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 앤 4권 5~6

나단비 | 2024.04.02 18:38:12 댓글: 0 조회: 46 추천: 0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58307
5
(길버트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발췌)





어젯밤에 레이몬드 부인이 찾아왔었어. 눈에 눈물을 가득 머금고 성급하게 행동한 자기를 용서해 달라고 사정했지. ‘엄마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안다면 나를 용서하기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거예요, 셜리 선생님.’ 하고 용서를 빌었지만 꼭 그런 게 아니어도 그분을 용서해 드리기가 어려운 일은 아니었어. 레이몬드 부인에게는 내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뭔가가 있거든. 그분은 또 우리 연극 클럽을 위해서도 정말 소중한 분이야. 그렇지만 난 ‘토요일에 외출할 일이 있으면 언제고 제가 부인의 아이들을 돌봐 드릴게요.’ 하고 말하지는 못했어. 누구나 경험으로 배우는 거잖아. 나처럼 구제불능으로 긍정적이기만 하고 아무나 잘 믿는 사람이라도.
서머사이드 사회 일각에서는 지금 자비스 모로와 도비 웨스트콧 간의 연애의 향방에 귀추를 주목하고 있어. 레베카 듀의 말로는 둘이 결혼을 약속한 지가 일 년도 넘었지만 아직도 별 진전이 없대. 케이트 아주머니는 도비의 숙모뻘인데, 정확히 말하면 도비 어머니 쪽 육촌이 되나 봐. 이 일에 관심이 아주 많아. 케이트 아주머니가 이 연애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자비스가 도비의 결혼상대로 더 없이 좋은 짝이라고 여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프랭클린 웨스트콧을 굉장히 싫어해서야. 케이트 아주머니는 자기가 누구를 미워하더라도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지만, 프랭클린 웨스트콧만큼은 그 사람이 자기 부인을 죽인 거나 마찬가지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닐 정도로 싫어해. 그 사람 부인과는 소녀 시절부터 아주 친한 사이였다고 하거든.
나도 이 일에 관심이 많아. 내가 자비스를 아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내가 원래 남의 일에 끼어들기를 좋아하는 성격이어서 그렇다는 생각도 들어. 물론 내가 끼어들면 항상 그럴듯한 해결책을 내놓기는 하지. 프랭클린 웨스트콧은 키가 크고 좀 침울해 보이면서도 수완 좋은 상인이야. 다른 사람 말은 잘 듣지도 않고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것도 좋아하지 않지. 항구길 저 위쪽으로 시내 끄트머리에 있는 아주 오래된‘느릅나무 저택’에 살아. 나도 그 사람을 한두 번 보기는 했지만 그 사람에 관해 아는 건 거의 없어. 무슨 말을 하면 한참 동안이나 소리도 내지 않고 쿡쿡 웃는 참으로 이상한 버릇이 있다는 것 외에는. 그 사람은 교회에서 찬송가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 이래로 교회란 곳에가본 적이 없대. 겨울에 눈보라가 치는데도 창문을 모두 열어놓으라고 고집을 피우면서 남의 말이라면 무조건 듣지 않는 사람이라고도 하고. 고백하건대, 고집이라면 나도 프랭클린 웨스트콧 못지않을 거야. 하지만 이런 고백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서머사이드에 나 하나뿐일 거라고 생각해. 그 사람은 이 지역 유지이자 지도자이기도 해서 그 사람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어.
부인은 세상을 떠났어. 부인이 살아생전에 남편에게 휘둘려 마치 노예처럼 살았다는 얘긴 아주 공공연한 사실이야. 프랭클린이 아내를 처음 집으로 데려온 날에도 이 집 주인은 자기라고 엄포를 놓았대.
도비의 진짜 이름은 시빌이고, 프랭클린의 단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야. 나이는 열아홉 살인데 아주 예쁘고 통통하고 사랑스러운 아가씨지. 붉은 입술을 항상 조금 벌리고 있어 그 작고 하얀 이가 약간 보이고 밤색 머리칼은 반짝반짝 빛이 나. 파란 눈은 아주 매혹적이고, 검은 속눈썹은 너무 길어 진짜 눈썹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야. 젠 프링글이 자비스가 정말로 사랑하는 것은 도비의 눈이라고 말한 적도 있어. 둘의 일로 젠과 내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거든. 둘은 사촌 지간인데, 젠이 자비스를 아주 좋아해.(젠 말이 났으니 말인데, 젠이 날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면 넌 기절할 거야. 그리고 나도 젠을 무척 좋아해. 젠은 정말 귀여운 아이야.)

프랭클린 웨스트콧은 도비가 남자친구도 못 사귀게 해. 자비스 모로가 도비를 좋아하는 눈치를 보이니까 절대로 자비스를 자기 집에 드나들지 못하게 하고 도비에게도 앞으로 그 녀석과 다니지 말라고 엄명을 내렸어. 하지만 도비와 자비스는 이미 깊이 사랑에 빠져버린 뒤라서 둘을 떼어놓을 수는 없는 일이 되었지.
이 읍의 모든 사람들이 다 둘의 사랑에 동정하고 있어. 프랭클린 웨스트콧은 정말로 합리적이지 못한 판단을 한 거지. 자비스는 성공을 거둔 변호사이고, 좋은 집안사람이며, 장래도 촉망되는데다가 아주 잘 생기고 점잖은 젊은이거든.
“그보다 더 훌륭한 신랑감이 어디 있어요. 자비스 모로라면 서머사이드의 어느 아가씨든 마음에 들기만 하면 다 차지할 수 있을 텐데. 프랭클린 웨스트콧은 도비를 노처녀로 만들 작정을 한 거예요. 매기 아주머니가 세상을 뜨면 그 대신 가정부를 삼을 생각인 거라고요.”
레베카 듀도 그렇게 말했어.
“프랭클린 웨스트콧에게 누가 알아듣도록 이야기해줄 사람이 없을까요?”
내가 물었지.
“프랭클린 웨스트콧과는 아무도 언쟁을 못 해요. 말을 너무나 심하게 비꼬아서 하니까요. 혹시나 말싸움에서 이기기라도 하면 또 얼마나 화를 내는데요. 난 그 양반이 성질 피우는 꼴을 보지는 못했지만 미스 프라우티가 하는 말을 들어서 알아요. 그 집에 바느질을 해주러 갔다가 그 사람이 난리피우는 걸 다 봤대요. 무슨 일인가로 미친 듯이 화를 냈는데, 아무도 그 이유를 알지도 못했대요. 보이는 것마다 다 집어서는 창밖으로 다 내던지더래요. 밀턴 시집은 담을 넘어 조지 클러크 네 연못까지 날아가 버렸대요. 언제나 사는 것에 불만인 사람이에요. 미스 프라우티 어머니가 해줬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그 사람이 태어났을 때 얼마나 크게 울었는지, 그런 굉장한 울음소리는 평생 처음 들었다고 했대요. 내 생각에는 신이 어떤 이유가 있어 그 사람을 그렇게 만들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렇지만 누가 알겠어요. 어쨌거나 야반도주를 하지 않는 이상은 자비스와 도비가 맺어질 확률은 없다고 봐야지요. 부모의 승낙을 얻지 못한 남녀가 도망치는 일이 낭만적인 일로 그려지는 경우도 많지만 그런 일은 어쨌든 천한 짓이에요. 하지만 이 경우는 달라요. 누구라도 이해를 할 거라고요.”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어떻게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가만히 앉아서 누군가가 바로 내 눈앞에서 일생을 망쳐버리는 꼴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잖아. 아무리 프랭클린 웨스트콧의 성질이 고약하다고 해도 이런 일을 그냥 보아 넘길 수는 없다고. 자비스 모로가 평생 기다려줄 리도 없잖아. 소문에 따르면 자비스는 점점 인내심을 잃어 간다고 해. 자기 스스로 나무에 새긴 도비의 이름을 마구 깎아내 버리는 것을 본 사람이 있대. 매혹적인 파머 집안의 딸이 자비스를 유혹해보려 한다는 소문도 들리고, 자비스의 누이 말로는 모로의 어머니도 자기 아들이 더 이상 어떤여자아이의 치마끈에 매달려 있기를 원하지 않는대.
진심으로 길버트, 이 일로 내 마음이 무척 불편해.
오늘 밤엔 달빛이 무척 아름다워. 뒤뜰 미루나무에도 달빛이 내려앉았고 유령의 배들이 바다로 나가는 항구에도 여기저기 달빛 그림자가 걸렸어. 달빛은 묘지에도 내렸고, 나만의 골짜기에도, ‘폭풍 왕’ 위에도 내렸어. 그리고 ‘연인의 오솔길’과 ‘반짝이는 호수’에도, ‘유령의 숲’과
‘제비꽃 골짜기’에도 내렸을 거야. 오늘 밤 언덕에는 요정들이 나와 춤을 추겠지. 그렇지만 길버트, 내 사랑, 그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달빛이라면 그저, 그저, ‘달빛의 그림자’일 뿐이야.
엘리자베스를 데리고 산책을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 엘리자베스는 달빛을 받으며 걷는 걸 무척이나 좋아하거든. ‘초록 지붕 집’에서 지낼 때는 우리 둘이 정말 멋진 달빛 산책을 하고는 했었는데. 하지만 집에 돌아온 후로 엘리자베스는 창문을 통해서 말고는 달빛을 보지 못해.나는 엘리자베스가 걱정되기 시작했어. 이제 열 살이 되는데 두 할머니는 엘리자베스가 정신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무얼 필요로 하는지 전혀 몰라. 좋은 음식을 주고 좋은 옷만 입혀주면 그 이상은 필요한 게 없는 줄 알지. 해가 갈수록 더 나빠져만 갈 거야. 이 가여운 아이는 얼마나 슬픈 소녀 시절을 보내게 될지 모르겠어.





6





자비스 모로는 서머사이드 중등학교 졸업식이 끝나고 앤과 함께 돌아오는 길에 자기 고민을 털어놓았다.
“도비와 함께 달아나요, 자비스. 모두들 그래야 한다고 말해요. 원칙적으로야 내가 사랑의 도피 행각에 찬성하는 건 아니지만요(내가 가르친 경험이 40년은 되는 선생처럼 말을 하잖아, 하는 생각이 들어 앤은 속으로 씩 웃었다). 하지만 모든 규칙에는 예외라는 것도 있으니까요.”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죠, 앤. 나 혼자서는 달아날 수 없어요. 도비는 자기 아버지를 너무 무서워해서 설득해 볼 수도 없다고요. 그나저나 이건 달아나는 거라고 할 수도 없죠. 도비가 우리 누나 줄리아네 집으로 오기만 하면 되니까요. 아시죠, 스티븐스 부인. 목사님에게도 그리로 와달라고 청해서 볼썽사납지도 않게 다 만족스럽도록 결혼식을 올릴 수 있어요. 결혼식을 올린 다음에는 킹스포트의 베르타 숙모님 댁으로 신혼여행을 가면 되고요.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죠. 하지만 도비가 모험을 하려 들지 않아요. 가엾게도 도비는 너무 오랫동안 아버지의 변덕이며 별난 생각에 길들여져서 의지력이란 게 남아 있질 않거든요.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해야 해요, 자비스.”
“어이구, 내가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앤? 나는 내 속이 다 시꺼멓게 타버릴 정도로 애걸했어요. 나와 함께 있을 때는 도비도 그러겠다고 하지만 집에 돌아가자마자 그렇게 못 하겠다는 전갈을 보내와요. 이상하게 여길지 모르지만, 앤 셜리, 그 가여운 사람은 자기 아버지를 정말로 좋아해요. 그래서 아버지가 자기를 평생 용서하지 않을까 봐 무서운 거라고요.”
“그럼 아버지와 당신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고 하세요.”
“그랬다가 아버지를 택한다고 하면요?”
“설마 그러지 않겠죠.”
“그건 확신할 수 없는 일이에요. 하지만 곧 결정을 내려야만 해요. 나도 영원히 이렇게 지낼 수는 없거든요. 나는 도비를 무척 사랑해요. 그것은 온 서머사이드 사람들이 다 알죠. 하지만 도비는 내 손이 닿지 못하는 곳에 피어난 작은 붉은 장미 같아요. 나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장미를 손에 넣고 싶어요, 앤.”
“시적인 표현도 적절한 곳에서나 멋있는 거예요. 이 경우에는 멋진 표현만으로는 아무런 도움도 안 돼요.”
앤이 냉정하게 말했다.
“내 말이 좀 레베카 듀의 말 같네요. 하지만 정말 맞는 말이에요. 지금 자비스에게 필요한 건 누구나 다 아는 분명한 상식이에요. 도비에게 분명하게 말을 하세요. ‘당신이 이랬다저랬다 우물쭈물하는데 지쳤다. 나를 택하든 버리든 해달라.’ 하고요. 도비가 아버지를 버려도 좋을 만큼 자비스를 사랑한다면 그렇게 하겠죠. 그리고 도비가 그만큼 자비스를 사랑하는지 아닌지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자비스는 앓는 소리를 냈다.

“앤은 프랭클린 웨스트콧 씨에게 눌려 살아보지 않았으니 그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요. 어쨌건 나도 마지막 노력이라고 생각하고 앤이 말한 대로 한번 해보죠. 앤 말대로 만일 도비가 정말로 나를 사랑하고 있다면 내게로 올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최악의 사태를 각오하는 게 나로서는 낫겠죠. 벌써부터 내 꼴이 아주 우습게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드네요.”
‘자비스가 벌써부터 그런 생각이 든다면 도비는 정말이지 그렇게 미적거리고 있을 일이 아니라고.’
앤은 속으로 생각했다.
며칠이 지난 후 도비도 앤과 상의하려고 ‘윈디 포플러’로 찾아왔다.
“난 어쩌면 좋죠, 앤? 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자비스는 나더러 도망치자고 해요. 말 그대로 도망치자고요. 아버지는 다음 주에 샬럿타운의 프리메이슨 집회에 참석하기로 되어 있어서 마침 좋은 기회예요. 매기 고모는 절대로눈치채지 못할 거예요. 자비스는 내게 스티븐스 부인 집으로 가서 거기서 결혼하자고 하지만…….”
“왜 그렇게 하지 않나요, 도비?”
“오, 앤. 정말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도비는 애걸하는 눈빛을 담은 사랑스러운 얼굴을 들었다.
“부디, 부디 나를 대신해 결정을 내려주세요. 나는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어요.”
도비의 목소리는 눈물에 젖어 있었다.

“오, 앤은 아버지를 몰라요. 아버지는 자비스를 싫어해요. 나도 그 이유는 몰라요. 자비스는 싫어할 만한 점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라고요. 자비스가 우리 집을 처음으로 찾아왔을 때 아버지는 자비스를 절대로 우리 집에 발도 들여놓게 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고, 다시 한 번만 나타나면 개를 풀어놓겠다고 위협했어요. 우리 집 불도그 개를요. 그 개는 한번 물면 절대로 놓지 않거든요. 아버지는 내가 자비스와 도망치면 나를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도비, 아버지와 자비스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해요.”
“자비스도 내게 그렇게 말했어요. 오, 그 사람은 너무나 엄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어요. 그런 얼굴은 처음이에요. 난 그 사람 없이는 살 수 없어요, 앤.”
도비가 흐느끼며 말했다.
“그럼 자비스와 함께 살아요, 도비. 이건 도망이라고 말할 수도 없어요. 서머사이드 시내로 와서 친구들 앞에서 결혼하는 일이 도망치는 일은 아니잖아요.”
“아버지는 그걸 도망이라고 할 거예요. 하지만 나는 앤의 충고를 따르겠어요. 앤이 내게 잘못된 길을 걷도록 권할 리는 없으니까요. 자비스에게 가서 결혼허가서를 만들라고 하겠어요. 그리고 나는 아버지가 샬럿타운에 가시는 날 밤에 자비스의 누나네 집으로 갈 거예요.”
도비는 눈물을 삼켰다.
자비스는 앤에게 드디어 도비가 무릎을 꿇었다고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다음 화요일 밤에 길 끝에서 도비를 만날 거예요. 매기 고모 눈에 띄어선 안 된다고 집까지 내려오지는 못하게 하거든요. 그다음 우리는 줄리아 누님 집으로 올라가서 얼른 결혼식을 올릴 거예요. 내 친구와 가족들이 모두 그리로 올 거니까 그 가여운 사람도 안심할 수 있을 거라고요. 프랭클린 웨스트콧 씨는 내게 절대로 자기 딸을 데려갈 수 없을 거라고 했지만 나는 그분이 잘못 알았다는 걸 보여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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