하고 방탕에 빠졌으며 허영심만 가득했다. 메리튼에 장교만 있다면 그곳으로 가서 농땡이 칠 것이고 메리튼이 롱본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한 언제까지 그곳으로 쏘다닐 것이다.

다른 한 가지 걱정거리는 제인의 일이었다. 다씨의 설명으로 이제 빙리를 다시 좋은 사람으로 보게 되었기 때문에 제인이 그런 사람을 놓친 게 더 아쉽게 느껴졌다. 빙리가 제인에게 보인 애정은 진지한 것으로 드러났고 그가 자기 친구를 맹목적으로 신뢰한 점을 빼면 그의 행동에 아무 비난할 거리가 없었다. 제인의 입장에서 그처럼 바람직하고 행복이 보장되는 결혼을 자기 가족의 우매함이나 천박함 때문에 날려버린다는 게 얼마나 비통한 일인가.

그런 생각에다가 위컴의 못돼먹은 성격까지 알게 됐으니, 전에 우울해본 적이 별로 없는 엘리자베스로서는 이제 명랑한 기분을 내보일 수도 없게 되었다.

마지막 주 동안에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로싱스 저택으로의 빈번한 방문이 이어졌다. 그리고 떠나기 전날 밤도 거기서 보냈다. 캐서린 여사는 여행에 대해서 이것저것 캐물었고 짐을 가장 효과적으로 싸는 방법을 알려주었으며 야회용 드레스를 꾸리는 단 한 가지 좋은 방법에 대해서도 일러주었는데, 그래서 마리아는 집으로 돌아가면 오전에 쌌던 짐을 풀어서 다시 싸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헤어질 시간이 되자 캐서린 여사는 그녀들에게 잘 떠나가라고 얘기했고 내년에 다시 헌스포드로 오라고 초대해주었으며, 그녀의 딸도 인사하고는 악수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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