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제1부 1~2

나단비 | 2024.01.24 06:51:22 댓글: 0 조회: 183 추천: 1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42693
제1부


제1장
 
 
 
상당한 재산을 가진 미혼의 남자라면 아내가 있기를 바라게 될거라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만약 그러한 남자가 근처로 새로이 이사를 오게 되었다면, 그 남자가 어떤 사고방식을 가졌을지언정 그러한 생각이 마을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이 박혀 있어서, 자기네 딸들 가운데 하나가 그 남자와 결혼했으면 하는 생각을 당연히 할 수 있을 게다.

“당신, 네더필드 파크로 누가 이사 온다는 얘기 들어봤어요?” 베넷 여사가 남편에게 물었다.

남편인 베넷은 그런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이사 오기로 했대요. 롱 아줌마가 우리 집에 놀러왔었는데, 모두 얘기해주더라고요.”

남편은 대꾸하지 않았다.

“대체 누가 이사 오는지 알고 싶지 않아요?” 부인은 안달이 나서 큰 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말하고 싶다면 못 들어줄 것도 없지 뭐.”

말을 해도 좋다는 표시로 보였다.

 “당신, 이거 알아둬야 돼요. 롱 아줌마가 그러는데, 네더필드에 들어오기로 한 사람은 북쪽에서 온 갑부라는 거예요. 월요일에 마차를 타고 와서 둘러봤는데, 대번에 맘에 들어가지고 집주인하고 즉시 계약했대요. 요번 축제일 전에 이사 오기로 했는데, 하인들은 다음 주말까지는 와서 준비를 하기로 했다는 거예요.”

“그 사람 이름은 뭐라고 그랬소?”

“빙리라고 했대요.”

“결혼은 했소, 안 했소?”

“미혼이래요! 정말요! 갑부 총각이래요. 1년 수입이 4, 5천 파운드는 된대요. 우리 딸들한테 경사가 났지 뭐예요.”

“왜 경사가 났단 말이오? 걔들하고 무슨 상관이 있는 거요?”

“이 양반 말하는 것 좀 봐. 그 총각하고 우리 딸 중에서 하나가 결혼해야 될 거 아녜요.”

“그 사람이 이리 오는 게 우리 딸 중 하나와 결혼하기 위해서요?”

“이 양반이,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우리 딸하고 교제를 할 수도 있을 거 아녜요. 그러니까 당신은 그 사람이 오는 대로 거기 가봐야 하는 거예요.”

“내가 왜 그렇게 해야 되는 거요? 당신하고 애들이나 함께 가든지, 아니면 애들끼리만 보내지. 애들끼리만 보내는 게 나을 거요. 왜냐면 당신이 애들 못지않게 아름다우니까 그 남자가 당신을 좋아해버릴 수도 있잖겠소?”

“날 그렇게 치켜세워줄 필욘 없어요. 나도 옛적엔 미모로 한몫했지만 이젠 한물간 여자에 불과하잖아요. 다 커버린 딸이 다섯이나 되는데 내 미모를 생각할 겨를이 있겠어요?”

“하긴 딸들이 다 성장해버리면 이미 한물갔다고 봐야겠지.”

“그치만 당신은 빙리라는 사람이 왔을 때 꼭 찾아가봐야 하는 거예요.”

“내가 그런 일은 할 수 없을 거 같소. 정말이오.”

“그래도 우리 딸들을 생각해야 하는 거예요. 만약에 한 애가 그 사람과 결혼이라도 한다면 얼마나 좋을지 생각해보라고요. 윌리엄 경하고 루카스 여사도 그 일로 거기 가기로 했대요. 그 사람들이 새로 이사 오는 사람들 찾아가는 성격 아닌 줄은 알지요? 당신, 진짜로 가봐야 돼요. 당신이 먼저 가봐야 우리도 가볼 수 있잖아요.”

“당신, 너무 소심하군. 여하튼 빙리라는 사람은 당신이 가면 아주 반가워할 거요. 그 사람이 맘에 드는 우리 딸을 하나 찍으면 걔하고 결혼해도 좋다는 내 승낙을 서신으로 적어서 당신이 가져가면 될 거요. 난 리지가 선택됐으면 하고 바란다는 말을 넣게 될지 모르지만.”

“그렇게는 하지 말아요. 리지가 다른 애들보다 나은 데가 어디 있어요? 제인 반만큼도 안 예쁘고 리디아 반만큼도 재밌는 구석이라곤 없어요. 하여간 당신은 언제나 리지 편이군요.”

“딴 애들은 내세울 게 별로 없소. 하나같이 바보 같고 무식해요. 리지만큼은 다른 애들보다 영리한 데가 있어요.”

“당신, 어떻게 우리 자식들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나를 화나게 하는 게 재밌나 보군요. 내 신경 좀 건드리지 말아요.”

“내가 무슨 신경을 건드렸다고 그러는 거요? 내가 얼마나 당신 마음을 알아주는데. 20여 년 동안 당신을 얼마나 위해준지 모르는 거요?”

“어이구! 당신은 내가 무슨 일로 괴로워하는지도 몰라요.”

“그치만 당신이 전부 극복하게 될 거요. 그리고 오래오래 살면서 1년에 4천 파운드 버는 젊은이들이 한 스무 명은 이 근처로 이사 오는 걸 보게 될 거요.”

“설사 그런다고 해도 당신이 그들을 만나보지도 않을 텐데 스무 명이 온들 무슨 소용 있겠어요?”

베넷은 영리하기도 하고 빈정대기도 잘하고 과묵하기도 하고 변덕스럽기도 하는 등 복잡한 성격의 사람이라서, 23년을 같이 살아왔지만 그의 부인은 그를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의 부인 성품은 짐작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머리도 좋지 않고 아는 것도 별로 없으며 성질도 변덕스러웠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마구 신경질을 부렸다. 그녀의 인생 목표는 딸들을 좋은 데로 시집보내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여기저기 다니면서 지내는 것이었다.
 



제2장
 
 
 
베넷은 빙리를 가장 먼저 방문했던 사람들 중 하나였다. 사실은 방문하기를 고대하고 있었지만 아내에게만은 자기가 그런 데 가지 않겠다고 말하곤 했다. 그래서 아내는 그가 방문을 한 저녁때까지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둘째 딸인 엘리자베스가 모자를 손질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빙리라는 사람이 그 모자를 마음에 들어 하면 좋겠구나”라고 그가 불쑥 말했던 거다.

“우리가 그 사람을 만나보지도 않을 텐데 그가 뭘 좋아하는지 어떻게 알겠어요?” 엘리자베스의 어머니가 신경질적으로 대꾸했다.

“어머니는 잊어버리셨어요? 우리가 모임에서 그 사람을 만날 거고 롱 아주머니가 그 사람을 소개해주기로 약속했잖아요?”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롱 아주머니는 그런 일 해줄 사람이 아냐. 자기 조카가 둘이나 딸려 있다고. 이기적이고 위선적인 여자라서 믿을 수가 없어.”

“나도 그 여자는 안 믿소. 당신이 그런 말을 하는 걸 보니 내가 좀 안심이 되는군.” 베넷이 말했다.
 
베넷 여사는 거기에 대해서 아무 응수를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자기 성질을 죽이지 못하고 딸들 중 하나에게 야단을 치기 시작했다.

“키티, 제발 기침 좀 그만해! 내 신경 좀 건드리지 마. 속이 갈기갈기 찢어진다고.”

“걔가 조심성 없게 기침하는 때가 많긴 하지.” 아버지가 말했다.

“내가 뭐 좋아서 기침하는 줄 알아요?” 키티가 신경질적으로 대꾸했다.

“리지, 무도회가 언제 있는 거니?”

“15일 후에요.”

“그렇군. 롱 아주머니가 그 전날까지는 돌아오지 않을 테고. 그러니까 그 여자가 빙리를 소개시켜줄 수 없겠지. 자기도 모르는 남잔데.”

“그렇다면 당신이 먼저 그 여자한테 빙리를 소개시켜주면 되겠군.”

“말도 안 되는 소리! 내가 그 사람을 모르는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겠어요? 왜 당신은 사람을 놀리기만 해요?”

“당신이 주도면밀한 사람이란 점은 인정해야겠군. 근데 한 2주일 정도 알고 지내는 건 대수로운 게 아니지. 2주 동안에 사람을 제대로 파악할 순 없거든. 만약에 우리가 안 해도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해버릴 거요. 그래서 롱 아주머니하고 그 조카들이 기회를 갖게 되겠지. 그러니까 하는 말인데, 당신이 소개하지 않을 것 같으면 내가 직접 맡아서 해야겠소.”

딸들이 눈을 치켜뜨고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베넷 여사는 “그건 말도 안 돼요!”라고 소리쳤다.

“당신이 그렇게 소리 지르는 게 무슨 의미요? 사람을 소개시켜주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거요? 난 당신하고 생각이 달라요. 메리, 넌 어떻게 생각하니? 넌 사려 깊은 애고 좋은 책도 많이 읽었으니 딴 사람하곤 다를 거야.”

메리는 무언가 말을 하고는 싶었지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었다.

“메리가 무슨 말을 하기 전에 빙리라는 사람한테로 돌아가보자고.” 베넷이 말했다.

“이제 빙리 얘기는 하기도 싫어요!” 아내가 소리 질렀다.
“그것 참 성질하곤. 왜 진작에 그렇게 나오지 않았소? 오늘 아침에라도 그런 줄 알았더라면 내가 거기 가지도 않는 건데. 정말 재수없군. 그치만 이제 이미 엎질러진 물이 돼버렸으니 서로 모른 척 피할 수도 없을 테고.”

그가 기대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여자들의 반응은 놀랄 만했다. 그중에서도 베넷 여사의 놀라움이 가장 대단했다. 그렇지만 한바탕 기쁨의 소용돌이가 지나간 후에, 그녀는 자기가 이미 그런 일이 벌어질 줄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당신,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나도 결국 당신을 설득할 자신은 있었다고요. 당신은 우리 딸들을 너무 사랑하기 땜에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을 줄 알았어요. 나 지금 기분이 너무 좋아요. 오늘 오전에 거기 가보고선 그렇게 시치미를 뚝 떼다니, 정말 당신 속임수는 알아줘야겠네요.”

“그리고 키티, 이제 기침 마음대로 해도 된다.” 베넷은 이렇게 말하고서는 아내가 그처럼 좋아한다는 사실에 혀를 차면서 방을 나갔다.

“너흰 정말 훌륭한 아버지를 뒀구나. 그런 아버지한테 너희가 어떻게 보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한테도 말이다. 실상 우리 나이가 되면 이 사람 저 사람 새로 알고 지내는 게 그리 즐거운 일은 아냐. 하지만 너희들을 위해서 우리 두 사람은 무슨 일이든지 할 거야. 그리고 리디아, 넌 막내지만 무도회에서 빙리와 춤출 기회도 생길 거야.”

“아, 걱정 말아요. 난 하나도 두렵지 않아요. 내가 막내긴 해도 키는 제일 크잖아요.”

그날 저녁은 빙리가 베넷의 방문에 얼마나 빨리 답방을 할 수 있을지 추측해보고 빙리를 어느 때 저녁 식사에 초대할지를 결정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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