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 데릴러 갔다가 (1)

에스더 | 2002.08.14 15:59:04 댓글: 2 조회: 457 추천: 1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1560740
부운영자님 제의로 게시판의 글을 자작 글 마당으로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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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퇴근해서 성은이 데리러 유치원 갔다. 유치원 계단을 한창 올라가고 있을 때 애들은 내려오고 있었다. 나를 본 애들은 서로서로 "성은이 엄마, 성은이 엄마"하고 소리치면서 서로 내 손을 잡아볼려고 다툰다. 귀여운 것들. 지금 애들은 어쩌면 그렇게도 이쁘고 귀엽고 총명한지.. 위에서 슬금슬금 내려오던 성은 오구작작 떠들며 자기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목을 쑥 빼고 내려다 본다. 손을 막 흔들면서 "성은아~"하고 소리쳤더니 너무 좋아서 퐁퐁 뛰며 손을 흔들며 애들 속을 비집고 내려온다. 엄마한테 와서 팍 안긴다. 정말 너무 행복했다. 하지만 전탁하는 애들이 많은지라 엄마를 보고 싶어할가봐 더 큰 행동은 취할 수가 없었다...

성은이 손을 잡고 뻐스 역으로 나와 한참을 기다려서야 710 이 미끌어져 온다. 성은이를 데리고 올랐는데 퇴근시간이라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래도 애를 데리고 오르면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들이 많았었는데 어제는 누구도 끄떡않고 엉뎅이를 의자에 꾹 털어박고 뗄념을 안한다. 잡을 곳도 별로 없는데다 핸드백과 쇼핑백을 한손에 하나씩 들고 성은이를 돌보기란 정말 힘들었다. 한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한손으로 백을 쥐고 나니 성은이 돌볼 손이 없다. 그래서 성은이보고 엄마 다리를 꽉 잡으라고 했는데 흔들리는 뻐스에 애가 계속 휘청거린다. 너무 힘들었지만 새파래서 애 데리고 올랐다고 다른 사람보고 자리를 비켜달라 할수도 없고 정말 딱한 심정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둘이 겨우 지탱하며 가기도 잠깐. 뻐스가 급정거하는 바람에 성은이와 나는 동시에 땅바닥으로 쓰러졌다. 성은이를 가까스로 일으켜 세우고 나는 아직 엉덩이를 땅바닥에서 떼지도 않았는데 뻐스가 떠나면서 또 한번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정말 맘속에 눈물이 쏟아져 나오는 걸 억제할 길 없었다. 그런데 엄마가 약해지면 우리 성은이가 긴장해할가봐 몇초동안 아무말 없이 참아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 것도 모르고 우리 성은이는 넘어졌다 일어났다 하는게 너무 재밌는지 깔깔 웃어댄다. 냉냉한 현실을 아직 이해할 수 없었던게 천만다행이었다. 정말 수도 북경에 있는 사람들 수준이 왜 그것밖에 되지 않았던지.. 옆에 서있던 승객들이 막 소리친다. 다들 뭐하냐구? 애 데리고 이렇게 넘어지고 쓸어지는데 자리 좀 양보할 수 없냐구?... 그러자 겨우 옆에 앉아있던 젊은 남자가 무거운 엉뎅이를 들고 일어난다... 고맙다는 인사가 도저히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것 조금 더 앉아있는 게 그렇게도 중요했을까? 우리 부부는 성은이를 데리고 다닐 때 될수 있는 한 노인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고자 마음을 다 한다. 우리 성은이가 보고 배우기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땅바닥에서 딩굴었던 서러움보다 약한 자에게 자리 하나 양보할 줄 모르는 시퍼렇게 젊은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아직도 더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


추천 (1) 선물 (0명)
IP: ♡.101.♡.129
에스더 (♡.101.♡.129) - 2002/08/15 08:49:06

오,, 그래요? 그건 또 몰랐지..
근데 진짜루 쟝타이루에서 우리 집까지 직통으로 통하는 뻐스가 710
하나밖에 없어요..
녹차님.. 요즘 글 안올리세요??

에스더 (♡.101.♡.153) - 2002/08/16 11:16:31

봤어요. 어제..
진짜루 너무 많은데 오랫동안 안올라 오니깐
어느게 본거고 어느게 안본 건지 헷갈렸어요..
ㅎㅎ
더 좋은 글 많이 올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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