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나라의 앨리스 제7장

나단비 | 2024.02.27 13:20:42 댓글: 0 조회: 72 추천: 0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50121
제7장 사자와 유니콘


다음 순간 군인들이 숲 속에서 달려나왔다. 처음에는 두세 명씩, 그다음엔 열 명, 스무 명씩이 한꺼번에 몰려왔고, 마침내 숲 전체가 병사들로 가득 찬 것처럼 보였다. 앨리스는 병사들에게 깔릴까봐 마음을 졸이며 나무 뒤에 숨어서 그들을 지켜보았다.
앨리스는 이렇게 발밑을 확인하지 않는 병사들은 처음 본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끊임없이 무언가에 또는 다른 사람에게 걸려 넘어졌고, 한 사람이 쓰러지면 여러 사람이 그 사람 위로 다시 우르르 쓰러졌다. 그래서 땅바닥은 금세 쓰러진 병사들의 무리로 가득 덮였다.
그 뒤로는 말들이 왔다. 발이 네 개였으므로 발 두 개인 병사들보다는 훨씬 더 유리했지만, 역시 이따금 비틀거렸다. 그리고 말이 비틀거릴 때마다 즉시 말에 탄 병사가 굴러떨어지는 것이 규칙인 듯이 보였다. 혼란은 점점 심해졌고, 앨리스는 숲을 빠져나와서 넓은 공터에 이르게 되자 무척 기뻤다. 그곳에서 앨리스는 땅바닥에 주저앉은 채 수첩에 무언가를 바쁘게 기록하고 있는 하얀 말의 왕을 보았다.
 
“내가 모두 보냈도다!”
앨리스를 보자 왕은 흥겹게 외쳤다.
“얘야, 숲을 지나오다가 혹시 병사들을 보지 못했느냐?”
“보았어요.”
앨리스는 말했다.
“수천 명은 되는 것 같았어요.”

“정확히 4,207명이란다.”
왕이 수첩을 들여다보면서 말했다.
“말들은 다 보내지 못했지. 말 두 마리가 경기에 필요했거든. 그리고 심부름꾼 두 명도 보내지 않았어. 시내에 가 있거든. 길을 좀 살펴보렴. 그리고 심부름꾼들이 오는지 알려줘.”
“아무도 안 보이는걸요.”
앨리스가 말했다.
“나도 그런 눈이 있으면 좋으련만.”
​​왕이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아무도안’을 볼 수 있을 텐데 말이야! 게다가 그렇게 먼 거리에서! 글쎄, 나라면 이런 빛에서는 진짜 사람들밖에 볼 수가 없거든.”
앨리스에게는 그 말이 들리지 않았다. 앨리스는 한 손으로 눈 위에 그늘을 만들고 여전히 길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누가 와요!”
마침내 앨리스가 소리쳤다.
“그런데 아주 천천히 오고 있어요. 그리고 자세가 정말 이상해요!”
(그도 그럴 것이 심부름꾼은 커다란 두 손을 부채처럼 옆으로 뻗고 팔짝팔짝 뛰면서, 또 뱀장어처럼 꿈틀거리면서 오고 있었다.)

“천만에.”
왕이 말했다.
“그는 앵글로색슨족 심부름꾼이란다. 그건 앵글로색슨족 자세야. 기쁠 때만 그렇게 행동하지. 그의 이름은 헤이어야.”
(왕은 마치 ‘메이어’처럼 들리게 발음을 했다.)
“나는 H로 시작되는 내 연인을 사랑해요.”
앨리스는 저도 모르게 이렇게 말을 시작하고 말았다.
“왜냐하면 그는 행복happy하니까요. 나는 H로 시작되는 그를 싫어해hate요, 그는 무시무시hideous하니까요. 나는 음, 음, 햄샌드위치ham-sandwiches랑 건초hay를 그에게 먹였어요. 그의 이름은 헤이어이고, 살기는…….”
“그는 언덕hill에 살지.”
자신이 지금 게임에 참여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 채 왕이 무심코 말했다. 그동안 앨리스는 H로 시작되는 도시 이름을 열심히 생각하고 있었다.
“다른 심부름꾼 이름은 하타란다. 알겠지만, 심부름꾼은 꼭 둘이 있어야만 하지. 가고 오려면 말이야. 하나는 가고, 하나는 와야 하니까.”
“죄송하지만 뭐라고요?”
앨리스가 물었다.
“죄송할 것까지는 없어.”

왕이 말했다.
“제 말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왜 한 사람은 가고 한 사람은 오죠?”
앨리스가 말했다.
“내가 너에게 말했지 않니?”
왕은 짜증스럽게 대꾸했다.
“심부름꾼은 꼭 둘이 있어야만 한다고. 가져오고 가져가려면 말이야. 하나는 가져오고, 하나는 가져가야 하니까.”
그 순간 심부름꾼이 도착했다. 그는 너무나 숨이 가빠서 한 마디 말도 못하고 단지 두 손을 흔들어대며 가엾은 왕에게 겁먹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 아가씨가 H로 시작되는 너를 사랑한다는군.”
왕은 심부름꾼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앨리스를 소개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앵글로색슨족 자세들은 점점 더 이상하게만 변해갔고, 그사이에도 커다란 두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놀라게 하지 마라! 어지럽구나. 햄샌드위치를 다오!”
왕이 말했다.
그러자 우습게도, 심부름꾼은 자신의 목에 걸고 있던 가방을 열어서 왕에게 샌드위치 하나를 건넸고, 왕은 샌드위치를 게걸스럽게 먹었다.
“샌드위치 하나 더!”

왕이 말했다.
“이제 건초밖에 없는데요.”
가방을 들여다보며 심부름꾼이 말했다.
“그러면 건초를 다오!”
왕이 가느다랗게 속삭였다.

앨리스는 왕이 건초를 먹고 다시 기운을 차린 것을 알고 기뻐했다.
“기절할 것 같을 때에는 건초만 한 게 없지.”
우적우적 건초를 씹으며 왕이 말했다.
“찬물을 끼얹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아니면 각성제 냄새를 맡든지요.”
앨리스가 말했다.
“더 좋은 것이 없다고는 말 안 했어. 건초만 한 게 없다고 말했지.”
왕이 대꾸했다.
앨리스는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혹시 길에서 만난 사람이 있느냐?”
왕이 건초를 더 받으려고 손을 내밀며 심부름꾼에게 물었다.
“아무도 안 만났습니다.”
심부름꾼이 말했다.

“바로 그거야. 이 아가씨도 그를 봤다는군. 그렇다면 아무도안은 너보다 더 느리게 걷는 게지.”
왕이 말했다.
“저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심부름꾼이 불쾌하다는 듯이 말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아무도 저보다 더 빨리 걷지는 못할 거라고요.”
“그럴 테지. 그렇지 않다면 그가 먼저 여기 도착했을 테니까. 그건 그렇고, 이제 숨을 돌린 것 같으니, 시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할 수 있겠지?”
왕이 말했다.
“귓속말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심부름꾼은 두 손을 나팔 모양으로 입에 대더니 몸을 굽혀서 왕의 귀에 두 손을 갖다댔다. 앨리스는 자신도 역시 소식을 듣고 싶었으므로 그 모습이 서운했다. 그렇지만 속삭이는 대신, 심부름꾼은 목소리를 한껏 높여서 소리쳤다.
“그들이 다시 시작했습니다!”
“이걸 귓속말이라고 하는 것이냐?”
가엾은 왕이 비명을 질렀다. 왕은 펄쩍 뛰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또다시 이런 짓을 하면, 너에게 버터를 발라버리겠다! 머릿속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리지 않느냐!”

‘아주 쪼그만 지진일 거야!’
앨리스는 생각했다.
“누가 다시 시작했죠?”
앨리스는 용기를 내어서 물었다.
“그야 물론 사자와 유니콘이지.”
왕이 말했다.
“왕위를 놓고 싸우나요?”
“그래, 그렇고말고. 정말 우습지, 왕위가 항상 자기 것이라니! 달려가서 구경을 좀 하자꾸나.”
그리고 그들은 뛰었다. 앨리스는 달리면서 마음속으로 오래된 노래를 하나 외웠다.
 
“사자와 유니콘이 왕위를 놓고 싸우네.
사자가 시내를 빙빙 돌며 유니콘을 때렸네.
어떤 이는 하얀 빵을 주고 어떤 이는 갈색 빵을 주었네.
어떤 이는 건포도 케이크를 주고 북을 쳐서 그들을 시내에서 내쫓았네.”
 
“이기는……, 쪽이 왕위를 갖는……, 건가요?”
숨이 차서 헐떡거리며 앨리스가 간신히 물었다.

“맙소사, 아니야! 무슨 그런 생각을!”
왕이 말했다.
“괜찮……으시면……. 1분만 멈추어서, 잠깐만, 숨 좀 돌리면 안 될까요?”
조금 더 달린 후에 앨리스는 헐떡거리며 말했다.
“나는 괜찮아. 그저 강하지 못할 뿐이지, 나는 괜찮아. 알겠지만, 1분은 순식간에 지나가버린단다. 벤더스내치를 멈추게 하는 편이 나을 거야.”
왕이 말했다.
앨리스는 더 이상 말할 기운도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말없이 달렸고, 마침내 군중들이 모여 있는 곳에 도착했다. 군중들 한가운데에 사자와 유니콘이 싸우고 있었다. 둘은 짙은 먼지바람 속에 있었고, 처음에 앨리스는 누가 누구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곧 뿔을 보고 유니콘을 알아볼 수가 있었다.
그들은 또 다른 심부름꾼 하타 옆에 자리를 잡았다. 하타는 한 손에는 찻잔을, 다른 한 손에는 버터 바른 빵 조각을 들고 싸움을 구경하고 있었다.
“방금 감옥에서 나왔단다. 감옥에 갇힐 때 차를 마시던 중이었거든.”
헤이어가 앨리스에게 속삭였다.
“감옥에서는 굴 껍데기만 주었다지 뭐니. 그러니 얼마나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르겠어. 잘 지냈나, 친구?”
헤이어는 말을 하면서 하타의 목에 다정스럽게 한 팔을 둘렀다.

하타는 돌아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버터 바른 빵을 먹었다.
“감옥에서 행복했나, 친구?”
헤이어가 물었다.
하타는 다시 돌아보았고, 이번에는 눈물을 한두 방울 뺨 위로 떨구었다. 그러나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말을 해봐, 어서!”
헤이어가 초조하게 소리쳤다. 그러나 하타는 우물우물 먹고 마시기만 했다.
“말을 해라, 어서!”
왕이 소리쳤다.
“싸움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하타는 필사적으로 노력한 끝에 커다란 빵 조각을 꿀꺽 삼켰다.
“잘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각각 여든일곱 번씩 쓰러졌습니다.”
“그럼 곧 하얀 빵과 갈색 빵을 가지고 오겠네요?”
앨리스가 용기를 내어서 말했다.
“지금 그걸 기다리는 중이야. 내가 먹고 있는 빵이 그것의 일부이지.”
그때 싸움은 잠시 멈추었다. 사자와 유니콘은 주저앉아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왕이 소리쳤다.

“10분간 휴식을 허락하노라!”
헤이어와 하타는 즉시 작업에 착수했다. 그들은 하얀 빵과 갈색 빵을 담은 쟁반을 날라왔다. 앨리스는 맛을 보려고 한 조각 먹었다. 그러나 빵은 너무 말라 있었다.
“오늘은 더 이상 싸우지 않을 것 같군.”
왕이 하타에게 말했다.
“가서 북을 치라고 말해라.”
하타는 메뚜기처럼 통통 뛰어갔다.
잠시 동안 앨리스는 왕을 보며 말없이 서 있었다. 갑자기 앨리스의 얼굴이 환해졌다.
“보세요, 보세요!”
앨리스는 소리치며, 손가락을 들어 가리켰다.
“저기 하얀 말의 여왕이 달려오고 있어요. 저쪽 숲을 날아서 와요. 여왕들은 정말 빠르게 달릴 수가 있네요!”
“적에게 쫓기는 게 분명해.”
왕은 그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숲은 적으로 가득하니 말이야.”
“달려가서 도와주지 않으실 거예요?”
앨리스가 물었다. 앨리스는 왕이 너무 담담한 데 놀랐다.
“소용 없어, 소용 없어!”

왕이 말했다.
“여왕은 너무나 빨리 달린단 말이야! 벤더스내치를 잡는 편이 나을걸! 하지만 여왕에 대해서 기록을 해두마, 네가 원한다면 말이야. 여왕은 아주 좋은 사람이다.”
수첩을 펴면서 왕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런데 ‘사람’이면 미음이 하나던가?”
그때 유니콘이 두 손을 호주머니에 찌른 채 어슬렁어슬렁 다가왔다.
“내가 이번에는 꽤 잘했지?”
“조금, 아주 조금.”
왕이 조금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사자를 뿔로 찌르고 달아나지 말았어야지.”
“아프게 하지는 않았어.”
유니콘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고 지나쳐가려고 했다. 그때 유니콘의 눈이 앨리스를 보았다. 유니콘은 즉시 몸을 돌려서 정말이지 구역질이 난다는 듯이 앨리스를 쳐다보았다.
“이건, 뭐지?”
마침내 유니콘이 물었다.
“어린아이죠!”
헤이어가 신이 나서 말했다. 그는 앨리스를 소개하려고 앨리스 앞에 나서서 앵글로색슨식 자세로 두 손을 앨리스를 향해 내밀었다.

“오늘 발견했어요. 실물만큼 크고 두 배는 더 자연스럽지요.”
“난 이것들은 전설 속의 괴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거 살아 있나?”
유니콘이 말했다.
“말도 하는걸요.”
헤이어가 엄숙하게 말했다.
유니콘은 앨리스를 꿈꾸듯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말해봐, 어린아이야.”
앨리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앨리스는 나오는 미소를 참을 수가 없었다.
“저도 항상 유니콘은 전설 속의 괴물이라고만 생각했다는 거 아세요? 살아 있는 유니콘을 보는 것은 처음이거든요!”
“그랬는데, 이제 우리는 서로를 보고 있군그래. 네가 나를 믿는다면, 나도 너를 믿으마. 어때?”
“네, 좋으시다면요.”
앨리스가 말했다.
“자, 건포도 케이크를 가져오게나, 늙은 양반아!”
유니콘은 왕에게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갈색 빵은 싫어.”

“좋고말고, 좋고말고.”
왕이 웅얼거렸다. 그리고 헤이어에게 명령했다.
“가방을 열어라!”
왕은 속삭였다.
“빨리! 그것 말고. 그건 건초만 가득 들어 있잖아.”
헤이어는 가방에서 커다란 케이크를 꺼내서 앨리스에게 들고 있게 한 다음 접시와 고기를 써는 큰 칼을 꺼냈다. 어떻게 그 모든 것들이 다 가방 속에서 나오는지 앨리스는 믿어지지가 않았다. 마치 요술 같아, 앨리스는 생각했다.
그러는 동안 사자가 끼어들었다.
사자는 매우 지치고 졸린 듯이 보였다. 두 눈이 반쯤 감겨 있었다.
“이건 뭐지!”
사자는 앨리스를 보고 게으르게 눈을 끔벅거리며 커다란 종이 울리는 것처럼 낮고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하, 이게 뭘까?”
유니콘이 신이 나서 말했다.
“너는 짐작도 못할 거야. 나도 그랬거든.”
사자는 피곤한 듯이 앨리스를 쳐다보았다.
“너는 동물이니, 야채니, 광물이니?”

사자는 한 마디 할 때마다 하품을 했다.
“전설 속의 괴물이지!”
앨리스보다 먼저 유니콘이 소리쳤다.
“그럼 케이크를 나누어줘, 괴물아.”
사자가 말했다. 사자는 엎드려서 앞발에 턱을 괴었다.
“그리고 앉아, 너희 둘 다.”
(그건 왕과 유니콘에게 한 말이었다.)
“케이크는 공평하게 나누어야 해, 물론 알겠지만!”
왕은 분명히 이 두 거대한 동물들 사이에 앉아 있는 것이 매우 불편해 보였다. 그러나 다른 자리가 없었다.
“왕위를 걸고 우리 참 멋지게 싸웠지!”
유니콘이 왕이 쓴 왕관을 음흉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가엾은 왕은 너무 심하게 떨어서 목이 떨어져나갈 듯이 보였다.
“내가 쉽게 이길 수 있었는데.”
왕이 말했다.
“그렇지 않았을걸.”
유니콘이 말했다.
“뭐라고, 내가 시내를 빙빙 돌며 너를 때려주었잖아, 이 겁쟁이야!”
사자가 몸을 반쯤 일으키며 화를 냈다.

그러자 싸움을 막기 위해서 왕이 끼어들었다. 왕은 매우 불안한 듯,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시내를 돌아다녔다고? 꽤 먼 길인데. 오래된 다리와 시장도 지났나? 오래된 다리에서 좋은 경치를 보았겠군그래.”
“모르겠는걸.”
사자는 다시 누우면서 으르렁거렸다.
“먼지가 너무 짙어서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어. 괴물은 뭐하는 거야, 케이크를 잘라야지!”
앨리스는 개울가에 앉아서 무릎에 커다란 접시를 올려놓고, 부지런히 칼로 케이크를 잘랐다.
“어떻게 하란 말이죠!”
앨리스는 사자에게 짜증스럽게 대꾸했다. (앨리스는 ‘괴물’이라고 불리는 것에 어느새 익숙해져 있었다.)
“벌써 몇 번이나 잘랐는데, 자꾸만 다시 붙어버리잖아요!”
“넌 거울 나라의 케이크를 어떻게 잘라야 하는지 모르는구나.”
유니콘이 말했다.
“먼저 나누어줘. 그다음에 자르라고.”
엉터리 같은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앨리스는 그 말대로 접시를 들고 주위를 돌았다. 그러자 케이크는 저절로 세 조각으로 나누어졌다.

“이제 케이크를 잘라.”
앨리스가 빈 접시를 들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자, 사자가 말했다.
“이건 불공평하잖아!”
앨리스가 칼을 들고 어찌할 바를 몰라서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유니콘이 소리쳤다.
“괴물이 사자에게 나보다 두 배나 더 많이 줬어!”
“그렇지만 자기 몫은 하나도 남기지 않았는걸.”
사자가 말했다.
“건포도 케이크 좋아하니, 괴물아?”
그러나 앨리스가 미처 대답도 하기 전에, 북이 울리기 시작했다.
북소리가 어디에서 나는지 앨리스는 알 수가 없었다. 공기가 온통 북소리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았고, 귀머거리가 될 것처럼 머릿속이 왕왕 울렸다. 겁이 난 앨리스는 일어나서 작은 개울을 펄쩍 뛰어넘었다.
 
식사를 방해받은 데 화가 난 사자와 유니콘이 벌떡 일어섰다. 앨리스는 무릎을 꿇고 앉아서 두 손으로 귀를 막고 무시무시하게 울부짖은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앨리스는 생각했다.
‘북소리가 사자와 유니콘을 쫓아내지 못하면, 영영 아무것도 할 수가 없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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