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팬과 웬디 7

나단비 | 2024.02.06 17:28:58 댓글: 2 조회: 188 추천: 2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45905
제7장 땅속의 집


다음 날 피터가 맨 먼저 한 일은 웬디와 존과 마이클의 치수를 재서 텅 빈 나무를 맞춰 주는 것이었다. 여러분도 기억하겠지만, 후크는 아이들이 땅속의 집에 드나드는 데 필요한 나무를 각자 한 그루씩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비웃었는데, 그건 잘 몰라서 하는 소리였다. 왜냐하면 여러분의 나무가 여러분에게 딱 맞지 않을 경우, 위로 올라가거나 아래로 내려가기가 어려웠고, 아이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다른 아이와 똑같은 크기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단 여러분이 나무에 맞으면, 위에서 숨을 들이마시면 딱 적당한 속도로 아래로 내려올 수 있었고, 아래에서 숨을 들이마셨다가 도로 내뱉으면 꿈틀거리며 올라갈 수 있었다. 물론 숙달하고 나면, 여러분은 이런저런 점들을 생각하지 않고도 이 동작을 할 수 있었으며, 이보다 더 우아한 동작은 없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분이 반드시 나무에 몸을 맞춰야 했으며, 피터가 여러분의 나무를 맞추기 위해 여러분의 몸을 재는 모습은 마치 옷을 한 벌 만드는 사람만큼이나 신중했다. 차이가 있다면 옷은 여러분의 몸에 맞출 수 있지만, 나무는 여러분이 거기에 맞춰야 한다는 점이었다. 평소에는 맞춤이 손쉽게 끝났으니, 여러분에게 옷을 아주 많이 입히거나 또는 아주 적게 입히는 방법을 썼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분의 몸에서도 특이한 부분이 울퉁불퉁할 경우, 또는 유일하게 이용 가능한 나무가 하필이면 기묘한 모양일 경우, 피터는 여러분에게 뭔가 조치를 취하게 마련이었고, 그런 다음에야 여러분은 비로소 제대로 맞춰질 수 있었다. 여러분이 일단 맞춰지고 나면 계속해서 맞춰진 상태로 있기 위해 상당히 신경을 써야 했으며, 웬디가 이 사실을 발견하고 기뻐한 것처럼, 이는 온 가족이 완벽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웬디와 마이클은 첫 번째 시도에서 각자의 나무에 맞춰졌지만, 존은 약간 변경을 가해야 했다.

며칠 동안 연습을 하고 나자, 이들은 우물의 두레박만큼이나 손쉽게 위아래로 오갈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땅속에 있는 자기네 집을 얼마나 열렬하게 좋아하게 되었는지 모른다. 특히 웬디가 그랬다. 다른 모든 집이 그렇듯이 이 집은 커다란 방 하나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바닥은 그냥 흙이어서 여러분이 낚시를 하고 싶을 때면 파기만 해도 미끼로 쓸 지렁이가 나왔다. 바로 이 바닥에서는 또한 멋진 색깔의 짧고 굵은 버섯들이 자라나서 그걸 걸상으로 삼았다. 한편 방 한가운데에는 자라나기 위해 무척이나 애를 쓰는 네버 나무가 한 그루 있었지만, 매일 아침 아이들은 그 나무의 밑동을 잘라서 바닥과 나란하게 만들었다. 차 마실 시간이 되면 이 나무는 항상 60센티미터 정도 높이로 다시 자라났고, 그러면 아이들은 그 위에 문짝을 얹었는데, 이게 바로 식탁이 되는 것이었다. 식탁을 치우고 나면 아이들은 곧바로 나무의 밑동을 다시 톱질해서 잘랐으며, 그렇게 해서 놀 공간을 더 확보했다. 그곳에는 커다란 벽난로가 있었는데, 덕분에 여러분이 원하는 방 어느 곳까지도 환하게 비추었고, 이 벽난로 바로 앞에서 웬디는 섬유로 만든 끈을 늘어뜨려서 자기 빨래를 널어놓았다. 침대는 낮 동안 벽 쪽으로 세워서 기대어 놓았다가 6시 30분이 되면 다시 내렸는데, 펼쳐 놓으면 방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마이클을 제외한 아이들은 모두 그 침대에서 잠을 잤으며, 마치 통조림 깡통 속의 정어리처럼 바싹 붙어서 누웠다. 아이들 사이에는 한 가지 엄격한 규칙이 있었는데, 바로 돌아눕기 전에 반드시 신호를 먼저 해야 한다는, 그렇게 해서 한 번에 모두 돌아누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원래는 마이클도 그 침대를 써야 맞았다. 하지만 웬디는 아기를 한 명 갖고 싶었고, 마침 마이클이 가장 어렸던 데다가 여자들이 어떤지는 여러분도 잘 알 터이니, 결국 그는 공중에 매달아 놓은 바구니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이곳. 이곳은 투박하고 단순하며, 이와 같은 상황에서 아기 곰들이 만들었을 법한 땅속의 집과도 비슷하지 않았다. 벽에는 한 군데 움푹 들어가고 크기는 새장 정도밖에 되지 않는 공간이 있었는데, 그곳이 바로 팅커 벨의 개인 방이었다. 작은 커튼을 치면 그곳은 방의 다른 부분과 차단되었으며, 누구보다도 까다로운 성격의 팅크는 옷을 갈아입을 때건 안 갈아입을 때건 항상 커튼을 닫아 놓았다. 그 어떤 여성도, 제아무리 덩치가 크더라도, 그보다 더 세련된 내실 겸 침실 공간을 소유한 적은 없었을 것이다. 그녀가 침상이라고 부르는 것은 곤봉형 다리가 달린 진품 ‘매브 여왕’ 제품이었다. 그녀는 침대보도 계절마다 피는 과일 꽃에 맞춰서 갈았다. 그녀의 거울은 ‘장화 신은 고양이’ 제품이었는데, 그 물건으로 말하자면 요정 판매상들 사이에서도 흠 없는 것으로는 지금은 겨우 세 개밖에 없다고 알려진 것이었다. 세면대는 ‘파이 껍질’ 제품이고 착탈식이었으며, 서랍장은 진품 ‘차밍 6세’였고, 양탄자와 러그는 ‘마저리와 로빈’ (초기) 시기의 최상품이었다. 뭔가를 볼 때에 사용하는 티들리윙크스의 샹들리에도 있었지만, 물론 그녀 자신의 불빛만으로도 거처는 충분히 환했다. 팅크는 땅속의 집에서 다른 부분은 매우 경멸했는데, 사실 그건 불가피한 일인지도 몰랐다. 게다가 그녀의 방은 아름답기는 하지만 오히려 좀 자만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왜냐하면 항상 위로 치켜세운 코의 모습과도 닮았기 때문이었다.

내 생각에는 이 모두가 웬디에게는 각별히 황홀하게 여겨졌을 것 같다. 이 난폭한 아이들로 인해 할 일이 무척이나 많아져서인데, 실제로 몇 주 내내 그녀는 저녁에 양말 깁는 때를 제외하면 한 번도 땅 위에 올라간 적이 없었다. 아울러 그녀가 요리 때문에 줄곧 냄비에 코를 박고 있어야 했다고 나는 장담할 수 있다. 주된 식사는 불에 구운 빵나무 열매, 얌, 코코넛, 오븐에 구운 무화과 열매, 맘미 열매, 타파 롤18)과 바나나였고, 그걸 먹고 나서 포포 호리병박19)에 담긴 물을 마셨다. 하지만 여러분은 이게 진짜 식사인지, 아니면 꾸며 낸 것일 뿐인지를 정확히 알 수가 없을 텐데, 왜냐하면 그 모두가 피터의 변덕에 달려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먹을 수 있었고, 정말로 먹기도 했지만, 그건 먹는 일이 놀이의 일부일 경우에만 그러했고, 단순히 배부른 느낌을 받기 위해서 먹지는 않았는데, 사실 먹는 것이야말로 대부분의 아이들이 다른 무엇보다도 더 좋아하는 일이었다. 그다음으로 좋아하는 것은 먹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는 일이었다. 꾸며 낸 것은 피터에게 현실과 다름없었으므로 꾸며 낸 것으로 이루어진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여러분은 그가 점점 살찌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론 힘겨운 일이었지만 여러분은 그의 지휘를 따르기만 하면 그만이었고, 여러분이 자기 나무에 맞지 않게 홀쭉해졌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만 있다면 그는 여러분이 배불리 먹게 허락해 주었다.

웬디가 바느질과 짜깁기를 하기 좋아하는 시간은 아이들이 모두 침대에 들어간 다음이었다. 그때가 되면 그녀의 말마따나 비로소 자기 자신을 위해 숨 쉴 시간이 생기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 시간 동안 아이들을 위해 새로운 옷을 만들고 또 무릎 쪽에 천을 두 장씩 대서 깁곤 했는데, 왜냐하면 아이들은 하나같이 무릎 부분이 특히나 험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발뒤꿈치마다 으레 구멍이 하나씩 나 있는 아이들의 양말이 가득 담긴 바구니를 가지고 자리에 앉으면, 그녀는 양팔을 추켜올리며 이렇게 외치곤 했다. “아아, 이런, 나도 분명히 언젠가는 혼자 사는 여자가 오히려 부러워질 날이 올 거야!”

이렇게 외칠 때에 그녀의 얼굴은 밝게 빛났다.

여러분은 그녀의 애완용 늑대에 관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음, 그 맹수는 그녀가 섬에 왔다는 사실을 아주 금방 알아차렸으며, 자기가 먼저 그녀를 찾아와서 서로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그 일 이후에 그 맹수는 어디든지 그녀를 따라다녔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는 자기가 뒤에 남겨 놓고 온 사랑하는 부모님에 관해서 많이 생각했을까? 이는 어려운 질문인데, 왜냐하면 네버랜드에서는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를 이야기한다는 것이 그야말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는 달과 해로 시간을 따졌는데, 달과 해조차도 영국보다는 훨씬 더 수가 많았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웬디는 자기 아버지나 어머니를 진정으로 걱정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녀는 자기가 다시 날아 돌아갈 수 있도록 부모님이 항상 창문을 열어 놓고 있으리라고 절대적으로 확신했으며, 이런 확신 덕분에 마음이 완전히 편안했다. 다만 때때로 불편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존이 부모님을 오로지 희미하게만, 즉 마치 예전에 알던 사람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다는 점이었으며, 심지어 마이클은 웬디를 진짜 자기 어머니로 믿으려는 의향이 상당히 강했다는 점이었다. 이런 상황에 약간 겁이 났기 때문에 그녀는 자기 의무를 다하려는 고귀한 열성을 발휘하여, 예전의 삶을 동생들의 머릿속에 각인시키기 위해 예전에 그녀가 학교에서 하던 것과 최대한 비슷하게 시험지를 만들었다. 다른 아이들은 여기에 무척 흥미를 느껴 자기들도 끼워 달라고 애원했으며, 저마다 석판을 하나씩 만들고 탁자 주위에 둘러앉아, 그녀가 또 다른 석판에 적어서 돌려보게 한 질문에 대한 답안을 쓰거나 열심히 생각했다. 거기 적힌 질문은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이었다. ‘어머니의 눈 색깔은 어떤 색이었을까? 어머니와 아버지, 두 분 중에 누가 더 키가 컸을까? 어머니의 머리카락은 금색이었을까 아니면 갈색이었을까? 가능한 한 이 세 가지 질문에 모두 답변하시오.’ ‘본인이 지난번 연휴를 어떻게 보냈는지에 관해, 또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격 비교에 관해, 40단어 내외로 작문하시오. 둘 중에서 한 가지만 쓰시오.’ 혹은 ‘① 어머니의 웃음소리를 설명하시오. ② 아버지의 웃음소리를 설명하시오. ③ 어머니의 파티용 드레스를 설명하시오. ④ 개집과 그곳 임자를 설명하시오.’

문제들은 이처럼 일상적인 질문이었는데, 여러분이 답변을 하지 못하면, 대신 열십자를 그리라는 말을 들었다. 심지어 존조차도 열십자를 그린 횟수는 정말 끔찍스러울 정도로 많았다. 물론 모든 질문에 답변을 내놓은 아이는 슬라이틀리가 유일했으며, 1등을 하려는 기대로 그보다 더 불타는 아이도 없었지만, 그의 답변은 완전히 어이없기만 해서 그는 결국 꼴찌를 차지하고 말았다. 그야말로 서글픈 일이었다.

피터는 경쟁에 뛰어들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그가 웬디를 제외한 모든 어머니를 경멸했기 때문이었으며, 또 한편으로는 그가 이 섬에서 유일하게 글쓰기나 철자법을 모르는 아이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하다못해 가장 짧은 단어조차 몰랐다. 그는 이런 종류의 일을 초월했다.

그런데 문제들은 하나같이 과거 시제로 되어 있었다. 어머니의 눈 색깔은 어떤 색이었을까, 등등. 여러분도 짐작했겠지만, 웬디 역시 예전 기억을 잊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모험이야 우리가 앞으로 보게 될 것처럼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무렵 피터는 웬디의 도움을 받아서 새로운 놀이를 발명했고, 처음에는 어마어마하게 매료되었다가 나중에는 갑자기 더 이상 거기에 관심을 갖지 않게 되었는데, 이것은 여러분도 이미 들었던 바와 마찬가지로 그가 놀이를 할 때에 항상 벌어지는 일이었다. 그 새로운 놀이는 모험을 하지 않는 척하는 것, 즉 존과 마이클이 평생 동안 해 온 것과 같은 종류의 일을 하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걸상에 앉아서 공중에 공을 던지는 것이라든지, 서로를 밀치는 것이라든지, 산책을 나갔다가 회색곰 한 마리도 죽이지 않고 그냥 돌아오는 것이었다. 피터가 걸상에 앉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는 모습은 정말이지 대단한 광경이었다. 그는 이럴 때마다 엄숙한 표정을 짓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에게는 이렇게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야말로 너무나 우스꽝스러운 일처럼 여겨졌다. 그는 건강을 위해서 산책을 나가는 것이라며 허풍을 떨었다. 며칠 동안이나 이 놀이는 모든 모험 중에서도 가장 기발한 것으로 여겨졌다. 존과 마이클 역시 이 놀이가 재미있는 척해야만 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그는 이들을 가혹하게 대했을 테니까.

피터는 종종 혼자 나갔는데, 돌아왔을 때에도 그가 진짜로 모험을 했는지 아닌지의 여부를 여러분은 결코 확실하게 알 수 없었다. 그는 자기가 한 모험을 완전히 잊어버리는 바람에 거기에 관해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다가 여러분이 밖에 나가 보면 시체가 발견되는 것이었다. 이와는 반대로 그가 모험에 관해 무척이나 자세하게 이야기하더라도, 여러분은 정작 시체를 찾아내지 못할 수도 있었다. 때로는 머리에 붕대를 감고 돌아오기도 했는데, 웬디가 그를 달래고 미지근한 물로 목욕을 시켜 주는 동안, 그는 정말로 눈부신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하지만 여러분도 알다시피, 그녀는 결코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알기에도 확실했던 모험은 여러 가지 있었는데, 왜냐하면 그런 모험에는 그녀도 함께했기 때문이었으며, 그것 말고 다른 모험도 여러 가지 있었는데, 그건 최소한 부분적으로는 사실인 것이, 거기에 함께했던 아이들이 전적으로 사실이라고 말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 모두를 자세히 설명하려면 영어-라틴어, 라틴어-영어 사전만큼 커다란 책이 하나쯤 필요할 것이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란 그 섬에서의 일반적인 시간의 표본을 하나 제시하는 것뿐이겠다. 문제는 과연 어떤 것을 고르느냐 하는 점이다. 슬라이틀리 협곡에서 있었던 인디언과의 충돌로 할까? 그 일은 피비린내 나는 사건이었으며, 피터의 기묘한 버릇 하나를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특히나 흥미로운데, 그는 싸움 도중에 갑자기 편을 바꾸었던 것이다. 협곡에서 승부가 여전히 팽팽한 가운데, 때로는 이쪽으로 기울고 또 때로는 저쪽으로 기울던 참에, 그는 이렇게 외쳤다. “나는 오늘 인디언이야! 넌 뭐지, 투틀스?” 그러자 투틀스가 대답했다. “인디언이지. 넌 뭐야, 닙스?” 그러자 닙스가 말했다. “인디언이지, 넌 뭐야, 쌍둥이?” 이런 식이었다. 그리하여 아이들은 모두 인디언이 되었다. 이러다 보니 자칫 싸움이 끝날 뻔했지만, 진짜 인디언들도 피터의 방법에 매료된 나머지, 오늘 한 번만큼은 자기들이 잃어버린 아이들 노릇을 하기로 합의했으며, 그리하여 이들은 모두 싸움을 다시 시작했고, 이전보다도 더 격렬하게 싸웠던 것이다.

이 모험의 이례적인 결과는 무엇인가 하면─ 하지만 우리는 이 모험을 설명할지 말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가 아닌가. 어쩌면 이보다는 땅속의 집을 노린 인디언의 야간 습격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는데, 이때에는 인디언 가운데 몇 명이 텅 빈 나무에 끼어 버리는 바람에, 마치 코르크 마개처럼 억지로 잡아 빼야만 했다. 아니면 인어들의 석호에서 피터가 타이거릴리의 목숨을 구함으로써, 그녀를 동맹자로 만들어 버린 이야기를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우리는 아이들이 주워 먹고 죽기를 노리고 해적들이 만든 케이크 이야기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이 이 케이크를 여기저기 영리한 장소에 놓아둔 일에 관해서 말이다. 하지만 웬디는 번번이 아이들의 손에서 케이크를 빼앗았고, 시간이 흐르자 케이크도 촉촉함을 잃고 돌멩이처럼 딱딱해져서, 나중에는 아예 투척용 무기로 사용되었으며, 심지어 후크도 어둠 속에서 그 물건에 발이 걸려 넘어지기까지 했다.

아니면 피터의 친구였던 새들에 관해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인데, 특히 네버 새는 석호에 가지를 늘어뜨린 나무 위에 둥지를 지었다가, 그 둥지가 물에 떨어진 다음에도 여전히 거기 앉아 알을 품고 있어서, 피터는 아무도 그 새를 건드리지 말라고 모두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것은 훈훈한 이야기였으며, 결말은 새 한 마리가 얼마나 고마워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하지만 이왕 이야기를 하려면 석호에서의 모험 전체를 반드시 이야기해야만 하는데, 이것은 사실 한 가지 모험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두 가지 모험이 맞는다. 이 가운데 더 짧은, 그리고 상당히 흥미진진한 모험은 바로 팅커 벨의 시도였는데, 그녀는 몇몇 뜨내기 요정의 도움을 받아서, 잠자는 웬디를 물에 떠 있는 커다란 나뭇잎에 태워서 영국으로 돌려보내려 했다. 다행히 나뭇잎이 뒤집어지는 바람에 웬디는 잠에서 깨었고, 해수욕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 나머지, 혼자 헤엄쳐 돌아왔다. 아니면 또다시, 우리는 피터가 사자 앞에서도 대담하게 굴었던 이야기를 고를 수도 있는데, 이때 그는 화살을 하나 가지고서 자기 주위에 원을 하나 그린 다음, 그 선을 넘으려면 어디 넘어와 보라고 사자 떼에 도전했다. 비록 그는 여러 시간 동안 기다려야 했지만, 다른 아이들과 웬디가 나무 뒤에서 숨도 못 쉬고 지켜보는 가운데, 단 한 마리도 감히 그의 도전을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이런 모험들 가운데 우리는 어떤 것을 고를까? 가장 좋은 방법은 동전을 던져서 결정하는 것이다.

나는 동전을 던졌고, 결국 석호 이야기로 결정되었다. 차라리 협곡이나 케이크나 팅크의 나뭇잎 이야기가 이겼으면 하고 아쉬워하는 사람도 아마 있을 것이다. 물론 나야 동전을 다시 던져서, 그 셋 중에서 하나를 결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석호 이야기를 그냥 하는 편이 가장 공평할 것이다.


 
18) 폴리네시아 원산의 꾸지나무로 만든 천 두루마리로, 먹을 수가 없는 물건이다.
19) 하와이 특산 토란 요리를 담는 데 사용되는 호리병박을 말한다.

추천 (2) 선물 (0명)
IP: ♡.252.♡.103
뉘썬2뉘썬2 (♡.169.♡.51) - 2024/02/07 23:12:11

양말을깁고 새옷을 만들고 요리를하고 웬디는 완전 엄마네요.

요즘에는 양말을 기워신는 사람이 없겟죠?

나단비 (♡.252.♡.103) - 2024/02/07 23:18:13

엄마노릇을 할 수 있는건 웬디는 엄마와 함께 살다가 와서겠죠.
저는 양말 어릴 적에 많이 기워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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