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3

단차 | 2023.11.18 10:56:47 댓글: 0 조회: 206 추천: 1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18620
03
  그가 어디서 왔는지 알게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게는 질문을 퍼붓던 그였지만 내 질문은 아예 듣는 것 같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가 무심코 뱉은 말들을 통해 모든 게 차츰차츰 드러났다. 가령 내 비행기를 처음 봤을 때 그는 일허게 물었다(여기에 비행기를 그리지 않겠다. 그것은 내게 너무도 복잡한 그림이니까).
  "이 물건은 뭐야?"
  "이건 그냥 물건이 아니야. 하늘을 날지. 비행기란 거야. 내 비행기."
  내가 하늘을 난다는 사실을 그에게 알리는 게 뿌듯했다. 그러자 그가 소리쳤다.
  "앗? 그럼 하늘에서 떨어진 거야?"
  
 "응."
  겸손하게 나는 대답했다.
  "와 재미난데..."
  하며 어린 왕자는 아주 어여쁜 웃음을 터뜨렸고 그게 내 기분을 상하게 했다. 내 불행을 진지하게 받아달란 말이다,
  그러더니 그가 덧붙였다.
  "그럼 아저씨도 하늘에서 온 거네! 어느 별에서 온 거야?"
  언뜻, 수수께끼 같던 그의 존재에 대해 어렴풋한 빛을 감지한 나는 부리나케 물었다.
  "그렇다면 넌 다른 별에서 왔다는 거니?"
  그러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내 비행기를 바라보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네. 저걸 타고 그리 멀리서 올 수는 없었겠네..."
  그 말과 함께 어린 왕자는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주머니에서 내가 그려준 양 그림을 꺼내 들더니 자신의 그 보물을 한참이고 들여다보았다.
  슬쩍 내비친 '다른 별'이라는 말이 얼마나 내 호기심을 자극했던지. 난 좀 더 자세히 알아보려 애를 썼다.
  "꼬마 친구. 그래서 어디서 왔다고? '네가 사는 곳'이란 데가 어디야? 이 양을 어디로 데려가고 싶은 거니?"
  말없이 곰곰이 생각에 잠겼던 그가 대답했다.
  "다행인 건, 아저씨가 준 상자가 밤에 양에게 집이 되어줄 거란 거야."
  "물론이야. 네가 친절히 대해준다면 낮에 양을 묶어 둘 끈도 줄게. 말뚝도 함께."
  그 제안이 어린 왕자를 놀라게 한 것 같았다.
  "묶어둔다고? 왜 그런 희한한 생각을 하는 거지?"
  "묶어두지 않으면 아무 데나 가버려 길을 잃을 거 아냐."
  그 말에 내 어린 친구는 다시 한번 웃음을 터뜨렸다.
  "가봐야 어디를 가겠어!"
  "어디든. 앞으로 곧장 가겠지."
  그러자 어린 왕자가 숙연해져 말했다.
  "그건 상관없어. 내가 사는 곳은 정말 작으니까."
  그러고는 조금 울적해진 듯 덧붙였다.
  "앞으로 간다고 해도 그리 멀리 갈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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