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마법사 1~2

나단비 | 2024.02.01 20:55:19 댓글: 0 조회: 148 추천: 2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44836
제1장 회오리 바람



도로시는 캔자스 대평원 한가운데서 농부인 헨리 삼촌, 엠 숙모 부부와 함께 살았다. 그들의 집은 작았는데, 집 지을 나무를 멀리서 마차로 실어 날라야 했기 때문이었다. 네 벽과 바닥, 지붕이 방 하나를 이루었고, 그 안에 녹슨 요리용 난로, 접시를 넣는 찬장, 식탁 하나와 서너 개의 의자 그리고 침대가 놓여 있었다. 헨리 삼촌과 엠 숙모는 한쪽 구석의 큰 침대를, 도로시는 다른 쪽 구석의 작은 침대를 썼다. 다락방도 없고 지하실도 없었다.

다만 바닥에 작은 구멍이 파여 있었는데, 그곳은 어떤 건물이라도 무너뜨릴 만큼 거센 회오리바람이 불어올 때 몸을 피하는 ‘회오리바람 대피소’였다. 바닥 중앙의 뚜껑문을 열면, 검은 구멍으로 내려가는 사다리가 나타났다.

문간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면 어디나 온통 잿빛 초원뿐이었다. 사방으로 하늘 끝자락에 닿을 때까지, 그 평지에는 나무 한 그루, 집 한 채도 없었다. 애써 갈아놓은 땅은 뙤약볕에 잿빛덩어리로 변하고, 군데군데 땅바닥이 갈라졌다. 풀잎마저 초록색이 아니었다. 긴 풀잎 끝이 햇볕에 타서, 도처의 잿빛과 똑같은 색으로 변해 있었다. 집에 칠했던 페인트도 햇볕에 기포가 생기면서 빗물에 씻겨 내려갔다. 이제 집도 주변처럼 우중충한 잿빛이었다.

처음 그곳에 와서 살았을 때, 엠 숙모는 예쁘장한 새댁이었다. 그러나 햇볕과 바람에 그녀도 변하고 말았다. 눈에서 반짝임이 사라지고 어두운 잿빛만 남았다. 뺨과 입술도 발그레한 기운이 사라지고 역시 잿빛으로 변했다. 숙모는 몹시 수척했고, 이제는 전혀 웃지 않았다. 고아인 도로시가 처음 왔을 때, 엠 숙모는 아이의 웃음소리에 너무 놀라 그녀의 즐거운 소리가 귀에 쨍쨍 울릴 때마다 비명을 지르며 가슴팍을 손으로 눌렀다. 그러고는 어디서 웃음거리를 찾아낼까 하는 의아한 마음으로 소녀를 바라보았다.

헨리 삼촌 역시 웃는 법이라곤 없었다. 그는 아침부터 밤까지 열심히 일했고, 즐거움이 뭔지 몰랐다. 그 역시 긴 수염부터 투박한 장화까지 온통 잿빛이었다. 그는 엄격하고 진중한 모습이었고, 입을 여는 일이 별로 없었다.
도로시에게 웃음을 주고, 그녀가 주변 환경처럼 잿빛으로 변하지 않게 해주는 것은 토토뿐이었다. 토토는 잿빛이 아니었다. 토토는 작고 검은 개로, 부드러운 털이 길게 자라 있었고, 우습게 생긴 조그마한 코 양옆에 박힌 작고 검은 두 눈은 즐겁게 빛났다. 토토는 온종일 놀았고, 도로시는 그런 토토와 놀았다. 소녀는 토토를 무척 사랑했다.

하지만 오늘은 둘이 놀고 있지 않았다. 헨리 삼촌은 현관 앞쪽 계단에 앉아 초조하게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평소보다 훨씬 짙은 잿빛이었다. 도로시도 토토를 안고 문간에 서서 하늘을 보았다. 엠 숙모는 설거지를 하는 중이었다.

멀리 북쪽에서 바람이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삼촌과 도로시는 폭풍우가 밀려오기 전의 파도처럼 고개를 숙이는 긴 풀잎들을 볼 수 있었다. 곧이어 남쪽 하늘에서 씽 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고, 그쪽으로 눈을 돌리자 거기에도 넘실대는 풀잎들이 보였다.

헨리 삼촌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내에게 소리쳤다.

“회오리바람이 오고 있어, 엠. 나는 가축을 단속하러 가겠소.”

그는 젖소와 말이 있는 헛간 쪽으로 달려갔다.

엠 숙모가 하던 일을 놔두고 문으로 나왔다. 그녀는 한눈에 위험이 닥쳤음을 알아차렸다.

“서둘러라, 도로시! 지하실로 뛰어가!”

숙모가 소리쳤다.

토토가 도로시의 품에서 뛰어내려 침대 밑에 숨었고, 도로시는 개를 붙잡으려 했다. 숙모는 잔뜩 겁을 먹고는 방바닥의 뚜껑 문을 열고서 작고 어두운 구멍으로 내려갔다. 마침내 토토를 붙잡은 도로시는 숙모를 뒤따르기 시작했다. 그녀가 방의 중간쯤에 이르렀을 때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바람이 불었고, 집이 크게 흔들렸다. 그 바람에 도로시는 중심을 잃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집이 두세 차례 휘휘 돌더니 서서히 공중으로 솟구쳤던 것이다. 도로시는 마치 풍선을 타고 올라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집이 자리한 곳에서 북풍과 남풍이 서로 마주쳐, 그곳을 회오리바람의 핵으로 만들었다. 회오리바람의 중심부는 보통 잠잠하지만, 집 전체가 바람의 압력을 받아 점점 더 높이 올라갔다. 그러다가 결국 회오리바람의 맨 꼭대기에 이르렀고, 그 상태로 마치 깃털처럼 아주 멀리멀리 날려갔다.

무척 어두웠고 주위에서 무시무시한 바람소리가 들렸지만, 도로시는 자신이 꽤 수월하게 떠가고 있음을 알았다. 처음에 몇 차례 빙글빙글 돈 이후로는 집이 심하게 휘청거릴 때에도 마치 누군가가 요람을 흔들어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토토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구 짖어대면서 여기저기 방 안을 뛰어다녔다. 반면 도로시는 바닥에 가만히 앉아 무슨 일이 닥칠지 기다렸다.
 
 한 번은 토토가 열려 있는 뚜껑 문에 가까이 다가갔다가 아래로 떨어졌다. 처음에 도로시는 개를 잃고 말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구멍으로 쑥 튀어나온 토토의 귀를 발견했다. 강한 기압이 밀어올린 덕분에 개가 아래로 떨어지지 않은 것이었다. 도로시는 구멍으로 기어가서 토토의 귀를 붙잡아 다시 방으로 끌어올렸다. 그런 다음 다시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뚜껑 문을 닫았다.

시간은 계속 흘렀고, 도로시는 차츰 두려움을 극복했다. 하지만 너무나 쓸쓸했고, 바람이 어찌나 날카롭게 불던지 귀가 먹을 지경이었다. 처음에는 집이 다시 떨어져 몸이 산산조각이 날까봐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무서운 일이 일어나지 않자, 도로시는 걱정을 접고서 어떻게 될지 차분히 기다려보기로 했다. 마침내 도로시는 흔들리는 바닥 위를 기어가 침대 위에 누웠다. 토토도 따라와 도로시 곁에 누웠다.

집이 흔들리고 바람이 울부짖었지만, 도로시는 곧 눈을 감고 잠에 빠졌다.





제2장 뭉크킨들과의 만남

도로시는 알 수 없는 충격에 정신을 차렸다. 너무 갑작스럽고 격심한 것이어서 폭신한 침대에 누워 있지 않았더라면 다쳤을 것 같았다. 실제로 충격 때문에 숨이 막혔고, 무슨 일이 생긴 건지 궁금했다. 토토가 차가운 코를 도로시의 얼굴에 대면서 서글프게 낑낑댔다. 도로시는 바로 일어나 앉았고, 집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창문으로 환한 햇살이 들어와 작은 방을 가득 채우고 있어 집 안이 어둡지도 않았다. 도로시는 얼른 침대에서 내려와 뛰어가서 문을 열었다. 토토가 소녀를 뒤따랐다.

도로시는 탄성을 지르며 주위를 둘러보았고, 굉장한 광경에 그녀의 두 눈이 점점 더 휘둥그레졌다.

회오리바람이 집을 부드럽게 내려놓은 곳은, 놀랍도록 아름다운 나라의 한가운데였다. 사방에 파란 잔디밭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고, 곧게 뻗은 나무들에는 탐스러운 과실이 매달려 있었다. 예쁜 꽃밭이 사방으로 펼쳐지고, 보기 드문 화려한 깃털을 가진 새들이 나무와 잡목 사이에서 노래하며 날개를 퍼덕였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반짝이는 작은 시내가 초록색 강둑 사이로 졸졸 소리를 내며 흘렀다. 오랫동안 메마른 잿빛 대초원에서 살았던 소녀에게는 아주 듣기 좋은 소리였다.

도로시가 이 낯설고 아름다운 광경을 열심히 쳐다보고 있는 사이, 생전 처음 보는 이상한 사람들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도로시가 지금껏 보았던 어른들과 같은 체구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주 작지도 않았다. 사실 그들은 도로시만 했다. 도로시는 나이에 비해 큰 편이었다. 그들의 키가 도로시와 비슷하긴 했지만, 겉모습으로는 훨씬 나이 들어 보였다.

일행은 남자 세 명과 여자 하나로, 모두 이상한 차림새였다. 둥근 모자는 머리 위로 30센티미터쯤 솟아 있었고, 챙에는 작은 종들이 달려 있어서 그들이 움직일 때마다 예쁜 소리를 냈다. 남자들이 쓴 모자는 파란색이었고, 작은 여자의 모자는 흰색이었다. 그녀는 어깨에 주름이 잡힌 흰 드레스를 입었고, 주름 위쪽으로 작은 별들이 햇살을 받아 다이아몬드처럼 빛났다. 남자들은 모자와 같은 색의 파란 옷을 입고, 윗부분이 파란색인 반들거리는 부츠를 신었다. 도로시는 남자들이 수염을 길렀기 때문에 헨리 삼촌과 비슷한 나이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은 여자는 언뜻 보기에도 훨씬 나이 든 모습이었다. 얼굴은 주름투성이였고, 머리는 하얗게 세었으며, 걸음걸이가 뻣뻣했다.

그들은 도로시가 서 있는 집에 가까워지자 더 다가가는 것이 두려운 듯 멈춰 서서 소곤거렸다. 하지만 작은 노파가 도로시에게 걸어와 머리 숙여 인사하며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뭉크킨의 나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가장 귀한 마법사여. 악한 동쪽 마녀를 죽이고 우리 국민을 속박에서 풀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도로시는 이 말을 듣고 놀랐다. 마법사라니, 이 사람은 무슨 말을 하는 걸까. 또 도로시가 악한 동쪽 마녀를 죽였다니? 도로시는 순진하고 나쁜 짓을 하지 않는 소녀였으며, 회오리바람에 실려 집에서 멀리 날아왔을 뿐이었다. 또 지금껏 누굴 죽여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작은 여자가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으므로 도로시는 주저하며 말했다.

“아주 친절하시네요. 하지만 뭔가 잘못되었나봐요. 저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어요.”

여자가 웃으며 대답했다.

“어쨌거나 당신 집이 그랬으니, 그게 그거지요. 보세요!”

그녀는 집의 한쪽 구석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마녀의 두 발이 나무 받침 밑으로 나와 있네요.”

도로시는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거기, 집을 떠받치는 큰 기둥 밑으로 코가 뾰족한 은 구두를 신은 두 발이 튀어나와 있었다.

“어머나, 이런! 집이 저 사람 위로 떨어졌나봐. 어쩌면 좋죠?”

도로시는 걱정스러워서 양손을 꽉 움켜쥐며 외쳤다.

“어쩌긴 뭘 어째요.”

여자가 차분하게 말했다.

“그런데 저 사람은 누구인가요?”

도로시가 물었다.

“내가 말한 악한 동쪽 마녀예요. 저 여자가 모든 뭉크킨들을 오랫동안 속박하고 밤낮없이 노예로 부렸지요. 이제 모두 풀려나서 당신에게 감사하고 있어요.”

“뭉크킨들이 누군데요?”

도로시가 물었다.

“악한 마녀가 다스렸던 이 동쪽 나라에 사는 민족이지요.”

“당신도 뭉크킨인가요?”

도로시가 물었다.

“아니에요. 하지만 나는 그들의 친구랍니다. 북쪽 나라에 살지만요. 동쪽 마녀가 죽은 걸 알자 뭉크킨들은 발 빠른 전령을 보냈고, 그래서 내가 여기 왔지요. 나는 북쪽 마녀랍니다.”

“어머나! 정말 마녀이신가요?”

도로시가 소리쳤다.

“그래요, 맞아요. 하지만 나는 착한 마녀고, 사람들은 나를 사랑해요. 이곳을 다스렸던 사악한 마녀 같은 능력은 없지만요. 있었다면 내가 직접 국민들을 해방시켰을 텐데 말예요.”

“하지만 마녀는 다 사악한 줄 알았는데요.”

도로시가 말했다. 진짜 마녀를 만나자 그녀는 조금 무서워졌다.

“아, 아니에요. 그건 큰 오해랍니다. 오즈의 나라에는 마녀가 넷뿐인데, 북쪽과 남쪽에 사는 마녀들은 착한 마녀들이지요. 내가 그중 한 사람이니까 잘 안답니다. 잘못 알 수가 없지요. 동쪽과 서쪽 마녀들은 사악한 마녀들이지만, 이제 아가씨가 한 명을 죽였으니, 이제 오즈의 나라에서 나쁜 마녀는 서쪽에 사는 마녀뿐이군요.”

도로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하지만 엠 숙모는 마녀들이 다 죽었다고 했는데요. 아주 오래전에요.”

“엠 숙모가 누군가요?”

마녀가 물었다.

“캔자스에 사는 제 숙모예요. 저는 캔자스에서 왔어요.”

북쪽 마녀는 고개를 숙이고 땅을 내려다보며 잠시 생각하는 듯했다. 그녀가 고개를 들면서 말했다.

“나는 캔자스가 어디 있는지 몰라요. 그런 이름은 들어본 적도 없어요. 하지만 말해봐요, 그곳은 문명화된 곳인가요?”

“네, 그럼요.”

도로시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이해가 되네요. 문명화된 곳에는 마녀가 남아 있지 않을 거예요. 마법사나 여자 마법사, 마술사도요. 하지만 오즈의 나라는 다른 모든 세상과 떨어져 있어서 문명화되지 않았지요. 그래서 아직도 마녀와 마법사가 있는 거예요.”

“마법사는 누군데요?”

도로시가 물었다.

“오즈 자신이 위대한 마법사지요.”

마녀가 소리를 낮춰 대답했다.

“오즈의 힘은 우리의 힘을 모두 합한 것보다도 더 세요. 그분은 에메랄드 시에 살아요.”

도로시는 더 물어보려 했지만, 그때 조용히 서 있던 뭉크킨들이 고함을 질렀다. 그들은 나쁜 마녀가 누워 있는 곳을 가리켰다.

“무슨 일이야?”

노부인이 눈길을 돌리더니, 이내 웃기 시작했다. 죽은 마녀의 발이 완전히 사라지고 은 구두만 남아 있었다.

북쪽 마녀가 설명했다.

“마녀가 너무 늙어서 햇볕을 받아 쪼그라들었군요. 완전히 끝난 거지요. 이제 이 은 구두는 아가씨의 것이니 신도록 하세요.”

마녀는 팔을 뻗어서 구두를 집더니, 흙을 털어서 도로시에게 건넸다.

“동쪽 마녀는 저 구두를 늘 자랑했지요. 구두에 마법이 걸려 있다고 했지만, 우리는 어떤 마법인지 모른답니다.”

뭉크킨들 가운데 한 명이 말했다.

도로시는 구두를 집으로 가져가서 탁자 위에 놓았다. 그런 다음 뭉크킨들이 있는 곳으로 나와서 말했다.

“저는 삼촌과 숙모에게 돌아가고 싶어요. 두 분이 걱정하실 테니까요. 길을 찾도록 도와주시겠어요?”

뭉크킨들과 마녀는 서로 쳐다보더니, 도로시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멀지 않은 동쪽에 거대한 사막이 있는데, 아무도 못 건너가요.”

“남쪽도 마찬가지예요. 거기 가봐서 알거든요. 남쪽은 쿼들링들의 나라랍니다.”

다른 사람이 말했다.

세 번째 사람이 말했다.

“서쪽도 다를 바 없다고 들었어요. 윙키들이 사는 그 나라는 악한 서쪽 마녀가 다스리지요. 당신이 그곳을 지나가면, 그녀는 당신을 노예로 만들 거예요.”

늙은 마녀가 말했다.

“북쪽은 내 집이고, 가장자리는 오즈의 나라를 에워싼 것과 똑같은 거대한 사막이랍니다.”

도로시는 이 말을 듣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온통 이상한 사람들 사이에서 외로웠다. 소녀의 눈물은 친절한 뭉크킨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 같았다. 곧 다들 손수건을 꺼내 들고서 울기 시작했다. 체구가 작은 노파는 모자를 벗어서 막대 끝에 세우고는, 진지한 목소리로 “하나, 둘, 셋!” 하고 외쳤다. 그러자 모자가 석판으로 변했는데, 거기에는 큼지막한 분필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도로시를 에메랄드 시로 보내라.’

마녀는 막대에서 석판을 떼어내어 거기에 쓰인 글귀를 읽고는 이렇게 물었다.

“이름이 도로시인가요?”

“네.”
 
소녀는 고개를 들고 눈물을 닦으며 대답했다.

“그렇다면 에메랄드 시로 가야 해요. 아마 오즈가 당신을 도와줄 거예요.”

“그 도시가 어디인데요?”

도로시가 물었다.

“나라의 한가운데 있고, 내가 말한 위대한 마법사 오즈가 다스려요.”

“그는 좋은 사람인가요?”

도로시가 초조하게 물었다.

“좋은 마법사이지요. 직접 보지 않아서 그가 사람인지 아닌지는 대답할 수 없지만요.”

“어떻게 갈 수 있나요?”

도로시가 물었다.

“걸어서 가야 해요. 긴 여행이 될 거예요. 가끔은 상쾌하고, 가끔은 무섭고 어두운 곳을 지나게 되겠죠. 하지만 내가 아는 마법을 모두 동원해서 당신이 해를 당하지 않도록 해줄게요.”

“저랑 같이 가지 않을 건가요?”

도로시가 애원하듯 물었다. 소녀는 늙은 마녀를 하나뿐인 친구로 보기 시작한 참이었다.

“네, 그렇게는 못하지만, 내가 입맞춤을 해 주겠어요. 북부의 마녀에게 입맞춤 받은 사람은 누구도 해를 입히지 못한답니다.”

마녀가 대답했다.

마녀는 도로시에게 다가가 그녀의 이마에 가만히 입을 맞추었다. 도로시는 마녀의 입술이 닿은 곳에 빛나는 동그란 자국이 생겼음을 금방 알아차렸다.

“에메랄드 시까지 가는 길에는 노란 벽돌이 깔려 있으니 길을 잃지는 않을 거예요. 오즈를 만나면 겁내지말고 사정을 이야기한 다음, 도와 달라고 청해요. 그럼 잘 가요.”

세 명의 뭉크킨들도 도로시에게 절하고는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 빌어주었다. 인사를 마친 그들은 나무 사이로 걸어갔다. 마녀는 다정하게 고개를 끄덕여주었고, 왼발 발꿈치를 땅에 대고 세 번 빙글빙글 돌더니 곧바로 사라졌다. 그 광경을 보고 놀란 토토는 마녀가 사라진 곳을 향해 마구 짖어댔다. 마녀가 옆에 있을 때는 무서워서 으르렁대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가 마녀임을 아는 도로시는 그녀가 그런 식으로 사라질 것을 예상하고 있었으므로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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