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꺽정 의형제편 배돌석이 3

3학년2반 | 2022.01.07 07:25:43 댓글: 0 조회: 296 추천: 0
분류연재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40487
 3
  백이방이 집안 식구는  일어난 지 벌써 오래고  사랑을 빼앗기고 안방에서 잔 
이방까지 일어난 뒤  한참 되었건만, 사랑에서 자는 사위와 손은  한밤중만 여기
고 자는지 코고는  소리가 밖에까지 들리었다. 이방이 자기 안해를  보고 “이애
가 늦잠을  굉장하게 자는군. 아마 가서  깨워야 일어날 모양일세. "하고  사위를 
깨우러 나가려고 하니 그 안해가  “내가 어젯밤에 닭 운 뒤에 누웠는데 그때까
지도 사랑에서는 웃고 지껄이는 소리가 납디다.  밤을 밝히지나 않았는지 모르겠
소. 좀더 자게 깨우지  말고 내버려 둡시다. "하고 이방을 나가지 못하게 말리었
다. “조사는 어떻게  하구?”“하루 좀 비어먹으면 어떻소?”“늦잠  자구 조사
를 안 보면  쓰나. "“이따 들어가서 병탈을  해주시구려.  "“젊은애들이 하룻밤
쯤 새웠기루  조사에 병탈을 한단 말인가.  나는 전에 이틀 밤씩  내려 새우구두 
조사 때 남버덤  먼저 들어갔었는데. "“고만두시오. 나는 다 보았소”“다  봤으
니 내가 거짓말인가. "“잠깐 눈 붙이고 일어날  테니 깨워 달라고 말해 놓고 깨
운다고 주먹다짐하던 이는 누구요?”“에 이 사람. "
  옥련이가 조반상을 들고 이방이 앉았는 방안으로 들어오다가 부모의 수작하는 
말을 듣고 상을  얼른 아버지 앞에 갖다놓으며  고개를 옆으로 돌이키고 웃으니 
이방은 “너의 어머니 말은 거짓말이다. 곧이듣지 말라. "하고 웃고  이방의 안해
는 “황서방이 혹시 깨워달라고 네게 부탁하는 때가 있더래도 아예 가까이 가서 
흔들어 깨우지 마라. 잘못하다가 주먹다짐을  받을는지 누가 아니. "하고 웃었다. 
“딸자식 듣는 데 남편을 하자하는 법이  어디 있담. "“내가 무슨 하자를 했소?
”이방 내외가 말을 한마디씩 주고받고  한 뒤 옥련이가 그 어머니를 보고 “고
만 깨우지요. "하고  남편을 깨우자고 말하니 “어제  하루에 황주를 도다녀오고 
게다가 밤을 새웠으니 곤하지  않겠니. 늦잠 좀 자게 가만두지 깨울  거 무엇 있
니?” 그 어머니가  말리었다. 이방이 조반 먹고 조사 보러  들어간 뒤에 이방의 
안해는 심부름하는 사람들을 사랑 가까이  가서 떠들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앞
뒤 처마에서 짹째글거리는 참새들까지 쫓아주게 하였다.
  천왕동이가 식전잠을 달게 자고 일어날 때 돌석이도 잠이 깨어서 같이 일어났
다. “대단히 늦었지?”“글쎄 모르겠네. "천왕동이가 사랑 앞문을 열고 밖을  내
다보니 날이 마침 몹시  흐려서 해가 떴는지 안 떴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해가 
아직 안 떴을까?”“이때까지 해가 안 떴을 리가 있나. "“글쎄, 조사 때가  지난 
것 같애. 나를 와서  깨웠을 텐데 깨우는 것도 모르구 잤을까. "“설마 깨웠으면 
몰랐을까. 자네 깨우는 소리가 났으면 내라두 잠이 깼겠지. "“잠깐  안에 들어가 
보구 나옴세. "천왕동이가 안으로 난 되창을 열고 들어서 보니 안이 쓸쓸한 품이 
사람이 없는  것과 같았다. “이거  웬일일가?”천왕동이가 안마루 앞에  들어올 
때 장모는 안방에서 내다보고 안해는 건넌방에서  나왔다.“장인 혼자 조사 보러 
들어가셨나요?”“자네 깨우신다는 것을 내가 못 깨우시게 했네. "“왜 그러셨세
요?”“어젯밤을 통히 새웠지?”“까닭없이 조사에  빠지면 탈인데요. "“병탈해 
주신댔으니 염려 말게. "천왕동이는  머리를 긁적긁적하는데 옥련이는 남편의 계
면쩍어하는 모양을 보고 방그레 웃고 있었다.“무에 우스워, 사람두”천왕동이가 
뿌루퉁하여지는 것을 보고 옥련이는  부모의 이야기를 다시 생각하고 “저런 사
람이 단잠 든 걸 깨우면 참말 가만히 아니 있을 게야. "하고 말하며 허리를 잡고 
깔깔 웃었다. “간이 뒤집혔나 허파에  바람이 들었나. "“못할 소리 없구려. "“
그럼 왜 그렇게 웃나?  웃는 까닭을 대게. "“대라 마라 하고 누구를 딱딱  얼러. 
"“어디 보세. "“별르면  무섭겠네. "“사내가 늦잠 잤다구 깔깔거리구  웃는 법
이 어디 있담. "“자네가 늦잠 잤다고 웃는 것이  아닐세. "하고 내다보던 장모가 
말하였다.“장모두 두던 마시구  걱정 좀 하십시오. "“내가 아까 실없은  이야기
를 했더니 그애가 식전내 웃네.  "“무슨 이야기를 하셨소?”“전에 자네 장인이 
밤을 새우고 새벽에 누워서 막 잠이 드신 것을 조사 보러 가시라고 내가 깨우다
가 주먹다짐 받은 것을 이야기 했었네. "천왕동이가 안해를 돌아보며 “주먹다짐 
받을까 봐 오늘 안  깨웠네그려. 나는 그런 때 업어줄테니 염려말구 깨우게. "하
고 웃었다.“자네 세수 아니하나?”“왜  아니해요?”“세숫물을 내보내 줄까?”
“그러세요. "“얼른 나가  세수하고 해정하게. "“식전술은 조금만 내보내  주세
요. "천왕동이가 장모와 이야기하고 곧 사랑으로 나와서 세수를 마치고 돌석이와 
같이 해정술을 먹는 중에 이방이 조사 보고 돌아와서 안으로 난 되창을 열고 들
여다보며 돌석이에게 밤 사이 인사를 말하니 돌석이는 일변 천왕동이와 같이 일
어서며 일변  이방의 인사를 대답하였다.“어서  앉아 먹게. "이방이  돌석이에게 
말하는 것을 “다 먹었습니다. "천왕동이가 중간에서 대답하고 이방이 안으로 들
어올 때 뒤를  따라 들어왔다.“어젯밤에 그 손하구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오래 
했니?”“그 사람의 소경력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무슨 소경력이 그렇게 많든
가?”“기막힌 이야기를 다 들었습니다. "“호랭이 잡은  이야기냐?”“아니오. "
“그럼 무슨 이야기야?”이방이  안방에 들어와서 앉은 뒤에 천왕동이는 양반과 
계집을 자자시킨 이야기와 양반  여편네 욕보인 이야기를 대강대강 옮기어 들리
었다.“간통한 남녀를 동시포착해서 죽이지 않구 자자했단 말은 금시초문이다.  "
이방의 말끌에  “계집년의 눈자위에 자자를 하고  얼굴을 어떻게 들겠소? 죽는 
신세만 못하지. "이방의  안해가 뒤를 달았다. “눈에 왕방울은  외려두 낫지, 그 
양반의 꼴을 생각해 보게.  그야 말루 죽느니만 못하지. "“자자한 건 생전 가시
지 않소?”“가죽이나 벗겨내면 없어질까 제절루는  가실 리 없지. "“자기 남편
을 그 꼴로 만들고 그 여편네 맘이  어떨까. "“그 여편네두 봉변이지만 그 봉변
은 표나 없지. "하고 대답하여다. “양반의 여편네가 그런 일을  당했으면 자처해 
죽을게요. "“자처해 죽을 여편네두 있겠지만 아닌보살하구 살 여편네가 더 많을
걸. "
  장인 장모의 수작하는 말이  끝난 뒤에 천왕동이가 마루로 나오는데 옥련이가 
“사랑에 온 손이 흉악한  사람이오. 그런 사람하고는 상종하는 것이 좋지 않소. 
"하고 말하니 천왕동이는 “염려 말게. "건성 대답하고 웃고 바로 사랑으로 나왔
다.
  이날 아침 뒤에 돌석이가  경천으로 돌아가는데 천왕동이는 작별할 때 “나두 
종종 갈 테지만 자네  틈 있는 대루 자주 놀러오게. "하고 당부하였다. 천왕동이
의 당부가 없더라도 좋은 친구를 만나고 좋은 술을 먹는 것이 싫은 까닭이 없는 
일이라 돌석이가 그 뒤  한 달에 한두 번씩 봉산으로 놀러왔다.  돌석이가 올 때
에 이방의 안해는 사위의 낯을  보아 술밥을 대접하나 딸이 불긴하게 여기는 손
이라 대접이 자연  소홀하였다. 밥상의 반찬까지도 맘들여 해놓는 것이  적고 술
상의 술이 부족하여도  없다고 핑계하고 더 내보내지 않는 때가  많았다. 천왕동
이가 이  눈치를 안 뒤에는 돌석이가  오면 흔히 술집으로 끌고  다니었다. 어느 
때 돌석이가 놀러와서 천왕동이가 젊은 계집 있는 술집에 가서 술자리를 벌이고 
대접하는데 젊은 계집이 천왕동이를 보고 처시하 사람이니 판관사령이나 실없이 
조롱하여 천왕동이가 술김에 골김에 계집의 뺨을 한번 호되게 쳐서 계집이 부어
오르는 뺨을 손으로  덮고 방성통곡까지 하게 되니  술자리가 깨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천왕동이는  다른 술집을 찾으려고  하는데 돌석이가 술을  그만 먹자고 
우겨서 이방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두 사람이 서로 지껄였다.  “사내가 처가
살이는 안할 거야. "“자네  같은 처가살이면 나는 내 집 열 내놓고 바꾸겠네.  "
“처가살이 못해 본 사람의 말일세.  아무리 좋은 처가래두 내 집만 할 수 있나. 
"“자네 안해가 봉산 일색이라데그려. "“일색인지 절색인지 그건 모르지만 추물
은 아닐세. "“나를 한번 상면시켜 주지 않을라나?”“그것두 내 집만 같으면 벌
써 상면시켰지 자네 말을 기다리겠나.  "“자네 처가에서 친구들 상면하는 걸 좋
아 않는가?”“양반의 집  딸자식같이 내외를 시킨다네. "“나는  이날 이때까지 
일색을 구경 못한 사람이라 자네 안해를 한번 구경했으면 눈이 넓어지겠네만 자
네 처가에서 상면 안시키는 거야 할 수 있나. "“내가 우기면 할  수야 있지. "“
자네 좀 우겨볼라나?”“글쎄, 가보세. "
  천왕동이가 처가에 와서 돌석이를 사랑에 들어앉히고  곧 안으로 들어왔다. 옥
련이가 건넌방 문 앞에서 바느질하다가 신발 소리를 듣고 방문을 열고 내다보았
다.“그 손을  보냈소?”“장인은 관가에 들어가셨나?”“손을  보냈느냐니까 내 
말은 대답 않고  딴소리야. "“손은 사랑에 있네. "“또 끌고  왔구려. "“여보게, 
사랑으로 나가서 상면  좀 하세. "“누가 상면하고 싶답디까. "“하구  싶지 않더
래도 내가 하라면 하는 게지.  "“술이 취했구려. "“잔소리 말구 이리 나오게. "
천왕동이가 안해의 손을  잡았다. 천왕동이는 안해를 끌어내랴거니  옥련이는 남
편의 손을 뿌리치랴거니 실랑이하는  중에 이방의 안해가 안방에서 마루로 나와
서 “무얼 그러나?”하고 물으니  천왕동이가 안해의 손을 놓고 장모 앞으로 가
까이 갔다.
  “사랑에 좀 나가자구 했더니 안 나가려구 뻑스는구먼요. "“왜 사랑에는 나가
자나?”“손하구 상면 좀 시킬라구요. "“상면하기 싫다는 거 억지로 시킬 것 무
어 있나. "“안해를 상면시켜 주마구 말했는걸요. "“아무리  장난이라도 너무 상
없인 하지 말게.  "“상없이 할 리가 있나요. "옥련이가 건넌방에서  “상없이 않
는 건 무어야? 나는 지금 손목이  아파 죽겠는데. "하고 소리를 질러서 천왕동이
는 쓴입맛만 다시고 섰는데 이때 마침 이방이 밖으로서 들어와서 말을 물어보고 
나서 제잡담하고 “나하구  같이 사랑으루 나가자. "하고  천왕동이를 끌고 나왔
다. 돌석이가 일어나서  인사를 마친뒤에 이방이 천왕동이를  가리키며 돌석이에
게 “저애가 제  안해를 자네하구 상면시킨다구 했다지?”하고 묻더니 “우리네 
집에서는 여편네가 내외를 해서  아무리 남편하구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라두 보
지 않네. 우리네 집안 범절이 사대부나 다름이  없는 까닭에 홍살문 안 사대부란 
소리를 듣네그려. "아니꼬운 소리를 많이  하고 나서 “기왕 상면시킨다구 한 바
에는 상면시킬 것이지만 딸이 지금 몸이 성치  않으니 이 다음 상면하게. " 뒤를 
조금 풀어서 말하였다.  돌석이가 하룻밤 묵어가려고 작정하고  왔었는데 이방의 
아니꼬운 소리를 들은 뒤에 묵을  생각이 없어져서 내일 식전 볼일이 있는 까닭
에 밤  도와서라도 가야 한다고  총총히 일어섰다. 천왕동이는  돌석이를 붙들어 
재우고 싶은 마음이 없는게 아니지만 계면쩍은 생각에 굳이 붙들지 못하고 섭섭
하게 작별하였다. 저녁밥을  먹을 때 이방의 안해가 천왕동이를 보고  “그 손이 
섭섭하게 알고 가지나 않았나?”하고 물어서 “내가 우선 섭섭하니까 그 사람은 
말할 것두 없겠지요.  "하고 천왕동이가 대답하자 옥련이가 “섭섭할 것도  많아. 
"하고 뒤받았다. “가깝지도  않은 데 사는 사람이 다 저녁때  가게 되니 섭섭지 
않아? 지금 새남두  다 못 갔을 거야. "“그런 좋은  친구를 붙들어 재우지 않고 
누가 보내라든가. "“내가 보내구 싶어  보낸 줄 아나?”“역졸 나부랭이를 친구
로 사귀면 행세가 깎인다고 그렇게 말해도 내 말은 말 같지 않게 여기니까. "
  “역졸은 저의 어머니 뱃속에서 나올 때부터 역졸인가.  너나 할것 없이 할 수 
없으면 역졸이라두 다니지 별수 있나. "“부자가 대대로 역졸을 다닌다니 근본이 
역놈이지 무어요. "“근본 가지구는 사람을 말하지 못하네. 내가 사람을  많이 보
진 못했지만 당대에 영웅호걸이라구 할 만한 인물은 거지반 다 근본이 하치않은 
모양이데. 다른  사람은 고만두구 우선보게. 우리  매부만한 인물이 지금 양반에 
있을 듯한가. 지금 양반은  커녕 그전 양반에도 없을것일세. 전에 조재상이란 양
반이 잘났었다지만 그  양반두 우리 매부의 선생님께 배웠다네. 우리  매부의 선
생님두 근본으로 말하면  고리백정이구 갖바치야. 갖바치에서 생불이  나구 쇠백
정에서 영웅이 나는 걸 보게. 근본을 가지구 사람을 말할 건가. 아무리 소견없는 
여편네라구 하더래두 황천왕동이의 안해  노릇을 하려면 이만 일은 짐작해야 하
네. "
  옥련이는 할 말이 없든지 “긴  사설 고만두어요. "하고 고개를 밖으로 돌리니 
이방이 딸의 뒤를 받아서 사위를 데리고 말하였다.  “네 말대루 하면 사람을 사
귀는데 근본을 보지 않더래두 인물은 보아야 하지 않느냐?”“인물은 물론 보아
야지요. "“인물은 어떻게 보느냐?”“어떻게 보다니요?  눈으로 보구 인물을 알
지요. "“인물을 보는데 신수두 보구 기상두 보구 행동두 보구 재주두 보구 여러 
가지 보는 것이 있지만 이것저것  다 고만두구라두 상 하나는 보구 사궤야 낭패
가 없다. 그렇기에 옛날  유명한 사람은 대개 다 상 보는  법을 짐작해서 지인지
감이 있단 칭찬들을 들었다.  내가 아는 것은 없지만 배돌석이 상이  잘 죽을 사
람의  상이 아니더라. 얼굴은 반상이구 눈은 사목인데 사목이란 뱀의 눈이야. 그
런 사람은 친하게 사귀는 게  불긴하니라. "“그렇다구 하더래두 이왕 사귄 사람
을 까닭없이 끊는 수야  있습니까?”“내가 지금 절교하란 말이 아니라 그걸 짐
작해 두란 말이다. "“네,알았습니다. "
  그 뒤에 한동안 돌석이가 놀러오지 않고 천왕동이도 찾아가지 않아서 서로 적
조히 지내는 중에 청석골  박유복이가 천왕동이를 보러 왔다가 돌석이의 이야기
를 듣고 이봉학이와 교분 있는 사람이니 한번 찾아본다고 말하여 천왕동이가 같
이 가기로 하는데 이방이 관가의 말미를 얻어주고 이방의 안해가 길에서 요기할 
환무리를 쪄서 주었다. 천왕동이와 유복이가 식전에  조반을 먹고 떠나서 오다가 
흰무리로 점심  요기하고 해가 한나절이  훨씬 기운 뒤에  경천역말을 들어왔다. 
돌석이네 집에 와서 보니 삽작이 닫히고  집안이 괴괴하였다. 천왕동이가 삽작을 
흔들면서 “배대정. "“배서방.  "“돌석이. "갖가지로 불러보았으나 안에서 대답
이 없었다. “이  사람이 집에 없는가 보오. "“역졸들 모여  노는 데 가 있겠지. 
그리 가보세. "“그 사람의 수양어머니와  안해는 있을 텐데 도무지 기척이 없으
니 웬일일까?”천왕동이가 다시 “할머니!”하고 불러보고 또 “아주머니!”하고 
불러보았다. 닭 한마리가 어디서 꼬댁꼬댁할 뿐이요  사람의 소리는 조금도 나지 
않더니 건넌방 옆문이  부스스 열리면서 사내 하나가 봉당으로 나왔다.  그 사내
가 키는 후리후리하고  얼굴은 끼끗하였다. 유복이는 돌석이의  앙가바틈한 키와 
가무잡잡한 얼굴을 본 일이 없는  까닭에 그 사내를 돌석인 줄 여기고 천왕동이
더러 “주인이 집에 있네그려. 낮잠을 자다가 일어난 모양일세. "하고  말하니 천
왕동이가 아니라고 고개를  외쳤다. 천왕동이는 그 사내가 낯이 익으나  전에 어
디서 본 것이  잘 생각나지 않아서 유심히 바라보면서 말을  물었다. “배대정이 
집에 없소?”“녜. "“어디를  갔소?”“사신 행차를 뫼시구 평안도 갔소.  "천왕
동이는 엊그제 봉산서 중화하고 간  북경 가는 사신 행차를 생각하고 고개를 끄
덕이었다. “아주먼네두 집에  없소?”“녜. "“댁은 누구요?”“나는 동네  사람
인데 이 집 할머니가 읍내 들어간다구 집  좀 보아달라구 해서 와서 있소. "“배
대정의 아낙네두 읍내 갔소?”“녜.  " 그 사내가 건넌방 편을 흘끗  돌아보았다.
“배대정이 언제쯤 오겠소?”  “나두 모르겠소. ” “오늘내일간  오겠소?” “
글쎄요. ” 천왕둥이가  그 사내에게 묻는 말을 그치고 돌아서서  유복이와 의논
하였다. “어떻게 할라우?” “글쎄, 어덜게 했으면 좋을까!”  “지금 해가 너무 
기울었는데 돌아 갈수  있겠소?” “이 사람아, 자네는 갈 테지만  나는 못 가겠
네. ” “갈 수두 없구 묵을  수두 없구 난당한 일이구려. ” “그럴 것 없이 황
주읍내 들어가면 하룻밤 과객질하세. ” “황주읍내  들어가면 과객질 안 하구두 
잘 데가 있소. ” “그러면  더 말할 것 없이 황주읍내루 들어가세. ” “그리합
시다. 내일 한번 다시 들러서 안 왔거든  봉산으루 오라구 말이나 일러두구 갑시
다. ”
  천왕둥이가 유복이를 데리고 경천역말서 황주읍내로 들어와서 아는 사람의 집
에서 하룻밤 숙식하고 이튿날 아침 뒤에 다시 경천역말로 나오는데 황주성문 밖
을 나서서 얼마 오지 아니하여 늙은 여편네 하나가 머리에 곡식 자루를 이고 가
는 것을 만났다.  천왕동이와 유복이가 서로 이야기하며 늙은 여편네의  옆을 지
나 오는 중에 그 늙은  여편네가 “이게 누구시오? 어디 갔다 오시오?” 천왕동
이를 보고  알은체하였다. 천왕동이에게 말을  붙인 늙은 여편네가  곧 돌석이의 
수양어머니였다. “어제 읍에  와서 자금 나가는 길이오?” 하고  전왕동이가 물
으니 “어제 읍에서 나를 보셨구려. 보고도 모른  체하셨단 말이오? 지금도 내가 
먼저 인사를  아니했더면 그대로 지나가셨겠지.  ” 하고 돌석이  수양모는 당치 
않는 사설을 하였다. “읍에서  보았으면 왜 인사를 아니했겠소. 공연히 책망 하
지 마우. ”“그럼 내가 어제 읍에 들어온  것을 어떻게 아셨소?” “어제 집 보
는 사람이 말합디다.  ” “집 보는 사람이라니 누구 말이오?”  “어제 이 손님
을 뫼시구 집에 가니까  아무두 없구 젊은 사내 하나가 집을  봅디다그려. ” “
우리 집에를 갔었소?” “배서방을 전위해서 찾아온 길이오.  ” “그럼 우리 집
에서 주무시고 기다리시지요. ” “주인 없는 집에서 어떻게 잔단 말이오. ” “
주인이 없더라도 내나  집에 있더라면 붙들어 주무시게 할걸. ”  돌석이 수양모
는 괴탄하고 나서  유복이를 가리키며 말하였다. “저 손님은  어디서 오셌소?” 
“송도서 오신 손님이오.  ” “송도서 전위해서 배서방을 보러  오셌소?” “내
게 왔다가 배서방 말을 듣구 한번 만나보러  오셧소. ” “사신 행차를 뫼시고들 
갔는데 다른 사람들은 중화서 돌아오고 배서방은  대동까지 가게 되었답니다. 대
동을 갔더라도 오늘은 올듯하오. ” “오늘은 일찍이  올까요?” “그 동안 왔는
지도 모르지요. 얼핏 나가봅시다. ”
  돌석이  수양모가 유복이와  천왕동이의 뒤를 띠다라오는 너무 떨어지는 것을 
유복이가 딱하게 생각하여  “머리에 인 자루가 무거워 보이는 구려.  우리가 가
지구 갈께 이리  주시우. ” 하고 곡식ㅈ다루를 달라고 말하니  돌석이 수양모가 
입으로는 “미안해서  어떻게 하라구요. ”  하고 말하면서 자루를  머리 위에서 
내리니까 유복이가 받기 전에 천왕동이가 “나를 주우.  ” 하고 얼른 받아 옆에 
기었다. “좁살이오. ” “전에 읍내  살 제 남에게 꾸어주었던  인제 가서 받았
소. 나는 내버려둔  것인데 며느리가 가서 받아오라고 성가시게 굴어서  어제 부
대끼다 못해 나왔소. ” “며느리는 어째 읍에  두구 혼자 나오시우?” “며느리
를 읍에 두다니 뉘 며누리 말이오? 우리  며느리는 집에 있지요. 어제 집에서 못 
보셨소?” “글쎄, 아무두 없구 젊은 사내가 집을 보더라니까가. ” “그애가 마
슬 갔든가 어째 집에  없었을까?” 늙은 여편네의 말을 듣고 천왕동이는 유복이
를 돌아보며 머리를 살래살래 흔드들었다.  “젊은 사내가 어떻게 생겼습니까?” 
“얼굴은 희여멀겋고 키는 큰  킵니다. ” “아랫말 김서방이로군. ” “나두 어
디서 본 사람 같습니다. ”  “호랭이 사냥 갔을 때 보셨겠지. 그 사람이 사냥군
이오. ” “옳지 옳지, 새남서 한번 보았군.  ” “김서방이 우리 집에 자주 놀러
오지요. ”  “이아기 고만하구 길이나 빨리  걸읍시다. ” 천왕동이와 유복이는 
돌석이 수양모와 동행하여  돌석이 집에 와서 보니  돌석이는 아직  돌아오노지 
않 돌석이 안해만 혼자 집에 있었다. 돌석이  안해가 인사할 때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보고 천왕동이는  유복이를 돌아보며 입을 비쭉 내밀었다.   천왕동이외 유
복이가 돌석이 집 안방에  둘어앉아서 술대접가지 받고 한나절이 지나도록 기다
리다가 돌석이가  오지 않는 것을  보고 봉산으로 돌아가지고  공론하였다. “더 
늦으면 우리 가기만 고생될  모양이니 고만 일어서세. ” “그럽시다. 말이나 일
러두고 갑시다. ”  돌석이 오거든 만나고 가라고 돌석이 수양모는  한사하고 붙
드는데 말미 얻은 날짜가 있어서 불가불 가야 한다고 천왕동이가 떼치고 일어서
며 말하였다. “박서방이 우리게서  수일 더 묵을 테니 그 동안에  한번 놀려 오
라구 내 말루 전하시우. ”“박서방이라고  하면 누군지 알겠소?”“송도 박서방
이라면 알 테니   염려 마우. ”돌석이 수양모가 건너방 쪽을  향하고 “이애 손
님들 가신단다.  ” 하고 소리친 뒤에  잠시 대답을 기다리다가 “그  동안에 도 
어디를 갔군. ”  하고 혀를 찼다. 돌석이  수양모가 혼자 삽작 밖에까가 나오서 
천왕동이와 유복이의 가는  것을 도로 집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아랫말 김가의 
안해가 허둥지둥  쫓아왔다. “윈일이오? ”  “그애 아버지 여기 와  있지요?” 
“아니오. ” “아니가 다 무어요?” 내가 알고 왔는데. “ ”안 왔으니까 안 왔
다지 온 걸 내가 기일 까닭이 있소?“  ”요새 밤낮 이 집에 와서 산답디다그려. 
“ ”요새 자주 오지만 오늘은 안 왔소. “ ”안 오다니 말이 되나. 어디 들어가 
봅시다. “  ”들어와 보구려. “ 김가의  안해가 집에 들어놔서 안방과건넌방이 
모두 빈 것을 보고는 ”당신 며느리 어디 갓소?“ 하고 물어서 돌석이 수양모가 
”나도 모르우. “ 하고 대답하니 김가의 안해는  곧 눈이 샐쭉해지며 ”연놈 다 
어디 숨겨놓고 날 속여!“ 하고 돌석이  수양모의 턱살을 치받으려고 하였다. ” 
“이년의 여편네가 미쳤나. ” 돌석잎수양모는 뒤로  물러서고 “미친 것이 됩다 
나더러 미쳤대.  나가서 행길을 막고 물어봐,  누가 미쳐ㅅ나. ”  김가의 안해는 
앞으로 대어들었다.  “이년아 대들지 마라. ”  돌석이 수양모가 김가의 안해를 
더다미니 “늙은 것이 뉘게다 손을 대 !” 김가의  안해는 돌석이 수양모의 머리
를 움켜쥐었다. “화냥년아, 놓아라! 안 놓을 테냐!” “누가  화냥년이냐. 며느리 
화냔질시켜 먹는 것이 화냥년이지, 누가 화냥년이야. ” “누가 며느리를 화냥질
시켜 먹느냐?”  돌석이 수양모와 김가의 안해가  서로 시악을 써가며 머리채를 
마주잡고 그들었다. 사움이 어우려져서 서로 안고  자반 뒤집기를 해가며 손톱으
로들 할퀴고 입으로들 물어뜯었다. 이웃 사람들이  하나씩 둘씩 모여들어서 듣어
말리고 싸움하는 가닭을 물었다. “까닭도 없이 저년이  내 집에 와서 안방 건넌
방 수탐을 해보고 내게다 선손을 거니까 내가  가만히 있어. 내가 늙어서 저년을 
병신을 못 맨들었지,  아이구 분해 죽겠네. " 돌석이 수양모는  헐헐하고 "며느리
를 화냥질시키는 늙은 잡것이 됩다 나더러 화냥년이라고 욕을 하니 사람이 분해
서 살 수 있소.  " 김가의 안래는 시근씨근하였다. 이웃 사람들이 한데 모여서서 
수근수근 지껄일 때 "이게 다 웬 사람들이냐?" 하는 말소리가  들려서 여러 사람
이 돌아보니 집주인 배돌석이가 삽작 안에 들어섰다. "웬일
들이오?" 하고 묻는 돌석이의 말에 이웃 사람 하나가 "사움을 말리러 왔소. " 하
고 대답하니 돌석이는 수양모와 김가 안해의 골을 번갈아 바라 보고 나서  "싸움
을 말려놓았거든  고만들 가시우. "하고 이웃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이리  와서 
내 말 듣게. 어서 이리 와. " 수양모가 부르는 것을 돌석이는  역증난 소리로 "가
만히 좀 있수. "하고 대답한 뒤에 이웃  사람들이 삽작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 
섰는데 쪼그리고 앉았던 김가의  안해가 일어나서 여러 사람 뒤를 따라나가려고 
하니 돌석이가 좆아와서 "게  좀 있다 나중 가우. " 하고 앞을 가로막았다.  이웃 
사람들이 또 무슨  구경거리나 있을까 생각하고 삽작  밖에 나가서 흩어져 가지 
아니하니 돌석이가 삽작께로  나와서 "왜들 안 가구 여기  있소? 어서들 가우. " 
하고 눈가지 부라려서 모두 좆아버리고 삽작문을 닫아걸고 들어왔다. "우리 방으
루 들어가서 이야기합시다. " 하고  돌석이는 수양모와 김가의 안해를 끌고 안방
에 들어와서 방문까지 닫고 앉았다.  돌석이가 먼저 수양모를 보고 "어째 싸움이 
났소?" 하고 물어서 수양모가 까닭없는 일에 죽을 욕을 보았다고 증언부언 하소
연하는데 김가의 안해가 자기  잘못이 없는 것을 변명하려고 말가리를 드니  "임
자 말은 나중 들을 테니 잠깐 가만히 있수. "하고 돌석이가 눌렀다. 수양모의 하
소연이 되씹는 말이 많은 것을 참고 듣다 못하여 "인제 다 알았으니 고만두우. "
하고 그ㅌ을 무질뜨리고  "자, 임자 말을 들읍시다. "하고 돌석이가  김가의 안해
를 향하고 앉았다. 며느리 간 곳을 일러주지  앉고 모른다고 속이니까 자기가 골
이 났다.  자기를 떠다 박지르니까 머리채를  잡은 것이지 자기가 선손  건 것이 
아니다. 김가의 안해가 발명을 부산하게  하니 돌석이가 "그까지 말은 듣지 않아
두 좋소. " 하고 가로막고 "내가 말을 물을 테니  묻는 대루 대답만 해주우. " 하
고 말하였다. "임자 남편이 우리 집에 놀러오는데 의심나는 일이 있소?" "처음에
는 친구 집에  놀러오는 줄만 알았으니까 의심낼  까닭이 없지요. ""그러면 어째 
의심이 나기 시작했소?" "지금은 의심할  것도 없소. " "의심할 것두 없이 안 일
이 무어요?" ”친구 집에 놀러다니는 것이  아닌 줄을 알았소. “ ”어떻게 알았
소. “ 김가의 안해가 말을 할까말까 망설이는  모양이 없는 것을 보고 돌석이가 
앞으로 나앉으며 ”왜 말 안 하우?“ ”말  못 하겠소. “ 하고 표독스럽게 말하
다가 ”아는 것을 바른 대루  말하면 내가 옹용 조처를 할 테니까 염려 말구 말
하우. “   하고 슬그머니 달래었다. “그애  아버지가 어제 낮에 집에서 나가서 
밤새도록 들어오지 않았소”, “그래서?”, “밤에 내가 온동네를 다 찾아다녔소
”, “그래 우리 집에 와서  찾았소?”, “내가 이 집 울 밖에 와서 밤중까지 붙
어섰었소”, “어째 들어와  보지는 않았소”, “삽작이 닫아걸려서 못 들어왔소
”, “치운데 고생했구려”, “치운 줄도  몰랐구요”, “방에서 지껄이는 소리가 
잘 들립디까?”, “말은 들리지 않지만 목소리야 모르겠소”, “삽작은 떼어젖히
구 들어올 생각  안 하구 그대루 갔단  말이오?”, “울 밑에 개구멍  뚫고 싶은 
생각은 많았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소”, “무던하우” 돌석이는  비양스럽게 말
하고 곧 수양모를 돌아보며 “김서방이 어젯밤에 우리 집에서 잤소?”하고 물었
다. “나는 읍내  가서 자구 왔어”, “읍내는 어째?”,  “전에 꾸어주었던 곡식
을 받으러 갔었어. 가서 받아오라고 어지간히  성가시게 굴어야지” 돌석이는 고
개를 끄덕이며 서글픈 웃음을 지었다.
  돌석이가 한동안 미간을 찌푸리고  앉아서 간통한 계집을 어떻게 처치하면 좋
을까 생각하였다. 죽이자니  분풀이가 안 되고 그렇다고 자자 같은  것으로 망신 
줄 계집도 못 되었다. 돌석이가 말없이 앉았는  것을 보고 김가의 안해가 “인제 
나는 갈 테요”하고 일어서니 돌석이는 “좀 가만히 있수”하고 손을 잡아 주저
앉히고 나서 수양모를 돌아보며 “대체 이년의 기집이 간 데가 어디요”하고 물
었다.
  “나도 몰라. 내가 정말로 몰라서 모른다고  했는데 저년의 여편네는 숨기느니 
속이느니 하고 내  머리채를 들었다니까”, “한 집안에서 어디 가는  것도 모르
구 있었단 말이오”, “나는 방안에서 손님 대접하느라고 몰랐어”, “손님은 누
구요?”, “봉산 황서방이 송도 박서방이란 이하고 같이 왔다 갔어”, “언제 왔
다 언제 갔단 말이오?”, “그  사람들이 어제 왔더래. 어제 왔다가 집에 사람이 
없으니까 읍으로 들어갔었더래. 내가 오늘 식전에  읍에서 나오다가 길에서 만나
서 같이 와서 술대접하고 만나보고 가라고 한사하고 붙들어도 황서방이 말미 얻
은 날짜가 있어서 가야 한다고 고집을 세우니  어떻게 더 붙들 수가 있어야지”, 
“그래 그 사람들 술대접하는  동안에 살그머니 어디루 갔단 말이오? 그래 어느
때쯤 되오?”하고 물으니 늙은  여편네는 아직 골이 덜 풀렸던지 말을 대답하지 
아니하였다.
  김가의 안해가 무료하여 혼잣말하듯이  “둘이 어디로 같이 간 게요”하고 말
하니 돌석이가 “그건  어떻게 아우?”하고 물었다. “이 울 밖에  와서 섰는 것
을 보고 온 사람이  있소”, “둘이 같이 울 밖에 나선 것을 본  사람이 있단 말
이오?”, “아니오. 그애 아버지가 이 울 밖에  와서 기웃거리드라오. 그 말을 듣
고 내가 부리나케  쫓아왔소”, “놈팽이하고 싸우러 왔다가  애꿎은 늙은이하구 
싸웠구려”, “그러지  않아도 대판으로 싸움을 했소.  새벽에 들어왔을 때 대번 
싸움을 거니까 이따가 이야기한다고 말하고 이불을 푹 뒤집어 쓰고 눕더니 코가 
비뚤어지도록 자고 일어납디다. 일어나는 길로 싸움을  시작해서 여간 싸우지 않
았소. 나중에  내가 조목조목 들이댔더니  그제는 잘못했다고 개개  빌고 다시는 
이 집에 발그림자를  안한다고 맹세까지 합디다. 그 말을 곧이듣고  그만저만 두
었더니 그렇게 말한 입살의 침이 마르기도 전에 이 집에 와서 울 밖에서 기웃거
리더라니 사람이 분통터지지 않겠소”
  김가의 안해가 한참 지껄이고 나서 입에 침을 돌리는데 돌석이 수양모가 물끄
러미 바라보다가 “젊으신네  맘에 분하긴 하겠소. 그렇지만 사내란 건  대개 흘
레수캐거니 생각하고 분한 맘을 삭이시오. 그러고  그런 사내는 아모쪼록 내놓지 
말고 집에 붙들어 두는 것이 미덥고 좋습니다”하고 말하니 김가의 안해는 “사
내를 무슨 수로 집에 붙들어 두오. 닭의 새끼니 발목장이를 붙잡아 매오, 어떻게 
하오”
  늙은이의 교훈을 뒤받고 돌석이는  “나는 분을 삭이자면 어떻게 생각해야 좋
소? 기집이라구 생긴  것은 모두가 흘레암캐거니 생각하리까” 여편네를 훌걸어 
욕하였다. “분만 삭일 수 있으면 그렇게  생각해도 좋지”하고 수양모가 선웃음
치는 것을 돌석이는  손을 내저어 제지하고 귀를 기울였다. 이때  밖에서 삽작문
을 삐걱삐걱 흔드는 소리가 났다.
  돌석이가 밖에 나와 보니 계집이 삽작문에  붙어섰었다. 돌석이가 말소리 거칠
지 않게 예사로 “어디 갔다 인제 오나?”하고  말하며 삽작문을 열어주었다. 계
집이 고개를 숙이고 할깃할깃 눈치를 살피는데 돌석이 눈에 살기가 보여서 겁이 
나든지 선뜻 들어오지  못하였다. “어서 들어오게”하고 돌석이가  재촉하여 계
집이 직수굿하고 있던 얼굴을 빤빤스럽게 치어들고 되반들거리며 들어오더니 돌
석이가 삽작문을 닫아거는  동안에 쪼르르 건넌방으로 들어갔다.  돌석이가 건넌
방에 들어 와 서서  계집을 내려다보면서 “안방으로 건너가세”하고 말하니 계
집이 녜 대답하고서도  좀처럼 일어나지 아니하여 “어서  일어나!”하고 돌석이
가 큰소리를 내었다.  계집이 마지 못하는 모양으로 일어나려고 할  즈음에 돌석
이의 수양모가 안방에서 건너왔다.
  “어디를 갔다 왔니?”,  “오쟁이네 집에 가서 떡방아 찧어주고  왔소” 돌석
이가 계집의 말을 듣고 “옳다, 옳아. 한 놈에게는 오쟁이지우고 한 놈하구는 찰
떡같이 붙어다녔구나” 마치 남의  일을 빈정거리듯이 말하는 것을 계집은 들은 
체 아니하고  시어미를 바라보며 “어머니,  낙상하셨소? 얼굴에  상채기가 많이 
났으니 웬일이오?”하고  딴전하였다. “그것두 네년 때문이다”  돌석이가 소리
를 꽥 지르고 연달아 무슨 말을 하려다가 안방문 여닫는 소리가 나는 것을 귓결
에 듣고 지겟문을 열치고  내다보더니 “내 말두 안 듣구 어디를 가려구?”하고 
분분히 밖으로 쫓아나갔다.
  “누군가요?”, “아랫말  김서방네다. 어젯밤에 김서방이  집에 와서 잤다지?
”, “그년의 여편네가 그런  소리를 합디까? 그년의 여편네 미쳤구먼요”, “오
늘 낮에도 김서방이  집에 와서 너하구 같이 나갔다며”, “그년의  여편네가 거
짓말이 난당이네”, “너는 거짓말이라고 하지만 네  남편이야 거짓말로 알 것이
냐? 너보고  야단을 치거든 발명도 고만두고  그저 잘못했다고 빌어라.  비는 게 
제일 좋은 수다”, “빌고 말고  할 건 무어 있어요? 귀밑머리 풀어준 남편인가. 
오다가다 만난 터수에 살기 싫다면 갈라서지  걱정이오”, “이애 지각없는 소리 
작작 해라”
  돌석이가 김가의 안해를 끌고 건넌방으로 들어와서 한옆에 주저 앉힌 뒤에 계
집에게로 가까이 오며 곧 머리채를 잡이 치켜세웠다. “이년아, 누구를 속이려구 
거짓말이냐! 네가 바른 대루 말  아니하면 몸에 매밖에 돌아갈 게 없다. 바른 대
루 말을 할  테냐?”, “놓아요, 놓아요”, “잘못한 일  잘못했다구 말하구 빈다
구 그랬어”, “어머니는 나가서 저녁밥 좀 지으시우”, “손찌검 않겠다는 말을 
들어야 내가 나갈 테야”, “이년이 바른 대루 말한다면 손찌검할 리 없소. 내가 
창피해서 왁자하게  안할 테요”, “그래  그래, 왁자하면  창피하지”, 수양모가 
돌석이보고 말하고 또 “이애 바른 대로 말하면 용서한다니 바른 대로 말하렴” 
며느리보고 말하였다. 수양모는  돌석이가 머리채 놓고 앉는 것을 본  뒤에야 저
녁밥을 지으러 나갔다.
  “김가가 어젯밤에 여기서 잤다지?” 계집의  고개가 수그러졌다. “상관된 지
가 오래겠구나” 계집의  고래가 가로 흔들리었다. “오래지는  않더래두 어제가 
처음은 아니겠지?” 계집이 홀저에 고개를 들고 “잘못했으니 용서하시오”하고 
목구멍에서 끌어당기는 소리로  말하였다. “예끼 순 더러운  년”하고 돌석이가 
계집의 얼굴에 침을 뱉으니  계집이 치맛자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돌아앉아서 홀
짝홀짝 울기 시작하였다. 돌석이가 김가의 안해를  보고 “저년이 임자의 남편하
구 서루 눈맞은 제가  오래요. 우리하구 같이 처음 저년을 만났을  제 벌써 연놈
의 눈치가 다 수상했었소”하고 말한 다음에 “지금 나는 저년을 아주 속시원하
게 임자의 남편에게 내줄  생각이 있는데 어떻겠소? 임자의 말부터 좀 들어봅시
다”하고 말하니 김가의 안해가 “나는 어떻게 하라구요?”하고 질색을 하였다.
  “한 사내  두 기집이 같이 잘살면  고만 아니오”, “어떻게 같이  잘살 수가 
있소?”, “잘못 살아두 할 수 없지”, “그렇게  말고 다시 잘 생각하시우”, “
그럼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그런 짓들만 다시 못하게 해주시오”, “그런 
짓을 다시 못하게 하자면 연놈을 다  죽여버려야겠소그려”, “그러면 이게고 저
게고 말할  것도 없게요”, “죽이지 않구야  그런 짓들을 다시 못하게  할 수가 
있소?”, “아주 단단히 다짐을  받으면 되지요”, “다시 않는다구 맹세까지 하
구 돌아서는 길루 곧 쫓아왔다며? 그런데  다짐받아 무슨 소용 있겠소”, “배서
방이 다짐을 받으면 그리 못하겠지요”, “옳아, 배서방은 무서우니까 그리 못할 
법하거니. 그렇지만 좀 덜  생각했소. 연놈이 배서방이 무서운 줄 알았으면 애당
초에 그런 짓 할 생의를 할 리가 있소”, “그래도 안 그래요”, “그러나저러나 
나중에 다같이 모여  앉아서 이야기해 보시다”, “그러면 내가 지금  가서 데리
고 오리다”, “가서 데리구  올 것 없이 여기서 오두룩 기다리우”, “올는지도 
모르는데 기다리고 있세요?”, “올 테니 염려 말구 기다리우”, “언제 올까요?
”, “언제  오든지 오두룩 기다리구려”, “그렇게  기다리고 있느니 얼른 가서 
데리고 오지요”,  “임자는 볼모니까  가지 못하우”, “볼모라니요?”,  “아무 
소리 말구 있어 보우” 김가의 안해가 눈이 둥그래지며 다시 말을 못하였다.
  돌석이와 김가의 안해가 여러  말수작하는 동안에 계집은 건성으로 코만 들여
마시다가 수작이 그친 뒤부터 연해 어깨를 들먹거리며 흑흑 느끼는 소리까지 내
었다. 돌석이가 코방귀를 뀌면서 “어디 우는  낯바대기를 좀 보자”하고 계집의 
어깨를 잡아 돌려앉혔다. 계집의 몸은 돌려앉히는  채 돌아앉았으나 낯은 치맛자
락으로 폭 싸다시피  가리었다. 돌석이가 이것을 보고 “낯바대기 좀  들구 앉아
라”말하고 한동안 있다가 “인제 부끄러운 줄은 알구 낯을 들지 못하느냐?”하
고 말하였다. 나중  말이 제법 부드럽게 들리어서 계집은 차차  용서길로 들어가
는 줄 알고 치맛자락으로 눈물을 이리 씻고 저리 씻고 하다가 슬며시 낯을 내놓
았다.
  어느덧 해가 다  져서 지겟문 틈으로 들어오는  햇발이 없어지고 바로 방안이 
어둠침침하였다. 돌석이가 방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며 “저녁밥이  어떻게 되었
소?”하고 물으니 수양모  늙은이가 부엌에서 마주 내다보며 “다  되었네. 어디
서 먹으려나? 건넌방으로 들어갈까?”하고 물었다. “아무데서나 먹읍시다. 이리 
가져오시우”, “불을 켜야겠지?”, “봉당에 화톳불을 놓구려”
  수양모 늙은이는 돌석이 말대로  화톳불을 놓은 다음에 저녁밥을 가지고 건넌
방으로 들어왔다. 저녁밥을  두루거리로 같이들 먹는데 돌석이는  김가의 안해를 
권하고 늙은이는 며느리를  권하였다. 며느리와 김가의 안해가 모두 몇  술 뜨지 
않고 나앉는 통에 늙은이 역시  운이 떨어져서 전의 반만큼도 먹지 못하고 술을 
놓았는데 돌석이만은  자기 밥 다 먹고  남의 밥까지 더 먹었다.  저녁밥이 끝난 
뒤에 늙은이가 돌석이를  보고 가장 의논성 있이  “저 댁은 고만 보내세”하고 
김가의 안해를 보내자고 말하다가  “같지 않게 참견할 생각 마우” 돌석이에게 
몰풍스럽게 핀잔을 받았다.
  늙은이가 무료하여 한동안 말없이  앉았다가 생각해 보니 분하든지 “내가 무
얼 잘못했나? 내게까지 골낼 게  무어냐? 먼길 갔다와서 곤할 테니까 일찍 자게 
할라고 말했지. 참견인가. 또 참견이라도 그만 말에 같지 않다고 핀잔하는 건 너
무 과해. 밤새도록이라도  붙들고 앉았지 누가 말리어”하고 중얼거리었다. “내
가 어머니한테 골낼 까닭이  있소? 노여워 마시우”, “그러기에 말이지”, “김
가놈이 오거든 두 계집을  함께 내줄 작정이오”, “두 기집이라니?”, “저까지 
더러운 년을 누가  다시 데리구 살겠소”, “인심  좋군. 계집을 훌훌 남 내주게
”, “내가 안  데리구 살 바엔 내주지  무어하우”, “내가 사내 같으면 미워도 
안 내주겠네”, “나는 미워서 내줄라구 하우”, “내준다는 건 말뿐이지 데려갈 
놈은 어디 있고 따라갈 년은 어디 있어”,  “사람 같지 않은 것들이 좋아할는지 
누가 아우”, “만일 참말 데려가면 어떻게 할 테야?”, “어떻게 할 거 무어 있
소. 고만이지”, “사내가 남의 기집을 뺏을 망정 제 기집을 남에게 뺏긴단 말이 
될 말이야”, “쓸데없는 훈수 말구 고만 안방으루 건너가시우”, “그러지 않아
도 설거지하러 나갈 테야”
  수양모가 나가서 저녁 설거지를 하는 동안에 두 계집이 다 입 한번 뻥긋 아니
한 건 다시 말할 것도  없고 돌석이까지 입을 봉한 사람같이 말 한마디 않고 앉
아 있었다. 돌석이가  나중에 졸음이 와서 기지개를 켜고 눈을  비비면서 “이놈
이 아니 오나?”하고 혼잣말하니 밖에 있는 수양모가 귀 밝게 듣고 “내가 가서 
불러가지고 올까?”하고  나섰다. “고만두시우”,  “왜 고만두어?”,  “설거지 
다 했거든 안방에 들어가서 가만히 기시우” 돌석이가 곧 계집을 향하고 앉아서 
“김가가 오면 너를 주어 보낼라구 했더니 아니 오니 네가 김가에게루 가거라”
하고 말하니 계집은 말대꾸 안  하고 김가의 안해가 “갈 사람이나 고만 보내주
시오”하고 말하였다. “임자는 못 가우. 여기서  나랑 같이 잡시다”, “별 망칙
한 소리를 다 듣겠네”, “무에 망칙하우. 기집 바꿈밖에 더 되우”
  김가의 안해가 이 말을 듣고  벌떡 일어나 지겟문을 박차고 뛰어 나가려고 하
니 돌석이가 얼른 와서 뒤로 끼어 안아다가 방구석에 동댕치듯이 하여 주저앉힌 
뒤에 시렁에 얹힌 이불을 내려서 아랫목에 펴놓으며 곧 김가의 안해를 우격다짐
으로 끌어다가 누이려고 하였다. 한동안 아이구지구  소리와 우당퉁당 소리가 같
이 났다. 돌석이가 김가의 안해를 잔뜩 끼고  누워서 머리맡에 앉은 계집더러 “
너는 너  좋아하는 놈한테루 가거라”하고 말하니  계집은 분하기보다 우습기가 
더하고 부끄러운 마음보다 해괴스러운 생각이 더 많아서 “어디 가 자지 못해서 
발채 잠자고 있으까”하고  말대답하였다. “이년아, 아가리 찢어놓기 전에 어서 
나가거라” 돌석이가 소리를 지르자  계집은 후다닥 뛰어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
며 지겟문을 메어박듯이 닫히었다.
  김가가 저의 계집이 돌석이 집에 잡혀 있는 줄을 알고 삽작 밖에 와서 동정을 
살펴보았다. 봉당의 화톳불을 거의 다 꺼져가고  건넌방은 캄캄하고 안방에만 등
잔불이 키어 있는데 화톳불을 끼고  두 여편네 마주 앉았는 그림자가 방문에 비
쳐 보이었다.  김가가 삽작문을 몇 번  흔들어보다가 집 뒤로 돌아와서  울 밑에 
개구멍을 뚫었다. 수숫대 울타리가 해가 묵어 다  삭아서 구멍 뚫기는 힘이 들지 
않았으나 버석버석 소리는 나지 않을 수 없었다.  김가가 울 안에 들어와서 안방
으로 가까이 가려고 할 즈음에 방문 여닫치는 소리가 나서 안방 굴뚝 뒤에 가만
히 붙어서  있었다. 돌석이의 수양모가  관솔불을 손에 들고  나와 돌아다니다가 
김가 섰는 굴뚝 뒤로 돌아오니  김가가 들켜나기 전에 미리 앞으로 나서서 나직
이 “할머니”하고  불렀다. “아이구머니, 이게  누구야?”, “나요”, “김서방 
아니라구?”, “녜, 그렇소”, “어디로  들어왔어? 울 넘어 들어왔군. 삽작을 열
어달라지 그게 무슨 짓이야” 늙은이가 김가를 사살할 때 안방에 있는 돌석이의 
안해가 굴뚝뒤에서 나는 말소리를 듣고  부리나케 쫓아나왔다. “이게 누구야?” 
“내지 누구야. " “어디로 들어왔소?” “어디로 들어왔던지 그건 나중 알구 이
리 와서 내 말 좀 들으우. " 계집이 늙은이를 보고 “어머니, 관솔을 날  주고 먼
저 들어가시우. " “김서방하구 같이 안방으로 들어가  이야기하자꾸나. " “떠들
지 말고 먼저 들어가세요. " “무슨 일이든지  일을 크게 맨들면 뒤탈이 많은 법
이야. 공연히 긁어부스럼 맨들지  마라. " “내가 무슨 일을 맨들어요?  아무쪼록 
일 없도록 할 테니 염려말고 들어가세요. " “내가 먼저 들어갈 테니 너도 곧 들
어오너라. 어디로 가지 마라.  " 늙은이가 돌아서 간 뒤에 계집은 김가에게 와서 
바짝 붙어서서 얼굴을  치어다보며 “알고 왔소?” 하고 명토없이  물었다. “무
얼 알구 와?” “둘이 끼고 자는 걸 알고 왔느냐 말이오. " “둘이 끼고 자다니?
” “모르고 왔구먼. 어디 잠깐 앉아서 이야기합시다. " 계집이  둘레둘레 돌아보
다가 “부엌으로 갑시다. " 하고 김가를 끌고 부엌 안으로 들어와서 관솔불은 부
뚜막 위에 놓고 잎나무를  깔고 둘이 나란히 붙어 앉았다. “아까  낮에 안해 자
랑을 너무 하더니  자랑 끝에 불이 붙었소. " “낮에  여기 와서 야료를 했다지? 
지금까지 여기 있지. " “여기 있지 어디 가. 둘이 끼고 잔다니까. " “참말이야?
” “내가 언제  거짓말합디까. 연놈이 펼쳐놓고 끼고 뒹구는 꼴은  사람이 눈으
로 차마 볼 수가 없습디다. "  “건넌방에서 자겠지?” 하고 김가가 벌떡 일어서
는데 계집이 치어다보며  “지금 막 들이칠 테요. 아까 낮에는  돌풀매 맞아죽을
까 봐 겁을  내더니 지금은 겁이 안 나오?” 하고  조롱하듯이 말하였다. 김가가 
잠깐 동안 입술을 깨물고 섰다가 다시 앉아서 “나 혼자 맨손으로는 어려우니까 
내가 얼른 갔다 올테야. 그 동안에 떠들지 말구 내버려 두어. 등시포착으루 연놈
을 다 죽이면 우리 둘이 거침새없이 같이  살겠네. " 하고 계집의 귀에 속삭이니 
계집이 서슴지 않고  “그럼 얼른 가서 단단히 차리고 오시우.  " 하고 당부하였
다. “늙은이에게두 눈치 보이지 말어. " 김가가 말하고 곧 일어서 나간 뒤에 계
집은 안방에  들어와서 김가를 잘  말하여 보냈다고 늙은이를  속이었다. 한동안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늙은이가 고만  자자고 말하여 이불 하나를 고부 같이 덮
고 누웠을 때 별안간 삽작 부서지는 소리가  나며 곧 여러 신발소리가 들리었다. 
안방의 고부가 일시에 이불을 젖히고 뛰어일어났다.  문틈으로 밖을 내다보니 삽
작을 부수고 마당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수효가 근 십 명인데 손에 무엇을 든 사
람도 한둘이  아닌 성불렀다. 영문 모르는  늙은이가 벌벌 떠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김가가 사람  몰고 온 것을 짐작하고  김가가 연놈을 죽이고 거침없이 
같이 살겠다고 할 때 단단히  차리고 오라고 당부까지 한 계집이 역시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건넌방 문이 펄떡 열리며 “너희놈들이  다 누구냐?” 돌석이의 야
무진 말소리가 들리고 마당에서 발을 구르며 “이놈아 내 기집 내놔라. " 김가의 
볼멘 말소리가 들리었다. “오, 김가놈이냐? 네 기집은 고사하구 내 기집가지 다 
내주마. " “남의 기집을 펼쳐놓구 데리구 자두 아무  일이 없겠구나. " “네놈하
구 말다툼하러 온 줄 아느냐, 이놈아. " “네가 여러놈을 끌고 왔다부다만  내 손
에 돌주머니 들었다. 열놈, 스무  놈 가지고는 내게 범접을 못할 테니 숫제 다른 
놈들을 다 보내구  너만 남아서 나하구 이야기하자. 내가 창피해서  일을 왁자하
게 하구 싶지 않다. " “이놈아 돌주머니 가졌다면 어떤 개아들놈이 겁낼줄 아느
냐?” “참말루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구나. 여기서  보이는 너희놈들
의 대가리 여섯을 삽시간에 모주리 깨어놓을 테니
 구경 좀 하려느냐. " 김가가 저의 결찌와  동무를 여섯 사람 끌고 온 까닭에 김
가까지 치면 사람의 수효가 일곱이건만 한 사람은 뒤에 가려서 돌석이 눈에  보
이지 않았던 것이다.  한 사람에게서 ‘자’ 소리가 나자 여러  사람에게서 ‘으
악’ 소리들이 났다.  별빛 아래 시커먼 그림자들이 좌우쪽으로 쫙  갈라지며 한 
패는 바로 건넌방 앞문을 들이치고 한 패는 봉당으로 올라와서 건넌방 지겟문을 
들이쳤다. 앞문을 들이치는  패 중에서 하나가 아이쿠 하고 나가자빠질  때 건넌
방 안에서 “이년 봐라! 이년아 인내라.  안낼 테냐, 이년아!” 돌석이의 급한 말
소리가 나더니 쿵쿵 벽이 울리는 중에 “나를  죽여도 돌주머니는 안 줄 테다. " 
김가 안해의 악쓰는 소리가 났다. 돌석이가  돌주머니를 김가의 안해에게 빼앗긴 
모양이다. “옳다. 들이쳐라!” 건넌방의 앞문과 지겟문이  모두 와지끈와지끈 부
서졌다. “저 벽에  붙어섰다. " “아니다. 저 구석에 섰다.  " “마구 치지 마라. 
우리 손으로 죽여선  못쓴다. " “죽이구 살리는  건 김서방에게 맡기세. "  여러 
사람이 뒤떠드는 끝에  “이놈 봐라. " “내뺀다. "  급한 소리들이 연거푸 났다. 
돌석이가 붙드는 사람을 뿌리치며 곧 앞문께 섰는 사람을 발길로 내차고 밖으로 
뛰어나갔던 것이다.  여러 사람이 우르르  마당으로 몰려 내려오는데  그중에 한 
사람은 안방으로 뛰어들어왔다. 늙은이와 며느리가 서로  끼고 앉아서 떠는 것은 
본 체도 아니하고 그 사람이 곧 관솔에 불을 당겨가지고 나가서 화토 바탕에 불
을 놓았다. 마당안이 환하여졌다.  여러 사람이 이리저리 찾는 중에 돌석이가 장
독대 옆에 나섰다. "저기 있다. " 여러 사람이  몽치를 휘두르며 쫓아가다가 아이
쿠지쿠 소리들을 지르며 뒤로  나가자빠지는데 김가는 어느 틈에 살그머니 장독
대 뒤로 돌아가서 돌석이의 정수리를 뒤에서 내리치려고 몽치를 둘러 메었다.
  돌석이가 방에서 튀어나오며 바로 장독대로 달려온 것은 장독대 옆에 돌이 많
은 까닭이었다. 땅에 박힌 돌을 더듬어 뽑느라고  한참 엎드려 있다가 여남은 개 
좋이 손모아놓고 일어났었다.  여러 사람이 보고 쫓아올 때 앞으로  들어오는 사
람의 면사을 노려보느라고 김가가 뒤로 도는 것은 미처 눈살피지 못하였다가 뒤
에서 나는 인기척에  놀라서 얼핏 한 옆으로 비켜설  때 왼편 어깨가 지끈 하였
다. 정수리를 노리고 내리친  김가의 몽치가 어깨에 떨어진 것이다. 돌석이가 엉
겁결에 장독대 위에  뛰어올랐다. 한참 동안 독하나를 끼고 돌면서  김가의 몽치
를 피하다가 장독대에서 뛰어나오는 길에 조그만 항아리 하나를 번꺽 들어서 김
가에서 내던졌다. 던지는 솜씨각 남유다른 사람이라  항아리가 감가의 머리에 맞
아 깨어지며 그 속에  들었던 장물이  쏟아졌다. 김가가 자빠진  뒤에 김가의 몽
치로 김가의 대가리를 내리쳤다. 한 번 치고 두  번 칠 때까지 김가의 입에서 아
이쿠 소리가  나오더니 세 번째 칠  때는 소리조차 없어졌다. 소리  없어진 것이 
죽은 표이거니 짐작하면소도 돌식이는 한  번 더 치고 두 번 더 치고 세 번까지 
더 쳐서  김가의 대가리를 여지없이  마아놓고야 손을 그치었다.  돌석이가 죽은 
김가를 내버리고 돌 맞고 자빠진 사람에게 와서 몽치 하나를 갈아 쥐고  안방으
로 들어갔다.  돌석이의  모양이 독살나 삵과 같았다. 계집은 고사하고 수양모까
지 돌석이의 모양을 보고 진저리를 쳤다. “이년! 너두 김가 따라 저승으루 가거
라. " 하고 돌석이가  곧 몽치로 계집을 패기 시작하였다. 말리려고 붙드는 수양
모는 허깨비같이 떠다박지르고 살려 달라고 비는 계집은 김가와 같이 해골을 바
수어 죽이었다. 돌석이가 건넌방으로 건너와서 방구석에  쓰러져 있는 김가의 안
해를 보고 “돌주머니를 뺏어간 까닭에 내가 죽을  욕을 보았다. 너두 죽여 버릴
테니 그리 알아라. " 하고 얼러메었다. 그러나 김가의 안해는 머리를 여러 번 몹
시 벽에 부딪뜨리고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 사람이라 겁낼 까닭이 없었다. 
“데리고 잔 값으로 살려줄까. "  돌석이가  김가의 안해에게 와서 품에 지닌 돌
주머니를 뒤져 가지고 밖으로 나가려다가 말고 헌 의복을 찾아내서 피묻은 옷과 
바꾸어 입는데 왼편 팔이 쓰기 거북하여 그제야 비로소 만져보니 어깨가 상하고 
저고리 안에  피까지 배었었다.  이웃  사람들이 돌석이 집에 야단난  것을 계집 
까닭으로 싸움이 벌어졌나 생각하고 구경삼아 모여들어다가 사람이 늘비하게 자
빠진 것을 볼 뿐 아니라 사람 죽는 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각기 흩어져 가서 소
문을 내놓기도 하였거니와 눈퉁이  코뚱이에 돌을 맞고 자빠졌던 사람들이 정신
을 차린 뒤에 뿔뿔이  도망해 가서 뒤설레를 떨었다.  “살인났다. " “배돌석이
가 살인했다. "  소문이 삽시간에 돌아서 경천역말이 아닌밤중에 발끈  뒤집혔다. 
동임들이 나서서 동네 사람을 지휘하였다. 동네  사람들이 돌석이 집에 몰려와서 
전후좌우로 둘러싼 뒤에  장정 역졸 오륙 명이 삽작 안으로  들어왔다. 돌석이가 
바깥 기척이 수상한  것을 듣고 돌주머니를 한  손에 들고 건넌방에서 내다보며 
“ 너놈들은 또 누구냐?”  하고 소리지르니 앞선 역졸 하나가 “배서방 자네가 
큰일을 저질렀네그려. 그렇지만  등시포한 셈인데 별일 있겠나. 이리  나오게. 우
리하구 같이 가세. "  하고 온언순사로 말하였다. “너희들이 날 잡으로 온 모양
이구나. 그렇지만 내가 잡혀가구  싶어야 잡혀가지. " “공연히 거센 체 말구 순
순히 같이 가세. " “잔소리 말구 돌 하나 받아라. " 돌석이의  손이 번뜻하며 그 
역졸의 앞이마가  돌에 터져서 아이쿠  하고 주저앉았다. 역졸들은  이것을 보고 
그만 뺑소니들을 쳐서 밖으로 나갔다.   전후좌우에서 일어나는 아우성을 들으면
서 돌석이는 도망질할 차림을 차리었다. 머리를  수건으로 동인 다음에 거먹초립
을 쓰려다가 쓰지 않고  발로 짓밟아 망가지르고 허리띠를 졸라매고도 여편네의 
허리끈으로 저고리를 눌러 덧매고 바지가랑이의 오금 밑을 바짝 동이고 짚신 감
발을 가뜬하게 하였다. 돌주머니를 허리에 차고 돌  댓 개는 손에 들고 건넌방에
서 나서며 “한 개 받아라. " 마당으로 내려오며 “한 개 또  받아라. " 삽작께로 
나오며 “한 개 더 받아라. " 돌팔매  세 번에 삽작 밖에 나와도 앞을 막는 사람
이 없었다. 돌석이가 뛰기 시작한 뒤에 뒤에서 “내뺐다!” “쫓아라!”   고함치
는 소리는 굉장하였다.  그러나 부모 죽인 원수가 아닌데 돌팔매에  대가리 깨어
질 것을 헤지 않고 돌석이를 뒤쫓을 사람은  없었다. 여러 사람들이 한데 모여서
서 호랑이 쫓듯이  아우성들만 질렀다. 돌석이가 뒤쫓는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는 찬찬히  큰길로 걸어서 봉산을 향하고  갔다. 밤길이 더딜 뿐  아니라 경천서 
나설 때 밤이 이미 깊었던 까닭에 동이 환하게 틀 때 돌석이는 새남
을 지났다. 돌석이가  전날 저녁밥을 든든히 먹었건만 새남 지날  때부터 시장기
가 몹시 들더니 동선령 내려올  때쯤은 허리가 착 꼬무라져서 걸음을 걸을 수가 
없었다. 그대로  봉산읍내까지 대어갈 가망이  없어서 돌석이는 가까운   촌가를 
찾아들어갔다. 촌사람의 안타까운  아침밥을 나눠먹고 요기는 되었으나  몸이 갑
자기 천근같이 무거워지며 앉아  있기도 가빠서 돌석이는 한숨 자고 일어나려고 
마음을 먹고 염치 불고하고 밥먹은 자리에 쓰러졌다.  돌석이가 한 번 쓰러진 채 
이내 정신을 놓고 앓는 소리 하였다. 그  집주인이 민망하기는 짝이 없으나 정신 
모르고 앓는 사람을 어떻게 할  수 없어서 그대로 내버려둔 까닭에 돌석이가 하
룻낮 하룻밤을 정신없이 죽도록 앓고  이튿날 식전 돌 만에야 간신히 정신을 차
리고 일어 앉았다. 돌석이 욕심에는 하루쯤 더  누워 있고 싶었으나 가기를 조이
는 주인의 시각이 민망하여 하는 것을 보고 밥물 한두 모금으로 곡기한 뒤에 주
인에게 치사하고 촌가에서 나서는데 아랫도리가 허전허전하여 작대기 하나를 얻
어서 지팡이 삼아  짚었다. 중병 치른 사람같이 쉬엄쉬엄 걸어서  봉산읍내 삼십 
리 못 되는  길을 한나절이 지나도록 걸어왔다. 돌석이가 봉산으로  오기는 황천
왕동이에게 와서 피신하려는 것이 아니고 박유복이를 만나서 따라가려는 것이라 
천왕동이야 장청에 출사하여 만나든 못 만나든 백이방의 집에 가면 유복이의 행
지를 알려니 생각하고 바로 쇠전거리로 올라오는데 거리에서 장교 두 사람과 마
주쳤다. 장교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은 천왕동이의 반연으로 한두  번 만나서 인
사까지 한 사람인데  돌석이를 보고 인사도 아니하고  옆에 동무에게 한두 마디 
귓속말을 하더니, 주왕사를  손에 든 낯모르는 장교가 돌석이 앞에  와서 “배대
정이 아니오?”  하고 물었다. “누구시오?”  “나는 살인 죄인을 잡으로  나온 
장교요. " 돌석이가 살인죄인이란 말을 듣고 얼굴빛이 변하여지자   “아따, 이놈
아 줄 받아라. " 하고 그 장교가  주왕사로 돌석이를 묶는데 돌석이 아는 장교도 
얼른 와서 거들었다.  돌석이는 항거할 사이도 없고 항거할 기운도  없어서 곱게 
묶이었다. “나를 왜 묶소?” “어제 황주서  공문이 와서 다 알았다, 이 놈아. " 
돌석이는 고개를  숙이고 다시 말을  묻지 못하였다. 봉산군수가  경천 살인범인 
배돌석이 잡혔단 말을  듣고 즉시 형장을 갖추고  잡아들여서 대강 문초한 뒤에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새벽에 황주로  압송하도록 하고 옥에 내려 가두어라. " 
하고 분부하여  돌석이는 큰칼을 쓰고 옥에  갇히게 되었다.  황주서  공문이 온 
것은 전날 저녁때요, 보산서  장채가 풀린 것은 이날 식전이다. 천왕동이가 여러 
장교들 틈에 서서 “경천  살인범인 배돌석이가 봉산으로 도망한 형적이 있으니 
기찰하야 잡아달라. " 는 황주 공문의 사연을  들을 때 속으로 ‘이 사람이 간통
한 남녀를 죽였구나. 봉산으로 온다면 내게로 오겠지.’ 하고 마중삼아 기찰하러 
나갈까 고만둘까 주저하다가 마침내 모피하고 장청에  남아 있었다. 해가 점심때 
다 된 뒤에 손님이 있어 나가겠다고 수교에게 사정하고 처가에 나와서 유복이와 
같이 술먹고 있는 주에 장교 한 사람이 일부러 와서 돌석이가 잡힌 것을 통기하
여 주었다. “어디서  잡혔어?” “장터에서 잡혔다네. " “지금 어디루  갔나?” 
“관가루 들어갔네. " 천왕동이가 장교에게  말 묻던 것을 그치고 유복이를 돌아
보며 “내가 잠깐 가보고 오리다. " 하고  그 장교와 같이 나서서 관가로 들어갔
다. 돌석이를 문초받는 동안 천왕동이는 잠든  안에서 서성거리다가 돌석이가 옥
으로 끌려 갈 때 옥까지 따라가며 “간통한 기집 사내를 죽인 것이 큰 죄 될 리 
없으니 안심하게. " “여기 있는 동안 옥바라지는 내가 맡아 해 줄 테니 염려 말
게. " 이런 말로 위로를 해주었다. 천왕동이가 처가에 와서  옥바라지를 시키려다
가 처가 식구가 다 돌석이를  좋아하지 않는 까닭에 하느니 못하느니 말이 많을 
것 같아서 아는 객주집에 부탁하고 처가로 돌아오니 장인 백이방이 사랑에서 유
복이를 데리고  돌석이의 일을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내가 관가에서  나올 때 
네가 어디 있나 물어보니까 먼저 갔다구 하기에 집에 와 있을 줄 알았더니 옥에
까지 따라갔다 오느냐?” 장인이 묻는 말에 천왕동이는 간단히 “녜. " 대답하고 
곧 “옥사가 어떻게 될까요?” 장인에게  물었다. “지금도 이야기하다 말았다만 
돌석이는 죽는 사람이다. " “죽다니요? 그 사람이 살인을 했더래두 대살당할 살
인이 아닌데요. " 돌석이의 초사루  보면 간부간부를 죽였다고 하지만 아무리 간
부간부라두 등시포착이 아니면 살인죄를  면치 못하는 법인데 더구나 김가의 기
집을 간통하는 중에 김가가 온  것을 죽였다구 하니 이것이 간부가 본부를 죽인 
것으로 볼 것이지 어디 본부가 간부를 죽인 것으로 볼 것이
냐. 돌석이가 대살을 아니 당할 수  없지. " “꼭 죽을까요?” “꼭 죽지. " “귀
양두 될 수 없을까요?” “귀양 안된다.  " “돌석이가 죽는다면 억울한 죽음 아
닌가요. " “살인자 사가 대경대법이니까 억울할 것 없지.  " “어떻게 죽지 않두
룩 해주실 수  없습니까?” “살옥이란 법문대루 하지 별수가 없는  게다.  검시
관의 발미나 감사의 제사는 고사하구 상감께서 내리는 판부두 법문에 없는 일은 
못 하신다. " “법문으루 봐서 돌석이가 꼭 죽는단 말씀이지요?” “의심이 붙을 
데가 없다. " “그럼 저걸 어떻게  하나요?” 하고 천왕둥이가 상을 찌푸리고 유
복이를 돌아보았다. 한동안 지나서 이방이 안으로  들어간 뒤에 천왕동이가 유복
이게로 가까이 다가앉으며 “내가  오늘밤에 옥에 가서 돌석이를 꺼내서 도망을 
시킬까보우. " 하고 가만히 말하니 유복이가 고개를 가로 흔들었다.  “친구가 억
울하게 죽는  것을 그대루 두면 그게  사람이오?” “여보게 가만히  있게. 내가 
자네 대신 가서 돌석이를 빼가지구 청석골루 데리구 가겠네. " “그럼 우리 둘이 
같이 갑시다. " “자네는 같이 가서 안 되네. 탈옥시킨 죄를 나 혼자 뒤집어써야 
대신 가는 보람이 있지 않은가. " 천왕동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할 즈음에 심부
름꾼이 저녁상을 가지고  나와서 나오던 말을 삼켜버리고 말았다.   저녁이 끝난 
뒤에 천왕동이와 유복이는 다시 돌석이 탈옥시킬 일을 쑥덕공론하는데 천왕동이
는 같이 가자거니 유복이는 혼자 간다거니 서로 고집을 세우느라고 다른 공론까
지 잘 되지 아니하였다. 나중에 천왕동이가 “옥문  열쇠두 내가 훔쳐와야 할 테
구 옥사장이두 내가 붙들어 놓아야 할 테니까 같이 가야 일이 되우. " 하고 말하
니 유복이는 한참  생각하다가 “그러면 도무지 일을 달리 꾸미세.  내일 새벽에 
황주로 압송한다니 압송하는  길에서 뺏어가지구 가겠네. " 하고 말하였다.  “압
령해 가지구 가는 사람이 많으면 어떻게  할라우?” “많이 가기루 열이 가겠나, 
스물이 가겠나. 비록 열 스물이 간대두 염려없네. " “글쎄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까?” “그렇게 하는 것이 이리저리 다  좋으니 고만 그렇게 작정하세. " 이튿날 
새벽에 봉산 장교 세 사람이 돌석이를 압령하여 가지고 황주로 떠나가는데 유복
이는 장교들보다 한 걸음 앞서 떠나갔다. 천왕동이가  돌석이 가는 것을 보러 나
갔을 때 돌석이에게 귀띔을  해주고 싶었으나 이목에 거리끼어서 그저 안심하라
고만 말하여 주었다. 천왕동이가 장청에 들어와서나  처가에 나와서나 남의 눈에 
수상하여 보이도록 한곳에  안절부절을 못하였다.  해가 한나절이 다  되도록 아
무 소식이 없어서 천왕동이는  속으로 조바심을 하다가 동선령까지 잠깐 나가보
고 오려고 아무더러 말도  아니하고 나섰다. 읍에서 십 리쯤 나왔을  때 장교 세 
사람이 서로 붙들고  읍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천왕동이가 속으로  ‘옳다, 잘 
되었구나.’ 하고  다행히 여기면서 장교들  앞에 가서는 겉으로  “이게 웬일인
가?” 하고 놀라는  체하였다. 장교들 말이 동선령 못미쳐서 어떤  놈이 길에 나
서서 압송 죄인을 두고 가라고 하여 그놈을 잡으려고 하다가 셋이 다 미간에 대
꼬챙이를 맞고 쓰러졌는데 그 동안에 그놈이 와서 죄인을 끌고 산으로 도망하였
다 하고 미간의 상처도 가리키고 대꼬챙이도 내보이었다. “큰일났네. 얼른 읍에 
들어가서 관가에 사연을  아뢰게. "  봉산군수가 장교들의 낭패  본 사연을 듣고 
그 장교들을 중장으로 치죄하고 일변  다른 장교들을 불러서 그 두 놈을 해전에 
잡아바치라고 엄령하였다. 그날 해전은 고사하고 이틀  사흘이 지나도 잡지 못하
여 장교들만 죽어났다.  며칠 동안 장교들이 애매히 매를 맞는  중에 천왕동이가 
살옥죄인 돌석이와 친분이 있을  뿐 아니라 천왕동이가 까닭없이 중간까지 가서 
낭패 보고 오는 장교들과 같이  왔단 말이 군수 귀에 들어가서 군수가 천왕동이
에게 치의하고 엄형으로 심문하게 되었다. 천왕동이가  전후 사실을 직토하여 중
죄인 도주시킨 죄로 옥사를  겪게 되었는데 백이방이 백방으로 주선하였으나 마
침내 죄를 면치  못하고 제주도로 귀양을 가게 되었다. 천왕동이가  옥에 갇히는 
날부터 이방의 집이  난가 된 것은 다시 말할  것도 없고 양주 꺽정이 집에서도 
봉산 기별을 들은  뒤로 집안에 수색이 가득하였다. 꺽정이는 봉상  와서 묵어가
며 옥사의 결말을  기다리다가 제주로 귀양가게 되는  줄을 이방의 탐지로 미리 
안 뒤는 자기도 이봉학이를 만나보기  겸 같이 간다고 집에 말하려고 양주로 오
는 길에 청석골을 잠깐 들리었더니 돌석이는 자기 까닭에 천왕동이가 화 당하는 
것을 미안하다고 말하고 유복이는  봉학이를 만나러 제주까지 같이 가지 못하는 
것을 섭섭하다고  말하니 오가 늙은이와 곽오주와  길막봉이는 천왕동이를 가서 
위로하지 못하니 말이나 해달라고 부탁들 하였다. 꺽정이가 양
주가서 행장을 차려가지고 다사 봉산  간 뒤 수일 후에 천왕동이는 귀양길을 떠
나게 되었는데 혼인한 지 칠팔  삭 동안에 이삼 일간을 서로 떨어져 본 적이 없
는 안해와 이별할 때 내외가 다같이 간장이 녹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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