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마법사 5~6

나단비 | 2024.02.01 21:48:42 댓글: 0 조회: 119 추천: 2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44850
제 5장 양철 나무꾼을 구출하다

도로시가 눈을 뜨니 햇살이 나무 사이로 비치고 있었고, 토토는 벌써 일어나 새와 다람쥐를 쫓아다니는 중이었다. 도로시는 몸을 일으키고 자리에 앉아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허수아비는 여전히 구석에 진득하게 선 채 도로시가 깨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서 물을 찾아야 해.”
도로시가 말했다.
“왜 물이 필요해?”
허수아비가 물었다.
“먼지가 날리는 길을 계속 걸었으니 얼굴도 씻고, 빵을 먹을 때 목이 메지 않게 마셔야지.”
“몸이 살로 되어 있으니 불편하겠구나. 잠도 자야 하고, 먹고 마셔야 되니까. 하지만 너에게는 뇌가 있고, 제대로 생각할 수 있다면 그런 불편쯤은 참을 만도 하겠지.”
그들은 오두막을 나섰고 나무 사이를 걸어 맑은 샘물을 찾았다. 도로시는 물을 마신 후 얼굴을 씻고 아침 식사도 했다. 바구니에 빵이 얼마 남아 있지 않아 허수아비가 음식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다행스러웠다. 그날 하루 도로시와 토토가 먹기에도 빠듯했기 때문이다.
식사를 마치고 노란 벽돌 길로 돌아가려는 찰나, 근처에서 들려 온 깊은 신음소리에 도로시는 깜짝 놀랐다.
“무슨 소리였지?”
도로시가 겁을 내며 물었다.
“나로선 상상하기 힘들지. 가서 보자고.”

허수아비가 대답했다.

그때 또다시 신음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뒤쪽에서 소리가 난 것 같았다. 그들이 방향을 돌려 몇 걸음 걸어갔을 때, 도로시는 나무 사이로 비추는 햇빛에 무언가 반짝이는 것을 발견했다. 도로시는 그곳을 향해 달려가다 비명을 지르며 우뚝 멈추었다.
큰 나무가 조금 잘려나가 있었고, 그 옆에 온몸이 양철로 된 인간이 도끼를 들고 있었다. 머리와 팔다리가 몸통에 붙어 있었지만, 그는 움직이지 못하는 듯 꼼짝 않고 서 있었다.
도로시는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고 허수아비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토토는 그를 향해 거칠게 짖으면서 양철 다리를 물었지만 오히려 이빨이 아팠다.
“네가 신음소리를 냈니?”
“응, 맞아. 1년도 넘게 끙끙거렸는데, 아무도 도와주러 오는 사람이 없더군.”
양철 인간이 대답했다.
“뭘 도와주면 돼?”
남자의 슬픈 목소리를 듣자 마음이 찡해진 도로시가 상냥하게 물었다.
“기름통을 가져다가 내 이음매에 기름칠을 해 줘.” 그가 말을 이었다. “온몸이 심하게 녹슬어서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어. 기름칠만 잘하면 금방 괜찮아질 거야. 내 오두막에 가면 선반에 기름통이 있단다.”
도로시는 얼른 오두막으로 달려가서 기름통을 찾았고, 그것을 들고 다시 돌아와 다급히 물었다.

“이음매가 어디야?”
“먼저 목에 기름칠을 해.”

양철 나무꾼이 대답했다. 도로시가 그의 몸에 기름칠을 하기 시작했다. 녹이 워낙 심해서 허수아비가 머리통을 잡고 잘 돌아갈 때까지 돌려줘야 했다. 그제야 양철 나무꾼은 혼자 자기 목을 돌릴 수 있었다.
“이제 내 양팔의 이음매에 기름칠을 해줘.”
그가 말했다. 도로시가 기름을 바르자 허수아비가 조심스럽게 양철 나무꾼의 팔을 구부렸다. 마침내 녹슨 팔이 새 것처럼 자유롭게 움직였다.
양철 나무꾼은 만족스러운 듯 한숨을 내쉬고는 도끼를 내려 나무에 기댔다.
“정말 살 것 같군! 이음매가 녹슨 후로 줄곧 도끼를 들고 있었지. 드디어 내려놓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이제 내 다리에 기름칠을 하면, 다시 예전처럼 제대로 움직일 수 있을 거야.”
그래서 그들은 나무꾼의 다리가 자유롭게 움직일 때까지 기름칠을 반복했다. 나무꾼은 몸을 움직일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며 거듭 인사했다. 그는 아주 예의바르고 감사할 줄 아는 이였다.
그가 말했다.
“너희가 오지 않았다면 나는 영원히 여기 서 있었을지도 몰라. 너희가 내 목숨을 구해준 셈이지. 여기는 무슨 일로 왔어?”
“우리는 위대한 오즈를 만나러 에메랄드 시에 가는 중인데, 네 오두막에서 밤을 지냈어.”
도로시가 대답했다.
“왜 오즈를 만나려고 하는데?”
양철 나무꾼이 물었다.
“나를 캔자스로 돌려보내 달라고 하려고. 또 허수아비는 오즈에게 머리에 뇌를 넣어 달라고 부탁할 거야.”
도로시가 대답했다.
양철나무꾼은 잠시 깊이 생각하는 눈치였다. 그러더니 입을 열었다.
“오즈가 나한테 심장을 줄 수도 있을까?”
“글쎄, 가능할 거야. 허수아비에게 뇌를 주는 것만큼이나 쉬울걸.”
도로시가 대답했다.
양철 나무꾼이 말했다.
“그래! 너희가 나를 일행에 끼워준다면 함께 에메랄드 시에 가서 오즈에게 도와 달라고 부탁하고 싶어.”
“그럼 같이 가자.”
허수아비가 진심으로 말했다. 도로시도 동행이 생기면 좋을 거라고 말했다. 그래서 양철 나무꾼은 어깨에 도끼를 걸치고 그들을 따랐다. 일행 모두가 숲을 지나 노란 벽돌이 깔린 길로 향했다.
양철 나무꾼은 도로시에게 기름통을 바구니에 담아 갖고 가 달라고 부탁했다.
“비를 만나서 다시 녹이 슬거나 하면 기름통이 꼭 필요할 거야.”
새 친구와 함께 여행을 하게 된 것은 아주 운 좋은 일이었다. 그들이 다시 길을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무가 너무 빽빽하게 자라 쉽게 뚫고 지날 수 없는 곳에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양철 나무꾼이 도끼로 나무를 잘라내기 시작했고, 곧 일행이 지나갈 만한 길을 만들었다.
도로시는 깊은 생각에 잠긴 채 걷다가 허수아비가 구멍에 빠져 길가로 구른 사실도 알지 못했다. 결국 허수아비는 자신을 일으켜 달라고 소리쳐야 했다.
“왜 구멍을 피해 돌아가지 않았어?”
양철 나무꾼이 물었다.
“나는 잘 모르거든. 머리에 지푸라기만 가득 차 있어서 뇌를 달라고 부탁하러 오즈에게 가는 거잖아.”
“아, 그렇구나. 하지만 뇌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은 아니야.”
양철 나무꾼이 말했다.
“너는 뇌를 갖고 있니?”
허수아비가 물었다.
“아니, 지금은 비어 있지만 한때는 뇌가 있었고 심장도 있었지. 그것들을 얻으려고 애쓰고 있지만, 가장 갖고 싶은 것은 심장이야.”
양철 나무꾼이 대답했다.
“어째서?”

허수아비가 물었다.
“내 이야기를 들려줄게. 그러면 알게 될 거야.”
그래서 숲을 지나는 동안 양철 나무꾼은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나는 숲에서 나무를 베어다 파는 나무꾼의 아들이었어. 어른이 된 후 나 역시 나무꾼이 되었고,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는 어머니를 보살펴 드렸지. 어머니마저 돌아가신 후 혼자 살지 말고 결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 그래야 외롭지 않을 테니까.
어떤 뭉크킨 아가씨가 있었는데, 정말 아름다웠어. 나는 곧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어. 그녀는 내가 좀더 좋은 집을 지을 만큼 돈을 벌면 나와 결혼하겠다고 약속했지. 그래서 나는 정말 열심히 일했어. 하지만 그녀와 같이 살던 노파는 그녀가 결혼하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겼지. 노파는 무척 게으른 사람이어서 그 아가씨가 계속 자기와 같이 살면서 요리와 살림을 해주기를 바랐거든. 노파는 악한 동쪽 마녀를 찾아가서 우리의 결혼을 막아주면 양 두 마리와 소 한 마리를 주겠다고 약속했고, 그후 악한 마녀가 내 도끼에 마법을 걸었어. 어느 날 나는 얼른 새 집과 아내를 얻을 욕심에 열심히 나무를 베다가 도끼를 놓쳤고, 왼쪽 다리를 잃고 말았지.
처음에는 이 일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불행이라 생각했어. 외다리 사내가 나무꾼 일을 할 수는 없으리란 걸 알았으니까. 그래서 양철공을 찾아가서 양철로 새 다리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어. 새 다리에 익숙해지고 나니 다리를 잘 움직일 수 있었지만, 덕분에 악한 동쪽 마녀는 분노했지. 노파에게 나와 예쁜 뭉크킨 아가씨가 결혼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약속했으니까 말이야. 결국 다시 나무를 자를 때 도끼가 미끄러져서 오른쪽 다리마저 잘리고 말았어. 이번에도 양철공에게 갔고, 그는 또 양철로 다리를 만들어주었지. 이 일이 있은 후, 마법에 걸린 도끼에 차례로 양팔마저 잘렸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어. 양철 팔을 다시 달았으니까. 그러자 사악한 마녀는 마지막으로 내 머리마저 잘리게 만들었고, 결국 나도 끝장났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양철공이 우연히 나를 발견하고는 양철로 새 머리를 만들어주었어.
그 당시 나는 사악한 마녀를 이겼다고 생각하고 전보다 열심히 일했지. 하지만 나는 그녀가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미처 몰랐던 거야. 마녀는 아름다운 뭉크킨 아가씨를 향한 내 사랑을 없앨 방도를 새로 궁리했지. 그녀는 내 도끼가 다시 미끄러지도록 했고, 도끼는 내 몸을 두 동강 내버렸지. 다시 한 번 양철공이 양철로 몸통을 만들고 이음매를 이용해서 양철 팔다리와 머리를 붙였어. 덕분에 예전처럼 몸을 잘 움직일 수 있었지.
아아! 하지만 슬프게도, 심장을 잃은 탓에 뭉크킨 아가씨를 향한 애정이 사라졌어. 그녀와 결혼을 하든 안 하든 상관없게 됐지. 그녀는 지금도 노파와 살면서 내가 다시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내 몸이 햇빛을 받아 어찌나 반짝이던지 자랑스러웠고, 이제는 도끼를 놓쳐도 상관없었어. 도끼도 내 몸을 베지는 못했으니까. 남은 위험은 딱 하나였지─이음매가 녹슨다는 것 말이야. 하지만 집에 기름통을 놔두고, 필요할 때마다 기름을 칠해서 몸을 관리했어. 하지만 결국 기름칠하는 것을 깜빡하고 말았지. 폭풍우를 만나 흠뻑 젖었는데, 그제야 이음매가 녹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났어. 덕분에 너희가 와서 도와줄 때까지 숲에 남아 있어야 했던 거야. 몹시 힘들었지만, 거기 서 있는 한 해 동안 내가 잃은 가장 큰 것은 심장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지. 사랑에 빠졌을 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지만, 심장이 없는 사람은 사랑을 할 수가 없어. 그래서 오즈에게 부탁해 심장을 얻고 싶은 거야. 오즈가 그렇게 해준다면, 나는 뭉크킨 아가씨를 다시 만나 그녀에게 청혼할 거야.”
도로시와 허수아비는 양철 나무꾼의 사연을 귀 기울여 들었고, 그가 새 심장을 얻고 싶어 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허수아비가 말했다.
“나는 심장 대신 뇌를 부탁할 거야. 바보는 심장이 있어도 그걸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테니까.”
“나는 심장을 달라고 할 거야. 뇌가 사람을 행복하게 하지는 못해. 행복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이니까.”
양철 나무꾼이 말했다.
도로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둘 중 누구의 말이 옳은지 알 수 없었고, 캔자스의 엠 숙모에게 돌아갈 수만 있다면 양철 나무꾼이 뇌가 없든 허수아비가 심장이 없든, 둘이 원하는 것을 갖게 되든 크게 상관없다 싶었다.
빵을 거의 다 먹어 토토와 둘이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양 정도만 남은 것이 가장 큰 걱정이었다. 양철 나무꾼과 허수아비는 음식을 먹지 않지만, 도로시는 양철이나 짚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으니 먹지 않으면 절대로 살 수 없었다.



제6장 겁쟁이 사자


한참 동안 도로시와 친구들은 빽빽한 숲길을 걸었다. 길에는 여전히 노란 벽돌이 깔려 있었지만 나무에서 떨어진 마른 가지와 낙엽이 잔뜩 쌓여서 걷기에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이쪽 숲에는 새가 별로 없었다. 새들은 햇살이 쏟아지는 탁 트인 시골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따금 나무 사이에 숨은 야생 동물이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날 때마다 도로시는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어 가슴이 두근거렸다. 반면 토토는 알고 있었으므로, 짖지도 않고 도로시 옆에 바싹 붙어 걸었다.
“얼마나 가야 숲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도로시가 양철 나무꾼에게 물었다.
그가 대답했다.
“에메랄드 시에 가본 적이 없어서 대답할 수가 없어. 하지만 내가 어릴 때 아버지가 한 번 가셨는데, 위험한 땅을 가로지르는 먼 길이라고 하셨어. 오즈가 사는 도시에 가까워질수록 주변이 아름다워지긴 하지만 말이야. 하지만 난 기름통만 있으면 두려울 게 없고, 허수아비 역시 아무 해도 입지 않을 거야. 네 이마에 찍힌 착한 마녀의 입맞춤 자국이 너를 위험에서 지켜줄 거고.”
“하지만 토토는! 토토는 누가 지켜주지?”
도로시가 초조하게 물었다.
양철 나무꾼이 대답했다.
“토토가 위험해지면 우리가 지켜줘야지.”
그렇게 말했을 때 숲에서 무시무시한 소리가 났고, 갑자기 커다란 사자가 길로 튀어나왔다. 사자는 한 발을 휘둘러 허수아비를 쳤고, 허수아비는 그대로 빙글빙글 돌아 길 끝에 나가떨어졌다. 그러고 나서 뾰족한 발톱으로 양철 나무꾼을 찍었다. 양철 나무꾼이 길에 쓰러져서 꼼짝 않고 누워 있긴 해도, 양철에는 아무 자국도 나지 않아서 사자는 깜짝 놀랐다.
마침내 적과 마주친 토토는 사자를 향해 짖어댔고, 커다란 야수는 개를 물려고 입을 크게 벌렸다. 그때 도로시는 토토가 죽을까봐 걱정되어 위험한 줄도 모르고 달려들었다. 소녀는 사자의 코를 냅다 갈기면서 소리쳤다.
“토토를 물겠다는 생각은 하지도 마! 너처럼 큰 야수가 가여운 작은 개를 물다니, 창피한 줄 알아!”
“난 개를 물지 않았는걸.”
사자는 도로시가 때린 코를 발로 문지르면서 대꾸했다.
“그랬지, 하지만 그러려고 했잖아. 덩치 큰 겁쟁이 주제에.”
도로시가 비꼬았다.
사자는 창피해서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나도 알아. 전부터 알고 있었어. 하지만 난들 어쩌겠어?”
“그야 나도 모르지! 하지만 네가 가여운 허수아비처럼 짚으로 만든 사람을 때린다는 생각을 하면 정말이지…….”
“짚으로 만들었어?”
사자가 놀라서 물었다. 그는 도로시가 허수아비를 일으켜서 똑바로 세우고, 다시 모양을 잡아주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직도 화가 안 풀린 도로시가 대꾸했다.
“물론 짚으로 만들었지.”
“그래서 그렇게 쉽게 넘어갔구나. 막 빙빙 돌아서 얼마나 놀랐다고. 다른 사람도 짚으로 만들어졌나?”
사자가 말했다.
“아니, 양철로 되어 있지.”
도로시가 대답했다. 소녀는 나무꾼이 일어서도록 부축했다.
사자가 말했다.
“그래서 내 발톱이 뭉툭해질 뻔했구나. 발톱이 양철에 긁히면 등줄기에 소름이 쫙 끼치거든. 네가 그렇게 애지중지하는 작은 동물은 뭐지?”
“내 개야. 토토라고 해.”
도로시가 대답했다.
“개도 양철이나 짚으로 만들어졌니?”
사자가 물었다.
“아냐. 토토는 저기…… 살로 된 개야.”
도로시가 말했다.
“아. 묘한 동물이군. 지금 제대로 보니 아주 작구나. 나 같은 겁쟁이나 저렇게 작은 것을 물 생각을 하겠지.”

사자가 서글프게 말했다.
“어쩌다 겁쟁이가 됐니?”
도로시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큰 몸집의 야수를 쳐다보며 물었다. 사자는 작은 말만한 크기였다.
사자가 대답했다.
“그게 묘하단 말이야. 나는 그렇게 태어났나봐. 숲의 다른 동물들은 당연히 내가 용감하다고 생각하거든. 어디서나 사자를 ‘동물의 왕’으로 보니까. 내가 요란하게 으르렁댈 때마다 살아 있는 것들은 죄다 겁을 내고 내 앞에서 사라지지. 사람과 부딪칠 때마다 사실 난 무지무지 겁나거든. 그런데 내가 으르렁대면, 그 사람은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친다니까. 코끼리와 호랑이, 곰이 나한테 덤비면 나는 도망칠 거야─워낙 겁쟁이거든. 그런데 그들은 내 소리를 들으면 달아나려고 난리라니까. 당연히 나는 그냥 보내주지.”
“하지만 그건 옳지 않아. 동물의 왕이 겁쟁이면 안 되잖아.”
허수아비가 말했다.
사자가 꼬리 끝으로 눈물을 닦으면서 대꾸했다.
“나도 알아. 그게 내 가장 큰 슬픔이고, 내 인생을 몹시 불행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하지만 위험할 때마다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하거든.”
“심장병을 앓나 보구나.”
양철 나무꾼이 말했다.
“그럴지도 몰라.”

사자가 대답했다.
양철 나무꾼이 말했다.
“심장병을 앓는다면 다행으로 여겨야 해. 네가 심장을 가졌다는 증거니까. 내 경우에는 심장이 없으니까, 심장병에 걸릴 수도 없다고.”
사자가 생각에 잠겨 말했다.
“아마 내게 심장이 없으면 겁쟁이도 아닐 거야.”
“너, 뇌가 있니?”
허수아비가 물었다.
“그럴 거야. 한 번도 알아본 적은 없지만.”
사자가 대답했다.
“난 뇌를 달라고 부탁하려고 위대한 오즈에게 가는 거야. 내 머리 속에는 지푸라기가 채워져 있거든.”
허수아비가 말했다.
“그리고 나는 심장을 달라고 부탁하러 가는 중이야.”
양철 나무꾼이 말했다.
“난 말이지. 토토랑 같이 캔자스로 돌려보내 달라고 부탁하러 가고 있어.”
도로시가 말했다.
겁쟁이 사자가 물었다.
“오즈가 내게 용기를 줄 수도 있을까?”

“나한테 뇌를 줄 수 있다면 그럴 수 있을 거야.”
허수아비가 말했다.
“또는 나에게 심장을 줄 수 있다면!”
양철 나무꾼이 거들었다.
“아니면 나를 캔자스로 돌아가게 해줄 수 있다면!”
도로시가 말했다.
“만일 그렇다면, 나도 같이 가고 싶어. 너희만 괜찮다면 말이야. 용기가 없으면 참고 살 수가 없어.”
사자가 말했다.
도로시가 대답했다.
“대환영이지. 네가 있으면 다른 야수가 얼씬거리지 못하게 할 수 있잖아. 너한테 그렇게 쉽게 겁먹는 걸 보면 다른 동물들은 더 겁이 많은 것 같아.”
“그렇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더 용감해지는 건 아냐. 나 자신이 겁쟁이라는 사실을 아는 한 난 불행할 거야.”
사자가 대꾸했다.
일행은 다시 출발했고, 사자는 도로시 옆에서 당당하게 걸었다. 토토는 처음에는 새로운 동행이 못마땅했다. 사자한테 물릴 뻔했던 일을 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느긋해졌고, 곧 토토와 겁쟁이 사자는 좋은 친구가 되었다.
그날은 평화로운 여행을 방해할 만한 위험한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단지 양철 나무꾼이 길 위를 기어가는 딱정벌레를 밟는 사고가 있었고, 가여운 벌레는 죽고 말았다. 이 일 때문에 양철 나무꾼은 몹시 속상해했다. 그는 항상 살아 있는 것을 다치게 하지 않으려고 조심했기 때문이었다. 길을 가면서 나무꾼은 슬프고 후회스러워서 눈물을 몇 방울 흘렸다. 눈물이 뺨을 타고 턱까지 천천히 흘러내리자 턱이 녹슬었다. 잠시 후 도로시가 그에게 질문을 했지만, 그는 입을 벌릴 수가 없었다. 턱이 녹슬어서 입이 붙어버린 것이다. 양철 나무꾼은 덜컥 겁이 나서 구해 달라는 몸짓을 했지만, 도로시는 알아듣지 못했다. 사자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자 당황했다. 하지만 허수아비가 도로시의 바구니에서 기름통을 꺼내 양철 나무꾼의 턱에 기름칠을 해주었다. 잠시 후 나무꾼은 전처럼 말을 할 수 있었다.
양철 나무꾼이 말했다.
“이번 일로 발을 디딜 때 아래를 잘 봐야 된다는 교훈을 얻었어. 내가 다른 벌레나 딱정벌레를 죽이면 또 울고 말 거고, 울면 턱이 녹슬어서 말을 못하게 될 테니까.”

그후로 그는 길을 내려다보면서 조심조심 걸었고, 작은 개미가 기어가자 밟지 않으려고 그 위로 넘어갔다. 양철 나무꾼은 자신에게 심장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았고, 그래서 남에게 잔인하거나 불친절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가 말했다.

“너희처럼 심장을 가진 사람들은 이끌어줄 것이 있으니, 나쁜 짓을 저지를 일이 없지. 하지만 나는 심장이 없어서 굉장히 신중해야 해. 오즈가 내게 심장을 주면, 당연히 그렇게 신경 쓸 필요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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