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랑 헤여지고 싶어 (7)

카풋치노 | 2021.02.13 18:24:00 댓글: 3 조회: 2692 추천: 5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228919
7. 동행



"한가지만 더 할가? "
"머 더 먹고싶어? "
"냉채가 없네~오빠 좋아하는 오이무침하가? "
"됐어, 둘이서 이 많은걸 언제 다 먹어"
남편은 웃으며 한상 가득하게 차려놓은 음식을 보며 말한다. 

오랜만에 일찍 퇴근해서 집에 들어온 남편한테 맛있는 집밥을 해준다고 여러가지 음식들을 많이 만들었다. 
남편이 좋아하는 향채도 볶음채마다 듬뿍 넣었다. 

"어때? "
"음~식당차려두 되겠다, 맛있네"
남편은 엄지척까지 해주며 맛있게 먹어준다. 

요리실력이 그다지 좋지않은걸 내가 아는데 그래도  맛있게 먹어주는 남편을 보니 기뻤다. 
이런 사소한 일에도 행복감을 느낄수있고 사실 나는 이런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남편이 밥그릇 한공기를 거의 다 비워가고 있을때 전화벨소리가 울렸다. 
남편은 핸드폰을 들고 베란다로 나가는것이였다. 

잠시후 통화를 끝내고 들어오더니 내 눈치를 살핀다.
"잠간 나갔다 와두 될가?"
"어디?"
"그게... 휴...잠간 갔다오게"
"알았어"
말을 선뜻하지 못할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불안한 마음이 컸지만 나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허겁지겁 외출복으로 챙겨입고 나가는 그를 배웅해줬다. 
남편은 문앞에서 머뭇거리다가 나를 한번 더 쳐다보더니 나갔다. 
문이 닫치는 소리와 함께 내심장이 벌렁벌렁 거린다. 
그런데 문이 다시 열리더니 이밤중에 나를 혼자 집에 두고 나갈줄 알았던 남편이 다시 나타나는것이였다. 
"같이 갈래? "

나는 아무것도 묻지않았고 남편도 아무말도 없이 운전하고 한참을 달리더니 낯선 아파트앞에서 멈췄다. 

차에서 내리기전 남편이 드디여 말을 꺼낸다. 
"그친구집에 가는건데 같이 올라갈래 아니면 여기서 잠간 기다려줄래? "
"이유는? "
"도움이 필요하대, 혼자 오려구 하다가 당신한테 숨기고 싶지않아서... "
"왜 하필 오빠를 불렀대? 그렇게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나보네..."
"미안하다"
나는 남편 얼굴조차 쳐다보고 싶지않아 창밖으로 머리를 돌렸다. 

마음이 여린 사람인데 오죽했으면 자기 와이프를 끌고 옛여친을 찾아왔을가... 
거절하기 무척이나 힘든 모양이 였겠지... 
어쩌면 남편은 나보다 더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닐지도... 

나는 남편뒤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14층에 올라갔다. 

산만한 옷차림으로 문을 열고 나오는 그여자와 처음 눈길이 마주치던 순간 나는 남편이 거절를 못하고 여기까지 오게된 이유를 알거 같았다. 
얼마나 울었는지 그녀는 퉁퉁 부어있는 눈으로 남편뒤에 서있던 나를 발견하더니 많이 놀란 모양이다. 

"들어오세요 "
나를 보며 하는 얘기다. 

집안에 들어가니 아수라장이 되여있었다. 
방안은 누군가와 다툰 흔적들이 여기저기 보였고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참혹한 다른 세상을 보는듯했다. 

"준수야, 그사람이 연이를 데려갔어, 어떻하니? 나 좀 도와줘, 꼭 연이를 찾아줘, 나 연이 없으면 못살아, 다른건 다 필요없어, 연이만 같이 살게 하면 그사람이 원하는대로 다 할수있어"
그녀는 남편한테 매달려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가엾은 사람에게는 미운 구석이 꼭 있다는데 정작 내앞에서 불쌍한 모양을 드러내는 그녀를 보고있으니 지금은 미워할수가 없었다. 

"나 내려가 있을게, 얘기하구 와"
남편이 잡는 손을 뿌리치고 그집을 나왔다.
그런 공간에 더 있다가는 내가 숨이 멎을것 같았다. 

오늘따라 바깥공기가 왜 이리 차가운걸가... 
차안에 들어가 있으려다가 마음을 바꿨다. 

아파트 근처에서 조금 더 걸어나오니 맥주빠가 보이길래 겁도 없이 혼자 들어갔다. 

전에 영미랑 두어번 가봤던 맥주빠와는 달리 분위기가 고품격인 곳이였다. 손님은 많지 않았고 다행이 나처럼 혼자 와서 앉아있는 손님도 간혹 보였다. 
나는 구석쪽 자리를 택하고 앉아 맥주한잔 시켜놓고 마음을 진정시켰다. 

별의별 일도 다 있구나 싶은게 영화를 찍어도 될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에 너털웃음이 났는데 더더욱 영화같은 장면이 또 나타나는것이였다. 

속으로 대박을 여러번 외치면서 그가 나의 맞은편에 앉아있을때까지 멍해서 쳐다만 봤다. 

"혹시 나 미행하세요? "
믿을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런데서 또 만나다니... 
"하하, 그렇다면요? "
"무서운 사람이군요, 신고해야지"
"주현씨야말로 요즘 부지런히 내앞에 나타나네요"
그는 손에 들고 왔던 맥주를 들이키며 그윽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눈빛이 마음에 안든다던 누구의 말이 떠올랐다. 

"오늘 참 역같은 날이네... "
"와~주현씨 그런말도 할줄 아네요, 누구한테는 역같은 날이 누구한테는 설레는 날일수도 있죠. "

한잔 두잔 세잔... 잘두 넘어가는게 맛도 좋았다. 
한잔 더 마시려고 맥주잔을 드는데 호철이는 잔을 뺏더니 말린다. 
"그만 뚝! 기분 나쁠때 마시는 술은 독이라는데 오늘은 이정도면 됐어요. 다음에 마시고 싶을때 다시 불러요, 같이 마셔줄테니"
"딱 한잔만 더요"
호철이는 내가 마시지 못하게 남은 술을 자기가 다 비우는것이였다. 
"칫! "

나는 알딸딸한 기분으로 잔잔하게 들려오는 노래소리에 귀를 기울렸다. 

"좋네, 이 노래 듣기 좋네요"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

"노래제목? "

"네"

"찾아 들어야겠다... "


"주현씨, 행복해요? "
"왜자꾸 그런 이상한 질문을 하는거에요? "
술을 마셨더니 담도 커져 목소리도 따라 커진다. 
" 내가 머 행복하다고 하면 그쪽도 빨리 결혼해야지 또 그럴려구요? 아님 행복하지 않다 그러면 결혼을 안하기라도 하려구요?"
"내가 결혼 안한다고 하면...혹시"
"에잇,유부녀한테 자꾸 이런말하면 안되는거 몰라요?"
" 미안해요"
"됐어요, 호철씨 사실은 결혼전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 그러는거잖아요,누구나 다 결혼하기 직전에 그런 마음이 들거에요"
결혼을 앞두면 불안감이 들고 복잡한 마음이 들어 심지어 심하면 결혼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다. 
호철이는 결혼할 날자를 잡았다고 한다. 

"근데 주현씨 이동네는 어떻게? 그것도 혼자 이시간에? "
"휴, 말하자면 복잡한데... "
"말하기 곤란하면 말 안해도 돼요. 저는 이동네 살아요, 가끔씩 저녁에 여기 와서 술한잔 하고 집에 들어가군 하는데... 사실 아까 주현씨 보고 깜짝 놀랐어요. "
"그러게 왜 이시간에 여기서 이러고 있는지 나두 궁금하네요"
"이런걸 보통 인연이라고 하죠... "
정말 무서운 인연이다. 

남편한테서 전화가 왔다. 
"어디야? 차에도 없고 왜 안보여? "
핸드폰속 남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얘기는 다 끝났어? "
" 현아야, 어디있는지나 빨리 말해, 설마 먼저 집에 간거 아니지? "
"나 잠간 바람쐬고 들어갈려구, 오빠 일 다 봤으면 먼저 들어가"
"현아야 그러지말고 어디있는지... "
이런 기분으로 남편과 마주하고 싶지 않아 통화를 끊어버렸다. 
마음을 좀 가라앉히고 평온해진 상태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싶었다. 

핸드폰을 끊어버리자 맞은편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정말로 집에 안들어가려구요? "
"들어가야죠, 지금 안간다는거지... 좀 더 있다가 갈거에요"
"그럼 나랑 바람 쐬러 갈래요? "
"싫은데요"
"바로 거절하지 말고 그냥 따라가주면 안돼요? 마음 진정시키는데 도움 될만한 곳이에요."


저녁에도 놀이공원이 있는 줄은 처음 알게됐다. 
어두운 밤에 그곳에만 밝은 불들이 켜져있는게 그렇게 예뻐보일수가 없다. 아름다운 야경을 보고있으니 기분이 한결 좋아진다.

비록 생각지도 못한 사람과 이런곳에 오게 되였지만 아무생각없이 놀다가 가면 되는거다, 나쁘진않아... 
추천 (5) 선물 (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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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옳다 (♡.222.♡.143) - 2021/02/14 23:18:41

오늘도 잘 보고갑니다. 스토리가 점점 흥미롭네요^^

카풋치노 (♡.86.♡.122) - 2021/02/24 15:59:01

늘 들러주시고 댓글 주셔서 힘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벨라2727 (♡.162.♡.227) - 2021/03/02 19:02:48

잼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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