查拉图斯特拉如是说 4部 정오

나단비 | 2024.02.01 21:20:22 댓글: 0 조회: 138 추천: 2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44842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정오
그러고나서 차라투스트라는 걷고 또 걸었지만,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그는 혼자 가면서 끊임없이 자신을 다시 발견했다. 그리고 몇 시간 동안이나 자신의 고독을 즐겼고 맛보았으며, 좋았던 일들을 생각했다. 그런데 정오 무렵이 되어 태양이 바로 차라투스트라의 머리 위로 떠올랐을 때 그는 오래된 마디가 있는 구부러진 나무 곁을 지나게 되었다. 이 노목은 포도 덩굴에 휘감겨 뜨겁게 사랑을 받으며 자기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있었다. 즉 이 나무는 노란 포도송이를 가득 매단 채 방랑자를 맞아들였던 것이다. 그가 목이 말라 포도송이를 따려고 팔을 뻗었을 때 또 다른 욕구가 보다 강렬하게 생겼다. 그때가 바로 정오인지라 나무 옆에 누워 자고 싶었던 것이다.
차라투스트라는 그렇게 했다. 알록달록한 풀의 고요와 은밀함이 깃든 땅에 눕자마자 목이 말랐던 것마저 까맣게 잊어버리고 잠이 스르르 들었다. 차라투스트라의 잠언이 말하는 그대로, 한 가지 일이 다른 일보다 더 절실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눈은 감지 않고 있었다. 그의 두 눈은 나무와 포도 덩굴의 사랑을 보고 칭송하는 데 싫증이 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잠이 들면서 차라투스트라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쉿! 지금 세계가 막 완전해지지 않았는가?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부드러운 산들바람이 남몰래 고요한 바다 위에서 가볍게, 깃털처럼 가볍게 춤추듯이, 잠이 내 위에서 춤추고 있다.
잠은 내 눈을 감겨 주지 않고, 내 영혼을 깨어 있게 한다. 잠은 가볍다. 참으로! 깃털처럼 가볍다.
잠은 나에게 설득하고, 나는 어찌할 바 모른다. 잠은 내 안에서 나를 쓰다듬듯 가볍게 건드리며 강요한다. 그렇다. 나의 영혼이 사지를 쭉 뻗으라고 나에게 강요한다.
내 영혼은 지쳐 길게 늘어져 있다. 나의 유별난 영혼이! 어느 이레째 되는 날 저녁이 바로 정오에 내 영혼을 찾아온 것일까? 내 영혼이 선한 것들과 무르익은 것들 사이에서 행복에 겨워 이미 너무 오랫동안 방황했는가?
내 영혼은 사지를 길게 쭉 뻗고 있다. 길게, 점점 더 길게! 나의 영혼은 말없이 누워 있다. 나의 유별난 영혼이. 나의 영혼은 이미 좋은 것을 너무 많이 맛보았고, 이 황금의 슬픔에 짓눌려 입을 삐죽인다.
쥐 죽은 듯 정적이 감도는 포구로 들어오는 배와 같다. 오랜 항해와 불확실한 바다에 지쳐 이제 대지에 기대고 있는 배와 같다. 대지가 더 믿음직하지 않은가?
배가 기슭에 정박해 몸을 갖다 대는 것과 같다. 그럴 때는 거미 한 마리가 뭍에서 배에 거미줄을 치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때 더 강한 밧줄은 필요하지 않다.
이처럼 지친 배가 쥐 죽은 듯이 조용한 만에서 쉬는 것처럼 나도 이제 뭍 가까이에서 쉬고 있다. 더없이 가는 실로 뭍에 묶여 성실하고 믿음직하게 기다리며.
오, 행복이여! 오, 행복이여! 혹시 노래하려는가. 오, 나의 영혼이여? 그대는 풀밭에 누워 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목자도 피리 불지 않는 은밀하고 엄숙한 순간이다.
조심하라! 뜨거운 정오가 초원에서 자고 있다. 노래하지 마라! 쉿! 세계는 완전하다.
노래하지 마라. 그대 풀밭의 새들이여, 오, 나의 영혼이여! 속삭이지도 마라! 그냥 보라. ㅡㅡ 쉿! 늙은 정오가 잠을 자며 그의 입을 움직인다. 늙은 정오가 방금 한 방울의 행복을 마시지 않았는가.
황금빛 행복, 황금빛 포도주의 오래된 갈색 방울을 마신 것인가? 그의 얼굴 위로 무언가 스쳐 지나가자 그의 행복이 웃는다. 이렇게 어떤 신이 웃는다. 쉿!
'행복해지려면 얼마 안 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나는 일찍이 이렇게 말했고, 자신이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불경한 생각이었다. 그런 사실을 나는 이제 배웠다. 영리한 바보가 말은 더 잘하는 법이다.
바로 가장 작은 것, 가장 나직한 것, 가장 가벼운 것, 도마뱀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한 번의 숨결, 순간의 눈길, 이처럼 작은 것이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든다. 쉿!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귀 기울여 보라!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는가? 내가 떨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 이미 떨어진 것이 아닐까. ㅡㅡ 귀 기울여 보라! 영원의 샘 속에 떨어지지 않았는가?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쉿! 무언가가 나를 찌른다. ㅡㅡ 슬프구나. ㅡㅡ 나의 마음인가? 나의 마음이구나! 오, 부수어라, 부수어라, 마음을, 이렇게 행복한 다음에, 이렇게 찔린 다음에!
이것이 무슨 일인가? 세계가 막 완전해지지 않았던가? 둥글게 무르익지 않았는가? 오, 황금의 둥근 고리여. ㅡㅡ 그것은 어디로 날아가 버리는가? 나는 그 뒤를 쫓아가야지! 빨리!
쉿. ㅡㅡ" (그런데 이때 차라투스트라는 기지개를 켰고, 자신이 잠자고 있다고 느꼈다.)
그는 자기 자신에게 말했다. "일어나라! 그대 잠꾸러기여! 그대 낮잠 자는 자여! 자, 어서, 그대 늙은 다리여! 때가 왔고, 때가 지났다. 아직 그대들 갈 길이 멀다.
이제 그대들은 푹 잤다. 그런데 얼마나 잔 것일까? 영원의 절반을 잤구나! 자, 이제 어서, 나의 늙은 마음이여! 그만큼 잤으니 이제 그대는 얼마만큼 깨어 있어도 되지 않느냐?"
(하지만 그러다가 그는 어느새 다시 잠들어 버렸다. 그의 영혼이 그에게 맞서고 저항하면서 다시 누워버린 것이다.)
"나를 좀 내버려 다오! 쉿! 세계가 막 완전해지지 않았던가? 오, 둥근 황금의 공이여!"
"일어나라!" 차라투스트라가 말했다. "그대 좀도둑이여. 그대 게으름뱅이여! 뭐라고? 아직도 축 늘어져 하품하고 탄식하며 깊은 샘 속으로 떨어지고 있는가?
그대는 누구인가? 오, 나의 영혼이여!" (그리고 이때 그는 깜짝 놀랐다. 한 줄기 햇살이 하늘에서 그의 얼굴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오, 내 머리 위의 하늘이여." 그는 탄식하며 몸을 일으켜 반듯이 앉았다. "그대는 나를 지켜보고 있는가? 그대는 나의 유별난 영혼에 귀 기울이고 있는가?" 그대는 지상의 온갖 사물에 떨어진 이슬방울을 언제 마시려는가? 그대는 언제쯤 이 유별난 영혼을 마시려는가?
언제쯤인가, 영원의 샘이여! 그대 고요하고 무서운 정오의 심연이여! 언제쯤 내 영혼을 그대 속으로 다시 마시려는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고는, 마치 낯선 취한 상태에서 깨어나듯 나무 옆 그의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보라, 태양은 아직 바로 그의 머리 위에 떠 있었다. 그러므로 차라투스트라가 그때 잠을 오래 자지 않았다고 추측하더라도 가히 틀린 말은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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