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야기

퍼스트펭귄 | 2020.11.12 21:26:33 댓글: 15 조회: 1845 추천: 3
분류실화 https://life.moyiza.kr/mywriting/4196930
2000년 중반 아버지가 한국을 오시게 됐다. 그땐 나나 누나 둘다 미혼이였다. 아버지는 자식들이 곧 시집장가를 갈텐데 부모로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것에 항상 마음이 편치 않아 계셨다. 

나는 자식들이 컸으니 알아서 시집장가를 가는 것이지 부모가 보내주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고집을 당해내진 못했다. 

결국 아버지는 한국에 나오시게 됐고 순수하고 고지식했던 아버지는 한국 생활에 쉽사리 적응을 못하셨다. 돈을 빌려주고 못받고, 일을 해주고 금방 준다는 사탕발린 말을 믿고 못받고...2년을 일하셨는데 고생만 하시고 남는 돈은 없었다. 그리고 못받은 돈 대신 돌아온 건 끔찍한 병이였다.

난 그때 중국에 있었고 누나는 한국 유학중이였다. 지하철역에서 갑자기 쓰러지셔서 병원으로 옮겨졌다는 전화를 받고 누나가 달려갔다. 병명은 선천성 심장판막증으로 인한 심부전증... 알아듣기 쉽게 말하면 보통 인간의 심장판막은 4개의 날개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버지는 태어나실 때부터 세개였다.

심부전은 심장이 이젠 심장기능을 어느정도 상실한 상태를 말한다. 판막의 날개가 세개다보니 피가 미세하게 역류를 하면서 만성으로 번져서 심장이 부어서 더이상 수축의 힘이 사라지는 것이였다. 거기다 술까지 좋아하시니 상태가 말이아니였다.

심장수축의 힘이 없으니 대뇌로 가는 피의 량이 줄면서 현기증이 나고 자꾸 쓰러지게 된다. 거기에 술을 자주 마시면 피가 맑지 않고 침전상태의 물질들이 혈관에 쌓이면서 피의 흐름을 저애한다. 그 막힌 혈관이 심장쪽에 있으면 소위 冠心病이고 대뇌쪽에 있으면 뇌졸증(치매) 등이 온다.

당장 수술을 해야 되는데 开胸이라 수술비가 어마어마했다. 수술비 걱정보다는 사람을 살리는 게 우선이 아닌가?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해준 것도 없는데 큰 부담까지 주게 됐다고 수술을 거절하셨다. 차라리 죽더라도 자식들한테 부담을 줄 수는 없다고 하셨다... 

누나의 설득이 안먹혔다. 그리고 누나도 여자인지라 수술 내용을 들어보니 놀라서 쉽사리 결정을 못내렸다. 수술 중 연세가 있으셔서 사망할 수도 있다고 했단다. 누나는 중국에 있는 나를 불러들였다. <그래도 니가 아들이니 니가 설득을 해봐!>라고...

아버지의 진단서를 가지고 바로 연길에서 심양영사관으로 달려갔다. 영사한테 직접 요청문까지 써서 제출을 했다. 다음날 바로 두달짜리 비자가 나왔다.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아버지를 설득시켰다. (아버지는 죽더라도 제가 장가 가고 손자 낳는거 보고 죽어야 됩니다~ 수술 하세요~)의외로 아버지는 내말을 들으셨다. 

난 다시 보호자신분으로 주치의 수술내용에 대해 들어봤다. 심폐소생기- 즉 심장을 꺼내고 2~3시간 동안 기계가 심장역할을 대신 해주고 그 시간동안 판막을 돼지조직과 스테인리스 판막 중 하나를 접합하는 식이였다. 

처음에는 경악했다. 의술이 아무리 발전했다해도 심장을 밖으로 떼낸 상태에서 기계가 유지를 해준다는 것은 믿기지가 않았다. 그러나 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래 돌아가시나 수술하다 돌아가시나 매마찬가지인데 사망신고를 받고 두달짜리 시한폭탄을 안고 사느니 시도는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수술날짜가 잡히자 나는 다시 수술비를 마련해야 했다. 누나는 학생이라 돈이 없었고 수술비는 당시 한화 1500만원이였다. 나는 자선단체, 교회 등 렴치를 무릅쓰고 18군데인가 도움요청을 보냈다. 아니 발로 직접 뛰였다.

고마운 건 그 중에 두군데 단체에서 수술비를 지원해 줬다. 결국 1500만 중에 내가 부담할 돈은 200만 정도였다. 그 때 나는 느꼈다. 참 아름다운 분들이 많구나...세상은 아직 그렇게 각박하지는 않구나...나도 이젠 남을 도우며 살아야겠구나...도움을 받는 사람의 심정은 이런 거구나...

수술은 의외로 길게 이어졌다. 중도에 출혈이 많아서 당장 헌혈자가 필요했다. 난 A형이였고 아버지는 O형이였다. 병원은 방송을 때렸다. 난 또다시 놀랐다. 건장한 사내들이 나서서 헌혈을 해주더라... 고마운 분들 어디에 계시든 복받으실겁니다.

수술은 성공적이였고 아버지는 며칠째 중환자실에서 계시다가 결국 깨어나셨다. 그렇게 아버지는 다시 살아나셨고 나의 결혼식은 물론 우리 딸도 안아보셨다.

그 후 13년도 초에 결국 술로 인해 돌아가셨다. 피곤하셨는지 다시는 깨지 않으셨다. 아들로 생겨서 아버지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한번도 못해본 내가 원망스럽다. 
(아버지! 어디에 계시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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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그까짓것 (♡.38.♡.17) - 2020/11/12 21:41:02

이런 사연 품고 있었음가 ㅜㅜ

먹먹해남다

퍼스트펭귄 (♡.213.♡.12) - 2020/11/12 21:50:34

아픈 사연은 차고도 넘치오 ㅎㅎ

행복그까짓것 (♡.38.♡.17) - 2020/11/12 21:41:22

쎄기 매짬다 ^^

꿈별 (♡.48.♡.20) - 2020/11/12 21:41:28

고생했슴다 삼추이 사회생활 잘햇네~~화이팅

퍼스트펭귄 (♡.213.♡.12) - 2020/11/12 21:50:57

고맙소 ㅎㅎ

요얼쥬쥬 (♡.190.♡.158) - 2020/11/13 03:59:24

고생 많이 햇겟네요.
일처리 하는거 봐선
참 머리가 좋아 보이네요.
가족모두
쭉 ㅡㅡㅡ행벅하쇼ㅡ

퍼스트펭귄 (♡.213.♡.12) - 2020/11/13 07:23:30

감사합니다.

해피투투 (♡.43.♡.216) - 2020/11/13 12:39:32

너무 고생많으셨습니다.
지금이야 옛말이라 짧겠지만 그때 당시 얼매나 고생이 많았겠음까.

정말 천사같은 좋은 분들이 많으셔서 이 험악한 세상 또한 따뜻하지요. 절박할 때 무심코 내민 타인의 그 暖手는 정말 두고두고 감사함데다

퍼스트펭귄 (♡.204.♡.83) - 2020/11/13 17:56:45

내 운이 좋았나 보오

화이트블루 (♡.96.♡.175) - 2020/11/13 15:18:34

대한민국에 좋은사람 따뜻한 분들이 분명 더 많습니다.

퍼스트펭귄 (♡.204.♡.83) - 2020/11/13 17:57:11

그런 의식을 가진 분들이 생각보다는 많습데

xiaohuazhu16 (♡.27.♡.95) - 2020/11/13 19:52:48

아버지...
제목부터 기분이 울적해지는데....
많이 많이 행복하셔요

퍼스트펭귄 (♡.213.♡.12) - 2020/11/13 23:20:00

감사함다

찐이야 (♡.97.♡.217) - 2020/11/14 07:21:02

지하철에서 읽다가 울었슴다..

댓글은,,뭐라고 달아야 할지..

퍼스트펭귄 (♡.39.♡.174) - 2020/11/14 08:40:12

부단장동지 왔소? 감성이 풍부하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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