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마음속에 내가 산다면 27~28

단차 | 2023.11.21 03:59:56 댓글: 2 조회: 353 추천: 2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519513
27. 너로 깊어져 가는 밤

하은과 재현을 집 앞에 내려준 지민은 주차하고 나서 집 근처에 있는 큰 공원을 적연히 걸어갔다. 

따뜻한 가로등 불빛이 조경을 한층 더 아늑하게 밝혀주고 있었다. 

강 건너 화려하게 빛나는 도시의 야경을 쳐다보던 지민은 가까운 벤치에 앉았다.

문득 머릿속에서 서연의 집 근처 공원까지 찾아갔던 날의 기억이 스쳐 갔다. 들뜬 마음에 큰 고민 없이 찾아갔던 날이었다. 


한동안 못 본 재현을 다시 마주하니 모른척하고 미루어 두었던 불편감이 되살아났다. 

학교 후배로 만나서 벌써 몇 년 간 가까이 지내 온 동생인 재현이 호감을 느낀 여자와는 잘돼도 문제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서연은 그에게 더 다가오기는커녕, 되레 도망가 버리긴 했지만. 

지금의 이 감정이 여행을 떠나서 한 달 정도 눈에서 멀어지면 사라질 감정인지를 저울질해 보던 지민은 자기가 참 답이 없는 생각을 한다고 느껴졌다. 

'어차피 떠나보면 알게 되겠지.'

그가 없는 한 달동안 많은 게 변해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하면서 지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쩌면 모든 게 자연스럽게 정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막상 이튿날 다시 눈앞에 나타난 서연을 보자 시선이 마음을 따라갔다. 

"지민 씨,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서연 씨."

서연은 그와의 일은 전혀 의식하지 않은 듯 평온하게 인사를 건네왔다. 그 여상한 눈빛을 보고 있으니 그날 밤, 공원에서처럼 흩트려 놓고 싶다는 묘한 충동이 일었다. 

'나만 의식하고 있었던 걸까?'

지민은 애써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면서 분위기를 살폈지만, 그녀는 그의 고백 이전에 보인 태도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재현과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는 서연을 의식하던 지민은 문득 그 옆에서 그 둘을 물끄러미 보고 있는 하은을 발견했다. 

늘 편안한 웃음기를 은은하게 담고 있던 하은의 표정이 약간은 묘하게 굳어있었다. 그가 본건 착각인가 싶게 금방 그전의 얼굴로 돌아오긴 했지만. 

지민은 딱히 알고 싶지 않은 무언가를 눈치챈 기분이었다. 그가 보는 재현은 이런 걸 알고 내버려 둘 사람은 아니었다. 

'모르고 있는 거겠지, 아무래도.'

재현은 늘 주변에 관심은 많지만 딱히 눈치가 있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기질적으로 예민한 편인 지민에게는 그런 재현의 단순함이 오히려 편하게 다가왔었다.

그리고 그가 지켜본 바로 재현은 여자친구가 생기면 잘해주는 타입 같았다. 

그 나이대에 그러하듯 딱히 진지하게 만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나쁘게 헤어지는 경우를 본 적은 없었다.

'서연은 재현을 어떻게 생각할까?'

오랜만에 만났어도 전혀 어색함 없이 대화를 주고받다가 서로 마주 보며 웃음을 짓는 둘을 보던 지민은 조용히 술잔을 비워냈다.

"지민 오빠, 오늘까지 하면 우리 좀 많이 본 것 같은데, 이제 편해진 거 맞죠?"

한참 조용하던 하은이 다시 생글생글 말을 걸어왔다.

"그래서요?"
"말 언제 편하게 하시나 해서요. 뭐, 여행 다녀와서 편하게 하셔도 되고요."

그의 여전한 단답형 투에도 별로 개의치 않고 천연덕스럽게 대꾸하는 하은을 본 지민은 내심 그녀의 흔들림 없는 정신력에 감탄하며 피식 웃었다. 

"뭐, 지금부터 편하게 할게. 너도 편하게 해."
"와, 드디어! 기대하고 한 말은 아니었는데!"

생각보다 격한 반응을 보인 하은이 일어나서 그의 술잔을 채워 넣었다.

"그럼 편해진 기념으로 짠!"

신난 하은과 잔을 부딛친 지민이 술잔을 입에 댔다가 내려놓았다. 

"둘이 무슨 일이야? 왜 둘만 짠해?"
"그런 게 있어, 눈치 없는 재현 씨는 모르는."

하은의 다소 과한 액션에 놀란 재현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을 건네자, 하은이 짐짓 진지한 척 대꾸했다.

"응? 아니야, 나 눈치 있는 편인데."
"뭐래? KTX 타고 가면서 봐도 그건 좀 아닌 듯."

별 고민 없이 나온 하은의 답에 지민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옆에서 그런 하은을 사랑스러운 듯 보면서 미소 짓는 서연이 보였다. 

자기도 저런 눈빛으로 봐주면 어떤 기분일지 잠시 생각해보던 지민은 문득 서연과 시선이 마주쳤다. 어쩐지 길게 느껴지던 찰나, 그녀는 곧 시선을 돌렸다.

서연은 예쁜 손가락으로 술잔을 가볍게 두드리더니 잔을 들어서 한 번에 마셨다. 그녀는 보기와는 다르게 원샷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지민은 비어버린 서연의 잔을 보면서 자기가 채워주고 싶다는 생각을 설핏하다가 그런 생각을 한 자신에게 놀라며 마시다 만 술잔을 들었다. 기분 탓인지 유독 쓰게 느껴졌다.

술자리는 그전과 다를 바 없이 서연과는 별 의미 있는 대화를 주고받지 못하고 마무리되었다.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하은과는 생각지 못하게 어느 정도 편한 대화가 가능해졌다.

늦은 시간에 가게를 나서고 하은과 서연은 먼저 잡힌 택시를 타고 떠나갔다.

술을 마실 것 같아서 일부러 차를 두고 온 지민은 재현과 같이 걸어서 돌아가기로 했다.

도보 30분 정도면 적당히 술도 깨기 좋을 것 같았다.

"나 아무래도 사랑인가 봐. "

걷다가 뜬금없이 내뱉은 재현의 말에 지민이 그를 쳐다보니 얼굴에 기분 좋은 미소가 한가득하였다.

"갑자기 무슨 말이야?"
"그냥 아까 서연이 누나 딱 처음 봤을 때 느껴졌어."

"왜? 그동안 뭐가 있긴 했어?"
"그건 아닌데,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좀 설레는 기분이랄까."

"싱겁기는, 이유는 그게 다야? 만약에 서연 씨가 너를 안 좋아한다면 어쩔 거야?"

재현의 말에 불안과 안도를 연달아 느끼며 걸어가던 지민이 조금 진지하게 물었다.

"그건 뭐 그때가서 생각해야지. 싫다면 뭐, 어쩔 수 없는 거고."

별 고민 없이 해맑은 재현을 보던 지민은 어떤 이유 때문인지 약간은 묘하게 안심이 되었다.

"아, 맞다. 그, 고양이 맡길 데는 찾은 거야?"
"응, 찾았어."

편안히 미소를 짓는 지민을 본 재현이 아쉬운 듯 말을 이었다.

"내가 알레르기만 없었어도 바니를 맡아주는 건데."
"괜찮아, 마음만으로도 고마워."

나이가 그보다 어렸어도 재현은 늘 배려심이 넘쳤다. 자기가 여자라고 가정해 봤을 때, 이런 재현을 안 좋아하기가 더 어려울 것 같았다.

만약 서연이 재현에게 고백을 받는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쉽게 예상이 가지 않았다.

조용히 생각하며 걷던 지민은 어느새 다다른 갈림길 앞에서 재현과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그의 발걸음은 근처 공원으로 향했다. 그답지 않게 해답 없는 고민으로 밤이 깊어져 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자정이 훌쩍 지난 밤하늘에서는 하현달이 차게 걸려 있었다.




28. 되돌릴 수 없는 일


하루 종일 집콕을 하면서 자고 깨기를 반복하던 서연은 머리가 부쩍 무거워진걸 느껴졌다. 

'산책이라도 가야 하는데.'

배는 고픈데 밥은 먹기 싫었다. 근처 카페에서 파는 소금빵을 먹고 싶어졌다. 

생각하면서도 뒹굴뒹굴하던 서연은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뒤에야 밖으로 걸어 나왔다.

혼자 자주 가던 카페에서 소금빵과 쿠키를 사서 나온 서연은 예쁜 조명이 비추는 카페거리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걷던 서연은 문득 마주 오는 지민을 확인하고 그대로 멈춰 섰다.

'여기는 왜 또 나타난거지?'

점점 다가오는 그를 보던 서연은 아무렇지 않게 그에게 먼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어쩐지 그는 좀 놀라며 한 템포 늦게 인사를 받았다.

"네, 이 근처에서 볼일이라도 있으셨나 봐요."
"아, 그게, 아는 사람에게 고양이 맡기러 온 거에요."

'고양이?'

그러고 보니 그의 표정에서 뭔가 걱정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아, 네. 맡길 데가 있어서 다행이네요. 그럼, 이만."
"잠깐만요."

그의 답을 듣지 않고 쌩하니 지나가던 서연은 그의 부름에 돌아보았다.

"잠깐 이야기 좀 해요."
"무슨 이야기요?"

"이상한 이야기 아니니까 긴장할 필요 없어요."

살짝 경계하는 그녀에게 그가 부드럽게 답했다.

"아, 네. 잠깐이라면 뭐."
"일단 가면서 이야기하죠."

얼떨결에 서연은 그와 함께 집으로 가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이야기하자고 따라온 사람치고 그는 별말이 없었다. 

집 앞에 도착한 서연이 걸음을 멈추었다. 

"저, 할 이야기가 뭐예요? 다 왔는데."
"몇 층이에요?"

"5층. 아니, 3층이에요. "

무심코 그의 질문에 답하던 서연이 화들짝 놀라서 답을 바꾸었다. 꼭대기 층에는 방이 하나 밖에 없어서 층수만 말해도 그녀가 사는 방이 특정되었다. 

그를 쳐다보니 별 다른 반응이 없이, 그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아니, 그런 거는 왜 물어봐요? 할 말은 뭔데요?"
"저번에 하고 간 말 있잖아요."

서연은 문득 이불을 걷어차던 그날 밤이 떠오르며 얼굴에 열이 확 올랐다.

"그게 왜요?"
"그땐 미안했어요. 그날 일은 없던 일로 하고, 서로 편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네?"

서연은 갑작스러운 사과에 기분이 복잡해졌다.

"서연 씨가 불편해하는 게 보여서요."
"아, 네. 뭐 지난 일이잖아요. 저는 벌써 다 잊어버렸어요."

말하고 나서 쓸데없이 쿨한 척, 말을 덧붙였다고 느낀 서연은 입을 닫고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 정도로 괜찮길 바란 건 아닌데."

나직이 들려온 소리에 고개를 드니 지민은 어쩐지 잔잔히 미소 짓고 있었다.

'이렇게 웃을 줄도 아네.'

그의 웃는 모습은 그가 떠난 뒤에도 한동안 그녀의 마음속에 선히 남았다.

"아무튼 다행이네요. 그럼, 저 갈게요. 또 봐요, 우리."
"네. 안녕히 가세요. 여행 즐겁게 하시고요."

그는 뭔가 더 말하려는 듯하다가 그만두고 그대로 돌아섰다.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던 서연은 그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출입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갔다. 


한참 뒤 집에 들어선 서연은 식탁에 앉아서 멍하니 어딘가를 주시했다. 향긋한 빵과 쿠키도 어쩐지 그녀의 신경을 끌지 못하고 있었다.

'없던 일로 하자고?'

그의 말을 곱씹어 보던 서연은 기분이 묘해졌다. 화가 나지도, 그렇다고 안심이 되지도 않았다. 

마음이 편해지라고 하고 떠난 그였지만, 역으로 잠잠해지던 마음이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한숨을 내쉬던 서연은 눈앞에 있는 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필 씻지도 않은 날, 편한 후드티에 모자를 꾹 눌러쓴 채 빵 사러 나갔다가 그를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으악! 다 마음에 안들어, 왜 아는 척해가지고."

진저리 치던 서연은 이런 기분마저 씻겨나가길 바라며 씻으러 들어갔다. 


잠시 후, 다시 식탁에 앉은 서연은 빵을 조금 뜯어서 맛보았다. 다행히 빵은 맛있었다. 쿠키에까지 가던 손을 멈춘 서연의 눈동자가 곤혹스럽게 빛났다.

'밥을 먹기는 해야 하는데. '

조금 시무룩하게 먹지도 못한 쿠키를 다시 포장한 서연이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그렇게 이튿날 여행을 떠난 그에게서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SNS에는 런던 입국 첫날에 공항 사진만 올라오고 그 뒤로는 일주일 넘게 아무런 게시물도 올라오지 않았다.

'유럽까지 가서 사진 업데이트를 안 한다고?'

습관적으로 확인하던 서연이 앱을 끄고 나왔다. 아무래도 이상했다, 그가 아닌 자신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사람을 왜 신경 쓰고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아니, 모르고 싶었다.

서연은 한동안 출근하다가도, 일하다가도 쉬는 틈이 나면 문득 그가 했던 말들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공원을 지나갈 때마다 갑작스럽게 찾아와서 이상한 말로 놀라게 한밤이 떠올랐고, 퇴근길에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길을 걷다 보면 떠나기 전 그와 같이 말없이 걸어가던 게 생각이 났다.

아무래도 그에게 제대로 말린 기분이었다. 그가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서연의 일상 곳곳에 그는 보이지 않는 흔적을 남기고 가버렸다.

그리고 어느 날, 폭풍우가 지나간 들판처럼 술렁거리던 서연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재현과 하은도 학교생활에 바쁜지 한두 번 본 게 다였다. 

그나마 재현은 한 번 더 따로 만난 적이 있었다. 별일 없이 새로 개봉한 액션영화 한 편을 보고 헤어졌다.

솔직히 재현이 편하기는 했지만, 대화가 잘 통한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그는 아직 대학원에 다니는 학생이고, 나눌 수 있는 대화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도 하은과는 대화가 잘 통하는 걸 보면 재현과는 정서적 공감대가 달라서 그런 거라고 생각되었다.

그래서일까. 문득 그녀의 집 근처 카페에서 만나자고 해서 나간 날, 그가 한 말을 들은 서연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왜? 이런 애가 나같은 사람을?'

게다가 좀 진지해 보이기까지 한 걸 보면 진심으로 보였다. 고민했지만 답은 하나였다. 

"미안, 나 너한테는 그런 생각 해본 적 없어."
"괜찮아, 그럴 줄 알았는데 그냥 말해봤어." 

서연의 거절에도 재현은 그저 크게 실망하는 기색이 없이 웃어 보였다. 

"그래, 근데 너는 참 좋은 사람이야."
"알아, 나도. 그래도 누나에게 좀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뭐 어쩔 수 없지." 

재현은 짐짓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밝은 목소리로 답했다. 

그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서연은 자기가 그동안 눈치가 없었나 돌이켜보았지만 여전히 모든 것이 아리송하기만 했다.

발밑에서 애꿎은 낙엽이 와사삭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추천 (2) 선물 (0명)
IP: ♡.252.♡.103
뉘썬2뉘썬2 (♡.169.♡.51) - 2023/11/23 01:55:43

남들보기에 좋아보이는 재현이가 선택못받아서 조금 불쌍하긴
하지만 뭐어쩌겟어요.주인공이 싫다는데.사랑은 느낌이니까.

단차 (♡.252.♡.103) - 2023/11/23 06:26:31

그렇죠. 사랑은 느낌이에요. 느낌대로 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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