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2박3일 동안 그 사람과의 세번째 만남은 없었다.
인연이 아닐까 살짝 기대를 해보았지만 그런 일은 나한 테 오
지 않았다.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고 여행에서의 모든 게 한여름 밤
의 꿈이 되였다
- 지이잉~ 지이잉~ -
< 잘 놀고 왔냐? >
< 피곤하다 >
< 출근은? >
< 지금 출근 중 >
< 이번주말 약속 잊지 않았지? >
< 아! 맞다. >
< 야 너는........>
여령의 한바탕 잔소리가 휘몰아 치고 나서야 겨우 전화를 끊
을 수 있었다.
퇴근 후 오랜만에 백화점에 들렸다. 숙녀 옷 매장에 들어와 마
네킹이 입고 있는 타이트한 원피스를 골라 갈아 입고 거울 앞
에 서는 순간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마치 엄마 옷
을 훔쳐 입은 중학생이 거울 앞에 서있는 거 같았다.
오래전부터 한번쯤 입어 보고 싶었던 옷이지만 매번 거울 앞
에 서는 순간 이런 옷을 입고 사람들 앞에 나설 용기가 나지 않
는다.
오늘도 역시 입어만 보고 다시 벗었다. 그리고, 섹시하지는 않
지만 무릎 위로 살짝 올라온 치마 반바지와 하얀색 나시 블라
우스를 입어 보았다.역시 나한테는 섹시스타일 보다 청순 스
타일이 어울리는 거 같다.
집에 일찍 들어가기 싫어서 일부러 여기저기 목표없이 걸어 다
니다 시간이 늦어서야 집으로 향했다.
매번 여행을 다녀오거나 친구가 집에 다녀 가면 몇일 동안은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 진다.
< 멍 멍 멍 >
오늘도 치코는 내 발자국 소리를 듣고 문 앞에서 꼬리를 흔들
며 나를 반긴다. 다행히 이 녀석이 우리집으로 온 이후로 내 외
로움이 반으로 줄어 든 거 같다.
예전 같으면 불도 안 켜고 어두운 거실 소파에 몇 시간씩 멍하
니 앉아 있었을 텐데 말이다.
- 딩동 -
핸드폰 문자소리를 듣고 치코가 내 가방에서 핸드폰을 물어가
져온다.주말에 맞선 보기로 한 남자다.
< 제가 너무 늦게 문자 한건 아니죠? >
< 네, 괜찮습니다. >
< 어떤 음식 좋아하세요? 양식? 중식? 일식? 한식? >
< 아~ 저는 아무거나 다 괜찮습니다. >
< 허허 아무거나 그거 제일 어려운 메뉴인데 >
< 진짜 저는 다 괜찮습니다 >
< 그럼 제가 알아서 잘 예약하도록 하게요 >
< 네. 수고하세요 >
문자 도중 나는 잠깐 그 사람의 프로필 사진을 보았다. 처음 추
가했을 때 그냥 캐릭터 사진이었는데 지금 보니 두 남자가 나
란히 서있는 사진으로 바뀌어 있었다. 한사람은 두꺼운 니트
에 모자를 꾹 눌러쓰고 목도리로 얼굴을 칭칭감아 얼굴을 확
인 할수가 없었고 그 옆에 사람은 청바지에 반팔 티를 입은 너
무나도 선한 인상을 지닌 사람이었다.
여름에 찍은 건지 겨울에 찍은 건지 두 사람 중 누구일까? 궁금
했지만 얼마전 밑바닥 까지 깨끗하게 써버린 용기 때문에 물
어 보지를 못했다.
주말
나는 지금 한시간 째 머리를 풀었다, 묶었다, 웨이브를 넣었 다
를 반복하다 약속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나서
야 머리에 살짝 웨이브만 주고 전 번날 새로 구매한 옷을 입고
부랴부랴 약속 장소로 향했다.
내가 사는 지역에 모든 커플들이 뽑은 데이트 장소 1위 *** 에
도착 했다.
어제 프로필 사진에서 보았던 남자를 찾아 헤매는데 왼쪽 창
가 쪽에 하늘색 셔츠를 입고 휴대폰을 손에 든채 활짝 웃는 반
듯하게 생긴 남자가 나를 보며 손을 흔든다.
가까이에서 보니 어제 사진에서 보았던 반팔 티를 입은 선한
인상의 그 남자였다.
< 안녕하세요 김필 입니다.>
< 안녕하세요 윤하나 입니다.>
맞선의 첫번째 단계인 인사가 끝나고 우린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 제가 하나씨 사진보고 이상형이라고 여령이 보고 소개 시켜 달라고 졸랐는데.>
< 네. 얘기 들었어요. 근데 사진이랑 실물이랑 많이 다르죠? 하하하>
< 많이는 아니고 조금... 흐흐흐 >
<.......>
와~ 너무 솔찍 한거 아닌가?
<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실물이 더 예쁜데... >
오우 이 남자 머 좀 아는구나. 거짓말 인걸 알면서도 여자는 이런 말에 기분이 좋아진다.
< 김필씨 위챗에 프로필 사진 여름 에 찍은 건가요 ? 아님 겨울? >
<그거 합성인데..>
< 네? 합성을 너무 완벽하게 했네요.>
<내가 어느 쪽인지 궁금했어요? 아님 계절이 궁금했어요? >
< 아,,,, 음,,,,흐흐 둘다요 >
<그럼 물어보지 그랬 어요. 제가 일부러 하나씨가 궁금해 하도
록 그 사진 올리고 언제 물어 볼까 기다리고 있었는 데 >
이 남자 머야? 생긴 거와 다르게 너무 재미있는 사람 인거 같다
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서로 자연스럽게 얘기 하다 보니 어느새 주문한 음식이 나왔
고 그 사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서먹하지 않게 분위기를 계속
리드해 나갔다.
여령의 말처럼 꽤 유머 스럽고 매너 있는 남자 같았다.
< 저녁에 영화까지 보려 그랬는데.>
< 죄송해요. 제가 오늘 저녁 근무 인걸 미리 얘기 들였 어야 하
는데>
< 아니에요, 담에 보면 되죠, 제가 모셔다 드릴께요 >
<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
< 제가 가는 곳까지 모셔다 드리고 싶어서 그래요 >
거절을 못한채 처음 만남에 어쩌다 그 사람 차를 타고 출근 하
게 되였다. 그는 매너 있게 조수석 문을 열어준다.
이런 친절함, 기분이 좋았다.
< 오늘 주말인데 생각보다 차가 않막히네요>
< 이쪽 가는 길 원래 차가 잘 막히지 않아요.>
< 차가 많이 막혔으면 했는데... 좀 아쉽네요. >
< 네? >
< 하하 아니에요 >
그때 까지 그 말의 뜻을 몰랐다. 그 사람이 떠나고 혼자 병원 엘
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다 아까 차에서 했던 김필씨 말이 다
시 생각 났다 그리고 그제 서야 이해하고 혼자 얼굴을 감싸고
키득키득 웃었다.
병원
< 오늘 퇴원한 환자는 없고 입원한 환자 3명 그중 1명은 오전
에 수술을 했고 지금쯤 아마 통증이 많이 심하 실 꺼에요, 한시
간전 진통제를 투여 했고요 >
< 오 알았어. 빨리 퇴근해 >
< 오늘 수술한분 성격이 많이 까칠해요. 근데 잘 생기셨어요 호
호호호. >
< 잘생기면 머하나 성격 좋아야지 >
<언니도 보면 깜짝 놀라 실거에요. 그리고.....................>
최간호사는 오늘 입원한 환자의 얼굴 얘기만 잔뜩 늘여 놓더
니 약속 있다며 먼지만 남기고 홀연히 퇴근 해버렸다.
최간호사와의 교대를 마치고 오늘 수술한 환자의 혈압 체크를
위해 601호 병실로 향했다.
< 환자분 혈압체크 할께요 >
<.....>
자고 있나 싶어 오른쪽 팔을 살짝 댕겨 혈압을 체크 하려 는데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뜬다.
<깜짝이야 >
그 사람의 얼굴을 보는 순간, 하마 트면 혈압기를 바닦 에 떨어
뜨릴 뻔했다.
그도 놀랐는지 연속 눈만 깜빡인다.
이 사람과 이런 식으로 만나게 될 거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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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나..설마 비행기 그 남자?ㅎㅎ역시 두사람은 인연이엿네요...두사람이 잘됏으면 좋겟어요..
ㅋㅋㅋ두사람 잘됬으면 좋겟어요? ㅎㅎㅎ 글쎄요...
ㅎㅎ 3집올렸넹ᆢ^^햐...인연이란
ㅎㅎ 하 인연이란. ㅋㅋㅋ댓글이 웃겼습니다.
제밋는 글 잘 읽었습니다.인연이란게 이런건가요 ㅎㅎㅎ
인연이란 만들어 가는거 아닐까 싶음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