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10

단차 | 2023.11.21 09:59:47 댓글: 0 조회: 135 추천: 1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19580
10

  어린 왕자의 별은 소행성 325, 326, 327, 328, 329, 330이 있는 지역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어른 왕자는 일거리도 찾고 뭐라도 배울 작정으로 이쪽 별부터 들러 보기로 했다.
첫 번째 별에는 왕이 살고 있었다. 자줏빛 천과 흰 담비 가죽으로 만든 옷을 차려입은 왕은 단순하면서도 위엄 있는 왕좌에 앉아 있었다.
"오, 보아라. 신민이 하나 왔구나."
어린 왕자가 오는 것을 본 왕이 소리쳤다.
어린 왕자는 궁금했다.
'나를 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알아보는 걸까?'
왕에게 있어 세상은 매우 단순하다는 것을 어린 왕자는 몰랐다. 왕에게 있어 모든 사람은 신민, 즉 신하이며 백성이었다.
"더 잘 볼 수 있도록 내게 다가오라."
자신이 누군가의 왕이라는 사실에 잔뜩 우쭐해진 왕이 말했다.







어린 왕자는 어디 앉을 곳이 없나 눈으로 살폈지만, 그 별은 온통 왕이 걸친 흰담비 가죽 망토로 덮여 있었다. 그래서 계속 서 있으려니 노곤했던 어린 왕자는 하품이 났다.
"왕 앞에서 하품이라니 예의에 어긋나는구나. 내 그것을 금하노라."
군주는 어린 왕자에게 말했다.
"참을 수가 없었어요. " 당황한 어린 왕자가 대답했다. "긴 여행에 잠을 못 잤거든요."
"아 그렇다면," 왕이 말했다. "내 하품을 명하노라. 지난 수년 동안 하품하는 이를 본 적이 없었느니라. 하품이란 게 참으로 흥미롭구나. 자! 다시 하품을 하라. 이건 명령이다."
"그리 말씀하시니 주눅이 들어 더는 안 나오는데요..." 어린 왕자가 얼굴을 붉히며 답했다.
"엣헴! 엣헴! 그렇다면... 내가 명하노니, 가끔은 하품을 하고 가끔은..."
왕이 급히 얼버무렸다. 기분이 상한 듯 보였다.
사실 왕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의 권위가 존중되기를 원했다. 불복종이라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절대 군주라는 존재는 그런 것이다. 하지만 왕은 아주 선한 사람이어서 이치에 맞는 명령을 내렸다.
왕은 거침없이 말했다.
"만일 내가 어느 장군에게 바닷새로 변신하라고 했는데, 그 장군이 그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다면 그건 장군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그건 짐의 잘못이겠지."
"앉아도 될까요?" 어린 왕자가 쭈뼛거리며 물었다.
"내 앉기를 명하노라." 왕은 대답하며 담비 망토 자락을 위엄있게 끌어당겼다.
어린 왕자는 놀랐다. 왕의 별은 이다지도 작은데, 대체 왕은 무엇을 다스린다는 걸까?
"폐하... 질문을 해도 실례가 아닐는지요?"
어린 왕자가 물었다.
"질문하기를 허하노라."
왕이 서둘러 답했다.
어린 왕자가 물었다.
"폐하... 폐하는 무엇을 다스리는지요?"
"모든 것." 아주 간결하게 왕이 답했다.
"모든 것이요?"
왕은 신중한 손짓으로 자신의 행성과 다른 행성들과 별들을 가리켰다.
"저 모든 곳을요?" 어린 왕자가 물었다.
"저 모든 곳..." 왕이 대답했다.
사실 그는 전제 군주일 뿐만 아니라 우주의 군주이기도 했다.
"저 별들도 폐하를 따르나요?"
"물론. 곧장 복종하지. 짐은 불복종을 용납하지 않느니라."
"물론. 곧장 복종하지. 짐은 불복종을 용납하지 않느리라."
이런 엄청난 권력이 있다니, 어린 왕자는 감탄했다. 만일 이런 권력을 자기가 갖게 된다면 하루에 44번이 아니라 72번 아니 1백 번, 2백 번이라도 해지는 걸 바라볼 수 있을 텐데! 의자따위 끌어당기지 않고도 말이다. 버리고 온 자신의 별이 떠올라 사뭇 슬퍼진 어린 왕자는 용기를 내어 왕에게 청했다.
"해 지는 게 보고 싶습니다. 제게 기쁨을 내리소서... 해 지기를 명해주소서."
"만일 내가 어느 장군에게 나비처럼 이 꽃 저꽃 사이를 날아다니라고 한다든지, 비극 작품을 쓰라고 한다든지, 바닷새로 변신하라던지 하는 걸 명령했다고 치자. 만일 그 장군이 내려진 그 명령을 행하지 않는다면 그와 나 둘 중 누구에게 잘못이 있는 것이겠냐?"
"폐하에게 있을 것입니다." 어린 왕자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맞느니라. 각자가 할 수 있는 것을 요구해야 한다. 권위라는 것은 우선 이성에 근거를 두고 있어야 하니라. 만일 네가 너의 신민들에게 바다에 빠져버리라고 한다면 폭동이 일어날 것이다. 복종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내게 주어진 것은 나의 명령이 이치에 맞기 때문이다."
"그럼 제가 청한 해 지는 거는요?"
한 번 던진 질문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어린 왕자가 상기시켰다.
"너는 해 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니라. 짐이 요구할 것이니... 허나 내 통치술에 근거하여 적절해질 때를 기다릴 것이니라."
"그게 언제가 될까요?" 어린 왕자는 물었다.
"엣헴! 엣헴!"
먼저 거대한 달력을 들여다보고 난 뒤 왕이 답했다.
"아마도... 아마도... 오늘 저녁 7시 40분쯤이 될 것이다. 그때 너는 짐의 명령이 얼마나 잘 이행되는지 확인하게 될 것이니라."
어린 왕자는 하품을 했다. 해지는 모습을 못 보게 된 게 서운했고 벌써 좀 싫증이 났다.
"여기서 더는 할 게 없네요. 떠나야겠어요."
어린 왕자는 왕에게 말했다.
"떠나지 말거라."
자신의 신민이 있다는 것에 그토록 뿌듯해하던 왕은 어린 왕자에게 말했다.
"떠나지 말거라. 내 너를 대신으로 임명하리라."
"대신이요? 무슨 대신?"
"에 그러니까... 법무부 대신이니라!"
"재판이 필요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요?"
"그건 알 수 없지 않으냐. 짐은 아직 짐의 제국을 둘러보지 못했느니라. 짐은 나이가 너무 든 데다가 마차가 다닐 공간도 부족하고 그렇다고 걷는 것은 너무 힘이 들도다."
"오! 제가 벌써 봤어요."
몸을 굽혀 왕의 별 저쪽 편을 한 번 더 훑어본 어린 왕자가 말했다.
"저쪽 편 역시 아무도 없답니다."
"그렇다면, 너는 너를 재판하도록 하라." 왕이 답했다.
"그것이 가장 어려운 작업이다. 남을 재판하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심판하는 일이 더 힘이 드나니. 만일 네가 네 자신을 심판하는 데에 성공한다면 그건 네가 진정 현명한 사람이란 것을 의미하느니라."
"전 어디에 있든지 제 자신을 심판할 수 있답니다. 여기 살아야 할 필요가 없어요."
어린 왕자는 대답했다.
"엣헴! 엣헴! 내 별 어딘가에 늙은 쥐 한 마리가 분명 있느니라. 밤이면 그 쥐 소리가 들리니 말이다. 너는 그 늙은 쥐를 재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쥐에게 가끔 사형을 선고할 수 있으며 그러면 그 쥐의 목숨은 네 정의에 달려 있게 될 것이다. 허나 너는 매번 그 쥐를 사면할 것이다. 한 마리밖에 없는 쥐니까 말이다."
왕이 말했다.
"저는 사형을 내리고 싶지 않아요. 아무래도 가봐야겠어요."
어린 왕자는 대답했다.
"아니 된다. 왕이 말했다."
떠날 채비는 이미 마쳤으나 어린 왕자는 나이 든 군주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만일 폐하께서 폐하의 명령이 어김없이 행해지기를 원하신다면, 제게 이치에 맞는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가령 1분이 지나기 전에 떠나라는 명령처럼 말입니다. 제게는 그것이 적절한 때로 보입니다만..."
왕이 아무 대답을 주지 않았으므로 어린 왕자는 잠시 주저하다가 한숨을 내쉬며 출발했다.
그때 왕이 서둘러 소리쳤다.
"내 그럼 너를 대사로 임명하리라."
잔뜩 위엄을 부린 투로 말이다.
어른들은 정말 이상하군. 여행하는 동안 어린 왕자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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