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제3부 5~6

나단비 | 2024.01.29 10:12:44 댓글: 0 조회: 106 추천: 1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43878
제5장
 
 
 
마차가 그 고장을 벗어나고 있을 때 외숙이 이런 말을 했다. “엘리자베스, 내가 곰곰 생각해봤는데, 이제 난 네 언니의 판단대로 생각해주고 싶구나. 보호자나 친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상관인 대령의 집에 머무르고 있는 여자에게 나쁜 흉계를 꾸밀 것 같지는 않아. 좋은 결과를 나는 기대하고 있는데…… 리디아가 아는 사람들이 찾아나설 것으로 생각지 않을 수가 있겠냐고. 대령한테 그런 모욕적인 일을 저질러놓고서 다시 그 부대에서 인정받기를 기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야. 그런 위험을 감수할 만하다고 생각지 않을 거야.”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예요?” 엘리자베스가 응수했는데, 그녀의 마음이 잠시 동안 가벼워져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네 외숙하고 같은 생각이야. 품위나 명예나 그런 거를 모두 버리고 일을 저지를 거 같지는 않아. 난 위컴이라는 사람을 그렇게까지 나쁘게 보고 싶지 않아. 넌 그 사람이 그렇게 나쁜 일만 저지를 것으로 생각하는 거니?” 외숙모가 말했다.

“자기 이해타산이 걸린 문제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겠죠. 그치만 그의 성격을 보면 충분히 일을 저지를 만해요. 일이 좋게만 풀린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치만 전 그렇게 기대할 수가 없어요. 좋은 의도를 갖고 있다면 왜 스코틀랜드로 가서 결혼식을 올리지 않겠어요?”
“우선, 두 사람이 스코틀랜드로 가지 않았다는 증거가 없어.” 가드너가 말했다.

“마차를 바꿔 탄 점이 입증하잖아요. 그리고 스코틀랜드로 가는 길에서 두 사람의 흔적을 사람들이 발견할 수 없는 거예요.”

“좋아, 그럼 런던에 있다고 가정해보자. 단지 숨으려는 목적으로 거기 있을 수 있어. 두 사람 다 돈이 충분치는 않을 테고, 스코틀랜드에 있는 것보다는 런던에 있는 게, 그게 결혼식을 빨리 할 수는 없지만 돈을 덜 들이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

“근데 왜 그처럼 비밀리에 해야 하는 거예요? 발각될 것을 왜 겁내야 하는 건가요? 왜 자기들 둘이만 결혼식을 올리는 거예요? 그건 생각해볼 수 없는 문제예요. 위컴하고 가장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위컴에게 결혼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던 점을 제인이 보낸 편지에서 알 수 있잖아요. 위컴은 돈이 없는 여자하고는 절대 결혼할 사람이 아니에요. 그렇게 할 여유가 없을 거라고요. 리디아가 가진 거라고는 젊다는 것, 건강하다는 것, 재미가 있다는 것뿐인데 위컴이 돈 많은 여자하고 결혼할 기회를 차버리고 리디아를 선택할 리가 있느냐고요. 부대에서 자기의 나쁜 행실이 알려질까 봐 둘이 도망가지 못할 거라는 말을 전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렇게 되면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으니까요. 근데 외숙이 그 외 다른 면에서 저하고 의견이 다른 점에 대해서 전 외숙이 옳다고만 보지 않아요. 리디아는 남자 형제도 없어요. 그리고 위컴은 우리 아버지 사고방식으로 봐서, 가족들의 일이 어떻게 되든 별로 상관을 안 하는 아버지 성질로 봐서 자기네들 문제에 아버지가 관심을 두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을 거예요.”

“그치만 리디아가 다른 모든 문제는 접어버리고 그 사람을 사랑한다는 사실 하나로, 결혼식도 하지 않고 그 사람하고 산다는 생각을 해볼 수가 있니?”

“동생 체면이나 도덕심을 인정할 수 없다는 사실이 정말 마음 아프군요.” 이런 말을 하면서 엘리자베스는 눈물을 흘렸다. “그치만 어떻게 말해야 될지 모르겠네요. 내가 리디아를 잘못 판단하고 있는지도 모르죠. 그치만 걔는 아직 너무 어리고, 어떤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는 법을 배운 일이 없어요. 그리고 지난 반년간, 아니 1년간은 허영심하고 즐거움만 채우는 일에 몰두했어요. 경박스러운 짓만 하고 다녔고 자기 마음대로 놀아났어요. 군부대가 메리튼에 주둔한 뒤로 오직 장교들 쫓아다니는 일에만 골몰한 거예요. 오직 장교들하고 연애하는 것만 얘기하고 그 외엔 생각하는 게 없었다고요. 위컴은 그런 애를 사로잡을 만한 모든 매력을 지니고 있잖아요.”
“그치만 제인은 위컴을 동생하고 무작정 도망치는 짓을 할 만큼 나쁜 사람으로 보지는 않잖아?” 외숙모가 말했다.

“언니가 나쁘게 생각하는 사람이 어디 있기나 한가요? 과거에 아무리 나쁜 짓을 하고 다녔더라도 일이 명백하게 밝혀지기 전까지는 사람을 나쁘게 판단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요. 근데 위컴이 어떤 사람이라는 점을 제인도 나만큼 알고 있어요. 그 사람이 방탕하게만 살아왔다는 점을 우리가 다 알고 있다고요. 명예나 성실 같은 거하곤 거리가 먼 사람이에요. 거짓투성이에 사기나 치고 다니고 남한테 알랑거리기나 하는 사람이라고요.”
“근데 넌 이런 점을 어떻게 다 알고 있니?” 전에 엘리자베스와 한 얘기를 모두 기억하고 있는 가드너 여사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묻는 것이었다.

엘리자베스는 얼굴색이 달라지면서 이렇게 말했다. “모든 걸 알고 있어요. 그 사람이 다씨에게 한 좋지 않은 행동에 대해서는 전에 말씀드렸을 거예요. 그리고 외숙모도 지난번에 위컴이 자기를 그처럼 관용과 너그러움으로 대해준 다씨에 대해 얼마나 나쁘게 말하는지를 롱본에서 들을 수 있었잖아요. 그리고 내가 마음대로 말할 수 없는 다른 한 가지 일도 있어요. 말할 가치도 없긴 하지만요. 펨벌리 가문에 대한 그 사람의 거짓은 끝이 없어요. 그 사람이 다씨의 여동생에 대해서 하는 말을 듣고서 난 그녀가 거만하고 말도 잘 안 하고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지 않는 여자일 거라는 생각만 했어요. 근데 그 사람이 실지로는 그 여자를 그렇게 보지 않고 있었어요. 우리가 이제 알고 있듯이 그녀는 상냥하고 겸손한 여자라는 점을 그 사람이 모를 리 없었어요.”

“근데 리디아는 그것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 너하고 제인은 그렇게 잘 아는 사실을 어떻게 리디아만 모르고 있지?”

“그래요. 일이 그렇게 재수없게 돼버렸어요. 내가 켄트 주에 머물면서 다씨하고 그 사람 친척인 피츠윌리엄 대령한테서 이런저런 얘기를 듣기 전까지는 나도 전혀 몰랐어요. 근데 내가 집에 돌아갔을 때 군부대는 메리튼에서 1, 2주 후에 떠날 예정이었어요. 그랬기 때문에 나하고 제인은 우리가 아는 모든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위컴에 대해서 사람들이 좋게만 생각하고 있는데 우리가 그 사람을 나쁘게 얘기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그리고 리디아가 포스터 대령 부인하고 함께 가기로 했을 때까지도 우리가 리디아에게 위컴에 대해서 말해줘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리디아가 위컴에게 넘어갈 가능성은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거든요. 이런 일이 결국 벌어지리라고는 결코 생각해본 일이 없었던 거예요.”

“군부대가 브라이턴으로 떠날 때까지 넌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할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단 말이지?”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죠.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애정의 징후도 느낄 수 없었어요. 그런 낌새를 눈치챘더라면 우리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죠. 위컴이 맨 처음에 메리튼으로 왔을 때 리디아도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걸로 보이기는 했어요. 그치만 그건 다른 사람들도 모두 마찬가지였어요. 메리튼의 여자들이나 그 근처에 사는 여자들이 처음 두 달 동안은 그 사람한테 완전히 빠져 있었어요. 그치만 위컴이 리디아를 특별히 좋아한다는 징후를 보이지 않았고, 그래서 리디아도 열렬하게 좋아한 시기가 좀 지난 후에는 그 사람에 대한 열정이 가셔버렸고, 자기를 좋아하는 다른 장교들이 나타나면서부터는 새로운 사람들에게로 관심을 갖게 된 거예요.”

그들 일행의 걱정이나 희망이나 추측에 도움이 될 새로운 것을 아무것도 추가할 수는 없었지만, 그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그 일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을 반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엘리자베스는 한시도 그 생각에서 멀어질 수가 없었다. 고민이나 자책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잠시도 편안한 마음으로 사태를 잊어버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최대한 빨리 이동했고, 길을 가는 도중에 하룻밤을 자면서 다음 날 저녁 식사 무렵에는 롱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제인이 오랫동안 기다리다가 녹초가 돼버리지 않았나 하고 엘리자베스는 걱정했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은 점이 다행으로 생각되었다.

마차가 집 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서 가드너 부부의 아이들이 집의 계단에 서 있었다. 집 문 앞에 다가가자 아이들은 아주 반가워했고 홀딱홀딱 뛰면서 환영해주는 것이었다.

엘리자베스는 급히 마차에서 내렸고 아이들의 뺨에 서둘러 키스를 한 다음에 현관으로 들어갔는데, 어머니의 방에서 나와 계단을 달려 내려온 제인과 마주치게 되었다.

두 사람은 눈물을 흘리면서 포옹했고, 엘리자베스는 도망간 두 사람에 대해서 무슨 소식이 없느냐고 즉각적으로 물어보았다.

“아직 없어. 근데 외숙이 오셨으니 모두 잘 풀릴 거야.” 제인이 대답했다.

“아버진 런던에 계시는 거야?”

“그래, 편지에서 알려줬듯이 화요일에 그리 가셨어.”
“소식은 전해주고 계셔?”

“한 번밖에 못 받았어. 수요일에 몇 줄 적어 보내주셨는데, 무사히 도착하셨다는 말과 함께 내가 요청한 대로 머무르시는 곳 주소를 알려주셨어. 그리고 중대한 사항을 전해줄 수 있기 전까지는 편지를 쓰지 않겠다고 하셨어.”

“그리고 어머닌 어떠신 거야? 나머지 식구들은 어떻고?”

“어머닌 그런대로 괜찮으셔. 충격을 심하게 받기는 하셨지만. 위층에 계시는데 너랑 외숙이랑 외숙모가 왔다는 걸 알면 아주 기뻐하실 거야. 아직 자리에 누워 계셔. 메리하고 키티는 아주 잘 있어.”

“근데 언니는 어때? 얼굴색이 안 좋은데? 언니가 얼마나 힘들었겠어?”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그렇지만 제인은 자기가 전혀 걱정 안 해도 되는 상태라고 말해주었다. 가드너 부부가 아이들과 해후하는 동안 제인과 엘리자베스가 나누던 대화는 다른 사람들이 다가오자 끝나게 되었다. 제인은 외숙과 외숙모에게로 달려가 반기면서 웃음과 눈물을 교차해가며 고맙다는 말을 했다.

그들이 응접실로 들어갔을 때, 엘리자베스가 앞에서 물어보았던 질문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다시 반복되었지만 제인이 새로운 소식을 전해주지는 못했다. 그런데 제인은 천성적으로 낙천적인 성격인지라 아직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었다.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라고 생각했고, 리디아가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아버지나 리디아로부터 조만간 듣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몇 분 정도 그렇게 얘기하다가 베넷 여사가 있는 방으로 갔는데, 예상하던 영접을 받게 되었다. 위컴의 사악한 행동에 대해서 눈물을 흘려가며 욕을 해댔고 그가 자신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었다며 투덜거렸다. 자기가 리디아를 버릇없이 키워서 일이 꼬인 사실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남만 나무라는 것이었다.

“내가 하자는 대로 우리 모두가 브라이턴으로 갔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 불쌍한 리디아를 보살펴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거라고. 포스터 부부는 어떻게 해서 도망가게 만든 거야? 잘 보살펴주고만 있었다면 리디아는 그럴 애가 아닌데, 그 대령네 부부가 잘못해서 그렇게 된 거라고. 그 부부한테 리디아를 맡기는 게 아니었어. 사람들이 내 뜻을 따라주지 않았다고. 가엾은 리디아! 아버지가 걔를 찾아나섰으니 위컴을 보기만 하면 싸움이 벌어질 테고, 그러면 죽음을 당하실 수도 있어. 그러면 이제 우리는 모두 어떻게 되는 거야? 아버지 몸이 무덤에서 식기도 전에 콜린스네는 우릴 이 집에서 쫓아낼 거야.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외면해버리면 이제 우리가 어디로 가야 되냐고.”

모두가 그런 소리는 당치도 않다고 말해주었다. 가드너는 베넷 여사와 그 가족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확인시켜준 뒤에 다음 날 런던으로 가서 베넷이 리디아를 찾는 일을 도와주겠다고 했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는 해야겠지만 너무 쓸데없는 걱정일랑 하지 마세요. 그런 일이 벌어질 리가 있겠어요? 두 사람이 브라이턴을 떠난 지 아직 1주일도 되지 않았어요. 내가 런던에 도착하는 대로 매부를 만나 우리 집으로 함께 가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의논해서 처리할 게요.” 가드너가 누나에게 말해주었다.

“정말 그렇게 좀 해줘, 동생. 런던에 가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걔들을 찾아야 돼. 그리고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으면 얼른 시키라고. 결혼 예복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라고 하고, 리디아한테 돈은 내가 충분히 보내주겠다고 말해줘. 그리고 무엇보다도 매부가 싸움에 나서는 걸 막아야 돼. 매부를 만나면 내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 내가 완전히 정신을 잃을 정도가 되었다고 말해줘. 몸이 떨리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옆구리가 저리고 머리도 아프고 하루 종일 죽을 지경이야. 리디아가 날 보기 전에는 옷가지를 이것저것 사지 말도록 해. 내가 좋은 옷 파는 데가 어딘지 다 알고 있으니까. 동생 아니면 난 못살 거야. 동생만 있다면 내가 안심돼.”

가드너는 자기가 최대한으로 힘써보겠지만, 베넷 여사가 너무 희망을 가져도, 그리고 두려움을 가져도 안 된다는 말을 해주었다. 저녁 식사가 준비될 때까지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한 후에, 베넷 여사가 자기를 돌보고 있던 가정부에게 불안한 심정을 토로하게 하고는 베넷 여사의 요청에 따라 그 방에서 나갔다.

가드너 부부는 베넷 여사가 식구들과 더 있었으면 했지만 그 방에서 나가라는 요청에 반대하지 않았다.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베넷 여사는 믿을 수 있는 가정부에게 자기가 당하고 있는 사태에 대해서 토로했다.

식당에서 그들은 메리와 키티를 만났다. 둘은 자기들 방에서 각자의 일을 보느라 너무 바빠서 그때까지 영접을 하지 못했다. 메리는 책을 보고 키티는 화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의 표정은 차분했다. 사랑하는 동생을 잃어버렸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고, 키티는 리디아가 가족들한테 불행을 가져다주었다고 평소보다 더 신경질을 내기만 했다. 메리는 식당에서 자리에 앉은 다음에 자못 심각한 얼굴 표정으로 엘리자베스에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

“이건 불행한 사태고, 여러 사람들이 이런저런 얘기를 할 거야. 그치만 우리는 사악한 물결이 밀려드는 걸 저지해야 하고, 우리의 상처받은 마음에 위로의 기름을 부어주어야 해.”

엘리자베스가 그 말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자 메리가 다시 이런 말을 했다. “리디아에게 이런 일이 벌어져서 안됐지만, 우린 여기서 교훈을 얻어낼 수 있어. 여자가 정조를 상실하면 회복할 수 없다는 것, 한번 발을 잘못 들이면 끝없는 파멸에 빠진다는 것, 여자의 평판이란 것은 아름다움만큼이나 깨지기 쉽다는 것, 여성은 남성에게 아무리 주의를 해도 부족하다는 것 등이지.”

엘리자베스는 메리가 태연하게 그런 말을 늘어놓는 것을 보고는 너무 놀란 나머지 눈을 치켜떴지만 어떤 응수를 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메리는 가족들 앞에 닥친 사태로부터 그러한 도덕적 교훈을 끌어내면서 자기 자신을 위로하고 있었다.

오후에 베넷 집안의 가장 나이 많은 두 딸은 반 시간 동안 자기들끼리만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엘리자베스는 이제 여러 가지 질문을 해댔고, 제인은 거기에 충실히 답변해주었다. 엘리자베스는 그 사건이 끔찍한 결말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한탄했고 제인도 그 말이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고 동의했다. 엘리자베스가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아직 내가 듣지 않은 거에 관해서 모두 얘기해줘. 좀 더 자세하게 얘기하라고. 포스터 대령은 뭐라고 했어? 도망가기 전에 무슨 눈치를 못 챈 거야? 둘이서 함께 있는 걸 쭉 봐왔을 텐데 말야.”

“포스터 대령은 특히 리디아 쪽에서 애정을 느끼고 있다는 예감을 종종 받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무슨 걱정까지는 하지 않았대. 그 사람은 자기 나름대로 할 일은 한 거야. 우리 일에 신경 써주고 많은 배려를 해주었어. 두 사람이 스코틀랜드로 가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자기 임무를 다하려고 우리한테 온 거야. 걱정이 되어서 부리나케 우리한테 온 거지.”

“그리고 데니는 위컴에게 결혼할 의사가 없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었대? 두 사람이 도망쳐버릴 거라는 점을 알고 있었던 거야? 포스터 대령이 데니를 직접 만나봤대?”
“그래. 그치만 포스터 대령이 물어보았을 때 데니는 그들의 계획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고, 그들에 대한 자기 의견도 실지로 말하지 않으려고 했대. 두 사람이 결혼 안 할 거라는 자기 생각을 말하지 않은 거지. 그런 점으로 미루어 난 그 사람이 전에는 뭔가 잘못 알았던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게 됐지.”

“그리고 포스터 대령이 오기 전까진 아무도 두 사람이 결혼했을 거라는 의심을 하지 않았어?”

“그런 생각을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겠니? 그 사람 행실이 좋지만은 않기 때문에 난 리디아가 그 사람하고 결혼하면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지 불안하고 두려웠어. 아버지하고 어머니는 그 사람 행실에 대해 모르시고, 단지 그런 결혼이 신중하지 않다는 생각만 하고 계셨어. 키티는 다른 식구들보다는 자기가 더 많은 걸 알고 있었다고 자랑 삼아 말하기도 했어. 리디아가 자기한테 마지막으로 쓴 편지를 보고 그렇게 예상했다는 거야. 두 사람이 여러 주 동안 서로 사랑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 봐.”

“그치만 브라이턴으로 가기 전까지는 안 그랬겠지?”
“물론 그때까지는 그러지 않았을 거야.”

“그리고 포스터 대령은 위컴을 나쁘게 보고 있어? 위컴의 진짜 성격을 알고 있는 거야?”

“전보다는 위컴에 대해서 좋게 얘기하지 않았어. 분별력이 없고 방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그리고 그 사람이 메리튼을 떠날 땐 빚만 잔뜩 지고 있었다는 거야. 그게 난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오, 제인. 우리가 비밀을 감추지 말고 얘기해버렸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랬을지도 모르지. 그치만 현재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데 과거의 잘못을 무조건 폭로해버릴 순 없는 거잖아. 우린 좋은 의도로 그렇게 한 거야.”

“포스터 대령은 리디아가 자기 부인한테 전해준 걸 얘기해줬어?”

“우리가 볼 수 있게 편지를 가져왔어.”

제인은 포켓북에서 편지를 꺼내어 엘리자베스에게 전해주었다. 내용은 이러했다.
 


해리엇 언니께

 내가 어디로 가버렸는지 알면 언니는 웃음이 나올 테고, 내가 없어진 걸 알고 내일 아침에 언니가 놀랄 생각을 하니 나도 지금 웃음이 나오네요. 난 그레트나 그린으로 가고요, 내가 누구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없다면 언니는 머리가 아주 나쁜 사람일 거예요. 왜냐하면 내가 이 세상에서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하나뿐이고요, 그 사람은 정말 천사예요. 난 그 사람이 없으면 행복해질 수가 없고, 그래서 그 사람과 함께 떠나는 게 잘못이라고 생각지 않아요. 언니가 그럴 의향이 없다면, 내가 떠난 사실을 롱본에 있는 우리 가족들한테 알려줄 필요는 없어요. 내가 ‘리디아 위컴’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가족한테 편지를 쓰면 놀라움이 더 커질 테니까요. 아주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거예요. 웃음이 나와서 더 이상 편지를 쓸 수가 없네요. 프랫한테 오늘 저녁에 춤추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돼서 미안하다는 말 좀 전해줘요. 모든 걸 알면 날 용서해줄 거예요. 다음 무도회 때 우리가 만나면 즐겁게 같이 춤출 수 있을 거라고 전해주세요. 롱본에서 내 옷가지를 가지고 오도록 사람을 보낼 예정이에요. 샐리한테 얘기해서 내 외투를 보내기 전에 외투 터진 곳 좀 수선해달라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포스터 대령님한테도 내 안부 전해주시고요. 우리 여정이 행복하게 끝날 수 있도록 빌어주세요.

언니의 영원한 벗, 리디아 베넷


 
“오, 이런 철없는 계집애!” 편지를 읽은 엘리자베스가 소리 쳤다. “도대체 이런 편지를 쓸 수가 있는 거야? 그치만 적어도 걔가 뭘 심각하게 생각하긴 한 거 같군. 위컴이 나중에 어떻게 꼬드길지 알 수는 없지만 걔가 파렴치한 짓을 하려고 생각한 건 아닐 거야. 가엾은 아버지! 이 편지를 읽고 얼마나 놀라셨을까?”

“그처럼 충격을 받은 사람은 내가 여태껏 본 적이 없어. 한 10분 동안 말도 한마디 하실 수가 없었어. 어머니는 그 즉시 자리에 드러누워버리셨고 우리 집 전체가 말이 아니었지.”

“오, 제인! 하인들조차도 모두 알고 있었던 거 아냐?”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하인들도 모두 알아버렸을 거야. 비밀을 지키는 게 아주 어려웠다고. 어머니는 완전히 정신 나갈 정도셨고 난 어머니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드리려고 했는데 뭘 제대로 할 수가 있어야지. 나도 정신이 나가서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어.”

“어머니를 보살펴드리는 게 쉬운 일이야? 지금도 안색이 좋지 않은걸. 내가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언니 혼자서 모든 걱정거리를 다 처리해야 했구나.”

“메리하고 키티가 아주 신경을 써주었지만 난 혼자서 최대한으로 처리해보려고 했지. 키티는 몸이 허약하고, 메리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애니까 시간을 뺏지는 말아야지. 아버지가 가신 후에 필립스 이모가 화요일에 오셔서 목요일까지 나하고 함께 어머니를 돌봐주셨어. 우리한테 큰 도움이 됐지. 루카스 아주머니도 아주 잘해주셨어. 수요일에 여기 오셔서 아주머니 자신이나 그 집 딸들이 무슨 일이든 도와주겠다고 하시더라고.”

“그 아주머니는 그냥 자기 집에 있는 게 나을 거야. 도와줄 의향이 있긴 했겠지만 이런 사태에 이웃들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어? 도움을 주기가 불가능했을 테고, 위안을 준다고 해도 반가운 일이 아냐. 그냥 멀리서 우리 집안 흉보는 게 더 좋았을 거야.”

다음에 엘리자베스는 아버지가 런던에서 리디아를 찾아내기 위해서 무슨 일을 하려고 작정하고 계신지 물어보았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아버지가 클래팜에서부터 두 사람이 타고 간 마차 번호를 알아내려고 하실 거야. 신사하고 숙녀 한 명씩이 마차를 갈아타는 게 눈에 띄었을 가능성이 있으니까 클래팜에서 수소문을 해보려고 하셨을 거야. 마부가 어느 곳에서 내려주었는지 알 수가 있었다면 그쪽으로 가서 알아볼 수 있을 테고, 마차 차고나 번호를 알아낼 수도 있을 거야. 그 외에 다른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는 알 수가 없어. 너무 서둘러서 떠나셨고 안절부절못하셨기 때문에 그 정도만 알아내는 것도 힘들었다고.”




제6장
 
 
 
다음 날 모든 사람은 베넷으로부터 편지가 오기를 고대했지만 우체부는 어떤 편지 한 통도 전해주지 않았다. 가족들은 베넷이 편지 쓰는 데 게으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의 상황이 그러하니 편지 쓰는 수고를 해주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런데 베넷이 전해줄 뉴스가 없어서 그러는 것이라고 단정해버렸고, 가드너는 편지를 기다리다가 단념하고 출발했다.

가드너가 떠나자 사람들은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서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고, 가드너는 떠나면서 베넷이 될 수 있는 한 빨리 롱본으로 돌아오도록 해보겠다고 자기 누나에게 약속했다. 베넷 여사는 그렇게 하는 것만이 자기 남편이 위컴과 싸움을 벌여서 살해되지 않는 길이라고 보았다.

가드너 여사는 자기가 롱본에 남아 있는 것이 조카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고는 아이들과 함께 며칠 동안 더 머무르기로 작정했다. 가드너 여사는 조카들과 함께 베넷 여사를 간호했고 한가한 시간에는 조카들에게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 이모 역시 자주 찾아와주었는데, 조카들의 기운을 북돋워주려고 오는 것이라고는 했지만 올 때마다 위컴의 방탕스러움이나 나쁜 행동에 대해서 새로이 이것저것 말해주는 통에 그녀가 가버린 뒤에는 오히려 사람들 기분이 더 울적해지는 것이었다.

석 달 전에는 천사로 불리던 위컴에 대해서 이제 마을 사람들은 온갖 나쁜 얘기만 하고 다녔던 것이다. 가게마다 그가 외상을 달지 않은 데가 없었고 그럴듯한 언변으로 사람들을 속여왔던 것이다. 사람들은 그가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인간이라고 떠들어댔고 이제는 그의 선해 보이는 겉모습에 속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엘리자베스는 그런 말을 완전히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았지만 이제 그가 자기 동생을 망친 작자라는 사실을 확신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말을 엘리자베스보다도 덜 믿었던 제인은 이제 거의 희망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만약에 그들이 스코틀랜드로 결혼식을 하기 위해서 갔다면 지금쯤은 무슨 소식을 들을 수 있어야 하는데 아무 소식도 없으니 절망감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던 게다.

가드너는 일요일에 롱본에서 떠났는데 화요일에 그의 부인은 편지를 받게 되었다. 편지에는 그가 런던에 도착하여 즉시 매부를 찾아내었고 그레이스처치 가에 있는 자기 집으로 오도록 했다고 쓰여 있었다. 베넷은 거기에 도착하기 전에 엡슴과 클래팜에 가보았지만 만족할 만한 정보를 확보할 수 없었다고 했다. 베넷은 두 사람이 런던에서 자리를 잡기 전에 여관에서 묵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제 런던의 주요한 여관이나 호텔을 다 수소문해볼 예정이라고 썼다. 가드너는 그러한 방법으로는 별로 소득이 없겠다고 생각했지만 매부가 애쓰는 모습을 보고 자기도 그 일을 도울 작정이라고 써놓았다. 그리고 베넷이 지금은 런던을 떠날 생각이 없는 것 같아 보이니 다시 신속히 편지를 쓰겠다고 했다. 이런 추신도 써놓았다.
 
내가 포스터 대령한테 편지를 써서, 부대에 있는 위컴과 친한 사람들에게 위컴의 친척들이나 다른 알고 있는 사람들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 그리고 위컴이 지금 어디쯤에 숨어 있을지 알아봐달라고 했소. 그런 사람들을 알아낼 수 있다면 단서가 될 정보를 얻을 수 있을 테고 중요한 결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생각하는 거요. 현재 우리는 어떤 지침이 되는 것이 없소. 포스터 대령은 그런 일이라면 힘닿는 데까지 도와주려고 할 거요. 그리고 곰곰 생각해보니 리지가 그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다른 누구보다도 우리에게 알려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소.
 
엘리자베스는 무슨 이유로 외숙이 그처럼 자기에 대해서 판단하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외숙이 생각하는 것처럼 자기가 그런 만족할 만한 정보를 제공할 수는 없었다.
오래전에 사망한 부모 말고는 위컴에게 어떤 친척이 있다든가 하는 말을 엘리자베스는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게다. 그렇지만 군부대에 있는 그의 동료들은 어떤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걸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기다려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했다.

롱본에서는 초조한 나날이 이어지고 있었다. 하루 중에서 가장 초조한 시간은 편지가 도착할 무렵이었다. 좋은 소식이든 나쁜 소식이든 편지를 통해서 전달될 것이고, 그래서 매일 자고 나면 무슨 소식을 전해 받지 않을까 고대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가드너에게서 소식을 받기 전에 다른 한 통의 편지가 아버지 앞으로 도착되었다. 콜린스가 보낸 편지였다. 제인은 아버지에게 온 편지를 모두 개봉해보라는 지시를 받았기 때문에 편지를 읽어나갔다. 그리고 엘리자베스는 콜린스의 편지에 호기심이 많았기 때문에 제인의 어깨 너머로 함께 편지를 읽어내려갔다.


 
친애하는 어르신께

 어제 하트포드셔에서 온 편지를 받고는, 지금 당하고 계시는 고통에 대해서 위안을 드리는 것이 인척 관계로 볼 때나 저의 다른 입장에서 볼 때 당연하다고 저는 간주하고 있습니다. 저와 제 집사람은 그처럼 심각한 고통을 받고 계시고 시간이 지나도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은 그러한 사태로 인해서 어르신과 집안 식구 분들이 처해 있는 처지에 대해서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해드리지 않을 수가 없군요. 무엇보다도 부모님의 가슴을 멍들게 만든 그러한 불행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릴 수 있다면 제가 무슨 말씀이든 드리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차라리 막내따님이 일찍 사망해버렸다면 더 나았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막내따님의 그런 나쁜 행동이 잘못된 가르침에서 비롯되었다는 제 집사람의 말을 들어보니 더욱 안타깝게 생각되는군요. 막내따님의 성격이 원래 그렇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어린 나이에 그처럼 못된 행동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제 집사람뿐만 아니라 제가 그 소식을 전해드린 캐서린 여사님이나 그분 따님도 저와 마찬가지로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십니다. 캐서린 여사님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그러한 나쁜 행동이 다른 가족들에게 미치는 해악이 클 것이고, 그 여사님은 그러한 일이 벌어진다면 아무도 그런 집안과 관계를 맺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씀까지 하십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고 보니 제가 작년 11월에 귀댁과 인연을 맺기로 했던 일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군요. 제가 만약 귀댁의 따님과 결혼했더라면 저도 지금쯤 슬픔을 더욱더 같이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제 어르신은 상대할 가치도 없는 그 따님을 영구히 내쳐버리시고 그처럼 가증스런 사태에 대해서 따님 혼자서 모두 처리하도록 하심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저의 생각을 전해드립니다.

콜린스 드림


 
가드너는 포스터 대령으로부터 답변을 받고서야 편지를 보내왔지만 좋은 소식은 없었다. 위컴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친척이 아무도 없을 뿐 아니라 현재 살아 있는, 그가 가까이 지내는 사람도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그가 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은 많았지만 그가 군에 들어간 후로는 그중의 한 사람도 특별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지 않다고 썼다. 그러니 그에 대한 소식을 전해줄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리디아의 가족들에게 발각되는 두려움 때문만이 아니고 그의 재정 상태가 엉망이라는 점이 몸을 숨긴 이유로 보인다고 했다. 왜냐하면 그가 엄청난 노름빚을 남겨놓고 떠났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포스터 대령의 말로는 그가 브라이턴에서 진 빚을 갚기 위해 천 파운드 이상은 있어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가게마다 빚진 것도 많고 노름을 하면서 진 빚도 많다고 했다. 가드너는 그러한 모든 사실에 대해서 롱본의 사람들에게 숨기려고 하지 않았다. 제인은 그 소식을 듣고서 몸을 떨지 않을 수 없었다. “도박꾼이었군! 그런 정도까지 예상하지 못했는데!”라고 그녀가 소리 질렀다.
가드너는 편지에서 베넷이 그 이튿날, 즉 토요일에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라는 소식도 전해주었다. 베넷은 모든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자 모든 일을 해결할 테니 우선 집으로 돌아가 있으라는 처남의 권유에 따라서 그렇게 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그 소식을 전해 들은 베넷 여사는 전에 자기가 남편에 대해서 근심하던 사실은 망각해버리고서 딸들이 기대하는 만큼 만족감을 표하지 않았다.

“리디아는 그대로 버려두고 집으로 돌아온단 말이야? 두 사람을 찾을 때까지는 런던에서 떠나면 안 되는데. 그 양반이 돌아와버리면 누가 위컴하고 싸워서 결혼하도록 할 거야?”

가드너 여사는 이제 집으로 돌아가기를 바라고 있었으므로 베넷이 돌아오는 동시에 아이들과 함께 런던으로 출발하기로 했다. 그래서 마차가 첫 번째 역이 있는 곳까지 그들을 태워다주었고 돌아오는 길에는 베넷을 태워 왔다.

가드너 여사는 더비셔에 갔을 때부터 품어온 의구심 때문에 엘리자베스와 다씨 사이에 무슨 일이 진행되기를 바랐지만 아무런 소득 없이 떠나게 되었다. 엘리자베스는 한 번도 다씨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던 게다. 그리고 다씨로부터 편지 한 장이라도 오기를 조금 기대했는데 아무런 소식도 오지 않았다. 엘리자베스가 더비셔를 떠난 후로 펨벌리의 저택으로부터 아무런 편지도 받지 못한 것이다.

현재 가족들이 그런 사태를 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엘리자베스는 다른 문제로 기분이 울적해질 여지가 없었다. 자기가 지금 다씨에게 어떤 감정을 갖게 되었는지 알고는 있었지만, 만약 다씨를 몰랐더라면 리디아의 좋지 않은 행동에 따른 상황을 좀 더 잘 견뎌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랬더라면 잠 못 이루는 밤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간주되었다.

베넷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예전의 말 없는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런던에 갔던 일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딸들이 그로 하여금 무슨 말을 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했다.

오후의 차 마시는 시간이 되어서야 엘리자베스가 그 얘기를 꺼내었다. 아버지의 고생이 얼마나 심하셨느냐는 말을 하자 베넷이 이렇게 대답해주었다.

“그런 말 하지 마라. 내가 아니면 누가 그런 고생을 하겠니? 내가 알아서 한 일이고 하니 고생을 해야겠지.”
 
“너무 자신을 학대하지 마세요.”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나한테 그런 말을 하는 게 당연하지. 근데 자기 자신을 학대하는 건 사람의 본성이야. 이제 내가 비난받아 마땅한 사람이라는 점을 처음으로 깨닫게 됐구나. 그런 생각을 하는 게 두렵진 않아. 조금 있으면 금방 또 잊혀버릴 테니까.”

“두 사람이 런던에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래, 런던이 아니라면 숨기 좋은 데가 있을 수 있겠니?”

“리디아는 런던에 가고 싶어 하기도 했지.” 키티가 덧붙여서 얘기해주었다.

“그러니 걔는 지금 행복하겠구나. 거기서 아주 오래 살 모양이지?” 아버지가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했다.

잠시 후에 아버지가 이런 말을 이어서 했다. “리지, 5월에 네가 나한테 충고해준 얘기가 맞아떨어졌구나. 네가 생각이 깊은 사람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었어.”

제인이 어머니가 마실 차를 가지러 와서 그들의 대화는 잠시 중단되었다가 다시 이어졌다.

아버지가 다시 말을 이었다. “시위 한번 요란하게 하는군. 재앙을 불러들이는 방법도 여러 가지야. 나도 앞으로 한번 그렇게 해봐야겠다. 서재에서 툭하면 시위할 거야. 키티가 도망쳐버릴 때까진 미뤄야 할지도 모르지만.”

“난 도망가지 않을 거예요, 아빠. 내가 만약 브라이턴에 간다고 해도 리디아처럼 처신하진 않을 거라고요.” 키티가 투덜거렸다.

“브라이턴에 간다고! 네가 나한테 50파운드를 준다고 해도 그 절반 거리에 있는 곳도 못 가게 할 거야! 안 돼, 키티. 이제 난 조심하는 방법을 배웠어. 이제 그걸 철저히 실천할 거야. 앞으로 어떤 장교도 내 집에 발붙이지 못하게 할 테고 이 마을을 지나가지도 못하게 할 거야. 너희들 자매끼리 춤춘다면 몰라도 어떤 무도회에도 가면 안 돼. 그리고 집 안에서 점잖게 처신한다는 증거가 없는 한 매일매일 밖으로 외출하는 것도 금지야.”

키티는 그 모든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서 울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쁘게만 생각할 거 없어. 앞으로 10년간 잘 처신한다면 10년 후에 다시 재고해보도록 하지.”

아버지가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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