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마법사 16~17

나단비 | 2024.02.04 04:10:51 댓글: 0 조회: 120 추천: 2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45384
제16장 위대한 사기꾼의 마술


다음 날 아침 허수아비가 친구들에게 말했다. “축하해 줘. 드디어 뇌를 얻으러 오즈한테 갈 거야. 돌아올 때는 다른 사람들이랑 똑같을 거라고.”

“난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의 네가 좋았는데.”

도로시가 간단히 대답했다.

“허수아비를 좋아해주다니 친절하구나. 하지만 새 뇌에서 쏟아내는 근사한 생각들을 들으면 나를 더 대단하게 보게 될걸.”

허수아비가 대꾸했다. 그는 쾌활한 목소리로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고, 알현실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너라.”

오즈가 대답했다.

허수아비가 들어가니, 왜소한 마법사는 생각에 잠긴 채 창가에 앉아 있었다.

“뇌를 받으러 왔는데요.”

허수아비가 좀 어색하게 말했다.

오즈가 대답했다.

“아, 그렇지. 저 의자에 앉아라. 네 머리통을 떼내야 하는데 좀 양해해줘야겠구나. 뇌를 제자리에 넣으려면 머리통을 벗길 수밖에 없거든.”

“괜찮아요. 더 좋은 머리로 되돌려주시기만 한다면 얼마든지요.”

허수아비가 말했다.

마법사는 그의 머리를 들어내서 지푸라기를 빼냈다. 그런 다음 뒷방으로 가서 약간의 왕겨를 준비해서 핀과 바늘을 잔뜩 넣고 섞었다. 완전히 섞이도록 흔든 다음 허수아비의 머리통 윗부분에 넣고, 나머지 공간에 지푸라기를 넣었다. 그는 허수아비의 머리통을 다시 몸에 붙이고 말했다.

“이제 너는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다. 내가 새 뇌를 아주 많이 줬거든.”

가장 큰 소망이 이루어지자 허수아비는 기쁘고 자랑스러웠다. 그는 오즈에게 열렬히 인사하고 친구들에게 돌아갔다.

도로시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허수아비를 쳐다보았다. 윗부분에 뇌가 들어 있어 머리통이 불룩했다.

“기분이 어때?”

도로시가 물었다.

“정말 현명해진 느낌이야. 뇌에 익숙해지면 뭐든 다 알게 되겠지.”

허수아비가 진지하게 대답했다.

양철 나무꾼이 물었다.

“왜 머리에서 바늘이랑 핀이 삐죽 나와 있지?”

“허수아비가 날카롭다는 증거지.”

사자가 대답했다.

“그럼 나도 오즈한테 가서 심장을 달래야겠어.”

나무꾼이 말했다. 그는 알현실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너라.”

오즈가 대답했다. 양철 나무꾼은 방으로 들어가서 말했다.

“심장을 얻으러 왔는데요.”

“잘 알겠다. 하지만 네 가슴팍에 구멍을 내야겠구나. 그래야 제자리에 심장을 넣을 수 있거든. 아프지 않아야 할 텐데.”

체구가 작은 마법사가 말했다.

“아, 괜찮아요. 나는 아무것도 못 느끼거든요.”

양철 나무꾼이 대답했다.

오즈는 양철공들이 쓰는 큰 가위를 가져와서 나무꾼의 가슴 왼쪽에 작은 사각형으로 구멍을 냈다. 그런 다음 서랍장에서 비단에 톱밥을 넣은 예쁜 심장을 꺼냈다.

그가 물었다.

“아름답지 않니?”

“정말 그러네요!”

양철 나무꾼이 기뻐하며 맞장구쳤다. 그가 덧붙여 물었다.

“그런데 친절한 심장인가요?”

“아, 물론이지!”

오즈가 대답했다. 그는 양철 나무꾼의 가슴에 심장을 넣은 다음, 사각형 양철조각을 대고 잘라낸 자리를 말끔히 땜질했다.

“자, 이제 너는 누구라도 자랑스러워할 만한 심장을 가졌다. 가슴을 땜질해서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었단다.”

오즈가 말했다.

양철 나무꾼이 행복해하며 말했다.

“땜질은 마음 쓰지 마세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베푸신 친절을 잊지 않을게요.”

“그런 말 말게.”

오즈가 대답했다.

양철 나무꾼은 친구들에게 돌아갔고, 다들 운이 좋았다며 기뻐해 주었다.

다음으로 사자가 알현실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너라.”

오즈가 말했다.

“용기를 받으러 왔는데요.”

사자가 방에 들어서면서 말했다.

“알았다. 내가 용기를 가져오마.”

왜소한 오즈가 말했다.

그는 찬장으로 가서 높은 선반에 있는 사각형 모양의 초록색 병을 꺼냈다. 오즈는 병에 든 것을 아름답게 조각된 초록색과 금색이 섞인 그릇에 따랐다. 그가 그릇을 앞에 내려놓자 겁쟁이 사자는 마음에 들지 않기라도 하는 양 킁킁댔다. 오즈가 말했다.

“마시렴.”

“이게 뭔데요?”

사자가 물었다.

오즈가 대답했다.

“이게 네 안에 들어가면 용기가 될 거야. 물론 용기는 언제나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너도 알겠지. 그러니까 삼키기 전까지는 이것을 진짜 ‘용기’로 부를 순 없단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이걸 마시라고 충고하고 싶구나.”
 
사자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그릇을 비웠다.

“이제 기분이 어떠냐?”

오즈가 물었다.

“용기가 넘치는데요.”

사자가 대답했다. 신이 난 그는 친구들에게 가서 자신의 행운을 자랑했다.

혼자 남은 오즈는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과 사자의 바람을 들어주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하며 빙그레 웃었다.
그는 혼잣말로 중얼댔다.

“누구나 불가능한 줄 아는 일들을 하게 만드니, 내가 사기꾼이 될 수밖에……. 허수아비와 사자, 나무꾼을 행복하게 해주기는 쉬웠어. 그들은 내가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상상했으니까. 하지만 도로시를 캔자스로 돌려보내는 데는 더 많은 상상이 필요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군.”



제17장 어떻게 기구를 띄웠는가


사흘간 도로시는 오즈에게서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다. 친구들은 자신들이 받은 것에 대해 좋아하고 만족했지만, 어린 소녀에게는 속상한 나날이었다. 허수아비는 친구들에게 머리에 멋진 생각들이 있지만, 어차피 자기 외에는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테니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양철 나무꾼은 걸어다닐 때 가슴팍 안에서 심장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그는 도로시에게 살로 된 몸이었을 때보다 더 친절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사자는 세상에 아무것도 겁날 게 없다고 했다. 인간 군대나 사나운 칼리다 열두어 마리라도 기꺼이 맞서겠노라고 장담했다.

결국 도로시를 빼곤 다들 만족해하고 있었다. 도로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캔자스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나흘째 되는 날, 오즈가 그녀를 부르자 도로시는 무척 기뻤다. 소녀가 알현실에 들어가자 오즈는 유쾌하게 말했다.

“앉으렴. 너를 이 나라에서 나가게 할 방법을 찾은 것 같구나.”

“그럼 캔자스로 갈 수 있나요?”

도로시가 조급하게 물었다.

“글쎄, 캔자스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구나. 거기가 어디 붙었는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하지만 맨 먼저 할 일은 사막을 건너는 거야. 그다음에는 집으로 가는 길을 찾기가 쉽겠지.”

오즈가 말했다.

도로시가 물었다.

“사막을 어떻게 건널 수 있지요?”

오즈가 대답했다.

“저기, 내 생각을 들어봐. 알다시피 난 이 나라에 올 때 기구를 타고 왔단다. 너 역시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대기를 타고 왔고 말이다. 그러니 사막을 건널 가장 좋은 방법은 하늘을 통하는 길일 거야.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는 것은 내 능력 밖의 일이지만, 기구는 내 힘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구나.”

“어떻게요?”

도로시가 물었다.

“기구는 비단으로 만들지. 가스가 안에 들어 있도록 천에 풀을 먹이는 거야. 궁전에 비단이 많이 있으니, 우리가 기구를 만드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거다. 하지만 이 나라를 다 뒤져도 기구를 채울 가스가 없어. 가스가 들어가야 기구가 둥둥 뜨는데 말이야.”

“기구가 뜨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아무 소용도 없잖아요.”

도로시가 말했다.

“맞는 말이야. 하지만 기구를 뜨게 할 다른 방법이 있단다. 기구에 열풍을 채우는 거지. 열풍은 가스만은 못해. 공기가 차가워지면, 기구가 사막으로 내려갈 거고 우린 길을 잃고 말 테니까.”

오즈가 대답했다.

“우리라니요! 당신도 나랑 같이 가나요?”

도로시가 외쳤다.

오즈가 말했다.

“아, 물론이지. 이제 사기꾼 노릇하기도 지겹거든. 내가 궁전에서 나가면, 백성들이 내가 마법사가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거야. 나한테 속았다는 걸 알고 화를 내겠지. 그러니 온종일 궁전에 처박혀 있을 수밖에 없단다. 얼마나 지루한지 모른다. 차라리 너랑 같이 캔자스로 돌아가서 다시 서커스단에 들어가고 싶구나.”

“같이 가겠다니 기뻐요.”

도로시가 말했다.
 
“고맙다. 자, 네가 비단을 잇는 것을 돕겠다면 함께 기구를 만들기 시작하자꾸나.”

도로시는 실과 바늘을 들었다. 오즈가 적당하게 비단을 자르자마자 소녀는 얌전하게 그것을 이어 붙였다. 처음에는 초록색 비단을, 다음에는 진한 초록색 비단을, 다음에는 에메랄드색 비단을 붙였다. 오즈가 여러 색으로 된 기구를 띄우고 싶어했기 때문이었다. 천 조각을 다 잇는 데 사흘이 걸렸지만, 마침내 길이 6미터가 넘는 대형 초록색 비단 기구가 완성되었다.

오즈는 공기가 새지 않도록 기구 안쪽에 풀을 얇게 발랐다. 그 작업이 끝나자 그는 기구가 완성되었다고 알렸다.

“하지만 우리가 탈 바구니가 있어야 되는데.”

그래서 그는 초록 수염을 기른 병사를 보내서 큰 빨래 바구니를 가져오게 했다. 그는 기구 아랫면에 밧줄 여러 개로 바구니를 연결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자 오즈는 백성들에게 구름 속에 사는 위대한 마법사 형제를 만나러 다녀온다고 알렸다. 소식은 에메랄드 시에 급속도로 퍼졌고, 모두 그 멋진 광경을 구경하러 왔다.

오즈는 기구를 궁전 앞으로 옮기도록 명령했고, 구경꾼들은 잔뜩 호기심 어린 눈으로 기구를 쳐다보았다. 양철 나무꾼은 미리 잔뜩 패 놓은 장작더미로 불을 피웠고, 오즈는 불 위에 기구 아랫면을 올려서 열풍이 비단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게 했다. 점점 주머니가 부풀더니 떠올랐고, 마침내 바구니가 땅에 닿을락말락해졌다.

그러자 오즈가 바구니에 타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백성들에게 말했다.

“이제 나는 형제를 방문하러 떠나겠다.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 허수아비가 여러분을 다스릴 것이다. 여러분은 나한테 그랬듯이 허수아비를 받들도록 하라.”

기구는 이미 밧줄이 팽팽해질 만큼 떠올랐다. 주머니 속의 공기가 뜨거워서 바깥의 공기보다 훨씬 가볍기 때문이었다. 기구가 하늘로 솟구치려 했다.

“어서 타, 도로시! 서두르지 않으면 기구가 떠오를 거야.”
마법사가 소리쳤다.

“토토가 안 보여요.”

도로시가 대답했다. 작은 개를 두고 가고 싶지 않았다. 토토는 새끼고양이를 보고 사람들 속으로 달려가버렸던 것이다. 마침내 토토를 찾은 도로시가 얼른 개를 안고 기구로 달려갔다.

기구까지 몇 걸음 안 남았을 때, 오즈가 도로시를 바구니에 태우려고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때 밧줄이 ‘우지직!’ 소리를 냈고, 기구는 소녀를 태우지 않고 하늘로 떠올랐다.

“내려와요! 나도 같이 가고 싶다고요!”

도로시가 소리쳤다.

“나는 내려갈 수가 없단다. 잘 있으렴!”

바구니에서 오즈가 외쳤다.

“잘 가요!”

다들 소리를 질렀고, 모든 이의 눈이 마법사가 탄 바구니에 쏠렸다. 기구는 점점 하늘 높이 떠올랐다.

그후로 누구도 위대한 마법사 오즈를 보지 못했다. 그는 오마하에 무사히 도착해서 지금도 거기 살고 있으리라. 하지만 에메랄드 시민들은 그를 좋은 기억으로 간직하며 서로 이렇게 말했다.

“위대한 오즈는 늘 우리의 친구셨어. 이곳에 와서는 우리를 위해 이 아름다운 에메랄드 시를 만드셨고, 이제는 ‘현명한 허수아비’에게 우리를 통치하도록 맡기고 떠나셨지.”

사람들은 위대한 마법사가 떠난 일을 두고 오래도록 슬퍼했고, 어떤 위로도 그 슬픔을 덜어주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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