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1~2

단차 | 2023.11.24 12:32:56 댓글: 0 조회: 259 추천: 1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20747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 지음 . 존 테니얼 그림



눈부신 황금빛 찬란한 오후
한가로이 강물 위를 흘러가네
서툴지만 작은 팔로
부지런히 노를 저으며
어린 손들은 허공에서 헛되이
길을 안내하네.
아, 무정한 세 아이들이여!
이렇게도 꿈처럼 몽롱한 시간에
작은 깃털조차 날려 보낼 수 없을 만큼 힘든 내게
이야기를 해 달라니!
하지만 약한 목소리 하나가
어떻게 세 아이들의 성화를 이기겠는가.
거만한 첫째가 먼저 나서며 명령하듯이 이야기한다.
"자, 시작하세요."
둘째는 상냥하게 부탁했지.
"재미있는 이야기로요!"
셋째는 몇 번씩이나 이야기에 끼어드네.
그러다가 갑자기 조용해지고
아이들은 상상의 나라를 누비며 떠돈다네.
새와 동물들과 다정하게 대화하며
꿈속 아이를 찾아 방황하네.
마치 이 모든 게 사실인 것처럼.
이제 상상의 샘도 말라
이야깃거리도 다 떨어지고
이야기꾼은 기진맥진한 목소리로
"나머지는 다음에!"라고 말하면
"지금이 다음이에요."라고 대답하는
행복에 겨운 목소리가 울려 퍼지네.
이상한 나라의 이야기는 이렇게
천천히, 하나씩,
신기한 사건들을 만들어 가면서 생겨났다네.
이제 이야기는 끝이 나고
행복한 뱃사공들은 찬란한 햇살 아래
노를 저어 집으로 돌아가네.
앨리스!
이 애틋한 이야기를
부드러운 너의 손으로
어린 시절의 꿈으로 가득 찬
신비한 추억의 장소에 가져다 두렴.
머나먼 땅에서 꺾어 온
순례자들의 시든 꽃다발처럼.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
Lewis Carroll . John Tenniel
All in the golden afternoon
Full leisurely we glide::
For both our oars, with little skill,
By little arms are plied,
While little hands make vain pretence
Our wandering to guide.
Ah, cruel Three! In such an hour,
Beneath such dreamy weather,
To beg a tale of breath too weak
To stir the tiniest feather!
Yet what can one poor voice avail
Against three tongues together?
Imperious Prima flashes forth
Her edict "to begin it":
In gentler tones Secunda hopes
"There will be nonsense in it."
While Tertia interrupts the tale
Not more than once a minute.
Anon, to sudden silence won,
In fancy they pursue
The dream-child moving through a land
Of wonders wild and new,
In friendly chat with bird or beast-
And half believe it true.
And ever, as the story drained
The wells of fancy dry,
And faintly strove that weary one
To put the subject by,
"The rest next time-" "It is next time!"
The happy voices cry.
Thus grew the tale of Wonderland:
Thus slowly one by one,
Its quaint events were hammered out-
And now the tale is done,
And home we steer, a merry crew,
Beneath the setting sun.
Alice! A childish story take,
And with a gentle hand
Lay it where Childhood's dreams are twined
In Memory's mystic band,
Like Pilgrim's withered wreath of flowers
Pluck'd in a far-off land.

​​







2
눈물 웅덩이 
"정말 요상해지네!" 
앨리스가 소리쳤다. (앨리스는 너무 놀라서 제대로 말하는 법까지 잊어버렸다.)
"이제는 세상에서 가장 큰 망원경처럼 몸이 쭉 늘어나는 것 같아! 내 발아, 안녕!" (앨리스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발이 너무 멀리 떨어져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아, 불쌍한 내 작은 발들아! 누가 너희들에게 양말과 신발을 신겨 주겠니? 난 이제 해 줄 수가 없을 텐데! 너희들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니 말이야. 이제는 너희들 스스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야 해.'



앨리스는 또 생각했다.
'그래도 잘 대해줘야 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움직이려 하지 않을 거야. 그래, 크리스마스 때마다 새 부츠를 한 켤레씩 선물해야겠다.'
그러고는 이제 선물을 어떻게 전해 줘야 할지 궁리하기 시작했다.
'그래. 아무래도 집배원을 시키는 것이 좋겠어. 자기 발한테 선물을 보내야 한다니, 정말 우스운 일이야! 받은 주소도 얼마나 이상해 보일까!'
난로 울타리 근처
벽난로 앞 깔개 위
앨리스의 오른 발 귀하
_사랑하는 앨리스가
'이런, 내가 도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바로 그때 앨리스의 머리가 쿵! 소리와 함께 천장에 부딛혔다.
이때쯤 키는 거의 9피트가 넘어가고 있었다. 앨리스는 바로 황금 열쇠를 들고 정원으로 나가는 문을 향해 빠르게 뛰었다.
하지만 가여운 앨리스가 할 수 있는 것은 몸을 옆으로 최대한 눕힌 채 한쪽 눈으로 정원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문밖으로 나가는 것은 더 힘들어졌다. 앨리스는 바닥에 앉아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난 스스로를 부끄럽게 생각해야 해. 이렇게 큰 아가씨가 아기처럼 울다니! 당장 뚝 그쳐!" (앨리스는 정말로 커져 있었다.)
그러나 앨리스는 서럽게 울고 또 울었다.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앨리스 주위에 약 4인치 정도 되는 깊이로 복도 절반 높이까지 웅덩이가 생겼다.
잠시 후 저 멀리 어디선가 후다닥 급하게 뛰어가는 발소리가 들렸다.
앨리스는 누가 오는 게 아닐까 싶어서 얼른 눈물을 닦고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한껏 멋을 부리고 정장을 차려입은 하얀 토끼가 한 손에는 하얀 가죽 장갑 한 켤레ㄴ를, 다른 손에는 커다란 부채를 들고 급하게 뛰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 어쩌면 좋아! 늦었어! 늦으면 공작 부인이 무섭게 화를 낼 텐데."
앨리스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토끼가 가까이 다가오자 머뭇거리며 말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만......."
그러나 하얀 토끼는 앨리스 목소리에 깜짝 놀라 하얀 가죽 장갑과 커다란 부채를 떨어뜨린 채 어둠 속으로 쏜살같이 사라졌다.



앨리스는 장갑과 부채를 집어 들었는데, 안이 너무 더워서 부채질을 하며 중얼거렸다.
"오늘은 정말 모든 게 다 이상하네! 어제는 평소와 다름 없었는데 말이야. 하룻밤 사이에 내가 변한 걸까? 잘 생각해 보자. 오늘 아침 잠에서 깨어났을 때 어제의 나와 똑같았던 걸까? 그래, 기분이 조금 이상했던 것도 같아. 하지만 내가 정말 변한 거라면 '지금의 나는 도대체 누구지?' 아, 이건 정말 엄청난 수수께끼야."
앨리스는 또래 친구들을 한 명씩 떠올리며 자신이 혹시 그 친구 중 누군가로 변한 게 아닌지 생각해 보았다.
"분명 에이다는 아니야. 에이다는 긴 곱슬머리인데 난 아니잖아. 그럼, 메이블도 아니야. 난 모르는 게 없는데 메이블은 아는 게 거의 없으니까. 그래, 메이블은 메이블이고 나는 나야. 아! 모든 게 뒤죽박죽이야! 그렇다면 내가 알고 있었던 것을 기억해 보자! 음, 4 곱하기 4는 12, 4 곱하기 6은 13, 4 곱하기 7은....... 뭔가 이상한데, 하지만 구구단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 지리 문제를 생각해 보자. 파리의 수도는 런던, 로마의 수도는 파리, 로마는....... 아니야. 전부 다 틀렸어. 정말 내가 메이블이 된 게 아닐까? 정말 그렇게 된 게 틀림 없어. 그렇다면 '작은 악어'를 다시 불러 봐야겠다."
앨리스는 마치 수업 시간에 하듯이 무릎 위에 양손을 포개 얹고 시를 읊기 시작했다. 하지만 쉰 듯한 목소리는 몹시 낯설었으며 단어들도 잘 생각나지 않았다.
작은 꼬마 악어가
반짝반짝 빛나는 꼬리로
나일강의 물을
황금빛 비늘 위에 부어요.
기분 좋게 웃으며
발톱을 쫙 펼치고
미소 가득한 입으로
작은 물고기들을 삼켜요.
가엾은 앨리스의 눈에 다시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 그러고는 계속 말을 이었다.
"뭔가 잘못 말한 것 같아. 아무래도 내가 메이블이 된 게 틀림없어. 그렇다면 이제 좁은 집에서 장난감도 없이 살아야 할 테고 공부는 또 얼마나 해야 할까! 안 돼! 그럴 수 없어. 만약 메이블로 살아야 한다면 차라리 여기서 안 나갈래. 누군가 '이제 그만 올라와!' 한다면 '먼저 제가 누구인지 얘기해주세요. 제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라면 올라가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마음에 드는 사람이 될 때까지 그냥 여기에 있을 거예요.' 라고 대답할 거야. 하지만......."
앨리스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누군가 나타나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기 혼자 있는 건 정말이지 너무 끔찍해."
앨리스는 혼자 중얼거리다가 자기 손을 내려다보고 깜짝 놀랐다. 어느새 토끼의 하얀 가죽 장갑 한 짝을 끼고 있었던 것이다.
앨리스는 생각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이 장갑이 손에 맞는다면 내가 다시 작아지고 있다는 거야.'
앨리스는 탁자 옆으로 가서 키를 재 보았다. 추측해 보니 키는 2피트 정도 된 것 같았고, 계속해서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중이었다. 앨리스는 몸이 줄어드는 이유가 손에 든 부채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얼른 부채를 던져 버렸다. 하마트면 몸이 완전히 사라질 뻔했다.
"휴, 다행이야."
앨리스는 갑작스러운 변화가 조금 두렵기는 했지만,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이 무척 기뻤다.
"이제 정원으로 나가 봐야겠어."
앨리스는 갑작스러운 변화가 조금 두렵기는 했지만,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이 무척 기뻤다.
"이제 정원으로 나가 봐야겠어."
앨리스는 힘차게 작은 문을 향해 달려갔지만 문은 다시 잠겨 있었고 작은 황금 열쇠는 탁자 위에 놓여 있는 게 아닌가.
'갈수록 태산이네. 이렇게까지 키가 작지 않았는데, 정말 말도 안 돼!'
이 생각을 하는 순간 발이 미끄러지더니 순식간에 소금물에 빠지고 말았다. 그리고 턱 밑까지 소금물이 차올랐다.
앨리스는 처음에는 바닷물에 빠졌다고 생각하고 이렇게 중얼거렸다. (앨리스는 딱 한 번 바닷가에 가 본적이 있었는데 해안에는 어디에나 이동식 탈의실이 있었고, 아이들은 삽으로 모래를 파고 있었으며, 숙소 뒤에는 기차역이 있었다는 기억이 떠올라 바닷가는 모두 그런 줄 알고 있었다.)
"그럼 기차를 타고 돌아가야겠어."






하지만 앨리스는 곧 그것이 조금 전 키가 9피트까지 커졌을 때, 자신이 흘렸던 눈물 웅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까 그렇게 펑펑 우는 게 아니었는데......."
앨리스는 웅덩이를 빠져나가려고 몸부림을 치며 말했다.
"내가 흘린 눈물에 빠져 죽다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다니! 아무리 오늘 벌어지는 일이 전부 다 이상하대도, 이건 너무 이상해!"
그때 눈물 웅덩이 어딘가에서 첨범하는 소리가 들렸다.
앨리스는 무슨 소리인지 알아보려고 소리 나는 쪽을 헤엄쳐 갔다. 처음에 앨리스는 그것이 하마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기가 얼마나 작아졌는지를 기억해 내고는 자신처럼 발이 미끄러져 빠진 생쥐라는 것을 알았다.
'이 생쥐에게 말을 걸어 볼까? 여기선 모든 게 이상하니 생쥐가 말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어쨌든 손해 볼 건 없으니까.'
앨리스가 생쥐에게 말을 걸었다.
"생쥐야! 이 웅덩이에서 빠져나가는 방법을 아니? 난 여기서 헤엄치는 데 아주 지쳤어." (앨리스는 이렇게 말하면 될거라고 생각했다. 생쥐와 말을 해 본 적은 없었지만 오빠의 라틴어 문법 책에서 언젠가 '생쥐가, 생쥐의, 생쥐를, 생쥐야!' 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본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생쥐는 앨리스를 신기한 듯 쳐다보며 마치 윙크를 하는 것처럼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앨리스는 생각했다.
'혹시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정복왕 윌리엄과 함께 건너온 프랑스 쥐가 틀림없어.' (앨리스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역시 자식을 들어 설명해 보려 했지만 어떤 사건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앨리스는 쥐에게 다시 물었다.
"우 에 마 샤트?" (내 고양이는 어디 있지?)
이 말은 프랑스 어 교과서에 나오는 첫 문장이었다.
생쥐가 갑자기 물에서 펄쩍 뛰더니 겁에 질린 듯 벌벌 떨기 시작했다.
"정말 미안해! 내가 깜빡 잊었어. 네가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야."
가엾은 생쥐를 놀라게 한 것이 미안해진 앨리스가 말했다.
생쥐가 화를 내며 소리쳤다.
"난 고양이가 정말 싫어! 싫다고! 네가 나라면 고양이가 좋겠니?"
앨리스는 쥐를 달래며 말했다.
"그래, 아마 싫을 거야. 하지만 화내지 마. 네가 우리 집 고양이 다이너를 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러면 너도 분명 고양이를 좋아하게 될 거야. 걘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운 고양이거든."
앨리스는 눈물 웅덩이를 천천히 헤엄쳐 다니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다이너는 난롯가에 앉아 기분 좋게 가르랑거리며 앞발로 얼굴을 닦곤 하지. 털이 정말 부드러워서 안으면 기분이 좋아지지. 그리고 생쥐 잡는 데는 아주 선수야. 앗! 미안, 미안해!"
생쥐가 털을 곤두세우자 앨리스는 실수를 했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외쳤다.
"이제 우리 다이너 얘기는 그만하는 게 좋겠어."
"우리라니? 마치 내가 그런 얘기를 하자고 한 것처럼 말하는구나. 우리는 고양이라면 딱 질색이야. 더럽고 비겁하고 야비한 것들! 다시는 내 앞에서 고양이의 '고' 자도 꺼내지 마!"
앨리스는 얼른 화제를 바꾸려고 말했다.
"그래, 다시는 안 할게. 그럼 혹시 너 강아지는 좋아해?"
생쥐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앨리스는 더 열심히 계속해서 말했다.
"우리 옆집에 아주 귀여운 강아지가 한 마리 있는데 너에게 보여 주고 싶어. 눈이 초롱초롱한 테리어 종인데 구불구불한 긴 갈색 털이 얼마나 예쁜지 몰라. 물건을 던지면 물어오기도 하고, 얌전히 앉아 밥을 달라고도 하고, 다 기억할 수 없을 만큼 재주가 많아서 주인 아저씨 말로는 100파운드는 족히 받을 수 있을 거래. 생쥐도 어찌나 잘 잡는지......."
앨리스는 탄성을 내뱉으며 말했다.
"오, 이런! 내가 또 실수를 하고 말았어."
생쥐는 있는 힘껏 앨리스에게서 벗어나 멀리 헤엄쳐 가고 있었다.
앨리스는 최대한 부드럽게 생쥐를 불렀다.
"생쥐야! 다시 돌아오렴. 네가 싫다면 다시는 고양이나 강아지 이야기를 하지 않을게."
이 말을 듣고 생쥐는 몸을 돌려 다시 앨리스에게 헤엄쳐 왔다. 생쥐의 얼굴은 아주 창백했다. (앨리스는 쥐가 너무 화를 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생쥐가 낮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언덕으로 올라가자. 가서 내 이야기를 들려줄게. 그러면 내가 왜 고양이와 개를 그토록 싫어하는지 너도 이해하게 될 거야."
이제 눈물 웅덩이는 새와 동물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그래서 빠져나가긴 해야 했다.
웅덩이에는 오리, 도도, 앵무새, 새끼 독수리, 그 외에 희귀한 동물들이 허우적대고 있었다. 앨리스를 선두로 모두 언덕을 향해 헤엄쳐 갔다.​








2
눈물 웅덩이 
"정말 요상해지네!" 
앨리스가 소리쳤다. (앨리스는 너무 놀라서 제대로 말하는 법까지 잊어버렸다.)
"이제는 세상에서 가장 큰 망원경처럼 몸이 쭉 늘어나는 것 같아! 내 발아, 안녕!" (앨리스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발이 너무 멀리 떨어져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아, 불쌍한 내 작은 발들아! 누가 너희들에게 양말과 신발을 신겨 주겠니? 난 이제 해 줄 수가 없을 텐데! 너희들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니 말이야. 이제는 너희들 스스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야 해.'



앨리스는 또 생각했다.
'그래도 잘 대해줘야 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움직이려 하지 않을 거야. 그래, 크리스마스 때마다 새 부츠를 한 켤레씩 선물해야겠다.'
그러고는 이제 선물을 어떻게 전해 줘야 할지 궁리하기 시작했다.
'그래. 아무래도 집배원을 시키는 것이 좋겠어. 자기 발한테 선물을 보내야 한다니, 정말 우스운 일이야! 받은 주소도 얼마나 이상해 보일까!'
난로 울타리 근처
벽난로 앞 깔개 위
앨리스의 오른 발 귀하
_사랑하는 앨리스가
'이런, 내가 도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바로 그때 앨리스의 머리가 쿵! 소리와 함께 천장에 부딛혔다.
이때쯤 키는 거의 9피트가 넘어가고 있었다. 앨리스는 바로 황금 열쇠를 들고 정원으로 나가는 문을 향해 빠르게 뛰었다.
하지만 가여운 앨리스가 할 수 있는 것은 몸을 옆으로 최대한 눕힌 채 한쪽 눈으로 정원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문밖으로 나가는 것은 더 힘들어졌다. 앨리스는 바닥에 앉아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난 스스로를 부끄럽게 생각해야 해. 이렇게 큰 아가씨가 아기처럼 울다니! 당장 뚝 그쳐!" (앨리스는 정말로 커져 있었다.)
그러나 앨리스는 서럽게 울고 또 울었다.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앨리스 주위에 약 4인치 정도 되는 깊이로 복도 절반 높이까지 웅덩이가 생겼다.
잠시 후 저 멀리 어디선가 후다닥 급하게 뛰어가는 발소리가 들렸다.
앨리스는 누가 오는 게 아닐까 싶어서 얼른 눈물을 닦고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한껏 멋을 부리고 정장을 차려입은 하얀 토끼가 한 손에는 하얀 가죽 장갑 한 켤레ㄴ를, 다른 손에는 커다란 부채를 들고 급하게 뛰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 어쩌면 좋아! 늦었어! 늦으면 공작 부인이 무섭게 화를 낼 텐데."
앨리스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토끼가 가까이 다가오자 머뭇거리며 말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만......."
그러나 하얀 토끼는 앨리스 목소리에 깜짝 놀라 하얀 가죽 장갑과 커다란 부채를 떨어뜨린 채 어둠 속으로 쏜살같이 사라졌다.



앨리스는 장갑과 부채를 집어 들었는데, 안이 너무 더워서 부채질을 하며 중얼거렸다.
"오늘은 정말 모든 게 다 이상하네! 어제는 평소와 다름 없었는데 말이야. 하룻밤 사이에 내가 변한 걸까? 잘 생각해 보자. 오늘 아침 잠에서 깨어났을 때 어제의 나와 똑같았던 걸까? 그래, 기분이 조금 이상했던 것도 같아. 하지만 내가 정말 변한 거라면 '지금의 나는 도대체 누구지?' 아, 이건 정말 엄청난 수수께끼야."
앨리스는 또래 친구들을 한 명씩 떠올리며 자신이 혹시 그 친구 중 누군가로 변한 게 아닌지 생각해 보았다.
"분명 에이다는 아니야. 에이다는 긴 곱슬머리인데 난 아니잖아. 그럼, 메이블도 아니야. 난 모르는 게 없는데 메이블은 아는 게 거의 없으니까. 그래, 메이블은 메이블이고 나는 나야. 아! 모든 게 뒤죽박죽이야! 그렇다면 내가 알고 있었던 것을 기억해 보자! 음, 4 곱하기 4는 12, 4 곱하기 6은 13, 4 곱하기 7은....... 뭔가 이상한데, 하지만 구구단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 지리 문제를 생각해 보자. 파리의 수도는 런던, 로마의 수도는 파리, 로마는....... 아니야. 전부 다 틀렸어. 정말 내가 메이블이 된 게 아닐까? 정말 그렇게 된 게 틀림 없어. 그렇다면 '작은 악어'를 다시 불러 봐야겠다."
앨리스는 마치 수업 시간에 하듯이 무릎 위에 양손을 포개 얹고 시를 읊기 시작했다. 하지만 쉰 듯한 목소리는 몹시 낯설었으며 단어들도 잘 생각나지 않았다.
작은 꼬마 악어가
반짝반짝 빛나는 꼬리로
나일강의 물을
황금빛 비늘 위에 부어요.
기분 좋게 웃으며
발톱을 쫙 펼치고
미소 가득한 입으로
작은 물고기들을 삼켜요.
가엾은 앨리스의 눈에 다시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 그러고는 계속 말을 이었다.
"뭔가 잘못 말한 것 같아. 아무래도 내가 메이블이 된 게 틀림없어. 그렇다면 이제 좁은 집에서 장난감도 없이 살아야 할 테고 공부는 또 얼마나 해야 할까! 안 돼! 그럴 수 없어. 만약 메이블로 살아야 한다면 차라리 여기서 안 나갈래. 누군가 '이제 그만 올라와!' 한다면 '먼저 제가 누구인지 얘기해주세요. 제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라면 올라가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마음에 드는 사람이 될 때까지 그냥 여기에 있을 거예요.' 라고 대답할 거야. 하지만......."
앨리스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누군가 나타나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기 혼자 있는 건 정말이지 너무 끔찍해."
앨리스는 혼자 중얼거리다가 자기 손을 내려다보고 깜짝 놀랐다. 어느새 토끼의 하얀 가죽 장갑 한 짝을 끼고 있었던 것이다.
앨리스는 생각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이 장갑이 손에 맞는다면 내가 다시 작아지고 있다는 거야.'
앨리스는 탁자 옆으로 가서 키를 재 보았다. 추측해 보니 키는 2피트 정도 된 것 같았고, 계속해서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중이었다. 앨리스는 몸이 줄어드는 이유가 손에 든 부채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얼른 부채를 던져 버렸다. 하마트면 몸이 완전히 사라질 뻔했다.
"휴, 다행이야."
앨리스는 갑작스러운 변화가 조금 두렵기는 했지만,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이 무척 기뻤다.
"이제 정원으로 나가 봐야겠어."
앨리스는 갑작스러운 변화가 조금 두렵기는 했지만,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이 무척 기뻤다.
"이제 정원으로 나가 봐야겠어."
앨리스는 힘차게 작은 문을 향해 달려갔지만 문은 다시 잠겨 있었고 작은 황금 열쇠는 탁자 위에 놓여 있는 게 아닌가.
'갈수록 태산이네. 이렇게까지 키가 작지 않았는데, 정말 말도 안 돼!'
이 생각을 하는 순간 발이 미끄러지더니 순식간에 소금물에 빠지고 말았다. 그리고 턱 밑까지 소금물이 차올랐다.
앨리스는 처음에는 바닷물에 빠졌다고 생각하고 이렇게 중얼거렸다. (앨리스는 딱 한 번 바닷가에 가 본적이 있었는데 해안에는 어디에나 이동식 탈의실이 있었고, 아이들은 삽으로 모래를 파고 있었으며, 숙소 뒤에는 기차역이 있었다는 기억이 떠올라 바닷가는 모두 그런 줄 알고 있었다.)
"그럼 기차를 타고 돌아가야겠어."






하지만 앨리스는 곧 그것이 조금 전 키가 9피트까지 커졌을 때, 자신이 흘렸던 눈물 웅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까 그렇게 펑펑 우는 게 아니었는데......."
앨리스는 웅덩이를 빠져나가려고 몸부림을 치며 말했다.
"내가 흘린 눈물에 빠져 죽다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다니! 아무리 오늘 벌어지는 일이 전부 다 이상하대도, 이건 너무 이상해!"
그때 눈물 웅덩이 어딘가에서 첨범하는 소리가 들렸다.
앨리스는 무슨 소리인지 알아보려고 소리 나는 쪽을 헤엄쳐 갔다. 처음에 앨리스는 그것이 하마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기가 얼마나 작아졌는지를 기억해 내고는 자신처럼 발이 미끄러져 빠진 생쥐라는 것을 알았다.
'이 생쥐에게 말을 걸어 볼까? 여기선 모든 게 이상하니 생쥐가 말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어쨌든 손해 볼 건 없으니까.'
앨리스가 생쥐에게 말을 걸었다.
"생쥐야! 이 웅덩이에서 빠져나가는 방법을 아니? 난 여기서 헤엄치는 데 아주 지쳤어." (앨리스는 이렇게 말하면 될거라고 생각했다. 생쥐와 말을 해 본 적은 없었지만 오빠의 라틴어 문법 책에서 언젠가 '생쥐가, 생쥐의, 생쥐를, 생쥐야!' 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본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생쥐는 앨리스를 신기한 듯 쳐다보며 마치 윙크를 하는 것처럼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앨리스는 생각했다.
'혹시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정복왕 윌리엄과 함께 건너온 프랑스 쥐가 틀림없어.' (앨리스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역시 자식을 들어 설명해 보려 했지만 어떤 사건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앨리스는 쥐에게 다시 물었다.
"우 에 마 샤트?" (내 고양이는 어디 있지?)
이 말은 프랑스 어 교과서에 나오는 첫 문장이었다.
생쥐가 갑자기 물에서 펄쩍 뛰더니 겁에 질린 듯 벌벌 떨기 시작했다.
"정말 미안해! 내가 깜빡 잊었어. 네가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야."
가엾은 생쥐를 놀라게 한 것이 미안해진 앨리스가 말했다.
생쥐가 화를 내며 소리쳤다.
"난 고양이가 정말 싫어! 싫다고! 네가 나라면 고양이가 좋겠니?"
앨리스는 쥐를 달래며 말했다.
"그래, 아마 싫을 거야. 하지만 화내지 마. 네가 우리 집 고양이 다이너를 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러면 너도 분명 고양이를 좋아하게 될 거야. 걘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운 고양이거든."
앨리스는 눈물 웅덩이를 천천히 헤엄쳐 다니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다이너는 난롯가에 앉아 기분 좋게 가르랑거리며 앞발로 얼굴을 닦곤 하지. 털이 정말 부드러워서 안으면 기분이 좋아지지. 그리고 생쥐 잡는 데는 아주 선수야. 앗! 미안, 미안해!"
생쥐가 털을 곤두세우자 앨리스는 실수를 했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외쳤다.
"이제 우리 다이너 얘기는 그만하는 게 좋겠어."
"우리라니? 마치 내가 그런 얘기를 하자고 한 것처럼 말하는구나. 우리는 고양이라면 딱 질색이야. 더럽고 비겁하고 야비한 것들! 다시는 내 앞에서 고양이의 '고' 자도 꺼내지 마!"
앨리스는 얼른 화제를 바꾸려고 말했다.
"그래, 다시는 안 할게. 그럼 혹시 너 강아지는 좋아해?"
생쥐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앨리스는 더 열심히 계속해서 말했다.
"우리 옆집에 아주 귀여운 강아지가 한 마리 있는데 너에게 보여 주고 싶어. 눈이 초롱초롱한 테리어 종인데 구불구불한 긴 갈색 털이 얼마나 예쁜지 몰라. 물건을 던지면 물어오기도 하고, 얌전히 앉아 밥을 달라고도 하고, 다 기억할 수 없을 만큼 재주가 많아서 주인 아저씨 말로는 100파운드는 족히 받을 수 있을 거래. 생쥐도 어찌나 잘 잡는지......."
앨리스는 탄성을 내뱉으며 말했다.
"오, 이런! 내가 또 실수를 하고 말았어."
생쥐는 있는 힘껏 앨리스에게서 벗어나 멀리 헤엄쳐 가고 있었다.
앨리스는 최대한 부드럽게 생쥐를 불렀다.
"생쥐야! 다시 돌아오렴. 네가 싫다면 다시는 고양이나 강아지 이야기를 하지 않을게."
이 말을 듣고 생쥐는 몸을 돌려 다시 앨리스에게 헤엄쳐 왔다. 생쥐의 얼굴은 아주 창백했다. (앨리스는 쥐가 너무 화를 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생쥐가 낮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언덕으로 올라가자. 가서 내 이야기를 들려줄게. 그러면 내가 왜 고양이와 개를 그토록 싫어하는지 너도 이해하게 될 거야."
이제 눈물 웅덩이는 새와 동물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그래서 빠져나가긴 해야 했다.
웅덩이에는 오리, 도도, 앵무새, 새끼 독수리, 그 외에 희귀한 동물들이 허우적대고 있었다. 앨리스를 선두로 모두 언덕을 향해 헤엄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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