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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길시 신화서점 조선말 도서

외할머니----1

내고향제일 | 2021.03.15 19:33:58 댓글: 2 조회: 1565 추천: 1
분류수필·산문 https://life.moyiza.kr/mywriting/4238789

어제밤 꿈에 외할머니를 보았다. 나의 잠옷을 입고 외가집 문어구에 서있있다. 대문쪽을 바라보고있는 모습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것 같아서 누구를 기다리냐 물으려고 했는데 벌떡 잠에서 깼다.

그 잠옷은 내가 옛날에 입던거다. 적어도 십년은 된것 같다. 고향에 가져가 입은 기억이 없다. 물론 낡아서 던진지 오래된다. 50년대 흑백영화처럼 희미한거 봐서는 날이 어두운것같은데 저녁인가? 아니면 새벽인가? 나는 애써 꿈을 되새겨보며 그안에서 더 많은 단서를 찾아내려 하였지만 그외에는 생각나는게 없다. 너무 짧은 꿈이였다. 외할머니가 나의 잠옷을 입고 꿈에 나타난건 나한테 무엇을 전하려는걸가? 심천의 봄, 매일 아침 다섯시경이면 귀찮게 우는 소음뻐꾸기(噪鹃鸟)가 아직 울기 시작하지 않는것으로 보아 아침은 된것같지 않다. 나는 다시 두눈을 감고 회억의 소용돌이에 휘말려들어갔다.

나의 외할머니는 성봉희라고 부르는데 1931년 음력11 21(양력1229) 한국의 경상북도에서 태여났다. 외할머니는 형제중 둘째로 태여나 우에 언니가 있고 아래에 남동생과 녀동생 사형제이다.

30년대말, 10살도 안된 어린 나이에 전쟁과 가난에 쫓기워 부모형제들과 함께 고향을 떠나 조선반도북쪽(지금의 북조선)에서 일년나마 떠돌아다니다가 압록강을 건너 중국에 넘어오게 되였고 또 한동안 동북에서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다가 흑룡강성 목단강시 동경성진 (东京城镇) 연화촌(莲花村)에 와서야 비로서 안정된 생활을 시작하게 되였다.

1948년 녕안현(宁安县)이 해방된후 녕안현에서는 전면적으로 성인문맹퇴치반(成人扫盲班)을 꾸려 글을 모르는 사람들이 낮에는 일을하고 밤에는 야간학교에서 자기민족의 글을 배우게하였다. 외할머니도 야간학교에서 글을 배우게 되였고 그후에 야간학교의 선생님으로 있으며 역시 야간학교의 선생님으로 있은 외할아버지를 알게되였다. 이쁜 첫사랑이 열매를 맺어 열여덟살 꽃나이에 결혼까지 이르게 되였다. 결혼하여 얼마 지나지않아 어머니가 태여나서 빈곤한 가정에도 그마나 웃음기가 돌게 되였다.

어머니가 3살되던해에 감기도 적었던 외할아버지가 아무 예고없이 쓰러졌다. 뇌막염이란다. 청천벼락이였다 외할아버지는 맏이로 태여나 아래에 열살나마되는 녀동생이 셋이 있었다.

목단강시병원에 가면 살릴수 있단다. 지금은 뇌막염에 사용하는 항생소(抗生素)나 면역력(免疫力)에 관한 약들도 흔하고 중국도 인도주의정신으로 급병은 병을 보이고 돈을 낼수도 있지만 그때는 아무리 위급한 병도 돈을 내야지 병을 보일수있다. 병원이든 백성이든 전혀 여유가 없었던 나날에 어찌할수없는 일이였다. 부모가 외동아들을 살리려고 여기저기 발에 불이 나게 뛰여다녔지만 돈을 구할수 없었다. 비록 중국이 해방되였지만 십여년의 외래침략전쟁과 내전을 거친 동북의 이 작은 마을은 나무껍질이던 풀이던 먹을수 있는것은 닥치는대로 먹어야 살아나갈수있는 형편인데 병치료할 돈이 어디 있겠는가.

온가족이 애간장이 끓는 통곡외에는 아무것도 할수 없었다. 기적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기적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렇게 나의 친외할아버지는 스무살나마된 나이에 뇌막염으로 세상을 떠났다.

우연히 그때 일을 끄집어내도 외할머니는 종래로 그일에 대해서 긴말이 없다. 기껏해야 깊은 한숨을 쉬며 내 하늘이 무너졌다고 하셨다. 22살 어린나이에 남편을 잃는 생사를 겪고 마음이 오죽했으랴.

이듬해에 외할머니는 다른 사람의 소개로 연화촌에서7키로메터가량 떨어진 향수촌(响水村)에 살고있는 외할아버지를 만나게 되였고 외할머니는 어머니를 데리고 향수촌에서 새로운 가정을 이루게 되였다. 그후 어머니한테는 남동생 넷과 녀동생 하나가 있게 되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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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136.♡.171
눈부신해님 (♡.136.♡.144) - 2021/03/17 09:15:59

외할머 자전 실감나게 잘 쓰셨습니다

galaxy4 (♡.98.♡.82) - 2021/03/31 12:17:35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 일들을 잘 알수 있는 작가님이 대단합니다.
저는 할아버지 생전에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묻지 않는것이 매우 후회됩니다.
아버지로부터 매우 적은 가족의 역사를 알고 있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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