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밤

圆月弯刀 6

3학년2반 | 2022.02.10 07:20:55 댓글: 0 조회: 425 추천: 0
분류무협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47812
28. 악독한 여인

이번에는 그녀의 마음이 여려서 그런 것이 아니라 누군가 그녀를 저지했다. 손이었다. 하나의 거칠고 건장하며 힘이 있고 검은 손이었다. 그녀는 그 팔을 보았을 뿐 사람을 보지 못했으나 그녀로 하여금 충분히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 손을 알고 있었다. 아고(阿古)의 손이었다. 곧 이어 그녀는 사람을 보았다. 아름답고 초췌한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물론 아고(阿古)가 아니었다.

아름다움과 초췌함은 모두 다 여인을 형용하기에 적합했으며 아고(阿古)의 모습을 그리는 데는 적합하지 않았다. 아름답고 초췌한 여인은 아고(阿古)의 그와 같은 손을 가질 수 없었다. 소운(小雲)은 그 사람을 볼 수 있었고, 아고(阿古)를 발견할 수 없었다. 그녀의 몸뚱이가 아고(阿古)에게 쳐들렸다. 무척 높이 쳐들렸다. 청청(青青)의 얼굴은 무척 창백했다. 그러나 소운(小雲)의 얼굴은 더욱 창백했다.

청청(青青)은 몸을 돌려서 걸어 나갔다. 소운(小雲)은 아고(阿古)에게 들려서 1칸의 방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청청(青青)은 의자를 찾아 앉더니 입을 열었다.

“그녀를 내려놓아요.”

아고(阿古)는 소운(小雲)을 힘주어 던졌다. 나둥그러지는 바람에 그녀는 무척 아팠으며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내질렀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형형하게 빛나는 아고(阿古)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제서야 자기가 벌거숭이라는 것을 의식하게 되었다.

그녀는 재빨리 손으로 가렸다. 그러나 사실에 있어서 아무것도 가릴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손은 너무 작고 가려야할 부위는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겨우 그녀의 젖꼭지와 미미하게 자색을 띠운 유두(乳頭)만을 가렸지 그 둥글고 심하게 흔들거리는 유방은 가릴 수 없었다. 그녀에게는 2손밖에 없었다. 더욱 중요한 곳을 가려야 했는데 그곳은 아랫배 쪽이었고 시꺼먼 해초가 드넓게 자라 있어서 그녀가 2손을 한데 모아도 가릴 수 없었다.

하물며 그 아래쪽의 계곡은… 그녀는 아래 위로 연신 바쁘게 돌아가며 이곳을 막다가 저곳을 막곤 했다. 그녀의 사람을 유혹하는 부위를 더욱 유혹적으로 보이도록 1것은 2말할 나위도 없었다. 청청(青青)은 웃었다.

“소운(小雲), 아고(阿古)에게 그런 수작을 부려 보았자 쓸모 없다는 것을 네가 잘 알고 있지 않느냐? 그는 너의 몸뚱이에 대해 흥미를 느끼지만 어떻게 너를 잡아 먹을까를 생각할 뿐이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기만 한다면, 너의 살코기는 즉시 그의 뱃속에 들어가 똥으로 변할 것이다.”

소운(小雲)은 몸을 부르르 떨고 움직임을 멈추었다. 청청(青青)의 안색은 다시 차가워졌다.

“소운(小雲), 무엇 때문이냐? 말해라. 무엇 때문에 나으리를 암산하려고 했느냐?”

소운(小雲)은 아고(阿古)를 바라보았다. 그 매서운 눈빛에 그녀는 두려움을 느꼈다. 그녀는 청청(青青)이 결코 겁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나직히 대답했다.

“소저, 내가 나으리를 암산하려고 1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나에게 그렇게 하라고 시킨 거예요.”

“나는 네가 그렇게 할 이유가 없으며 그렇게 큰 담력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줄곧 옆에서 보고 있었다. 나는 네가 손을 쓰려다가 멈추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너 역시 무척 그를 좋아하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래요. 소저, 나으리는 정말 사람의 마음을 끄는 남자예요. 나는 미공(媚功)을 익혔지만 그에게 마음이 끌리는 것을 금할 수 없었어요. 만약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면 나는 손을 쓰지 못했을 거예요.”

“나는 너에게 손을 쓰라고 지시한 사람이 틀림없이 무척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겠구나.”

“그래요. 정말 대단해요.”

“나도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 내가 알고자 하는 것은 그의 이름과 그의 신분이다.”

“소저, 저는 말씀드릴 수 없어요. 말씀을 드린다 해도 믿지 않으실 거예요.”

청청(青青)의 안색은 차분했다.

“소운(小雲), 믿고 안 믿는 것은 내 일이다. 그리고 나는 결코 너에게 강요하지 않겠다. 네가 알려주지 않는다 해도 아고(阿古)는 너의 입을 열게 만드는 특별한 방법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소저, 차라리 저를 죽여주세요.”

“나는 너를 죽일 생각은 없다. 우리들은 어릴 적부터 자매처럼 지냈다. 나는 네가 한평생 나를 따르도록 만들 작정이었다. 그러나 너는 나의 남편을 해치려고 했다. 그러니 나는 감히 너를 데리고 있을 엄두를 낼 수 없구나. 너도 알다시피 우리의 감정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나으리에 대한 나의 사랑만큼 깊지는 못할 것이다.”

소운(小雲)은 한참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 분은 바로 노주인이에요.”

청청(青青)은 펄쩍 뛸 듯이 몸을 반쯤 일으켰다가 다시 앉았다. 소운(小雲)은 더 속이지 않았다.

“정말 노주인이에요. 노주인은 얼마 전에 사람을 보내 1쪽의 금사영패(金獅令牌)를 나에게 건네주면서 나에게 특명을 내려서 나으리를 죽여버리라고 했어요.”

“그게 언제냐? 어째서 나는 보지 못했느냐?”

“소저와 나으리가 방안에 있을 때였어요.”

청청(青青)의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너는 잘못 알고 있지 않았느냐? 금사령(金蛇令)은 노주인 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조각들이 밖으로 빠져나가 유실되었다.”

“이 1조각은 틀림이 없어요. 노주인의 곁에 있는 신력천왕(神力天王)이 갖다준 거예요.”

청청(青青)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할아버지께서는 어째서 그를 죽이려고 하셨느냐?”

소운(小雲)은 잠시 생각해 보더니 입을 열었다.

“노주인께서는 나으리가 우리 문중의 사람이 될 수 없다고 여기신 듯해요.”

청청(青青)은 그 말을 받았다.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내 잘못이겠거니 하겠다. 더구나 정붕(丁鵬)은 우리 문중의 사람이 될 필요가 없지 않은가 말이다.”

소운(小雲)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노주인께서는 사효봉(謝曉峰)이 다시는 우리들과 맞서지 않는다 해도, 나으리는 우리들의 적이 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청청(青青)은 부르짖었다.

“불가능한 일이다. 나으리께서는 무척 은혜를 중시하는 사람이니 결코 할아버지와 맞설 리가 없는 것이다. 5대(五大)문파(門派)야말로 우리들의 적이다. 나으리께서는 5대(五大)문파(門派)의 사람들에 대해서 아주 싫어하고 미워하는데, 그가 5대(五大)문파(門派)를 도와서 우리들과 맞선다는 것은…”

소운(小雲)은 다소곳이 대답했다.

“노주인께서 그렇게 말씀을 하셨대요. 신력천왕(神力天王)이 그 말을 전달할 때, 저 역시 믿을 수 없다고 했어요. 하지만 노주인께서는 언제나 일을 정확하게 내다보았다고 하더군요.”

청청(青青)은 근심의 빛을 띠었다.

“여기에는 반드시 어떤 오해가 있을 것이다. 나는 할아버지에게 찾아가 똑똑히 알아봐야 되겠다. 소운(小雲), 옷을 입고 우리 함께 가자.”

소운(小雲)은 무척 뜻밖이라는듯 물었다.

“소저는 저를 죽이지 않으실 건가요?”

청청(青青)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말한 것이 사실이라면 나는 결코 너를 탓하지는 않겠다.”

그녀는 다시 아고(阿古)를 향했다.

“아고(阿古), 아무쪼록 그를 잘 돌봐주고 있게. 다른 사람이 그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게. 설사 우리편 사람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야. 할 수 있겠는가?”

아고(阿古)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의 가슴을 툭툭 쳤다.

그리고 이상한 손짓을 했다. 청청(青青)은 웃었다.

“좋아. 나는 소향(小香)을 남겨서 모든 것을 설명하도록 하지. 그 계집애는 절대적으로 신임할 수 있다.”


소향(小香)의 나이는 17살 정도였다. 커다랗게 머리를 땋아 내렸는데 그 머리카락은 언제나 반짝거리고 윤기가 흘렀다. 그녀는 그렇게 잘 생긴 얼굴은 아니었지만 결코 못난 얼굴은 아니었다. 그녀는 소향(小香)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그녀의 몸에서는 언제나 향기가 풍겼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몸매는 작고 아담했으나 충분히 여자 구실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결코 성숙한 여인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정말 귀여운 여자 애였다. 그녀의 성격과 외모는 사람에게 주는 느낌이 무척 모순되었다. 그녀는 남자들이 무척 좋아할 여인이었다. 그러나 그저 좋아서 손을 잡고 품에 안고 그녀의 얼굴에 입술을 맞출 뿐이지, 그녀와 더불어 침대로 오르고 싶은 그런 여자 애는 아니었다.

정붕(丁鵬)은 소향(小香)과 무척 친했다. 청청(青青)이 그의 곁에 없을 적에 종종 소향(小香)이 그를 벗해서 이야기하고 바둑을 두거나 시를 읊으며 서로 화답했었다. 정붕(丁鵬) 역시 그녀의 손을 잡았을 뿐 아니라 그녀의 목에서 나는 향기를 맡기도 했었다. 그러나 정붕(丁鵬)은 그녀와 침대 위에 오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심심풀이로 소일을 하는데 있어서는 훌륭한 벗이 되어주었다.

그러나 시종 남자의 정욕을 자극하지는 않았다. 어쩌면 그녀의 몸에서 나는 향내 때문인지도 몰랐다. 이것은 매우 독특한 향내였고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나온 것이었다. 그 어떤 꽃 종류도 아니고, 그 어떤 향료에서 퍼지는 향기와도 달랐다. 이와 같은 향기는 맡는 사람에게 성결(聖潔)한 느낌을 주었다. 정붕(丁鵬)은 남녀의 욕망을 죄악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척 신성하게 여겼다. 그래서 그는 진가정(秦可情)에게 기만을 당했을 때, 무척 분노를 느꼈으며 무척 상심했으며 무척 자책했었다. 왜냐하면 그는 정신과 육체가 일치된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의 애정이 청청(青青)의 마음속에서 다시 되살아나게 되었을 적에 그는 그토록 충실했다. 사소옥(謝小玉)의 그와 같은 유혹에도 그는 조금도 마음의 흔들림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백화향으로 빚은, 흥분제가 섞여 있는 술을 먹었지만 사소옥(謝小玉)의 색기 어린 유혹을 떨쳐버린 것이었다. 그는 차라리 돈을 주고 여인을 사서 중독된 미독을 해결하려고 했었고, 그런 방법으로 그가 얼마나 여자를 필요로 하는가를 청청(青青)에게 통지한 셈이었다. 그가 소운(小雲)과 함께 있을 적에 그는 조금도 부끄러운 느낌이 없었다. 왜냐하면 청청(青青)이 그를 위해 안배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소향(小香)이 그의 침대 위로 올라와 그에게 바지를 입혀주었을 때 그는 오히려 무척 놀라 의아한 생각이 들어 물었다.

“소향(小香), 나의 독은 이미 모두 해소되었다.”

소향(小香)은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했다.

“누가 나으리에게 그런 말을 하자고 했어요? 나는 다만 나으리에게 바지를 입혀주고, 나갔다가 들어오시도록 하려는 거예요.”

“나가서 뭘 하자는 것이냐?”

“날씨를 보지 않을 거예요? 이미 이튿날 정오 무렵이에요. 나으리의 도움을 받은 여인들이 나으리에게 사의를 표하겠다는데 나으리께서 그런 모양으로 나가실 수는 없지 않아요?”

“금을 그녀들에게 주고 그녀들보고 떠나라고 하면 되는 것이지 웬 잔말이 그렇게 많지?”

“나으리, 그러시면 아니 되어요. 그녀들도 사람이고 사람의 존엄이 있는 거예요. 나으리께서는 그런 모습으로 그녀들을 대할 수는 없어요. 더군다나 몇 사람들은 나으리의 금을 거절했어요.”

정붕(丁鵬)은 이상하게 생각했다.

“기녀들이 금을 마다하다니, 설마하니 적다는 것이냐?”

소향(小香)은 빙그레 웃었다.

“적은 것이 아니라 10냥의 금을 하룻밤 품값으로 받는 것이 너무 많다는 거예요. 그녀들은 공자께서 그녀들을 불러주고 그녀들에게 어떤 요구도 하지 않고, 그녀들로 하여금 흥청망청 먹고 마시며 하룻밤을 놀게 해준데 대해 무척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마치 친구처럼 대해주었기 때문에 그녀들은 무척 감동을 받았는데 또 어떻게 돈을 받겠느냐는 것이에요.”

정붕(丁鵬)은 그 말을 받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몇 명의 여자들은 꽤나 뼈대가 있구나.”

소향(小香)은 웃었다.

“천하에 명성이 쟁쟁한 정(丁)공자께서 그녀들에게 술을 따르라고 한 것은 그녀들의 영광이래요. 어쩌면 앞으로 그녀들의 몸값이 높아질지도 모르니까 공자의 금을 마다하는 거지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들은 좀 더 현실적이군.”

소향(小香)은 물었다.

“설마하니 공자는 앞서 말한 것이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나요?”

정붕(丁鵬)은 무뚝뚝하게 말했다.

“갈보는 무정하다고 했다. 나는 그녀들에게 어떤 정과 의리가 있다고는 보지 않아.”

소향(小香)은 입을 삐쭉했다.

“공자는 여인들을 보는 안목이 너무 편협되어 있어요.”

정붕(丁鵬)은 웃었다.

“그럴 리 없다. 나는 공경해야 할 여인들에 대해서는 절대로 공경한다. 그러나 비열한 여인들에 대해서는 조금도 사정을 두지 않지.”

소향(小香)은 웃었다.

“그렇다면 공자께서는 어떻게 그녀들이 무정하고 의리 없다는 것을 아셨지요? 어떻게 그녀들의 고마워하는 정이 정말이 아니라는 것을 아셨나요?”

정붕(丁鵬)은 빙그레 웃었다.

“그건 무척 증명해 보이기가 쉽지. 몇 사람이나 밖에 있는가?”

소향(小香)은 대답했다.

“10여 명은 될 것 같아요. 그녀들은 공자를 만나 뵙고 작별 인사를 해야 돌아가겠다고 고집을 피우고 있어요.”

정붕(丁鵬)은 씩 웃었다.

“아무래도 그녀들을 만나보아야겠구만.”

소향(小香)은 얼른 응했다.

“그래요. 진정이라도 좋고 거짓 의리를 내세운다고 해도 좋아요. 공자께서 1번쯤 상대해주셔야 되겠어요.”

정붕(丁鵬)은 옷을 입고 머리를 다듬고 밖으로 나섰다. 퍼먹고 마신 술상은 아직 치워지지 않았고 10여 명의 기녀들이 아직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붕(丁鵬)은 싱글벙글 웃었다.

“내가 여러분에게 소홀했군.”

간드러지고 부드럽게 인사를 한 홍홍(紅紅)이 입을 열었다.

“정(丁)공자께서는 별 말씀을 다 하시는군요. 너무나 성대하여, 우리들은 뭐라고 말할 수 없이 고마워하고 있어요.”

정붕(丁鵬)은 인사했다.

“너무 겸손해할 것 없네. 나는 원래 여러분과 이곳에서 하룻밤 즐겁게 보낼 셈이었지만 집사람이 찾아왔지 뭔가? 집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여러분에게 너무나 실례를 1것 같구만. 아무쪼록 여러분들이 그런대로 즐겁게 놀아주었기를 바라는 마음일세.”

이번에 선선이 입을 열었다.

“공자께서 그렇게 말씀을 하시니 우리들은 더욱 감당할 수 없네요. 비록 우리들은 술자리 시중을 들지만 그저 한켠에서 시중만 들었지 접대를 받아보지는 못했어요. 손님들이 우리들보고 자리에 앉으라고 하지만 신분 때문에 우리들은 기껏해야 젓가락으로 먹는 척만 했지 어제처럼 한껏 먹고 마시지 못했어요.”

홍홍(紅紅)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저희들은 공자님의 두터운 사례금을 받을 수 없다고 느낀 거예요. 아무쪼록 공자께서는 거두어주십시오.”

정붕(丁鵬)은 고개를 흔들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는가? 여러분들의 고귀한 시간을 빼앗은데 대해서 나는 무척 미안하게 생각하네. 더군다나 여러분들이 응해주어서 이 자리가 흥이 돋았는데, 돈을 받지 않겠다면 나는 정말 친구들을 대할 면목이 없는 거지.”

선선(仙仙)은 그 말을 받았다.

“공자께서 저희들을 친구로 봐주신다니 너무나 총애를 받아 놀랍사와요. 그런데 어떻게 공자님의 후사를 받을 수 있겠어요.”

정붕(丁鵬)은 빙그레 웃었다.

“친구라면 고통과 임무를 분담해야 되는 것일세. 여러분들도 마땅히 나의 조그만 고통을 분담해야 될 것이 아닌가.”

선선(仙仙)은 얼른 그 말을 받았다.

“공자께서는 우스개 말씀도 잘 하시는군요. 우리가 무슨 자격으로 정(丁)공자의 시름을 나눌 수 있겠어요.”

홍홍(紅紅)은 가볍게 그 말을 부인했다.

“반드시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는지 공자께서는 틀림없이 잘 알고 계실 거야. 공자께서 우리보고 무엇을 하라고 분부만 내리시면 우리는 몸이 가루가 난다 해도 마다하지 않겠어요.”

정붕(丁鵬)은 소리내어 웃었다.

“하하하! 좋아! 좋아. 정말 우의가 놀랍군. 자네들은 가장 큰 고통이 무엇인지 아는가?”

선선은 약간 우물쭈물했다.

“그건… 우리들이 알 수 없는 일이지요.”

정붕(丁鵬)은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나의 가장 커다란 고통은 바로 금이 너무나 많아 어떻게 다 써야 할지 모른다는 것일세. 자네들이 만약에 내 친구라면 나를 도와주어야 할 것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자네들이 사양한다면 친구라고 할 수 없을 것이네.”

여인들은 그만 어리둥절해지고 말았다. 그 누구도 정붕(丁鵬)이 이와 같은 말을 할 줄은 몰랐다.

정붕(丁鵬)의 말은 계속되었다.

“더군다나 자네들이 이제까지 남아 있었으니, 이로 미루어 보면 다른 사람들보다 우의가 깊은 것을 충분히 엿볼 수 있겠네. 따라서 자네들은 내 고통을 분담해야 옳은 일이 아니겠는가…”

그는 고개를 돌리고 소향(小香)을 바라보았다.

“소향(小香), 여러 소저들에게 10냥의 금을 더 내리고 그녀들의 향규(香閨)까지 모셔다 드리도록 하여라.”

그 여인들은 깜짝 놀랐으나 곧 이어 기쁜 빛을 띠우고 다가와서 사의를 표했다.

홍홍(紅紅)은 말했다.

“진작 공자께 그와 같은 고통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우리들은 좀 더 부담을 덜어드렸을 거예요.”

정붕(丁鵬)은 웃었다.

“나는 무척 감정을 중시하는 사람이지. 자네들이 나의 고통을 분담하는데 대해 무척 미안하게 느끼는 바일세. 그렇기 때문에 다시는 자네들의 부담을 증가시키지는 않겠네.”

홍홍(紅紅)은 웃었다.

“나는 그저 농담을 한 거예요. 세상에는 이와 같은 고통도 없을 뿐더러 이와 같은 방법으로 고통을 분담하는 방법도 없지요. 어찌 되었든, 공자, 정말 고마워요.”

정붕(丁鵬)은 그 말을 받았다.

“하지만 홍홍(紅紅), 나는 1마디 진심을 듣고 싶군. 자네들은 정말로 내 금을 마다하겠는가?”

홍홍(紅紅)은 대답했다.

“어제는 50여 명이나 왔으나 모두들 임시 기녀일 뿐이에요. 오직 우리들만이 진짜 기방에 적을 두고 있어요.”

정붕(丁鵬)은 애매모호한 탄성을 발했다.

“아! 그렇다면 또 어떻게 되는 건가?”

홍홍(紅紅)은 웃었다.

“우리들은 그녀들보다 좀 더 고명한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만약 10냥의 금만 얻어 간다면 역시 커다란 액수이기는 하나, 우리 기방 출신들의 특수함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우리들이 그녀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이 받아야 체면이 서지 않겠어요?”

정붕(丁鵬)은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서 자네들은 2걸음 나가기 위해 먼저 1걸음을 물러서는 수작을 부렸군?”

홍홍(紅紅)은 여유있게 그 말을 받아 넘겼다.

“공자께서 그렇게 흥청망청하시니 몇 냥의 금을 아끼지 않으리라 생각해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명하군. 고명해. 만약 내가 고지식하게 자네들의 말을 사실로 받아들였다면 자네들은 크게 손해를 보지 않았겠는가?”

홍홍(紅紅)은 웃었다.

“우리들은 오히려 그러기를 바래요. 만약 정(丁)공자가 우리들을 친구로 여기게 된다면 우리들 수확은 더욱 커지게 되지요.”

정붕(丁鵬)은 다시 1번 탄성을 발했다.

“아! 그 점에 대해서는 가르침을 받아야겠군.”

홍홍(紅紅)은 설명을 했다.

“1째, 우리들은 공명정대하게 천하에 이름이 알려진 정(丁)대협이 우리들의 친구라고 말할 수 있지요.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 우리들을 찾아오는 손님들은 틀림없이 많아질 것이에요. 심지어는 신가(身價 몸값)를 몇 배나 높아지게 될 것이고 또 문전성시를 이루게 되겠지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였다.

“탄복했네. 탄복했어. 또 다른 수확이 있는가?”

홍홍(紅紅)은 다시 설명을 했다.

“있지요. 그 다음은 정(丁)공자 자신에게 달린 것이지요. 정(丁)공자께서 우리들을 친구로 여기게 된다면 우리들이 급한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을 적에 공자에게 부탁을 드리게 된다면 공자께서는 결코 치사스럽게 돈을 아끼지 않을 것이 아니겠어요?”

정붕(丁鵬)은 그 말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정말 돈을 아낄 줄 모르지. 돈을 써서 친구들을 도울 수만 있다면 나는 기꺼이 돈을 쓰지. 홍홍(紅紅), 선선(仙仙), 나는 부득불 자네들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네. 전문가가 일을 처리하는 것은 역시 풋내기들과는 다르군.”

홍홍(紅紅)은 빙그레 웃었다.

“하지만 공자께서도 단순하지는 않으시네요. 겨우 10냥의 은자를 더 써서 우리들을 쫓아 보냈으니 말이에요. 다행히 우리들도 다소간 수확이 있게 된 셈이긴 해요. 공자 고마워요. 나는 다음에 다시 만나자는 인사치레의 말은 하지 않겠어요. 저는 이런 일이 다시 생길 거라고 생각 안 해요.”

그녀들은 흥겨워하면서 떠나갔다. 정붕(丁鵬)은 한숨을 내쉬고 웃으면서 소향(小香)에게 물었다.

“아직도 그녀들이 정이 있고 의리가 있다고 생각하느냐?”

소향(小香)은 대답이 없었다. 그러다가 한참 후에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갈보는 역시 갈보예요.”

정붕(丁鵬)은 웃었다.

“네가 그녀들의 말을 믿었던 것은 별로 이상할 것이 못되지. 왜냐하면 너는 갈보가 아니기 때문이지. 그러나 갈보가 무정하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갈보 역시 사람이고 사람이라면 무정할 수 없지.”

소향(小香)은 참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공자, 갈보가 무정하다고 말하시더니, 이제는 갈보가 정이 있다고 말하시니, 저는 오히려 얼떨떨해지네요.”

정붕(丁鵬)은 웃었다.

“갈보는 무정한 것이 아니다. 무정하다면 어떻게 밤마다 남자들과 운우지정을 나눌 수 있겠으며 중생을 전도(顚倒)시킬 수 있겠는가? 그녀들은 너무나 다정한 편이지.”

“다정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요?”

“정이 깊어지면 엷어지고, 다정한 것은 더욱 무정한 것으로 나타나지.”

“그렇다면 그녀들에게는 조금도 진실이 없나요?”

“아니야. 그녀들에게 다정은 박정이 되지만 결코 진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 더군다나 그녀들은 남자들의 달콤하고도 교묘한 말을 너무나 많이 들어서 거짓된 정으로 상대하다 보니까, 진정을 가슴 깊이 파묻고 좀처럼 드러내지 않을 뿐이란다…”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녀들도 일단 그 어떤 사람에 대해서 진정이 움직이게 되면 어떤 희생도 따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감동시키는 사랑의 이야기가 모두 기녀원(妓女院)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겠느냐?”

소향(小香)은 방긋 웃었다.

“공자는 기녀에 대해서 무척 이해가 깊으시군요.”

정붕(丁鵬)은 웃었다.

“결코 깊은 것이 아니다. 나는 다만 어제 그와 같은 상황 하에서 그녀들의 진정을 얻을 수 없다는 것과, 10냥의 금으로 갈보의 진정을 살 수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뿐이다.”

“적어도 공자께서는 종종 그녀들과 접촉을 하시면 되지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말을 해도 너는 믿지 않을 게야. 어제 나는 평생 처음으로 기녀들을 불러 술을 따르도록 한 것이다. 나는 한평생 기녀원(妓女院)에 들어간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객잔(客棧)에서 흥청망청 돈을 뿌리게 된 것이고 다른 사람을 시켜 내 대신 사람들을 불러온 것이야. 만약 내 스스로 갈보를 초청했다면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겠지. 객잔(客棧) 밖에서 내 웃기는 꼴을 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이 있지?”

소향(小香)은 말했다.

“공자, 객잔(客棧) 밖의 사람들은 없어졌어요.”

정붕(丁鵬)은 놀라는 표정이었다.

“사람들이 없어졌다니? 그 1떼의 내 뒤를 따르는 귀찮은 녀석들이 모두 사라졌다는 말인가?”

“그래요. 소저가 소운(小雲)과 더불어 들어오게 되었을 적에 소녀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야밤이 되자 모두들 떠나고 1사람도 남지 않게 되었어요.”

정붕(丁鵬)은 무척 놀란 표정이었다.

그는 사람들이 따라오는 것을 싫어했다. 심지어는 그들이 거머리처럼 찰싹 붙어서 따라 다니는 것을 혐오했다. 그러나 갑자기 그 사람들을 볼 수 없게 되자 그는 오히려 불안을 느꼈다. 갑작스러운 일은 언제나 사람을 놀라고 의아하게 만드는 법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도 언제나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어디로 갔는가?”

정붕(丁鵬)은 아고(阿古)에게 물었다.

그러나 헛된 질문에 지나지 않았다. 아고(阿古)는 안다고 해도 대답할 수 없었다. 그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벙어리도 자기의 뜻을 나타낼 방법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고(阿古)는 그저 고개만 가로저었다. 그것은 그 역시 모른다는 표시였다.

“사람들은 어디로 갔느냐?”

정붕(丁鵬)은 마차 안에서 소향(小香)에게 물었다. 소향(小香) 역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쇤네도 모릅니다.

쇤네는 다만 그들이 총총히 어디론가 달려간 것만 알고 있을 뿐입니다. 마치 무슨 중요한 일이라도 일어난 것 같더군요. 그러나 쇤네는 객잔(客棧)을 지키고 있어야 했기 때문에 그들을 따라가 어떻게 된 노릇인가 알아볼 수 없었지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묻는 것은 그것이 아니야. 내가 묻는 문제는 이미 1번 물었고 자네도 이미 대답을 한 바 있어. 다시 1번 더 묻는다 해도 새로운 대답이 있을 수 없지.”

소향(小香)은 어리둥절해졌다.

“그럼 공자께서는 뭘 물으신 건가요?”

정붕(丁鵬)은 대답했다.

“내가 물은 것은 청청(青青)과 소운(小雲)이지.”

소향(小香)은 대답했다.

“그녀들은 갔어요.”

정붕(丁鵬)은 그 말을 받았다.

“나 역시도 그녀들이 떠난 것은 알고 있지. 내가 묻고자 하는 바는 그녀들이 어디로 갔는가, 무엇하러 갔는가, 하는 것이다.”

소향(小香)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쇤네도 모르지요. 날이 밝을 무렵에 소저는 쇤네를 불러서 안으로 들어가 공자를 수발하도록 남겨두고 소운(小雲)을 데리고 떠나갔어요.”

정붕(丁鵬)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디로 간다던가?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말하지 않았는가?”

소향(小香)은 고개를 연신 가로저었다.

“쇤네는 묻지 말아야 하고, 또 묻어볼 수 없는 일도 있어요.”

정붕(丁鵬)은 덤덤히 말했다.

“나는 그녀의 남편이니 적어도 그녀가 나에게 1마디 알려주어야 하지.”

소향(小香)은 웃었다.

“공자, 소저의 공자에 대한 정이 깊으시니 결코 공자를 해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며 공자에게 잘못된 일은 하지 않을 거예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나도 믿을 수 있다. 하지만 아내는 마땅히 남편의 옆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소향(小香)은 다시 웃었다.

“소저는 다르지요. 그녀는 사람이 아니라 여우[狐]예요.”

“여우[狐]가 어떻다는 것이냐?”

“여우[狐]는 여우[狐]대로의 생활이 있으며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에요. 여우[狐]의 거처는 깊은 산속이나 황량한 사찰 등, 인적이 드문 곳에 있어요.”

“어젯밤에 그녀는 어떻게 해서 이 번화한 곳으로 나왔지?”

“간혹 가다가 1번쯤 인간 세상에 사는 것은 괜찮지만 오랫동안 머물게 된다면 도기(道基)가 훼손되는 거예요.”

“하지만 그녀는 자네를 남겨서 나를 시중들게 하지 않았는가?”

소향(小香)의 얼굴이 붉어졌다.

“쇤네는 여우[狐]가 아니라 이 풍진 세상에서 보잘 것 없는 사람이니까 관계가 없어요.”

정붕(丁鵬)은 소리내어 웃었다.

“그러니까 내가 너의 꽁무니에서 꼬리를 만질 수 없었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군.”

소향(小香)의 얼굴이 더욱 붉어져서 물었다.

“공자께서는 소저와 소운(小雲)의 몸에서 꼬리를 만질 수 있었나요?”

정붕(丁鵬)은 웃었다.

“역시 발견한 적이 없지.”

소향(小香)은 웃었다.

“여우[狐]가 만약 꼬리를 드러내게 된다면 인간 세상에 와서 인간 세상 사람들과 뒤섞일 자격이 부족한 여우[狐]라고 할 수 있지요.”

정붕(丁鵬)은 소리내어 웃었다.

“하하, 그렇다면 너는 도대체 사람이냐, 아니면 여우[狐]냐? 나도 좀처럼 분간하기 어렵구나.”

소향(小香)은 여우[狐]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녀에게는 조금도 여우[狐]의 속성이 없었다. 여우[狐]는 외로움을 견디지 못했으나 소향(小香)은 외로움을 잘 견디었다. 여우[狐]는 변화가 많고 신통력이 광대했다. 그러나 소향(小香)은 무척 평범했다. 그녀는 무공은 약간 알고 있었으나 법술(法術)을 알지 못했다.

여우[狐]는 짝이 필요했다. 천호(天狐)라도 좋고 영호(靈狐)라도 좋으며 야호(野狐)라도 좋았다. 이 3가지 경지의 여우[狐]들은 모두들 짝을 필요로 했다. 천호(天狐)는 함께 도를 닦을 선려(仙侶)를 필요로 했다. 영호(靈狐)는 공동 생활을 하는 애려(愛侶)를 필요로 했다. 야호(野狐)는 고르지를 않았고 접근해 오는 자를 막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정욕을 즐길 수 있는 음려(淫侶)였다.

소향(小香)은 그 어느 쪽도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시녀에 불과했고 시녀의 본분을 다하고 정붕(丁鵬)의 기거와 음식을 수발들고 머리를 빗겨주고 목욕을 시켜주는, 모든 자질구레한 일을 다 할 뿐이었다. 다만 정붕(丁鵬)과 침대 위로 오르지만 않을 뿐이었다. 소향(小香)의 몸뚱이는 무척 향긋했고 살결도 무척 희어서 정말 귀여운 여자 애였지만 그녀는 사랑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정붕(丁鵬)은 그녀의 어깨를 얼싸안고 나란히 마차 위에 앉아서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감상하면서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사람을 취하게 하는 그윽한 향기를 맡고 있었다. 그녀의 부드러운 손을 만져볼 수도 있었고 그녀의 고운 뺨을 꼬집어볼 수도 있었으며 장난기 어린 1, 2마디의 말을 해서 그녀의 얼굴이 1송이의 산다화(山茶花)처럼 붉어지게 만들 수도 있었다.

이 여자애는 1마리의 조그마한 고양이처럼 유순했고 간난 아기처럼 순결해서 그녀와 접촉하기고 싶도록 만들었으나 다시 1걸음 나아가 그녀를 자기 것으로 만들 마음을 일으키게 하지 않았다. 정붕(丁鵬)이 진일보하여 그녀에게 요구하면 과연 거절을 할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의 몸뚱이가 무척 가깝게 밀착되었을 적에 그녀는 몸이 위축되면서 약간 경계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정붕(丁鵬)은 1번도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없었고 어떤 암시를 한 적도 없었다. 그는 결코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연애관은 정신적인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가 처음으로 접촉한 그 여인은 육욕형이었고 그의 마음을 무척 상하게 했다. 그래서 그는 남의 남자에게 몸을 바치는 여인을 가장 경멸했다.


29. 몸에서 향기를 풍기는 여자

그는 성인 군자가 아니었지만 그의 애정은 신성한 것이었다. 그래서 사소옥(謝小玉)이 그에게 미력(媚力)을 펼쳤지만 오히려 1차례 매서운 매질만 당한 것이었다. 소향(小香)과 같은 여자 애와 함께 있을 때 그는 가장 마음이 넉넉했다. 그들에게는 목적도 없었고 급한 일도 없었다. 준마와 향거(香車)로 천천히 모든 명승고적을 유람하며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정붕(丁鵬)은 머리가 총명했으나 많은 책을 읽지는 못했다. 그는 소년 시절에 무공에 있어서 남보다 뛰어난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고 대부분의 시간을 검술을 연마하는데 바쳤다. 만약 그가 유약송(柳若松)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는 어쩌면 명성이 높은 젊은 검객이 되었을지는 몰라도 결코 오늘의 정붕(丁鵬)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유약송(柳若松)으로부터 얻은 만송산장(萬松山莊)과 유약송(柳若松)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서 그 맞은편에 세운 그 1채의 호화스러운 저택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그의 고향이 아니었지만 그의 집이었다. 더군다나 집안에는 그의 처 청청(青青)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청청(青青)은 그에게 어디로 간다고 알려주지 않았지만 틀림없이 그들의 집으로 돌아와 있을 것이다.

아고(阿古)는 앞에서 마차를 몰고 있었고 소향(小香)은 그의 곁에 앉아 사람을 취하게 만드는 그윽한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유일하게 먼젓번과 다른 것은 마차 뒤에는 강호인들이 다시는 따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정붕(丁鵬)이 이상하게 생각한 것은 이 며칠간 그들이 길을 오는 동안 느낄 수 있었던 정적이었다. 그가 객잔(客棧)에 투숙을 하려고 하면 객잔(客棧)의 사람들은 모두 정성스럽게 그들을 접대했다.

그가 이튿날 무렵에 일어나 보면, 그토록 넓은 객잔(客棧)에는 오직 그들 일행만이 투숙하고 있고,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살그머니 옮겨간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가 주루 안으로 들어서면 원래 시끌벅적하던 주루 안이 갑자기 정숙해졌다. 그가 떠날 때는 모든 손님들이 사라져버렸다. 거리에서는 감히 그 누구도 그를 바라보지 못했다. 대로에서 그의 마차는 거침없이 앞으로 나갈 수 있었고 다른 사람과 부딪치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왜냐하면 사람이 없기 때문이었다. 마치 그가 무서운 전염병이라도 앓고 있다는 듯이 그를 기피하고 있었다. 정붕(丁鵬)은 무척 이상하게 생각하고 소향(小香)에게 물었다. 소향(小香)은 웃었다.

“공자께서 천하 제일의 고수이니, 그들은 자연히 감히 위엄을 범할 수 없는 것이겠지요. 사효봉(謝曉峰)도 이와 같은 경험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는 한동안 검을 던지고 3(三)소야(少爺)의 이름마저도 바꾸고 조그만 객잔(客棧)에 은신해서 마부 노릇을 했지요.”

“하지만 사효봉(謝曉峰)은 나와는 달랐겠지.”

“그래요. 공자는 그보다 행운이 있고, 그보다 더욱 당당해요. 그의 신검(神劍)은 무적이었으나 많은 원수들이 있었으며 승복하지 않는 사람들이 무척 많아, 그를 찾아가 검술을 겨루겠다고 하면서 그를 죽이려고 했었어요. 그는 친구가 없었지만 많은 원수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는 우리처럼 여유가 없었고 잇따라 들이닥치는 암산과 습격에 대비해야 했어요.”

“나 역시도 적지 않은 원수들을 갖고 있지.”

소향(小香)은 웃었다.

“하지만 공자의 신도(神刀)는 과거 사(謝)씨 집안의 신검(神劍)보다 더 강해서 공자의 원수마저도 감히 원수를 갚으려고 찾아오지 못하는 거예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게 단순한 것 같지 않은데?”

소향(小香)은 말했다.

“그렇다면 어떤 커다란 음모가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그들은 공자를 상대하려고 하는지도 모르지요. 그렇다면 이것은 폭풍우가 들이닥치기 전의 고요겠지요.”

정붕(丁鵬)은 빙그레 웃었다.

“그 말은 그럴싸 하구만. 나는 그들이 빨리 와주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고 이 모양으로 가다가는 갑갑해서 견딜 수 없단 말이다.”

소향(小香)은 걱정스러운듯 말했다.

“그러나 공자께서는 원수가 누구인지도 모르지 않아요? 모르는 곳에 숨어 있는 적이 가장 무서운 법이에요.”

그녀는 갑자기 입을 다물고 말을 멈추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정붕(丁鵬)이 눈살을 찌푸리며 손으로 코를 감싸 쥐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사람은 악취를 맡게 되었을 때 코를 감싸 쥐는 법이다. 소향(小香)은 몸에서 기이한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악취(惡臭)는 물론 그녀의 몸에서 퍼지는 것이 아니었다. 고약한 냄새는 길가의 숲속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정붕(丁鵬)은 아고(阿古)에게 마차를 멈추도록 하고 숲속으로 가본 결과 끝내 악취의 근원을, 썩어가는 시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시체가 썩는 냄새는 천하에서 가장 맡기 힘든 악취였다.

구린내는 고약한 냄새이지만 사람들이 전적으로 싫어하는 냄새는 아니었다. 청국장[臭豆腐]은 냄새가 고약하면 고약할수록 사람들은 그 맛을 높이 샀다. 어떤 사람들은 발가락을 벌리고 발가락에 쌓인 땀과 먼지의 혼합물을 코에 가져가 냄새를 맡아 보기도 한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그것은 일종의 즐거움이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썩어서 냄새가 나는 젓갈을 좋아하기도 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방귀를 1움큼 잡아서 자기의 코앞에 가져다가 맡아 보기도 하면서 좋아하기도 한다. 개는 똥을 먹기 좋아한다. 이 세상에는 구린내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고 이상한 것을 보고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시체 썩는 냄새를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일종의 고약하고 구토증을 느끼게 하는 그 냄새는 추악함과 죽음의 의미로 가득했다.

오직 2가지의 동물만이 그 악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새와 구더기였다. 대막(大漠)에는 오로지 썩은 시체만 뜯어 먹는 독수리가 있다고 한다. 그들은 동물의 시체가 썩는 냄새를 두려워하지 않고 유난히 좋아하며 멀리서부터 그 냄새를 맡고 찾아든다고 했다. 그러나 이곳은 강남이니 시체를 먹는 독수리는 없었다. 하지만 촘촘하게 몰려든 쉬파리들과 꿈틀거리는 구더기들은 있었다.

정붕(丁鵬)이 숲속으로 들어가자 웅, 하는 소리와 함께 1무더기의 커다란 파리들이 날아올랐다가 다시 천천히 내려앉았다. 바로 곳곳에 널려 있는 썩은 시체들 위에 내려앉는 것이었다. 이 1무더기의 시체들은 10여 구나 되었으며 죽은지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썩은 냄새는 그들의 입과 코에서만 풍겨 나오고 있었다. 오장육부는 안에서 썩기 시작했으나 겉으로 문드러져 나오지는 않았던 것이었다.

하지만 구더기는 무척 빠르게 부화(孵化)해서 죽은 사람의 귓구멍과 콧구멍에서 들락거리고 있었다. 차림새로 볼 때 그 사람들은 모두 강호인들이었다. 그들의 몸뚱이 옆에는 무기들이 나뒹굴고 있었는데 칼과 검은 칼집에서 뽑혀지기 전에 혹은 반쯤 뽑혀져 있는 상태였다. 정붕(丁鵬)은 코를 감싸쥐고 그 가운데 1구를 이리 뒤적이고 저리 뒤적였다.

한참 후에 그는 몸뚱이에 어떠한 상흔도 없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치명적인 원인은 바로 목구멍에 가해진 일격이었다. 그 치명적인 일격은 다만 1가닥의 푸른 멍에 불과했으나 이미 그들의 후골(喉骨)을 박살내고 있었다. 10여 구의 시체들이 모두 그러했다. 그런데 소향(小香)이 갑자기 놀란 소리를 내질렀다. 정붕(丁鵬)은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

“왜 소리를 지르는 것이냐?”

소향(小香)은 더듬거렸다.

“저… 죽은 사람들…”

정붕(丁鵬)은 다시 물었다.

“너는 이 사람들을 아느냐?”

소향(小香)은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람들은 모두 다 며칠 전까지 공자의 마차 뒤를 따르던 사람들이에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하구나. 2, 3류의 강호인들이라 어떤 무서운 원한을 맺을 리도 없을 터인데 그 누가 그들을 죽였을까?”

그는 다시 시체들을 두루 살펴보았다.

“이것은 어떤 사람이 장인(掌刃)으로 목뼈를 쳐서 죽인 것인데 손을 쓴 사람의 무공이 지극히 고강하구만.”

아고(阿古)가 앞으로 나가서 몇 사람들의 목뼈를 1번 쓱 문질렀다. 그리고 손바닥을 펴서 정붕(丁鵬)에게 보여주었다. 그의 손바닥 역시 흑색이었기 때문에 똑똑히 볼 수 있었는데 그 위에는 은빛의 부스러기들이 묻어 있었다. 소향(小香)은 놀라고 의아한 얼굴로 부르짖었다.

“아, 은룡수(銀龍手)!”

정붕(丁鵬)은 궁금해서 물었다.

“은룡수(銀龍手)가 뭐냐?”

소향(小香)은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입을 열었다.

“은룡수(銀龍手)는 일종의 무공이며 사람이기도 해요. 그 사람의 손과 발은 은과 같이 되어 팔과 몸이 칼로 자를 수 없을 만큼 단단해요. 그가 사람을 죽이게 되었을 적에는 손바닥 날로 사람의 목줄기를 후려치는데 목뼈가 부러져서 즉시 죽게 되지요.”

정붕(丁鵬)은 다시 물었다.

“그 사람은 혹시 금강불괴의 몸을 연성한 것이 아닌가?”

소향(小香)은 두려워하며 입을 열었다.

“쇤네는 잘 모르겠어요. 그는 손에 은빛의 장갑을 끼고 있는 것 같았고 몸에 은룡린갑(銀龍鱗甲)을 입고 있으며 얼굴에도 은빛의 탈바가지를 쓰고 있을 뿐 아니라 머리 위에는 은빛 투구를…”

정붕(丁鵬)은 웃으며 그 말을 얼른 받았다.

“그렇다면 은사람이 되겠군.”

소향(小香)은 정색했다.

“공자, 쇤네는 우스개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마교(魔教)의 4대(四大)장로(長老) 가운데 하나입니다.”

정붕(丁鵬)은 웃음을 거두었다.

“마교(魔教)의 4대(四大)장로(長老)라고?”

소향(小香)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요. 마교(魔教)에는 4대(四大)장로(長老)가 있는데 바로 금사(金獅), 은룡(銀龍), 동타(銅駝), 철연(鐵燕)입니다.”

정붕(丁鵬)은 다시 물었다.

“철연(鐵燕) 장로(長老)는 바로 내가 손목을 자른 그 1쌍의 부부가 아닌가?”

소향(小香)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부부 2사람을 합쳐서 철연(鐵燕)쌍비(雙飛)라고 부르지요. 그러나 남편만 장로(長老)이지요. 하지만 그들 부부는 언제나 따로 떨어지는 법이 없으며 항상 같이 있답니다. 그래서 철연(鐵燕)쌍비(雙飛)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이지요.”

정붕(丁鵬)은 의문을 들추어 내었다.

“그렇다면 은룡(銀龍)은 철연(鐵燕)을 대신해서 나를 찾아 원수를 갚으려고 하는 것일 텐데 마땅히 나를 찾아와야 할 것이거늘 어째서 이 사람들을 해친 것일까?”

소향(小香)은 말을 하려고 하다가 다시 멈추었다.

정붕(丁鵬)은 약간 답답해서 입을 열었다.

“할 말이 있으면 솔직히 털어놓고 우물쭈물하지 말아라.”

소향(小香)은 대답했다.

“그건 쇤네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바깥의 소문에 의하면 마교(魔教)의 4대(四大)장로(長老) 가운데 금(金), 은(銀), 철(鐵)이 모두 마교(魔教)를 배반했다는 것입니다.”

정붕(丁鵬)은 탄성을 발했다.

“아! 4명의 장로(長老) 가운데 3명이 배반을 했다니, 그들이 멸망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군.”

소향(小香)은 다시 설명을 했다.

“옛날 마교(魔教)가 무림을 주름잡게 되었을 때 각 문파(門派)는 모두 억눌려서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5대(五大)문파(門派)의 장문인(掌門人)들은 온갖 방법을 강구한 끝에 끝내 차례로 몇 명의 장로(長老)들을 매수하고 신검산장(神劍山莊) 3(三)소야(少爺)의 도움을 받아 무리를 이끌고 직접 마교(魔教)의 총단(總壇)으로 공격해 가서, 마교(魔教)의 교주를 벼랑가로 몰아내었다가 벼랑가에서 천 길 벼랑 아래로 떨어뜨려 죽였지요. 그리하여 마교(魔教)의 세력은 와해되고 말았지요.”

정붕(丁鵬)은 물었다.

“철연(鐵燕) 장로(長老)가 면사금패(免死金牌)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때 배반한 마교(魔教) 장로(長老)들에게 준 것인가?”

소향(小香)은 다소곳이 그 말을 받았다.

“아마 그럴 거예요. 4대(四大)장로(長老)들은 마교(魔教)에 몸 담고 있을 때 죽인 무림의 인사들이 너무나 많았지요. 후에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찾아와 원수를 갚게 될까봐 5대(五大)문파(門派)에서는 그들에게 1조각의 면사금패(免死金牌)를 준 것이에요.”

“마교(魔教)의 세력이 그토록 흥했고 4대(四大)장로(長老)의 지위가 중요한데, 그들은 어째서 마교(魔教)를 배반했을까?”

“그것은 쇤네도 잘 모르겠어요.”

“약간의 소문이라도 들었을 것이 아니냐?”

“그 일들은 무척 은밀해서 5대(五大)문파(門派)의 장문인(掌門人)들 외에 알고 있는 사람이 무척 적지요. 왜냐하면 마교(魔教)는 본래 은밀한 종파로 세력이 크지만 좀처럼 공개적으로 활동하지 않아 여느 강호인들은 그와 같은 종파가 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소문도 많지 않았지요.”

“그렇다면 너는 어떻게 알았지?”

소향(小香)은 곧 대답했다.

“쇤네는 소저를 따르고 있었고 접촉하는 것들이 모두 여우[狐]들이었지요. 여우[狐]들은 신통력이 방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었고 쇤네 또한 강호 일들을 듣기를 좋아해서 이곳저곳에서 주워들은 것을 모으다 보니 약간 알게 되었지요.”

“아! 청청(青青)은 알고 있는가?”

“소저가 알고 있는 것은 쇤네보다 더욱 적습니다. 그녀가 닦는 것은 천호도(天狐道)이기 때문에 숫제 풍진 세상의 속된 일들은 아랑곳하지 않지요.”

“누가 좀 더 많이 알고 있는가?”

소향(小香)은 방그레 웃었다.

“무림의 일들에 관해서 쇤네가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지요. 왜냐하면 쇤네는 그러한 일들에 줄곧 주의했기 때문이지요. 소저가 쇤네를 공자의 곁에 둔 것도 공자께서 강호의 일에 대해 알고 계신 것이 너무나 적기 때문에 쇤네로 하여금 수시로 공자에게 알려주도록 하려는 것이지요.”

“지금 이번 일을 자네는 모르고 있었지?”

“쇤네는 이미 흉악한 짓을 저지른 사람이 은룡(銀龍) 장로(長老)라는 것을 밝히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은룡(銀龍) 장로(長老)의 일에 관해서 네가 알고 있는 것이 자세하지 못하다. 예를 든다면 그가 어째서 마교(魔教)를 배반했고 어째서 이 사람들을 죽였는지, 자네는 나에게 대답을 해주지 못했지 않느냐?”

소향(小香)은 다소곳이 대답했다.

“내일 쇤네가 똑똑히 알아보고 다시 공자에게 말씀을 드리는 것이 어떨까요?”

“내일이면 네가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냐? 너는 누구에게 알아보려는 것이냐?”

소향(小香)은 넌지시 대답했다.

“쇤네가 법술을 펼쳐 여우[狐]들을 불러 물어보면 알게 됩니다.”

“여우[狐]들을 부르는 법술을 알고 있느냐?”

“그렇지요. 노주인께서는 여우[狐]들 가운데 제왕이시고 천하의 연호(煉狐)들은 모두 노주인의 지배를 받고 있으니 쇤네 또한 여우[狐]들을 부르르 법을 알고 있지요.”


정붕(丁鵬)은 집으로 돌아왔다. 청청(青青)은 집안에 없었고 소운(小雲)도 집에 없었다. 그녀들은 근본적으로 돌아오지 못한 것이었다. 다만 유약송(柳若松) 혼자 있었다.

그는 후안무치하게 굽신거리며 다가와 입을 열었다.

“사부님, 돌아오셨습니까?”

정붕(丁鵬)은 빙그레 웃었다.

“돌아왔다. 송(松)아, 이 사부가 이번에 집을 비우게 되었을 때 집안에서 네가 수고가 많았겠구나.”

“사부님께서는 별 말씀을 다 하시는군요. 이것은 제자가 마땅히 해야 할 본분입지요. 술과 음식이 있으면 선생님에게 먼저 드리고, 일이 있으면 제자가 먼저 노고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는 슬쩍 물었다.

“사부님은 이번에 사효봉(謝曉峰)을 만났다면서요?”

“음, 만났지. 너는 또 무슨 소문을 들었느냐?”

“사부님과 사효봉(謝曉峰)의 결투에 대해 밖에서 소문이 자자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사부님이 이겼다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사부님이 졌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2분이 막상막하로 승부를 내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제자는 도대체 어떤 소문이 옳은지 모르겠더군요.”

“너의 생각은 어떠냐? 어떤 것이 옳은 것 같으냐?”

“제자는 실로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사부님께 여쭈어 보는 것이지요.”

“너는 내가 이기기를 바라느냐? 아니면 내가 지기를 바라느냐?”

“이 제자는 충심으로 사부님이 이기셨기를 바라지요. 그래야 다른 사람들이 이 제자에게 물을 때 이 제자가 얼굴에 광채가 날 것이 아니겠어요?”

“그렇다면 너는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이야기하여라.”

유약송(柳若松)은 어리둥절해졌다.

“사부님께서는 정말 그를 이기셨나요?”

정붕(丁鵬)은 웃었다.

“네가 그렇게 말을 해도 결코 반박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고 사효봉(謝曉峰) 자신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사부님께서 이기셨다면 어째서 어떤 사람은 사부님이 졌다는 둥, 무승부였다는 둥, 거짓 소문을 퍼뜨리는 것인가요?”

“그것도 거짓된 소문은 아니다. 왜냐하면 내가 반대하지 않을 것이니까 말이다.”

유약송(柳若松)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렇다면 이게 어떻게 된 노릇이지요?”

“네가 이 사실을 알고 싶어한다면 알려주마. 우리 2사람이 상면을 했으나 1차례 깊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을 뿐 손을 쓰지는 않았다.”

“손을 쓰지 않았다고요?”

“그렇다. 손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들은 1차례 결투를 1셈이다.”

“손을 쓰지 않고 어떻게 결투하나요? 설마하니 2분은 입으로 초식(招式)을 겨루었나요?”

“그렇지도 않았다. 우리들은 다만 무학에 있어서의 경지와 심득(心得)을 교환했을 뿐이었다. 그 결과 대체로 이해할 수 있었다. 나와 그 사이의 승부는 아무래도 좋게 된 것이다. 그의 신검(神劍)과 나의 신도(神刀)가 1번 펼쳐지면, 어느 1쪽이 다른 1쪽의 초식(招式)을 깨뜨리거나 할 수 없다. 나는 검 아래 죽게 될 것이고, 그 역시 나의 칼 아래 목숨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은 이미 승부에 대해 대수롭게 여기지 않게 된 것이다.”

“설마하니 조금도 고하를 분간할 수 없었다는 말씀인가요?”

정붕(丁鵬)은 웃었다.

“물론 높고 낮음이 있었겠지. 하지만 그런 승리는 그 누구도 쟁취하려고 하지 않는다. 근소한 차이로 뛰어나다면 자기의 초식(招式)을 장악할 수 있고 필요할 때는 그 초식(招式)을 거두어들여 상대방에게 상해를 입히지 않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자신은 안전할 수 있나요?”

“불가능하다. 상대방 역시 자신처럼 고명하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을 때는 상대방의 손 아래 죽게 되고, 죽음으로 승리를 얻게 되는데, 그는 그렇게 이기고 싶어할 정도로 바보도 아니고 나 역시 우둔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은 겨루어서 어떤 결과를 내려고 하지 않은 것이다.”

유약송(柳若松)은 무척 실망한 듯했다.

“앞으로는요?”

“언젠가 우리 2사람이 살고 싶지 않을 때 상대방을 찾아가서 결투하게 되겠지. 그리하여 죽음으로 자기의 재간이 1수 높다는 것을 표시하게 될 것이다.”

“바로 과거 연(燕)13(十三)이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군요.”

“같지 않다. 연(燕)13(十三)은 자기 자신의 검식(劍式)을 장악하지 못했고 다만 예리한 기세가 자기 쪽을 향하도록 했을 뿐이지만, 사효봉(謝曉峰)은 이미 완전히 장악했다. 엄격히 말하면 연(燕)13(十三)이 그의 손에 패한 것이다.”

“그건 제자가 우매해서 잘 모르니 사부께서는 가르침을 베풀어주소서.”

“그가 이기고 연(燕)13(十三)은 죽었다. 이것이 바로 증거야.”

“그러나 사부님은 죽음으로 승리했다고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1사람이 자기를 이긴 적으로 하여금 자살하도록 만들고 자기의 목숨을 보존했다면, 그 사람이 어찌 실패자가 될 수 있겠느냐?”

유약송(柳若松)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부님의 이치는 너무나 깊어서 제자는 실로 이해할 수 없군요.”

“당연하다. 너의 무공은 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다.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네가 내 말을 이해할 수 있다면 일사천리로 정진하게 될 것이고 한층 높은 곳으로 도약하여 천하에서 3번째의 고수가 될 것이다.”

“3번째 고수라니요?”

“그렇다. 나와 사효봉(謝曉峰)이 너의 앞에 있으니 너는 결코 앞지르지 못할 것이야.”

그의 오만한 태도를 보고 유약송(柳若松)은 정붕(丁鵬)을 찢어 죽이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비굴하게 웃었다.

“제자가 어찌 감히 사부님과 똑같이 명성을 날릴 수 있겠습니까? 3번째 고수되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정붕(丁鵬)은 웃었다.

“좋아. 좋았어. 정말 가르칠만한 제자로구나. 네가 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내 말만 잘 들으면 될 것이니라.”

“제자는 삼가 사부님의 지시를 받들겠습니다.”

“인간 세상과 격리된 곳에서 면벽하고 10년간 정좌하여라. 10년 동안 너는 반드시 모든 것을 잊어야 하고 마음을 공백으로 만들어 모든 무공을 잊어버려야 한다. 다시 세상에 나오게 되면 너는 바로 천하무적의 고수가 되는 거야.”

유약송(柳若松)은 크게 실망한듯 말했다.

“그렇게 간단합니까?”

“간단하지 않아. 너는 이미 무척 훌륭한 무공의 기초를 닦고 있는데 마음속에 걸림돌이 있다. 만약 네가 마음을 공령(空靈)하게 만들어 대자연과 합일이 되면 아무렇게 손짓을 해도 모두 초식(招式)이 되고 1식(一式)의 가장 간단한 초식(招式)이라도 가장 큰 효용을 발휘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썩은 것을 신기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야.”

유약송(柳若松)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자는 알겠습니다. 이것은 형이상(形而上)의 무학 경지로군요. 제자는 그와 같은 인재가 못 됩니다.”

정붕(丁鵬)은 차갑게 응수했다.

“너는 그렇다면 영원히 3류에 머물러 있어야 할 것이다.”

유약송(柳若松)은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3류 가운데 1류가 되면 만족합니다.”

정붕(丁鵬)은 웃었다.

“그건 너무나 수월한 노릇이지. 아고(阿古)에게 좀 배우도록 해라. 네가 그의 재간을 10분의 1만 배운다면 충분히 속세의 1류 대열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속세의 1류에 끼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5대(五大)문파(門派)의 장문인(掌門人)들, 자네의 동생 임약평(林若萍)과 같은 따위일세.”

유약송(柳若松)은 한숨을 내쉬었다.

“소문에 들으니 임약평(林若萍)이 사부의 칼 아래 졌다면서요?”

정붕(丁鵬)은 웃었다.

“그것은 결투가 아니었지. 너는 내 제자이고 그는 너의 동생이니 나는 다만 후배에게 가르침을 베풀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그의 칼을 2쪽으로 쪼갰는데 그의 간이 너무나 적어서 그만 깜짝 놀라 멍청해지더군.”

유약송(柳若松)은 1번도 그의 의동생인 임약평(林若萍)에게 호감을 느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 때만큼은 적개심이 끓어올라 정붕(丁鵬)의 머리를 1칼로 내려치고 싶었다.

애석하게도 그는 마음속으로 생각했을 뿐 실천에 옮길 용기는 없었다. 정붕(丁鵬)은 다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송(松)아, 너는 강호 소식에 줄곧 무척 정통한 편이지? 내가 돌아오는 도중에 커다란 사건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너는 아느냐?”

“사부님, 무슨 큰일인지요?”

“성 서쪽 70리쯤 되는 잡목 숲속에 17명의 강호인들이 피살되어 숲속에 쓰러져 있더구나.”

유약송(柳若松)은 놀랐다.

“그런 일이 있었나요?”

정붕(丁鵬)은 갑자기 유약송(柳若松)의 따귀를 철썩, 하고 후려쳤다. 유약송(柳若松)은 너무나 아파서 하마터면 그 자리에 쓰러질 뻔했다. 정붕(丁鵬)은 호통쳤다.

“이 녀석, 나는 네 녀석에게 아는지 모르는지를 물었다. 네 놈이 감히 모른다는 말을 한다면 나는 1칼로 너를 쪼개고 말겠다.”

유약송(柳若松)은 정붕(丁鵬)이 원월만도(圓月彎刀)를 쳐든 것을 보고 그만 안색이 변했다. 그는 정붕(丁鵬)이 농담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유약송(柳若松)은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제자는 알고 있습니다.”

정붕(丁鵬)의 안색이 약간 누그러졌다.

“흥, 네 놈이 염치를 아는구나. 유약송(柳若松), 네 녀석이 마음속으로 무슨 궁리를 하고 있는지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내 앞에서 시치미를 떼지 말고, 총명한 척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유약송(柳若松)은 얼굴에 놀란 빛을 띠우더니 입을 열었다.

“사부님, 정말 제자가 모르는데 사부님께 2쪽이 난다면 너무나 억울한 노릇이 아니겠습니까?”

정붕(丁鵬)은 담담히 말했다.

“정말 모르게 되었을 때 나는 결코 너를 다그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네가 속으로 어떤 궁리를 하고 있는지 환히 내다보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느냐?”

유약송(柳若松)은 정붕(丁鵬)을 바라보며 얼굴에 두려운 빛을 띠었다. 꿍꿍이 속이 있는 사람이 자기의 강적 앞에 자기 자신의 마음을 숨길 수 없게 되었을 때, 호랑이 우리 안에 갇혀 있는 토끼의 심정이 되는 것이었다.

교활한 토끼는 영리하지만 그와 같은 상황에서 조만간 호랑이의 밥이 되기 마련이었다. 정붕(丁鵬)은 빙그레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그 일을 다시 이야기할 때, 나는 네가 그 일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처음 너에게 물어볼 때는 정말로 물어본 것이었다.”

유약송(柳若松)은 의아한 빛을 띠었다.

“설마하니 제자의 대답에 문제가 있었나요?”

정붕(丁鵬)은 시인했다.

“너는 무척 놀라고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것이 바로 빈틈이다. 왜냐하면 너는 숫제 남이 죽고 사는 문제를 중시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네가 정말 모르고 있었다면 너는 틀림없이 그 죽은 사람들이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을 것이지만 너는 그 일 자체만을 주의한 것이다. 네가 이미 죽은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약송(柳若松)은 자기의 따귀를 1대 후려치고 자기 자신을 후레자식이라고 욕하고 싶었다.

자기 자신의 습관마저도 모르고 있으니 어떻게 자기 자신을 위장할 수 있겠는가. 1사람의 습관을 다른 사람들은 알고 있는데 자기 자신만이 모르는 경우가 많이 있다는 것을 유약송(柳若松)은 모르고 있었다. 정붕(丁鵬)은 그가 자기 자신을 원망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곧 이어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죽은 것이냐?”

유약송(柳若松)은 감히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소문에 들으니 은룡수(銀龍手)의 손 아래 죽었다고 하더군요.”

“은룡수(銀龍手)는 어떤 사람이냐?”

“은룡수(銀龍手)는 마교(魔教) 4대(四大)장로(長老) 가운데 하나로, 지난번 사부에게 상처를 입은 철연(鐵燕) 부부와 맥을 통하고 있는 사람들이지요.”

“그는 어째서 그 사람들을 죽였느냐?”


30. 배신자의 말로

유약송(柳若松)은 대답했다.

“그건 모르지요. 제자가 길을 가다가 목격한 사람의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가 묘사한 살인자의 형상으로 미루어 볼 때, 은룡(銀龍) 장로(長老)라고 생각했지요. 다른 사람은 아마도 그런 점까지는 모를 것입니다.”

“그가 나를 노리고 온 것 같지 않느냐?”

“그럴 리는 없겠지요. 그가 철연(鐵燕) 부부의 원수를 갚으려고 한다면 마땅히 직접 사부님을 찾아와야지 상관이 없는 그 사람들에게 화풀이를 할 리가 없겠지요.”

“어쩌면 그는 나에게 시위하기 위해서 일부러 내가 돌아오는 길에 1떼의 사람들을 죽여 놓았는지도 모르지.”

유약송(柳若松)은 무척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거야 무척 가능성이 있지요. 마교(魔教)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마음이 독합니다. 그들은 동료가 능멸을 당한 것은 전체의 치욕이라 여기고 반드시 상대방을 죽여야만 일을 끝내지요. 그래서 과거 여러 사람들은 마교(魔教)를 들먹일 때면 두려워했다더군요.”

“마교(魔教)에 대해서 자네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제자가 알고 있는 것은 무척 적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무척 신비하여 외부의 사람들은 그들의 상황을 파악하기가 무척 어려웠지요.”

“너는 나가서 수소문을 해 보아라. 이번 일을 자초지종과 그 인과(因果)를 알아보고 내일 나에게 대답을 해주도록 해라.”

“제자는 아무래도…”

“유약송(柳若松),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해내야 한다. 할 수 없다는 구실을 내세우고 빠질 생각은 하지 말아라. 내일 해가 지기 전에 네가 대답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풍수 좋은 곳을 찾아가 무덤을 파라. 명심해라. 내일 해가 지기 전이다.”

유약송(柳若松)은 더 말하지 않고 절을 하고 물러났다.

문 입구에 이르렀을 때 그는 정붕(丁鵬)의 먼 조상까지 욕을 했다.


시월의 어느 밤이었다. 달이 없는 밤이었다. 하늘은 음침하고 먹장 구름이 깔려 있고 밤하늘은 먹물을 뿌려 놓은 것 같았다. 그 1채의 황폐해진 커다란 저택은 소문에 의하면 여우[狐]가 출몰했기 때문에 주인이 싼값으로 어느 늙은 부부에게 넘겼다고 했다. 그 2늙은 부부는 여우[狐]를 두려워하지 않고 2칸의 방을 정리해서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

“화원에는 확실히 여우[狐]가 살고 있었소. 그러나 호선(狐仙)은 우리가 나이가 많고 의지할 데 없는 것을 알고 불쌍히 여겨서 우리가 머물도록 허락했소.”

어떤 사람은 밤중에 그 황폐한 저택을 정탐하기에 이르렀다. 화원에는 놀랍게도 아름다운 여인과 준수한 남자들이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겨우 힐끗 본 것에 지나지 않았고 곧 이어 기절하고 말았다.

이튿날 그는 아주 높다란 성루의 높다란 깃대에 매달려 있었는데 한쪽 귀가 잘려져 나가고 없었다. 그 사건이 있은 후에 다시는 그 누구도 그 황폐해진 저택을 답사하지 못했다. 청청(青青)은 소운(小雲)을 데리고 살그머니 그 커다란 저택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체구가 우람한 사람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구리로 만들어진 투구에 갑옷을 걸치고 있었고 청동색의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바로 지난번 산신묘(山神廟)의 그 산신이었다. 그가 허리를 구부리고 절을 하자 구리 조각들이 덜그덕, 덜그덕, 소리를 내었다.

그의 음성 역시 마치 청동 화로를 바닥에 부벼대는 것처럼 귀에 거슬렸다.

“불초가 공주님께 인사드립니다. 공주님께서는 어떻게 이곳에 왕림하셨는지요?”

“나는 급한 일로 할아버지를 만나야 되겠네. 이곳은 정말 찾기가 어려워서 나는 며칠을 헤맨 후에 겨우 찾아올 수 있었네.”

산신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으나 그 음성에는 감정이 섞여 있었다.

“공주님은 오시지 말아야 했소. 노주인께서는 다시는 공주님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하셨으며, 공주님은 이미 본문(本門)에 속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분부하셨소.”

청청(青青)은 여유있게 대답했다.

“알고 있네. 문호(門戶)에서 나를 상대한 일이 없었다면 나는 결코 오지 않았을 것이네.”

“문호(門戶)에서 누가 공주를 상대했다는 것인지요? 그건 불가능한 일이지요.”

“절대 틀림이 없는 일이네. 더군다나 할아버지의 금사령(金蛇令)까지 돌렸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할아버지에게 똑똑히 여쭈어 보아야 하겠네.”

산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절대 그런 일은 없습니다. 노주인께서는 며칠 전에 거듭 우리들에게 절대로 공주님께 연락을 취해서는 아니 된다고 타일렀었는데요…”

“하지만 할아버지의 금사령(金蛇令)은 가짜일 수 없지 않나? 더군다나 영을 내린 사람은 금의(金衣)사자라네.”

산신은 어리둥절해졌다.

“정말 그런 일이 있었나요. 지금의 금사령(金蛇令)은 모두 속하(屬下)가 관장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내가 모를 리 없지요. 도대체 무슨 일로 노주인께서 금사령(金蛇令)을 공주님께 돌렸지요?”

“할아버지가 내 남편을 죽이려고 한 것일세.”

산신은 흠칫했다.

“그럴 리가… 노주인이 어찌 그와 같은 명령을 내렸겠습니까? 그는 정(丁)공자가 최근에 쌓아 올린 성취에 대해 무척 흐뭇하게 여기고 계시며 본문(本門)이 날로 쇠퇴해가기는 하나, 본문(本門)의 도법은 정(丁)공자의 손에서 비범한 성취를 이루었으며, 본문(本門) 역시 정(丁)공자의 자자한 명성과 함께 길이 남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청청(青青)은 그 말을 받았다.

“동(銅) 숙부, 거짓말이 아니에요. 금사령(金蛇令)은 이 계집애에게 돌려진 것이며, 이 계집애 보고 우리 남편을 찔러 죽이라고 한 거예요. 다행히 손을 쓰게 되었을 때 내가 막았지요. 이 애는 할아버지의 금사령(金蛇令)을 받들었다고 했으며 확실히 금사령(金蛇令)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내가 할아버지에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여쭈어 보려고 찾아 나선 거예요.”

산신은 소운(小雲)을 바라보았다.

형형한 눈빛이 청동으로 만들어진 탈바가지 안에서 뻗쳐 나오고 있었다. 갑자기 그의 음성이 싸늘해졌다.

“소운(小雲), 정말이냐?”

소운(小雲)은 위축되어 1걸음 뒤로 물러서서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네. 그래요.”

“금의(金衣)사자가 너에게 몸소 금사령(金蛇令)을 전했더란 말이냐?”

“그렇사와요. 그가 금사령(金蛇令)을 내리게 되었을 때 또한 주인의 영유(令諭)도 전달했답니다.”

“너는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느냐?”

“그럴 리가 없어요. 쇤네가 입문하게 되었을 때 그가 소개해서 들어가게 되었고 또한 쇤네는 그를 따라 몇 년 동안 재간을 익혔지요.”

“그가 정말로 너에게 금사령(金蛇令)을 전했더란 말이냐?”

“그렇사와요. 쇤네는 이미 금사령(金蛇令)을 소저에게 드렸사와요.”

청청(青青)이 그 금사령(金蛇令)을 꺼내 놓으려고 했을 때 산신은 말렸다.

“공주, 속하(屬下)에게 보여줄 필요 없소. 금사령(金蛇令)은 틀림없소. 하지만 이미 그 효용을 잃고 있소.”

청청(青青)은 되물었다.

“효용을 잃고 있다니?”

산신은 설명했다.

“며칠 전 금의(金衣)사자가 12개의 금사령(金蛇令)을 휴대하고 문파(門派)를 배반하고 도망쳤소. 이미 속하(屬下)에게 격살을 당했지만 금사령(金蛇令)은 겨우 10개만 되찾았을 뿐이지요. 노주인은 그 누가 그 2개의 금사령(金蛇令)으로 영을 내리게 될까봐 이미 모든 제자들에게 금사령(金蛇令)을 없앴다고 통지했었지요.”

소운(小雲)은 대경실색했다.

“그건 쇤네가 모르는 일이옵니다.”

산신은 그 말에 얼른 대답했다.

“물론 너는 모를 것이다. 금사령(金蛇令)이 네게 전해지게 되었을 때 금의(金衣)사자는 아직 피살되지 않았으니까.”

청청(青青)은 그 말을 받았다.

“금의(金衣)사자가 본문(本門)을 배반하고 떠난 것은 정말 믿기가 힘드네요. 그는 충성심이 강하지 않았소?”

산신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 그러나 그는 금사(金獅) 장로(長老)의 제자이고 금(金)노대(老大)의 부(副)단주(壇主)이니, 금(金)노대(老大)가 그를 찾을 때 따라가는 수밖에 더 있었겠소.”

“금사(金獅) 장로(長老)가 본문(本門)의 반역도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을 터인데…”

“안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금(金)노대(老大)는 그에게 태산과 같은 은혜를 입혔고, 문호(門戶)에서는 그에게 그저 엄한 규율만 강조하니, 그는 자연히 그쪽으로 기울어지게 된 것이지요.”

청청(青青)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 본문(本門)은 중천에 떠 있는 해와 같은 기세였는데, 단번에 무너지고 4대(四大)장로(長老)들이 3명이나 배반한 것도 아마 똑같은 원인 때문이겠지요?”

산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장로(長老)라는 귀한 신분이지만 어떤 특권이나 존경을 받지 못했소. 조그만 잘못이라도 저지르게 되면 여전히 모두의 앞에서 처벌을 받아야 했지요. 문호(門戶)의 이와 같은 규칙은 여러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돋구도록 하여 조그만 잘못도 저지르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었지요. 뜻은 좋았으나 너무 엄격했지요.”

청청(青青)은 말했다.

“나는 할아버지에게 말씀을 드린 적이 있었어요. 그러나 그 어르신의 관점은 변하지 않으셨어요. 그 어르신은 규율을 결코 고칠 수 없다는 거예요.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더욱 조심하고 자중해야 하며, 더욱 잘못을 저지를 수 없다는 거예요. 3단(壇) 장로(長老)들의 배반과 이탈에 대해서, 할아버지께서는 결코 문규(門規)의 잘못이 아니고 그들 자신의 덕행과 수양이 그와 같은 중임을 맡기에 부족했으며, 동(銅)숙부는 그런 잘못을 저지른 적이 없다고 했어요.”

산신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노주인께서는 법을 엄하게 세우셨고 그 자신도 지켰지요. 나는 옛날 그 분이 우연히 잘못을 저지르게 되었을 때 여러 사람들 앞에서 상반신을 발가벗고 화락지형(火烙之形 불로 지지는 형벌)을 받은 것을 기억하고 있지요. 우리 4장로(長老)가 그만두시라고 부탁을 드렸으나 그 분은 되려 우리들을 1차례 꾸짖었지요. 바로 그때, 나는 노주인을 존경하게 되었지만 다른 장로(長老)들은 그렇게 생각지 않았지요…”

그는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좋겠지요. 이와 같은 변고를 겪게 후에, 본문(本門)에 남아 있는 제자들이 많지는 않지만, 대부분 충성스러운 사람들이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마음과 뜻을 하나로 뭉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는 준엄한 시선으로 소운(小雲)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소운(小雲)은 깜짝 놀라 안색이 창백해져서 입을 열었다.

“쇤네는 줄곧 충성으로 소저를 받들었어요. 믿을 수 없다면 소저에게 물어보세요.”

산신은 싸늘히 코웃음쳤다.

“소운(小雲), 너와 소향(小香) 2사람은 공주를 따라 나갔었고 노주인께서는 이미 너희들의 제자 신분을 말소하셨다.”

소운(小雲)은 고개를 숙였다.

“네… 하지만 우리들은 문호(門戶)와 연락을 취하고 있었어요.”

산신은 그 말을 반박했다.

“그것은 정(丁)공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이미 무적의 신도(神刀)를 연성했지만 강호의 경험이 여전히 모자라고 강호의 일들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노주인께서는 그에게 강호의 동태를 알려주고 필요한 모든 도움을 주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공주도 포함에서 너희들 모두 객경(客卿 고위급 내방객)의 위치이다. 너는 알겠느냐?”

소운(小雲)은 다소곳이 대답했다.

“제자는 알고 있사옵니다.”

산신은 냉소했다.

“알았다면 되었다. 다시 말하는데 너의 거짓말은 너무나 슬기롭지 못한 것이다. 너도 생각해 보아라. 금사령(金蛇令)은 문호(門戶)에서 가장 높은 전령부신(傳令符信)이다. 설사 네가 여전히 문호(門戶)에 몸을 담고 있다 해도 그와 같은 영유(令諭)를 받을 자격이 없는 몸인데 네가 문호(門戶) 밖의 사람이니 더 말할 필요가 있겠느냐?”

소운(小雲)은 안색이 변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금의(金衣)사자가 넘긴 것이에요.”

산신은 정색을 했다.

“너희들의 행적은 줄곧 내가 파악하고 있었다. 너는 금의(金衣)사자가 그 객잔(客棧)에서 그 영을 전달한 것이 보름 전이라고 했는데 맞느냐?”

소운(小雲)은 재빨리 대답했다.

“맞습니다. 그날은 바로 9월 열이틀이었습니다.”

산신은 여전히 준엄한 얼굴로 말했다.

“금의(金衣)사자는 9월 초아흐레에 떠나갔다. 목적은 아마도 너와 보조를 맞추려고 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는 9월 열하루에 나에게 저지당해서 격살되었다. 설마하니 그의 혼백이 너를 찾아갔더란 말이냐?”

소운(小雲)의 안색은 더욱 창백하게 변했다. 산신의 말은 계속되었다.

“나는 금사령(金蛇令)이 그 이전에 벌써 너의 손에 들어간 것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9월 초아흐레에 노주인께서는 갖가지 영부(令符)를 살펴보셨다. 금사령(金蛇令)은 이미 2쪽이 모자랐기 때문에 조사하자마자 들통이나서 금의(金衣)사자는 황급히 도망을 친 것이다. 나는 그가 금사(金獅) 장로(長老)와 내왕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줄곧 그의 행동을 주의해 왔다.”

청청(青青)은 차가운 안색으로 호통을 쳤다.

“이년, 네가 정말 거짓말을 했더냐?”

소운(小雲)은 털썩 무릎을 꿇었다.

“쇤네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청청(青青)은 한숨을 내쉬었다.

“소운(小雲), 나는 너를 이미 자매처럼 여기고 있었으며 심지어 나의 남편까지도 너에게 주어 함께 수발을 들도록 했다. 너는 어째서 그런 짓을 했지?”

소운(小雲)은 그저 큰절만 올렸지 1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머리로 땅바닥을 쾅쾅, 소리가 나도록 찍어대었다. 산신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소운(小雲), 그런 명령을 너에게 전달한다는 것은 실로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너의 그까짓 재간으로는 숫제 정(丁)공자를 죽일 수 없는 것이다.”

청청(青青)은 그 말을 받았다.

“특수한 상황에서는 성공했을지도 모르지요.”

“불가능하다. 정붕(丁鵬)이 그토록 쉽게 남에게 살해를 당한다면 정붕(丁鵬)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말을 1사람은 준수한 중년의 서생이었다. 그는 천천히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청청(青青)은 즉시 무릎을 꿇었다.

“청(靑)아가 할아버지에게 문안을 드립니다.”

중년인은 그녀를 부축해 일으키더니 빙그레 웃었다.

“얘야, 너는 이 할아버지를 찾아와 목숨을 걸고 싸우려고 했겠지?”

청청(青青)은 얼른 대답했다.

“청(靑)아가 어찌 감히 그럴 수 있겠습니까? 그저 할아버지에게 어이하여 그와 같은 명령을 내리셨는지 여쭈어 보고자 했을 뿐입니다.”

중년인은 자상하게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너는 할아버지가 그럴 줄 알았느냐?”

청청(青青)은 다소곳이 말했다.

“청청(青青)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청(靑)아가 와서 분명히 알아보려고 한 거예요. 만약 할아버지가 정말로 그런 뜻을 품고 계셨다면 이 청(靑)아는 오지 않았을 거예요.”

중년인은 탄성을 발했다.

“아!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은 무슨 뜻이냐?”

청청(青青)은 솔직히 대답했다.

“청(靑)아는 할아버지의 명령을 집행했을 거예요.”

중년인은 다짐받듯 물었다.

“정말이냐?”

청청(青青)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정말이지요. 더군다나 정붕(丁鵬) 역시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일 거예요. 그의 목숨은 할아버지가 구한 것이고 그의 오늘날의 모든 것은 할아버지가 주신 거예요. 할아버지가 그에게 죽으라고 한다면 그는 결코 망설이지 않을 거예요.”

중년인은 다시 물었다.

“너는 감히 보증을 할 수 있느냐?”

청청(青青)은 대답했다.

“할아버지가 그에게 다른 일을 시킨다면 어쩌면 항명을 할는지 모르지만, 할아버지가 죽으라고 한다면 그는 틀림없이 명을 받들 거예요. 청청(青青)은 그에 대해서 퍽이나 잘 알고 있어요.”

중년인은 크게 위안이 되는지 크게 소리내어 웃었다.

“하하하, 좋다. 좋아. 그 녀석에게 그와 같은 마음과 뜻이 있다면 내가 심혈을 기울인 것이 헛되지 않구나.”

청청(青青)은 중년인은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날 그가 지니고 있는 내공이 할아버지의 내공을 그에게 주입한 것이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지만, 청(靑)아는 그가 알고 있으리라 믿으며, 그가 배은망덕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중년인은 넌지시 물었다.

“그는 여전히 너를 여우[狐]라고 생각하느냐?”

청청(青青)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건 청(靑)아도 잘 모르겠네요. 그는 속으로 어느 정도 알아차렸어야 하는데도 그는 정말 우리들을 여우[狐]로 여기고 있어요. 어쩌면 속으로는 의심하면서 저를 편하게 해주려고 속아주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중년인은 생각해보더니 껄껄 소리내어 웃었다.

“하하하, 좋다. 너는 계속 여우[狐]로 행세하도록 해라.”

청청(青青)은 물었다.

“나중에는 어떻게 해야 되나요?”

중년인은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장래 일은 신경 쓸 것 없다. 장래의 일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너는 1가지 사실만 믿어야 한다. 이 할아버지는 결코 너희들을 해롭게 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정붕(丁鵬)을 아끼고 사랑하는 점에 있어서는 너보다 더하다는 것을 알아 두어라.”

청청(青青)은 고개를 숙였다.

“청(靑)아는 이해합니다.”

중년인은 그녀의 어깨를 다독거렸다.

“이해하면 되었다. 소운(小雲)을 데리고 가거라. 이후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아라. 우리들은 다시 장소를 바꾸어야 되겠구나.”

“다시 장소를 바꾸어야 한다니, 어째서인가요?”

“이곳을 너마저 찾아오는데 안전하다고 할 수 있겠느냐?”

산신이 입을 열었다.

“주인, 소운(小雲)을 놓아줍니까?”

중년인은 웃었다.

“그녀는 본문(本門)의 사람이 아니니 내가 그 애를 처리할 권리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본문(本門)의 금사령(金蛇令)을 전달받았습니다.”

“그것은 금사령(金蛇令)이 아니다. 우리들의 금사령(金蛇令)은 그 전에 이미 없애버렸다. 그녀는 결코 잘못이 없다. 그녀가 정붕(丁鵬)에 대해서 불리한 일을 한 것은 그들 집안의 일이니 우리가 상관할 바 아니다. 동타(銅駝), 그렇지 않은가?”

산신은 공손히 대답했다.

“네. 주인님.”

중년인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나는 사태가 이런 식으로 진전되어 가는데 대해 무척 기쁘게 생각한다. 청(靑)아, 네가 없었다고 해도 소운(小雲)은 정붕(丁鵬)을 죽이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녀석은 이미 생사현관을 뚫어 천인합일(天人合一)의 경지로 들어갔는데 어찌 1자루 조그만 은침으로 그를 죽일 수 있겠느냐. 그 애에게 손을 쓰도록 한 사람도 그 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소운(小雲)은 참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저보고 손을 쓰라고 했을까요?”

중년인은 간단히 대답했다.

“그는 다만 네가 실패를 한 후에 내가 교사했다는 사실을 발설하도록 하여, 정붕(丁鵬)이 나를 미워하도록 만들 속셈이었다.”

소운(小雲)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중년인은 다시 입을 열었다.

“너는 교사한 사람이 누구인지 말하려고 하지 않았으나 나는 그 사람이 금의(金衣)사자라는 것을 알고 있다. 오직 그만이 금사령(金蛇令)을 훔쳐서 그에게 가져다 주고 너의 손에 전달할 수 있느니라.”

소운(小雲)은 그에게 큰절을 올렸다. 산신과 청청(青青)에게도 각기 절을 하더니 몸을 일으켜 문 밖으로 걸어나갔다. 청청(青青)은 조용히 불렀다.

“소운(小雲), 너는 어디로 가느냐?”

소운(小雲)은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

“쇤네는 주인님의 자비를 받아 1목숨을 용서받았지만 소저의 곁에서 더 지체할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 살길을 열려고 하는 거예요.”

청청(青青)은 물었다.

“금사(金獅)가 너를 수용할 것 같으냐?”

소운(小雲)은 부드럽게 웃었다.

“쇤네는 모르겠어요. 그가 일을 맡길 때, 성공한 후에 즉시 어느 곳으로 오면 자연히 어떤 사람이 있어서 접선을 할 것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이제 주인님의 말씀을 듣고보니 그는 이미 쇤네가 반드시 죽으며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곳은 아마도 실재하지 않는 허구적인 장소일 거예요.”

중년인은 빙그레 웃었다.

“금사(金獅)의 위인됨은 너도 똑똑히 알겠지만, 그가 너를 이용할 때는 몰라도 그렇지 않을 때 결코 네가 살아남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소운(小雲)은 망연한 얼굴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틀림없이 그녀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청청(青青)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소운(小雲), 나는 어째서 네가 그 사람의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구나?”

소운(小雲)은 처연한 웃음을 웃었다.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청청(青青)은 다시 물었다.

“그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냐?”

소운(小雲)은 중년인을 바라보았다. 그의 안색은 무척 무거웠다. 중년인은 한숨을 내쉬고 입을 열었다.

“만약 네가 이곳에 머물러 있다면 나는 네가 해침을 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장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나도 이곳의 누가 그들의 일당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청청(青青)은 나섰다.

“하지만 네가 만약 나를 따른다면 나는 너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 왜냐하면 나의 곁에는 너와 소향(小香), 아고(阿古)만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 2사람의 충성심은 내가 절대적으로 신임할 수 있다.”

소운(小雲)은 다소곳이 말했다.

“소저, 소저가 온종일 정(丁)공자의 곁에 있으면 몰라도 그렇지 않을 때 소저 역시 안전하지 못해요. 소저의 무공은 금사(金獅) 장로(長老)보다 뛰어날 수 없어요.”

청청(青青)은 웃었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는 감히 나를 건드리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가 나를 죽이게 되었을 때, 정(丁)공자는 틀림없이 그를 찾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소운(小雲)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소저께서는 여전히 저를 거두어주시겠어요?”

청청(青青)은 웃었다.

“어째서 거두어들이지 못하겠느냐? 나는 너를 버리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우리들은 이미 오랜 세월 함께 살아 왔다. 네가 더 좋은 갈 곳이 있다면 나는 결코 너를 막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네가 나가서 떠돌이 신세가 된다면 차라리 나를 따르는 것이 좋겠구나.”

소운(小雲)은 끝내 그들의 곁으로 되돌아왔다. 중년인은 가상하다는 듯이 청청(青青)을 바라보며 말했다.

“청(靑)아, 너는 훌륭하구나. 너는 용서가 무엇인지 아는구나. 너는 틀림없이 잘 지낼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나는 너무나 늦게 깨달았다. 만약 내가 진작 그 도리를 깨달았다면 오늘과 같은 결과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말한 그는 재빨리 몸을 돌렸다. 아마도 눈물을 남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청청(青青)은 물론 그런 사실을 잘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산신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동(銅)숙부, 나는 가겠어요. 몸조심하세요. 다음에 다시 찾아뵙지요.”

그녀는 조부에게 작별을 고하지 않았다. 그녀는 할아버지가 등을 돌린 것은 차마 그녀가 떠나가는 것을 볼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의 문호(門戶)에서 눈물은 가장 진귀한 성수(聖水)였다. 모든 사람들은 한평생 단 1번만 눈물을 흘리게 되어 있었다. 그녀 역시 할아버지가 1번째의 눈물을 이미 흘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小樓一夜聽春雨 (소루일야청춘우) 작은 누각의 밤, 봄비 소리 듣다 라는 그 시를 위해서 눈물을 흘린 것이었다. 거기에는 틀림없이 1토막 지극히 애절하고 사람을 움직이는 이야기가 얽혀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 누구도 알지 못했고 그와 가장 가까운 할머니마저도 모르고 있었다. 따라서 그녀의 할아버지는 결코 가볍게 눈물을 흘리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녀는 공손히 그의 뒷모습을 향해 큰절을 올린 후 소운(小雲)을 데리고 그곳을 나왔다.

소운(小雲)은 앞서고 청청(青青)은 뒤를 따랐다. 2사람은 모두 말을 타고 있었다. 그녀들은 여우[狐]가 아니기 때문에 하늘로 날아오르거나 땅속으로 기어들거나 종적을 감출 수 없었다. 그녀들이 절묘한 경신법을 지녔다 해도 그 먼 거리를 내내 달음질칠 수 없어서 부득이 말의 힘을 빌렸다. 그녀들은 1조각의 면사(面紗)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러나 청청(青青)의 아름다운 몸매와 무형 중에 드러나는 자태는 사람들을 홀리기에 충분했다.

만약 그녀의 그 절대경세(絶代警世)의 얼굴을 보게 된다면 아마도 뒤에 1떼의 사람들이 따라 붙게 될 것이다. 가까스로 성에서 벗어나자 인적이 좀 드물어져서 2사람은 말을 나란히 하고 나갈 수 있었다. 청청(青青)은 말을 달려 소운(小雲)과 말머리를 나란히 하게 되었는데 소운(小雲)은 걱정스러운듯 입을 열었다.

“소저, 이런 모양이면 남의 주목을 받기 쉬워요.”

청청(青青)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니?”

“우리들은 화장을 할 수 있는데요.”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모양은 더욱 귀찮은 일을 불러들일 것이다. 지금 이 모양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알아볼 것이기 때문에 감히 가볍게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만약 다른 모습으로 변장한다면 일반인들을 속일 수 있다 해도 고수를 속일 수 없을 것이고 암암리에 손을 써오게 되면 우리가 죽어도 알 사람이 없지 않겠느냐?”

소운(小雲)은 나직히 한숨을 쉬었다.

“아! 공자의 명성이 너무나 커졌어요. 그는 명성이 너무 일찍 알려지게 되었어요. 전혀 알려져 있지 않던 사람이 단번에 세상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고 사효봉(謝曉峰)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으니, 많은 사람들이 믿지 못하고 승복할 수 없어서 1번 시험해 보려고 할 것이에요. 그렇게 된다면 정말 많은 귀찮은 일들을 불러일으키게 될 거예요.”

청청(青青)은 미미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 사효봉(謝曉峰)은 오랫동안 명성을 떨치고 있었지만 역시 귀찮은 일을 완전히 끊지 못하고 있지 않니?”

“하지만 신검산장(神劍山莊)으로 찾아가는 사람들은 훨씬 줄어들었지 않아요?”

“그것은 사효봉(謝曉峰)이 몇 년 동안 강호의 일을 돌보지 않았기 때문이고 또 약간의 사람들에 의해 신선처럼 받들어졌기 때문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여전히 강호에 들어서게 되었을 적에 귀찮은 일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스스로 찾아올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강요를 받고 찾아올 것이다.”

“공자는 지금 어떨까요?”

청청(青青)은 웃었다.

“그는 이미 사람을 찾아갈 필요가 없다. 사효봉(謝曉峰)을 찾아갔으니 그의 귀찮은 일을 모조리 이어받은 셈이다.”

“하지만 공자의 쟁쟁한 명성으로 볼 때 귀찮은 일은 틀림없이 적지 않게 생길 거예요.”

“적지 않겠지. 그러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역시 많지 않아. 많은 사람들은 입으로 큰소리를 치지만 정말 목숨을 떼어 붙이라고 했을 때 그들은 그 누구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소운(小雲)은 웃었다.

“정(丁)공자를 찾아오는 것은 2째 치고 우리에게 시비를 걸려고 해도 적어도 약간의 도행(道行)이 있어야 할 거예요.”

청청(青青)은 잠시 잠자코 있다가 불쑥 입을 열었다.

“그건 네가 틀렸다.”

소운(小雲)은 물었다.

“제가 틀렸다니요?”

“이미 귀찮은 일이 들이닥쳤다. 그들에게 얼마만한 도행이 있는지 알아볼 수 없구나.”

그녀는 말채찍으로 앞을 가리켰다. 길에 7, 8명의 장한(壯漢)들이 서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우람한 가슴팍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 사람들은 하나같이 체구가 우람했다. 이 사람들은 무기를 지니고 있었는데 장창(長槍)이나 큰 칼, 선인담(仙人擔), 석부(石斧) 등을 들고 있었다. 얼굴에는 시비를 걸려는 험상궂은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31. 사로잡힌 청청(青青)

소운(小雲)은 그들의 행색을 바라보며 웃었다.

“소저, 이 눈이 먼 녀석들이 감히 우리들에게 시비를 걸려고 하는데 내가 가르침을 베풀겠어요.”

청청(青青)은 눈살을 찌푸렸다.

“우리는 그들과 노닥거릴 여유가 없다.”

소운(小雲)은 그 말을 받았다.

“조용히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군요. 그들은 우리에게 시비를 걸기로 작정을 1모양이에요.”

쌍방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그들은 1줄로 늘어서서 길을 막았다.

시비를 걸려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청년이 부채를 흔들면서 입을 열었다.

“묘하군. 묘해. 나 화화(花花) 공자가 여지껏 많은 여자들을 상대해 보았지만 이와 같이 마음에 드는 여자들은 그야말로 본 적이 없는 것 같구나.”

자기 딴에는 칭찬을 1모양인데 그의 입에서 뱉어지자 오히려 경박하고 비아냥거리는 말로 들렸다.

소운(小雲)은 청청(青青)에게 눈짓을 하고 화사한 얼굴로 말 위에서 허리를 살짝 구부려 보였다.

“공자, 길 좀 비켜 주시지요. 우리 2사람은 급한 볼일이 있답니다.”

화화(花花)공자는 웃었다.

“허허허, 2분 낭자, 당신네 남편들은 여자들을 아낄 줄 모르는 것 같군요. 아무리 중요한 일이 있다고 해도 당신들 같이 어여쁜 미인들을 부려먹다니, 말이 되오?”

소운(小雲)은 울상을 지었다.

“어쩌는 수 없었어요. 집안에는 우리 상공 1분만이 남자인데 출타하셨어요. 그래서 우리 작은 낭자께서 친히 시골로 내려가 소작료를 받을 수밖에 없었어요.”

화화(花花)공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정말 고약하군. 고약해. 그런 빌어먹을 남자가 있다니. 당신들처럼 아리따운 여자들을 어떻게 내버려 두고 멀리 출타를 한단 말이오? 본 공자는 당신들을 위해서 화를 내지 않을 수 없구려.”

소운(小雲)은 즉시 그 말을 받았다.

“공자 나으리, 농담은 그만 하세요. 저의 노마님께서는 병환중이세요. 우리들이 은자를 가지고 돌아가 의원을 청해 병을 치료해야 될 입장이에요.”

화화(花花)공자는 웃었다.

“아! 원래 노마님께서 병환이 드셨구려? 그렇다면 지체할 수 없지. 빨리 가서 의원을 청해야지.”

소운(小雲)은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그러나 보통의 의원들은 노마님의 병을 제대로 볼 수 없어요. 반드시 소주(蘇州)로 가서 명의(名醫) 엽천사(葉天士) 엽(葉)선생을 모셔다가 치료해야 할 판이니, 그 노자만 해도 적은 액수가 아니지요. 그래서 부득이 우리들은 시골로 내려가 소작료를 받아서 100냥의 은자를 거두어 들였는데 아직도 모자랄 것 같아서 이웃 분들에게 신세를 지려고 하는 중이에요.”

그 화화(花花)공자는 동정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쯧쯧쯧, 안 됐구만. 돈을 빌릴 수는 있겠소?”

소운(小雲)은 힘주어 말했다.

“빌릴 수 없더라도 빌려야지요. 어쩔 도리가 없으니까요. 고리대금이라도 빌려야 할 판이에요.”

화화(花花)공자는 자기 일처럼 말했다.

“그건 너무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겠소? 본 공자로 말하면 언제나 착한 일을 좋아하오. 이렇게 합시다. 내가 당신들에게 500냥의 은자를…”

소운(小雲)은 얼른 소리쳤다.

“정말이에요?”

청청(青青)은 나무라며 말했다.

“소운(小雲), 모르는 사람인데 어떻게 함부로 남에게 돈을 빌릴 수 있단 말이냐?”

소운(小雲)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작은 마님, 마침 잘 되지 않았어요? 우리가 빌릴 수 있을지도 의문인데 이 공자께서 우리들을 도와주려 하시니…”

청청(青青)은 그 말을 가로막았다.

“남의 돈을 빌렸다가 나중에 무엇으로 갚는단 말이냐?”

화화(花花)공자는 웃었다.

“원래 젊은 낭자께서는 그것을 걱정하셨군요. 그럴 필요 없소. 본 공자는 은자가 너무나 많아서 어떻게 써야 좋을지 모르는 판이오. 믿을 수 없다면 이 사람들에게 물어 보시오. 어느 누가 나에게 몇 100냥 빌리지 않은 사람이 있으며, 내가 그들에게 갚으라고 한 적이 있는지 말이오.”

1명의 건장하고 뚱뚱한 사내가 입을 열었다.

“우리 공자께서는 너무 너그러우셔서 우리가 모시고 놀아주기만 한다면 빚을 없애준답니다.”

화화(花花)공자는 그를 바라보았다.

“황반(黃胖), 너는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것이냐? 본 공자로 말하면 너희들이 불쌍해서 그런 것이다. 설마하니 내가 놀아줄 사람이 없어서 너희들에게 놀아달라고 하겠느냐?”

그 황반(黃胖)이라는 사내는 허리를 구부렸다.

“네. 네. 소인이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공자께서는 이와 같은 2분의 아리따운 낭자가 있으니 자연 우리를 다시 필요로 하지 않겠지요.”

그 말을 듣고 화화(花花)공자의 얼굴에 음탕한 빛이 떠올랐다. 소운(小雲)은 얼굴에 1가닥 웃음을 떠올렸다.

“공자, 장난을 치는 것은 아니겠지요? 우리들은 칼을 휘두르거나 검을 휘두르는 사람이 아닌데, 어떻게 공자와 놀 수 있겠어요?”

화화(花花)공자는 웃었다.

“창칼을 휘두르는 것은 이 거칠은 사내들이 노는 법이고, 2분의 가인(佳人)에게 불초가 어떻게 감히 당돌한 행동을 할 수 있겠소? 우리들은 물론 의젓한 놀이를 해야겠지.”

소운(小雲)은 물었다.

“무엇이 의젓한 놀이인가요?”

화화(花花)공자는 웃었다.

“예를 든다면 술을 마신다거나 시를 읊고 댓구를 만들어 짓는다거나 또는 노래를 부르는 것이지.”

소운(小雲)은 탄성을 발했다.

“공자, 그런 놀이는 창녀촌의 갈보들이 하는 놀이에요. 우리들은 여염집의 아낙들인데 어찌 그럴 수 있겠어요?”

화화(花花)공자는 웃었다.

“1가지 놀이는 그 어떤 여자라도 다 하는 것이오. 당신들이 이 공자와 더불어 1번만 놀아준다면, 본 공자는 즉시 당신들에게 100냥의 은자를 드리겠소.”

소운(小雲)은 웃었다.

“우리들에게 100냥이나 되는 은자를 공짜로 줄 리가 없고, 어떤 조건이 있을 줄 알고 있었어요.”

화화(花花)공자는 웃었다.

“하지만 그와 같은 놀이는 당신들도 손해를 보지 않아요. 1조각의 살점도 떨어져 나가지 않는단 말이오.”

소운(小雲)은 고개를 돌렸다.

“작은 마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청청(青青)은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터무니없는 소리. 죽일 놈의 자식 같으니, 저 놈이 감히 나에게 그런 말을 지껄이다니!”

소운(小雲)은 한숨을 내쉬었다.

“작은 마님, 작은 마님도 알아보셨겠지만 오늘 우리는 무사히 이곳을 지날 수 없어요. 차라리 역경을 순순히 받아들여 체면불구하고 이번만 넘기면 100냥이나 되는 은자가 생기는 것이 아니겠어요?”

화화(花花)공자는 웃었다.

“하하하, 옳은 말씀이야. 역시 나이 어린 낭자가 활달하군. 본 공자는 오늘 마음이 적적해서 마실을 나오는 길인데 마침 이곳에서 당신들을 만나게 되었소. 그런데 나를 기쁘게 해주지 않는다면 내 어찌 당신들을 놓아 보내겠소?”

소운(小雲)은 다짐을 받듯 말했다.

“하지만 은자는 절대로 주셔야 해요?”

화화(花花)공자는 웃었다.

“당연한 말이오. 당신들이 순순히 내 말을 듣는다면 본 공자의 몸에는 3, 400냥의 은자가 있으니 모조리 당신들에게 주어도 괜찮소.”

소운(小雲)은 그 말을 받았다.

“당신은 나를 속이지 마세요. 3, 400냥의 은자라면 부피만 해도 1뭉치가 될 것인데, 몸에 어떻게 간직할 수 있겠어요?”

화화(花花)공자는 웃었다.

“본 공자는 은자를 직접 몸에 지니지는 않소. 하지만 나의 부하들이 몸에 지니고 있어도 마찬가지가 아니겠소?”

그는 고개를 돌리고 옆으로 바라보며 불렀다.

“호표(胡彪), 은자 자루를 펼쳐서 그녀들에게 보여주어라.”

호표(胡彪)는 하인의 옷차림을 하고 있었고 어깻죽지에 전대를 걸치고 있었다.

그는 그 말을 듣자 즉시 전대를 내리고 주둥이를 벌려 안에 허연 은자를 내보였다. 소운(小雲)은 웃었다.

“정말 은자를 지니고 있군요. 공자, 우리들이 큰길 위에서 놀이를 할 수는 없지 않겠어요?”

화화(花花)공자는 싱글벙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야 물론 안되지. 저쪽 앞에 내 집이 있소. 그곳으로 가면 먹고 마실 수 있으니 더욱 재미가 날 것이오.”

소운(小雲)은 눈살을 찌푸렸다.

“우리는 길을 재촉해야 하기 때문에 더 지체할 수 없으니 빨리 가도록 해요. 공자, 우리 2사람이 말을 타고 1걸음 먼저 가는 것이 어때요? 자, 내가 말로 당신을 태워다 드리지요.”

그녀는 즉시 한쪽 손을 뻗쳐 내었다. 뾰족한 손가락은 희고 부드러웠다. 화화(花花)공자는 그 예쁜 손 모양에 2눈을 크게 뜨고 재빨리 손을 뻗쳐 잡으려고 했다. 소운(小雲)은 즉시 5손가락으로 그의 손목을 움켜잡았고 힘을 불끈 주었다.

그 수법에 걸린 이상, 강호의 고수라 해도 전신이 마비되어 꼼짝도 못하게 되어야 했다. 그러나 그 화화(花花)공자는 마치 무쇠로 만든 사람처럼 아무 일도 없었고 그녀에 이끌려 말에 올라타자 손을 뻗쳐서 오히려 그녀의 허리를 감으며 웃었다.

“작은 낭자, 당신의 손은 무척 부드럽군. 내 손목을 슬쩍 만졌을 뿐인데 이미 나의 혼을 낚아채 갔구려.”

혼이 나간 사람은 화화(花花)공자가 아니라 소운(小雲)이었다. 그녀는 화화(花花)공자의 품에 안기게 되었고, 마치 귀신에 홀린 것처럼 멍청해져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청청(青青)은 소운(小雲)이 손을 써서 그 색한을 골탕먹일 줄 알고 있었는데 화화(花花)공자가 말에 올라타고 소운(小雲)이 놀란 표정을 짓는 것을 보자 잘못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가장 속된 모습으로 나타난 이 부잣집 망나니 도련님은 놀랍게도 실력을 깊이 감추고 드러내지 않았던 고수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그녀들을 길가에서 기다린 것도 음모일 것이다. 화화(花花)공자는 웃으면서 소운(小雲)에게 말했다.

“낭자, 갑시다. 일을 빨리 끝내야 빨리 출발할 것이 아니오? 당신들이 짧은 시각 안에 200냥의 은자를 벌게 되었으니 정말 대단하오. 천하에 아마 이보다 돈을 잘 벌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오.”

그 호표(胡彪)라는 자가 웃으며 말했다.

“그렇고 말고요. 우리들이 공자 나으리를 따라 다니며 부지런히 일해도 2, 3달 동안 그토록 많은 돈을 받을 수는 없었지요. 역시 아름다운 여인들이 덕을 보는구려.”

그는 일부러 청청(青青)을 화나게 만들려는지 말을 할 때 일부러 앞으로 얼굴을 디밀었다.

청청(青青)은 그의 자세를 보고 이 사람이 보기 드문 고수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의 온몸 아래 위는 이미 무형의 담장에 뒤덮힌 듯했다. 다른 사내들을 살펴보니 모든 사람들은 하나같이 무거운 철탑(鐵塔)을 세워 놓은 것 같았다. 청청(青青)은 무척 침착했다. 그녀는 이럴 때일수록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빠져나가려면 반드시 비상수단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그녀는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급히 말을 몰아 앞으로 뚫고 나가려 했다.

그 사내들은 재빨리 앞으로 달려나와 막았다. 그러나 청청(青青)은 앞으로 나서는 척하면서 뒤로 물러설 계획을 세워 놓고 있었다. 그녀는 말에 채찍질을 가해 말을 재빠르게 몰면서 몸뚱이는 말 등에서 도약해서 퉁겨지듯 반대 방향으로 날아가는데 그날아가는 기세가 화살과 같았다. 그녀는 쏜살같이 빨랐으나 어떤 사람은 그녀보다 더욱 빨랐다. 그 황반(黃胖)이라는 사내가 번개같이 뒤쫓아 온 것이었다.

청청(青青)이 1번 몸을 퉁겨서 10여 장(丈)을 날아가 사뿐히 땅에 내려서게 되었을 때 황반(黃胖)은 정확하게 그녀의 앞을 가로막고 싱글벙글 웃었다.

“낭자, 어디로 가시려는 거요?”

청청(青青)은 이 사내의 신법이 이토록 빠를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녀의 뇌리에 번개같이 1사람이 떠올라 자기도 모르게 놀라 소리를 질렀다.

“너는 귀영자(鬼影子) 황여풍(黃如風)?”

황반(黃胖)은 미소를 지었다.

“낭자가 이 못난 놈의 별호를 알고 있구려?”

청청(青青)은 몸을 똑바로 세웠다.

“당신들은 연운(連雲)14살(十四煞)이군.”

황반(黃胖)은 씩 웃었다.

“낭자는 강호 인물에 대해서 잘 알고 있구려. 우리 형제 몇 사람은 결코 이름난 인물들이 아닌데도 알아보는구려.”

청청(青青)은 냉소했다.

“연운(連雲)14살(十四煞)은 강호에 나타난지 몇 년 되지 않았지만 흑도에서 이름만 듣고도 간담이 서늘해진다는 대살성(大煞星)이 되었지 않아요?”

황반(黃胖)은 얼른 그 말을 받았다.

“우리들은 오로지 흑도의 인물들만 상대하고 있소. 물론 질시를 받지만 좋은 점도 있소. 우리들이 상대하는 것은 모두 죽어 마땅한 녀석들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우리들을 도저히 용서받지 못할 사람들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오.”

청청(青青)은 물었다.

“나는 흑도에 몸 담고 있는 사람이 아닌데 당신들이 나를 무엇 때문에 찾아왔지요?”

황반(黃胖)은 웃었다.

“낭자가 우리와 함께 1번 가 보면 알 것이 아니겠소?”

만약 그들이 연운(連雲)14살(十四煞)이라면 오늘 결코 득을 볼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모두 강호에서 으뜸가는 절정 고수들이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나직히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가고 싶지 않아도 안 되겠군요.”

황반(黃胖)은 웃었다.

“그런 것 같구려.”

청청(青青)은 냉랭히 물었다.

“당신들은 나를 번거롭게 하기 위해서 온 사람들인가요?”

황반(黃胖)은 웃었다.

“그렇게 말할 수 있소. 낭자의 동작은 무척 빠른 셈이오. 우리들은 꼬박 여드레를 두고 쫓다가 가까스로 이 길에서 당신을 만나게 된 것이오.”

청청(青青)은 다시 물었다.

“당신들은 내가 누구인지도 알고 있겠군요?”

황반(黃胖)은 웃었다.

“물론 알고 있소. 예전에 낭자는 전혀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신도 정(丁)대협의 부인이 된 후에 명성이 쟁쟁한 대인물이 된 셈이지요.”

청청(青青)은 가볍게 그 말을 반박했다.

“어떻게 그 일이 가능하겠어요. 나는 1번도 남에게 얼굴을 내민 적이 없는데요.”

황반(黃胖)은 다소곳이 말했다.

“우리가 인물로 평가하는 잣대는 여느 사람과는 다르오. 다른 사람들은 이름으로 사람을 알게 되지만 우리는 사람으로 이름을 알게 되는 것이외다. 낭자는 대인물이 될 수 있는 분이지요. 그래서 우리들은 1번 사귀어 보려는 것이외다. 강호에는 헛된 명성을 얻은 도배들이 많소. 그들의 명성은 무척 쟁쟁하지만 우리들은 1번 쳐다보고 싶은 생각도 없다오.”

청청(青青)은 웃었다.

“예를 들어주실 수 있겠어요?”

황반(黃胖)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례는 너무나 많소. 다른 것은 고사하고 소(小)낭자의 집안에 있는 제자 유약송(柳若松)과 그와 함께 명성을 날린 묵죽(墨竹), 홍매(紅梅)… 세한(歲寒)3우(三友)의 명성은 적지 않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그야말로 시골구석의 닭이나 개새끼 정도에 불과하여 1번 쳐다볼 가치조차 없다고 느끼오.”

청청(青青)은 은근히 물었다.

“그렇다면 당신들은 무척 나를 높이 사는군요.”

황반(黃胖)은 자랑스럽게 말했다.

“우리가 눈독을 들인 사람은 결코 범상한 사람은 아니지요.”

청청(青青)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정말 기뻐해야 할지 아니면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황반(黃胖)은 씩 웃었다.

“기뻐해야 할 사람은 우리이고 슬프게 생각할 사람은 낭자겠지요.”

청청(青青)은 나직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당신들은 나보고 무엇을 하라는 거지요?”

황반(黃胖)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 질문은 무척 재미있구려. 당신 자신도 모르는데 우리들이 어떻게 알겠소?”

“바로 내가 모르기 때문에 당신들에게 물어본 거예요.”

“당신이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또 누구에게 묻지요?”

“그야 물론 당신들에게 이 일을 시킨 사람에게 물어보아야 할 것이 아니겠소? 나는 당신네가 자발적으로 나를 찾아온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맞았소. 그러나 지시를 1사람도 없소. 우리는 단지 1통의 편지와 5천 냥의 황금 보관증을 받았을 뿐이오. 당신을 어느 곳으로 데리고 가서 5천 냥의 황금과 바꾸라는 것이었소.”

“황금을 내놓을 사람이 누구인가요? 당신들은 어찌되었든 알겠지요?”

“모르오. 우리들은 황금만 알았지 사람은 확인하지 않소.”

“당신들은 틀림없이 5천 냥의 황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우리들은 언제나 자신 없는 일은 하지 않소. 감히 그 누구도 우리들 앞에서 수작을 부리지 못할 것이오.”

청청(青青)은 웃었다.

“황여풍(黃如風), 당신은 잘못 알았소. 당신은 마땅히 백설아(白雪兒)에게 좀 배워야할 것이오.”

황반(黃胖)은 물었다.

“백설아(白雪兒)는 어떤 사람인가요?”

청청(青青)은 대답했다.

“백설아(白雪兒)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기르는 1마리의 고양이에요. 몸의 털이 희고 깨끗해서 잡티라고는 1점도 찾아볼 수 없지요.”

황반(黃胖)은 웃었다.

“나보고 가서 가르침을 받으라고 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겠구려. 마땅히 우리 5째를 보내야 할 것이외다…”

그는 손가락으로 비쩍 마르고 키가 큰 사내를 가리켰다. 그 사내는 둥근 얼굴에 아래턱이 뾰족했으며 귀는 위로 솟아올라 있어 얼핏 보기에 1마리의 고양이를 연상시켰다. 손가락질을 해 보이고 황반(黃胖)은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5째는 묘아검(貓兒臉)이라고 하는데, 그를 1번 본 사람이면 잊지 못하지요.”

청청(青青)은 시인했다.

“그의 얼굴을 잊는 것은 무척 어렵겠군요.”

묘아검(貓兒臉)은 입을 열었다.

“내가 1번 본 사람이라면 나는 더욱 잊지 않소. 왜냐하면 나는 그의 얼굴에 1점의 기호를 남기기 때문이지요.”

그는 손에 1겹의 장갑을 끼고 있었는데 이 장갑은 무척 작아서 손등의 반을 가리는 정도였으나 손가락 끝에는 길고 예리한 발톱 같은 것이 달려 있었는데 그것은 마치 고양이의 발톱을 연상시켰다. 그는 그 뾰족한 발톱으로 허공을 2번 긋는 시늉을 했다. 황반(黃胖)은 그 광경을 보고 웃었다.

“우리 5째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고양이 고기를 먹는 것이오. 너무 많이 먹어서 얼굴 생김새가 고양이를 닮게 되었고 성격이나 성깔마저도 고양이를 닮았지요. 낭자의 백설아(白雪兒)에게 무슨 문제가 있다면 마땅히 그에게 물어보아야 할 것이오.”

이번에는 묘아검(貓兒臉)이 청청(青青)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 놈은 숫놈이오, 아니면 암놈이오?”

청청(青青)은 웃었다.

“물론 암놈이에요.”

묘아검(貓兒臉)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암코양이의 고기는 너무 시큼해서 맛이 없소.”

청청(青青)은 대답했다.

“백설아(白雪兒)의 고기는 맛이 없지만 백설아(白雪兒)의 지능은 무척 높아서 충분히 당신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베풀 수 있을 거예요. 특히 당신에게 말이에요.”

이번에 그녀가 가리킨 사람은 황반(黃胖)이었다. 황반(黃胖)은 약간 어리둥절해서 입을 열었다.

“그것이 나에게 무엇을 가르쳐 줄 수 있단 말이오?”

청청(青青)은 웃었다.

“매번 내가 웃으면서 그를 불렀을 때 그는 다가오지 않았지요.”

황반(黃胖)은 물었다.

“그건 어째서요?”

청청(青青)은 대답했다.

“왜냐하면 그게 바로 내가 그를 상대로 화풀이하려고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 1마디의 말을 끝내자마자 그녀의 왼손 손가락이 갑자기 예리한 갈고리처럼 변해서 황반(黃胖)의 2눈을 후벼파려고 했다. 황반(黃胖)은 손을 들어 그녀의 손을 움켜잡았다.

“허허, 낭자, 그와 같은 수작을 나는 많이 보아 왔소…”

그의 얼굴에 갑자기 고통스러운 빛이 떠올랐다. 청청(青青)의 오른손은 그의 배에서 떼어지고 있었는데 손에는 1자루의 시뻘건 비수가 들려 있었다. 그녀는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이와 같은 수작을 당신은 본 적이 있나요?”

황반(黃胖)은 손으로 배의 상처를 얼싸안고 1마디 말도 하지 못했다. 그때 그 화화(花花)공자가 마상에서 몸을 돌렸다.

“황반(黃胖), 자네는 어째서 그 모양인가? 자네가 여인에게 불이익을 당한 것이 이번이 몇 번째인가?”

황반(黃胖)은 쓴 웃음을 지었다.

“두… 2번째…”

화화(花花)공자는 냉소했다.

“1번째로 속은 것은 자네의 실수이고, 2번째로 속은 것은 자네의 잘못이야.”

황반(黃胖)은 대꾸했다.

“네. 제가 못난 놈이지요.”

화화(花花)공자는 청청(青青)에게 냉랭히 웃어 보였다.

“정(丁)부인, 나는 성의로 당신에게 함께 가자고 청하는 것이오. 아무쪼록 화답해주시기 바라오.”

청청(青青)은 물었다.

“만약 내가 합작을 하지 않겠다면?”

화화(花花)공자는 웃었다.

“당신은 합작을 할 것이오. 당신의 백설아(白雪兒)가 우둔한 고양이가 아니라면 말이외다.”

청청(青青)은 다시 의문을 느끼는듯 했다.

“이번 일이 나의 고양이와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거지요?”

화화(花花)공자는 웃었다.

“별 관계는 없소. 다만 고양이의 발걸음은 무척 가벼워서 당신의 등뒤로 돌아가 있더라도 당신은 전혀 알아채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청청(青青)은 눈앞에서 묘아검(貓兒臉)이 사라진 것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돌리려고 했다. 그때 눈앞에 갑자기 얼음과 같이 차갑고 뾰족한 물건이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고양이의 발톱이었다. 그녀는 심신이 흔들리게 진기가 흩어지면서 허리가 시큰거렸다.

어느덧 남에게 혈도를 짚히고만 것이었다.


청청(青青)과 소운(小雲)은 강호에서 이름을 떨친 적이 없었다. 예전에 그녀들은 가끔 세상으로 잠시 놀러 나왔고, 이와 같이 경박한 젊은이들이 그녀들의 앞을 가로막고 희롱한 적이 몇 번 있었다. 물론 그 녀석들이 재수 없게 되었지만 이번에 재수없게 된 것은 그녀들 2사람이었다. 주인과 하녀 2사람은 1칸의 조그만 방안에 감금되었다.

그러나 무척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었다. 그녀들은 결코 손발이 묶이거나 어떤 고문이나 핍박을 당한적도 없었다. 다만 그들의 몸에 일종의 금제(禁制)를 가해 놓고 있었다. 이와 같이 금제하는 수법은 고통스럽지 않았고 진기가 제대로 흐르지 않도록 한 것에 불과했다. 행동이나 일을 하는 데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다만 무공을 펼칠 수 없을 뿐이었다. 그녀들은 평범한 아낙네로 변한 것이었다.

그녀들을 가두고 있는 방은 1장(丈) 둘레인데 2개의 침대가 있고, 탁자와 의자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대소변을 보는 변기통까지 있었다. 이와 같은 생활은 쾌적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인질을 무척 우대하는 것이었다. 청청(青青)은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는데 무척 차분한 표정이었다. 소운(小雲)은 잔뜩 눈살을 찌푸리고 끝임없이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러다가 펄쩍 뛰어 일어나 1주먹으로 그 팔뚝보다 약간 굵은 쇠창살을 후려쳤다가 너무나 아파서 재빨리 손을 움츠렸다.

청청(青青)은 한숨을 내쉬었다.

“굳이 너 자신을 괴롭힐 것이 뭐냐?”

소운(小雲)은 더듬거리며 말했다.

“저는… 저는 견딜 수 없어요. 이 사람들은 너무나 짓궂어요. 이런 수법으로 나를 대하다니.”

청청(青青)은 남의 일처럼 말했다.

“그들은 결코 너를 학대하지 않았다.”

소운(小雲)은 가볍게 반박했다.

“어찌 아니라고 할 수 있어요. 이와 같은 집에 가두어 두다니… 이것은 마치 백만장자가 단번에 1푼도 없는 알거지로 변한 것과 마찬가지예요. 그때의 그 기분이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청청(青青)은 웃었다.

“조금도 답답하지 않다. 이것은 무척 얻기 어려운 경험이다. 생각해 보아라. 일개 백만장자가 단번에 가난해지기는 어려운 법이고 가난의 맛이 어떤지 맛보기도 어렵다. 그런데 너는 갑작스럽게 이와 같은 극단적인 맛을 보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재미있는 일이냐?”

소운(小雲)은 한숨을 쉬었다.

“소저, 저도 소저처럼 낙천적이었으면 좋겠어요.”

청청(青青)은 쓴 웃음을 지었다.

“나는 조금도 낙천적인 사람이 아니다.”

소운(小雲)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소저, 소저가 이곳에 갇히게 되었을 때 전혀 근심의 빛을 띠우지 않고 무척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았어요.”

청청(青青)은 시인했다.

“나는 내 자신의 안위에 대해서 숫제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소저가 어째서 낙천적이 아니라는 거예요?”

“나는 상공을 위해서 걱정을 하고 있다.”

소운(小雲)은 의아한 얼굴이 되었다.

“상공을 위해서라니요? 그는 갇혀 있지도 않은데 무슨 걱정을 한다는 것이지요?”

청청(青青)은 다소곳이 말했다.

“너도 이미 느껴겠지만 이 사람들이 우리들을 사로잡은 목적은 우리들이 아니다.”

소운(小雲)은 의아하다는듯 물었다.

“우리가 아니라면, 우리들을 이용해서 상공을 위협하려는 것인가요?”

청청(青青)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 생각으로도 그것은 불가능하다. 상공의 성질을 내가 잘 알고 있는데, 그가 우리가 감금되었다는 알게 된다면 모든 것을 돌보지 않고 우리를 구해내려고 할 것이다.”

소운(小雲)은 알만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들은 그 기회를 이용해서 함정을 파놓겠다는 것이군요?”

청청(青青)은 웃었다.

“상공의 공력은 이미 선경(仙境)에 도달했기 때문에 그와 같은 함정으로는 그를 빠뜨릴 수 없지.”

소운(小雲)은 맞장구를 쳤다.

“그래요. 태산이 억누른다 해도 상공의 신도(神刀)가 1번 뻗쳐나게 된다면 2쪽으로 쪼갤 수 있을 거예요. 이 후레자식들은 상공이 들이닥치게 되면 아마 보기 좋게 될 거예요…”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상공께서 그들의 함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소저께서는 무엇 때문에 상공을 걱정하시나요?”

청청(青青)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바로 그들이 무슨 방법으로 상공을 상대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소저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상공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말씀하시지 않았나요?”

“그들이 사용하는 방법은 무공이나 기관, 함정이 아니고 틀림없이 무척 악독한 간계일 것이다.”

“어떤 간계인가요?”

“아! 모르겠다. 나는 생각이 나지 않기 때문에 걱정이 되는 것이다.”

“소저는 어떤 방법이 상공에게 위협이 될 것인지를 생각해보셨나요?”

“나도 생각해 보았지만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상공이 우리들이 갇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틀림없이 우리를 구하러 올 것이고, 우리들이 다른 사람에게 살해를 당했다면 틀림없이 우리들의 원수를 갚아줄 것이지만, 우리의 생사로 상공을 위협한다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 될 것이다.”

“하하하, 지아비를 아는 사람은 아내라고 하더니! 정(丁)부인, 보기에 우리들은 미리 당신에게 가르침을 받았어야 했을 것 같소. 그래야만 1명의 형제들도 손실을 입지 않을 것 같구려.”

말은 창문 쪽에서 들려왔고 곧 문이 열렸다. 그 역겨운 화화(花花)공자가 다시 몸을 흔들거리면서 걸어 들어왔다. 청청(青青)은 무거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당신이라는 사람은 어째서 예의도 모르나요? 우리들이 당신의 인질이기는 하지만 여인이에요. 남녀가 유별한데 당신은 어째서 밖에서 우리들이 주고받는 말을 훔쳐 듣는다는 거예요?”

화화(花花)공자는 웃었다.

“정(丁)부인, 너무 성을 내지 마시구려. 나는 당신이 무척 조심스러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또 벽에 귀가 있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결코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소.”

청청(青青)은 덤덤히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당신은 몰래 이곳으로 다가와서는 아니 되는 거예요. 군자는 아낙을 괴롭히지 않는다고, 만약 우리가 여자의 일을 하고 있었다면 어쩔 거예요?”

화화(花花)공자는 웃었다.

“나는 군자가 아니외다.”

청청(青青)은 가볍게 반발했다.

“연운(連雲)14살(十四煞)은 흑도에서 살성이라고 일컬어지고 있지만, 강호인들은 당신들이 도적 중의 군자라고 칭찬하고 있어요.”

화화(花花)공자는 웃었다.

“정(丁)부인께서 연운(連雲)14살(十四煞)을 아신다면 내가 군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오. 여자가 군자라고 일컬어진 적은 없었으니까요.”


32. 발가벗겨진 청청(青青)

“당신이 여자란 말인가요?”

“정(丁)부인은 연운(連雲)14살(十四煞)의 우두머리 옥무하(玉無瑕)가 여자의 몸이라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겠지요?”

“당신이 바로 옥무하(玉無瑕)예요?”

옥무하(玉無瑕)는 웃으면서 소운(小雲)을 가리켰다.

“이 언니가 증명할 수 있을 것이오. 내가 마상에서 그녀의 혈도를 제압하게 되었을 때 그녀의 손은 여전히 움직일 수 있었지요. 나는 원래 자연스럽게 그녀로 하여금 말을 몰아서 이리 들어오도록 했었는데 뜻밖에도 그녀의 손이 얌전하지 못해서 만지지 말아야 할 여러 곳을 만지더군요.”

소운(小雲)은 매서운 어조로 그 말에 반박했다.

“개방구같은 소리. 이 아가씨가 선남선녀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옥무하(玉無瑕)는 빙그레 웃으면서 그 말을 가로챘다.

“나는 언니가 홍분(紅粉)나찰(羅刹)이며, 많은 사람들이 언니의 미색에 홀려서 목숨을 잃었다는 것을 알고 있소. 그날도 언니는 그와 같은 1수를 쓰려고 했지만 애석하게도 허공을 움켜잡는 꼴이 되었지 않았소?”

소운(小雲)은 싸늘히 코웃음쳤다.

“흥, 나는 당신이 거세당한 수캐라고 생각했어요.”

옥무하(玉無瑕)는 그 말을 받았다.

“다행히도 나는 아니오. 2분처럼 불알이 없는 여자일 뿐이오.”

소운(小雲)이 아무리 표독하다 해도 이런 사람에 대해서는 더 욕을 할 수 없었다. 옥무하(玉無瑕)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정(丁)부인, 당신이 믿을 수 없다면 나는 옷을 벗어서 당신이 꼼꼼하게 검사할 수 있도록 해드리겠소.”

청청(青青)은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처음에 나는 잘못 보았지만 이제 당신이 여자라는 것을 믿을 수 있겠어요.”

옥무하(玉無瑕)는 기분좋은듯 말했다.

“그렇다면 좋아요. 적어도 정(丁)부인은 우리가 정(丁)부인을 범할 뜻이 없다는 것을 믿겠지요? 2분이 이곳에 온 후에 식사마저도 내가 몸소 가져다 드리지 않았어요? 심지어 변기통을 버리는 일까지도 나는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이곳에서 나만이 여자이기 때문이에요.”

청청(青青)은 얼른 물었다.

“쓸데없는 잔소리는 덮어두고, 당신은 무슨 볼일로 오셨지요?”

옥무하(玉無瑕)는 넌지시 입을 열었다.

“정(丁)부인에게 1가지 일을 가르침 받고자 왔소. 가르침을 받기 전에 내가 1가지 사실을 말씀드리지요. 나는 귀수(鬼手) 마래(馬來)와 수노서(水老鼠) 진불이(秦不二)를 시켜 정(丁)대협을 만나보도록 했고, 1장의 배첩(拜帖)까지 보내 이곳으로 와달라고 청했소. 그러나 정(丁)대협은 2분이 사로잡힌데 대해서 숫제 마음에 두고 있지 않는 것 같았소.”

청청(青青)은 미소를 띠었다.

“당신은 이간질을 하고 있군요. 나는 당신이 결코 단순하게 우리 바깥 양반을 이곳으로 오라고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옥무하(玉無瑕)는 웃었다.

“정(丁)부인은 정말 꼼꼼하시군요. 우리는 1가지 사소한 조건을 내세웠을 뿐이오. 그러니까 다만 1사람의 머리통을 가지고 와서 2분을 데리고 가라고 했지요. 그 사람은 비열하고 몰염치한 소인배이니, 나는 그가 틀림없이 허락하리라 여겼어요.”

청청(青青)은 조용히 물었다.

“누구의 머리통이었나요?”

옥무하(玉無瑕)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유약송(柳若松)이지요.”

정말 뜻밖이었다. 청청(青青)은 그들이 요구하는 것이 유약송(柳若松)의 머리통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것은 숫제 조건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청청(青青)은 참을 수 없어서 물었다.

“당신들은 유약송(柳若松)과 원한이 있나요?”

옥무하(玉無瑕)는 미미하게 웃었다.

“연운(連雲)14살(十四煞)에게는 살아있는 원수는 없지요. 우리들이 그 사람을 귀찮게 하지 않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할일인데 어찌 감히 우리의 비위를 건드릴 수 있겠어요. 더군다나 유약송(柳若松)과 같은 쥐새끼는 우리들 가운데 어떠한 사람이라도 수월하게 그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지요…”

청청(青青)은 얼른 그 말을 받았다.

“당신네 스스로 그를 죽이기가 쉽다면 어째서 우리 남편에게 당신들을 대신해서 그를 죽여달라고 했지요?”

옥무하(玉無瑕)는 넌지시 말했다.

“우리들은 댁의 부군에게 우리 대신 그를 죽여달라는 것이 아니라, 비교적 쉽게 죽일 수 있는 사람을 상대로 그 칼을 시험해 보라는 것이었어요.”

청청(青青)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의 칼은 시험해 볼 필요가 없어요.”

옥무하(玉無瑕)는 웃었다.

“아무리 좋은 칼이라 해도 반드시 종종 갈아야 해요. 그렇지 않을 때는 둔해진답니다. 제 아무리 흉악한 살수라 해도 반드시 종종 사람을 죽여야 하지요. 그렇지 않으면 마음이 여려지고 손이 떨리게 되지요. 마음이 여려지고 손이 떨리게 된 후에는 사람을 죽일 수 없는 거예요.”

청청(青青)은 그 말을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당신들이 갈고 닦고자 하는 것은 그 사람이군요.”

옥무하(玉無瑕)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틀렸어요. 우리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그의 칼이고 그 사람이 아니에요. 그 사람은 여전히 당신의 것이고 그의 칼은 우리 것이어야 하지요.”

청청(青青)은 그 말을 받았다.

“유약송(柳若松)을 죽인 후에 당신들은 그를 위해서 또 다른 대상을 고르겠군요?”

옥무하(玉無瑕)는 웃었다.

“잘 알아맞추었어요. 다음번에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증오하고 죽이기가 비교적 힘든 사람을 물색하게 될 거예요.”

“당신들이 진정으로 살해하고자 하는 대상은 누구인가요?”

“정(丁)부인, 나는 당신에게 말해줄 수 있지만 아마 당신은 믿지 않을 거예요.”

“당신의 그 1마디 말로, 당신이 나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해도 나는 알 수 있어요.”

옥무하(玉無瑕)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알고 있다고요?”

청청(青青)은 말했다.

“나는 알고 있어요. 내가 말해 볼까요.”

“당신이 말을 한 후에야 우리가 당신이 정말로 알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 아니겠어요.”

청청(青青)은 담담히 말했다.

“당신들이 진정으로 죽이고자 하는 사람은 바로 그예요.”

옥무하(玉無瑕)는 깜짝 놀랐으나 곧 이어 웃었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우스운 소리군요. 우리가 정(丁)대협에게 그 자신을 죽이라고 한다니 말이에요.”

청청(青青)은 재차 말을 했다.

“당신들이 그를 죽이려고 하지만 그만한 재간이 없지요. 그러니까 그 자신 외에 그 누구도 그를 죽일 수 없지요.”

옥무하(玉無瑕)는 웃었다.

“그렇다면 정(丁)대협은 순순히 우리 말을 들어 그 자신을 죽일까요?”

-정붕(丁鵬)은 과연 자살할 수 있을까?


이 문제는 청청(青青)도 대답할 수 없었다. 그녀는 반 나절 생각한 끝에 겨우 입을 열었다.

“나도 모르겠네요. 만약 그가 계속 당신들의 조종을 받아서 무수히 많은 사람을 죽이게 된 후에는 2가지 결과가 발생하게 될 거예요. 하나는 미친듯한 살수로 변해 당신들의 지시에 따라서 당신들을 위해서 당신들이 제거하고자 하는 모든 걸림돌을 제거하겠지요. 다른 하나는 당신들이 미치도록 다그쳐서 최후에는 스스로 자기를 죽이게 만드는 것이겠지요.”

옥무하(玉無瑕)의 표정에는 놀란 빛이 가득했다.

“정(丁)부인, 당신은 무척 총명하군요. 예상 밖으로 총명하네요.”

그녀는 다시 웃었다.

“하지만 정(丁)부인, 당신이 이와 같은 일을 알고 있으면 마땅히 마음속에 접어두어야 하고 말하지 말았어야 했어요.”

청청(青青)은 웃었다.

“내 남편이 당신들에게 위협을 받을 사람이라면 내가 자연히 그 말을 마음속에 접어두었다가 몰래 그에게 알려주었겠지요. 그러나 나는 그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한 거예요. 당신들의 1번째 조건을 그는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그가 유약송(柳若松)을 죽이지 않을 것 같아요?”

“그가 유약송(柳若松)을 죽이게 된다면 그것은 유약송(柳若松)이 죽어 마땅한 일을 했기 때문에 그를 죽인 거예요. 결코 당신들을 위해서 죽이지는 않을 거예요.”

옥무하(玉無瑕)는 물었다.

“당신들 2사람을 위해서도 그렇지 않을까요?”

“그럴 리 없지요.”

“설마하니 당신들 2사람의 무게가 유약송(柳若松)보다 못하다는 거예요?”

청청(青青)은 웃었다.

“그건 결코 아니에요. 유약송(柳若松)은 그의 마음속에 조금의 무게도 없어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는 유약송(柳若松)을 죽여서 우리들을 석방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거지요.”

“당신들을 석방시킬 수 없지만 당신들의 목숨과는 바꿀 수 있어요. 내가 그에게 보낸 통지에서, 그가 유약송(柳若松)의 머리를 가지고 오지 않는다면 당신들의 머리를 받게 될 것이라고 했거든요.”

청청(青青)은 방긋 웃었다.

“나는 당신의 머리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는 않아요. 그러나 나는 당신네 사람이 좋은 소식을 가지고 오지 못하리라는 것을 보장할 수 있어요.”

옥무하(玉無瑕)는 방그레 웃었다.

“나도 기꺼이 내기하고 싶네요.”

청청(青青)은 웃었다.

“나도 내기하고 싶어요. 그러나 애석하게도 나는 너무나 바빠서 이곳에 남아 끈덕지게 기다릴 여유가 없네요.”

“정(丁)부인은 아직도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내 손은 묶여 있지 않고 몸뚱이도 당신들에게 제압당해 있지 않은데 어째서 떠날 수 없다는 것인가요?”

옥무하(玉無瑕)는 소운(小雲)을 가리켰다.

“왜냐하면 우리들은 1명의 인질을 사로잡아 놓았기 때문이지요.”

청청(青青)은 웃었다.

“우리들에게 그런 수법은 통하지 않지요. 우리들은 언제나 하나의 규칙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각자가 스스로를 돌본다는 거예요. 당신이 만약 그녀를 죽이게 된다면 나는 그녀를 위해서 원수를 갚겠지만, 당신이 만약 내 머리카락 1오라기를 뽑아서 그녀의 목숨과 바꾸고자 한다면 나는 조금도 고려해보지 않고 거절할 거예요.”

옥무하(玉無瑕)는 청청(青青)의 태도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그녀는 청청(青青)의 그와 같은 말들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가 소운(小雲)을 가지고 위협한 것은 그저 1번 떠본 것에 불과했다. 그녀는 소운(小雲)이라는 존재가 청청(青青)으로 하여금 자기 자신을 희생토록 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청청(青青)이 말하는 태도는 너무나 굳건해서 전혀 전원(轉圓)할 여지가 없었다. 그것은 바로 그 어떤 인질을 사로잡는다 해도 똑같이 그녀의 결심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빙그레 웃었다.

“우리들이 정(丁)부인을 붙잡아두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있을는지 모르겠네요?”

청청(青青)은 확고하게 대답했다.

“없어요.”

“만약 우리들이 무공으로 억지로 붙잡아 둔다면?”

“그렇게 된다면 내 시체만을 남겨둘 뿐이에요.”

옥무하(玉無瑕)는 웃었다.

“우리들은 정(丁)부인의 시체에 대해서는 흥미를 가지지 못해요. 그것은 오직 우리들에게 귀찮은 일만 안겨주기 때문에 아무래도 2분을 놓아 보내야 되겠군요.”

그녀는 소운(小雲)을 잡고 있던 손을 갑자기 휙 밀쳤다.

청청(青青)은 자기도 모르게 손을 뻗쳐서 그녀를 잡았다. 곧 이어 거대한 그물이 머리 위에서 떨어졌다. 어부 차림의 사내가 친 그물이었다. 그 그물은 줄곧 그의 손에 들려 있었고 청청(青青) 역시 그 사람을 무척 주의했으나 그가 이 때에 그물을 칠 줄은 생각도 못했다. 강호에서 그물을 무기로 삼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가장 유명한 사람은 쾌망(快網) 장삼(張三)이라고 했다. 그 사람은 이미 100년 전의 선배였다. 장삼(張三)에게 제자가 있다는 소문은 없었다.

이 사내의 그물은 무척 가볍고 끈이 무척 가늘고 눈부시게 번쩍거리는 것이 일종의 명주로 얽어 만든 것 같았다. 이와 같은 그물은 반드시 무척 가볍고 무척 질기겠지만 그렇게 길 수 없었다. 거기다가 그 사내가 멀찍이 서 있었기 때문에 청청(青青)은 그를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가 친 그물은 그토록 멀리 뻗쳐 왔고 그토록 컸다. 만약 소운(小雲)이 자기 앞으로 밀쳐지지 않았다면 그녀는 앞쪽으로 몸을 날릴 수 있었다.

그러나 상대방은 이미 계산을 해놓고 소운(小雲)을 밀어젖혔는데, 그녀에게 받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 그녀가 앞으로 나갈 기회를 막아버린 것이었다. 그물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2사람을 꽁꽁 묶어버렸다. 하지만 청청(青青)은 여전히 움직일 수 있었다. 그녀는 단지 1번 움직일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소운(小雲)에게 따귀를 1대 치고 그녀에게 1마디 우둔한 것이라고 욕을 했을 뿐이었다.

이와 같은 동작은 마치 분풀이하는 것 같았고 소운(小雲)이 너무 형편이 없어서 청청(青青)마저도 꼼짝달싹 못하게 된 것을 탓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소운(小雲)은 따귀를 1대 얻어맞고도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받아들였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뜻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소운(小雲)의 귀에 달려 있던 1알의 주환(珠環)이 따귀를 때리는 충격을 받아 바닥에 떨어진 것을 주의하지 못했다. 1알이 구슬이 무슨 작용을 할 것인가? 그 신비한 조직에 속한 사람들 이외에는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 1알의 구슬은 지극히 커다란 작용을 일으켰다.


33. 옥무하(玉無瑕)라는 여인

그녀는 무척 자만심에 차 있었다. 왜냐하면 온몸의 살결은 광택이 나고 깨끗했으며 매끄러웠다. 소운(小雲)이 그녀와 견줄 수 없을 뿐 아니라 아름답기 이를 데 없는 청청(青青)마저도 1수 뒤떨어지는 형편이었다. 청청(青青)의 아름다움은 깨끗함에 있었고 청초함에 있었으며 1가닥의 선기(仙氣)를 지녔다는 점에 있었다. 소운(小雲)의 아름다움은 요염함에 있었다.

굴곡이 있고 풍성하면서도 날씬하여 원시적이고 야성적인 유혹이 있었다. 그러나 옥무하(玉無瑕)와 비교한다면 거칠고 속되어 보였다. 옥무하(玉無瑕)의 육체는 뼛속까지 아름다웠다. 그녀는 사람들로 하여금 요상한 생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들 뿐만 아니라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이 감히 모독할 수 없는 장엄함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요정과 신선의 혼합체 같았다.

요상함과 신성함 2가지의 전혀 다른 기질이 잘 조화되어 그녀의 몸에 나타나고 있었다. 청청(青青)과 소운(小雲)은 넋을 잃고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옥무하(玉無瑕)는 웃었다.

“나는 당신들이 나를 제압한 후에 달려 나가려고 하는 것을 알고 있어요. 내가 2분의 내공을 봉쇄하지 않은 것은 2분을 존중한 것이에요. 그러나 나 역시 옷을 입고 들어왔어요. 두 분을 공평하게 대우한 것이에요. 2분이 나를 제압한다 해도 소용이 없을 거예요…”

그녀는 방그레 웃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아래층에서 지키고 있는 나의 동료들은 모두 사내들이에요.”

소운(小雲)은 물었다.

“사내들이 어떻단 말이지요?”

옥무하(玉無瑕)는 웃었다.

“당신에게 있어서 사내는 큰 의미가 없을 거예요. 당신이 알몸으로 거리에 나가서 뛰어다닌다고 해도 당신은 개의치 않겠지만, 정(丁)부인은 아마 습관이 되어 있지 않을 거예요.”

청청(青青)은 그 말을 받아 넘겼다.

“나를 급하게 다그치면 나 역시 아무것도 개의치 않는 성미예요.”

옥무하(玉無瑕)는 간드러지게 웃었다.

“호호호, 정(丁)부인, 그 누구도 당신을 핍박하지 않아요. 우리들은 모두 당신을 존경하고 있어요. 그 동료들은 계단으로 1걸음도 올라오지 못하도록 되어 있어요. 그러나 당신이 만약 그들에게 알몸을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 달려나가겠다면 어쩌는 수 없을 거예요…”

그녀는 다시 소운(小雲)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당신은 남자들이 당신이 벌거벗은 몸을 쳐다봐도 대수롭게 여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남자들을 유혹하고 싶을 거예요. 하지만 당신의 무공은 정(丁)부인보다 훨씬 떨어져요. 더군다나 나의 동료들 가운데 2사람은 내시예요. 당신은 아마도 그런 사람들의 병폐를 알 거예요.”

소운(小雲)은 그만 흠칫했다. 그녀는 물론 내시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궁(宮) 안의 태감(太監)들이었다. 그들은 황자의 귀빈들을 모셔야 하는데 그들이 마구 일을 저지르게 될까봐 반드시 정신(淨身)을 해야 대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정신(淨身)이라는 것은 몸의 깨끗하지 못한 부분을 제거한다는 뜻이고, 사내가 여인에 대해서 깨끗하지 못한 일을 저지르게 될까봐 그 남자의 물건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사람의 몸뚱이가 깨끗해진다고 해서 마음까지 깨끗해진다는 법은 없었다.

내시들은 꽃과 같고 옥과 같은 여인들을 바라보면서 마음은 있으나 물건이 없기 때문에 갖가지 변태성욕을 품게 되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변태의 공통점은 바로 여자를 한스럽게 여긴다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아름다운 여인을 한스럽게 여기며, 발가벗은 여인을 보면 가만히 있지 못했다. 내시라는 이 1마디는 일종의 경고였다. 소운(小雲)이 만약 이와 같은 자태로 그들에게 발견당하게 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뜻이었다.

내시들은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만도 못할 정도로 여자들을 학대하게 될 것이었다. 옥무하(玉無瑕)는 더 말하지 않았으나 소운(小雲)은 그 경고를 이미 알아들었다. 청청(青青)은 그녀의 말이 끝나자 입을 열었다.

“옥(玉)소저, 당신은 1떼의 이 남자들 사이에서 어떻게 세월을 보냈지요?”

옥무하(玉無瑕)는 웃었다.

“정(丁)부인은 내가 그 2동료들 앞에서 어떤 차림새를 하는지 묻고 싶은 것이겠지요?”

“그래요.”

옥무하(玉無瑕)는 즐겁게 웃었다.

“평소에 나는 옷을 입고 있어요. 그러나 내가 2분의 밥을 가지고 올 적에는 옷을 홀딱 벗게 되지요.”

“그들 앞에서 벗나요?”

“그래요. 더군다나 나는 옷을 벗게 되었을 때 그 2명의 동료들이 내 옷을 벗기도록 하지요. 그들은 예전에 궁에서 머문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 일을 잘 한답니다.”

청청(青青)은 넌지시 물었다.

“그들은 미쳐 날뛰지 않나요?”

옥무하(玉無瑕)는 웃었다.

“나에게는 그렇지 않지요. 왜냐하면 그들이 함께 나타났을 때 6사람이었는데, 다른 4명은 나에게 점잔지 못한 행동을 하다가 나의 비침(飛針)을 1대씩 맞게 되었지요.”

청청(青青)은 물었다.

“틀림없이 독을 묻힌 비침이었겠지요?”

옥무하(玉無瑕)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았어요. 그것은 무척 이상한 독이에요. 아프지도 않고 마비되지도 않아 그저 간지러움을 느끼게 할 뿐이지요.

더군다나 몸의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간지러움이 퍼지기 때문에 그들은 침을 맞게 된 후에 온몸의 살갗을 긁어 터뜨렸을 뿐 아니라 나중에는 칼로 몸의 살을 1조각 1조각 발라내어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 발라내는 것이었어요. 1녀석은 목숨이 무척 끈질겨서 놀랍게도 오장육부를 긁어내고 염통과 간을 긁어낸 후에 1조각의 폐를 긁어낼 때까지 지탱하다가 움직이지 않게 되었지요.”

소운(小雲)은 그와 같은 말을 듣고 온몸에서 소름이 쫙 끼치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청청(青青)은 그와 같은 말에 놀라지 하지 않았다. 그녀는 표정조차 변하지 않았다. 옥무하(玉無瑕)는 약간 의외라는듯 물었다.

“정(丁)부인은 내 말을 믿지 않는 모양이지요?”

청청(青青)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아니에요. 나는 믿어요. 당신이 성실하지 못한 여인이지만 사람이 발가벗었을 때는 좀처럼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거예요.”

옥무하(玉無瑕)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정(丁)부인은 믿는 표정이 아닌데요?”

청청(青青)은 그 말을 받았다.

“나는 당신이 말하는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러나 당신의 말에 놀라 자빠지지 않았을 뿐이지요. 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사람이 아니라 여우[狐]예요.”

옥무하(玉無瑕)는 웃었다.

“사내들은 모두 여자들을 여우[狐]라고 하지요.”

청청(青青)은 가볍게 반박하듯 설명했다.

“그러나 내가 닦는 것은 그들과 다르지요. 나는 수성양심(修性養心)에 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미 그와 같은 속세의 일로 인해서 마음이 흔들리는 일은 없어요.”

옥무하(玉無瑕)는 약간 실망한 듯했다.

“이 속세에는 정(丁)부인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일은 없나요?”

청청(青青)은 한숨을 내쉬었다.

“있어요.”

옥무하(玉無瑕)는 다시 물었다.

“정(丁)부인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어떤 일인가요?”

묻고 나서 그녀는 우둔한 질문을 했다고 느꼈다.

그것은 비밀에 속했다. 마치 기공을 연마하는 사람이 연문(練門)이 있는 곳을 어떤 사람에게도 알려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청청(青青)은 놀랍게도 재빨리 대답했다.

“내 남편이에요.”

옥무하(玉無瑕)는 물었다.

“정(丁)부인의 남편이라고요?”

청청(青青)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았어요. 우리 남편 정붕(丁鵬)이에요. 옥(玉)소저는 그에 관한 소식을 알고 있기나 한가요?”

“제기랄! 대낮에 귀신을 만난 셈이군.”

그 누구도 이 말이 옥무하(玉無瑕)의 예쁜 입에서 터져 나온 욕지거리라고는 믿지 못하리라.

청청(青青)이 그녀에게 정붕(丁鵬)의 소식을 아느냐고 말한 것이 그녀의 분노를 촉발시킨 듯, 그녀는 찬합을 내려놓고 냅다 달려 나간 것이었다. 마치 일진의 바람처럼 달려 나갔기 때문에 문도 닫지 않았다. 청청(青青)이 몸을 일으켜서 문을 닫게 되었을 때, 그녀의 아리따운 모습은 이미 계단 아래쪽으로 저만치 달려 내려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2사내의 그림자가 이쪽으로 두둥실 다가오는 기척을 느끼고 급히 문을 닫아버렸다. 이건 몇 가지의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옥무하(玉無瑕)는 정말 발가벗고 사내들의 앞에서 활보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2사내는 옥무하(玉無瑕)를 무척 두려워하는지 그녀가 그들의 곁을 지나치게 되었을 때 움직임을 멈추고 무척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2손을 내려뜨렸다. 옥무하(玉無瑕)가 지나간 후에야 그들은 다시 순라를 도는 일을 계속했으나 결코 고개를 돌려 옥무하(玉無瑕)를 바라보지 않았다. 사내들이 발가숭이의 미녀를 감히 바라보지 못한다는 것은 정상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 여인에게 어떤 병폐가 있는 것이 아니면 그 남자들에게 병폐가 있을 것이었다. 옥무하(玉無瑕)는 병폐가 없을 뿐만 아니라 너무나 아름다워서 여인의 마음까지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그 1떼의 사내들에게 병폐가 있는 것이리라. 이 1떼의 사내들은 정말 병폐가 있었다. 색맹(色盲)이라는 병폐였다. 색맹(色盲)은 빛깔을 정확하게 분간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색맹(色盲)이라는 것은 그런 병폐가 아니었다. 색맹이라는 색(色)자는 빛깔을 뜻하는 것이 아니었다. 여자가 목욕을 할 때 욕실의 벽에 훔쳐볼 수 있는 조그만 구멍이 있다고 하자. 그러나 모든 사내들이 그 구멍으로 훔쳐본다는 법은 없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예의가 아닌 것을 알고 훔쳐보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나 아름다운 여인이 벌가숭이로 눈앞에 나타나게 되었을 때 보고도 못본 척 하는 남자가 있다면 그 어찌 여색에 대한 맹인이라고 하지 않겠는가? 이 사내들은 정말 문제가 있는 것일까?

아니었다! 그들 가운데 5명은 이미 아내를 맞아들였고 그들 가운데 2사람은 3명의 처를 거느리고 있었다. 그들 가운데 10사람은 여인을 강간한 적이 있었다. 1사람은 10년 동안 각처에서 기녀들의 환영을 받았던 기둥서방이었다. 기녀들의 기둥서방이 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적어도 정력이 절륜해야 기둥서방이 될 수 있었다. 그와 같은 남자는 무척 재간이 있는 남자라고 할 수 있었으며 무슨 병폐가 있는 남자일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옥무하(玉無瑕)의 앞에서는 모두 병폐가 있는 것 같았다. 옥무하(玉無瑕)가 벌거숭이가 되어 씩씩거리며 몸뚱이를 한복판에 있는 그 커다란 등받이 의자에 던지고 습관적으로 2다리를 쩍 벌려 그녀의 가장 은밀한 곳을 조금도 남김없이 적나라하게 드러냈건만 그 남자들은 못본 척 했다. 이와 같은 정력(定力)은 실로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이와 같은 정력을 기르기 위해서 그들은 틀림없이 많은 고생을 했을 것이다. 옥무하(玉無瑕)는 1명의 사내를 손가락질하며 입을 열었다.

“노(老)마(馬), 자네가 돌아왔군.”

노(老)마(馬)는 굽신거리며 대답했다.

“네… 네, 돌아왔습니다.”

옥무하(玉無瑕)는 다시 물었다.

“노(老)진(秦)은? 어째서 함께 돌아오지 않았는가?”

노(老)마(馬)는 고개를 숙였다. 그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두려운 빛이 서려 있었다.

“그는 정붕(丁鵬)의 1칼에 2쪽이 나고 말았습니다. 실로 무서운 1자루의 칼이었지요.”

옥무하(玉無瑕)는 오히려 웃었다.

“그는 혹시 당신을 길잡이로 삼으려고 당신을 2쪽 내지 않은 것이 아닐까?”

노(老)마(馬)는 감히 말하지 못했다. 옥무하(玉無瑕)는 다시 물었다.

“그건 두고 보면 알 일이고… 정붕(丁鵬)은? 그가 유약송(柳若松)을 죽였느냐?”

노(老)마(馬)라고 불린 사내는 말을 더듬거렸다.

“아… 아니오. 그는 쪽지를 본 후 칼을 뽑았지요. 우리들은 그가 유약송(柳若松)을 죽이리라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그는 노(老)진(秦)을 2쪽 내고 말았지요.”

옥무하(玉無瑕)는 물었다.

“당신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가?”

노(老)마(馬)는 황급히 그 말을 받았다.

“아니지요! 아니지요! 우리들은 무척 분명하게 말했으며 1마디도 덜하지도 않았습니다.”

옥무하(玉無瑕)는 더욱 궁금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그는 차라리 그의 마누라를 희생할지언정 유약송(柳若松)을 죽이고 싶지 않다는 것이겠군?”

노(老)마(馬)는 얼른 그 말을 받았다.

“아니지요. 그는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지요.”

옥무하(玉無瑕)는 얼굴을 굳혔다.

“도대체 그는 어떻게 말했는가?”

“그는 사람의 머리를 자를 줄을 모르고 다만 사람을 2쪽 낼 줄만 아니까 다음에 우리가 사람을 죽이고 싶어한다면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하더군요.”

“그는 그 1마디만 했는가?”

“그는 또 무슨 말을 했는데, 결국은 우리들의 위협을 받지 않겠다는 취지였지요.”

“그의 여편네를 이용해도 안 된다는 것인가?”

“그의 여편네를 이용해도 안 된다는 것이지요. 그는 우리들이 그 여편네를 죽일 수 있지만 커다란 대가를 치루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지요.”

“그런 후에 그는 자네를 돌려보내 주었는가?”

노(老)마(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감히 자기의 무공이 이미 제거되었다는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 그것은 자기 자신에게 사형(死刑)을 선고하는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옥무하(玉無瑕)는 노여움이 끌어올라 욕을 해대었다.

“당신은 정말 멍텅구리군. 그가 당신을 길잡이로 삼아 당신을 뒤쫓아 이곳으로 오는 것을 몰랐단 말인가?”

노(老)마(馬)는 재빨리 변명했다.

“나는 물론 생각했지요. 그래서 길을 오는 동안 각별히 주의했으며 남모르게 경계하고 있는 17명이나 되는 사람들에게 나의 등뒤를 주의하도록 통지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그가 저의 뒤를 따라오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되었지요.”

“아! 그건 정말 이해를 할 수 없군. 설마하니 그는 여편네에 대해서 조금도 관심이 없단 말인가?”

노(老)마(馬)는 대답했다.

“그것도 아니지요. 그는 자기의 처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들 사이에는 영(靈)이 통하니 천 리 밖에 있다 해도 빠른 시일 안에 그녀를 찾아낼 수 있다고 하더군요.”

“제기랄, 아닌 밤중에 홍두깨로군.”

옥무하(玉無瑕)는 정붕(丁鵬)이 들이닥칠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빨리 들이닥칠 줄은 몰랐다.

그녀는 노(老)마(馬)의 말을 믿었으며 정붕(丁鵬)이 노(老)마(馬)를 뒤쫓아오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정붕(丁鵬)과 청청(青青)이 서로 영(靈)이 통하게 되어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그는 청청(青青)이 무척 사랑스러운 여자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청청(青青)의 옷을 벗기게 되었을 때 청청(青青)이 자기보다 남자를 끌어들이는 매력이 뛰어나다고는 믿을 수 없었다. 그녀는 성질을 부리고 나서 그 요상하게 생긴 사내들 손에서 아무렇게 옷을 받아 몸에 걸쳤다.

그리고 그녀의 고운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기게 되었을 때 그녀는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다. 그 10여 명의 동료들은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으며 눈동자에서는 불길과 같은 욕정의 광채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옥무하(玉無瑕)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녀는 이와 같은 눈초리에 대해서 낯설지 않았고 무척 익숙했다. 그것은 그녀가 낯선 남자들 앞에서 옷을 발가벗었을 때 보아 왔던 눈빛이었다.

그러나 그녀 자신의 동료들에게서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이 사람들은 그녀와 오랫동안 사귀어 왔고 가장 최근에 가입한 사람도 이미 1년을 넘기고 있었다. 연운(連雲)14살(十四煞)은 하나의 명성에 지나지 않았으며 단지 14사람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들은 무슨 일을 하게 되었을 때는 반드시 14사람이 한꺼번에 움직였다. 왜냐하면 옥무하(玉無瑕)는 일을 할 때 절대 실패하지 않았고 완전무결하게 행동했다.

그러므로 적어도 14명의 사람이 있어야 완벽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었다. 연운(連雲)14살(十四煞)은 실제적인 조직이었다. 그들은 어떤 힘든 임무라도 해내었다. 그들의 단골들은 심지어 무림에 명성이 나 있는 명문 정파이기도 했다. 그 명사들은 자신이 직접 나서기 곤란한 일들을 부탁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들이 아무 대가도 없이 다른 사람을 위해 일을 하지는 않았다. 그들이 받아내는 대가는 무척 높았다.

대가가 무척 높은 일은 반드시 무척 어려운 법이었다. 대가가 무척 높은 일은 종종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무척 한가한 편이었다. 단지 1가지 일만 해놓으면 그들은 자유롭고 호화스럽게 몇 년 동안 살 수 있었다. 최근에 그들은 이미 몇 가지 일을 했기 때문에 지금 그들은 무척 부유했다. 하지만 청청(青青)을 사로잡아 인질로 삼는 일을 슬기롭지 못한 일이었다. 그들은 지금까지 1푼도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손해를 보게 생긴 것이었다.

옥무하(玉無瑕)가 옷을 입게 되었을 때, 옷을 입지 않을 때보다 더욱 남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그 순간에 정붕(丁鵬)이 들이닥친 것이었다. 귀신도 모르게 들이닥친 것이었다. 다른 사람이 몰래 이 산장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러나 정붕(丁鵬)의 손에 걸려들면 그 어떤 일도 불가능할 수 없었다. 정붕(丁鵬)은 17곳의 은밀한 초소를 통과할 때까지 아무런 기척도 내지 않았다.

그는 연운(連雲)산장의 대문 앞에 서게 되었을 때, 아고(阿古)를 시켜 1발길로 걷어차서 그 두껍고 무거운 대문을 활짝 열어젖히도록 했다. 그 2짝의 대문은 결코 성문에 못지않게 견고했으며 성문보다 가볍지도 않았다. 아래 위에 5개의 빗장을 질러 놓았지만 아고(阿古)는 겨우 1번 발길질을 했을 뿐이었다. 문은 발길질에 열려진 것이 아니라 넘어졌다.

그들은 문을 그토록 견고하게 만들어 놓았으나 견고한 문기둥을 세우는 것을 잊은 것이었다. 그래서 그 1발길질에 찻잔 굵기의 문기둥 2개가 부러지고, 2짝의 대문도 쓰러지면서 벼락치는 소리를 냈다. 옥무하(玉無瑕)는 나가 보지도 않고서도 정붕(丁鵬)이 왔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가장 간단한 명령을 내렸다.

“나가라. 모든 힘을 다해서 찾아온 사람을 격살하라.”

찾아온 사람을 격살하라는 것은 온 사람을 저지하라는 것이었다. 옥무하(玉無瑕)는 그녀의 패거리들이 하나같이 1류의 고수들이지만은 절대적으로 정붕(丁鵬)을 죽이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연운(連雲)14살(十四煞)은 옥무하(玉無瑕)를 신처럼 받들어 모시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 옥무하(玉無瑕)는 여인이 아니었다. 그들의 수령이고 그들의 신이었다. 그들은 옥무하(玉無瑕)가 그들 앞에서 여자의 옷차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교태가 뚝뚝 떨어지는 절묘한 모습에 그들은 모두 2눈이 휘둥그레졌다. 옥무하(玉無瑕)는 옷을 벗었을 때는 마귀와 같았고 남장을 하게 되었을 때는 신명(神明)과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옥무하(玉無瑕)가 여자 옷차림을 하게 되었을 때 그토록 아름다울 줄은 생각도 못했던 것이었다. 그들은 이 순간 여자의 말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옛 성인의 가르침을 잊고 있었다. 이것은 커다란 잘못이었다. 그들은 후회할 기회조차 없었다. 그들은 옥무하(玉無瑕)의 말을 듣고 정붕(丁鵬)을 죽일 수 있는 줄 알았다. 먼저 달려나간 사람은 그 1쌍의 요상한 인물들이었다.

다시 말한다면 옥무하(玉無瑕)가 말한 바 있는 내시들이었다. 그들은 여자를 한스럽게 여겼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옥무하(玉無瑕)가 여자 옷차림을 하는 것을 보게 된 후에 증오심이 그들의 가슴에서 싹트게 되었다. 그들이 가장 사람을 죽이고 싶었을 때 옥무하(玉無瑕)가 그와 같은 명령을 내렸기 때문에 그들은 즉시 달려 나갔다. 혹시라도 남에게 선수를 빼앗길까봐 두려웠다.

그들은 3사람을 발견했다. 정붕(丁鵬)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다. 그 만도(彎刀)는 허리춤에 끼워져 있었으며 별로 주의를 끌지 못했다. 주의를 끈 것은 옆에 서 있는 것은 아고(阿古)였다. 아고(阿古)는 오랑캐 땅에서 온 거인 같았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거인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들은 사지가 발달된 사람일수록 두뇌가 비교적 단순하고 손발 또한 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이 가장 조심한 사람은 소향(小香)이었다. 그녀는 여인이었고 무척 아름다운 여인이었기 때문이다. 연약하고 귀엽기가 마치 그들이 황궁에 있었을 때 보았던 귀빈들과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바람에 실려 소향(小香)의 몸에서 나는 향긋한 냄새가 불어와 더욱 그들을 미치도록 자극했고 더욱 그들의 욕망을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상대방을 찢어 죽이고 싶은 욕망에 그들은 가장 먼저 소향(小香)에게 달려들었다.

그들 2사람이 손을 쓰는 재빠른 솜씨는 다른 사람이 상상하기 어려웠다. 몸이 1번 뻔쩍하는 순간 그들은 이미 소향(小香)의 양쪽에 서 있었다. 그들은 거의 동시에 손을 뻗쳐서 소향(小香)을 잡으려고 했다. 그들의 재간은 그 1쌍의 손에 있었다. 돌로 만들어진 사람이라고 해도 그들에게 1번 움켜잡히면 가루가 될 판이었다. 강호에는 백효생(百曉生)이 저술한 <병기보(兵器譜)>라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매우 오래 전의 일이었다.

<병기보(兵器譜)>에 실렸던 영웅 호걸들은 지금은 모두 죽었다. 백효생(百曉生) 후에 그 누구도 <병기보(兵器譜)>를 만들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틀림없이 이 2사람을 <병기보(兵器譜)>에 올렸을 것이다. 만약 그들이 백효생(百曉生)의 시대에 살았다면 백효생(百曉生)은 그들 2사람을 <병기보(兵器譜)>에 나열했을 뿐 아니라 서열을 홍(紅)마수(魔手)와 청(靑)마수(魔手) 뒤에 두었을 것이다. 그 2손이 소향(小香)의 몸을 움켜쥐면 정말 야단이 날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 향긋한 냄새를 풍기는 간드러진 미녀는 절대로 그와 같이 움켜잡는 것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손을 쓰는 속도는 너무나 빨라 그들이 움켜잡는 것을 피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소향(小香)의 옆에는 아고(阿古)가 서 있었다. 아고(阿古)는 키가 1장(丈) 2자나 되는 거인이었다. 거인은 결코 두려운 존재가 못 되었다. 그들은 아고(阿古)와 비슷한 체구의 거인들을 죽여본 적이 있었다.

아고(阿古)의 몸뚱이는 거대했으나 동작은 결코 둔하지 않았으며 속도는 그들보다 느리지 않았다. 아고(阿古)는 그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다만 손에 1사람씩 그들의 뒷덜미를 잡아서 허공으로 높이 들어 올렸다. 그들의 키는 별로 크지 못했으며 소향(小香)과 비슷했다. 아고(阿古)가 가볍게 1번 쳐들자 그들은 소향(小香)보다 더 높이 솟아올랐다. 그들의 손은 여전히 앞을 향하여 뻗쳐 나가고 있었다. 우드득! 뼈가 바스러지는 소리가 고막을 파고들어 섬칫한 느낌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1마디의 비명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그들의 손에 잡힌 사람들은 고함칠 기회가 없었다. 그들 스스로 마주 잡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선혈이 아고(阿古)의 온몸에 확 뿌려졌다. 아고(阿古)는 조금도 개의치 않고 가볍게 2손을 떨쳐서 2구의 시체를 내던져 버렸다. 그러나 소향(小香)은 하마터면 구토를 할 뻔했다. 그녀의 몸에는 1방울의 피도 튀지 않았다.

그러나 2사람이 쳐들린 후에 그들의 하반신은 소향(小香)의 얼굴 앞에서 흔들거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1가닥 코를 찌르는 구린내와 지린내가 확 풍겼다. 정붕(丁鵬)은 아무것도 보지 못한 사람처럼 여전히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2녀석이 달려들었을 때 그는 눈을 1번 깜박이지 않았다. 2사람이 2구의 시체로 변했을 때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는 2번째 패거리의 사람들과 마주쳤을 때야 걸음을 멈추었다. 그 1패거리의 사람들은 모두 6명인데 일자로 늘어서 있었고 손에 무기를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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