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팬과 웬디 17 (완결)

나단비 | 2024.02.09 00:04:55 댓글: 0 조회: 93 추천: 0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46302
제17장 웬디가 자라났을 때


내 생각에 여러분은 다른 아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하지 않을까 싶다. 그들은 웬디가 자신들에 관해 설명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500까지 숫자를 센 다음에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들은 계단으로 올라갔는데, 그래야만 더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들은 달링 부인 앞에 한 줄로 서서 모자를 벗었으며, 차라리 지금처럼 해적 옷을 입지는 말걸 하고 후회했다.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눈은 그녀에게 우리를 받아 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 그들은 달링 씨도 그렇게 바라보아야 마땅했겠지만, 그에 관해서는 그만 잊고 말았다.

물론 달링 부인은 그들을 받아들이겠다고 곧바로 대답했다. 하지만 달링 씨는 이상하게도 시무룩했는데, 그들이 생각하기에는 그가 여섯은 뭔가 좀 많은 수라고 여기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이 말은 해야겠구나.” 아버지가 웬디에게 말했다. “뭐든지 절반만 가지고는 일이 제대로 안 된다고 말이야.” 투덜거리는 이 말에 쌍둥이는 서로 자기를 가리키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쌍둥이 가운데 첫 번째는 자부심이 많은 녀석이어서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 “혹시 저희 숫자가 너무 많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아저씨? 왜냐하면, 혹시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저희는 그냥 가 버리면 되거든요.”

“아버지!” 웬디가 깜짝 놀라 외쳤다. 그럼에도 여전히 달링 씨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그는 자기가 온당치 못하게 행동한다는 걸 알았지만, 그러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우리는 둘씩 같이 잘 수도 있어요.” 닙스가 말했다.

“얘들 머리는 항상 제가 깎아 줬어요.” 웬디가 말했다.

“조지!” 자기 남편이 이처럼 바람직하지 못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지켜보기 괴로웠던 달링 부인이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그는 눈물을 터뜨렸고, 결국 진실이 드러나고 말았다. 사실은 그 역시 아이들을 받아들이게 되어서 그녀만큼 기뻤다고, 하지만 아이들은 그녀의 허락뿐만 아니라 자기의 허락도 구했어야 마땅했다고, 즉 자기를 이 집에서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여겨서는 안 되었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저는 아저씨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생각 안 해요!” 투틀스가 곧바로 외쳤다. “너는 아저씨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컬리?”

“아니, 난 아니야. 너는 아저씨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슬라이틀리?”

“아닌 것 같은데. 쌍둥이, 네 생각은 어때?”

알고 보니 아이들 중 어느 누구도 그를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생각하지는 않았고, 달링 씨는 터무니없이 우쭐해진 나머지, 그들에게 비좁지 않은, 모두가 들어갈 수 있는 거실을 찾아내겠다고 말했다.

“비좁지 않을 거예요, 아저씨.” 아이들은 그에게 장담했다.

“그러면 지휘관을 따라오도록!” 그는 쾌활하게 외쳤다. “잘 들어 둬. 나는 우리가 거실을 갖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일단 갖고 있는 척하는 거고, 그거나 저거나 똑같을 거야. 신 난다!”

그는 춤추며 집 안을 돌아다녔고, 아이들도 “신 난다!”를 외치면서 그의 뒤를 따라 춤을 추며 거실을 찾으러 갔다. 그들이 과연 거실을 찾았는지 못 찾았는지는 나도 잊어버렸지만, 여하간 이들은 모퉁이를 찾아냈고, 아이들은 거기에 딱 맞아 들어갔다.

피터로 말하자면, 그는 날아가 버리기 전에 웬디를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그는 창문 가까이 오지는 않았으며, 다만 지나가면서 몸을 스쳤을 뿐인데, 그래야만 그녀가 원한다면 창문을 열고 그를 부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실제로 그렇게 했다.

“안녕, 웬디, 잘 있어.” 피터가 말했다.

“아니, 이런, 가려는 거야?”

“그래.”

“혹시 그런 생각 안 들어, 피터?” 그녀는 머뭇거리며 말했다. “아주 멋진 주제에 관해서 우리 부모님한테 뭐 이야기하고 싶다거나.”

“아니.”

“아니면 나에 관해서라도, 피터?”

“아니.”

웬디를 유심히 지켜보던 달링 부인이 창가로 다가왔다. 그녀는 다른 아이들을 자기가 모두 입양했다고 말하면서, 피터 역시 입양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럼 날 학교에 보낼 거야?” 피터가 달링 부인에게 태연스레 물었다.

“그래.”

“그다음에는 사무실에 나가게 하고?”

“아마 그러겠지.”

“그럼 나는 머지않아 어른이 되는 거야?”

“머지않아 그러겠지.”

“나는 학교에 가서 진지한 것들을 배우고 싶지는 않아.” 그는 그녀에게 열변을 토했다. “나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 아아, 웬디의 어머니, 내가 잠에서 깨어났는데 턱수염이 나 있다고 생각만 해도!”

“피터.” 웬디가 위로했다. “턱수염이 나 있어도 나는 널 사랑할 거야.” 달링 부인은 양팔을 그에게 내밀었지만, 그는 그녀를 거부했다.

“저리 가, 숙녀님, 세상 누구도 감히 나를 붙잡아서 어른으로 만들지는 못할 거니까.”

“하지만 너는 앞으로 어디서 살려고?”

“팅크와 함께, 우리가 웬디를 위해 지은 집에서 살지. 요정들이 그 집을 번쩍 들어서, 자기들이 밤마다 잠자는 나무 꼭대기 사이에 올려 줄 거야.”

“진짜 멋있겠다!” 웬디가 무척이나 부러워하는 목소리로 외쳤기에, 달링 부인은 딸을 붙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나는 요정들이 다 죽은 줄 알았는데.” 달링 부인이 말했다.

“어린 요정들은 항상 많이 있어요.” 이제는 그 분야의 권위자가 된 웬디가 설명했다. “왜냐하면 어머니도 아시다시피, 갓 태어난 아기가 처음으로 웃음을 터뜨릴 때, 바로 그때 새로운 요정도 태어나는 것인데, 이 세상에는 갓 태어난 아기가 항상 있기 때문에 새로운 요정도 항상 있는 거예요. 그들은 나무 꼭대기에 있는 보금자리에서 살아요. 담자색의 요정은 남자아이들이고, 흰색의 요정은 여자아이들이고, 파란색의 요정은 자기네가 뭔지도 잘 모르는 작고 어리석은 녀석들이에요.”

“나는 재미있게 지낼 거야.” 피터는 이렇게 말하면서 웬디를 흘끗 쳐다보았다.

“저녁에는 약간 외로울 텐데.” 그녀가 말했다. “벽난롯가에 앉아 있으면.”

“내 곁에는 팅크가 있을 거니까.”

“팅크는 20분의 1도 제대로 하지 못할걸.” 그녀는 약간 신랄하게 그에게 상기시켰다.

“비열한 고자질쟁이!” 어느 구석에선가 팅크가 소리를 질렀다.

“그건 중요하지가 않아.” 피터가 말했다.

“아니, 피터, 중요하다는 걸 너도 알잖아.”

“음, 그러면, 나랑 같이 작은 집으로 가자.”

“그래도 돼요, 엄마?”

“당연히 안 되지. 네가 다시 집에 돌아왔으니, 나는 반드시 널 붙잡아 둘 거야.”

“하지만 그에게는 어머니가 필요해요.”

“너도 마찬가지란다, 내 아가.”

“아아, 알았어.” 피터가 말하는 투만 보면, 어디까지나 인사치레로 그녀에게 물었던 것 같았다. 그러나 달링 부인은 그의 입이 씰룩이는 것을 알아채고 멋진 제안을 내놓았다. 웬디가 매년 일주일 동안 그에게 가서 봄맞이 대청소를 해 주도록 허락한다는 것이었다. 웬디는 이보다 더 영구적인 계약을 원했는데, 그녀에게는 봄이 오려면 아직 먼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약속에 피터는 다시 쾌활해졌다. 그는 시간에 대한 감각이 없었으며, 어찌나 많은 모험을 했던지, 내가 그에 관해 여러분에게 이야기한 것은 반 푼어치에 불과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웬디도 이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그에게 건넨 마지막 말도 어딘가 애처로운 부탁이 아니었나 싶다.

“봄맞이 대청소를 할 때가 오기 전에 나를 잊어버리지 않을 거지, 피터? 그렇지?”

물론 피터는 약속했고, 날아가 버렸다. 그는 달링 부인의 키스도 함께 가져갔다. 다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었던 그 키스를 피터는 매우 쉽게 가져갔다. 하지만 그녀는 만족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잃어버린 아이들은 모두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대부분 3반에 들어갔지만, 슬라이틀리는 처음에 4반에 들어갔다가 나중에는 5반으로 옮겼다. 1반이 가장 우수했다. 학교에 다닌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서, 아이들은 그 섬에 남지 않았던 게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었는지를 깨달았다. 그러나 이제는 너무 늦었고, 머지않아 그들은 여러분이나 나나 작은 젱킨스처럼 평범하게 되기로 마음먹고 말았다. 하늘을 나는 능력도 점차 사라져 버렸다는 서글픈 소식도 전해야겠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밤중에 날아가 버리지 않도록 나나가 아이들의 발을 침대 기둥에 붙잡아 매야만 했다. 낮 동안의 이들의 소일거리 가운데 하나는 버스에서 떨어진 척하기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들은 묶어 놓지 않아도 침대에서 잘 수 있게 되었으며, 버스에서 손을 놓으면 다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내 그들은 모자를 잡으려고 나는 것조차도 못 하게 되었다. 연습이 부족해서라고 이들은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 아이들이 더 이상 자기들이 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마이클은 다른 아이들보다 더 오래 믿었지만, 아이들은 그를 비웃었다. 그래서 첫 번째 해가 끝나고 피터가 웬디를 데리러 왔을 때에는 마이클도 누나와 함께 있었다. 그녀는 네버랜드에서 잎사귀와 나무 열매를 엮어 만든 옷을 입고 피터와 날아갔는데, 그녀가 품은 한 가지 두려움은 그 옷이 얼마나 작아졌는지를 그가 혹시 눈치채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피터는 결코 눈치채지 못했으니, 왜냐하면 자기가 먼저 이야기할 것이 무척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예전 일에 대해 그와 신 나는 이야기를 나누게 되리라고 고대했지만, 새로운 모험들로 인해 예전의 모험들은 그의 머릿속에서 밀려난 다음이었다.

“후크 선장이 누구야?” 불구대천의 원수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도리어 흥미를 느끼며 물었다.

“기억 안 나?” 그녀는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네가 어떻게 그를 죽이고 우리 모두의 생명을 구했는지?”

“그를 죽인 뒤에는 모두 잊어버렸어.” 그는 무신경하게 대답했다.

팅커 벨이 자기를 보면 혹시 반가워하지 않을까 하는 의심스러운 기대를 표현하자, 그는 이렇게 물었다. “팅커 벨이 누구야?”

“아아, 피터.” 그녀는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아무리 설명을 해 주어도 그는 기억해 내지 못했다.

“그런 요정들은 워낙 많아서, 내 생각에는 그녀도 별다를 건 없었을 거야.” 그가 말했다.

나 역시 그가 옳으리라 생각한다. 요정은 오래 살지 못하는 데다 워낙 작으므로 짧은 시간도 그들에게는 오랜 기간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작년조차도 피터에게는 어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자 웬디는 역시나 고통을 느꼈다. 그녀에게는 한 해 동안의 기다림이 몹시도 길게 여겨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매력적이었고, 그들은 나무 꼭대기에 있는 작은 집에서 멋지게 봄맞이 대청소를 해치웠다.

이듬해에 그는 그녀를 데리러 오지 않았다. 예전 옷은 전혀 맞지 않아서 그녀는 새 옷을 입고 기다렸다. 피터는 끝끝내 오지 않았다.

“어쩌면 병이 난 건지도 몰라.” 마이클이 말했다.

“피터는 결코 병이 나지 않는다는 건 너도 알잖아.”

마이클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와 부르르 몸을 떨면서 속삭였다. “어쩌면 그런 사람은 이 세상에 없는 건지도 몰라, 웬디.” 마이클이 먼저 울고 있지 않았더라면, 웬디가 울었을 것이다.

피터는 이듬해에 봄맞이 대청소를 위해 찾아왔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그가 한 해를 빼먹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더라는 것이었다.

웬디가 여자아이로서 그를 본 것은 이때가 마지막이었다. 그를 생각하는 마음에, 그녀는 성장통을 겪지 않으려고 제법 오래 노력했다. 일반 상식 과목에서 상을 받았을 때에는, 어쩐지 자기가 그에게 불성실하게 군 것처럼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 해가 왔다 가는 사이에도 그 무신경한 소년은 찾아오지 않았다. 마침내 그들이 다시 만났을 때 웬디는 이미 결혼한 여자였고, 피터는 그녀가 장난감을 넣어 둔 상자에 쌓인 작은 먼지에 불과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여러분은 그녀를 안타깝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녀는 자라나기를 좋아했던 유형에 속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결국 그녀는 자기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라서 다른 여자아이들보다 하루나 더 빨리 자라나게 되었던 것이다.

이즈음에는 다른 아이들도 모두 자라나서 어른이 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그들에 관해서는 더 이상 이야기하는 게 별로 가치가 없을 것이다. 여러분은 쌍둥이와 닙스와 컬리가 매일같이 사무실로 출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들은 저마다 작은 가방과 우산을 하나씩 들었다. 마이클은 기관사가 되었다. 슬라이틀리는 작위를 가진 숙녀와 결혼해서, 결국 자기도 경卿이 되었다. 쇠로 만든 문에서 걸어 나오는 저 가발 쓴 판사가 여러분도 보이는가? 저 사람은 한때 투틀스라고 불렸다. 자기 아이들에게 해 줄 이야기라고는 전혀 모르는, 저 턱수염 난 사람은 한때 존이었다.

웬디는 분홍색 띠가 달린 흰 드레스를 입고 결혼했다. 피터가 교회로 달려와서 혼인 선포를 방해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기이한 느낌이었다.

여러 해가 또 흘렀고, 웬디는 딸을 하나 낳았다. 이 이야기는 그냥 잉크로 쓸 게 아니라 오히려 황금 잉크로 적어야 할 것이다.

딸의 이름은 제인이었고, 항상 기묘하게 캐묻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 마치 영국에 태어난 그 순간부터 여러 가지를 묻고 싶었던 것처럼 보였다. 제인은 질문을 할 수 있을 만큼 나이를 먹자 주로 피터 팬에 관해 물었다. 그녀는 피터에 관한 이야기 듣기를 좋아했으며, 웬디는 자기가 기억하는 한 모든 것을 딸에게 들려주었는데, 두 사람이 있는 장소는 그 유명한 날아가기가 벌어졌던 바로 그 육아실이었다. 이제는 제인의 육아실이었으니, 왜냐하면 그녀의 아버지가 더 이상은 계단을 좋아하지 않았던 웬디의 아버지에게서 주택 융자 금리 3퍼센트로 이 집을 구입했기 때문이다. 달링 부인은 사망해서 지금은 잊혔다.

육아실에는 이제 침대가 두 개뿐이었다. 제인의 침대와 유모의 침대였다. 나나도 이미 사망한 터라 개집도 없었다. 그 개는 늙어서 죽었으며, 나중에 가서는 함께 지내기 어려울 정도로 변했다. 자기를 제외하면 어느 누구도 어린아이를 돌볼 줄 모른다고 워낙 단단히 확신한 까닭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제인의 유모는 저녁 외출을 했다. 그럴 때면 제인을 재우는 것은 웬디의 몫이 되었다. 이때야말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었다. 제인은 이불을 자기 어머니와 자기의 머리 위에 덮어쓰는 방법을 고안했는데, 이렇게 하면 일종의 텐트가 되어서, 깜깜한 어둠 속에서 속삭일 수 있었다.

“지금 뭐가 보여요?”

“오늘 밤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것 같은데.” 이 말을 하면서 웬디에게 떠오른 생각은, 만약 나나가 여기 있었더라면 더 이상의 대화를 금지했으리라는 것이었다.

“맞아요, 어머니는 그렇죠.” 제인이 말했다. “어머니는 어린 여자아이였을 때에나 볼 수 있었어요.”

“그건 오래전의 일이란다, 얘야.” 웬디가 말했다. “아, 이런, 세월이 어찌나 날아가듯 빠른지!”

“날아간다면” 영리한 꼬마가 물었다. “어머니가 어린 여자아이였을 때에 날아갔던 방법처럼 날아가나요?”

“내가 날아갔던 방법처럼? 그거 아니, 제인? 나도 가끔은 내가 정말로 날았던 적이 있었는지 궁금하단 걸.”

“맞아요, 어머니는 날았어요.”

“내가 날 수 있었던 건 아주 오래전의 일이야!”

“어째서 지금은 날지 못하나요, 어머니?”

“자랐기 때문이지, 제인. 사람이 자라고 나면, 그 방법을 잊어버리고 만단다.”

“어째서 잊어버리는 거죠?”

“더 이상 쾌활하고 순진하고 무정하지가 않으니까. 오로지 쾌활하고 순진하고 무정한 사람만 날 수 있는 거야.”

“쾌활하고 순진하고 무정한 게 뭔데요? 저도 쾌활하고 순진하고 무정했으면 좋겠어요.”

혹은 어쩌면 웬디도 뭔가 보인다고 시인했는지 모른다. “내가 믿기로는 분명히” 그녀가 말했다. “바로 이 육아실이었어.”

“나도 그렇다고 믿어요.” 제인이 말했다. “계속 이야기해 주세요.”

그들은 이제 피터가 자기 그림자를 찾아서 날아왔을 때의 대단한 모험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가 있었다.

“그 멍청한 아이는” 웬디가 말했다. “비누를 가지고 그걸 붙이려고 하다가, 안 되니까 울음을 터뜨렸고, 그것 때문에 내가 깨서 그를 위해 실로 꿰매어 주었지.”

“어머니의 말은 약간 틀렸어요.” 제인이 끼어들었는데, 그녀는 이제 자기 어머니보다도 그 이야기를 더 잘 알고 있었다. “그가 방바닥에 앉아 울고 있는 걸 봤을 때, 뭐라고 하셨어요?”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앉아서 그랬지. ‘너 왜 울고 있니?’”

“맞아요, 바로 그거예요.” 제인이 이렇게 말하며 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우리 모두를 데리고 네버랜드와 요정들과 해적들과 인디언들과 인어들의 석호와 땅속의 집과 작은 집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어.”

“맞아요! 그중에서 어머니는 뭐가 제일 좋았어요?”

“내 생각에 나는 땅속의 집을 제일 좋아했던 것 같아.”

“맞아요. 저도 그래요. 피터가 어머니한테 맨 마지막으로 했던 말은 뭐였어요?”

“그가 내게 한 마지막 말은 이거였어. ‘나를 항상 기다려 줘. 그러면 어떤 날 밤에는 내 수탉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야.’”

“맞아요.”

“하지만, 아아, 그는 나를 완전히 잊어버리고 말았어.” 웬디는 이 말을 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 정도로 그녀는 자라나 버렸던 것이다.

“그 수탉 울음소리는 어떤 소리였어요?” 어느 날 저녁에는 제인이 이렇게 물었다.

“이런 소리였어.” 웬디가 대답하면서 피터의 수탉 울음소리를 흉내 내려고 했다.

“그건 아니에요.” 제인이 진지하게 대꾸했다. “이런 소리였어요.” 그러면서 그녀는 자기 어머니보다 훨씬 더 잘 흉내 냈다.

웬디는 약간 당혹스러웠다. “얘야, 그건 어떻게 알았니?”

“잠을 자고 있으면 종종 그 소리가 들려요.” 제인이 대답했다.

“아, 그래, 잘 때 그 소리를 들었다는 여자아이는 많았지만, 깨어 있는 상태에서 그 소리를 들은 사람은 나 혼자뿐일 거야.”

“운이 좋으시네요.” 제인의 말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밤에 비극이 닥치고 말았다. 때는 봄이었고, 이날 밤에도 피터 이야기가 나왔으며, 제인은 이제 침대에서 잠들어 있었다. 웬디는 벽난로 아주 가까이 바닥에 앉아 있었는데, 그래야만 바느질거리가 잘 보였던 것이, 육아실에는 다른 불빛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앉아서 바느질을 하는 사이에 그녀는 수탉 울음소리를 들었다. 곧이어 창문이 예전처럼 활짝 열리더니, 피터가 방바닥에 내려섰다.

그는 예전과 똑같았으며, 웬디는 지금도 그가 젖니를 고스란히 갖고 있음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는 어린 남자아이였고, 그녀는 어른이었다. 그녀는 난롯가에서 몸을 움츠린 채, 감히 움직일 엄두를 내지 못했으며, 성인 여성의 모습으로 무기력하고 죄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안녕, 웬디.” 그는 아무런 차이도 깨닫지 못하고 말했는데, 평소에는 주로 자기에 대해서만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희미한 불빛 속에서 웬디의 흰 드레스는 그가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의 잠옷처럼 여겨졌다.

“안녕, 피터.” 그녀는 나지막이 대답하면서, 자기 몸을 최대한 작아 보이게 움츠렸다. 그녀의 몸속에서 뭔가가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아주머니, 아주머니, 저를 놓아주세요!”

“안녕, 존은 어디 있지?” 침대가 하나 없음을 문득 깨닫고 그가 물었다.

“존은 이제 여기 없어.” 그녀가 숨을 헐떡였다.

“마이클은 자고 있어?” 그는 이렇게 물어보며 무신경하게 제인을 흘끗 바라보았다.

“그래.” 그녀가 대답했다. 이제 그녀는 자기가 피터에게나 제인에게나 모두 진실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애는 마이클이 아니야.” 그녀는 재빨리 덧붙였는데, 그러지 않으면 천벌이 떨어질까 두려워서였다.

피터가 바라보았다. “안녕, 그러면 새로운 아이야?”

“그래.”

“남자아이야, 여자아이야?”

“여자아이야.”

이제 그는 당연히 이해해야만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피터.” 웬디는 머뭇거리며 말했다. “내가 너랑 같이 날아갔으면 하는 거야?”

“물론 그것 때문에 왔지.” 그는 약간 엄숙하게 덧붙였다. “너 혹시 지금이 봄맞이 대청소 시간이라는 걸 잊어버렸던 거야?”

그가 이미 봄맞이 대청소 시간을 여러 차례 지나쳤다는 사실을 이야기해 보았자 소용이 없음을 그녀는 알았다.

“나는 갈 수가 없어.” 그녀는 사과하듯 말했다. “날아가는 방법을 잊어버렸거든.”

“내가 금방 다시 가르쳐 줄 수 있어.”

“아아, 피터, 요정 가루를 공연히 나한테 낭비하지는 마.”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마침내 그에게도 두려움이 엄습했다. “도대체 뭐야?” 그는 위축되며 외쳤다.
“내가 불을 켤게.” 그녀가 말했다. “그러면 네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을 거야.”

내가 알기로는 지금이야말로 피터가 살면서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낀 때였다. “불 켜지 마!” 그가 외쳤다.

그녀는 이 불쌍한 남자아이의 머리카락을 두 손으로 어루만졌다. 그녀는 그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어린 여자아이가 아니었다. 그녀는 어른 여자로서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그 미소는 어쩐지 서글펐다.

곧이어 그녀는 불을 켰고, 피터는 보고야 말았다. 그는 고통스럽게 소리를 질렀다. 키가 크고 아름다운 여자가 그를 두 팔로 안아 올리려고 몸을 구부리자, 그는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도대체 뭐야?” 그가 다시 한 번 외쳤다.

그녀는 그에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나이가 들었어, 피터. 무려 스무 살이 훨씬 넘었지. 나는 오래전에 이미 자라나 버렸어.”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아!”

“나도 어쩔 수 없었어. 이제 나는 결혼한 여자야, 피터.”

“아니야, 그렇지 않아.”

“사실이야, 그리고 침대에서 자는 여자아이는 내 딸이야.”

“아니야, 그렇지 않아.”

하지만 그는 정말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단검을 치켜들고는 잠자는 아이 쪽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물론 그는 아이를 찌르지는 않았다. 대신 방바닥에 주저앉아 울었을 뿐이었다. 마음만 먹으면야 쉽게 달랠 수도 있었겠지만, 이제 웬디는 그를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이제 성인 여성에 불과했기에, 생각을 좀 해 보려고 일단 방에서 뛰쳐나갔다.

피터는 계속 울기만 했고, 급기야 그의 울음소리에 제인이 깨어나고 말았다.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앉더니, 곧바로 관심을 가졌다.

“얘,” 그녀가 물었다. “너 왜 울고 있니?”

피터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절을 했고, 그녀도 침대에서 그에게 절을 했다.

“안녕.” 그가 말했다.

“안녕.” 제인이 말했다.

“내 이름은 피터 팬이야.” 그가 그녀에게 말했다.

“그래, 나도 알아.”

“나는 네 어머니를 데리러 돌아왔어.” 그가 설명했다. “네버랜드로 데려가려고 말이야.”

“그래, 나도 알아.” 제인이 말했다. “나도 너를 기다리고 있었어.”

웬디가 머뭇거리며 방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피터가 침대 기둥 위에 앉아 신 나게 수탉 울음소리를 내고, 제인은 잠옷 차림으로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매우 즐거워하는 것을 보았다.

“이제 얘가 내 어머니야.” 피터가 설명했다. 그러자 제인은 아래로 내려와 그의 곁에 섰고,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은 피터가 딱 좋아하는 표정, 즉 숙녀들이 그를 바라볼 때에 짓는 바로 그 표정이었다.

“그에게는 어머니가 무척 필요해요.” 제인이 말했다.

“그래, 나도 알아.” 웬디는 어딘가 쓸쓸한 어조로 시인했다. “그걸 나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지.”

“안녕.” 피터가 웬디에게 말했다. 그러고는 공중으로 떠올랐는데, 부끄러움도 모르는 제인이 그와 함께 떠올랐다. 이미 그것은 이 아이가 움직이는 방법 중에서도 가장 쉬운 방법이 되어 있었다.

웬디는 창문으로 달려갔다.

“안 돼! 안 된다고!” 그녀가 외쳤다.

“그냥 봄맞이 대청소 시간만이에요.” 제인이 말했다. “그는 제가 봄맞이 대청소를 항상 해 주었으면 좋겠대요.”

“내가 너희들과 함께 갈 수만 있었어도.” 웬디는 한숨을 쉬었다.

“아시다시피, 어머니는 날 수가 없잖아요.” 제인이 말했다.

물론 결국에 가서는 웬디도 두 사람이 함께 날아가도록 허락하고 말았다. 우리가 본 웬디의 마지막 모습은 창가에 서서 두 사람이 하늘 저편으로 별처럼 작아질 때까지 바라보는 것이었다.

여러분이 이제 다시 웬디를 본다면, 그녀의 머리카락은 하얗게 변했고 체구는 다시 작아졌음을 알아챌 것이다. 왜냐하면 이 일은 모두 오래전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제인도 이제는 평범한 어른이 되었으며, 마거릿이라는 딸을 두었다. 매년 봄맞이 대청소 시간이 돌아오면, 잊어버렸을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피터가 나타나서 마거릿을 데리고 네버랜드로 갔으며, 그곳에서 그녀는 그에 관한 이야기를 그에게 들려주었고, 그는 그 이야기를 열심히 들었다. 마거릿도 자라나서는 딸을 하나 갖게 될 것이며, 그 딸은 또다시 피터의 어머니가 될 것이다. 아이들이 쾌활하고 순진하고 무정한 한, 그 일은 그렇게 계속될 것이다.
 

추천 (0) 선물 (0명)
IP: ♡.252.♡.103
23,512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나단비
2024-04-11
1
111
나단비
2024-04-11
1
107
나단비
2024-04-11
1
109
나단비
2024-04-09
1
90
나단비
2024-04-09
0
39
나단비
2024-04-09
0
53
나단비
2024-04-09
0
44
나단비
2024-04-08
0
42
나단비
2024-04-08
0
39
나단비
2024-04-08
0
49
나단비
2024-04-08
0
39
나단비
2024-04-08
0
40
나단비
2024-04-07
0
57
나단비
2024-04-07
0
54
나단비
2024-04-07
0
49
나단비
2024-04-07
0
45
나단비
2024-04-07
0
51
나단비
2024-04-05
0
69
나단비
2024-04-05
0
66
나단비
2024-04-05
0
59
나단비
2024-04-05
0
69
나단비
2024-04-05
0
81
나단비
2024-04-04
0
88
나단비
2024-04-04
0
72
나단비
2024-04-04
0
85
나단비
2024-04-04
0
54
나단비
2024-04-04
0
59
나단비
2024-04-03
0
60
나단비
2024-04-03
0
75
나단비
2024-04-03
0
64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