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밤

임꺽정 의형제편 10

3학년2반 | 2022.01.09 07:37:11 댓글: 0 조회: 341 추천: 0
분류연재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40997
  금교역말 어물전 젊은  주인이 어디서 상쟁이 한  사람을 데려왔는데 상을 썩 
용하게 본다고 소문이 청속골 산속에 들어왔다.  서림이가 관상을 좋아하는 까닭
으로 상쟁이를 한번 데려다  보자고 도중에 공론을 돌리었더니 서림이의 말이라
면 쌍지팡이를 짚고 나서는  곽오주가 “우리네 상판대기를 관상쟁이 보이면 무
슨 좋은 소리가 나올 줄 아우?” 하고 뒤받는 외에 다른 두령들은 다 좋다고 찬
동하였다. 상쟁이를  데려오기로 되어서 인마를 보낼  때 가는 사람에게 이르고, 
또 어물전 젊은 주인에게 기별하여 상쟁이를 속이게 한 까닭에 상쟁이는 적굴인 
줄을 모르고  왔다. 여러 두령이  도회청에서 회의하는 끝에  그대로 둘러앉아서 
상쟁이를 불러들였다. 서림이가  상쟁이에게 자리를 권하여 앉히고  수인사한 뒤
에 “관상이 투철하시단 말씀을  듣구 전위해서 뫼셔왔으니 우리들상을 한번 잘 
보아주시우. 차차 유년들두  낼 테지만 지금 대강 의논부터 좀  들읍시다. 자, 저 
어른부터 보시구 말씀하우.” 하고 오가를 가리키니  서림이가 말하는 사이에 벌
써 슬금슬금 여러 두령의 얼굴을 곁눈질하여 보던 상쟁이가 오가의 얼굴을 한참 
뻔히 바라보고 “일평생  의식 걱정이 없으시겠소.” 하고 말하였다..  오가가 허
허 웃으며 “의식 걱정이 없다니  부는 다시 물을 것 없구 귀는 어떻소?” “상
이 귀인은 아니시우.”  “내가 첨사를 지냈는데 첨사쯤은 귀값에  못가우?” “
첨사를 지내시다니 그건 나를 속이는  말씀이구 잘하면 혹 출신은 하셨을 것 같
소.” “출신을 했으면  몇 살에 했겠소?” “스물  두서넛 때 하셨을 듯하우.” 
오가는 스물두 살에 비로소 장가를 든 사람이다. 오가가 고개를 끄덕끄덕하였다. 
“종신할 아들은 몇이오?”  “자궁이 아주 좋지 못하우. 아들은  고사하구 딸두 
없겠소.” 서림이가 나서서 “아들 없으시단 건  맞았지만 따님은 형제분이나 있
는 것을 없다니 말 되우?” 하고 말하니 상쟁이는 다시 오가를 바라보면서 “글
쎄, 누당이 저렇구는 자녀간 두기 어려울 텐데 난 모르겠소.” 하고 고개를 가로 
흔들었다. “저 어른  상은 어떻소?” 하고 서림이가 꺽정이를  가리키니 “저렇
게 극히 귀하구 극히  천한 상은 나는 처음 보우.” 하고  상쟁이는 꺽정이의 얼
굴을 다시 보고  보고 하였다. “귀하면 귀하구 천하면 천하지  어떻게 귀하구두 
천하단 말이오.” “상이 그렇단  말이지 낸들 아우.” 수는 어떠하우? “서림이 
묻는 말을 상쟁이는 대답 않고  성명은 천하 후세에 전하시겠구 또 귀자를 두시
겠소.” 하고 말하니 꺽정이가 빙그레 웃으면서  “백손이놈이 장래 귀인이 될모
양인가?” 하고 옆에  앉은 이봉학이를 돌아보았다. 황천왕동이가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는데 상쟁이가 서림이를 돌아보며 “지금 밖으루 
나가시는 분이 후분 좋기가 아마 좌중에  제일일것 같소.”하고 말하니 서림이는 
황천왕동이의 법령이 좋으니 지각이 좋으니 하고  아는 체하여 대답하였다. 상쟁
이가 이봉학이를  보고 얼굴에 귀격이  있다고 말하고, 박유복이를  보고 겁운한 
번만 잘 지내면  상수를 누리겠다고 말하고, 또 배돌석이를 보고  처첩궁인 어미
에 푸른 힘줄이 얽히어서 장가를 여러 번 들겠다고 말하고 나서 목이 마르니 먹
을 물을 좀  달라고 청하여 미수 한 그릇을  갖다주어서 상쟁이가 막 마시고 난 
때 천왕동이가 백손이를 데리고 들어왔다. 천왕동이가  백손이를 상쟁이 앞에 내
세우며 “이 아이 상이 어떻소? 좋소?” 하고 물으니 상쟁이는 고개를 한편으로 
갸우뚱하고 백손이의 얼굴을  치어다보고 나서 “좋다뿐이오? 장래 병수사 감이
오.” 하고 천왕동이 말에  대답한 뒤 꺽정이를 바라보고 “자제를 잘 두셨소.” 
하고 치하하였다. “내 자식인 줄 어찌 아셨소?”  “골격과 모습이 방사한데 보
다 모르리까.” “그래 귀자라구 하던 것이 한껏  병수사 감이란 말이오?” “평
지돌출루 병수사할  인물이 좋은  가문에 태어났으면 장상감이지요.”  꺽정이가 
백손이를 보고 가라고 말하여  백손이가 천왕동이에게 눈을 흘기면서 공연히 불
러왔다고 두덜거리고 나간 뒤에 서림이가 상쟁이더러 “인제 내상 좀 보아 주시
우.” 하고 얼굴을  상쟁이 앞에 내어미니 상쟁이는 “아까 말씀을  들어보니 상
법을 대강 짐작하시는 모양인데 의심 나는 것을  물으시우. 그러면 내가 아는 데
까지 대답하리다.” 하고 상을 이야기하지 아니하여  서림이는 캐어물을 듯이 하
다가 말고 “그럼 내 상은 나중 이야기할  셈 잡구 저분의 상을 이야기하시우.” 
하고 곽오주를 가리켰다. 황청동이가 앞으로 나앉으며 “내 상부터 보아 주우.” 
하고 상쟁이더러 말하는데 천왕동이 옆에 앉았던 돌석이가 “자네 상은 벌써 다 
이야기했네. 자네 상이  이 좌중에 판상이라네.” 하고 상쟁이  대신 대답하였다. 
“참말이오?” 하고 천왕동이가 상쟁이를 바라보니 상쟁이는 그렇다
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럼 더 물을 것 없지.” 하고 천왕동이가 뒤로 물러앉
은 뒤에 상쟁이가 오주를 가리키며 “저분은 눈이 승냥이 눈이구 목소리가 이리 
소리라.” 하고 상 이야기를 시작하자, 오주가 벌떡 일어나 상쟁이에게 대들어서 
뺨을 한번 보기  좋게 내갈겼다. 상쟁이에게 가까이 앉았던 오가가  얼른 오주를 
붙들면서 “이게 무슨 짓인가?” 하고 나무라니 오주는 “나더러 이리니 승냥이
니 욕하는 놈을 가만둔단 말이오.” 하고 식식하며 말하였다. “나더러 승냥이나 
이리라구 하는 말이 아닐세.  자네 눈이 승냥이 눈 같구 목소리가  이리 소리 같
단 말이야.” “그레  나더러 승냥이라구 하구 이리라구 하는  소리지 무어요?” 
“그런 말이 아닐세. 여보게,  저기 가 앉아서 잘못했다구 사과하구 상 이야기나 
더 듣게.”  “어떤 개아들놈이 욕먹구 사과한단  말이오.나는 갈 테니 상이야기 
듣구 싶은 사람이나 실컨들 들으우.” 하고 오주는  곧 붙든 손을 떨치고 밖으로 
나갔다. 상쟁이는 얻어맞은 뺨이 당장에 죽장같이 부어올랐다. 여러 두령이 미안
하게 여기어서 오주  대신 사과 일체로 말들  하는데 상쟁이가 사람이 싹싹하지 
못하여 뺨이  부을뿐 아니라 한편 이가  다 솟았다고 엄살하고, 또  오십 평생에 
처음 봉변이라고 중얼거리니 여러  두령은 도리어 배알들이 틀려서 “이가 아주 
물러나지 않은게 다행이오.”  하고 빈정거리를 사람도 있고 “뺨 맞을  것은 상 
보구 모르우?” 하고  씨까스르는 사람도 있었다. 그중에 서림이는  유독 상쟁이
의 비위를 맞춰 주느라고 “그  사람 성정이 너무 우악스러워서 우리두 잘 가래
지 못하우.” 하고 곽오주를  쳐서 말하니 박유복이가 “여보 서장사, 오주 있는
데선 그버덤 더한 소리를  해두 좋지만 없는데 그런 소리 하는  건 좋지 않소.” 
하고 서림의 말을 탄하였다. 서림이가 박유복이를  돌아보며 눈을 끔적거리고 나
서 다시  상쟁이를 보고 “그러니 우리  여럿이 낯을 봐서 고만  화를 푸시우.” 
하고 눈웃음을 치니 상쟁이는 화가 적이 풀리어서 “그런 우악스러운 사람은 평
생에 처음 보았소.” 하고  말하였다. “쇠도리깨의 선성을 전에 혹 들어셨소?”
“쇠도리깨라니 그자가 어린애  잘 죽인다는 쇠도리깨 도둑놈이오?” 하는 말이 
상쟁이 입에서  떨어지자, 황천왕동이가 빨끈하고 대번에  “이놈아, 지금 한 말 
다시 한번  해보라.” 하고 소리를 질러서  상쟁이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우리 
앞에서 우리 동무를  역해두 가만둘 줄 아느냐!” 하고 천왕동이가  일어나서 상
쟁이에게 대어들려고 하는 것을 서림이와 오가가  중간을 가로막고 말리었다. “
무심결에 말 잘못했소.”  하고 상쟁이가 사과한뒤 천왕동이가  주저앉으며 “그
자란 건 무어구 도독놈이란 건  무어야? 그 따위 말 함부루 하다간 목숨이 성하
지 못할 테니 조심해라.”  하고 뇌까렸다. 상쟁이는 무시무시한 생각이 나서 한 
시각이라도 빨리 적굴을 모며하여 나가려고 속으로 궁리한 뒤 서림이를 보고 “
네가 신기가 좋지 못하우. 신기가  좋지 못한 때는 상두 바루 보이지 않소. 이다
음 신기 좋은 때 다시  들어와서 잘 보아 드릴테니 오늘은 고만 도루 나가게 해
주시우.” 하고 청하였다. “여기서 며칠 동안  쉬시우. 신기가 좋지 못하면 편히 
쉬게 해드리리다.”  “금교역말 주인집에 가서  편히 쉬겠소.” “금교역말까지 
나가느니 여기서 편히  쉬는 것이 좋지 않소.”“ 나는 버릇이  고약해서 심계가 
좋지 못하면 신기가 따라 좋지  못하구 신기가 좋지 못하면 즉시 자리를 옮겨야 
하우.” “여럿이  공론하구 뫼셔 왔으니까  나 혼자 생각으루  나가시라구 말할 
수 없소.” “그럼 얼른  다시 공론해서 나가게 해주시우.” 서림이가 여러 두령
을 둘러보며 “지금 말씀은 다 들으셨지요. 어떻게 하실 테요? 말씀들 하시오.” 
하고 공론을 물을 때 마침  밖에서 작은 두목 하나가 들어와서 “길두령 뫼시러 
갔던 손두목이 옵니다.” 하고 고하고 “어디 오시느냐?”  하고 묻는 말에 “손
두목 혼자 앞장등을 내려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꺽정이가 그 작은 두목에게 
“여긴 앉은 상쟁이를 데리구 가서  정한 방 하나 치워주구 내 말 듣기 전엔 어
디 나가지 못하게 해라.” 하고  일러서 상쟁이를 맡겨 내보내고 난 뒤, 얼마 아
니 있다가 작은 손가가 한편 다리를  절뚝절뚝하며 들어왔다. 막봉이가 여럿에게 
알리지 않고 도망하듯이 길을  떠난 뒤에 황천왕동이르 뒤쫓아 보내서 붙들자는 
의논도 있었고, 가만두고  열흘동안 기다리자는 의논도 있었다. 황천왕동이를 보
내자니 한번 더나간 사람이 좀처럼 붙들려 올 리 없을 것이고 열플 동안 기다리
자니 급한 일이 생겨도  그 동안 까막히 모르고 있을 모양이라,  난만히 서로 의
논들 한 끝에 막봉이네 집과 연사간인 작은 손가를 보내보자고 작정하여서 작은 
손가는 급작스럽게 사기짐을 해 지고 막봉이의 뒤를 밟아가게
 되었던 것이다. 작은 손가가 뜰 아래  들어서자 꺽정이가 급한 말로 “길두령은 
어째 안 오나?” 하고 물으니 작은 손가는 대청 위를 치어다보며 “큰일 났습니
다.” 하고  대답하였다. “무슨일이 났어?” “길두령이  안성서 잡혀 갇혔습니
다.” “길두령이 잡혀 갇히다니 얼른 올라와서 자세히 이야기하게.” 작은 손가
가 대청 위로 올라와서 앉으람 명을 받고 한구석에 앉은 뒤에 곧 여러 두령들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제가 떠나던 이튿날  혜음령에서 호랭잇
골 최가를 만났는데 그때 최가  말이 길두령께서 그저께 바눌티 정가의 집에 와
서 주무시구 갔다구 하구, 제가 벽제서 자구  이틀 만에 수원 발안이를 들어갔는
데 그때 길두령의  아버지 길첨지 말이 막봉이가 사흘 전에  왔다갔다구 합디다. 
날짜를 따져보니 길두령은  여기서 떠나던날 바눌티 가서  자구 그 이튿날 바루 
발안이를 대어갔습디다.” 전에  막봉이가 발안이 집에 가면 한 사흘  묵어야 한
다고 말하던 것을  배돌석이가 생각하고 “길두령이 집에  가면 적으두 이삼 일 
동안 묵을 것인데 어째 하루두 묵지 않구 떠났더란 말인가?” 하고 물으니 “길
두령이 집에 들어서는 길루 집안에  풍파가 나서 이삼 일 묵기는 고사하구 잡깐 
편히 쉬지두 못했답디다. 그 풍파를 지금 이야기하겠습니다.” 하고 작은 손가가 
대답하였다. “그래 어서 이야기하게.” “길두령이 저녁나절 집에를 들어갔는데 
그 맏형 선봉이와 둘째형 작은봉이가 들일들을 마치구 들어와서 길두령 온 것을 
보구 정답게 인사 한마디  않구 대번에 이놈아 너 왜 왔느냐,  늙은 부모와 우리
들까지 관가에 잡혀가서  맞아죽는 꼴을 볼라구 왔느냐, 남의 눈에  뜨이기 전에 
빨리 가거라 하구 야단을 치는  걸 길두령이 형들의 심사를 거느리구 내가 아버
지 어머니를 보러 왔지 형님네들 보러 온  것 아니요, 아버지 어머니가 가라시기 
전엔 한 달  장간 묵을는지 모르우 하구 엇조루 대답했더랍니다.  선봉이 작은봉
이 두놈이 그 대답을 듣구  그러면 우리가 관가에 들어가서 고발할 테다하구 얼
러서 길두령이 골김에 형들을 죽인다구 서두는 것을 길첨지 내외가 붙잡구 말려
놓으니까 길두령은 홀저에 눈물을 좌르르 흘리더니 마지막 하직이라구 부모에게 
절 한번씩 하구 곧 나가 버렸답디다.” 작은 손가의 이야기가 단락이 나자, 여러 
두령들 중에서 “천하에  망한 형놈두 다 많다.” 하고 소리지르는  사람도 있고 
“그 따위 놈들은  죽여야 해!” 하고 주먹 쥐는  사람도 있었다. 꺽정이가 안성 
이야기를 얼른 하라고 재촉하여 작은  손가는 겨우 입안에 침을 돌려 가지고 다
시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발안이서 안성읍내까지 하룻길이 먼  데다가 사기짐
이 가볍지 않구 또 여기저기서 사기를 사자는 사람이 나서서 중간 지체가 된 까
닭에 하루 한나절 만에 겨우 안성을 들어갔습니다.  가던 날이 장날이라 잠깐 장
구경하려구 사기짐을 지구 돌아다니는 중에 건방져 보이는 젊은 놈 하나가 사리
를 사자구 붙들더니  사지두 않으며 물건 타박만 합디다. 그놈이  본바닥 도거머
리 친구인 걸 누가 알았나요? 섣불리 말마디나 좋지 못하게 했다가 톡톡이 트집
을 받게 되었는데 그놈이 갖은  욕설 다하구 나중에는 ‘엊그제 갓리서 잡힌 대
적놈처럼 두 다리를 몽창 분질러  놓기 전에 사발 대접 한죽만 외상으루 내라’ 
하구 대듭디다. 전 같으면 목숨을 내놓는 한이  있더래두 그 따위 놈에게 물건을 
줄 리 만무하지요만,  가사리서 대적 잡혔단 소리에 가슴이 뜨끔해서  두말 않구 
외상을 주마구하구  사발 다섯, 대접 다섯을  그놈의 집에까지 갖다 주었습니다. 
그 길루 어느 주막에 가서  앉아 쉬면서 대적 이야기를 넌지시 물어본즉 아니나 
다를까 길두령이 잡혔습디다. 주막 사람과 장꾼들의  횡설수설 지껄이는 말을 듣
구서는 잡힌 곡절을 잘 알  수 없어서 곧 가사리루 나가서 그날 밤 묵으면서 가
사리 사람들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길두령이  가사리 와서 하루 동안
에 장인과 안해를 어떻게 삶았던지  안해는 말할 것두 없구 성미 괴팍한 장인까
지 사위를 따라오려구 남몰래 살림을 걷어치우는 중에 장인의 형 되는 박선달이
란 자가 알구서 안성군수에게 기별하기를, 청석골  화적 괴수 길막봉이가 동네에 
와서 있는데 잡아바치구 싶으나 힘이 장사라 동네 살람만 가지구는 건드릴 수가 
없으니 군총을 풀어  내보내되 밤중에 내보내 달라구 했더랍니다. 그날  밤에 좌
우병방이 병장기를 가진  장교, 사령 기타 관속 사십여 명을  영솔하구 가사리를 
나와서 동네 장정 수십 명과  합세해서 도합 육십여 명이 길두령의 처가를 에워
싸구 들어가서 길두령을 잡는데  길두령이 자다가 알몸으로 튀어나와서 몸에 창
을 맞구  칼을 맞아가며 맨주먹으루  칠팔 명 사람을  때려눕혔답디다. 길두령이 
창칼을 피하느라구 길길이 뛰는데 근력 세찬 수교놈이 노리구 있다가 철
편으루 아랫두리를 후려갈겨서 두  다리가 부러진 까닭에 일어서지 못하게 되어
서 마침내 활시위  몇 겹으루 결박을 당했답디다. 길두령의 안해와  장인두 길두
령과 같이 잡혀가서 지금 다 옥에 갇혀 있는데 옥 근처에 개미새끼 하나두 얼씬 
못한다구 말들 합디다. 설마 그러랴 하구 곧이  안 들었더니 이튿날 읍내에 들어
와서 옥 근처에를  가본즉 과연 장교와 사령들이 나서서 막습디다.  안성 사람들
의 말을 들어보면 길두령의 안해와 장인은 군수가 결처하게 될지 모르나 길두령
만은 반드시 서울 포청에 올라가서 능지처참을  당하게 되리라구들 합디다.” 작
은 손가가 막봉이의 이야기를 얼추  다 하고 난 뒤에 “제가 사기짐은 안성읍내
서 다 풀어버리구 밤길루 떠나서  삼백오십여 리를 이틀 밤 이틀 낮에 대어오느
라구 참말 죽을 뻔했습니다.  밤길은 되려 곱게 온 셈이구 오늘  낮에 우습게 칡
덩굴에 걸려  넘어지는데 한편 다리를 접질려서  절뚝발이 걸음으로 사십릿길을 
걸어왔습니다.” 하고 요공하는  것같이 고생한 것을 붙여  이야기하니 돌석이가 
“다리가 부러진 사람두 있을라구.” 하고 꾸짖듯 말하였다. “그런 생각을 하기
에 한 시각이라두  빨리 올라구 절뚝거리면서 왔지요.” “길두령 잡혀  갇힌 지
가 오늘  며칠짼가?” “오늘 벌써 엿새째가  되는가 봅니다.” “그  동안에 혹 
죽었는지두 모르겠네.” “옥사가 결말나기 전에 옥  속에서 죽으면 탈이라구 안
성 관가에서 의원 대서 치료해 준단 말이  있습디다.” 돌석이가 근심에 잠겨 있
는 좌중을 돌아보며 “오늘  밤에라두 안성들을 떠나야 하지 않소?” 하고 말하
여 그 자리에서 즉시 안성  갈 일을 의논하려고 먼저 곽오주까지 다시 불러오게 
되었다. 오주가  와서 막봉이의 소식을 듣고  대뜸 “그 자식 잘  다녀오지 않구 
왜 붙잡혔어.  서장사의 말마감 해줄라구 붙잡혔나.”  하고 서림의 비위를 거니 
서림이도 가만히 안  있고 “길두령이 일부러 자청해서 붙잡힌 건  아닌가 보우.
” 하고 오주의 말을 빈정거렸다. “누가 일부러  붙잡혔다우? 서장사의 말이 맞
았단 말이지.” “아닌게 아니라  내 말만 들었더면 이런 일이 없었겠지.” “매
우 옹골지겠소.” “곽두령 눈에는 내가 소인으로밖에 안 보이는 게야.” “서장
사가 내게 소인  하는 사람이 아닌데 소인으로 보일 까닭있소.”  돌석이가 눈을 
모지게 뜨고 나앉으며 “동무  하나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는 판에 잡담하구 
있단 말이오.” 하고 소리를  질러서 오주와 서림이의 말다툼이 쑥 드렁갔다. 그 
뒤에 오가가 좌중을 둘러보며 “자, 안성을 가기루  하구 보면 갈 사람부터 작정
해야 하지 않소?” 하고 의논을 돌리기 시작하였다.  꺽정이가 먼저 “나는 오래 
전부터 죽산을 한번 가려구  별러오는 중이니까 내가 가겠소.” 하고 말하자, 이
봉학이가 꺽정이의  뒤를 받아서 “선생님을  한번 뵙기 겸  나두 가겠소.”하고 
나서고 또 박유복이가  봉학이의 말을 따라서 “나두 같이 가겠소.”  하고 나섰
다. 꺽정이가 봉학이와 유복이를 돌아보며 “우리 셋이  같이 가는 게 워낙 좋겠
네.”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다시 오가를  보고 “우리 셋만 가면 어떻게든
지 막봉이를 뺏어올 수 있을 게니 다른 사람은  갈 것 없소.” 하고 말하여 오가
가 그렇다고 대답할  때 배돌석이가 손을 내저으며  “다른 사람은 몰라두 나는 
가야겠소. 내가 길두령과  특별히 정분이 좋다는 게 아니라 길두령이  이번에 안
성 가게 된 것은 말하자면 내 충동인데, 안성  간 탓으루 죽을 곡경 당하는 것을 
내가 가만히 앉아  볼 수 있소.” 하고  말 뒤를 꼭꼭 눌러 말하여  굳게 결심한 
것을 보이니 꺽정이가 돌석이더러  “그럼 넷이 같이 가지.” 하고 말하였다. 박
유복이가 꺽정이를 보고  “이왕이면 서장사까지 같이 가두룩  합시다. 서장사만
큼 계책을 낼  사람이 우리 중에 없지 않소?”  말하고 또 이봉학이가 꺽정이를 
보고 “안성 가서 여기와 연락할  일이 없으란 법 없으니까 천왕동이두 같이 가
는 게 좋겠소.”말하니  꺽정이느 들을 만하고 있는데  황천왕동이가 시쁘장스러
운 어운으로 “나는 빼놓는다구  빼놔두 좋소. 다들 간 뒤에 나  혼자 가두 갈테
니까.” 하고  딴 배짱이 있는 것을  말하고 또 서림이가 입맛을  쩍쩍 다시다가 
“여러분이 같이 가자시면 나두  가지요.” 하고 갈 의향이 있는 것을 말하였다. 
별안간 “나는 사람이 아니오?”  하고 곽오주가 소리를 버럭 질러서 여러 두령
이 다 오주를 돌아보는 중에 오가가 “그게 무슨 소린가?” 하고 물으니 “나는 
사람 축에 못 가기에  가잔 말들을 않지.” 하고 오주는 툴툴거렸다. “나더러두 
같이 가자지 않는 게지.” “늙은이는 사람  아닌가.” “그럼, 늙은이와 젊은 놈
이 같소.” “앗게 이 사람아, 늙은 것두 분한데 사람 대접까지 않는다면 분통이 
터져 죽으란 말인가.” “나두 지금 분통이 터져 죽겠소.” “우리 둘이 다같이
 분을 참구 뒤에 남아 있세.” “난 싫소.”  하고 오주는 머리를 흔들었다. 청석
골에 아직 별로 큰일은 없을 것이지만, 늙은 두령  오가 하나만 두고 모짝 다 나
가기가 어려워서 꺽정이가 오주와 천왕동이 두 사람을 늙은 오가 옆에 남겨놓고 
가려고 생각하고 두 사람더러  뒤에 남아 있으라고 타이르니 천왕동이는 싹싹하
게 “가자면 가구  있으라면 있지요.”하고 긴 말을 하지 않으나  사람이 끈덕진 
오주는 부득부득  간다고 고집을 세웠다. 꺽정이가  자기 말 안 듣는  데 홧증이 
나서 “너는 아무리 간다구  해두 내가 안 데리구 갈 테다.”  하고 언성을 높여
도 오주는 눈  한번 끔쩍 않고 “내가 따라가면  형님이 날 때려죽이겠소? 나는 
맞아죽더래두 가구 말 테요.” 하고 넙죽넙죽 말대답하였다. “네가 정히 그렇게 
가구 싶다면 내가 안 갈 테니 내 대신 가거라.” “형님 그러지 마우. 내가 좋은 
꾀는 못 내두 데리구 가면 설마 아주 쓸  데야 없겠소.” 오주는 여럿이 너도 나
도 간다는데 갈 생각이 났을  뿐 아니라 서림이를 같이 가자면서 자기를 빼놓는 
데 불퉁이가 나서 기어코  가려고 고집을 세우는 판이라, 좋은 꾀는  못 내도 쓸
데없지 않다는 말에  ‘내가 서림이만 못하단 말이오.’ 하고 빼놓는  것을 원망
하는 뜻이 보이어서  꺽정이가 한참 생각하다가 오주더러  “너는 말할 수 없는 
위인이다. 쓸데가 있구 없구 같이 가자.”  하고 같이 가기를 허락하였다. 황천왕
동이가 오주를 직신거리며  “같이 가기 싫다는데 떼를  써서 같이 가면 사람만 
치떨지 신통할 게 무엇인가?” 하고 조롱하니 오주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찌끗
째끗하며 “나더러 치떨다구  해두 속으루는 샘이날걸.” 하고  대꾸하고 박유복
이가 오주를 바라보며 “난데 나가서 갓난애 우는 소리가 들리면 여기서처럼 야
단두 못치구 어떻게 할  테냐?” 하고 물으니 오주는 얼음에 자빠진 쇠눈깔같이 
큰 눈을 끔벅끔벅  하다가 “귀막으면 고만이지요.” 하고 대답하였다. 서림이가 
꺽정이를 보고 “인제 갈 사람은  대강 작정된 모양이니 갈 채비를 어떻게 차릴
까 의논해  보지요.” 하고 말하니 꺽정이가  “무슨 특별히 채비 차릴  것이 있
소?” 하고 서림이에게 물었다.  “첫째 병장기들은 가지구 가야지.” “안성 가
서 혹시 관속들을 사더래두 인정  줄 것을 유렴해 가지구 갔으면 좋겠는데 어떻
게들 생각하시오?” “인정 줄 것은 무에 좋겠소?” “상목 외에 금은붙이나 좀 
가지구 가면 좋겠지요.”  “그러면 병장기와 인정 줄 것으루 부담  하나를 맨듭
시다.” “중로에서 혹  기찰이나 당해서 짐을 풀어보이게 되면  낭패 아닙니까?
” “그러니 어떻게  하면 좋겠소.” “내 생각 같아서는 금교역말  어물전에 기
별해서 어물을 몇 짐거리 들여다가  어물 밑에 병장기라든지 인정 줄 것을 묻어
서 짐을 맨들구 우리들이 어물장사패 노릇을 하구 가면 중로에서 기찰을 당하더
래두 염려가 없을 것 같소.”  “그것 참 된 생각이오.” 꺽정이 외에 다른 두령
들이 다 좋다고  말하는 건 고사하고 곽오주까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럼 갈 
채비 차릴 것은  서장사가 통히 맡으시우.” 꺽정이 말끝에 서림이는  선선히 “
모레 새벽에 떠나두룩 내일  안에 준비를 다 해노리다.” 하고 대답하였다. 두령 
여섯 살람 외에 심부름할 작은  두목 네 사람이 같이 가게 되어서 도합 열 사람
이 어물장사를 꾸며가지고  떠나는데, 꺽정이와 유복이와 돌석이와  오주는 작은 
두목 네 사람과 같이 어물짐들을 지고  짐질할 줄을 쇠배 모를는 봉학이와 서림
이만 물주들인 체하고  빈몸으로 따라가기로 작정되었다. 일행이  청석골서 떠나
던 날 무사히 송도를 지나고  장단을 지나서 가얌고개 아는 사람의 집에 들어가
서 하룻밤 편히 자고 이튿날  식전 나루를 건너서 임진을 지날 때에 이봉학이를 
알아보고 깜짝 놀라는 진군들을 봉학이는 보고도  못본 체하였다. 큰길로 오다가 
가는버들 사잇길로 고골 앞을 지나서 바눌티 정상갑이 집에 들어가서 또 하룻밤
을 자고, 그 이튿날 늦은 아침때 모래재를  넘어와서 문안에는 들어가지 않고 남
대문 밖에 있는 친한 객주집에 와 앉아서 장물을 팔아 보내고 소문을 알아 보내
는 남소문안패  괴수의 아들 한온이를  청해다가 만나보고, 점심  뒤에 한강으로 
나와서 나룻배를 기다리는 중에 나룻가 주막에 앉았던 포교 두엇이 일행을 보고 
쫓아들 나왔다. 포교  하나가 꺽정이 앞에 와서 내려놓은 짐짝을  가리키며 반말
로 “무슨 짐이야?” 하고 묻는데 다른 사람이 대답하기 전에 서림이가 턱 나서
서 “어물짐이올시다.”하고 대답하였다. “어물장사들인가?” “녜, 그렇습니다.
” “어디들 사나?” “저는 양지읍에 살구요,  동무들은 고든골 사는 사람두 있
구 좌찬이 사는  사람두 있습니다.” “물건은  어디서 해가나?” “서울서 해갑
니다.” “서울을 언제 왔나?” “엊그저께 왔습니다.” “어디서 묵었나?”
 “남대문 밖 객주에서  묵었습니다.” “지금 어디루 가나?”  “고향에들 가서 
하루 이틀  쉬어 가지구 양성 죽산을  거쳐서 청홍도 진천, 음성  등지루 물건을 
펴먹이러 가겠습니다.” 포교가  하게로 하는 말을 서림이가  공대해서 대답하는
데 대답하는 품이 조금도 꾸며 하는 것 같지  아니하였다. 그 포교가 말을 더 묻
지 않고 “음, 그래  어물장사들이야.” 하고 혼잣말하며 동무 포교를 돌아본 뒤 
다시 서림이를 보고  “무슨 어물들인가? 구경 좀  하세. 짐짝들을 풀게.” 하고 
말하니 서림이가 망건 뒤를  긁죽긁죽하며 일행들을 돌아보고 “길이 늦어 탈이
지만 물건을 구경하자시니 얼른얼른 짐짝들을 이리 내다 풀지.” 하고 말하였다. 
한짐을 푸니 그 짐에는 상어,  공어 등속이 차곡 차곡 재여 있었다. 포교들이 들
척들척해보고 또 한 짐을 푸니 그 짐에는  오징어, 가오리 등속이 가로세로 넣어 
있었다. 포교들이 쑤석쑤석해보고  다시 또 한 짐을 푸니 그  짐에는 전복꼬치와 
홍합줄이 상자에  그들먹하게 들어 있었다.  포교 하나가 작은  전복을 가리키며 
“전복은 요렇게 작은 것이  큰 것보덤 맛이 있느니. ” 하고  동무 포교를 돌아
보는데, 서림이가  얼은 작은 전복 한  꼬치를 집어들고 “이것이 감복이올시다. 
맛이 신통하지요. ” 하고  한 꼬치 열 개를 그 포교에게  내주며 “노놔서 맛들
이나 보십시오. ” 하고 말하니 그 포교는  고개를 가로 흔들다가 “인정으루 주
는 게니 받세그려. ” 동무 포교가 권하는데  권에 못이기는 체하고 손을 내밀었
다. “이런 좋은 어물들이 시굴 구석에서 잘  팔리나?” “시골 구석에서는 소대
상두 안 지냅니까. 일년에  한두 번식은 펴먹일 수가 있습니다.” “자네가 물건 
주인인가?” 서림이가 이봉학이를  가리키며 “저 사람하구 저하구 둘이 밑천을 
대서 장사합니다.” 하고  대답한 뒤 곧 포교들더러 “남은 짐은  한꺼번에 풀어
서 보시게 해두 좋겠습니까?” 하고  물으니 포교들은 “남은 짐을 다 볼 거 없
네. ” “푼 짐을 도루 묶게. ” 하고  각기 한마디씩 말하였다. 짐 세 짝을 풀었
다가 다시 묶는 동안에 한  배를 놓치고 다음 배로 일행 열 사람은 무사히 한강
을 건넜다. 새원을 지나서 다르냇재를 넘을 때  잿길이 된 까닭에 짐들이 갑자기 
무거워져서 작은 두목들은  다 땀을 철철 흘리고 입을 벌리고  헐헐하였다. 하정
을 잘 살피는 이봉학이가 이것을 보고 잠깐 쉬어가자고 다른 두령들과 공론하여 
잿마루에 와서 다들 짐을 벗어놓고  땀을 들이는 중에 박유복이가 작은 두목 중
의 신불출이를 보고 “이 재에서 우리 처음 만나던  것이 벌써 옛일 같애. ” 하
고 말하니 불출이는 손가락을 꼽아보고 “벌써 사  년이나 됐습니다. ” 하고 대
답하였다. “그때 자네더러 벌잇길을 고치라구 권하던  내가 오늘날 자네하구 같
이 이 길루 벌어먹을  줄이야 꿈에나 생각했겠나. 사람의 일이란 알  수 없는 것
일세. ”  서림이가 유복이의 말을 옆에서  듣고 “왜 회심한  생각이 나시우?” 
하고 웃고 곧  불출이를 돌아보며 “자네가 새원 사람이라지. 새원  사람이면 이 
재 이름의 출처를  잘 알겠네그려. ” 하고  웃었다. “재 이름 출처가 무엇입니
까?” “달래나  보지 달래나 보지 하구  여편네가 넋두리하며 통곡한 이야기를 
들은 일이 없나?”  “그런 이야기 들은 일 없습니다. ”  “그 이야기두 모르면 
새원 사람 행세를 말게. ” 이봉학이 박유복이  배돌석이 세 두령이 서림이의 얼
굴들을 바라보며 “그게 무슨 이야기요?” “여편네가 달래나 보지 하구 넋두리
를 했다니 이야기가 재미있을 것 같군.”  “이야기하우. 들읍시다. ” 하고 이야
기하라고들 졸랐다. “옛날에  어떤 연상약한 젊은 남매가 여름 소낙비  잦을 때 
이 재를 넘어가다가 재 밑 무인지경에서 소낙비를 만나서 할줄금을 오지게 맞았
드라우. 여름 흩것이 함씬 젖었으니 몸에 착  들러붙을 것 아니오? 그 사내가 여
편네의 남동생인데 앞서 가는  누님의 볼기짝이 울근불근하는 것을 보구 음심이 
났드라우. 사내가 음심을 참지 못해서 누님 나  먼저 올라가우 하구 곧 달음박질
을 쳐서 재위에 올라와서 신과  신랑을 바위 위에 내놓구 돌루 짓찧구 죽었더라
우. 여편네가 뒤에 올라와서 남동생의 죽은 꼴을  보구서 대번 죽은 속을 짐작하
구 아까 말과 같은  넋두리를 하며 통곡을 해다우. 그 넋두리한  말에서 재 이름
이 생긴 까닭에 이 재가 원래는 달내나잰데 입에 순하게 부르느라구 다르냇재라
구 한다우. ” 서림이의 이야기라 끝난 뒤에  죽은 사내가 사람이 무던하니 못하
니 여편네의 넋두리한 말이 인정에  그럴 듯하니 안 하니 여러 사람이 씩둑깍둑 
지껄이느라고 노무 오래 되어서 길이 늦었다. 너더러(널다리)를 왔을 때 해가 저
물었는데 배돌석이는 많은 일행이 잘  데도 없고 단 십리라도 앞길을 줄이는 게 
좋으니 발길을 걷자고 하고, 서림이는 발김이 남의 눈에 수상히니 촌가에
 들어가서 떼를 써서라도 자고 가자고 하여 다른 두령들이 두 사람의 말을 가지
고 공론할 때 신불출이가 꺽정이 앞에 나와서 “제가 새원 살때 친한 동무가 하
나가 여기서 사는데 구차치 않게 삽니다. 그  사람의 집으루 들어가실까요?” 하
고 의향을 물었다.  꺽정이가 여러 사람을 보고 “불출이의 친구가  여기서 산다
니 그 집에  들어가서 자구들 가세.” 하고 말하여 너더리서  자기로 작정되어서 
불출이를 먼저 들여보내는데 서림이가 불출이에게 “그 사람이 자네하구 아무리 
친하더라두 우리 본색은  알리지 말게. ” 하고 당부하니 불출이는  녜녜 대답하
고 갔다. 한동안 지난 뒤에 불출이가 저의  친구를 데리고 큰길에 나와서 일행을 
맞아가지고 마을로 들어왔다. 불출이의 친구는 불출이가  양주땅에서 남의 집 사
는 줄로 알고 청석골  화적패의 작은 두목 된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 불출
이가 주인의 어물짐을 지고 청홍도  가는 길이라고 말하는 것을 거짓말로 알 까
닭이 없었다.  어물장사 일행 열 사람을  하룻밤 재워 달라고 불출이가  청할 때 
방이 넉넉치 못하다고 불출이 하나만 와서 자라고 말하다가 불출이의 주인과 그 
동무가 손이 커서 하룻밤 재우면 재운 값이 톡톡히 있으리란 말을 들은 뒤에 비
로소 친구의 낯을 내어준다고 일행을 마중가지  나왔던 것이다. 건넌방에서 자는 
주인은 안방으로 가고 아랫방을 쓰는 머슴은 동네 사랑으로 갈 작정하고 건넌방
과 아랫방을 치워주어서 방이 큰  까닭에 두령 여섯 사람은 아랫방에 들고 작은 
두목 네 사람은 건넌방에 들게 되었다. 두령들은  방에 들어 앉고 작은 두목들은 
짐짝을 자리잡아  놓을때 안방에서 “응애 응애.  ” 갓난애의 울음소리가 났다. 
불출이가 곽오주를 생각하고 애를 울리지 말라고  당부하려고 주인을 불렀다. “
지금 우는  갓난애가 누군가?” “지난달에 난  자식일세. ” “우리  일행 중에 
애 우는  소리를 들으면 병이 나는  사람이 하나 있네. 아무쪼록  울리지 않두록 
해주게. ” 주인이 부엌에  있는 안해를 불러서 말을 이르니 그  안해는 젖은 손
을 치맛자락에 씻으면서 “세상에 별 사람도 다  많다. ” 하고 종알거리고 방에 
들어가서 우는  애에게 젖을 물리었다.  불출이가 아랫방에 와서  어린애 울리지 
않도록 당부한 것을  이야기하니, 다른 두령들은 혹 고개도 끄덕이고  혹 잘했다
고 칭찬도 하는데 정작 곽오주는 불출이에게 목자를 부라리며 “하필 어린애 있
는 집을 왜 지시했으냐, 이 망할 자식아.  ”  하고 야단을 쳤다. 무정지책한다고 
이봉학이가 핀잔하고  또 박유복이가 나무라서 오주는  고개를 한번 숙이었다가 
다시 치어들고 “나는 이 집에서 밥만 얻어먹구  동네 머슴방에 가서 잘 테요.” 
하고 말하였다. 그러나 열퉁적은 말을 곧잘 하는  곽오주가 혼자 따로 가서 자는 
것을 부질없게 생각들  하여 그리하라고 말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방 하
나 가보구 오겠소.” 하고 오주가 일어서는 것을  “여기서 같이 자지 않구 어디 
가서 잔다구 그러느냐?  쓸데없는 소리 말구 게 앉았거라. ”  하고 꺽정이가 꾸
짖어서 오주는 한참 우두커니  섰다가 “오늘 밤에 잠은 다 잤소.  하룻밤 잠 못 
자서 설마 죽겠소. ” 하고 도로 주저앉았다. “양짝 귀를 잔뜩 틀어막구 자게그
려. ” “귀를 막으면  고만이라구 말까지 하지 않았아. ” “불출이가 주인보구 
당부했다니까 다시  울리지 않겠지. ” 이  사람 저 사람이 말들  하는데 오주는 
손을 내저으며 “고만들  두우. 듣기 싫소. ” 하고 볼멘  소리를 하였다. 저녁밥
을 먹고 자리에 누울 때까지 어린애가 한번 울지 아니하여 오주 당자는 말할 것 
없고 다른 사람들까지도 오주를 위해서 다행한 일로  여기었더니, 이 방 저 방에
서 다들 잠든  한밤중에 어린애가 우는데 어른이  자느라고 몰라서 울어도 몹시 
울었다. 오주가 어린애 울음소리에 놀라 잠이 깨어서  뻘떡 일어나며 곧 방문 열
고 밖으로 나갔다. 방문 소리와  발짝 소리에 여러 사람이 모두 눈을 떴다. “지
금 나간 것이 오주 아닌가?” “애 우는  소리에 잠이 깨었군. ” “어디를 나갔
을까?” “울음소리 안  들릴 데루 나갔는가 보우.  ” “일어나서 좀 내다보세. 
” 아랫방에서 일어들  앉을 때 오주는 벌써  안방으로 뛰어와서 우는 어린애를 
움켜잡았었다. “애그머니 좀 내다보세. ” “이놈아,  남의 자식 왜 죽이느냐?” 
여편네가 새된 소리를 지르고 “이것이 미친 놈 아닌가. ” “어린애 이리 내라. 
” 사내가 큰소리를  질렀다. 사내는 어린애 움켜잡은 오주의 팔에  매달리고 여
편네는 움켜잡힌 어린애를 받쳐들고 악들을 쓰는  중에, 꺽정이와 유복이가 다른 
두령들보다 한  걸음 앞서 쫓아올라왔다. 꺽정이가  안방에 들어서며 “오주. ” 
하고 이름 한번  부르는데 오주는 움켜잡은 어린애를 맥없이 놓았다.  오주가 얼
빠진 사람같이 멍하니 섰는 것을 유복이가 와서 “이게 무슨 짓이
냐! 얼른 내려가자. ” 하고 어깻죽지를 잡아끌었다. 나중 와서  방 밖에 섰던 두
령 중의 봉학이와 돌석이는  유복이와 같이 오주를 데리고 아랫방으로 내려가고 
서림이는 뒤늦게 잠들이 깨어 뛰어나온 작은 두목 중의 불출이와 같이 안방으로 
들어왔다. 꺽정이가 주인 내외를 보고 “그 사람이  다른 때는 멀쩡하지만 애 우
는 소리만 들으면 당장에 미치우.  거짓말 같은 괴상한 병이오. ” 하고 말한 뒤
에 불출이가 사내 주인더러 “그렇기에 내가 미리  당부하지 않던가. ” 하고 말
하니 사내 주인은 “그게 곽쥐 같은 사람일세그려.  ” 하고 어이없는 웃음을 웃
고 여편네 주인은  젖 물린 어린애를 들여다보며 눈물을 흘렸다.  서림이가 앞으
로 나서서 어린애를 가리키며 “저애가 놀라서 경풍이  되기 쉬울 게요. 내가 환
약을 줄테니 젖이든지 물에 조금씩 개어서 젖꼭지에  발라서 빨리게 하우. ” 하
고 약낭에서 소합향원  한 개를 꺼내서 사내 주인을 주었다.  꺽정이가 서림이더
러 “그 환약 한 개만 먹으면 다른 약은 안 먹여두 좋겠소?” 하고 물으니 서림
이가 고개를 비틀면서 “나중에  혹시 간기 기운이 있더래두 우황포룡환이나 한
두 개 먹이면 되겠지요. ” 하고 대답하였다. “그런 환약을 가졌거든 아주 두어 
개 주인을 주시우. ” “포룡환은 가지구 오지 않았는걸요. 어린애 약이 소용 있
을 줄이야 누가 알았나요. ” 꺽정이가 주인을  돌아보며 “우리가 내일 떠날 때 
약값을 두구 갈 테니 나중에 사다가 먹이우.”  하고 말하니 주인이 속에는 당길 
마음이 있겠지만 겉으로는  “무얼 그렇게까지 하실 것 없습니다. ”  하고 체면
을 차렸다. 꺽정이가  불출이더러 고만 건너가 자라고 이르고 곧  서림이와 같이 
아랫방으로 내려왔다. 여러 두령이 그 뒤에 이내  잠을 잃어서 반밤을 앉아들 새
우고 이튿날  식전에 짐을 끄르고 서른대자  무명 한 필을 꺼내  두었다가, 떠날 
때 꺽정이가 주인을 불러서 약값과 밥값이라고 말하고 내어주니 주인은 너무 후
한 데 놀라서 선뜻 받지 못하였다.  일행이  너더러서 떠나서 양성 와서 또 하룻
밤 자고 청석골 떠난지 닷새 되던 날  아침때 안성을 들어왔다. 안성읍내서 점심
들까지 사먹으며 슬금슬금 막봉이의  소식을 알아보니 서울 포청의 조처가 더디
어서 아직도 안성옥에 갇혀 있는데, 부러진 다리는  그대로 디디고 설 만큼 나았
으나 사흘돌이로 치도곤을 맞아서 볼기짝과 넓적다리에서 구데기를 파낸다는 말
이 있었다.  관속들이 개쏘대듯 하는  읍내바닥에서 일행이 오래  지체하는 것은 
부질없기 짝 없는 일이라 외촌에 나가서 어물장사 행세하고 돌아다니며 일을 꾸
미자고 의논들  하고 읍에서 점심 먹은  뒤에 곧 촌으로 나오는데,  막봉이 잡힌 
곳을 와볼 생각들이 있어서 먼저 가사리로 나왔다.  가사리 동네 안침에 있는 큰 
초가집이 막봉이 고발한 박선달의 집인 줄을 안 뒤에 “그놈의 집에 불을 푹 질
렀으면 좋겠다. ”  하고 곽오주는 주먹을 부르쥐고 “집에 불만  지르구 고만두
어! 사람의 새끼까지 씨알머리를 없애지. ” 하고 배돌석이는 이를 갈아붙이는데 
꺽정이가 두 사람을 돌아보며 “막봉이를 빼내온 뒤에 막봉이하구 같이 와서 분
풀이하지. ” 하고 말하였다.  일행이 가사리서 구사리를 지나 구브내 앞 냇가에 
나왔을 때, 좋은 버드나무숲이  있는 것을 보고 사람 없는 곳에서  일 꾸밀 것을 
의논들 하려고 숲속에  와서 앉아 쉬었다. 막봉이를 구할 방책에  대해서는 일행
이 청석골서  떠나기 전에 벌써 두  가지 의논이 났었다. 하나는  양주 전례대로 
안성옥을 깨치고 갇힌  것을 빼내자는 의논이요, 또 하나는 혜음령  전례와 같이 
서울 길목에서 압상하는  것을 빼압자는 의논이었다. 두 가지 의논을  한 가지로 
정하려고 여러 두령들이 분분히 지껄일  때 서림이가 안성 가서 형편을 보지 않
고는 정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여  방책을 미리 정해 가지고  오지 않았는데, 
안성 와서 말들을  들어보니 안성군수가 파옥을 겁내서  옥 근처에 밤낮 파수를 
보이되 파수 보는 장교들이 어느  때든지 급한 나발로 군호만 하면 관속은 말할 
것 없고 읍내 장정들까지  일제히 나서도록 짜놓았다고 한즉 파옥하자면 한바탕 
큰 접전을 안할 수  없는 형편인데, 사람 열이 안성 일읍  관민을 대적삼아 접전
하는 것은 승산이 적다고 파옥은 파의하자고  서림이가 주장하였다. 구데기 같은 
것들 몇백 명이라도 겁날 것 없다고 흰소리하는 두령들을 서림이가 가지가지 불
리한 점을 들어서 설복할 때  꺽정이가 서림이더러 “그러면 어디 가서 목을 지
키구 있잔 말이오?” 하고  물으니 서림이는 고개를 가로 흔들며 “서울루 가는
데 양성, 용인으로 바루  갈는지 평택, 수원으루 돌아갈는지 그것두 모르구 미리 
어디 가서 목을 지키겠소. ” 하고 대답하였다. “그럼 어떻게 했으면 좋을 것을 
말하우. ” “압상해 가는 일행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다가 중로에
서 빼내는 것이 좋을 것 같소. ” “그러면 그 동안에 우리는 어디 가서 묵겠소. 
” “읍내 가까운  촌으루 다니면서 어물장사 하지요. ” “우리가  촌으루 다니
는 중에 서울루 가버리면 낭패나지 않소?” “두목 네 사람을 매일 한두 사람씩 
읍에 들여보내 두면 군관과 군사들이 서울서 오는 것을 곧 알게 될 께니까 그런 
낭패는 없겠지요.  ” “나하구 봉학이하구  유복이는 그 동안에  칠장사를 가서 
다녀와야겠소.” “그럴 것  없이 오늘 일행이 다같이 칠장사에 가서  하룻밤 묵
으면 어떨까요?”  “그래두 좋소. ” 칠장사  가서 하룻밤 묵을  의논이 작정된 
뒤에 튼튼할 성으로 작은 두목  한 사람은 읍에 들여보내 두자고 박유복이가 말
하여 마침내 작은  두목 중의 신불출이는 도로  읍으로 들여보내고 불출이 졌던 
짐은 이봉학이와 서림이가  번갈아 지고 칠장사로 가게 되었다. 일행  아홉 사람
중에 칠장사 길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꺽정이나, 꺽정이도 항상 죽산길로 다닌 
까닭에 노루목이나 또는 내촌 앞에서 가는 사잇길을 모르고 죽산 가는 놋박재로 
길을 잡았다. 일행이 놋박재 마루턱을 향하고 올라오는  중에 앞길 몇 간 밖수풀 
사이에 몽치 든 군 대여섯이 나타났다. “짐들을 게 벗어놔라.” 호령을 듣고 앞
서 오던 꺽정이가 한번 껄껄 웃으니 여러  사람이 모두 따라서 큰소리로 웃었다. 
몽치 든 군들이 서로 돌아보다가 하나가 뒤로 돌아서서 휘파람을 불더니 휘파람 
소리 끝에 새로 서넛이  수풀 사이에서 나오는데, 그중에는 칼 든  자가 하나 있
었다. 칼 든 자가  괴수인 성불러서 가장 거드름을 빼면서 몽치  든 군들에게 한
두 마디 말을 묻고 곧 앞으로 나서서  일행을 바라보며 “짐들을 빨리 벗어놔라.
” 하고 고성을  쳤다. 꺽정이가 얼른 짐을 벗어놓으며 여러  사람에게 눈짓하여 
일행이 다 짐을  벗어놓는 중에 눈치 없는  곽오주만은 꺽정이가 그자 놀리려는 
것을 모르고 “짐 지구는 저깐놈들을 못  해내우.” 하고 두덜거리다가 꺽정이에
게 입속 꾸지람을 받고 비위에  마땅치 못한 듯이 꿍 소리 하며 짐을 벗어 내던
졌다말썽없이 짐들 벗어 놓는 것을 보고 칼 든 자는 만족히 여기는 모양으로 머
리를 끄덕끄덕하였다. 꺽정이가  일부러 우렁찬 목소리를 줄여  가지고 “짐짝들 
그리 가져가리까?” 하고 물으니 칼 든 자는 말을 못 알아들었던지 “무어야?”
하고 소리를  질렀다. “짐짝을 그리 갖다  드릴까 묻는 말이오.”“시키지 않는 
짓 고만둬라.”“수구될 것 없소. 갖다 드리리다.”꺽정이가  짐 여덟 짝을 네 짝
씩 포개놓고 걸빵으로 얽어 동이는데 칼 든 자가 보고 “그건 무슨 짓이냐?”“
왜 짐짝들을 한데 얽어매느냐?”하고 호령호령  하였다. 꺽정이가 호령을 들어가
며 포개 얹은 짐짝이 떨어지지 않을 만큼 대강 얽어 동인 뒤에 좌우 손에 짐 네 
짝씩 들고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갔다. 몽치 든 군들은  입을 딱 벌리고 칼 든 자
는 떨리는 목소리로 “장사 성함이  누구시오?”하고 물었다.“성함은 알아 무엇
하게?” 꺽정이는 성명을  말하지 아니하는데 서림이가 앞으로 쫓아나오며 “죽
산놈들은 양주 임장사의 선성두 들어  뫼시지 못했느냐?”하고 기세를 부리었다. 
“양주 임장사라니  임꺽정이오?”“그러시다.”칼 든 자가 서림이의  말을 듣고
서는 황망히 칼을 내던지고 꺽정이 앞에 쫓아와서 땅에 엎드리며 “장사를 몰라
보입고 잘못했습니다.”하고 사과하니  꺽정이가 양편 손의 짐짝들을  땅에 내려
놓고 나서 “모르고  잘못한 게니 어서 일어나우.”하고 엎드린 자를  붙들어 일
으켰다. “저는 성명이 곽능통입니다.” 꺽정이가 그자의 성이 곽가란 말을 듣고 
뒤를 돌아보며 “오주, 이리 와서 일가하고 인사해라.”하고 말하니 곽오주와 다
른 두령들이 다같이 앞으로 나와서 능통이와 인사를 마친 뒤에 능통이가 꺽정이
를 보고 “길막봉이  일루 오셨겠지요?”하고 물어서 꺽정이는 고개를 끄덕이었
다. “저같이 변변치  못한 위인도 길막봉이 일을 조만히 근심합니다.”“막봉이
를 아시우?”“알지는  못하지만 초록은 동색입지요.”“고마운 말이오.”“지금 
어딜 가십니까?”“칠장사루 가는  길이오.”“칠장사는 어째 가십니까?”“오늘 
밤 묵으러 가우.”“지금 해가  다 져가는데 칠장사를 어떻게 가십니까, 저의 사
는 달골이 여기서  가차우니 저의게로 묵으셔도 좋습니다. 그러구 저의의  힘 자
라는 일이면  심부름도 해드리겠습니다.”능통이의  호의(好意)를 받아서 일행은 
칠장사로 가지 않고 놋박재에서 달골로 들어오게  되었다. 능통이의 집에서 저녁
밥들을 먹은 뒤에  작은 두목 세 사람은 바깥방에서  자고 두령 여섯 사람만 안 
건넌방에서 자게 되었는데,  방이 좁고 물것이 많아서 마당에들 나가  자려고 꺽
정이가 능통이를 보고 마당에 멍석을  깔아달라고 청하였다. “물것이 많지요?”
“물것보담도 방이 답답하우.”“널찍한 사랑칸을 세울 수 있지만 
남의 눈이 무서워서 못 세웁니다.”“이 동네 사람은 모두 액내요?”“네, 이 동
네 사람은 다 저의 심복입니다. 그렇지만 읍내  관속이나 타동 사람의 눈을 기이
느라구 고생입니다.”“턱  밑에 있는 놋박재와  같은 데서 일하자면  얼굴 아는 
사람에게 들킬 때가 많지  않겠소?”“제가 여기 놋박재와 용인 메주고개 두 군
데루 돌아다니는데 메주고개서 일할 때는 이 동네 아이들을 쓰구 놋박재서 일할 
때는 메주고개 밑에  사는 아이들을 씁니다. 아까 놋박재에서 먼저  내보냈던 것
은 용인 아이들입니다.”“두 군데를 합하면  부하가 모두 얼마나 되우?”“되지 
못한 것들이  수효는 사오십 명이나 되지요만,  그중에 제구실 할 만한  놈은 몇 
놈 안됩니다.”“마당에 나가 앉아서 이야기합시다.”“네, 잠깐만 참으십시오.”
능통이가 바깥 머슴방에 있는 졸개  두엇을 불러서 말을 이르더니 얼마 동안 뒤
에 마당에 포진이  훌륭하게 되었다. 멍석을 깐 위에 기직자리를  연폭하여 깔아
놓고 이슬받이로 차일까지  쳐놓았다.여섯 사람이 다 건넌방에서  마당으로 나온 
뒤에 능통이가 안방에 들어가서 요때기 이불때기를 한아름 안아 내다놓으며“새
벽녘에는 선선들  하실 테니 배만이라두  덮으십시오.”하고 말하여 이  사람 저 
사람이 능통이의 후의를 사례하는 중에 곽오주는 “우리 동생, 사람이 신통한걸.
”하고 너털거리었다.  서림이가 능통이를 보고“메주고개가  일터라니 말씀이지
만 우리가 만일 메주고개서 일을 내게 되면 부하를 모아가지구 우리를 도와주실 
수 있겠소?” 하고 물으니  능통이는 “어째 메주고개에 가서 일을 내시게 됩니
까?” 하고 물었다.  “지금 안성옥에 갇힌 우리 동무를 서울루  압송할 때 중로
에서 빼앗을  작정이오.” “메주고개를  장대시다가 김량으루 돌아가면  어떻게 
하실랍니까?” “그렇기에 앞서  목을 지키지 않구 뒤를 따라가려구  하우. 혹시 
메주고개서 일을 내게  되거든 도와 달란 말이오.” “어째 파옥하실  생각을 안 
하십니까?” “파옥을 하자면 접전이  날 텐데 우리 열 사람쯤 가지구 접전하며 
한편으루 파옥하자면 우선  손이 모자라서 할 수 없소.” “안성  관군이 한껏하
야 이삼백 명밖에 안될 겝니다. 여러분 같은  영웅 장사가 그까지 것쯤 해내기야 
여반장이 아니겠습니까. 여러분이  관군만 해내신다면 파옥하는 건  변변치 않은 
내가 담당하오리다.” 꺽정이가 능통이의 말을 듣고  서림이더러 “이 주인이 이
왕 한팔 도와준다니  다시 파옥할 계책을 생각해보.” 하고 말하니  서림이가 “
녜, 잘  생각해 보지요.” 하고 대답하였다.  “우리는 내일 칠장사  가서 하룻밤 
자구 올 테니 내일 하루 여기 주인하구  잘 상의하우.” 서림이가 꺽정이의 말을 
대답하기 전에 능통이가 “질장사는 왜 가시려구 합니까?” 하고 꺽정이에게 물
었다. “우리 선생님을 보이러 가우.” “선생님이 누구십니까?” “이 근방에서
두 재 구경 간다구 벼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선생님이 돌아가셨단다.” 하고 
꺽정이가 목맨 소리  하며 이봉학이와 박유복이를 돌아볼 때, 두  사람의 눈에서
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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