查拉图斯特拉如是说 7~9

단차 | 2023.11.28 14:06:44 댓글: 0 조회: 225 추천: 0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22422
 7

   

  어느새 저녁이 되었고, 장터는 어둠에 싸였다. 군중은 모두 흩어졌다. 호기심과 놀라움마저도 싫증이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라투스트라는 죽은 광대 옆에 앉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윽고 밤이 되었고, 차가운 바람이 고독한 자의 머리 위로 스쳐갔다. 그때 차라투스트라는 몸을 일으키며 마음속으로 말했다.

  “실로 차라투스트라는 오늘 멋진 고기잡이를 했구나! 사람은 하나도 낚지 못했지만, 그래도 시체 하나는 낚았으니.9)

  인간의 생존은 으스스하고, 여전히 의미가 없구나. 어릿광대 한 명이 인간에게 재앙이 될 수 있으니.

  나는 인간들에게 그들의 존재 의미를 가르쳐주고 싶다. 그것은 초인이요, 인간이라는 먹구름에서 번쩍이는 번갯불이다.

  하지만 아직 나는 그들과 멀리 떨어져 있고, 내 말은 그들에게 통하지 않는구나. 인간들에게 나는 아직 광대와 시체 중간에 있는 자다.

  밤은 어둡고, 차라투스트라가 갈 길도 어둡구나. 가자, 그대 차갑고 뻣뻣한 길벗이여! 내 손으로 그대를 묻어줄 곳까지 메고 가리라.”

   

  8

 
 차라투스트라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하고, 시체를 등에 메고 길을 떠났다. 그런데 채 백 걸음도 가지 않았는데, 한 사람이 그에게 슬그머니 다가와서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런데 보라! 그에게 속삭인 자는 탑의 어릿광대였다. 그가 말했다.

  “오, 차라투스트라여, 이 도시를 떠나시오. 여기서는 너무 많은 인간들이 그대를 미워하오. 선하고 의로운 자들도 그대를 미워하며, 그대를 자신들의 적이자 자신들을 경멸하는 자라고 부르고 있소. 올바른 신앙을 가진 신자들도 그대를 미워하며, 그대를 대중의 위험 인물이라고 부르고 있소. 사람들이 그대를 비웃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오. 정말이지 그대는 어릿광대처럼 이야기했소. 그대가 저 죽은 개10)와 한패가 된 것이 그대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소. 그대가 자신을 그처럼 낮추었기 때문에 오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소. 그러나 곧 이 도시를 빠져나가시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내일 그대를, 곧 살아 있는 자가 죽은 자를 뛰어넘을 거요.” 그는 이 말을 남기고 떠났다. 그러나 차라투스트라는 어두운 골목을 계속해서 나아갔다.

  도시의 성문에서 그는 무덤 파는 자들과 마주쳤다. 그들은 횃불로 그의 얼굴을 비춰 보고 차라투스트라임을 알고는 그를 심하게 조롱했다. “차라투스트라가 죽은 개를 메고 가는구나. 차라투스트라가 무덤 파는 자가 되었다니 멋진 일이군! 이런 구운 고기를 만지기에는 우리 손이 너무 깨끗하니까. 차라투스트라가 악마에게서 고기 한 조각을 훔치려는 걸까? 자, 그럼! 맛있게 먹게! 악마가 차라투스트라보다 더 솜씨 좋은 도둑이 아니라면 말이야!―――악마는 이들을 훔쳐서 먹어치울 거야!” 그리고 그들은 서로 웃어대며 머리를 맞댄 채 은밀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차라투스트라는 아무 대꾸도 없이 자신의 길을 갔다. 숲과 늪을 지나 두 시간쯤 걷는 동안, 굶주린 늑대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왔고, 그 자신도 배가 고팠다. 그래서 그는 불빛이 새어 나오는 어느 외딴 집 앞에 발길을 멈추었다.

 
 “배고픔이 강도처럼 엄습하는구나.” 차라투스트라가 말했다. “숲과 늪에서 배고픔이 나를 엄습하는구나. 그것도 한밤중에.

  나의 배고픔은 이상하게 변덕스럽다. 식사를 마친 후면 배가 고픈 게 보통인데, 오늘은 온종일 배가 고프지 않았어. 배고픔이 어디에 있었던 걸까?”

  이렇게 중얼거리며 차라투스트라는 대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한 노인이 나타났다. 등불을 든 노인이 물었다. “누가 찾아와 겨우 잠든 나를 깨우는 거요?”

  “한 명의 산 자와 한 명의 죽은 자입니다.” 차라투스트라가 말했다. “먹고 마실 것을 주시오. 온종일 먹는 것을 잊어버렸답니다. 현자가 말하기를 굶주린 자를 먹이는 자는 자신의 영혼에 생기를 불어넣는 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노인은 안으로 들어가더니 이내 돌아와서 차라투스트라에게 빵과 포도주를 주었다. “이곳은 굶주린 자에겐 좋은 곳이 아니라네.” 노인이 말했다. “그래서 내가 여기에 살고 있지 않나. 동물과 인간이 나에게, 이 은둔자에게 찾아온다네. 자네의 길벗에게도 먹고 마실 것을 주게나. 자네보다 더 지쳐 보이네.” 차라투스트라가 대답했다. “나의 길벗은 죽었습니다. 그러니 먹으라고 설득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건 나와 상관없네.” 노인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우리 집 대문을 두드린 사람은 내가 주는 것을 받아야 해. 그럼 먹고 잘 가게!”

  그 후 차라투스트라는 길과 별빛을 따라 다시 두 시간을 걸었다. 그는 밤길을 걷는 데 익숙했고, 잠든 만물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먼동이 틀 무렵 차라투스트라는 깊은 숲 속에 있었고, 더는 아무 길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자기 머리맡에 있는 텅 빈 나무 안에 죽은 자를 눕히고서―――차라투스트라는 늑대들로부터 그를 보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자신도 이끼 낀 땅에 드러누웠다. 그러자 비록 몸은 지쳤지만 평온한 마음으로 곧 잠이 들었다.

 

 
9) [마태복음] 4장 19절,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로 하여금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 는 구절에서.​

10) 줄 타는 죽은 광대를 말함.





9

 차라투스트라는 오랫동안 잠을 잤다. 아침놀뿐만 아니라 오전의 햇살도 그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마침내 그는 눈을 떴다. 차라투스트라는 놀라서 숲과 고요를 들여다보았고, 놀라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았다. 그러고 나서 그는 갑자기 육지를 발견한 뱃사람처럼 재빨리 일어나 환성을 질렀다. 하나의 새로운 진리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다음 그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한 줄기 빛이 밝았다. 나에겐 내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 함께 갈 살아 있는 길벗이 필요하다. 어깨에 메고 다녀야 하는 죽은 길벗, 시체가 아니라.

  스스로 방향을 틀어, 내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 따라오는 살아 있는 길벗이 필요해.

  한 줄기 빛을 보았다. 차라투스트라는 군중이 아니라 길벗에게 말하노라! 차라투스트라는 가축의 무리를 돌보는 목자나 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내가 온 것은 무리에서 많은 이들을 끌어내기 위해서가 아니던가. 군중과 무리는 나에게 화를 내겠지. 목자들은 차라투스트라를 약탈자라고 부르겠지.

  나는 목자라고 말하지만, 그들은 스스로를 선하고 의로운 자라고 부른다. 나는 목자라고 말하지만, 그들은 스스로를 올바른 신앙을 가진 신자라고 부른다.

  선하고 의로운 자들을 보라! 그들은 누구를 가장 미워하는가? 그들이 존중하는 가치를 기록한 석판을 부수는 자, 파괴하는 자, 죄를 범하는 자를 가장 미워한다.―――하지만 그는 창조하는 자다.

  온갖 신앙의 신자들을 보라! 그들은 누구를 가장 미워하는가? 그들의 석판11)을 부수는 자, 파괴하는 자, 죄를 범하는 자를 가장 미워한다.―――하지만 그는 창조하는 자다.

  창조하는 자가 찾는 것은 길벗이지, 시체나 가축 무리, 신자들이 아니다. 창조하는 자는 함께 창조하는 자들을, 새로운 석판에 새로운 가치를 적을 자12)들을 찾는다.

 
 창조하는 자는 길벗을, 함께 수확할 자를 찾는다. 그에게는 모든 것이 수확을 기다리며 익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백 개의 낫이 없으므로, 이삭을 훑으며 화를 낸다.

  창조하는 자는 자신의 낫을 갈 줄 아는 길벗을 찾는다. 이들은 선과 악을 파괴하는 자이자, 경멸하는 자라고 불릴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수확하고, 축제를 벌이는 자들이다.

  차라투스트라는 함께 창조하고, 수확하며, 축제를 벌이는 자들을 찾는다. 차라투스트라가 가축 무리나 목자들, 시체들과 무엇을 창조하겠는가!

  그리고 그대, 나의 최초의 길벗이여, 잘 있게나! 난 속이 빈 나무에 그대를 잘 묻어두었고, 늑대들로부터 잘 숨겨 놓았네.

  하지만 그대와 헤어질 때가 되었어. 나는 아침놀과 아침놀 사이에 새로운 진리를 얻었네.

  나는 목자나 무덤 파는 자가 되지는 않을 거야. 다시는 군중과 이야기하지 않을 거야. 죽은 자에게 말하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야.

 
 나는 창조하는 자, 수확하는 자, 축제를 벌이는 자와 한패가 될 거야. 나는 이들에게 무지개를 보여 주고, 초인이 딛는 모든 계단을 보여 줄 거야.

  나는 혼자 있는 은둔자와 둘이 있는 은둔자에게 나의 노래를 불러줄 것이다. 그리고 일찍이 들어보지 못한 것에 귀 기울이는 자에게, 나의 행복으로 그의 가슴을 무겁게 만들어줄 것이다.

  나의 길을 가고, 나의 목표를 향해 가련다. 나는 머뭇거리고 게으른 자들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가는 길이 그들에게는 내려가는 길이 되리라!





11)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십계명을 기록하여 준 석판을 말함.
12) 니체에게 이러한 친구이자 진정한 선구자는 스피노자였다. 그는 "에티카" 에서 세계에 대한 목적론적 해석이 세계의 도덕화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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