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신은 고양이

나단비 | 2024.02.02 15:48:24 댓글: 8 조회: 258 추천: 0
분류마음의 양식 https://life.moyiza.kr/freetalk/4545025
한 방앗간 주인이 자신의 전 재산인 방앗간, 당나귀, 그리고 고양이를 세 아들에게 유산으로 남겼다. 재산은 신속하게 분배되었다. 상속 재산이 얼마 안 되어 금세 없어져버릴 테니 공증인이나 변호사를 부를 필요도 없었다. 그냥 첫째 아들이 방앗간을, 둘째가 당나귀를, 막내는 고양이를 물려받았다.

막내아들은 자기가 물려받은 몫이 너무 보잘것없자 비탄에 잠겨 말했다.

“형들은 물려받은 재산이 있으니까 열심히 일하면 번듯하게 살아갈 수 있겠지. 하지만 나는 고양이 고기를 먹고 그 가죽으로 장갑이나 만들어버리면, 그다음엔 분명 굶어죽을지도 몰라.”

이 말을 들은 고양이는 아무 말도 못 들은 체하며 진지하고 성실한 태도로 말했다.

“주인님, 불안해하지 마세요. 제가 덤불 속을 쉽게 지나갈 수 있도록 작은 주머니와 장화 한 켤레를 마련해주세요. 그러면 주인님이 그리 손해본 것은 아니라는 걸 아시게 될 거예요.”

이런 말에 고양이 주인의 마음이 누그러진 것은 아니었지만, 막내아들은 교묘한 술책(발을 혼란스럽게 흔들거나 밀가루를 뒤집어쓴 채 죽은 것처럼 누워 있는 것)으로 고양이가 시궁쥐와 생쥐를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비참한 상황 속에서도 한줄기 희망의 빛을 보았다.

고양이는 부탁한 물건을 받자마자 재빠르게 장화를 신고, 작은 주머니를 목에 걸고는 앞발에 줄을 묶은 후, 토끼들이 많은 사육장으로 달려갔다. 고양이는 토끼풀과 상추를 작은 주머니에 약간 넣고서, 주머니 옆에 죽은 척 누워 있었다. 그러고는 세상살이에 경험이 없는 어린 토끼 한 마리가 주머니 안에 있는 것을 먹으려고 기어들어 올 때까지 기다렸다.

발을 막 내뻗은 고양이는 성공을 직감했다. 풋내기 어린 토끼 한 마리가 자루 안으로 폴짝 뛰어들었던 것이다. 꾀 많은 고양이는 즉시 줄을 끌어당기고 주머니를 움켜잡았다. 그리고 먹잇감에 대한 일말의 연민도 없이 토끼를 죽였다.




고양이는 노획물에 의기양양해하며 궁궐로 곧장 달려가서 왕께 알현하기를 청했다. 고양이는 접견실로 안내받아 들어서자마자 왕에게 고개 숙여 절을 하며 이렇게 아뢰었다.

“저의 주인이신 카라바 후작께서 주신 토끼를 폐하께 바칩니다. 저의 주인이 이 토끼를 폐하께 바치라고 지시하셨습니다.”(카라바 후작은 고양이가 자기 주인에게 붙인 이름이다.)

“너의 주인에게 전해라. 내가 고마워하더라고. 그리고 무척 기뻐했다는 말도 전해라.”

얼마 후, 고양이는 밀밭에 몸을 숨긴 채 주머니를 열어놓았다. 메추라기 두 마리가 주머니 안으로 날아들자, 고양이는 줄을 잡아당겨 메추라기 두 마리를 모두 잡았다. 그런 후에 고양이는 토끼를 잡았을 때처럼 메추라기도 두 마리 모두 왕에게 바쳤다. 왕은 메추라기를 고맙게 받았고 고양이에게 감사의 뜻으로 작은 기념품을 하사했다.

두세 달 동안 고양이는 계속해서 한두 종류의 사냥감을 항상 “자신의 주인이 잡은” 거라고 하면서 왕에게 바쳤다. 어느 날 왕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공주인 자신의 딸을 데리고 강둑을 따라 유람할 계획을 세우고 있음을 고양이가 알게 되었다. 그래서 주인에게 말했다.

“만약 주인님이 행운을 잡고 싶으시다면 저의 충고를 받아들이세요. 곧장 강으로 가서는 제가 가리키는 곳에서 수영을 하세요. 나머지 일은 저한테 맡겨두고요.”

카라바 후작은 어떤 행운이 자신을 기다리는지도 모른 채 고양이가 시키는 대로 했다. 그가 물속에 있는 동안 왕이 마차를 타고 지나갔다. 그러자 고양이는 숨이 차도록 소리쳤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저의 주인 카라바 후작님이 물에 빠졌어요!”

고함소리에 왕은 마차 창문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왕은 그 고양이가 여러 번 사냥감을 갖다준 고양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호위병들에게 급히 카라바 후작을 도우라고 명령했다.

호위병들이 불쌍한 카라바 후작을 구조하는 동안 고양이는 왕실 마차 쪽으로 다가가서 왕에게 자기 주인이 수영하는 동안 도둑들이 주인 옷을 모두 훔쳐가버렸는데, 고양이가 “멈춰라, 도둑놈들아!” 하고 외치면서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봤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아뢰었다. 하지만 사실은 이 영악한 녀석이 주인 옷을 바위 아래 숨겨둔 것이었다.

왕은 궁중 의복을 담당하는 신하에게 자신이 가진 가장 좋은 옷 중 한 벌을 카라바 후작에게 갖다주라고 지시했다. 왕의 멋진 옷은 카라바 후작에게 너무 잘 어울렸기 때문에(그는 잘생기고 위엄 있었다) 왕은 그를 여러 번 치하했다. 왕의 딸은 후작에게 무척 호감을 갖게 되었다. 카라바 후작이 공주 쪽으로 정중하고 다소 다정한 눈길을 두세 번 보내자, 그만 공주는 정신없이 사랑에 빠져버렸다.

왕은 카라바 후작을 마차에 태워 유람에 동행하도록 하였다. 고양이는 자신의 계획이 성공한 것에 기뻐하며 앞서 달려갔다. 들판에서 풀을 베는 몇몇 농부들을 만나자 고양이가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내 말을 잘 들으시오. 여러분이 풀을 베고 있는 이 들판이 카라바 후작의 것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여러분은 모두 고기 토막처럼 조각조각 썰리게 될 것이오!”

왕은 농부들이 풀을 베고 있는 들판이 누구 소유인지 물어보았다. 고양이한테 이미 겁을 먹은 농부들은 “이 들판은 우리 주인이신 카라바 후작님의 토지입니다” 하고 모두 함께 대답했다.

“그대는 굉장히 실속 있는 재산을 가지고 있군.”

왕이 카라바 후작에게 말했다.

“폐하, 보시는 바와 같이 이 들판에서 매년 풍부한 곡식이 나옵니다.”

카라바 후작이 대답했다.

영악한 고양이는 계속 마차를 앞질러 갔다. 고양이는 수확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이렇게 말했다.

“선량한 여러분, 내 말을 잘 들으시오. 당신들이 수확하고 있는 이 밀밭 전체가 카라바 후작님의 것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여러분은 모두 고기 토막처럼 조각조각 썰리게 될 것이오!”

잠시 후 마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왕이 근처에 있는 밀밭을 소유한 이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했다.

“이 밀밭은 모두 카라바 후작님의 것입니다.”

수확하고 있던 사람들이 대답하자, 왕은 한 번 더 카라바후작에게 찬사를 보냈다.

이런 식으로 영악한 고양이는 계속 마차를 앞질러 갔고,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똑같은 말을 했다. 왕은 카라바 후작이 소유한 어마어마한 재산에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마침내 고양이는 재산이 상당하다고 소문난 괴물이 소유하고 있는 아름다운 성에 도달했다. 왕이 여행하며 통과했던 모든 지역은 괴물의 땅이었다. 이 괴물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미리 알아보았던 고양이는 성주에게 알현을 청하고, 성에 가까이 왔으면서 성주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괴물은 괴물치곤 정중하게 고양이를 들여보내고는 자리에 앉으라고 권했다.

고양이가 말했다.

“성주께서는 어떤 동물로도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셨다고 하던데요. 이를테면, 사자나 코끼리로 바뀔 수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사실이오. 사자로 변신하여 당장 증명해 보이리다.”

괴물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고양이는 자기 앞에 있는 사자를 보고 깜짝 놀라서 즉각 낙수 홈통을 타고 지붕 위로 급히 도망쳤다. 지붕을 걷기에는 장화가 불편했기 때문에 고통과 위험이 좀 따랐다.

잠시 후 고양이는 괴물이 본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을 확인한 후, 날쌔게 아래로 내려와서 자신이 무척 놀랐음을 인정했다. 고양이가 다시 물었다.

“좀처럼 믿을 수 없는 얘기인데, 성주께서는 작은 동물로도 변신할 수 있다고들 하더군요. 예를 들면 시궁쥐나 생쥐로 변신할 수 있다고 하던데, 제 생각엔 그건 정말 불가능할 것 같거든요.”

“불가능하다고? 한번 보시오.”

괴물이 대답했다. 그 순간 괴물은 생쥐가 되어 마룻바닥 위를 내달렸다. 고양이는 생쥐를 보자마자 갑자기 덤벼들어 잡아먹어버렸다.

그러는 동안 왕은 마차에서 괴물의 아름다운 성을 바라보다가, 한번 안으로 들어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도개교 위로 마차바퀴가 굴러오는 소리를 들은 고양이는 마중하러 달려나가서 왕에게 아뢰었다.

“폐하, 카라바 후작님의 성에 오심을 환영하옵니다!”

“뭐라고? 카라바 후작, 이 성도 그대 것인가?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과 건물들은 본 적이 없소. 괜찮다면 안으로 들어가보고 싶소!”

왕이 외쳤다.

카라바 후작은 공주의 손을 잡고, 왕을 따라 계단을 올라갔다. 그들이 커다란 홀에 들어섰을 때, 괴물이 친구들을 위해 훌륭한 식사를 차려둔 것을 보았다. 괴물의 친구들은 그날 그 자리에 오기로 되어 있었지만 왕이 거기에 있는 것을 알고는 감히 들어가지 못했다.

왕은 그와 정신없이 사랑에 빠진 딸과 마찬가지로 카라바 후작의 여러 면에 매혹되었다. 후작이 소유한 재산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된 왕은 포도주 대여섯 잔을 연거푸 마신 후 이렇게 말했다.

“카라바 후작, 나의 사위가 되어주겠나? 그건 모두 자네에게 달려 있네.”

깊숙이 절을 한 카라바 후작은 왕의 영광스러운 제안을 받아들였다. 바로 그날 그는 공주와 결혼했다. 신분 높은 영주가 된 고양이는 이제 기분전환을 하고 싶을 때를 제외하고는, 다시는 쥐를 잡으러 다닐 필요가 없었다.


추천 (0) 선물 (0명)
첨부파일 다운로드 ( 1 )
다운로드 (7).jpeg | 71.8KB / 0 Download
IP: ♡.252.♡.103
cpdjaosxlah (♡.232.♡.221) - 2024/02/02 15:55:11

권모술수에 능통한 고양이!!!

나단비 (♡.252.♡.103) - 2024/02/02 16:00:49

고양이 한 마리 키우세요~~

cpdjaosxlah (♡.232.♡.221) - 2024/02/02 16:03:44

네,기회만 되면 너무 좋죠~ 님은 애완동물 키우시나요?

나단비 (♡.252.♡.103) - 2024/02/02 16:06:48

고양이를 좋아하시나요? 님은 대단히 좋은 분이군요~

cpdjaosxlah (♡.232.♡.221) - 2024/02/02 16:09:40

어릴적에 집에서 강아지,닭,토끼 키우고 지붕엔 고양이 엄청 많앗어요, 거짓말같겟지만

나단비 (♡.252.♡.103) - 2024/02/02 16:10:24

저와 비슷한 어린 시절을 보냈군요.

cpdjaosxlah (♡.232.♡.221) - 2024/02/02 16:13:16

하지만 저 때 우리집은 도시에 잇엇다는거~ 재밋는게,저때 저녘 먹구 강변에 산보하러 가시는 분들이 다 우리 집 앞에서 잠깐씩 멈춰서 동물을 잠깐식 구경햇던 기억이 새삼 떠오르네요

나단비 (♡.252.♡.103) - 2024/02/02 16:18:54

동화같은 어린시절을 보냈네요.

975,007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크래브
2020-06-28
11
354624
크래브
2020-05-23
3
297912
크래브
2018-10-23
9
325105
크래브
2018-06-13
0
360110
배추
2011-03-26
26
684261
닭알지짐닭알지짐
2024-03-14
1
267
닭알지짐닭알지짐
2024-03-14
1
234
스으윽
2024-03-14
0
234
강자아
2024-03-14
0
162
NiaoRen
2024-03-14
0
170
봄의정원
2024-03-14
1
218
NiaoRen
2024-03-14
0
177
ccl888
2024-03-14
0
300
타니201310
2024-03-14
3
338
은뷰뷰ty
2024-03-14
0
250
닭알지짐닭알지짐
2024-03-14
0
276
스으윽
2024-03-14
2
241
닭알지짐닭알지짐
2024-03-14
0
277
스으윽
2024-03-14
0
232
닭알지짐닭알지짐
2024-03-14
0
268
에이플라워
2024-03-14
0
228
똥낀도넛츠
2024-03-14
0
302
눈사람0903
2024-03-14
0
241
코테츠
2024-03-14
0
304
닭알지짐닭알지짐
2024-03-14
0
310
에이피피
2024-03-14
0
275
에이피피
2024-03-14
2
187
에이피피
2024-03-14
0
279
눈사람0903
2024-03-14
0
270
믿음에서
2024-03-14
1
275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