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팬과 웬디 5

나단비 | 2024.02.06 10:22:05 댓글: 0 조회: 138 추천: 2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45807
제5장 현실로 나타난 섬

피터가 돌아오고 있음을 느끼자, 네버랜드는 또다시 깨어나서 생명을 얻었다. 우리는 과거완료를 이용해서 ‘깨어나서had wakened’라고 써야 문법에 맞겠지만, 그보다는 ‘깨어나서had woke’가 더 나을 뿐만 아니라 이쪽이 항상 피터가 사용하는 표현이었다.

그가 자리를 비운 동안, 섬의 상황은 별다른 일 없이 조용하기만 했다. 요정들은 아침에 한 시간 더 여유를 얻었고, 맹수들은 새끼를 돌보았으며, 인디언들은 6일 낮밤을 실컷 먹었고, 해적들과 잃어버린 아이들이 마주칠 때에는 그저 서로를 바라보며 엄지손가락을 깨물기만10) 했다. 하지만 무기력 상태를 싫어하는 피터가 돌아오면서, 그들은 다시 평소대로 돌아갔다. 만약 여러분이 지금 땅에다가 귀를 대어 보면, 섬 전체가 생명으로 끓어오르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이날 저녁에 이 섬의 주된 세력은 다음과 같이 배치되어 있었다. 잃어버린 아이들은 피터가 나타나기를 고대했고, 해적들은 잃어버린 아이들이 나타나기를 고대했으며, 인디언들은 해적들이 나타나기를 고대했고, 맹수들은 인디언들이 나타나기를 고대했다. 그들은 섬을 빙글빙글 돌고 돌았지만 정작 서로 만날 수는 없었으니, 왜냐하면 모두가 같은 속도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모두가 피를 원했지만 아이들은 예외였으니, 이들 역시 평소에는 피를 좋아했으나 오늘 밤만큼은 자기네 대장을 환영하러 나와 있었다. 이 섬에 사는 아이들은 물론 그 수가 들쑥날쑥했는데, 죽임을 당하거나 등등에 따라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라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들의 경우,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간주해 피터가 솎아 내 버렸다. 이번에는 모두 여섯 명이 있었는데, 쌍둥이를 두 명으로 계산한 것이었다. 지금부터 우리는 사탕수수 밭에 엎드려 있다고 가정하고, 각자 단검을 하나씩 쥐고 그곳으로 살그머니 들어온 아이들을 지켜보도록 하자.

조금이라도 자기와 똑같아 보이는 복장은 피터가 금지했으므로 아이들은 직접 잡은 곰의 가죽을 옷으로 만들어 입고 있었는데, 그걸 입으면 워낙 둥글둥글한 털투성이 모습이 되어서, 일단 쓰러졌다 하면 데굴데굴 구르게 마련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발에 최대한 힘을 주고 다녔다.
 
맨 처음 지나간 사람은 투틀스로, 그 씩씩한 무리에서도 전혀 용감하지 않은 데다가 가장 불운한 녀석이었다. 그는 다른 누구보다도 모험에 더 적게 가담했는데, 그가 길모퉁이를 돌아 사라질 때마다 항상 뭔가 큰일이 벌어진 탓이었다. 만사가 조용한 상태에서 장작으로 쓸 나뭇가지나 몇 개 주워 와야겠다고 자리를 비울 경우, 그가 돌아와 보면 막상 다른 아이들은 대단한 모험을 마치고 피를 닦아 내고 있는 식이었다. 이런 불운 때문에 그의 외모에는 약간의 우울이 깃들었지만, 심술궂게 자라기는커녕 천성 때문에 오히려 감미로워졌으니, 결국 그는 아이들 중에서도 가장 겸손한 아이가 되었다. 불쌍하지만 착한 투틀스, 오늘 밤 공중에는 너를 노리는 위험이 있단다. 별안간 모험이 네 앞에 펼쳐진다면 부디 몸조심하길 빈다. 왜냐하면 그 모험을 받아들이면, 너는 졸지에 가장 깊은 비애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투틀스, 오늘 밤에 못된 짓을 하려고 작정한 요정 팅크는 그 도구를 찾는 중이며, 네가 아이들 중에서도 가장 쉽게 속아 넘어간다고 생각하고 있어. 부디 팅커 벨을 주의하도록.

그가 우리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우리는 실제로 그 섬에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투틀스는 자기 손가락 관절을 깨물면서 그냥 지나가 버렸다.
그다음인 닙스는 쾌활하고 명랑했으며, 그다음인 슬라이틀리는 나무를 깎아 호루라기를 만들어서 자기가 연주하는 곡조에 맞춰 무아지경으로 춤을 추었다. 슬라이틀리는 아이들 중에서도 가장 우쭐거리는 녀석이었다. 자기가 잃어버린 아이가 되기 이전 시절이며, 그곳에서의 예의와 관습도 기억한다고 생각했으므로, 이런 이유로 인해 남들에게 불쾌할 정도로 콧대가 높아져 있었다. 네 번째는 컬리였다. 그는 말썽꾼이었고, 그래서 피터가 엄한 말투로 “그 일을 한 사람, 앞으로 나와”라고 할 때마다 자수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며, 이제는 자기가 정말 그 일을 했건 안 했건 간에, 이 명령을 들을 때면 자동적으로 앞으로 나서곤 했다. 마지막으로는 쌍둥이가 왔는데, 이들은 차마 묘사할 수가 없는 것이, 아무리 자신 있게 말하더라도 결국 둘 중에서 엉뚱한 녀석을 묘사하게 마련이기 때문이었다. 피터는 쌍둥이가 무엇인지 결코 확실히 알지 못했으며, 그가 알지 못하는 것이라면 그의 부하들도 알도록 허락받지 못했으므로, 이 두 사람은 항상 자신들에 대해서 모호한 생각만 갖고 있었고, 뭔가 미안해하는 듯한 방식으로 계속 나란히 붙어 있음으로써 만족을 주려고 최선을 다했다.

아이들은 어스름 속으로 사라졌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 섬에서는 만사가 무척 빠르게 이루어졌으므로 아주 오래 정적이 흐르지는 않은 상태에서, 이제 해적들이 아이들의 뒤를 밟았다. 우리는 해적들이 눈에 보이기도 전에 그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왜냐하면 항상 다음과 같은 노래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밧줄 감기 멈춰라, 어기영차, 배를 멈춰라,
우리는 해적질 나가신다,
 
총에 맞아 이 세상을 하직하게 되더라도,
저 아래에서 꼭 다시 만나자!”
 
‘부두 처형장’11)에서도 이보다 더 악당처럼 보이는 일당이 교수형을 당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 여기서도 약간 앞서 가는 자, 즉 평소와 마찬가지로 머리를 땅에 대고 귀를 기울이고 커다란 두 팔은 맨살을 드러내고 에스파냐 은화를 장신구로 귀에 달고 있는 자는 잘생긴 이탈리아인 체코였는데, 그는 가오의 형무소에서 그곳 형무소장의 등짝에 자기 이름을 피로 새긴 바 있었다. 그 뒤에 오는 저 거인 같은 흑인은 이름이 여러 개인데, 왜냐하면 과조모 강변에 사는 시커먼 어머니들이 지금까지도 자기 아이를 겁주기 위해 사용하는 원래 이름을 그가 버린 까닭이었다. 여기에는 빌 주크스도 있었는데, 그는 몸 전체가 문신으로 뒤덮여 있었다. 포르투갈 금화가 담긴 자루를 파묻기 전에 월러스〔바다코끼리〕호에서 해적 선장 플린트로부터 채찍질 72대를 당한 빌 주크스가 바로 그였다. 그리고 쿡선〔요리사의 아들〕은 블랙 머피의 형제라고 일컬어졌다(정말로 그런지는 결코 확인되지 않았다). 그리고 젠틀맨스타키〔신사 스타키〕가 있었는데, 그는 한때 공립학교의 보조 교사 노릇을 했기 때문에 지금도 여전히 뭘 죽일 때조차 얌전한 편이었다. 그리고 스카이라이츠(모건스 스카이라이츠)가 있었다. 그리고 아일랜드인 갑판장 스미가 있었는데, 그는 기묘하게도 온화한 인물이어서 이른바 칼을 찔러 넣으면서도 불쾌감을 유발하지는 않았으며, 후크의 부하들 중에서도 유일하게 비국교도12)였다. 그리고 누들러가 있었는데, 그의 양손은 뒤쪽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롭트 멀린스와 앨프 메이슨이 있었고, 카리브 해에서 오래전부터 알려지고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다른 여러 무법자들도 있었다.
 
이들의 한가운데, 이 어두운 배경 속에서도 가장 시커멓고 가장 덩치 큰 보석이 비스듬히 누워 있었으니, 그가 바로 제임스 후크 또는 본인이 즐겨 서명하듯이 재스 후크였고, 전하는 바에 따르면 그야말로 시쿡〔바다의 요리사〕13)이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부하들이 밀고 끄는 투박하게 생긴 전차 위에 편안하게 올라앉아 있었으며, 원래는 오른손이 있어야 할 곳에 달린 쇠갈고리를 가끔 흔들면서 속도를 높이라고 부하들을 재촉했다. 이 끔찍한 남자는 부하를 개처럼 취급하고 개처럼 불렀으며, 부하들도 개처럼 그에게 복종했다. 생김새로 말하자면 그는 시체처럼 여위고 얼굴이 검었는데, 머리카락은 긴 곱슬머리로 손질해 놓아서, 약간 떨어져 바라보면 마치 검은 초 같아 그의 멀끔한 얼굴에 유난히 위협적인 표정을 부여했다. 그의 눈은 물망초처럼 푸른색이었으며, 깊은 우수가 자리 잡고 있었지만, 자기 갈고리를 여러분에게 찔러 넣을 때만큼은 물론 예외여서, 그때가 되면 두 개의 붉은 점이 두 눈에 나타나 섬뜩하게 번뜩였다. 그의 태도에서는 우아한 영주님 같은 분위기가 아직까지도 남아 있어서, 여러분을 찢어발기면서도 점잖은 태도를 유지할 수 있었고, 아울러 내가 들은 바에 따르면 그는 ‘재담가’로도 이름이 났다고 한다. 그가 가장 정중할 때보다도 더 불길할 때는 없었으니, 이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교양의 판단 기준이었을 것이다. 심지어 욕을 할 때에도 말투가 우아했는데, 이는 행동거지에서 드러나는 차이와 마찬가지로 부하들과 달리 그에게서만 찾을 수 있는 색다른 면모였다. 불굴의 용기를 지닌 인물인 그가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것은 자기가 흘린 피뿐이라고도 전해지며, 그의 피는 진하고도 독특한 색깔을 지니고 있었다. 옷차림에서는 찰스 2세의 이름에 수반되는 복장을 어딘가 흉내 내고 있었는데, 그의 경력에서 약간 더 이른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저 불운한 운명의 스튜어트 가문 사람과 외모가 흡사하다는 이야기가 들린 바 있었다. 입가에는 궐련 물부리를 하나 물고 있었는데, 직접 발명한 그 장치는 한 번에 두 대의 궐련을 피울 수 있게 해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몸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물건은 단연 쇠갈고리였다.

후크의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지금부터 해적을 한 명 죽여 보도록 하자. 스카이라이츠가 딱일 것이다. 이들이 지나가는 동안 스카이라이츠는 어설프게 비틀거리며 두목에게 부딪쳤고, 두목의 레이스 칼라를 구겨 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갈고리가 앞으로 튀어나오더니, 뭔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긁히는 소리가 한 차례 들렸고, 곧이어 해적들은 시체를 걷어차서 옆으로 치워 놓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후크는 심지어 자기 입에 문 궐련조차도 떼지 않은 상태였다.

이렇게 끔찍스러운 사람을 피터는 맞이하여 싸우는 것이다. 과연 둘 중에 누가 이길까?

해적들이 지나간 다음, 이번에는 숙련되지 않은 사람의 눈에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 출정용 길을 따라 소리도 없이 몰래 움직이는 인디언들이 나타났는데, 이들은 하나같이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이들은 전투용 도끼와 칼을 들었으며, 벌거벗은 몸은 물감과 기름을 발라 번들거렸다. 이들은 머리 가죽을 두르고 있었고, 그중에는 아이들의 머리 가죽도 있었고 해적들의 머리 가죽도 있었는데, 왜냐하면 이들은 피커니니족으로서, 더 온화한 성품인 델라웨어족이나 휴런족과 혼동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맨 앞에서 네 발로 엎드려 기어가는 전사는 그레이트빅리틀팬서〔위대한 큰 작은 표범〕였는데, 머리 가죽을 워낙 많이 두른 터라 지금 같은 자세에서는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 거추장스럽기만 했다. 대열에서도 가장 위험하다고 할 수 있는 맨 뒤쪽에는 타이거릴리〔참나리〕가 도도하게 몸을 꼿꼿이 세우고 걸어갔는데, 그녀는 태생부터 공주였다. 그녀는 거무스름한 피부의 디아나 여신14)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웠으며, 피커니니족 최고의 미녀로, 요염하고 냉랭하고 사랑스럽기를 번갈아 가면서 했다. 전사 가운데 이처럼 제멋대로인 그녀를 아내로 삼기 싫어할 사람은 없었지만, 그녀는 결혼을 마다하고 그 대신 손도끼를 집어 들었다. 이들이 떨어진 나뭇가지 위를 지나가면서도 작은 소리 하나 내지 않는 것을 보라. 유일하게 들리는 소리라고는 약간 가쁜 이들의 숨소리뿐이었다. 이들은 사실 방금 전에 실컷 식사를 했기 때문에 모두 약간 배가 불러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런 상태를 벗어날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런 상태가 이들의 주된 위험이었다.

인디언들은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림자처럼 사라졌고, 곧이어 이들이 있던 자리를 맹수들이 차지해서 거대하고도 잡다한 행진을 벌였다. 호랑이, 사자, 곰이 있었고, 셀 수 없이 많은 더 작은 야생동물들이 그놈들을 피해 도망치고 있었는데, 왜냐하면 이 온갖 종류의 맹수들이며, 특히나 모든 식인 동물들은 이 혜택 받은 섬에서 서로 가까이 붙어서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맹수들은 혀를 입 밖으로 늘어뜨리고, 오늘 밤 배가 고픈 상태였다.

맹수들이 지나가고 나자, 이번에는 맨 마지막으로 커다란 악어가 한 마리 등장했다. 이놈이 누굴 찾고 있는지는 우리도 곧 알게 될 것이다.

악어가 지나가자 곧바로 아이들이 도로 나타났는데, 왜냐하면 이 행렬은 여러 집단 가운데 어느 하나가 멈춰 서거나 속도를 바꾸기 전까지는 반드시 무한히 계속되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모두들 전방을 계속해서 유심히 주시하기는 했지만, 어느 누구도 자기 뒤에서 위험이 살금살금 다가오고 있으리라고는 의심하지 않았다. 이 점이야말로 이 섬이 얼마나 현실적인지를 보여 준다.

이렇게 움직이는 원형 대열에서 맨 먼저 떨어져 나온 집단은 바로 아이들이었다. 이들은 어느 잔디밭에 납작 엎드렸는데, 바로 그들이 사는 땅속 집에서 가까운 곳이었다.

“피터가 돌아왔으면 좋겠어.” 모두들 신경이 곤두선 듯 이렇게 말했는데, 사실 이들 모두는 자기네 대장에 비해 키도 더 컸고, 몸 둘레는 훨씬 더 컸다.

“해적들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은 오로지 나 하나뿐이야.” 슬라이틀리가 말했다. 바로 이런 어조 때문에 그는 평소에도 다른 모두로부터 호감을 얻지는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멀리서 들려오는 어떤 소리에 그 역시 불안했던 모양인지, 서둘러 이렇게 덧붙였다. “그렇지만 나도 그가 돌아왔으면 좋겠어. 그래야 그가 신데렐라에 관해 혹시 더 들은 게 있는지 아닌지를 우리한테 말해 줄 것 아냐.”

이들은 신데렐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투틀스는 자기 어머니가 바로 그 여자와 아주 비슷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오로지 피터가 없을 때에만 이들은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어리석은 이야기라는 이유로 그 주제는 아예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 어머니에 대해 내가 기억하는 것이라고는” 닙스가 다른 아이들에게 말했다. “우리 아버지에게 종종 이런 말을 했던 일뿐이야. ‘아, 나도 나만의 수표책을 하나 가졌으면 얼마나 좋을까!’ 수표책이라는 게 뭔지는 나도 모르지만, 나라면 우리 어머니한테 기꺼이 하나 만들어 줬을 거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이들은 멀리서 어떤 소리를 들었다. 여러분이나 나야 숲에 사는 야생의 존재가 아니므로 아마 아무 소리도 못 들었겠지만, 그 아이들은 분명히 들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음과 같은 섬뜩한 노래였다.

“요 호, 요 호, 해적의 삶이란,
해골과 뼈다귀를 새긴 깃발,
즐거운 시간, 교수형 밧줄,
데이비 존스15)와 인사 나누기.”
 
그러자 잃어버린 아이들은─ 아니,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 그들은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 심지어 토끼조차 그들보다 더 빨리 사라질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들이 어디 있는지 내가 여러분에게 알려 주겠다. 정찰을 위해 어디론가 달려간 닙스를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은 이미 땅속에 있는 자기네 집에 들어가 있었다. 이곳은 아주 멋진 거처였는데, 이에 관해서는 우리도 조만간 자세히 살펴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도대체 무슨 수로 그리 들어간 것일까? 왜냐하면 입구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으며, 하다못해 동굴 입구를 살며시 가려 놓은 마른 나뭇가지 더미 같은 것도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세히 살피면, 여러분은 이곳에 커다란 나무가 일곱 그루 서 있으며, 그 각각의 텅 빈 줄기 안에는 아이 하나가 딱 들어갈 만한 구멍이 뚫려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땅속의 집으로 들어가는 일곱 개의 입구였는데, 후크는 최근 여러 번의 달이 뜨는 동안 이것을 찾으려 애썼지만 결국 허탕만 치고 말았다. 과연 오늘 밤에는 그가 발견할 수 있을까?

해적들이 전진하는 도중에, 유난히 눈이 밝은 스타키는 닙스가 숲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았고, 곧바로 그의 권총이 불을 뿜었다. 하지만 쇠갈고리가 그의 어깨를 붙들었다.

“선장님, 이거 놓으세요!” 스타키가 소리 지르며 몸부림쳤다.

이제 처음으로 우리는 후크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그야말로 험악한 목소리였다. “우선 그 권총이나 도로 집어넣어.” 목소리가 위협적으로 말했다.

“선장님이 증오하시는 그 꼬마 가운데 한 녀석이었어요. 제가 총으로 쏴 죽일 수도 있었다고요.”

“그래, 그리고 바로 그 소리 때문에 타이거릴리의 인디언 놈들이 우리 있는 쪽으로 꼬여 들게 되겠지. 네 머리 가죽을 잃어버리고 싶어 안달하는 거냐?”

“그러면 제가 쫓아갈까요, 선장님?” 이 상황을 딱하게 생각한 스미가 물었다. “가서 조니 코르크스크루를 그놈에게 박아 버릴까요?” 스미는 모든 물건에 귀여운 이름을 지어 주는 버릇이 있어서 자기 단검을 조니 코르크스크루〔코르크 따개 조니〕라고 불렀는데, 왜냐하면 그 무기를 찌르고 비틀어 대는 버릇 때문이었다. 스미에게는 여러 가지 사랑스러운 버릇이 있다고 열거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서 그는 누군가를 죽이고 나면 자기 무기를 닦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 안경을 닦았다.

“조니는 원래 말이 없는 친구거든요.” 그가 후크에게 상기시켰다.

“지금은 아니야, 스미.” 후크가 음험하게 말했다. “그 꼬마는 겨우 한 녀석이지만, 나는 일곱 녀석 모두를 혼내 주고 싶거든. 흩어져서 놈들을 찾아봐.”

해적들은 나무 사이로 사라졌고, 잠시 후에는 선장과 스미 두 사람만 남았다. 후크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는데,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어쩌면 저녁의 은은한 아름다움 때문에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갑자기 그는 자기 인생 이야기를 이 충실한 갑판장에게 털어놓고 싶은 열망을 느꼈다. 그는 길고도 충실하게 말했지만, 비교적 멍청한 인물이었던 스미는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곧이어 그는 피터라는 단어를 꺼냈다.

“다른 무엇보다도 말이야,” 후크는 열정적으로 말했다. “나는 그놈들의 두목인 피터 팬을 잡고 싶어. 내 한쪽 팔을 자른 게 바로 그놈이니까.” 그는 쇠갈고리를 위협하듯 위로 치켜들었다. “이걸 가지고 놈의 한쪽 손과 악수를 나누고 싶어서 오랫동안 기다려 왔지. 아무렴, 나는 그놈을 찢어발길 거야!”

“그런데 말이죠.” 스미가 말했다. “제가 종종 듣기로, 선장님께서는 그 갈고리가 사람 손 스무 개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하셨죠. 머리를 빗는 데라든지, 다른 일상의 용도에도 쓸모가 있다고요.”

“그래.” 선장이 대답했다. “내가 만약 어머니였다고 한다면, 우리 아이들이 저것보다는 차라리 이걸 달고 태어나기를 바랐을 거야.” 이렇게 말하면서 그는 자신의 갈고리 손을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한편, 다른 쪽 손은 경멸하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또다시 그는 얼굴을 찡그렸다.

“피터란 놈이 내 한쪽 팔을 던져 버렸지.” 그는 이렇게 말하며 움찔했다.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어느 악어란 놈한테 말이야.”

“사실은 저도 종종 선장님께서 유난히 악어를 무서워하신다는 걸 눈치챘죠.”

“악어라고 다 무서워하는 건 아니야.” 후크가 상대의 말을 고쳐 주었다. “바로 그 악어 한 마리를 무서워하는 거지.” 그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놈은 내 한쪽 팔이 무척 마음에 든 모양이야, 스미. 그래서 그때 이후로 나를 계속 쫓아다니고 있지. 이 바다에서 저 바다로, 이 땅에서 저 땅으로, 내 나머지 몸뚱이를 맛보려고 입맛을 다시면서.”

“어떤 면에서는” 스미가 말했다. “칭찬 같기도 한데요.”

“그따위 칭찬은 필요 없어!” 후크가 신경질을 부리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는 커다란 버섯 위에 걸터앉았고, 이제 목소리에는 떨리는 기색이 깃들어 있었다. “스미.” 그가 목쉰 소리로 말했다. “사실 그놈의 악어는 나를 일찌감치 잡아먹고도 남았을지 몰라. 운 좋게도 놈이 어쩌다가 시계를 하나 삼키는 바람에, 그 물건이 배 속에서 똑딱똑딱 가고 있지만 않았다면 말이야. 덕분에 혹시 그놈이 내게 다가올 경우, 나는 똑딱똑딱 소리를 듣고 얼른 내빼는 거지.” 그는 웃음을 터뜨렸지만, 어딘가 공허한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언젠가” 스미가 말했다. “그 시계가 멈추게 되면, 악어가 선장님을 잡아먹겠군요.”

후크는 마른 입술을 축였다. “그래.” 그가 말했다. “그거야말로 내 머릿속에 자꾸 떠오르는 두려움이지.”

거기 앉아 있는 동안, 그는 이상하게도 몸이 더워지는 기분이었다. “스미.” 그가 말했다. “자리가 뜨거운걸.” 그는 펄쩍 뛰어 일어났다. “이런 빌려 먹을, 삭아 빠질, 망치에 부지깽이 같은!16) 이러다 불이라도 붙겠어!”

그들은 버섯을 유심히 살폈는데, 크기에서나 강도에서나 영국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것이었다. 그들은 버섯을 위로 잡아당겨 보았고, 그러자 버섯은 단번에 땅에서 뽑혀 이들의 손에 들어왔으니, 왜냐하면 그 버섯에는 뿌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 이상한 점은, 버섯이 있던 자리에서 곧바로 연기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해적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동시에 외쳤다. “굴뚝!”

그들은 정말로 땅속의 집과 연결된 굴뚝을 발견한 것이었다. 아이들에게는 적들이 근처에 있을 때마다 굴뚝을 버섯으로 막아 놓는 습관이 있었다.

굴뚝에서는 연기만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아이들의 목소리도 함께 흘러나왔는데, 왜냐하면 자기네 은신처에서 워낙 안전한 기분이다 보니, 모두들 신 나게 떠들어 댔기 때문이었다. 해적들은 굳은 표정으로 그 목소리를 듣고 나서, 버섯을 다시 제자리에 꽂아 두었다. 그런 뒤에 주위를 둘러보다가, 일곱 그루의 나무에 난 구멍을 찾아냈다.

“피터 팬이 집에 없다는 놈들의 이야기를 들으셨죠?” 스미가 이렇게 속삭이면서, 조니 코르크스크루를 만지작거렸다.

후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선 채로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고, 마침내 그의 거무스름한 얼굴에 섬뜩한 미소가 떠올랐다. 스미는 그때만을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 “계획을 말씀해 주시죠, 선장님.” 그가 신이 나서 말했다.

“일단 배로 돌아가는 거야.” 후크는 잇새로 천천히 대답을 내놓았다. “그리고 큼지막하고 냄새 진한 케이크를 하나 굽는 거지. 아주 두툼한 데다가 초록색 설탕을 위에 뿌린 것으로 말이야. 굴뚝이 하나뿐인 걸로 봐서, 이 밑에는 방이 하나밖에 없을 거야. 저 어리석은 두더지 녀석들한테는 문이 굳이 한 사람당 하나씩 있어야 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걸 아는 머리는 없지. 결국 녀석들에게는 어머니가 없다는 뜻이 되는군. 그러니 우리는 그 케이크를 인어들의 석호에 갖다 놓는 거야. 저 녀석들은 항상 거기 가서 헤엄을 치고 인어들과 함께 노니까. 녀석들은 케이크를 발견하면 정신없이 주워 먹겠지. 어머니도 없으니까, 냄새 좋고 촉촉한 케이크를 함부로 주워 먹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도 모를 테니 말이지.” 그는 껄껄 웃음을 터뜨렸는데, 이제는 아까처럼 공허한 웃음이 아니라 진짜 웃음이었다. “아하, 저놈들은 죽게 될 거야.”

이야기를 듣는 내내 스미의 존경심은 커져만 갔다.

“그야말로 제가 지금까지 들은 가장 악독하고, 가장 멋진 방법인데요!” 그가 소리를 질렀고, 이들은 어찌나 기뻤는지 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다.
 
“기다려라! 멈추어라! 내가 나타나면
사람들은 모두가 공포에 사로잡히지.
너의 뼈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네
요리사17)와 갈고리로 악수를 하고 나면은.”
 
그들은 노래를 시작하기는 했지만 결코 마무리하지는 못했는데, 왜냐하면 또 다른 소리가 끼어들자마자 입을 다물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워낙 작은 소리라서 나뭇잎이라도 하나 떨어지면 묻힐 정도였지만,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올수록 소리는 점점 더 뚜렷해졌다.

똑딱똑딱똑딱똑딱.

후크는 몸서리를 치면서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것도 한쪽 발을 공중에 치켜든 채로.

“악어야.” 그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 서둘러 도망쳤고, 갑판장도 그 뒤를 따랐다.

그건 정말로 악어였다. 그 짐승은 인디언들을 지나쳐서 온 것이었는데, 왜냐하면 인디언들은 지금 다른 해적들의 뒤를 쫓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짐승은 후크를 쫓아오는 내내 침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아이들이 바깥에 나타났다. 하지만 이날 밤의 위험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내 닙스가 숨을 헐떡이며 이들 한가운데로 달려왔다. 그는 늑대 무리에 쫓기고 있었다. 그를 쫓는 맹수들은 혀를 입 밖으로 내밀고 있었다. 그놈들이 짖는 소리도 무시무시했다.

“나 좀 살려 줘! 나 좀 살려 줘!” 닙스가 소리치며 땅에 쓰러져 버렸다.

“그럼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

아이들은 피터를 워낙 높이 평가했으므로, 이처럼 긴박한 순간이 닥치면 자연스럽게 그를 떠올렸다.

“피터라면 어떻게 했을까?” 아이들은 동시에 이렇게 외쳤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이들은 또다시 외쳤다. “피터라면 자기 다리 사이로 저놈들을 바라보았을 거야!”

곧이어 이들은 말했다. “그럼 우리도 피터가 했을 것처럼 하자.”

이것이야말로 늑대를 물리치는 가장 성공적인 방법이었으며, 아이들은 마치 한 몸이라도 된 양 몸을 숙여서 자기네 다리 사이로 늑대들을 바라보았다. 그다음 순간은 상당히 길었지만 승리는 재빨리 찾아왔으니, 아이들이 그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늑대 무리에게 다가가자, 늑대들은 이내 꼬리를 내리고 도망쳐 버렸던 것이다.

이제는 닙스도 땅에서 몸을 일으켰으며, 그가 뭔가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본 아이들은 아마 늑대 무리를 바라보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늑대들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 멋있는 걸 보고 있어.” 신이 난 아이들이 자기 주위로 몰려들자, 그가 소리쳤다. “크고 새하얀 새야!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어.”

“어떤 새인 것 같아, 네가 보기에는?”

“나도 모르겠어.” 닙스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무척 피곤한 것 같고, 날아가는 내내 한탄을 하고 있어. ‘불쌍한 웬디’ 하고.”

“불쌍한 웬디?”

“아, 맞아.” 곧바로 슬라이틀리가 말했다. “웬디라는 이름의 새가 있었어.”

“저기 봐, 이쪽으로 온다.” 컬리가 이렇게 말하면서, 하늘을 날아오는 웬디를 가리켜 보였다.

웬디는 이제 거의 아이들의 머리 위를 지나가고 있었는데, 아이들은 그녀의 애처로운 한탄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똑똑히 들려온 것은 팅커 벨의 날카로운 목소리였다. 질투에 사로잡힌 이 요정은 이제 우정의 위장을 모조리 벗어던졌으며, 사방팔방에서 자기 제물을 향해 달려들면서 번번이 매섭게 꼬집었다.

“안녕, 팅크.” 아이들이 궁금해하면서 큰 소리로 인사했다.

팅크의 대답이 딸랑딸랑 울려 퍼졌다. “피터는 너희가 이 웬디를 쏘면 좋겠다고 했어.”

피터의 명령에 왜냐고 묻는 것은 이들의 성격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어서 피터가 원하는 대로 하자!” 단순한 성격의 아이들은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얼른, 활과 화살을 가져와!”

아이들은 모조리 각자의 나무로 뛰어들었지만, 투틀스는 예외였다. 그는 이미 자기 활과 화살을 갖고 있었고, 팅크는 이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만족스러운 듯 양손을 비벼 댔다.

“어서, 투틀스, 어서!” 그녀가 소리를 질렀다. “피터가 무척 기뻐할 거라니까!”

투틀스는 신이 나서 자기 활에 화살을 메겼다. “저리 비켜, 팅크!” 그가 소리를 질렀다. 곧이어 그는 활을 쏘았고, 웬디는 가슴에 화살을 맞고 퍼덕이며 땅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10) 상대방을 경멸하는 동작이다.
11) 런던 동부의 부두에 있는 해적 전용 처형장을 말한다.
12) 16~17세기 영국 교회인 성공회의 신조를 따르지 않고 감독 제도에 반대한 개신교 집단을 가리킨다.
13) 『보물섬』에서 악당 롱 존 실버의 별명 가운데 하나.
14) 로마 신화에서 사냥의 여신이며, 그리스 신화의 아르테미스에 해당한다. 여기에서는 타이거릴리와 같은 여전사를 말한다.
15) 바다의 악마 또는 악령을 가리키는 뱃사람들의 은어이다.
16) 후크가 사용하는 욕설 중에는 ‘빌려 먹을’(빌어먹을), ‘삭아 빠질’(썩어 빠질), ‘되어지고’(뒈지고)처럼 기존의 욕설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도 있고, ‘망치에 부지깽이 같은’이나 ‘유황에 담즙 말아 먹을’처럼 오늘날에 와서는 출처나 의미가 불분명해진 것도 있다.
17) 초판에서는 ‘요리사Cook’이지만, 이후의 판본에서는 ‘후크Hook’로 바뀐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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