查拉图斯特拉如是说 3~6

단차 | 2023.11.25 21:02:48 댓글: 0 조회: 219 추천: 0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21207
查拉图斯特拉如是说

弗里德里希·威廉·尼采













 3

   

  차라투스트라가 숲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에 이르렀을 때, 그는 장터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줄 타는 광대의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차라투스트라가 군중에게 말했다.

  나는 그대들에게 초인6)을 가르치러 왔노라. 인간은 극복되어야 하는 존재다. 그대들은 인간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지금까지 모든 인간들은 자기 자신을 넘어 무언가를 창조했다. 그런데 그대들은 이 커다란 밀물의 썰물이 되려 하고, 인간을 극복하기보다 오히려 짐승으로 되돌아가려는가?

  인간이 보기에 원숭이는 어떤 존재인가? 웃음거리거나 고통스런 수치다. 초인이 보기에 인간도 이와 마찬가지로 웃음거리거나 고통스런 수치에 불과하다.

  그대들은 벌레로부터 인간에 이르는 길을 걸어왔지만, 아직 그대들 내면에는 많은 것들이 여전히 벌레다. 일찍이 그대들은 원숭이였고, 지금도 인간은 어떤 원숭이보다 더 원숭이다.

  그대들 중 가장 현명한 자도 단지 식물과 유령의 분파이며 잡종에 불과하다. 그런데 내가 그대들에게 유령이나 식물이 되라고 하겠는가?

  보라, 나는 그대들에게 초인을 가르칠 것이다!

 초인은 곧 대지7)의 의미다. 그대들의 의지가 말하게 하라. 초인은 대지의 의미가 되어야 한다고.

  나의 형제들이여, 나는 그대들에게 간청한다. 대지에 충실하라. 그대들에게 하늘나라의 희망을 말하는 자들의 말을 믿지 마라! 그들은 알든 모르든 독을 섞는 자들이다.

  그들은 삶을 경멸하는 자들이고, 쇠약해지는 자들이며, 스스로 독을 마시는 자들이다. 대지는 그들에게 싫증이 났다. 그러므로 그들이 떠나도록 하라!

  일찍이 신을 모독하는 일이 가장 큰 불경이었지만, 신은 죽었고, 이로써 신을 모독하는 자들도 죽었다. 이제 가장 큰 불경은 대지를 모독하는 일이고, 불가해한 존재를 대지의 의미보다 더 높이 평가하는 일이다.

  일찍이 영혼은 몸을 경멸하는 눈초리로 바라보았고, 당시에는 그것이 최고의 경멸이었다.―――영혼은 몸이 야위고 추해지며 굶주리기를 바랐다. 그렇게 해서 영혼은 몸과 대지로부터 달아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혼도 야위고 추해지며 굶주렸다. 영혼의 쾌락은 잔혹함이노라!

  나의 형제들이여, 나에게 말해 다오. 그대들의 몸은 그대들의 영혼에 대해 무엇을 말하는가? 그대들의 영혼은 가난함이자 더러움이며 가련한 안락함이 아닌가?

  진실로, 인간은 더럽혀진 강물이다. 더럽혀진 강물을 받아들이면서도 오염이 되지 않으려면 바다가 되어야 한다.

  보라, 나는 그대들에게 초인을 가르칠 것이다. 초인은 바다며, 그대들의 커다란 경멸은 이 바다 안에 가라앉게 될 것이다.

  그대들이 체험할 수 있는 최상의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위대한 경멸이다. 그 순간 그대들의 행복, 그대들의 이성, 그대들의 덕은 역겨움이 될 것이다.

  그 순간 그대들은 말한다. “나에게 행복이 무슨 소용인가! 그것은 빈곤함이고 더러움이며 가련한 안락함이다. 하지만 나의 행복은 존재 그 자체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 순간 그대들은 말할 것이다. “나에게 이성이 무슨 소용인가! 그것은 사자가 먹이를 탐하듯이 지식을 탐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빈곤함이고 더러움이며 가련한 안락함이다!”

  그 순간 그대들은 말할 것이다. “나에게 덕이 무슨 소용인가! 그것은 나를 한 번도 열광케 한 적이 없었다. 나는 나의 선과 악에 얼마나 싫증이 나 있는가! 이 모든 것은 빈곤함이고 더러움이며 가련한 안락함이다.”

  그 순간 그대들은 말할 것이다. “나에게 정의가 무슨 소용인가! 나는 불꽃이자 숯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의로운 자는 불꽃이자 숯이다!”

  그 순간 그대들은 말할 것이다. “나에게 연민이 무슨 소용인가! 연민은 인간을 사랑하는 자가 못 박히는 십자가가 아닌가? 하지만 나의 연민은 결코 십자가에 못 박히는 형벌이 아니다.”

  그대들은 이미 그렇게 말했는가? 그대들은 벌써 그렇게 외쳤는가? 아, 그대들의 외침을 들었더라면!

  하늘을 향해 외치는 것은 그대들의 죄가 아니라 그대들의 절제하는 마음이다! 그대들의 죄 안에 있는 그대들의 조악함이 하늘을 향해 외치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혀로 그대들을 핥아줄 번갯불은 어디 있는가? 그대들에게 심어주어야 하는 광기는 어디 있는가?

  보라, 나는 그대들에게 초인을 가르칠 것이다. 그는 이러한 번갯불이고 이러한 광기다! ―

  차라투스트라가 이렇게 말하자 군중 속에서 한 사람이 외쳤다. “줄 타는 광대 이야기는 충분히 들었으니, 이제 그를 우리에게 보여 주시오!” 그러자 다들 차라투스트라를 비웃었다. 줄 타는 광대는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줄을 타기 시작했다.

   
 4

   

  차라투스트라는 그런 군중을 바라보며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가 말했다.

 인간이란 짐승과 초인을 연결해 주는 밧줄,―――심연 위에 걸린 하나의 밧줄이다. 저편으로 건너가는 것도, 도중에 있는 것도, 뒤돌아보는 것도 위험하고, 벌벌 떨거나 멈추어 서 있는 것도 위험하다.

  인간이 위대한 점은 그가 다리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인간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가 건너가는 존재며, 내려가는 존재라는 데 있다.

  나는 사랑한다. 내려가는 자로서가 아니면 살아갈 줄 모르는 사람들. 그들은 저편으로 넘어가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한다. 마음껏 경멸하는 자들을. 그들은 마음껏 경배하는 자들이고, 저편의 해안을 동경하는 화살이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한다. 내려가고 희생하는 이유를 먼저 별들 너머에서 찾지 않고, 언젠가 대지가 초인의 것이 될 때까지 대지에 자신을 희생하는 자들을.

  나는 사랑한다. 인식하기 위해 살며, 언젠가 초인으로 살아 가기 위해 인식하려는 자를. 이렇게 그는 내려가려 한다.

  나는 사랑한다. 초인에게 집을 지어주고, 그에게 대지며 동식물을 제공하기 위해 일하고 고심하는 자를. 이렇게 그는 내려가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한다. 자신의 덕을 사랑하는 자를. 덕은 내려가려는 의지이고, 동경의 화살이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한다. 자신을 위해 한 방울의 정신도 남겨 두지 않고, 정신이 온통 자신의 덕으로 가득한 자를. 그는 오직 정신으로만 다리를 건너가는 것이다.

  나는 사랑한다. 자신의 덕으로 자신의 성향과 운명을 만들어내는 자를. 그는 자신의 덕을 위해 살려고 하고 죽으려고 한다.

  나는 사랑한다. 너무 많이 덕을 가지려고 하지 않는 자를. 하나의 덕은 운명이 걸려 있는 더 많은 매듭이기 때문에, 하나의 덕은 두 개의 덕 이상이다.

  나는 사랑한다. 감사의 말을 하지도 않고 받으려고도 않는, 자신의 영혼을 아낌없이 내주는 자를. 그는 언제나 베풀기만 하고, 자신이 가지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한다. 주사위가 자신에게 행운을 가져올 때 부끄러워하면서 “나는 사기꾼이 아닌가?” 하고 묻는 자를.―――그는 파멸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한다. 행동에 앞서 황금 같은 말을 던지고, 언제나 약속한 것 이상으로 실행하는 자를. 그는 자신이 내려가는 것을 바라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한다. 앞으로 올 사람들을 인정하고, 지나간 사람들을 구원하는 자를. 그는 현재의 인간들에게 파멸을 당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한다. 자신의 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의 신을 징계하는 자를. 그는 신의 노여움으로 인해 파멸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한다. 상처를 입고도 영혼이 깊고, 사소한 일로 파괴될 수 있는 자를. 그는 기꺼이 다리를 건너간다.

  나는 사랑한다. 자기 자신을 잊고, 모든 사물을 내면에 간직할 수 있을 정도로 영혼이 충만한 자를. 모든 사물은 그를 내려가게 만든다.

  나는 사랑한다. 자유로운 정신과 자유로운 마음을 지닌 자를. 그의 머리는 그의 마음의 일부일 뿐이지만 그의 마음은 그를 내려가게 만든다.

  나는 사랑한다. 인간들 위에 걸린 먹구름에서 방울져 떨어지는 묵직한 물방울 같은 자를. 그는 번개가 올 것을 예고하고, 예고하는 자로서 파멸한다.

  보라, 나는 번개를 예고하는 자며, 구름에서 떨어지는 묵직한 물방울이다. 우리는 이 번개를 초인이라 부른다.

 

 
6) 초인 (위버멘쉬,독일어: Übermensch / 영어: Overman)은 '건너가는 자, 넘어가는 자' 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니체의 핵심 사상인 자기 극복, 영원회귀, 힘에의 의지, 초인은 서로 긴밀히 얽혀 있다. 스스로 주체적인 입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나갔지만 조금씩 바뀐 모습으로 힘차게 자꾸 되돌아오는, 자유정신을 가진 인간이 바로 초인이다. 니체는 괴테에게서 그런 인물 유형을 보았다. 니체의 저서에 모순되는 말이 많은 것은 이처럼 이전의 자신을 부정하여 자꾸 자기 극복을 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계속 다른 사람이 되어갔지만, 결국 조금씩 변한 같은 사람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인종 차별주의자였던 그의 여동생 엘리자베스가 다르게 해석하여, 히틀러에 의해 왜곡됨으로써 불행의 씨앗이 되었다. 니체는 결코 인종주의자, 반유태주의자, 국가주의자가 아니다.
7) 'Erde' 라는 독일어에는 '땅, 대지, 지상, 지구' 라는 여러 가지 뜻이 있음.​






5


 차라투스트라는 말을 마치고 나서 다시 군중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입을 다물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이들은 우두커니 서서 웃고 있을 뿐이다.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게 틀림없다. 내 입은 이들의 귀에 맞지 않는 것이다.

  눈으로 듣는 법을 배우도록 먼저 이들의 귀를 산산이 부숴야 하는 걸까? 큰북이나 참회를 권하는 설교자처럼 떠들썩한 소리를 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이들은 말더듬이의 말에만 귀 기울이는 걸까?

  이들에게는 뭔가 자부심을 갖게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을 뭐라고 부르는가? 이들은 교양이라고 부른다. 그것이 이들을 목자보다 돋보이게 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이들은 ‘경멸’이라는 말을 듣기 싫어한다. 그래서 나는 이들의 자부심을 향해 호소하려고 한다.

  나는 이들에게 가장 경멸스러운 자를 말하고자 한다. 그것은 최후의 인간8)이다.”


 그리하여 차라투스트라는 군중에게 말했다.

  지금은 인간이 자신의 목표를 세워야 할 때다. 지금은 인간이 자신의 가장 높은 희망의 씨앗을 심어야 할 때다.

  아직은 인간의 토양이 그럴 만큼 충분히 비옥하다. 그런데 언젠가 이 토양은 메마르고 황폐해져, 거기서 큰 나무가 더 이상 자랄 수 없게 될 것이다.

  슬프구나! 인간이 더 이상 자신의 너머로 동경의 화살을 쏘지 못하고, 그의 활시위가 윙윙거리며 날아가게 하는 법을 잊어버리는 때가 오다니!

  그대들에게 말하노니, 춤추는 별을 낳으려면 자신의 내면에 아직 혼돈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대들에게 말하노니, 그대들 내면에는 아직 혼돈이 있다.

  슬프구나! 인간이 더 이상 별을 낳지 못하는 때가 오다니. 슬프구나! 더 이상 자기 자신을 경멸할 수 없는 더없이 경멸스러운 인간의 시대가 오다니.

  보라! 그대들에게 최후의 인간을 보여 주겠다.

  “사랑이 무엇인가? 창조가 무엇인가? 동경이 무엇인가? 별이 무엇인가?”―――최후의 인간은 이렇게 묻고서 눈을 껌벅인다.

  그 순간 대지는 작아지고, 대지 위에는 모든 것을 작아지게 만드는 최후의 인간이 뛰어다닐 것이다. 그 종족은 벼룩처럼 뿌리 뽑기 어려워서, 최후의 인간은 가장 오랫동안 살아남을 것이다.

  “우리는 행복을 고안해 냈다.”―――최후의 인간은 이렇게 말하고 눈을 껌벅인다.

  그들은 살기 힘든 지역을 떠났다. 따뜻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직 이웃을 사랑하고, 이웃과 서로 몸을 비비고 있다. 온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질병과 불신을 죄악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그들은 조심스럽게 걷는다. 돌부리나 사람에 걸려 비트적거리는 자는 바보다!

  때로 미량의 독은 안락한 꿈을 꾸게 한다. 하지만 다량의 독은 안락한 죽음으로 이끌 것이다.

  그들은 아직 일을 한다. 그들에게 일은 놀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이로 인해 몸이 축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들은 더 이상 가난해지거나 부유해지지 않는다. 두 가지 다 너무 성가신 일이다. 누가 아직 지배하는가? 누가 아직 복종하는가? 두 가지 다 너무 성가신 일이다.

  목자가 없는 가축의 무리와 같다! 다들 같은 것을 바라고, 다들 같다. 다르다고 느끼는 자는 제 발로 정신병원으로 간다.

  “전에는 온 세상이 미쳤었지.”―――가장 총명한 자들은 이렇게 말하고 눈을 껌벅인다.

  그들은 현명하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다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조롱은 끝없이 계속된다. 그들은 아직도 서로 다투지만 이내 화해한다.―――그러지 않으면 위가 망가지기 때문이다.

  그들은 낮에는 낮대로, 밤에는 밤대로 소소한 즐거움을 만끽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건강을 소중히 여긴다.

  “우린 행복을 고안해 냈다.”―――최후의 인간들은 이렇게 말하고 눈을 껌벅인다.

   

  여기서 ‘머리말’이라고 불리는 차라투스트라 최초의 연설이 끝났다. 이 대목에서 군중의 고함과 환호가 연설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소리쳤다. “오, 차라투스트라, 우리에게 그 최후의 인간을 보여 다오! 우리를 이 최후의 인간으로 만들어다오! 그러면 그대에게 초인을 선사하겠소!” 그러면서 모든 군중은 환호하며, 혀를 찼다. 차라투스트라는 슬퍼져서, 마음속으로 말했다.

  이들은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게 분명해. 내 입은 이들의 귀에 맞지 않아.

  내가 산속에 너무 오래 살았나 보다. 시냇물과 나무 소리에 너무 많이 귀 기울였나 보다. 나는 목자에게 말하듯 말하고 말았구나.

 
 내 영혼은 흔들림이 없고, 오전의 산처럼 밝다. 그러나 이들은 나를 냉혹하고, 끔찍한 농담이나 즐기는 조롱꾼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이들은 나를 바라보고 웃고 있다. 웃으면서 나를 미워하고 있어. 이들의 웃음은 얼음장처럼 차갑구나.

   

  6

   

  그런데 그때 모든 사람의 입을 다물게 하고, 모든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 일이 일어났다. 그 사이에 줄 타는 광대가 묘기를 선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줄 타는 광대는 작은 문에서 걸어 나와 두 개의 탑 사이에 묶여 있는, 그러니까 장터와 군중 위에 걸려 있는 밧줄 위를 걸어갔다. 그가 바로 밧줄의 중간에 이르렀을 때, 또다시 그 작은 문이 열리면서, 어릿광대처럼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사내가 뛰어나와 빠른 걸음으로 앞서 가는 사내를 뒤따랐다. 그는 끔찍한 목소리로 외쳤다.

 
 “어서 가, 이 절름발이야! 어서 가, 이 게으름뱅이, 밀매업자, 창백한 녀석아! 내 발꿈치로 너를 간질이지 못하게 말이야! 여기 탑 사이에서 뭐 하는 거야? 너는 탑에 갇혀 있는 게 제격이야. 널 탑에 가둬야 하는 건데. 너보다 뛰어난 사람의 자유로운 진로를 가로막다니!”―――이렇게 소리를 지르면서 사내는 줄 타는 광대에게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런데 사내가 그의 한 발짝 뒤에 다가갔을 때, 모든 사람의 입을 다물게 하고, 모든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 무서운 일이 일어났다.

  사내는 악마처럼 고함을 지르면서 자기 앞길을 막고 있던 광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광대는 자신의 경쟁자가 승리하는 것을 보고 그만 제정신을 잃고 밧줄을 헛디뎠다. 광대는 자신의 장대를 내던지고, 팔과 다리로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듯 장대보다 더 빠른 속도로 곤두박질쳤다. 장터와 군중은 폭풍이 휘몰아치는 바다와도 같았다. 모두들 뿔뿔이 흩어지며 뒤섞였다. 특히 광대의 몸이 떨어진 자리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하지만 차라투스트라는 제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그의 바로 옆에 줄 타는 광대가 떨어졌는데, 뼈가 부러지고 으스러졌지만, 아직 목숨은 붙어 있었다. 잠시 후 온몸이 부서진 광대가 의식을 되찾았다. 그는 차라투스트라가 자기 옆에서 무릎을 꿇는 것을 보았다. 이윽고 그가 말했다. “거기서 뭐 하고 있는 거요? 나는 오래전부터 악마가 내 발을 걸어 넘어뜨리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소. 이제 악마가 나를 지옥으로 끌고 갈 모양인데, 그를 좀 막아주겠소?”

  차라투스트라는 대답했다. “친구여, 맹세코 말하건대, 그대가 말하는 것 따위는 존재하지 않네. 악마도 지옥도 없어. 그대의 육체보다 그대의 영혼이 더 빨리 죽을 거야. 그러니 이제 더 이상 두려워하지 말게!”

  그 남자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쳐다봤다. 이윽고 그는 말했다. “그대가 진리를 말한다면 나는 죽더라도 아무것도 잃지 않을 거요. 나는 매질과 보잘것없는 음식으로 춤추는 법을 배운 한 마리 짐승보다 나을 게 없소.”

 
 차라투스트라는 말했다. “그렇지 않네. 그대는 위험한 일을 그대의 직업으로 삼았을 뿐, 그건 경멸할 일이 아니야. 그대는 그대의 직업 때문에 파멸하는 것뿐이라네. 그러니 내 손으로 그대를 묻어주겠네.”

  차라투스트라가 이 말을 하자 죽어 가는 자는 더 이상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고마움을 표시하려고 차라투스트라의 손을 찾으려는 듯 손을 움직였다.―――

   

 

 8) 이들은 모든 것을 다 귀찮아하고, 모든 것은 쓸데없으며 부질없다고 말하는 허무주의자들이다. 최후의 인간은 모든 진리와 도덕의 기준을 저 세계에 두고, 저 세계의 시각에서 이 세계를 비난하고, 그러다가 저 세계 자체를 의심하기 시작하며, 마지막으로 가치 평가 자체를 무의미하게 보고 포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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