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5

단차 | 2023.11.19 10:32:27 댓글: 4 조회: 231 추천: 1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18914
05


하루하루 나는 그의 별과 그의 출발과 여정에 대해 조금씩 알아 나갔다.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서서히 깨달아지는 것들이었다. 그렇게 하여 셋째 날에는, 바오밥 나무의 비극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번 역시 양 덕택이었는데, 어린 왕자가 문득 뭔가 정말 의심스럽다는 듯이 내게 물어오면서였다.
"양이 떨기나무를 먹는다는거 맞지?"
"응. 맞아."
"아! 다행이다."
양이 키 작은 떨기나무를 먹는다는 게 왜 그리 중요한 것인지 난 이해가 되질 않았는데 어린 왕자가 덧붙였다.
"그렇다면 바오밥나무도 먹으려나?"
나는 바오밥나무는 키 작은 떨기나무류가 아니라 교회 건물만큼 덩치가 큰 나무라고, 한 무리의 코끼리를 데려온다 해도 바오바나무 한 그루도 먹어 치우지 못할 거라고 어린 왕자에게 알려주었다.
코끼리 무리라는 말이 그를 웃게 했다,
"한 마리 위에 한 마리, 그렇게 코끼리를 포개 놓아야겠네..."
그러더니 똑 부러진 지적을 했다.
"바오밥나무도 크게 자라기 전에는 자그마하잖아."
"그건 그렇지! 그런데 왜 너는 양이 어린 바오밥나무를 먹기 바라는 거야?"









"아이참. 왜그래!" 어린 왕자가 당연하다는 듯 답을 해버려서 나는 그 의미를 혼자 파악하느라 애를 먹었다.
사실, 어린 왕자의 별에는 다른 별들과 마찬가지로 좋은 풀과 나쁜 풀이 있었다. 좋은 씨에서는 좋은 풀이, 나쁜 씨에서는 나쁜 풀이 자랐다. 하지만 씨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저 땅의 비밀을 품고 잠들어 있다가 그중 한 씨앗에 깨어나 볼까 하는 마음이 일게 되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그 씨는 기지개를 쭉 켠뒤 태양을 행해 매혹적이고도 여린 싹을 살그머니 내민다. 그게 무나 장미의 싹이라면 마음껏 자라게 내버려 둬도 된다. 하지만 나쁜 풀의 싹이라면 무언가 뻗어 나온 것이 눈에 띄자마자 곧장 뽑아버려야 한다.
어린 왕자의 별에는 끔찍한 씨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오바나무의 씨였다. 바오바나무 씨가 그 별의 땅속에 무성히 퍼져있었다. 바오밥나무는 자칫 너무 늦어버리면 절대 제거할 도리가 없다. 온 별을 뒤덮고 뿌리로 별을 관통해 버린다. 어린 왕자의 별은 너무도 작기에, 만약 바오밥나무가 무성해진다면 별은 터져버리고 말 것이다.
한참 뒤에 어린 왕자는 내게 이런 말을 들려주었다. "그건 규칙의 문제야. 아침에 내 얼굴 세수를 마쳤다면 별도 정성 들여 세수를 시켜줘야지. 바오밥나무는 어릴 때 장미랄 엄청 비슷하거든. 그러니 구분이 가능해지면 바로바로 규칙적으로 솎아줘야 해 . 아주 귀찮은 일이지. 그렇지만 무척 쉬운 일이기도 해."



하루는 어린 왕자가 내게, 내가 사는 곳의 아이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그림을 한 장 멋지게 완성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해 왔다. "언젠가 그 아이들이 여행을 할 때 이 그림이 쓸모가 있을 거야. 할 일을 미루는 게 가끔은 별거 아닐 수 있지만, 바오바나무에 관한 한 미룬다는 건 끔찍한 비극이 되고 말거든. 게으름뱅이가 사는 별이 하나 있었는데, 키 작은 떨기나무 세그루를 그가 소홀히 넘겨 버린거야..."
나는 어린 왕자가 묘사하는 대로 그 별을 그림에 옮겼다, 도덕가인 척하는 걸 싫어하는 나였지만, 바오밥나무의 위험성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데다가 소행성에서 길을 잃은 이가 겪게 될 위험이 어마어마할 수도 있기에. 이번 한 번만은 예외로 "얘들아, 바오밥나무를 조심해!"라고 말하기로 한 것이다. 내가 이 그림에 이렇게까지 정성을 들이는 이유는, 내가 그랬던 것처럼 오랜 시간 감지하지 못한 채로 용케 비켜 온 위험, 그것을 내 친구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애써 전할 가치가 있는 교훈이다. 아마도 여러분은 물을 것이다. 어째서 이 책에는 이 바오밥나무 그림처럼 웅장한 그림이 다시는 없는 거냐고. 대답은 아주 간단히다. 노력했지만 잘 안 됐다. 바오밥나무를 그릴 때 나는 위급함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한껏 고무되어 있었던거다.





추천 (1) 선물 (0명)
IP: ♡.234.♡.144
뉘썬2뉘썬2 (♡.203.♡.82) - 2023/11/20 21:02:41

별이 너무작아서 나무세그루에 별이터질 정도네요.

단차 (♡.252.♡.103) - 2023/11/20 21:05:15

네. 너무 안타깝죠. 근데 바오밥나무가 진짜 크긴 크더라고요.

뉘썬2뉘썬2 (♡.169.♡.51) - 2023/11/23 03:20:56

소년은 양이 위험식물인 바오밥나무를 먹기를 바라지만 한편으로는
아끼는 유일한 장미꽃을 먹을까바 걱정이네요.

단차 (♡.252.♡.103) - 2023/11/23 06:29:08

그러게요. 장미를 잘 지켜줘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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