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4

단차 | 2023.11.19 10:12:01 댓글: 2 조회: 204 추천: 2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18903
04

  그렇게 하여 나는 아주 중요한 두 번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가 떠나온 별의 크기가 집 한 채보다 조금 클까 말까 하다는 것! 내겐 그다지 놀라운 사실은 아니었다. 지구를 포함해 목성, 화성, 금성처럼 우리가 이름을 붙여 부르는 거대한 별들을 제외하고 나면 망원경으로도 잘 보이지 않는 작디작은 별들이 수없이 많다는 걸 난 잘 알고 있었다. 그런 별들 중 하나를 천문학자가 발견하면, 천문학자는 그 별에 이름 대신 번호를 부여한다. 이를테면 '소행성 325'이런 식으로 말이다.
  나는 어린 왕자가 온 별이 소행성 B612일 거라고 나름 상당한 근거를 들어 믿고 있다. 그 소행성은 이제껏 단 한 번, 1909년 터키의 어느 천문학자에 의해 망원경으로 관측된 것이 전부다.
  그 천문학자는 국제 천문학 총회에서 자신이 발견한 별에 대해 대대적인 입증을 해 보였다. 하지만 그의 복장 때문에 그 누구도 그의 말을 믿으려 들지 않았다. 어륻들이란 그런 식이다.
  그런데 소행성 B612에게는 다행스럽게도, 터키의 한 독재자가 국민들에게 서양식으로 옷을 입지 않으면 사형에 처한다는 강제령을 내리는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1020년, 그 천문학자는 매우 우아한 양복을 갖춰 입고 자신의 발견을 다시금 입증할 기회를 얻었으며, 그러자 이번에는 모두들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내가 소행성 B612에 대해 행성 번호까지 들어가며 이리 세세하게 얘기를 풀어놓는 것은 다 어른들 떄문이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만일 여러분이 새로 사귄 친구에 관한 얘기를 들려준다면 어른들은 절대로 본질적인 것을 물어보지 않는다. 절대로 "걔 목소리는 어때? 제일 좋아하는 놀이가 뭐래? 나비를 모으지는 않니?"라고 묻지 않는다. 대신 여러분에게 "걔는 몇 살이니? 형제가 몇 명이라니? 몸무게가 몇이야? 걔 아빠는 얼마나 버나?"를 물을 거다. 그리고는 그 답을 통해 그 아이를 알게 되었다고 믿을 거다. 만약 여러분이 어른들에게 "장미색 벽돌로 지은 예쁜 집을 봤는데 창문에는 제라늄이 피어있고 지붕에는 비둘기가 앉아 있었어요."라고 들려주면 어른들은 그 집을 떠올리지 못할 거다. 대신 이렇게 얘기해줘야 한다. "수십만 프랑짜리 집을 봤어요."라고. 그러면 그저야 "오, 멋진 집이구나!"라고 소리 지르며 감탄할 거다.
  그러니 여러분이 만약 "어린 왕자가 있었다는 증거는 그가 매력적이었고 웃었으며 양을 원했다는 거예요. 누군가가 양을 원했다면 그게 바로 그 사람이 존재했다는 증거니까요."라고 말한다면 어른들은 어꺠를 으쓱하며 여러분을 어린애 취급할거다. 하지만 여러분이 "어린 왕자가 온 별은 소행성 B612예요."라고 말한다면 어른들은 대번에 설득되어 더이상 다른 질문으로 여러분을 귀찮게 하지 않을 거다. 어른들은 그런 식이다. 그러니 그들을 탓하지 말자. 어른들을 대할 때는 마음을 너그럽게 먹는 게 필요하다.
  물론, 인생을 이해하는 우리는 그런 숫자 따위 개의치 않지만 말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동화처럼 시작하고 싶었다. "옛날 옛날에 자기 몸집보다 조금 클까 말까 한 별에 한 어린 왕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린 왕자에겐 친구가 필요했지요..." 이렇게 시작했어도 좋았을 거다. 인생을 이해하는 이들에게는 이런 식이 훨씬 사실적으로 들릴 테니까.
  사실 나는 사람들이 내 책을 가볍게 읽고 넘기는 게 싫다. 지난 추억을 이리 털어놓자니 마음이 몹시 아파 온다. 내 친구가 자신의 양과 함께 떠나버린 지 벌써 6년이다. 내가 여기에 그를 묘사하려고 애쓰고 있다면 그것은 그를 잊지 않기 위함이다. 친구를 잊는다는 것은 슬픈 일이니까. 누구나 다 친구가 있던 것은 아니니까. 나 또한 숫자에만 관심이 쏠린 어른이 될 수도 있다. 물감과 색연필도 그래서 산 거다. 여섯 살 때 속이 안 보이는 보아구렁이와 속이 보이는 보아구렁이를 그린 뒤로 그 어떤 시도도 해보지 않은 내가, 이 나이에 그림을 다시 시작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른다.그래도 가능한 한 가장 닮게 그를 그려내기 위해 나는 최선을 다할 거다. 성공할는지는 모르겠다. 어떤 그림은 괜찮은데 어떤 것은 그렇지 못하다. 키도 좀 달라 보인다. 이쪽 어린 왕자는 너무 크고 저쪽은 또 너무 작다. 그의 옷 색깔도 고민이 된다. 이런저런 기억을 더듬어 그럭저럭 그려 간다. 더 중요한 세부 사항에서 실수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은 봐줘야 한다. 내 친구는 내게 그 어떤 설명도 해준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는 아마도 나를 자신과 비슷한 사람으로 여겼던 것 같다. 하지만 불행히도, 나란 사람은 상자 속 양을 볼 수 없는 사람이다. 어쩌면 어른들과 어느 정도는 비슷한 사람일지도. 나도 나이를 먹은 게 틀림없다.
추천 (2) 선물 (0명)
IP: ♡.252.♡.103
뉘썬2뉘썬2 (♡.169.♡.51) - 2023/11/23 03:11:01

어린왕자가 드뎌 친구를 찾앗는데 결국 친구보다 먼저
돌아갓군요.ㅠㅠ

단차 (♡.252.♡.103) - 2023/11/23 06:28:26

더 보고 싶은 장미를 찾아 떠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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