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화원 ㅡ "어머니여요!"

단밤이 | 2024.01.18 09:29:22 댓글: 0 조회: 133 추천: 0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41182
The Secret Garden

(비밀의 화원)


“어머니여요!”
마법에 대한 세 아이의 믿음은 더욱 단단해졌다. 아침마다 주문을 외우고 나면, 콜린은 때로 마법 강의를 했다.
“나는 강의를 하는 게 좋아.” 콜린이 설명했다. “내가 자라서 위대한 과학적 발견을 하면, 그 내용에 대해서 강의를 해야만 해. 그러니까 이건 그때를 대비한 연습인 셈이야. 지금은 너무 어리니까 짧은 강의밖에 못 해. 게다가 벤 영감님은 교회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지 금방 곯아떨어져.”
“강의가 젤루 좋은 점은.” 벤 영감이 말했다. “누구나 일어서서 자기가 좋아하는 대루 떠들어두 다른 사람은 아무두 말대꿀 할 수 없다는 거라오. 난 아무리 나일 먹어두 강의는 못 할 거요.”
하지만 콜린이 나무 아래에 서서 강의를 하면, 벤 영감도 콜린을 빨아들일 듯 지켜보며 내내 자리를 지켰다. 벤 영감은 애정을 갖고 평가를 하는 눈빛으로 콜린을 살폈다. 벤 영감의 흥미를 돋운 것은 강의 내용이 아니었다. 매일 더 곧아지고 튼튼해지는 듯 보이는 두 다리와 꼿꼿하게 들고 있는 소년의 머리, 한때는 뾰족하고 홀쭉했지만 이제 토실토실 살이 찌고 둥글어진 턱과 두 볼, 노인의 추억 속에서 다른 사람의 눈을 빛내던, 명민한 빛이 깃든 두 눈이었다. 가끔 콜린은 벤이 열렬하게 눈을 빛내는 건 강의에 깊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여기고, 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했다. 그래서 한번은 벤이 또 강의에 푹 빠진 것처럼 보일 때 이렇게 물었다.
“벤 웨더스태프 영감님, 지금 무슨 생각해요?” 콜린이 물었다.
“난.” 벤 영감이 대답했다. “장담하는데 도련님 무게가 이번 주에 1, 2킬로그램 더 늘었겠다구 생각하는 중이었다오. 도련님의 종아리하구 어깨를 잘 보니깐 그럴 것 같소. 저울에 몸무겔 재보면 좋을 텐데.”

“그게 마법이에요. 그리고 소워비 부인의 빵과 우유와 맛있는 음식 덕분이죠.” 콜린이 말했다. “과학적 실험이 성공했다는 걸 이제는 알겠죠.”
그날 아침, 디콘은 너무 늦게 오는 바람에 강의를 놓쳤다. 정원에 도착한 디콘은 달려온 터라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고, 재미있게 생긴 얼굴이 그날따라 더욱 빛나는 듯했다. 비가 며칠 내린 뒤여서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할 일이 많았기에, 아이들은 곧장 잡초 제거에 들어갔다. 따스한 비가 넉넉하게 내려 땅속 깊이까지 들어가면, 언제나 할 일이 많았다. 꽃들에게 좋은 수분은 잡초에게도 좋았다. 그래서 자그마한 풀잎과 뾰족한 싹이 땅을 뚫고 나오면, 뿌리를 단단히 내리기 전에 얼른 뽑아버려야 했다. 요즘 들어 콜린은 누구보다 잡초를 잘 뽑았고, 그 일을 하면서 강의까지 할 수 있었다.
“마법은 자기가 스스로 일으킬 때 제일 효과가 좋아.” 오늘 아침 콜린은 이렇게 말했다. “누구나 자기 뼈와 근육에서 마법을 느낄 수 있어. 나는 뼈와 근육에 관한 책들을 읽을 생각이야. 마법에 대한 책도 쓸 거야. 지금 결심했어. 지금도 많은 것들을 알아가고 있어.”
콜린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잠시 후 모종삽을 내려놓고 일어섰다. 콜린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머지 두 아이는 콜린이 종종 그러듯이 강의에 대해 생각하겠거니 했다. 콜린이 모종삽을 내려놓고 벌떡 일어섰을 때, 메리와 디콘은 느닷없이 찾아온 강력한 생각에 이끌려 콜린이 벌떡 일어선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콜린은 키를 한껏 늘이며 우뚝 서더니, 기쁨에 겨워 양팔을 쭉 뻗었다. 화색이 도는 얼굴이 환하게 빛났고, 기묘한 눈은 환희로 더욱 커졌다. 문득 콜린은 뭔가를 완전하게 깨달았다.
“메리! 디콘!” 콜린이 소리쳤다. “나를 봐!”
아이들은 풀을 뽑는 손을 멈추고 콜린을 바라보았다.
“내가 휠체어로 이 정원에 처음 온 아침을 기억하지?” 콜린이 물었다.
디콘이 콜린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동물을 부리는 디콘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고, 자신이 본 것을 대부분 남에게 절대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바로 그때 디콘은 동물에게서 볼 수 있는 뭔가를 콜린에게서 보았다.

“네, 기억하구말구요.” 디콘이 대답했다.
메리도 사촌을 빤히 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바로 지금.” 콜린이 말했다. “문득 그때가 기억났어. 모종삽으로 땅을 파는 내 손을 보았을 때 말이야. 나는 그 일이 현실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내 두 발로 힘껏 일어서야만 했어. 그런데 그건 현실이야! 난 건강해! 건강하다고!”
“그래요, 도련님은 건강하셔요!” 디콘이 말했다.
“나는 건강해! 나는 건강해!” 콜린이 몇 번이고 말했다. 콜린의 얼굴은 온통 빨갛게 달아올랐다.
콜린은 전부터 어렴풋이 자신이 건강해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콜린은 건강해지기를 바랐고, 그렇게 느꼈으며, 건강해지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뭔가가 콜린에게 확 꽂히는 것 같았다. 일종의 황홀한 믿음과 깨달음이었다. 그렇게 일어난 감정이 너무나 강렬했기에 큰 소리로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죽지 않고 영원히 오래오래 살 거야!” 콜린이 큰소리로 외쳤다. “나는 천 개, 또 천 개나 되는 사실을 알아낼 거야. 나는 사람들과 동물들과 세상에서 자라는 모든 것에 대해 알아낼 거야. 디콘처럼. 그리고 마법 만들기를 멈추지 않을 거야. 나는 건강해! 건강해! 지금 내 기분은 뭔가를 외치고 싶어. 감사하는 마음과 기쁨이 가득한 뭔가를!”
벤 웨더스태프는 그때 장미 덤불 근처에서 일을 하다가 콜린을 바라보았다.
“그러면 도련님, 영광송을 부르시면 되겠소.” 노인이 그 어느 때보다 심드렁하게 툴툴거리며 제안했다. 노인은 영광송에 대해 아무런 의견이 없었고, 더군다나 특별히 경외심을 품고 그런 제안을 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콜린은 무엇이든 탐구하고 싶은 마음이었으며, 영광송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다.
“그게 뭐예요?” 콜린이 물었다.
“아마두 디콘이 도련님한테 한 곡 불러줄 수 있을 거요.” 벤 웨더스태프가 대답했다.

디콘이 모든 것을 아는, 동물을 부리는 사람의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교회서 부르는 노래여요.” 디콘이 말했다. “어머니는 종달새가 아침에 일어나가지구는 분명 영광송을 부를 거라구 하셨어요.”
“부인이 그렇게 말했다면, 그건 좋은 노래가 분명해.” 콜린이 대답했다. “나는 교회에 한 번도 나간 적이 없어. 언제나 몸이 많이 아팠으니까. 영광송을 불러봐, 디콘. 그 노래를 듣고 싶어.”
디콘은 꼬인 데가 없고 꾸밈없는 소박한 아이였다. 디콘은 콜린의 감정을 콜린보다 더 잘 이해했다. 디콘에게 그런 것은 일종의 본능과 같아서, 자신이 이해를 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디콘은 모자를 벗고,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잘 벗어야 해요.” 디콘이 콜린에게 말했다. “영감님두요. 자, 이제 다 일어나셔요, 잘 알겠지만.”
콜린이 디콘을 열렬하게 바라보며 모자를 벗자, 태양이 환히 빛나며 콜린의 숱 많은 머리를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무릎을 꿇고 있던 벤 웨더스태프도 어기적거리며 일어나 모자를 벗는데, 어리둥절하고 반쯤 성가신 듯한 표정이었다. 마치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짓을 해야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디콘이 나무와 장미 덤불 사이에 서서, 아름답고 강단 있는 소년의 목소리로 멋 부리지 않고 소박하게 영광송을 부르기 시작했다.
“모든 은총의 근원이신 주님을 찬미하라,
지상의 모든 피조물은 주님을 찬미하라,
저 위 천상의 천사는 주님을 찬미하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을 찬미하라. 아멘.”
디콘의 노래가 끝나자 벤 웨더스태프는 고집스럽게 턱을 꼭 다문 채 말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 하지만 어딘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콜린을 빤히 보았다. 콜린의 얼굴에는 뭔가를 깊이 생각하는 표정이 어려 있었다.

“정말 좋은 노래야.” 콜린이 말했다. “마음에 들어. 마법에 감사한다고 소리치고 싶을 때의 내 진심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콜린이 우뚝 멈춰 서더니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생각을 계속했다.
“어쩌면 그 두 가지는 같은 것일지도 몰라. 우리가 모든 것의 이름을 어떻게 정확하게 다 알 수 있겠어? 다시 불러줘, 디콘. 우리도 불러보자, 메리. 나도 불러보고 싶어. 이건 내 노래야. 어떻게 시작하지? ‘모든 은총의 근원이신 주님을 찬미하라’였나?”
그래서 모두 그 영광송을 다시 불렀다. 메리와 콜린이 음정을 따라가며 목소리를 높였고, 디콘의 목소리는 점점 크고 아름다워졌다. 두 번째 소절에서 벤 웨더스태프는 걸걸한 목소리로 목청을 가다듬더니, 세 번째 소절에서는 막무가내로 보일 정도로 열렬하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멘’으로 노래를 끝맺을 때, 콜린이 몸이 온전치 않은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와 똑같은 일이 벤 노인에게서 일어나는 모습을 메리는 놓치지 않았다. 노인의 턱이 움찔거리고 눈을 껌벅거리며 콜린을 빤히 보더니, 주름투성이인 거친 두 볼이 눈물로 촉촉이 젖었다.
“전엔 영광송을 불러두 아무 느낌두 없었다오.” 노인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이번엔 마음을 바꿔야 헐 것 같소. 콜린 도련님, 이번 주에 무게가 2킬로그램은 더 늘 것이오. 2킬로그램 말이오!”
그때 콜린이 뭔가에 시선을 빼앗긴 채 정원 저쪽을 바라보았다. 콜린은 깜짝 놀란 것 같았다.
“지금 이쪽으로 오는 사람이 누구지?” 콜린이 재빨리 말했다. “저 사람은 누구야?”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담장에 난 문이 살며시 열리며, 어떤 여자가 들어왔다. 그 사람은 영광송의 마지막 소절을 부를 때 들어와, 노래를 들으며 그들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뒤쪽으로 담쟁이덩굴이 무성하고, 나무들 사이로 쏟아져 들어온 햇살이 그 사람이 입은 기다란 푸른색 망토 위로 어른거리고, 신록 너머로 보이는 선하고 생기발랄한 얼굴에 미소가 번지자, 그 사람은 콜린의 책들 중 한 권에 그려진 부드러운 색조의 채색 그림처럼 보였다. 애정이 넘치는 아름다운 두 눈은 모든 것을, 아이들 모두를 담을 것 같았다. 심지어 벤 웨더스태프와 ‘동물 친구들’과 그곳에 활짝 피어 있는 모든 꽃들까지도. 그 사람이 올 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아무도 그 사람을 침입자로 여기지 않았다. 디콘의 눈동자가 등불처럼 환하게 빛났다.
“어머니여요. 저분이 바루 우리 어머니라구요!” 디콘은 이렇게 소리치고 풀밭 위를 달려갔다.
콜린도 부인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메리도 콜린과 함께였다. 두 아이는 심장이 점점 더 빠르게 뛰는 것 같았다.
“이분은 내 어머니여요!” 디콘은 중간 즈음에서 모두 만나자, 다시 소개했다. “도련님하구 아가씨가 우리 어머닐 만나구 싶어하시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문이 어디에 숨겨져 있는가 알려드렸죠.”
콜린이 정중하게,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쑥스러운 듯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눈은 부인의 얼굴을 집어삼킬 정도로 크게 뜨고 있었다.
“아팠을 때도 부인을 만나고 싶었어요.” 콜린이 말했다. “부인과 디콘과 비밀 정원을요. 전에는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고,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았어요.”
살짝 들어올린 얼굴을 본 순간 소워비 부인의 마음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일었다. 얼굴이 붉어지고 입꼬리가 떨리나 싶더니 눈 위로 안개가 퍼지는 듯했다.
“아이쿠! 얘야!” 부인이 별안간 떨리는 목소리로 콜린을 불렀다. “아이쿠! 얘야!” 자신도 이렇게 말할 줄 몰랐던 모양이었다. “콜린 도련님”이 아니라 불쑥 “아이쿠, 얘야”라고 한 것이다. 부인은 디콘의 얼굴에서 마음을 깊이 울리는 것을 보았어도 같은 식으로 불렀을 것이다. 콜린은 그게 좋았다.
“내가 너무 건강해서 놀라셨나요?” 콜린이 물었다.
부인이 콜린의 어깨에 한 손을 올렸다. 미소가 그 눈가에서 안개를 밀어냈다.
“네, 그렇구말구요!” 부인이 말했다. “게다가 도련님이 어머님하구 진짜루 닮아가지구 심장이 철렁했구만요.”
“부인.” 콜린이 조금 어색하게 말했다. “제가 어머니를 닮으면, 아버지가 저를 좋아하시게 될까요?”
“그래, 물론이지, 아이쿠, 얘야.” 부인이 대답했다. 그리고 콜린의 어깨를 재빠르게 살며시 토닥여주었다. “그분은 집으루 돌아오셔야지. 집으루 꼭 오셔야 해.”
“수전 소워비.” 벤 웨더스태프가 다가오며 말했다. “도련님 다릴 좀 보시구려, 어떻소? 두 달 전만 해두 꼭 양말 신은 북 치는 채 같았다오. 사람들이 도련님 다리가 안짱다리에 굽었다구 쑥덕거리더만. 근데 저 다릴 보란 말이오!”
수전 소워비가 넉넉한 웃음을 웃었다.
“좀 지나면 튼튼하구 훌륭한 사내애 다리가 될 거구만요.” 부인이 말했다. “아이한테 정원에서 실컷 놀구 일을 하구 배불리 먹구 영양 많구 맛난 우유를 실컷 마시게 해주셔요. 그러면 요크셔에서 첫째가는, 튼튼헌 다리가 될 거여요. 주님, 감사합니다.”
수전이 메리 아가씨의 어깨에 양손을 올리고는, 어머니가 딸을 보듯 그 작은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구 아가씨두요!” 부인이 말했다. “우리 집 엘리자베스 엘런만큼 무럭무럭 튼튼하게 되셨소. 장담허는데, 아가씨두 아가씨 어머니를 닮으셨을 거여요. 마사가 어머님이 몹시 아름다운 분이었다구 메들록 부인한테 들었다더군요. 우리 어린 아가씨, 아가씨는 자라면 붉은 장미처럼 되실 거여요. 신께서 복 주시길.”
수전은 마사가 ‘하루 휴가’를 받아 집으로 왔을 때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못생긴 여자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메들록 부인이 들었다는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했다는 소리는 굳이 하지 않았다. “그렇게 못생긴 여자애 어머니가 미인이라니 말이 안 되잖어요.” 마사는 고집스럽게 이렇게 덧붙였다.
메리는 점점 변해가는 자기 외모에 신경을 쓸 시간이 없었다. 그래도 외모가 ‘달라졌다’는 사실 정도는 알았다. 머리숱이 훨씬 더 풍성해지고, 몹시 빠르게 자라는 것 같다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예전에 멤 사히브를 바라보며 느끼던 즐거움을 떠올리니, 언젠가는 엄마처럼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 기뻤다.
수전 소워비는 아이들과 함께 정원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정원에 대한 이야기를 전부 들려주었고, 되살아난 덤불과 나무를 모두 보여주었다. 콜린이 수전 옆에 서고 메리가 반대쪽에 섰다. 두 아이는 고개를 들고 푸근한 인상의 장밋빛 얼굴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부인이 선물해준 즐거운 기분을 남몰래 신기해했다. 푸근하면서도 든든하게 지지해주는 느낌이었다. 디콘이 ‘동물 친구들’을 이해하듯이 소워비 부인은 아이들을 이해하는 것 같았다. 부인은 몸을 숙여 꽃들을 살펴보고, 아이들이라도 되듯 꽃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검댕이는 부인을 따라다니며 한두 번 부인에게 까악 울더니, 디콘의 어깨라도 되듯 부인의 어깨 위로 훌쩍 내려앉았다. 아이들이 울새와 어린 울새들의 첫 번째 비행에 대해 들려주자, 부인은 나지막하게 어머니만이 지을 수 있는 그윽한 웃음을 보였다.
“난 새끼 새들이 나는 법을 배우는 건 사람 애들이 걷는 법을 배우는 것하구 같다구 생각허지요. 허지만 내 애들한테 다리 대신 날개가 달렸다구 생각허면 몹시두 걱정스러울 거구만요.” 수전이 말했다.
황무지의 소박함과 선함이 배어 나오는 태도에서 수전 소워비가 너무나 훌륭한 여성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에, 아이들은 마침내 마법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부인은 마법을 믿으시나요?” 콜린은 인도의 수행자들에 대해 설명하고 나서 물었다. “믿으시면 좋겠어요.”
“물론 믿구말구요.” 부인이 대답했다. “난 그 힘을 마법 아닌 다른 이름으루다가 알지요. 허지만 이름이 뭐 그리 중요하겠소? 분명 프랑스에선 또 다른 이름으루 부르구, 독일에선 또 다른 이름으루다가 부를 건데. 씨앗을 무럭무럭 자라게 하구 태양을 빛나게 하는 것하구 똑같은 힘이 도련님을 건강한 소년으루 만들어줬구만요. 그 힘이 바루 ‘선한 의지’여요. 그건 우리가 정한 이름으루다가만 불러야 한다구 생각하는 어리석은 바보들하구 다르지요. 선한 의진 괜한 걱정을 하려구 발걸음을 멈추지 않소. 도련님한테 은총이 있기를. 그 의지는 끊임없이, 세상을 몇백만 개나 만들구 있다니깐요. 우리와 같은 세상을 말이지요. 그 커다랗구 선한 의지에 대한 믿음을 절대루 버리지 않구 이 세상에 그런 의지가 가득하다는 사실을 명심하시구려. 그리구 그건 부르구 싶은 대루 부르면 된다오. 내가 정원에 들어왔을 때 다들 그 의지한테 노랠 부르구 있더구만요.”
“너무 기뻤어요.” 콜린이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두 눈을 수전 소워비를 향해 크게 뜨며 말했다. “문득 내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깨달았거든요. 내 팔과 다리가 얼마나 튼튼해졌는지 말이에요. 이제 얼마나 땅을 잘 파고, 잘 서 있을 수 있는지도요. 그러니까 풀쩍 뛰어올라서, 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모두에게 무슨 말이든 크게 소리쳐 들려주고 싶었어요.”
“영광송을 불렀을 때 분명 그 마법이 그걸 들었을 거구만요. 도련님이 부르는 노래라면 뭐든 다 귀를 기울일 거여요. 중요한 건 기쁨이니깐. 아이쿠! 얘야, 얘야. ‘기쁨의 창조주’를 뭔 이름으루다가 부르건 말이지.” 이렇게 말한 다음 소워비 부인은 아이의 두 어깨를 다시 다정하고도 빠르게 토닥여주었다.
수전 소워비는 오늘 아침에도 평소처럼 잔치를 벌일 음식을 넣은 바구니를 챙겨주었다. 이윽고 허기가 찾아오자, 디콘이 음식을 두는 곳에서 바구니를 가지고 나왔다. 그러자 소워비 부인도 나무 아래에 아이들과 함께 앉아, 허겁지겁 음식을 먹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 식욕에 감탄해 환하게 웃었다. 부인은 무척이나 재미있는 사람이어서, 온갖 웃기는 이야기로 아이들의 배꼽을 잡게 만들었다. 부인은 심한 요크셔 말투로 말했고, 새로운 단어도 가르쳐주었다. 콜린이 여전히 몸이 불편한 척하느라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아이들이 털어놓자, 소워비 부인은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보시다시피 우리는 함께 있으면 내내 웃음을 참을 수가 없어요.” 콜린이 설명했다. “그리고 웃음소리는 전혀 아픈 사람 같지 않아요. 소리를 틀어막으려고 하지만, 결국 웃음소리가 터져서 상황만 더 나빠지는 거예요.”
“요즘 자꾸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요.” 메리가 말했다. “갑자기 그 생각이 떠오르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요. 콜린의 얼굴이 점점 보름달처럼 되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지금은 아니에요. 하지만 매일 아주 조금씩 통통해지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한번 생각해보세요. 어느 날 아침 콜린의 얼굴이 정말 보름달처럼 보이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요!”
“모두에게 은총이 있기를! 연극 놀이를 왜 했는지 잘 알겠구만요.” 수전 소워비가 말했다. “허지만 그리 오래 하지 않아두 될 거구만요. 크레이븐 씨가 집으루 오실 테니깐.”
“아버지가 오실까요?” 콜린이 물었다. “왜요?”
수전 소워비가 푸근하게 웃었다.
“도련님이 아버지한테 사실을 알리기두 전에 아버지가 알아버리면,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지 않겠소.” 소워비 부인이 말했다. “밤이면 잠두 못 이루구 어떻게 아버지한테 알릴까 계획을 세웠을 테니깐.”
“다른 사람이 아버지에게 알리면 못 견딜 거예요.” 콜린이 말했다. “나는 매일 다른 방법을 생각해요. 지금은 그저 아버지방으로 달려 들어가고 싶어요.”
“그 모습을 보면은 크레이븐 씬 깜짝 놀라시겠지.” 수전 소워비가 말했다. “그때 그분 얼굴이 궁금하구만. 볼 만할 텐데! 크레이븐 씬 꼭 돌아오셔야 하겠구만. 꼭 말이야.”
그들은 꼭 집으로 놀러 오라는 소워비 부인의 초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 그들은 모든 계획을 세웠다. 마차를 타고 황무지를 가로질러 간 후, 히스 들판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소워비 부인의 아이들 열둘을 모두 만나고, 디콘의 텃밭을 구경하고, 지치기 전에는 집으로 절대 돌아가지 않을 작정이었다.
마침내 메들록 부인을 만나러 저택에 가려고 수전이 일어났다. 마침 콜린을 휠체어에 태워 돌아가야 할 시간이기도 했다. 그런데 휠체어에 타려던 콜린이 수전 옆에 바짝 붙어 서더니 영문 모를 찬탄과 같은 감정을 담아 수전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부인의 푸른색 망토 주름을 꼭 잡고 재빨리 말했다.
“부인은 내가, 내가 바라던 모습 그대로예요.” 콜린이 말했다. “부인이 디콘만 아니라 내 어머니이기도 하면 좋겠어요.”
갑자기 수전 소워비는 몸을 숙이고는 따뜻한 두 팔로 콜린을 잡아당겨 푸른 망토 아래 품으로 꼭 안았다. 콜린이 디콘의 형제라도 되듯 말이다. 수전의 두 눈에 눈물이 어렸다.
“아이쿠! 얘야!” 부인이 말했다. “네 어머니는 바루 이 비밀 정원에 계신단다. 난 그렇게 믿는구만. 그분은 이 정원을 떠날 수 없었던 거야. 네 아버진 꼭 너한테루 돌아오셔. 꼭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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