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그라운드 브리핑ㅡ2ㅡ베스트 서비스

뉘썬2뉘썬2 | 2024.03.05 03:51:15 댓글: 2 조회: 482 추천: 1
분류단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51674
2



((그들의 연봉에대한 소문이 바람처럼 법조타운을 휘감앗다.))



회의실은 깊은침묵의 늪속에 가라앉아 잇엇다.오전9시30분.날이 밝으면서
더욱거세진 빗줄기가 테헤란로에 잇는 베스트 서비스 21층 건물꼭대기 회의
실 창문을 끊임없이 두드렷다.두껍게 내려진 블라인드와 오렌지색 조명때문
에 방안은 중세수도원 같앗다.



한결같이 짙은남색계통 양복을입고 단정하게 넥타이를 맨 여섯명의 파트너
들은 누구도 입을열지 않앗다.그들은 은은한 커피색이 감도는 두꺼운 원목
마호가니 탁자위에 눈동자를 고정시키고 앞에놓인 보고서를 뚫어지게 노려
봣다.



수수깡처럼 마른 작은체구를 가죽의자에 푹 파묻고 명상하듯 눈을 내리깔고
잇는 사내가 김영진 변호사엿다.



사법고시 사상최고 점수로 수석합격.사법연수원도 수석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 법대에서 3년만에 박사학위를 따낸 인물.미국최고의 로펌
으로 꼽히는 '스미스&존슨'의 동양인 최초파트너.동양인 변호사 가운데 최고
액이엿다는 1200만달러의 연봉.줄줄이 '최'자가 붙어잇는 경력을 뒤로한채
김영진 변호사는 10여년만에 귀국햇다.그리고 '베스트 서비스'를 설립해 순
식간에 그걸 최정상의 로펌자리에 올려놓앗다.




김영진이 세운것은 법률제국이엿다.법원과 검찰에서 승승장구하던 판사와
검사들이 옷을벗고 줄줄이 베스트 서비스로 옮겨갓다.그들이받은 엄청난 연
봉에대한 소문이 바람처럼 서초동 법조타운을 휘감앗다.




그제국의 시민으로 초대받은건 변호사들만은 아니엿다.국세청.경찰.재경부
등 힘잇는 기관에서 퇴직한 최고위직 공무원들도 베스트 서비스의 고문으로
초빙됏다.그들에게는 수억원대의 연봉에다 여비서가 딸린 사무실과 승용차
가 제공됏다.




평상시에는 할일이 거의없엇다.하지만 때가되면 과거에 근무햇던 기관의 후
배들을 찾아다니며 로비스트 역할을 해야한다는걸 고문들은 알고잇엇다.소
송에서 승리하기위해 진짜로 필요한게 뭔지를 김변호사는 일찌감치 터득하
고 잇엇던 것이다.



재벌기업들이 앞다퉈 베스트 서비스의 고객이됏다.얼마 지나지않아 베스트
서비스에 소송을 맡긴다는 사실이 기업의 신뢰도를 상징하는 척도로 여겨질
정도가됏다.




그런 김변호사도 두려워하는게 잇엇다.대통령 선거때 베스트 서비스는 여당
인 국민당 후보쪽에 줄을섯다.그때까지만 해도 모두들 국민당이 이긴다고햇
다.




베스트 서비스 소속변호사 여러명도 여당후보의 법률자문단에 포함됏다.하
지만 정작 승자가된건 야당인 민생당 후보엿다.




권력의 보복은 가차없엇다.새정권이 출범하자마자 국세청은 베스트 서비스
에대한 정밀세무조사에 착수햇다.모두들 베스트 서비스가 최소한 치명상을
입을거라고 수근댓다.



예상은 또 빗나갓다.김영진 변호사가 어떤방법을 동원햇는지는 아무도 몰랏
다. 하지만 대통령 비서산장이 직접 국세청장에게 전화를 걸엇다는 소문이
파다햇다.




김변호사가 천천히 고개를 들엇다.그를 바라보는 파트너들의 얼굴에 긴장감
이 서렷다.창백한 피부에 시퍼런 힘줄이 툭툭 불거져나온 그의 갸름한 얼굴
은 일본 가부키극에 나오는 하얗게 분칠한 배우같앗다.



"일찍 나오느라 수고하셧습니다.아시다시피 오늘새벽에 저희로펌에 강도가
들엇습니다.경비원 두명이 피살됏고.."



김영진 변호사는 파트너들을 한명씩 돌아가며 찬찬히 살폇다.그때마다 변
호사들은 화살을 맞은것처럼 몸을 움찔댓다.



"정봉은 변호사의 사무실이 털렷고 파일들이 전부 사라졋다고 합니다."



파트너들은 점점 가늘어지는 그의목소리를 알아들으려고 신경을 곤두세웟다.



"경비원들이 죽은거야 넘어갈수 잇지만 의뢰인들 파일이 사라진 사실이 알려
지면 사태가 심각해질것 같습니다."




석일만 변호사가 김변호사를 향해말햇다. 석변호사는 여성잡지에 나오는 남
자모델같은 외모엿다.새파란 와이셔츠에 붉은계통 줄무늬 넥타이로 한껏 멋
을냇고 달콤한 여성용 향수냄새가 낫다.




어릴때부터 천재칭송을 귀가따갑게 들으며 수석을 놓쳐본적이 없는 사내엿다.



40대초반의 독신인 그는 김영진 변호사의 비공식 후계자엿고 동성연애자라
는 소문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녓다.



"민변호사님.정변호사한테는 아직 연락이 안됩니까?"

김변호사가 석변호사 왼쪽에앉은 또다른 변호사에게 물엇다.



"집에는 연락이 안되고 핸드폰도 마찬가집니다.조금전 정변호사 집으로 다른
변호사를 보냇습니다.아무래도.."



호리호리한 민변호사는 도수높은 안경을 만지작거리며 겁에질려 말끝을 맺
지못햇다.다른파트너들의 얼굴에도 한결같이 당황과 두려움의 그늘이 드리
워져 잇엇다.



"박변호사님.정변호사가 수임한 사건들을 확인해 봣습니까?"



"네.전부 여섯건이엿습니다.기업합병이 네건이고 민사소송이 둘입니다.전 부
다른 변호사들과 팀을 구성하고 분담해서 일하던 것들입니다. 윤리적인 비
난을 받을순 잇지만 법적인 문제가 될건없습니다."




박변호사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목소리를 내리깔며 말햇다.



"저 아무래도 정변호사가 개인적으로 수임햇던 사건이 문제가 된것 같습니다."



"변호사들이 회사모르게 사건을 맡고잇다는 겁니까?"



김영진 변호사가 회계사 자격증도 잇다보니 기업 몇군데의 세금문제를 봐주
고잇던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비자금은 기업쪽에서도 비밀을 원하고 저희
도 장기적인 고객관리 차원에서 그걸 일부 용인해왓습니다."




박변호사는 넓은 앞이마로 흘러내린 몇올안되는 머리카락을 쓸어올린뒤 살
이접힌 목덜미의 땀을 닦아냇다.



"혹시 정변호사가 조직폭력쪽 자금을 관리하진 않앗는지 걱정됩니다."



석변호사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햇다. 파트너들은재빨리 눈짓을 주고받앗다.
그럴수도잇지.재주는 뛰여낫지만 나서는 친구엿으니까. 김영진 변호사는
아무대꾸없이 눈을감은채 골똘히 생각에 잠겨잇엇다. 박변호사가 석변호
사의 말을받앗다.



"정변호사를 찾는게 시급합니다.어쩌면 벌써 변을 당햇을수도 잇습니다. 우
선은 정변호사의 집에 남아잇는 자료들을 전부 회수해오라고 지시햇습니다."



베스트 서비스가 고객들과 거래해온 냄새나는 사업들의 비밀이 폭로될지 모
른다는 공포감에 변호사들은 새파랗게 질려잇엇다. 김영진 변호사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보엿다.




"그동안 우리는 이것보다 훨씬더한 어려움도 극복햇습니다.무슨수를 써서든
우리가 먼저 범인을 찾아낼겁니다. 언론이 떠들어대기전에 말입니다. 어떤
자료가 흘러나갓는지 모르지만 결국은다 회수할겁니다."




석변호사가 천천히 고개를 들엇다.



"범인들이 먼저 연락해올 가능성도 잇습니다. 우리약점을 잡고 돈을 요구할
수도 잇으니까요. 차라리 그런거라면 더낫겟습니다만."




석변호사의 말에 마침내 누군가 '끙'하며 신음을 터뜨렷다.김변호사는 더이상
이런분위기가 이어지면 안된다는걸 깨달앗다. 그는 야전사령관처럼 침착하
게 지시를 내렷다.




"석변호사님.오늘중으로 이번수사를 맡은 경찰들 신상보고서를 제출하세요.
가족관계와 개인적인 약점.누구하고 친한지 등을 전부 조사시키세요."




김변호사가 좌중을 둘러보며 말햇다.



"검찰과 청와대쪽은 어떻습니까?"



"수사본부가 차려졋고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서 검사를 파견한답니다. 그
렇지않아도 아침에 청와대 민정수석이 저에게 전화를 걸어왓습니다. 경찰
보고서가 벌써 올라간 모양입니다. 제가 대학동창이고 친분이 좀 잇다보니.."



고검장 출실의 강신규 변호사는 자신과 민정수석의 관계를 상기시키는게
즐거웟다. 김영진 변호사의 입꼬리가 미미하게 올라갓다. 강변호사는 그걸
자신이 인정받고 잇다는 신호로 받아들엿다.




"청와대쪽엔 언론에 노출되지않게 해달라고 당부해 놧습니다. 저는 오늘오
후에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만날수 잇는지 알아보겟습니다."




강변호사는 다른 파트너들을 쭉 둘러봣다. 미국학위와 국제변호사 자격증
이없는 강변호사는 그동안 베스트 서비스 안에서 소수파엿다. 마침내 그걸
만회할 기회가 온것이다.



'돈버는데는 귀신인지 몰라도 이런일은 나한테 안될걸.'



자신을 바라보는 파트너들의 눈빛이 달라진것같아 강변호사는 흐뭇햇다.



"언론쪽은 어떻습니까?"
김변호사가 또물엇다.



"글쎄요.아직은.."



"그럼 오늘중으로 신문.방송사 경영진하고 간부들을 접촉할 계획서를 만들
어 저한테 제출해주세요. 강변호사님이 검찰에 오래계셔서 언론사에도 친
한분이 많은걸로 아는데 그쪽을 통해서 혹시 이번사건 냄새를 맡은곳이 없
는지도 은밀히 확인해 보시고요."



김변호사는 일목요연하게 지시햇다. 목표가 정해지면 한없이 단호해지는
결단력은 그의인생을 성공적으로 이끈 덕목중 하나엿다.




"석변호사.추고문한테는 연락햇습니까?"



경찰청장을 지내다 퇴직해 베스트 서비스의 고문으로 와잇는 추영일 얘
기엿다.이제그가 자기몫을 할 시간이 온것이다.




"너무 경황이없어 아직못햇습니다. 바로 연락해서 경찰쪽을 맡아달라고
부탁하겟습니다. 지금 경찰청장이 추고문의 직계니까 크게 염려하지 않
으셔도 될겁니다."




석변호사가 대꾸햇다.김변호사가 파트너들을 향해 마침표를 찍듯말햇다.



"인맥을 총동원하고 자금도 아끼지 마세요.이번일에 우리로펌의 운명이
걸려잇다는걸 잊지말아야 합니다."




김변호사는 그말을 끝으로 눈을감더니 돌부처처럼 미동도 안햇다.변호사
들은 서로 눈치를 살피다 한두명이 엉어주춤 일어섯다. 나머지도 후딱일
어나 허둥지둥 회의실을 빠져나갓다.



((접선하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그의얼굴에 긴장감이 서려잇엇다.))



아침나절의 신문사 편집국은 언제나 어수선햇다.정치부.사회부.경제부를
가릴것없이 부장과 차장들은 오전11시 편집회의에 보고할 기사계획을 정
리하느라 출입처에 나가잇는 기자들과 전화로 아귀다툼을 해댓다.




"야.인마이걸 메모라고 올렷어?너 출입처 보도자료 전달하는 홍보요원이
야?아침부터 방송에서 계속 떠들어댄 기산데 추가취재는 하나도없이 그냥
던져놓으면 어쩌자는거야.너 기자맞아?다시보고해."




고함이 터지는건 다반사엿다.수화기를 집어던지는 부장도 잇엇다.



해동일보 편집국은 17층건물의 10층에잇어 전망이 좋앗다. 문을열고 들
어서면 가장멀리 떨어진 창가쪽에 국장석이 잇엇다. 국장석 바로앞이 정
치담당 부국장 자리고 그오른쪽과 왼쪽은 각각 사회담당.경제담당.편집담
당.문화스포츠 담당 부국장석이엿다.




부국장들 앞쪽으로 각부장과 기자들 책상이 놓여잇는데 어느곳에나 신문
과잡지.각종 보도자료 따위가 산더미처럼 쌓여잇어 옆자리의 동료얼굴도
잘보이지않을 정도엿다.




민기는 종이컵에 탄 인스턴트 커피를 앞에두고 편집국장석을 힐끗봣다.기
획취재팀 팀장.그게 민기의 직함이엿다.명색이 팀장이지만 팀원은 후배인
주철민 기자 한명뿐이엿다.편집국장석에선 부국장들과 이날의 속죄양인
정치부장이 선채로 극동헤럴드를 앞에놓고 잔뜩 인상을 쓰고잇엇다.



"도대체 정치부는 뭘하고잇길래 이런걸 물먹어. 그것도 극동헤럴드에."



서동건국장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왓다. 정치부장은 민망한 표정으
로 국장의 화가 가라앉기만을 기다리고잇엇다.




"김선배.이번주에 개각을 한다면서요?난데없이 웬 개각이람.그나저나 정
치부장하고 청와대출입 기자가 하루종일 죽어나겟군."




주철민이 괄괄한 목소리로 혀를 끌끌찻다.



"후임 예상자들 이름까지 나온걸로 봐서는 논의가 상당히 진행된 모양인데
어쩌다 물을먹엇죠?"




"글쎄다. 극동헤럴드 애들이 청와대 비서실에 확실한 빨대가 잇나봐. 청와
대 기사로 물먹은게 벌써 두번째잖아."



두사람이 그런얘기를 하고잇는데 전화벨이 울렷다.



"기획취재팀 김민깁니다."

"김기자나요. 요새 바쁜가보지?"

막걸리처럼 걸걸한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들려왓다.



"이게누구야.아니형님. 어떻게 지내요. 연락한번 안주고."
민기가 반갑게 아는체를햇다.



"만날 그렇지뭐.한데 긴소리 할것없고 오늘점심에 꼭좀 봣으면 좋겟어.괜찮
겟어?"




김반장이 가뜩이나 낮은목소리를 더 바닥에 내리깔앗다. 초등학생에게 과
제물 내주듯 만날장소를 일방적으로 알려주더니 그는 서둘러 전화를 끊엇다.



"이양반이 오늘 왜이러지?"

민기는 김반장의 쭈글쭈글한 얼굴을 떠올렷다.



김광섭반장을 처음만난건 구로경찰서에서 수습기자를 할때엿다. 살인사건
현장에가면 시체의 피부를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보고 시체한테 뭔가 듣는
시늉을 하는 광섭을 보고 민기는 처음엔 깜짝놀랏다.




동료기자들은 괜히 쇼를 하는거라면서 비아냥댓다. 하지만 신통하게도 김
반장에게 배당된 살인사건은 대부분 쉽게 해결됏다.




"어허 우리 기자대감들이 몰라서그렇지 시체가 나한테 말을 해준다니까."

김반장은 기자들에게 그렇게 너스레를 떨엇다.



한일년쯤 구로경찰서를 출입하면서 민기는 이상한걸 발견햇다. 살인사건
피해자들의 영안실에 놓여잇는 '근조'라는 리본만 달랑 붙어잇는 조그만 국
화화분이엿다.




가리봉동 철거지역의 버려진 건물안에서 새카만 숯덩이로 발견된 신원을
알수없는 40대남자의 영안실에서 처음 그걸봣다. 기둥서방에게 목졸려죽
은 술집 호스테스의 영안실에도 똑같은 화분이 잇엇다.




영정조차 없는 쓸쓸한 빈소에서 향불앞에 덩그러니 놓인 화분은 죽은자의
유일한 조문객 같앗다.




민기는 하수구에서 찾아낸 갓난아이 시체가 안치된 영안실에 취재를 갓다
가 배달청년을 만낫다.




"이거요?형사계 김광섭 반장님이 보낸건데요. 항상 저희가게에 주문하시거
든요."


망치로 머리를 한방 맞은것처럼 어찔한 기분이엿다.



"우리반장님 말이여?아 그 휴머니스튼가 뭐시긴가 하는거란말이여.아주부
처여.생불.이양반이 연말엔 절에가서 일년동안 자기가 담당한 살인사건 피
해자들 명복도 빌어준당께."




형사들과 술을마시다 그런 뒷얘기도 들엇다. 두사람이 다시만난건 그때부
터 7년후엿다. 해동일보 사건기자 팀장인 시경캡으로 발령이난 민기는 서
울경찰청 강력반으로 자리를 옮긴 김반장과 재회햇다.



때마침 20대 강도강간범 세명이 구치소에서 법원으로 가던 호송버스에서
경찰관의 권총을 빼앗아 도주한 사건이 발생햇다. 전국경찰엔 비상이 걸렷
다. 탈주범들은 일주일 간격으로 신출귀몰하며 권총강도 행각을 벌엿다.



지방경찰들까지 서울로 올라와 사창가와 무허가 여인숙등을 이잡듯 뒤지
고잇는데 도대체 이들은 어디 숨어지내는걸까. 지도를 펴놓고 범행지역을
분석하던 민기는 무릎을쳣다. 대학3이엿다.



며칠뒤 탈주범들은 김반장팀에게 모두붙잡혓다.그들은 낮에는 대학캠퍼
스 풀밭에서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끼니는 구내식당에서 해결햇다. 잠
도 빈교실이나 강당같은곳에서 잣다고햇다.




대학안에는 경찰력이 거의 미치지 않는다는 허점을 찌른것이엿다. 이동을
해야할때는 학생들의 인파에섞여 인근대학으로 옮겨다녓다.




"나 평생 김캡처럼 똑똑한기자 처음봣어. 정말이야."



따지고보면 간단한 추리엿지만 김반장은 끔찍이도 고마워햇다. 시경캡으
로 잇던 1년6개월동안 민기는 가끔씩 김반장과 포장마차를 전전하며 새벽
까지 술을마셧다.나이차이에도 불구하고 두사람은 죽이 잘맞앗다.



"김형.난평생 말단형사로 살앗지만 후회는없어. 시골서 고등학교 다니다
중퇴한 내가 이만큼 왓으면 성공한거지. 젊은시절엔 고생도 많이하긴햇지.
한데 김형은 장가안가?"



술이 거나해지면 김반장은 자기가 해결햇던 엽기적인 살인사건들 이야기
를 곧잘 들려줫다. 하지만 민기가 시경캡을 그만둔 뒤에는 아무래도 만날
기회가 뜸햇다. 한데 느닷없이 전화가 걸려온것이다.




민기는 편집국을 나와 덕수궁으로 걸어갓다. 늦겨울 고궁엔 누런잔디와 앙
상한 나목들이 황량햇다.



'절대권력도 세월을 이기진 못하는구나.'



민기는 그런 생각을하며 무슨 전이며 루며하는 이름만남은 옛날왕과 궁녀들
의 처소를 지나쳣다. 작은호수를 끼고돌아 김반장이 말한 덕수궁뒤쪽 벽에서
시청청사가 보이는곳을 향해 부지런히 걸엇다.




나무들사이로 벤치에 앉아잇는 김반장의 모습이 얼핏보엿다. 수습때도 봣던
낡은 바바리코트 차림이다. 민기가 천천히 다가가자 김반장이 엉거주춤 일어
나며 머쓱한 표정으로 웃음을 지엇다.



"김기자 요즘 잘나가나봐. 왜 연락도 한번안해?"



"잘나가는건 형님이지. 그래 무슨일을 하길래 핸드폰도 안받고 사무실로 전
화해도 항상 없답니까. 뭐 큰사건이라도 터진거요? 그리고 왜 이런데서 보자
고 그래요. 간첩접선도 아니고."




하지만 김반장은 진짜 접선이라도 하듯 주변을 두리번거렷다.그의얼굴에 긴
장감이 서려잇엇다.



"혹시 베스트 서비스라는 로펌알아? 김영진 변호사가 대표변호사로 잇고 국
내최대라고 하던데..지난주에 거기 강도가 들어서 경비원 두명이 살해됏어."



"뭐요형님.어디에 살인강도가 들엇다고요?"
김반장은 거기엔 대꾸도 하지않고 다시말햇다.



"그뿐인줄알아? 베스트 서비스 소속인 정봉은 변호사도 비슷한 시간에 실종
됏어. 정변호사의 집과 사무실에도 새벽에 누눈가 침입햇는데 도대체 뭘 노
린건지 우린 감도 못잡고잇다고."


민기는 침을 꿀꺽삼켯다.



"집에는 가족들이 잇엇을텐데."


"물론이지. 정변호사 부인하고 네살짜리 딸이 하나잇엇어."


"안다쳣습니까?"


"손끝하나 안건드렷어."


김반장의 표정이 엄숙하게 변해갓다. 사건현장에서 시체에 자신의 귀를
들이댈때의 표정이 딱그랫다.




"그리고말야. 정변호사 주변을 뒤지다가 알게된건데 이친구 부인이 대학
때부터 만나던 재벌그룹 손자하고 불륜관계를 계속해왓더라고. 아주유
명한 바람둥이더구먼. 그친구 히로뽕하고 폭행으로 우리가 몇번 달아왓
엇는데 젠장.빽이 어찌나센지 법원에가서 번번이 다 풀려낫어."




김반장의 목소리가 높아졋다.



"정변호사도 뭔가 눈치는 채고잇던것같아. 흥신소에다 자기마누라 뒷조
사를 부탁해 놧더라니까. 형사들이 변호사 사무실 메모지에 적혀잇던 흥
신소 전화번호를 찾아내 그쪽애들 족쳐서 알아냇지."




뜸을들이던 김반장이 내뱉듯 중얼댓다.



"솔직히 난 딸의 진짜아버지가 누군지도 헷갈리더라고."


"변호사부인의 치정관계라. 그럼 그재벌 손잔가하는 친구가 정변호사를
죽여놓고 수사에 혼선을 주려고 집과 사무실을 터는척햇다 이겁니까?"



민기가 말햇다. 김반장은 얼굴을 찡그리며 시인도 부인도 하지않앗다.



"그거야 누가알겟어. 그런데 그 재벌손자 녀석은 알리바이가 완벽해. 요
즘뜨는 신인 탤런트하고 호텔에서 자고잇엇더라고. 그런데말이야. 청부
살인이야 돈만주면 되는거지만 내연의 여자남편을 살해하면서 알리바이
만들려고 다른여자와 잣다는게 아무래도 이상하잖아."




"그러게요. 그것도 말이안되네. 자기남자가 다른여자와 자는걸 그냥넘
어갈 여자는 없을테니까. 그럼 정변호사는 어때요. 원한살일이 없나? 돈
이나여자 뭐이런걸로 말예요."



"여자관계는 잘모르겟지만 아무튼 강남에서 쓸만한 룸살롱치고 그친구
단골아닌데가 없다더구먼. 돈도 물쓰듯 햇다는거야. 변호사니까 많이
벌기도햇겟지. 아무튼 이친구도 무슨 재벌2세나 되는것처럼 흥청망청
햇더라고."




김반장이 수세미처럼 헝클어진 머리를 긁적엿다.



"여기저기 다 쑤셔보고는 잇는데 잘안나와. 영 죽을맛이라고. 김기자가
옛날에 탈주범잡던 실력으로 이번에도 범인을 한번찾아봐."




둘은 한동안 말없이 앉아잇엇다. 조선왕들의 처소를 휘돈 2월의 쌀쌀한
바람이 메마른 나뭇가지들을 흔들엇다.



"부인이 내연의 남자와짜고 남편을 청부살해햇다? 가능한 얘기이긴한데
하지만 형님. 다른가능성은 없을까? 외국영화같은데 보면 변호사들이
사건을 잘못맡앗다가 살해도 당하고 그렇던데 정변호사도 그럴수 잇는
거 아닌가요?"




김반장이 머리를 끄덕엿다.



"김기자도 그런생각 하는구먼. 내가봐도 뭔가 잇긴잇는것같아. 한데 그로
펌에서 협조를안해. 정변호사가 맡앗던 사건들은 손도 못대게 한다니까.
생각같아선 좀조졋으면 좋겟구먼.아 이자식들 빽도 만만치않아서 윗놈들
하고 직거래를 해버리니까말이야. 오죽하면 사건이터진지 열흘이 넘엇는
데 기자들이 전혀 냄새도 못맡고잇겟어?"



그의목소리는 잔뜩 화가나잇엇다.



"나는 여기까지 햇으니까 이젠 김기자가 알아서 터뜨려. 우리형사들 다치
게는 하지말고."



자리에서 벌떡일어나며 김반장이 당부햇다.


"한동안은 연락도 하지마. 언론에 나가면 누가흘렷는지 잡아낸다고 난리
를칠게 뻔하니까."



"형님도. 우리가 아마추어도 아니고. 걱정말아요."


민기가 대꾸햇다. 발걸음을 옮기려던 김반장이 갑자기 돌아섯다.


"그리고 김기자도 조심해. 그 김영진 변호사가 보통이아니야. 언론사에도
이미다 손을 써놧을지도 몰라. 보도안해도 되니까 위험할것 같으면 관둬.
몸조심하라고."


김반장의 뒷모습이 저만큼 멀어져갓다.


"베스트 서비스라.."


2년전 시경캡으로 잇을때 후배들이 기사하나를 취재해왓엇다. 베스트 서
비스 소속의 젊은변호사 몇명이 빠찡꼬 업자들 소송을 맡앗고 수임료로
받은 10억원을 몽땅 라스베이거스에서 도박으로 날렷다는거엿다. 탈세.
관세법위반 등 문제가될게 한두가지가 아니엿다. 최소한 사회면톱은 될
줄알앗던 그기사는 날아갓다. 편집국장이 그를불럿다.



"베스트 서비스에는 변호사가 200명이 넘는데 그중두세명이 사고를 쳣다
고 서비스전체를 형편없는 로펌으로 몰고가면 문제잇는거 아냐? 이기사
가 나가면 명예훼손으로 소송걸겟다고 난리야. 변호사들하고 법정다툼하
면 얼마나 골치아픈지지 알기나해?"



국장은 거기까지는 기사가 나간뒤 생길지도 모를 골칫거리를 걱정해주는
것 같앗다. 하지만 민기의 불만스러운 표정을 보더니 곧바로 태도가 달라
졋다.



"게다가 그기사도 경쟁로펌에서 제보를 받아서 취재한거라며? 난 그런식
으로 청부취재한걸 출고할수는 없어. 후배들 잘 다독거려서 동요없게해."



국장은 명령햇다.



"그럼 그 변호사들이 베스트 서비스 소속이라는걸 밝히지않고 팩트만으로
드라이하게 기사를쓰면 되지않습니까."



"그래도 알만한 사람은 다알아. 아무튼안돼."



사회부장이 원망스러웟다. 취재소스에 대해선 부장에게만 보고햇는데 국
장이 그걸 약점으로 이용하고 잇기때문이다.사표를 낸다면서 펄펄뛰는 후
배들을 달래느라고 민기는 한달남짓 죽을고생을 햇엇다. 그베스트 서비스
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편집국장이 바뀌엿다는게 그나마 다행이엿다. 하지만 신임국장이 김영진
변호사와 어떤관계인지는 알수없엇다.살인사건에 대한 보고를받으면 국
장이 어떤반응을 할지 그게궁금햇다.

추천 (1) 선물 (0명)
이젠 너의뒤에서 널 안아주고싶어
너의모든걸 내가 지켜줄께

넌 혼자가아냐. 내손을잡아
함께잇을께
IP: ♡.169.♡.51
나단비 (♡.252.♡.103) - 2024/03/05 05:19:18

김반장이 수사하는 방식이 궁금해지네요.

뉘썬2뉘썬2 (♡.169.♡.51) - 2024/03/05 11:42:22

시골농고 출신으로 서울경찰청 강력계형사가 되기까지 파란만장한 세월이
잇엇을것 같아요.같이천천히 풀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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