查拉图斯特拉如是说 4部 그림자

나단비 | 2024.02.01 20:43:25 댓글: 0 조회: 102 추천: 2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44834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그림자
자진해서 거지가 된 자가 달아나고 차라투스트라 혼자 있게 되자, 그의 뒤쪽에서 새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는 이렇게 외쳤다. "멈추어라! 차라투스트라여! 좀 기다려라! 바로 나다. 오, 차라투스트라여, 나는 그대의 그림자다!" 하지만 차라투스트라는 기다리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산속에 바글거리며 몰려드는 것을 보고 돌연 기분이 언짢았기 떄문이다. "나의 고독은 어디로 가버린 걸까?" 그가 말했다.
"정말 너무 심하구나. 이 산에 사람들도 우굴거리다니. 이런 세계는 더 이상 나의 영토가 아니다. 나에게는 새로운 산이 필요하다."
나의 그림자가 나를 부른다고? 내 그림자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쫓아오려면 오라지! 나는 그림자를 피해 달아날 테니까."
차라투스트라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마랗고 그곳을 떠났다. 그런데 그의 뒤에 있던 자가 그를 쫓아왔다. 그래서 곧장 세 사람이 나란히 달리는 꼴이 되었다. 다시 말해 맨 앞에는 자진해서 거지가 된 자, 그 다음에는 차라투스트라, 세 번째이자 맨 꼴찌에는 그의 그림자가 달렸다. 그들이 그렇게 얼마 달리지 않아 차라투스트라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모든 언짢음과 염증을 한꺼번에 툴툴 털어버렸다.
"뭐 어때!" 그가 말했다. "우리 늙은 운둔자와 성자들에게도 예로부터 이처럼 가소롭기 짝이 없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가?
참으로 산속에서 지내다 보니 나의 어리석음이 하늘 높이 자랐구나! 이제 나는 늙은 바보들이 앞뒤로 나란히 달리며 만들어내는 여섯 개의 소란스러운 다리 소리를 듣고 있다니!
차라투스트라가 그림자 따위를 두려워해도 되겠는가? 어쨌든 그림자의 다리가 내 다리보다 길기는 긴 모양이구나."
차라투스트라는 눈으로 웃고 마음속으로 웃으며 이렇게 마라고는, 발길을 멈추고 재빨리 뒤돌아보았다. 보라, 그러다가 그는 자신을 뒤쫓아 오던 그림자를 하마터면 땅바닥에 쓰러뜨릴 뻔했다. 그림자가 그의 뒤를 바짝 쫓아왔고, 게다가 너무 허약해 보였다. 말하자면 그림자를 두 눈으로 찬찬히 살피다가 그는 갑자기 유령이라도 본 듯 소스라치게 놀랐다. 뒤쫓아 온 그는 너무 얇고 거무스름하며, 속이 텅 비고 기진맥진한 모습이었다.
"그대는 누군가?" 차라투스트라가 격한 어조로 물어보았다.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가? 그리고 나의 그림자라고 자칭하는 이유는 뭔가? 그대는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리마가 대답했다. "나를 용서해 다오. 내가 그러한 자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오, 차라투스트라여! 바로 그 때문에 내가 그대와 그대의 뛰어난 미의식을 칭송하지 않았는가.
나는 방랑자로 이미 오래전부터 그대의 발꿈치를 따라다녔다. 언제나 길 위에 있지만, 목적지도 없고 고향도 없다. 그리하여 나는 영원히 세상을 떠도는 유대인 같다. 내가 영원하지도 않고 유대인도 아니지만.
이것이 뭐란 말인가? 내가 언제나 길 위에 있어야 하다니? 온갖 바람에 시달리며, 정처 없이 떠돌아야 하다니? 오, 대지여, 그대는 나에게 너무 둥글다!
나는 이미 온갖 표면에 앉아 보았고, 지쳐버린 먼지처럼 거울과 유리창에서 잠을 잤다. 모든 것이 나에게서 앗아가기만 하고 아무것도 주지 않아, 이렇게 얇아졌다. 그리하여 나는 그림자처럼 되었다.
오, 차라투스트라여, 하지만 나는 장구한 세월 동안 그대 뒤를 날고 걸었다. 그리고 그대 눈을 피해 숨기도 했지만 그대의 최상의 그림자였다. 그대가 앉아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도 앉았다.
나는 그대와 함께 아득히 멀고 말할 수 없이 추운 세계를 돌아다녔다. 겨울 지붕과 눈 위를 자진해서 달리는 유령처럼.
나는 그대와 함께 모든 금지된 것, 더없이 고약한 것, 아득히 먼 곳으로 들어갔다. 그러므로 나에게 어떤 덕이 있다면 어떤 금지된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는 그대와 함께 일찍이 내 마음이 숭배하던 것을 부수어버렸고, 모든 경계석과 우상을 쓰러뜨렸으며, 위험하기 짝이 없는 소망을 추구했다. 참으로 어떤 범죄든지 한 번은 그 위를 스쳐 지나갔다.
나는 그대와 함께 말이며 가치며 위대한 이름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악마가 허물을 벗으면 그의 이름도 함께 떨어지지 않겠는가? 다시 말해 이름도 껍질에 불과한 것이다. 어쩌면 악마 자신도 껍질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참된 것은 없고, 뭐든지 허용된다.' 나는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머리며 마음과 함께 차디찬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아, 그러다가 나는 몇 번이고 붉은 가재처럼 벌거벗은 채 우두커니 서 있었던가!
아, 나의 모든 선함과 모든 수치, 선한 자들에 대한 믿음은 다 어디로 갔는가! 아, 한때 나에게 있었던 거짓 순진함과 선한 자들의 순진함, 그들의 고상한 거짓 순진함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참으로 나는 너무나 자주 진리의 발꿈치 뒤를 바짝 쫓아갔다. 그러다가 나는 진리의 발에 머리를 걷어차였다. 때떄로 거짓말을 할 생각이었는데, 보라! 그때 비로소 나는 진리에 부딛혔다.
나는 정말 많은 것을 속 시원히 알게 되었다. 이제 나와 상관있는 것은 더 이상 아무것도 없다. 내가 사랑하는 것은 더 이상 살아 있지 않다. 그러므로 내가 자신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겠는가?
'내 마음대로 살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아예 살지 않겠다.' 나는 이렇게 바라고, 최고의 성자도 이렇게 바란다. 하지만 슬프구나! 나에게 아직 뭘 하려는 마음이 있단 말인가?
나에게 아직 목표가 있단 말인가? 나의 돛이 향하는 항구가 있단 말인가?
순풍이 불어오는가? 아,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아는 자만이 어떤 바람이 좋고 순풍인지도 아는 법이다.
나에게 아직 남은 것이 있는가? 지치고 뻔뻔한 마음, 불안한 의지, 약한 날개, 부러진 등뼈가 남아 있을 뿐이다.
오, 차라투스트라여, 그대도 잘 알다시피, 나의 고향을 찾는 것은 나의 시련이었고, 그것이 나를 집어삼킨다.
'어디 있는가 ㅡㅡ 나의 고향은?' 나는 이렇게 물으며 찾고 또 찾았지만 찾지 못했다. 오, 영원히 어디에도 있고 영원히 어디에도 없는, 영원한 ㅡㅡ 부질없음이여!"
그림자는 이렇게 말했고, 그림자의 말을 들은 차라투스트라의 얼굴에는 슬픔이 감돌았다. 마침내 그는 슬픈 어조로 말했다. "그대는 나의 그림자다!"
"그대의 위험은 작지 않다. 그대 자유로운 정신이자 방랑자여! 그대의 낮은 불길했다. 더 불길한 저녁이 찾아오지 않도록 주의하라!
그대처럼 정처 없이 떠도는 자는 급기야 감옥도 행복하다고 여긴다. 감옥에 갇힌 죄수들이 잠자는 모습을 본 일이 있는가? 그들은 편히 자고, 자신들의 새로운 안전을 누린다.
그대는 급기야 편협한 믿음과 경직되고 가혹한 착각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조심하라! 이제부터는 편협하고 경직된 모든 것이 그대를 유혹하고 시험에 들게 할 것이다.
그대는 목표를 잃어버렸다. 슬프구나, 그대는 어찌하여 이러한 상실을 농담 삼아 말하며 고통을 달래려고 하는가? 그럼으로써 그대는 길도 잃어버린 것이다!
그대 가련한 방랑자여, 들떠서 돌아다니는 떠돌이여, 그대 지친 나비여! 그대는 오늘 밤 휴식과 아늑한 거처를 가지고자 하는가? 그렇다면 나의 동굴로 올라가라!
저쪽으로 가면 나의 동굴로 통하는 길이 나온다. 그런데 지금 나는 얼른 그대 곁을 떠나려고 한다. 이미 그림자 같은 것이 내 몸 위에 드리워져 있다.
나의 주위가 다시 밝아지도록 나는 혼자 가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 오랫동안 즐거운 마음으로 나의 두 다리에 의존해야 한다. 저녁이면 나의 동굴에서 춤판이 벌어질 것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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