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제3부 17~19 (완결)

나단비 | 2024.01.30 01:19:48 댓글: 4 조회: 200 추천: 1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44097
제17장
 
 
 
“리지, 넌 어디로 돌아다녔니?” 엘리자베스가 방에 들어서자마자 제인이 이런 질문을 했고, 사람들이 모두 식사를 하기 위해서 테이블에 앉았을 때도 같은 질문이 나왔다. 그녀는 단지 사방으로 돌아다녔으며 마침내 자기가 어디로 왔는지 모를 정도로 다녔다고 대답했다. 그런 말을 하면서 그녀는 얼굴을 붉혔지만, 그런 사실이나 그 외 다른 사실로도 사람들 어느 누구도 사건의 내막을 짐작할 수는 없었다.
그날 오후는 특별한 일 없이 조용히 지나갔다. 공인을 받은 연인들은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웃어댔지만 공인을 받지 않은 연인들은 조용히 있었다. 다씨는 행복에 겨워서 그것을 만끽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어지러운 엘리자베스는 자기 마음이 행복한 상태라는 점은 알았지만 단지 가슴속으로만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왜냐하면 지금 머리가 어지러울 뿐만 아니라 다른 근심거리가 그녀의 앞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상황이 알려질 경우에 가족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예상해보았다. 그녀는 제인을 제외하고는 다씨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다씨의 재산이나 지위로도 어쩔 수 없는 혐오감을 가진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하고 염려했다.
저녁에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제인에게 털어놓았다. 제인은 일반적으로 무엇에 대해서 의심하는 체질이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의아해했다.
“너 지금 농담하는 거지? 그럴 리가 없어! 다씨하고 결혼을 약속했다니! 아냐, 넌 날 속일 수가 없어. 그건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야.”
“이렇게 시작부터 비참해지다니! 난 언니만은 믿었는데. 언니가 믿지 않으면 도대체 누가 믿어준단 말야? 난 정말 진지하다고. 오직 진실만을 얘기하고 있는 거야. 그 사람은 날 아직도 사랑하고 있고, 우린 결혼을 약속했어.”
제인은 의심의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오, 리지! 그렇게 될 수가 없어. 네가 그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내가 알고 있는데.”
“언니는 내막을 몰라. 과거는 모두 잊어버려야 되는 거야. 내가 지금처럼 그 사람을 항상 사랑하진 않았지. 그치만 이번 일과 같은 경우는 옛날의 좋지 않은 기억이 아무 쓸데없는 거야. 좋지 않은 기억은 이제 생각지 않기로 했어.”
제인은 아직도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다시 한번, 그리고 더 심각한 표정으로 그게 사실이라는 점을 알려주었다.
“어머나! 정말 그럴 수 있는 거니? 그치만 이제 널 믿어줘야겠구나. 리지, 정말 축하한다. 근데 너 확신하고 있는 거니? 이런 질문이 어리석어 보이지만 말야, 너 그 사람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확신하는 거야?” 제인이 말했다.
“그건 의심할 수 없는 거라고. 우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부부가 되자고 이미 작정했어. 근데 언닌 즐거운 거야? 그런 사람을 제부로 맞이하는 게 달가운 거야?”

“그럼, 당연하지. 빙리 씨나 나한테 그것만큼 기쁜 일은 없을 거야. 근데 우리가 거기에 대해서 얘기해봤는데, 불가능할 거라고 결론을 내렸어. 너 그 사람을 정말 사랑하는 거야? 오, 리지! 사랑이 없는 결혼은 제발 하지 마. 넌 정말 네가 올바른 행동을 하고 있다고 보는 거야?”
“그럼! 내가 모든 내막을 얘기해주면 언니는 내가 지금 이상으로 느껴야 한다고 생각할 거야.”
“그게 무슨 말이지?”
“내가 모든 걸 고백하면 언니가 빙리 씨를 사랑하는 것보다 내가 그 사람을 더 사랑한다는 걸 알게 될 거라고. 언니가 이 말을 들으면 기분이 나빠지겠지만.”
“얘, 좀 더 진지하게 얘기해봐. 난 지금 심각하다고. 머뭇거리지 말고 내가 알아야 할 걸 모두 알려줘. 얼마나 오랫동안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었니?”
“그게 서서히 이루어져서 언제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어. 그치만 펨벌리의 아름다운 대지를 보면서부터 시작됐다고 말할 수 있을 거야.”
다시 한번 제인이 진지하게 얘기해달라고 부탁을 하자 그 효과가 나왔다.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애정을 다시 한번 확신시켜주었고, 그래서 제인은 이내 만족하게 되었다. 그 사실을 확인하게 되자 제인은 더 이상 기쁠 수가 없었다.
“이제 난 정말 기분이 좋아. 너도 나만큼 행복해졌다고 생각하니 말야. 난 항상 그 사람을 높이 보고 있었어. 그 사람이 너를 사랑하지 않은 걸 제외하고는 항상 그 사람을 좋게 평가해왔어. 그렇지만 빙리의 친구인데다 너의 남편이 될 테니, 내가 그 사람보다 더 좋게 보는 사람은 너하고 빙리 씨밖엔 없을 거야. 근데 제인, 넌 나한테 아주 교묘하게 사실을 숨겨왔어. 펨벌리하고 램튼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 나한테 알려준 게 뭐가 있니? 내가 알았던 것이라고는 네가 아니고 다른 사람한테 들은 것뿐이었어.” 제인이 말했다.
엘리자베스는 자기가 비밀을 지킨 동기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그녀가 빙리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언급하는 것 자체를 꺼려했고, 그녀의 마음이 확고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다씨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피하게 됐다고 얘기했다. 그렇지만 이제 리디아의 결혼 사건에서 다씨가 한 역할을 더 이상 제인에게 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모든 사실을 말해주었으며, 그날 밤의 절반은 그런 이야기로 보내게 되었다.
 
“에구머니!” 다음 날 오전에 창가에서 내다보고 있던 베넷 여사가 소리 질렀다. “저 꼴 보기 싫은 다씨가 우리 착한 빙리하고 같이 오는 걸 제발 보지 말았으면! 왜 여기로 와서 우릴 귀찮게 하는지 모르겠군. 다른 곳으로 사냥이나 가든지 해서 우리 일을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저 사람을 어떻게 처치하지? 리지, 네가 저 사람을 또 한 번 같이 데리고 나가서 빙리한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구나.”
엘리자베스는 그처럼 부당한 말을 듣고서 속으로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다씨에 대해서 어머니가 항상 그런 식으로 모멸적인 말을 하는 점에 화가 나기도 했다.
그들이 집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빙리가 엘리자베스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굳은 악수를 했기 때문에, 그녀는 빙리가 이미 모든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을 의심할 수가 없었다. 빙리가 이내 큰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베넷 선생님, 이 근처에 리지 양이 오늘 다시 한번 길을 잃어버릴 만한 곳이 없나요?”
거기에 베넷 여사가 이렇게 응수했다. “다씨 선생님하고 리지, 키티가 오늘은 오컴 산으로 산책을 나갔으면 좋겠군요. 거기 산책로가 길게 나 있고, 다씨 선생님은 그곳 경치를 구경한 적이 없을 테니까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좋겠지만, 키티 양한테는 별로일 거 같은데. 그렇지 않아요, 키티 양?” 빙리가 응수했다.
키티는 그냥 집에 있겠다고 말했다. 다씨는 그곳에서 경치를 구경하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했고 엘리자베스도 말없이 동의했다. 엘리자베스가 준비하기 위해서 위층으로 올라갈 때 베넷 여사가 그녀의 뒤를 따라오면서 이렇게 말해주었다.
“리지, 저 보기 싫은 사람을 너한테만 맡겨두다니 정말 미안하구나. 그치만 너도 이해해줄 수 있겠지? 모든 게 제인을 위해서야. 그러니 저 사람이 하는 말을 그냥 받아주기만 하면서 대충 보내라고. 그러면 금방 시간이 지나갈 거야.”
두 사람은 산책을 하는 동안에 베넷의 동의는 오후 중으로 얻어내는 것으로 결정했다. 엘리자베스는 자기가 어머니의 동의는 얻어낼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어머니가 이 일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 수가 없었다. 다씨를 향한 어머니의 혐오감이 그의 재산이나 지위로 극복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그런데 어머니가 그들의 결혼을 열렬히 반대하든 혹은 열렬히 기뻐하든 간에 그것은 어머니다운 양식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다씨는 어머니가 열렬히 반대하든 찬성하든 그 모습을 역겨워할지도 모른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오후에 베넷이 자기 서재로 들어갈 때 다씨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서 뒤따라가는 모습을 보고서 엘리자베스는 극도로 불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아버지가 반대하리라는 두려움을 갖지는 않았지만, 자기는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딸인데 그런 딸이 이제 결혼하게 된다는 소리를 들으면 아버지가 서운해할까 봐 두려웠고 그래서 불안한 마음으로 앉아 있었다. 그런데 다씨가 나타나면서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고는 다소 안도가 되었다. 몇 분이 지난 후에 다씨가 그녀와 키티가 있는 곳으로 다가와서는, 그녀가 바느질하는 모습을 보면서 칭찬하는 척하다가 조용한 목소리로 이런 말을 했다. “아버지한테 가봐요. 지금 서재에서 기다리고 계시거든요.” 그래서 그녀는 즉시 그리로 갔다.
그녀의 아버지는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서재에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리지, 너 웬일이니? 그 사람을 받아들이다니, 정신 나간 거 아니니? 그 사람을 항상 미워했잖아?”

그때 그녀는 자기가 이전에 좀 더 이성적으로 처신했더라면, 그리고 좀 더 부드러운 방식으로 다씨에 대해서 말했더라면 하고 얼마나 바랐는지 모른다. 그랬더라면 지금에 와서 어색하게 자기 변명을 늘어놓을 일이 없었을 게다. 그렇지만 이제 그 귀찮은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고, 약간은 당황해가면서 다씨에 대한 자신의 애정이 진심이라는 점을 아버지에게 확인시켜주어야 했다.

“그렇다면 네가 그 사람하고 결혼하기로 작정했단 말이지? 그 사람은 부자고 넌 제인보다도 더 좋은 옷이나 마차를 갖게 될 거야. 그치만 그런 게 너한테 행복을 보장해줄 수 있을까?”

“제가 그 사람한테 관심이 없었다는 점을 제외하고 다른 거부감은 아버지한테 없으세요?” 엘리자베스가 물어보았다.
“전혀 없지. 우린 모두 그를 거만하고 불쾌한 사람으로 알고 있었어. 그치만 네가 그 사람을 진실로 좋아하기만 한다면 그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지.”
“전 그 사람을 진실로 좋아하고 사랑해요. 사실 그 사람은 거만하지도 않아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아버지는 그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계세요. 그러니 그 사람을 나쁘게 평가해서 제 마음을 아프게 하지 말아주세요.”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리지, 난 그 사람한테 허락해주었단다. 그 사람이 정중하게 요청하는데 내가 거절할 입장은 못 되지. 네가 그 사람하고 결혼하기로 작정했다면 이제 모든 걸 너한테 맡길 거야. 하지만 내가 충고하는데, 더 잘 생각해보렴. 난 네 성질을 알고 있어. 만약에 네가 남편을 진실로 공경하지 못하고 너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서 존경하지 못한다면 네가 행복해질 수 없다는 점을 난 알고 있어. 만약에 남편이 그런 사람이 되지 못한다면 네 활달한 기질로 보아서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고. 그렇게 되는 경우 남편을 믿지 못하고 불행해질 거야. 네가 일생에서 존경할 수 없는 남편을 만나는 걸 내게 보이지 말아주렴. 넌 네 자신이 무슨 일을 하려는지 잘 모르는 거 같구나.”
엘리자베스는 이제 더 심각한 표정으로 진지하게 대답해주었다. 다씨는 자신이 진실로 좋아서 선택한 사람이고, 그 사람에 대한 자신의 평가가 서서히 변해왔으며, 그 사람의 애정이 하룻만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여러 달에 걸쳐서 확인되었다는 등 그 사람의 자질에 대해서 강조해준 다음에 결국 아버지의 불신을 이겨내고 그 결혼을 받아들이도록 만들었다.

그녀가 얘기를 마치자 아버지가 이렇게 말해주었다. “그렇다면 난 더 이상 할 말이 없구나. 그게 모두 사실이라면 그 사람은 너를 아내로 맞을 자격이 있는 거야. 사실 그보다 못한 사람이라면 너를 보낼 수 없겠지만 말이다.”
다씨에 대한 호감을 더 심어주기 위해서 그녀는 다씨가 리디아의 문제에 자발적으로 개입한 사실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아버지는 그녀의 말을 듣고서 깜짝 놀랐다.
“오늘은 정말 경이로운 날이군! 그래서, 다씨가 모든 걸 했단 말이지? 결혼을 성사시켜주고, 돈을 주고, 위컴의 빚을 갚아주고, 그리고 또 장교 직을 마련해주고! 정말 좋은 일을 했구나. 그걸로 난 돈을 갚아야 하는 고민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만약 네 외숙이 한 일이라면 내가 돈을 갚아야겠지만, 열렬히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한 일이니 갚을 필요는 없겠지. 내일 그 사람한테 돈을 갚겠다고 제안은 해봐야겠구나. 그러면 그 사람은 너에 대한 사랑 때문에 그랬다고 할 테고 그걸로 마무리되겠지.”
베넷은 며칠 전에 콜린스한테서 온 편지를 읽을 때 엘리자베스가 당황하던 모습을 기억하고서 잠시 웃은 다음에 엘리자베스더러 이제 방에서 나가도 된다고 했고, 그녀가 나가려고 할 때 이런 말을 해주었다. “메리나 키티를 찾는 젊은이가 있다면 들여보내. 내가 지금은 시간이 많으니 말야.”
엘리자베스는 이제 무거운 짐을 벗어버려서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자기 방에서 30분 정도 생각에 잠겼다가 마침내 차분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과 합류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일이 신속히 해결되어서 기쁨에 겨울 시간도 없었고, 그래서 그날 오후는 그렇게 넘어갔다. 이제 두려워할 일은 없었고 편안한 세월만 남게 되었다.
저녁때 어머니가 2층의 옷 갈아입는 방으로 올라갈 때 엘리자베스도 따라 올라가서 그 중대한 사실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그 효과는 굉장했다. 처음에 그 소리를 들었을 때 베넷 여사는 한마디도 말을 못하고 그냥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기만 했다. 몇 분 동안은 자기가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알 수도 없었다. 자기 가족의 이익에 관련된 일이나 딸들이 시집가는 일에 대해서 그녀가 절대 둔감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결국 그녀는 정신을 회복하기 시작했고, 자기 자리에서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하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벌어질 수가! 오, 다씨! 누가 그걸 생각이나 했겠냐고! 근데 그게 사실이니? 오, 내 딸아! 이제 갑부가 되고 신분이 상승하겠구나! 그 많은 돈, 보석, 마차를 갖게 될 테고! 제인은 너한테 비하면 아무것도 아냐. 난 정말 행복하구나. 그처럼 매력적인 사람이 널 데려가다니! 키도 늘씬하고! 오, 내 딸아! 전에 내가 그 사람을 싫어한 게 정말 미안하구나. 그 사람이 그걸 염두에 두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런던에 집도 있고! 없는 게 없고! 세 딸이 한꺼번에 결혼하다니! 1년 수입이 만 파운드! 오, 하느님! 내가 이러다 기절이라도 하지 않는지 모르겠구나.”
이것으로써 어머니의 허락은 의심할 바가 없게 되었다. 엘리자베스는 그러한 소동을 자기 혼자서 겪은 데 만족하고는 이내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그렇지만 자기 방에 채 3분도 앉아 있지 못했는데 어머니가 따라 들어오는 것이었다.
“얘야, 난 정말 정신이 없구나! 1년 수입이 만 파운드이고 그 이상 될 가능성도 많다니! 제왕이나 다름없지! 그리고 아주 거창한 결혼식이 이루어질 테고 말야. 얘, 다씨가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이 뭔지 말해다오. 내일 준비해야 하니까.”
 
이것은 어머니가 앞으로 그 신사에게 어떻게 대할지를 알려주는 슬픈 징조였다. 엘리자베스가 다씨의 열렬한 애정을 확인하고 부모의 동의를 구하기는 했지만 어머니가 처신을 잘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었던 게다. 그렇지만 그 이튿날은 엘리자베스가 예상했던 것보다 무난히 지나갔다. 왜냐하면 베넷 여사가 장래의 사윗감에게 경외심을 갖고 있어서, 다씨가 하는 말에 그냥 동의하는 정도로 끝내고 자기가 이런저런 말을 붙이려고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는 아버지가 다씨와 친근해지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는 마음이 흡족해졌다. 그리고 베넷은 시간이 갈수록 다씨를 더욱 좋은 사람으로 보게 됐다고 엘리자베스에게 말해주었다.

“난 세 사위를 모두 아주 존중한단다. 그중에서도 위컴이 내가 제일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이겠지만 네 남편감도 제인 남편감만큼이나 좋아하게 될 거 같구나.” 베넷이 말했다.
 



제18장
 
 
 
엘리자베스의 쾌활함은 금세 되살아났다. 그래서 다씨에게 그가 어떻게 해서 그녀에게 빠지게 되었는지를 말해달라고 요구했다.
“어떻게 그렇게 시작할 수 있었죠? 일단 시작한 다음에 잘 진행된 걸로 보이는군요. 그치만 맨 처음에 어떻게 시작할 수 있었나요?” 그녀가 물어보았다.
“맨 처음 시작한 시간이라든가 장소라든가 표정이라든가 말이라든가 그런 거에 대해서는 확실히 말할 수 없어요. 너무 오래됐으니까요. 내가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사태가 한참 흘러가고 있었죠.” 다씨가 대답해주었다.
“내 아름다움 같은 건 일찌감치 제쳐두었을 테고, 내 태도나 행동은 겨우 불경스럽지 않을 정도였고, 당신한테 될 수 있으면 고통만 안겨주려고 했어요. 이제 확실히 얘기해보세요. 내가 그렇게 건방져 보여서 좋아하게 됐나요?”
“엘리자베스 양의 마음이 활달해 보여서 그랬던 거죠.”
“내가 건방져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해도 돼요. 그랬다고 볼 수밖에 없어요. 사실 당신은 겸손이나 복종이나 호감 같은 것에만 길들어 있어서 신물이 난 거예요. 당신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만 말하고 생각하는 여자들한테 싫증이 났겠죠. 난 그들하고 다르기 때문에 당신의 관심을 일으키게 된 거라고요. 당신이 정말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건방진 나를 미워했을 거예요. 그렇지만 당신 자신을 감추려고 노력하는 가운데서도 당신의 감정은 항상 고상하고 정당했어요. 그리고 당신 마음속으로는 자기한테 잘 보이려고 애쓰는 사람들을 철저히 경멸했던 거예요. 이제 당신이 설명하고 싶은 걸 내가 해버렸으니 수고가 덜어졌죠? 모든 점을 고려해볼 때 가장 완벽한 설명이라고 보이네요. 분명히 당신은 나한테 실질적인 장점이 있는지를 모르고 있었어요. 그치만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그런 건 생각하지 않게 되죠.”
“그대의 언니가 네더필드에서 병이 났을 때 정성 들여 간호해준 건 장점이 아닌가요?”
“우리 언니한테 그 정도도 못해줄 리 있겠어요? 그치만 그걸 장점이라고 간주하죠. 이제 내 장점은 당신의 관찰하에 있으니 당신이 얼마든지 과장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러면 난 거기에 대한 답례로 될 수 있으면 자주 싸움을 걸 거예요. 이제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것으로 시작할게요. 왜 그렇게 뜸을 들이고 있었죠? 왜 우리 집에 맨 처음 방문했을 때, 그리고 나중에 식사할 때 나를 기피한 거예요? 여기 방문했을 때 왜 나한테 관심없는 것처럼 보였나요?”
“엘리자베스 양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말도 없는데다 나한테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치만 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었어요.”
“나도 마찬가지죠.”
“여기 식사하러 왔을 때는 더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었을 텐데요?”

“감정적으로 복잡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랬겠죠.”
“당신은 합리적인 대답을 하고 있고 나도 그걸 합리적인 것으로 인정하니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요. 근데 내가 그냥 방치해두었더라면 그런 상태로 당신이 얼마나 오래갔을지 알 수가 없군요. 내가 요청하지 않았더라면 언제 당신이 말을 했을지 모르겠다고요! 리디아한테 베풀어준 친절에 대해서 당신한테 감사를 표해야겠다는 결심이 아주 효과가 있었어요. 지나치다고 할 정도로요. 내가 그것을 언급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런 약속을 깨버려서 우리 행복이 이루어지게 됐어요. 도덕을 어겨서 그렇게 됐다고요. 그런 일은 다시 발생하지 않을 거예요.”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어요. 도덕은 어긴 게 없다고요. 우리를 갈라놓으려던 캐서린 여사님의 부당한 처사가 나의 모든 의심을 씻어주는 계기가 됐어요. 지금의 내 행복은 엘리자베스 양이 나한테 고마움을 표시하려고 했던 소망에서 비롯된 게 아녜요. 난 엘리자베스 양이 그러하리라고 바라지도 않았죠. 내 이모가 전해준 말이 나한테 희망을 줬고, 그래서 난 모든 걸 알아봐야겠다고 결심한 거예요.”
“캐서린 여사님께서 우리한테 무한한 도움을 주셨는데, 그것 때문에 그분이 행복하시겠어요. 왜냐면 그분은 누구한테 잘해주는 걸 좋아하시니까요. 그런데 왜 네더필드로 내려오신 거죠? 그냥 롱본으로 한번 와서 황당한 경험을 해보려고요? 아니면 진지한 어떤 결과가 있기를 기대한 건가요?”
“내 진정한 목적은 엘리자베스 양을 만나보고 당신이 나를 사랑하도록 할 수 있을지 알아보는 거였죠. 내가 다른 사람에게 알린 표면적인 목적은, 그리고 나 자신한테 알린 목적은 엘리자베스 양의 언니가 아직 도 빙리를 사랑하고 있는지 알아본 다음 만약 그렇다면 모든 내막을 빙리에게 자백하는 것이었죠.”
“캐서린 여사님께 이제 우리의 입장을 얘기할 용기가 있나요?”
“난 지금 용기가 아니라 시간이 필요할 거 같아요. 그치만 어차피 해야 할 일이니 만약 엘리자베스 양이 종이 한 장만 주신다면 지금 당장 실행하죠 뭐.”
“지금 나도 다른 사람한테 편지 쓸 일만 없다면 당신 옆에 앉아서 글씨를 고르게 쓰는 걸 칭찬해드리고 싶어요. 전에 어느 여자분이 그렇게 했잖아요? 그치만 우리 일에 대해서 알아야 할 외숙모님이 계세요.”
엘리자베스는 다씨와의 관계를 과장해 늘어놓는 게 싫어서 아직 가드너 여사의 긴 편지에 대한 답장을 해주지 않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 반가운 소식을 전해줄 수 있게 되었고, 3일 전에는 알려줬어야 하는데 아직 미루고 있는 점이 마음에 걸려서 즉시 다음과 같이 편지를 써내려갔다.
 
외숙모님의 그 상냥스럽고 긴 편지에 대해서 제가 진작 감사를 전했어야 하는데, 사실을 말씀드리자면 난처한 일이 있었어요. 외숙모님은 사실 이상으로 가정을 해버리셨지요. 하지만 지금은 얼마든지 가정을 하셔도 돼요. 얼마든지 공상을 펼치시고 무엇이든 상상해보셔도 돼요. 제가 실지로 결혼하지 않은 점만 제외한다면 크게 잘못된 일은 아닐 테니까요. 다시 한번 신속하게 편지하셔서 지난번에 하신 것보다 더 그 사람을 칭찬해주시면 좋을 거예요. 호수 지방까지 가지 않은 점에 대해서 두 번 세 번 감사드려요. 그러길 바랐던 제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모르겠어요. 조그만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서 전원을 둘러보겠다는 생각은 참 좋으신 거예요. 우리 매일 그 전원을 돌아다니자고요. 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에요. 다른 사람들도 그런 표현을 해대겠지만 저만큼 진실되지는 않을 거예요. 전 심지어 언니보다도 더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언니는 단지 미소만 짓지만 전 활짝 웃으니까요. 다씨 씨는 정말 감사하는 마음을 외숙모님께 전하고 있어요. 크리스마스 때 꼭 모두가 펨벌리로 오셔야 돼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다씨가 캐서린 여사에게 보낸 편지는 엘리자베스의 편지와는 스타일이 달랐다. 그리고 베넷이 콜린스에게 보낸 편지는 앞의 두 사람의 것과 또 달랐다. 이런 내용이었다.
 
조카에게
 이번에 한 번 더 수고를 해줘야겠네. 엘리자베스가 곧 다씨의 아내가 될 예정이네. 그러니 조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으로 캐서린 여사님을 위로해드리게. 그런데 내가 자네라면 자네 사촌 편에 서겠네. 그것이 자네에게 더 이득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돼서 하는 말이네. 이만 줄이겠네.
 
이제 곧 이어질 결혼에 대해서 캐롤라인이 오빠에게 전한 축하의 편지는 애정이 깃들어 있었지만 충실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녀는 제인에게도 편지를 썼는데, 결혼이 성사된 데 대해서 자신의 반가움을 전하는 것이었고, 제인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전에 하던 말의 반복이었다. 이번에는 제인도 속아 넘어가지 않았지만 애착이 가지 않을 수가 없었고, 캐롤라인에 대해서 신뢰감은 상실한 터였지만 그래도 친근한 답장을 써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씨의 여동생이 결혼 소식을 듣고 나타내 보인 기쁨은 그 사실을 전한 오빠의 기쁨만큼이나 진실했다. 자신의 모든 반가운 마음을 전하고 자기가 새언니의 마음에 들게 하는 데 편지지 네 면이 모자랄 정도였다.
콜린스가 답장을 해주기도 전에, 그리고 샬럿이 엘리자베스에게 축하의 편지를 할 수 있기도 전에 롱본의 가족들은 콜린스네 부부가 윌리엄 루카스네 영지에 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처럼 갑자기 오게 된 이유는 이내 분명해졌다. 캐서린 여사가 조카의 편지에 극도로 화가 났기 때문에, 그 결혼을 진실로 기뻐하고 있던 샬럿은 폭풍이 지나갈 때까지 피해 있기를 바랐던 것이다. 엘리자베스는 그러한 시기에 친구인 샬럿을 만나게 되어 진실로 반가웠다. 그런데 만날 때마다 콜린스가 다씨에게 온갖 아첨의 말을 해서 그 반가운 마음이 반감돼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다씨는 무덤덤하게 콜린스를 상대해주었다. 윌리엄 루카스 경은 다씨가 그 근처에서 최고의 보석을 얻어 간다는 찬사의 말을 했고, 나중에 세인트 제임스 궁전에서 모두가 자주 보자는 말을 하기도 했다. 윌리엄 루카스 경이 사라진 뒤에야 다씨는 그 사람이 가버려서 시원하다는 표정을 보였다.
필립스 여사의 저속한 언행은 다씨가 참아내야 하는 또 다른 시련이었다. 비록 필립스 여사가 그녀의 언니인 베넷 여사처럼 다씨에게 경외감을 갖고 있어서 서글서글한 빙리만큼 거리낌 없이 대하지는 않았지만, 일단 말을 하면 저속해져버렸던 것이다. 다씨에 대한 공경심이 그녀를 좀 더 조용하게 하기는 했지만 기품 있게 만들어주지는 못했던 게다. 엘리자베스는 다씨가 베넷 여사나 필립스 여사와 자주 접촉하는 것을 피하게 하느라 애를 썼고, 엘리자베스 자신이나 그 외 엘리자베스의 식구 중에서 마음놓고 대화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다씨를 묶어두려고 노력했다. 그러한 불편함이 열애 기간 중의 기쁨을 빼앗아버리기도 했지만 동시에 미래에 대한 희망을 더 부풀리는 역할도 했다. 그리고 그녀는 두 사람 모두에게 별로 즐거움을 주지 않는 그런 무리에서 벗어나서 펨벌리 사람들과 함께하는 안락하고 우아한 생활을 고대하게 되었다.
 



제19장
 
 
 
가장 가치 있는 두 딸을 시집보내는 베넷 여사의 기쁨은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나중에 그녀가 빙리 여사(제인)를 방문할 때 얼마나 뿌듯한 자부심을 느꼈는지, 그리고 다씨 여사(엘리자베스)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얘기할 때도 얼마나 뿌듯해했는지는 일일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게다. 많은 딸들을 좋은 곳으로 시집보내고 싶은 베넷 여사의 바람이 이루어졌으므로 이제 그녀는 옛날보다 더 지각 있고 상냥하고 영리한 여자가 되는 것을 기대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그녀의 남편 베넷에게는 가정의 행복을 가져오지 못할 것으로 간주되기도 해서, 그는 그녀가 옛날처럼 신경질이나 부리고 어리석기만을 마음속으로 은근히 바라기도 했다.
베넷은 둘째 딸을 특히 보고 싶어 했다. 그래서 그 딸에 대한 애정으로 자주 집을 떠나서 그녀를 방문했다. 특히 그는 펨벌리의 사람들이 전혀 예상하지 않았을 때 그곳을 방문하기를 즐겼다.
 빙리와 제인은 네더필드 저택에서 단지 열두 달 동안만 머물렀다. 제인의 어머니나 메리튼의 친척들과 가까이 산다는 점은 성질이 좋은 빙리에게도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었던 게다. 드디어 빙리의 누이들의 바람이 이루어지게 되었는데, 빙리가 더비셔 근처에 저택을 구입했던 것이다. 이제 제인과 엘리자베스는 다른 행복한 일도 많았지만 서로가 30마일 이내에 살게 되는 행복감까지 맛보게 되었다.
키티는 두 언니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득을 보게 되었다. 지금까지 그녀가 알고 지내던 사람들보다 나은 사람들과 지내다 보니 여러모로 향상이 되었던 게다. 그녀는 리디아처럼 통제 불능한 기질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제 리디아로부터 떨어져 적절한 보호를 받으면서 성미도 유순해지고 지식도 늘어갔으며 더 활동적인 사람이 되어갔다. 리디아가 무도회나 젊은 장교들을 들먹이면서 자주 그녀를 오라고 꼬드기기는 했지만 아버지가 그쪽으로 가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메리는 집안에 남게 된 유일한 딸이 되어버렸다. 베넷여사가 가만히 앉아 있는 성미가 아니었기 때문에 메리가 추구하는 일이 방해를 받았다. 이제 세상 사람들과 더 많이 어울려야 됐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에게 여전히 교훈을 전해주는 위치에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녀는 자기 자매들하고 미모를 비교당하는 고민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아버지 베넷의 눈에는 별 거부감 없이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것으로 보였다.
위컴과 리디아로 말할 것 같으면, 언니들의 결혼으로 성격이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위컴은 엘리자베스가 자신의 못된 행동이나 거짓에 대해서, 전에는 몰랐다 하더라도 이제는 다 알아버릴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갔다. 그리고 그 전에 벌어진 온갖 사건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자기가 다씨를 요리하면 한밑천 마련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완전히 버리지 않고 있었다. 엘리자베스의 결혼을 맞아 리디아가 보낸 편지에는, 위컴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리디아는 그러한 희망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 나타나 있었다. 그 편지는 다음과 같이 씌어 있었다.
 
리지 언니
 언니가 행복해지기를 빌어요. 내 남편에 대한 사랑의 반만큼이라도 언니가 다씨 선생님을 사랑한다면 아주 행복해질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부자인 형부를 만난 언니는 정말 복받은 거예요. 한가로운 시간에는 우리에 대해서도 생각 좀 해줘요. 남편이 궁정에서 자리를 얻고 싶어해요. 그리고 우리는 누구로부터 도움이 필요 없을 정도로 충분한 돈은 벌 수가 없어요. 1년에 3, 4백 파운드 정도 벌 수 있다면 어떤 자리라도 괜찮을 거예요. 그렇지만 언니가 원하지 않는다면 다씨 선생님한테 얘기하지 마세요. 이만 줄여요.
 
엘리자베스는 그 편지에 대한 답변에서 앞으로 그런 종류의 요구를 하지 말아달라는 말을 해두었다. 그렇지만 자기가 개인적으로 쓸 수 있는 돈에서 절약하여, 자기 힘이 닿는 한 틈틈이 리디아에게 돈을 보내주었다. 낭비벽이 심하고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 두 사람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그들의 수입으로는 생활을 유지해나가기도 벅차다는 것이 항상 뻔해 보였던 게다. 그들은 거처를 옮길때마다 모자라는 돈을 보충하기 위해서 제인이나 엘리자베스에게 구원을 요청했다. 그들의 생활방식이 항상 그러했기 때문에 위컴이 제대한 뒤로는 재정 상태가 더욱 엉망이었다. 그들은 생활비가 싼 곳을 찾아서 항상 이리저리 옮겨다녔으며 늘 수입을 초과하여 지출했다. 리디아에 대한 위컴의 애정은 이내 무관심으로 바뀌어버렸고 리디아의 애정도 조금 더 길게 지속되었을 뿐이다. 그런데 리디아가 아직 젊고 성격이 그러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결혼한 여자로서의 체통은 유지하고 있었다.
다씨는 위컴을 펨벌리로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엘리자베스의 입장을 생각해서 위컴이 일자리를 찾는 데는 협조해주었다. 리디아는 남편이 런던이나 바스로 떠나버렸을 때 혼자서 펨벌리로 찾아오곤 했다. 그런데 리디아 부부는 둘이 함께 빙리의 집에서 머무는 일이 잦았기 때문에 마음씨 좋은 빙리조차도 두 사람이 빨리 떠났으면 하고 바라는 때가 많았다.
캐롤라인은 다씨가 엘리자베스와 결혼해버려서 아주 분노했지만, 그래도 펨벌리 저택을 방문하는 체면을 유지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예전에 가졌던 모든 적개심을 버렸다. 그 전보다 더 조지아나를 좋아하게 되었고 다씨에게는 전처럼 상냥하게 굴었으며 엘리자베스와는 밀린 부채를 청산하여 다정한 사이가 되었다.
펨벌리 저택은 이제 조지아나의 명의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다씨가 희망한 대로 올케와 시누이 사이의 애정은 돈독해졌다. 두 사람이 바라던 대로 서로를 위해줄 수 있게 된 것이다. 조지아나는 엘리자베스를 매우 공경하는 마음이 있었다. 처음에는 자기 오빠한테 거침없고 장난스럽게 대하는 엘리자베스를 보고서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이제는 달라졌던 것이다. 경외심을 품을 정도로 우러러보던 오빠가 농담의 대상이 되는 것을 보았다. 그 전에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엘리자베스는 조지아나에게 남자를 다루는 방법을 가르쳐준 것이다. 그런 방식이 열 살 이상이나 아래인 여동생에게 오빠가 항상 허용할 수 없는 것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캐서린 여사는 조카의 결혼에 대해서 극도로 분노했다. 그리고 결혼식을 알리는 편지에 대한 답변에서 자신의 기질을 마음껏 발휘하여 온갖 모욕적인 언사를 늘어놓았고, 특히 엘리자베스에게 갖은 모욕을 주었기 때문에 한동안 모든 왕래가 끊기게 되었다. 그렇지만 엘리자베스가 남편을 설득하여 캐서린 여사의 언사를 눈감아주고 화해를 요청하게 되었다. 그리고 캐서린 여사 쪽에서는 조금 더 버티기는 했지만 결국 다씨에 대한 애정으로, 또는 엘리자베스가 얼마나 잘해나가는지를 보고 싶은 호기심으로 물러서게 되었다. 그리하여 캐서린 여사는 펨벌리 저택을 방문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펨벌리의 숲은 새로운 여주인의 등장으로, 그리고 런던에서 온 그녀의 외숙과 외숙모 때문에 오염되고 있었다.
가드너 부부와 다씨 부부는 아주 친근한 관계를 유지했다. 엘리자베스는 물론이고 다씨 역시 그들을 진심으로 좋아했다. 그리고 엘리자베스를 더비셔로 데려감으로써 두 사람이 맺어지는 중개 역할을 해주었던 가드너 부부에 대해서 다씨 부부는 항상 지극히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었다.


추천 (1) 선물 (0명)
IP: ♡.252.♡.103
뉘썬2뉘썬2 (♡.203.♡.82) - 2024/02/04 21:19:18

오만하던 다씨와 편견이잇던 엘리자베스가 드뎌 결혼하네요.해피엔딩이네요.

운명은 사랑에따라 변합니다..편견은 내가 다른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하고
오만은 다른사람이 나를 사랑할수없게 만든다.

나단비 (♡.252.♡.103) - 2024/02/04 21:23:36

오해가 풀리니 사랑이 바로 시작되네요.

뉘썬2뉘썬2 (♡.203.♡.82) - 2024/02/04 21:25:49

서로가 서로의것을 버리고 사랑을 알아가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네요.
日久见真情

나단비 (♡.252.♡.103) - 2024/02/04 21:32:22

네. 그말이 맞아요. 편견을 내려놓고 제대로 보기까지가 시간이 좀 걸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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