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마법사 12

나단비 | 2024.02.03 14:32:35 댓글: 0 조회: 105 추천: 2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45224
제12장 악한 마녀를 찾아서 

도로시와 친구들은 초록 수염 병사를 따라 에메랄드 시의 거리를 지나 수문장이 사는 방에 도착했다. 수문장이 그들의 안경을 벗겨서 커다란 상자에 집어넣고, 예의 바르게 대문을 열어주었다.

“악한 서쪽 마녀가 있는 곳으로 가려면 어느 길로 가야 하나요?”

도로시가 물었다.

“길이 없는데. 그쪽으로 가려는 사람이 없거든요.”

수문장이 대답했다.

“그럼 마녀를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죠?”

도로시가 다시 물었다.

수문장이 대답했다.

“그거야 쉽죠. 일단 윙키 나라에 들어가면 마녀가 알아차리고 당신들을 노예로 삼을 테니까요.”

“아니에요. 우리가 마녀를 없앨 거라고요.”

허수아비가 말했다.

“아, 그럼 얘기가 다르군요. 지금까지 누구도 그렇게 하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난 당연히 마녀가 당신들을 노예로 삼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늘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조심하세요. 마녀는 사악하고 잔인해서 그냥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겁니다. 해가 지는 서쪽으로 계속 가면 틀림없이 마녀를 찾게 될 거예요.”

수문장이 말했다.

일행은 그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작별했다. 서쪽으로 방향을 잡고, 여기저기 데이지와 미나리아재비가 피어 있는 부드러운 풀밭을 걸어갔다. 도로시는 여전히 궁전에서 입은 옷을 입고 있었지만, 이제는 초록색이 아니라 흰색이었다. 토토의 목에 맨 리본도 초록색이 사라지고 도로시의 원피스와 같은 색으로 변했다.

일행은 곧 에메랄드 시와 멀어졌다. 길을 갈수록 땅바닥이 점점 울퉁불퉁하고 오르막이 되어갔다. 서쪽 나라에는 농장도, 집도 없었고, 땅을 경작하지도 않았다.

오후가 되자 그늘을 드리울 나무가 없었기에 뜨거운 햇살이 그대로 얼굴에 쏟아졌다. 그래서 밤이 되기도 전에 도로시, 토토, 사자는 지쳐버렸고, 결국 풀밭에 앉아서 잠이 들었다. 나무꾼과 허수아비는 곁에서 보초를 섰다.

악한 서쪽 마녀는 눈이 하나뿐이지만, 망원경에 맞먹는 시력이어서 어디든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성문에 앉아서 주위를 둘러보다가 우연히 풀밭에서 잠든 도로시와 주변에 있는 친구들을 발견했다. 그들은 멀리 있었지만, 악한 마녀는 자기 나라에 그들이 들어왔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그래서 목에 걸고 있던 은 호루라기를 한 번 불었다.

사방에서 커다란 늑대들이 뛰어나왔다. 늑대들의 다리는 길었고, 눈매 사나운 데다 이빨은 날카로웠다.

마녀가 말했다.

“저것들을 찾아서 갈가리 찢어버려라.”
“노예로 삼지 않으실 겁니까?”
늑대 대장이 물었다.

“그렇다. 한 놈은 양철로, 한 놈은 짚으로 되어 있다. 또 하나는 여자애고, 하나는 사자라 죄다 일을 하기에 마땅치 않으니, 너희가 찢어버려도 좋다.”
마녀가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늑대가 대답하고, 쏜살같이 달려갔다. 부하들이 그 뒤를 따랐다.

다행히도 허수아비와 나무꾼이 자지 않고 깨어 있다가 늑대가 떼지어 오는 소리를 들었다.

양철 나무꾼이 말했다.

“이건 내가 나설 싸움이니까 뒤에 물러나 있어. 저들이 오면 내가 맞설 테야.”
 
그는 시퍼렇게 날이 선 도끼를 들었다. 늑대 대장이 다가오자 양철 나무꾼은 팔을 휘둘러 늑대의 머리를 내리쳤다. 늑대는 그 자리에서 죽었다. 그가 다시 도끼를 들자마자 다른 늑대가 달려들었고, 나무꾼은 이번에도 날이 선 도끼를 휘둘렀다. 늑대 40마리가 40번에 걸쳐 한 마리씩 죽었다. 마침내 늑대의 시체가 나무꾼 앞에 쌓였다.

그러자 나무꾼은 도끼를 내려놓고, 허수아비 옆에 앉았다.

허수아비가 말했다.

“잘 싸웠네, 친구.”

그들은 아침이 밝아 도로시가 깰 때까지 기다렸다. 소녀는 수북이 쌓인 늑대 시체를 보고 잔뜩 겁먹었지만, 나무꾼이 사정을 설명했다. 도로시는 구해줘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앉아서 아침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자 일행은 다시 길을 떠났다.

이날 아침 악한 마녀는 다시 성문에 나가서 멀리까지 보이는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늑대들이 죽어서 쓰러져 있고, 여전히 그녀의 나라를 돌아다니는 이방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 광경을 본 마녀는 전보다 더 화가 치밀어서 은 호루라기를 두 번 불었다.

곧장 야생 까마귀 떼가 날아왔다. 하늘이 깜깜해질 정도로 많은 수였다. 악한 마녀는 까마귀 왕에게 말했다.

“당장 침입자들에게 가라. 눈을 쪼고 온몸을 갈기갈기 찢어!”

야생 까마귀 떼는 무리지어 도로시와 친구들에게 날아갔다. 소녀는 그들을 보자 두려움에 떨었다. 하지만 허수아비가 말했다.

“이번에는 내가 싸울 거야. 그러니까 내 옆에 엎드려 있어.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

그래서 허수아비를 제외한 일행 모두가 바닥에 엎드렸고, 허수아비는 똑바로 서서 양팔을 뻗었다. 까마귀 떼는 허수아비를 보자 겁을 먹었다. 이런 새들은 늘 허수아비를 무서워하는 법이므로. 결국 까마귀 떼는 허수아비 근처에도 오지 못했다. 그 순간 까마귀 왕이 말했다.
 
“지푸라기 인간일 뿐이다. 내가 눈을 쪼아버리겠다.”
까마귀 왕이 달려들자 허수아비는 새의 머리를 잡아서 목을 비틀어 죽였다. 그러자 다른 까마귀가 날아들었고, 허수아비는 이번에도 까마귀의 목을 비틀어 죽였다. 허수아비는 까마귀 40마리를 40번에 걸쳐서 한 마리씩 목을 비틀었다. 마침내 허수아비 옆에 까마귀 시체들이 수북이 쌓였다. 허수아비는 친구들에게 일어나라고 소리쳤고, 그들은 다시 길을 떠났다.

악한 마녀는 다시 눈을 들어 멀리 내다보았고, 까마귀 떼 시체가 쌓인 광경을 보자 화가 치밀어올랐다. 그녀는 은 호루라기를 세 번 불었다.

공중에서 요란하게 윙윙대는 소리가 나더니 검은 벌 떼가 마녀를 향해 날아들었다.

“침입자들에게 가라. 벌침을 쏴서 죽여버려!”

마녀가 명령하자 벌 떼는 방향을 돌려 휘잉 날았고 도로시와 친구들이 걷고 있는 곳으로 갔다. 하지만 나무꾼이 그들이 날아오는 것을 미리 발견했다. 이어 허수아비가 대책을 세웠다.

허수아비가 양철 나무꾼에게 말했다.

“내 몸에서 지푸라기를 빼서 도로시와 개와 사자의 몸 위에 뿌리도록 해. 그러면 벌 떼가 침을 쏘지 못할 테니까.”

나무꾼은 그가 시키는 대로 했고, 토토를 품에 안은 도로시와 사자는 짚을 뒤집어쓰고 나란히 누워 있었다.

벌 떼가 날아왔지만, 양철 나무꾼 외에는 벌침을 놓을 상대가 없었다. 벌들이 그에게 달려들었으나 양철에 부딪혀 자신들의 침만 부러졌을 뿐 나무꾼을 죽이지 못했다. 벌은 침이 부러지면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검은 벌 떼는 죽어서 나무꾼 옆에 작은 석탄덩이 더미처럼 쌓였다.

그후에 도로시와 사자가 일어났고, 소녀는 양철 나무꾼을 도와 허수아비의 몸에 지푸라기를 넣고 예전 상태로 복구시켰다. 그리고 일행은 다시 한 번 길을 떠났다.


악한 마녀는 검은 벌 떼가 석탄 덩어리처럼 쌓여 있는 꼴을 보자 너무 화가 나서 발을 쾅쾅 구르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이를 갈았다. 그러더니 노예 열두 명을 불렀다. 그녀는 노예인 이 윙키들에게 뾰족한 창을 주면서, 이방인들에게 찾아내 무찌르라고 명령했다.

윙키들은 용감한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마녀가 시키는 대로 해야 했다. 그래서 도로시 일행이 있는 곳까지 우르르 몰려갔다. 그때 사자가 크게 포효하며 달려들자 가여운 윙키들은 혼비백산해서 죽을힘을 다해 도망갔다.

그들이 성으로 돌아오자 악한 마녀는 채찍으로 윙키들을 후려갈기고 일터로 돌려보냈다. 그런 다음 앉아서 이제 어떻게 할지 생각에 잠겼다. 악한 마녀로서는 이 외부인들을 없애려는 계획이 죄다 실패한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사악한 만큼이나 영리했으므로 곧 어떤 조치를 취할지 결정했다.

찬장에는 챙에 다이아몬드와 루비가 죽 박힌 황금 모자가 있었다. 이 황금 모자에는 마법이 걸려 있어 누구든 주인이 되면 날개 달린 원숭이들을 세 번 부를 수 있었다. 원숭이들은 주인이 내리는 명령이라면 무엇이든 복종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세 번 이상 명령할 수는 없었다. 악한 마녀는 모자의 마법을 이미 두 번 써버린 상태였다. 한 번은 윙키들을 노예로 만들고 그 나라를 지배할 때, 두 번째는 위대한 오즈와 싸워 그를 서쪽 나라에서 몰아낼 때였다. 날개 달린 원숭이들이 마녀를 도와 그 일을 했다. 이 황금 모자를 쓸 수 있는 기회는 이제 마지막 한 번뿐이었고, 그런 이유 때문에 마녀는 다른 능력자들이 지칠 때까지는 마지막 기회를 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사나운 늑대들, 거친 까마귀들, 침을 쏘는 벌 떼가 없어지고 노예들도 겁쟁이 사자한테 겁을 먹고 물러나고 보니 도로시와 친구들을 없앨 방법은 한 가지뿐이었다.
 
악한 마녀는 황금 모자를 찬장에서 꺼내 머리에 썼다. 그리고 왼발로 서서 천천히 말했다.
“이-피, 피-피, 칵-케!”
다음에는 오른발을 딛고 서서 말했다.
“힐-로, 홀-로, 헬-로!”

그러고는 양발을 딛고 서서 큰 소리로 외쳤다.

“지-지, 저-지, 직!”

곧 마법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공중에서 낮게 우르르 소리가 퍼졌다. 날개들이 밀려들면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커졌다. 어둠 속에서 해가 나오자 악한 마녀를 에워싼 원숭이 떼가 드러났다. 원숭이의 어깨에는 크고 힘찬 날개들이 뻗쳐 있었다.

다른 원숭이들보다 덩치가 큰 원숭이가 대장인 듯 싶었다. 그가 마녀 가까이 날아가서 말했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저희를 부르셨군요. 어떤 명령을 내리시겠습니까?”

“내 땅에 들어 온 이방인들에게 가라. 그리고 사자를 제외한 전원을 없애버려라. 사자는 내게 데려오도록. 말처럼 끈을 매서 일을 시켜야겠다.”

악한 마녀가 말했다.

“분부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원숭이 대장이 말했고, 날개 달린 원숭이들은 엄청난 소란을 일으키며 도로시와 친구들이 걷고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일부 원숭이들은 양철 나무꾼을 붙잡았다. 그리고 공중을 날아서 뾰족한 바위로 뒤덮인 시골로 향했다. 원숭이들은 공중에서 가여운 양철 나무꾼을 떨어뜨렸고, 나무꾼은 저 아래 바위로 떨어졌다. 심하게 우그러지고 다쳐서 움직일 수도, 신음소리를 낼 수도 없었다.

다른 원숭이들은 허수아비를 붙잡았고, 긴 손으로 옷과 머리통 밖으로 짚을 모두 빼냈다. 그들은 허수아비의 모자와 장화와 옷을 둘둘 말아서 키 큰 나무 위로 던져버렸다.

나머지 원숭이들은 사자에게 튼튼한 밧줄을 던져서 몸통과 머리통과 다리를 여러 가닥으로 묶었다. 결국 사자는 물어뜯지도 할퀴지도 버둥대지도 못하게 되었다. 그러더니 원숭이들은 사자를 번쩍 들어서 그대로 날아올라 마녀의 성으로 갔다. 사자는 높은 철책이 둘러진 작은 마당에 갇혀서 달아날 수 없었다.

하지만 원숭이들은 도로시는 해치지 못했다. 도로시는 토토를 안고 서서 친구들의 슬픈 운명을 지켜보며, 곧 자기 순서가 다가올 거라고 생각했다. 날개 달린 원숭이 대장이 날아와서 털북숭이 긴 팔을 뻗으며 흉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는 도로시의 이마에 찍힌 선한 마녀의 키스 자국을 보자 우뚝 멈춰 서서 부하들에게 건드리지 말라는 몸짓을 했다.

그가 원숭이들에게 말했다.

“우리는 이 소녀를 해치지 못한다. 이 아이는 ‘선한 힘’의 보호를 받고 있어. 그 힘은 ‘악한 힘’보다 훨씬 세거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소녀를 악한 마녀의 성에 데려가서 거기 두는 것뿐이다.”

그들은 가만가만 조심스럽게 도로시를 양팔로 들고, 재빨리 하늘을 날아 마녀의 성으로 이동했다. 성의 현관 앞 계단에 도로시를 내려놓은 후 원숭이 대장이 마녀에게 말했다.

“저희는 있는 힘껏 명령을 수행했습니다. 양철 나무꾼과 허수아비는 없앴고, 사자는 묶어서 마당에 두었습니다. 하지만 이 소녀는 감히 해할 수 없습니다. 소녀가 안고 있는 개도 마찬가지입니다. 마녀님은 저희 무리를 부릴 수 있는 힘을 다 써버렸으니, 다시는 저희를 보지 못할 겁니다.”

그 순간 날개 달린 원숭이들은 웃고 떠들면서 하늘로 날아올랐고, 곧 시야에서 사라졌다.

악한 마녀는 도로시의 이마에 찍힌 자국을 보고 놀라고 근심했다. 날개 달린 원숭이도, 마녀 자신도 감히 소녀를 해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마녀는 도로시의 발을 내려다보다가 그녀가 신은 은 구두를 보고는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은 구두가 얼마나 강한 마법을 지녔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도로시로부터 달아나고 싶은 유혹을 느꼈다. 하지만 소녀의 눈을 보니 그 안에 담긴 영혼이 정말 순진해서 은 구두에 깃든 놀라운 힘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악한 마녀는 속으로 웃음을 터뜨리고 생각했다. ‘이 아이는 힘을 쓰는 방법을 모르는군. 노예로 삼을 수 있겠어.’ 마녀는 도로시에게 매몰차게 말했다.
 
“나를 따라와라. 내가 시키는 일이라면 뭐든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양철 나무꾼과 허수아비한테 그랬듯이 너도 끝장내주겠다.”

도로시는 마녀를 따라 성의 아름다운 방들을 지나 부엌에 들어섰다. 마녀는 냄비와 주전자를 닦고, 바닥을 쓸고, 난로에 계속 장작을 넣으라고 시켰다.
도로시는 순순히 따랐고, 힘껏 열심히 일하기로 마음먹었다. 악한 마녀가 자신을 죽이지 않기로 결심해서 다행이었다.

도로시가 열심히 일하자 마녀는 마당에 나가서, 말에게 하듯이 겁쟁이 사자의 몸에 줄을 매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들이할 때 사자가 마차를 끌게 하면 재미있을 테니까. 하지만 문을 열자 사자가 포효하면서 사납게 달려들었고, 마녀는 겁이 나서 도망 나와 다시 문을 잠갔다.

“네게 줄을 맬 수 없다 해도 굶길 수는 있지.”

마녀는 문의 쇠창살 사이로 사자에게 말했다.

그후 마녀는 갇혀 있는 사자에게 음식을 주지 않았고, 매일 정오에 문 앞에 가서 물었다.

“말처럼 줄을 맬 준비가 되었느냐?”

그러면 사자는 대답하곤 했다.

“아니. 이 마당에 들어오기만 하면 물어뜯어버릴 테다.”

사자가 마녀가 바라는 대로 되지 않은 것은 매일 밤 마녀가 잠든 사이 도로시가 찬장에서 먹을 것을 꺼내 갖다준 덕분이었다. 사자가 식사를 끝내고 짚단에 엎드리면 도로시는 사자의 부드럽고 덥수룩한 갈기를 베고 누웠다. 둘은 걱정거리를 이야기하고, 도망칠 방법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노란 윙키들이 계속 성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성에서 빠져나갈 길이 없었다. 윙키들은 악한 마녀의 노예였고, 마녀를 무서워해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도로시는 낮 동안 열심히 일해야 했고, 마녀는 늘 들고 다니는 낡은 우산으로 그녀를 때리겠다고 자주 위협했다. 하지만 사실은 이마의 자국 때문에 도로시를 때릴 엄두도 못냈다. 도로시는 그 사실을 몰랐기에 토토와 자신이 맞을까봐 근심했다. 마녀가 토토를 우산으로 때린 적이 한 번 있었는데 용감한 강아지는 오히려 그녀에게 달려들어 다리를 물었다. 물린 자국에서는 피가 흐르지 않았다. 마녀가 너무 사악해서 오래전에 피가 말라버렸기 때문이었다.

캔자스의 엠 숙모에게 돌아가는 것이 어느 때보다 힘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도로시의 생활은 몹시 슬퍼졌다. 가끔 몇 시간이고 서럽게 울었고, 발치에 앉은 토토는 그런 주인이 안쓰러워서 우울하게 낑낑대며 올려다보았다. 토토는 캔자스든 오즈의 나라든 도로시와 함께라면 상관없었다. 하지만 도로시가 불행하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토토 역시 불행했다.

이제 악한 마녀는 도로시가 늘 신고 있는 구두에 욕심을 냈다. 벌 떼, 까마귀 떼, 늑대 떼가 시체더미가 되어 말라갔고, 황금 모자의 마법도 다 써버렸다. 하지만 은 구두만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잃은 것들보다 더 강한 능력을 얻을 터였다. 마녀는 도로시를 주의 깊게 지켜보면서 구두를 벗으면 훔쳐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녀는 예쁜 구두가 자랑스러워서 밤과 목욕할 때를 제외하면 절대 벗지 않았다. 마녀는 어둠이 너무 무서워서 밤에 구두를 가지러 도로시의 방에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또 어둠보다도 무서운 게 있다면 바로 물이어서, 도로시가 목욕할 때는 근처에 얼씬하지도 않았다. 사실 늙은 마녀는 물에 손을 대지 않았고, 물이 몸에 닿지도 못하게 했다.

하지만 악한 마녀는 몹시 교활했고 결국은 원하는 것을 얻을 묘수를 생각해냈다. 부엌 가운데 철제 막대를 설치하고 사람의 눈에는 막대가 안 보이게 마법을 걸었다. 결국 도로시는 부엌을 걸어 다니다가 막대를 발견하지 못하고 발이 걸려 넘어졌다. 많이 다치지는 않았지만, 넘어지면서 은 구두 한 짝이 날아갔다. 도로시가 구두를 집기 전에 마녀가 얼른 낚아채서 가죽만 남은 발로 그것을 신었다.

악한 마녀는 속임수가 성공하자 기뻐했다. 구두 한 짝을 갖고 있으면, 마법의 반을 갖는 셈이었다. 도로시가 마법을 부릴 줄 안다고 해도 구두 한 짝으로는 마녀를 해칠 수 없을 것이다.

도로시는 예쁜 구두 한 짝을 빼앗긴 걸 알자 화가 나서 마녀에게 말했다.

“내 구두를 돌려줘요!”

“이제 내 구두지, 네 구두가 아니니까 안 돌려줄 테다.”

마녀가 쏘아붙였다.

“나쁜 마녀 같으니! 당신은 내 구두를 빼앗을 권리가 없다고요!”

도로시가 소리쳤다.

마녀가 비웃으며 말했다.

“나도 구두를 갖고 있지. 조만간 나머지 한 짝도 너한테서 뺏을 테다.”

이 말에 도로시는 화가 치밀어서 옆에 있는 물 양동이를 들어 마녀에게 부었다. 마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홀딱 젖었다.

악한 마녀는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고, 도로시가 놀라서 바라보는 가운데 쪼그라들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봐! 잠시 후면 나는 녹아 없어질 거다.”

마녀가 소리를 질렀다.

“정말 미안해요.”

도로시가 말했다. 소녀는 눈앞에서 마녀가 갈색 설탕처럼 녹아내리는 광경을 보자 너무나 무서웠다.

“물을 부으면 끝장이라는 거, 몰랐니?”

마녀가 울면서 낙심한 목소리로 물었다.

“당연히 몰랐죠.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었겠어요?”

도로시가 대꾸했다.

“이제 잠시 후면 나는 녹을 거고, 이 성은 네 차지가 되겠지. 난 살아서 사악했지만, 너 같은 어린 것이 나를 녹여 악한 짓을 끝내게 만들 줄은 몰랐다. 잘 봐라. 난 간다!”

그 말과 함께 마녀는 갈색으로 무너져내렸다. 녹아서 모양 없는 덩어리가 되더니 깨끗한 부엌 바닥으로 퍼져 나갔다. 마녀가 녹아 없어지는 것을 본 도로시는 물을 한 양동이 가져와서 지저분한 자국 위에 부었다. 그런 다음 흔적을 문밖으로 쓸어냈다. 도로시는 늙은 마녀의 유일한 흔적인 은 구두를 집어서 물로 씻어 천으로 닦은 다음 다시 신었다. 마침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게 되자 도로시는 마당으로 달려나갔다. 사자에게 악한 서쪽 마녀가 죽었고, 이제는 이 낯선 땅의 포로가 아니라고 알려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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