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27 (엔딩)

단차 | 2023.11.23 10:19:50 댓글: 6 조회: 317 추천: 2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20336
27


어느덧 6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만... 나는 이제껏 단 한번도 이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었습니다. 동료들은 살아 돌아온 나를 무척 반겨주었죠. 내 속은 슬펐지만, 친구들에게는 피곤 탓이라고만 말했답니다.



이제 슬픔이 조금 잦아들긴 했어요. 완전히는 아니라는 말이지요. 어쨌든 난 그가 자신의 별로 돌아갔다는 걸 잘 압니다. 동이 텄을 때 그의 몸은 더이상 거기에 없었으니까요. 그렇게 무거운 몸은 아니었나봐요... 그리고 이제 나는 밤이면 별들 소리에 귀 기울이길 즐긴답니다. 그것은 마치 5억 개의 방울 같아요.

그런데 참 묘한 일이죠. 내가 어린 왕자에게 그려주었던 입마개 말이에요. 거기에 가죽끈을 달아준다는 걸 내가 까먹었던 거 있죠! 결국, 어린 왕자는 양에게 입마개를 씌워 줄 수가 없었을거예요. 그러니 궁금해집니다. '어린 왕자의 별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닐까? 양이 꽃을 먹어버렸을 수도 있을텐데...'

어떤 때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해봐요. '그럴 리 없어! 밤마다 어린 왕자가 꽃에 유리 덮개를 씌워 양을 잘 지키고 있을 거야.' 이렇게 생각하고 나면 마음이 놓여요. 모든 별들이 슬그머니 웃어 주지요.

그런데 또 어떤 때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답니다. '자칫 방심하면 그걸로 끝인데! 어느 날 저녁에 그가 유리 덮개 씌우는 걸 잊었다거나, 밤에 양이 소리도 없이 빠져나갔다면...' 그러면 수많은 방울들이 모두 눈물로 변하는 듯 느껴져요.

이 얼마나 신비롭기 그지없는 일인가요. 어린 왕자를 좋아하는 여러분과 내게, 어딘지 모를 곳의 양 한 마리가 장미 한 송이를 먹었냐 아니냐에 따라 이 우주가 더이상 같을 수 없으니 말이에요.

하늘을 올려다보기를. 그리고 자신에게 물어보기를. 그 양이 그 꽃을 먹었으려나? 안 먹었으려나? 그에 따라 세상 모든 게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여러분은 알게 될 겁니다.

그런데 이 차이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인지 이해할 어른은 결코 없어 보이네요!





이 그림은 내게 있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슬픈 풍경입니다. 앞 페이지의 풍경과 같은 곳이지만 여러분이 잘 볼 수 있게 다시 한번 그렸습니다. 바로 이곳이 어린 왕자가 지구에 나타났다가 사라진 자리랍니다.

이 풍경을 눈여겨 보아두었다가 언젠가 여러분이 아프리카 사막을 여행할 때 여기다, 하고 확실히 알아보길 바랍니다. 만일 여러분이 이 자리를 지날 일이 생긴다면, 부탁하건데 제발 서둘지 말고 그 별 아래에서 잠시 머물러 주기를! 그가 금빛 머리칼을 가졌다면, 그리고 여러분이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그 아이가 누군지 짐작할 수 있겠지요. 그러면 제발, 나를 슬픔 속에 내버려 두지 말고 서둘러 내게 편지를 보내 주어요. 그가 돌아왔다고...

추천 (2) 선물 (0명)
IP: ♡.252.♡.103
봄날의토끼님 (♡.65.♡.126) - 2023/11/23 11:37:23

엔딩인가요? ㅠㅠ
이제 슬픔이 조금 잦아들긴 했지만 완전히 아니라는 말 너무 공감이 되어서 마음이 아프네요.
어린 왕자가 다녀간 자리 제 마음속에도 남은 것 같아요.
단차님 좋은 소설 이렇게 한글자씩 타자해서 올려주시고 또 저랑 교류를 하여서 기분이 좋았어요.
이제 기회가 되면 한국에서 만나서 독서모임을 한번 가져보아요 우리~

단차 (♡.252.♡.103) - 2023/11/23 16:06:38

네. ㅠㅠ 그래도 한글자씩 타자한 보람이 있네요. 저도 다시 읽으면서 깨닫는 바가 좀 있어서 좋았어요.
저는 어린 왕자가 저기 하늘의 어느 별에서 장미와 같이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고 있을 것 같아요.
봄날의 토끼님, 언제 한국에 오시게 되면 꼭 귀띔해주세요. 언제든지 저는 기쁜 마음으로 달려갈게요~

뉘썬2뉘썬2 (♡.169.♡.51) - 2023/11/25 06:36:00

소설방에 토끼별과 단차별이 금빛모래보다 더 찬란하게 빛나네요.
그것도 소곤소곤 속삭이면서.

단차 (♡.252.♡.103) - 2023/11/25 06:44:09

물론 여신별님도 찬란하고요 ㅋㅋ

뉘썬2뉘썬2 (♡.169.♡.51) - 2023/11/25 07:41:46

별세개 참 오붓하네요.

단차 (♡.252.♡.103) - 2023/11/25 07:49:27

삼태성이네요. ㅋㅋ

23,512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단밤이
2024-01-10
4
912
단밤이
2024-01-08
0
250
단밤이
2024-01-07
1
621
단밤이
2024-01-06
2
862
단밤이
2024-01-06
2
626
단밤이
2024-01-05
0
207
단밤이
2024-01-04
0
223
뉘썬2뉘썬2
2024-01-04
1
362
뉘썬2뉘썬2
2024-01-04
1
327
단밤이
2024-01-03
1
261
단밤이
2024-01-02
0
236
단밤이
2024-01-02
0
289
단밤이
2024-01-02
0
205
단밤이
2024-01-01
1
290
단밤이
2024-01-01
0
157
단밤이
2023-12-31
0
165
단밤이
2023-12-31
0
163
단밤이
2023-12-31
0
214
단밤이
2023-12-31
1
227
단밤이
2023-12-30
0
165
단밤이
2023-12-30
0
164
단밤이
2023-12-28
0
211
단밤이
2023-12-27
0
194
단밤이
2023-12-27
1
287
단밤이
2023-12-26
0
232
단밤이
2023-12-25
0
254
단밤이
2023-12-24
0
182
단밤이
2023-12-24
0
158
뉘썬2뉘썬2
2023-12-24
1
247
뉘썬2뉘썬2
2023-12-24
1
310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