圆月弯刀 8

3학년2반 | 2022.02.10 07:23:20 댓글: 0 조회: 581 추천: 0
분류무협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347814
41. 조호이산(調虎离山)지계

아고(阿古)는 놀랍게도 주먹으로 검을 막아내려 하고 있었다. 손에는 물론 강철로 만들어진 권투(拳套)를 끼고 있었다. 그러나 그 1검(一劍)은 뇌정만균(雷霆萬鈞의 기세를 싣고 있어 산이라 해도 쪼갤 것 같은데 어찌 1대의 주먹으로 저지할 수 있겠는가? 모든 사람들은 아고(阿古)가 살기 싫어진 모양이라고 생각했고 소향(小香)마저도 깜짝 놀랐다. 그러나 사(謝)선생의 안색이 변한 것이었다.

더군다나 신속하게 검초(劍招)를 거두어들이는 것이 아닌가? 검이 반쯤 움츠려들었을 때 아고(阿古)의 주먹에 적중되었고 탕, 하는 소리가 나면서 장검은 즉시 그의 손에서 빠져나가 뒤로 날아갔다. 아고(阿古)의 주먹은 계속해서 사(謝)선생에게로 뻗쳐왔다. 사(謝)선생의 몸뚱이 역시 계속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물러서는 것이 그렇게 빠르지 못해서 주먹이 명치를 가격했다. 퍽! 사(謝)선생의 몸뚱이가 수평으로 붕 떠 날아갔다.

그 순간 아고(阿古)의 손바닥이 펼쳐지고 1가닥의 밝은 빛이 손에서 쏘아졌다. 그것은 그의 손바닥에 놓여 있던 소리(小李)비도(飛刀)였다. 칼은 허공으로 날아가는 사(謝)선생의 뒤를 쫓아 그의 목줄기 쪽으로 날아들고 있었다. 사(謝)선생은 이미 주먹에 맞아 내장이 흔들리고 있었다. 다시 그 1칼을 맞는다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가장 위험한 찰나에 어떤 사람이 1검(一劍)으로 그 비도(飛刀)를 쳐서 떨어뜨렸고 사(謝)선생 본인은 직통으로 벽에 부딪치고 말았다.

다행히 뒷등으로 부딪혔기 때문에 벽을 따라 미끄러져 내리는 순간 몸을 세울 수 있었으나 안색은 창백해지고 입가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아고(阿古)는 1대의 주먹을 내질렀으나 그는 2번이나 얻어맞은 셈이었다. 1대는 주먹에 얻어맞은 것이고 1대는 날아가다가 벽에 부딪힌 충격이었다. 그를 위해서 비도(飛刀)를 쳐서 떨어뜨린 사람은 사소옥(謝小玉)이었다. 손에는 검이 들려 있었고 차가운 눈길로 사(謝)선생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謝)선생은 한동안 숨을 가쁘게 몰아쉰 후에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소저께서 나오셨군요. 속하(屬下)가 무능해서 이런 꼴을 당했소이다.”

사소옥(謝小玉)은 냉소했다.

“당신은 정말 창피를 모르는군요. 당당한 신검산장(神劍山莊)의 총관(總管)이 한낱 마부의 주먹에 패하다니요. 밖에서는 마도(魔刀)가 1번 뽑혀지면 신검(神劍)이 빛을 잃는다는 말이 유행하고 있어요. 그런데 당신까지 이와 같이 뒷받침을 해주니 정말 큰일이군요.”

사(謝)선생은 쓴 웃음을 지었다.

“속하(屬下)는 무공 실력으로 말하면 결코 그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하고 있소. 다만 초식(招式)을 잘못 썼소이다. 속하(屬下)는 먼저 산우욕래(山雨欲來)라는 초식(招式)을 썼지요. 그를 물러서게 만든 후에 잇따라 살수를 펼치고자 했던 것인데 뜻밖에도 그는 마구 부딪쳐 오는 것이었소.”

소향(小香)은 그때서야 사(謝)선생이 아고(阿古)의 일격도 감당하지 못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사(謝)선생의 그 석파천량(石破天惊)의 기세로 뻗어간 그 1검(一劍)은 원래 허초(虛招)에 불과했다. 참된 살수는 뒤에 감추어져 있었다. 그 1검(一劍)의 기세로 미루어 볼 때 그 누구도 허초(虛招)라고 생각하지 못할 것이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와 같은 허초(虛招)에 속아 넘어갔던가?

그러나 사(謝)선생의 재수가 너무 나빴다. 그가 만난 적수는 공교롭게도 아고(阿古)였던 것이다. 아고(阿古)는 뒤로 물러서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었으니 사(謝)선생이 어찌 운수 사납게 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사소옥(謝小玉)의 얼굴에서는 1겹의 두껍고 차가운 서리를 긁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의 손이 가볍게 쳐들리고 철썩철썩,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사(謝)선생의 뺨에는 2개의 선명한 손자국이 나타나게 되었다. 사(謝)선생은 신검산장(神劍山莊)에서 무척 권위가 있는 인물이었다.

그의 지위는 사소옥(謝小玉)보다 높을 수 없었지만 그렇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사소옥(謝小玉)은 놀랍게도 여러 사람 앞에서 그에게 2대의 따귀를 때린 것이었다. 사(謝)선생의 2눈에서는 즉시 원한 맺힌 빛이 쏟아져 나왔다. 사소옥(謝小玉)이 그의 목숨을 구해주었으나 그 2대의 따귀는 그의 존엄성을 떨어뜨려 사람들 앞에서 영원히 고개를 쳐들지 못하게 만든 것이었다. 언제나 존경을 받고 우쭐대던 사람이 갑자기 존엄성을 잃게 된다는 것은 죽는 것보다 못했다. 그래서 사(謝)선생은 사소옥(謝小玉)에게 반항적인 눈빛을 드러내었다.

사소옥(謝小玉)은 안색이 더욱 차가워졌고 음성은 더욱 싸늘해졌다.

“사승(謝升), 내가 총관(總管)이라는 직책을 당신에게 넘겨주어 당신이 장원 안의 크고 작은 모든 일들을 관장하도록 1것은 당신을 중시한 조처였어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당신은 무슨 일을 했지요?”

그녀의 매서운 언사에 사(謝)선생은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입을 열었다.

“내가 저 사람의 손에 진 것은 내가 물론 조심하지 못한 소치이긴 하지만 역시 맡은 직책을 수행하기 위함이었소.”

사소옥(謝小玉)은 냉소했다.

“당신은 어떤 직책을 수행했나요? 당신은 대문 앞에서 위풍을 세우기에 급급해서 상대방과 입씨름을 하여 창피를 당하지 않았는가요?”

사(謝)선생은 가슴을 펴면서 말했다.

“나는 결코 시비를 걸거나 결투를 신청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소. 다만…”

“다만 무엇인가요? 말해 봐요.”

사(謝)선생은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다만 소저가 말한 것처럼 정붕(丁鵬)이 나타나게 되었을 때 재빨리 소저에게 통지하고 그런 후에 방법을 강구해서 사람을 대문 앞에 붙잡아 두어 소저가 나와서 연극을 할 때까지 대문 안으로 들어서지 못하도록 하려고 했소이다.”

이것은 퍽이나 신선한 얘기였다. 이렇게 되자 사(謝)선생이 어째서 소향(小香)을 붙잡고 늘어지면서 일부러 시비를 불러일으키고 구실을 붙여 싸움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원래 수양이 무척 깊은 사람이었다. 오늘 소향(小香)과 입씨름을 했다고 해서 발끈 성을 내고 결투까지 하려고 했는데, 알고 보니 그런 것들은 모두 정붕(丁鵬)을 저지하기 위해서였고 안에 있는 사소옥(謝小玉)이 여유를 가지고 정붕(丁鵬)에게 보이지 말아야 할 사람이나 물건을 치우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사(謝)선생은 이 비밀을 폭로한 후에 눈을 들어 마차 쪽을 바라보았다. 그 눈에는 보복을 했다는 통쾌한 빛이 서려 있었다. 그는 원래 사소옥(謝小玉)에게 충성을 다하고 정붕(丁鵬)을 깊이 증오했다. 그러나 사소옥(謝小玉)이 때린 2대의 따귀는 그를 정붕(丁鵬) 쪽으로 돌아서도록 만들었다.

지금 그의 표정을 보면 사소옥(謝小玉)을 망쳐 놓기 위해서 그는 정붕(丁鵬)에게 좀 더 많은 비밀을 털어놓겠다는 뜻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역시 의심이 많고 조심성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런 계획을 세우게 되었을 때 먼저 사소옥(謝小玉)이 사람을 죽여 입을 봉하는 것을 방비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다른 1눈은 줄곧 사소옥(謝小玉)의 손을 지켜보고 있었다. 사소옥(謝小玉)은 이미 검자루를 쥐고 있었다. 그녀의 손은 원래 검을 쥐고 있었다. 아고(阿古)의 비도(飛刀)를 후려쳐서 떨어뜨린 후 그녀는 검을 검집에 꽂았으며, 그 후에 사(謝)선생의 따귀를 갈긴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 다시 검자루를 더듬는 것을 보자 사(謝)선생은 자연히 긴장하게 되었다. 사소옥(謝小玉)의 몸뚱이가 움직였다. 그 움직임은 무척 빨랐다. 빙글 1바퀴 돌더니 다시 사(謝)선생의 면전으로 돌아섰다. 다시 철썩철썩, 하는 소리가 들리고 사(謝)선생의 얼굴에는 2가닥의 손자국이 나게 되었다. 사소옥(謝小玉)의 손바닥은 그렇게 크지 않았지만 2개의 손자국은 2뺨을 거의 뒤덮고 있었다. 그래서 사(謝)선생의 창백했던 얼굴은 새빨개지고 말았다.

사(謝)선생은 2대의 따귀를 얻어맞은 후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는 결코 사소옥(謝小玉)의 수법이나 신법에 놀라 어리둥절해진 것이 아니었다. 사소옥(謝小玉)의 동작이 빠르기는 했지만 그는 여유 있게 피할 자신이 있었다. 심지어는 반격을 할 수도 있었다. 처음 2대의 따귀를 얻어맞은 것은 사소옥(謝小玉)이 자기의 따귀를 때릴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그는 순순히 그 자리에 서서 목을 길게 빼고 사소옥(謝小玉)이 그를 죽여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사소옥(謝小玉)은 그의 몸 앞에 이르게 되었을 때 손에 검자루를 쥐고 있었다. 그녀는 왼손으로 그의 따귀를 후려치게 되었고 검은 검집으로 되돌아 들어갔다. 사소옥(謝小玉)은 검을 뽑아 들고 1바퀴 원을 그린 것에 불과했다. 그녀의 몸이 움직였을 때 검은 이미 검집에서 뽑혀졌는데 처음에는 사(謝)선생에게 덮쳐든 것이 아니라 그 마차 쪽으로 달려갔다. 그 정붕(丁鵬)이 타고 온 마차로 달려간 것이었다.

마차 앞에 이르게 되었을 때 그녀의 장검이 1번 떨쳐지면서 마차에 매달려 있는 창문의 휘장을 들춰내었고 곧 이어 문을 열어젖히고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사(謝)선생은 그녀가 정붕(丁鵬)과 사생결단을 내기 위해서 달려간 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사소옥(謝小玉)은 재빨리 다시 뛰어 나왔다. 그녀는 마차의 다른 한쪽으로 뛰어나온 것이었다. 들어갈 때 문을 닫지 않았고 나온 후에도 문을 닫지 않아 양쪽 문이 활짝 열렸고, 그래서 똑똑히 화려한 마차 안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런데 사람은 없었다. 정붕(丁鵬)은 그 안에 있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사람도 그 안에 있지 않았다. 이것은 1대의 빈 마차였다. 마차가 배에 오르기 시작하면서부터 사(謝)선생의 눈동자는 마차에서 떨어진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 누가 나오는 것도 보지 못했다. 그것은 처음부터 정붕(丁鵬)이 마차 안에 없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러니까 반 나절 동안 소란을 피웠지만 그들은 겨우 빈 마차 앞에서 연극을 한 것에 불과했다.

사(謝)선생은 그제서야 자기가 얼마나 커다란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알아차리고 정말 따귀를 맞아도 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따귀를 얻어맞고도 가만히 서 있었다. 사(謝)선생이 일부러 말썽을 피운 목적은 마차 안에 앉아 있는 정붕(丁鵬)이 장원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지금 정붕(丁鵬)은 마차 안에 있지 않으니 사(謝)선생은 부질없는 소란만 1차례 피운 셈이었다. 마차는 바깥에서 들이닥친 것이고 사소옥(謝小玉)은 장원 안에서 걸어나온 것이었다.

사(謝)선생은 줄곧 마차를 보고 있었으면서도 그 마차가 빈 마차라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사소옥(謝小玉)은 나오자마자 알아차린 것이었다. 그녀는 점을 쳐서 알아내는 신통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사(謝)선생은 사소옥(謝小玉)의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재간이 무척 대단하기는 하지만 이와 같은 재간은 없었다. 그녀가 만약 정붕(丁鵬)이 1바퀴 돌아서 즉시 되돌아 올 것을 예측했다면 그 물건들을 나열해 놓지는 않았으리라.

사소옥(謝小玉)은 사(謝)선생이 알기 전에 미리 이 1대의 마차가 빈 마차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었다. 정붕(丁鵬)이 이미 살그머니 산장으로 먼저 들어갔고, 사소옥(謝小玉)이 그것을 눈치챘다고 보아야 했다. 냇물을 건너는 것이 신검산장(神劍山莊)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통로라면 정붕(丁鵬)은 절대로 장원 안에 들어설 수 없었다. 이 통로는 그들이 대외적으로 선포한 통로에 불과했고 실제에 있어서는 그 밖의 다른 길을 이용해서 신검산장(神劍山莊)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 비밀 통로가 놀랍게도 정붕(丁鵬)에 의해 발견되었으니 이것이야말로 야단맞을 일이었다. 총관(總管) 사(謝)선생은 스스로 죽어 마땅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소옥(謝小玉)은 본래 사(謝)선생을 죽일 생각이었다. 그가 조금이라도 반항한다면 그녀의 그 매서운 검식(劍式)과 몸에 간직하고 있는 17가지의 암기를 모조리 내쏟아 사(謝)선생을 죽이고 말았을 것이다. 그녀의 몸에서 동시에 그토록 많은 암기들이 쏟아져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사(謝)선생만 해도 그녀가 많아야 8가지를 방출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가 알고 있는 8가지의 암기는 하나같이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것인데 모르고 있는 10가지는 앞서의 것보다 몇 배나 더 무서웠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가 처녀의 몸으로 옥무하(玉無瑕)로 행세하며 연운(連雲)14살(十四煞)을 이끌고 강호에서 노략질을 할 수 있었겠는가? 사(謝)선생 역시 다행히 잘못을 시인했기에 망정이지 만약 그렇지 않고 반항했다면 벌써 숨이 끊어지고 말았으리라.

그가 목을 길게 뽑고 죽여주십사 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의 1가닥 목숨을 보존할 수 있었다. 사소옥(謝小玉)은 냉랭히 물었다.

“당신은 자기의 잘못을 알았나요?”

사(謝)선생은 황송한듯 말했다.

“이 속하(屬下)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사(謝)씨 집안의 배분을 따지면 사(謝)선생은 사효봉(謝曉峰)의 아우뻘이 되고 사소옥(謝小玉)의 아저씨뻘이 되었다. 사소옥(謝小玉)은 싸늘히 코웃음을 쳤다.

“흥! 당신의 머리통이 아직도 목에 붙어 있게 된 것은 당신이 스스로 죽어 마땅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사(謝)선생은 허리를 새우처럼 구부리고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네. 네. 속하(屬下)는 정붕(丁鵬)이 이와 같은 속임수를 쓸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그는 예전에는 마차에서 1걸음도 떠나지 않았거든요.”

사소옥(謝小玉)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 당신만 생각 못했겠어요. 나도 생각 못했어요. 그는 갑자기 수단을 바꾼 거예요.”

소향(小香)이 옆에서 방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것은 우리 공자의 습관이 아니에요. 그 분은 마차 타는 것을 무척 싫어해요. 이 마차는 보기에 호화스럽지만 안에 앉아 있으려면 답답하고 흔들거려서 고생이에요.”

사소옥(謝小玉)은 입을 열었다.

“마차를 탄다는 것이 그토록 거북스럽다면 그는 어째서 온종일 마차 안에 앉아 있지?”

소향(小香)은 얼른 대답했다.

“그는 무척 기분이 좋은 척 행동하지요. 그것은 그 분의 습관이지요. 마차가 가는 곳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표시고 그런 후에 필요할 때 그는 마차에서 떠나 약간 은밀한 일을 행해도 남의 주의를 받지 않을 수 있거든요.”

사소옥(謝小玉)과 사(謝)선생 2사람은 1대의 따귀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사(謝)선생과 사소옥(謝小玉)은 얻어맞지 않았지만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사소옥(謝小玉)은 울화를 사(謝)선생에게 쏟아낼 작정이었다.

“그가 빈마차를 이용해서 속임수를 쓴 것은 당신을 탓할 수 없다고 하겠지만, 냇가에서 마차를 배로 옮긴 후에도 당신은 빈 마차라는 것을 알아보지 못했으니 정말 죽어 마땅해요.”

사(謝)선생은 풀 죽은 목소리로 힘없이 말했다.

“소저도 아시겠지만 정(丁)나으리는 다른 사람이 마차에 접근하는 것을 1번도 허락한 적이 없지 않았소?”

그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사소옥(謝小玉)은 냉소를 띠우고 그 말을 반박했다.

“그 이유는 당신에게 적용할 수 없는 거예요. 당신은 총관(總管)이에요. 조금 전 온갖 방법을 다해서 알아보아야 했던 거예요. 그와 같이 소홀했던 책임에서 당신은 아무리 해도 벗어날 수 없는 거예요.”

사(謝)선생의 머리는 더욱 수그러졌다.

“속하(屬下)가 죄를 지었음을 인정하겠습니다.”

사소옥(謝小玉)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 이제 인정을 한다고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정붕(丁鵬)은 이미 장원 안을 1바퀴 빙 돌고 사람을 데리고 가 버렸는 걸요.”

사(謝)선생은 그만 자기도 모르게 흠칫했다.

“그는 어느 길로 들어왔나요?”

사소옥(謝小玉)은 퉁명스럽게 핀잔을 주었다.

“당신이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누구에게 묻지요?”

사(謝)선생은 할 말이 없었다. 그 역시 자기가 쓸데없는 질문을 했다는 사실을 곧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는 겸연쩍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가 어느 곳에 갔었는지 모르나요?”

사소옥(謝小玉)은 대답했다.

“보아서는 안 될 곳을 모조리 가본 모양이에요.”

사(謝)선생은 의아한 표정이었다.

“그가 어떻게 찾아낼 수 있었지요?”

사소옥(謝小玉)은 차갑게 말했다.

“다른 사람이 안내를 해주었는데 어찌 못 찾을 리 있겠어요.”

사(謝)선생은 눈을 둥그렇게 떴다.

“누굽니까? 그럴 리가 있나요. 장원 안의 사람들도 그런 것들은 모르고 있잖아요?”

사소옥(謝小玉)은 냉소했다.

“그러나 어쨌든 온 국면을 이끌어갈 사람이 그와 합작하게 된다면 사정은 달라지겠지요.”

사(謝)선생은 다시 1번 주눅이 들었다.

“전 국면을 이끌어갈 사람은 모두 합쳐 2명뿐이 아닙니까? 그리고 1분은 소저이고요.”

사소옥(謝小玉)은 말했다.

“나는 아니에요.”

사(謝)선생은 재빨리 말했다.

“그야 물론 아니지요. 그러나 다른 1사람은 속하(屬下)입니다.”

사소옥(謝小玉)은 냉랭히 말했다.

“내가 아니면 바로 당신이에요. 왜냐하면 우리 2사람밖에 없으니까요.”

사(謝)선생은 다급해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소저, 농담 마십시오. 속하(屬下)가 어찌 외부의 사람과 결탁을 하겠습니까.”

사소옥(謝小玉)은 다시 그의 말을 받았다.

“나는 결코 당신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우고 있는 것이 아니에요.”

사(謝)선생이 미쳐 뭐라고 변명을 하기도 전에 사소옥(謝小玉)은 다시 말을 이었다.

“당신은 그의 금선탈각(金蟬脫殼 허물벗기)과 조호이산지계(調虎離山 헛발길질)에 넘어갔을 뿐만 아니라 이곳에 붙잡혀 있었어요. 그러니 그 밥통들은 바쁘게 철수했지만 정붕(丁鵬)이 이미 들어와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알맞게 그의 길잡이가 된 셈이지요.”

사(謝)선생은 찬 기운을 들이마시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은 총관(總管)의 과실이었다. 원래 신검산장(神劍山莊)의 경계는 그가 책임지고 있었다.

그는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어떤 사람을 데려갔는지 모르겠군요?”

그는 사소옥(謝小玉)의 얼굴색으로 틀림없이 무척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으나 속으로 그들 2사람이 아니기를 빌고 또 빌었다. 그렇지 않다면 그는 차라리 사소옥(謝小玉)에게 죽임을 당하는 편이 나을 것이었다. 사소옥(謝小玉)의 대답은 그와 같은 불길한 예감을 확인해주었다.

“당신이 어제 데리고 들어온 사람들이니, 당신 스스로 그 결과를 생각해 보도록 해요.”

사(謝)선생은 갑자기 2다리에 맥이 빠졌다.

그가 손으로 벽을 짚을 수 있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그는 사소옥(謝小玉)이 목숨을 살려준 은혜에 대해 조금도 고마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살아서 보내야 할 세월이 무척 괴롭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42. 소리(小李)비도(飛刀) 이심환(李尋歡)

소향(小香)은 다시 마차 위에 올랐고 아고(阿古) 역시 마차의 머리를 틀었다. 임무를 완수했으니 철수해도 되는 것이었다. 사소옥(謝小玉)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대로 가시려고?”

소향(小香)은 선뜻 대답했다.

“그래요. 반 나절 동안 폐를 끼쳤으니 작별을 고해야지요.”

사소옥(謝小玉)은 웃었다.

“설마하니 자네는 정(丁)공자가 어디로 갔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그를 만날 수 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요?”

소향(小香)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필요 없어요. 공자는 이미 우리에게 어떻게 만나는지 알려주었어요.”

사소옥(謝小玉)은 넌지시 말했다.

“그것은 그 혼자 떠날 때의 이야기에요. 그는 행동이 자유롭지 못한 사람을 데리고 갔으니 아마 계획을 바꾸어야 할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그는 나보고 1마디 전해달라고 하더군요.”

소향(小香)은 재빨리 그 말을 받았다.

“그렇다면 고맙네요. 공자께서 뭐라고 하셨나요?”

사소옥(謝小玉)은 웃었다.

“정(丁)오라버니는 이곳에서 사람을 데리고 갔지만 우리 사이에는 무슨 불유쾌한 일이 없으니 서로 좋게 헤어지기를 바란다고 하셨어요.”

소향(小香)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믿을 수 있어요. 안에서 싸움이 벌어졌다면 공자는 대문 밖으로 걸어 나왔을 거예요. 그 누구도 그를 막지 못할 것이니까요.”

사소옥(謝小玉)은 말했다.

“서로 무슨 깊은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니니 굳이 피를 흘리고 사람에게 상처를 입힐 필요가 없지 않겠어요? 더군다나 정(丁)오라버니는 나의 은인이니 나는 더욱 그 분에게 무례한 행동을 할 수 없지요.”

소향(小香)은 말했다.

“사(謝)소저, 우리 공자께서는 또 무슨 말씀을 하셨는가요?”

사소옥(謝小玉)은 웃었다.

“나와 정(丁)오라버니는 즐겁게 헤어졌어요. 그런데 자네들은 내 문 앞에서 소란을 피웠으니 이것은 나의 체면이 서지 못하도록 한 것이지요.”

소향(小香)은 물었다.

“소저는 어떻게 해야 체면이 설 수 있겠어요?”

사소옥(謝小玉)은 웃었다.

“그것은 그대가 해결할 문제인데 어째서 나에게 묻나요? 그대 자신은 어떻게 미안한 마음을 표시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사소옥(謝小玉)은 사(謝)선생의 목줄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핏자국이 맺혀 있었다. 아고(阿古)가 비도(飛刀)를 날린 결과였다. 다행히 그 비도(飛刀)는 사소옥(謝小玉)의 1검(一劍)에 맞고 떨어졌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사(謝)선생은 소리탐화(小李探花)가 죽인지 100년 만에 소리(小李)비도(飛刀) 아래 목숨을 잃은 사람이 되고 말았으리라. 그 1자루의 비도(飛刀)는 아직도 땅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사소옥(謝小玉)은 그 비도(飛刀)를 보고 있지 않았지만 온 얼굴에 기대의 빛을 띠우고 있었다.

소향(小香)은 빙그레 웃었다.

“사(謝)소저, 아고(阿古)가 비도(飛刀)를 던져서 신검산장(神劍山莊)의 대(大)총관(總管)에게 찰과상을 입히긴 했지만 비도(飛刀)는 소저에 의해 땅바닥에 떨어지고 말았군요. 우리도 무슨 덕을 본 것은 없고 귀장(貴莊)에서도 그렇게 큰 불이익을 당한 것이 아니군요.”

사소옥(謝小玉)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가 옆에서 끼어들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이군요.”

소향(小香)은 방그레 웃었다.

“사(謝)소저께서 손을 쓰게 된다면 우리 하인의 신분으로 어찌 감히 소저와 맞설 수 있겠어요? 비도(飛刀)가 소저에게 격추되고 말았으니 우리들도 감히 회수할 엄두를 낼 수 없군요. 나는 사(謝)총관(總管)이 받아내기만 한다면 칼을 그에게 선물하겠다고 말했는데 칼이 소저에 의해 격추되고 말았으니 부득이 그 비도(飛刀)를 사(謝)소저에게 선물할 수밖에 없게 되었네요.”

사소옥(謝小玉)은 기쁜 빛을 2눈에 띠었다. 그녀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었다. 소향(小香)이 그녀에게 선물을 하겠다니 그녀가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그러나 짐짓 엄숙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웃기는군. 내가 1자루의 써먹지 못할 칼을 대단하게 생각할 줄 알았는가요?”

소향(小香)은 정색을 했다.

“우리 용(龍)씨 성을 가진 사람만이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용(龍)씨 집안의 늙은 조모 임시음(林詩音)이 후세의 자손들에게 소리(小李)비도(飛刀)의 명성이나 기세에 의지하지 말라고 경고했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우리 용(龍)씨 집안의 사람들 외에 천하에 그 누가 감히 그 1자루의 칼을 얕볼 수 있겠어요? 소저의 아버님이신 사(謝)대협도 이 칼을 보게 된다면 공손한 태도를 취해야 할 거예요.”

사소옥(謝小玉)이 제멋대로였지만 소향(小香)에게 꾸지람을 순순히 참아 넘기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소향(小香)의 성이 용(龍)씨이기 때문에 용소향(龍小香)은 소리(小李)비도(飛刀)의 가치를 중시하지 않을만한 자격이 있었다. 그들 외에 정말이지 감히 그 누구도 이 1자루의 칼에 대해 불경스러운 태도를 취할 수 없었다. 이심환(李尋歡)은 이미 오래 전에 작고했지만 그의 후인(後人)들이나 그의 제자들은 여전히 이심환(李尋歡)의 의협의 일을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다만 그들은 이심환(李尋歡)이 명성을 날리는 것만큼 고통도 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시는 명성을 떨치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갖가지 모습으로 인간 세상에 나타날 뿐이었다.

그들은 모두 담백한 협사들이었다. 그들의 비도(飛刀)를 날리는 재간 또한 화경(化境)에 도달해서 이미 진짜 비도(飛刀)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된 것이었다. 1조각의 나뭇조각이나 1가닥의 나뭇가지, 심지어 1조각의 어린애들이 가지고 노는 딱지라고 해도 그들의 손에서는 똑같은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다년간 강호에는 잔악한 인물들이 적지 않게 있었고 위선적인 도배들도 적지 않았으나 아무런 기척도 없이 그리고 아무런 형체도 없이 갖가지 기이한 수법 아래 목숨을 잃고 말았던 것이었다.

비록 그 누구도 그것이 소리(小李)비도(飛刀)의 후손들의 소행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었지만은 그 누구도 아니라고 말할 수 없었던 것이다. 소리탐화(小李探花) 이심환(李尋歡)은 이미 세상 사람들에게 신격화되어 있었다. 그래서 사소옥(謝小玉)이 그와 같은 말을 1후에 그녀 자신도 약간 걱정스러워 했었다. 왜냐하면 다년간 이심환(李尋歡)의 후손들이 여전히 의협의 일을 행하고 있다는 유력한 증거가 있었다. 후세의 사람들이 선대 영웅 호걸들을 논하게 되었을 때 그 누가 이심환(李尋歡)에 대해 악평을 하게 되면 언제나 징계를 받곤 했다.

이심환(李尋歡)의 몸뚱이는 이미 흙이 된지 100년이 흘렀으나 그의 이름은 여전히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고 있었고 그의 그림자는 여전히 강호를 뒤덮고 있었다. 소리탐화(小李探花)의 한평생의 행적은 이미 거의 성스러운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그는 정의의 이름으로 간악한 자를 물리치고 너그럽게 그의 적을 대했다. 설사 그의 목숨을 빼앗으려고 하는 적이라 해도 그를 존경하곤 했다. 그는 평생 동안 다만 1사람에게만 빚을 졌다. 그것은 바로 그의 소꿉 친구였던 애인 임시음(林詩音)이었다.

사소옥(謝小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의 말에도 일리가 있군요.”

소향(小香)은 웃었다.

“그 칼은 정말이지 이름이 있으며 귀하기 이를 데 없는 거예요.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기능적인 가치 이외에도 그 1자루 칼의 생김새를 보면 어느 정도 소리(小李)비도(飛刀)가 천하무적이었던 원인을 조금이나마 더듬어 낼 수 있단 말이에요. 하지만 아고(阿古) 아저씨가 비도(飛刀)로 귀장(貴莊)의 1사람에게 상처를 입혔고, 사(謝)소저가 그의 칼을 쳐서 떨어뜨려 우리가 1차례 진 것이니 소저가 그 칼을 보관한다고 해도 신검산장(神劍山莊)의 대단한 명성에는 아무런 손상도 없을 거예요.”

사소옥(謝小玉)은 그제서야 웃었다.

“맞았어요.”

소향(小香)은 재빨리 물었다.

“사(謝)소저는 우리 공자의 분부를 알려주실 수 있겠지요?”

사소옥(謝小玉)은 방그레 웃었다.

“그는 만나기로 한 그곳에서 기다리겠다고 했어요. 신검산장(神劍山莊)이 어찌 그를 막을 수 있겠어요?”

이와 같은 말은 쓸데없는 말이었다.

더군다나 정붕(丁鵬)이 숫제 그녀에게 부탁한 적이 없는데 그녀 스스로 날조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소향(小香)은 조금도 화를 내지 않았다.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하고 마차에 올라 아고(阿古)로 하여금 마차를 몰고 떠나도록 했다. 사소옥(謝小玉)은 무척 기분이 좋아서 땅바닥에서 비도(飛刀)를 집어들고 조심스럽게 반 나절 동안 살폈는데 얼굴의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이것은 1자루의 진품 소리(小李)비도(飛刀)였다. 더군다나 도신(刀身)에는 이(李)라는 표시가 있어서 이심환(李尋歡) 자신이 사용하던 칼임을 증명했다.

사(謝)선생 역시 다가가 그 1자루의 칼을 구경한 후에 질문을 던졌다.

“소저, 정붕(丁鵬)이 사람을 데리고 가게 되었을 때 그 검도 가져갔나요?”

“아니요. 정붕(丁鵬)이 대단한 사람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지하(地下)보고(寶庫)에 들어갈 재간은 없어요.”

사(謝)선생은 안심했다.

“그것 참 잘 되었군요. 우리들의 보고는 명품들을 골고루 갖추게 되었습니다. 옛날 <병기보(兵器譜)>에 실려 있던 유명한 병기들은 하나도 없는 것이 없게 되었소.”

사소옥(謝小玉)은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고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무기라는 것은 사람에게 사용되기 위해 있는 거예요. 우리는 다만 1무더기의 죽어 있는 무기를 가지고 있을 뿐 1명의 살아 있는 사람도 갖고 있지 않아요.”

사(謝)선생은 웃었다.

“살아 있는 사람들이 그 무기를 보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의 수중으로 떨어진 것이지요. 사람이 무기보다 못하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지요.”

사소옥(謝小玉)은 한숨을 내쉬었다.

“세상에는 대대로 인재가 나기 마련이에요. 이 모든 것들은 이미 골동품이에요. 우리들이 당금 세상의 유명한 인물들의 손에 있는 병기를 모조리 수집해 놓아야 진정으로 위대한 거예요.”

사(謝)선생은 웃었다.

“이제 그날이 가까워졌습니다.”

사소옥(謝小玉)은 싸늘히 코웃음쳤다.

“아직 멀었어요. 3가지의 병기를 찾아내서 갖추지 못한다면 창고의 보물들은 모두 쓰레기로 화하고 말 거예요.”

사(謝)선생은 의아한 어조로 물었다.

“어떤 3가지 말인가요?”

사소옥(謝小玉)은 냉랭히 말했다.

“연(燕)13(十三)의 13알의 명주를 박은 보검, 신검산장(神劍山莊)의 사(謝)씨 집안의 신검(神劍)…”

사(謝)선생은 그 말을 받았다.

“그것은 모두 장검려(藏劍廬)에 있을 것이 아니오이까?”

사소옥(謝小玉)은 냉소했다.

“신검산장(山莊)에서는 이미 장검려(藏劍廬)가 없어지고 말았는데 검이 아직도 그곳에 있겠어요?”

사(謝)선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없다면 장주(莊主)께서 가져가셨겠군요?”

사소옥(謝小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나는 안으로 들어가 보았으며 살그머니 그들의 무덤을 파헤쳐 보았지만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사(謝)선생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관도 없고 유골도 없었던 말인가요?”

사소옥(謝小玉)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하지 않았어요?”

사(謝)선생은 다시 물었다.

“혹시 다른 비밀 장소에 숨겨 놓지 않았을까요?”

사소옥(謝小玉)은 냉소했다.

“장검려(藏劍廬)는 신검산장(神劍山莊)에서 가장 은밀한 곳이지만 가장 비밀이 없는 곳이기도 해요.”

“주인께서는 어째서 그곳을 금지구역으로 삼았을까요?”

“예전에 나는 몰랐지만 이제야 알게 되었어요. 그 분은 그곳에서 자기의 심성(心性)을 갈고 닦으면서 더욱 높은 경지에 진입하고자 했던 거예요.”

“더 높은 경지라니요? 주인에게 더 높은 경지가 있겠습니까?”

“왜 없겠어요? 예전에 그는 연(燕)13(十三)의 지살지위(至殺至威)의 1검(一劍)에 패했지만 나중에 그의 곁에 있는 검노(劍奴)들마저도 연(燕)13(十三)의 1검(一劍)을 펼칠 수 있었어요. 이것은 그 분의 조예가 이미 연(燕)13(十三)을 훨씬 뛰어 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거예요.”


소향(小香)은 마차에 앉아 있었고 아고(阿古)는 마차를 몰아 신검산장(神劍山莊) 왼쪽에 있는 숲속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그곳은 정붕(丁鵬)과 만나기로 한 장소였다.

정붕(丁鵬)이 몰래 신검산장(神劍山莊)을 살펴보려고 할 때 물길을 경유하지 않고 신검산장(神劍山莊)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을 알고 있었다. 무림에서 이름이 알려진 커다란 저택이나 장원에는 남들이 모르는 비밀통로가 있었다. 명문 정파라 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강호에서 활동하고 사람들은 원수를 맺게 되는 법이고 그 누구도 원수가 언제 쳐들어와 원한을 갚을지 모르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비밀통로를 만들어 놓아 위기에서 벗어나 무사히 몸을 피할 수 있었다. 신검산장(神劍山莊)도 물론 예외가 아니었다.

그곳의 통로는 1가닥이 아니었다. 사소옥(謝小玉)이 산장으로 들어와 주인 행세를 1후에 2가닥의 비밀통로를 발견했다. 뿐만 아니라 2가닥의 비밀통로를 새로 만들어 놓았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기가 발견하지 못한 통로가 있다는 것을 생각 못하고 있었다. 정붕(丁鵬)은 사효봉(謝曉峰)과 장검려(藏劍廬)에서 은밀히 이야기를 주고 받은 바 있었다. 늙고 젊은 2사람은 의기투합하게 되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자기의 딸도 모르는 비밀을 사효봉(謝曉峰)은 이 젊은 사람에게 알려주었던 것이다.

정붕(丁鵬)이 은밀히 신검산장(神劍山莊)으로 들어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산장 안의 비밀을 발견한다는 것도 그렇게 간단한 일도 아니었다. 사효봉(謝曉峰)은 한때 무척 감개에 젖어서 정붕(丁鵬)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었다.

“이 집은 내 집이라고 할 수 없네. 많은 일들과 많은 곳에 대해 나는 모르고 있네. 노제(老弟)가 만약 여가가 있으면 방법을 강구해서 살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네. 내 자신이 그러기에는 거북한 점이 있다네.”

정붕(丁鵬)은 사효봉(謝曉峰)에게 고충이 어떤 것이냐고 묻지 않았다.

상대방이 거북하다고 했으면 자연히 말 못할 점이 있으리라 내다본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3번째로 찾아가게 되었을 때 그런 계획을 세우게 된 것이었다. 정붕(丁鵬)은 소향(小香)과 아고(阿古)를 신검산장(神劍山莊) 앞에서 한바탕 소란을 피우도록 하고 그 자신은 그 소란을 이용하여 비밀을 캐내려는 목적으로 신검산장(神劍山莊) 안으로 잠입해 들어갔던 것이다. 이 목적은 그야말로 반쯤 이룬 셈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을 많이 보았다. 그러나 아직도 보지 못한 것들이 남아 있었다.

본래 그는 더욱 깊이 들어갈 수 있었으나 1사람 때문에 지체되고 말았다. 그것은 1명의 무척 영기발랄하고 준수한 젊은이였고 온 얼굴에 정직함과 호탕함이 가득했다. 그런데 그는 1칸의 밀실에 갇혀 있었다. 그는 그 젊은이를 구출해 내었다. 그러나 그 이유는 자기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숫제 그 젊은이를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가 그 젊은이를 발견하게 되었을 때 그 젊은이는 혼미 상태에 빠져 있었다.

다만 1번 본 인상으로 그는 그 젊은이를 좋아하게 되었고 그를 구출해 내겠다고 결심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 젊은이를 위해서 정붕(丁鵬)은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고 더 이상 탐색하지 않았던 것이다…


소향(小香)이 숲속으로 들어서게 되었을 때 정붕(丁鵬)은 이미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젊은이는 여전히 땅바닥에 누워 있었다. 소향(小香)은 마차에서 내려섰다.

“공자, 우리가 왔어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였다.

“번거로운 일은 없었겠지?”

소향(小香)은 웃었다.

“없었어요. 다만 그들의 사(謝)총관(總管)이 우리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저지하느라고 아고(阿古) 아저씨와 싸우기도 했어요.”

정붕(丁鵬)은 웃었다.

“그 사(謝)선생은 정말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이지. 아고(阿古)가 불이익을 당했느냐?”

소향(小香)은 담담하게 말했다.

“아고(阿古) 아저씨는 불이익을 당하지 않았지요. 사(謝)총관(總管)의 몸에 1자루의 비도(飛刀)를 던졌는데 사소옥(謝小玉)이 거들지 않았더라면 그 비도(飛刀)는 그의 목숨을 빼앗고 말았을 거예요.”

정붕(丁鵬)은 약간 의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사(謝)선생의 검법은 대단한 편은 못되지만 결코 5대(五大)문파(門派)의 장문인(掌門人)에 못지않은데 아고(阿古)의 비도(飛刀)가 그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었단 말이냐?”

소향(小香)은 웃었다.

“소리(小李)비도(飛刀)는 1번도 빗나간 적이 없지 않아요?”

정붕(丁鵬)은 여전히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너는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드는구나. 소리(小李)비도(飛刀) 이야기가 왜 나오느냐?”

소향(小香)은 설명했다.

“아고(阿古)가 사용한 것은 옛날 소리탐화(小李探花)가 명성을 떨치게 되었던 무적의 비도(飛刀)란 말이에요. 비록 수법은 별게 아니었지만 그 위력은 사(謝)선생이 항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어요.”

정붕(丁鵬)은 똑바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고(阿古)가 어떻게 소리(小李)비도(飛刀)를 던질 수 있었지?”

소향(小香)은 얼른 대답했다.

“그 비도(飛刀)는 저의 거예요. 저의 할아버지 때부터 전해져 내려온 거예요.”

그녀는 정붕(丁鵬)이 의문을 품고 있는 것을 보고 설명했다.

“저의 성은 이(李)씨가 아니고 용(龍)씨에요. 용소운(龍嘯雲)과 임시음(林詩音)이라는 2분의 후손이지요.”

정붕(丁鵬)은 탄성을 발했다.

“아, 나는 어쩐지 네가 여느 사람과 다르다는 느낌을 가졌었는데 정말 너는 크게 내력이 있는 사람이었구나.”

소향(小香)은 쓴 웃음을 지었다.

“용소운(龍嘯雲)의 후손이라고 해서 무슨 대단한 내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지요.”

정붕(丁鵬)은 웃었다.

“그 점에 있어서 너무 과소평가하지 말아라. 이심환(李尋歡)과 맞설 사람은 극히 드물다.”

소향(小香)은 여전히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대단하게 여기지 않아요. 우리 용(龍)씨 집안 사람들은 줄곧 강호에서 고개를 쳐들지 못했다고요.”

정붕(丁鵬)은 빙그레 웃었다.

“그것은 자네들 스스로 이심환(李尋歡)의 그늘에 가려졌기 때문이지. 자네들이 더 분발했어야지.”

소향(小香)은 방그레 웃었다.

“오늘 나는 소리(小李)비도(飛刀)를 사소옥(謝小玉)에게 선물했어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군. 용(龍)씨 집안의 자손들이 몸에 소리(小李)비도(飛刀)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가장 부끄러운 일이지. 비록 자네들 2집안 간에 원한을 논할 처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그의 덕을 입지는 말아야지.”

소향(小香)은 갑자기 눈물을 글썽이며 땅바닥에 무릎을 꿇더니 큰절을 올렸다.

“공자님, 고마워요. 이것은 한평생 가장 잊기 어려운 1마디예요.”

정붕(丁鵬)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가장 보편적인 1마디에 지나지 않는다.”

소향(小香)은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우리가 용소운(龍嘯雲)의 후손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반드시 우리 조상이 저지른 잘못을 다시 1번 꼬집고 따지려고 드는 걸요. 100년 동안 공자께서는 2번째로 그와 같은 말씀을 하신 분이에요. 저의 생각으로 선인들께서도 지하에서 고맙게 생각할거예요.”

정붕(丁鵬)은 물었다.

“또 1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소향(小香)은 대답했다.

“이심환(李尋歡) 자신이에요.”

100년이란 세월이 얼마나 유구한가? 이 1토막의 공안(公案)은 이미 사람들의 입에 회자된지 오래 되어서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오직 2사람만이 그와 같이 공평한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이심환(李尋歡)은 이미 협중지성(俠中之聖)이었다. 정붕(丁鵬)은 그러나 온몸에 마의(魔意)가 가득차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어째서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그들은 많은 점에서 비슷했다. 그들은 모두 극히 다정다감했다. 그들은 모두 크게 지혜롭고 슬기로운 사람이고 절대적으로 총명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칼을 쓰는 사람들이었다. 더군다나 칼을 쓰는 솜씨는 모두 전무후무한 경지에 도달한 것이었다. 성(聖)과 마(魔)는 모두 일종의 경지이고 일종의 심령적인 경지였다. 그러나 지경(至境)에 이르게 된다면 성자(聖者)는 반드시 지극히 바르다고 할 수 없었고 마자(魔者) 역시 반드시 사악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이와 같은 이치는 너무나 심오했다. 너무나 심오해서 정붕(丁鵬)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자기가 소리탐화(小李探花)와 함께 나란히 평가되는 소리를 듣게 되었을 때 결코 영광스럽다는 느낌도 없었고 놀람과 의아함을 느끼지도 않았다. 마치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소향(小香)의 눈에 비쳐진 지금의 정붕(丁鵬)은 신성(神聖)의 화신이었다. 너무나 신성해서 소리탐화(小李探花)를 초월한 것 같았다. 왜냐하면 그녀는 용(龍)씨 집안의 후손이었다. 용(龍)씨 집안의 후손은 소리탐화(小李探花)를 미워하지 않았지만 그를 성인으로 보지도 않았다.

소향(小香)은 멍하니 정붕(丁鵬)을 바라보았는데 눈에는 존경의 빛이 가득했다. 그녀는 이 사람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고 만 번이고 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43. 마교(魔教)의 녹옥마장(綠玉魔杖)

그 젊은이는 여전히 혼미한 상태로 땅바닥에 누워 있었다. 아고(阿古)는 그들이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이미 몸을 구부리고 그 젊은이를 살펴보았다. 그는 이 젊은이가 일종의 폐혈(閉穴)수법에 걸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17가지의 혈도를 푸는 수법을 사용해 보았으나 여전히 그를 깨울 수 없었다. 정붕(丁鵬)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웃었다.

“아고(阿古) 소용없네. 나는 이미 시험해 보았지. 나는 혈도를 푸는 수법을 자네만큼 많이 알고 있지 못하지만 내가 펼친 6가지는 자네가 펼칠 수 없는 것인데도 그는 전혀 반응이 없네. 소향(小香), 너는 무림의 백보전서(百寶全書)이니 이 청년이 누구인지 1번 살펴보아라.”

소향(小香)은 한참 그 젊은이를 살펴보고 입을 열었다.

“쇤네는 모르겠네요. 이 사람은 1번도 강호에서 활동한 적이 없어요. 하지만 그의 기질로 볼 때 틀림없이 이름난 집안의 자제분 같네요.”

정붕(丁鵬)은 웃었다.

“그건 네가 말할 필요도 없지. 그는 사소옥(謝小玉)에 의해 1칸의 밀실에 갇혀 있었고 문은 엄중하게 경계를 서고 있었다. 만약 신분이 무척 중요하지 않다면 그토록 중시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를 구출한 것이지.”

소향(小香)은 다가가서 그의 옆에 쭈그리고 앉아 그의 손을 들고 몇 번 움직이다가 그의 손바닥을 들여다보았다.

“이 사람은 검을 쓰는 사람이며 무척 깊은 조예를 쌓고 있어요. 요즘 젊은이들 가운데서 이와 같은 고수를 발견할 수 없을 거예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점은 나도 알아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그가 누구인지 모르고 있으니 네가 말한 것은 쓸데없는 잔소리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소향(小香)은 웃었다.

“쓸데없는 잔소리는 아니에요. 쇤네는 그것에 근거해서 이 사람의 내력을 짐작할 수 있겠어요.”

정붕(丁鵬)은 의외라는 듯 입을 열었다.

“아! 네가 그의 내력을 알아맞출 수 있느냐?”

소향(小香)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십중팔구 들어맞을 거예요. 당금 세상의 검술 세가(世家)는 이미 태반이 신검산장(神劍山莊)의 사(謝)씨 집안 검법에 압도당해서 주눅이 들었어요. 다만 숭양(嵩陽) 곽(郭)씨 집안의 자제는 1번도 사(謝)씨 집안과 손을 쓴 적이 없기 때문에 검사(劍士)의 호기로움을 지니고 있어요.”

정붕(丁鵬)은 말했다.

“그 말은 좀 억지 같군.”

소향(小香)은 웃었다.

“숭양(嵩陽) 곽(郭)씨 집안의 검법은 웅장하고 깊음에 있어서 비범하며 손을 쓰게 되었을 때는 정기(正氣)가 늠름한 편이지요. 그래서 일종의 강개격앙(慷慨激昂)한 검사(劍士)의 풍도를 배양하게 되는데 이 젊은이의 얼굴에 드러나 있는 표정을 볼 때 역시 다른 집의 검법으로 배양할 수 없는 거예요. 공자께서는 이 말을 어떻게 여기시는지요?”

정붕(丁鵬)은 웃었다.

“약간 이치에 맞는 것 같군.”

소향(小香)은 다시 설명했다.

“3번째는 사소옥(謝小玉)에게 그토록 중시를 받을만한 사람이라면 오직 숭양(嵩陽) 곽씨 집안 자제들밖에 없어요.”

정붕(丁鵬)은 이번에는 별로 찬동하는 빛을 보이지 않았다.

“그와 같은 말은 너무 억지로군.”

소향(小香)은 설명을 이어갔다.

“저의 4번째 근거는 절대적으로 유력한 거예요. 사(謝)씨 집안에서는 <병기보(兵器譜)>에 실려 있는 갖가지의 이름난 병기들을 수집하고 있었어요. 본래 2번째로 나열된 소리(小李)비도(飛刀)와 4번째로 나열된 숭양(嵩陽) 철검(鐵劍)만을 수집 못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오늘 나는 소리(小李)비도(飛刀)를 사소옥(謝小玉)에게 선물했는데 그때 그녀와 사(謝)선생 2사람의 얼굴에 떠오르는 빛은 그들 스스로 억제할 수 없는 것이었지요. 이것은 그들이 이미 숭양(嵩陽) 철검(鐵劍)을 손에 넣었고 다만 소리(小李)비도(飛刀)만 손에 넣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거예요. 숭양(嵩陽) 철검(鐵劍)은 오직 곽(郭)씨 집안의 자제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이고 이 젊은이는 또 신검산장(神劍山莊)에 사로잡혀 있었으니…”

정붕(丁鵬)은 웃으며 말했다.

“너의 모든 이유는 타당성이 없지 않구나. 그러나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가 의심스럽다. 그런데 어째서 그를 깨워서 그에게 물어보지 않느냐?”

소향(小香)은 되물었다.

“공자와 아고(阿古) 아저씨가 모두 깨우지 못했는데 쇤네가 무슨 능력이 있겠어요?”

정붕(丁鵬)은 싱긋이 웃었다.

“이 앙증맞은 것 같으니라고! 내 앞에서 수작을 부릴 생각은 하지 말아라. 만약 네가 그를 깨울 수 없다면 이 세상에서 그 누구도 그를 깨워 놓을 수 없을 것이다.”

소향(小香)은 눈가에 웃음을 띠었다.

“공자께서는 어째서 쇤네를 그렇게 특별히 보시는지요?”

정붕(丁鵬)은 시원스럽게 말했다.

“나는 네가 용소운(龍嘯雲)의 후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에 그와 같은 능력이 있다고 믿게 되었다.”

소향(小香)은 조그만 입술을 쫑긋했다.

“어째서죠?”

정붕(丁鵬)은 설명했다.

“왜냐하면 나는 옛날 천면기인(千面奇人) 왕영화(王怜花)의 <영화보감(怜花寶鑒)>이 용(龍)씨 집안에 들어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물론 정본(正本)은 이미 자네의 증조부님께서 가지고 가서 상관금홍(上官金虹)을 만나 뵙고 이심환(李尋歡)의 목숨을 구해올 때 유실되었지만 <영화보감(怜花寶鑒)>의 대부분의 기록은 임시음(林詩音)이 그녀의 아들 용소운(龍小雲)에게 전수해주었다. 용소운(龍小雲)은 총명한 사람이니 반드시 모두 기억했을 것이고 후손들에게 전수해주었을 것이다.”

소향(小香)은 감탄한 듯 말했다.

“공자께서 그런 말을 하시니 천만다행이네요. 만약 다른 사람이 그와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쇤네는 아마 목숨이 없어졌을 거예요.”

정붕(丁鵬)은 웃었다.

“소향(小香), 안심해라. 내가 이곳에 있는 이상 너의 안전에 대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른 사람이 너에게 상해를 입히기 전에 반드시 내 시체를 밟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그것은 아무래도 무척 불가능한 일인 것 같군.”

소향(小香)은 무척 감동을 받아 입을 열었다.

“공자님의 은혜가 하해와 같사옵니다.”

그녀는 품속에서 은으로 만든 곽을 꺼냈다.

그 안에는 길고 짧은 10몇 대의 금침이 들어 있었다. 그녀는 1대의 금침을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아무렇게 1곳의 혈도에 꽂았다. 마치 눈으로 살펴볼 필요가 없는 것 같은 움직임이고 신속 정확히 혈도를 찾아 제대로 금침을 꽂은 것이었다. 아고(阿古)는 얼굴에 놀라운 빛을 띠었다. 그러나 정붕(丁鵬)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태연했다. 소향(小香)이 10몇 대의 금침을 꽂게 되었을 때 그 젊은이는 신음을 하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향(小香)이 15번째 금침을 꽂자 그는 눈을 떴다.

소향(小香)은 빙그레 웃었다.

“곽(郭)공자, 편안히 누워 계세요. 나는 방금 당신의 혈도를 관통시켜 놓았는데 이제 내가 금침을 뽑아야 당신은 행동할 수 있고, 입을 열어 말할 수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기가 잘못 돌아서 부작용이 생기게 되지요.”

그 젊은이는 눈을 감고 조용히 누워 움직이지 않았다. 소향(小香)은 1대 1대의 금침을 순서대로 뽑았다. 그리고 1조각의 견직으로 된 베 조각에 깨끗이 닦아서 다시 곽 속에 집어넣었다. 모든 금침이 1치 정도의 깊이로 파고들었는데도 금침에는 조금도 선혈이 묻지 않았고 금침을 뽑은 후에도 금침의 구멍에서 반 점의 피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이와 같은 수법을 아고(阿古)는 끝까지 지켜보며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있었다. 정붕(丁鵬)은 웃었다.

“<영화보감(怜花寶鑒)>의 기술은 정말 불가사의하군. 소향(小香), 너의 이 금침 개혈(開穴)수법은 어떤 폐혈(閉穴)수법도 풀 수 있겠지?”

소향(小香)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돌아가신 조부님께서는 만년에 자기의 제멋대로였던 성격에 대해 무척 후회하시고 <영화보감(怜花寶鑒)>의 사람을 해치는 방법과 악독한 무공은 모두 삭제해 버리고 다만 사람을 구하고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재주만을 후손들에게 전수해주셨어요. 거기다가 그 자신의 견해를 덧붙였지요. 쇤네는 그렇게 박대정심한 것은 아니지만 <영화보감(怜花寶鑒)>보다 훨씬 정도(正道)적이지요.”

정붕(丁鵬)은 숙연히 말했다.

“자네의 조부님은 정말 훌륭한 사람이군.”

소향(小香)은 담담히 웃었다. 그 젊은이는 어느덧 몸을 일으켜 앉았다.

“소저, 목숨을 건져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소향(小香)은 웃었다.

“나에게 감사하지 마세요. 곽(郭)공자, 나는 다만 당신을 위해서 금제를 풀어주었을 뿐이고, 당신을 구출해낸 사람은 우리 집의 공자예요.”

그 젊은이는 몸을 일으키더니 공수의 예를 했다.

“귀하께서 구원해주신 은덕을 이 곽운룡(郭雲龍)은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정붕(丁鵬)은 기이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귀하는 정말 곽(郭)씨인가?”

곽운룡(郭雲龍)은 대답했다.

“그렇소. 저 소저는 불초를 알고 있지 않았소?”

소향(小香)은 응수했다.

“나 역시도 몰랐어요. 다만 짐작해 본 거지요.”

곽운룡(郭雲龍)은 이상하게 생각했다.

“짐작이라고요? 백가성(百家姓)에는 그토록 많은 성씨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소저는 어떻게 그 곽(郭)자를 고르게 되었소?”

소향(小香)은 웃었다.

“그거야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것이지요. 이제 내 짐작이 틀리지 않았으니 나의 그와 같은 추단(推斷)이 이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지요.”

정붕(丁鵬)은 물었다.

“곽(郭)형의 집은 혹시 숭양(嵩陽) 곽(郭)가 장(莊)이 아닌가?”

곽운룡(郭雲龍)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바로 그렇지요. 소제(小弟)가 처음 강호에 나왔는데 형씨께서는 놀랍게도 소제(小弟)의 고향을 알고 있으니 옛날에 아마도 본 적이 있는 모양이지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본 적은 없네. 하지만 곽(郭)형의 숭양(嵩陽) 땅의 말투를 들으니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네. 그리고 숭양(嵩陽)에 곽(郭)씨 성을 쓰는 사람이 오직 1집밖에 더 있는가?”

곽운룡(郭雲龍)은 무척 흥이 나서 말했다.

“형씨께서 과찬의 말씀을 하시는군요. 그것은 그저 선인(先人)의 은덕을 입은 것이지요. 곽(郭)씨의 자손들은 별로 내놓을 만한 것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소제(小弟)는 더욱 그렇습니다. 문을 나선지 반 달도 되지 못해 그만 곤두박질을 치고 검을 뽑기도 전에 상대방에게 제압당해 쓰러지고 말았지요.”

그렇게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고통의 빛이 역력했다.

정붕(丁鵬)은 물었다.

“곽(郭)형은 어떻게 하다가 신검산장(神劍山莊)에 잡혀 들어가 갇히게 되었는가?”

곽운룡(郭雲龍)은 한숨은 내쉬었다.

“1마디로 말하기 힘들지요. 형제가 이번에 집을 나선 것은 한바탕 떠돌아 다녀 강호의 경력을 쌓자는 것이었고, 2사람을 찾아가 검법과 무공을 1번 시험해 보겠다는 뜻이었소.”

정붕(丁鵬)은 웃었다.

“곽(郭)형은 신검산장(神劍山莊)으로 들어가 사효봉(謝曉峰)을 상대로 검술을 겨루려는 것이었군?”

곽운룡(郭雲龍)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요. 사(謝)씨 집안의 신검(神劍)은 세상에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잘 알려져 있지 않소? 소제(小弟)는 그가 젊었을 때 검을 들고 천하 각 검술의 세가(世家)를 두루 찾아다니며 견문을 넓히고자 1끝에 무적신검이라는 별명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소. 그러나 그는 우리 숭양(嵩陽) 곽(郭)씨 집안을 빠뜨렸지요. 나는 그가 왜 그랬는지 잘 모르지만 우리 곽(郭)씨 집안의 검법이 돌아볼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소. 따라서 나는 반드시 그를 1번 찾아가 똑똑히 알아볼 생각이었지요.”

정붕(丁鵬)은 웃었다.

“그 문제는 곽(郭)형이 그에게 물어볼 필요도 없이 내가 대답해 줄 수 있지. 그는 원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감히 그러지 못했던 것일세.”

곽운룡(郭雲龍)은 정붕(丁鵬)을 바라보았다.

“감히 그러지 못했다니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네. 감히 그럴 수 없었네. 비단 사효봉(謝曉峰)이 그러지 못했을 뿐 아니라 무림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그 어느 누구도 함부로 곽(郭)가 장(莊)에 가서 시비를 일으키지 못할 것이네.”

곽운룡(郭雲龍)은 정색했다.

“형씨, 곽(郭)가 장(莊)은 무림에서 조그만 이름이 알려져 있으나 그것은 모두 선인들이 창립한 것이고 근래 수10년 간 우리들은 비록 끊임없이 검법의 정묘함을 연구했지만 좀처럼 강호에 나서는 법이 없었고 더더욱 남과 손을 쓴 적이 없소. 소제(小弟)는 정말이지 저의 집안이 그토록 커다란 명성과 위풍을 지니고 있는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요?”

정붕(丁鵬)은 빙그레 웃었다.

“곽(郭)형이 믿지 않는다 해도 그것은 확실한 일이네. 다만 그 누가 감히 당신들에게 알려주지 못했을 뿐이지. 곽(郭)형은 다행히 이 형제에게 물었기 때문에 대답을 들을 수 있었네. 만약 다른 사람에게 질문을 던졌다면 감히 말할 사람이 없었을 것일세.”

곽운룡(郭雲龍)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곽(郭)씨 집안의 명성이 무척 나쁩니까?”

정붕(丁鵬)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댁에서는 협의(俠義)를 이 세상에 널리 퍼뜨려 100년 동안 줄곧 무림에서 가장 존경받는 무림세가이지.”

곽운룡(郭雲龍)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소제(小弟)의 가정 교육이 지극히 엄해서 문인 제자들이 누구 하나 밖에서 감히 못된 짓을 하지 않았으니, 그 누구든 우리들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지 않겠소?”

정붕(丁鵬)은 빙그레 웃었다.

“만약 댁의 사람들이 세력을 믿고 사람을 업수이 여기며 자기의 강함을 마구 나타내 연약한 사람들을 능멸했다면 그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누가 직접 찾아가서 죄를 따지려고 들었을 것이네. 그러니까 틀림없이 귀댁에서 평소에 올바르다는 명성을 누리고 있었기 때문에 무림의 존경을 받게 된 것이고 감히 찾아가서 도전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정붕(丁鵬)은 분명한 이유 없이 이 젊은이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그는 아직 이 강호의 물정을 모르는 이 젊은이의 존엄성을 해치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곽운룡(郭雲龍)은 무척 순진해서 그 말을 그대로 믿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저 역시 그저 물어본 것에 지나지 않지요. 진정으로 사효봉(謝曉峰)을 찾아가서 결투를 할 생각은 아니었소. 나는 그가 명성을 떨친 것이 결코 우연히 아니라고 생각하며 저의 검법이 그의 검법을 이길 수 있다고는 보지 않소. 내가 그의 검 아래 패한다는 것은 별로 나무랄 것이 없지만, 만약 이기게 된다면 그의 자자한 명성에 누릴 끼치는 것이 아니겠소?”

정붕(丁鵬)은 더욱 이 커다란 어린 아이가 마음에 들었다.

그는 젊고 정직했으며 결코 건방지지도 않으면서 심지가 훌륭하여 여러모로 남을 위해 생각해 줄줄 아니 실로 훌륭한 청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곽운룡(郭雲龍)은 고개를 푹 숙였다. 아마도 무척 괴로운 일을 떠올린 모양이었다. 한참 동안 참고 있다가 그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내가 신검산장(神劍山莊)으로 가니까 사소옥(謝小玉)은 깍듯이 나를 접대하더군요. 그녀는 그토록 아름답고 의젓했으며 대갓집의 규수다운 풍모를 보였지요. 우리들은 1동안 이야기했고 피차 무척 즐거웠지요.”

그의 눈동자에 그때의 광경을 흐뭇하게 여기는 빛이 떠올랐다. 정붕(丁鵬)은 속으로 이 녀석 역시 사소옥(謝小玉)에게 유혹을 당한 젊은이들 가운데 1명이구나 하고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곽운룡(郭雲龍)의 음성은 점점 분노를 띠어갔다.

“나는 그녀를 그토록 존경했는데 뜻밖에도 그녀는 그런 여자였더군요.”

정붕(丁鵬)은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네에게 어떻게 대했는가?”

곽운룡(郭雲龍)은 서슴지 않고 대답했다.

“저는 실로 그녀가 어째서 그랬는지 상상하기가 어렵군요. 그녀는 술과 음식에 약을 탔소.”

정붕(丁鵬)은 탄성을 발했다.

“아, 약을 탔다고?”

곽운룡(郭雲龍)은 순순히 대답했다.

“그녀는 술에 춘약을 탔어요. 거기다가…”

그는 역시 순진한 젊은이라 얼굴이 새빨개져서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정붕(丁鵬)은 무척 경이롭게 여겼다. 그는 사소옥(謝小玉)의 바람끼를 잘 알고 있었다. 젊은이라면 그와 같은 유혹에 좀처럼 항거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런데 곽운룡(郭雲龍)은 그녀에게 매료되어 정신을 잃지 않았으니 이것이야말로 무척 가상한 일이었다.

그는 빙그레 웃으면서 물었다.

“그녀는 주동적으로 자네에게 호감을 표시하던가?”

곽운룡(郭雲龍)은 고개를 끄덕였다. 더군다나 정붕(丁鵬)이 그와 같은 말에 대해 무척 고맙게 여기고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말을 이었다.

“그렇지요. 그녀는 무척 열렬하게 구애를 했지요.”

정붕(丁鵬)은 웃었다.

“그것은 그녀가 자네를 좋아하기 때문일세.”

곽운룡(郭雲龍)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지요. 그녀는 저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녀가 좋아한 것은 우리 집안에 전해져 내려오는 철검(鐵劍)이지요. 나는 그녀가 이 기회를 이용해서 나를 붙들어 매고 우리 집에 대대로 전해져 온 철검(鐵劍)을 그녀에게 선물하도록 하려는 심산이라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지요.”

정붕(丁鵬)은 물었다.

“그러니까 곽(郭)형은 집안에서 대대로 전해져 내려 왔던 철검(鐵劍)을 가지고 나왔었군?”

곽운룡(郭雲龍)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요. 그것은 우리 집안의 영광스런 표식이지요. 모든 곽(郭)씨 집안의 자손들이 강호에서 의협의 길을 펼치게 되었을 때 반드시 그 1자루의 검을 지니고 다니며 결코 선인들에게 잘못을 저지르는 일이 없도록 스스로를 깨우치곤 했지요. 바로 그와 같은 1자루의 검이 있었기 때문에 저는 약 기운의 시달림을 받으면서도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 그녀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았지요.”

정붕(丁鵬)은 그의 정력(定力)에 탄복하며 빙그레 웃었다.

“자네들은 싸움을 했는가?”

곽운룡(郭雲龍)은 대답했다.

“아니오. 그와 같은 상황 하에서 저는 손을 쓸 수 없었소. 왜냐하면 그녀는 맨손인데다가 옷도 입지 않았거든요.”

정붕(丁鵬)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지긋이 누르며 입을 열었다.

“그건 정말 손을 쓰기가 거북하겠군. 그리고 그녀를 죽인다면 황하로 뛰어든다고 해도 누명을 씻어내기 힘들게 될 뻔했네 그려.”

곽운룡(郭雲龍)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 그런 것쯤은 두려워하지 않지요. 저는 일을 행함에 있어서 내 양심에 물어 부끄러움이 없도록 할 뿐이며 결코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보는지 개의치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마음속으로 손을 쓸 수 없다고 느낀 거지요.”

정붕(丁鵬)은 물었다.

“곽(郭)형은 어떻게 처리할 작정이었는가?”

곽운룡(郭雲龍)은 그 말에 설명했다.

“나는 부득이 작별을 고했고, 그녀는 직접 전송하지 않았소. 나는 산장에서 걸어 나오기 전에 암수에 걸렸소. 마당에서 커다란 그물이 하늘로부터 떨어져 내려와 나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것이었지요.”

정붕(丁鵬)은 물었다.

“그럼 곽(郭)형의 집안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던 철검(鐵劍)마저도 신검산장(神劍山莊)에서 잃어버렸겠군?”

곽운룡(郭雲龍)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그렇지 않지요. 제가 뜨락으로 들어서게 되었을 때 이미 검을 보존하기가 어렵게 되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되었지요. 그래서 나는 어떤 곳에 몰래 숨겨 놓았소.”

정붕(丁鵬)은 어리둥절해지고 말았다. 신검산장(神劍山莊)에다가 상대방에서 중시하는 물건을 숨기다니! 그런데 곽운룡(郭雲龍)은 무척 자신있게 말했다.

“제가 검을 숨긴 곳은 무척 은밀해서 그들은 결코 찾아내지 못할 것입니다. 나는 1그루의 늙은 매화(梅花)나무 위로 올라가서 검을 자루째 푹 꽂아버렸습니다. 사소옥(謝小玉)은 나중에 나에게 3번이나 다그쳤으며 저보고 검을 내놓으라고 했으니, 이로 미루어 보더라도 그녀가 검을 찾지 못한 것을 알 수 있지요.”

정붕(丁鵬)은 약간 믿음이 갔다. 그가 검을 그런 곳에 숨겨 놓았다면 사소옥(謝小玉)은 어쩌면 찾아내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소향(小香)의 얼굴 표정을 보고 그 검이 원래의 곳에 있을 희망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소옥(謝小玉)은 신검산장(神劍山莊)에 자기의 귀와 눈의 역할을 할 사람들을 박아 놓고 있었기 곽운룡(郭雲龍)의 어떠한 움직임도 빠뜨리지 않고 지켜보았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의 흥을 깨뜨리고 싶지 않아 빙그레 웃어 보였다.

“곽(郭)형은 그 1그루의 매화(梅花)가 있는 곳을 나에게 말해주시게. 이 형제가 가서 곽(郭)형을 위해 찾아오도록 하겠네.”

곽운룡(郭雲龍)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지요. 내 스스로 가서 찾아오겠소.”

정붕(丁鵬)은 웃었다.

“곽(郭)형, 신검산장(神劍山莊)은 <병기보(兵器譜)>에 실려 있는 갖가지의 유명한 무기들을 애써 모으고 있는데 그것은 그저 가지고 놀기 좋아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네. 그녀가 곽(郭)형에게 죄를 짓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으니 틀림없이 다른 용도가 있었을 게야.”

곽운룡(郭雲龍)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하지요. 정말이지 그녀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짐작하기 어렵군요.”

정붕(丁鵬)은 천천히 말했다.

“그녀의 의도가 어디에 있든지 그녀는 언제나 곽(郭)형의 몸을 중시할 것이네. 그러니 곽(郭)형이 굳이 스스로 그물 안으로 뛰어들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곽운룡(郭雲龍)은 대답했다.

“이번 일은 제가 해결하지요.”

정붕(丁鵬)은 웃었다.

“앞에서 찔러오는 창은 막기가 쉬워도 뒤에서 날아오는 화살은 피하기 어렵다네. 곽(郭)형, 머리 위에 다시 1개의 그물이 떨어지면 자네는 여전히 속수무책이 아니겠는가?”

곽운룡(郭雲龍)의 얼굴에 1겹의 근심이 서렸다.

“그래요. 그 그물은 무슨 재료로 만든 것인지 무척 딱딱하고 질기면서 탄성이 있었지요. 몸을 덮어 씌우자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떨쳐버릴 수 없더군요. 그러나 나는 반드시 가서 그 1자루의 검을 되찾아 와야 한답니다.”

정붕(丁鵬)은 덤덤히 입을 열었다.

“곽(郭)형이 만약 나를 믿을 수 있다면 이 형제에게 처리하도록 맡겨주게. 사흘을 넘기지 않고 이 형제가 반드시 곽(郭)형의 가전 철검(鐵劍)을 찾아오도록 하지.”

곽운룡(郭雲龍)은 생각해 보더니 입을 열었다.

“좋소. 나는 공개적인 싸움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지만 그들이 음모를 꾸밀까봐 두렵군요. 더군다나 상대방이 여자이니 저도 너무 지나치게 하기가 미안하군요. 번거롭지만 형제께서 좀 수고를 해주시지요. 그런데 죄송하지만 형제의 존성대명을 아직 제가 가르침 받지 못했군요. 정말 제가 멍청하지요.”

정붕(丁鵬)은 빙그레 웃었다.

“곽(郭)형은 잠시 묻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군.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친구로 사귀기도 전에 먼저 한바탕 싸움부터 해야 할 걸세.”

곽운룡(郭雲龍)은 의아한 얼굴을 했다.

“그건 또 어떻게 하시는 말씀인가요?”

정붕(丁鵬)은 미소를 떠올렸다.

“왜냐하면 내가 곽(郭)형이 2번째로 도전할 그 사람이기 때문이네.”

곽운룡(郭雲龍)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리가 있나요? 내가 2번째로 결투를 할 대상은 정붕(丁鵬)이라는 젊은 도객(刀客)이지요. 그가 사용하는 것은 1자루의 만도(彎刀)랍니다.”

정붕(丁鵬)은 빙그레 웃고 자기의 허리춤에 있는 칼을 툭툭 쳤다.

“바로 이 1자루의 만도(彎刀)가 아니던가?”

곽운룡(郭雲龍)은 큰소리로 물었다.

“그럼 당신이… 바로 정붕(丁鵬)이란 말씀이오?”

정붕(丁鵬)은 웃었다.

“그렇다네. 곽(郭)형이 1번째로 도전할 대상은 바로 사효봉(謝曉峰)이고 2번째는 이 형제일 가능성이 무척 크다고 생각했지.”

곽운룡(郭雲龍)은 고개를 숙였다.

“끝장이네요. 끝장이 났어요.”

정붕(丁鵬)은 물었다.

“곽(郭)형은 왜 그러는가?”

곽운룡(郭雲龍)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사소옥(謝小玉)에게 희롱을 당했으니 자연히 사효봉(謝曉峰)을 찾아가 결투를 신청할 수 없게 되었고, 한편으로 당신에게 덕을 입었으니 자연히 당신에게 도전할 수 없게 되지 않았소. 그러니 내가 이번에 강호에 나섰던 것은 그만 헛수고만 한 셈이 되었습니다.”

정붕(丁鵬)은 빙그레 웃었다.

“곽(郭)형, 설마하니 우리 2사람 이외에 3번째로 결투를 신청할만한 대상이 없단 말이오?”

곽운룡(郭雲龍)은 오만하게 대답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당신들 2사람 이외에 그 누가 감히 영웅호걸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겠소? 이 곽(郭)모가 영웅을 찾아가 결투하지 않고 설마하니 이름없는 소인배를 찾아가 싸움을 해야 하겠소?”

그 1토막의 말은 무척 호기로웠다. 그러나 정붕(丁鵬)은 냉랭히 웃었다.

“옛날 상관금홍(上官金虹)이 죽게 된 후 금전방(金錢幫)은 연기가 사라지고 구름이 걷히 듯 풍지박살 나고 말았네. 그러나 영선조(令先祖) 곽숭양(郭嵩陽) 선배님이 돌아가신 후에 숭양(嵩陽) 철검(鐵劍)이라는 이름은 크게 전해져서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았지. 그러나 백효생(百曉生)의 <병기보(兵器譜)>에는 상관금홍(上官金虹)의 서열이 곽숭양(郭嵩陽)보다 위였다네.”

곽운룡(郭雲龍)은 고개를 숙였다. 이는 그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상관금홍(上官金虹)에게 아들이 있거나 제자가 있어서 남아 있다면 좋겠네요. 그래야 내가 그들을 찾아가 1판 승부를 낼 수 있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숭양(嵩陽)철검(鐵劍)이 용봉쌍환(龍鳳雙環)보다 못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것이지요.”

정붕(丁鵬)은 달래 듯 말했다.

“곽(郭)형은 어째서 아직도 외곬수로 빠지는가? 어째서 상관금홍(上官金虹)이 자네의 선조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가? 더군다나 이제 그를 기억할 사람은 얼마 남지 않았으며 그대의 할아버지의 명성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네. 이로 미루어 볼 때 영웅이 이름을 남기는 것은 결코 무공 때문만 아니라네.”

곽운룡(郭雲龍)은 고개를 숙였다.

“그건 저도 알고 있지요.”

정붕(丁鵬)은 담담히 말했다.

“나 같으면 어떤 사람들을 찾아가서 승부를 결하지 못한다고 유감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마음에 두지도 않겠네. 강호에 처음 나서게 되었을 때, 이 형제 역시 곽(郭)형과 똑같은 생각을 가졌었네. 그래서 신검산장(神劍山莊)에 올라와 사효봉(謝曉峰)을 찾아내어 한바탕 결투를 벌이려고 했었지.”

곽운룡(郭雲龍)은 대답했다.

“소문을 들으니 당신들의 그 1전(一戰)은 승부가 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정붕(丁鵬)은 웃었다.

“그렇게 말할 수 있네. 우리들은 그날 결코 실제로 초식(招式)을 겨루지는 않았고, 그저 입으로 몇 마디의 말을 나누었지만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했네.”

곽운룡(郭雲龍)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미 충분하다니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였다.

“그렇다네. 이미 충분한 것이네. 그날 장검려(藏劍廬)에서 사(謝)대협의 손에는 숫제 검을 찾아볼 수 없었지만, 나는 이미 그의 조예가 화경(化境)에 접어들었으며 다른 사람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네.”

곽운룡(郭雲龍)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정(丁)형이 손에 칼을 들고 있었는데도 불가능했단 말이오?”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였다.

“불가능했네. 칼은 형체가 있는 것이지만 그는 이미 무형지경(無形之境)에 올라 있었네. 마치 넓은 바다에서 거세게 몰아치는 거대한 파도와 같았네. 파도가 밀려들 때 그 누가 1칼이나 1자루의 검으로 저지할 수 있겠는가?”

곽운룡(郭雲龍)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은 상대방의 말이 정확함을 인정한 것이었다. 정붕(丁鵬)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그와 같은 상황에서 나는 그와 결투할 방법이 없었네. 왜냐하면 나는 절대로 그를 이겨낼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세.”

곽운룡(郭雲龍)은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정(丁)형이 그를 이겼다고 하던데요.”

정붕(丁鵬)은 웃었다.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는 이미 명예욕에서 벗어나 있었고 다른 사람과 싸울 뜻이 없었네. 싸움이 벌어지지 않으니 그를 이길 수도 없지.”

곽운룡(郭雲龍)은 궁금한 듯 물었다.

“만약 어떤 사람이 그에게 손을 쓰도록 강요하고 핍박하면요?”

정붕(丁鵬)은 빙그레 웃었다.

“나는 그가 절대적으로 반격하지 않으리라 믿네.”

곽운룡(郭雲龍)은 힘주어 말했다.

“검을 그의 목에 겨누어도 그는 반격하지 않는다는 것이오?”

정붕(丁鵬)은 차분히 말했다.

“검을 그의 목에 겨눌 사람은 없네. 어느 누구도 해낼 수 없을 것이네.”

곽운룡(郭雲龍)은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건 어째서죠?”

정붕(丁鵬)은 대답했다.

“곽(郭)형은 절간 안의 흙으로 빚은 여래의 금신(金身)을 본 적이 있겠지? 어떤 곳에는 천수여래(千手如來) 불상이 모셔져 있는데, 그 누구도 달려가서 천수여래(千手如來)와 결투를 하자고 하는 사람은 없네.”

곽운룡(郭雲龍)은 웃었다.

“그것은 상황이 다르지요. 천수여래(千手如來)는 부처님이 아니오?”

정붕(丁鵬)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를 것이 없네. 그가 사람들에게 주는 느낌은 절간 안의 불상과 마찬가지였네.”

곽운룡(郭雲龍)은 의아했다.

“그는 이미 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했단 말이오?”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네. 그는 이미 선(仙)의 경지에 도달해 있었네. 속세에서는 이미 적수를 찾아볼 수 없네. 그러니 곽(郭)형은 그를 명단에서 빼야 할 것일세.”

곽운룡(郭雲龍)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 저의 명단에는 모두 2사람밖에 없었는데 이제 그들 2사람과 싸울 수 없게 되었군요.”

정붕(丁鵬)은 웃었다.

“곽(郭)형은 집으로 돌아갈 참인가?”

곽운룡(郭雲龍)은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였다.

“그렇지요.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무슨 할 일이 있겠소?”

정붕(丁鵬)은 생각해 보더니 입을 열었다.

“곽(郭)형이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주 잘한 것이네. 그런데 곽(郭)형은 외로움을 싫어하는 모양이군?”

곽운룡(郭雲龍)은 큰소리로 말했다.

“저는 아직도 사효봉(謝曉峰)과 같은 나이가 되지 않았으며 그와 같은 경지에 이르지 못했으니 자연히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힐 수 없고 성격도 담백해질 수 없는 거지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맞았네. 맞았어. 곽(郭)형은 모름지기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을 걸세. 숭양(嵩陽)산장에는 제2의 숭양(嵩陽)철검(鐵劍)이 나타난 적이 없었네.”

곽운룡(郭雲龍)은 약간 어리둥절해졌다.

“정(丁)형, 그게 무슨 말씀이시오?”

정붕(丁鵬)은 웃었다.

“별 뜻은 없네. 곽(郭)형의 운수가 무척 좋아서 태어날 때 유명한 검술의 세가(世家)에 태어난 것일세. 어디로 가든지 곽(郭)씨 집안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알리기만 하면 대단한 존경을 받게 될 것일세.”

곽운룡(郭雲龍)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존경하는 것은 내가 숭양(嵩陽)의 후손이기 때문이지요. 결코 이 곽운룡(郭雲龍)이 잘나서가 아니지요. 저는 조상을 무척 공경하고 자랑스럽게 여기지만 결코 조상들의 그늘 아래 누리는 영광은 별로 달갑지 않소.”

정붕(丁鵬)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곽(郭)형은 유명해지려는 생각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곽운룡(郭雲龍)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어찌 없었겠소? 내가 이번에 집을 나선 것은 사효봉(謝曉峰)과 정(丁)형에게 도전하려는 것이었고, 그것은 바로 내 세상을 열어보겠다는 것인데 어찌…”

정붕(丁鵬)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곽(郭)형이 진심으로 자기 자신을 발전시키고 싶다면 숫제 조상들의 명성을 들먹이지 않아야 할 것일세. 자기 자신을 무척 특별하다고 생각 말고 여느 사람들처럼 처음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당신이 곽운룡(郭雲龍)이라는 사실을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네.”

곽운룡(郭雲龍)은 깊은 생각에 잠겨서 잠시 생각해 보더니 얼굴빛이 갑자기 환해졌다.

“정(丁)형의 가르침에 사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나는 처음부터 시작하기로 결정했으며 이제부터 다시는 숭양(嵩陽)산장을 들먹이지 않기로 했소. 다만 이 곽운룡(郭雲龍)이라는 3글자로 내 세상을 열어보이겠소.”

정붕(丁鵬)은 빙그레 웃었다.

“소용없는 일. 곽(郭)형의 무기를 꺼내기만 하면 다른 사람들은 즉시 곽(郭)형이 숭양(嵩陽)의 후손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말 게야.”

곽운룡(郭雲龍)은 웃었다.

“그렇지 않을 거외다. 숭양(嵩陽)철검(鐵劍)은 결코 특별한 표식이 있는 것이 아니고 다만 검자루에 곽(郭)이라는 1글자가 새겨져 있을 뿐이오. 그 검은 이미 신검산장(神劍山莊) 안에서 잃어버렸고 나는 되찾고 싶은 생각이 없소. 내가 평범한 장검을 지니게 된다면 그 누가 나를 알아보겠소?”

정붕(丁鵬)은 웃었다.

“그것은 꽤 괜찮은 생각이군. 곽(郭)형은 언제부터 시작하기로 작정했는가?”

곽운룡(郭雲龍)은 생각해 보더니 대답했다.

“나는 약간의 명성이 있는 검객들을 찾아가 우선 1차례 시험을 해보고 나중에 내 자신의 이름이 약간 알려지면 더 유명한 검객들을 찾아가 도전을 하겠으며 그들을 모두 격퇴시킬 때까지 계속할 것이오.”

정붕(丁鵬)은 갑자기 코웃음을 쳤다.

“흥! 그건 기껏해야 1명의 이름 있는 검객이 되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아니지 않는가? 설사 자네가 모든 사람들을 격퇴하고 절정의 검수가 되었다 해도 그대 조부님의 자자한 명성을 넘어서지는 못할 것일세. 왜냐하면 숭양(嵩陽)철검(鐵劍)이라는 4글자는 협의(俠義)와 충렬(忠烈)을 뜻하기 때문일세.”

곽운룡(郭雲龍)은 그 말을 받았다.

“그럼 나도 의로운 일들을 찾아서 해보도록 하지요.”

정붕(丁鵬)은 웃었다.

“그것은 몇 명의 좀도적을 때려잡고 나쁜 일을 일삼는 고약한 토호들을 몇 명 제거하는데 지나지 않을 터이니, 아주 크게 명성을 날릴 수 있다고는 할 수 없지.”

곽운룡(郭雲龍)은 물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늘도 놀라게 하고 땅도 흔들리게 하는 불후의 업적을 남길 수 있겠소?”

정붕(丁鵬)은 웃었다.

“그건 말하기 어렵다네. 그러나 적어도 무림을 진동시키는 커다란 사건에 개입해서 뭔가 보여주어야지. 나는 곽(郭)형이 총명하다는 것을 믿으니까 매사에 유의하면 그와 같은 기회를 발견하는 일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보네.”

곽운룡(郭雲龍)은 가만히 생각해보더니 2손을 마주 잡았다.

“가르침에 대해 사의를 표하는 바이오. 이 형제는 그만 작별을 고해야 하겠군요. 목숨을 살려주신 은혜는 훗날 보답하겠으며 아무쪼록 기회가 있어 제가 그대를 1번 도와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말을 끝내고 그는 몸을 돌려 성큼성큼 걸어갔다. 정붕(丁鵬)은 그 방향이 신검산장(神劍山莊)을 향하는 것을 보고 불렀다.

“곽(郭)형, 가는 방향이 틀렸네.”

곽운룡(郭雲龍)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

“틀림이 없소.”

정붕(丁鵬)은 타이르 듯 다시 말을 했다.

“틀렸네. 자네는 그런 모양으로 가서는 아니 되네. 적어도 1자루의 검을 구입한 후에 다시 찾도록 하게.”

곽운룡(郭雲龍)은 그 말을 듣고 돌아섰다. 그는 그들을 지나쳐 갔다.

“곽(郭)씨 집안의 자제들은 역시 비범하네요. 공자께서 약간 깨우쳐주니까 그대로 깨닫는군요.”

소향(小香)은 곽운룡(郭雲龍)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기분이 좋은 듯 말했다. 정붕(丁鵬) 역시 무척 즐거운 표정이었다.

“그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내가 그를 신검산장(神劍山莊)에서 업고 나온 일이 헛되지 않았군.”

소향(小香)은 물었다.

“그는 신검산장(神劍山莊)으로 돌아갈까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틀림없지. 그는 이미 내 말을 알아들었다. 사람을 놀라게 하는 과업을 성취시키려면 신검산장(神劍山莊)이 가장 훌륭한 빌미를 제공해줄 수 있지. 일단 신검산장(神劍山莊)의 비밀을 폭로하기만 한다면 무림을 충분히 진동시킬 것이다.”

소향(小香)은 여전히 궁금한 듯 물었다.

“그는 성공할 수 있을까요?”

정붕(丁鵬)은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말했다.

“그건 말하기 어렵구나. 하지만 그가 다시 가게 되었을 때 쉽게 속아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소향(小香)은 방긋 웃었다.

“사람은 언제나 불이익을 당한 후에야 총명해지더군요…”

정붕(丁鵬)은 빙그레 웃었다.

“소향(小香), 네 나이는 아직 젊다. 할머니처럼 말하지 말아라.”


아고(阿古)는 수레를 몰고 있었고 정붕(丁鵬)은 수레 안에 앉아 있었다. 1손으로 그의 만도(彎刀)를 쥐고, 다른 1손으로는 소향(小香)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소향(小香)은 융단을 깐 수레의 마루바닥 위에 앉아 정붕(丁鵬)의 무릎에 기댄 자세로 앉아 있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1마리의 유순한 고양이를 연상시켰다.

수레는 신검산장(神劍山莊)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나루터에 도달하기도 전에 신검산장(神劍山莊)은 이미 벌집처럼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밀실. 사소옥(謝小玉)과 금사(金獅) 2사람은 근심에 잠겨 있었다. 밖에서 시끌벅적하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와도 전혀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았다. 사소옥(謝小玉)은 한스러운 듯이 주먹으로 손바닥을 1번 후려쳤다.

“이곳을 그럴싸하게 꾸며 놓았는데 이대로 포기해야 한다니 실로 달갑지 않네요.”

금사(金獅) 역시 한숨을 내쉬었다.

“소저,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오. 이건 우리가 그 마왕을 건드린 탓이 아니겠소?”

사소옥(謝小玉)은 그 말을 받았다.

“금(金)백부님, 1번 사생결단을 낼 수 있지도 않겠어요?”

금사(金獅)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불가능하오. 그날 우리는 그가 은룡(銀龍)에게 손을 쓰는 것을 보았소. 그 하늘도 깨뜨리는 1칼의 위세를 그 누구도 감당할 수 없을 것이오.”

사소옥(謝小玉)은 여전히 불만스러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금(金)백부님, 어떻게 저런 사람이 존재하도록 내버려 두었지요? 소문에 들으니 그가 청청(青青)을 만난 그날, 금(金)백부님도 그곳에 계셨다면서요?”

금사(金獅)는 쓰디쓰게 웃었다.

“그렇소. 그날 나는 가까스로 노귀(老鬼)의 종적을 찾아내었는데 공교롭게도 그들을 만나게 되었소.”

사소옥(謝小玉)은 다시 물었다.

“그때 금(金)백부님은 왜 그를 죽이지 않았나요?”

금사(金獅)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만 해도 나는 숫제 그를 안중에 두지 않았소. 그런데 뜻밖에도 그 녀석은 몇 년 사이에 그토록 커다란 발전을 보았구려.”

사소옥(謝小玉)은 한숨을 내쉬었다.

“1사람이 몇 년 동안에 무공을 그 정도로 정진시킬 수 있다니, 그게 가능한 거예요?”

금사(金獅)는 한참 동안 생각해 보더니 입을 열었다.

“일반적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오. 하지만 마교(魔教)의 이옥대법(移玉大法)은 1사람의 공력을 다른 사람의 몸에 주입시켜 상대방이 짧은 시일 안으로 고수가 되도록 만들 수 있소.”

사소옥(謝小玉)은 물었다.

“정붕(丁鵬)의 무공은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인가요?”

금사(金獅)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같은 방법 외에는 달리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없소.”

사소옥(謝小玉)은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

“나는 어째서 그와 같은 재간이 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지요?”

금사(金獅)는 변명하듯 말했다.

“마교(魔教)에서는 오직 교주(敎主)만이 그와 같은 재간을 가질 수 있지요.”

사소옥(謝小玉)은 빤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럼 정붕(丁鵬)의 무공은 바로 그 노귀(老鬼)에게서 전달받고 주입받은 것이군요?”

금사(金獅)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오직 그만이 공력을 다른 사람에게 전주(轉注)할 수 있소. 이것은 다음 교주(敎主)를 키워내기 위해 특별히 마련한 일종의 재간으로, 교주(敎主)가 짧은 시일 안으로 절세 고수로 변해서 천하에 군림할 수 있도록 한 것이오.”

사소옥(謝小玉)은 금사(金獅)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그 노귀(老鬼)가 정붕(丁鵬)을 선택해서 그의 전인(傳人)으로 삼았던 것이군요?”

금사(金獅)는 생각해 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보기에 그런 것 같지도 않소. 왜냐하면 마교(魔教)의 모든 것을 정붕(丁鵬)에게 알려주지 않은 것 같았소.”

사소옥(謝小玉)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마교(魔教)의 대통을 이어갈 수 있나요?”

금사(金獅)는 지그시 눈을 감더니 대답했다.

“아무래도 노귀(老鬼)는 이 정도에서 마교(魔教)의 맥을 단절시킬 작정인 것 같소.”

사소옥(謝小玉)은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그에게는 그럴 권리가 없어요. 마교(魔教)의 마(魔)는 영원토록 무림 천하에 군림하도록 되어 있고, 그 누구도 우리 마교(魔教)의 전통을 중단시킬 권리는 없어요.”

금사(金獅)는 숙연히 말했다.

“그렇소. 소저, 이 늙은이가 궁주(宮主)를 옹립해서 새로이 문호(門戶)를 일으키려고 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지요.”

사소옥(謝小玉)은 물었다.

“저의 어머님께서 그와 같은 자격을 갖추고 있나요?”

금사(金獅)는 대답했다.

“궁주(宮主)와 노귀(老鬼)는 똑같이 일지(一支)에서 나왔으나 2계통으로 갈라졌지요. 그렇기 때문에 2사람 모두 마교(魔教)의 대통을 이어 나갈 자격은 갖추고 있지요. 노귀(老鬼)의 그 지파(支派)가 맥이 끊어지면 궁주(宮主)는 당연히 마교(魔教)의 전인(傳人)이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지금은 그 노귀(老鬼)가 살아 있으니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소.”

사소옥(謝小玉)은 눈을 커다랗게 떴다.

“그건 어째서죠?”

금사(金獅)는 대답했다.

“왜냐하면 녹옥마장(綠玉魔杖)이 아직도 그들의 수중에 있기 때문이지요.”

사소옥(謝小玉)은 심드렁하게 물었다.

“반드시 그 물건이 있어야 하나요?”

금사(金獅)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그것은 황제가 나라를 다스리는 옥새와 마찬가지입니다. 마교(魔教)의 제1대 조사(祖師) 아수라(阿修羅)존자(尊者)께서 내리시어 전하여 온 진교지보(鎮教之寶)이기도 하지요. 그것이 있음으로 인해서 3산(三山)5악(五嶽)과 7동(七洞)9유(九幽)의 마교(魔教) 장로(長老)들에게 영을 내릴 수 있소. 우리들이 몇 년 동안 애써서 노귀(老鬼)의 종적을 수색한 것은 바로 그 보물을 손에 넣기 위한 것이었지요.”


44. 이옥(移玉)신공(神功)

사소옥(謝小玉)은 잠시 골똘히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

“우리 어머님은 그 이옥(移玉)신공(神功)을 알고 있나요?”

금사(金獅)는 신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땅히 알 것이외다. 소저 역시 그 공력으로 만들어진 것이오.”

사소옥(謝小玉)은 급히 말했다.

“금(金)백부님, 나는 1번 갔다가 와야 되겠어요. 그와 같은 재간을 익혀야 하겠단 말이에요.”

금사(金獅)는 어리둥절해졌다.

“소저가 돌아가겠다고요?”

사소옥(謝小玉)은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았어요. 정붕(丁鵬)을 이기려면 나는 반드시 공력에 있어서 그와 맞설 수 있어야 해요. 그래서 나는 그와 같은 방법을 익혀야 되겠어요.”

금사(金獅)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마 소용이 없을 것이오. 그와 같은 방법은 1사람의 공력을 격증(激增)시키지만 그 사람의 자질이 어떤가에 달려있는 것이외다. 정붕(丁鵬)은 100년에 하나 날까 말까한 기재(奇材)올시다. 그의 공력은 이미 노귀(老鬼)를 이길 정도입니다.”

사소옥(謝小玉)은 불만스럽다는 듯 말했다.

“금(金)백부님, 나의 자질이 정붕(丁鵬)보다 못하다는 것인가요?”

금사(金獅)는 정색을 했다.

“그건 이 금(金)모가 감히 말할 수 없는 것이외다. 소저의 부모님은 모두 다 천하제일의 고인이시니 자질이 뒤떨어질 리가 없소. 하지만 정붕(丁鵬) 같은 인재는 하늘이 내려야 하는 것이지 억지로 구한다고 구할 수 있는 인재가 아니지요.”

사소옥(謝小玉)은 방그레 웃었다.

“금(金)백부님, 그렇게 말을 돌릴 필요는 없어요. 나는 내가 자질에 있어서 정붕(丁鵬)에 비해 훨씬 뒤떨어지는 것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나에게는 다른 방법이 있어서 그 결점을 메꿀 수 있어요.”

금사(金獅)는 눈을 빛냈다.

“소저가 이옥(移玉)신공(神功)을 익힌 후에, 자신의 공력을 자질이 뛰어난 1사람의 몸에다가 전주(轉注)하겠다는 것이오?”

사소옥(謝小玉)은 방그레 웃었다.

“그러면 정붕(丁鵬)을 당해낼 수 있겠어요?”

금사(金獅)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마도 힘들 거외다. 이옥(移玉)신공(神功)으로 전주(轉注)된 공력은 어느 정도 줄어들기 마련이외다. 더군다나 소저의 나이가 너무나 어려서…”

사소옥(謝小玉)은 웃으면서 그 말을 가로채듯 입을 열었다.

“나의 목적은 정붕(丁鵬)을 억누르는 것이니, 그와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일이라면 나는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금사(金獅)는 넌지시 물었다.

“소저가 이옥(移玉)신공(神功)을 익힌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소?”

사소옥(謝小玉)은 방긋 웃었다.

“그건 상관할 필요 없어요. 빨리 안배나 해주세요. 나는 빠른 시일 안에 어머님을 만나 뵈어야 하겠어요.”

금사(金獅)는 얼굴에 난처한 빛을 띠웠다.

“궁주(宮主)께서는 지금 한창 일종의 위력이 막강한 신공을 연마하고 계시는 중이십니다. 그 분은 밀지를 내려 당신을 번거롭게 하는 일을 하지 말라고 분부를 내리셨지요.”

사소옥(謝小玉)은 서슴지 않고 말했다.

“사태가 심각하여 우리들은 이미 존망의 갈림길에 와 있을 정도로 위급해진 상황이에요. 어머님을 번거롭게 하지 않을 수 없어요.”

금사(金獅)가 다시 뭐라고 입을 열려고 했을 때 사소옥(謝小玉)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금(金)백부님, 나는 좀처럼 명령이라는 2글자를 사용하고 싶지는 않아요. 금(金)백부님을 존경하지만 필요할 때 나는 여전히 명령이라는 2글자를 써 먹을 거예요.

금(金)백부님은 항명할 생각은 아니시겠지요?”

금사(金獅)는 흠칫했다.

“아니오. 이 늙은이가 어찌 감히 그럴 수 있겠소.”

사소옥(謝小玉)은 약간 노기를 누그러뜨렸다.

“그렇다면 됐어요. 우리는 즉시 떠나도록 해요.”

금사(金獅)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럼 이곳은 어떻게 하고요?”

사소옥(謝小玉)은 냉랭히 말했다.

“이곳을 비워두고 상관하지 않는 거예요. 정붕(丁鵬)이 들어와서 누구를 죽이고 싶다면 죽이도록 내버려 두도록 해요.”

금사(金獅)는 아까운 듯 말했다.

“사람들이 아까운 것이 아니외다. 우리들은 언제라도 다시 사람들을 훈련시키면 되지만, 이 기업을 버리기가 아깝군요.”

사소옥(謝小玉)은 방그레 웃었다.

“그건 안심해요. 여러 사람들에게 저항을 포기하라고 한다면 정붕(丁鵬)은 이곳을 망가뜨리지 않을 거예요.”

금사(金獅)는 물었다.

“소저는 자신이 있소?”

사소옥(謝小玉)은 힘주어 말했다.

“절대적으로 있어요. 이곳이 신검산장(神劍山莊)이며 사효봉(謝曉峰)의 집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요. 정붕(丁鵬)은 우리 아버님을 상당히 존경하고 있어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10개의 신검산장(神劍山莊)이라 해도 그에 의해서 무너지고 말 거예요.”

금사(金獅)장로(長老)는 나직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교활한 웃음을 띠고 있는 사소옥(謝小玉)을 바라보면서 마음속으로 까닭을 알 수 없는 한기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지금 그의 공력으로는 사소옥(謝小玉)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었다. 그러나 어떻게 된 노릇인지 그는 사소옥(謝小玉)에 대해서 두려움과 존경하는 마음을 느끼고 있었고 털끝만치도 그녀의 뜻을 거역하고 싶지 않았다.

이것은 충성심 때문일까? 금사(金獅)는 충성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가 충성심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마교(魔教)의 수좌(首座)장로(長老)라는 존귀한 신분으로 문호(門戶)와 주인을 배반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어째서 그토록 사소옥(謝小玉)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이 문제는 그 자신도 해답을 내릴 수 없었다. 비단 그 뿐 아니라 신검산장(神劍山莊)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러했다. 사(謝)선생이 왔다. 사소옥(謝小玉)이 그에게 이곳에 남아서 정붕(丁鵬)을 상대하라고 분부를 내리자 사(謝)선생의 안색이 변하고 말았다.

그것이야말로 사형 선고와 다름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謝)선생은 대답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모두 죽음이 두려워서 살아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소옥(謝小玉)의 앞에서 그들의 목숨은 분토(糞土)처럼 하찮은 것이었다. 그들은 감히 도망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이제 사(謝)선생은 오직 기도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 정붕(丁鵬)이 다만 이곳을 지나쳐 가며 신검산장(神劍山莊) 안으로 들어오는 일이 없기를 기원할 뿐이었다.

불행중 다행이었다. 사(謝)선생의 운수는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었다. 정붕(丁鵬)의 마차는 나루터에서 멈추었고, 오직 소향(小香) 1사람이 수레에서 내려와 사(謝)선생에게 인사를 했다.

“우리 집의 공자께서는 작별 인사를 하러 온 거예요. 공자께서는 소저에게 무척 미안하게 되었다는 말을 전하라고 하셨어요. 지난번에 이곳에서 여러 모로 폐를 끼친 점을 사과한다고 하셨어요. 아마도 2, 3개월 후에 우리 공자는 다시 찾아오게 될 거예요.”

작별하러 왔다는 말을 듣자 사(謝)선생은 마음속으로 관세음보살을 외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오늘부터 매달 삭망에는 반드시 소채를 먹음으로써 하늘이 그를 보호하여 이 액겁에서 벗어나도록 해준데 대해 감사를 드리기로 작정했다. 정붕(丁鵬)의 마차가 멀리 떠나간 후에야 그는 마음이 안정되었다. 그는 급히 밀실로 달려가 그 좋은 소식을 사소옥(謝小玉)에게 알려주려고 했다. 그러나 밀실로 달려 들어가게 되었을 때, 사(謝)선생은 그만 어리둥절해지고 말았다.

두께가 1자나 되는 돌문이 2조각으로 갈라져서 땅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땅바닥에는 부스러진 화살촉과 창의 끝부분이 쓰레기처럼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은 2겹으로 된 벽 안의 기관에 장치되어 있던 것이었다. 물론 어떤 사람이 몰래 잠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틀림없이 이 기관들은 어떤 작용을 일으키지 못한 것 같았다. 모든 화살과 창들은 2쪽으로 변해 있었다.

마치 1자루의 지극히 예리한 칼날에 쪼개진 듯, 정제(淨濟)하게 2조각으로 쪼개져 있었다. 누구의 짓일까? 대답은 오직 하나, 정붕(丁鵬)이었다. 오직 정붕(丁鵬)의 칼만이 이와 같은 암기를 쪼갤 수 있고, 오직 그 1자루의 만도(彎刀)만이 1자 두께의 돌문을 갈라놓을 수 있었다. 그것은 무엇이든지 깨뜨릴 수 있는 지극히 위력이 큰 칼이었다. 기관의 암기와 밀실, 그리고 지하실은 정붕(丁鵬)의 앞에서는 그야말로 어린 아이들의 장난감에 지나지 않았다.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쓰레기들을 바라보며 사(謝)선생은 불현 듯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두려움에 몸을 부르르 떨지 않을 수 없었다. 땅바닥에는 핏자국도 없었고 2쪽으로 쪼개진 시체도 없었다. 이는 사소옥(謝小玉)이 아직 해를 입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안전하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는 여전히 이곳에서 정붕(丁鵬)이 불쑥 찾아와 그의 목숨을 빼앗아갈지도 모를 그날까지 기다려야 할 판이었다.

사(謝)선생은 땅바닥에서 사소옥(謝小玉)의 시체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랬다. 그녀가 정붕(丁鵬)에게 살해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사(謝)선생은 자기가 적지 않은 원한을 맺고 있으며 신검산장(神劍山莊)이 뒷배를 봐주지 않는다면 3달을 넘기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마음속으로는 사소옥(謝小玉)이 죽기를 바랬다. 심지어 그는 정붕(丁鵬)이 1칼에 자기를 2쪽 내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그는 결코 죽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때로는 죽음이 일종의 해탈이 될 수 있는 것이었다. 일종의 심령적이고 정신적인 해탈 말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무척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는 검을 뽑아서 목줄기에 대고 1번 긋기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신검산장(神劍山莊)에서 그는 자기 자신을 죽일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찾을 수 있었으며 그 가운데 200여 가지는 조금도 고통 없이 죽을 수 있었다. 신검산장(神劍山莊)에서 죽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았다. 어려운 것은 살아남는 일이었다.

그러나 사(謝)선생은 자살할만한 용기가 있는 사람이 못 되었다. 그래서 그는 여전히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것이었다.


마차는 다시 길을 따라 나아갔다. 이번에는 원월산장(圓月山莊)으로 향하고 있었다. 정붕(丁鵬)은 확실히 집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의 태도는 여전히 무척 여유가 있었다. 다만 미미하게 가쁜 숨을 몰아 쉴 뿐이었다. 사소옥(謝小玉)의 밀실에서 그는 끊임없이 칼을 휘둘러 그 악독한 암기들을 쪼개고 또 쪼갰던 것이었다.

화살과 창들은 모두 사람이 상상할 수 없는 곳에서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쏘아졌었다. 모든 화살과 창끝에는 극독이 묻어 있어서 살갗에 묻기만 해도 지극히 빠른 시각 안으로 1사람을 부식시킬 수 있었다. 이 1칸의 밀실 안에 도사리고 있는 흉악한 위험은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사소옥(謝小玉)이 밀실에 설치해 놓은 기관은 본래 무림의 고수를 상대하려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서 금사(金獅) 장로(長老)와 사(謝)선생도 밀실에서는 모두 다 전전긍긍했던 것이었다.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게 되면 그 자신이 죽어서 흔적도 남기지 못하게 되는 것이었다.


45. 음산한 골짜기

오직 1사람만이 뛰어들었다가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는데 그는 바로 정붕(丁鵬)이었다. 하지만 정붕(丁鵬) 역시 상당히 힘겨웠다. 어떠한 사람이든 그곳에 들어갔다가 1바퀴 돌아보고 나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정붕(丁鵬)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애써 침착한 태도를 지어 보이려고 했으나 소향(小香)을 속일 수는 없었다. 소향(小香)의 머리 위에 얹어 놓은 정붕(丁鵬)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소향(小香)은 그 손을 가져다가 자기의 이마에 대었다. 그러자 정붕(丁鵬)은 그녀의 부드럽고 고운 뺨을 살짝 꼬집었다. 평소 같았으면 소향(小香)은 틀림없이 그에게 방긋 미소를 지어 보였으리라. 그러나 오늘은 걱정스럽게 물었다.

“공자께서는 1차례 결투를 하셨나요?”

정붕(丁鵬)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 나는 잇따라 49번의 칼질을 해서야 가까스로 이 목숨을 보존해서 나올 수 있었다.”

소향(小香)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속세에 아직도 그와 같은 고수가 있었나요? 공자와 49초(招)를 겨룰 수 있는 사람이 있었나요?”

정붕(丁鵬)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이 아니라 1칸의 도깨비집이었지. 그 안은 기관과 암기로 가득 차 있었다.”

소향(小香)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기관과 암기 때문에 공자의 신도(神刀)가 휘둘러졌다는 말이에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들이 어떤 암기인지 안다면 내가 칼을 쓰는 방법 말고는 다른 수가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소향(小香)의 유일한 장점은 영원히 남과 입씨름을 벌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는 상대방의 말을 믿었다. 오직 칼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하는 정붕(丁鵬)의 말을 그녀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1마디를 더 물었다.

“그 집이 그토록 중요했나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다시 끄덕였다.

“나는 무척 중요하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사소옥(謝小玉)은 그것을 믿고 뺑소니를 쳤지. 나는 하나의 지하도를 보았으나 깊이 쫓아 들어가 수색을 할 수 없었다.”

소향(小香)은 그를 바라보았다.

“그건 어째서인가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왜냐하면 나는 다시 49도(刀)를 휘두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1칼만 해도 이미 하늘을 놀라게 하고 땅을 갈라지게 하는 위력이 있었다. 더군다나 잇따라 49번의 칼질을 한다니… 소향(小香)은 그와 같은 어려운 상황을 가히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다시 물었다.

“사소옥(謝小玉)이 뺑소니를 쳤다구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도 확실히 모르지만 아마도 뺑소니를 쳤을 것이다. 어쩌면 그 안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안으로 더 들어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소향(小香)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잘 하신 거예요. 공자께서는 몸을 던져 위험한 일에 뛰어들 필요가 없는 거예요. 공자께서 그녀를 찾아낸다 해도 그녀를 죽이지 않았을 거예요. 기껏해야 그녀에게 몇 마디 말만 물어보고 끝냈을 것이 아니겠어요?”

정붕(丁鵬)은 그녀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네가 그것을 어떻게 아느냐?”

소향(小香)은 방그레 웃었다.

“그녀는 사효봉(謝曉峰) 사(謝)대협의 딸이기 때문이지요.”

정붕(丁鵬)은 빙그레 웃었다.

“그녀가 누구의 딸이든지, 내가 며칠 동안 수집한 여러 가지 증거를 합쳐 본다면 그녀는 천 번 죽어도 많이 죽는 것이 아니다.”

소향(小香)은 웃었다.

“그러나 공자께서는 여전히 그녀를 죽이지 않을 거예요. 왜냐하면 공자는 그녀의 비밀을 알고 싶으니까요.”

정붕(丁鵬)은 약간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에게 어떤 비밀이 있다는 것이냐?”

소향(小香)은 서슴지 않고 대답했다.

“엄청난 것이지요. 그녀는 신검산장(神劍山莊)의 여주인이에요. 어째서 모든 사람들이 공경하고 어려워하는 신검산장(神劍山莊)을 그처럼 공포스러운 곳으로 만들었을까요?”

그녀는 정붕(丁鵬)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다시 말을 이었다.

“그녀는 일개 처녀에 불과한데 어떻게 해서 그토록 커다란 재력을 지니고 있을까요? 신검산장(神劍山莊)이 천하에 이름을 떨친 것은 모두 사효봉(謝曉峰)이 노력해서 얻어진 결과예요. 어느 사사로운 개인의 조직력이나 바탕의 힘이 없이 사소옥(謝小玉)은 신검산장(神劍山莊)에 1가닥의 세력을 형성했어요. 그리고 사람들도 모두 다 그녀가 데리고 왔어요. 그녀는 도대체 어디서 그토록 많은 사람을 데려온 것일까요?”

그녀는 정붕(丁鵬)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어 갔다.

“그녀는 신검산장(神劍山莊)에서 대담하고도 제멋대로예요. 그것을 사효봉(謝曉峰)도 어느 정도 알았을 것이지만, 사효봉(謝曉峰)과 같은 지위에 있는 분이 따지지 않았으니 틀림없이 어떤 은밀한 사정이 있을 거예요. 그리고 도대체 어떤 힘이 사(謝)대협을 꼼짝 못하게 하고 만들었는지도 의문이고요.”

정붕(丁鵬)은 장황한 그녀의 말에 웃었다.

“소향(小香), 너는 정말 대단하구나. 내가 할 말을 모두 다 해버리는군. 정말이지 그 3가지의 의문에 대해서 해답을 얻지 못한다면 나는 잠을 자도 편히 잘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만약 그녀를 죽이게 된다면 모든 단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겠느냐?”

소향(小香) 역시 웃었다.

“공자께서는 그 3가지의 해답을 알고 있다고 해도 그녀를 죽이지는 않을 거예요.”

정붕(丁鵬)은 물었다.

“그건 어째서?”

소향(小香)은 고개를 갸웃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아름다운 처녀이기 때문이지요.”

정붕(丁鵬)은 차분한 어조로 그 말을 받았다.

“아름다운 처녀라 해서 죽지 말아야 한다는 법은 없지.”

소향(小香)은 얼른 그 말을 받았다.

“다른 사람은 그녀를 죽일 이유가 있을지 모르지만 공자께서는 그녀를 죽일 필요가 없어요. 그녀가 아무리 죽어 마땅한 일들을 많이 저질렀다고 해도 공자에게 상해를 입히는 일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정붕(丁鵬)은 조용히 그 말을 받았다.

“그녀가 나에게 특별히 예의를 차린 것이 아니란다. 나를 해칠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 아양을 떨었던 것일 뿐이야.”

소향(小香)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또 1가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사효봉(謝曉峰)마저도 그의 딸을 용인(容忍)하는데 공자라고 해서 그녀가 살아남도록 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느냐 하는 것이지요.”

정붕(丁鵬)은 그 말에 웃음을 머금었다.

“내가 하는 일이 어째서 사효봉(謝曉峰)과 관계가 있어야 하느냐?”

소향(小香)의 대답은 간단했다.

“공자는 그를 유일한 적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터무니없는 소리. 나는 그를 공경하고 있으며 털끝만치도 그를 제거할 생각은 없다.”

“그것은 결코 공자께서 유난히 그를 높이 사고 있다는 것을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본보기로 삼고자 하기 때문이에요.”

정붕(丁鵬)은 수긍하듯 말했다.

“그는 그의 검을 연마하고 나는 나의 칼을 연마하는 것이다. 우리들은 각기 자기 나름대로의 생활 방식이 있다. 그런데 내가 어째서 그를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고 하느냐?”

소향(小香)은 웃었다.

“바로 그거예요. 공자는 비록 그에게 무척 탄복하고 있으나 마음속으로 여전히 1가닥 그를 능가하겠다는 생각이 없지 않아 있어요. 비록 그에게 칼을 뽑아 들고 결투를 하지는 않는다 해도 여전히 다른 방면에서 그를 격퇴시키고자 하고 있어요.”

정붕(丁鵬)은 잠시 생각해 보더니 큰소리로 웃었다.

“내가 그런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냐?”

소향(小香)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른 사람이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지게 된다면 건방지고 오만하다는 평을 듣게 될지 모르지만, 공자께서는 절대로 있을 수 있는 일이지요. 왜냐하면 공자의 도법의 성취가 이미 그의 검법 조예에 뒤떨어지지 않기 때문이지요.”

정붕(丁鵬)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나는 아직도 그에 비해서 1수 떨어진다.”

소향(小香)은 그 말에 반박했다.

“아니에요. 그것은 예전의 일이에요. 이제는 공자가 이미 그에 못지않다고 할 수 있어요.”

정붕(丁鵬)은 천천히 그녀를 내려다 보았다.

“어째서 너는 그런 생각을 하느냐?”

소향(小香)은 천천히 대답했다.

“사효봉(謝曉峰) 때문이며 그의 딸 때문이지요.”

정붕(丁鵬)은 다시 질문을 던졌다.

“이것과 그의 딸이 관계가 있다는 것이냐?”

소향(小香)은 한숨 쉬듯 말했다.

“관계가 무척 큰 편이지요. 그의 검법이 아무리 고심하고 인격이 아무리 고절하다 해도, 그에게 이와 같은 딸이 있다는 그 1가지 사실이 바로 그의 결점이 되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사소옥(謝小玉)을 남겨두고 있으면 공자는 도덕적으로 그를 능가하게 되는 것이지요.”

정붕(丁鵬)은 할 말을 잊고 아무 말이 없었다. 소향(小香)의 말이 이미 그의 마음을 헤집었기 때문이다. 사효봉(謝曉峰)을 이기겠다는 것은 그가 마음속에 묻어둔 소원이었다. 사효봉(謝曉峰)이라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만족할 수 없었고 또한 끊임없이 흥미를 가지고 더 높은 무공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었다. 사소옥(謝小玉)의 내면이 그토록 복잡하고 그토록 사악한 것에 대해 정붕(丁鵬)은 1가닥 남 몰래 기뻐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다.

물론 그는 사효봉(謝曉峰)에게 그와 같은 딸이 있다는 것에 대해 화를 내기도 했지만, 사효봉(謝曉峰)에게 그와 같은 딸이 있고 일단 그 사정이 널리 알려지게 되면 강호에 있는 사람들의 사효봉(謝曉峰)에 대한 존경심이 반드시 줄어들 것이고 그것이 사효봉(謝曉峰)으로 하여금 맥 빠지게 하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했다. 그는 종종 그런 문제를 떠올리면서 자기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1가닥의 부끄러움에 지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사소옥(謝小玉)의 타락은 그가 조성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적어도 단 1가지 점에 있어서 나는 사효봉(謝曉峰)보다 못하다. 그것은 나에게 딸이 없다는 것이고, 장래에 딸이 생긴다고 해도 결코 사소옥(謝小玉)을 닮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사소옥(謝小玉)과 같은 딸은 아마 사효봉(謝曉峰) 역시 2번 다시 얻을 수 없을 것이다.


그곳은 무척 음산한 산골짜기였다. 햇살이 따가운 정오 무렵이라 해도 산골짜기에는 여전히 운무가 자욱하게 끼어 있었다.

산골짜기는 무척 가파른 편이고 1년 12달 내내 안개에 뒤덮여 있어서 그 누구도 넘어 가려고 하지 않았다. 안개 속에서 일종의 곰팡이 썩는 냄새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는데, 햇살을 받게 되자 놀랍게도 7무늬의 광채를 쏟아 내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흔히 말하는 장기(瘴氣)인데, 그 장기(瘴氣) 속에는 독이 있었다. 나무꾼들은 가끔 조그만 새들이 그 위를 날다가 안개 기운에 닿는 순간 즉시 곤두박질치며 떨어지는 것을 보곤 했다.

어떤 사람은 그러한 사연을 모르고 골짜기 가에 이르러 그 안개 기운을 들이마시고 그 즉시 땅바닥에 쓰러져 인사불성이 되기도 했다. 이곳은 바로 죽음의 계곡, 사망지곡(死亡之谷)이었다. 골짜기 입구에서 2마장(馬丈) 떨어진 길가에 목패가 세워져 있었다. 그 목패에는 골짜기가 흉악하고 위험하니 행인들은 가까이 다가가지 말라는 경고문이 적혀져 있었다. 이와 같이 공포스러운 곳에는 자연히 많은 괴이한 전설들이 있는데, 가장 괴이한 1가지는 바로 골짜기 안에 마신(魔神)이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신(魔神)은 무척 아름다운 여인이라고 했다. 소문에 의하면 1명의 나무꾼이 그녀가 구름과 안개를 타고 위로 솟구치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그 나무꾼은 산에서 내려온 후에 다른 사람들에게 그 여자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는 말을 했다. 그 이튿날 그는 온 전신이 부어오르면서 새까맣게 타서 침대 위에서 죽어버리고 말았다. 현청에서 나온 검시관은 그의 시체를 살펴본 후에 장독(瘴毒)에 중독되었다고 판정했다.

그리하여 마을에는 그 골짜기에 장려지신(瘴癘之神)이 살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게 되었다. 호사가들은 산 아래에 1칸의 장신(瘴神)낭낭묘(娘娘廟)를 짓고 사당에 여신(女神)의 상을 빚어서 모셔놓았다. 여신을 보았다는 나무꾼이 죽었기 때문에 여신의 모습은 다만 그가 말한 모양에 근거해서 대체적인 윤곽만을 나타내게 되었다. 하지만 그 장인의 솜씨가 고명하지 못해서 이 여신은 보기에 약간 통통한 중년 부인의 모습이 되었고, 예쁜 모습은 지니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산신당의 향화(香火)는 그런대로 이어지는 편이었다. 1할머니가 사당을 보살피고 있었는데 장독(瘴毒)에 중독된 사람이 이곳에 와서 향의 재를 싸 가지고 돌아가 복용하면 금방 낫곤 하는 것이 고명한 의원이 약을 쓰는 것보다 영험했다. 언젠가 떠돌이 선비가 장독(瘴毒)에 중독되어 현성(縣城) 안의 객점에 드러눕게 되었는데, 잇따라 몇 명의 이름난 의원들의 약을 먹었으나 장독(瘴毒)을 해독할 수 없었다.

그 선비의 하인이 어디에서 소문을 들었는지 장신(瘴神)낭낭(娘娘)을 모셔 놓은 곳으로 가서 1봉지의 선방(仙方)을 가져와 1번 복용시키자 효과를 보게 되었다. 그 일이 있은 후에 그 장신(瘴神)낭낭묘(娘娘廟)는 퍽이나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1대의 화려한 수레가 들이닥쳤지만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 몇 년 동안 종종 멀리 있는 대갓집에서 낭낭(娘娘)에게 빌러 오곤 했던 것이었다.

심지어는 장독(瘴毒)에 중독된 사람이 아닌데도 이곳으로 와서 약을 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았었다. 이 1대의 수레는 너무나 느닷없이 나타났기 때문에 퍽이나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 그들은 나타나자마자 고을에서 가장 커다란 1집의 객점을 통째로 빌렸다. 7, 8개나 되는 방을 모조리 빌린 것이었다. 이 객점에는 원래 2명의 손님이 머물고 있었으나 다른 곳으로 옮겨가야 했다. 왜냐하면 그 마차의 늙은 하인이 20냥의 은자를 주면서 그들에게 자리를 좀 비워 달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1전(錢)의 은자(銀子)가 하루의 비용이었다. 그런데 20냥이나 되는 은자(銀子)를 내놓고 장소를 옮겨달라고 하니 그 누가 마다하겠는가? 이렇게 되면 객점의 주인 쪽에서는 자기네 가족들이 객점에 머물고 있지 않은 것을 한탄할 지경이었다. 객점의 주인은 자기가 조금 전에 늙은 하인이 그에게 빈 방이 있냐고 물었을 때, 연신 있다고 대답하면서 빈 방들을 일일이 안내했던 것을 후회해마지 않았다. 그때는 상대방이 머물지 않을까 봐 빈 방이 많은 것을 자랑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 늙어 죽을 늙은이는 1칸의 방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을 뿐 머물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주인장은 그만 가슴이 철렁해서 아무래도 이번 손님을 놓치는 모양이라고 여겼던 것인데, 뜻밖에도 나중에 그 늙은 하인은 객점 전체를 통째로 빌렸을 뿐 아니라, 몸소 2명의 이미 머물고 있는 손님을 찾아가 1사람 앞에 20냥의 대가를 지불하고 그들을 다른 곳으로 옮겨가도록 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20냥의 은자면 통째로 객점을 빌릴 수 있는 돈인데, 늙은 하인은 1칸의 방을 비우게 하는데 그런 엄청난 돈을 지불한 것이었다. 진작 이럴 줄 알았더라면 객점의 주인은 마누라와 딸, 아들, 그리고 그들의 일을 돌보는 사람들도 모조리 데려다가 모든 방에 집어넣고 돈을 받았을 것이다. 1사람이 20냥이니 그렇게 되면 허연 은자가 수 100냥이나 들어왔을 것이었다. 늙은 하인은 이렇게 말했다.

“주인장, 우리는 이 객점을 통으로 빌리고 당신에게는 250냥의 은자를 하루 숙박비로 내놓겠소. 결코 많은 액수는 아니겠지요?”

주인장은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많지 않소. 많지 않소.”

은자가 아무리 많아도 많다고 할 사람은 없는 것이었다. 늙은 하인은 웃었다.

“좋소. 그렇게 정했소. 우리는 며칠을 머무를지 아직 모르오. 하루 머물게 되면 하루의 숙박비를 내는 것이오. 이것은 첫날의 숙박비 250냥의 은표인데, 먼저 지불하겠소.”

주인장은 은표를 받아 들자 손이 와들와들 떨렸다. 늙은 하인은 다시 말을 이었다.

“그 대신 당신네 가족과 하인들은 모두 다른 곳으로 가서 며칠 묵어야 하오.”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그것은 이렇게 된 것이오. 우리 집 마나님께서는 깨끗한 것을 좋아해서 당신들이 시중드는 것을 필요로 하지 않소. 그리고 어떠한 일이라도 모두 우리가 데리고 온 사람이 하게 되지요. 우리는 뒷편에서 따로 하나의 객점을 빌렸는데 당신네 전 가족을 그곳에 보내 잠시 머물도록 할 참이오. 당신네 집안 사람들이 우리와 마주치지 못하도록, 사람을 시켜 당신들을 돌보게 할 것이고, 당신들에게 먹고 마시는 것을 신세지지 않게 될 것이오. 이 조건이 싫으면 그만두어도 좋소. 다른 객점을 얻으면 될 테니까요.”

객점 주인은 물론 거절할 수 없었다. 사실 이번 장사의 이윤은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이었다. 늙은 하인은 손을 흔들어 2대의 마차를 불렀다. 마차에는 5명의 대한이 타고 있었는데, 그들은 객점의 주인과 4명의 가족들을 옹위하듯이 모두 수레에 태웠다.


금사(金獅)는 무척 공손하게 방문을 두드렸다. 2번째 문 두두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게 되었을 때 안에서 달콤한 음성이 들려왔다.

“누구세요?”

금사(金獅)는 즉시 대답했다.

“소(少)궁주(宮主)에게 아룁니다. 이 늙은이입니다.”

사소옥(謝小玉)은 금사(金獅)의 음성을 알아듣고 즉시 말했다.

“금(金)백부님이시군요. 들어오세요. 문은 잠그지 않았어요.”

금사(金獅)는 문을 열고 들어가다가 그만 어리둥절해지고 말았다. 왜냐하면 사소옥(謝小玉)이 머리를 빗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머리를 빗고 있는 것은 별로 놀라운 일이 못 되었다. 거의 모든 여인들이 머리를 빗기 때문이었다. 머리가 다 빠지고 겨우 몇 가닥 남은 할망구도 그 몇 가닥이 빠지는 것을 아쉬워해서 매일과 같이 긴 시간을 소비해 가면서 꼼꼼하게 천천히 머리카락을 다듬으면서 1가닥이라도 빠지게 될까 봐 전전긍긍하지 않는가? 여자들이 머리를 빗는 모습은 일종의 좋은 구경거리가 되는 것이었다. 젊고 아름다운 미녀가 머리를 빗고 있을 때는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법이다.

지금 그녀의 모든 동작은 그토록 멋이 있었다. 더군다나 방안에는 포화(刨花)의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포화(刨花)는 대패로 긁어낸 나무 조각들인데 물 속에 담가 놓으면 매끄럽고 윤기가 나며 광채를 내는 점액(粘液)이 생겨나는 것이다. 여인들은 바로 그것을 가지고 머리카락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었다. 사소옥(謝小玉)은 머리카락을 묶지 않고 어깨 위로 드리워지도록 하고 머리를 빗고 있었다. 그 유혹적이고 매력이 가득하던 얼굴은 머리를 빗는 이 순간에는 장엄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신성불가침의 여신(女神)으로 변해 있었다. 그녀는 1벌의 백사(白紗)를 걸치고 있었다. 그 순진하고 때묻지 않은 순결한 모습은 그녀를 여신으로 바꾸어 놓고 있었다. 신에게도 남녀의 구별이 있지만, 남자 신이든 여자 신이든 그들은 높다란 신좌(神座)에 모셔지는데, 선남선녀들이 그들에게 절을 올리는 순간에 남신(男神)이든 여신이든 차별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관세음은 여자 보살이지만 절간 안으로 들어가 관세음보살에게 절을 하는 사람들은 결코 ‘여자 관세음보살’이라고 부르는 법이 없었다.

사소옥(謝小玉)은 백사(白紗)를 걸치고 있었다. 어렴풋하게 여성의 특징을 모조리 드러내고 있었다. 다만 그것은 일종의 신성미(神聖美)이고 장엄미(莊嚴美)였다. 마치 그녀의 온몸에서 1줄기 성결(聖潔)한 빛이 뻗쳐 나오고 있는 것 같아, 감히 고개를 쳐들고 바라볼 수 없게 만들었다. 금사(金獅)는 그저 1번 보았을 뿐인데 경건한 마음이 생겨났다. 그녀를 위해서 기꺼이 모든 것을 바치고 신 앞의 희생물이 되어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46. 거룩한 여인

사소옥(謝小玉)은 빙그레 웃어 보이고 입을 열었다.

“금(金)백부님, 어서 앉으세요.”

금사(金獅)는 앉지 않고 무릎을 꿇었다. 사소옥(謝小玉)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금사(金獅)가 볼 수 있는 것은 다만 거울에 비친 그녀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사악한 기운이라고는 전혀 없는 웃음 띈 얼굴과 사악함이라고는 조금도 느낄 수 없는 음성은 그로 하여금 자기도 모르게 무릎을 꿇도록 만들었다. 사소옥(謝小玉)은 그가 무릎을 꿇은 것을 모르고 웃으면서 물었다.

“금사(金獅) 백부, 이미 연락을 다 해 놓았나요?”

금사(金獅)는 공손히 대답했다.

“그렇소. 연락이 되었소. 궁주(宮主)께서는 내일 해 뜨기 전에 풀으시겠답니다.”

사소옥(謝小玉)은 약간 빈정거리는 투로 말했다.

“그 분이 나를 만나보신대요?”

금사(金獅)는 약간 주눅이 들은 어조로 말했다.

“본래는 그렇지 않았습니다만 나중에 이 늙은 것이 사태가 긴급하다고 설명을 해드렸더니 그제서야 응낙을 하시더군요.”

사소옥(謝小玉)은 잠시 뜸을 들였다가 물었다.

“어머니는 어째서 이 황량한 산속에 숨어들었나요?”

금사(金獅)는 선뜻 대답했다.

“조용함을 즐기고 속세에서 멀리 떨어지기 위해서이지요.”

사소옥(謝小玉)은 입가에 미소를 띠웠다.

“이곳은 결코 조용하지 못해요. 더군다나 그녀는 신기하고 괴상한 일들을 벌려 놓았는데 어떻게 조용해질 수 있겠어요.”

금사(金獅)는 설명하듯 말했다.

“궁주(宮主)께서는 장려지신(瘴癘之神)의 이름으로 사람들을 겁주는데 성공하게 되었지요. 그 누구도 감히 죽으려 하지 않는답니다. 그야말로 사람들이 공경하면서 멀리하는 신이 된 것이지요.”

사소옥(謝小玉)은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것 역시 시골 사람들이나 놀라게 하는 것이지요. 무공을 연마한 사람이라면 그와 같은 소문을 믿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아보려고 할 거예요.”

금사(金獅)는 그 말에 약간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몇 년 동안 진상을 밝히려고 덤벼든 사람들이 적지 않았지요. 그러나 그들은 모두 장려지기(瘴癘之氣)에 몸이 썩어 백골이 되어 골짜기에 나뒹굴게 되었지요. 그러자 다시는 의문을 풀려고 하는 사람이 없게 되었지요.”

사소옥(謝小玉)은 빙그레 웃었다.

“그들이 범부(凡夫)속자(俗子)니까 그렇지요. 참된 고수라면 그까짓 장려지기(瘴癘之氣) 쯤을 겁내지 않을 걸요.”

금사(金獅)는 조용히 대답했다.

“궁주(宮主)께서는 이곳에서 세상과 다투는 바가 없으니 참된 고수들은 역시 찾아와 번거롭게 하지 않을 거외다.”

사소옥(謝小玉)은 여전히 조롱 섞인 어조였다.

“다행히 그 분이 정붕(丁鵬)을 만나지 않았군요. 그 사람은 호기심이 무척 강한 사람이라고요.”

금사(金獅)는 침묵을 지켰다.

사소옥(謝小玉)은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그제서야 금사(金獅)가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입을 열었다.

“금(金)백부님, 그게 무슨 짓이에요. 빨리 일어나세요.”

금사(金獅)는 공손히 말했다.

“이 늙은 종놈이 소(少)궁주(宮主)의 장엄한 보상(寶相)것을 뵈오니 감히 모독할 엄두가 나지 않았소이다.”

사소옥(謝小玉)은 뜻밖이라는 듯 탄성을 발했다.

“아, 나에게 그토록 커다란 마력(魔力)이 있나요? 금(金)백부님 같은 마교(魔教)의 장로(長老)로 하여금 오체투지(五體投地)하도록 만들었단 말인가요?”

금사(金獅)는 공손히 대답했다.

“그렇소. 그것은 마력이 아니고 일종의 신력(神力)이오이다. 소(少)궁주(宮主)의 그와 같이 신성하고도 늠름한 보상(寶相)은 그 어떤 사람이라도 무릎을 꿇게 만들 것이오이다.”

사소옥(謝小玉)은 슬쩍 물었다.

“여인도 그렇게 느낄까요?”

금사(金獅)는 힘주어 대답했다.

“이 늙은이의 생각으로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 다 같으리라 여겨지는군요.”

사소옥(謝小玉)은 생각하는 투로 말했다.

“그렇다면 나는 모름지기 이와 같은 자태로 출현해야 하겠군요.”

금사(金獅)는 머리를 숙여 보였다.

“그렇지요. 애석하게도 이 늙은 것은 예전에 이런 모습을 뵈온 적이 없지요. 소(少)궁주(宮主)께서 이와 같은 모습으로 속세에 나타나게 된다면 천하는 이미 우리들 손 안에 들어온 것과 다름이 없겠지요.”

사소옥(謝小玉)은 빙그레 웃었다.

“사실 나는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금사(金獅)는 크게 눈을 떴다.

“아! 소(少)궁주(宮主)께서는 어떻게 발견을 하셨는가요?”

사소옥(謝小玉)은 방긋이 웃었다.

“내가 옥무하(玉無瑕)의 신분으로 연운(連雲)14살(十四煞)의 두목 노릇을 하게 되었을 때, 언젠가 1가지의 긴급한 일로 인해 내가 머리를 빗으면서 모든 사람들을 불렀더니 그들은 모두 무릎을 꿇더군요.”

금사(金獅)는 넌지시 입을 열었다.

“소(少)궁주(宮主)께서 자신에게 이와 같은 커다란 능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으면 마땅히 잘 응용해야 옳을 것이외다.”

사소옥(謝小玉)은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지지 않았던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나중에 포기하고 말았어요.”

금사(金獅)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건 어째서인가요?”

사소옥(謝小玉)은 옛일을 돌이켜 보고는 말했다.

“그때 후에 연운(連雲)14살(十四煞)은 나를 볼 때마다 무척 공손한 태도를 취했고 숨 1번 크게 쉬지 못했어요.”

금사(金獅)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마음으로부터 우러나는 존경심일 겁니다. 이 늙은 종놈도 지금 크게 숨을 쉴 수 없군요.”

사소옥(謝小玉)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나 나는 결코 이렇게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금사(金獅)는 어리둥절해졌다.

“무엇 때문이지요? 소(少)궁주(宮主)의 목적은 천하를 정복하는 것인데 그것은 가장 수월한 방법이 아니겠소?”

사소옥(謝小玉)은 여전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천하를 제압하는 것이지 결코 천하로 하여금 무릎을 꿇게 하려는 것은 아니에요.”

금사(金獅)는 힘주어 말했다.

“소(少)궁주(宮主)께서 만약 명령을 내리신다면 이 늙은이는 만 번 죽어도 사양하지 않겠소이다.”

사소옥(謝小玉)은 탄성을 발했다.

“아! 만약 내가 금사(金獅) 백부에게 다가와 나를 안아달라고 한다면요?”

금사(金獅)는 흠칫했다.

“그것은 이 늙은 종이 행할 수 없는 일이지요.”

사소옥(謝小玉)은 다시 물었다.

“그 누가 칼을 들고 뒤에서 겨누며 핍박을 한다고 해도 말인가요?”

금사(金獅)는 무거운 어조로 대답했다.

“이 늙은 놈은 기꺼이 1칼을 얻어맞는 한이 있더라도 감히 소(少)궁주(宮主)를 모독할 수 없소이다.”

사소옥(謝小玉)은 웃었다.

“그것이 바로 내가 그렇게 하지 않는 원인이에요. 나는 본래 혼자서 높다란 곳에 위치하는 것을 싫어했어요. 우리 어머니처럼 고고한 척하지 않겠다는 거예요.”

금사(金獅)는 그만 흠칫했다.

“소(少)궁주(宮主)께서는 궁주(宮主)를 만나신 적이 없지요?”

사소옥(謝小玉)은 냉랭히 대답했다.

“없어요. 3살부터 당신들이 나를 어머님으로부터 떼어내지 않았어요. 그 후에 나는 어머님을 만난 적이 없어요.”

금사(金獅)는 다시 물었다.

“그러면 소(少)궁주(宮主)께서는 어떻게 궁주(宮主)와 비슷하다는 것을 아시게 되었지요?”

사소옥(謝小玉)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것은 모두 다 당신네들이 1말이에요. 3살부터 나는 당신들이 하는 말을 들었어요. 내가 우리 어머님처럼 생겼고 또 우리 아버지를 닮았다는 말들을 나는 어려서부터 들었단 말이에요.”

금사(金獅)는 그 말을 받았다.

“사(謝)대협께서도 소(少)궁주(宮主)가 궁주(宮主)를 닮았다고 했소.”

사소옥(謝小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래서 그는 나를 좋아하지 않았고 나에게 냉담하게 대하는 거예요. 숫제 나를 그 분의 딸로 보지 않는단 말이에요.”

금사(金獅)는 조용히 말했다.

“궁주(宮主)와 소(少)궁주(宮主)는 모두 평범한 사람이 아니오. 비범한 사람이기 때문에 당하는 일이니, 어찌 평범한 사람과 같겠사옵니까?”

사소옥(謝小玉)은 예전에 이와 같은 연설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모른다. 그녀가 불만을 토로하게 되었을 때 언제나 그 누가 옆에서 이와 같이 연설을 해주곤 했다.

매번 그녀가 웅심(雄心)을 일으키게 되었을 때는 모든 것을 잊어버릴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 금사(金獅) 장로(長老)는 다시 1차례 그와 같은 말을 1것인데 얻게 된 효과는 그가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사소옥(謝小玉)은 이미 어린 아이가 아니었다. 옛날처럼 그렇게 잘 댈래질 수 없었다. 그녀 스스로 이미 희로애락을 체득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그녀의 생활은 다른 사람들보다 수100배 수 천 배 복잡했다. 따라서 그녀의 감수(感受)도 자연히 수 천 수100배로 깊어지기 마련이었다.

사소옥(謝小玉)은 정색을 하고 물었다.

“나는 정말 여느 사람과 다른가요?”

“그렇소. 소(少)궁주(宮主)께서는 천생적으로 천품을 타고났기 때문에 결코 여느 사람들이 따라갈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타고난 천품이라고 했는데 어느 쪽의 천품인가요?”

금사(金獅)는 이런 말을 하고 싶었다.

“소(少)궁주(宮主)는 소(少)궁주(宮主)의 어머님처럼 천생적인 우물(尤物)로, 남자들을 교살시켜 죽이는 요마(妖魔)입니다.”

이 말은 입속에서 맴돌 뿐이었고 감히 입 밖으로 뱉어낼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또 한편으로는 반드시 대답을 해야 했다. 사소옥(謝小玉)은 질문을 던지게 되었을 때는 반드시 해답을 듣고자 했으며, 반드시 그 해답이 그녀를 만족시켜야 했다.

“소(少)궁주(宮主)는 천생적으로 사람을 압도하는 기질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감히 쳐다보지 못하고 마음속으로 기꺼이 승복하면서 머리를 조아리며 명을 받들도록 하지요.”

이것은 금사(金獅)의 대답이었다. 물론 조심스럽게 생각한 후에 무척 매끄럽게 대답한 것이었다.

“우리 어머니도 어릴적부터 그와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었나요?”

금사(金獅)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요. 궁주(宮主)께서는 어릴적부터 천하가 신복(臣服)하고 귀화(歸化)하도록 하는 능력이 있었지요. 궁주(宮主)를 만난 사람들은 모두 자기도 모르게 신하가 되어 그녀의 발 아래에 엎드리게 된 것이지요.”

사소옥(謝小玉)은 시큰둥하게 그 말을 받았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천하를 얻은 것은 아니지 않아요?”

금사(金獅)는 변명하듯 말했다.

“그것은 그녀가 알지 말아야 할 남자를 알게 되고, 자신감을 상실했기 때문이지요.”

사소옥(謝小玉)은 나지막한 어조로 물었다.

“그 남자가 바로 저의 아버님인가요?”

금사(金獅)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요. 사(謝)대협은 1대(一代)검신(劍神)이며, 1여인이 정복할 수 없는 남자이지요.”

사소옥(謝小玉)은 말했다.

“정붕(丁鵬)과 같네요.”

금사(金獅)는 재빨리 그 말을 받았다.

“그렇지요. 그들은 똑같은 종류의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少)궁주(宮主)께서는 역시 그를 좀 멀리하는 것이 가장 좋을 거외다.”

사소옥(謝小玉)은 가만히 고개를 흔들어 보였다.

“가능할까요. 우리가 무엇을 하려고 할 때 그는 찾아오게 될 걸요.”

금사(金獅)는 힘주어 말했다.

“그렇다면 오로지 그를 없애는 수밖에 없지요.”

사소옥(謝小玉)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 금(金)백부님, 금(金)백부님은 나에게 처음으로 그런 권고를 1사람이 아니고 나도 시험해 보지 않은 바 아니에요. 저는 속으로 줄곧 머리를 써 왔어요. 그리고 저는 우리 어머님처럼 우유부단하지도 않아요. 그 점은 금(金)백부님도 잘 아실 거예요.”

금사(金獅)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소(少)궁주(宮主)는 궁주(宮主)보다 훨씬 박력이 있소.”

사소옥(謝小玉)은 유감스러운 듯 말했다.

“그러나 나는 정붕(丁鵬)을 죽일 수 없어요. 손을 쓰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를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거예요.”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금사(金獅)는 그 1마디의 말이 결코 변명이 아니라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정붕(丁鵬)의 1칼을 본 후에 그 칼에 대해서 잔뜩 두려움을 품게 되었다. 잠시 후 사소옥(謝小玉)은 다시 입을 열었다.

“어머니가 깊은 산속에 오랫 동안 두문불출하고 들어박혀 있는 것은 무공을 수련하기 위한 것인가요?”

금사(金獅)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요. 그녀는 자기가 사효봉(謝曉峰)을 정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 맹세코 무공으로 그를 이기겠다고 결심했지요.”

사소옥(謝小玉)은 물었다.

“그럴 가능성이 있을까요?”

금사(金獅)는 신중한 어조로 말했다.

“궁주(宮主)께서는 이미 다년간 세상일에 간섭하지 않고 계시며 예전의 사효봉(謝曉峰)을 잣대로 삼고 있으니 어쩌면 그를 뛰어 넘을 가능성이 없지 않지요. 하지만 사효봉(謝曉峰)은 이 몇 년 동안 역시 진보했소. 그와 정붕(丁鵬)이 상면을 하였을 때의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사(謝)대협은 이미 새로운 경지에 도달해 있는 것 같더군요. 그러니까 궁주(宮主)께서 도저히 미칠 수 없는 위치에 가 있는 거지요.”

사소옥(謝小玉)은 금사(金獅)를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어째서 금(金)백부님은 그와 같은 사실을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나요?”

금사(金獅)는 다시 잠시 입을 열지 못하다가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궁주(宮主)께서는 1번도 남의 충고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소. 그녀는 언제나 자기의 2눈으로 이 세상을 보고자 했지요.”

사소옥(謝小玉)은 심드렁하게 물었다.

“그와 같은 방식으로 일을 성사시킬 수 있겠소?”

금사(金獅)는 생각해보고 대답을 했다.

“불가능하지요. 그래서 우리들은 소(少)궁주(宮主)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소.”

사소옥(謝小玉)은 고개를 갸웃했다.

“여러분들은 내가 우리 어머님보다 희망이 있다고 인정하시는 건가요?”

금사(金獅)는 힘주어 말했다.

“소(少)궁주(宮主)께서는 어려서부터 넓은 세상 물정을 접하시게 되었으니 보는 방법이 자연히 궁주(宮主)보다 깊고 넓지요. 더군다나 소(少)궁주(宮主)께서는 신검산장(神劍山莊)이라는 훌륭한 가문이 도와주고 있으니 정말 궁주(宮主)의 기우(機遇)보다 훨씬 나은 편이지요.”

사소옥(謝小玉)은 생각하는 눈치더니 차분히 말했다.

“만약 사(謝)씨 집안의 큰 소저라는 신분이 그런대로 쓸모가 있는 것이라면, 우리 어머니가 저의 아버지를 없애도록 허락할 수가 없지 않나요?”

금사(金獅)는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건… 그건 오직 소(少)궁주(宮主) 스스로 궁주(宮主)에게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겠군요. 이 늙은 종놈은 실로 뭐라고 입을 놀리기가 어렵구려. 하지만 소(少)궁주(宮主)께서는 안심하십시오. 사(謝)대협의 지금 성취는 결코 어떤 사람에게도 해침을 받아 제거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여명(黎明). 해가 솟아오르기 전, 동녘 하늘이 뿌옇게 밝아 오고 있었다. 산속의 장기(瘴氣)가 가장 기승을 부리는 시각이었다. 사망곡(死亡谷) 안은 어둠에 휩싸여 있었고 그 위로는 오색의 안개 기운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와 같은 광경은 지옥의 대문을 방불케 했다.

온누리는 1겹의 마의(魔衣)를 걸치고 있는 것 같았다. 사소옥(謝小玉)은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금사(金獅)를 대동한 채 나타났다. 장신(瘴神)낭낭묘(娘娘廟) 앞을 많은 시골 사람들이 에워싸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좀처럼 발견할 수 없는 곳에 몸을 숨기고, 이 장기(瘴氣)를 오래 전에 쏘여 골병이 들어 낫지 않는 남편을 위해 빌러 온 아름다운 젊은 아낙이 장신(瘴神)낭낭(娘娘)의 응답과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3번 무릎을 꿇고 9번 절을 1후에 향불을 피우고 짐승을 받쳤다.

모든 절차는 의식 그대로 행해졌다. 사제(司祭)의 직책을 맡고 있는 사람은 성질이 약간 괴팍한 노파였다. 그녀의 얼굴은 딱딱했다. 절을 다 올리자 관례대로 신안(神案) 위에서 1장의 종이가 팔랑팔랑 떨어져 내려왔다. 1장의 눈처럼 흰 종이인데 위에는 글자가 없었다. 불에다가 구워야 하얀 종이 위에 글자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었다. 이것은 약방문으로, 빌러 온 사람들에게 어떤 약을 먹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 이 1장의 종이는 약방문이 아닌 것 같았다. 젊은 아낙은 종이를 읽어 본 후에 몸을 일으켜 골짜기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벼랑가로 걸어갔다. 늙은 하인은 그제서야 앞으로 나아가 불에 구운 하얀 종이를 읽어보더니 급히 뒤따라가며 외쳤다.

“작은 마나님, 안 됩니다.”

그가 벼랑가로 쫓아가게 되었을 때 젊은 아낙은 이미 훌쩍 몸을 날려 골짜기 안의 운무가 잔뜩 깔려 있는 깊숙한 곳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아닌가?

몰래 숨어서 구경을 하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비명을 지르며 참지 못하고 모습을 드러내었다. 늙은 하인은 쫓아가 손을 뻗쳐 1조각의 옷자락을 움켜잡았으나, 그 옷자락이 찢어지면서 사람은 그대로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는 벼랑가에서 목 메인 소리로 외쳤다.

“작은 마나님, 이 늙은 종놈도 데려가십시오. 이 늙은 종놈이 돌아가서 어떻게 복명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 역시 그 골짜기 아래로 훌쩍 뛰어내렸다.

그 바람에 또 다시 놀란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사람들은 2사람이 산채로 사망곡(死亡谷) 아래로 뛰어 내리는 것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모두들 우르르 장신(瘴神)낭낭(娘娘)의 제단 앞으로 가서는 그 1장의 불에 쬐인 하얀 종이를 바라보았다.

너의 남편은 장신(瘴神)에게 죄를 지었기 때문에 마땅히 질병을 얻어 죽게 되어 있다. 뿐 아니라 뼈도 보존하지 못하게 되었느니라. 오직 몸을 던져서 본신(本神)의 휘하에서 일을 하는 시녀로 들어오게 된다면 그와 같은 액운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니라.

그래서 그들은 아래로 뛰어내린 모양이었다. 1명의 경건하고 성실한 젊은 아낙이 남편의 목숨을 건지기 위해 몸을 던져 사망지곡(死亡之谷)으로 뛰어내린 것이었다. 1명의 충성스럽고 의로운 늙은 하인이 여주인의 뒤를 따라 역시 사망곡(死亡谷) 아래로 뛰어내린 것이었다. 이와 같이 해서 사망곡(死亡谷)에는 1토막의 신화가 보태지게 되었고 사람을 감동시키는 분위기가 더 짙어졌다. 그 1장의 불에 쬐인 종이는 이 사람 저 사람의 손으로 건네지다가 끝내는 신비하게 사라졌으며 어느 1곳으로 보내지고 말았다.

1노인의 면전으로 보내진 것이었다. 노인과 노파가 마주 앉아 그 쪽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노인의 입가에는 냉소가 떠올랐다.

“원래 그녀는 이곳에 숨어 있었군. 그러니까 오랫 동안 그녀를 찾아낼 수 없었군.”

노부인은 그 말을 받았다.

“주공(主公), 그녀가 속세에서 멀리 떠나 은둔하고 있으니 그만 덮어두기로 하지요. 그녀를 아랑곳할 일이 어디 있나요?”

노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어찌 모른 척할 수 있겠소? 내 전체 위업이 그녀의 손에 의해서 망가지고 말았으니 나는 결코 그녀를 놓아 보내지 않겠소.”

노부인은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

“주공(主公), 전적으로 그녀만을 나무랄 일도 아니지요. 우리들 자신에게도 잘못이 있습니다.”

노인은 괘심하다는 투로 말했다.

“나의 가장 커다란 잘못은 바로 그녀를 살려둔 것이오. 거기다가 그녀를 수용한 것이지. 내가 진작 그녀가 화근이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노부인은 재빨리 그 말을 가로챘다.

“주공(主公), 차마 그럴 수 있겠어요? 주공(主公)께서는 2칼에 새겨진 싯귀를 잊었나요? 小樓一夜聽春雨 (소루일야청춘우) 작은 누각의 밤, 봄비 소리 듣다 라고 했지 않아요?

그녀는 어쩌면 그대의 딸일지도 몰라요.”

노인의 2눈에 매서운 살기가 사라지고 긴 한숨이 그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아! 나는 정말 믿기가 힘드오. 그녀와 같이 성결(聖潔)한 여인이 그와 같은 딸을 낳다니 말이오.”

노부인은 나직히 한숨을 내쉬었다.

“성(聖)과 마(魔)는 다만 간발의 차이에요. 그대가 그녀의 어머니를 저버린 탓이지요.”

노인은 노부인을 바라보았다.

“내가 말이오? 하하하, 당신은 모르오.”

노부인은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주공(主公), 저는 당신들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것이 아니에요. 그대가 말하려 하지 않고 알고 있는 사람도 말하려 하지 않지만, 나는 그 여자 아이가 나타나게 되었을 때 무척 귀여운 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녀가 그렇게 변한 것은 우리들이 그녀를 훌륭하게 가르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노인은 갑자기 탁자를 탕, 하니 내리치더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떨떠름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안 되오. 나는 다시는 그녀가 터무니없는 짓거리를 하도록 용인하지 않겠소. 그녀는 나를 이미 망가뜨렸으니 이미 충분하오. 다시 또 정붕(丁鵬)을 망가뜨리도록 할 수는 없단 말이오.”

노부인은 물었다.

“그녀가 어떻게 정붕(丁鵬)을 망가뜨린다는 거예요?”

노인은 물었다.

“그 벼랑 위에서 몸을 던진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된다면, 그 사람이 정붕(丁鵬)에 대해서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인지 알 것이오.”

노부인은 물었다.

“어떤 사람인데요?”

노인의 대답은 간단했다.

“금사(金獅)와 사소옥(謝小玉)이오.”

노부인은 2눈을 커다랗게 떴다.

“사소옥(謝小玉)? 그 애는 사효봉(謝曉峰)의 딸이 아니에요? 어떻게 금사(金獅)와 함께 있게 되었지요?”

노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도 잘은 모르지만 그들 사이에 반드시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오. 정붕(丁鵬)은 저번에 신검산장(神劍山莊)의 언저리에 나타나 은룡(銀龍)을 2쪽으로 쪼개버렸다오.”

노파는 잠시 동안 침묵을 지키더니 가까스로 물었다.

“주공(主公), 저는 오랫 동안 줄곧 그대의 모든 지시를 받들어 왔어요. 그리고 저는 그대의 모든 지시가 정확하다는 것을 믿어요. 그대가 나보고 무엇을 하라면 나는 그대로 하곤 했지요.”

노인은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부인, 그대는 어떻게 내가 그대에게 어떤 일을 시키려고 한다는 것을 눈치챘소?”

노부인은 빙그레 웃었다.

“그거야 짐작하기 쉽지요. 이 몇 년 동안 그대는 좀처럼 나를 찾아와 일을 상의한 적이 없었어요. 그러나 그대는 저를 불러서 이 쪽지를 보여주었으니 그것은 바로 제가 가서 처리할 일이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노인은 그 말에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그렇소. 부인, 이번 일은 아무래도 당신과 동타(銅駝)가 1번 움직여야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소. 나의 내공은 대부분이 정붕(丁鵬)에게 투입해주었기 때문에 이미 이 일을 처리할 수 없게 되었구려.”

노파는 물었다.

“저보고 동타(銅駝)와 함께 가라고요?”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비단 당신네 2사람이 나서야 할 뿐 아니라 우리들 곁에 있는 고수들을 모조리 데려가도록 하시오.”

노부인은 그 말을 부정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나요. 그대의 곁에 그러면 사람이 없을 것이 아니겠어요.”

노인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내 곁에 사람을 두어서 무엇하겠소. 이제 나는 쓸모없는 노인이오. 그 누구도 나에게 눈독을 들이지 않을 것이오.”

노부인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주공(主公), 지금은 농담을 할 때가 아니에요.”

노인도 정색을 했다.

“나 역시도 농담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오. 은룡(銀龍)과 철연(鐵燕)이 죽었지만 아직도 금사(金獅)가 남아 있는데 동타(銅駝)가 간신히 그를 상대할 수 있을 것이오. 그 계집은 오직 당신만이 상대할 수 있을 것이오. 그들 속에는 또 다른 사람들이 있을 것이니 반드시 고수들을 데려가야 한다는 것이오.”

노부인은 약간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우리들의 목숨을 걸고 나서야 할 판이군요.”

노인은 안색은 무척 엄숙해졌다.

“그렇소. 가차없이 죽이고 1사람도 놓아 보내지 말도록 하시오. 이것 역시 1차례 문호(門戶)를 청리(淸理)하는 것이오.”

노부인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노인은 손을 내저었다.

“당신은 더 말할 필요가 없소. 나의 이와 같은 결정은 2번 3번 고려한 끝에 내려진 것이오. 결코 감정적으로 처리한 것이 아니오. 마교(魔教)가 설사 망가진다 해도, 화근을 남길 수는 없소.”

노파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

“좋아요. 이것이 그대의 결정이라면 저는 반드시 받들기로 하겠어요. 저는 그대가 경솔하게 결정하는 양반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노인은 그윽한 음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신이 나를 그렇게 믿어주니 고맙소.”

노부인은 그를 바라보았다. 눈동자에 정이 서려 있었다. 그들은 이미 부부의 연을 맺은지 60년이나 되었으나 깊은 정은 1번도 줄어든 적이 없었다. 하지만 노파는 갑자기 1가닥 슬픈 느낌에 젖었다. 그녀의 영원히 젊은 남편에게서 갑자기 늙은 티를 발견한 것이었다.


47. 여인천하

노인은 계곡 입구에서 떠나가는 사람들을 환송했다.

“안심하고 가도 좋네. 이곳은 무척 외진 곳이니 그 누구도 찾아오지 않을 거네. 내 몸소 부엌으로 들어가 그대들을 위해서 1, 2가지의 음식을 장만해서 그대들이 승리하고 성공하여 돌아올 때 배불리 먹도록 해놓겠네.”

노인은 손을 흔들며 이 말을 했다. 동타(銅駝)는 입을 열었다.

“주공(主公)께서는 이번에 무척 기쁘신 것 같군요. 30년 동안 저는 이렇게 기뻐하시는 것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노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이것은 그가 한평생 가장 커다란 결정을 내린 것이라 할 수 있어요. 천미(天美)에 대해서 격살(格殺)하라는 명령까지 내렸구려.”

동타(銅駝)는 들뜬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주공(主公)께서는 진작 그 계집에 대해 그와 같은 명령을 내렸어야 했소. 나는 이 명령을 오래 전부터 기다렸지요. 그런데 끝내 그 명령을 받게 되었군요.”

노부인은 근심스러운 듯 말했다.

“동타(銅駝), 자네는 아직도 그 분의 심정을 모를 거요.”

동타(銅駝)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지요. 주공(主公)은 줄곧 천미(天美)가 주공(主公)의 딸이라고 생각하고 차마 그녀를 죽이지 못한 것이지요.”

노부인은 동타(銅駝)를 바라보았다.

“설마하니 아니란 말인가? 나이를 따져봐도 거의 들어맞지 않는가?”

동타(銅駝)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속하(屬下)는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오.”

노부인은 즉시 되물었다.

“어째서? 자네는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

동타(銅駝)는 옛일을 회상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 모두는 약류(弱柳)부인이 정절이 굳은 성녀(聖女)인 줄 알고 있지요. 그리고 주공(主公) 이외에는 다른 사내를 사귀지 않았다고 믿었지요. 그러나 나는 그녀가 음탕한 여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소.”

노부인은 그에게 물었다.

“동타(銅駝), 자네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가?”

동타(銅駝)는 힘주어 말했다.

“제가 이렇게 말씀을 드리는 것은 저에게 증거가 있기 때문이지요.”

“무슨 증거인가?”

“그녀는 저를 유혹한 적이 있소.”

“자네는 그때 몇 살이나 되었는가?”

동타(銅駝)는 정색을 하며 입을 열었다.

“그때 저는 겨우 14살이었소. 숫제 철이 들지 않은 때였지요. 그러나 그녀는 하루도 남자 없이는 못 사는 여인이었어요. 그날 마침 모든 사람들이 없어서 그녀는 별 수 없이 나를 부른 것이지요. 그리고 온갖 방법을 다해서 저를 침대 위로 유혹하려고 했지요. 그녀와 살을 섞기 직전에 공교롭게도 주공(主公)께서 돌아오셨지요.”

노부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 내가 어째서 그것을 모르고 있었을까?”

동타(銅駝)는 천천히 사려 깊게 말했다.

“이것은 주공(主公)께서 인정이 많고 너그럽기 때문이지요. 그 분은 다른 사람의 결점을 감추어주었던 것이지요. 저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지요. 주공(主公)께서 문 안으로 들어서게 되었을 때 그녀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주공(主公)에게 다가가 울며불며 내가 그녀를 강간하려 했다고 하소연을 했지요.”

노부인은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았다.

“주공(主公)께서는 어떤 조치를 취했는가?”

동타(銅駝)는 씩 웃었다.

“주공(主公)께서는 웃으시면서 내가 어려서 철이 없고 혈기가 왕성할 때인데다가 그녀가 그렇게 아름다우니 내가 정욕을 주체하지 못한 것이 당연하다고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리고 저보고 그녀에게 사과하라고 하셨고, 그리고나서 이 일을 잊어버리고 다시는 엉뚱한 짓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를 하라고 했지요.”

노부인은 탄성을 발했다.

“아! 주공(主公)께서는 자네가 강간을 하려고 한 줄 믿고 있었단 말인가?”

동타(銅駝)는 고개를 숙였다.

“사실 저는 그날의 상황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었지요. 약류(弱柳)부인이 사내를 유혹하는 수단은 너무나 고명했지요. 그녀는 언제나 남자의 욕정을 불러일으켜 남자 스스로 낚시에 걸려들도록 하였지요. 그것은 마치 불나비가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마찬가지였지요.”

노부인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주공(主公)께서는 그녀의 그러한 점을 알고 계셨는가?”

동타(銅駝)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중에는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그 당시 그 분은 사정을 모르는 것 같았소.”

노부인은 동타(銅駝)를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그 분은 자네에게 무척 너그러웠군. 놀랍게도 자네를 용서했으니 말일세.”

동타(銅駝)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요. 그래서 저는 주공(主公)에게 감격한 나머지 1평생 다른 마음을 품지 않기로 결심했지요.”

노부인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금사(金獅)의 나이는 자네보다 많으니 그 유혹을 이겨내기 힘들었겠군?”

동타(銅駝)는 깊이 생각해본 후 입을 열었다.

“저의 생각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천미(天美)에게 그토록 충성을 다하려고 했지요. 저의 생각으로는 태반이 바로 그런 관계 때문에 생긴 일이 아닌가 생각되는군요.”

노부인은 다시 동타(銅駝)를 바라보았다.

“자네는 어째서 천미(天美)가 주공(主公)의 딸이 아니라고 확신하는가?”

동타(銅駝)는 대답했다.

“왜냐하면 천미(天美)의 오른손에는 6개의 손가락이 있기 때문이지요.”

노부인은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게 무슨 증거가 되는가?”

동타(銅駝)는 대답했다.

“육손은 유전인데 주공(主公)께서는 육손이 아니지 않소.”

노부인은 생각해보더니 말을 했다.

“우리 궁안의 사람들 가운데는 육손이 없네. 어쩌면 이것은 몇 대를 격하고 유전되는 것인지도 모르지.”

동타(銅駝)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는 1사람이 육손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요. 그러나 그는 결코 마궁(魔宮)에 몸 담고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 사람은 저의 아저씨인데 어느 날 궁에 들어왔었지요.”

노부인은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다는 것인가?”

동타(銅駝)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약류(弱柳)부인은 신비하게 실종 되었지요. 우리들이 돌아와서 수색을 해보았지만 그녀의 종적을 찾지 못했지요. 그러다가 4년이란 세월이 흐른 후에야 그 누가 천미(天美)를 보내 왔지요.”

노부인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다고 그것이 무슨 증거가 되겠는가? 천미(天美)는 그 당시 3살 남짓한 어린 아이였네. 만약 약류(弱柳)가 실종할 당시 임신했다면 바로 그 나이가 되지 않겠는가?”

동타(銅駝)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천미(天美)가 육손인 것을 보고 속으로 의심을 가졌었습니다. 그 후에 저는 1차례 수소문을 해 보았지요. 그 결과, 저는 우리 아저씨가 약류(弱柳)를 데리고 남 몰래 도망쳐서 우리 고향으로 돌아가 숨어 살고 있는 것을 발견했지요.”

노부인은 그 말을 얼른 받았다.

“자네의 아저씨는 꽤나 수단이 좋은 사람이군.”

동타(銅駝)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는 본래 미남자였고 언변이 뛰어났을 뿐 아니라 알뜰하게 보살필 줄을 알았지요. 그러니까 약류(弱柳)가 그와 몰래 도망을 친 것은 이상한 일이 될 수 없지요. 저는 그들 사이에 딸이 생겨났다는 사실을 알아내었지요.”

노부인은 놀란 어조로 물었다.

“그 애가 바로 천미(天美)란 말인가?”

동타(銅駝)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요. 그 여자 아이는 궁에 들어오게 되었을 때 3살 남짓 했다고 하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2살밖에 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천미(天美)는 자네 아저씨의 딸이며 자네에게는 사촌 누이가 되겠군. 그녀가 우리들에게 오게 되었을 때 2살 남짓했다면 정말 주공(主公)의 혈육은 아니군.”

동타(銅駝)는 잠자코 있었다. 노부인은 다시 물었다.

“그들은 어째서 그 여자 애를 우리에게 보냈을까?”

동타(銅駝)는 볼멘 소리로 말했다.

“저의 아저씨는 무척 풍류를 즐기는 인물이었지요. 그러나 그가 약류(弱柳)를 유혹해서 도망친 후에는 양순해지게 되었으며 1마음 1뜻으로 집에서 그녀를 지켰지요. 그런데 처음 2년 동안은 괜찮았으나 나중에 저의 아저씨가 일종의 무공을 연마하기 위해서 약간 그녀에게 소홀하게 되자 그녀는 또 다시 본색을 드러내게 되었지요.”

노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와 같은 여인은 원래 외로움을 참지 못하는 것일세.”

동타(銅駝)는 한숨 섞인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저의 아저씨는 주공(主公)처럼 그렇게 마음이 너그럽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는 그녀의 간통 현장을 발견하자 1칼에 2사람을 쳐 죽이고 자기 자신도 자살하고 말았지요.”

노부인은 잠시 말이 없더니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약류(弱柳)도 정말 답답하구나. 그녀는 사내들이 차마 자기를 죽이지 못하리라 착각에 잠겨 있었는데 나중에는 남자에게 살해당하고 말았구나.”

동타(銅駝)는 노부인을 바라보았다.

“주모(主母)님은 약류(弱柳)의 위인됨을 벌써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군요.”

노부인은 빙그레 웃었다.

“내가 여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게. 여인은 여인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일세.”

동타(銅駝)는 의심스럽다는 듯 물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주공(主公)에게 알려주지 않았소?”

노부인은 빙그레 웃었다.

“미련한 여인만이 남편 앞에서 다른 여인을 공격하는 법일세. 오랜 세월에 걸쳐 주공(主公)께서 나를 존중해준 이유는 내가 여인의 본분을 다하는 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세.”

그녀는 얼굴이 그렇게 예쁘지도 않았고 특별히 총명하지도 않았다. 말하기를 싫어해서 일찍이 1번도 의견을 발표하지도 않았고 특별한 점도 없었다. 마치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그런 사람 같았다. 그러나 주공(主公)은 그녀에게 무척 깍듯했고 존경했다.

그 점에 대해서 동타(銅駝)는 줄곧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동타(銅駝)는 주공(主公)이 손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주공(主公)께서는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인재이시니 더욱 훌륭한 아내를 맞아들일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오늘에야 그는 이 주모(主母)가 우러러 볼만한 점이 있다는 알게 된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그녀의 지혜와 그녀의 궁량이었다. 그녀는 현숙하고 슬기로울 뿐 아니라 여러 가지 미덕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니까 1여인으로 갖추어야할 모든 내적인 아름다움을 그녀는 모두 갖추고 있었다. 남자가 이런 여인을 만나는 것은 실로 행복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와 같은 여인은 너무나 적었다. 동타(銅駝)는 주모(主母)를 다시 보게 되었다. 노부인은 다시 물었다.

“동타(銅駝), 그 1구절의 시 말일세. 그 조그만 누각 위에서 하룻밤 동안 봄비가 내리는 소리를 들었다는 그 시는 어떤 사연을 지니고 있는지 알고 있는가?”

동타(銅駝)는 설명했다.

“주공(主公)께서 처음 약류(弱柳)부인을 만나게 되었을 때 그 시귀에 걸려든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때 우리들은 강남의 어느 농촌 마을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경치가 그림처럼 아름다웠지요. 어느 개울가에 1채의 초가집이 있었는데 그 안에서 1아름다운 음성이 그 1수의 시를 읊고 있는지라 즉각 우리들은 그 음성에 매료되어 소리난 곳을 살펴본 결과 약류(弱柳)부인을 발견한 것이지요. 그때 그녀는 다만 서당 훈장의 딸에 지나지 않았고 그저 무명 베옷에 허름한 차림의 시골 색시에 지나지 않았지요. 그러나 얼굴은 정말 국색천향(國色天香)으로 아름다웠지요. 그녀 역시 주공(主公)의 헌칠한 풍채에 이끌린 것 같았어요. 잠시 동안 말을 주고 받은 후에 그녀는 즉시 그녀의 늙은 아버지를 내버려두고 우리를 따라왔지요.”

노부인은 찬찬한 어조로 물었다.

“이후에 그녀는 되돌아가지 않았겠군?”

동타(銅駝)는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간 적이 없었지요. 그녀는 숫제 그녀의 아버지를 잃어버린 듯했소. 그러나 주공(主公)께서는 여전히 기억을 하시고 저에게 2번이나 찾아뵙도록 했지요. 그녀의 늙은 부친은 찢어지게 가난했는데 제가 상당한 금은을 드렸지요. 그리고 2번째 찾아뵙게 되었을 때 그 분은 그 금은을 잘 이용해서 논밭을 사들이고 새로 집을 지었으며 여자를 얻어 즐거운 세월을 보내고 있었소. 그 후에 주공(主公)께서는 다시는 저보고 가보라고 하지 않더군요.”

노부인은 물었다.

“그건 어째서인가?”

동타(銅駝)는 순순히 대답했다.

“그때 우리들 처지는 중천에 떠오르는 해와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그런 처지에서 평범한 농부가 우리와 관계를 맺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없었지요.”

노부인은 나직히 한숨을 내쉬었다.

“주공(主公)께서는 그런 사람일세. 그는 여러 사람을 위해 생각하지. 이런 사람은 결코 교주(敎主) 자리를 맡기에 적합하지 않다네.”

동타(銅駝)는 말했다.

“주공(主公)께서는 교(敎)의 일을 처리하게 되었을 때는 조금도 어그러짐이 없지 않았습니까?”

노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그는 그렇게 했네. 솔직히 말해서 마교(魔教)가 무림인들로부터 방문사교(旁門邪敎)라고 간주되는 것은 일리가 있네. 많은 무공이 사악하지. 주공(主公)께서는 마교(魔教)를 어느 정도 개조시키고 다른 사람들의 마교(魔教)에 대한 시각을 바로 잡아보려고 엄하고 무서운 규범을 만들어 교의 제자들을 단속하려고 했다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불만을 사고 끝내는 뭇 사람들이 배반을 하고 가까운 사람들도 떠나가게 되었지.”

동타(銅駝)는 말했다.

“주공(主公)께는 아직도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있지요.”

노부인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나 몇 사람 되지 않네. 그 사람들은 모두 본교의 신기한 무술을 전수받기 위해서 투신한 사람들일세.”

동타(銅駝)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노부인은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주공(主公)께서는 왜 그 1수의 시 귀절을 도신(刀身)에 새겼는지 아는가?”

동타(銅駝)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속하(屬下)가 모르지요. 약류(弱柳)부인이 실종된 후에 주공(主公)께서는 한동안 무척 성질이 사나워져서 적지 않은 사람들을 죽였지요.”

노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같은 타고난 우물(尤物)은 좀처럼 잊기 어려운 법일세. 주공(主公)은 말할 것도 없고 나마저도 무언가 잃어버린 듯하였네.”

동타(銅駝)는 생각해 보더니 입을 열었다.

“주공(主公)께서는 약류(弱柳)부인의 실종으로 인해 분노를 느끼기는 했으나, 그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를 한다는 것이 잘못이라는데 생각이 미친 것 같아요. 그 싯귀를 칼에 새긴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의 성질을 억제하기 위함이었을 것입니다. 저는 주공(主公)께서 칼을 뽑았으나 그 위에 새겨진 싯귀를 보고 노기를 가라앉히는 것을 여러 번 보았지요.”

노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그럴 게야. 그때부터 그의 도법이 새로운 경지에 들어서고 1칼을 휘두르는 것이 위맹절륜(威猛絶倫)하여 본교의 명성은 더욱 커졌지만, 그것이 그에게는 해가 되었네.”

동타(銅駝)도 맞장구를 쳤다.

“그렇지요. 그 시기에 마교(魔教)는 무척 너무나 빠르게 세력을 확장해서 어느덧 모든 무림의 종파들을 능가하게 되었지요.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불안을 느끼게 되었지요. 주공(主公)께서는 교세가 급속도로 확장되자 매사를 몸소 일일이 살펴볼 수 없었기 때문에 금사(金獅) 등으로 하여금 각기 1쪽을 책임지도록 했던 것인데 그들 모두가 많은 강적을 만들어내고 말았지요.”

노부인은 나직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네. 주공(主公)께서는 일이 지난 후에 득실을 검토해보고 다른 사람을 탓하지 않고 자기의 과실이라고 인정하시더군.”

동타(銅駝)는 씁쓸히 말했다.

“그건 주공(主公)을 탓할 수 없지요. 그 분은 잘 하려는 마음에서…”

노부인은 그 말을 가로챘다.

“동타(銅駝), 자네는 주공(主公)을 이해하지 못하는가? 그가 부하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사람이었던가? 그는 교주(敎主)이네. 그러니 자연히 모든 실패에 책임을 져야 하네. 그는 너무나 자부심이 강하고 줄곧 천하무적이라고 여겨 왔네. 그러나 그는 사효봉(謝曉峰)의 검 아래 패하고 말았네.”

동타(銅駝)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노부인은 다시 말을 이었다.

“주공(主公)께서는 자질에 한계가 있어서 자기는 더 이상 진전이 없다는 것을 알았네. 그는 사효봉(謝曉峰)을 능가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지. 그래서 그는 의기소침하게 되었고 다시는 동산재기(東山再起 실패한 사람의 재기)를 계획하지 않게 되었던 것이며 오랜 세월 동안 침울하게 보냈지. 그러다가 그는 정붕(丁鵬)을 찾아내었네. 이 젊은이의 자질은 천 년에 1번 나타나기 힘든 것이었네. 그래서 그는 모든 희망을 그에게 걸고 있다네.”

동타(銅駝)도 수긍을 했다.

“그 사람은 정말 괜찮은가 봅디다. 소문에 들으니 그의 진전은 이미 옛날의 주공(主公)을 능가하고 있다더군요. 은룡(銀龍)과 철연(鐵燕)은 모두 그의 1칼 아래에 2조각이 나고 칼이 잘려졌다고 하더군요.”

노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주공(主公)께서도 분석을 해보았는데 은룡(銀龍)의 몸뚱이가 갈기갈기 찢어진 것은 이상할 것이 없으나, 철연(鐵燕)의 팔이 잘려진 것은 정말 대단한 것일세. 왜냐하면 그는 이미 그 1칼을 장악해서 마음대로 펼쳤다가 거둘 수 있는 경지에 도달했기 때문일세. 다시 말하면 그는 이미 1칼을 마(魔)의 테두리에서 벗어나도록 하여 성(聖)의 경지로 들어서게 만들었다는 것일세.”

동타(銅駝)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주공(主公)께서는 아직도 그 1칼을 장악하지 못합니까?”

노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못한다네. 한평생 그는 마(魔)의 테두리 안에서 그 1칼의 위력을 엄청 증강시켰지만 여전히 장악할 수 없었던 것일세.”

동타(銅駝)는 말했다.

“본교(本教)는 정붕(丁鵬)의 손에 의해서 일어날 것입니다.”

노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주공(主公)의 희망일세.”

동타(銅駝)는 물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아직도 본교(本教)의 모든 것을 그에게 넘겨주지 않는지요?”

노부인은 여윈 음성으로 말했다.

“급할 것 없네. 주공(主公)께서는 교(敎) 안의 일을 다스리는데 마음을 써야 했기 때문에 그 자신의 발전에 한계가 생긴 것일세. 본교(本教)의 무공은 속성(速成)이므로 어느 경지까지는 성취가 빠르지만, 어느 정도의 경지에 이르면 더 정진하기 힘들다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전력을 다해서 임해야 하고 다른 일에 마음을 써서는 아니 되네. 그래서 주공(主公)께서는 그로 하여금 마음껏 발전하도록 하고 반푼 어치도 마음을 쓰지 않도록 하려고 한 것일세.”

동타(銅駝)는 물었다.

“주모(主母)님, 우리들이 이번에 승리를 취하려고 하는 것도 역시 정붕(丁鵬) 때문이겠지요?”

노부인은 입을 열었다.

“주공(主公)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았네.”

동타(銅駝)는 노부인을 바라보았다.

“그럼 아닌가요?”

노부인은 신중한 빛을 띠웠다.

“내가 아는 바로 정붕(丁鵬)의 지금 경지는 이미 어떤 상해도 입지 않을 정도가 되었네. 주공(主公)께서 그렇게 하시는 것은 마교(魔教)에 남아 있는 사악함을 철저하게 없애고 제거하여 장래 정붕(丁鵬)에게 깨끗하고 깔끔한 문호(門戶)를 넘겨주려는 것일세.”

동타(銅駝)는 고개를 끄덕였다.

“주공(主公)께서는 정말 대단하신 분이군요.”

노부인은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네. 그 분은 정말 대단한 사람일세.”


노인은 골짜기로 되돌아가자 문득 쓸쓸한 느낌에 젖었다. 그는 일찍이 이와 같은 공허감을 느껴 본 적이 없었다. 골짜기에 머물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막 입문한 제자들이 허드렛일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만약 외부의 고수들이 잠입해 들어온다면 조금도 대항할 힘이 없는 것이었다. 물론 이곳이 무척 은밀하여 찾아올 사람이 없을 것이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으로 이루어진 조합(組合)은 절대로 은밀하게 숨겨질 수 없었다.

더군다나 그의 적들은 모두 사냥개보다 더욱 영민한 코를 가지고 있었다. 오랜 세월 동안 그가 안전하게 자기 자신을 보호할 수 있었던 것은 웅후한 실력 덕분이었다. 수 천 명이나 되는 절정의 고수들이 여러 겹으로 문호(門戶)를 지키고 있어서, 적은 수의 적들은 절대로 침입할 수 없었고 많은 수의 적들은 멀리서부터 발견이 되기 때문에 즉시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없는 것이었다.

골짜기의 방비는 이미 허술하게 변했다. 2류 고수라고 해도 수월하게 침입할 수 있었다. 정붕(丁鵬)을 위해서 그는 자기가 1평생 갈고 닦은 공력을 정붕(丁鵬)에게 주입해주었다. 그 일이 있은 후에 그는 신기한 무공을 연마하는 심법(心法)에 힘입어 간신히 공력을 3성(成) 정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는 나직히 중얼거렸다.

“3성(成)의 공력으로 외부의 침입을 상대해낼 수 있을까?”

이 1마디를 마쳤을 때 그는 3사람을 발견했다.

2명의 여인과 1명의 남자였다. 2여인은 그가 알아 볼 수 있었다. 바로 청청(青青)을 시중드는 춘화(春花)와 추월(秋月)이었다. 그 남자는 1번도 본 적이 없었다. 노인은 뜻밖으로 여겼으나 놀람을 감추고 덤덤히 입을 열었다.

“춘화(春花)와 추월(秋月)이구나. 너희들이 어떻게 왔느냐? 소저는 잘 있느냐?”

춘화(春花)는 웃었다.

“소저가 잘 있는지 소녀는 잘 모르겠어요.”

노인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너희들이 어째서 잘 모른다는 것이냐? 너희들은 소저를 시중들게 되어 있지 않느냐?”

추월(秋月) 역시 웃었다.

“소저는 우리들을 따로 떼어 이 분 유(柳)나으리를 시중들도록 했답니다. 그래서 쇤네들은 소저가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잘 모른답니다.”

노인은 의혹의 빛을 띠우고 물었다.

“그렇다면 너희들은… 이곳에 무엇하러 왔느냐?”

추월(秋月)이 냉큼 대답했다.

“소저는 저희들에게 유(柳)나으리만 따라다니라고 명령했어요. 어디를 가든지 반 걸음도 떨어져서는 안 된다고 했걸랑요. 그래서 유(柳)나으리가 이곳으로 오기 때문에 우리들도 따라올 수밖에 없었어요.”

노인은 시선을 1번도 남자 쪽으로 옮기지 않고 냉소를 띠웠다.

“유(柳)나으리는 어떤 사람이냐? 그가 내 앞에서 나으리라고 불릴만한 자격이 있느냐?”

그 남자는 그제서야 허리를 급혀 보이고 웃었다.

“후배 유약송(柳若松)입니다.”

노인은 얼굴에 멸시의 빛을 띠웠다.

“몰염치한 쥐새끼 같으니라고.”

유약송(柳若松)은 조금도 화를 내지 않고 빙그레 웃었다.

“이 후배는 쥐새끼임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선배님께서도 그렇게 고명한 편이 되지 못하지요. 성 안에 사는 여우[狐] 새끼나 사당에 드나드는 서생원이나 모두 비슷하지요.”

노인은 화가 났다. 유약송(柳若松)같은 쥐새끼가 감히 그와 같은 말을 한다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그는 흥분해서는 손가락질을 하며 성을 내었다.

“빨리 꺼져라.”

유약송(柳若松)은 빙그레 웃었다.

“이 후배가 필요한 물건을 손에 넣은 후에 자연히 떠나갈 것입니다.”

노인은 손을 뻗쳐서 문 뒤에 걸어 놓은 끈을 잡아 당겼다. 그것은 방울을 울리게 하여 제자들을 부르는 끈이었다. 춘화(春花)는 웃었다.

“나으리, 무엇을 하시려고요? 쇤네에게 분부하세요. 쇤네 등이 나으리를 시중들게 된다면 그들보다 더 알뜰하게 보살필 수 있을 거예요.”

추월(秋月) 역시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어쩌면 저희들의 손발이 둔해서 옛주인의 뜻을 감당하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적어도 우리들은 살아 있는 사람이에요. 살아 있는 사람은 죽은 사람보다는 나을 거예요.”

노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3사람이 거침없이 들어온 것을 볼 때 밖에 있는 사람들은 틀림없이 불행한 일을 당했으리라. 그는 2여인을 쏘아보았다. 그 눈빛은 칼날 같아서 그녀들로 하여금 흠칫 놀라게 만들었다.

“너희들은 언제부터 금사(金獅)와 1통속이 되었더냐?”

추월(秋月)은 웃었다.

“오래 되었어요. 우리들은 원래 금사(金獅) 장로(長老)의 속하(屬下)들이었죠. 나중에야 불려와서 소저를 시중들게 되었지요.”

노인은 안색이 변해서 물었다.

“아! 환경이 바뀌면 좋아질 줄 알았더니 너희들은 스스로 타락한 게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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