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球上唯一的韓亞 40~42

단차 | 2023.11.16 07:40:29 댓글: 0 조회: 171 추천: 1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17910

40


 비가 올 확률이 6, 70퍼센트나 된다고 했는데, 비는 오지 않았다. 비가 오지 않은 데 경민이 관여했는지 어쨌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한아는 천막 없이 하늘에 맞닿아 결혼할 수 있는 게 기뻤다.

  유리의 예정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 혹시 못 오게 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미래의 조카도 꾹 참고 뱃속에서 참석해주었다. 경민의 아버지 부부와 간만에 귀국한 형은 어색한 표정으로 옥상에서의 작은 예식에 참석했다.

  친척들은 많지 않았고, 친구들이 많았다. 한아의 부모님은 한아가 만들어준 옷을 입었다. 부드러운 감색과 갈색의 정장이었다. 유리보다는 조금 덜 친하지만 아직 결혼하지 않은 친구가 기쁘게 부케를 받았다. 

  한아는 부케도 직접 디자인했는데, 칼라 꽃의 긴 꽃대를 그대로 활용하여 하늘색 리넨 리본으로 묶은 것이 전부였다. 비닐이나 플라스틱은 들어가지 않았다. 음식은 호평이었다. 심지어 외계인 주례조차 해초국수를 좋아했다. 아주 개운한 맛이 났다. 그것은 언제나 한아가 바랐던 결혼이었다.

  웨딩홀에서의 결혼보다 훨씬 신경쓸 게 많고 손도 많이 갔기 때문에 두 사람은 이틀을 쉬었다. 일단은 옥상을 정리하고 빌린 의자와 악기, 음향기기 등을 반납해야 했다. 

  하루 푹 자고 나서 쌀뜨물에 담가두었던 식기들을 친환경 세제로 설거지했다. 두 사람은 설거지를 하느라 차가워진 서로의 손을 잡고 차를 마셨다.

   

  둘은 신혼여행지를 두고 몰디브와 베네치아 중에 고민을 한참 했다. 두 곳 다 몇십 년 후면 물에 잠겨 못 보게 될지도 모를 곳이었기 때문이다.

  “두 군데 다 가면 되잖아?”

  “비행기를 너무 많이 타고 싶지 않아.”

  “왜?”

  “항공 연료 소비 증가도 지구온난화의 큰 요인이니까.”

  “그럼 두 군데 중 어디를 더 가고 싶어?”

  결국 몰디브를 골랐다. 한아는 바다를 좋아했다.

  몰디브의 해변에서 한아는 경민의 팔을 베고 누웠다. 사랑스러운 배우자의 얼굴을 보며 원래 그 얼굴의 주인과는 전혀 다른 사람을 보았다. 한아는 그 얼굴이 아니라 얼굴 너머에 있는 존재를 사랑한다고 느꼈다. 이 사랑은 혼란스럽지 않아, 입안으로 말했고 확신했다. 외부 슈트 없이 본연 그대로의 돌덩어리라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경민아.”

 

  한아는 익숙한 이름을 불렀지만 부를 때 이름의 주인을 생각하지는 않았다. 한아에게 경민이란 이름은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처럼 여겨졌다. 아주 특별한 사랑을 이르는 말. 이제 그 사랑의 온전한 소유권은 이 눈앞의 존재에게 있었다. 

  언젠가 사라질 섬에서, 사라지지 않을 감정을 가지고 두 사람은 잠이 들었다. 경민은 인간처럼 잠이 드는 게 좋았다. 단순히 무의식에 접속하는 게 아니라, 정말 눈꺼풀을 감고 몸을 늘어뜨리는 행위를 모사하는 게 좋았다. 

  한아가 세상을 슬퍼하거나 아프게 생각하지 않고 편안히 잠들면 그 풀어진 표정을 보는 것도 좋았고, 그럴 때마다 지구에 날아온 것이 정말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안도감 속에서 경민 역시 꿈결에 들어가면, 무의식으로 연결된 먼 곳의 속삭임이 경민의 행운을 축하해주었다. 

  경민은 오만해질 정도로 행복했다. 부럽지? 그러니까 너희들도 얼른 달려가. 하얗게 타는 발자국을 남기면서 열심히 달려가란 말이다.

  그렇게 푹 자고 깨어나면, 따뜻한 바다가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산호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선크림을 바르지 않고 수영을 하고, 그늘에서 몸을 말렸다. 

  어깨에 입맞출 때 짭짤한 소금기가 느껴졌다. 커다란 오렌지 사탕 같은 태양이 지는 시간에 입안에 남은 소금기에 끌려 데킬라를 희석시킨 칵테일을 마시러 갔다. 밤늦게 돌아가며 키스하면, 연인의 입술 사이에 우주가 있었다.

  돌아오고도 한참 동안, 매일매일의 일상 속에서 꺼내볼 수 있는 풍경이 있다는 건 좋았다.

   


 

 
41


 정규가 간만에 전화를 해 청첩장을 잘 받았는데 가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건 인사치레일 뿐, 정규가 둘의 결혼이 강압적인 과정이 아니었는지 그리고 지구 침략의 일환이 아닌지 재차 확인하려 연락한 것임을 부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런 확인조차도 고마웠기 때문에 언제 식사라도 하자고 이쪽도 인사치레로 답했다.

  “팬클럽 회장은 잘 지낸대요?”

  “요즘은 연락이 좀 뜸하지만, 마지막 연락 왔을 때는 신나 보였어요. 요새는 매니저래요.”

 
 “흠, 저도 이직해야 할까봐요. 역시 잘 안 맞아서……”

  정규가 태연하게 말했지만, 스트레스와 고민의 기운을 읽어낸 경민은 좋은 일자리를 소개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한아의 평일은 여전했다. 그저 일에 집중했다. 일은 한아에게 언제나 우선순위가 가장 높았고, 그 점은 외계인과 결혼했다고 해서 바뀌지 않았다. 

  주위의 다른 가게들이 다 바뀌어갈 때 한아의 가게는 살아남았다. 그 부근을 설명하는 약도에 항상 포함되었다. 의뢰는 꾸준했고, 매번 의미 있었다. 수입은 크지 않았지만, 국내외 환경 단체에 꾸준한 기부를 할 만큼은 되었다. 평소보다 많이 벌었을 때는 난민들을 돕는 단체에도 기부했다.

  “가끔 지구인이라는 게 쪽팔려. 아직도 이렇게나 서로 죽이고 망치고 있다는 게.”

  “너무 쪽팔려하지 마. 지구는 아직 평화롭지 않지만, 그래도 위대한 정신들이 자주 태어나는 멋진 별이야. 넌 어슐러 르 귄이랑 몇 년이나 같은 별에 살았잖아. 그건 자랑스러워해도 되는 일이야. 끝까지 노벨문학상을 안 주다니, 멍청이들.”

  나날이 지구의 문화에 눈떠가는 경민이 한아를 미묘한 방식으로 위로했다.

  주말에 한아가 자신의 부모님을 만나러 갈 때, 경민도 원래 경민의 부모님을 만나러 가곤 했다.

  “넌 왜 자주 가는 거야? 그러다가 들키지 않을까? 원래 서먹한 사이인데 네가 너무 노력하면 이상하잖아.”

  한아는 걱정이 되었다.

  “그게 말야, 경민씨의 새어머니, 굉장히 멋진 찻잔 콜렉션이 있어……”

  “뭐?”

  의외로 새어머니와 통하는 면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경민이 언제 지구의 도자기 문화에 눈떴는지 몰라도, 새어머니와 빈티지 찻잔 시장을 누비며 귀한 세트를 획득하고 긴 티타임을 가지는 게 큰 즐거움이 되었다고 했을 때 한아는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를 기분이 되었다. 

  한아도 한두 번쯤은 따라갔는데, 의붓아들이 아닌 외계인과 세계의 아름다운 도자기들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걸 모르는 시어머니를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아니에요, 경민이가…… 관계가 개선된 게 아니야…… 뭔가 알 수 없는 게 된 거야…… 말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다가 집에 김치가 오기 시작했다.

  “얘, 김치소가 너무 많이 남아버려서 말이다.”

  한아는 ‘얘’라고 불린 것에 놀랐고, 싫지 않았다. 명절을 같이 보낸다거나 제사를 지낸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그저 가끔 도자기를 구경하고 종류가 다른 김치를 얻어먹었을 뿐. 한아가 예상치 못한 관계가 시작되었지만 관계가 넓어지는 것에 마음이 열려 있었다.

  “요즘 네 새엄마한테 잘하니 보기 좋구나. 그 사람 정말 외로워했었어.”

  경민의 아버지가 눈시울을 붉히고 말해왔을 때는 아무래도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원래의 경민이 버리고 간 것을 지금의 경민이 살짝 고치는 것은 그렇게 나쁜 거짓말은 아닐 것이었다.

  “좋은 두부 요릿집을 알게 되었는데 같이 가실래요?”

 
 경민은 도자기와 콩으로 된 식품을 특별히 좋아하게 된 듯했다. 한아는 외계인 배우자가 마치 신라 시대 사람들이 아라비아에서 온 유리그릇을 소중히 여겼던 것처럼 조심조심 섬세한 도자기를 다룰 때, 또 콩비지를 마법 수프 끓이듯 저을 때 어이없음과 사랑을 동시에 느꼈다.

 

 
 
 
 
 42


 유리네 딸은 건강하게 자랐다. 엄마를 닮아 직선적이고 담대한 성격에, 아빠를 닮아 에너지가 넘치고 건강한 그 아이와 놀아주는 것은 한아네 부부에게는 큰 즐거움이었다. 유리네에게는 겨우 한숨 돌릴 수 있는 휴식이 되었고 말이다.

  “유리네 딸이랑 놀다보니까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한아가 말을 꺼내자 경민이 스프링처럼 반응했다.

  “아이를 가지고 싶으면 만들 수 있지만 직접 임신은 안 돼. 그거 너무 위험하고 인류가 왜 아직 그러고 있는지 모르겠어. 외부 배양기를 쓴다면 찬성이야.”

  “아니, 앞서나가지 마. 나는 그렇게 누구나 같은 형태의 가족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한아는 경민의 넘겨짚음에 약간 짜증이 났다.

  “아이를 직접 가지고 싶다는 게 아니야. 그게 아니라 우리가 가진 자원들을 다음 세대와 나누는 건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건데, 우리 빌라 텅텅 비어 있잖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지하실에 잠수함 겸 우주선이 있고 다른 특이한 물건들도 많다보니, 원래 살던 임차인이 나가고 나면 새로 받지 않았었다.

  “아아, 뭐가 하고 싶은 건데?”

  “청소년 쉼터 겸, 막 성년이 되어 쉼터에서 나가야 하는 사람들이 처음 살 수 있는 공간.”

  두 사람은 여전히 우주적 기준에서는 빚이 쌓여 있고, 지구적 기준에서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복합적인 상태에 놓여 있었는데 그래도 건물을 쉼터로 전환하는 건 가능했다.

  “나는 수명이 긴 돌이랑 결혼해서 노후 준비 같은 건 안 해도 될 것 같으니까.”

  “돌이라 부르지 말아줘. 어쩐지 멸칭 같다고.”

  “그럼 뭐라고 해?”

  “광물, 암석 등등 많잖아. 돌은 어쩐지 싫어.”

  “알았어.”

  두 사람은 시답잖은 소리를 하며 공간을 잘 분리했다. 한아는 사업체를 확장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청소년 쉼터, 장학 사업 운영과 더불어 페트병에서 섬유를 추출하는 회사를 차려 일자리도 마련하기 시작했다. 

  회사는 점점 리사이클링과 업사이클링의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했다. 자본이 부족해서 위기의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한아와 경민이 하는 일에 대해 꼼꼼한 감사를 받은 후 우주 특허가 풀린 기술 몇 개의 사용을 허락받아 메꾸었다.

  쉼터 이용자들은 한아와 경민, 그리고 두 사람을 돕는 지구인과 외계인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건강한 청소년기를 보냈다. 곧바로 떠나기도 하고, 남아서 대학을 다니기도 하고, 졸업하고 한아의 회사에서 일하기도 했다.

  “이모, 나도 커서 이모 회사에서 일해도 돼?”

  유리의 딸이 물었을 때 한아는 웃어버렸다.

  “네가 원하면.”

  웃고 나서 잊었는데 정말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지만, 그것은 어쨌든 나중의 일. 한아는 우수 사회적 기업가 표창을 받았던 날 아득하게 생각했다. 이렇게까지 열심히 할 생각은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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